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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엔고 GO” vs 일 “안 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재연 촉각

    미 “엔고 GO” vs 일 “안 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재연 촉각

    헤지펀드 위안화 약세 호시탐탐 中 경기 부진 땐 재공격 나설 듯 한동안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환율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인다.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을 묵인하던 미국이 갑자기 제동을 걸면서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올해 초 중국 정부와 한판 붙은 글로벌 헤지펀드도 여전히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연초 달러당 120.3엔에서 지난 19일 108.9엔으로 올해에만 9.5% 하락(엔화 가치 절상)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엔저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엔고(高) 현상이 심화될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반대하면서 양국 사이가 벌어졌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뒤 “최근 엔고 현상은 정상적이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며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엔화 강세가 물가 안정 목표를 위협한다며 추가 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엔화 약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면 환율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강하게 제동을 건 만큼 당분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2년 아베 총리의 집권과 함께 시작된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을 묵인해 왔다.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야 글로벌 경제도 회복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지속된 엔저에도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대일 무역 적자가 심화돼 더이상 엔화 약세 정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증권 연구원은 “제로섬 성격의 외환시장에서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은 타국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밖에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G20 회의에서 위안화의 고평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절하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올해 초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다가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손해를 입은 헤지펀드들도 아직 물러나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미국 증권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파생상품시장에서 위안화 약세 관련 옵션 잔액은 5588억 달러로 1월 말 기준 6075억 달러의 90%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이 0.5%에 그쳐 헤지펀드가 입은 손실은 크지 않다”며 “중국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위안화 재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국경없는 기자회, “미디어-박근혜 정부 관계 매우 긴장”…한국 언론자유지수 70위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10계단 하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RSF가 20일 공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80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70위에 그쳤다. 2013년에 50위에 올랐던 한국의 순위는 2014년 57위, 2015년 60위에 이어 3년 연속 떨어졌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02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6년 31위로 최고를 찍었다. 이후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69위까지 주저앉았다가 이번에는 역대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RSF는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미디어와 정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장스럽다.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 7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가 미디어 자기검열의 주된 이유”라면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공공 토론은 국가보안법의 방해를 받고 있다. 이것 또한 온라인 검열의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 180개국 중 17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북한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에르트리아(180위)였으며, 이외에도 중국(176위), 시리아(177위), 투르크메니스탄(178위)가 하위권을 형성했다. 심지어 일본 언론도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해 자기검열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보다 낮은 72위에 머물렀다. 반면 언론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는 곳으로는 주로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이 꼽혔다. 핀란드가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네덜란드(2위), 노르웨이(3위), 덴마크(4위), 뉴질랜드(5위)가 상위그룹을 이뤘다. 대륙별 순위로도 유럽(19.8·낮을수록 언론자유 보장)이 압도적인 선두에 올랐고 아프리카(36.9)가 처음으로 아메리카(37.1)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아메리카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온두라스,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의 통제 심화로 언론 자유가 크게 악화했다고 RSF는 전했다. 아시아(43.8),동유럽·중앙아시아(48.4),북아프리카·중동(50.8)은 여전히 언론인에 대한 통제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오늘날 신기술을 통해 권력자들이 대중에 직접 호소하기가 더 쉬워지면서 독립 정보를 대표하는 자들에 대한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속살이 훤히 비치는 파격 망사 드레스

    [포토] 속살이 훤히 비치는 파격 망사 드레스

    1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베이루트 패션위크(Beirut Fashion Wee)’에서 디자이너 ‘아베드 마흐푸즈(Abed Mahfouz)’ 2016 봄/여름 컬렉션에 모델이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EPA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75조원 지진 손실…아베노믹스 ‘수렁’

    아베 “추경 등 모든 수단 강구” 소비세·중의원 선거 연기 검토 일본 구마모토 지역을 강타한 연쇄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번 강진에 따른 일본 전체의 경제적 손실액은 660억 달러(약 75조원)에 이르며, 관련된 보험 손실액도 70억~2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이 경제적 피해가 크게 확산되면서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0.9% 성장) 때처럼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약발’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완전히 잃어 일본 경제가 침체의 골에 빠져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진 이후 일본 전역 공장 26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규슈 지역 부품 공장 2곳의 조업이 중단돼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조업이 중단된 곳은 규수 내 부품 생산 계열사인 아이신 세이키 공장 2곳이다. 같은 지역의 렉서스 공장 역시 가동이 중단됐다. 도요타의 올해 4∼6월(1분기) 영업이익이 300억엔(약 3126억 8100만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가 전망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지진 피해 대책으로 “추경예산 편성 등 모든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한편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을 다시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러면서 소비세 인상을 보류할 경우 예정했던 조기 총선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리타 교헤이, 나가이 유이치로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지진에 따른 피해로) 중의원과 참의원이 동시에 선거를 치르지 않고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아베 정권은 증세를 보류할 경우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7월 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와 중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한 뒤 중의원 선거를 치르면 아베 정권의 고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고양시장, 위안부 할머니들과 유엔본부 앞 시위

