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아빠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성주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석유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사표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수분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753
  • 경찰 “익산 ‘일가족 3명 사망’ 사건, 40대 아빠 소행 추정”

    경찰 “익산 ‘일가족 3명 사망’ 사건, 40대 아빠 소행 추정”

    경찰이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 위중한 상태로 발견된 40대 가장의 소행으로 보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9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아내와 자녀 등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43)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 33분쯤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0), 아내(43)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로 경찰에 발견된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숨진 가족에게서 외상이 확인됐고, A씨 몸에서도 자해 흔적이 발견된 점, 외부 침임 흔적이 없고 집 안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유서가 나온 것 등을 토대로 A씨가 가족을 먼저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무직인 A씨는 수년 전부터 채무 변제 등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상처가 깊고 출혈이 커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A씨 가족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또 휴대전화와 채무 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조사와 시체 검안 내용 등으로 볼 때 A씨가 가족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 중”이라며 “A씨가 회복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논문 표절 논란’ 홍진영, 방송서 해명까지 했지만... “논문 반납”

    ‘논문 표절 논란’ 홍진영, 방송서 해명까지 했지만... “논문 반납”

    가수 홍진영이 석사 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SNS를 통해 공식 사과하며 석·박사 논문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홍진영 “석·박사 논문 반납...이유 불문하고 죄송” 지난 6일 홍진영은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올려 죄송합니다. 지난 10여 년을 땀과 눈물을 쏟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런 구설에 오르니 저 또한 속상합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말문을 열었다.홍진영은 “저는 2009년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취득했습니다. 시간을 쪼개 지도 교수님과 상의하며 최선을 다해 논문을 만들었습니다”면서 “하지만 당시 관례로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라는 수치로 판가름되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입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홍진영은 “이 또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과한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라면서 “죄송합니다. 이유 불문하고 이런 논란에 휘말린 제 모습을 보니 한없이 슬픕니다. 그리고 지난 날을 돌아보며 제가 또 다른 욕심을 부린 건 없었나 반성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사 및 박사 논문을 반납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거 같습니다”면서 “이 모든 게 다 저의 불찰이고 잘못입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선대 전 교수 “홍진영 논문, 표절률 99.9%” 앞서 한 매체는 홍진영의 논문 표절 논란을 제기한 이후 홍진영을 가르쳤던 조선대 무역학과 전 교수 A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A씨는 “홍진영과 학부와 석사, 박사까지 모든 과정의 학점을 준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해당 논문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증언할 수 있다. 홍진영의 부친이 같은 학교 교수라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또한 A씨는 “홍진영의 석사 논문 표절률이 74%라는 기사는 틀렸다. 74%가 아니라 99.9%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홍진영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석사 논문과 박사 논문 모두 가짜”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일 홍진영의 조선대 무역학과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에 대해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 검사에 따르면, 홍진영의 논문은 표절률 74%를 기록했다. 카피킬러에 따르면 홍진영 석사 논문은 전체 문장 556개 중 6개 어절이 일치하는 동일 문장이 124개였고,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은 365개로 확인됐다. 논란이 제기된 이후 홍진영 소속사 아이엠에이치엔터테인먼트 측은 “홍진영은 자신의 조선대 무역학과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 연구 및 작성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다”면서 그의 논문 심사를 맡았던 교수의 의견을 전달했다. 해당 교수에 따르면, 홍진영이 석사 논문 심사를 받았던 때는 2009년이며 당시 논문 심사에서는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등 주석을 많이 다는 것이 추세였다. 이 교수는 많은 인용이 있어야 논문 심사 통과를 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피킬러 시스템은 2015년부터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했으며 50퍼센트가 넘는 표절을 걸러내기 위해 시작된 제도다. 해당 시스템이 없었던 2009년 심사된 논문을 검사 시 표절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홍진영 “그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하겠냐”홍진영은 과거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논문에 관한 의혹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홍진영은 아버지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임을 밝힌 홍진영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돈 주고 박사 땄냐’, ‘아빠가 대신 써준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문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하겠냐. 그리고 저는 어차피 가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단에 설 생각도 없고 계속 가수 활동을 할 거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말을) 했겠냐”며 논문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얼마나 예쁜데” 열네 명의 아들 끝에 첫딸 안은 45세 美 부부

    “얼마나 예쁜데” 열네 명의 아들 끝에 첫딸 안은 45세 美 부부

    아들만 내리 열넷을 둔 미국의 마흔다섯 살 동갑내기 부부가 마침내 첫 딸을 품에 안는 기쁨을 만끽했다. 맏아들을 세상에 내놓은 지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주인공은 미시간주 레이크뷰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제이와 카테리 슈반트 부부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같은 주 그랜드 래피즈의 한 병원에서 딸 매기제인을 봤다고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가 6일 전했다. “우리는 매기를 가족으로 보탠 것에 너무 들떠하며 흥분을 넘어선 반응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여러 모로, 여러 이유로 기억할 만한데 특히 매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라고 기꺼워했다. 매기의 몸무게는 3.4㎏로 아주 건강하다. 이름은 엄마의 중간 이름과 아빠 이름을 변용해 함께 붙여 작명했다. 스물여덟 살의 맏아들 타일러를 시작으로 작, 드루, 브랜던, 토미, 비니, 캘밴, 게이브, 웨슬리, 찰리, 루크, 터커, 프랜시스코, 2년 6개월의 막내 핀리까지 열네 형제를 기르고 있었다. 반려견 부머마저 수컷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맏아들은 “부모님들도 귀여운 딸을 품에 안는 것으로 자식 낳는 일을 마치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여동생 출산) 소식을 알린 지 12시간 정도 됐는데 난 아직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놀라운 일은 카테리 역시 열네 자녀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사귀기 시작해 1993년 결혼했는데 페리스 주립대학을 졸업했을 때 이미 아들을 셋이나 둔 상태였다. 식구들의 사는 모습을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하는 ‘14 아웃도어즈멘(Outdoorsmen)’을 운영하고 있는데 식구 하나 늘 때마다 현지 일간지들을 장식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카테리는 2014년 한 인터뷰를 통해 “딸이 하나 생기면 우리 모두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마도 믿기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남편은 언젠가 딸이 생길 것이라며 그러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사내 녀석들은 많이 경험해 봤다. 이 아이들을 길러오면서 다른 쪽도 경험해 보는 것은 진짜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결혼식 축의금 1억1000만원, 아기 위해 써주세요”

    “결혼식 축의금 1억1000만원, 아기 위해 써주세요”

