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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는 “한·일 국교정상화는 양국 모두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라며 “국교정상화 이후 50년간 양국은 서로 윈윈한 사이였으며 최근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양국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뀐 것에 대한 상호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더이상 100년 전 강대국이라는 고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던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1965년 이뤄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은 두 나라가 함께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다. 그런데 정작 두 나라는 경축해야 할 시기에 정상회담도 열지 않고 국민 간 호감도도 오히려 나빠졌다. 일본 내 혐한론도 돌이키기 힘들 정도다. 직접적인 원인은 분명히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배경에는 한·일 관계의 구조가 바뀐 내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1910년 한국은 주변의 열강인 고래의 싸움에 휘말려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한 새우 신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 한·일 관계 역시 오랫동안 지속됐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다. 양국 모두 이런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의 의의와 기여한 사람을 굳이 꼽는다면. -세계사에서 식민지와 지배국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배상하며 대등한 조건에서 국교를 맺은 사례가 없다. 없는 모델을 만들다 보니 한국과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애매하게 처리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으로서는 민생과 안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제 협력 방식의 국교정상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냉전이 격화되자 일본에도 한국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중요했다.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를 기여자로 꼽을 수 있다. 또 기본 틀을 만든 김종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는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를 들 수 있다. 전 총리 기시 노부스케는 사토의 친형이자 현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로서 막후에서 도왔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사람들은 국익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국교정상화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에 이득이 됐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은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점도 얘기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이 받은 자금은 현금이 아닌 노무와 물자 및 서비스 등이었다. 그것을 통해 떼돈을 번 것은 일본 기업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공적 자금은 13억 달러 정도인데 일본은 무역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부단히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이 모두 득을 봤다. 1965년 당시 1년에 1만명이 두 나라를 왕래했는데 지금은 550만명이 넘는다. 무역액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수치를 보면 한·일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게 진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식민 지배 가해자로서 일본의 책임은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한국병합조약(1910년)의 불법·무효, 합법·유효 여부를 놓고 논쟁을 계속했다.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조약에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일본이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주어와 ‘한국’이라는 상대를 지칭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문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공동선언이었다. 2010년 당시 간 나오토 총리가 한국병합조약 100주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국병합조약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때가 과거사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역사 인식이 절정에 달한 시기라고 본다. 지금도 일본은 국교정상화조약으로 과거사 문제는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할린에 버려둔 한국인이나 원자폭탄 피폭자 등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나름대로 보완 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지만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닌 만큼 한 것은 한 것대로 평가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지적하는 것이 좋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해법은 무엇일까. -한·일 양국 정부가 국장급 회담을 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어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의 책임과 배상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양국의 주요 운동단체가 논의해 제시한 의견도 참고가 될 것이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들고 통제했으며 ‘위안부’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선이다. 그런 후에 적절한 사죄와 보상 및 기념 등의 후속 조치를 하면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사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사안은 무엇인지. -한국은 자유, 민주, 지력, 기술, 평화, 인권, 환경 등에서 일본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성취다. 한국의 강인한 개척정신과 일본의 뛰어난 노하우 등을 합치면 서로 도움이 되는 분야가 많다. 환경이나 에너지 및 사회안전망 등은 더욱 배울 만하다. 중국의 부상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적당히 손잡고 가는 것은 플러스가 된다. 남북 통일을 전망하면 더욱 그렇다. →21세기 동북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할 일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20~30년이 지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3국 간 국력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국토는 한국의 100배, 인구는 30배에 달한다. 다행히 한·일 간 국력 차이는 줄어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2배였으나 지금은 5분의1로 줄었다. 따라서 3국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되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남북 통일의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한다. →동북아 지역 협력을 위한 화해의 실마리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까. -우선 경제적으로 한·일 간 상호 이익을 심화시키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사 문제는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다. 과거사와 관련된 주요 행위자, 곧 한·일 양국의 정부와 기업 등 4자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재단(가칭 한일미래재단 또는 한일우호신뢰재단)을 만들어 식민지 지배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이의 출범과 함께 양국의 수뇌가 역사 문제를 더이상 정치외교의 현안으로 삼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런 후에 역사 인식의 개선은 연구자, 교육자, 시민의 역할에 맡겨야 한다. →양국 시민사회 간 연대 강화가 두 나라 관계 발전과 협력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양국 시민사회 간 교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화됐다. 