    고양시장, 위안부 할머니들과 유엔본부 앞 시위

    최성(오른쪽 두 번째) 경기 고양시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강일출(오른쪽 세 번째), 이옥선(오른쪽 첫 번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시위하고 있다. 최 시장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식 사죄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을 촉구했으며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유엔이 직접 실태를 조사하고 강도 높은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뉴욕 연합뉴스
  • 세계 각국 애도·지원 물결… 美, 수송기 급파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연쇄 지진과 그 희생자들에 대해 각국이 애도를 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잇따라 표명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5월에 대만 신임 총통으로 취임할 예정인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지난 14일 ‘지진의 피해가 최소한에 그쳐 일본의 친구들이 안전하게 있기를’이라고 논평했다. 민진당은 16일 100만 신 대만 달러(TWD)(약 355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애도의 뜻을 표명한다. 영향이 있었던 지역의 주민들이 한시라도 빨리 회복하기를 기원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목요일(14일) 지진에 이어 큰 지진으로 더욱 피해가 확산돼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은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16일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고 가족이나 부상자에게 위로의 뜻을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진 피해 대응활동에 미군을 투입한다. 미군은 항공기로 이재민 등을 위한 물자를 수송하거나 인력 수송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도모다치(일본말로 친구라는 뜻)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구호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구마모토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불의 고리’ 강진 도미노] “이런 지진 평생 처음”… 이재민 10만명 나흘째 ‘대지진 공포’

    [‘불의 고리’ 강진 도미노] “이런 지진 평생 처음”… 이재민 10만명 나흘째 ‘대지진 공포’

    일본 구마모토현의 연쇄 지진 4일째인 17일 오후 9시, 구마모토 현청사 1층에는 피난민 수백명이 몰려들었지만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물과 화장실 사용이 가능해 모여든 주민들로, 이들은 종이 상자나 집에서 가져온 매트리스 등을 바닥에 깐 뒤 밤을 지새우며 지진 공포를 피하고 있었다. 현청사는 정식 피난소가 아니어서 구호 물품이 부족해 이재민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했다. 일부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가 가져온 비상식량을 옆 사람과 나눠 먹기도 했다. 또 5분 거리의 구마모토시 상하수도국 앞에서 물을 배급받아 왔다. 이재민들은 물을 받기 위해 300m 넘게 줄을 서서 두세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새치기나 고함 없이 모두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앞서 이날 오전 5시쯤 음식 확보에 실패한 한 할아버지가 사람들이 누워 있는 현청사 1층에서 큰 소리로 “먹을 것이 다 떨어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중년 여성 2명이 그에게 다가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건넸고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정식 피난소인 인근 스나토리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아침 식사로 죽 배급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4명까지는 한 그릇, 그 이상은 두 그릇에 나눠 가족 수에 따른 정량을 배급했다. 반찬도 없고 양도 부족했지만 더 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는 사람은 없었다. 배급을 맡은 여성은 “1차 배급이 끝난 뒤 남으면 더 달라는 사람에게 주는데, 1차 배급이 끝나기 전에 더 달라고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차분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날 낮에 구마모토현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거나 다리와 터널이 붕괴됐고 산사태가 발생해 국도 57호선 등 적잖은 도로가 차단됐으며 열차 탈선에 전력 차단 등으로 철도 교통도 마비됐다. 도카이대 아소캠퍼스 근처의 연립주택 4개동이 파손되면서 이 학교 학생 가가와 시호 등 12명이 매몰됐다가 10명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구마모토 공항은 민항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등 폐쇄된 상태다. 강진에 전날 많은 비까지 내려 약해진 지반으로 추가 지반 붕괴, 산사태 등 대형 붕괴 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후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구호품을 실은 군용 차량들이 수백 미터씩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구마모토를 빠져나오던 한 노인은 “이런 지진은 평생에 처음”이라며 “이번 지진은 언제 끝날지 몰라 빠져나온다”고 말했다. 추가 지진과 건물 붕괴 우려로 구마모토현에서만 9만 8000여명이 집을 떠나 지난 14일 이후 나흘째 학교, 공공건물 등 피난소에서 생활했다. 구마모토현과 인근 오이타현 주민 24만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고 이 지역 40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지난 16일 새벽 1시 25분 구마모토현을 다시 엄습한 규모 7.3의 2차 강진으로 사망자는 42명으로 늘었고 중상자 180여명 등 부상자도 2000명을 넘어섰다. 17일에도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하는 등 14일 규모 6.5 지진 이후 이날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300여 차례, 진도 4 이상은 55차례, 진도 5 이상은 14차례 발생했다. 17일 낮 12시까지 발생한 여진은 417차례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여진으로 대지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본 열도가 불안과 긴장 속에서 밤을 보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구마모토현을 격심재해(특별재해)지역으로 조기 지정하고 예비비를 신속히 투입해 복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구마모토·후쿠오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일본 지진] 구마모토현서 규모 7.3 강진 또 발생…한반도도 흔들

