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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남미] “미칠 것 같다, 생사여탈권이 내 손에…” 브라질 의사들의 절규

    [여기는 남미] “미칠 것 같다, 생사여탈권이 내 손에…” 브라질 의사들의 절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브라질에서 의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가 밀려들면서 브라질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치료할 환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마치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양심을 찌른다는 것이다. 성명 이니셜 E.P만 공개하는 조건으로 언론매체 오글로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브라질 파라주의 한 의사는 최근 매일 밤 수면제를 먹어야 눈을 붙인다.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느라 매일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지만 침대에 쓰러져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그는 친한 친구의 할아버지와 21살 임신부를 놓고 괴로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중증의 코로나19 확진자로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했지만 남은 중환자실 병상은 딱 1개뿐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중환자실 병상을 임신부에게 내주기로 했다. 복중태아까지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그는 친구의 할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살려보려고 어려운 결단을 내린 임신부까지 사망하면서 정신적 고통은 배가 됐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병동을 도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기적처럼 환자를 살려내도 악몽에 시달리는 의사가 많다. 페르남부쿠주의 의사 엘튼 메네세스는 보름 전 발생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70세 할머니와 40세 남자가 나란히 코로나19 중증으로 자가호흡을 못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인공호흡기는 단 1대 뿐. 70세 노인을 살리느냐, 40세 남자를 살리느냐를 놓고 중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메네세스는 "두 사람의 나이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면서 완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자부터 살려보자는 생각도 잠깐 머리에 스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70세 할머니에게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40세 남자가 상대적으로 젊은 만큼 또 다른 인공호흡기를 구하는 동안 견뎌내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며 내린 어려운 결정이다. 다행히 그는 7시간 만에 인공호흡기를 한 개 구해 남자에게도 연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절박했던 당시를 회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그는 "평생 경험하지 못한, 정말 슬프고 괴로운 7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전역에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생명을 구하는 의료인이 아니라 살인자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 마나우스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병원에 들어갈 때마다 살인음모의 공범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6만8000명, 사망자는 2만2965명에 이른다. 누적 확진자 수에서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20년 청춘 감옥에 묻어…형사님 왜 그러셨어요” 윤씨의 절규

    “20년 청춘 감옥에 묻어…형사님 왜 그러셨어요” 윤씨의 절규

    “20년이란 세월은 짧은 게 아니에요. 강산이 두 번 변했잖아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윤모(52)씨는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 ‘꽃 같은’ 20대와 30대를 교도소 담장 아래 묻었다. 마흔두 살의 나이에 가석방되면서 바깥세상에 다시 나왔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출소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컴퓨터는 낯설기만 하다. 지난 26일 충북 청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씨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3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죽은 최 형사한테 ‘왜 그러셨냐’고 따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이 가혹행위를 일부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죽은 사람한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대체 누가 나를 때렸는지 나중에 법정에서 다 물어볼 거다.” −사과를 하면 용서를 한다고 했다. 사과는 직접 받기를 원하나. “나한테 사과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당시 경찰들이 나한테만 그랬을까. 수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본다. 말을 안 하고 있을 뿐 고통 속에 사는 그분들을 위해 국민 앞에 나와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라는 얘기다.” 농기구 수리공이었던 윤씨는 1989년 7월 경찰에 붙잡혔다. 10개월 전 윤씨가 살던 동네(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여학생(당시 13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당시 화성에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는데 ‘8차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에서만 유독 현장에서 윤씨의 체모가 나왔다고 했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면 어땠을까. “때리고 잠 안 재우는데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죽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경찰 가혹행위로 허위 진술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교도소에 있을 때 법원에 탄원서를 써서 보내도 답변이 없었다.” −항소심에서 진술을 바꾼 배경은. “안양교도소에 있을 때 옆 방에 수감 중인 (민주화·통일 운동가) 문익환 목사의 도움이 컸다. 한 번은 나를 부르면서 ‘누구 아니냐’고 묻더라. 맞다고 하니까 공소장과 판결문을 갖다 달라고 해서 드렸더니 문익환 목사 제자가 항소심 서류를 다 써줬다. 돌아가신 문 목사를 잊을 수가 없다.”−무기징역이 확정됐지만 수감 도중 20년으로 감형됐다. “출소 날짜가 없는 무기징역을 받았더라도 희망을 놓은 적이 없다. 솔직히 그곳(교도소)에서는 희망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종교의 힘에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단기수들이 출소하는 걸 보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장기수들에게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나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그래도 그걸 참아내지 못하면 살 수가 없으니 꾹꾹 눌러야 했다.” −석방이 최종 목적은 아니지 않나. “감옥에 있을 때부터 수차례 재심을 요구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범인이 잡히거나 증거가 새로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출소 이후에는 줄곧 청주에서 살았나. “교도소에서 20년 살고 나왔는데 누가 나를 반겨 주겠나. 이 타이틀 가지고는 어디든 갈 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청주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은 교화위원 덕분에 청주에 살게 됐다. 인근 공장에도 취업해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지내고 있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에 힘들지 않았나. “화를 억제하지 않으면 화병으로 죽는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잊고 살려고 노력한다.” −이춘재가 자백할 거라고 기대는 했나. “이춘재가 잡힌 줄도 몰랐다. 다른 사건 증거물에서 이춘재 DNA가 검출됐다고 하는데 자꾸 모방범죄로 8차 사건이 거론되니까 신경이 쓰여 너무 힘들었다.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더 시끄러워지면 청주를 아예 뜨려고도 했다.” −이춘재 자백 소식은 어떻게 접했나. “잠을 자는데 선배한테 ‘뉴스 봤냐’고 전화가 왔다. 잠이 확 깼다. ‘와, 이게 뭐지’ 싶었다. 믿기지 않았다. 다음날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참고인 조사를 받으셔야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30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았다.”−‘자백해 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다. “고맙긴 한데 지금으로선 딱히 할 말이 없다. 이춘재가 나를 위해 희생한 것도 아니고 내 존재도 모른다. 재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니까 그때 가서 무슨 말 할지 들어 보려고 한다.” −재심은 열릴 수 있을까. “재심 사유가 안 될 건 없다고 본다. 언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만에 하나 재심을 할 수 없다고 하면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왜 재심이 열려야 하나. “잘못된 건 바로잡자는 거다. 명예는 한 번 떨어지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이 명예를 되찾고 싶다. 무죄가 확정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돈은 내가 벌어서 쓰면 그만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나. “일단 재심부터 끝나고 봐야 할 것 같다.”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 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 간부가 사망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그날 바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지금도 마음이 미어진다.”−고인과는 특별히 인연이 있나. “10월 첫째주로 기억되는데 그때 나를 찾아왔다. 서류를 많이 들고 와서는 ‘이 서류들이 너무 안 맞는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책임지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경찰, 안 믿는다’고 했는데 지켜봐 달라고 하더니 결국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걸 밝혀 줬다.” −누명을 벗기 전에는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 뵐 면목도 없다고 했다. “진실이 안 밝혀지고 죽으면 죽어서나마 부모님 얼굴을 떳떳이 볼 수 있겠나. 살인자를 반길 부모는 없다. 그래도 지난달 아버지 기일에는 부모님 영정 앞에서 약간 웃을 수 있었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랐다.” −최근 3개월은 앞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처음 기자들이 집 앞에 몰려 왔을 때는 도망다녔다. 일주일을 그렇게 전전했던 것 같다. 그러다 도무지 인터뷰를 안 하고는 못 버틸 것 같아 응하기 시작했다. 3개월이 마치 2년처럼 참 길었다.” −외가 친척도 만났다. “외삼촌 얼굴에서 어머니 얼굴을 봤다. 40여년 만에 다시 만난 것 같다. 경찰이 우리 가족을 찾아 주려고 나흘 밤을 꼬박 새우면서 한자를 대조했다고 들었다.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경찰도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유죄 근거가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허위 작성을 놓고 검경이 대립하고 있다. “검찰에서 (감정서가) 조작됐다고 했지만 검찰, 경찰 모두 최선을 다해 주고 있으니까 지금은 지켜볼 뿐이다. 중간에 낀 입장이라 뭐라 말할 수도 없고, 어느 쪽이 맞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뭘 하고 싶나. “여행을 가 본 기억이 없다. 조용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 솔직히 여행을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웃음)” 글·사진 청주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왜 병원이 아니라 장례식장으로 데려갔느냐?” 음주운전 차에 딸 잃은 부모의 절규