그 전만 해도 양국은 경제나 안보 면에서 가까웠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을 군사독재국가라는 시각에서 바라봤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민주사회를 이룩함에 따라 일본 시민사회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역사 분야만 해도 한·일 간 공동 연구가 진척돼 공통 교재 개발에까지 이르게 됐다. 양국에서 동시 출판한 것이 5종류나 된다. 시민사회의 교류는 두 나라의 관계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유럽연합(EU)처럼 될 수 없나. -우리와 중국은 이미 FTA를 맺었다. 일본이 그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일 양국은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젊은 정보기술(IT) 인력이 일본에 많이 진출해 있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도 더러 있다. 앞으로 한·일은 경제 통합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고 보는데, 중국은 여러 문제 때문에 힘들 것이다. 한·중·일이 EU처럼 되는 것은 멀고 먼 이야기다. →미·일 동맹 강화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남북 통일이 되기까지 미국과의 동맹을 버릴 수 없다. 따라서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다고 본다. 중국도 한국의 처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스스로 줏대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좋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일본에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에도 쓴소리를 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흔들리다가는 또 새우 신세가 된다. →양국 지도자에 대한 바람이나 제언이 있다면. -양국의 지도자가 한·일 관계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양국은 20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전쟁 등의 불행한 일도 겪었지만 교류를 통해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은 극복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일본이 고대문명을 형성하는 과정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른바 도래인이 큰 역할을 했고 한국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소화한 서양문명을 받아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웃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이사를 가면 그만이지만 국경을 맞댄 나라 사이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교류 협력해 상호 발전에 이바지하는 관계를 맺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정재정 교수 정재정 교수는 1951년 9월생으로 충남 당진 출신이다. 1974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에서 한·일 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부터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제1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제2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 채택 및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 9월에 설립된 교육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 [새로운 50년을 열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韓·日은 美·中 사이 캐스팅 보트 쥐고 있어…해법 모색해야 할 때”

    [새로운 50년을 열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韓·日은 美·中 사이 캐스팅 보트 쥐고 있어…해법 모색해야 할 때”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일 관계는 타협은 있었지만 완전한 화해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 연구의 태두인 오코노기 명예교수를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둔 21일 도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만났다. 그에게서 한·일 관계 개선의 해법과 전망, 중국의 부상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따른 두 나라의 역할과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수교 50주년을 맞는 두 나라 관계는 그동안 어떻게 변했나. -양국 관계는 지난 50년 동안 국제 환경의 변화, 국제 시스템의 변동에 영향을 받았다. 크게 세 번의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수교 이후 냉전 붕괴까지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그대로 둔 채 식민지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이뤄진 게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이다. 냉전이라는 질서 속에서 이뤄진 타협의 산물이었다. 1910년 한국병합조약이 불법이고 부당했다는 한국 주장에 대해 일본 측은 합법적이며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냉전이라는 국제 환경 속에서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확실한 공동 이익과 목표가 있었다. 수교 결과는 좋았다. 한국은 그 사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했다. →화해를 위한 노력에 어떤 진전이 있었나. -1989년 냉전 붕괴를 거치면서 동구권이 열리고 국제 협력의 영역이 확대되는 새로운 국제 환경을 맞았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협력 확대가 필요한 시대였다. 1993년 11월 호소카와 모리히로 당시 총리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군 위안부, 강제 징용 등을 거론하며 “가해자로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의 본격적인 첫 반성인 셈이다. 이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사과 발언으로 이어졌다. 당시 오부치 총리의 사과를 김대중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양측은 파트너십 공동성명을 내며 미래지향적인 데까지 손을 내밀었다. 두 나라가 화해에 가장 근접했던 때였다. →이 같은 노력은 왜 화해의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나. -90년대는 과거사 반성과 사과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화해를 모색한 때였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화해의 노력이 구조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과 비교하면 모자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평양 방문 및 남북 정상회담, 그보다 일찍 가네마루 신 전 부총리의 방북 등 북·일 정상화 시도 등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1990년 이후 20년은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한 시기였다. 당시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독일 및 프랑스, 폴란드와의 화해 등이 이어졌고 이를 기초로 유럽공동체가 급진전했다. 한편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새 시대의 특징은 중국의 강대국화와 영역이 확대된 무역자유화 등이다. 2010년 중국은 국민총생산(GNP)에서 일본을 넘어섰다. 중국 부상 등의 국제적인 구조 변화가 한국 외교에 영향을 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중 관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임기를 시작했고, 한국의 중국 중시 외교가 본격화됐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을 앞에 놓았다. 일본은 그 뒷전으로 밀렸다. 일본에서는 반감이 컸다. 대중, 대미 외교의 성공을 통해 일본에 역사 문제 등을 압박하려는 것으로도 여겼다. →세 번째 시기의 한·일 관계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일주일이 흐른 3·1절 연설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1000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일본에 역사를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미국 방문에 나섰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가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역사 해석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양측의 신경전과 대립이 두드러졌다. 