    [일본 지진] 구마모토현서 규모 7.3 강진 또 발생…한반도도 흔들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2차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밤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계속되다가 발생한 2차 강진이다. 특히 강도가 지난 14일보다 더 높아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1시 25분쯤 구마모토현에서 리히터 규모 7.3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의 진원지는 북위 32.8도, 동경 130.8도이고 진원의 깊이는 10㎞로 추정됐다. 규모 7.3 강진에 이어 오전 6시까지 진도 2~6 사이의 50건 가까운 여진이 이어졌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발생한 2차 강진이 ‘본(本) 지진’이며 14일 발생한 1차 지진이 전진(前震)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HK는 14일부터 이날 밤까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으로 늘고 부상자는 27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새벽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주민이 고립된 건수가 53건, (무너진 가옥에) 매몰된 건수가 23건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구마모토현 측은 미나미아소무라의 도카이대 아소 캠퍼스 근처에 있는 2층 건물의 1층부가 무너져 대학생들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심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도 앞서 “피해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피해 상황 파악과 구조 및 구명에 전력을 다할 것과 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당초 이날 구마모토를 시찰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강진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강진이 발생한 구마모토공항은 국토교통성에 의해 공항 터미널이 종일 폐쇄된다. 이에 따라 구마모토공항을 오가는 항공편도 모두 결항하게 됐다. 또 구마모토현 니시하라무라는 제방 붕괴 위험으로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를 내렸고, 구마모토현과 미야자키현, 오이타현 등에 걸쳐 총 20만호 이상의 가옥 등이 정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은 재해대응을 위해 육·해·공 자위대의 통합임무부대를 설립했다. 기상청 아오키 겐 지진해일 감시과장은 “이번 지진으로 흔들림이 강했던 지역은 이틀 전 지진보다 더 넓은 것 같다”면서 향후 일주일 안에 진도 6에 육박하는 여진이 있을 수 있다며 거듭 주의를 촉구했다. 한편 강진으로 인한 한국인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후쿠오카(福岡) 주재 한국 총영사관 박기준 부총영사는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적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부총영사는 다만 “각 지역의 교통 통제와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여행지역에서 발이 묶인 한국 여행객들의 애로사항, 민원 등이 총영사관으로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4일 구마모토현에서 첫 지진이 발생한 후 우리 여행객들이 오이타(大分)현 벳부 온천지역에 많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진의 영향은 한반도에서 영향을 미쳤다. 이날 새벽 2차 강진이 발생한 이후 부산에서는 진동을 감지한 시민의 신고가 1965건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건물 안 전등까지 흔들렸으며 일부 시민들이 잠에서 깨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뒤 1시간 동안 관련 문의전화가 약 700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기상청은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이 울산, 경남, 부산 등 한반도 동해남부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진 125회·이재민 4만여명 공포… 日 되살아난 대지진 악몽

    여진 125회·이재민 4만여명 공포… 日 되살아난 대지진 악몽

    9명 사망·1100여명 부상… 사망자 늘 듯 일본 열도가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까운 규슈 지역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 6.5의 지진 발생 다음날인 15일 사망자 9명, 부상자 110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더 강한 지진이 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구마모토현을 관할하는 후쿠오카 총영사관은 “한국인 피해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125회 반복됐다고 발표했다. “규모 5~6의 강한 여진이 앞으로 1주일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에 2만명에 가까운 피난민들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피난소에서 불안에 떨었다. 4만 4000여명을 넘어섰던 피난민 가운데 일부는 귀가했다. 이번 지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규모 9.0) 이래 가장 강한 것이다. 일본 열도의 활성 단층대가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직하 지진 등 대지진 엄습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도 커졌다. 지진은 지난 14일 밤 9시 26분쯤 발생했다. 진원 깊이가 11㎞로 얕은 편이어서 충격이 컸다. 최근 발생한 지진의 진원이 점점 얕아지고 있어 위험이 커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무너진 건물이나 떨어진 건물 잔해 등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NHK는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50여명이 넘어 사망자가 늘 수 있다고 전했다. 1만 5000여 가구가 정전됐고 5만 8000여 가구가 단수 상태이며 각급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구마모토 공항은 15일 여진 우려 등으로 활주로를 폐쇄했다가 재개했고, JR규슈는 규슈신칸센 전 구간 운행을 중지했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노면이 꺼지거나 솟아올랐고, 휴지를 구겨 놓은 것처럼 쭈그러지는 등 여기저기 파인 곳에 차량들이 빠지기도 했다. 건물과 담장 수백 채가 무너져 내리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시키마치에서는 무너진 건물에 갇혀 있던 생후 8개월 된 여자아이가 이날 오전 6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다. 도로 곳곳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생겼고,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가옥과 담장들도 여진에 불안한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은 지 400년이 넘은 구마모토성은 담벼락 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성벽에는 지름 1m가 넘는 구멍이 생겼다. 성의 전망대 격인 천수각은 목재들이 충격으로 튀어나왔고 지붕의 기와들은 떨어지거나 허물어져 내렸다. 구마모토시에 있는 성은 임진왜란 때 선조의 아들인 임해군, 순화군을 포로로 잡았던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지진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대지진)과 흔들림의 세기인 진도에서는 7로 같았지만 피해는 극히 적었다.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내진 강화 등 철저한 대비가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됐다. 6402명이 사망한 고베대지진은 절대 강도를 재는 리히터 규모로는 7.3으로 이번 구마모토지진 규모 6.5보다는 강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여진이 계속되는 만큼 피해 방지와 주민 구조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16일 현지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밤 중 건물 ‘와르르’… 신칸센 열차도 탈선