    코로나로 출국 못한 심장병 몽골 아기국내 후원받아 새 생명익명의 신혼부부 등 후원 이어져 우리나라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국경이 폐쇄돼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몽골 아기가 국내 후원 기관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6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에서 일을 하던 몽골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난드는 ‘심실중격결손’, ‘심방중격결손’이라는 병을 갖고 있었다. 심장의 심실과 심실 사이, 심방과 심방 사이에 구멍이 제대로 막히지 않고 태어나는 병이다. 부부는 아난드 출산 이후 몽골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돼 일용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였다. 더구나 비자가 종료된 상태여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3,000만원 정도 하는 수술비 마련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심장과 안경진 교수는 외래 환자로 만난 아난드의 사정을 길병원 사회사업실에 전달했고, 길병원은 국내의 후원기관들과 접촉해 아난드를 도울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밀알심장재단과 한국심장재단, 그리고 익명의 신혼부부가 보내온 기부금까지 더해져 아난드의 수술이 결정됐다. 특히 익명의 신혼부부는 지난 8월 결혼식 축의금 1억1000만원을 “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내외 아동, 청소년들의 치료비로 써달라”고 가천대 길병원에 전달해왔다. 밀일심장재단에서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아난드를 돕기 위한 기금마련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의료진은 아난드의 가슴뼈를 열고 인공심폐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심장을 둘러싼 보호막인 심낭의 일부를 잘라내 좌우심실 사이의 구멍을 메우고 꿰맸다. 크기가 작은 좌우심방 사이의 구멍은 그냥 꿰매서, 동맥관 구멍은 클립을 물려서 메웠다. 아난드는 수술 경과가 좋아 심부전 약물치료도 중단했다. 아난드는 지난달 26일 수술을 받고 2일 무사히 퇴원했다. 아난드의 아빠 엥흐 아브랄트씨는 “아기를 살려준 한국 국민과 길병원, 기부자님들께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하루 빨리 몽골로 돌아가 아난드를 건강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432명의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치료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23년간 친딸 성폭행…출산까지 하게 한 아버지

    [여기는 남미] 23년간 친딸 성폭행…출산까지 하게 한 아버지

    10살도 안 된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자식을 4명이나 낳게 한 인면수심 남자의 범행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아르헨티나 검찰이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자와 피해자 자식의 친자관계를 DNA 검사로 뒤늦게 확인했다고 현지 언론이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족들까지 동원해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해온 남자의 처벌은 이로써 뒤늦게 탄력을 받게 됐다.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우고 빅토르 아기레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건 지난 1월 8일. 검찰은 피해자인 그의 친딸 나탈리의 진술을 근거로 범죄를 추궁했지만 법정에 선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진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그의 부인과 또 다른 딸들도 남자를 옹호했다. 부인과 딸들은 "나탈리가 악의적으로 아버지에 누명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던 재판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은 건 최근 나온 DNA 검사 결과였다. DNA 검사에선 "피고와 피해자 자식 간에 99.9% 친자관계가 확인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올해 32살인 피해자에 따르면 아버지의 짐승 같은 짓이 시작된 건 9살 때였다. 피해자는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태우고 집에서 가까운 숲에서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아버지로부터 처음으로 성폭행을 당한 장소와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의 색깔 등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상습적인 아버지의 성폭행에 시달린 그는 13살 때 첫 임신을 했다. 아버지의 아기였다.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인면수심 아버지는 "동네 이웃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친딸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거짓말을 하고 딸을 낳았다. 친부는 할아버지, 엄마는 아빠의 딸, 이렇게 뒤죽박죽 얽힌 관계 속에 태어난 딸은 벌써 19살이 됐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피해자 나탈리는 15살 때 또 아버지의 자식을 출산했다. 이번엔 아들이었다. 나탈리는 이번에도 친부가 누구인지 가족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런 식으로 4남매를 낳았다. 모두 아버지의 자식들이었다. 자신의 자식 4명을 낳았지만 아버지는 친딸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자식이 많아 이제 너에게 접근할 남자는 없을 것"이라면서 성폭행을 이어갔다. 피해자 나탈리가 꼬이고 꼬인 가족관계를 바로잡고 새로운 삶을 출발하겠다고 용기를 낸 건 지난해 말. 그는 23년간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아버지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지 언론은 "피고가 완강히 거부하던 DNA 검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재판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피고가 피해자 자식들의 친부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공모 여부에 따라 증언을 한 가족들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인포바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사설] 국민 10명 중 1명만 ‘공정사회’라는 한국 사회

