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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음악인생 40년 국민가수 현철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음악인생 40년 국민가수 현철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어라∼’ 35년 결혼생활, 부부싸움 한번 없었다.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없었다. 그야말로 사랑의 콩깍지 속에서 알콩달콩 살기에 바빴다. 강상수·송애경 부부. 결혼 초기 10여년 동안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생활이었다.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갔을 법도 한데 잔소리조차 안한 부인, 이에 늘 따뜻한 말로 위로해준 남편. 사랑의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했고 이제는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최근에는 새 식구인 예쁜 며느리를 얻었고, 올가을에는 듬직한 사위까지 생긴다. 살아갈수록 새록새록 행복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남편 강상수는 다름 아닌 가수 현철(63)의 본명이다.‘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사랑의 이름표’‘봉선화 연정’‘사랑은 나비인가 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불러 국민가수로 사랑받는다.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오빠’ 소리를 듣는다.‘사랑의 이름표’는 초등학생들까지 따라 부를 정도다. 대중가수의 인기라는 것이 오르락내리락, 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다르다. 지난 20년 동안 흔들림없이 국민적 인기를 유지하면서 ‘트로트계 황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집에서 손자의 재롱을 볼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토종 된장 같은 구수한 목소리, 사투리가 짙게 묻어나는 입담, 민요풍이 가미된 독특한 꺾기 창법은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다. 일본의 어떤 학자는 그의 목소리를 연구해 보겠다며 특별주문(?)까지 했단다. 현철은 1968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음악인생 40년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는 무명생활 20년이 포함된다. 대기만성, 나이 40대 중반에 ‘쨍’하고 햇빛을 본 그는 평소 “부인의 내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지난 주 그를 만났을 때에도 “우리 아내와는 한번도 부부싸움을 안 했어예, 어린 나이에 나한테 시집와 고생을 무척 많이 했지예.”라고 자랑하기 바빴다. 그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장충체육관(8일)과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카네이션 효 콘서트(11일)를 개최했다. 또 최근 MBC ‘쇼 뮤지컬 판타지’ 전국 공연과 미국 LA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신곡 ‘아미새’로 인기의 온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모 방송국 ‘현철 룸’에서 문을 꼭 걸어잠그고 1시간 동안 인터뷰를 가졌다. ▶‘아미새’가 요즘 최고 히트입니다. 아미새는 어떤 뜻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은 때론 꼬집고 싶고 또 얄미울 때도 있잖아요. 아름답고 얄밉기도 한 사랑, 바로 그 뜻이 담긴 ‘아름답고 미운 새’를 말합니다. 감정이 흠뻑 담긴 가사에 흥겨운 가락의 국악창법을 접목시켰더니 대박이 터졌습니다. 주부들이 설거지하다가도 ‘아미새’ 노래가 나오면 TV 앞으로 달려나온다고 하데예.” ▶그 매력이 독특한 꺾기 창법에 있다고 합니다. “저는 노래 부를 때 ‘도레미’ 중 높은 ‘미’에서 꼭 꺾어집니다. 민요가락 중 ‘닐리아 닐리아 니나노∼’라고 할 때 끝에 음이 올라가는 식의 창법을 응용했지요.” ▶꾸준하게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리나라의 토종 김치와 된장 냄새가 담겨진 노래라는 얘길 많이 들어요. 또한 전철 탈 때도 있고, 동네 대중 목욕탕에도 자주 갑니다. 아마 촌스럽고 편한 느낌의 아저씨 같아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많은 히트곡이 있습니다. 이들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곡이라면. “무명가수 시절은 정말 돈도 못 벌고 셋방살이로 전전긍긍하며 아내를 너무 고생시켰습니다. 고민 끝에 가요계를 떠나려고 마지막 곡으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만든 것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었지요. 평소 알고 지내던 부산 모 방송국의 김양화씨가 작사를 하고 제가 곡을 붙였습니다.1985년도인가 그랬죠. 정말 출세곡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갑니다. 이후 ‘사랑은 나비인가 봐’와 ‘내마음 별과 같이’‘들국화여인’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1988년부터 3년 연속 KBS가요대상과 MBC10대가수상을 수상했지요.” ▶무명 때는 어디에서 지냈나요. “주로 부산에서 헤맸습니다. 