중국 중시 외교에, 아베 신조 총리와의 리더십 충돌까지 겹쳤다. 아베 총리도 잘하지 못했다. “침략의 정의는 확정된 게 없다”는 발언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까지 참배하면서 지도력 충돌은 두드러졌다. 한·일 두 리더십의 충돌은 역사 인식의 충돌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외교 전략의 부딪침도 있었다. 정체성 충돌, 민족 감정 및 전통문화의 대립도 얽혔다. 한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에 더 힘을 기울였고, 아베 총리도 미·일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국 관계는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떤 상황을 맞겠나. -세 번째 시대를 맞았지만 한·일 관계는 아직 이렇다 할 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시대 흐름에 맞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때다. 시스템 변동에 따라 한국도, 일본도 하고 싶은 대로 외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충돌이 생겼고 관계도 나빠졌다. 시대에 맞는 한·일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중국 부상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확산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경제 통합 시대에 맞게 양국 관계의 틀과 규범을 만들어 나갈 때다. 긍정적인 것은 두 나라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미들 파워’(중급 파워) 국가라는 점도 그렇다. 둘 다 국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유사한 산업구조로 경쟁도 치열했지만 생산 과정의 공유 및 분업의 심화로 두 나라 협조 관계는 더 커지는 추세다. 제3세계의 인프라 건설 참여 등에서 보듯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자금력, 정보력의 장점을 서로 나누며 함께 참여하는 예가 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 협력이 두 나라 관계를 선도할 것이다. 서로 더 의존적이고 더 얽히는 상호 의존 관계가 진행될 것이다. 양측의 장점을 합치면 시너지가 배가된다. →두 나라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하나. -두 나라는 비슷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대립하는 미·중 사이를 어떻게 중재하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같다. 미·중 간 가교 역할과 시장·경제 통합에서 한·일은 손을 잡고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중 입장은 대립 속에 고정돼 있다. 중간에 있는 한·일이 어떻게 생각하고 유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한·일 어느 한 나라만으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아세안과 힘을 합쳐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중간국’들이 동북아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한·일이 서로의 대미, 대중 정책을 상의할 수 있을 때 두 나라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의 문제다. 급진전하는 대중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과 미국에 밀착한 일본, 두 나라의 장점과 이점을 잘 조화하고 활용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역사 마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과 힘을 잃어 버리면서 ‘불임의 외교’만을 거듭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 내려면 박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을 거둬야 한다. 새 시대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서, 국제적인 룰에 근거해, ‘전쟁시대의 국제 문제’라는 점에 기반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일 간 문제로 국한해 풀려고 해서는 입장 차이 때문에 해법을 내기 어렵다. 전쟁 상황에서의 성폭력 조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유사 문제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해결하기 위한 기금 설립 등도 생각해 봄 직하다.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해법의 틀 속에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보자. 일본 정부의 사과를 포함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되면 된다. 양국 관계 진전의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한·일 관계 진전의 출발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려운 점은 한국 비정부기구(NGO)들의 역할이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 국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 여기서 종결시키겠다” 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일본 측이 “이렇게 하면 어떠냐”고 안을 내놓아도 한국 정부는 NGO 등 주변 불만이 크다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본 정부도 무엇을 선뜻 내놓기가 어렵다. 한국 측도 이번에는 매듭짓고 받아들이겠다는 준비와 결의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가 8월에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걱정 어린 시각이 많다. -한국인을 만족시킬 만한 아베 담화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의회에서 아베 총리가 말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종전 70주년 담화라는 게 왜 필요한가. 동양권에서 50주년 등은 중시되지만 70주년이 주목받는 것은 아베 총리 스스로가 담화를 하겠다고 해서였다. 그것은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등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70주년 담화가 나오고 난 뒤에 한·일 관계는 정상화를 향한 새로운 모색을 하는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이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의 틀이나 다자회담의 틀을 빌려 한·일 정상이 만나고 그 장을 빌려 한·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부 사이트에서 한국과 관련해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말까지 빼 버렸다. -불만이 있어도 그러면 안 되는데…. 내년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겠나. 이는 오해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한국이 진짜 민주주의를 하나” “법의 지배를 받나” 하는 의문이 일본에서 생겼다. 산케이신문 기자에 대한 기소나 법원의 대일 관련 판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자세 등이 얽혀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한·일 관계의 토대다. 한국인은 앞으로 나올 70주년 담화에 실망하고 불만이 크겠지만 그 뒤에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새 시대에 맞는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 과거사는 한·일 관계의 일부, 한 조각일 뿐이다. 양측이 다투면서 서로 얼마나 많은 것들, 소중한 기회들을 잃어 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화해가 가능하다. 한·일은 1965년 큰 타협을 이뤄냈지만 서로 이해하는 공감대는 모자랐다. 완전한 화해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자. 실현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옳은 길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오코노기 교수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1945년생으로 그가 재직하는 게이오대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오코노기 학파’가 퍼져 있다. 그만큼 많은 한반도 전문가를 배출했다.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위원장으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 마련을 주도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자문기관인 ‘대외 태스크포스’ 위원,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자문기구인 ‘외교정책연구회’ 위원 등을 지내며 일본의 한반도 정책 결정에 관여했다. 1972년부터 2년여 동안 연세대에 유학하면서 ‘7·4남북공동선언’ ‘10월 유신’ ‘김대중 납치사건’ ‘민청학련사건’ 등을 지켜봤다. ‘한국 오코노기 연구회’가 있을 정도로 국내에 지인과 친구들이 많다. ‘조선전쟁’(중앙공론사), ‘일본과 북조선’(PHP연구소) 등의 저서가 있다.
