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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Out] 격랑 예고된 한일 관계를 보는 눈/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격랑 예고된 한일 관계를 보는 눈/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를 서울과 도쿄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인권 변호사, 참여연대 창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주도, 희망제작소라는 새 시민운동 시도 그리고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운동을 통한 민주주의를 다지는 데 참으로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했다. 한일 역사 문제에서는 일본에 엄격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일본의 시민운동과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고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 관리가 허술해 안전보장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누가 봐도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압력 수단으로 취한 게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대일 강경 자세를 강화했다.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다는 일본과 맺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연장하기 어렵다며 파기를 카드로 내세웠다. 결국 지난해 11월 협정 기한에 임박해 보류했지만 파기라는 선택은 남겨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때의 한일 휴전도 일단락돼 판결 집행을 위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했으나 일본의 반응이 없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이 차기 WTO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WTO 내에서의 한일 대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과거사 문제가 터졌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 만든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에서 “한반도 출신자가 군함도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는 섬 주민의 증언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은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의사에 반해 일부 시설에 끌려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에 약속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약속 위반이라며 세계유산 등재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게다가 일본은 주요 7개국(G7)에 한국 등을 초청하는 미국의 G11 구상에도 반대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금화가 실시되면 일본 정부가 보복하고 한국이 응수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일 일각에선 상대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관계가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고, 한국에서는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에서 다른 정치인으로 교체되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존재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양국의 국내 정치 사정을 보면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1년간의 한일 관계를 뒤돌아보면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 사회까지 한일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거나 개선하려는 명확한 의사나 동기를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는 한일 갈등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를 둘러싼 국제 관계는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불투명하고 내향적으로 바뀔 것 같은 미국. 난폭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대외 행동. 그리고 비핵화와 관련해 언제 긴장 고조로 방향을 틀지 모르는 북한이 있다. 한일 모두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 선택의 폭이 좁아져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한반도 연구자로서, 국제정치 연구자로서 암담해진다. 다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공유해 주는 것은 역시 한국의 연구자들이다. 이런 한국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 日방위백서, 16년째 독도 영유권 주장… 정부, 주한 日공사·무관 초치

    日방위백서, 16년째 독도 영유권 주장… 정부, 주한 日공사·무관 초치

    일본 정부가 올해 발간한 ‘방위백서’에서도 한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0년판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이 가운데 자국 주변의 안보환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우리나라 영토인 북방영토(남쿠릴열도 4개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토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지도 등에서도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했다. 방위백서를 통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인 2005년 이후 16년째다. 외교부는 논평을 내고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소마 히로히사(왼쪽)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국방부는 마쓰모토 다카시(오른쪽) 국방무관을 각각 초치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일본은 또 북한이 자국을 공격할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이미 실현해 보유하고 있다는 표현을 백서에 새롭게 담기도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국방부, 日 무관 초치… ‘독도 도발’ 방위백서 강력 항의

    국방부, 日 무관 초치… ‘독도 도발’ 방위백서 강력 항의

    국방부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의 ‘방위백서’와 관련해 마츠모토 타카시 주한 일본 국방무관(항공자위대 대령)을 초치해 항의했다. 국방부는 14일 “이원익 국제정책관은 이날 오후 2시 일본 방위백서에 기술된 일측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마츠모토 타카시 주한 일본 무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0년 판 방위백서 ‘일본의 방위’를 채택했다. 일본은 올해 백서에서 자국 주변의 안보 환경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판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식 표현)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 도발에 나선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시절인 2005년 이후 16년째다. 국방부는 “일본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양국간의 현안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 결정 및 통보를 한 것임을 강조하고 양국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일측의 진지한 노력을 엄중히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이순신 장군, 거북선 그리고 기초과학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이순신 장군, 거북선 그리고 기초과학

    오래전 미국 텍사스주에서 운전을 하던 중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이순신’이라는 단어를 듣고 놀랍고 반가워서 귀를 기울인 적이 있다.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이 1592년 조선을 침공했지만 전술적으로 뛰어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대항했고,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승전을 거두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외국에서, 그것도 공영 라디오에서 이순신 장군을 칭송하다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그 프로그램에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이 거둔 엄청난 승리는 거북선이 있었기 때문이고, 당시 조선이 거북선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기반의 과학기술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얼마나 혼이 났으면 일본은 그 후 300여년 동안 감히 조선을 다시 침공하지 못했고, 이순신 장군의 전사와 함께 거북선도 홀연히 사라졌다고 언급하면서 방송은 끝을 맺었다. 임진왜란 무렵 유럽에서 일어난 과학혁명은 서구 지식사회를 바꿔 놓았고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됐다. 내가 아는 어떤 물리학자는 한국에 노벨과학상을 받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기술자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보면, 과학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결코 허황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필자는 물리학자로 희귀한 원자핵의 기본 성질과 우주 원소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이온가속기라는 거대한 실험시설이 필요하다. 가속된 입자들을 서로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발견하고 핵의 구조를 연구하는 것인데, 이 지식은 재료, 의생명과학 분야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런 가속기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만 있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최첨단 중이온가속기를 대전 신동지구에 건설하고 있다. 가속기가 가동되면 이제껏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문화예술 강국 한국이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국격을 드높일 수 있게 중이온가속기가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단에 서다 보면 ‘물리가 제일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 학문은 추구하는 목표와 방법이 다를 뿐 어느 학문이 더 어렵고 쉽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이를테면 음치이면서 피에 대한 공포가 있는 필자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의사를 하라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그 진가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이므로 많은 사람들은 예술과 의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과학이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때보다 과학과 기술력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은 인정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의학과 융합된 과학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할 수 있다. 경제력 측면에서도 지적소유권과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선진국과 기초과학의 바탕이 없이 경쟁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보복으로부터 딱 1년이 됐다. 우리나라가 처한 다양한 도전과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과 과학자의 책무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다시 한 번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되는 아침이다.
  • 퇴진 위기서 아베 구한 ‘오른팔’ 보은 인사 논란