    “왜 병원이 아니라 장례식장으로 데려갔느냐?” 음주운전 차에 딸 잃은 부모의 절규

    “병원으로 데려가야지, 장례식장으로 데려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경 경기도 하남시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도로에 내린 30대 A씨가 음주운전자 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A씨(31)의 부모가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사고수습 과정 중 의문점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한문철(58)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서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 분기점 가벼운 접촉사고 수습하던 중 아반떼에 의한 사망사고, 아반떼 운전자는 음주 0.196%, 딸을 잃은 부모님의 절규’라는 제목의 영상 한 편을 2일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한문철 변호사가 피해자 A씨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아버지는 “119가 도착하기 전, 129(사설 응급구호차량)에서 와서 애를 싣고 병원으로 안 가고, 장례식장으로 갔다”라고 밝혔다. A씨 어머니는 “(사고현장) 가까운 곳에 큰 병원들이 있는데, 한 시간 거리인 곤지암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갔다”고 말했다.이에 한문철 변호사는 “사설 업체에서 와서 병원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갔다고요? 숨이 살아있었을 수도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건 말이 안 된다. 현장에서 사망이 확정됐나? 의료진이 왔느냐?”라며 “나중에 129구급차 운전자도 경찰에 수사해 달라고 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어쩌면 붕 떴다 떨어져서 숨을 못 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한 거다. 129 사설 응급차가 장례식장에 데려다 주고 커미션을 받으려고 한 것밖에 안 된다. 정말 나쁘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하남경찰서에서 수사하시는 분들, 129 본인이 의료인이 아닌데, ‘죽었다, 살았다’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사람(피해자)이 어쩌면 살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으로 데려갔다. 장례식장에는 의료진이 없다”며 “그 사람(129 운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철저히 수사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지난 27일 하남시 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분기점 판교 방면 도로에서 3차로를 달리던 K5 승용차와 4차로를 달리던 A씨의 투싼 차 간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조치를 위해 A씨는 분기점 너머 갓길에 정차한 후 차에서 내렸고, 사고 현장으로 다가가던 중 B(39)씨가 운전하던 아반떼 차에 치였다.중상을 입은 A씨는 출동한 119가 아닌, 사설 129 응급구호차량에 의해 병원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아반떼 운전자는 음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인 0.196%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모님에 따르면, 사고 직후 K5 승용차 운전자가 차에 타고 있던 A씨를 강압적으로 내리게 해 사진 촬영을 하게 했고,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린 A씨가 K5 승용차가 서 있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A씨 부모님은 “1차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내리게 한 뒤 사진 찍도록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병원으로 가야지, 왜 장례식장에 데려다 놓느냐”며 “사람은 죽다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왜 자기네 맘대로 진단을 내려서 장례식장으로 데려다 놓느냐”며 관련자들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사고를 당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A씨는 현재 사귀는 남자친구와 내년 결혼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첫방 ‘모두의 거짓말’ 이유영, “몰입도 200%” 장르 여신 [SSEN리뷰]

    첫방 ‘모두의 거짓말’ 이유영, “몰입도 200%” 장르 여신 [SSEN리뷰]

    장르여신 이유영표 시크릿 스릴러가 탄생됐다. 12일 첫방송된 OCN 토일 오리지널 ‘모두의 거짓말’(극본 전영신, 원유정 연출 이윤정) 첫방에서 이유영의 몰입도 200%의 열연이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눈빛만으로도 전해지는 시크릿 스릴러의 분위기부터 섬세한 감정연기와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오열까지. 첫방송부터 명불허전 ‘장르여신’ 이유영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예견됐다. 첫화에서 김서희(이유영)는 아버지(김종수)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해 충격에 휩싸였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남편 정상훈(특별출연 이준혁)은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고, 상훈의 부재는 서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사고 전날 아버지와 상훈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 장인의 장례 이후에도 종적을 감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아버지의 사고와 상훈이 혹 어떤 관계가 있을지 상상조차 어려운 의심을 키우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간절히 남편을 기다리던 서희에게 상훈의 ‘손’이 돌아왔다. 아버지의 추모식에 놓인 상자 속에 서희와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잘린 손이 들어있던 것. 바닥에 떨어진 손의 반지를 보고 단번에 상훈의 손임을 직감한 서희는 충격에 휩싸인 채 오열했다. 이유영의 절규와 눈물이 뒤섞인 충격적인 엔딩은 시청자를 극으로 끌어당기며 몰입도를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극의 시작과 끝까지 이유영의 분위기는 시크릿 스릴러 그 자체였다. 아버지와 남편의 다툼에 불안해하던 모습을 시작으로 장례식장에서 넋이 나간 듯 먼발치서 시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애써 웃음 지으며 터뜨린 눈물까지. 순간의 감정들에 몰입도를 더해 김서희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들며 극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비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사건을 추적해 갈 때는 스릴러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사건조사를 위해 형사 조태식(이민기)을 마주할 때, 이유영의 손 끝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눈빛의 떨림은 극을 단번에 스릴러로 이끌었다. 이유영이 그리는 김서희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스릴러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것. 특히 극의 마지막에 울려 퍼진 이유영의 절규와 오열은 시청자를 김서희의 감정에 이입시키며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섬세한 감정과 스릴러를 오가는 장르여신 이유영의 유연한 연기는 한층 세련된 장르물를 탄생시켰다. 시크릿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이유영표 드라마’로 완성하며 마지막까지 눈 뗄 수 없는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첫방송부터 이유영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물든 ‘모두의 거짓말’은 매주 토, 일요일 저녁 10시 30분 OCN을 통해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주광덕 “조국 딸, 고교 때 서울법대 인턴 특혜”…조국 측 “관여 안해”

    주광덕 “조국 딸, 고교 때 서울법대 인턴 특혜”…조국 측 “관여 안해”

