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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여전히’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고, 이를 위한 규제 개혁과 국가전략특구의 과감한 활용을 역설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경제재정상·금융상 등 여러 각료 자리를 옮겨 가면서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각종 구조개혁을 완성시켰던 그를 지난 2일 도쿄 중심가 오테마치의 파소나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7년 새해는 어떤 한 해가 될까. -한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 포퓰리즘’(초대중 영합주의)이 일어나고 있다. 흡사 거대한 지각의 단층선(fault line)이 사회를 단절시키는 듯한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6년 전 ‘단층선’이란 책에서 계층으로 단절된 사회에서 불만세력들이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고,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난무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격차, ‘갈라진 단층’들 안에서 국민 불만이 여러 형태로 폭발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예상 밖의 지도자 선출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격한 반발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듯하다. 올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주요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선거를 통해 이런 현상이 고조될지, 완화될지,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민족주의 고조는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저해한다. →갈등과 불확실한 요소들이 어느 때보다 돌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미·중 갈등 등) 아·태지역의 평화질서 구축 여부 등이 대표적인 불확실 요소다.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간다. 그 직후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무게를 지닌다.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중국의 상황과 대응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직 적다. 향후 행보를 봐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국제경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이었던 ‘레이거노믹스’의 초기 단계와 비슷해질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재정 확대와 금융 긴축을 조합으로 한 정책이었다. 당시 재정과 무역수지 양쪽의 ‘쌍둥이 적자’ 발생으로 금리가 뛰고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엔화와 원화가 약세가 되고, 주가는 오를 것이다. 2017년은 일본경제도, 세계경제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당시에도 적자가 크게 늘자, 미국은 1985년 일본을 압박해 엔화 가치를 올린 플라자합의를 맺었다. 당시 4년 만에 조정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1~2년 안에 (엔화·원화 가치를 높이려는) 조정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조정 국면이 한국, 일본 경제에 충격을 주진 않을까. -조정 국면이 닥치면 통화 가치가 오르고,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게 돼 관련주가가 내려가게 된다.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 금융 모두 확대정책으로 가게 된다. 1985년 당시 일본도 이런 정책을 쓰다 결국 버블에 빠졌다. 버블은 세계 어느 곳에선가 진행돼 왔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1997년 한국 등이 포함된 아·태지역 버블, 2001년 IT 버블, 그 뒤 미국 부동산 버블 및 이로 인한 2008년 리먼 쇼크 등…. 신흥국들에서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 생겼다. 인도, 중국 등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브라질, 러시아는 벌써 왔는지 모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중국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6% 경제성장을 지속 중인 중국의 성장률이 2030년 2.8%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성장은 모순을 감춘다”는 말이 있는데,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 소득격차, 부패, 정치 불안정 등 여러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사회 불안정 가능성도 있다. 성장이 지속될 때의 버블은 견딜 수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높아진 자산가격 및 대차대조표 조정 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도 일본의 지난 20년의 저성장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혁신이 필요하다. 명확한 법의 지배, 창의적인 인재 및 교육제도, 자유 등이 불가결하다. 자유가 없으면 혁신은 없다. 한국에 시급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상화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미래 예측가능성도 낮아져 경제도 정체한다. 국가가 사회에 어떤 정책과 행동을 취하려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 기업 문제와 관련, 한국은 과거 재벌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 왔는데 이제는 공정한 정책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정 경쟁 정착 문제다. 독과점 규제도 필요하고, 경쟁 정책과 공정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공공 개혁의 권위자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구조개혁 조치들이 필요한가. 한국 정부의 공공 구조개혁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한국에 필요한 공공·구조개혁은 무엇인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문이 비대하다고 판단, 내가 우정민영화담당대신으로서 민영화를 이뤄낸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인구가 주는 상황에서 물류사업인 우정을 글로벌화시키려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국영기업으로는 불가능했다. 성장 여력이 큰 아시아물류사업의 매력도 컸다. 독일의 도이치포스트는 유럽연합(EU) 전체를 보고 민영화를 단행했고, DHL을 매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축은 늘고 투자는 둔화 추세다. ‘자연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추계도 나왔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 기회가 줄고 있다”면서 “방치할 경우 장기 침체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고, 각 분야의 규제개혁을 단행해 투자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민간 투자와 공항시설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일본)국가전략특구의 제안자로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위한 많은 전략을 조언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민간투자설비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라는 제안은 국가전략 특구를 만들어 실행되고 있다. 규제개혁에는 반대 세력이 많아 특구를 만들어 우선 그 안에서 규제 개혁을 시작해 보려는 시도다. 도쿄권·오사카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프라의 ‘컨세션’(concession)제도의 도입이다. 국가가 도로, 항만, 공항 등 주요 인프라의 소유권을 갖되, 운영권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센다이 공항, 간사이 공항 등이 이 방식을 취했다. 후쿠오카공항,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 등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현금이 도는 인프라 운영권 이용은 활용도가 높다.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치들이 또 필요한가. -일본의 경우 산업과 기업의 신진대사를 높여야 한다. 창업률, 개업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기업 폐쇄율도 마찬가지이다.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해 경영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만들어 이에 따라 사외이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에서는 손을 떼게 하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종신·연공서열이 일본의 표준방식이 돼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노동과 근무형태를 수용하고 가능케 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직업의 질은 떨어져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올해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 안에서 비정규직의 급여와 대우를 높이는 방안도 들어 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동일(同一)노동 동일임금’도 이를 위해서다. 올 3월쯤 정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되고, 관련 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임금 부담이 큰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임금 하향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노조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증가 추세인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고, 대우가 나아져야 소비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다양한 노동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한국도 더 노력해야 한다. 해고의 규범, 룰도 분명해져야 한다. 일본은 쉽게 해고할 수 없게 하는 도쿄고법의 1979년 판결 등 판례에 따라 이를 결정해 왔다. 해고 시 금전 보전 등이 확립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고할 때 금전 보상 제도가 없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져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가계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근본 이유였다. 소득을 늘리려면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늘어난 부분이 정부 세금으로 흡수됐다. 지난 3년 동안 국민들의 국내총생산(GDP)은 30조엔이 늘었지만, 그 가운데 70%가 세금으로 흡수됐다. 국민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이를 다시 가계와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이하게 세금을 늘려서는 안 된다. 증세 없이 가능하냐는 반문도 있지만, 재정 건전화 방안을 모색하면 된다. 일본은 매우 큰 사회보장 예산을 쓰고 있다. 나도 올해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게이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그렇다고 한다. 대기업 사장 등 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 등 절약할 부분이 많이 있다.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더 올려야 한다. 지금 제도는 1960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66세일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남성 81세, 여성 87.4세가 평균수명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노동형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활성화되고, 연금재정 수요도 준다. 사회보장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해 양육 지원, 보육원 대기아동 해소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재정을 더 써야 한다. 사회보장개혁으로 얻은 여유 재정을 인프라에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일본 사회의 당면 과제에 어떤 해법이 있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GDP의 200%를 넘어선 정부부채 해결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회보장 개혁을 통한 예산 절감,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컨세션과 특구를 활용한 규제개혁의 활성화 등이다. 도쿄에서는 20개 이상의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5~7년 정도가 걸리던 대형도시개발 심의를 특구에서는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기초의학 연구, 의료관광 등 글로벌화를 겨냥해 38년 만에 신규 의대도 세우게 됐다. 나리타 공항 부근 특구에 산노병원의 의과대학이 들어선다(의사협회의 반대로 신규 의대를 세우지 못해 왔다). 공동조합들의 더 자유로운 경쟁 등 농업개혁도 필요하다. 3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도 일본에는 커다란 정비와 개혁의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자동운전, 로봇을 활용한 건설 등을 한 단계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1965년 도쿄올림픽 개막 9일 전에 도카이도 신간센이 개통됐고, 도쿄를 대표하는 뉴오타니호텔, 프린스호텔 등이 세워졌다. 오쿠라호텔도 개막 2년 전에는 문을 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란 계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활성화를 지적했는데. -자동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공유경제활동 등 5가지 요소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일본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있지만 ‘차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법규 탓에 공공도로에서 이를 실험할 수 없다. 영국이 핀테크를 위해 만들고, 싱가포르가 도입한 샌드박스(모래상자)형 특구를 활용하면 된다. 자율주행을 위해 올해 중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빅데이터 등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서도 개인정보보호 등을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아마존, 구글 등을 앞세운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성취도 연구 대상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고이즈미 前총리의 ‘경제 선생’… 구조 개혁 불도저처럼 밀어붙어 게이오대 교수로 있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에서 주요 각료를 지내며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핵심 개혁을 추진·성사시켰다. ‘총리의 가정교사’, ‘구조개혁의 사령탑’ 등으로 불리며 2001년 4월 고이즈미 1차내각에 경제재정상으로 입각해 2006년 9월 3차 내각까지 5년 6개월 동안 금융상·총무상 등을 맡으며 총리와 임기를 함께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서 공공 개혁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각료 퇴임 후에도 각종 자문을 하며 일본정부의 개혁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베 신조 정부의 산업 경쟁력회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미래투자회의 등의 위원으로 왕성한 자문 활동을 펴고 있다. 2016년 게이오대 퇴임(명예교수) 후, 도요대 글로벌·이노베이션학 연구센터 소장 겸 교수로 있다. 2009년부터 파소나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대변동과 일본 부활: 2020년 대전환 플랜’(고단샤)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일본경제의 혁신 및 재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51년 와카야마현 출생 ▲히토쓰바시대 졸업 ▲오사카대 박사 ▲일본개발은행 근무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실 주임연구관 ▲ 하버드대 객원교수 ▲컬럼비아대 일본경영연구센터 연구원 ▲도쿄재단 이사장 등 역임
  • 천호식품 ‘물엿홍삼액’ 뒷북 사과

