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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인터뷰| 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4차혁명·고령화 파고 넘으려면 비관적 자세로 접근하라”

    [새해 인터뷰| 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4차혁명·고령화 파고 넘으려면 비관적 자세로 접근하라”

    2018년 각국에 닥칠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세계화에 대한 반동, 고령화·소자화(핵가족화)의 충격 등은 어떻게 넘어야 할까.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낸 니시무라 기요히코 도쿄대 명예교수 겸 현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는 “역설적이지만 비관적인 자세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입장을 갖기 위해 현실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실천가능한 현실적인 자세로 미래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니시무라 교수를 2017년 세밑 도쿄 GRIPS 연구실에서 만나 일본의 상황과 대응, 한국의 선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같은 혁명적인 변화들이 일본에는 고령화라는 맥락과 겹쳐져서 덮쳐 왔다. 이 문제들과 관련, ‘블루오션’인 중국에 비해 ‘레드오션’인 일본은 대응과 적응이 뒤처지고 있다. 여기서 블루오션은 중국은 선택 폭이 넓다는 뜻이며, 반면 일본은 많은 제약 속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노령화 문제는 한·일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한·일을 앞서 갈 가능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와 일자리 격감, 이어질 사회적 불안도 우려된다. 앞으로 25년 정도 후에 우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와 직면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변동이 시작되는 과도기 속에 들어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산성 하락 등도 예상된다. →고령화의 영향이 그렇게 심각한가. -1970년대 일본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인구 과잉 문제였다. 브라질이민을 정책적으로 장려·추진하던 때도 그 시절이었다. 격세지감이지만, 고령화 문제는 수가 감소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는 나이 든 노인 세대들을 부양해 가는 문제로 귀결된다. 당장 연금 및 의료 문제 등이 발등의 불이다. 미국은 노령화가 심하지 않지만, 의료보장비 및 정부지출이 폭등한다고 할 정도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필요한 비용과 정부 지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데 매우 쉽지 않은 도전이다. 왜냐하면 정치 엘리트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요한 결정은 내리지 않고 미루기만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험을 짊어지길 꺼려서다. 일본은 1990년대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냥 20~25년을 흘려보냈다. 피할 수 없는 심각한 도전임을 인식하고 대응했어야 했다. →변화의 격랑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역설적이지만,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관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입장을 갖기 위해 현실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실천가능한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자세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유례없이 비관적인 태도는 현실이 뭔가 잘못됐음을 알리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세대는 늙어 가는 부모와 자라나는 아이들을 동시에 부양해야 할 책무 속에서 힘들어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기르거나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와 가정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하고, 낸 세금도 돌려준다. 전반적으로 재분배 정책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쓰고 확대해 나가면서 젊은 세대들에 대한 배려와 분배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세대 간 부담 나누기가 필요하다. 기성세대가 더 부담해야 한다. →이런 혁명적인 변화와 도전에 대한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신기술과 저성장, 고령화의 충격은 상상 외로 커질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예로 들자면, 한국의 부동산은 노령화의 충격에 취약한 구조이다. 경제성장률이 그 충격의 강도를 완화하거나, 가속화시킬지를 결정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시스템이 요동치고 급변하는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적 구조 변화를 따라가고, 적응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뼈를 깎는 결정을 다음 정권에 미루지 않고 짊어질 수 있는 정치적 책임과 결단이 관건이다. →한국이 좀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젊은 세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40세에 직장에서 덜컥 밀려난다는 불안감을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다면, 경제적 주체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어렵다. 성장은 필요하지만 젊은 세대의 희생에 기반해서 이뤄지는 그런 성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겠는가. 성장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낙관하게 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경제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일본 같은 전철(장기불황)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젊은 세대에 기회를 많이 주고, 희망을 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양적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나. -아베노믹스도 그동안의 정치엘리트들의 정책처럼 중요한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여러 측면에서 왜곡된 형태가 보인다. 근로자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다고 선언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 하락을 멈추게 하고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어떠한가. -성장과 분배가 상충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분배는 잘 설계해서 근로 의욕과 소비력을 높이는 등 잠재성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장은 정책을 통해 이끌고 나갈 수 있다. 다만 한국도 성장률 둔화,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구조가 일본을 뒤쫓고 있다. 한국은 일본같이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수요 및 투자 부족 등으로 인한)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면, 일본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나빠질 수도 있다. 일본은 그나마 축적된 국부(國富)가 있어서 그것을 먹어 가면서 버텼다. 한국은 그 정도 축적된 것이 없으니, 더 급격하게 경제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새해 세계 경제를 전망한다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 정상화 정책의 영향과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금리 등 금융정책에 한층 더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이 조금씩 금리를 올려 나가는 과정에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가계부채의 규모와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큰 한국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늘고 있는 막대한 지방정부의 부채로 인한 금융 불안이 불거질 취약성이 크다. 시진핑 정부는 2016년부터 금융자산의 해외유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중국의 금융 불안이나 충격이 발생하면,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및 개인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은 거대한 지구촌 자원 수입국이자, 생산 체인의 근간을 이룬다. 시진핑 정권이 정치 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선다면, 지방정부의 부채로 인한 중국발 금융 위기를 용인할 수도 있다. →미국의 출구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최악의 경우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인가. -이런 문제를 지금 제기한다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렇게 지구촌 개별 국가 및 지구촌의 금융시스템이 취약하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은 취약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쉽게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2018년은 국제적인 인플레의 재발이나 중국 지방부채 문제 등의 취약성과 관련된 문제가 어느 지점에서 큰 파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일시적인 파란으로 끝날지, 크게 번지며 쓰나미가 될지는 그 나라의 상황과 정책 결정자들의 대응 여하 등에 따라서 크게 다를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한 나라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도 긴밀하게 영향을 주는 시대여서 걱정스럽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니시무라 기요히코 교수는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힌다. 이론 경제학과 경제 통계학을 바탕으로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에 관한 이론 연구부터 가격 형성 메커니즘 분석 등으로 현실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끼쳐 왔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인 도쿄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일본은행 부총재(2008~2013년) 등을 역임했고, 현재 정부통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홍은미 PB의 생확 속 재테크] 들썩이는 닛케이 지수… 日 펀드 수익 10% ‘쏠쏠 ’

