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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증서 교부 추미애, “꿈을 응원하는 손길 절대 잊지 말길”

    장학증서 교부 추미애, “꿈을 응원하는 손길 절대 잊지 말길”

    경기도, 1988년부터 9654명에게 316억 원 장학금 지급 경기도가 31일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463명의 도민 자녀에게 16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2026년 경기도민 자녀 장학증서 교부식’을 가졌다. 행사를 주관한 (재)경기도민회장학회는 올해 장학생 모집에 신청한 1167명을 대상으로 자격요건과 소득수준, 학업성적, 다자녀가구 여부, 자원봉사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학업과 재능이 뛰어난 총 463명을 최종 선발했다. 장학금 지원 대상은 주민등록상 아버지나 어머니가 3년 이상 연속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도민의 자녀로 국내 소재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신입학·편입학 또는 복학 예정인 학생이다.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학생 본인의 도내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신청할 수 있다. 연령 제한은 없다. 장학금은 ▲일반대학생 1인당 최대 400만 원 ▲전문대학생 최대 300만 원 ▲사이버대·방송통신대학생 최대 60만 원이 지급된다. ▲예능·체육특기 장학생에게는 1인당 150만 원이다. 경기도는 1988년부터 2025년까지 1986년 장학재단으로 설립된 (재)경기도민장학회를 통해 총 1만 9654명의 학생에게 약 316억 원의 도민 자녀 장학금을 지급했다. 교부식에서 추미애 지사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어미 품을 벗어나 나가면 뱀도 있고 독수리도 있듯이 세상은 무서운 곳이지만, 인간이 사는 사회는 그렇게 냉정한 약육강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출발선을 똑같이 만들어주기 위한 또 공동체를 아름답게 보살피기 위한 봉사의 손길도 있고 따뜻한 나눔의 손길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경기도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도전이 공정하고, 늘 내일을 바라보면서 혁신해내고, 함께 포용하는 그런 경기도정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생활고에 노출한 여배우 “소속사 대표가 유흥주점 끌고 가” 폭로