    “공급업체 첨가물 확인 못 해” 해명 천호식품이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 캐러멜색소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액이 함유된 제품을 팔았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천호식품은 지난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싣고 “12월 30일자 고려인삼연구의 홍삼농축액에서 원산지를 속이고 일부 첨가물을 넣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졌다”면서 “해당 원료를 즉각 폐기했으며 이를 함유한 제품을 교환 및 환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6년근홍삼진액’(유통기한 2017년 8월 25일~11월 7일), ‘스코어업’(유통기한 2017년 8월 30일~10월 16일), ‘쥬아베홍삼’(유통기한 2017년 3월 27일~8월 21일), ‘6년근홍삼만을’(유통기한 2017년 1월 17일~10월 16일) 등 4종이다. 천호식품 측은 “홍삼농축액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검사해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만 제품에 사용했지만 공급업체에서 당 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소량 넣으면 성분검사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으나 제품 품질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원료 재배농가와 직접 거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변철형)는 지난해 12월 29일 중국산 가짜 홍삼제품을 만들어 판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 김모(73)씨 등 홍삼 제조업체 대표 7명을 구속 기소하고 관련자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천호식품, ‘짝퉁 홍삼 농축액’ 팔다 덜미…사과문 게재

    천호식품, ‘짝퉁 홍삼 농축액’ 팔다 덜미…사과문 게재

    천호식품(회장 김영식)이 물엿과 카라멜 색소를 섞은 홍삼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속여 팔다 덜미가 잡혔다. 천호식품은 지난 2일 홍삼 관련 4개 제품이 유효성분 함량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와 회수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천호식품은 측은 “그동안 모든 제품의 유효성분 함량을 철저하게 검사했는데 원료 공급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홍삼 제품은 ‘6년근 홍삼만을’, ‘6년근 홍삼진액’, ‘쥬아베 홍삼’, ‘스코어업’ 등 4개로 유통기한이 2017년 3월 27일부터 2018년 8월 21일까지다. 천호식품은 이들 제품을 ‘6년근 홍삼 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고 홍보하면서 팔아왔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물엿, 카라멜색소 등이 함유돼 있는 것이 적발됐다. 천호식품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천호식품은 사과문에서 “하지만 보도된 내용과 같이 업체에서 당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미세량 혼입하는 경우에는 육안검사와 성분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원료는 즉각 폐기 처리하였으며, 현재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해당 제품을 구입한 고객님은 제품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교환 및 환불 처리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언론에서 일부러 혹은 고의적으로 속여 팔았다고 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앞서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촛불집회를 비난하고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을 펴다 불매운동이 일어나 사과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포퓰리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정책은 북한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 관계도 불확실성이 커져 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위험분석가로 꼽히는 이안 브레머(48)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전망한 2017년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포퓰리즘 득세, 글로벌 리더십 부재,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질서의 분열 등으로 인해 그리 밝지 않았다. 브레머 회장은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도 대통령 탄핵 등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 등 전 세계적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포퓰리즘 득세에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정치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신흥시장은 성장했지만 미국·유럽 등에서 일자리를 뺏긴 중산층이 주류층, 지도자와 정당 등에 화가 났다. 또 ‘정체성의 정치학’으로 볼 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국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경제적 박탈감이 결합되면서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경우, 독일·프랑스 등은 그래도 경제가 받쳐줘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가장 큰 놀라움을 줬는데 미국인의 50%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고 워싱턴이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포퓰리즘의 승리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향후 5~10년 내에 신흥국가들도 포퓰리즘을 겪게 될지 여부다. 세계화로 덕을 본 중국 등에서 한순간 혜택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져 반발이 생기면 포퓰리즘이 글로벌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신(新)고립주의인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일방주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더이상 남을 위한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동맹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설계 역할도 축소하는 등 미국의 예외성·불가결성을 버리겠다는 것인데, 1945년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이 없는 시대, 즉 리더 그룹이 부재한 ‘G-Zero’ 시대의 공식 시작을 뜻하는데,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중동이나 유럽 등 다자구조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불황’(Geopolitical Recession)이 왔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면, 이제는 정치적 진공상태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온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불분명해 우려를 낳고 있는데. -트럼프의 불확실한 대외정책이 엄청난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외교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오바마는 시리아 등 중동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다루면서 강한 리더가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보다 더욱 ‘와일드카드’라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러시아와의 밀월을 예고한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대선 해킹 개입을 밝히자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이제 미국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동맹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 닥칠 많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헤징(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대러 정책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은 단기적으로 ‘라프로슈망’(화해·협력)이 이뤄져 오바마 때보다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외교정책의 최대 실패는 러시아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군대를 주둔시키자 결국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고 가능한 한 밖에 머무르려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대러 제재 등을 협의하면서 긍정적 관계를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독일 등 선거를 앞둔 유럽 다른 나라들도 걱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맹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반면 미·중 관계는 훨씬 더 큰 걱정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이 무역에서 폭리를 취하고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해왔으며 이제는 대만 이슈까지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중국은 멕시코와 달리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이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자동차기업 등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꾼다면 중국도 대미 정책을 바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긴장은 한국을 포함한 그(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거론했는데 한·미 관계 전망은.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대한 관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 일본의 방위 공약 확대 등을 밝힌 것에 대해 아주 기뻐했다. 아베는 자신이 강력 희망하는 TPP를 트럼프가 버리겠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 시대에 미·일 관계가 아주 좋을 것임을 강조했고, 이에 트럼프도 호응했다는 점에서 미·일 관계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고려할 때 한국 대통령이 향후 몇 달간 누가 될지도 모르고 (새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도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대외적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독자 제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미 양자 제재를 거부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특히 석탄 수출 제한은 중국이 다자 제재에 동참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자주의자가 아니라서 6자회담이나 유엔 제재에 회의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나서 북한을 옥죄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는 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미·중 간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북 대응은 실무 정책을 주도할 국무부 부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강경파 존 볼튼(전 유엔대사)이 되면 미·중,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되지만 합리적 성향의 리처드 하스(미외교협회장)가 되면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칠게 비난해 북한으로부터 나쁜 반응을 야기하고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TPP 파기, 무역협정 재협상 공약에 대한 평가는. -TPP를 없애는 것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다수 동맹이 참여하는 TPP에서 빠져버리면 동맹들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쏠릴 수 있고 이는 자본 흐름과 기준이 아시아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남미 등도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안 브레머 회장은 누구 : 정치적 위험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로, 뉴욕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맹활약하며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글로벌 정치위험연구·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을 세워 전 세계 다수의 정부와 투자자, 기업 등에 정치적 위험과 금융시장과의 연관성 등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제시한 용어 ‘G-Zero’(글로벌 파워의 공백 상태)는 미국 등 슈퍼파워의 역할과 국제정치 질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서로는 ‘자신을 위한 모든 국가: G-Zero 세계에서 승자들과 패자들’, ‘자유 시장의 종말: 국가와 기업 간 전쟁의 승자는?’ 등이 있다.
  • 日지방선거의 해… ‘태풍의 눈’은 도쿄도지사