처음에는 솔로였다가 1974년에는 ‘현철과 벌떼’를 결성, 팝송을 리메이크하며 열심히 불렀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때 13번이나 이사를 했는데 주로 월세 1만∼2만원짜라 단칸방에서 생활했습니다. 친구집에서 셋방을 살면서 봉지쌀 사다 먹고 연탄 낱장으로 사다가 추위를 달래기도 했지요. 마지막 이사 할 때에는 철거민 딱지를 사서 12평짜리 주택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했습니다.” 무명시절의 일화 한토막.1987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현장에 공연을 갈 때였다. 당시 리비아에 파견된 근로자들은 고국의 부인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부른 가수를 공연단에 꼭 포함시켜 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다.KBS방송팀은 주현미 현숙 조용필 김연자 김세환 백남봉 나미 등 당시 내로라하는 인기스타들과 함께 현철을 합류시켰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얼굴이 안 알려진 현철을 보더니 다들 리비아로 떠나는 근로자로 알았던 것. 그뒤 현철은 보란듯이 가요대상 등을 휩쓸어버려 동료 가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1989년 KBS가요대상을 받을 때 무명시절의 설움이 한꺼번에 묵받쳐 시상식에서 ‘사나이 눈물’을 왈칵 쏟아내 전국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현재 그는 서울 구의동 집에서 23년째 살고 있다. 그동안 번 돈으로 4층 건물을 구입해 식재료가게와 세탁소 등에 세를 내주고 그의 식구들은 4층에 산다. ▶다니던 대학 경영학과를 그만두고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어머님이 ‘울고 넘는 박달재’를 무척 잘 불렀어요. 제가 그 소질을 이어받았습니다. 콩쿠르대회에도 많이 나갔지요. 그런데 아버님은 제가 장차 은행원이 되기를 원했어요. 야단도 많이 맞았습니다. 결국 아버님의 고집에 못이겨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끼를 못버렸던 것이지요. 또 동료나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가 정말 독특하니 그 방면으로 한우물을 파라고 권하더군요.” ▶‘현철과 벌떼들’의 멤버는 지금도 만나는지요. “요즘 트로트계의 유명한 작곡가로 활동 중인 박성훈씨가 벌떼들 멤버였습니다. 박씨는 제 노래 ‘싫다 싫어’로 가요대상을 받기도 했지요. 당시 모두 7명이었는데 나머지는 만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현철이라는 이름이 뜨는 바람에 박성훈·박현진(봉선화 연정 작곡)씨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그는 작곡가 외에 ‘정정정’을 부른 가수 한영주 등 후배 양성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트로트란 무엇입니까. “평양 공연을 갔을 때나 외국 공연 갔을 때나 트로트를 부르면 한마음 한뜻이 됩니다. 이것이 우리 가요의 힘이지요. 기쁨과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고상한 대학교수도 술자리에서 트로트를 부르지 않습니까. 일생 동안 오직 트로트의 길만 갈 것입니다.” 현철 부부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철은 지방공연을 갈 때마다 주변에 사찰이 있으면 꼭 들러 부처님께 기도를 한다. 부인의 안부를 물었더니 “무명시절에는 옷가게도 하고 카세트 장사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집안을 이끌어갔다.”면서 지금도 방송 모니터를 하는 등 남편 내조에 열심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대저중학교와 동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부친은 종묘장사를 했으며 모친은 5일시장에서 좌판 깔고 씨앗을 팔곤 했다. 그는 “말없이 꿋꿋하게 사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아내가 도망도 안 가고 잘 견딘 것 같다.”고 했다. 부인과 결혼할 때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물 한그릇 달랑 떠놓고 식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아들하고 테니스도 친다.“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면 젊어지지 않겠어예.”라며 활짝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부산 출생(본명 강상수). ▲1964년 부산 동성고 졸업. ▲1966년 동아대 경영학과 중퇴. ▲1968년 데뷔곡 ‘무정한 그대’ 발표. ▲1974년 록밴드 ‘현철과 벌떼들’ 결성. ▲1988년 KBS 가요대상,MBC 10대가수상. ▲1989년 일간스포츠 골든디스크상. ▲1990년 KBS 가요대상,MBC 10대가수상, 고복수 가요제 대상, 제1회 서울가요대상 7대가수상. ▲1997년 국무총리표창(선행 연예인). ▲1999년 제36회 저축의 날 국민포장,KBS 올해의 가수상. ▲2002년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특별공로상(대통령 표창). ▲2006년 목관문화훈장. ●주요 히트곡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내 마음 별과 같이, 사랑은 나비인가 봐, 들국화 여인, 봉선화 연정, 사랑의 이름표, 아미새 등.