    퇴진 위기서 아베 구한 ‘오른팔’ 보은 인사 논란

    자신에 대한 충성 여부를 요직 임명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또다시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공을 세운 관료를 최근 재무성 사무차관에 내정했다. 정치인이 장관(대신)을 맡는 일본에서 사무차관은 부처 업무를 총괄하는 관료사회의 정점이다. 사실상 한국의 장관에 준하는 비중을 갖는다. 마이니치신문은 13일 오타 미쓰루 재무성 주계국장이 사무차관에 내정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핵심은 그가 ‘모리토모 학원 공문서 조작’ 사건에 깊이 관련됐다는 점이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의 지인이 이사장인 모리토모 학원에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재무성이 대대적인 공문서 조작을 했고, 2018년 봄 이 사실이 드러나 아베 총리는 퇴진 직전까지 몰렸다. 오타 국장은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으로서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 추궁으로부터 아베 정권을 지키는 데 공을 세웠다. 당시 재무성 관계자는 “오타 국장이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궤변과 허위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트위터에는 ‘#오타 국장의 차관 내정에 항의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하며 집단적 항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모리토모 사건의 증거를 숨기거나 거짓말을 했던 사람을 재무성 최고 자리에 앉히는 것은 아베를 지킨 데 대한 논공행상”이라고 비판했다. 아베 정권에서 발생한 갖은 의혹과 추문에 여러 공무원이 연루됐지만, 이들은 대부분 사후 혜택을 입었다. 오타 국장의 전임자로 공문서 조작을 주도했던 사가와 노부히사는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고, 당시 검찰 수사 무마에 공을 세운 구로카와 히로무 전 검사장은 검찰총장 일보 직전까지 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아베 “한국보다 대만에 대해 먼저 입국제한 완화하라” 지시

    日아베 “한국보다 대만에 대해 먼저 입국제한 완화하라” 지시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의 부분적 완화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보다는 대만에 대해 먼저 이뤄지게 하라고 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부터 외국과의 선별적인 왕래 재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1차 협상 대상국은 베트남과 태국, 호주, 뉴질랜드의 4개국으로 정해졌고 그 다음의 2차 협상 대상으로 한국, 중국, 대만이 설정됐다. 아사히는 “2차 협상을 검토하는 시점에 ‘대만을 (한중보다) 앞에 두라’는 아베 총리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내 보수파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대만을 한국이나 중국보다 앞세워 지지층의 반발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아베 총리의 지지층은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이웃나라인 한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외무성이 “교섭의 시작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두 나라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그 결과 협의는 동시에 시작하되 합의는 대만과 먼저 하는 방안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9일부터 한국과 중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처를 취했으며 현재 129개 국가 및 지역에 대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횡설수설에 동문서답까지…日아베, 무능력 불량각료 골머리