    최근 일본 닛케이 지수가 2만 2000을 돌파하며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일본 증시가 10% 가까이 뛰었다. 올해 일본 증시는 미국이나 독일 증시, 신흥국 증시에 비해 다소 완만하게 상승했지만, 최근 주요 국가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일본 증시가 엔화 강세에도 상승한 흐름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주로 엔화가 약세면 수출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에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반대로 증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엔화가 올해 들어 달러 대비 강세였음에도,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서 닛케이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면서 일본 제조업 기업들의 수출도 개선됐다. 일본 경제에 대한 밝은 신호도 이어진다. 2016년 이후 일본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웃돌자 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경기회복세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특히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상장기업 50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4~9월 실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71%가 작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꾸준히 올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를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하며 사실상 2021년까지 장기 집권이 확정됐다. 일본중앙은행(BOJ)의 구로다 총재가 내년 4월에도 연임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구로다 총재는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고자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어,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최근 일본 펀드는 연초 강세를 보인 중국 등 신흥국 펀드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수익률을 보인다. 지난 10월 동안 일본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약 10%로 전 지역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일본 펀드는 41개로 선택지도 적지 않다. ETF(8개)와 ETN(3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레버리지 ETF의 1개월 수익률은 약 14.04%로 가장 높았고, 많은 펀드의 수익률이 10% 이상이었다. 일본 펀드는 연초 이후 30% 이상 수익을 거뒀다. 경기 회복세나 정부 정책을 보면 앞으로도 상승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적립식 혹은 중장기적으로 일본펀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KB증권 명동스타PB센터 WM스타자문단
  • [사설] ‘내각제 독주’ 위험성 보인 아베 총선 승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정부의 한 축인 공명당의 여권이 지난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약체화하고 있는 야당이 이번에도 대안 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하면서 여당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결과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 2021년까지 총 9년간 총리로 재직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중의원을 해산할 특별한 재료가 없었는데도 돌연 치러졌다. 이유를 찾자면 연거푸 터진 사학 스캔들에 아베 총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권 지지율이 총리 교체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20%대까지 떨어진 ‘아베 위기’다. 3세 정치인으로서 정치 달인답게 승부수를 던져 승리를 건졌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한국 선거에서는 약효가 떨어진 북풍(北風)을 구사해 해산 전과 비슷한 의석을 확보하고 정권을 위협했던 스캔들도 날려 버렸다. 문제는 더 강해진 아베 총리의 향후 행보다. 아베 총리는 내각제의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권력을 확장하면서 대통령처럼 군림하고 있다. 실적도 적지 않다. 양적완화를 근간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주가가 5년 전 취임 때와 비교해 두 배나 뛰었고, 5%이던 소비세도 8%로 올려 악화된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도쿄여름올림픽 유치에도 성공했다.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반발에도 전수방위만 허용하는 헌법 9조의 해석 변경을 강행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고, 자위대의 역할을 넓히는 안보 관련법도 정비했다. 수정주의 역사관을 지닌 아베 총리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면서 손보려고 했다. 그러나 국내외 반발에 부딪혀 검증팀을 만들어 담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선에서 그치는 등 번번이 역사 인식 문제로 주변국과 충돌해 왔다. 실리를 좇아 온 그의 대외 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변수는 북한 핵·미사일이다. 지금은 대북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나 빅딜로 한반도가 술렁일 때 일본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2050년 미국을 따라잡겠다며 중국의 정치·경제·군사대국화를 선언한 시진핑 국가주석, ‘세계적 리스크’로도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아베 총리까지 주변국 스토롱맨들과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엄중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발이 촉구된다. 또 하나의 관심은 의회 찬성 세력이 80%에 육박한 개헌이다. “2020년에 개정된 헌법이 시행됐으면 한다”는 아베 총리가 본격적인 개헌에 착수한다면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과거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민감하다는 현실, 일본도 잘 알 것이다. ‘내각제 독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몸소 실천해 보인 아베 총리에게 주변국도 보면서 달릴 것을 주문하고 싶다.
  • 코스피 새 역사… 장중 사상 첫 2500 찍었다

    코스피 새 역사… 장중 사상 첫 2500 찍었다

    2007년 2000선 돌파 후 10년 만 IT 기업 선전·글로벌 증시 훈풍 ‘2500 안착’ 강달러 최대 변수로코스피가 23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2500을 찍었다. 2007년 7월 25일 2000선을 돌파한 지 10년 만의 기록이다. 이날 코스피는 2490.05에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금융업계는 연내에 코스피가 2500선에 안착한다면서도 달러 강세 등 대외 요건을 우려했다.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 2500.33을 기록하며 2500 고지를 밟았다. 이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0.51포인트(0.02%) 올라 종가 사상 최고치인 2490.05에 마감됐다. 외국인은 이날도 3151억원을 매수하며 ‘바이 코리아’를 이어 갔다. 개인도 2084억원을 순매수하며 뒤따랐지만, 기관은 6177억원어치를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코스피 신기록’은 3분기 어닝 시즌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의 선전과 글로벌 증시 훈풍의 역할이 컸다. ‘대형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만 3000원 오른 271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추정치를 지난달보다 약 4%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500이라는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앞으로 상승세를 이어 갈지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는다. 거시경제가 회복되면서 올해 안에 코스피가 2550선은 달성한다는 전망이 대세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이날 “고점 돌파 일수를 감안할 때 코스피가 앞으로 10%(2700~2800)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러 강세와 아베노믹스 2기 등 대외 요건이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10월 들어) 국내 증시는 선진국 증시에 비하면 주춤하고 있다”며 “아베노믹스가 강력하게 추진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증시가 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선진국 시장으로 자본이 몰리거나 엔화 약세로 수출에서 국내 기업의 우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인덱스가 지난 1일 7개월 만에 반등하며 ‘강달러’ 신호가 나온다. 북핵 위기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어든 상태다. 대기업에 편중된 상승세도 코스피가 ‘레벨업’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65개사가 전체 609개사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시장이 한쪽으로 편중되면 한계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혼자 500만원, 1000만원까지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씨줄날줄] ‘미사일 해산’/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사일 해산’/황성기 논설위원

    아베 신조 총리가 어제 임시국회 개회와 동시에 예고대로 중의원을 해산했다. 의원내각제에서 총리가 중의원 해산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일종의 권리 행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느닷없는 해산에 이번처럼 비난이 쏟아진 사례도 드물다. 아사히신문은 ‘대의(大義) 없는 해산’이라고 하는가 하면, 아베 총리에게 줄곧 대립각을 세워 온 도쿄신문은 세간에 떠도는 해산의 명칭을 모아 ‘의혹 감추기 해산’, ‘북한 해산’ 등의 비꼬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 본인의 작명은 북핵 위협 등 ‘국난(國難) 돌파 해산’이다.5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억세게 운 좋았던 아베 총리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는가 하면, 주가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지율도 50~60%를 꾸준히 유지했다. 자민당과 연정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의 의석을 합치면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2가 넘는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반드시 끼는 법. 그와 부인 아키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학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 20%대까지 추락했다. 그런 그를 수렁에서 건져 준 것이 북한 핵·미사일이다. 북핵 위기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아베 총리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북풍(北風)의 사나이’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방문 때 동행했던 당시 아베 관방 부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힌 참혹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진상으로 인해 일본에 불었던 북풍을 타고 총리 후계자로 일찍이 점지를 받았다. 그를 총리의 자리에 두 번째 오르게 해 준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를 포함해 아베 총리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올리고 있다. 2014년에도 중의원을 해산한 적이 있는데,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묻는 ‘아베노믹스 해산’으로 이름 붙여진 선거에서 대승을 올려 아베 총리의 인기는 절정에 올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10월 22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지금의 연립 여당 의석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상 최악의 약체 야당 덕분에 2009년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변수가 있다면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신당 돌풍, 딱 하나다. 분단 이후 북풍을 선거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써먹었던 한국과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일본에서 첫 북풍 선거의 위력을 확인하는 게 관전 포인트다. 한반도에선 북풍을 쓰는 측에 역풍이 돼 버린 교훈을 일본인들이 알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기고] 한일 관계, 4차 산업혁명에서 새길을/김경수 글로벌창업국가포럼 공동대표