    주 의원 “고2때 서울법대 관련 인턴 3개 수료”조국 측 “생기부 공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주 의원 “고교 때 26개월 공주대 인턴 표기 의문”조국 측 “간헐적 참가…총 참여기간 써 넣은 것”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인턴을 한 것이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의 인턴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한영외고 재학시절 특혜성 인턴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공익제보를 통해 입수한 조씨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교외체험학습상황란’에 고교 3학년 시절인 2009년 5월 1∼15일 ‘서울대 법대 인턴 15일’, 같은 기간 ‘서울대 법대 인권법센터 인턴 15일’, 201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센터장 한인섭) 국제학술대회 참가’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 조씨가 서울대 법대에서 같은 기간 인턴 2개를 하거나, 조 후보자와 절친한 관계인 한인섭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곳에서 인턴을 하는 등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자신이 교수로 있는 학교에서 인턴을 하게 하며 자녀에게 ‘셀프인턴’ 특혜를 부여한 정말 낯부끄러운 후보”라며 “청년과 대학생 앞에서는 붕어나 가재, 개구리로 살아도 좋다고 말하고, 뒤로는 자신의 딸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선적인 모습이다. 법무부 장관이 그렇게도 하고 싶으냐”고 비난했다. 그는 “(딸의 학부인) 고려대학교 입시 평가 1차 시험에서 생활기록부가 점수의 60%를 차지하고, 2차 시험은 1차 시험 결과가 70%를 차지한다”며 “내용을 보면 뻔한 데 계속 낯두꺼운 소리를 일관하고 있으니 우리 대학생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분노하고 절규할지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생활기록부 내용 일부 공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 생각한다.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센터 인턴과 관련해 생활기록부 기재는 사실과 다른 것이 없다”며 “인턴 참여 과정에서 후보자나 배우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역시 없다”고 해명했다. 주 의원은 나아가 딸 조씨가 고1 때인 2007년 공주대 생명연구소에서 8개월간 인턴을 하고, 고2 때인 2008년 3월 3일부터 2009년 3월 2일, 고3 때인 2009년 3월 3일에서 9월 2일까지에는 공주대에서 인턴을 하는 등 고교 시절 공주대에서 총 26개월의 인턴을 했다고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다며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서울과 공주의 대학에서 어떻게 겹치기로 인턴 활동했는지 수시로 합격한 다른 학생들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며 “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은 허위일 가능성이 누가 봐도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준비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주대 인턴은 간헐적 참가로서, 총 기간을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눈앞에서 딸 잃은 아버지의 절규…시리아 공습이 만든 비극

    눈앞에서 딸 잃은 아버지의 절규…시리아 공습이 만든 비극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에서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약 6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어린 딸을 눈앞에서 잃은 아버지의 절규가 카메라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시리아 현지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해당 장면은 시리아의 사진작가인 바샤르 알 세이크가 촬영한 것으로 공습이 시작된 직후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작가의 증언에 따르면 공습이 시작된 직후 사진 속 남성과 그의 어린 딸이 사는 집이 붕괴됐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울었고, 아버지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아버지가 딸들을 발견했을 때, 5살 된 큰 딸인 리함은 무너진 건물 잔해의 꼭대기에서 무언가를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생후 7개월 된 어린 여동생이었다. 고작 5살 된 아이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동생의 티셔츠 자락을 붙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동생의 옷자락이 점점 손에서 빠져나갔고, 동생은 잔해 위로 굴러 떨어졌다. 이후 리함도 부상으로 의식을 잃었고, 현장에는 이 장면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손 쓸 수 없었던 아버지의 절규만 남았다. 사진 속 아버지는 어린 딸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비통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머리에 손을 얹고 울부짖고 있다. 이후 리함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리함이 끝까지 살리고자 했던 어린 여동생은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리함의 아버지는 아내와 어린 딸을 잃었다.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작가는 “처음 공습이 시작된 뒤 한동안은 먼지와 건물 잔해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서 아버지와 어린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먼 곳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영리단체인 ‘인권을 위한 시리아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은 600명 이상이다. 이번 공습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민간인이 많은 만큼,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동영상] 잔해에 깔린 채 여동생 티셔츠 붙잡은 언니, 동생 구하고 끝내

    [동영상] 잔해에 깔린 채 여동생 티셔츠 붙잡은 언니, 동생 구하고 끝내

    사진부터 보자. 공습으로 무너진 자택 잔해 더미에 깔린 채로 여동생 티셔츠를 붙잡고 있는 다섯 살 소녀가 보이는가? 아버지는 애타게 구조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몇분 뒤 건물은 무너져내렸고 생후 7개월 밖에 안된 여동생 투카는 목숨을 구했지만 언니 리함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이들립의 아리하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벌어진 참변이다. 현지 매체 SY-24는 25일 영국 BBC에 “사진을 촬영한 이(바샤르 알셰이크 사진기자)는 처음에 자욱한 먼지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먹먹한 사진은 한동안 잊힌 시리아 내전의 참혹함을 다시 일깨우며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들과 지하디스트 무장세력으로부터 탈환하려는 이들립에서 어떤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지 알리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주 유엔은 지난 4월 29일 이후 격화된 시리아 북부에서의 교전 여파로 350명 이상의 민간인이 죽고 33만명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고 발표했다. 사진이 촬영된 몇분 뒤 건물이 결국 무너져 내렸고 두 자매 모두 잔해 더미에서 발굴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이들립의 더 큰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그곳에서 리함은 생을 등지고 말았다. 여동생인 투카는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어머니 아스마 나쿠흘도 공습 과정에 즉사했다. ‘하얀 헬멧’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시리아 민간 구조대는 아버지 암야드 알압둘라의 자택에서 다른 젊은 남성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립 일대에서 다섯 어린이를 포함해 2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시리아 인권 옵저버토리는 밝혔다. 칸셰이쿤에서는 세 어린이를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몰살 당하기도 했다. 22일에도 반군이 점령한 마라트 알누만의 시장과 거주지를 겨냥한 전폭기의 공습으로 31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하마 북쪽이며 알레포 서쪽에 위치한 이들립은 8년을 끌어온 반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와 시리아 야당을 지원하는 터키가 휴전협정을 중재했지만 여전히 참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2015년에는 터키 해변에 숨진 채로 발견된 알란 쿠르디 사진이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시리아 난민 위기에 대한 각성을 이끌었다. 다음해에는 다섯 살 옴란 닥니쉬가 알레포의 앰뷸런스 뒤에서 피를 흘리며 떨고 있는 사진이 세계인을 놀라게 했는데 그 뒤 새로운 집에서 가족과 어울리는 사진이 전해져 안도하게 한 일이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조선생존기’ 강지환, 양궁 에이스의 무서운 추락기 “60분 순삭”

    ‘조선생존기’ 강지환, 양궁 에이스의 무서운 추락기 “60분 순삭”