    횡설수설에 동문서답까지…日아베, 무능력 불량각료 골머리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을 구성하는 대신(장관)들 중 상당수가 정책 및 실무에 대한 무지와 무능력, 부적절 발언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각료 중 한 명이 자기 소관부처의 정책과 반대되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무능한 각료의 대거 등장을 아베 총리 장기집권이 낳은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꼽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복구 및 재생을 담당하는 다나카 가즈노리(71) 부흥상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관련한 피난 지시의 해제 요건과 관련해 “정부 방침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틀 전인 1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오염제거 작업을 하지 않고도 피난 지시를 해제하는 쪽으로 기존 방침을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였다. 소관 정책 최고 책임자로부터 뜻밖의 답변이 나오자 의아해진 기자들이 재차 질문을 했지만, 다나카 부흥상은 “지역별로 각각의 사정이 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식의 동문서답을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결국 자기 부처의 중요한 정책방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나카 부흥상은 가나가와현 지방의회를 거쳐 중앙 정계로 진출한 8선의 중진의원. 지난해 9월 개각 때 처음 입각했다. 그는 부흥상 발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자기 소관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질문에 “담당이 아닌 사람이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해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현재의 아베 내각에는 이른바 ‘입각 대기조’ 출신들이 여러 명 포함돼 있다. 통상 당선횟수 기준으로 중의원은 5회 이상, 참의원은 3회 이상의 중진급 이상 의원들을 정가에서 입각 대기조로 부른다. 각료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느냐 없느냐는 정치인으로서의 무게감에 있어 하늘과땅 차이다. 그래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입각에 안달을 내지만 소관부처의 정책실무나 국회·언론에 대한 답변능력 등과 같은 각료로서의 자질을 모두가 갖추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아베 총리는 과거 어떤 총리보다도 능력보다는 입각 대기조의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 개각을 할 때마다 ‘재고처리’라는 야유를 받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각료들에 의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다케다 료타(52) 국가공안위원장 겸 행정개혁 담당상은 국회에서 종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 답변으로 일관하다 심의 자체를 중단시키기도 했고, 기타무라 세이고(73) 지방창생담당상은 자신의 기본적인 업무 범위와 법률조차 몰라 망신을 산 뒤 기자회견에서 ‘공부부족’이라며 자기비판을 하기도 했다. 압권은 지난 3월 모리 마사코(56) 법무상이 아베 총리의 무리한 측근 검사장 정년 연장에 대해 추궁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그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정년 연장과 관련한 법 해석을 변경한 이유가 사회정세의 변화라고 했는데,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고 묻자 “동일본대지진 당시 검찰관(검사)이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시민들이 피난하는 중에 가장 먼저 도망쳤다. 구속돼 있던 10여명을 석방하고 도망쳤다”고 했다.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는 답변에 같은 여당 의원들조차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아베 총리의 내각 인선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같이 정권의 뼈대를 이루는 인사들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이어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간사장대행처럼 자신이 직접 키운 정치인이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처럼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정치인을 요직에 채워 넣는다. 마지막 단계가 재고처리다. 당내 7개 파벌을 순서대로 안배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자리에 끼워 맞춘다.오카다 겐지 센슈대 교수(정치학)는 “아베 총리는 실무능력은 상관없이 얼마나 정권에 공헌했는지를 각료 인선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면서 “그 결과 정책을 연구하는 정치가는 줄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각료들이 줄줄이 나타나게 됐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정치 저널리스트 스즈키 데쓰오는 “파벌 안배형 인사로 인해 총리의 임명 책임이 모호해지면서 재고처리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각료 인선에 대한 책임이 총리보다는 파벌 영수에 있게 다 보니 불상사가 일어나면 해당 파벌 측이 오히려 총리에게 부채의식을 안게 되는 식”이라며 “그러나 방재·부흥과 같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자리에 이상한 인사가 발탁되면 국민들에 대한 피해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종락의 시시콜콜] 아사히신문의 용기

    일본은 전 세계에서 아직도 종이신문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 2016년 공개한 ‘유료 일간지 발행부수 상위 10위’엔 일본신문 4개가 올랐다. 1위는 910만부를 찍는 요미우리신문이었다. 2위 아사히신문(660만부), 6위 마이니치신문(316만부), 10위 니혼게이자이신문(270만부) 등이다. 2018년 12월 자료에는 요리우리신문 851만부, 아사히신문 595만부로 신문부수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다 발행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부수는 요미우리신문이 많지만 영향력은 아사히신문이 더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1위 신문에 올랐지만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을 거론할 때는 단연 아사히신문을 꼽는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아사히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청산의 시각차 때문에 아베 정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수시로 아사히신문을 공격하고 우파 언론과 우익들은 대놓고 아사히신문을 매국지로 몰아붙인다. 국회의원, 학자, 언론인 등이 포함된 일본인 8700여 명은 지난 2015년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기사를 문제삼아 위자료 지급과 사죄 광고 게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에 대한 테러 위협은 물론 이 전직 기자가 홋카이도의 호쿠세이학원대에 초빙교수로 가려고 하자 대학측에 항의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런 아사히신문이 23일자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일본 정부가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신문은 “지금의 양국 사이에 가로놓인 문제의 본질은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 대응이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싹튼 양국 정부 간의 위기관리 대화를 발전시켜 징용공 문제를 타개할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정권과 우익세력들의 엄청난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신문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적 국제적 양심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있다. 과거사 난독증에 빠진 일본 사회를 일깨우는데 앞장서는 아사히신문은 가히 ‘일본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들을만 하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네오콘 볼턴과 극우 아베의 합작품/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오콘 볼턴과 극우 아베의 합작품/오일만 논설위원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의 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워싱턴으로 기수를 돌렸다. 북미 종전선언에 사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하기 위함이다. 아베의 노력(?) 덕인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유예됐고 이후 북미 관계는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막을 내렸다. 2018년 4월 미일 정상회담 직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 군사력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이라고 속삭였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진전을 막으려는 이런 아베 총리의 필사적 방해 공작은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최근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담긴 내용이다. 볼턴이란 인물은 알다시피 신보수주의자 네오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면서 세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네오콘의 이런 세계 전략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서 무기 장사에 나서는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이른바 정상국가가 돼야 한다는 일본 극우세력을 상징한다. 볼턴 전 보좌관과 아베 총리의 ‘케미’는 일본 극우와 미국의 우파 세력이 어떻게 손을 잡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이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자명하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은 이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반도가 평화지대가 되면 북한이란 ‘악의 축’을 고리로 그들이 누렸던 동북아에서의 정치적 기득권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남북 군사 대결이 지속돼야 힘이 실리는 미일 군사동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볼턴을 필두로 네오콘 세력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네오콘 세력은 4년 전 미 대선에서 세계 경찰 역할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선택한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자와 결별했다.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국가안보 고위직을 지낸 50여명이 공개 서한을 통해 “트럼프는 미국의 안보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들이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바이든 대선 후보 진영으로 몰려갔다. 볼턴이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 역시 트럼프 낙선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해 남북의 생존과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로선 작금의 현실이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북미 관계 자체를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미 제네바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면서 2002년 ‘2차 북핵 위기’를 일으켰던 강성 네오콘의 재등장은 물론 사사건건 북미·남북 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포위된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까지 완강하게 대화를 거부하는 최악의 국면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서훈(국가안보실장)-박지원(국정원장)-이인영(통일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을 출범시켰다. 경색된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만들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들의 첫 관문은 한미 공조라는 명분으로 남북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한미워킹그룹의 대대적 개편 작업일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승인한 인도적 사업들도 이 워킹그룹의 반대로 번번이 좌초됐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의 사례를 보자. 2019년 1월 이 약품을 북으로 싣고 갈 화물 차량이 휴전선을 통과하는 것이 워킹그룹에서 문제로 지적돼 무산됐다. 인도적 사업조차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북 관계를 위한 소통창구가 일본 통감부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굳건한 한미 동맹과 긴밀한 한미 공조도 한반도 안정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것이 미국 국익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사용돼선 안 될 일이다. 부부끼리도 싸우는 세상에 한국의 국익이 미국과 완전하게 일치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한미 공조의 이름으로 우리의 국익마저 침해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굴종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한미 동맹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미 공조 프레임’은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당당하게 한국의 국익을 표출할 때 그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과천부터 기어가는’ 우리의 저자세 외교로는 한국의 이익을 절대로 관철시키지 못한다. oilman@seoul.co.kr
  • 서훈 안보실장, ‘아베 최측근’ 기타무라와 통화