  •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

    “작가보다 몇 수 높은 독자들이 있는가 하면, 천자문의 천지현황(天地玄黃)을 3년 넘게 읽어도 ‘도로아미타불’인 독자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송두리째 삼켜 버릴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삼킨 것을 몇 번이고 토해내 씹고 삼키고 또 씹어야 하는 책도 있지요.” ‘난해 작가의 대명사’ 박상륭(68)씨가 장편소설 ‘잡설품(雜說品)’(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내놓았다.1969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가가 창작집 ‘소설법’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인간이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들려주는 ‘잡설품’은 1975년 구도 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와 고행 이야기를 그린 ‘칠조어론’에 이은 ‘죽음의 한 연구’ 시리즈의 완결편이다.‘죽음의 한 연구’는 가상의 고장 ‘유리’의 육조(六祖) 촌장 이야기.‘칠조어론’이 작가가 칠조(七祖)라고 ‘참칭’하며 펼치는 설법을 담고 있다면,‘잡설품’은 주인공 시동이 고행 끝에 해탈하는 팔조(八祖)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조(祖)는 불교 선종의 조사(祖師)를 일컫는데, 초조(初祖) 달마로부터 육조(六祖) 혜능까지 이어졌다. ‘잡설품’은 경전과 소설의 사잇글이라는 뜻의 ‘잡설’에다 불교 경전에서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는 ‘품’을 덧붙였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잡설이 있지요. 하나가 철학자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나머지 하나가 나의 글이죠.‘차라투스트라는’가 몰락의 축에서 쓴 글이라면,‘잡설품’은 상생의 축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추상적인 것도 물질로 구상화해 사고하는 서구적 한계를 벗어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든 추상적 이미지의 동양 정신을 풀어 보려고 했죠.” 소설도, 서사시도, 경전도 아닐 수 있지만 소설이나 서사시, 경전 모두로도 읽힐 수 있다 보니 이 글의 제목을 ‘잡설’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설은 작가 자신이라 할 패관을 화자로 등장시켜 극과 시의 형태를 종횡무진 오가며 주인공 시동이 해탈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동서고금의 신화와 설화, 종교와 철학을 한데 아우르며 작가의 화두인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라는 문제의식을 펼쳐낸다. 작가가 소설은 쉽게 썼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소설 자체가 형이상학적인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까닭에 읽기에 적잖은 공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소설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깊이 있게 짚어낸다.“오늘날 물질적으론 매우 풍요롭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날로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타락한 현대 우리 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죠.” 난해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하나의 책이 모든 계층 독자들의 기호에 맞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 작가는 “난해하다, 난삽하다,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다라는 말은 일견 찬사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자와 독자 사이를 소원하게 하는 만큼 작가로서는 매우 손해를 보게 만드는 말”이라고 털어놨다. “허리도 아프고 고혈압·당뇨 등 온갖 성인병은 다 갖고 있어요. 아직까지 다음 작품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절필 선언은 아니지만,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나야지….” 작가는 “이제 마지막 이민 길 가는 기분”이라며 “즐겁게 죽는 연습이나 해야겠다.”며 허허롭게 웃었다.1만 4000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세계 3대 녹차 재배지 제주 다원

    세계 3대 녹차 재배지 제주 다원

    #제주 못잖은 전국의 차밭 ▲보성차밭(전남 보성군) 국내 차밭 여행 1번지. 연녹색 차나무의 파도와 찻잎을 따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풍경을 펼쳐낸다.(061)852-2593. ▲월출산다원(전남 강진군) 남한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월출산 남쪽 자락에 있다. 월출산다원 여행은 산행과 문화유적 여행을 아우르는 것이 좋다. 영암군 천황사에서 출발해 도갑사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가 일반적.(061)432-5500. ▲하동 야생차밭(경남 하동)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가 재배된 시배지(始培地)다. 천년차나무도 보존돼 있다. 보성차밭 등이 잘 정돈된 정원같다면 하동차밭은 지리산 자락을 에둘러 돌아가며 소박한 풍경을 자랑한다.21∼25일 하동 야생차문화 축제(festival.hadong.go.kr)도 연다. 한라산 자락의 ‘꺼멍한’(검은) ‘작지왓’(자갈밭)이 연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그 끝간데 없이 펼쳐진 푸르름에 마음마저 초록빛으로 물드는 듯하다. 차밭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단아하게 펼쳐진 초록 계단, 햇살에 반짝이는 싱그러운 잎들은 보는 이의 마음에서 날 선 긴장을 몰아내고 입 끝에 잔잔한 미소를 걸어준다. 회색도시에 갇혀 여태 봄이 주는 신록의 향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차밭의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볼 일이다. #도순다원의 초록빛에 물들다. 제주도가 일본의 후지산, 중국의 황산과 더불어 ‘세계 3대 녹차 재배지역’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화산 토양이어서 배수가 잘되는 데다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따뜻한 기후 등 차를 재배하기 알맞은 자연환경을 갖춘 까닭이다. 한라산 자락 주변으로 너른 차밭이 셋 있다. 서광다원, 도순다원, 한남다원이다. 모두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한다. 세 곳을 합한 면적은 국내 전체 재배 면적의 4.9%에 불과하나, 생산량은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크기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서광다원이 맏형격. 하지만 차밭 특유의 은근한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서광다원 절반 크기의 도순다원은 추사 김정희가 유배됐던 곳과 인접해 있다. 그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글씨처럼 굽어진 차밭 샛길을 따라 다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기대이상의 풍경과 만나게 된다. 