    “숨 막히는 스피드 전개! 60분 순간 삭제!” TV CHOSUN 특별기획드라마 ‘조선생존기’가 주인공 강지환의 추락 과정을 그린 ‘다이나믹 60분’을 선사하며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8일 방송한 TV CHOSUN ‘조선생존기’(연출 장용우, 극본 박민우, 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 롯데컬처웍스, 하이그라운드) 1회는 극중 양궁 국가대표 에이스로 승승장구하던 주인공 한정록(강지환)의 7년 전 인생을 바꾼 각종 사건들을 빠르게 그려내며 60분을 ‘순삭’시켰다. 가난한 가정 환경에서도 탁월한 감각으로 런던올림픽 양궁 국가대표에 선발된 한정록은 런던으로 떠나기 전 여자친구 이혜진(경수진)에게 금메달을 목에 걸고 프러포즈하겠다고 약속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림픽 본선에서 한정록은 마지막 라운드 여섯 발 연속 10점을 쏘며 극강의 실력을 드러냈다. 1년 차 레지던트인 이혜진은 병원에서 한정록의 경기를 지켜보며, ‘금메달 프러포즈’를 받을 준비에 잔뜩 설레는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딸기 농사를 짓던 한정록의 아버지는 비닐하우스 철거를 요구하는 개발회사 깡패들에게 맞아 만신창이가 됐다. 이후 한정록의 아버지는 지역 개발 대표이자 국제변호사인 정가익(이재윤)을 찾아가 “한 번만 좀 봐주세요”라고 읍소했고, 정가익은 정중한 응대와 함께 정록의 아버지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정가익은 그날 밤 한정록 아버지의 비닐하우스를 찾아가, “함부로 돌아다니면서 나불거리지 말라”며 살인을 저지른 것. 방화까지 저지르며 완벽한 증거 인멸에 성공, 사건을 자살로 위장해 충격을 더했다. 해당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결승전을 준비하던 한정록은 기자의 말실수로 경기 직전 아버지의 부고를 알게 됐고, 결국 4점만 쏴도 이기는 경기에서 2점을 쏘며 ‘국민 역적’이 됐다. 갑자기 닥친 비극으로 한 달 넘게 잠적해 있던 한정록은 오랜만에 만난 이혜진에게 비겁하게 분풀이를 하며 결별을 알렸고, 자신의 전부였던 양궁마저 온전히 포기하며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7년 후, ‘18번째 직업’인 택배 기사로 변신한 한정록은 정규직을 위해 각종 ‘극한 체험’을 견뎌내며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자퇴서를 낸 동생 한슬기(박세완)와 설전을 벌이던 한정록은 긴급 특송 택배 알림을 받고 VIP 파티장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7년 전 여자친구 이혜진이 정가익의 프러포즈를 승낙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 한정록은 장소를 도망치듯 빠져 나왔으나 이혜진이 엘리베이터를 붙잡아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면서, 이혜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후 홀로 남은 한정록의 절규로 극이 마무리됐다. 한정록의 극적인 인생사로 탄탄한 밑 작업을 그려내며,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 첫 회였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강지환의 ‘하드캐리’ 완전 인정! 눈을 뗄 수 없던 60분” “국가대표 양궁 에이스에서 택배 기사로 전직하게 된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타임슬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재밌다니! 내일 방송이 더욱 기대된다” “살인마로 등극한 정가익의 ‘반전 실체’에 충격 받았다” “7년 전 헤어진 한정록-이혜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궁금하다” 등 뜨거운 반응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조선생존기’ 첫 회 방송 초반에는 500년 전 조선시대 속 한정록과 이혜진, 한슬기, 정가익의 모습이 프롤로그 형태로 보여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정록이 임꺽정(송원석)과 한 패를 이룬 채 정가익이 이끄는 일당에 맞서 거친 전투를 벌인 것. 적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언덕에 오른 한정록-이혜진-한슬기는 임꺽정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며 현재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모습으로, 앞으로의 전개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이들의 ‘조선생존기’에 기대감을 더했다. ‘조선생존기’ 2회는 9일(오늘) 밤 10시 50분 TV CHOSUN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폭력 남편” SOS 세 차례 묵살… 30년 맞던 아내 결국 스러졌다

    “폭력 남편” SOS 세 차례 묵살… 30년 맞던 아내 결국 스러졌다

    경찰 “가족끼리 해결하라”… 방치 일쑤 올 1분기 재범률 11.1%… 3년 만에 3배 검거 인원 대비 구속률은 1.1%에 그쳐 범정부 대책 내놨지만 ‘法의 사각’ 신음지난해 12월 안수현(가명)씨의 어머니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가정폭력 끝에 남편에게 살해됐다. 안씨 가족은 그동안 3번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 사회에 꾸준히 SOS를 쳤지만, 아버지가 체포되거나 구속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출동한 경찰은 “집안일이니 가족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돌아갔다. 자녀들까지 흉기에 찔릴 뻔하거나 목을 졸리는 지경에 이르러 두 번 가정법원을 찾았지만, 가해자는 상담소 위탁 교육 처분만 받고 다시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법원도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아버지는 “신고할 테면 해보라”며 더욱 노골적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잔인하게 살해됐다. 안씨는 “아무도 아버지를 우리 가족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아 주지 않았다. 살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20일 서울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범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8%였던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7년 6.2%, 2018년 9.2%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3월)는 11.1%에 달했다. 가정폭력 사범 10명 중 1명이 다시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셈이다. 신고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검거 인원 대비 구속률은 올해 1분기 1.1%에 불과했다. 2016년~2018년 구속률은 1%를 밑돌았다. 강하게 처벌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피해 가족들에게서 완벽하게 격리시키지 않으니 마음 놓고 재범을 저지르는 것이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집에 계속 머물며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면서 “왕따 현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가정 밖으로 완전히 밀쳐 내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등 가정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가정폭력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경찰청,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은 지난해 11월 중대 가정파탄 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정폭력 현행범을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장 출동 경찰의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책은 여전히 관료들과 경찰들의 서랍 속에 방치돼 있다. 현행범 체포 및 피해 가족과의 분리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돼야 이루어질 수 있다. 안씨 가족과 같은 피해를 막을 대책이 전무한 셈이다. 가정폭력은 집안에서 반복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신고도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강요해 온 특유의 온정주의 탓에 용기를 내 신고해도 무시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는 안씨의 어머니처럼 피해자가 죽어야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신문은 21일 부부의날을 맞아 3회에 걸쳐 가정폭력의 실태와 특성, 대안을 찾아본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동면 중인 곰 가족 살해하는 부자 밀렵꾼