    도쿄도 의회 등 지방선거가 잇따라 예정돼 있는 2017년 일본 정치판에 ‘고이케 유리코 변수’가 폭풍의 눈으로 갈수록 더 큰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다. “지방선거에 자체 후보를 내겠다”고 밝혀온 고이케 도쿄도지사에게 민진당 등 야당들이 선거 연합 제의 등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고, 연립여당 공명당까지 은근히 손을 내밀며 합종연횡을 모색 중이다. 고이케 지사는 새해 들어 자신이 설립한 정치인양성소 ‘희망의 주쿠’(塾·교육기관) 등에서 30여명의 후보를 내려는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으며, 지역 정당 창당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사 취임 후 개혁 바람을 일으키며 집권 자민당 주류들과 각을 세워 온 고이케에게 국민들은 큰 기대와 함께 힘을 모아 주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정당 등 신당 창당도 추진하는 등 정계 개편도 시도하고 있다. 아베 신조의 독주가 ‘대안 없는 차선의 선택’이란 일부 분위기도 변화와 개혁 이미지인 고이케를 뜨게 했다. 자민당원이지만, 고이케는 아베 총리 등 주류들과는 상극이다. 지난해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공천도 못 받고 무소속으로 나와서도 아베가 공천한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면서 정계의 변수가 돼 왔다. NHK는 2일 “지사 선거 등에서 당선자와 소속 정당에 따라 정부는 국정 운영에 협조를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일본은 올해 도쿄도 의회 의원 선거 외에도 야마가타, 기후, 지바, 아키타, 시즈오카, 효고, 이바라키, 미야기, 히로시마 등 9개 현에서 지자체장을 뽑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日 아베, 중의원 조기 해산 생각 없다지만… 식지 않는 ‘해산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의 한 골프장에서 일본 경제계의 거물인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명예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 등과 골프를 즐겼다. ‘골프광’ 아베는 이날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할 예정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없다”라며 손을 가로저으며 부인했다. 일주일가량의 신정 연휴를 이용해 편안하고 느긋한 기분으로 연일 골프와 영화 감상 등을 즐기고 있는 아베 총리는 “기분 좋은 골프”라며 중의원 해산 질문을 부인하며 딴전을 부렸다. 그렇지만 일본 정치권의 새해 화두와 으뜸의 관심사는 중의원 해산이다. 집권 자민당 등 연립여당은 이미 국회에서 아베의 숙원인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한 ‘개헌선’(의석의 3분의2)을 확보하며 의회를 장악했다. 그렇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적 개편을 통해 당정 분위기를 확 바꾸고 아베 자신의 초(超)장기집권의 기반을 더 단단히 해나가겠다는 것이 속내다. 중의원 해산을 통해 국민 신임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당 지도부 인사 및 개각을 더 자신의 색깔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연말에 나돌던 새해 1월 중 중의원 해산 계획은 일단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지만, 해산 카드는 유효하다. 해산 카드가 1월에서 올가을로 미뤄진 듯한 분위기다. 당장은 오는 3월 자민당 전당 대회 등 현안들이 밀려 있는 탓이다. 이번 당 대회가 아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규정을 고쳐 총재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임만 가능한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해 3차례 9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것이 일본 관례여서, 2012년 9월 처음 당 총재에 취임한 아베 총리는 이렇게 되면 2021년 9월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당규를 고치지 않으면 아베 총리는 2018년 9월까지만 총리직에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를 위한 입법 등도 발등의 불이다. 이 문제를 말끔히 처리한 뒤 해산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연말 미국 하와이 진주만 추모 방문 이후 내각 지지율이 63~64%(각각 요미우리·닛케이신문 조사)까지 올라간 상황은 아베 총리의 행보에 힘을 실어 준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당시부터 제기해 온 현행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중의원 해산은 그 연장선 속에 있다. 아베가 아무리 부인해도 (해산)시기를 고민할 뿐이라고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트럼프 前선대위원장 연말 방한… 국정원장·정치인 등 만나