    공정(公正)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것이다. 반칙과 특권이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절차적·실질적으로 공평하고 올바른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는 공정사회가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인들은 그런 공정사회에 속해 있는지는 솔직히 자신할 수 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수치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9월 2~12일 14세에서 69세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5%에 그쳤다. 국민 10명 가운데 고작 1명만이 공정사회라고 인정한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무려 54.0%나 됐다.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논란 등은 불공정 이슈로 그 어떤 현안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자수성가를 뜻하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한 사회인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6.6%가 ‘아니다’라고 했고 10명 중 1명꼴인 11.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져 버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흙수저’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낼 수 없다면 이는 개인적 좌절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자산불평등 문제는 앞으로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그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출범 때부터 공정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강원랜드와 은행권 등의 불공정 취업 문제를 바로잡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분발하기를 촉구한다.
  • [어린이 책] 잠시 현실 벗어난 두 친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어린이 책] 잠시 현실 벗어난 두 친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삼촌의 거짓말에 속아 온 식구가 철거를 앞둔 어느 화원의 비닐하우스로 이사 온 현성이네. 엄마, 아빠, 현성이 셋뿐인데도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전학 간 새 학교에서 현성이에게 유일하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장우는 아빠, 엄마의 이혼과 재혼으로 또 다른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스테디셀러 ‘완득이’를 쓴 김려령 작가가 3년 만에 낸 신작 동화다.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이 괴짜 ‘똥주’ 선생을 만나 거듭나는 ‘완득이’와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 갖는 공통의 모티브가 있다. 어른들이 만든 환경에 의해 훼손됐으되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이들 본연의 건강함이다. 현성이와 장우는 낡은 비닐하우스에서야 현실의 무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는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함께 재미없는 동영상 ‘아무것도안하는녀석들’을 만든다. 영상은 기대와 달리 조회 수도, 댓글도 점점 늘어난다. 2탄, 3탄을 연거푸 올리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지트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정성을 기울인다. 혹자는 ‘개집 같다’는 악플을 달지라도.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돌연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그 말은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를 상정한 말이고 ‘언제든 그 시대의 기둥은 현재의 어른들’(149쪽)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둥 같은 거 신경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작가는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는 현성, 장우의 몸짓으로 어른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소년·소녀 범죄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청소년 범죄를 막을 실마리가 보인다. 서울신문은 보호처분(보호·교화 목적으로 소년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 경험이 있는 소년 15명과 소녀 1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단어 총 5만 4956개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르스프락시아의 도움을 받아 각각 분석했다.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피고, 단어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는 ‘의미망 분석’ 작업을 진행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요 화제인 ‘겉의미’ 단어와 내면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속의미’ 단어를 추출했다. 단순히 소리 내어 말한 언어의 양(발화량)뿐 아니라 해당 단어가 화자에게 갖는 영향력과 화자가 느끼는 감정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드러난 소년과 소녀의 생각은 같은 듯 달랐다. 소년에게선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소녀의 언어에선 엄마와 친구 등 기댈 존재가 없다는 데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6호 보호처분 시설인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과 전북 고창 희망샘학교,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의 강원생활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광주남부지소의 도움을 받았다.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네트워크 분석] 소년·소녀 범죄자의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그린 ‘네트워크 분석’ 지도.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를 뜻한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 → 친구들과 놀다가 → 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감정 분석] 단어에 담긴 소년·소녀 범죄자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에 꼽힌 긍정어와 부정어. 소년들은 ‘사고’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고 소녀들은 ‘싸우다’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다. ●소년을 설명하는 단어 ‘없다’·‘어른’·‘폭력’ “별생각이 없어요.” 소년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 단어는 ‘없다’였다. 이 추상적인 말의 뒤를 ‘학교’, ‘친구’, ‘생각’ 등이 이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고, 학교나 친구도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소년들은 범죄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별로 해 본 적 없다. 눈에 띄는 결과는 주변 어른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주제별로 단어를 나눠 보니 ‘부모’와 ‘학교’가 ‘범죄’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부모는 ‘가출’을 유발하는 ‘싫은’ 존재,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소년에게 범죄의 트리거(결정적 계기)는 부모와 학교의 외면이었다. 세훈(15)이는 학교장이 가정법원에 직접 사건을 접수하는 제도인 ‘학교장 통고제’로 두 번째 보호처분을 받았다. “예전부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말을 안 들으면 보호관찰 중이라는 사실을 다른 애들한테 말하겠다’고 해서 대들었더니 다시 시설로 보내졌어요.” 전교생 앞에서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훈이는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문제아로 찍히면 끝이에요. 불합리해요.” 세훈이는 원망했다. 소년들은 ‘때리다’, ‘싸우다’ 등 폭력 관련 어휘에 가장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폭력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내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했다. 힘의 논리로 서열을 다퉈 온 이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형(19)이는 동네에서 ‘잘나가는’ 형들이 후배들을 불러 토너먼트식으로 싸움을 시킨 일을 떠올렸다. 먼저 피를 흘리거나 못 싸우겠다고 얘기하면 지는 게 규칙이다. “학교나 동네별로 주먹질을 시켜요. 때리지 않으면 형들한테 맞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소년들도 나고 자란 보육원과 쉼터, 범죄를 저질러 가게 된 소년원과 보호처분 시설에서 만난 형들에게 맞는 일이 흔했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 혹은 ‘여자’도 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이성은 양가의 의미였다. 성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축이라면 결혼과 가정이라는 미래를 함께 쌓아 나갈 만한 이성과의 만남이 또 다른 축이다. “비행으로 갑자기 큰돈이 생겨 중학교 2학년 때 성매매를 해 본 적 있다”는 고백처럼 성에 대한 관심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소년범 대부분이 부모와의 정서적 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현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못했고, 학교 역시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바꿔 말하면 소년 범죄 해결의 실마리가 어른에게 있다는 의미다. 소년들은 보호처분 경험 자체보다 시설에서 만난 믿음직한 어른의 존재에서 변화의 계기를 찾았다. 아이들은 “나를 문제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 준다”는 시설 선생님을 통해 어른,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신을 일부 해소하고 있었다.●소녀를 설명하는 단어 ‘관계’·‘엄마’·‘동성친구’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어요.” 소녀에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핵심 단어는 ‘엄마’와 ‘친구’였다. 소녀 범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소년보다 훨씬 관계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방법을 몰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뒤틀린 관계가 범행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소녀에게는 이성보다 동성이 더 중요했다. 가정 안에서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았고, 학교에선 남자친구나 남자 선후배가 아닌 동성 친구와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도피처로서의 친구 관계가 두드러졌다. 친구에게 기대는 것도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과 친밀감을 채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이미 관계가 틀어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성은 피상적인 관계에 그쳤다. 남자친구 혹은 남자 선배를 지칭하는 ‘오빠’란 단어에는 친밀함 외에 ‘무섭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녀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는 단어는 ‘(친구와) 싸우다’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어는 ‘친하다’였다. 이런 심리를 바탕에 둔 소녀들은 친밀감에서 비롯된 범죄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인터뷰에서도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비행을 저질렀다”는 소녀들이 많았다. 서율(18)이도 ‘뒤에서 나를 욕하고 다닌 애한테 따지고 싶다. 나 대신 싸워 달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친구 부탁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요. 거절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빠하잖아요. 그러다 멀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비행 청소년 무리에서 소녀들은 부탁에 못 이겨 조건만남(성매매) 혹은 조건사기(성매수남의 돈을 빼앗는 것)에 가담하거나, 자신보다 어리고 무리에서 겉도는 ‘희생양’을 물색해 대신 성매매를 하도록 내몰기도 했다.소녀들은 “사람을 사귀고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년원과 시설 보호를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 배경에는 가정에서부터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소녀들은 소년처럼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단정적인 진술을 하진 않았지만 어른을 ‘있더라도 제 역할을 못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주제별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엄마’라는 주제는 ‘없다’, ‘아니다’, ‘때리다’ 등 부정적 단어와 짝을 이뤘다. 소녀들은 “엄마가 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다”거나 “엄마가 나를 버려두고 남자들만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된 ‘자애로운 어머니상’에서 벗어난 엄마의 모습에 대한 실망과 상처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엄마의 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딸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소녀들의 삶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들은 엄마와의 완전한 단절보다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락은 안 되지만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애증 어린 마음과 “엄마가 나한테 편지를 써 주면 좋겠다”는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호텔 내 현수막 작업 중 추락한 30대 뇌사... “철저히 수사해달라” 국민청원

    호텔 내 현수막 작업 중 추락한 30대 뇌사... “철저히 수사해달라” 국민청원

    지난달 말 부산의 한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가 추락해 30대 남성이 뇌사 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의 가족이 안전관리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이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에 빠진 A씨의 친형이라고 밝힌 글쓴이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소규모 현수막 디자인 전문 업체에서 광고 현수막과 판촉물 설치하는 일을 하는 근로자로 사고 당일 해운대 롯데 시그니엘에서 가로 7m, 세로 5m짜리 대형 현수막을 동료 1명과 함께 설치하고 있었다.연회장 천장 높이가 7m 정도였기 때문에 호텔 측에서 제공한 리프트를 이용해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었는데, 6m 높이에서 리프트가 통째로 넘어지며 A씨가 크게 다쳤다. 자신을 흉부외과 전문의라고 밝힌 글쓴이는 “(동생이) 다발성 두개골 골절, 뇌출혈, 심한 뇌 손상, 뇌부종 등으로 인공호흡기 치료 중”이라면서 “의식과 자발호흡이 전혀 없고, 현재로서는 의학적으로 뇌사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높은 확률로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글쓴이는 “(연회장) 테이블 때문에 현수막이 설치될 벽면에서 테이블까지 겨우 1m가량 여유 공간만 있어 안전 지지대(아웃트리거)를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면서 “아웃트리거를 세울 공간이 없고 그로 인해서 사고 위험이 있으면 사업주(호텔)가 조처를 해 주거나, 작업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호텔에서 제공한 리프트는 한자리에서 모든 작업이 완료될 수 있는 작업에 사용되는 리프트로 대형 현수막을 안전하게 설치하는 데는 맞지 않는다”라면서 “(작업자들이) 처음 사용해보는 리프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사용법에 관련된 교육이나 지시도 호텔에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 응급처치를 할 사람도 없었으며, 안전 관리 부서 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글쓴이는 “은퇴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조카들을 끔찍이도 귀여워해서 놀아주고 돌봐주며 저 대신 아빠 노릇 아들 노릇을 도맡아 하던 착한 동생”이면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가을편지