    서훈 안보실장, ‘아베 최측근’ 기타무라와 통화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8일 일본 측 카운트파트(협상상대)이자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보국장과 통화를 갖고 양국 현안과 함께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오후 5시 기타무라 국장에게 취임을 축하하는 전화를 받고, 25분간 통화했다”고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사무국이다. 경찰 출신인 기타무라 국장은 제1차 아베 내각에서 총리 비서관을 지냈고, 2011년 12월 내각정보관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 내각정보관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수장이다. 기타무라는 아베 총리가 가장 자주 만나는 참모로도 알려졌다. 2012년 말 재집권 뒤 4년 동안 무려 659번을 만났다고 한다. 서 실장은 국가정보원장 시절부터 기타무라 국장과 긴밀하게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실장이 내정된 이후인 지난 4일 일본 닛케이는 “서 실장이 일본의 기타무라 국장과도 ‘파이프’가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서 실장은 지난 2018년 3월에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 정의용 특사단장(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 방북 성과를 전한 이후 특사 자격으로 일본에 들러 아베 총리에게 방북 내용을 설명하고 기타무라 내각정보관과 핫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단독] ‘헬로키티’ 日기업 산리오, 극우세력과 공동 마케팅 논란

    [단독] ‘헬로키티’ 日기업 산리오, 극우세력과 공동 마케팅 논란

    세계적인 캐릭터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최대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가 극우세력이 소유한 호텔체인 아파(APA)그룹과 협업 마케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반전평화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경영해온 캐릭터업체가 과거 일제 침략전쟁 부정 등 경영진의 극우 망언·망동으로 유명한 기업과 제휴한 데 대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8일 아파그룹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아파호텔은 지난달부터 산리오의 주요 캐릭터인 ‘구데타마’를 자사의 레토르트 제품 ‘아파사장 카레’ 디자인과 마케팅에 활용한 판촉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데타마 캐릭터에 모토야 후미코 아파호텔 사장 관련 이미지 등을 합성했다.산리오는 헬로키티와 구데타마 외에도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 등 많은 히트작 라인업을 거느린 일본 최대의 캐릭터 전문기업이다. 반면 아파그룹은 한국·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내에서도 극우 이미지로 유명하다. 모토야 도시오 대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로의 제언’ 등 극우성향의 책들을 직접 저술한 인물이다. 2017년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에는 위안부 강제동원과 중국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서적을 비치해 비난받았다. 아베 신조 총리 후원 모임인 ‘아베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산리오와 아파그룹의 콜라보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는 꿈과 미래를 지향하는 세계적 캐릭터회사가 극우성향 기업과 제휴한 데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모리야 가즈히로라는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파그룹 경영자는 극우인사이면서 인종차별주의자다. 조금만 조사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만큼 콜라보(협업)를 재고하기 바란다”라고 썼다. 후루카와 하루미라는 네티즌도 “반전 이념을 가진 산리오를 좋아했다. 산리오의 귀여운 캐릭터도 좋아했다. 잘되기를 응원하는 기업 중 하나였지만, 인종차별주의자와의 콜라보라니 충격이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日 극우 약진