  • 외교부 “리셉션 교차 참석 日이 수용”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각각 참석해 축사를 하기로 합의한 것은 양국 모두 더이상 한·일 관계가 악화돼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같이한데 따른 것이다.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이 성사되면서 이번 행사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냉랭했던 양국관계 진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최대 외교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인지 한·일 외교당국은 양 정상의 참석을 놓고 막판까지 확답을 하지 않은 채 연막 전술을 피는 등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당초 기념 리셉션에는 냉랭한 한·일관계를 반영해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직접 참석하기보다 양국의 외교측근이 참석해 정상의 축사를 대독하는 선에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외교부는 국교정상화 40주년이던 2005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상대방의 리셉션에 참석했다는 점에 착안해 그와 비슷한 수준의 행사를 진행하자고 일본에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아베 총리의 국내 사정을 들어 참석이 어렵다고 대답해 왔고 이 때문에 결국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누카가 의원이 대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결국 일본 언론에 아베 총리가 리셉션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반전이 생겼다. 마치 아베 총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간다고 보이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한·일 양국 정상의 리셉션 참석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언제라고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지만 우리의 제안을 일본이 막판에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주일대사 출신 이병기 비공개 특사 역할… 정상회담 물밑작업

    한국 외교장관이 4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식’으로 양자 간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데 이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키로 하는 등 한·일 관계가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양국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올 가을 서울이나 부산, 제주도 등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기회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개최할 것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이후부터 국제회의 공백기인 9∼11월 개최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는 20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때 자연스러운 형태로 한·일 정상회담이 틀림없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연초부터 대일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물밑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일대사 출신인 이병기 비서실장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 실장은 방한한 일본의 주요 인사들을 비공개로 따로 만나는 등 사실상 대통령의 ‘특사’ 아닌 특사 역할을 해왔다고 한 정부인사는 21일 전했다. 양국 간 협의에 대해 한 당국자는 “협의는 ‘상당 부분’보다 더 진전됐으며, 극히 일부분만 남아 있는 상태로 보인다”면서 “위안부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아베 총리의 담화에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가 담긴다면 정상회담은 금명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시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그런 대화에 대해서는 우리가 항상 열려 있으므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포토] 윤병세 장관·아베 총리의 만남…함께 든 사진 속 주인공은?

    [포토] 윤병세 장관·아베 총리의 만남…함께 든 사진 속 주인공은?