    [문현웅의 공정사회] 가을편지

    사랑하는 아들아, 참 예쁜 가을날 우리가 좋아하는 쌀국수를 맛나게 먹고 근처를 산책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눈 그날이 오늘 아침 문득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했단다. 우리가 참 좋아하는 그 산책길은 다른 계절도 그렇지만 가을날에 무척 잘 어울리는 길이지. 잘 가꾸어진 정원을 갖춘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고 근처에 나지막한 산도 있어 우리는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꼭 그 길을 산책하곤 했었어.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누던 단골 대화가 이런 단독주택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그날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너무 멋진 집이 새로 지어져 우리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단다. 집 앞에 주차된 최고급 외제차도 더해져서 말이야.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마냥 부럽기만 하더구나.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은 우리 식구 모두 참 좋아하는 묵은지 등갈비 찜을 맛나게 먹으며 웃음꽃을 활짝 피웠었어. 너와 너의 누나는 쿵짝이 잘 맞아 그날도 아빠와 엄마를 흐뭇하게 만들었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저녁 식사시간이었지만 이런 행복한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짐에 참 감사한 순간이었어. 그리고 아빠는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낮에 보았던 그 멋진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지금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을 결코 넘어서지는 못할 거라고 말이야. 그 집을 보며 부러웠던 마음도 잠시, 인생에 있어 그런 외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려는 내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너에게 장래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아빠는 잘 알고 있단다.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무엇보다 지금 당장 어떤 대학 무슨 과를 전공해야 하는지 뚜렷한 답이 없어 마냥 답답해하는 너의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었어. 그날도 너는 그런 선택의 어려움에 대해 식사시간이 마무리될 즈음 조용히 속마음을 털어놓았었지. 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아빠는 먼저 짠한 마음이 들었단다. 소위 말하는 험난한 인생 여정이 벌써부터 너에게도 엄습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많이 되고 말이야. 그런데 오십 평생을 산 아빠의 인생을 돌이켜 보니 우여곡절은 참 많았지만 그런 머리 아픈 고민이 어찌어찌 다 순리대로 해결된 것 같아 사실 좀 놀랍기도 하단다. 지나고 나니 그런 고민들도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야. 물론 당시는 정말 너무나 큰 고민이었고 지금 너의 고민도 너에게는 가장 큰 숙제일 거라는 점은 아빠도 잘 알고 있단다. 아빠는 그동안 정말로 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왔어. 그러한 계획들 속에서 아빠가 예상한 흐름대로 인생이 흘러간 적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참 많았단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그때그때의 계획과 선택도 무척 중요하지만 계획과 선택이 지향하는 목표가 더 중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러니까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고민보다 본질적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하는 고민이 더 중요하고 그런 본질적 고민으로 인해 선택의 부담을 오히려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거야.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우리들 인생의 본질적 목표는 온전한 자유인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시처럼 말이야. 그런 온전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인생길이고 그런 인생길에 놓여 있는 선택의 순간들은 모두 온전한 자유인이 되기 위한 지난한 여정 아닐까 싶어. 지금 닥친 너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온전한 자유인이 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은 무엇일까 하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그 지난하기만 한 여정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단다. 모처럼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꼰대 같은 말만 되풀이한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하구나. 그렇지만 너에게 이 약속만큼은 분명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너의 선택이 무엇이든 언제나 아빠는 너를 믿고 응원할 거란 약속 말이야.
  •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이웃/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이웃/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옆집에 사는 커플이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작은 선물을 주었다. 물론 낳은 것은 커플 중 여자 쪽이다. 부부라고 적지 않고 굳이 커플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결혼(marriage)을 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집에서 아이를 낳고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공적 파트너’(Civil Partnership)로서 등록을 하면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의 법적 보호를 해 준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뿐 상속이나 세금 내지 결합이 해소될 때의 처리 등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왜 결혼을 하지 않고 공적 파트너로 지내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야말로 본인들 선택의 문제다. 영국에서 결혼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또는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 제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고. 원래 공적 파트너 제도는 동성 커플에게 법적인 보호를 주고자 도입된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2014년부터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동성 커플은 공적 파트너 제도와 결혼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성 커플에게는 결혼만 허용되고 공적 파트너 제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이성 커플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하여 이성 커플 역시 공적 파트너로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즉 영국에서 두 사람이 커플로서 같이 사는 경우 그냥 동거일 수도, 공적 파트너로서 사는 것일 수도, 결혼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은 서로를 일컬을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고 하지 않고 파트너라고 한다. ‘내 남편이 어쩌고’, ‘내 아내가 저쩌고’라고 말할 것을 ‘내 파트너가 어쩌고저쩌고’라고 말하는 식이다. 여기서 ‘남편’이 여성일 수도 있고 ‘아내’가 남성일 수도 있다. 동성 연인들도 결혼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들은 서로를 남편이나 아내라고 일컫는다. 혹은 둘 다 아내라고 말하기도 하고 둘 다 남편일 수도 있다. ‘파트너’는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다. 반대편으로 한 집 건너에는 나이가 좀 있는 남성 둘이 같이 사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커플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둘이 무슨 관계냐고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생활이나 외모와 관련해 함부로 묻거나 언급을 하는 것은 친한 사이라고 해도 피해야 할 일이다. 불편하거나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예의 바르고 상냥한 이웃이다. 중요한 건 그 지점이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그 집을 좋아해서 마당에 들어가 있거나 심지어 식탁 아래 누워 있기도 했다는데, 이들은 그때마다 매우 조심스럽게 잡아서 도로 데려다주거나 너희 고양이가 어디 있다고 가르쳐 준다.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러면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고, 이들은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한다. 아기를 낳은 집 옆집에는 동유럽 출신의 가족이 산다. 어린아이 둘과 엄마, 아빠다. 부모는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고, 아이들은 영어가 더 익숙한 것 같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는 이웃들을 잘 모르고 지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지나치다가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록다운 기간 동안 하루 한 번 실외 운동이 가능했는데 그때 옆집 커플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됐고 아기를 낳을 거라고 들었다. 또한 당시 매주 목요일 저녁에 의료 종사자들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이웃들을 알게 됐다. 그나마 코로나19 덕에 생긴 좋은 일이라고 하겠다. 연달아 있는 다섯 집 중에 우리 포함 세 집이 ‘소수자’인 셈이다. 단지 전체로 보면 영국인들이 훨씬 많이 산다. 하지만 소수자라는 이유로 드러내 놓고 차별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비록 한국보다 방역이 처지지만 그래도 영국이 가진 미덕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동성애자건 외국인이건 그냥 사람이고 이웃이다. ‘차별을 하지 말자는 법’을 놓고 굳이 차별을 해야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본인이 소수자일 수 있다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 완공 눈앞인데…미-멕시코 장벽 줄사다리로 ‘훌쩍’ 넘는 밀입국자들