    [기고] 한일 관계, 4차 산업혁명에서 새길을/김경수 글로벌창업국가포럼 공동대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2년 집권 이후 3차 내각 개조를 단행했다. 우리는 일본의 신내각이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대상인 군사 재무장 관련 헌법 개정을 뒤로한 채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중점을 두는 이 시점이야말로 냉각된 한?일 관계의 변화를 꾀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질서를 위배하는 무역교란 조치를 계속하는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등 세계적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파이의 창출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일본은 이미 사물인터넷(IoT), 로봇, 빅데이터 등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6월에는 ‘미래 투자전략 2017’을 발표해 신개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조간만 AI 분야에서 5만명 가까운 전문 인력의 부족이 전망되는 등 외국과의 제휴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움직임은 매우 경계할 만하다. 수년 전부터 독일 등과 4차 산업혁명 추진을 위한 광범위한 협력 기초를 마련했다. 아울러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시로 수정하면서 신개념 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약 1700조원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내놨다. 매킨지 보고서는 AI 발전으로 중국 경제가 매년 1% 이상 추가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에 맞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절실하다. 한국으로선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새 패러다임을 접목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나아가 새로운 혁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네이버가 일본에 투자한 ‘라인’과 본사의 협력 양태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양국이 4차 산업혁명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기술 혁신, 창업, 공동시장 창출, 정부 규제 등에서 교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농수산, 에너지, 환경보전, 재해 예방, 고령화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하고 생산성 혁신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 군사 및 항공우주 분야에서 산업 협력도 긴요하다. 디지털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북한 위협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양국은 정보, 기술, 인재 등 다방면의 협력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군사 및 민수 용도가 교차하는 항공, 위성, 로켓, 우주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은 물론 방위비 투입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산업 협력 제고 차원에서 한?일 FTA 협상 문제도 재검토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한?일 산업 협력은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의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고 신냉전 질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과거 문제와 분리해 실리와 전략적 이익 관점에서 협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경제의 혁신과 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아베 내각이 경제 최우선을 표방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산업 협력을 모색할 절호의 기회다.
  • [특파원 칼럼] 한·일 경제, 닮은꼴의 고민/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일 경제, 닮은꼴의 고민/이석우 도쿄 특파원

    요사이 일본 도쿄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지도 안내에 따라 주차장을 찾아가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내비게이션에는 분명히 나와 있었는데, 안내에 따라 주차장 입구까지 와 보면 주차장은 없었다. 주차장이 건물 신축 공사장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주차장’은 도쿄의 건설 붐을 상징한다. 도심 여기저기서 이뤄지는 재개발 속에 자투리땅, 빈 땅에 속속 가림막이 쳐지고, 건물은 쑥쑥 올라가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물류 시설 등 인프라 공사와 도심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신국립경기장, JR 시나가와 신역사, 올림픽선수촌, 도요스 시장, 환상 2호 도로 연장선 건설과 시부야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 등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1964년 첫 도쿄올림픽 전후로, 고도성장기에 지어졌던 주요 시설물들이 노후화돼 이를 보수하고 새로 지어야 할 시점이 올림픽 특수와 맞물려 재개발 붐, 건설 붐을 더 부추겼다. 이 틈에 ‘도심의 올림픽 버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땅 값도 뛰었다. 주요 도시의 도심 재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주요 도로변의 토지 평가액인 노선가(路線價·주요 도로변의 1㎡당 토지평가액)도 올랐다. 지난 3일 일본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도쿄의 노선가는 26%가 올랐다. 지난해 2000만명을 훌쩍 넘긴 외국인 관광객의 쇄도와 올림픽 특수 등으로 교토(20.6%), 오사카(15.7%), 삿포로(17.9%) 등도 덩달아 뛰었다. 건설 경기 열기에 힘입어 경기 기조도 상승세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2일 관계 장관 회의에서 경기 기조 판단을 6개월 만에 상향 조정했다. 기업 실적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며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설비 투자, 공공 투자 수요 안정도 확인했다. ‘쇼핑의 메카’ 도쿄 긴자 거리는 평일에도 외국 관광객 등으로 인파가 밀린다. 그러나 국내인 소비 회복세는 ‘완만’하다 못해 미진하다. 소비종합지수는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104대(2011년을 100으로 기준)로 오름세가 강하지 못했다. 2015년 1월 대비 실질 고용자 총소득은 3.5% 는 데 비해 소비종합지수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와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은 셈이다. 아베 신조 정부 주도의 경기 회복도 소비증가율은 1965~70년 ‘이자나기 경기’와 1986~91년의 거품 경기 때의 10분의1 이하라는 지적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상도 “소비가 다시 가라앉을 위험이 없지 않다”고 실토했고 내각부도 “일자리와 소득 호조에 비해 소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사회보험료 증가 등으로 개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미래 불안이 커진 탓이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증가는 적고 단순 일자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젊은이들은 얇은 지갑 탓에, 중년들은 노후 걱정에 초절약 모드다. 양적완화, 정부 투자만으로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 일본 경제 당국의 고민이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왔다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어떻게 경제 활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여 나갈까. 박근혜 정부의 건설 경기에 힘을 받아 온 한국 경제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래서 과감한 한계 기업의 정리와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하는 결단이 시급하다. 새로운 블루오션 영역의 창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못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 日·EU 세계무역 30% ‘거대 경제권’ 눈앞… 韓 수출 악재