팔을 뻗으면 한라산 부악이 한 손에 잡힐 듯하고, 멀리 발 아래로는 옥색의 서귀포 앞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도순다원은 빼어난 풍경 위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암반수 강정천이 차밭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것. 청량한 물줄기가 찻잎의 성장을 도와 차맛을 뛰어나게 만든다. 연초록 물결 중간중간 둘러쳐진 검은 차광망도 이채롭다. 빛을 차단하는 차광재배를 위해서다. 유주 장원설록차 책임연구원은 “차광재배를 통해 첫째 떫은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을 억제하는 한편, 약간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분해를 지연시키고, 둘째 잎의 녹색도를 높이며, 셋째 찻잎을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향긋한 차 한 잔에 입을 헹구고 제주의 차밭은 전남 보성 등 뭍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뭍의 차들이 여러 종자가 섞인 재래종인 반면 제주차는 모두 단일 품종이다. 같은 품종끼리는 수정이 잘되지 않는 차의 특성상 삽목을 통해 수정시킨다. 따라서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장점도 있다. 재래종이 해마다 차의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른 반면 단일종은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하다. 고객들의 꾀까다로운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차의 맛에 대해서도 봄차를 최고로 치는 뭍의 생각과 다소 차이가 있다. 유 연구원은 “한 가지에서 잎이 3장 났을 때 가장 맛있다.”며 “초봄에 올라오는 어린 잎은 부드러우나 맛과 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아무러면 어떤가. 깊은 산은 깊은 물을 만들고, 이 맑은 물로 목마름을 달랜 찻잎은 사람의 입을 청량하게 헹군다. 온통 곡선을 그어놓은 듯 푸른 차밭의 아름다움. 잠시 머물 것만 같았던 차밭에서의 시간들은 오늘을 더욱 잊을 수 없는 하루로 만든다. #내 손으로 찻잎 따고 덖고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서광다원은 단일 재배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도순다원에 비하면 초록의 지평선을 볼 수 있을 만큼 광활하다. 관광지로도 이미 적잖게 이름을 얻고 있다. 서광다원 내 녹차박물관 ‘오 설록(o’sulloc)’은 잊지 말고 들러볼 곳.‘차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다. 녹차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전망대에 오르면 한라산의 당당한 풍모와 서광다원의 서정적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서광다원은 새 달 1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2008 설록 페스티벌’ 행사를 연다. 올해 2회째. 직접 찻잎을 따서 무쇠솥에서 덖고 비벼 내 손으로 녹차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무료버스를 타고 52만m1/3(약 15만 7000평)에 이르는 푸른 녹차 밭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눈 가리고 설록차 맛 알아내기, 녹차 잎 카드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충실하게 준비했다. 원래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행사기간 중에만 입장료를 받는다.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3000원.4인가족권 1만원.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보딩패스 및 할인쿠폰 지참 시 50% 할인.sulloc.co.kr (064)794-5312. 글 사진 서귀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김달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시인이자 한학자, 승려였던 월하 김달진의 업적을 되새기는 ‘김달진 전집’의 8권. 시인의 생전에 출간된 ‘일곱 가지의 아내’ ‘불교설화’ ‘큰 연꽃 한 송이 되기까지’ 등에 수록된 불교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인도의 불교 사상가이자 시인인 마명이 붓다의 생애를 풀어낸 작품 ‘붓다차리타’(9권)도 시인의 번역으로 함께 출간됐다.8권 1만 5000원,9권 1만 8000원.●근대와 나의 문학(고은·모옌 등 지음, 김태성 옮김, 민음사 펴냄) 지난해 ‘근대와 나의 문학’이란 주제로 열린 한ㆍ중문학포럼에서 발표된 글들을 모았다. 고은, 김광규, 김원일, 정호승, 은희경 등 한국 작가 12명과 모옌, 장종, 수팅, 차오원쉬안 등 중국 작가 11명이 문학의 길을 걸어오면서 가진 문제의식과 단상 등이 실렸다.1만 2000원.●아미빅(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양수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소설 ‘뱀에게 피어싱’으로 2004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신예 작가의 장편소설.‘아미빅(Amebic)’의 사전적 의미는 ‘아메바의, 아메바로 인한’이라는 뜻. 이 소설에서는 ‘자기중심주의가 뇌를 침식해 일어나는 상상력의 붕괴’라는 뜻으로 쓰였다.9500원.●네 가족을 믿지 말라(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김영사 펴냄) 아빠의 취미는 가정 내 도청, 엄마 취미는 딸의 남자 친구 신원 조사, 여동생의 취미는 가족 미행….‘세상이 무너져도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진리를 유쾌하고 엉뚱하게 풀어낸 불량가족 이야기. 미국 문단의 기대주로 꼽히는 작가가 내놓은 첫 소설.1만 2000원.●날개는 언제까지나(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비채 펴냄) 일본 아오모리현의 중학교 3학년생인 가미야마 히사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소설. 주인공이 우연히 비틀스의 노래를 듣고 느꼈던 전율과 함께 사춘기 소년이 겪은 우정과 사랑, 호기심 등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자율신경실조증 등 역경을 딛고 재기한 일본의 대표적인 청춘소설가.9800원.●멀리 있어도 사랑이다(김정한 지음, 북갤러리 펴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한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랑의 카타르시스를 간결하게 묘사했다. 숙성된 와인처럼 때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깊고 심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70편 시를 묶었다.6000원.●이방원전(전2권, 이정근 지음, 가람기획 펴냄)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행동을 일삼았던 태종 이방원의 생애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역사소설. 작가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행적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피바람을 일으키며 쟁취한 그 권력을 누구를 위하여 어디에 썼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각권 1만 2000원.