    생활고에 노출한 여배우 “소속사 대표가 유흥주점 끌고 가” 폭로

    과거 시트콤으로 유명세를 탔던 배우 김세인이 연예계를 떠난 이유를 밝혔다. 김세인은 30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기견 7마리를 비롯해 토끼와 닭 등 모두 15마리의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상을 공개했다. 이날 김세인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광고와 드라마, 영화 촬영도 간간이 하고 있지만 대식구를 책임지려면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인은 2004년 영화 ‘동상이몽’으로 데뷔했으며 2011년 SBS ‘오마이갓’으로 얼굴을 알린 인물이다. 김세인은 2013년 돌연 연예계를 떠났다. 이를 두고 그는 “소속사 대표님도 유흥주점 같은 데 끌고 가서 계속해서 못살게 굴었다”며 “그런데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사는 게 너무 싫었다”고 토로했다. 사업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김세인은 IMF 외환위기로 인해 집안 형편이 급격하게 기울어졌고, 창고 같은 곳에서 가족들과 살아야 했다. 연예계 활동 역시 생계를 위함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노출 연기까지 해야 했다는 그는 “그때 당시 몇천만원이라는 돈이 정말 필요한 돈이었고 가족도 너무 힘든 상황이어서 총대를 제가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한 것도 있다”고 했다. 현재 김세인은 2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위해 유기견 등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뒤 15년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중이다. 김세인은 “지금 있는 이 대식구들을 잘 케어해 마지막까지 다 책임지고 할 수 있게끔 열심히 잘 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첫날 태풍을 만나지 않았다면, 감사함이 이리 컸을까. 잔잔한 묵호항과 두둥실 그림처럼 떠 있는 구름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줬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잊고 있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채지형 ‘언제라도 동해’ 중에서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말은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에 콕하고 별처럼 박힌다. 잊고 있던 나는 꿈꾸는 나일 수도, 어느 한철의 뜨거운 생일 수도 있어서, 우리는 그 사실을 두 번 잊지 않으려 낱장의 마음 모서리를 표시 나게 접어두곤 한다. 겹과 겹의 시간이 쌓인 묵호에는 그런 표식이 많아서 걸음을 멈추고 거리의 풍경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차곡차곡 쌓인 묵호의 시간 기차를 탔다. 묵호 가는 길이다. 막 정동진역을 지났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흐른다. ‘바다다!’ 하며 별일 아닌 척하지만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미 ‘와~’하며 기차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다. 바다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움튼다. 채지형 작가는 2020년 3월 동해시립발한도서관 강의를 위해 묵호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건 아니었는데 동해의 속삭임이 유독 크게 들렸다. 9월에는 묵호 논골담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한 달의 첫날, 작가를 맞이한 건 ‘덜컹거리는 문, 방파제를 넘나드는 파도 소리, 그리고 바람의 울음소리’였다. 푸른 바다가 아닌 태풍의 ‘소리에 점령당한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맑고 고요했다. 결국 한 달 살기를 두 번 더 연장해 석 달을 살았다. 다음 해에는 ‘한 달’을 뗀 살기를 시작했다. 사진작가인 남편 브루스와 집을 구하고 ‘잔잔하게’라는 이름의 책방도 열었다. 어느새 5년째다. 그날, 작가가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에서 만난 ‘잊고 있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묵호는 2020년만 해도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KTX가 개통되며 막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던 시기다. 불과 6년이 지났을 뿐인데 묵호의 여행 열기는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그럴 만도 하다. 묵호역에서 바다가 보이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까지 고작 1.5㎞다. 바다가 이처럼 가까운 KTX역은 많지 않다. 더구나 번화하던 묵호의 옛 도심에 새로 자리 잡은 카페와 소품 가게가 역과 바다를 잇는다. 시간이 혼재한 거리는 이채롭기 그지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묵호에 산다. ‘언제라도 동해(푸른향기)’는 여행기라기보다 그 여정의 기록에 가깝다. ●한의원 옆 소품 가게 동해시는 1980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시 북평읍이 합쳐 탄생했다. 그래서 묵호와 북평을 중심으로 큰 시가를 이룬다. 묵호는 동해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동해를 대표하는 항구였다. 일제강점기이던 1930~40년대에는 태백과 삼척의 무연탄이 기차로 옮겨진 후 묵호항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1963년에는 묵호등대가 불을 밝혔고 다음 해 묵호항은 국제항으로 승격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풍요를 더했다. 개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고 발한삼거리 땅값이 ‘강원도에서 으뜸’이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90년대 이후로는 과거의 영화만이 낡은 네온사인처럼 길 위에 머물렀는데, 벽화마을을 지나 바다까지 걸어가다 보면 동해의 20세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같은 풍경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었나 보다. 묵호역에서 발한삼거리를 잇는 거리부터 독특하다. 실상 4차선 도로가 지나니 걷기 좋은 길이라기에는 폭이 넓다.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나 전북 군산시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좀 더 촘촘하고 호젓한 편이다. 대신 묵호역에서 묵호항까지 신호등이 없다. 사람들은 좌우를 살핀 후 횡단보도로 넘나들고 차들은 그에 맞춰 속도를 줄인다. 또한 여행과 삶, 옛것과 새것이 어울린 전경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횡단보도를 건너게 하는 건 할머니와 손주처럼 나란한 상점들 때문이다. 묵호의 생활이 뒤섞인 낡은 상가에 카페와 소품 가게가 숨은그림처럼 존재한다. 묘한동해는 한의원 옆에 있고 작은 클래식 공연장 페르마타 2층에는 ‘노래빠’가 있다. 111호 프로젝트와 끼룩 등은 뉴월드상가 1층에 오밀조밀하다. 등대 모형이 있는 발한삼거리는 그 정점이다. 회전교차로 북쪽 건물은 ‘발리 관광룸클럽’이라는 큰 글자가 두드러진다. 지난 시절의 유흥을 상징하는 간판은 당당히 삼거리의 랜드마크다. 반면 건너편 서쪽 2층 타로 카페 이름은 ‘김수영을 위하여’다. 투명한 천장 위로 물결이 일렁이는 티룸 도야하우스의 옆인데, 1층 계단 입구에는 ‘정오가 조금 못되어 우리는 폐허를 지나 바닷가의 작은 카페로 돌아온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글이 적혔다. 동쪽 모퉁이에는 라운드어바웃 동해가 여행자의 핫플로 부상했다. 창밖으로 ‘발리 관광룸클럽’이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김수영이라는 이름조차 그러할 것이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위대한 시인이고 저항의 아이콘일 테지만, 21세기를 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카페의 이름일 따름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거리에서, 서로의 시간을 읽어가며 이렇듯 어울리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해도(그래봐야 발한삼거리에서 2.8㎞다) 어달삼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채 작가가 책을 쓸 때는 무심히 지나는 바다 곁의 길이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모를까’ 했던 동네의 명소는 이제 동해 여행의 성지다. 길 끝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다. ●괘종시계로 이어진 공간 채지형 작가와 브루스의 여행책방 ‘잔잔하게’도 묵호의 일상에 밀착한다. 발한삼거리 못미처 은행365코너와 헤어숍의 사이의 책방은 안쪽으로 길쭉해 밖에서 보는 입면이 앙증맞다. 책 속의 지혜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법이라는 은유일까. 잔잔하게 앞서 들른 만능열쇠기공이라는 가게 역시 그러했다. 묵호사거리 지하도의 출구 모퉁이에 자리해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기어이 문을 연 건 쇼윈도에 적힌 ‘72년 기능올림픽 은메달(강원지방대회)’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 까닭이다. 묵호에 아파트가 줄줄이 지어지던 1977년 문을 연 열쇠 가게에서는 열쇠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기의 작은 부속품이 박상희 씨의 손에서 고쳐지고 만들어졌다. 피서철에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린 여행객의 주문이 폭주해 덩달아 성수기였다고. 가게 벽면에는 이빨을 새기지 않은 원물의 열쇠가 종과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그 가운데 옛날 자동차 열쇠가 여럿 보인다. 괘종시계와 악기도 시선을 끈다. 시계와 악기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정시가 되자 괘종시계는 시간을 맞춰 울렸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시간의 소리를, 시침처럼 멈춰 서서 여운이 사라지기까지 귀 기울인다. 만능열쇠기공을 나올 때는 복둥이(개)와 별이(고양이)가 무뚝뚝하게 배웅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개와 고양이는 11년째 부부처럼 산다. 건너편 묘한 동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건 열쇠 가게의 별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묘한 동해는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념품과 소품을 판매한다. 대부분 고양이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 사람이 빚은 세상 모든 고양이의 형상을 한곳에 모은 듯하다. 묘한의 ‘묘(猫)’는 고양이를 이르는 말일 텐데 이 거리에서 동해는 한층 묘한 도시가 된다. 묘한 동해를 나와서는 이웃한 농산물 유통업체의 ‘먹을 복 福‘이라는 글자 앞에 멈춰서 웃고 말았다. 두 가게가 영락없이 복둥이와 별이인 셈이다. ●오늘도 여행의 날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묘한 동해에서 멀지 않은 길 건너편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핀다. 묵호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상일 테지만 여행자에게는 무단횡단만큼이나 낯설다. 책방에서 역시 책보다 괘종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익숙해진 시간의 소리, 괘종의 여운 탓이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이루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행책이다. 책방의 슬로건은 ‘책과 함께 당신의 동해 여행이 시작되는 곳’. 채 작가와 브루스는 책방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해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 어울리는 책들을 책장에 큐레이션한다. 하지만 여행은 각자가 다르므로 여행자의 시선이 다시 큐레이션 주제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시간과 사연이 깃든 물건이다. 괘종시계는 채 작가 엄마의 약국에서 이미 한 생을 살았다. 괘종시계 옆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는 그녀의 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앞선 세대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는 여행의 필수품이었다지. 맨 안쪽 작은 방에는 채 작가가 여행에서 수집한 인형이 가득하다. 인형은 그 나라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러니 이곳은 여행책방이지만 ‘여행+책방’이기도 하다. 거기에 묵호의 바다가 일상으로 스민 셈이다. 이를 표현한 말이 ‘잔잔하게’다. 채 작가는 “꽃이 참 잔잔해서 예쁘다”던 엄마의 말을 떠올려 책방 이름을 지었다. 잔잔한 파도, 잔잔한 음악 돌이켜보니 잔잔한 일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잔잔하게를 나와서는 동쪽바다중앙시장 북문을 지나 바다정원길을 오른다. 묵호의 벽화마을은 논골담길이 유명하지만 동쪽바다중앙시장부터 이미 벽화의 골목은 시작한다. 별빛마을전망대를 지나 묵꼬양치유카페까지, 묵호항과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기슭을 오르내린다. 누군가의 생활 터를 지날 때는 발소리를 죽인다. 묵꼬양치유카페에서는 동쪽으로 논골담길 전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묵호등대와 채 작가가 ‘태풍의 다음 날’을 맞은 바람의언덕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그 너머에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도째비골해랑전망대 또 어달삼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 이어진 풍경 안에서 마을과 바다는 다정한 이웃이자 삶의 동지다. 채 작가는 해가 지고 논골담길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했다. 기슭에 촘촘한 집들 위로 별들이 고요히 내려앉은 듯한 시간, 저마다 다른 생김과 다른 사연을 간직한 반짝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풍경은 삶의 터전이 된 묵호에서 변함없는 여행의 날들을 선물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테지. 그러고 보면 여행은 풍경의 발견이 아닌 생활의 발견, 태도의 변화일 수 있겠다. 날 선 감각은 지우고 낯선 감각을 불러내며, 드러나지 않게 시간과 공간의 사연을 잇대는 여정, 순간이 영원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를 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다. 그래서 여행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잊고 있던 어제의 내가 오늘은 거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이란 백색혁명 후 극심해진 빈부격차빠른 서구화에 스멀스멀 확산된 반감급진적 변화 예상 못한 ‘미국의 실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관료들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란이 바로 항복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란과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홍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미군 기지까지 공격한다. 이란 체제는 굳건하다.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는 둘째 아들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다. 50년 전을 돌아보면 정말이지 의아한 일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던 동맹국이었다.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모범국가’였던 이란이 미국의 최고 ‘불량국가’가 된 출발점으로 1979년 이란혁명을 꼽는다. 이란 혁명정부가 왜 반미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는지,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란 정권의 움직임을 오독하는지를 이해하려면 1979년을 돌아봐야 한다. 이란혁명의 중심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며 강대국을 꿈꾼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 망명지에서 혁명을 이끈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방대한 외교·정보 조직을 거느리고도 동맹의 붕괴를 막지 못해 함께 몰락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다. 책의 원제목은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다. 페르시아어로 ‘왕’을 ‘샤’라고 한다. 책은 ‘샤한샤(왕 중의 왕)’로 불린 레자 국왕의 번성기를 지나 이란혁명 발발로 몰락하기까지를 따라간다. 레자 국왕은 영국에 의해 쫓겨난 아버지의 대타로 20대 초반 샤로 즉위했다. 1953년 미국이 지원한 친위 정변에 이어 1963년 ‘백색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힘을 키워 ‘샤한샤’로 거듭났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이란 군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다. 통치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스무 배 증가했다. 서아시아의 아랍 국가 군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한 세계 5위의 군대를 보유했다. 저자는 그 이면을 놓치지 않는다. 석유가 터진 후 발생한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부패, 비밀경찰 ‘사바크’를 내세운 정치적 억압, 급격한 서구화에 대한 반감이 스멀스멀 자랐다. 이란의 현대화에 반대해 1964년 추방됐던 루홀라 호메이니는 망명지에서 서서히 힘을 키웠다. 세속 좌파와 자유주의자, 보수적인 성직자들을 이끌며 ‘반(反)샤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1978년 1월부터 이란혁명이 발발한다. 팔라비 왕조의 이란 제국이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오판은 뼈아픈 대목이자, 문제를 키운 핵심 원인이다. 저자는 1977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보고서를 들어 비판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란의 정치 행태에는 어떤 급진적 변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란혁명을 5개월 앞두고도 CIA는 이란 왕정이 1000년은 더 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레자 국왕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한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전 개발 이후 이란은 미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했다. 레자 국왕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터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었다. 레자 국왕과 카터 대통령은 극소수 측근의 조언에만 의존했다. 고국에서 쫓겨난 레자 국왕의 미국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는 결국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1979년 11월 4일 이란 혁명정부는 테헤란에 있는 주이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52명을 1981년 1월 20일까지 무려 444일이나 억류했다. 구출 작전 ‘이글클로’의 참담한 실패였다. 초강대국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카터의 재선 가도도 끝장났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악마’ 미국과 ‘불량국가’ 이란의 이미지가 이때 만들어졌다. 40년 가까이 세계 분쟁 현장을 누려온 베테랑 종군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취재력이 읽을수록 감탄스럽다. 왕비 파라를 비롯해 미국 백악관·국무부·CIA 직원, 옛 혁명가들에 이르는 생존 증인들과의 인터뷰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1979년 전후를 생생하게 구성했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휴전과 재충돌을 반복하는 지금도 미국의 ‘삽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힘을 발휘하면 큰 위기를 부른다. 그게 미국이어서 전 세계가 지금 위기에 빠졌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책을 열독해야 할 듯하다.
  • [의정광장] 의회다움