    [씨줄날줄] 日 극우 약진

    지난 5일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67) 지사가 59.7%의 득표율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압도적 우세 속에 고이케 지사는 가두유세 없이 온라인 선거운동만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역 지사의 강점을 살려 매일 코로나 상황을 TV 브리핑한 게 유일한 선거운동이었다. 큰 실수 없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지사를 도쿄도민들이 갈아치울 이유는 없었다. 고이케의 이집트 카이로대학 졸업증서가 가짜라고 의혹을 제기한 베스트셀러 ‘여제(女帝) 고이케 유리코’라는 논픽션이 막판 변수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선거 결과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따라서 관심은 등외 후보의 부침에 쏠렸다. 그중에서도 무려 17만 8785표를 획득해 5위를 한 극우 중의 극우 ‘일본제1당’의 당수인 사쿠라이 마코토(48)의 약진은 적지 않은 일본인에게 충격을 줬다.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에도 출마했던 사쿠라이는 당시 11만 4000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에 무려 6만표 이상 득표를 늘려 호사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사쿠라이는 혐한의 기수다. 2006년 재일한국·조선인의 특별영주권 폐지 등을 요구하는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을 만들었다. 각지에서 혐한 시위를 주도하고 차별을 조장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코로나19를 ‘우한 폐렴’, 중국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시나인’, 중국 정부를 ‘중공’이라 부르며 중국인 관광객 입국 거부나 배척을 호소했다. 극단적인 주장에 동조한 일본인들이 늘어난 것은 일본 침체에 따른 우경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극우 분열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는 “도쿄에서 극우 세력이 증가했다기보다 극우 내분으로 한층 과격한 사쿠라이에게 잠시 표가 몰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초극우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은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도시부에서 일시적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으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득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초극우의 약진 속에 야당의 지리멸렬도 눈에 띄었다. 야당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완패하자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아베 신조 총리 측이 ‘때는 지금’이라며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선거를 치러 연립정권이 지금의 의석만 확보해도 아베 총리의 재신임이 이뤄진다. 내년 9월에 끝나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다시 연장하는 시나리오가 가동될 수도 있다. 혐한 극우의 기세등등과 아베의 임기 연장 가능성 그 어느 것도 달갑지 않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日표심 “그래도 與”… 위기의 아베 웃다

    日표심 “그래도 與”… 위기의 아베 웃다

    아베 실정·비리에도 국민들 지지 ‘굳건’현직 프리미엄 확인… 선거 승리 자신감 아베, 가을 중의원 해산→총선거 가능성코로나19 부실 대응과 무리한 검찰 장악 시도, 측근의 선거법 위반 구속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랜만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갖은 실정과 비리에도 집권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좀체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 5일 치러진 도쿄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고민 중인 ‘중의원 해산→총선거’의 선택 시기에 이번 선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도쿄도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6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였지만 자민당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4곳의 도의회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기존 1석을 유지하면서 일본공산당, 일본유신회, 도민퍼스트회 등 야당이 갖고 있던 3석을 모두 가져왔다. 자민당은 위기 국면 특유의 ‘여당’, ‘현직’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라며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고이케 지사가 방역을 이유로 단 한 차례의 거리연설도 없이 인터넷 유세만으로 4년 전 당선 때보다 70만표 이상 많은 366만표를 얻은 것도 코로나19 위기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현재 아베 정권의 인기가 바닥이라고 해도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표심이 자신들에게 쏠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에 격전지에서도 자민당 도의원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며 “우리 당이 겸허한 태도로 국정을 운영해 간다면 국민들은 지지를 해 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의 시점을 올가을로 잡을지 여부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그동안 자민당에서는 내년이 되면 각종 정치 일정과 도쿄올림픽 등 때문에 해산 시기의 선택폭이 좁아지는 데다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돼 있을 때 선거를 치러야 여당에 유리하다는 점 등을 들어 올가을 해산에 대한 요구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당정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연내 해산 불가론’이 대세였다. 정권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따른 패배의 위험성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수습 기미가 안 보이는 와중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초대형 정치 이벤트를 벌이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정가 소식통은 7일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아베 총리의 가을 해산 결정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 중 하나는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이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총리) 4연임’ 현실화가 향후 판세 추이에 따라서는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일본 규슈 기록적 폭우로 사망·실종 60명…‘거리 초토화’

    일본 규슈 기록적 폭우로 사망·실종 60명…‘거리 초토화’