    완공 눈앞인데…미-멕시코 장벽 줄사다리로 ‘훌쩍’ 넘는 밀입국자들

    미국 멕시코 국경장벽이 완공까지 단 50마일(약 80㎞)만을 남겨둔 가운데, 보란 듯이 장벽을 뛰어넘는 밀입국자들이 포착됐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 ‘엘 디아리오’는 밧줄사다리를 대고 국경장벽을 기어오른 밀입국자들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와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국경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남성 1명이 망을 보는 사이 다른 남성 3명이 밧줄 사다리에 의지해 국경장벽을 넘는 모습이 담겼다. 선봉에 선 남성은 “서둘러, 빨리 가자”며 일행을 재촉했다. 얼마 후 맨 꼭대기에 다다른 그는 장벽 너머를 살피곤 “아무도 없다”며 재빨리 반대편 미국 땅으로 넘어갔다. 나머지도 뒤를 쫓아 차례로 장벽을 뛰어넘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 SNS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밀입국자들의 목숨을 건 미국행은 국경장벽 건설이 완공까지 단 50마일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CBP 발표 이틀 만에 벌어졌다. 29일 리오그란데 계곡에서 기자회견을 연 채드 울프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대행은 국경장벽 400마일(644㎞) 구간 공사가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리오그란데 계곡은 강화된 단속을 피해 미국으로 가려던 밀입국자들이 잇따라 사망해 ‘죽음의 계곡’으로 악명높다. 지난해 미국행을 시도한 엘살바도르 출신 25살 아빠와 23개월 된 딸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곳도 바로 이곳이다. 밀입국자들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리오그란데 계곡에서 울프 장관대행은 “1월에 100마일, 6월 200마일, 8월 300마일에 이어 오늘 400마일까지 국경장벽이 건설됐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CBP 관계자와 육군 공병대 앞에 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 450마일(약 724㎞) 완공을 자신했다.국제이주기구(IOM) 실종이주자프로젝트(MMP)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다 사망한 사람은 총 2403명이다. 2019년에만 497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월에는 30대 멕시코 남성이 국경장벽을 넘다 추락사했으며, 임신 8개월 과테말라 여성 역시 3월 국경장벽에서 추락사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비행(非行)은 시작됐다 [소년범-죄의 기록]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비행(非行)은 시작됐다 [소년범-죄의 기록]

    ① 평범한 소년은 어떻게 범죄자가 됐나 서울신문은 평범한 소년이 어떻게 범죄의 굴레에 갇히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6개월간 보호처분을 받은 79명의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심층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소년범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건 국내 언론 사상 이번이 첫 시도다. 죄목은 절도, 폭력, 사기, 무면허 운전 등으로 다양했지만 소년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절대적인 가해자는 없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배제 속에 범죄를 되풀이했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또래의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했다. 열여덟 가영이, 열아홉 재영이 그리고 열다섯 민혁이를 통해 소년범의 세계를 옮겨 적는다. 아이들이 사회적 낙인의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진짜 이름은 숨겼다. 인터뷰는 소년범 6호 보호처분 시설인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과 전북 고창 희망샘학교, 1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을 위탁하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지소와 광주남부지소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차털이·조건사기·폭력··· 18살 가영이 “친구의 배신, 그 때부터 날 놓았어요” “차털이(문이 열려 있는 차 안에 있는 돈을 훔치는 것), 폭력, 절도해본 적 있고요. 아, 조건사기(조건만남을 위해 성매수남을 부른 뒤 돈만 빼앗는 것) 쳐봤어요. 이번엔 보호관찰 위반 때문에 왔고요.” 동그란 안경에 하나로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 말간 피부의 가영이가 무심하게 자신의 비행을 읊었다. 벌써 두 번째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 보호)이다. “공부를 잘한 건 아닌데 원래는 긴 치마도 입었고 착한 애였어요. 엄마 말도 잘 듣고.” 가영이는 어색한 듯 웃었다. 비행의 시작을 묻자 미간을 찌푸렸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중 2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학교 친구들한테 술이랑 담배를 배우긴 했는데요, 걔네한테 배신당한 게 큰 충격이었어요. 그 이후로 저 자신을 완전히 놓아 버린 거 같아요.” 그 무렵 가영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 믿을 만하던 친구들에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았던 게 시작이었다. “걔, 걸레래ㅋㅋ”, “순진한 척 하더니 뒤통수 쳤어” 친구들이 올린 일명 ‘저격글’(특정인을 공격하고자 올리는 글)은 꼬리표처럼 가영이를 쫓아다녔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숨어 펑펑 울었고, 그런 학교가 싫어 꾀병을 부렸다. 외로운 마음에 페이스북으로 만난 친구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기 시작했다. 결국 자퇴했고, 각자 다른 이유로 가출한 친구들과 모여 모텔을 전전했다. 회복하지 못한 피해의 경험이 가영이에게 비행의 씨앗이 됐다. 서울신문 자체 설문조사 결과 가영이처럼 학교폭력(11.8%)이나 가정폭력(17.6%), 기타 폭력(7.1%)의 경험이 있다고 말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가영이가 열 네살부터 지금까지 겪은 경험 대부분을 부모님은 알지 못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의 78.5%도 주보호자와의 관계가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 주보호자(32.4%) 보다 또래 친구나 애인(44.5%)을 먼저 찾는다고 답했다.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지도 않았지만, 애초에 소년들은 문제를 덮거나 그 상황을 벗어나는 데 급급했다. 소년들의 18.2%는 생활에서 어려운 점으로 가족과의 갈등을 꼽기도 했다. 그런 부모에게 아이의 비행은 갑작스럽다. 처음 절도 혐의로 파출소에 간 가영이를 마주한 엄마는 울며 가영이의 뺨을 때렸다. 가영이는 그런 엄마에게 맞서 싸웠고, 자해를 시도했다. 가영이는 애초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였던 순간에 엄마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제가 늦둥이 막내딸이에요. 밖에서 괴롭힘 당했다고 하면, 아빠·엄마 마음 아프게 할까 봐, 말 못하고 밖으로만 돌았거든요. 근데 그 이후로, 엄마한테 더 큰 상처를 줬어요. 제가 뭐에 씌었었나 봐요.” ‘대출놀이’ 휘말려 금은방 턴 19세 재영이“학교도 보육원도 저를 내치기 바빴어요” 재영이는 지난해 금은방을 털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정도의 비행은 했지만, 절도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는 재영이는 “제 삶이 좀 버라이어티하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대출놀이’의 보증을 잘못 선 게 화근이었다. 대출놀이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50%가 넘는 높은 이자로 되갚는 일종의 10대들의 고리대금업이다. “친구가 선배한테 빌린 원금이 70만~80만 원이었는데, 며칠 만에 250만원으로 불어 났어요. 친구는 당연히 튀었죠. 그랬더니 불똥이 보증 선 저한테 온 거에요. 친구는 전화를 안 받고, 선배는 ‘대신 갚으라’고 독촉했어요. 사정을 아는 또 다른 선배가 불러내 ‘돈 필요하지 않느냐.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금은방 털이를 시키더라고요. 반협박이었죠.” 대가는 혹독했다. 6호 보호처분 시설에 들어가자마자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자퇴하지 않으면 퇴학 처리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보육원에서 나고 자란 터라 대신 학교 문제를 처리해줄 보호자도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나름 명문고라서요, 저 같은 문제아가 있으면 학교에 먹칠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졸업장은 받고 싶었는데, 계속 선생님이 몰아붙이니까 퇴학당하면 정말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보호자라고 생각한 보육원도 등을 돌렸다. “보육원에서 저 같은 애는 감당 못 하겠대요. 새 쉼터 찾느라 퇴소가 늦어졌어요.” 재영이처럼 ‘부모와 선생님이 자신을 문제아 취급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한 아이들은 각각 29.2%, 27.8%로 절반을 넘었다. ‘시설에서 무슨 생각이 가장 많이 났냐’고 묻자 한참 말이 없던 재영이는 휴대전화만 만지작대다가 입을 뗐다. “금은방 주인아저씨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저씨가 경찰서에서 ‘이런 애들 감방 넣어야지’라고 호통 치셨거든요. 계속 그 얼굴이 생각나요. 그 사람도 피해자잖아요.” 또래의 외면이 두려웠던 아이들사회가 외면해 다시 범죄 늪으로 10대의 세계는 노골적이다. 또래에게 힘으로든 돈으로든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한 살 차이라도 깍듯하게 존댓말을 쓴다. 재영이처럼 말도 안 되는 선배의 차털이 제안도 거절하기 힘들다는 게 아이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아는 선·후배가 많을수록 인맥을 잘 관리한 유능한 친구가 된다. 또래와 어울릴 때, 10대는 용감해진다. “처음엔 장난으로 ‘저거 훔쳐볼까?’하다가 갑자기 한 명이 눈빛이 바뀌면서 이래요. ‘진짜 할래?’ 그때부터 걷잡을 수가 없는 거에요. 여기서 빼면 나약한 놈 되는 거에요”라는 재영이 말처럼 물러서면 또래 세계에서 밀려난다는 걸 10대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어울리다 보면 비행에 무뎌진다. 범죄 수법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험에 끌어들인다. 소년원을 다녀온 친구에게 차털이를 배웠다는 열다섯 살 민혁이는 한 번에 900만원도 벌어봤다. 친구들과 300만원씩 나눠 갖고 명품 옷을 사니 며칠 만에 다 썼다. 심심할 땐 턴 차를 운전해 친구들 드라이브도 시켜줬다. 승용차에 7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린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쓰릴’ 있었어요. 10대들이 무면허 운전으로 큰 사고 내는 기사 저희끼리도 다 보는데요, 전 안 죽을 거 같아요. 운전은 제가 잘 하거든요.” 아이들은 죄의 무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랑 노는 애들은 다 그러니까’다. ‘주변에 비행 경험이 있는 친구나 선후배가 많았냐’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한 아이들은 55.7%에 달했다. 민혁이는 범행한 순간을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퇴소 후 친구들이 또 놀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하는 척하면서 그냥 재껴야죠. 완전히 거부하기 어렵다면….” 민혁이가 씁쓸하게 웃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건 단순히 민혁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절반(33명) 이상의 아이들은 “친구에 휩쓸려 비행을 저지른 것이 후회된다”면서도 “보호처분 이후에도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소년에게 친구란 부모 이상의 친밀감과 안정감을 주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부모를 비롯한 사회 속 어른들이 소년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려울 때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민혁이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저 이미 나쁜 애로 찍힌 거 아닌가요? 사회 나가면 나쁜 짓 하는 애들한테 ‘내 꼴 안 나려면 정신 차리라’고 꼭 얘기할래요.”※ 본 기획기사와 인터랙티브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굴착기 기사 아빠는 쌍둥이를 낳는다-완주 4가구가 나란히 쌍둥이 출산