    동면 중인 곰 가족 살해하는 부자 밀렵꾼

    미국 동물 보호단체인 휴먼 소사이어티 오브 유나이트 스테이츠는 나무 굴 속에서 동면중인 어미 흑곰 한 마리와 새끼 두 마리를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 죽인 한 부자(父子) 밀렵꾼 모습을 공개해 많은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불법적일 뿐 아니라, 그 밀렵 행위에 있어서 매우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알래스카주 알래스카만에 위치한 에스더섬의 흑곰 생태 연구용으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힌 현장 모습을 지난 29일 ‘더 선‘, ‘라이브릭’ 등 여러 외신이 전했다. 영상은 앤드류 레너(41)와 그의 아들 오웬(18)이 상의를 탈의한 채 스키를 타고 곰이 동면해 있는 나무굴 입구에 도착하는 걸로 시작한다. 주위를 살핀 후,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아버지 앤드류는 어미곰을 향해 정조준한 후 총을 발사한다. 그 후 이들은 나무 입구 가까이 접근해 비명을 질러대는 새끼 곰의 절규를 외면한 채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긴다. 발사 후, 살아있는 다른 새끼 곰이 비명을 질러대자 또다시 총을 발사하고 만다. 이렇게 어미 곰 한 마리와 새끼 곰 두 마리가 이 부자의 잔인함에 처참히 희생됐다. 사격을 모두 마친 아버지 앤드류가 “곰이 쓰러졌다”고 말하자 아들은 “너희들은 결코 우리 인간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우리는 너희 곰들을 죽이기 위해 어디라도 갈 거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 아비에 그 아들이다. 그들은 죽은 어미 곰을 굴 속에서 꺼낸 후, 하이파이브까지 한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곰 가족을 너무나 쉽게 죽인 후, 자연스럽게 사진포즈까지 취하며 곰 가죽을 벗겨 봉투에 담는 모습에선 말 문이 막힌다. 그리곤 태연하게 현장을 떠난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법 밀렵 이틀 후, 다시 이곳을 찾아 나무굴 속에서 죽은 새끼 시체를 꺼내 봉투에 담아 유기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위를 아들과 함께 한 아버지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이 가르친 잔인함이 아들에게 그대로 학습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양심의 가책이 파기되버린 걸까. 아직 십 대 나이인 아들에게 이런 끔찍한 일들을 서슴없이 ‘체험’시킨 아버지의 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마땅할 듯하다. 결국 이들은 지난 1월 곰 가족을 죽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결과 아버지 앤드류는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개월, 벌금 3,200여만 원을 받았고 아들은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아버지 앤드류는 10년, 아들 오웬은 2년 간의 사냥 면허 또한 취소됐다. 아무 죄 없는 세 마리 곰의 생명을 잔인하게 앗아간 대가치곤 한 없이 가벼운 형량 아닐까.사진 영상=Black & White TV 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눈이 부시게’ 김혜자, 시간 돌리는 시계 포기 “모든 일엔 그만큼의 대가”

    ‘눈이 부시게’ 김혜자, 시간 돌리는 시계 포기 “모든 일엔 그만큼의 대가”

    ‘눈이 부시게’가 짙은 감성과 여운으로 눈부신 2막을 열었다. 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 제작 드라마하우스) 7회에서는 시간을 다시 돌리려던 혜자(김혜자 분)의 예상치 못한 선택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멀쩡히 움직이는 시계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운 혜자는 시계를 버린 건물로 갔다. 그곳에는 준하가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혜자의 바람과 달리 준하는 “혜자(한지민 분)가 돌아와도 달라질 것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혜자는 시계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시계를 만지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계 할아버지(전무송 분)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혜자는 홍보관에 나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주소라도 알아보려 경찰서를 찾았다가 같은 시계를 찬 젊은 남자를 발견하고, 그가 시간을 돌린 것이라 확신한다. 혜자는 자신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시계를 찾으려는 결심을 한다. 뒤엉킨 시간으로 사라진 건 혜자의 젊음만이 아니었다. 화목했던 가정은 어느새 서먹해졌다. 심지어 엄마(이정은 분)는 이혼 서류를 준비 중이었다. 혜자와 준하, 혜자네 가족까지 손댈 수 없을 만큼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방법은 시계밖에 없었다. “버린 시계가 다시 나타난 것도, 고장 난 시계가 멀쩡하게 고쳐진 것도 운명”이라고 각오를 다진 혜자는 잠든 할아버지의 손목에서 시계를 빼내려다 도둑으로 몰려 홍보관에서 쫓겨났다. 달래러 나온 준하에게 “기다려. 혜자가 도와줄거야”라고 전한 말은, 혜자의 각오이자 소망이었다. 혜자의 결심은 의외의 곳에서 무너졌다. 그냥 다쳤다고 생각했던 아빠(안내상 분)의 다리가 의족임을 알고 충격에 빠진 것. 아빠의 목숨과 젊음, 꿈, 사랑 정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욕심이었다. 시계의 등가교환 법칙은 냉정했다. 다시 혜자가 시계를 돌려 젊음을 되찾으면 무엇이 희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박을 할 수 없었다. 혜자는 가족을 선택했다. 다시 홍보관에 나온 시계 할아버지와 나란히 않은 혜자는 다정히 말을 붙였다. “시간을 돌려서 뭘 바꾸고 싶으셨어요. 가족의 행복, 이미 잃어버린 건강, 못다 이룬 아련한 사랑. 뭐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길 바라요. 이미 아시겠지만 모든 일은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니까요” 시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혜자와 할아버지의 대화와 눈물은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운명처럼 혜자의 인생에 다시 찾아온 시간을 돌리는 시계. 그를 향한 간절함은 젊음과 시간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젊음이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를 보면 알잖아. 너희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지.” 당연한 것을 잃어버린 혜자의 후회와 절절함은 시계를 뺏으려던 간절한 연기로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 혜자가 결국 현재를 선택했다. “좋은 꿈을 꿨다”고 후회를 털어내고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혜자의 선택이 가진 의미였다.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들은 김혜자의 연기와 입을 통하며 진정성을 더했다. 후회와 선택의 기로에서 혜자가 절대적인 가치로 삼았던 것은 가족이었다. 이혼을 고려하는 엄마에게 “난 무조건 엄마 편이야. 어떤 선택을 하든”이라고 힘을 주고, 아빠의 의족을 보고 시간 돌리기를 포기했다. 그저 묵묵히 가족을 믿어주고, 가장 바랐던 것을 포기까지 하는 혜자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혜자와 준하의 애틋한 교감은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됐다. 스물다섯으로 돌아갔던 꿈속 재회는 혜자만의 기억이었고, “내가 다시 돌아가도 나 잊으면 안 돼. 나는 여기 기억으로만 사는데 네가 날 잊어버리면 나 너무 속상할 것 같다”던 혜자의 절규는 준하에게 닿지 않았다. 준하는 혜자를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러 가겠다던 혜자의 말을 떠올렸을 때 준하에게 홍보관이 아닌 다른 삶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희원과 병수가 노인들에게 받는 보험 계약서의 문제점에 의심도 품게 된 준하. 다시 그에게 빛나던 시간이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준하를 볼 때마다 발작을 일으키는 시계 할아버지의 정체에도 궁금증을 증폭했다. 한편 ‘눈이 부시게’ 8회는 오늘(5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 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을 모두 해임했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들은 모두 해임됐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눈이 부시게’ 손호준, 똘기 풀 충전 영수TV 본격 출격 ‘웃음 예고’

    ‘눈이 부시게’ 손호준, 똘기 풀 충전 영수TV 본격 출격 ‘웃음 예고’