    트럼프 前선대위원장 연말 방한… 국정원장·정치인 등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방한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여야 정치인 등을 두루 만난 뒤 지난 1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매너포트 전 위원장이 이 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내 상황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2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개별 면담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을 만나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한·미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이 꽤나 많아 보였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자와의 인연을 화제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 트럼프 당선자와 영종도에 120층짜리 타워 건설을 협의했다. 그는 연쇄 회동에서 “차기 정부에서 내각에 들어가는 대신 외곽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돕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및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측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운명이 달린 골든타임 5년/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운명이 달린 골든타임 5년/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정유년 새해 아침은 왠지 무거웠다. 지난해 우리 모두가 해괴한 사건을 경험하며 허탈한 연말을 보냈고 그 불안한 기운은 여전히 먹구름처럼 새해를 덮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올해 앞당겨질지도 모르는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할 것이다. 백만 인파의 촛불 결기는 또 다른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애처로운 염원인 것 같다. 우리는 1987년 이래 매 5년마다 전임자에게 실망하고 새로운 지도자에게 희망을 거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그 5년은 한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때로는 5년이나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괴물 같은 독재 체제로 변하기도 한다.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당이 1933년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후 불과 수년 사이에 전혀 다른 파시스트 국가로 변했다. 일본의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가 1925년 치안유지법 제정으로 사실상 끝나고 군국주의 체제로 변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0월 유신이 선포되고 6년이 지난 1979년 가을 한국은 이미 전혀 다른 나라가 돼 있었다. 국제 질서는 어떨까. E H 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희망적인 이상주의가 불과 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이르는 역사를 저서 ‘20년간의 위기’를 통해 이미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마찬가지로 25년 전 냉전이 끝났을 때 인류는 평화와 협력이라는 미래 희망을 썼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 5명이 바뀌는 동안 세계는 당초의 희망과는 달리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주의는 쇠퇴하고, 신자유주의의 탈을 쓴 이기적 적자생존의 시대로 변이했다. 지금 푸틴의 러시아는 과거 소련의 위상을 되찾고자 슬라브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시진핑의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 아베의 일본도 옛 일본제국의 향수를 고취한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곧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다. 몇 주 전 ‘이코노미스트’지는 표지 기사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신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마초 근성의 강력한 지도자들이 민족주의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미·중·일·러,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중국과 일본의 정치 일정이 각자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올가을 개최되는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와 다음해 3월 인민대표자회의 후 시진핑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고, 이 시기 중국의 대외 정책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또한 오는 12월 난징(南京)학살 80주년, 2019년 5·4운동 100주년, 그리고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의 해인 2021년을 맞이하면서 항일투쟁의 역사가 새롭게 부각되고, 반일 민족주의와 중화중심주의는 한층 더 고조될 것이다. 한편 2018년은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150주년의 해다. 메이지유신은 일본의 우익사상과 배타적 민족주의의 원천이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은 후쿠자와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도 일본의 민족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이미 주요 언론이나 싱크탱크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신민족주의가 경제, 정치, 안보, 문화 모든 분야에 파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역사 갈등, 미·중 간 대립 등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 5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5년이 되풀이되는 동안 우리 주변의 국제적 환경은 얼마나 변했는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앞으로 5년간의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지금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년 후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까.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 트럼프 미국과의 한·미 동맹, 중국·일본과의 관계 설정 등 어느 한 가지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험악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까. 5년 후 우리의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올해야말로 희망을 또 한번 담아 본다.
  • 시진핑 “영토 주권 수호” 아베 “적극적 평화주의”

    中, 남·동중국해 변함없는 강경론 자위대 활동범위 대폭 확대될 듯 2017년 올 한 해의 국가정책 방향을 시사하는 신년사에서 중국의 시진핑(왼쪽·習近平) 국가주석은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대한 수호를 강조하는 등 영토문제에 대한 원칙론적인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오른쪽) 총리는 적극적인 평화주의와 일본의 역할을 부각시켜, ‘족쇄 풀린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를 시사했다. 1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평화발전을 견지하지만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동중국해 등을 놓고 다투는 영유권 분쟁에서 밀리지 않고,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신년사에는 대만을 압박하는 내용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정치협상회의(정협)가 마련한 신년간담회에서 시 주석은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란 공통의 정치적 기초를 견지하면서 “통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만을 고립시키고 위협하는 길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대만은 중국에 굴복하지 않겠지만, 대항의 길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아베 총리는 1일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면서 “일본의 미래를 여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연두소감(신년사)에서 ‘1억 총활약 사회’를 실현해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궤도를 그리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1억 총활약 사회는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일본인 모두가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가 헌법시행 70년이 되는 해라면서 “조상들이 폐허와 궁핍으로부터 의연히 일어나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세계에 자랑할 자유 민주국가를 만들었다”고 다짐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정세와 관련, “격변하는 격랑 속에서 적극적인 평화주의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일본을 세계 한복판에서 빛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집단자위권의 적용 확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확대 등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크게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中, 사드 민감하지만 보복 일시적… 북핵 매개로 美·中 협력 이끌어야”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中, 사드 민감하지만 보복 일시적… 북핵 매개로 美·中 협력 이끌어야”