  • 英드라마 ‘닥터후’ 기독교 이해에 도움

    英드라마 ‘닥터후’ 기독교 이해에 도움

    “드라마 ‘닥터 후’에 종교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영국 BBC의 인기 드라마 ‘닥터후’(Doctor Who)가 종교 교육에 유용하다는 의견이 현지 교회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제기됐다. ‘닥터후’는 1963년부터 제작된 SF드라마로 현재 10대 닥터까지 이어질 정도로 장수하고 있는 영국의 국민드라마. 행성 갈리프레이에서 온 900살 먹은 외계인 닥터가 공중전화 모양의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미래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겪는 모험담이 주된 내용이다. 영국 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주 열린 컨퍼런스에서 닥터후의 일부 에피소드들을 함께 본 후 교육적인 활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닥터후의 ‘닥터’에게서 성경의 그리스도와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고 드라마의 내용이 ‘부활’ ‘구속’ ‘사탄’ 등 기독교의 주요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한 선교단체 ‘처치아미’(Church Army)의 앤드류 우딩 대변인은 이번 토의의 목적을 “기독교 교리를 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같은 파격적인 방안이 영국 국교회의 어린 신도들이 최근 급격히 적어진 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교회의 16세 이하 신도들 수는 지난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약 20%가량 줄어들었다. 한편 닥터후의 작가 러셀 데이비스는 드라마가 교회에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종교는 인간들의 근본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그려내려 했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부 경기 하강국면 선언] 서비스수지 개선 주요대책은

    [정부 경기 하강국면 선언] 서비스수지 개선 주요대책은

    이번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초점은 국내 골프관광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해외로 나가는 골프객을 국내, 특히 지방으로 돌리는 게 목표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 206억달러 중 여행수지에서만 151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 중 상당 규모가 골프여행 적자인 만큼, 골프 관광 대책이 없이는 수지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먼저 지방골프장을 대상으로 개별소비세(1인당 2만 1120원)와 체육진흥기금 부가금(3000원)을 전액 감면한다. 또 1∼4%(종합합산)를 부과해 왔던 종합부동산세를 0.8%로 내리는 것을 비롯해 ▲재산세 종합합산 0.2∼0.5%→0.2∼0.4%, 분리과세 4%→2% ▲취득세 과세표준액 10%→2%로 각각 낮춘다. 이번 골프장 세금·부담금 감면 규모는 2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골퍼 한 명에게 적용되는 세금은 ▲울산 보라CC 5만 9705원에서 2만 8849원 ▲부산 아시아드CC 6만 5000원에서 2만 1724원 등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육동한 정책조정국장은 “연간 해외로 빠져 나가는 10만명의 골프 인원과 1조원 정도를 국내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 개정… 해외환자 유인·알선 전면 허용 의료서비스 개선 방안도 역점 사업이다. 정부는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의료법을 개정해 해외 환자의 유인·알선을 전면 허용한다. 또 경제자유구역 외국 의료기관에서 ▲외국인 간호사, 의료기사 종사 ▲외국 의사 원격 의료지원 허용 ▲호텔 등 숙박업 영업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대상 국가별로 특화된 의료관광 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고국방문과 연계한 건강검진, 중증질환 상품, 일본·중국은 미용성형, 치아미백, 임플란트 등의 상품으로 의료관광객을 끌어 들인다는 복안이다. ●외국교육기관 내국인 비율 10%→30% 확대 외국교육기관과 관련해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등학교에 대한 내국인 입학비율을 재학생수의 10%에서 30%로 확대하고, 과실송금(투자자들의 투자이익 본국 송금)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외국인학교 설립·운영 규정’을 연말까지 대통령령으로 제정, 외국인학교 설립 주체를 외국인에서 국내 법인으로 확대하고 내국인 입학 자격을 해외거주 5년에서 3년으로 완화, 국내외 교육기관 등의 외국인학교 설립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외국교육기관은 국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만 들어서는 외국학교 법인의 분교를, 외국인학교(국제학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자녀를 주대상으로 하는 학교를 말한다. 관광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관광진흥법 등 관광 3법의 제주도 이양 ▲비무장지대 주변 관광상품 개발 ▲쇼핑 활성화를 위한 ‘코리아 그랜드 세일’ 실시 ▲템플스테이 세계화 ▲해양레저활동 촉진을 위한 마리나법 제정 ▲관광호텔의 옥상·가든 등 옥외음식점 영업 허용 등을 추진한다. 원어민 교사 확충을 위해서는 현행 학사학위 학력 자격을 완화하고, 영어 모국어 국가뿐 아니라 인도, 필리핀 등 공용어 국가 출신에게도 관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재정부 육동한 국장은 “서비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현재 57.6%에서 5년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9%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큰입배스 먹고 건강·환경 살려요”

    “큰입배스 먹고 건강·환경 살려요”