    [의정광장] 의회다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논어’ 안연편에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공자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고 답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저마다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정치가 바로 선다는 뜻이다. 여기 나오는 접미사 ‘-답다’에는 그에 걸맞은 본분과 역할을 온전히 갖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7일 제12대 서울시의회 개원사의 화두는 ‘의회다움’의 회복이었다. 의회다움이란 무엇인가. 지방자치법 제5장 제1절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민 대의기관을 둔다는 의회의 설치 규정이, 제3절에는 의결권과 행정사무 감사권 등 의회의 권한이 명시돼 있다. 견제와 감시, 균형은 법이 지방의회에 부여한 본분이자 의회다움의 출발점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은 제12대 의회를 압도적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었다. 118명의 의원은 시민의 선택이 언제나 옳고 준엄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시정의 독주와 이탈을 막는 더 강하고 유능한 의회로 거듭나라는 명령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이 시민 삶에 보탬이 되는지, 혈세를 투입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정당한 절차와 충분한 공감대를 거쳤는지를 더 냉철하게 따져 물으라는 요구인 것이다. 운행 중에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한강버스, 공영방송의 기능 회복을 넘어 구성원 생존권이 걸린 교통방송(TBS) 문제,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해치는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삼성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근 누락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많은 사업이 그동안 추진 과정에서 전시행정, 낭비행정, 위험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의회의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문제를 문제라 말하지 못하는 위기감이 여소야대 의회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수적 열세라는 한계를 걷어내고 의회답게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줄 테니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는 것이 시민의 주문이었다. 제12대 서울시의회는 그 뜻을 받들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고 안온한 일상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오직 시민만을 기준으로 나아가겠다.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일방적인 정책에는 분명하게 제동을 걸고, 세금이 쓰이는 길목마다 멈춰 세워 집요하게 묻겠다. 그러나 진짜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두 손을 맞잡을 것이다. 그렇게 멈춰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분별하는 것, 그것이 의회다움의 본질이다. 나아가 의회다움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로 뿌리내려야 한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편성권과 조직권, 감사권 같은 핵심 권한이 집행기관에 놓여 있는 한 의회다움은 요원하다. 의회가 집행부 부속기구로 취급받던 과거를 끊어내고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당당히 바로 서려면 지방의회의 온전한 독립이 필요하다. 더 큰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도 반드시 앞당기겠다. 시정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때론 부딪히고 더딜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도 시민이라는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의회다움을 증명해 내리라 믿는다. 의회가 의회다울 때, 서울도 비로소 서울다워진다. 시민이 선거를 통해 명령한 의회다움의 회복에 실력과 성과로 답하는 제12대 시의회가 되겠다.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
  • 상처도 꽃으로 피워낸 시인… 그가 남긴 마지막 장을 펴다

    상처도 꽃으로 피워낸 시인… 그가 남긴 마지막 장을 펴다

    故안학수 미발표작 포함 109편벗들이 시편 고르고 목판화 더해 “몸에 온통 가시투성이인 나무가/ 아주 예쁜 꽃을 입었기 때문”에 해당화를 부러워했던 갯바위는 굴 딱지를 떼어낸 할머니가 다녀가신 뒤 알았다. “바위의 부스럼 같던 굴 딱지들이 모두/ 새하얀 꽃으로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참고 기다리면/ 바위도 꽃을 피우는 날이 오나 봅니다.”(‘바다 바위의 꿈’ 부분) 안학수(1954~2024) 시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척추 장애를 얻어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았다. 굴 딱지가 “새하얀 꽃”이 되듯 시인은 아픔과 상처를 자기 연민으로 돌려세우지 않고 삶의 흔적이자 살아낸 시간의 무늬로 봤다. 권정생문학상과 한국작가상은 그 시선에 건넨 인사였다. 시인이 붙든 것은 기다림의 힘이다. “몸뚱이뿐인 굼벵이”는 “참을성 한 가지만을/ 팔 년간 모으고 모아// 어울리는 목소리에/ 멋쟁이 날개옷과/ 매미란 이름까지”(‘매미 허물’ 부분) 얻었다. 나무둥치에 남은 빈 껍질을 시인은 “황금색 저금통”이라 부른다. 요즘 매미가 시끄럽다 한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참아 줄 만하다. 가족을 그린 시편들에서는 웃음이 먼저 난다. “결리는 허리도/ 쑤시는 무릎도/ “애고고고”/ 낮고 긴 기합으로 이겨”내는 할아버지는 힘겨운 논밭 일을 기합 하나로 거뜬히 하신다(‘할아버지의 기합’ 부분). “용돈 모아 나만 주고/ 누나랑 다투거나/ 엄마께 야단맞을 때/ 늘 내 편인 왕할머니”가 어느 아침엔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내 편 왕할머니’ 부분). 웃음 속에 가난하고 노쇠하며 보잘것없는 존재가 있지만 그 곁을 지키는 누군가 역시 함께한다는 데 위로도 남는다. 유고 시집에 담긴 109편은 생명을 향한 존중, 다름을 끌어안는 공감, 세상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여는 동심이 곳곳에 녹아 있다. 고인의 오랜 벗들도 손길을 보탰다. 이정록 시인이 미발표작을 포함해 109편을 골랐고, 김환영 화가가 따듯한 색채와 선이 돋보이는 목판화 27점을 실었다. 시인이 미처 매듭짓지 못한 마지막 장을 벗들이 대신 여민 셈이다.
  • ‘922조 증발’ 폭락장엔 정부 없었다

    ‘922조 증발’ 폭락장엔 정부 없었다

    레버리지 등 투자 열기 키웠지만당국 총량규제 같은 뒷북 대응뿐 코스피가 사흘 연속 무너지면서 시가총액 922조원이 증발했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과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상승장에서 투자 열기를 키우던 정부가 정작 하락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코스피 5000’과 ‘3000스닥’을 내걸고 증시 활성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락장이 닥치자 적극적인 시장 안정책도, 투자심리를 떠받칠 강한 메시지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따라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 출시 이후 이달 30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4조 8761억원에 달했다. 이렇듯 위험 상품은 빠르게 열어 줬지만 하락 충격을 줄일 장치는 부족했다. 코스피는 사흘 만에 17.2% 급락했고 이달 하락률은 34.0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8~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답은 사실상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매 단위를 20주로 확대한 1차 보완대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위험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 당시 일반 ETF보다 손실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충격을 줄일 직접적인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 “이 정도로 돈이 몰릴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수요 예측과 정책 설계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어진 위험성 경고에도 대책을 미루던 정부는 시장이 폭락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번 주에만 관련 대책을 세 차례 내놨지만, 거듭 예고했던 방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총량 규제(금융투자 상품의 20% 한도로 제한)나 과다호가 부담금(증권사 주문 남발을 억제하기 위한 부담금)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설익은 대책도 많았다. 전형적인 ‘사후 약방문’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상품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코스닥 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1229.42까지 올랐지만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5월 이후 급락해 이날 644.78에 머물렀다. 고점보다 47.5% 낮다. 코스닥 월간 거래대금도 5월 280조 1905억원에서 6월 210조 2711억원으로 25.0%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변동성을 선호하던 코스닥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말했다. 폭락 이후 정부의 메시지도 논란을 키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증시 급락 원인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역동성”을 언급했다. 상승장에서는 정책 성과를 강조하다가 주가가 떨어지자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급락을 금융 시스템 위기가 아닌 조정 과정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대응 온도 차가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시 급락 때 금융회사 등이 자금을 모아 주식을 사들이는 시장 안정용 기금) 조성, 공매도 금지, 연기금 매수 확대 등을 잇달아 제시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현 정부에서 도입한 상품인 만큼 강하게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조금씩 강화하며 시장이 안정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필요시 공매도에 대한 한시적 안정장치 등 종합적인 시장 안정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922조 증발’ 폭락장엔 정부 없었다