    7일 일본 규슈에 기록적인 폭우가 지속되면서 하천 범람, 산사태 등 피해가 발생하고 수십 명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일본 NHK에 따르면 기록적 폭우로 하천 범람과 산사태가 잇따랐던 규슈 중서부 구마모토현에선 4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위독한 상태며, 11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대원, 자위대 등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14명이 사망한 구마무라를 비롯한 구마모토현 내 수십 개 지역에선 주민들이 여전히 고립된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 오후 8시 현재 규슈 각 현 주민 약 130만명에게 대피 지시를 발령했다. 인명 피해가 집중된 구마모토현에서만 13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약 27만명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당국은 규슈 북부인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에도 기록적 폭우가 내리자, 전날 오후 4시 30분께 이들 3개 현에 호우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를 내렸다. 규슈 지역에선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와 정전 등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규슈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구마모토현에서 3780가구, 오이타현에서 1990가구, 가고시마현에서 720가구가 정전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하천 유역에서 주택 약 6100채가 물에 잠겼으며 침수 면적이 약 10.6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전날 잠정 집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지난 4월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이후 일본에서는 ‘자숙경찰’이라는 이름의 민간 자경단이 정부·자치단체의 방역수칙에 따르지 않는 사람과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경고와 위협 등 사적 통제를 가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법적 근거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외출과 이동의 통제에 나섰던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아무런 권한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남에게 강요하며 곳곳에서 살풍경을 연출해 냈다.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뚜렷해진 보수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과거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자숙경찰의 횡포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일본 사회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 가운데 일부는 어릴 적 ‘국민정신총동원’과 ‘국민의용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 일본에는 초유의 바이러스 위기에 편승해 등장한 과거의 망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 가고 있다. #1. ‘빨리 가게 문 닫고 긴급사태 종료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잠이나 주무세요. 다음에 또 (영업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지난 5월 13일 저녁 일본 오사카시 주오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이즈미 유히(34)는 이런 종이가 가게 입구 유리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고이즈미는 아베 총리가 4월 7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했을 때에는 바로 휴업에 들어갔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월말에 영업을 재개했다. 그랬더니 자숙경찰의 협박장이 날아온 것이다. 고이즈미는 “미용실은 당국이 지정한 휴업 대상 업종이 아닌데도 이런 일을 당했다”며 “자기만의 도덕률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기후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자기 차에 싣고 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창을 열자 그는 “아이치현에서 온 차량이네. 이렇게 (우리 지역으로) 놀러 오면 안 돼”라고 윽박질렀다. 자숙경찰이었다. A씨는 그에게 “아이치현에 살다가 2년 전 기후현으로 이사하면서 차 번호판을 바꾸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럼 번호판을 빨리 바꿔라.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했다. A씨는 “그날 집으로 가면서 창문에 돌이라도 날아오는 건 아닐까 싶어 벌벌 떨면서 운전했다”고 말했다. #3. 일본에서 가장 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차이나타운의 여러 음식점에 지난 3월 중국인을 비방하는 우편물이 일제히 발송됐다. 발신자가 없는 봉투에는 빨간 글씨로 ‘중국인은 쓰레기다! 세균이다! 악마다! 빨리 일본을 떠나라!’라고 적힌 A4 용지가 들어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상태였다. 상점가 관계자는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일부 일본인들의 밑바탕에 있는 차별적 감정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사태 발령이 이어지는 동안 자숙경찰들이 곳곳에서 행사한 ‘거짓 공권력’과 ‘거짓 정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수십만, 수백만명의 코로나19 대량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일본식 모델’을 자화자찬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강제’가 아닌 ‘자제’, ‘명령’이 아닌 ‘요청’, ‘지시’가 아닌 ‘부탁’에 의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인 비방 우편물 발송도 다노 다이스케 고난대 교수(역사사회학)는 “권위에 대한 복종과 이단에 대한 배척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 구조야말로 파시즘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자숙경찰의 행동은 파시즘과 근본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고자이 도요코 불교대 교수(의학사)는 “정치가와 언론이 코로나19 감염방지 대책을 ‘바이러스와의 싸움’ 등 전쟁에 빗대면서 싸워야 할 상대도 싸울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적개심을 높였고, 이것이 지나친 상호 감시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고 진단했다.전체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지면서 정부 방침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사이타마현 후카야시의 시립중학교는 정부가 가구당 2장씩 배포한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의 착용을 학생들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학교 측은 등교 준비물 알림장에서 ‘아베노마스크 착용 확인’, ‘아베노마스크를 잊은 학생은 별도의 교실에 남는다’고 통보했다. 국가 정책인 만큼 좋든 싫든 무조건 따르라는 의미였다. 아베노마스크를 다른 곳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됐던 수집함이 ‘당초 마스크 배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철거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는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집중됐다. 도쿄의 최대 환락가 중 한 곳인 신주쿠 가부키초는 코로나19 확산 취약 지역으로 지목돼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됐지만, 고급 음식점들은 영업을 해도 멀쩡했고 규모가 작은 음식점, 주점들이 자숙경찰의 타깃이 됐다. ●“정치가와 언론이 사람들 적개심 높여”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두드러졌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에는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여기가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다” 등 협박성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 어린이 관련 시설에 비축해 두었던 마스크를 나눠 주면서 조선학교는 제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조선학교 측이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항의하자 일부 일본인들이 헤이트 스피치로 반격했다. 당시 사이타마시의 한 공무원은 “조선인에게 마스크를 주면 다른 곳에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모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는 당국의 대응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사카부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휴업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친코점들의 명단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곳이니 사적인 제재를 당해도 싸다”고 당국이 공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TV프로그램에 나온 유명인사들은 거친 언사로 파친코점들을 비난하며 ‘공공의 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겼다.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자숙경찰이라는 현상이 이번에 비로소 처음 나타난 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등 추악한 부분이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日사회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수면 위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이 어떤 대상을 찍어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은 일본 역사에서 자주 나타난 현상이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와테현 이시노마키시에서 “중국인들이 강도짓을 한다” 등 유언비어가 돌자 실제 도쿄에서 현지로 무기를 들고 달려간 우익단체의 사례를 들었다. 자숙경찰이 만들어 낸 현상이 과거 전시 체제의 ‘국민정신총동원’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정신총동원은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한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국민정신’을 요구하며 시작한 국가주의 캠페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치는 적이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 등 구호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멸사봉공’을 강요했다. 저명한 원로목사 다이라 오사무는 “전체와 다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엄하게 다그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국민정신총동원의 기치 아래 영혼의 자유 없이 무조건 국가에 따를 것만을 강요받았던 전쟁 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가치관이나 입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날개없이 추락하는 日아베 지지율…조사기관별 역대 최저치 경신