    정유년 새해에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고 중국에서는 제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지도부 내 권력투쟁이 격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프랑스의 대선과 독일의 총선도 있어 주요 국가의 리더십 교체 가능성이 높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권위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푸틴과 신밀월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과는 신냉전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신문은 각국의 다양한 석학들을 만나 새해에 펼쳐질 새로운 국제 질서의 흐름 등에 대해 시리즈로 짚어 본다. 중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베이징이공대 후싱더우(胡星斗·55)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중·미 간 충돌이 번번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협력을 현명하게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 그는 “법치를 통해 민주주의 요소를 점차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으며 한국의 촛불집회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한국 시민이 이뤄 낸 위대한 민주주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후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사드는 아주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에 머물 것이다. 심지어 시늉만 하고 끝낼 수도 있다. 장기적 마찰은 양쪽 모두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면 사드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사드가 실제로 배치되면 중국이 더 큰 보복을 하지 않을까. -중국은 새해에는 한국 사드에만 매달릴 겨를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중국을 더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필리핀에도 사드와 비슷한 무기 체계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군사 동맹체를 아시아에서 만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 단계에서는 남북이 대화를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상대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군사적 압박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한국이 북한을 향해 무력시위를 할수록 북한 체제는 결속된다. 그러므로 한국은 당분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현명하게 협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중국과 미국이 동시에 강하게 압박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한·중이 지금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역 등 경제적 발전을 넘어 정치·군사·문화 분야에서도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과 한국 모두 저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어 상호 도움이 절실하다.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숙시키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양국 국민의 감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서로를 우습게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인은 중국을 여전히 낙후한 국가로 여기고 중국인은 한국을 여전히 통제 가능한 국가로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교수께서 주장하는 ‘법치 사회주의’의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 -이전에 ‘헌정(憲政) 사회주의’를 주창해 큰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중국의 위정자들은 ‘헌정’이란 개념을 불온하게 봤다. 그래서 이름을 ‘법치 사회주의’로 바꾸었다. 법치 사회주의는 말 그대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되 법에 의한 통치를 하면서 민주적 요소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법치는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말하는 법치와 어떤 차이가 있나. -민주보다는 법치를 우선 확립하고 나중에 민주를 서서히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인민은 물론 위정자도 법치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통치는 독재에 불과하다. 법치 사회주의는 좌파와 우파를 통합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파는 자유, 민주, 법치, 시장, 효율을 강조하고 좌파는 사회주의와 평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법치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적 토대는 유지하면서 시장의 효율과 평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법치 사회주의’는 공산당 영도(독재)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 -마르크스의 관점에 따르면 모든 정당은 소멸한다. 그러나 통일성 유지가 관건인 거대한 중국은 앞으로 매우 긴 시간 동안 강력한 집권당(공산당)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강력한 권위를 가진 정당이 현대 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위정자의 임의 통치는 파시즘을 부르고, 공산당의 급격한 붕괴는 국가의 혼란을 부를 것이다. 따라서 법치를 통해 정치권력과 민중의 권력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화시켜야 한다. →당국이 싫어하는 주장을 계속하면 위험하지 않은가. -중국의 학자는 대부분 관변 학자이기 때문에 당과 국가의 방침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학자로서 높은 지위를 추구하지 않고 금전적 이익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소신껏 발언한다. 이 정도 목소리도 흡수하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국은 트럼프를 우습게 봤다. 매우 어려운 상대를 만난 셈이다. 트럼프는 대만을 고리로 중국에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을 붕괴시켰듯이 트럼프가 중국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목표로 세계 각국의 공장을 끌어들이고 무역, 환율 분쟁을 일으켜 중국 경제를 더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트럼프의 공격에 일일이 맞대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혁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핵심기술을 미국, 유럽, 일본에 의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입에만 1조 위안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 인터넷,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주류 사회의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 뛰어들어가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곽에만 머물면 ‘이류 국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이 미국과 같은 글로벌 리더십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의 돈을 따르는 국가는 많아도 중국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인정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중국은 소프트파워에서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가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중국 경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유기업의 독점이다. 국유기업 독점은 민영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산업에 들어가야 할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도 문제다. 정부와 시장 사이의 경계를 빨리 확립해야 한다. 정부가 국유기업 경영에 골몰할 게 아니라 시장질서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시 주석은 강력한 권위를 바탕으로 반부패 운동에 나서 인민의 지지를 얻었다. 성품이 소박하고 기층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인민의 고충도 잘 안다. 그러나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수용할 만큼 유연하지는 않다. →한국의 촛불집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200만명이 참여하는 평화적인 집회를 보면서 한국 시민의 민주적 소양을 존경하게 됐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이루어 내지 못한 민주혁명을 한국 시민들은 해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는 한국인들의 수준 높은 민주의식은 중국으로 하여금 큰 반성을 하게 한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어떻게 보나. -민주적 진보의 대사건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탄핵으로 끝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다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판 기간이 최대 6개월이란 점도 의아하다. 대통령 공백이 길어질수록 위기가 커질 수도 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베이징이공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중국의 대표적인 개혁파 지식인이다. 중국 장시성 출신으로 화중과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이징, 칭화, 인민, 난카이 등 유명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중국 문제학’ 등의 저서가 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중국 정부를 비판할 때 늘 자문을 구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당과 국가의 정책은 물론 시진핑 주석 등 통치자도 서슴지 않고 비판해 당국에선 요주의 인물로 관찰하고 있다.
  •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한 말씀 더 보태자면 저도 권력 분산의 방법 중 하나가 결선투표라고 봅니다. 투명한 인사위원회를 만들어서 대통령이 인사 전횡을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돈 문제인데, 지금은 국회에서 12월에 예산이 통과돼도 행정부가 마음대로 예산을 바꾸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산을 바꾸는 것은 법률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 분산을 위해 결선투표제와 투명한 인사위원회, 그리고 예산을 행정부에서 바꿀 때 국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조기 선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차기 정권에 바람직한 리더십이나 덕목, 새 시대의 소명으로 어떤 것들을 들 수 있겠습니까. 정운찬 저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특수성과 보편성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직책에 딸린 의무와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함께 잘사는 사회의 구현입니다. 국가 리더십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소할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해소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기존 시스템의 반발도 심할 것입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 리더십은 정책 철학과 정책 의지를 갖춰야 합니다. 거기에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는 공익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고, 국가 정책의 최종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알아야 하기 때문에 소통해야 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남재희 리더십 발현의 형태와 리더십이 추구하는 목표,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승만 시대가 4·19 혁명으로 무너진 다음에 허정 과도정부의 수반은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면 내각 역시 그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방법론에서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하다 보니 혁명의 역동성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정을 거치며 넘어온 상황들을 준혁명적으로 해결해 갔습니다. 하나회라는 거창한 음성 통치조직을 박살 내 버렸고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을 교도소에 집어넣었습니다. 금융실명제라는 경제개혁 조치를 취했습니다. 준혁명적 방법으로 썼기 때문에 김영삼 정권은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의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권은 혁명의 역학을 알았다고 봅니다. 탄핵 정국이 지난 다음 차기 정권에서 통상적인 통치 수단으로는 폭발한 촛불의 에너지를 소화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차기 지도자는 반쯤은 혁명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방법론은 그렇고 내용 면에서는 ‘한국판 뉴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간주되는 것은 뉴딜 때문인데, 그 영향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컸습니다. 미군과 함께 ‘뉴딜러’(New Dealer)라고 불리던 뉴딜 정책 관료들이 와서 대대적인 개혁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 후에 새로 들어온 정부는 루스벨트가 한 뉴딜과 같은 개혁을 해야 합니다. 동반성장, 포용적 경제성장 등 표현이 어찌 됐든 그런 경제정책을 우리가 취해야 합니다. 정운찬 비전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잘못 이해되고 있습니다. 자유와 경쟁이 다 중요하고 그것이 넓게 인류 사회를 발전시킨 것은 확실하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객관적 관찰자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다른 체제에 비해 흠은 적지만 부서지기가 쉽습니다. 1970년대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신자유주의가 태동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너무 방임한 결과로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너무 과도하게 활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 국가 운영 방향과 바람직한 국가 모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바람직한 국가 건설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우리가 추구할 만한 국가 모델이 있을까요. 정운찬 저는 외국에서 좋은 사례를 배워 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모델을 우리가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부터 개혁을 배우자, 핀란드, 싱가포르, 스웨덴에서 배우자고 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인구가 500만~600만명에 불과합니다. 저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로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해 왔습니다. 지금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살길은 동반성장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서 없는 사람한테 거저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는 키우면서 분배의 룰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이라고 할 때 부자한테 50이 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50이 간다면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GDP를 110으로 만들면서 부자에게 53, 가난한 사람에게 57을 배분하자는 것입니다. 부자도 소득이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도 소득이 늘어나는 것인데,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의 수가 많으니까 부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은 막연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뿐만 아니라 빈과 부,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 남한과 북한, 그리고 세대 간, 국가 간, 남녀 간 등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대에 한 명의 학생이라도 보낸 고등학교가 600개였는데, 제도 시행 후 고교 수가 1000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상당한 성공을 이룬 것입니다. 남북한 동반성장은 개성공단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 간 동반성장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빨리 한국 경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이 있는데 초과이익 공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 발주 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제 등입니다. 중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한 창의성 제고가 중요합니다. 모든 국민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오늘 학교에서 질문했어?”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유대인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시킨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남북한 동반성장이 절실합니다. 앞으로 국가 간 보호무역이 심해질 텐데 교류할 수 있는 곳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남북 통일의 필요조건입니다.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한테 통일을 원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경제 격차가 너무 크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가 부정부패에 휩싸여 있습니다. 교육, 검찰, 언론,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부정부패로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데, 완전한 징벌적 배상으로 바꿔서 어떤 룰을 안 지키면 그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완전히 퇴출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남재희 독일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어디서 베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일본에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사회 각계각층이 아주 잘 정돈된 사회입니다. 우리가 그걸 참고로 해서 딱 요거다 할 모델은 없습니다만, 각 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맞춰 개별 나라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사회 외교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푸틴, 시진핑, 트럼프, 아베 등 강한 스타일의 주변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운찬 동북아 문제는 남북문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아베가 이끄는 일본,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등 4강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외교의 태도를 바꾸는 데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는 우리가 푸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베이징, 워싱턴에 매달리며 김정은 좀 때려 달라고 하는 식이면 우리는 영원히 주변 국가에 의존적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완화하고 북한과 미국도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외교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은 북한의 도발이 있다 할지라도 절대로 폐지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을 앞으로 더 많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남재희 그 말씀은 북한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실패한 체제이고 몹쓸 체제이긴 하지만, 국제 역학 관계에서 당장 어떡하겠느냐, 평화 공존을 해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매우 합리적인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내 정치가 그걸 수용을 못 합니다. 6·25 이후에 구축된 냉전 세력이 각계각층에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칫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립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좀체 극복을 못 합니다. 언론들도 그 역할을 안 해줍니다.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방법론에서는 엄청난 난관이 있습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남재희 의식을 하든 못 하든 간에 우리는 ‘준혁명기’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같은 사람이 나와서 뉴딜도 하고 남북 간에 평화 공존도 구축하는 비전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비전을 보이는 사람한테 국민이 표를 던지면 그것 자체가 혁명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한 이야기 중에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소극(笑劇)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웃음거리로 끝난다는 것인데 비극보다 비참한 게 웃음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이것을 잘못 극복해서 소극으로 끝날까 걱정입니다. 모두 각자 역할을 제대로 해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운찬 지금의 촛불시위는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확정하더라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의도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정당, 자기 파벌에서 대통령을 만들려고 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에 대한 이해나 수용 없이 그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해선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는 위기를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들을 잘 극복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충분히 그런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리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정운찬 전 국무총리 ▲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총장(경제학부 교수) ▲ 국무총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현)
  • [신년 특별 대담] 남재희 “촛불은 민주주의·정의 철저히 실천하자는 시대정신”