    日·EU 세계무역 30% ‘거대 경제권’ 눈앞… 韓 수출 악재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2013년 협상이 시작된 뒤 4년 만으로, 6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EPA의 원칙적 합의를 공식 선언했다.양측은 세부 조정을 진행한 뒤 연내 협정을 공식 타결할 계획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5일 브뤼셀에서 EU의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EPA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발표했다. 관세 철폐 품목의 비율을 뜻하는 ‘자유화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95%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EPA는 EU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세계 인구의 8.6%,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8.4%, 세계무역 규모의 30%를 차지하는 초대형 자유무역 경제권의 출범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대등한 규모다. EU는 그동안 일본과 EPA를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양측 간 무역 규모가 3분의1 정도 늘어 EU 경제는 0.8%, 일본 경제는 0.3%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해 왔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 6년 만에 EU와 일본의 EPA 체결로 그동안 EU 시장에서 FTA 선점 효과를 누렸던 자동차, 전자 제품 등 한국 수출 상품들의 경쟁력에 영향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이던 EU의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10%) 폐지와 관련, 양측은 EPA 협정 발효 7년 안에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 일본은 한국과 EU 간 FTA처럼 협정 발효 5년 이내에, EU는 10년 이후 수입 관세 폐지 방안을 고수했지만 이 같은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은 “EPA의 큰 틀 합의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그동안 한국에 빼앗겼던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올 계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2009년 70만대였던 일본 차의 유럽 지역 수출은 최근 연간 60만대 선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2011년 EU와 FTA 발효 뒤 한국은 2009년 약 35만대였던 대유럽 차량 수출을 지난해에는 40만대 선으로 늘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 생산량을 2009년의 3배로 늘렸다. EU 시장의 한국 자동차 제조사의 점유율은 4.1%에서 6.3%로 높아졌다. 반면 일본 제조사의 점유율은 13.1%에서 12.7%로 낮아졌다. EU는 최대 14%를 부과 중인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즉시 관세를 철폐하되, TV에 한해서는 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자동차와 함께 양대 쟁점이었던 EU산 치즈의 일본 수입 관세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EU 측은 EU산 전 품목에 대해 관세 철폐나 인하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 측은 자국 내 낙농가 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해 왔다. 니혼슈(일본 청주)와 일본 녹차 관세도 협정 발효 시점에서 즉각 철폐하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 EU 와인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일본은 EU산 와인에 수입 가격의 15%와 1ℓ당 125엔(약 1270원) 중 낮은 것으로 관세를 매기고 있다. 양측은 EU가 일본에 수출하는 파스타(1㎏당 30엔·약 305원)와 초콜릿(10%)에 대한 관세도 10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합의에 대해 일본 자동차업계는 환호했지만, 일본 낙농가들은 반발하고 있어 협상 최종 타결의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유럽산 공세로 인해 일본산 치즈의 소비 감소 등 낙농가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EU 치즈의 공세가 우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국산 수요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란 홋카이도 낙농업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농축산 생산자 단체인 일본 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나카야 도오루 차기 회장은 “일본이 EU에 양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베 정권이 최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이후 외교적 성과와 ‘아베노믹스’ 지속을 위해 EU와의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이 미국의 TPP 이탈 뒤 유럽과의 EPA를 성사시켜 아베노믹스의 재가속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풀이했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PA 합의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농가 수입 향상으로 농촌 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대중 영합주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정부가 EPA를 통해 농업 등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광장] ‘네덜란드식 해법’을 말하는 이유/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덜란드식 해법’을 말하는 이유/박건승 논설위원

    ‘마중물’이란 말이 요즘처럼 유명세를 떨친 적이 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마중물 예찬론자다.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게 ‘J노믹스’의 요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곧잘 마중물을 입에 올린다. 트럼프노믹스에서 그것은 일자리 창출과 감세다. 아베노믹스의 이른바 ‘3개 화살’ 중에도 마중물이 하나 들어 있다. 바로 재정확대 정책이다. 아베 총리는 엔저로 늘어난 기업 이익을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것이 미국 경제에 ‘마중물’(priming the pump)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마중물이란 말은 내가 엊그제 생각해 낸 것”이라고 말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경제학에서 마중물은 ‘유수(誘水)효과’로 설명한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늘려 수요를 끌어올리면 그것이 활력소로 작용해 경제를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1933년 루스벨트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대공항 타개책으로 썼던 정책 수단이다. 무려 80년 넘게 쓰인 케인스의 경제학 개념이다. J노믹스와 트럼프노믹스, 아베노믹스는 모두 케이스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다른 나라의 팔을 비틀어 일자리 비용을 충당하려 드는 반면에 문 대통령은 오롯이 국내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국과 미국의 위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어찌할 도리는 없다. 우리 국민끼리 뜻을 모으면 되는 것인데도, 한국에서 일자리 마중물을 붓는 일이 유독 녹록지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벌써 ‘화성에서 온 정부, 금성에서 온 재계’란 소리가 들린다. 정부와 재계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불현듯 노무현 정부 초기 시절에 있었던 정부와 재계 반목을 다시 볼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야당은 더 심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그들이다. 자유한국당은 새 총리 방문을 거부하고 협치의 상징인 여·야·정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야당과 힘을 모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막을 계획이란다. 이러다 일자리 마중물은 고사하고 싸움질만 하다 날이 샐지 모를 일이다. 일자리 마중물 붓기는 ‘비가 와도 가야 하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다. 그렇다면 우선 새 길을 뚫는 노사정 대타협부터 이끌어 내는 게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노동자는 함께 모여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선언해야 한다. 1980년대 초 네덜란드는 불경기에 실업률이 치솟고 노사갈등이 심했다. 1982년 기업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고,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바세나르협약’을 맺었다. 실업률은 6%대로 떨어지고 고용률은 75%까지 뛰었다. ‘네덜란드식 모델’이다. 흔히 ‘폴더 모델’로 불린다. 폴더(Polder)란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를 뜻한다. 바다의 위협에 직면해 살아온 네덜란드인들이 서로 타협하고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이다.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도 이를 추진한 적이 있다. 노사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새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역할을 강화해서라도 성사시켜야 할 과제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체제를 만든다는데 반대할 국민이 있겠는가. 최근 SNS에서 접한 어느 경제 4단체장의 넋두리가 귓가를 맴돈다. ‘제발 좀 앞으로 가십시다/이리 쿵 저리 쿵 박아도/앞으로 가려고 그러는 거니/“빨리 갑시다”/“그래 힘들지?” “나도 힘들어” “그러니 같이 가자”/그렇게 해봅시다/나도 내가 정말 잘했으면 좋겠지만 나도 못한 게 많으니?/같이 손잡고 가려면 두 손 가득 내 보따리 들고는 못가는 거 아니겠소/나는 왼쪽, 옆 사람은 오른쪽, 그렇게 한 쪽씩 보따리를 내려놓아야 손이 잡아지지 않겠소?/그리고 같이 얘기를 자꾸 해봐야 두 보따리 중 무얼 누가 어떻게 내려놓을지 알지 않겠소?’ ksp@seoul.co.kr
  • [특파원 칼럼] 4차 산업혁명 향해 질주하는 일본의 리더십/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4차 산업혁명 향해 질주하는 일본의 리더십/이석우 도쿄 특파원