    날개없이 추락하는 日아베 지지율…조사기관별 역대 최저치 경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는커녕 조사기관별로 역대 최저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7월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39%로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달 조사 때의 40%보다 소폭 하락했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전월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아베 정권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모리토모 및 가케 학원 스캔들로 휘청거리던 2018년 4월 조사(39%)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베 총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가 47%로 가장 많았다. 이날 민영방송 TBS가 발표한 7월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정권 지지율은 전월보다 0.9%포인트 하락한 38.2%로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0.6%포인트 오른 59.8%였다. 앞서 NHK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6월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로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총리의 인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 44%로 가장 많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비능률의 상징 日 도장문화, 코로나 팬데믹 시대 맞아 퇴출되나

    비능률의 상징 日 도장문화, 코로나 팬데믹 시대 맞아 퇴출되나

    “국가·지자체 행정절차 전면 온라인화세금 신고·통장개설 등 전자서명으로”日 정부규제개혁추진회의 아베에 건의 당장 이익 도움 안 되는 전자결제 체계中企는 정부 보상 없으면 도입 안 할 듯인장업계 “도장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도장문화’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뀔 수 있을까.”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도장이 별로 필요 없게 된 한국인들은 이 말을 실감하기가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요즘 하나의 사회변혁 차원에서 ‘탈(脫)도장문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을 계기로 일본 특유의 ‘비능률·비효율’의 상징으로 통해 온 도장문화를 몰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도장문화 개선의 필요성이 얘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아사히신문을 보면 ‘행정 간소화 위해 도장 사용을 줄인다’(1952년), ‘도장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1953년) 등 거의 70년 전에도 도장 사용 자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컸다. 하지만 일본에서 도장의 남용은 경제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1968년 7월 3일자 아사히신문에는 ‘고단한 서류의 여행…보조금 100만엔 받는 데 도장 509건’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19 국면을 맞으면서 도장 날인 관행은 더이상 용인하기 힘든 ‘공공의 적’이 됐다. 도장이 안 찍히면 일이 진척되지 않는 기업 업무 관행이 재택근무를 불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되면서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에 큰 걸림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60%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주된 이유로 ‘서류 정리와 도장 날인 업무 때문’이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도장 사용을 줄이고 전자서명 등 디지털화의 확산을 이끌어야 할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담당상이 도장문화 옹호를 위한 ‘일본 인장제도·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 결성을 주도해 스스로 회장을 맡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에 굴복해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 모임은 여전히 “도장 날인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각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장문화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규제개혁추진회의는 지난 2일 사회 전반의 각종 규제완화 방안을 아베 신조 총리에게 건의하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절차를 사실상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세금 신고, 운전면허증 발급, 부동산 계약 등에서 필수였던 도장 날인을 없애고 은행 통장 개설이나 대출 신청도 전자서명으로 다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가뜩이나 경영 악화에 힘들어하던 도장업계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탈도장 바람으로 그야말로 초비상에 빠졌다. 도장업자들의 모임인 전일본인장업협회의 도쿠이 다카오 회장은 “이 세상에 도장이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디지털화에 따라 도장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긴 역사 속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 있는 만큼 어떻게든 도장 활용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전일본인장업협회는 1989년 4370명이던 회원 수가 현재 897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정부와 재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도장문화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전자결제와 재택근무를 가능케 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은 대기업뿐”이라면서 “일본 내 전체 기업 421만개의 99.7%에 이르는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소기업의 직원들에게 탈도장은 전혀 다른 세상의 얘기”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금전적 보상 등 인센티브가 없을 경우 작은 회사들이 굳이 목돈을 들여 당장의 이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리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고이케 도쿄도지사 연임… 우클릭 세진다