    ‘눈이 부시게’ 손호준이 본격 활약을 예고했다. 17일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측은 어디에서 터질 줄 모르는 웃음 시한폭탄 김영수(손호준 분)의 예측 불가한 일상을 공개했다. 등짝 스매싱을 유발하는 김영수를 향해 세상 하찮은 눈빛을 보내는 이현주(김가은 분)의 모습도 함께 포착돼 기대감을 더한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눈이 부시게’를 향한 호평이 뜨겁다.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뭉클한 공감과 풋풋한 설렘까지 놓치지 않으며 독보적 감성 시너지로 시청자의 심장을 두드렸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진 스물다섯 청춘 혜자(한지민 분)가 뒤엉킨 시간 속에 갇혀 한순간 늙어버린 엔딩은 본격적으로 펼쳐질 시간 이탈 로맨스에 궁금증을 높이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수천 번 시계를 돌린 대가로 스물다섯 혜자는 사라지고 70대의 혜자(김혜자 분)만 남았다. 평범하고 소소한 혜자네 가족과 이웃, 친구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 만큼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들 혜자의 뒤엉킨 시간이 궁금증을 증폭한 상황.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은 것이 있었으니 오빠 영수의 똘기다. 모태 백수 영수의 방구석 생존기는 상상 초월 웃음으로 극을 하드캐리 한다. 공개된 사진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영수의 똘기 충만한 일상을 담고 있다. 모태 백수이자 ‘영수 TV’ 1인 크리에이터인 그의 목표는 오직 별사탕.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거리에서 카메라를 켜고, 짜장면 먹방을 앞둔 영수의 비장한 얼굴은 왠지 모를 웃음을 유발한다. 나 홀로 진지한 영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현주의 세상 하찮은 눈빛도 흥미롭다. 컵라면 하나를 들고 동네를 달리는 땀범벅의 영수와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쿠터를 타고 멀어지는 현주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현주를 향해 토해내는 영수의 절규가 폭소와 함께 앞으로 그려질 두 사람의 ‘썸’같은 ‘쌈’에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첫 방송부터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웃음을 이끌었던 손호준의 대활약이 3회를 기점으로 더욱 본격화한다. 숨 쉴 때마다 하찮은 에피소드를 생성하는 영수의 일상은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불러온다. 평범한 일상도 비범한 웃음으로 승화하는 영수. 중학생 시절 영수를 짝사랑한 흑역사를 지우고픈 현주의 ‘썸’과 ‘쌈’을 오가는 유별난 로맨스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할 전망. 특히, 한순간에 자신보다 늙어버린 동생 혜자와의 티격태격 남매 케미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눈이 부시게’ 제작진은 “유쾌한 웃음의 중심에는 늘 손호준이 있다. 똘기 충만하지만 인간적인 모태 백수 영수를 능청스럽게 그려낸 손호준을 향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등짝 스매싱을 부르는 남자 영수와 세상 시크한 현주의 티격태격 로맨스는 ‘눈이 부시게’에 또 하나의 꿀잼 포인트가 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오는 18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사진제공=드라마하우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새해 벽두부터 울먹인 설훈…“이순자 망언, 양심 있다면 심판 받아라”

    새해 벽두부터 울먹인 설훈…“이순자 망언, 양심 있다면 심판 받아라”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새해 벽두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의 ‘망언’ 때문에 울먹였다. 설 최고위원은 2일 민주당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순자씨가 인터넷 보수매체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며 실성에 가까운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해괴망측한 이런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게 매우 유감스럽다”며 “전 전 대통령의 만행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희생이 있었고 그 가족이 수십 년 세월 간 지금도 고통을 안고 산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단죄를 받아도 시원찮을 당사자가 감히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발언을 한 사실에 광주 항쟁 원혼을 대신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최고위원은 “인간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같은 발언을 해서도 이 같은 태도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재판장 나와 석고대죄하며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사가) 이런 발언을 일삼는 괴물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거렸다. 설 최고위원은 “저는 개인적으로 1980년 김대중 사건으로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했고 감옥에 있으면서 숱한 절규의 나날을 보냈다”며 “그게 나 자신의 협소함이었단 걸 알고 용서하고자 했고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 용서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란 걸 알았다”며 “그때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 많은 국민이 용서했단 사실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을 거 같다.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다시 울먹거렸다. 설 최고위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4선의 중진 의원이다. 특히 그는 1975년 유신반대 시위로 고려대 사학과에서 제적당하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5년간 감옥에 있어 이 여사의 발언에 누구보다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전날 이 여사는 한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 전 대통령이 오는 7일 광주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출석을 앞두고 있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이 여사가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 그해 6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얻어냈지만 그 값진 승리를 노태우 정권이 가져가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다. 그러나 2016년 겨울~2017년 봄 사이 연 1700만명이 183일 동안 밝힌 촛불은 불의한 권력, 부패한 정치를 탄핵하고 기득권이 세운 낡은 체제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박종철·이한열 열사가 그 겨울 광장의 촛불을 봤다면 뭐라 말했을까. 두 열사의 가상 대담 형식을 빌려 촛불혁명이 바꾼, 그리고 바꿔 갈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 봤다.박종철 촛불의 함성에 눈을 뜨니 3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혁명의 광장 한복판에 작은 촛불로 서 있었어요. 화염병도 아닌 촛불을 들었는데 전율이 흘렀죠. 촛불 시민들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주권자의 존엄으로 증명하며 시대의 대반전을 이뤄내고 있었어요. 이한열 돌아보니 동학농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이, 4·19의 의인들이, 스무 살 거리에서 함께 싸운 젊은 동지들이 촛불과 한 몸이 돼 마주 걸어가고 있더군요. 3·1운동 이후 100년의 경험과 기억이 이 새로운 혁명을 끌고 가고 있었어요. 박종철 우린 그것을 공동체의 기억이라고 부르지요. 내면에 흐르던 좌절의 기억과 시대의 모순이 만든 상처가 위기의 순간 각자도생으로 분리된 개인을 견고하게 묶어 촛불연대를 만든 것이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은 아니에요. 평화집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으니까요. 하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그 ‘다름’과도 함께 했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냈어요. 비정규직, 해고당한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해 겨울 촛불 광장은 민주주의의 현현이었어요. 이한열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12차 촛불집회 때 연단에 올라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 곧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겁니다.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만날 겁니다. 저는 종철이를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도 말자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반드시 승리합시다.” 박종철 세월호 아이들, 공권력에 죽임당한 백남기 농민, 용산 철거민 등 작고 힘없는 이들의 혼백이 그날 광장에서 다시 살아난 듯했죠.이한열 30년 전 6월 항쟁 때도 우리는 ‘연대’했는데, 왜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을까요. 나와 내 친구들은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고향도 출신 학교도 제각각인 직장인들이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직장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어요.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었죠. 박종철 독재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확대된 민주주의의 공간을 채울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30년 가까이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 보자’는 성장 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성찰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삶의 내용은 빈약해지고 양극화의 고통이 줄기는커녕 더 커진 것이죠. 내일의 희망이 없는 청년들은 이를 ‘흙수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로 표현한다지요? 이한열 정치권도 항쟁 정신을 받아안지 못했죠.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일화하지 못해 결국 대통령 자리가 신군부 출신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어요. 박종철 하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스러진 나의 죽음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어요. 6월 항쟁 때 혁명의 시간을 경험한 청년들이 2017년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다시 한번 혁명을 이뤄냈으니까요. 이한열 확실히 6월 항쟁 때와 달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다양했어요. 영국 로이터 통신도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군중 곳곳에서 보였다. 대규모의 평화적인 행진이었다. 이전 시대의 양상과는 달랐다’고 보도했어요. 외신도 연령대와 계층이 다양해진 새로운 형태의 시위에 관심을 보였죠. 박종철 저는 그것을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을 망치는 것들과의 분투를 통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된 것이죠. 결국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없애 가는 과정이거든요. 이한열 예. 30년 전 우리가 독재 정권 하나 타도하자고 거리로 나선 게 아니듯 2017년의 촛불도 낡고 부패한 정권 퇴진을 넘어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정신을 원했기에 광장에 모인 것으로 생각해요. 박종철 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지만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외친 ‘이게 나라냐’라는 절규의 기저에는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폭발할 듯한 분노가 쌓여 있었다고 봐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가난해서 자식한테 미안한 부모의 마음에, 박탈당한 청춘의 울분에 불을 붙였죠. 이런 마음이 모여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란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했어요. 이한열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은 민주주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해요. 지난 역사가 증명했듯 내 삶의 주도권과 의사 결정권을 극소수 기득권에 빼앗긴다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고 말 거예요. 박종철 촛불혁명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잉태했다고는 하나 그것을 완성한 것은 아니에요.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안전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은 일터에서 처참하게 숨졌어요.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도, 김용균씨의 가방에도 컵라면이 들어 있었죠.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하청 노동자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했어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며칠 전 겨우 국회를 통과했죠. 법 개정까지 28년이 걸렸어요. “우리 용균이와 같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려 달라”는 김용균씨 어머니의 호소가 법안 통과를 끌어냈어요. 이한열 너무나 참담한 일이에요.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제2의 김군이, 또 다른 김용균씨가 있어요. 곳곳에서 낡은 구조가 개인의 삶을 짓누르고 무너뜨리고 있어요. 7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기득권 동맹체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단단해요. 3·1운동 이후 100년을 마감하고 촛불혁명으로 향후 100년을 열어젖힌 촛불 시민의 삶은 이 적폐의 뿌리를 뽑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나를 짓누르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박종철 그런 면에서 향후 100년의 민주주의는 안과 밖 동시의 혁명으로 설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곧 내 삶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이한열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개인의 삶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촛불 혁명을 경험한 역사적 존재들이에요. 나라를 나라답게 세우는 개혁이 지난하더라도 전환의 계곡을 낙오자 없이 벗어나 함께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면 굽이치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혁명은 곧 끈질긴 저항이니까요.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프리스트’ 연우진, 안방극장 울린 처절한 오열 연기