    한밤 중 건물 ‘와르르’… 신칸센 열차도 탈선

    여진 잇따라… 100여명 부상 日기상청 “쓰나미 우려는 없어” 부산·경남·제주 등서 ‘흔들림’ … 정부 “교민 피해 파악 중” 1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동일본대지진에 맞먹는 진도 7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건물이 무너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지진으로 신칸센이 회송 도중 탈선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6분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지방에서 규모 6.5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후에도 진동이 이어졌다. 진원지는 북위 32.7도 동경 130.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11㎞로 추정됐다.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현 마시키에서는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구마모토현 일대에서는 진도 5~6, 이 밖의 규슈 지역에서는 진도 3~4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구마모토현에서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 지진 발생 후 여진이 이어지다가 오후 10시 7분쯤 다시 강한 지진이 발생해 진도 6에 조금 못 미치는 흔들림이 관측됐다. 이후에도 한동안 여진은 계속됐다. 기상청은 1주일 내에 진도 6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9채 이상이 붕괴됐으며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구마모토현 일대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파손, 낙석, 화재 등의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피해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대 흔들림이 관측된 마시키에 피해가 집중됐다고 NHK가 전했다. 중요 문화재인 구마모토성의 돌담길 일부도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으로 구마모토현의 1만 6000여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 발생 직후 규슈의 신칸센(고속철도)과 일반철도는 운행을 일시 중단됐다. 기상청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지진 해일)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강진 발생 이후 총리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주 후쿠오카 총영사관에 비상대책반을 만들고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단 등 교민 연락망을 통해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 방문객들에게 로밍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부산, 경남, 제주 등지에서도 감지돼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주요 외신이 전망한 총선 후 한국 정세] 日 “정권 구심력 약화… 한·일관계 정체 가능성”

    일본 정부는 제20대 한국 총선 결과가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가 혹여 지난해 말 양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야당 움직임 등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4일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다양한 레벨에서 협력을 강화해 한·일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작년 말 합의를 한·일 양국이 책임을 갖고 실행하는 것이 양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여소야대가 돼서 합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일 양국 간에 합의한 것이므로 책임을 갖고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자세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직 임기가 남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관방부장관도 기자들에게 “(박근혜 정권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 총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구심력이 저하되면서 어렵게 정권을 운영하게 됐다”며 “위안부 합의 이행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체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한국학 연구부문장(교수)은 “이번 선거 결과가 한·일 관계의 후퇴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정권의 레임덕을 피하는 의미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선거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히로시마 헌화, 원폭 사과는 아니다” 선그은 케리