    22일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아베 총리의 선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사진을 들고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어떤 내용 ‘주목’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어떤 내용 ‘주목’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어떤 내용 ‘주목’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후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개최되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우리 정부 주최로 도쿄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함으로써 경색된 한일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일관계 ‘정경분리’ 기조에 맞춰 양국이 과거 50년을 넘어 향후 50년의 발전을 향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대일 메시지를 발신할 전망이다. 다만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왜곡 문제 등에서 일본 정부의 선제적이면서 의미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내용 ‘주목’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내용 ‘주목’

    한일 정상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朴대통령 메시지 내용 ‘주목’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후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개최되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우리 정부 주최로 도쿄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함으로써 경색된 한일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일관계 ‘정경분리’ 기조에 맞춰 양국이 과거 50년을 넘어 향후 50년의 발전을 향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대일 메시지를 발신할 전망이다. 다만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왜곡 문제 등에서 일본 정부의 선제적이면서 의미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일 정상, 수교50년 기념식 참석 무산

    오는 22일 도쿄와 서울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던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식에 두 나라 정상의 참석이 무산됐다. 대신 정부 대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일 양국 정부가 고려해 오던 수교 50주년 기념식에 정상들의 참석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의 정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대독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회 일정으로 인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이 부담스러운 한국 측의 입장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표는 일본에선 한·일 의원 연맹 회장을 맡은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이, 한국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맡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관 부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하는 윤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21일 회담한 뒤 다음날 아베 총리를 예방한다. 윤 장관과 아베 총리의 면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과 한국의 여러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19일 밝혔다. 아베 총리와 면담에 앞서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현안과 북한 문제 등 국제정세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헌법 9조’ 무력화… 아베의 속셈 파헤치다

    ‘헌법 9조’ 무력화… 아베의 속셈 파헤치다

    일본은 전쟁을 원하는가 한다/시게루 지음/조홍민 옮김/글항아리/268쪽/1만 3000원 아베 신조가 처음 일본 총리에 오른 것은 2006년 9월이었다. 당시 주변에선 그를 ‘봉봉’이라며 비아냥댔다. 곱게 자란 도련님을 뜻하는 ‘봉봉’은 유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1년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은 5년 뒤인 2012년이었다. 하지만 컴백한 아베는 완전히 딴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나라’ 일본을 만들려는 행보가 두드러졌다. 아베 집권 이후 일본은 급격히 군국주의화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물론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한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집권 후 그가 벌인 일들을 보면 그의 목표가 뭔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기 위한 해석 개헌, 무기 수출의 해금과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등장 등은 ‘보통 국가’ 일본을 향해 가는 정지 작업인 셈이다. 책은 아베 정권이 헌법 9조를 무력화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를 추진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베의 노림수가 무엇이고, 지금 일본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법률 초보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여기서 제출하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각이 헌법 해석을 바꿔 버리는 ‘입헌주의 파괴’ 과정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베 정권이 지속될수록 실제 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본다. ‘있지도 않은’ 위기를 부추겨 무장을 강화하고, 정식 군대를 만들고,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려는 아베의 움직임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는 것이다. 아베의 소원대로 집단적 자위권이 용인되고, 헌법 9조가 무력화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미국이 일으키는 세계 각지의 전쟁에서 자위대 병력이 미군과 함께 싸우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다. 미국 젊은이 대신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일본 스스로가 원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본 측에서 거부할 명분으로 내세웠던 게 헌법 9조다. 한데 아베는 이런 강력한 방파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도쿄신문 기자 출신의 저자는 “(일본에 대한) 선제공격 따위는 없다. 일본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면 안정은 계속된다”며 “헌법 9조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당장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행간(조르조 아감벤 지음, 윤병언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과도하게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의 ‘빅데이터 사회’에서 매일 일상에서 부닥치는 현실은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숫자로, 하나의 담론이나 프레임으로 제한하거나 규정짓는 착오가 빈발한다. 책은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룬 ‘유령’이라는 테마의 얼굴을 분석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진정한 앎과 기쁨을 회복해 나가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객관주의와 합리주의에 매몰된 채 정확하게 분석·예측하고 그것에 의지해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현대인의 모습을 끄집어내 지적한다. 상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예술작품이 차지하는 위치 등을 통해 인류 문화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 즉 유령과 항상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왔음을 설명한다. 아베로의 철학과 보들레르의 시, 단테의 시와 소쉬르의 기호학 이론, 중세 의학 이론과 라캉의 정신분석을 함께 도마에 올리기도 한다. 336쪽. 1만 7900원. 중국의 장사꾼들(양훙젠 지음, 정세경 옮김, 카시오페아 펴냄)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다음으로 높았고 경제성장률은 7%대를 유지하고 있다. 20년 후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질러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중국의 눈부신 성장 배후에는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중국 장사꾼들이 있다. 책은 중국 본토와 세계 각지에서 엄청난 생명력과 경쟁력을 과시하는 중국 상인들의 기업 스토리를 공개한다. 어떻게 성공 기회를 잡고 투자했으며 위기를 넘겼는지, 어떤 전략으로 상권을 개척하고 시장을 점령했는지를 상세히 보여 준다. 