    도쿄의 대표적 쇼핑가 긴자 거리는 요사이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평일 낮에도 줄을 서서 걷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내국인 숫자도 부쩍 증가세다. 활기찬 긴자는 기지개 켜는 일본 경제를 상징한다.경제 수치들도 이런 추세를 보여준다. 올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면서 5분기 연속 성장세다. 올 3월까지 지난 1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도 20조 1990엔(약 200조 2226억원)으로 9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무역수지도 32개월째 흑자다. 실업률은 2.8%대를 밑돌며 23년 만에 최저 상태다. 지가도 꿈틀댄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 상업지는 올 1월 공시지가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평균 3.3% 올라 4년 연속 상승세다. 1㎡당 5050만엔(약 5억원)인 긴자 4초메의 ‘야마노악기 긴자본점’은 1년 새 25.9% 올랐다. 대규모 재개발이 불붙은 오사카 도톤보리는 같은 기간 41.3%나 뛰었다. 2012년 아베 신조의 총리 재취임으로 시작된 경기회복 국면은 53개월째라는 전후 3번째 장기 회복세를 기록했다. 회복하는 경제 뒤에는 단단한 경제 체력이 있지만, ‘아베노믹스’라는 정치적 리더십이 이를 움직이는 직접적인 추동력이다. 아베의 경제 정책을 일컬은 아베노믹스는 경제 정책을 넘어 정치적 리더십으로 작동하며, ‘잃어버린 20년’의 무기력증에서 일본인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래 비전과 기대를 통해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확산시켰고, 1억 2000만명을 자극했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제2의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만들자”면서 일본인을 흔들어대고 있다. 1964년 올림픽은 일본이 가파른 성장기로, 선진국 대열에 들게 한 계기였다. 아베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성장 전략과 화두를 쏟아내며, 일본 열도를 미래를 향해 ‘리셋’(조정)중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켜 ‘슈퍼스마트사회’를 실현해 보자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신산업구조비전’을 마련 중인 경제산업성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2018년 내 법체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강점인 제조업과 신산업을 결합시키며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노동관행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한 ‘인공지능시대의 노동개혁안’을 내놓고, 관련법 개정을 계획 중이다. 패러다임을 바꿔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과거 제조업시대의 성공에 취해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화와 세계화에 안일하게 대처하다 뒤처졌다는 뼈저린 반성과 결의가 깔렸다. 일본은 지난 실패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혁신임을 배웠고, 그 교훈의 실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인들에 대한 잇단 특혜 제공 추문 속에서도, 아베 지지율이 50%대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지도력과 무관치 않다. 얼마나 과감하게 한계 상황 속 좀비 기업들을 도태시키고, 혁신을 이뤄 새 영역을 개척해 나갈지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게 됐고, 4차 산업혁명은 그런 혁신 시대의 주요한 장을 이룬다. 방향성을 제시하며, 그를 위한 고통 감내의 공감대도 마련해 나가는 등 여러 요소가 갖춰질 때야만 4차 산업혁명의 틀과 제도가 작동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미래를 향한 여러 분야의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고령화·저성장기 동력 재점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 해소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목표 중산층 늘려 내수 활성화 모색 아베 신조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종합처방’을 내놨다. 초과 근무시간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어기면 처벌하고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정책을 실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여 나가면서 종국에는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털어내고 인구 감소시대, 인공지능(AI) 시대의 ‘21세기형 스마트워킹’의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은 정부산하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회의’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노동개혁안은 이런 내용을 담아 일하는 방식과 노동 관행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계획’이란 이름으로 나온 이 같은 개혁 청사진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장시간 근로 해소 등 9개 분야의 내용을 담았다. 올해 안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19년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겸직 및 부업을 권장하고 이직 및 재취업을 쉽게 하는 등 미국 등과 같은 유연하고 유동성이 높은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도 들어 있다. 종신 고용 및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단선적 노동 경력을 겸업과 부업이 일반화된 유동성이 큰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이다. 여성 및 고령자도 노동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고령의 부모 등 가족을 돌보고자 회사를 그만두는 개호(노인 및 병약자 돌봄) 이직 및 사직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숙련된 일손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방점을 뒀다.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확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도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간당 급료 1000엔(약 9995원)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이직자 고용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이직 및 재취업 지원 등 유연한 근로방식 확대, 재교육 기회 확충 및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등 여성·청년의 사회참여 확대 등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이직자에게 시행하는 능력 개발 및 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 지원을 늘리고 종합적인 직업 정보 제공 사이트도 신설한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의 정규직과 동일 수준화 등을 통해 임금을 끌어올리고 일의 효율을 늘리면서 장기간 근로를 금지해 효율 증대와 함께 일자리를 더 늘려 나가겠다는 의도다. 현재 최저 시급 평균은 823엔이고 도쿄는 932엔이나 되지만 오키나와(714엔), 미야자키(715엔) 등 아직 710엔대인 지역이 수두룩하다. 부족한 인력은 고령자와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출, 재택근무 및 부업·겸업의 활성화를 통해 메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에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근로 방식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고령화에 20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채 가라앉는 성장동력을 다시 재점화, 재가동하기 위해 근로 방식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의 주요한 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올리고 임금을 올려 중산층을 더 두껍게 늘려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노동인구의 40%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일자리 나눔 등으로 중산층이 늘면 소비와 수요 확대가 자연스럽게 따라 늘게 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상정한 개혁 청사진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일본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면서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관련 부처와 해당 장·차관들에게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 개혁안의 큰 축을 이루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 안(案)에는 기본급·각종 수당 등 임금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및 복리후생도 포함했다. 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정비도 계획안에 포함된다. 파트타임노동법, 노동계약법, 노동자파견법 등 관련 3법의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성패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 등이 사회적 합의 속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실천해 나가느냐 여부다. 세부 실행계획에는 최저임금의 연간 3%선 인상, 보육사와 개호 직원의 처우 개선, 외국 인재 수용 등이 포함됐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개혁안에 시장과 전문가들은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방향성에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주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실행계획을 따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상황의 지표인 유효구인배수(일을 찾는 사람 대비 일손을 원하는 기업의 배수)는 2월 말 기준으로 도쿄 2.04배, 후쿠이현은 1.89배 등 전국 평균 1.43배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전국 모든 행정단위에서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일손이 43%가량 모자란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의 단체로 사측을 대변하는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정책 패키지가 망라돼 있다”면서도 잔업시간 상한선이 법안으로 구체화할 때 더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견제했다. 반면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의 고즈 기오 회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에 대한 노사정 합의 도출은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초과 근무 상한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고미네 다카오 호세대 교수는 “방향성은 평가하지만 노동시장의 유동성 심화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 보호정책 등 법안 개정의 방향성 제시는 획기적이지만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추진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 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 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돼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며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명 줄어든 6556만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 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①출산율 저하 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되어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②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 명 줄어든 6556만 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결혼율과 초고령화 사회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 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 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의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구직자 우위 日 취업시장/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직자 우위 日 취업시장/황성기 논설위원