    ‘922조 증발’ 폭락장엔 정부 없었다

    코스피가 사흘 연속 무너지면서 시가총액 922조원이 증발했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과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상승장에서 투자 열기를 키우던 정부가 정작 하락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코스피 5000’과 ‘3000스닥’을 내걸고 증시 활성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락장이 닥치자 적극적인 시장 안정책도, 투자심리를 떠받칠 강한 메시지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따라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 출시 이후 이달 30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4조 8761억원에 달했다. 이렇듯 위험 상품은 빠르게 열어 줬지만 하락 충격을 줄일 장치는 부족했다. 코스피는 사흘 만에 17.2% 급락했고 이달 하락률은 34.0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8~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답은 사실상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매 단위를 20주로 확대한 1차 보완대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위험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 당시 일반 ETF보다 손실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충격을 줄일 직접적인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 “이 정도로 돈이 몰릴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수요 예측과 정책 설계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어진 위험성 경고에도 대책을 미루던 정부는 시장이 폭락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번 주에만 관련 대책을 세 차례 내놨지만, 거듭 예고했던 방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총량 규제(금융투자 상품의 20% 한도로 제한)나 과다호가 부담금(증권사 주문 남발을 억제하기 위한 부담금)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설익은 대책도 많았다. 전형적인 ‘사후 약방문’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상품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코스닥 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1229.42까지 올랐지만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5월 이후 급락해 이날 644.78에 머물렀다. 고점보다 47.5% 낮다. 코스닥 월간 거래대금도 5월 280조 1905억원에서 6월 210조 2711억원으로 25.0%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변동성을 선호하던 코스닥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말했다. 폭락 이후 정부의 메시지도 논란을 키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증시 급락 원인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역동성”을 언급했다. 상승장에서는 정책 성과를 강조하다가 주가가 떨어지자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급락을 금융 시스템 위기가 아닌 조정 과정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대응 온도 차가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시 급락 때 금융회사 등이 자금을 모아 주식을 사들이는 시장 안정용 기금) 조성, 공매도 금지, 연기금 매수 확대 등을 잇달아 제시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현 정부에서 도입한 상품인 만큼 강하게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조금씩 강화하며 시장이 안정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필요시 공매도에 대한 한시적 안정장치 등 종합적인 시장 안정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아들이 팬티에 꽂혀서”…7세 子 성추행 논란에 부모 해명 ‘공분’ [이슈픽]

    “아들이 팬티에 꽂혀서”…7세 子 성추행 논란에 부모 해명 ‘공분’ [이슈픽]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줄넘기학원에서 7세 남아가 5세·6세 여아들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서판교 줄넘기학원 7세 성추행 및 부모 2차 가해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난 14일 처음 사건을 인지했다. 저녁에 딸을 씻기고 나오는데 6세 딸이 ‘줄넘기학원 오빠가 속바지를 입고 오지 말래’라고 말했다”며 “저는 그 말이 너무 이상해서 ‘그 오빠는 어떻게 네가 속바지를 입은 걸 안 거야? 혹시 치마를 들춰본 거야?’라고 물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시작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고, 아이가 내놓은 답변은 충격적이게도 ‘학원 오빠가 속바지랑 팬티를 들춰서 안을 봤고 만지기도 했다’였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모든 걸 다 말하기까지는 1~2시간 정도 소요됐다. 애한테 집요하게 물을 수도 없었고 너무 큰일이 맞지만 그런 인상을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지 않아 조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를 즉시 학원 측에 알리고 7세 아이 B군의 부모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학원 측은 “B군의 부모가 ‘만진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학원 측이 전달한 B군 어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B군은 A씨의 딸들에게 ‘치마 들춰도 돼?’라고 물어봤고, ‘응’이라는 대답을 듣고 들춰봤다. 또한 B군의 어머니는 “누나가 있어서 누나랑 하던 장난을 한 것이다”, “A씨의 아이들이 기저귀를 찼나 안 찼나 확인하려고 했다” 등의 취지로 해명했다. 학원 측은 직접 통화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A씨는 B군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려는 거면 통화할 용의가 있고, 변명을 하려는 거면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날 B군 부모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후 A씨는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한 폐쇄회로(CC)TV 영상 2개를 학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A씨는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영상을 보기 전까진 7세의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며 “저희 아이를 구석으로 몰고 가 주변을 살피고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움직이고 충격 그 자체였다”고 토로했다. 다음날인 15일 A씨의 남편이 B군의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A씨의 남편은 “두 딸을 B군과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다. 2차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고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B군의 어머니는 “저희는 이사 못간다”고 답했다. 16일에는 B군의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그는 “아동 성문제 행동에는 1, 2, 3단계가 있는데 폭력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 아들은 2단계”라며 “충분히 교화가 가능한 정도라 이사까지 가진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딸들을 만지기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냐’고 묻자 “아들이 팬티에 꽂혀서 팬티를 보려는데 실수로 속바지랑 팬티가 같이 들춰진 것”이라며 “그게 들춰지는 과정에서 손이 살에 스칠 수 있지 않냐. 손가락을 삽입이라도 했겠냐”고 말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B군이 나온 CCTV를 다 확인해달라고 학원 측에 요청했고, 3일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거기에서 성추행 모습이 담긴 영상이 추가로 3건이 더 나왔다. 확보한 4일분의 영상에 2일, 총 5번의 성추행이 있었다”며 “상습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 고소는 물론이고 민사를 포함한 모든 걸 할 생각”이라며 “공론화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유일한 방법이었다. 7세라서 법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걸 B군 부모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잘못된 행동은 마땅히 비난 받아야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전했다.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경찰에 고소한 결과, 가해 아이가 7세이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22일 저녁 B군 측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았다”며 “영상 공개할 생각도 하고 있으니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5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저런 부모가 애를 키우면 어떻게 클까. 애가 없는 나도 손 떨린다”, “가해자 부모가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해자 부모라면 자기 자식 위해서라도 이사할 것 같다”, “부모가 애를 성범죄자로 키우고 있다. 이번 기회에 호되게 혼내고 같이 사과하면서 나쁜 짓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라며 B군 측 부모의 태도에 분노했다. 한편 B군의 부모도 지역 커뮤니티 당근 게시판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려 “사건 초기 대응이 미숙해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상처를 드린 점을 사과한다”면서도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B군 부모는 자녀를 즉시 학원에서 퇴소시키고 전문기관 상담과 교육을 진행 중이며, 피해자 측과 이사 및 위자료 지급 등을 포함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최종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줄넘기학원과 학교 등이 특정되면서 자녀의 신상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커졌고,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점을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의 잘못은 모두 부모의 몫”이라며 “7살 아이가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현행법상 만 10세 미만 아동은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부모의 감독 정도와 사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게 된다. 양측의 합의가 최종 결렬된 만큼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 등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씨줄날줄] 친족 특례