그 ‘장사불변’의 법칙은 신용, 기회, 행동, 예상, 협력, 처세, 투자, 전략, 연마, 관리의 10가지로 압축된다. 중국 최대의 부자 리자청을 비롯해 샤오미,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 기업 브랜드 가치 1위를 차지한 QQ 메신저의 텐센트, 유럽 최대 화교기업 천씨 형제 회사의 천커웨이 등 50명이 넘는 중국 기업인들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440쪽. 1만 7000원. 박진영의 공룡 열전(박진영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한반도에서 최초로 중생대 최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보고한 고생물학자가 쓴 공룡 입문서. ‘쥬라기 공원’이후 22년 만에 개봉된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도 보여 주지 못한 ‘진짜 공룡’의 세계를 그려 냈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이구아노돈, 데이노니쿠스, 스테고사우루스는 중생대 공룡의 각 분류군을 대표하는 스타 공룡들. 이 공룡들이 어떻게 생겨 자랐고 살았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콧구멍도 후빌 수 없는 짧은 앞다리를 어디에 썼는지,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긴 18m짜리 신경세포를 갖게 됐는지, 데이노니쿠스는 섬뜩한 갈고리 발톱을 어떻게 썼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다. 20년간 이어진 티라노사우루스의 ‘시체청소부’ 대 ‘난폭한 사냥꾼’ 논쟁처럼 공룡 연구의 굵은 획을 그은 가설, 논쟁도 빼놓을 수 없는 읽을 거리들이다. 328쪽. 1만 8000원. 삶의 기술 사전(안드레아스 브레너·외르크 치르파스 지음, 김희상 옮김, 문학동네 펴냄) ‘삶을 음미하고 사유하라.’ 삶의 기술을 연구해 온 두 철학자가 인간의 일상과 감정을 철학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봤다. 60개에 이르는 삶의 상황과 감정들을 화두로 던져 그 정체와 숨은 면모를 차근차근 파헤진다. 철학이란 꼬인 일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나날의 사유라는 관점의 이야기들이 신선하다. 돈에 대해 ‘처분을 할 때에만 쓸 수 있는 물건’이라 일갈했던 칸트처럼 돈과 시간의 개념 뒤집어 보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시간은 자연스레 소멸하기 마련이며 아끼고 불리려는 욕망이 궁극적으로 그것을 잃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역설한다. 568쪽. 1만 7500원.
  •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담판’ 무얼 담을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 간의 협의가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장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재정 지원하고 사죄의 성명을 발표하는 대신 한국 정부가 문제의 최종 해결을 보증하는 구상이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군이 조직적으로 동원한 만큼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 및 일본군이 군 시설로 위안소를 관리 통제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가 된 만큼 정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8차례의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의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아베 신조 총리가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 고개를 숙이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타협의 특성상 어느 한쪽의 입장을 모두 담아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어떻게 인정하느냐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싶은 반면 일본은 정부 예산을 사용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지원은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차원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일본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이르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도 “너무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차분하게 보면서 현안이 진전되는 방향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윤 장관 방일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풀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역시 법적인 책임을 명확하게 하길 원하지만 문서화 등이 불가능할 경우 일본 정부 예산으로 보상이 이뤄진다는 선에서 묵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만큼 100대0이라는 스코어가 아닌 51대49로 마무리된다”며 “결국 위안부 문제도 각자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설] 윤병세 장관 방일, 한·일 관계 개선 계기가 돼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2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 관계를 고려한 외교적 조치다. 윤 장관은 이번 방일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22일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개최하는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셥션에도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 포함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등의 현안이 한꺼번에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윤 장관의 방일과 외교장관 회담 한번으로 당장 손에 잡히는 가시적 효과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전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윤 장관의 방일 자체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과 관계 회복의 동력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양국 관계를 풀어갈 핵심 고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협의와 관련해 ‘상당한 진전이 있다.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양국은 아베 신조 총리의 사과편지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보상 등이 핵심인 ‘사사에안’을 중심으로 양국 국장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이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위안부 문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8월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아베 담화에서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반성의 뜻을 명확하게 피력하게 되면 한·일 관계는 정상회담까지 일사천리로 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윤 장관의 방일은 사실 모험이자 결단이다. 아직도 뜨거운 국내의 반일 여론에도 불구하고 먼저 대승적 차원에서 가해자인 일본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윤 장관의 방일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는 당분간 오기가 힘들 것이다. 일본은 과거사를 직시해 사죄의 결단을 내려야 하고 한국은 이를 토대로 미래로 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해자 일본’이 먼저 주변국들의 고통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공존과 공영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윤병세 21일 첫 방일… 냉각관계 풀리나

    윤병세 21일 첫 방일… 냉각관계 풀리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21~22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한·일 양국이 17일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 장관은 당초 2013년 4월 일본을 방문하려 했으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방문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한국 외교장관의 일본 방문은 2011년 이후 4년 만으로 윤 장관은 21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22일에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리셉션에 참석한다. 일본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은 2011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윤 장관은 리셉션 참석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예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아직 면담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셉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양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가 낭독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의 이번 방일은 22일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으로 이를 계기로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막바지 단계로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윤 장관이 기시다 외무상과 담판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협의가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언급에 일본 측은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따라서 윤 장관이 일본 방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진전된 결과를 얻어낼 경우 이번 방일이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론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의 외교 특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은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별도 협의 채널로 최종 조율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아베정권, 침략전쟁 인정 ‘도쿄재판’ 재검증 추진 논란