    “큰입배스 많이 드시면 건강도 환경도 살아나요.” 한강유역환경청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 높은 큰입배스의 식품 가치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달 말 학교급식 영양사를 대상으로 농어요리 시식회를 개최하고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식품으로서 큰입배스의 수요층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다. 큰입배스는 25∼50㎝ 길이에 크고 앞으로 튀어나온 입을 특징으로 하는 육식 물고기.1970년대 초반 정부가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에서 들여온 뒤 전국의 강과 호수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환경부는 1998년부터 큰입배스를 비롯해 붉은귀거북이나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 10종을 생태계 위해성 1등급 동식물로 지정해 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강유역청도 2006년 9월 ‘팔당호 생태계교란어종 포획단’을 발족시켜 큰입배스에 대한 포획활동을 벌이고 있다. 큰입배스는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식용 물고기로서의 가치를 높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맛과 영양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면 식용 자원 조성과 교란종 퇴치라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한강유역청은 기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큰입배스는 평균적으로 칼슘 88㎎/100g, 인 245㎎/100g, 철 4.5㎎/100g을 함유하고 있어서 다른 민물고기에 비해 미네랄 성분이 1.5∼4배가량 많이 들어있다. 반면 지방은 0.4㎎/100g으로 다른 민물고기의 10∼30%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노화를 방지하는 아미노산인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큰입배스가 고급 어종으로 대접받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1960년, 백제의 옛 땅인 충남 연기 출신의 동국대 학생 이재옥씨는 고향의 작은 절에서 부처님이 새겨진 돌을 탁본하여 불교미술을 강의하던 황수영 교수에게 리포트로 제출했습니다. 당시까지 우리 미술사학계에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불비상(佛碑像)이 분명했지요. 황 교수는 곧바로 학생들을 이끌고 연기 전의면으로 내려가 차령산맥 기슭 비암사(碑岩寺)의 삼층석탑 위에서 사방에 부처와 보살이 새겨진 불비상 3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견된 계유명 전씨(癸酉銘全氏) 아미타불 삼존석상은 당장에 국보 제106호로 기축명(己丑銘) 아미타여래 제(諸)불보살석상과 미륵보살 반가사유석상은 보물 제367호와 제368호로 각각 지정되었습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백제 불비상 이뿐만이 아닙니다.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조치원 서광암(瑞光庵)에서는 계유명 삼존천불비상이 발견되어 국보가 되었지요. 또 연기 서면 월하리의 연화사(蓮花寺)에서는 무인명(戊寅銘)석불비상과 칠존석불상을, 이웃한 공주 정안면에서는 납석제 삼존불비상을 찾아내어 모두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이렇듯 백제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연기 일대에서는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7점의 불비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불비상을 역사학계에서 크게 주목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점령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움직임을 짐작케 해 주는 명문(銘文)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이지요. 명문은 마멸되어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계유년 4월○일에 공경되이 발원하여…국왕, 대신, 칠세부모, 모든 중생을 위하여 절을 짓는다.…계유년 5월15일 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상과 관음·대세지보살상을 조성한다.’ 그러고는 발원한 사람의 이름을 나열했는데, 전씨를 비롯하여 달솔(達率) 신차원, 진무 대사(大舍), 목○ 대사(大舍), 상차 내말(乃末) 등이 보이지요. 문제는 달솔이 백제의 관직인 반면 대사나 내말은 신라의 관직이라는 데 있습니다. 학계는 ‘계유년’을 일반적으로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으로 봅니다.671년 신라가 당나라 장수 유인원(劉仁願)을 오늘날의 부여인 사비에서 몰아내자 당나라의 웅진도독이었던 의자왕의 아들 융(隆)도 당나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후 신라는 사비에 소부리주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지게 됩니다. 신라는 백제의 옛 땅에 살던 사람들이 당나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는데,673년 백제 인사들에게 신라의 관직을 준 것도 유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취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계유명 삼존석상에 나타난 ‘대사’나 ‘내말’은 불만스럽지만 회유책에 순응해가기 시작한 사람들인 반면 ‘달솔’ 신차원만은 백제에 의리를 지키고 신라 벼슬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요. ‘국왕, 대신’이라는 표현에는 학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배자인 신라의 국왕, 대신인지, 그동안 충성을 바친 백제의 국왕, 대신인지, 아니면 불사(佛事)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한 국왕, 대신인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점령군 통치로 핍박받은 중생의 넋 달랜 듯 하지만 이 불비상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협시하고 있는 삼존불입니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의 구세주로 인식되면서 죽음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중생에게 위안을 주고, 관세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자비를 베푸는 존재이지요. 백제가 멸망하고, 부흥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죽거나 핍박받은 중생의 명복을 빌고자 절을 짓고, 불비상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 불비상은 미술사에서도 독특한 존재입니다. 아미타삼존불과 광배, 그 양쪽의 인왕상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나한상, 옆면의 주악천인상에 이르는 모든 조각에는 작은 원이 구슬처럼 연결된 연주무늬 장식이 화려하고, 보살의 가슴에는 일종의 목걸이인 영락(瓔珞)이 늘어뜨려지는 등 백제시대 불교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수나라(581∼619년) 양식의 특색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문이 없었다면 이 불비상은 백제시대 것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겠지요.‘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백제의 옛 땅에서, 백제의 미의식을 담아놓은 불교조각’이라는 성격만큼이나 이 불비상에는 점령군의 통치 아래 살아가야 했던 패망국 사람들의 복잡한 심사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dcsuh@seoul.co.kr