    [씨줄날줄] 친족 특례

    형법은 1953년 제정 당시 대가족·농업 중심 사회를 반영해 가족과 친족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조항들을 담았다. 재산범죄의 가족 내 해결을 강제하는 ‘친족상도례’는 지난해 말에야 폐기됐다. 방송인 박수홍씨 사건의 결과다. 박씨 친형 부부가 재산 수백억 원을 가로챘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박씨 아버지는 “내가 횡령했다”고 나섰다.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등의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비동거 가족인 형은 처벌이 가능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가족문화가 바뀌었고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법 개정으로 이제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다. 범인 은닉과 증거 인멸을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친족 특례는 그대로다.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 본능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나라도 이런 고려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가장 확실하고, 가장 넓게 처벌을 면제한다. 우리나라의 친족 특례 범위는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까지다. 미국은 해당 조항이 없고, 일본은 법원 판단에 따라 면제할 수 있다. 프랑스는 범인 은닉만 면제하고 독일은 면제하지만 수사·재판 관련 공무원의 방해 행위는 더 무겁게 처벌한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주요 증거를 인멸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친족상도례도 시대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논란 와중에 경찰관이 교사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부순 사실이 또 드러났다. 경찰청은 어제 경찰관 가족 사건을 전수조사해 공정성을 위해 44건을 다른 지역으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그래 봐야 사후약방문이다. 수사·재판 공무원과 살인 등 중대범죄에 대한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 법제 개선이 먼저다. 전경하 논설위원
  • 좌파 대부냐, 젊은 우파냐… 브라질 대선 ‘색깔론’

    좌파 대부냐, 젊은 우파냐… 브라질 대선 ‘색깔론’

    오는 10월 열리는 브라질 대선에서 ‘현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전직 극우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가 선명한 좌우 색깔 대결을 벌인다. 중남미 국가들의 ‘우클릭 도미노’ 속에 치러지는 지역 맹주 브라질의 대선은 미주 대륙 전체의 헤게모니를 결정할 정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4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지난 25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가 보수 야당 자유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며 오는 대선 구도는 이들의 양자 대결로 사실상 결정됐다. 룰라 대통령에 도전하는 보우소나루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대선 불복 쿠데타 모의 혐의로 27년형이 확정돼 가택 연금 상태로 복역 중인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권에 도전한다. 4년 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배한 아버지를 대신한 설욕전이기도 하다. 앞서 보우소나루의 대선 후보 지명 행사는 ‘남미 우파 블록’의 결집장이었다. 행사에서는 또 다른 ‘남미 트럼프’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참석해 룰라 대통령과 브라질의 진보 진영을 겨냥해 ‘도둑’, ‘죄수’라며 노골적으로 모욕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응원 영상 메시지로 보우소나루를 응원했다. 보우소나루가 대권을 잡는다면 중남미에 거세게 불고 있는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흐름)는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인공지능(AI), 에너지·광물 등 분야 협력 강화를 요청하는 친중·미국 견제 행보를 강화했다. 그는 27일 미국 대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지난 22~23일 200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후보와 결선 투표에 나설 경우 지지율 48% 대 43%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네가 우리 애랑 싸웠냐?”…학부모가 초등학교 들어와 자녀 동급생 폭행

    “네가 우리 애랑 싸웠냐?”…학부모가 초등학교 들어와 자녀 동급생 폭행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의 동급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부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생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인 제보자 A씨는 초등학생 아들로부터 “같은 반 친구 엄마인 B씨에게 폭행당해 학교에 경찰이 와 있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A씨의 아들과 B씨의 자녀는 최근 자전거 파손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운동장에서 함께 영상 콘텐츠를 보던 중 다툼이 생겨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주변 친구들의 말림으로 다툼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현장에 나타난 B씨가 가해에 나서며 상황이 악화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B씨가 A씨의 아들을 주먹으로 때릴 듯 위협한 뒤 바닥에 넘어뜨리고 양팔과 멱살을 잡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현장에 동행한 B씨의 시어머니 역시 피해 아동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다리를 붙잡는 등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가) 욕설을 하며 아이를 깔아뭉개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멱살을 잡았다”며 “아이가 화단에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고 했다. 해당 학교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건 당시 배움터지킴이가 순찰로 초소를 비운 사이 B씨 일행이 별다른 제지 없이 교내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교사의 미흡한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A씨는 “교육청을 통해 확보한 CCTV 영상에서 교사 1명이 B씨의 폭행 장면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교사로서 즉시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며, 학교 측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내 시신은 입구에 전시해다오”…‘인체의 신비전’ 충격 낳은 이 남자, 81세로 별세

    “내 시신은 입구에 전시해다오”…‘인체의 신비전’ 충격 낳은 이 남자, 81세로 별세

    20여년 전 국내에서 열린 ‘인체의 신비전’으로 충격과 화제를 낳은 독일의 해부학자 군터 폰 하겐스가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자신의 시신을 전시회 표본으로 보존하고 싶다던 그의 마지막 바람이 이뤄질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UPI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그의 표본을 들고 세계를 순회해 온 인체 전시 ‘바디 월드’(Body Worlds)는 보도자료를 통해 폰 하겐스가 지난 24일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뇌출혈로 쓰러진 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폰 하겐스는 1945년 1월 10일 독일 알트스칼덴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플라스티네이션’이라는 인체 보존 기술이다. 몸속의 수분과 지방을 플라스틱 성분으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처리된 시신은 바싹 마른 상태가 되고 냄새도 나지 않아 연구용으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폰 하겐스가 이 기법을 고안한 해는 1977년이었다. 바디 월드 측은 “폰 하겐스는 해부학이라는 학문을 근본부터 바꿔 놨다”며 “그의 기술 덕분에 의학 교육과 과학 연구는 물론 일반 대중도 인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가 실제 인체 표본을 대중 앞에 처음 내놓은 무대는 1995년 일본 도쿄에서 연 ‘바디 월드’ 전시였다. 이후 42개국 170여개 도시를 돌며 관람객 5700만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한국에서도 2002년 ‘인체의 신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시가 커지는 만큼 논란도 따라붙었다. 생전 폰 하겐스는 교육 목적으로 사후 시신 활용에 동의한 기증자의 시신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인 사형수의 시신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일부 국가는 아예 전시를 막았다. 영유아 시신과 동물 사체까지 전시대에 올린 일도 윤리적 문제를 키웠고, 생존자에게 기증을 종용했다는 의혹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비판 역시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사후 자신의 시신 역시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으로 보존되기를 강력히 희망해 왔다. 2018년 가디언 기고문에서는 “전시장 입구에서 환영하는 자세로 서 있거나, 여러 조각으로 단면을 내어 다양한 장소에 나뉘어 전시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며 전시 형태에 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2006년 폰 하겐스가 독일 구벤에 설립한 박물관 ‘플라스티나리움’의 대변인은 “그의 오랜 바람대로 시신은 반드시 플라스티네이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전시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폰 하겐스는 2008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운동 능력과 언어 기능이 떨어질 만큼 병세가 깊어지자 조직 관리와 재정 업무를 아내와 아들에게 넘겼다. 그러면서도 평생의 작업에서는 손을 놓지 않았다고 바디 월드는 전했다. 아들 루릭 폰 하겐스는 성명에서 아버지를 두고 “경계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버지가 해부학을 전문가들만의 닫힌 세계에서 끄집어내 사회 한복판에 세워 놨다는 평가다. 그는 “아버지의 용기와 끈기, 그리고 교육이 인류에 보탬이 된다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남은 이들을 계속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11m 목마·거인들과 전투… 호메로스도 놀란 ‘놀런의 서사시’

    11m 목마·거인들과 전투… 호메로스도 놀란 ‘놀런의 서사시’