    ‘프리스트’ 연우진, 안방극장 울린 처절한 오열 연기

    ‘프리스트’ 연우진의 처절한 오열이 안방극장을 울렸다. 지난 22일 방송된 OCN 토일 오리지널 ‘프리스트(극본 문만세 연출 김종현)’ 9회에서는 오수민(연우진 분)이 구마사제로서의 길을 걷게 된 이유와 더불어 함은호(정유미 분)와의 과거 인연이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연우진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물을 쏟아내며 시간을 순삭시키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8년 전, 의대를 다니던 수민은 의료봉사를 통해 은호와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베네수엘라 NGO에 함께 가게 되는 등 결혼까지 약속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여기서 연우진의 풋풋한 매력과 달달한 눈빛, 설렘을 유발하는 멜로적 장기가 발휘돼 시청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수민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 같은 존재인 문신부(박용우 분)에게 은호를 소개해주기로 한 날, 나전향상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이 풀려나 은호에게 빙의된 것이다. 급기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되는 걸까”라는 말로 수민을 자극한 악령. 수민은 엄마에 이어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없었기에, 은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다. 연우진은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에 온몸으로 울부짖거나, 이 악물고 눈물을 참아보다가도, 악령을 향한 분노의 절규를 폭발시키며 처절한 오열 연기를 펼쳐냈다. 또한 사제가 되어 악령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간절하면서도 강한 의지로 통곡을 하는가 하면, 구마의식을 무사히 견뎌낸 은호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애틋함과 미안함이 담긴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방송이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연우진의 깊은 열연으로 인해 수민의 기구한 서사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OCN ‘프리스트’는 23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한국이 버리고 미국은 내쫓고… 난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한국이 버리고 미국은 내쫓고… 난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미국에 입양간 뒤 국적을 얻지 못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불안하게 사는 입양아가 1만 8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 커서 자발적으로 밀입국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아니 다른 나라에서 어린 아이를 입양한 뒤 국적을 주지 않고 불법 체류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혹시나 교통법규 위반이나 다른 범법 행위로 경찰이나 이민당국에 체포될까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아들은 이태원 등지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기도 하고, 홈리스가 되기도 한다. 적응을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고아 등을 다른 나라에 보내기 급급했지 그들의 지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모국 한국과 아이를 데려다 놓고 국적 취득에는 나 몰라라 했던 미국 양부모들의 무성의 탓이었다. 단편적인 얘기만 전해질 뿐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얘기를 알아봤다.●누구도 원해서 한국을 떠난 게 아니다 “내가 대한민국을 떠난 것도 내 뜻이 아니었고, 미국으로 보내져 미국인 부모를 만난 것도 내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의 뜻과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미국에 입양 갔다가 추방 위기에 몰린 한 입양아의 얘기다. 지난해 5월 21일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있었다. 8살 때인 1983년 미국으로 입양돼 28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추방돼 피부색은 같지만, 말도 안 통하는 그의 모국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아파트에서 투신, 42년의 생을 마감한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의 얘기다. 선천성 양극성장애자였던 그는 미국에서 약물 중독과 강절도 등을 저질러 교도소로 가게 된다. 그런데 수용생활을 하다가 출소하면 한국으로 추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입양아였지만, 미국 시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추방된 그는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가 결국 찾지 못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클레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입양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그때뿐이었고 이내 잊혀졌다. 미국 입양아 출신 A(45)씨는 1970년대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의 한국 성은 김씨이다. 그를 길에서 발견한 사람의 성을 따랐다고 한다. 그는 행운아였다. 부잣집 외아들로 입양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초 양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하고, 어머니마저 자살하면서 그의 삶은 꼬인다. 양부모의 재산은 많았지만,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시민권이 없는 그는 상속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갱단에 들어가 범법자가 되고, 3년형을 받고 출소 뒤 한국으로 추방된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중 마약 투약이 들통나 1년형을 산 뒤에는 그는 다시 은행강도가 된다. 석방된 뒤 그는 현재 경기도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다. ●경범죄 세 번이면 추방… 공포에 갇힌 일상 G씨(남·47)는 유타주에서 살다가 범죄를 저질러 형을 산 뒤 가족은 미국에 둔 뒤 홀로 추방됐다. 지금도 많은 입양아가 한국 추방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지만, 그뿐이다. 외교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이들의 정확한 통계는 밝히길 꺼린다. 교민사회와 이들을 돕는 종교단체 등을 통해 소문이 나 알려질 뿐이다. 그들은 한사코 만나기를 거부한다. 간혹 만나더라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나마 어렵게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과거가 알려지는 것이 싫다는 사람도 있고, 도움도 되지 않는데 굳이 신상을 털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남의 손에 이끌려 이역만리 미국으로 보내진 입양아는 모두 11만명(교민 단체는 14만명 추산)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를 잘 만나서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인 입양아 가운데 1만 8000명은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시민권 없이 추방의 공포에 떨고 있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두려움은 더 커졌다고 한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형기를 채우고 난 뒤 한국으로 추방된다. 경범죄도 세 번 누적되면 추방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근무했던 미 육군 예비역 중령인 페트릭 슈라이버는 최근 미 캔자스법원으로부터 그가 입양한 딸인 한국명 해빈(18세)의 추방명령을 받았다. 해빈은 캔자스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하면 추방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2013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면서 해빈의 입양수속을 미뤘다가 그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의 부모는 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법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아이 셋을 가진 G씨(여·51)는 최근 시민권을 취득을 위한 소송을 벌여 모든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시민권을 받게 된다. 그는 1992년 선거에 투표한 뒤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투표한 것으로 드러나 기소된다. “내가 시민권이 없다니….” 그는 충격을 받는다. 양부모가 그를 파양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충격에 홈리스 생활도 2년을 했다. 다행히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아들을 돕는 ‘월드 허그 파운데이션’의 지원을 받아 재판할 수 있었지만, 모두 그런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아이 수출’하기에만 급급했던 한국 그러면 왜 1만 8000명이나 되는 한국인 입양아들이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국에서는 많은 어린이가 미국으로 보내진다. 홀트나 동방 등 입양기관도 그때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입양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다. 양부모가 와서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데 입양기관이 단체로 데려가서 입양가정에 인계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입양된 어린이에게는 시민권이 없는 ‘IR4’ 비자가 발급된다. 