    “아빠 직업이 굴착기 기사면 쌍둥이를 낳는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 가장이 굴착기 기사를 하는 4가구가 나란히 쌍둥이를 출산해 화제다. 운주면 장선리와 완창리에 살고 있는 권혁태(57), 박동춘(50), 강호(48), 임철권(36)씨 등 4명 화제의 주인공인다. 이들은 모두 쌍둥이 아빠다. 가장 나이가 많은 권씨가 1996년에 먼저 이란성 쌍둥이를 얻었고, 6년 뒤인 2002년에 강씨가, 다시 10년 뒤인 2012년에는 박씨와 임씨가 각각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특히, 이들 4명의 직업이 모두 굴착기 기사다. 자녀가 모두 이란성 쌍둥이라는 점도 똑같다. 게다가 4명 모두 같은 초·중학교(운주초교∼운주중학교)를 나와 고등학교는 충남 논산시에서 졸업했다. 서로 반경 2km 안에 본가를 두고 학창 시절을 제외하곤 고향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도 똑같다. 강씨의 부인 노해정 씨와 박씨의 부인 이현주씨는 지난 2003년 대전의 한 백화점 1, 2층에서 수년간 함께 근무했던 인연까지 겹친다. 특정 동네에서 같은 업종에 몸담은 4세대가 이란성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대략 0.0019% 정도에 불과하다. 확률적으로 ‘1만분의 2’에 불과해 기적 같은 사례라는 것이다. 강한 운명의 끈으로 묶인 이들은 매달 한 차례씩 정기 모임을 가질 정도로 돈독한 우의를 자랑한다. 박씨와 강씨는 아예 사무실도 같이 쓰고 있다. 박씨는 “두 동네에 왜 쌍둥이가 많은지 과학적 분석은 없지만, 쌍둥이 아빠라는 공통점을 알기 전보다 훨씬 더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지난 2015년 개청 80년을 기념해 완주 기네스 128건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다시 개청 85년을 기념해 완주 기네스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직업도 같은 쌍둥이 아빠 4명’을 포함한 150건의 기네스를 재선정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스칼렛 요핸슨 개념 결혼식, “팬들은 어르신 끼니 돕는 자선단체 기부를”

    스칼렛 요핸슨 개념 결혼식, “팬들은 어르신 끼니 돕는 자선단체 기부를”

    “부부의 결혼 소망은 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취약해지는 어르신들을 위해 다른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핸슨(36)이 하객은 최대한 적은 숫자를 초청하고 노인층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선단체 ‘밀스 온 휠스’에 기부해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하는 검소한 결혼 예식을 지난 주말 미국 뉴욕 근처 팰리세이드에서 올렸다고 영국 BBC가 30일 전했다. 이 단체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코로나19 관련 안전 조처를 준수하며 직계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만으로 내밀하게 예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요핸스의 대변인도 예식을 이미 마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예 전문매체 TMZ도 전했다. 신랑은 2017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시즌 마지막회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처음 만난 작가 겸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38)로 둘은 지난해 5월 약혼했다. 조스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요핸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제작하는 ‘블랙 위도우’ 출연 계약을 맺으면서 2500만 달러, 흥행이 잘 되면 3100만 달러의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출연료를 받는 여배우가 됐다. 2008년 라이언 레이널즈와 결혼했으나 2년 뒤 합의이혼했다. 2014년 3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 도중 임신 사실이 보도됐는데 아기 아빠는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세 살 연상의 약혼자 로맹 도리아크였다. 같은 해 9월 5일 딸 로즈 도로시를 낳고 다음달 결혼했는데 2017년 이혼 후 양육권을 갖고 딸을 혼자 길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소영 칼럼]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