    고대 그리스 신화 기반 원작 재현트로이·마녀와 맞서는 액션 화려CG 최소화하고 대규모 로케이션 데이먼, 오디세우스 우직함 열연“관객들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해”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새 영화 ‘오디세이’로 한국을 찾는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영상으로 바꿔 낸 거장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압도적인 스케일,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진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는 트로이 함락 8년 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귀향길에 오른다. 한편에선 이타카 왕국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겐 청혼하는 구혼자들이 득실거린다. 아버지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바다로 나선다. 회상 장면과 두 가지 이야기, 이야기 속 이야기 등이 어우러졌지만 전작 ‘인셉션’(2010), ‘테넷’(2020)에 비하면 내용을 파악하긴 그리 어렵지 않다. 개봉 전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단연 액션 장면들이다. 오디세이는 기원전 8세기경 쓰인 고대 그리스 문학이다. 3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문학과 연극, 영화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그린 영화도 여럿이다. 놀런 감독은 대규모 전투와 위험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침투 등 액션 시퀀스를 화려하게 펼쳐 놓았다.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 일행이 만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바다의 마녀 세이렌, 거인족 군단 등과의 전투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목마 안에 웅크린 병사들의 숨죽인 정적과 트로이 성벽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 등은 이미 여러 영화가 그렸지만 확실히 규모가 남다르다. 높이 10.7m에 달하는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실제로 제작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선원들이 탑승하는 배 역시 실제 항해가 가능한 구조로 완성해 사실감을 높였다.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한 로케이션도 볼거리다. 트로이의 비운의 해변부터 키클롭스의 동굴, 하데스의 지하 세계, 칼립소와 키르케가 머무는 신비로운 섬,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의 영역, 그리고 이타카에 이르기까지 원작 속 세계를 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상영 시간 2시간 56분이 금방이다. 영상미를 위해 아이맥스(IMAX) 촬영을 고집해 온 놀런 감독의 연출 철학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압도적인 규모의 세트, 경이로운 로케이션, 수천명의 출연진 등 당시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영화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놀런 감독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맷 데이먼이 주인공 오디세우스를 맡았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면서도 고향을 향해 나아가는 우직한 인간이다. 놀런 감독은 데이먼에 대해 “관객이 그와 함께 여정을 떠나고, 그의 선택과 실수를 함께 겪으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극찬했다. 남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왕국과 가족을 지켜내야 했던 페넬로페의 강인한 내면을 그려낸 배우 앤 해서웨이, 가족을 구하고 이타카의 미래를 지켜내고자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텔레마코스 역 톰 홀랜드의 연기 역시 설득력 있다. 지난 17일 북미에서 개봉한 뒤 전 세계 69개국 1위는 물론 글로벌 오프닝 흥행 수익만 2억 6406만 달러(약 3872억원)를 기록했다. 종전 놀런 감독의 최고 기록이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를 뛰어넘었다.
  • “경찰 父가 또 증거인멸”…‘여교사 불법촬영’ 아들 휴대폰 부쉈다 [이슈픽]

    “경찰 父가 또 증거인멸”…‘여교사 불법촬영’ 아들 휴대폰 부쉈다 [이슈픽]

    현직 경찰이 고등학생 아들의 범죄 단서가 담긴 휴대전화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입건됐다. 27일 전북경찰청은 전주의 한 파출소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경감은 지난 5월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이 불법 촬영 등으로 수사를 받자 증거물이 담긴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폐기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경감의 아들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여교사의 신체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던 중 최근 전남광주 지역에서 발생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 본청은 경찰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A경감 아들의 수사를 담당한 전주완산경찰서는 조사 과정에서 A경감의 증거인멸 행위를 포착해 전북경찰청에 보고했고 전북청 여성청소년과는 A경감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르면 A경감의 아들은 교사 촬영 사실을 시인했으나, 경찰은 증거인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A경감)가 휴대전화를 던져 부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청은 지난주 A경감을 정식으로 입건하고 그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A경감에 대한 형사처벌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본조의 죄(증거인멸 등)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북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A경감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입건과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A경감에 대한 인사 조치는 수사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고인 장윤기(23)의 부친과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인 것으로 알려지며 증거인멸 등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과 경찰은 장윤기 사건에서 핵심 증거 미확보와 주요 정황 묵살 등 의도적인 부실 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의 개입 여부를 각각 수사하고 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쯤 전남 광주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 이채원양을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강간살인·살인미수)로 구속기소됐다. 당초 성범죄가 아닌 일반 살인으로 사건이 다뤄졌으나, 부친이 성범죄 목적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리얼돌 등을 폐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 대만 유일 텅스텐 업체 대표 피살…“무기·반도체 직결, 안보문제 아니냐” 음모론 확산 [밀리터리노트]

    대만 유일 텅스텐 업체 대표 피살…“무기·반도체 직결, 안보문제 아니냐” 음모론 확산 [밀리터리노트]

    ▮밀리터리노트 3줄 요약●대만 유일 텅스텐 중간재 업체 대표가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용의자가 잡히지 않은 가운데 현지에선 중국이 개입한 안보 사건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음모론이 확산한 데에는 중국의 텅스텐 수출 제한 및 회색지대 전술이 반복된 배경이 있다. 대만의 한 원자재 업체 대표가 살해된 사건에 현지에서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용의자의 정체나 범행 동기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가 무기나 반도체의 필수 원료인 텅스텐 중간재를 생산하는 대만 유일 업체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대만 수사당국이 국가안보 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데도 음모론이 번지는 데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커진 대만 사회의 안보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유일 텅스텐 업체 대표 피살된 채 발견삼립신문, ET투데이, 경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대만 핑둥현 팡랴오향 타이위안촌의 한 단독주택에서 황성쉬안(56)씨가 두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외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찾아갔다가 피를 다량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황씨는 이혼 후 이 집에서 홀로 살아왔다. 경찰은 범인이 2층 창문으로 접근해 문을 부수고 침입했으며, 범행 후에는 외벽을 타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검시 결과 사인은 과다출혈이었다. 머리에 둔기에 의한 손상과 신체 여러 곳의 상처가 확인됐다. 경찰의 1차 현장 점검에서는 금품이 없어진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부러진 나무 몽둥이가 발견됐으나 범행에 쓰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황씨가 23일 밤에서 24일 새벽 사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밀 부검은 28일 오전 실시된다. 황씨는 텅스텐 제련의 핵심 중간원료인 파라텅스텐산암모늄(APT)을 만드는 ‘징위안텅코발트자원’(징위안)의 대표였다. 핑둥현 팡랴오향 핑난공업단지에 있는 이 회사는 폐텅스텐강과 텅스텐·코발트·니켈 합금 폐기물을 사들이는 귀금속 재생·제련업체다. ‘무기·반도체 핵심원료’ 텅스텐…현지 관심 커져 현지에서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징위안이 대만에서 유일하게 APT를 생산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2014년 설립된 징위안은 APT와 산화텅스텐 분말을 만들고 텅스텐·코발트 금속 재생을 전문으로 한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APT 연간 생산능력은 4000t가량이다. 텅스텐은 녹는점이 3422도로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높고 납의 2배에 가까운 밀도를 지녀 ‘산업의 이빨’로 불린다. APT에서 나온 텅스텐 분말과 탄화텅스텐은 철갑탄의 탄심, 미사일 탄두, 전차 장갑 등 무기 제조에 쓰이거나 항공기 엔진 부품, 정밀 절삭공구의 재료로 활용된다. 반도체 쪽으로는 웨이퍼에 얇은 텅스텐 배선을 입힐 때 쓰는 특수가스인 육불화텅스텐의 원료가 된다. 황씨는 2남 1녀를 뒀으며, 모두 30세 미만으로 1명은 해외에서 공부 중이고 자녀 모두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위안은 사업 규모가 계속 커져 기존 공장이 좁아지자 다른 공업단지로 확장 이전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이웃과 지인들은 황씨가 생활이 규칙적이고 인간관계가 단순했으며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원한 관계를 들어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족도 피살된 동기나 배경에 대해 아무런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필 작동 안한 CCTV…“6월부터 고장” 보도도대만 온라인에서는 특정 국가나 인물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정부 안보기관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음모론이 힘을 얻은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았고 뚜렷한 동기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웃과 지인들은 황씨가 생활이 규칙적이고 인간관계가 단순했으며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원한 관계를 들어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족도 피살 배경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가의 단독주택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하나같이 작동하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웠다. 자유시보는 24일 밤 쏟아진 폭우로 회선이 끊겨 영상 저장장치가 한꺼번에 다운됐을 가능성을 수사당국이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옥내외 카메라가 모두 한 대의 주기기로 집중 제어되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반면 연합보와 ET투데이는 저장된 영상이 6월에서 멈춰 있어 이미 한동안 고장 나 있던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현지 온라인에서는 이를 근거로 오래전부터 계획된 범행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경찰은 CCTV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공식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텅스텐 수출 제한에 전략자원 가치↑이번 사건을 국가안보와 연관 짓는 음모론이 퍼진 배경에는 최근 텅스텐이 전략자원으로 주목된 영향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텅스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중국이 2025년 채굴 쿼터를 전년보다 6.5% 줄인 점과 중국 내 소비 증가를 배경으로 꼽았다. 세계 텅스텐 채굴·제련을 장악한 중국은 지난해 2월 수출 통제를 도입해 수출 기업에 정부 허가를 의무화했고, 12월에는 2026~2027년 수출 가능 기업을 15곳으로 제한했다. 통제 시행 이후 중국의 수출량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군수 공급업체 20곳에 대한 이중용도(민간·군사 양쪽에 쓰이는 것)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게다가 대만은 반도체 산업을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을 넘어 대만의 안보를 지키는 수단 그 자체로 보고 있다. 이른바 ‘실리콘 방패’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의 대표 반도체 업체 TSMC의 팹(생산시설)의 반도체 공급이 끊겨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TSMC의 존재 자체가 대만에 방어망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대만을 지키는 반도체 산업의 기본 원자재인 APT를 생산하는 업체의 대표가 살해된 사건이니만큼 안보 차원의 수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中 ‘회색지대’ 전술 늘자 대만 안보 불안감 커져 이처럼 음모론이 확산한 데에는 대만의 안보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주민들이 이 사건을 곧바로 중국과 연결 짓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회색지대(그레이존) 전술 때문이기도 하다. 회색지대 전술은 전면전이나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을 만큼의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도발을 지속하거나 압박을 가해 상대를 소모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대만은 최근 몇 년간 중국으로부터 회색지대 전술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2025년 이후 중국 연관 선박의 대만 해저케이블 손상 및 절단 사건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대부분 고의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만 내부에서는 이를 중국의 의도된 전술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간첩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대만 국가안전국에 따르면 간첩 혐의 기소 인원은 2021년 16명, 2022년 10명에서 2023년 48명, 2024년 64명으로 늘었다. 2025년부터 올해 3월까지 누계는 58명이다. 청부살인과 거리 먼 수법…경찰은 경영 분쟁 차원에서 접근그러나 수사 방향 등을 볼 때 중국개입설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일단 범행 수법이 전문적인 청부살인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박한 뒤 반복적으로 구타한 수법은 즉각적인 제거보다 금품이나 정보를 얻어내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종 특성도 고려 대상이다. 폐금속 매입업은 고액의 현금 거래가 잦고 그에 따라 갈등이 잦을 수 있다. ‘원한 관계가 없다’는 주변의 증언과 달리 황씨가 최근까지 두 건의 소송에 얽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황씨는 다른 회사의 폐기물 불법 투기 사건에서 피해 업체 관계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증언했고, 그 결과 상대 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검사 지휘하에 수사 중이며 수사 비공개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권이나 기술 경쟁을 둘러싼 분쟁 여부를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으로 볼 때 안보 차원의 문제보다 경영 관련 측면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단순 절도가 살인으로 번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특정 대상을 파악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붐, ‘29개월 딸’ 외모 자부심 “절묘하게 잘 나와…걸그룹 시킬 것”