  • [토요영화] KBS2 특선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토요영화] KBS2 특선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KBS2 특선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오후 11시 25분) KBS는 토요 특선영화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차례대로 선보인다.5일 방영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The Phantom Menace)’은 총 6편 중 줄거리 연대기 순서상 첫번째 작품(제작은 에피소드 4,5,6,1,2,3, 순으로 이루어졌다.) 1977년 영화가 처음 소개된 이래 2005년 ‘에피소드3’으로 완결되기까지 무려 28년 동안이나 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했던 시리즈를 다시 한번 안방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피소드1’은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라는 구절로 운을 뗀다. 평화롭던 은하계 공화국이 분쟁에 휩싸이는데, 무역연합이 은하계 외곽을 연결하는 무역항로를 독점하러 나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함을 동원해 아미달라 여왕(내털리 포트먼)이 통치하는 나부 행성을 고립시켜 버린다. 공화국 의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원로회의는 비밀리에 두 명의 제다이 기사 퀴곤 진(리엄 니슨)과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를 분쟁 해결 요원으로 급파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주선을 수리하고자 타투인 행성에 들른 퀴곤 진은 노예 구역에 살고 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제이크 로이드)를 만나게 된다.8세의 이 어린 소년에게서 강력한 포스를 느낀 퀴곤 진은 그가 ‘미래의 은하계를 구할 예언의 인물’임을 믿고 노예신분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는 사이, 나부 행성을 함락한 무역연합은 아미달라 여왕에게 합병문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데…. 각본·감독을 맡은 조지 루카스는 ‘터미네이터 2’‘쥬라기 공원’‘포레스트 검프’에서 뽐냈던 특수효과 기술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펙터클한 화면을 감상하는 것 못지않게 리엄 니슨, 이완 맥그리거, 내털리 포트먼 등 화려한 출연진의 열연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 하지만 이야기 구조가 다소 허술하고 캐릭터 묘사가 애매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6편의 ‘스타워즈’가 전편에 걸쳐 던져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야망이 싹트고 뒤틀리는 광경, 술수와 책략이 난무하는 세상, 갖가지 난관을 이겨낸 뒤 빛과 어둠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 등을 통해 영화는 오늘날의 인류를 신랄히 은유했다. 그 메시지에서 얻는 깨달음이 무엇이든,30여년을 함께 한 ‘스타워즈’ 전체 시리즈와의 만남은 영화사적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각별한 시간이 될 듯하다. 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한국 연극의 산실, 대학로 ‘연극투어’ 현장

    한국 연극의 산실, 대학로 ‘연극투어’ 현장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 먼저 올라가서 무대 뒤를 구경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 위. 마이크를 잡은 연극배우 오지혜씨의 코믹한 멘트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들은 배우가 아니다. 아빠·엄마의 손을 잡은 초등학생, 친구·연인과 함께 온 20대, 대학생 딸을 둔 엄마이다. 그동안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봤지만 지금은 무대 위에서 객석을 보고 있다. ●연극의 속살을 맛보다 지난달 30일 올해 처음 열린 ‘대학로연극투어’ 참가자 30명은 무대·음악·조명감독을 차례로 만났다. 무대감독은 1981년 개관한 극장의 역사와 ‘하늘’(김환기 작)을 수놓은 대형무대커튼을 10년에 한번씩 세탁한다는 ‘비밀’을 소개했다. 음악감독은 뮤지컬 노래와 다양한 음향 효과를 들려 주었다. 조명감독은 직접 조명을 비춰 주며 설명을 이어갔다.“이런 연한 황색빛은 보통 바닷가의 노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배우 뒤에서 빛을 쏘면 서광이 비추거나 비장한 장면이 되는 겁니다. 옆에서 조명이 비추니까 콧날이 오똑해 보이죠?얼굴의 윤곽선을 강조할 때나 달밤의 은은함을 표현하기도 하죠.” 엄마와 함께 투어에 참가한 경환(11·신목초 4)이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보면서 무대설치방법이 궁금했는데 알게 돼 신난다.”며 흥미로워했다. ●연극도 보고, 대학로도 즐기고 극장을 벗어난 참가자들은 대형 세트가 들어가는 현장을 보고, 대학로를 산책한 뒤 동숭동 서울연극협회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 바닥에는 동선(動線)을 표시한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진행을 맡은 배우 오씨가 “무대에서는 바닥에 붙어 있는 야광테이프를 보고 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보다 더 먼저 배우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곳이 이곳입니다.”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자들은 서울연극센터를 방문해 다과를 즐기고, 극단 미추의 ‘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손진책 연출) 공연을 관람한 뒤 투어를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와 동행한 임주희(41·강남구 대치동)씨는 “자치구에서 어린이 공연을 많이 열고 있지만 대부분 인기캐릭터를 내세운 유아용이라 아이가 지루해 한다.”면서 “이런 투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 대학생 문아미(23)씨는 “이제 연극을 볼 때 연출자의 의도나 조명의 의미, 배우들의 노력까지 느끼고, 공연을 더 즐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이수재(46·양천구 신정동)씨는 “연극 관람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기회가 많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연극 관람객이 증가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초에 신청 접수 대학로연극투어는 서울문화재단이 한국 연극 100년을 기념해 한국연극100주년기념사업단과 함께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 김현자 서울문화팀장은 “연극·공연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무대 구경과 전문가 설명 등을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로연극투어는 매월 초 서울연극센터 홈페이지(www.e-stc.or.kr)에서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 중 30명을 선정한다.4·6월은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5월은 매주 토·일요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1인당 5000원.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56) 종로구 현대상선빌딩 ‘융점변화’