    아베정권, 침략전쟁 인정 ‘도쿄재판’ 재검증 추진 논란

    일본 집권당이 자국의 A급 전범을 심판하고 태평양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공식화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한 검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이 도쿄재판과 함께 2차세계대전 직후 일본을 점령 통치한 연합국군총사령부(GHQ)에 의한 정책, 현행 헌법을 만든 과정 등을 검증하는 새로운 조직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자민당이 이 같은 조직을 이나다 도모미 당 정조회장 산하에 설치하고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 2월 “판결 주문은 받아들이지만 (판결의) 이유에 대한 판단에까지 구속될 필요는 전혀 없다”며 도쿄재판에 간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자민당은 GHQ가 점령 통치 중 전승국의 역사관을 침투시키기 위해 ‘전쟁 유죄 정보 프로그램’(WGIP)을 통해 조직적으로 선전했다는 주장 등에 대한 검증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도쿄재판이나 헌법 제정 과정에 대한 검증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한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무력행사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논쟁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범 국가로서의 반성 및 교전권 박탈 등을 규정한 전후 일본의 질서를 부정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앞서 헌법 제정 과정에 대해 “헌법 원안을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고 혹평하는 등 개헌을 일생일대의 과업이라고 공언해 왔다. 한편 새 조직은 자민당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의 역할도 흡수할 계획이다. 특명위원회는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사망)의 발언에 관한 보도를 아사히신문이 취소한 것 등과 관련해 영향 등을 검증하는 집권당 내 조직이었다. 도쿄재판은 2차대전 뒤 일본의 전쟁 범죄자를 심판하기 위해 열렸으며 재판부는 1948년 11월 12일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7명에게 교수형, 16명에게 종신형 등 모두 25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 학자 100여명 10개 주제별 토론 최근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막혀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다. 지독한 경색 국면에 빠져 있는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두 나라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7일 제주도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2015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국제학술행사가 열린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정치학회, 도쿄대 한국학연구부문 등 두 나라 8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후원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김태현 국제정치학회장, 이원덕 현대일본학회장 등 양국을 대표하는 100여명의 학자들이 정치, 경제, 여성, 문화, 언론, 외교, 역사 등 분야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관계 악화 원인·위안부 등 뜨거운 논쟁 예상 현대일본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한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조 강연문을 통해 “일제 식민 지배를 직접 경험했던 기성세대나 그 후손까지도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한국이라는 심상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아 시간이 갈수록 상호불신과 반감만이 쌓여 갔다”면서 “향후 50년을 바라볼 때 두 나라가 진정으로 호혜와 상호신뢰의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회는 ‘신시대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한 제언’, ‘동아시아 파워 밸런스의 변화와 한·일관계’, ‘한·일교류사의 관점에서 본 갈등과 화해’, ‘한·일 50주년과 언론의 역할과 책임’ 등 10개의 주제별로 나눠서 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일본 내부의 좌우파 지식인 등 넓은 이념적 층위를 포괄해, 일본사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정서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내용들도 가감 없이 담기게 된다. 우파학자로 분류되는 기무라 칸 고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수뇌회담은 불가능한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두 나라 정상회담을 촉구한다. 하지만 발제 내용 중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국은 라이벌이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은 장애물이기조차 하다”고 주장한 대목은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로 지목해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그는 “한국 정부의 목적이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의 자세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한국의 외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일본의 국제적 고립도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경제·여성 등 상황 진단 및 대안 탐색 오하타 히로시 메이지대 심리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당시 일본 내부의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소개한다. 오하타 교수는 일본사회당,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일본공산당 등이 펼쳤던 반대운동 논리의 한계를 짚으며 일본 내 진보세력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그는 “반대운동은 일본 정부의 군사적 성격을 폭로하고 일본 독점의 신식민지주의적 침략문제 등을 지적하며 펼쳐진 반전(反戰), 혁신운동, 국제연대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졌지만 이들의 반대운동 세력에는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우선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입장이 없다”면서 운동이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김문자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임진왜란 이후의 국교 회복과 에도막부’ 발제문에서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교를 재개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면서 두 나라가 각자의 정세 속에서 수교를 맺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이 밖에 이번 학술대회에선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 등 처우 개선 문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한반도 통일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위안부 협상 한·일 막후 채널 역할했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간 협의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공식 채널 외에 비공식 막후 채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막후 채널의 존재 여부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언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 대변인은 15일 박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 내용과 관련, “대통령은 ‘막후 협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으며 협의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8차례 진행된 양국 외교부 국장급 협의 외에 별도의 협상 창구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진척이 