    [문소영 칼럼]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

    TV프로그램 중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다. 홀로 사는 늙은 남자가 주인공이다. 산과 들에서 채집하고, 화전을 일구거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 닭을 쳐서 단백질도 공급한다. 늙은 남자가 홀로 요리하고 청소하는 모습은 궁상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고 수도관도 없으니 정부로부터의 간섭에서도 자유롭다. 사실 남성들의 판타지에 가깝지만, ‘자연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다수의 남성들이 본방을 사수하며 ‘나도 언젠가는 자유롭게!’와 같은 꿈을 꾼다. 그러나 잠시 돌아보면 세상을 등진 그 자연인에게 돌봐야 할 아내나 가족들은 없는 것일까, 의심이 생기지 않는가. 평소 저리 바지런히 일하고 협력한다면 항상 환영받고 사랑받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또 남의 땅이나 국유지에서 탈법에 가까운 채집 활동이나 화전을 일군 것은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되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이 자유인인 ‘늙은 남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려다가도 괘씸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자본주의에서 돈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고통이 남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그림자 노동’인 집안일과 돌봄 노동, 육아 등으로 온종일 시달리는 여자의 입장, 특히 늙은 여자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자연인에는 여자 주인공이 출현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생기지 않는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외교부의 해외여행 자제 요청에도 요트를 사러 미국행을 감행했다는 보도를 보고, 정부 차원의 큰 악재가 터졌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한이틀 시끌시끌하더니만, 강 장관이 국회에서 “말린다고 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로, 강 장관의 ‘남편 리스크’는 싹 사라져 버렸다. 젊은 세대는 논란거리라고 평가했지만, 50대 이후 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더는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여러 경로로 만난 50대 이상 남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니 아내의 만류에도 거침없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인으로 사는 남편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고, ‘마누라가 장관이더라도 무슨 상관이냐’는 반발도 깔려 있었다. 평소 진영에 따라 홍해가 갈라지듯이 입장이 갈리던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서는 너그럽기 짝이 없었다. “남자는 늙어도 철이 없어서…” 하면서 쓱 넘어가는 것이었다. 만약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는 일을 장관의 아내가 했더라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하루이틀 만에 사건이 가라앉지도 않을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주장은 일부종사를 강요받는 아내의 미덕일 뿐, 남편의 자유로운 영혼은 늘 존중받고 추앙받는 세상인 것인가.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게 진정 가혹했다. 고위직도 다르지 않다. 김영삼 정부에서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국회 답변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진이 1면에 보도되면서 건방지다는 비난에 시달리다가 10개월 만에 교체된 일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장상 국무총리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시어른들이 해서 본인은 모른다고 답변했다가, 자신의 잘못을 감히 시어른들에게 떠민다는 괘씸죄에 걸려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 법무장관은 자신의 지휘를 받기를 거부하던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이 문제가 돼 초대 여성 법무장관직에서 1년 5개월 만에 물러나야만 했다. 출세한 여성들도 이럴진대, 나머지 한국 여성들의 삶은 ‘지옥에서 사는 사계절’ 같기도 하다. 남자친구가 동영상을 유출하려고 해 무릎 꿇고 빌었던 구하라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노브라를 탓하며 혐오 댓글을 배설하는 누리꾼에 시달리던 설리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한국 남성들은 자기 몫의 역할은 하지 않은 채 사랑과 관심이라고 포장해, 여성의 몸과 자기선택권에 대한 간섭질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폐지를 선언한 낙태죄를 그 취지를 살리지 않고 정부가 되살리는 입법안을 내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부당한 일이다. 태중의 생명권이 소중하다면서, ‘태아의 아빠’조차 돌보지 않아 홀로 책임을 안은 여성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는 왜 이해가 부족한 것인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을 위해 배우자와 연인의 외조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자유인을 빙자해 그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성의 판단과 결정권은 모든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여성도 ‘말린다고 해도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로 거듭나야 한다. symun@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더이상 취미가 아닌 반려동물

    [홍석경의 문화읽기] 더이상 취미가 아닌 반려동물

    “내 딸이 12시간 동안 쇠창살에 찔려 죽었다”라는 헤드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꿈에 그리던 사모예드를 입양해 기르던 20대 여성이 취업 면접을 위해 반려견을 2박 3일 동안 애견호텔에 맡긴 사이, 물도 사료도 없이 갇힌 개가 탈출하려다 쇠창살에 뒷다리가 걸려 매달린 채 죽어 간 처참한 사건이다. 애견호텔은 무허가 영업이었고 법이 정한 대로 시청의 농축산과 관할이었으며, 반려동물 보호를 위해 필요한 공적 일손은 턱없이 모자란 상태였다. 이 기사는 반려견의 치사를 다루지만, 제목만으로도 학대당하는 어린이를 대하는 정서적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반려견을 아이로, 자신을 엄마 아빠로 부르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있고, 이 땅에 온정이 필요한 취약층이 많은데 기껏 동물에게 온갖 정성을 다한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을 이해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 가정의 27%가 1500만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위 사례와 같이 많은 경우 반려동물이 유일한 동거자다. 일인가구의 증가 속도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한국 사회가 급격히 개인화하고 있으며 전통적 가족제도가 해체 중임을 말해 준다. 이 상황 속에서 개인의 반려동물 기르기는 우리 사회 성원들의 정신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요건이 됐다. 팬데믹은 신체적 접촉과 사회적 관계를 더욱 엷어지게 만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가와 포옹을 원하고 빈집에서 나의 귀가를 기다리는 존재. 관계에 대한 복잡한 고민 없이 한없이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안을 준다. 인간은 가족일지라도 미움과 애정이 뒤얽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반려동물은 주인과 오직 애정으로만 연결돼 있다. 나 스스로 프랑스에서 입양한 골든리트리버를 서울로 이사할 때 데려와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기에 일상 속 도심의 반려견 문제를 속속들이 경험했다. 반려동물 문제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개와 고양이의 차이, 대형견과 소형견주 사이의 갈등, 공격적 개의 관리, 유기견, 식용견 문제, 반려동물 의료비와 보험 문제 등 인간과 동물의 평온한 공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반려동물의 인간 사회 속 필요성이 위와 같기에 이제는 일부의 취미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150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다. 반려동물과의 숙박과 이동은 제한적이고, 가능하더라도 대부분 소형견 편의 중심이다. 대형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극소수이고 심지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안내견조차 입장이 거부되는 공간이 많다. 인간이 신의 놀이를 통해 만들어 낸 수많은 종류의 반려견들이 오직 주인인 인간을 사랑하고 따르지만 대부분 인간의 공간에서 거부된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고 그 능력은 이번의 팬데믹 사태와 같은 위기 속에서 가감 없이 발휘됐다. 그런데도 필자의 오랜 비교사회적 경험에 의존해 판단할 때 한국 사회 속에서 여전히 부족한 것이 약자와 타자를 품는 능력이다. 필자의 이런 비교가 과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감히 말하건대 그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약자를 품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정서적 균형이 깨졌을 가능성이 크고 이들은 어린이와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을 학대할 가능성도 크다. 학대까지는 아니어도 잘 길든 반려동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결국 뭘 거부하는 것일까? 시각장애인과 인도견을 거부하는 식당 주인은 장애인을 거부한 것일까, 개를 거부한 것일까? 서구의 도시와 시골에서 식당과 상점에 주인과 함께 자유롭게 출입하는 반려견들의 모습이 부러운 것은 곧 타자와 약자를 품는 능력, 나와 다른 존재와 때로는 불편함을 참고 공존하는 능력이 부러운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시작됐다. 인간이 정착하기 오래전부터 자연을 길들인 첫 번째 성공담인 개의 존재가 확인되고, 모든 문명에서 동물과의 동거와 공존이 발견된다. 인간의 미래에 AI를 장착한 로봇과 반려동물 중 골라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온기를 지닌 반려동물을 선택할 것이다.
  • 라이언 킹 붉어진 두 눈엔 30년 함께 뛴 그의 그림자