    美정부 사죄로 비쳐질까 경계 핵 참상 상징 ‘원폭 돔’ 전격 방문 존 케리 국무장관은 11일 미국 현직 각료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평화공원)을 방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케리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등 다른 참가국 장관들과 함께 71년 전 피폭지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이날 찾았다.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 외무장관도 동행했다. 이날 방문은 미국과 일본이 ‘신(新)밀월기’를 구축한 가운데 일본의 제의로 성사됐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서 각인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 속에서 장관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케리 장관 등 G7 외상들은 피폭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공원 내 원폭 자료관을 참관한 뒤 위령비 앞에 나란히 서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어 원폭 투하 및 패전의 상징물인 ‘원폭 돔’을 방문했다. 원폭 돔 방문은 당초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케리 장관의 제안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원폭 돔은 당시 물산진열관 건물로 쓰이다 원폭으로 돔 부분 철골 골조와 외벽 일부만 남아 핵무기의 참상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됐다. 케리 장관은 평화공원 방문에 앞서 기시다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 방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평화의 중요성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강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앨 수 있기를 희망하는 순간”이라고 자신의 평화공원 방문이 갖는 의미를 소개했다. 케리 장관과 함께 일본을 방문 중인 한 미국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케리 장관이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를 하려고 히로시마에 온 것이냐고 여러분이 묻는다면 그것에 대한 내 대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혹시 여러분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모든 미국인과 일본인이 슬퍼한다고 케리 장관이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 방문이 미 정부의 사과로 확대해석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방문으로 다음달 G7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및 위령비 헌화 등도 힘을 받게 됐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해 온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 장관의 이번 방문에 대한 미국 여론의 동향을 살펴본 뒤 방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평화공원 방문 전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방문 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기운을 다시 고조시키기 위한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짧게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피폭 실정을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기운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방문 행보가 아베 정권이 2차대전 패전 결과인 ‘평화헌법’의 개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가해’를 희석시키고 ‘피해’를 부각시키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해당 기관 줄줄이 반대 “조기 이전” → “계획 없다” 이전 부작용 지적도 빗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관료 장악력이 세다는 아베 신조 정부도 지방 이전과 관련해 막강한 관료 반대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조기 이전을 유력하게 검토해 오던 특허청, 중소기업청, 기상청, 관광청 등 4개 기관에 대해 “현재 이전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높아진 수입 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작용으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요람인 오사카에 대한 선심 쓰기에조차 실패했다. 오사카는 ‘특허청 서(西)일본 심사 거점’ 기능과 중소기업청 이전을 요구해 왔다. “이전이 이뤄지면 300명 이상의 중앙공무원들이 일하게 돼 여러 부수 기능이 오게 된다”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이전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고, 인재 확보가 곤란하다”는 관료 조직의 반대로 일단 물 건너갔다. 중소기업청과 관광청 등은 “(이전이 이뤄지면) 전국의 관점에서 기획·입안 업무 기능의 유지,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반대했고 기상청은 지진, 해일과 같은 기상재해 등에 대비해 “위기 대응을 위해 도쿄에 있어야 한다”는 관료들의 목소리를 역시 넘지 못했다. 관광청은 효고현과 홋카이도가, 미에현은 기상청 이전을 요구해 왔다. 정부 산하 연구·연수기관 등 독립행정법인 이전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유치를 신청한 해당 지자체에 “지역 대학 및 관련 기관 시설을 활용한 연수 확대 및 활성화”라는 당근을 내밀면서 이전을 피해 가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이화학연구소 같은 연구기관이나 삼림기술종합연수소 같은 연수기관 등도 여전히 “일부 이전” 수준의 검토만 진행 중이다. 기후현은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JAXA)의 항공우주센터와 사가미하라연구소의 이전을 제안했지만 관료들은 “JAXA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기후현 과학관 등과의 연계 체제 구축을 강화하겠다”면서 “이전은 긴 안목으로 검토한다”며 지연책을 썼다. 국제협력기구의 개발도상국 관계자 전용 연수 기능 이전을 요구한 시마네현에 대해 국제협력기구 역시 “현지 대학과 연계한 연수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이다. 국제협력기구 측은 “기획과 입안 능력을 가진 인재 이주가 어렵다”고 엄살을 떨었다. 오이타현은 국제교류기금의 일본어국제센터 유치, 오카야마현 등은 자위대 체육학교 이전을 요구했지만 두 기관 역시 “지역 기존 시설을 활용해 합숙을 많이 보내겠다”며 발을 뺐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이 애드벌룬만 올렸지 의지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와 현지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 시설을 활용한 연수 확대 등을 약속하며 달래고 있다. 관료들은 “국회 대응이 어렵고 다른 부처와의 연계가 어려워진다. 부처 간 조정 기능도 약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앙정부의 기능 이전 바람 속에 부작용 지적도 빗발친다. 경제산업성 등은 이전 대신 일부 기능 및 기관 파견 강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행정 비대화를 초래하고 지방 분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행정조직 비대화를 비롯해 예산 급증, 관료 나태 및 감독 저하, 업무 효율 저하 등 이전에 따른 한국의 부작용 사례가 내부적으로 상당히 참고가 되고 있다”고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더블 선거서 개헌 노리는 아베… ‘공공기관 이전’ 지방 껴안기