    구직자 우위의 취업시장.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구직보다 구인이 많아 노동력을 공급하는 자가 우위에 서는 상황이다. 일본에선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학생의 취업률(취업 희망자 수를 취업자 수로 나눈 것)은 97.3%였다.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대학 졸업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취업자의 비율도 72.0%로 전년보다 1.7% 포인트 올랐다. 젊은층의 완전 고용인 셈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대졸자의 구인배율(일자리 수를 취업 희망자 수로 나눈 것)이다. 일본의 리크루트 워크스 연구소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 구인배율은 1.74배였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졸자 1명에 1.74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의 채용 의욕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일본 경제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영향에서 벗어나, 엔저나 아베노믹스 효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고, 의욕적인 설비 투자나 점포 증설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를 먼저 채어 가려는 입도선매(立稻先賣)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8년 3월 졸업하는 대학생을 상대로 한 기업의 채용 활동이 일본 전역에서 지난 1일부터 개시됐다. 취업 정보 사이트 ‘리쿠나비’가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그제 개최한 ‘취업합동설명회’에는 기업 630개, 학생 3만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면접이나 필기시험은 6월부터 진행돼 우수한 인재 확보를 둘러싼 기업들의 전쟁이 본격화한다. 한국의 대학생들로선 부러운 광경이지만, 일본이 호황이고 한국이 불황이란 이유만으로는 일본의 구직자 우위가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대졸자는 연 55만명 정도. 이 가운데 41만 7000명이 민간 기업 취직을 희망하는데, 일자리는 71만 9000개다. 우리의 대졸자는 33만명. 67.5%인 취업률로 추정해 보면 일자리 숫자는 22만 8000개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대비는 2.5배인데 대졸자는 1.67배, 그에 비해 일자리는 3.15배다. 일본의 호황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한국의 대졸자가 원체 많다. 한국에서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대기업 취업은 그 별에서 바늘 줍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졸자를 계획만큼 충원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 2016년 54.4%에 달했다. 과거 일본인만 뽑던 일본 대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게됐다. 대구의 영진전문대는 ‘일본 IT 기업 취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에 맞춤형으로 가르치는데 올해까지 192명을 일본 기업에 취업시켰다. 취업 빙하기에 이 학교의 시도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샀다하면 조 단위 환차익 인수·합병 미다스의 ‘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다음 번 ‘신의 한 수’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손 회장이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T모바일 US를 사들여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의 미국 4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합병할 것이란 소식이 지난 주말 전해진 때문이다. 저가 이동통신 서비스로 일본 이동통신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미국의 3·4위 업체 합병을 통해 시장 재편을 이뤄낼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기업의 인수합병(M&A) 때마다 절묘한 시점을 선택해 조 단위의 환차익을 거둬들이며 M&A에 성공해 온 손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장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합병 움직임이 전해진 뒤 20일 처음 열린 도쿄 주식 시장에서 소프트뱅크 주식은 지난 주말 종가 대비 약 3% 오른 8789엔(약 8만 8000원)을 기록했다. 양사는 합병 보도 등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지만 관련 보도가 나간 뒤 T모바일 주식은 5.5%, 스프린트 주식은 3.3% 각각 뛰었다. 손 회장이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활용해 합병을 실현할 것이란 관측이 강했다. 그는 과거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을 시도했지만 미국 규제 당국이 난색을 보이면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가 스프린트 주식의 일부를 팔아 재무 체질을 개선해 가면서 합병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는 시장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3년에 M&A 절차를 마무리한 스프린트 인수도 손 회장의 전설적인 신의 한 수였다. 소프트뱅크는 20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했지만 환차익만도 2000억엔(약 2조 266억원) 이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흐름을 탄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계획 발표 시기는 2012년 여름. 엔화는 달러당 78엔대로 ‘초강세’였다. 그해 12월 아베 신조 정부가 통화공급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면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인수를 완료한 2013년 7월의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1엔까지 떨어졌다. 당시 손 회장은 미 당국의 인수 승인 전에 환율계약을 마쳐 1000억엔(약 1조원)가량의 환차익을 얻었다. 계약 당시 환율은 달러당 82엔, 이후 큰 폭의 엔화 약세가 진행된 탓이다. 당시 스프린트 인수는 외환시장도 움직였다. 거액의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일 것이란 예상이 작용해 엔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미국 증시의 활황 및 강달러 국면으로 이번 합병도 성사되면 손 회장에게 또 환차익만도 조 단위의 이익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일자리 전쟁’은 남의 나라 일인가/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일자리 전쟁’은 남의 나라 일인가/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주지사가 공장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서울로 날아왔다. 그는 기업 투자액(10억 달러)의 41%인 4억 1000만 달러어치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세금 할인뿐 아니라 부지를 제공하고 도로와 철도를 깔아 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뽑아 무료로 교육시키고 이를 위한 트레이닝센터도 짓기로 했다. 기업도 공장 자동화율을 낮춰 현지 직원 2000명을 신규로 뽑았다. 주정부가 직원 1명을 채용시키려고 약 20만 달러를 투자한 셈이다. 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이야기다. 기자는 2010년 3월 공장 준공식 때 방문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주지사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바로 대기업 ‘특혜 시비’에 휘둘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7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미국에서 장사하려면 더 많은 일자리를 내놓으라’며 기업들을 사실상 겁박하고 있다. 도요타와 다임러, GM, 알라바바, 소프트뱅크 등 다국적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백기 투항했다. 현대·기아차도 5년간 31억 달러의 투자 계획과 함께 ‘제네시스’ 생산과 신규 공장 건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더 꼬였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가전공장 건설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큐, 삼성”이라는 트위터 발언 한 방에 기정사실화돼 버렸다. 반(反)시장적 행동이지만 그를 지지한 미국민들은 ‘속이 후련하다’고 하지 않았을까.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일자리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실업률은 3.1%로 1994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았다.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도 1.36배로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일자리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의미다. 박귀현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신입 사원들에 대한 구인난은 물론이고, 기존에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도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수시로 옮기는 탓에 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일본 주재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애로 사항을 조사했는데 사상 처음으로 구인난이 꼽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이 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자 수도 100만명을 넘은 우리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이야기다. 우리 정부도 각종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 등을 핑계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공공부문 일자리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만 경찰과 해경, 교원 등 국가·지방직 등으로 3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정부 지출에 의존한 고용 대책은 통계의 착시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기업들이 나서야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 모두 그럴 환경을 만들지 않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일자리에 도움이 될 법안들은 외면한 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둥 숫자 놀음에만 빠져 있다. ‘747’(7% 성장·4만 달러·7대 강국)과 ‘고용률 70%’ 등 이전의 선거 공약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부도 “일자리가 복지이자 민생”이라면서도 절실함이 결여돼 있다. 재원은 한정돼 있다. 우리 기업들이 ‘트럼프 압박’으로 대거 미국 투자에 나설 때 국내 일자리는 그에 비례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좀더 일찍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golders@seoul.co.kr
  • 비상걸린 日 “트럼프 계속 설득”… TPP 불씨 살리기 안간힘