    라이언 킹 붉어진 두 눈엔 30년 함께 뛴 그의 그림자

    “아버지도 은퇴한다고 말씀” 눈물 흘려2009년 전북 리그 우승이 최고의 순간2002·2006년 월드컵 낙마에 가슴 아파A급 지도자 과정 이수하며 앞날 생각“몸은 그대로지만 정신이 약해져 은퇴를 결심했다.” ‘K리그의 전설’ 이동국(41·전북 현대)의 은퇴 이유는 신체와 정신의 부조화를 더이상 버텨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부상 때문에 그만둔다고 짐작하시겠지만 몸 상태는 아주 좋다”며 “몸이 아픈 건 이겨 낼 수 있지만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지금껏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부상 이후 사소한 일에 조급해지더라. 욕심내 들어가려 하고 조그만 일에도 서운해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23년 동안이나 현역 생활을 이어 온 비결에 대해 이동국은 “바로 앞의 경기만 바라봤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를 잊어버렸다”면서 “프로 선수라는 직업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최고의 미덕이다.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장점을 만들면 프로에서 롱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38년 K리그 역사상 ‘최고’라고 불릴 만한 활약을 펼쳤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지금까지 총 844경기를 뛰면서 모두 344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동국이 웃기만 한 건 아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에게 외면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TV로 지켜만 봐야 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2009년 전북 입단 뒤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게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4년 뒤 독일 대회를 앞두고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두 달 남기고 부상으로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쳤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34분이 지나도록 담담하게 얘기하던 이동국은 기자회견 전날 밤 아버지와 대화한 얘기를 전할 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30년 넘게 ‘축구선수 이동국’과 함께하신 아빠도 은퇴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고 소개했다. 그와 같은 ‘토종 공격수’가 없다는 견해에 대해 이동국은 “출전 시간을 보장해 주면서 구단이 계획을 세우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해 이동국은 “A급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지만 아직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만약 ‘오버 42세 룰’이 생기면 내가 1년 더 현역 생활을 할 생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한 컷 세상] 비눗방울처럼

    [한 컷 세상] 비눗방울처럼

    한 어린이가 아빠가 만들어준 비눗방울 놀이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알록달록한 빛깔이 오랜만에 외출한 듯한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 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에 황사 그리고 미세먼지까지 겹쳐 더욱 흐린 기분이 드는 요즘이지만 이 아이의 미래는 비눗방울처럼 투명하고 오색찬란하길 바라봅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단독] 바다 건너 7년째 옥바라지한 노모… 무기징역수 아들 벼루예술가 되다

    [단독] 바다 건너 7년째 옥바라지한 노모… 무기징역수 아들 벼루예술가 되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간 부모를 따라 이민 길에 오른 네 살 소년은 서른세 살 수형자의 신분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아들 때문에 다시 귀국한 70대 노모는 충남 홍성교도소 옆에 쪽방을 얻고 옥바라지를 시작했다. 어느덧 40대가 된 소년은 교도소에서 배운 벼루공예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됐다. 아들이 만든 벼루를 빠짐없이 사 모은 어머니는 그의 새 출발을 간절히 바란다. 제75회 ‘교정의날’(10월 28일)을 맞아 열린 교정작품전시회에서 벼루 와당쌍용연으로 금상을 거머쥔 무기징역수 정찬수(42·가명)씨 모자의 이야기다. 수형자들이 교도소에서 만든 작품을 모아 해마다 전시하고 시상하는 행사에서 정씨는 5년 연속 상을 받았다.●LA 흑인폭동 휘말린 부친… 트라우마 겪던 아들도 17세 때 총격 사건으로 美 감옥 수감 1982년 미국에 건너간 정씨 가족은 이민 10년 만인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폭동에 휘말렸다. 그의 부친은 가족의 꿈과 희망인 마트를 지키려다 갈비뼈에 5발의 총상을 입었다. 흑인들은 피 흘리는 아버지를 버려둔 채 마트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아버지는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았다. 이 일을 계기로 정씨는 늘 총을 지니고 다녔다. 이듬해 한인 교포 중심의 갱단에 가입한 정씨는 1994년 17세의 나이로 총격 사건에 휘말려 무기징역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교도소 수형자는 흑인 아니면 히스패닉(중남미계 이주민)이었다. 아시아인은 100명 중 2명꼴. 정씨는 사회에서 느낀 소수자의 서러움을 교도소에서도 겪어야 했다. 정씨가 한국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었다. 정씨의 부친은 생전 “찬수야, 한국 가면 엄마랑 아빠도 한국에서 같이 살고, 거기서 좋은 일도 많이 하자”고 말하곤 했다. 정씨는 아버지의 바람을 따라 한국 교도소로 이송을 신청했다. 2005년 한국이 미국 등 주요 국가와 국제수형자 이송 협약을 맺으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그러나 정씨의 아버지는 끝내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죽음에도 미국 교도소는 가석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씨는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채 부친을 떠나보낸 일을 여전히 마음 아파한다. 정씨가 2011년 홍성교도소로 이송된 지 3년 후 그의 어머니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아들을 찾아왔다. 올해 74세인 노모는 교도소 근처에 살면서 7년째 매주 아들을 면회하고 있다. 교도소 직원들은 정씨의 어머니를 두고 “처음 2년은 교도소 민원실에서 살다시피 하셨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한국말이 서툰 아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책을 찢어 몰래 아들 손에 쥐여 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어머니 마지막 소망은 아들이 빨리 가석방돼 벼루 만들며 한국에 적응해 살았으면 정씨는 2015년 벼루공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됐다. 경력 6년차인 그는 다른 수형자의 벼루 제작을 지도하는 최고참이 됐다. “작업장에 먼지도 많은데 하지 말라”며 말리던 어머니는 누구보다 아들을 응원하는 ‘1호 팬’이 됐다. 교정작품전시회에 나온 아들의 벼루 작품을 직접 구매해 모으기도 했다. 정씨는 올해 말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벼루를 만들며 이 땅에서 사는 것, 서로의 손을 꼭 잡은 모자의 마지막 소원이다. 한국말이 능숙해진 정씨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벼루공예를 계속하면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성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