    [글로벌 인사이트] 더블 선거서 개헌 노리는 아베… ‘공공기관 이전’ 지방 껴안기

    일본 소비자청, 총무성 통계국이 오는 7월부터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와카야마현 등에 각각 일부 직원을 보내 현지에서 한 달가량의 ‘테스트 근무’를 시킬 예정이다. 오는 8월 부처 이전 결정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14일부터 반도 구미코 청장을 비롯한 소비자청 직원 9명은 도쿄를 떠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에서 나흘 동안 출장 근무를 하면서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직원들과 화상 회의를 여는 등 원격 업무를 테스트했다. 이들은 원격 회의와 정보시스템 작동 등을 확인하고 근무 조건 등을 점검했다. 이들의 ‘이동 근무’도 소비자청 이전을 위한 시험 근무였다. 소비자청은 도쿠시마현이, 통계국은 와카야마현이 각각 이전을 받겠다고 요구해 아베 신조 총리의 최종 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오는 8월 소비자청과 총무성 통계국의 지방 이전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역 주민은 “이변이 없는 한 이전이 확정적”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부 부처와 함께 아베 정부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정부 산하 연구 및 연수 담당 기관 23곳의 전면 또는 일부 지방 이전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립건강·영양연구소의 오사카부 이전이 결정됐고, 주류종합연구소는 히로시마현으로 옮겼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부처와 산하기관 지방 이전 시도는 표밭인 지방의 불만을 다독거리고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다. 한국을 본떠 선거와 지방 활성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크다. 지방 인구가 줄고 기업들은 활력을 잃은 채 추락하고 있는데도 ‘도쿄 일극화 추세’가 심화돼 지방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는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인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최근 일본 국세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도쿄도와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등 도쿄 주변 3개 현을 합친 수도권 인구는 3612만 6355명으로 일본 전국 인구의 28.4%다. 5년 전보다 50만 7791명이 증가했다. 반면 지역경제의 대명사로 전통적 상공업도시인 오사카부의 인구는 68년 만에 줄었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 인구는 2010년에 비해 0.3%, 2만 6337명이 줄어든 883만 8908명이었다. 전통적 제조업이 쇠퇴하는 추세인 데다 아베노믹스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다. 도쿄 주변에 포진한 수출 위주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대조적으로 내수 지향의 중소기업들은 높아진 수입 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효과로 더욱 어려워져 문을 닫고 있다. 오사카 인구 감소는 1950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경제 부흥이 본궤도에 올랐던 1965년에 20.94% 증가한 것을 비롯해 1990년 이후에도 1% 미만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꾸준했다. 오사카의 인구 감소는 더욱 어려워진 지방의 상황을 상징한다. 지방 재건과 활성화 등 ‘지방 창생’ 슬로건을 내세워 온 아베 정권은 부처 이전을 지방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고 간판 정책으로 선전하고 싶어 한다. 아베 정권은 “2020년에는 도쿄권으로 들어오는 전입자 수를 제로(0)로 만들고 과밀화를 시정하겠다”고 선전해 왔다. 나가노현은 법인 사업세를 3년간 95%, 도야마 및 이시카와현은 90% 감액하고 있는 등 지자체들은 아베 정책에 발맞춰 기업의 본사 기능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지방 이전 움직임은 크지 않다. 도쿄 일극으로의 돈, 권력, 일자리 집중이 더욱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중의원까지 합쳐 ‘더블 선거’로 치러 개헌선을 확보하겠다는 아베 정권에는 지방 균형 발전을 내세워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끌어올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크다. 아베 정권은 일단 도쿄의 라이벌 도시로 ‘일본 정신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져 온 교토에 “문화청의 전면 이전”이라는 선물을 줬다. 지난달 22일 아베 총리가 본부장으로 있는 총리 산하 ‘마을·사람·일 창생본부’가 최종 승인했다. 문화청은 예산 규모 1000억엔에 직원 233명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한정적이지만 교토 및 주변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다고 평가된다. 본격적인 부처 및 관련 기관 이전에는 아베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리 측은 지방 요구와 관료 저항이라는 상반된 상황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판알을 튕기며 지역 이전의 말판을 놓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동철 칼럼] 초고속 고령화와 차기 대선

    [서동철 칼럼] 초고속 고령화와 차기 대선

    갈수록 강해지는 일본의 우경화 바람을 보면서 이게 어디 아베 신조 총리 한 사람의 문제일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주변 국가를 불쾌하게 만들거나 말거나 아베의 ‘선동’이 지속적으로 먹히고 있는 것은 호응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 전반 한때의 ‘영화로운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 1위 고령화 국가라는 일본의 처지와 분명히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 일대를 장악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군국주의 일본을 어린 시절이나마 호흡한 세대는 벌써 70~80대에 접어들었다. 반면 50~60대는 패전(敗戰)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강조하는 이른바 평화헌법 아래 숨죽이고 살았다. 그렇게 유순하고 예의 바른 국민이라는 평판을 얻은 세대지만 발톱을 감추고 있다고 해서 맹수가 아닌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보다 익숙한 질서, 그것도 자신들은 화려했다고 생각하는 과거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베는 더이상 본성을 감추고 싶지 않은 세대의 보수적 심성에 불을 질렀을 뿐이다. 일본을 떠올린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유권자 추이 때문이다. 4·13 총선의 유권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984만명으로 19대 총선의 817만명보다 167만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20대 총선의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도 23.4%로 지난 총선 당시 20.3%보다 3.1% 포인트나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2050년이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미국 통계국의 전망도 있다. 그런데 유권자 추이에서 보듯 우리의 고령화 체감도는 미국 통계가 현실을 반영한 것이 맞나 싶게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가 일본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북풍(北風) 논쟁이 사라지고,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야당의 심판론이 먹히지 않으며, 보수 여당과 진보 제1 야당이 각각 영남과 호남의 텃밭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등장에 따라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위협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이 일으키려던 이른바 야권 연대 바람이 누구의 마음도 흔들지 못한 채 미풍(微風)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선거판을 흔들 만한 요인이 대부분 사라진 마당에 가장 큰 변수는 오히려 유권자의 고령화가 아닐까 한다. 나이 든다고 모두 보수화한다는 논리가 언제나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더민주는 더더욱 믿고 싶지 않은 가설이다. 더민주 안팎에는 오히려 60대에 진입하고 있는 유권자가 젊은 시절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민주화운동의 영향권에 있었고,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은 은퇴 시점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 세대라는 점에서 오히려 우군(友軍)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조차 없지 않은 것 같다. 고령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새누리당도 선거 운동 막판인데도 지지세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살을 부릴 수밖에 없다. 지지자 상당수가 투표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만큼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지하지만 투표할 의사가 없는 유권자는 노년층보다 젊은 층이 더 많다. 늘어난 60대 이상 유권자는 전국 253개 선거구에 그저 기계적으로 배분해도 선거구당 6600명이나 된다. 고령화에 따른 보수화 현상은 아무리 과소평가해도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렇다 해도 총선에서는 고령화의 영향력을 계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60대 이상 유권자가 더욱 늘어날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를 것이다. 이미 지난 대선 결과를 ‘인구 구조의 변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보수 후보 지지자의 절대수가 진보 후보 지지자를 초과했다는 설명이다. 차기 대선에 대한 여권의 근거 없는 자신감도 실제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충성도가 높다고는 해도 지난 대선과 다름없이 친노(親)만 껴안고 가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전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논설위원
  • 비제조업·中企까지 흔들…출구 못 찾는 아베노믹스