    [신년 특별 대담] 남재희 “촛불은 민주주의·정의 철저히 실천하자는 시대정신”

    사회: 이경형 주필 새해에는 탄핵 정국이 개헌·대선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권력 공백의 과도기를 관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당의 분열로 4당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정파별로 조기 대선에 대비한 전선 구축에 여념이 없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과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아베 신조 등 강성 지도자의 포진으로 대단히 유동적이고, 북한 김정은은 핵 무장에 집착하고 있다. 이 같은 나라 안팎의 위중한 시기를 맞아 경제 석학으로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국회의원 4선에 노동부 장관을 지낸 진보적인 정치비평가 남재희 언론인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들을 진단해 본다. 사회 지난 2개월의 촛불 정신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넘어서 앞으로 국가가 추구해야 할 비전과 가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봅니다. 국가 운영의 틀이나 사회 작동의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1960년대 후반 미국 내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있던 격동의 시기를 미국의 신문과 잡지는 ‘양적인 혁명’과 ‘질적인 혁명’이라는 용어로 해석했습니다. 기존의 가치나 사상 체계를 그대로 실천하고 이행하는 것이 양적인 혁명이라면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모색을 하는 것이 질적인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개념을 빌리면 이번 촛불의 시대정신은 질적인 혁명보다는 양적인 혁명 쪽 비중이 더 높습니다. 거창하게 새로운 사회를 추구한다기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민주주의와 정의를 철저히 우리 사회에도 적용하고 실천하자는 시대정신이 압도적입니다. 질적인 혁명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추구의 열망도 보입니다. 실업난과 양극화 등의 심화 속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 열망 같은 것이 겹쳐진 이중적 구조로 현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저도 촛불시위에 세 번 나갔습니다. 정말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번 촛불의 시대정신을 ‘정의’와 ‘함께 잘 살자’라고 규정합니다. 정의라는 것은 간단하게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편적 상식이란 열심히 일하면 응분의 대가를 받는 것,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 없이도 본인의 능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또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익 증진을 위하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가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했습니다. 사익 추구를 위해 정경유착과 인사전횡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민이 광장에 나와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는 정의사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함께 잘 살자’라는 가치 구현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모든 사회 변혁의 밑바탕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깔려 있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역사에 존재했지만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더욱 확대되고 제도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논리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활동은 ‘자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 것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자유’ 확대로 나타납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인간이나 공동체는 등한시하고 개인과 자본의 자유만 강조하게 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입니다. 저는 경제적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신자유주의적 가치에서 공동체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함께 잘 살자’라는 동반자 가치가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고, 국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를 앞둔 과도기적인 행태를 띠고 있는 것이지요.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재희 영어로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왕위 공백기’란 뜻인데, 현재가 민주주의시대의 통치권 공백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알아차리고 자진해서 하야를 했으면 그만큼 통치권 공백기가 단축됐을 텐데, 김종필 전 총리가 한 언론 인터뷰에 이야기한 것처럼 박 대통령은 5000만명이 하야하라고 해도 안 할 사람입니다.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는데 법률과 헌법적 명운이 남아 헌법재판소에서 몇 달을 끌지도 모릅니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통치권 공백기간은 더 길어져 국가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리더십이 없는 공백기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뭘 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 뭘 해서도 안 됩니다. 황 권한대행은 과거 고건 전 총리의 역할을 모델로 해서 ‘선의의 관리자’로 역할을 끝내야 합니다. 자기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시책을 한다고 나서면 안 됩니다. 일본의 한 방송에서 발표한 올해 10대 국제 뉴스를 보니 1위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었습니다. 트럼프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이 당선되니까 각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근데 국제 뉴스 2위가 ‘박근혜·최순실 사태’였습니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거리가 된 상황입니다. 국제 무대가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는데 권한대행이 나서서 협상이 될 리 만무합니다. 우리나라의 통치권 공백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찬 황교안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영향을 주는 정책과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집행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황 총리는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사람입니다. 총리로서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예방하지도 못했고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 정책을 집행한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정윤회 문건 사건 때 관련자들을 법대로 처벌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총리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며 정윤회 문건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 총리는 현상유지 차원의 관리 이상의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기존 정당들의 각종 개혁이나 혁신 작업을 어떻게 보십니까. 특히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남재희 저는 현재 활동하는 정치인들과 생각이 좀 다릅니다. 탄핵 정국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불 났는데 밤 구워 먹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악의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헌법이 만약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지금 억울해서 엉엉 울 판입니다. 왜 헌법의 잘못으로 돌리느냐고 말이죠. 어떠한 개헌이냐에 대한 합의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각책임제에서 이원집정제, 대통령 중임제까지 개헌의 종류는 많습니다. 그러나 내각책임제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상태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장면 내각의 실패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전통과 안정성, 정체성 등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남북분단의 현실 등은 정권이 지리멸렬하게 바뀌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초기 산업시대의 제도라 생각합니다. 지금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8년은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에 5년이면 충분합니다. 또한 4년 중임제를 하면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8년을 하려 들 겁니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대통령 선거 중간에 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정치적 축제인 동시에 엄청난 정화 기능을 합니다. 예산이 낭비된다고 하는데 어차피 인건비는 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종이값 외에는 특별히 낭비되는 예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개헌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 결선 선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처럼 50% 국민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반수가 안 되면 정책 연대를 하거나 연정, 협치를 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세력이 그만큼 정치에 반영되고 우리 정치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을 한다면 제1차적 명제가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정운찬 촛불시위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주장을 광장에서 직접 표현하는 것인데,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광장의 촛불은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들의 요구를 제도권 정치에서 수용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정당, 환경 문제에 천착하는 정당 등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만들어져 이들의 주장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하나는 사람의 문제이지만, 다른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자질도 풍부하고 공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이고 사람이 좀 모자란다 할지라도 제왕적 대통령 제도가 없었다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봅니다. 제도의 변화가 중요한데 저는 내각제로 권력 구조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장면 내각제는 오늘날보다는 덜 성숙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보면 ‘우리도 내각제를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각제에서도 강력한 총리가 있을 수 있고, 대통령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입니다. 지금의 사태를 가져온 제왕적 대통령 문제를 놓고 순수한 논의를 하면 좋은데 다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자기 정파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남재희 정 전 총리께서 우리나라의 문제점이 언론권력, 재벌권력, 검찰권력에 의한 ‘특권 카르텔’이라고 지적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특권 카르텔로 재벌, 언론, 관료를 꼽는데 그중 관료의 구성원은 시대마다 달라졌습니다. 해방 직후에는 경찰이 그 관료였고, 박정희 쿠데타 이후에는 중앙정보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은행 융자를 관할하고 세무 사찰을 하면서 재무부와 국세청이 쥐고 흔들었습니다. 요새 와서는 검찰이 권력을 쥐고 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등이 추천하는 검찰위원회 구성을 헌법 조항에 넣으면 더이상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권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핵심은 경제력입니다. 경제력을 무너뜨리려면 정치력이 강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각책임제에서는 강한 정치력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역시 특권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는 힘은 개혁 의지를 가진 대통령이라야 가능합니다. 내각책임제는 우리가 남북 통일이 되고 개혁 과제가 별로 없는 상황이 되면 모르겠는데, 특권 카르텔과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고통받는 청년층들이 늘어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불행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정운찬 제가 내각책임제를 한번 해봄직하지 않냐는 말씀을 드린 데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내각책임제를 위해서는 재벌의 힘을 효율적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권력이 한 군데에 집중해서 나온 현상에 놀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세계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제 국가는 미국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대통령제가 잘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개헌을 해서라도 권력 분산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 1934년 충북 충주 출생 ▲ 청주고, 서울대 법학과 ▲ 조선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 서울신문 편집국장, 주필 ▲ 제10, 11, 12, 13대 국회의원 ▲ 노동부 장관
  • 日아베, 진주만 방문 효과 ´톡톡´… 내각 지지율 반등