    붐, ‘29개월 딸’ 외모 자부심 “절묘하게 잘 나와…걸그룹 시킬 것”

    방송인 붐이 방송에서 29개월 된 딸 윤서 양을 공개하며 외모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최우수산’에는 유세윤, 장동민, 허경환, 붐, 양세형 등 예능인들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출연진의 자녀 및 조카들이 대거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가운데 붐의 딸 윤서 양이 방송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윤서 양은 붐과 닮은 외모와 인형 같은 분위기를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송 내내 윤서 양은 귀여운 외모와 앙증맞은 행동으로 보는 랜선 이모, 삼촌들을 흐뭇하게 했다. 붐은 딸을 소개하며 “2024년 긴급 제왕절개로 세상에 태어나게 됐다. 42살에 얻은 귀한 딸이다. 여러분께 최초로 인사드린다. 저도 낯을 가리는데 윤서도 낯을 가린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윤서 양은 아빠의 트레이드마크인 유행어인 “읏짜”를 곧잘 따라 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붐은 지난 2022년 4월 9일 7살 연하의 비연예인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2024년 3월생인 첫째 딸 윤서에 이어 올해 4월에는 둘째 딸을 품에 안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특히 붐의 남다른 ‘딸 외모 자부심’은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가수 박진영이 자신의 딸을 비롯해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 부부의 딸들을 모아 미래의 걸그룹을 결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자 “자리 좀 비워져 있냐. 4명 확정 아니죠?”라며 적극적으로 합류를 탐내어 폭소를 유발했다. 당시 붐은 딸의 외모에 대해 “다행히 제가 수술한 부분을 와이프를 닮고, 수술 안 한 부분을 절 닮아서 절묘하게 잘 나왔다”고 재치 있게 자랑했다. 이에 대해 박진영은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자신의 딸들을 걸그룹으로 키울 생각이 있다고 밝히며 “붐이 내 딸도 끼워주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국민 볼펜’이 쓴 韓문구 역사…“우리들 모두의 모나미” 15원으로 시작됐다 [창업주의 비밀노트]

    ‘국민 볼펜’이 쓴 韓문구 역사…“우리들 모두의 모나미” 15원으로 시작됐다 [창업주의 비밀노트]