    비상걸린 日 “트럼프 계속 설득”… TPP 불씨 살리기 안간힘

    아베노믹스 타격 불가피… 대책 고심 멕시코, 가입국과 개별 무역협정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으로 일본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공식화하고 일본과의 무역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강화하자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를 계속 설득하면서 TPP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유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4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TPP가 갖는 전략적, 경제적 의의에 대해 침착하게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도 같은 내용의 말을 반복하면서 TPP 협상 유지 자세를 확실히 했다. 아베 정부는 TPP를 당초 계획과 로드맵대로 진행시켜 나가겠다는 자세다. 설득과 TPP 진전의 ‘투 트랙’ 병행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발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지난 20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를 통과한 TPP 승인안을 의결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보여준다. 아베 정부는 TPP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 격인 뉴질랜드에 협정 승인 사실을 통보함으로써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는 등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TPP가 좌초된다고 해도 당장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러나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권을 넓히는 상황에서 TPP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경제적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전략적으로도 불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정부가 TPP의 경제 효과가 14조엔(약 144조 4000억원)이라면서 향후 경제성장 동력이자 아베노믹스의 축으로 활용하겠다며 국민적 기대감을 높여 온 만큼 당장 국내 정치적 영향도 피하기 어렵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출과 경제 성장에 악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NAFTA 재교섭 의지 천명이 멕시코 등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회사 등의 생산·공급 사슬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며 주시하고 있다. 한편 TPP 참여국 중 멕시코는 가입국과 개별적으로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칠레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 기반 무역협정의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 TPP의 종언을 인정한 칠레와 달리 호주, 뉴질랜드 등은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과 같은 다른 경제 대국으로 채우는 등 ‘플랜 B’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TPP를 둘러싼 미·중·일 및 참가국들의 전략적 계산과 밀고 당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미국 TPP탈퇴 서명, 나프타 재협상, 보호무역 강화 신호에 비상 걸린 일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4일 탈퇴 공식 선언으로 일본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도 공식화하고 일본과 무역이 불공평하다고 직접 비판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강화하자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설득해 나가면서 TPP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유지시켜나가겠다는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TPP가 갖는 전략적,경제적 의의에 대해 침착하게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도 이날 비슷한 내용의 말을 반복하면서 TPP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자세를 확실히 했다.  아베 정부는 일단 TPP를 당초 계획과 로드맵대로 진행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득과 TPP의 협상 성과를 함께 진행시켜 나간다는 의지가 굳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발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지난 20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를 통과한 TPP 승인안을 의결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보여준다. 아베 정부는 TPP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격인 뉴질랜드에 협정 승인 사실을 통보함으로써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협정발효 전 이탈이란 것은 없고, 법적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참가국 중 최대 규모 경제인 미국의 참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 부장관도 “미국을 뺀 참가국 11개국으로 발효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에 대한 끈질긴 설득의지를 밝혔다.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GDP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는 등 무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TPP가 좌초된다고 해도 당장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 그러나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영역권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TPP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경제적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전략적으로도 어렵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없는 TPP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미국을 아태지역의 무역 파트너로서 끌어들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아베 정부가 TPP를 향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아베노믹스의 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선전을 통해 국민적 기대감을 높여온 만큼 당장 국내 정치적 손실은 적지 않을 수는 있다. 아베 정부는 TPP의 경제 효과를 14조 엔(약 144조4000억 원)이라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과라고 선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서비스교역을 포함해 대미 무역흑자가 550억달러에 이르는 일본의 경우, TPP와 함께 일본에 가해질 통상 압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무역과 관련해 일본을 콕 집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자 세코 경제산업상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미국차에 관세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 것도 통상 압력에 대한 민감한 입장을 방증한다.  일본은 미국의 나프타 재교섭 의지 천명에 대해 멕시코 등에 진출한 일본의 자동차회사 등의 생산 및 공급사슬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TPP에 참여한 국가들 가운데 멕시코는 TPP 가입국들과 개별적으로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고, 반면 칠레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 기반의 무역협정의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 TPP의 종언을 인정한 칠레와 달리 호주, 뉴질랜드 등은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과 같은 다른 경제 대국으로 채우는 등 ‘플랜 B’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TPP를 둘러싼 일본, 미국,중국 및 참가국들의 전략적 계산과 밀고당기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트럼프 시대 ‘경제삼국지’ 판도는

    트럼프 시대 ‘경제삼국지’ 판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등장이 한국·중국·일본의 ‘경제 삼국지’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 나라 모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에 일정 수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7일 트럼프 당선자와 뉴욕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런 우려도 깔려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가 ‘무역 보복’을 언급한 중국은 예상과 달리 오히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트라(KOTRA) 각국 무역관이 파악해 13일 내놓은 ‘미국 대선 이후 주요국 반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 나라 중 일본의 불안감이 표면적으로는 가장 커 보인다. ‘엔고’(엔화가치 상승) 전환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엔화 가치 상승으로 현재 달러당 105엔대인 엔화 환율이 앞으로 90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엔저를 통해 수출 확대를 꾀하는 ‘아베노믹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 100개사 가운데 72.3%는 향후 1년간 가장 위험한 미국경제 시나리오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꼽았다. 여기에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규모에서 한국 등에 비해 열세인 것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TPP도 미국이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통상정책의 기조 전환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신경보는 “트럼프 집권 후 상당 기간 미·중 간 경제·무역 관계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중국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이 양국 간 첨예한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사회과학원은 “트럼프의 정책은 국내 발전에 주력하는 고립주의로,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 간섭이 약화하면 중국에 유리할 점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미국의 내수 회복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며, TPP 대척점에 있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일본의 엔고와 TPP 추진 난항은 우리나라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韓, 부채 청산·안전망 강화가 ‘답’… 잠재력은 ‘통일’에 있다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韓, 부채 청산·안전망 강화가 ‘답’… 잠재력은 ‘통일’에 있다