    日아베, 진주만 방문 효과 ´톡톡´… 내각 지지율 반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하와이 진주만 방문 직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찾아 ‘반전·화해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0일 요미우리신문의 전국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63%로 지난 2~4일 진행된 이전 조사 때의 59%보다 4%포인트 올라갔다. 2014년 9월 이 신문의 조사에서 64%가 나온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서도 11월 말 조사때의 58%보다 6%포인트 상승한 64%로, 2013년 10월 이후 3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두 신문은 28~29일 이틀 동안 일본 전국에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강조한 아베 총리 연설에 대해 응답자의 83%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제1야당 민진당 지지자 중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비율이 70%를 넘었다. 이달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오바마 대통령과의 하와이 정상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정상 외교에 대해서는 73%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니케이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9%뿐이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이달 초중순만 해도 카지노 해금법 제정과 연금개혁의 무리한 추진 등으로 인해 다소 주춤했었다. NHK의 지난 9~11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50%였었다.  그랬던 것이 다시 반등한 것은 내정에 대한 불만을 활발한 외교 활동이 덮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진행된 기간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시점이 포함됐지만, 신사참배의 영향은 조사 결과에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세포 내부 1㎚까지 보는 초음파와 현미경

    [고든 정의 TECH+] 세포 내부 1㎚까지 보는 초음파와 현미경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과학의 영역에서도 어김없이 진리입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고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천동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했고 로버트 훅은 현미경으로 작은 상자 모양의 세포(cell)를 발견해 생물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를 알아냈습니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과 더 작게 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은하단에서 바이러스에 이르는 여러 가지 대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에서 더 크고 강력한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점점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미세 관측 기술의 개발은 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광학 현미경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 노벨화학상은 광학 현미경의 한계인 아베 한계(약 200㎚)를 극복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슈테판 헬은 형광물질과 레이저 빔을 이용한 STED라는 초미세 현미경을 개발했고 에릭 베치그와 윌리엄 머너는 약간 다른 원리의 PALM/STORM이라는 형광물질을 이용한 초고분해능 현미경을 개발했습니다. 이들 덕분에 세포 내부의 작은 소기관과 단백질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생물학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슈테판 헬은 STED의 개발과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슈테판 헬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젊은 과학자들은 MINFLUX (MINimal emission FLUXes)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초고해상도 현미경의 분해능을 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속도까지 100배나 빨라서 이제 과학자들은 세포 소기관과 단백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더 쉽게 관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 세포 안에 있는 30S 리보솜(ribosome) 같은 매우 작은 단백질은 물론 그 내부 구조까지 관측이 가능해진 것이죠. (사진 참조) 비슷한 시기에 노팅엄 대학의 연구자들은 초미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초음파 이미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sub-optical phonon 방식의 신기술을 이용하면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세포 내부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형광물질을 이용한 기술은 세포에 독성이 있을 뿐 아니라 세포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신기술은 세포 손상 없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그 해상도는 기존의 STED 현미경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나노 스케일 초음파 기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은 앞으로 세포와 세포 소기관, 단백질의 기능을 더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현미경의 발견이 그랬듯이 생명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질병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world 특파원 블로그] 요즘 일본선 ‘진주만’보다 ‘과로 자살’이 핫이슈

    “‘파워 하라’(직장 상사의 횡포와 괴롭힘)라는 지적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의 ‘지나친 지도’가 있었다. 업무 시간 급증과 일에 대한 책임감, 직장 내 인간관계가 고인에게 강한 스트레스가 됐다” ●대기업 사장 사임… 상사는 입건 자본금 747억엔(약 7750억원)에 직원 4만 7324명을 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지난 28일 밤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초과근무와 과로, 일에 대한 직장 상사의 압박 등을 못 견디고 목숨을 끊은 다카하시 마츠리(당시24세)사건과 관련한 덴쓰의 기자회견은 잘못을 비는 사과의 자리였다. 이시이 다다시 사장은 “과중한 장시간 노동을 용인했다. 기업의 나쁜 풍토를 고치지 못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책임을 지고 내년 초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회견은 도쿄 노동국이 자살한 여직원의 상사와 덴쓰 본사를 불구속 입건 조치하기로 하고, 추가 조사를 발표하자 곧바로 이뤄졌다. 덴쓰에 대한 수사와 조치들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입건 조치 발표도 압수수색 1개월 반 만에 이뤄졌다. 도쿄 노동국은 “경영층이 조직적으로 불법 야근과 장기 근무를 시킨 혐의가 있다”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정치권과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아왔다. “사회생활 9개월째였던 도쿄대 출신 재원이 얼마나 일의 압박과 상사들의 시달림이 심했으면 숙소에서 몸을 던졌을까” 하는 동정과 분노,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 속에서 파장이 확산됐다. 28일 밤 공영방송 NHK 9시 뉴스가 덴쓰 사건을 머리뉴스로 다뤘다는 사실도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은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가서 일본의 진주만 공격의 희생자들을 조문한 날이었다. 덴쓰 관련 소식이 아베의 진주만 추모 뉴스를 밀어낸 셈이었다. ●“만연한 장시간 근무 바꾸자” 확산 일주일 남짓한 신정 휴가에 들어간 29일. 고향 방문과 여행길을 떠나는 많은 일본인들의 화제의 중심에도 ‘덴쓰 사건’이 있었다. 적지 않은 일본 직장인들에게 지나친 상하관계, 일을 빙자한 상사들의 지나친 요구와 괴롭힘, 장시간 근무등이 만연해 있는 까닭이다. 순응적이고 참을성 많은 일본 국민들도 이제는 뭔가가 달라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죽게 되더라도 일에서 물러나지 말라”는 등의 ‘사원이 지켜야 할 10가지 수칙’이 새해부터는 덴쓰의 직원수첩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덴쓰의 한 사원은 “저녁 10시 이후 회사 내 잔업을 못하게 해, 일을 싸들고 집에 가서 하는 직원들이 늘었다”고 불평했다. 덴쓰는 노동조합과 장시간 노동 금지 협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다카하시는 한 달에 105시간의 초과근무에, 53시간 연속으로 본사에 붙잡혀 일하기도 했다. 제도에 앞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까닭을 보여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日방위상도 야스쿠니 참배… 정부, 항의