    비제조업·中企까지 흔들…출구 못 찾는 아베노믹스

    비정규직 비율도 2.7%P 증가 일본은행 “추가 금융완화 필요” “견고한 것처럼 보였던 일본 국내 경기마저도 걱정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얼굴) 총리가 양적완화 등을 앞세운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4일로 시작 3년을 맞았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하락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지적했다. 도쿄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이날 일본은행이 “2년 안에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물가 2% 상승에 실패한 점을 지적하면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장기전이 됐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실질임금지수는 아베노믹스를 막 시작한 정권 초(2013년 1월) 85.4에서 3년이 흐른 지난 1월 81.7로 되레 악화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35.3%에서 38%로 높아졌고 국민은 지갑을 닫았다. 2인 이상 가구의 소비 지출도 월 28만 8934엔에서 28만 973엔으로 줄었다. 기업은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기록했지만, 설비 투자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이 미래 불안에 움츠려 있는 탓이다. 사상 최고 이익을 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조차 “경영 환경의 조류가 변했다”고 경계했다. 기업이 설비 투자와 임금 인상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경기 선순환에는 노란불이 더 커졌다. 경기 선순환의 출발점인 엔 하락, 주가 상승 기조도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흔들렸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도 불투명해졌다. 구로다 총재와 일은 측은 “필요한 경우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시장은 시큰둥했다. 체감 경기 악화는 비제조업과 중소기업부터 퍼져 나왔다. “국내 수요도 떨어질 수 있고, 견고하다고 평가된 국내 경제도 위태롭다”는 말이 중앙은행 간부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금융완화 정책이 ‘심리 작전’이었으나 무리가 있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공과를 점검해 궤도 수정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을 통해 “일은은 금융완화의 효과와 문제점을 검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쿄신문은 주가 상승 등 금융완화 혜택은 그나마 부유층에 한정됐고 저소득층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자산을 까먹으며 금융자산 격차가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일본 가정의 전체 금융자산은 1741조엔(약 1경 7892조 4311억원)으로 금융완화 시행 전인 2012년보다 174조엔(약 1788조 2154억원)이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래 불안 등으로 국민들이 소비를 꺼리는 것도 경기 회복의 큰 문제로 지적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한·일 군사교류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별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곳곳에 봄을 알리는 벚꽃이 한창이지만 엄동설한에 벚꽃은 어불성설이다. 때를 못 읽고 개화(開花)를 서둘렀다간 얼어 죽기 십상이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양국이 북한의 핵 위협 억제를 위해 우리 측에 조기체결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협정을 위해선)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밝혔다니 옳은 대응이라고 본다. 일본은 2012년 협정 체결이 무산된 이후 줄곧 재추진을 강력하게 희망해 왔다. 북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데다 갈수록 보폭을 넓히는 중국의 군사적 행보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 간 정보교류의 확대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중재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위해 기존의 한·미,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이어 한·일 간에도 조속히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초 대북 워게임에서 미국이 한·일 군사 당국자들을 같은 편으로 편성하는 등 미국의 조기 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도 활발한 듯하다. 우리도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의 수집 및 교류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2014년 12월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을 맺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정보를 미국을 매개로 양국이 상호 공유하고는 있지만 즉응성(卽應性)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는 양국 간 직접 정보교류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GSOMIA는 국가 간에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핫라인 개설이나 합동군사훈련 등의 군사교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新)안보법 발효로 일본은 이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자국 내에서도 군국주의 회귀 비난이 거세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는 여전히 자기 육성으로는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일본과 군사기밀을 공유한다는 것에 많은 우리 국민들이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없이 밀실 추진하다 낭패를 본 까닭이다. 일본의 군사정보는 우리에게 필수적이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도 중요하지만 대중관계 등 고려해야 할 외교적 요소도 만만치 않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신중해야 한다.
  • G7외무장관 히로시마 피폭지 방문 … 아베 ‘핵 피해자’ 꼼수?