    “우리 모두의 모나미를 멋지게 키워라.” 2022년 작고한 고 송삼석 모나미 명예회장의 유언에는 한평생 모나미를 ‘국민 볼펜’으로 키워낸 자부심과 ‘모나미는 나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생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1963년 첫 국내산 볼펜의 시대를 열었던 모나미는 한국인의 필기 문화를 바꾸고 대한민국 문구 산업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최근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던 모나미에 ‘애국매수’ 열풍이 분 것도 모나미를 일개 문구회사가 아닌 한국 문구 산업의 역사와 상징으로 여기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송 명예회장의 손자인 송재화 모나미 사장은 “모나미가 걸어온 60여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자필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에 엉망된 경제 살려야” 父 뜻 거스르고 상경대로일제강점기가 한창이던 1928년 전북 군산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송 명예회장은 약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전북 삼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버지는 보수적인 시대상에도 6남매를 모두 대학에 보낼 정도로 개방적이었지만, 송 명예회장을 포함해 아들들을 무조건 의대에 보내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연이어 의대에 진학하며 의료를 통해 조국에 봉사하고 일제에 맞서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지만 송 명예회장은 남몰래 다른 생각을 품었습니다. 상경대에 진학해 엉망이 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것이었죠. 송 명예회장은 회고록 ‘저 높은 곳을 향하여’에서 당시 어둑한 방 안에서 서울대 상경대(경제학과)에 가겠다는 선언에 할 말을 잃은 아버지의 망연한 표정을 떠올리며 “그때 내 기분은 차라리 늘씬하게 매라도 맞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광복과 함께 서울대 상경대에 진학한 송 명예회장은 6·25전쟁으로 경제가 황폐해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던 해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취직을 못 한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송 명예회장은 그길로 지금의 산업통상부 격인 상공부로 향합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장관실로 들어간 송 명예회장의 기개에 고 이교선 당시 상공부 장관은 무역회사인 ‘삼흥사’를 연결해 줬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삼흥사는 불과 2년 6개월 만에 파산했지만, 그 당시 배운 무역회사의 면면은 송 명예회장이 이후 자신의 회사를 열 수 있게 해준 기틀이 됐습니다. ‘나의 친구’ 모나미의 시작송 명예회장이 본격적으로 문구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55년 일본에서 문구류를 수입하던 이용섭 당시 광신산업 사장에게 지분 10%를 투자해 공동경영을 시작하면서입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물감과 크레파스를 만들던 공장을 인수한 광신산업은 1960년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문구류 생산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의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된 제품이 ‘모나미 물감’과 ‘왕자 파스’(크레파스)입니다. 불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의 모나미는 경리부에서 일하던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낸 의견이었습니다. 뜻도 좋고 부르기도 편한 이름에 아이디어 회의에서 단번에 발탁됐는데, 며칠간 잠깐 경리 일을 돕다 간 사람이라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됐습니다. 추후 회사가 성장하고 모나미가 정식 사명으로 변경된 뒤 송 명예회장이 수소문해 보았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합니다. 첫 과제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직접 초등학교 앞으로 나가 모나미 물감과 왕자 파스의 로고가 새겨진 시간표를 나눠주고, 사생대회를 열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구 도매상을 찾아 ‘모나미회’라는 조직으로 묶고 야유회를 열며 도소매 생태계를 장악했습니다. ‘볼펜’의 자유로움에 매료되다1962년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박람회 참가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모나미를 포함해 아직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문구가 많지 않았기에 일본에서 가장 큰 문구 도매상인 우치다 요오코 상사와 함께 박람회 부스를 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그 박람회장에서 송 명예회장은 ‘볼펜’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잉크로 써지면서도 새거나 흐르지 않고, 자유자재로 옷에 꽂았다가 귀에도 꽂는 볼펜의 존재에 송 명예회장은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온통 볼펜에 마음을 뺏긴 송 명예회장은 일본의 ‘오토 볼펜 주식회사’와 접촉해 기술을 전수받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사장의 입에서 기술이전을 허용한다는 얘기가 떨어지는 순간 사장도, 직원도 사무실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눈앞에 떠오른 것은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은행에서, 관공서에서 손에 볼펜을 들고 자유롭게 쓰고 그리는 학생들과 사무원들의 모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이듬해 탄생한 것이 흰 몸체에 검은 머리, 한국 볼펜의 대명사가 된 ‘모나미 153’ 볼펜입니다. 한 자루의 가격은 15원. 당시 버스 1구간 요금, 또 신문 한 부의 가격과 같았습니다. 주 소비층인 학생들과 사무원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 결정이었습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획기적인 필기구를 버스 한 번 탈 가격으로 온 국민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송 명예회장의 신념이 모나미를 국민볼펜으로 세운 것입니다. 세금 추징·화재 파고 넘어 ‘국민 볼펜’으로모나미 153이 불티나듯 팔리자 광신화학주식회사는 모나미화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사세가 확장되며 기업공개도 단행했으나 위기도 있었습니다. 비상장기업이던 시기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무자료 거래에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7억 5000만 원을 추징한 것입니다. 주요 간부들과 사재를 모으고 징수 유예를 통해 파고를 넘겼지만 이 여파로 이 전 사장이 공동경영에서 물러나며 송 명예회장이 유일한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성수동에 공장 두 채와 1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내 최고의 문구 기업으로 성장했던 1978년에는 공장에 큰 화재가 나며 폐허가 되기도 했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당시 직원들과 함께 잔해를 정리하고 기계 분해와 조립을 다시 하며 화재 사건을 극복합니다. 송 명예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모나미가 공중분해 돼버렸을지도 모를 커다란 위기를 몇 번이나 겪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을 보고도 어찌 모나미를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가 커진 뒤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애국매수로 이어진 인간 중심 경영송 명예회장이 강조한 경영 원칙은 ‘인간 중심의 경영’입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소비자 중심의 경영’, 판촉부터 위기 극복까지 함께 몸을 던진 ‘직원 중심의 경영’이 핵심 축입니다. 편법을 쓰지 않고 소비자와 직원 중심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모나미”라는 송 명예회장의 유언은 상폐 위기 앞에 선 모나미를 구사일생으로 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7월부터 자본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해 코스피 상장 유지 요건을 ‘시가총액 300억원’으로 상향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애국 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문구류의 수요가 줄어드는 정보기술(IT) 시대 모나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모나미는 문구류를 넘어 색조 분야 강점을 살린 화장품 사업과 학원 및 문화예술 서비스업, 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산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부모님 두 번 잃은 기분”… 20년 함께 산 막내 남동생 쫓아 낸 누나들

    “부모님 두 번 잃은 기분”… 20년 함께 산 막내 남동생 쫓아 낸 누나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누나로부터 “친자식이 아니다”라며 상속 배제 소송은 물론 20년 치 월세까지 요구받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누나와 법적 분쟁에 휘말린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갓난아기 때 친부모에게 버려진 뒤 딸만 셋을 둔 부부의 막내아들로 자랐다. 대학생 때 친척을 통해 자신이 부모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과 부모가 입양 신고 대신 출생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갑작스러운 출생의 비밀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부모는 차별 없이 사랑으로 그를 키웠다. 이후 누나들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A씨는 30대에 이혼한 뒤 20년간 부모와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3년 전 아버지가, 지난해 어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다. 장례를 마친 뒤 누나들은 부모 명의의 집에서 살고 있던 A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장이 전달됐다. 자신이 부모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누나들은 또 20년 동안 부모님 집에서 공짜로 살았으니 그 기간의 월세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누나들은 저를 친동생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친자식이 아니라 부모님 재산도 상속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평생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이제 와 가족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부모님을 두 번 잃은 것처럼 힘들다. 20년 동안 살았던 집의 월세까지 물어줘야 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조윤용 변호사는 “법적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는 친생자이거나 입양을 통해 형성된다”며 “A씨 부모는 입양 신고가 아닌 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입양의 의사로 출생신고를 했고 실제 친자식처럼 키워왔다면 허위 출생신고였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관계를 정리하려면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를 거쳐야 한다”며 “다만 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재판상 파양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 양부모의 학대·유기나 복리 침해, 또는 양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연만으로는 재판상 파양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A씨는 양친자로서 부모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누나들과 공동상속인으로서 법정상속분인 4분의 1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1세 딸 성폭행 촬영”…9세 손녀까지 넘긴 호주 어머니 [핫이슈]

    “11세 딸 성폭행 촬영”…9세 손녀까지 넘긴 호주 어머니 [핫이슈]

    호주에서 11세 딸이 성폭행당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9세 손녀까지 같은 남성에게 성폭행당하도록 한 여성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범행이 시작된 지 약 5년 뒤 학교 상담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놓고서야 가족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6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더쿠리어메일에 따르면 퀸즐랜드주 매카이 지방법원은 성폭행과 아동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 폭행 등의 혐의를 인정한 여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피해 아동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피고인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형기의 80%인 8년을 복역해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범행은 2016년 퀸즐랜드주 케언스의 한 숙박시설에서 시작됐다. 피고인은 당시 11세였던 딸을 자신이 아버지처럼 여기던 남성의 객실로 데려갔다. 피고인은 딸에게 옷을 벗으라고 지시했고 남성은 사흘 동안 아이를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피고인은 일부 범행에 직접 가담하고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했다. 딸이 저항하자 피고인은 아이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울음을 터뜨린 딸에게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남성은 피고인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범행을 이어갔다. 딸 이어 9세 손녀까지 같은 남성에게 피해피고인은 2019년 말에서 이듬해 초 사이 방학을 맞아 집을 찾은 9세 손녀도 차고로 불러냈다. 그곳에는 딸을 성폭행했던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성은 손녀까지 성폭행했고, 피고인은 범행이 이뤄지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어머니이자 할머니가 두 아이를 같은 남성에게 잇달아 노출한 것이다. 피고인은 성폭행 6건과 아동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 4건을 비롯해 목조르기와 폭행, 불법 감금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2021년 딸과 매카이로 돌아가는 문제를 놓고 다투던 중 전깃줄을 딸의 목에 감고 집 안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흉기로 위협한 뒤 딸을 속여 차에 태웠지만, 피해자는 이동 중 주유소에서 달아났다. 5년 만에 학교에서 구조 요청오랫동안 감춰졌던 범행은 피해자가 2021년 11월 학교 상담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드러났다. 피해자는 어머니의 지속적인 폭력과 통제에서 벗어난 뒤에야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아동 성폭력의 가해자나 조력자가 반드시 낯선 사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모나 친족처럼 아이를 보호해야 할 사람이 범행에 가담하면 피해자는 일상과 신고 통로를 동시에 통제당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친족 성폭력은 반복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족 관계인 사건 가운데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이 지속된 비율은 51.3%에 달했다. 호주 정부 산하 호주가족연구소도 아동이 학대 사실을 한 번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을 수 있으며, 주변 어른은 말을 재촉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퀸즐랜드주에서는 모든 성인이 아동 성폭력을 알게 되거나 합리적으로 의심할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 피고인 측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복합적인 정신적 상처를 겪었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래드 파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를 비정상적이고 극히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 충격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믿고 의지한 딸과 손녀의 신뢰를 끔찍하게 배신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형기의 80%를 복역할 때까지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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