    1990년 버블(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26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경제대국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유동성 확대를 통한 필사적인 경기 부양 대책에도 소비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도 일본의 저성장을 닮을 우려가 있어 일본의 세계적 경제학자로 저성장과 생산성 비교연구에 매진한 후카오 교지(60) 히토쓰바시대학 교수를 지난 12일 이 대학의 조수이회관(동창회관)에서 만났다. 장기 저성장의 원인과 대책, 일본 경험에서 얻을 교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은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저성장에 갇혔다. 근본 원인은 뭔가. -정책 실패도 있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거품 붕괴 뒤 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업 투자는 저조했다. 인구까지 줄며 수요 부족을 더욱 부채질했다. 저성장 원인도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민간 투자가 그렇게까지 줄지 않았지만, 2000년대에는 민간 투자가 더욱 위축되면서 수요 부족을 심화시켰다. 비정규직은 늘었고, 숙련공은 줄었다. 직업의 질 하락과 노동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이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스웨덴을 앞섰던 노동생산성도 10% 포인트가량 뒤처졌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어떻게 생산성을 떨어뜨렸나. -비정규직의 채용과 유입이 늘면서 숙련된 기술인력은 줄고, 단순 노동이 늘면서 노동의 질은 떨어졌다. 기술 축적은 저하됐고, 자본축적 감소와 노동 생산성 저조도 뒤따랐다. 그러자 사회구성원 전체에 미래 불안이 확산돼 소비 침체를 자극했고, 투자도 떨어지게 됐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 일본의 강점이었던 종신고용 체제도 불가능하게 됐다. OECD ‘투자 저하 챔피언’ 日 기업들 →기업 생산성 저하도 저성장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생산성 높은 대기업들은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싼 제3국으로 떠났다. 산업 공동화가 심화되면서 제조업 등 국내 생산이 줄었다. 대기업들은 여유자금을 해외 직접투자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을 비롯, 생산성 낮은 중소기업들은 청산되지 않은 채 연명하면서 생산성을 더 떨어뜨렸다. 정보통신 연관 투자는 더뎠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본축적도 저하시키는 악순환은 계속됐다.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크게 늘리는 등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해서도 일본 기업들의 투자 저하는 현저하다. 이례적으로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투자 저하의 챔피언’이라 할 정도다. 생산연령 인구 감소, ‘총요소생산성’(TFP) 감소 추세를 감안해도 그 이상으로 투자가 위축됐다. 수요 감소에 장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발휘했다. 경비·비용 절감 등 비정규직을 쏟아낸 기업 내의 지나친 경영합리화 추구도 한 원인이다. 기업들은 버블 붕괴 뒤 부채 상환에 집중하느라 투자 여력이 없었지만 그 뒤 빚을 갚고 투자 여력이 생기게 된 뒤에도 (버블 붕괴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했다. →일본의 기업가 정신이 추락한 것인가.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조사에 따르면 “무엇을 위해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미국 기업들은 “새 비지니스 창출을 위해서”라고 답한 반면 일본 기업들의 대답은 “비용 절감”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서 자국 기업들이 진출한 곳을 선호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알지 못하는 미개척지로 나가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손해보지 않을 지역을 원하는 안전 선호 태도가 두드러졌다. 기업은 틀 안에서 국제화와 동떨어진 ‘소극적 이노베이션’에 빠졌다. →줄어드는 생산연령 인구는 저성장에 어떤 영향을 줬나. -생산연령 인구가 해마다 인구의 1% 약간 못 미치게 줄고 있다. 여성 및 고령자의 노동시장 유입이 늘면서 노동공급 자체의 감소는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일본 여성의 절반 이상, 60대 이상 남성 대부분, 20대 남성의 다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은 생산성 저하를 가속화시켰다. 이들의 임금은 낮고 기술은 축적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의 과중한 업무는 결혼, 임신, 출산 등을 미뤄 출생률 하락 등 인구 및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버블에 대응한 정부 정책 실패는 결정적이었나. -1990년대 일본 정부는 좀비기업 등에도 파산 직전까지 고용보조금을 줬으며, 잘못된 신용보증을 섰다. 그렇게 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도로와 공항을 짓는 등 생산성 낮은 공공투자를 해댔다. 저성장이 정부 때문만은 아니지만 정부가 좀더 잘했으면 이렇게 심한 (저성장)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이다. 종신고용 체제가 어렵게 되면서 비정규직이 크게 느는 데도 노동시장 개혁에 뒷짐 지고 미흡하게 처리했다. 정부는 제 역할을 못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동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나. -비정규직 노동의 공급 증가는 기업 생산성 향상의 저해 요인이 됐다. 종신고용을 축으로, 해고를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한 법개정 등 개혁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직원을 혹사시키는 악덕기업들에 대한 정보 공개가 확대돼야 한다. 기업 복리후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노동의 질 및 생산성 향상의 환경도 정비해야 한다. 정부도 이에 대한 감시 강화 등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악덕기업 공개·정부 감시 강화돼야 →기술력의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경쟁력도 약화됐다. -글로벌 경쟁력 하락, 제조과정에서 고부가가치 노동의 투입 부진 등이 요인으로 보인다. 인기 있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WIO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구미 국가들은 수출품 제조에서 일본에 비해 더 많은 기술, 정보기술, 전문가 등의 역할을 투입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관리 및 영업 등의 투입 비율이 높았다. 일본이 이노베이션이 적은 구태의연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본은 200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0%대다. 지난해 상반기도 0.19%였다. -일본은 심각한 저성장이지만, 제반 문제 해결을 통한 2% 성장은 가능하다. 노동과 자본 투입을 늘려 수요를 자극하고, 노동의 유효 활용, 기업의 과잉 저축 해소, 설비투자 확충, 산업공동화 저지, 정부의 효과적 공공투자, 경영 상황이 어려운 기업의 정리, 중소기업의 IT 투자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 이민의 수용 없이도 2% 성장이 가능하다. 성장 여력은 있다.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등 새 성장 분야를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 및 노력이 불가결한 요소다. 닛산은 자율주행차 연구에 주력하고 있고, 소니는 소프트산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소니처럼 저작권 등 국제규범의 벽에 걸려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규범까지 바꿔 가면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인 셈이다. 기업들은 법, 제도 및 정부 정책을 바꿔 가면서까지 수익과 시장을 넓혀 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했다. 일본 관료도 기업의 이익에는 소극적인 편이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일본식 저성장 답습 우려는 일리가 있다.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임박, 저출산·고령화, 낮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임금의 확대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 높은 무역의존도, 통일 가능성 등은 일본과는 다른 변수들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2013년 82%로 일본(31%)에 비해 매우 높다. 중국경제의 감속 등 대외 환경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고, 생산공동화로 대기업 매출이 늘어도 국내 생산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는 약점도 있다. →저성장을 먼저 겪은 일본의 전문가로서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부채 등 당면 과제에 대한 단호한 정책대응이 시급하다. 그 위에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과거 일본은 부실채권 등 은행의 건전화 문제를 1997·98년 금융위기 전까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질질 끌었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종신고용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파악과 대응이 늦었다. 결국 부실채권이란 짐에 끌려다니다 이를 해결한 뒤에도 성장률 상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제도적 미흡점이 존재할 것이다. 연금제도 등 비교적 부실한 사회안전망 등으로 고령자 빈곤 문제의 우려도 크다. 소득 분배 불균형, 리더십 교체 등 정치적 불안 요소, 재벌의 상속 리스크 등의 취약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다뤄 나갈지에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비정규직 확산 등 노동문제를 안고 있다. 韓기업 강점은 ‘고품질·저비용’ →한국의 경쟁력과 관련해 무엇을 주목하고 있나.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신형 휴대전화 단종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부품의 해외 현지 조달 등 글로벌 분업의 효율적 활용은 한국 기업의 강점이다. 국제화에 대응해 고품질·저비용 체제에서 앞섰다. 일본의 주력 기업들은 부품 주문에 앞서 기획과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조달, 생산 등의 전 과정을 오랜 세월 짜여져 온 국내 하청기업들과 함께하고 있다. 과거 강점이었지만 정보화·국제화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짐이 됐다. 전기자동차,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차의 표준화·모듈화 시대에 도요타의 오래된 부품업체들과의 결속이 어떻게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해 나갈 수 있겠나. 한국의 대표적인 잠재력 가운데 하나는 통일이란 변수다. 평화통일이 이뤄지면, 당장 재정부담은 더 무거워지겠지만 대규모 수요 확대, 투자 증가, (북한의) 우수 노동력 흡수 등을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걱정은 없게 된다. →양적완화 및 엔저 유도 등 아베노믹스가 저성장 탈피에 역할을 할까. -방향성은 맞지만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수요 진작이다. 지나치게 (경제산업성 등) 관료 등에 경제 정책을 의존하고 있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후카오 교지는 -1956년 기후현 출생 -도쿄대 졸업, 도쿄대학원 경제학 박사 -예일대 객원연구원, 문부과학성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총괄연구관, 일본은행 금융연구소 객원연구원, 아시아역사경제학회(AHES) 회장 역임 -국제경제학, 경제발전론 및 거시경제 전문가 -저서 ‘잃어버린 20년과 일본경제’(닛케이출판사·2012), ‘거시경제와 산업구조’(게이오대출판부·2009), ‘일본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영국 케임브리지대출판부·2008) -현 히토쓰바시대학 경제연구소 교 수. 일본경산성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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