    새달 오바마 방문 위해 외교력 동원 “피폭 강조해 정당성 끌어올리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주요 7개국(G7)의 외무장관들이 원자폭탄 피폭 현장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NHK는 3일 오는 10~1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외무장관회의 기간에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 외무장관들이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들 G7 외교장관은 원폭이 떨어진 원폭 돔과 이를 중심으로 건설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및 원폭자료관을 단체로 방문해 원폭위령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핵 군축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정리한 히로시마 선언을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표하고 이에 ‘핵무기의 비인도성’ 등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의 주장을 넣기 위해 관련국들과 조정하고 있다. 교도통신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세계 지도자가 피폭지를 방문해 피폭 실상을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기운을 북돋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부터 핵 군축·비확산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오는 5월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기간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는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는 동시에 핵 문제 및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도덕적 정당성과 외교적 영향력 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 정부는 그동안 “일본이 왜 원자폭탄을 맞게 됐는가”를 강조하며 역사에 대한 각종 기술을 뜯어고쳐 “핵의 피해자”란 점만을 강조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번 G7 외무장관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및 원폭자료관 방문도 그런 점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韓·中 80분 대좌… 朴대통령 “무신불립” 강조

    朴대통령·시진핑 북핵 사태 후 첫 만남 靑 “여러 사안 상당히 심도있게 논의” 아베 총리와는 ‘위안부 합의’ 이행 재확인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된 1시간보다 20분 더 늘어난 80분간 진행됐다. 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안보리 제재로 이어지는 일련의 ‘북핵 파동’이 진행된 이후 첫 만남이어서 많은 ‘이해 관계’가 논의됐음을 암시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중 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상당히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앞서 진행된 한·미·일 3국 회동이 75분, 한·미 회담 15분, 한·일 회담 20분 등으로 한·중 회담보다 짧았던 것과 관련, 또 다른 당국자는 “한·미·일 간에는 상대적으로 사안에 대한 의견 차가 적고, 정부 당국자 간 사전 협의가 충분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31일~1일 미국 워싱턴은 북핵과 관련해 여러 긴박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과 미국·일본·중국 간에는 3시간 10분간 연쇄적으로 양자 및 3자 회담이 이어졌고, 미·중 간 정상회담도 예정보다 크게 길어지면서 한·중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 시간인 4시를 훌쩍 넘겨 4시 57분에야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 이후 7개월 만인 시 주석과의 만남을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으로 시작했다. 시 주석이 먼저 지난 2월 5일 이뤄진 한·중 정상 간 통화를 언급하면서 “얼마 전 우리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증진시켰다”고 평가하자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주석님과 오찬을 함께했을 때의 무신불립이라는 문구가 기억이 난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가는 기본정신은 상호존중과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양국 정상 간 단독오찬의 메뉴판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과 함께 ‘이심전심 무신불립’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박 대통령의 무신불립 언급은, 북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한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 박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을 거듭 촉구했던 것과 연결해 볼 때 북핵 대응 등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해 주기를 바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2일 첫 회담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위안부 합의의 온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실험 등으로 야기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상호 인식을 공유했다”고 양국 정부는 밝혔다. 워싱턴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아베 비판하던 日 앵커 “언론, 때론 대세에 찬물 끼얹어야”

    아베 비판하던 日 앵커 “언론, 때론 대세에 찬물 끼얹어야”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정상급 앵커가 마이크를 내려놓으면서 정권의 ‘언론 통제’ 논란에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민방인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보도 스테이션’의 앵커를 12년간 맡은 후루타치 이치로(61)는 마지막으로 진행한 지난달 31일 방송의 클로징 멘트를 통해 “요즘 시원하게 여러 가지 발언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공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분위기)를 읽으라’는 말이 있지만 (언론은) 오히려 (대세를 따르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끌미끌 피해가는 무난한 말로 굳어져 버린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다”며 “열정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다소 치우치게 된다”고 ‘기계적 중립’을 싫어하는 자신의 ‘앵커론’을 피력했다. 후루타치는 자신의 하차가 정권의 압력에 의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압력으로 물러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2004년부터 보도 스테이션을 진행한 그는 과감하고 날카로운 코멘트로 유명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은 동안 보도 스테이션은 평균 시청률 13%대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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