    고이케 도쿄도지사 연임… 우클릭 세진다

    고이케 유리코(68) 일본 도쿄도지사가 인구 1400만명의 거대 도시를 앞으로 4년간 더 이끌어 가게 됐다. 일본 수도 행정의 보수우경화 색채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5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도쿄 대개혁이 높이 평가받았다. 앞으로 코로나19의 2차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22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고이케 지사의 적수는 없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은 직접 후보를 내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고이케 지사를 지원했다. 고이케 지사에게 맞설 만한 후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력(이집트 카이로대 졸업) 위조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람 됨됨이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여러 사례가 폭로됐으나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방송 앵커 등을 거쳐 1992년 일본신당 소속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그는 여러 번의 당적 변경을 거쳐 자민당에 입당, 2007년 첫 여성 방위상을 지냈다. 2016년 아베 신조 총리와의 불화 끝에 자민당을 탈당해 치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은 고이케 지사에게 순풍이 됐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중앙정부의 아베 총리보다 더 능숙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를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다. 재선 성공에 따라 과거사 부정 등 그의 우경화 행보는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 소속인 그는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도 참배하는 인물이다. 그는 역대 모든 지사가 해 왔던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대한 추도문 전달을 2017년부터 중단했다. 이에 더해 올해에는 9월 1일 추도식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중의원 선거 때에는 ‘희망의 당’이라는 이름의 신당을 창당하면서 입당 희망자에게 ‘외국인 참정권 부여에 반대한다’는 협정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코로나 백신·치료약 개발성과 부풀려 발표 물의...오사카 지사도

    아베, 코로나 백신·치료약 개발성과 부풀려 발표 물의...오사카 지사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예방 백신과 치료약 개발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이 이와 관련해 확정되지 않았거나 희망사항 수준에 불과한 내용을 마치 다 이뤄진 것처럼 섣불리 발표하는 사례가 이어져 비판받고 있다. 아직 검증이나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성급하게 발설함으로써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든다는 지적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6월 30일 오사카시립대학병원에서 백신을 인간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며 “대상은 시립대병원 의료 종사자 20~30명이며 2021년 봄부터 가을 사이에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시무라 지사가 이 발언을 하던 당시는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병원 측 심사위원회도 열리기 전이었다. 요시무라 지사의 성급한 발표에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의료라기보다는 정치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이들은 요시무라 지사가 임상시험 심사위원회 결정도 안 난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이 자신이 인사와 재정 등에서 대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요시무라 지사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7월에 임상시험, 9월에 실용화, 연내에 10만~20만명 단위로 예방접종 실시”를 공언하는 등 오사카에서의 일본 내 첫 백신 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그러나 안전성 확인 절차를 경시하는 듯한 이번 발언으로 스스로 신뢰도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도 지난달 14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지나치게 앞서나간 발언을 했다가 빈축을 샀다. 아베 총리는 “매우 이르면 연말쯤에는 접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다. 그러나 이 발언에 담당부처인 후생노동성은 크게 곤혹스러워했다. ‘연말’은 해외 제휴 제약회사의 생산가능 시기이고, 일본 내 접종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치료약 승인에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의료계의 집단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후지필름도야마의 신종플루 치료약 ‘아비간’에 대해 “이달 중 코로나19 치료약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에 따라 12일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치료약의 신속한 승인을 가능케 하는 특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 검증이 완료되기도 전에 총리가 먼저 나서 치료약 승인을 기정사실화하고 당국이 제도까지 변경하면서 안전성 심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가 분출했다. 결국 아비간은 코로나19 치료약으로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승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기록적인 물폭탄…일본 구마모토현 40여명 인명피해(종합)

    기록적인 물폭탄…일본 구마모토현 40여명 인명피해(종합)

    구마강 등 2개 하천에서 11곳 범람노인요양시설서 17명 심폐정지 상태아베 “코로나 고려해 필요 물자 공급” 기록적인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잇따랐던 일본 남부 규슈지방 구마모토현에서 40여명의 인명피해가 확인됐다. NHK에 따르면 5일 오후 1시 현재 구마모토현의 전날 폭우로 16명이 숨지고 17명이 심폐정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실종자 수는 13명이다. 심폐정지된 17명은 구마강 범람으로 침수된 구마무라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발견됐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장마전선 영향으로 선상형의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돼 4일 새벽 시간당 최고 100㎜가량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구마강 등 2개 하천에서 11곳이 범람했다.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시에선 구마강의 제방이 붕괴해 주변 지역이 침수됐다. 아시키타마치 등 구마모토현에서 15건, 가고시마현에서 1건 등 최소 16건의 산사태도 발생했다.일본 정부는 이번 폭우 피해가 집중된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 두 현에 중앙정부 차원의 재해대책실을 설치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의 수해 대책 각료 회의를 두 차례 열어 1만명 규모의 자위대원을 동원해 수해 지역에서 인명 구조 및 복구 작업을 돕도록 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회의에서 “각지의 피난소에 코로나19 대책을 충분히 고려해 필요 물자를 공급해야 한다”며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일본 기상청은 일본 열도에 걸쳐 있는 장마전선이 오는 8일까지 머물면서 곳에 따라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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