있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 산하의 국가안전보장국(NSC)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중·일 정상회담 당시 활용했던 특사 교환 방식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대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NSC를 중심으로 중·일 관계 정상화에 막후 채널로 가동됐던 야치 쇼타로-양제츠 라인과 같은 비공식 채널을 한·일 간에도 만들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심복이나 다름없는 야치 NSC 사무국장을 특사로 내세우고 한국 측에서도 그에 상응한 파트너가 나오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야치 국장의 공식적인 카운터파트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지만 주일대사를 지내며 신뢰를 쌓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야치 국장과 친분이 두터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나와도 좋다는 뜻을 일본 측이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22일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타결된다면 타협안은 2012년 언급됐던 ‘사사에안’을 기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사에안은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012년 3월 방한 때 제시한 뒤 추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된 협상안으로 주한 일본대사의 사과와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총리의 편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종전 70주년 담화 아베 “반성 담을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해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8월에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에서 반성을 비롯해 전후 일본이 걸어온 평화의 길과 앞으로 일본이 걸어갈 국가 청사진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처음, 일본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중화권 언론과 인터뷰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아베 총리는 15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홍콩 봉황위성TV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일본은 과거의 전쟁을 심각하게 반성했고, 앞으로 절대로 전쟁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한 뒤 “일본의 새로운 안보 관련 법은 중·일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담화’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역대 내각이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이례적으로 중화권 매체와 인터뷰를 한 숨은 의도가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8월 아베 담화에서 실제 ‘침략’이란 단어가 사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고가 마코토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담화에 과거 침략 행위를 인정하는 표현을 넣기를 촉구하는 등 일본 안팎에서 평화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담화에서 사과보다 전후 일본의 대아시아 지원 정책 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봉황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이 70년 전 과거에 대해 반성했고, 계속해서 아시아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는 취지의 설명을 이어가며 미래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역량에 방점을 찍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더 세진 자위대… 日 이지스함 개조해 탄도·대함 미사일 동시 요격

    일본이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과 대함미사일을 동시에 감시·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지스함의 행동반경을 크게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자위권 행사나 자위대의 국외 파견 활동 확대 구상과 맞물려 이를 대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6척 가운데 현재 개량 중인 2척과 건조 중인 2척 등 모두 4척에 탄도미사일 및 대함미사일을 동시에 감시·요격하는 기능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또 건조 중인 이지스함에는 적 미사일의 위치 정보를 이지스함이나 조기경계기 등과 공유하는 공동교전능력(EC) 시스템을 장착하기로 했다. 탄도 및 대함미사일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게 컴퓨터 능력을 향상시켜 별도 호위함 없이도 공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을 경계하는 도중에는 전투기나 대함미사일 공격을 막기 어려워 방위성은 이지스함을 지킬 별도의 호위함을 배치하고 있다. 일본은 이지스함의 탄도미사일 탐지능력 확대도 추진 중이다.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넓혀 이지스함 2척으로 일본 전역을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편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지난 12일 중의원 ‘평화안전법제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안전보장환경의 변화에 근거해 수륙기동단을 가능한 한 조속히 새로 편성하겠다”며 “수륙양용차 취득과 교육훈련시설 등의 정비뿐만 아니라 조기 전력화를 위해 요원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륙기동단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외딴섬이 무장세력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대처하기 위해 미국 해병대를 본떠 창설되는 군 조직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일 위안부 협상 상당한 진전… 마지막 단계”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위안부 문제에 있어 한국과 일본 간 논의에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WP가 이날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협의의 진전 내용에 대한 물음에는 “물밑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학자뿐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일본 리더십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시킬 의무가 일본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가 안보 이익에 맞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미국과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국의 반대에는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특정 국가의 입장에 따라 가부를 정할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민을 잘 보호할 것인지가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북한 상황에는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공포정치는 단기간에는 작동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의 불안정을 키운다”고 평가한 뒤 한 북한 노동당 간부의 탈북 사실을 언급하면서 “(고위 탈북자가) 측근그룹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숙청이 계속돼 자신들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는 “내 희망은 붕괴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평화적인 해결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에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것과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이 (오랫동안)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것이 진실일 개연성(probability)이 있다”며 조속한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거듭 지적했다. 남중국해 문제에는 “안보와 항해 자유는 한국에 중요하다. 우리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뉴스 플러스] 보걸 교수 “日, 위안부 인정해야”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11일 자민당 의원 모임에서 한 강연에서 8월 발표될 아베 담화와 관련, “일본이 침략과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못했다고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그는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을 말하면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걸 교수는 지난 5월 아베 신조 총리에게 군위안부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역사학자의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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