    日방위상도 야스쿠니 참배… 정부, 항의

    퇴행적 역사 인식 노골화 신호… 정부, 주한日공사·무관 초치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29일 태평양전쟁의 1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이 지난 28일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데 이은 것으로, 각료들이 아베 신조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추모 방문 직후 잇달아 야스쿠니신사를 찾고 있다. 이나다 방위상은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며 “방위대신인 이나다가 한 명의 국민으로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신사에 바치는 공물은 개인 비용으로 마련해 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질문에 “조국에 목숨을 바친 분에게 감사와 경의와 추모의 뜻을 표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위대를 총괄하는 국방 수장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아베 내각의 일그러진 역사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인 이나다 방위상은 그의 진주만 방문에 동행한 뒤 돌아오자마자 야스쿠니를 찾았다. 아베 내각의 각료가 야스쿠니신사를 잇달아 참배한 것은 아베 정부가 그동안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자제해 오던 퇴행적 역사 인식의 행보를 노골화할 것임을 알려 주는 신호탄이란 지적도 있다. 아베 정부는 그간 올해 말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고려해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나다 방위상은 그동안 태평양전쟁 1급 전범의 처벌을 결정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왔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의 관여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아 온 대표적인 국수주의자다. 현직 방위상으로선 첫 참배다. 앞서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재직했던 2013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일인 4월 28일과 패전일인 8월 15일에 각각 참배했다. 또 자민당 정조회장 때도 참배했었다. 현직 방위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정부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각각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와 다카하시 히데아키 주한 일본 국방무관을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황교안 권한대행 “한·일 위안부 합의 그대로…日 재협상 안하려 할 것”

    황교안 권한대행 “한·일 위안부 합의 그대로…日 재협상 안하려 할 것”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국가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란 점에서 연속성 있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합의안을 도출한지 1년이 지났지만,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어 일본 정부가 출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이 반영되지 않은 1년 전 합의 내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은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식당에서 기자단 오찬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가) 다시 (위안부 문제를) 협상하자고 해도 일본이 응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군의 관여 문제를 인정했다. 그래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죄한 것이고 10억엔을 이행조치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합의 당시 46명의 피해자가 살아계셨는데 7명이 돌아가셨다. 한분 한분 돌아가시고 일본의 변화는 쉽지 않고, 그래서 지난번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단에게 “더 좋은 합의는 어떤 것이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위안부 문제 합의 당시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이 아닐 뿐더러, 지난 10월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발언한 만큼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황 권한대행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정리할 건 정리하면서 미래로 가야 한다”면서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건 계속 항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관계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과 (정부 사이에) 106회 접촉이 있었다”면서 “트럼프 측과 손이 닿지 않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은데, 우리나라가 그 정도 역량은 있다”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적용 시기가 2018년으로 넘어간 일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왜곡과 편향이 없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현장 적용 방안이 논의되는데 학생들이 좋은 역사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된 문제를 놓고 황 권한대행은 “사안이 중하다고 모든 것을 총리가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더 전문적인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부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이 있을 때마다 컨트롤타워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컨트롤타워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나는 능력이 없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본 방위상 야스쿠니 전격 참배…군사협정 밀어붙인 정부 ‘충격’

    일본 방위상 야스쿠니 전격 참배…군사협정 밀어붙인 정부 ‘충격’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일본 방위상이 29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우리 정부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일본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고 군사 교류를 확대해가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 소식이 전해지자 동북아국을 중심으로 곧바로 대응 수위 검토에 착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안이 간단치 않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참배 후 “(방명록에) ‘방위대신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나다 방위상은 26~27일 아베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를 위령하고 귀국한 뒤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방위상의 자격으로 참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이전부터 일본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등 극우 행보를 이어갔던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방위상 취임 때부터 정부가 그의 행보를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강화 차원에서 동북아 정세에 긴장을 불러오고 일본 재무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비판을 물리쳐가며 GSOMIA를 체결했다. 더욱이 아베 총리가 26~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면서 정작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직후에 방위상이 직접 야스쿠니를 참배해 파장이 적지 않다. 결국 일본 재무장을 향한 아베 정권의 행보를 한국 정부가 도와준 셈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진주만 방문은 역시 쇼…앞에선 화해, 뒤에선 전범

    日진주만 방문은 역시 쇼…앞에선 화해, 뒤에선 전범

    방위상 참배 전범에 “귀중한 분들” 군사협정 맺은 韓 뒤통수 때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에서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는데 동행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귀국 직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자위대를 통솔하는 방위상이 참배한 것은 심상잖은 것이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직접 참배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 한국과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지 않고 뒤통수를 친 격이다. 야스쿠니신사 등에 따르면 이나다 방위상은 진주만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다음날인 29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앞서 28일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은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한 직후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특히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으며 정부 각료 차원에서 참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모양새로 보면 전날 진주만에서 침략국 일본의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를 위령하며 ‘화해’를 강조했다가 바로 다음 날 그 전쟁을 촉발한 가해자인 전범을 찾아 참배한 것이다. 그는 참배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쟁의 가해자들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귀중한 분들”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일본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잇따르자 진주만 방문이 진정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종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의 전사자 246만 6000여 명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곳으로,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과거사 반성 없이 진주만 찾은 아베 日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기습 공격한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찾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희생자 추도 시설인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공동 헌화한 것이다. 아베의 진주만 방문은 한마디로 오바마 대통령의 조력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정치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아베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부전(不戰)의 맹세’를 공표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우리는 전후(戰後)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부전의 맹세를 견지했다”는 발언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약속을 잘 지켜오지 않았느냐는 일종의 자화자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전쟁의 참화는 두 번 다시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아베의 발언에는 그 주체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아시아 각국이 볼 때는 입 밖에 내놓지 않은 것만도 못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아베는 이날 과거사에 대한 사죄는 물론 반성하는 뜻도 일언반구 내놓지 않았다. 대신 ‘희망의 동맹’이라며 과거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화해의 힘’만을 강조했다. “여기서 시작된 전쟁이 앗아간 모든 용사의 목숨,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영겁의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는 대목 역시 ‘애도의 대상’은 미군과 일본군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전쟁의 상처가 우애로 바뀔 수 있고, 과거의 적이 동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맞장구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고통쯤은 눈감을 수 있다는 뜻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더욱 참담한 것은 아베의 진주만 방문 직후 이마무라 마사히로 일본 부흥상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戰犯)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마무라의 야스쿠니 참배 시점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맞서는 동맹의 확고함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하지만 위안부 강제 동원에서 난징 대학살까지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는 아베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더 큰 걱정거리를 안겨 주었다. 아시아 각국은 누구도 ‘부전의 맹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과거의 악행을 반성하지 않는 미래의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 있는 허언(虛言)에 불과하다. 미국도 피해자들에게는 실망만 안겨 주는 아베의 이벤트에 더이상은 멍석을 깔아 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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