그저 입양아 신분일 뿐이다. 18세가 되면 미국 입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해야 하는 데 미국인 부모도 당연히 시민권이 있는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파양 등의 이유로 절차를 밟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은 2000년 ‘아동시민권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입양아에겐 시민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1983년 2월 이전 출생한 입양아에겐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나이 때문에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아가 3만 5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51.4%가 한국 입양아인 것이다. 아이만 송출할 줄 알았지 그 아이의 권리는 챙겨주지 못한 한국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 이후 2012년 입양 법원 허가제를 도입해 국내 가정법원에서 입양절차 완료를 확인해야 국외입양이 가능해졌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복지부는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동을 16만 7244명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20만명을 넘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 교민들은 미국만 해도 14만명은 될 것으로 본다. 복지부에도 1998년 이전 상세한 국외입양자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요청을 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입양아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1995년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99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에 한국은 서명만 한 상태로 정식 가입국이 아니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관련단체의 지적이다. 현재 미 워싱턴DC 연방상원 의원 로이 블런트(미주리) 등 상원의원 13명과 애덤 스미스(워싱턴) 의원 등 하원의원 46명의 공동 발의로 18세 이전에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적법하게 미국에 거주 중인 자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자동부여하는 ‘입양인시민권법’이 지난 3월 상·하원에서 동시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통과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어서 이들의 안타까움은 갈수록 커지는 상태다. sunggone@seoul.co.kr
  •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절규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절규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그런 곳인 줄 알았더라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어요.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김씨의 어머니는 “어제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가 동료에게 우리 아이 마지막 모습이 어땠냐 물었더니 머리는 이쪽에 몸체는 저쪽에 등을 갈려져서 타버렸다고 했다”면서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다”면서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놀고먹는 한이 있어도 알았다면 이런 데 안 보냈을 것이고, 다른 부모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본인의 두꺼운 외투 가슴 깃을 꽉 쥔 채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 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싶지 않다”며 눈물을 떨궜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고 김용균 대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서부발전, 한국발전기술, 유족과 함께 사고조사를 진행했다. 고 김용균(24)씨는 컨베이어 끝 하단의 기계에 이상소음이 발생하자 기계 속에 머리와 몸을 집어넣어 소리를 점검하던 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 결국 사망했다. 이 업무는 김씨가 맡았던 주요작업 중 하나였다.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192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드는 등 위험 우려가 있는 경우 비상시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게 돼 있다. 김씨가 사망한 해당 컨베이어에도 비상시 운전을 정지할 수 있는 풀코드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홀로 일하던 김씨에게는 소용없는 장치였다. 2인 1조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근로 당사자가 개구부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비상용 스위치를 작동시킬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또한 태안화력의 풀코드 스위치는 전선줄이 팽팽하지 않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스위치를 누른다고 해도 바로 멈추지 않고 전원이 차단되는 데까지 반응 속도가 30초 정도로 매우 느려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더욱이 김씨는 지급된 손전등도 망가져 본인의 휴대전화 손전등을 사용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앞서 서부발전 측은 “석탄 치우는 일을 시킨 적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대책위 조사 결과 현장 노동자들은 석탄 치우는 일을 지시받아 늘 자기 일처럼 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김씨의 동료는 “파트장이나 윗 분 통해서 직접 지시해 (기계에) 간섭되고 있으니 치우라고 했고 그렇게 일해왔다”면서 “최근 사고 발생 지점에 분탄이 많이 발생해 개선 요청했더니 원인을 없애지 않고 분탄 빨아들이는 기계를 시공해 줬다”고 증언했다. 대책위 측은 “즉각적으로 9, 10기 뿐만 아니라 1~8호기도 중단하고 사고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면서 “서부발전은 사건 이후 노동자들에게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게 하는 등 은폐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청 선에서 끝나는 책임 묻기가 아니라 원청에 책임을 묻고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들을 사망으로 내모는 위험의 외주화가 중단되도록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내내 눈물이 흐르는 눈을 꼭 감고만 있었다. 김씨의 아버지에게 발언 순서를 주자 마이크를 부여 쥐곤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우리 아들을 좀 살려주십시오. 불쌍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라고 반복하며 울부짖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18년 전 성폭행 남성이 아들 보고 싶다고 법원에 호소한다면

    18년 전 성폭행 남성이 아들 보고 싶다고 법원에 호소한다면

    영국의 한 여성이 14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들을 보고 싶다고 법원에 호소하고 나서자 법을 고쳐서라도 막아달라고 절규했다. 새미 우드하우스(32)는 2016년에 3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아시드 후세인이 최근 로더럼 시의회에 아버지로서 아들을 보는 등의 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 사실을 듣게 됐다. 가정법원 심리 도중 이런 얘기가 오간 것을 알고 우드하우스는 “후세인은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위험”이라며 “내가 법원에 갔을 때까지 누구도 그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그녀는 정부를 향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강간범이 강간을 통해 임신한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로더럼 근처에서 ‘미친 애시’로 불리는 후세인은 우드하우스를 비롯해 50명 넘는 소녀들을 유린한 삼형제 가운데 한 명이다. 14살 때이던 2000년 그를 만나 유린당했던 그녀는 낙태를 권하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아이를 낳아 홀로 길렀다. 그리고 다른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익명을 포기하는 대단한 용기를 냈다. 그녀는 지난해 ITV에 출연, 아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았더니 아들이 “그러면 내가 강간범의 아들이냐”고 묻고 그렇다고 답하자 그 뒤부터 엄마를 응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도 그녀는 후세인의 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전에 아들과 상의했고 아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고 얘기했다. 나아가 후세인이 실형을 언도받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 다시는 그에 관한 얘기도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세인이 여전히 친권을 갖고 있고 자신과 다른 피해 여성들의 권리는 왜 고려되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영국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지방 당국은 부모로서 돌보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친권만 주장하는 부모의 요구를 거절하도록 법원을 움직일 수 있고, 법원은 이 결정을 내렸을 때 아이와 엄마에게 어떤 손해가 전가되는지 따져야 한다”며 “매우 암울한 사건이며 해당 부서와 지방당국이 소송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점을 빨리 이해하고 공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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