    [거리 미술관 속으로] (56) 종로구 현대상선빌딩 ‘융점변화’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부드러움을 발견했을 때 약간의 놀라움을 느끼면서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딱딱하고 찬 돌덩이가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의외성을 가진 ‘융점변화’를 보면서 같은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목암미술관과 성곡미술관에 있는 동일한 제목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종로구 세종로 현대상선빌딩 앞에 점잖게 서있는 화강암 조형물 ‘융점변화’(1×1×7m)가 그러하다. 말랑말랑한 직육면체의 지점토를 세워 놓으면 중력을 못견디고 이렇게 우그러지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에 몇분, 딱딱한 화강암으로 어떻게 저리 유연한 곡선을 표현했을까하는 궁금증에 몇분을 흘러보낸다.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계낙영(60) 전북대 미술학과 교수의 작품이다.1977년 첫 개인전을 가진 그는 1986년에 제1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과 동아미술제에서 동시에 수상하고, 지금까지 4번의 개인전과 250여차례의 초대전·단체전에 작품을 내놓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생활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유기적이고 일상적인 형태를 정반대의 물성을 가진 돌에 접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10여년간 이용했던 나무를 버리고 거칠고 경도가 높은 화강암을 재료로 택한 것은 이런 조형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그가 재료로 선택한 돌은 단순하다. 돌덩이 그 자체이거나, 네모 반듯하게 경직돼 있다. 그런 면의 연장에 자연스러운 곡선의 리듬과 매끄러움을 첨가한 것이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점이다. 전체를 손으로 우그러뜨린 모양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에 유연함을 불어넣은 것은 ‘조화’, 돌덩이의 날 것 그대로의 거침과 곡선의 매끄러움을 표현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의미한다. 거칠게 깎이고 잘린 흔적이 생생한 돌덩어리가 품은 정교하고 매끈한 곡선은 작품에 율동감을 돋보이게 한다. ‘돌로부터-3’(서울신문사 소장),‘경칩’(현대미술관),‘형상 89-2-비약’(서울역 민자역사) 등에서도 한결같이 대비와 자연, 직선과 곡선의 변주를 뿜어내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뭉쳐야 산다’ 온라인 협력게임 인기

    ‘뭉쳐야 산다’ 온라인 협력게임 인기

    이용자간 협력을 강조하는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협력 플레이는 온라인게임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혼자서 즐기는 콘솔게임과 달리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온라인게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콘솔게임과 PC게임의 온라인화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했다. 몬스터 사냥은 물론 게임 진행도 혼자 할 수 있었다. 파티나 길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안 해도 어려움이 없었다. 이용자간 협력보다는 경쟁이 강조됐다. 아이템이나 몬스터 사냥을 놓고 경쟁해야 했다. 이용자간 대결에서는 상대방은 협력관계가 아니라 싸워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에 선보이는 온라인 게임들은 처음부터 이용자간 협력을 강조한다. 올 초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엔도어즈의 ‘아틀란티카’가 대표적이다. 아틀란티카는 전작인 ‘군주’ 등과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커뮤니티를 강조한다. 아예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길드에 가입해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길드에 가입하면 인벤토리가 늘어나는 등 실질적 혜택도 있어 이용자간 협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 런던’도 이용자 커뮤니티를 강조한다. 작은 사냥터인 던전에 5명 단위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자간 협력이 중요하다. 헬게이트는 조만간 게임 속 아이템 거래장소인 ‘경매장’과 이용자간 연락수단인 메일링 기능을 추가하는 등 이용자간 협력을 강조하는 기능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스포츠게임에서는 이미 협력 플레이가 보편화돼 있다. 물론 축구나 농구의 한 팀을 한 사람이 조작하는 경우에는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팀을 한 명이 조작하는 게임보다는 각 팀의 한 명, 한 명을 모두 다른 이용자들이 조작하는 게임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3명이 하는 길거리 농구에서 이용자들은 각각 가드, 포워드, 센터 등 자신이 좋아하는 포지션에 따라 다른 사람과 함께 농구를 즐긴다. 또 1인칭슈팅(FPS)게임 장르에도 협력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등장했다. 오는 19일 발매될 EA코리아의 ‘아미 오브 투’는 협력FPS라고 할 만하다. 람보처럼 혼자서 모든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용자나 컴퓨터가 조작하는 파트너와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 파트너도 단순히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높은 곳에 올라갈 때 밑에서 받쳐주고 아군을 적진 한복판에 돌격시켜 적의 시선을 끌거나, 아군을 방패로 이용하면서 적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중외제약 ‘창포엔’ 출시

    중외제약은 최근 인체 유해 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과 암모니아를 뺀 신개념 염색약 ‘창포엔’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암모니아를 아미노산 단백질로 대체해 염색약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없고 눈과 두피의 자극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창포추출물, 피톤치드, 콜라겐 등 천연성분이 함유돼 두피와 모발을 보호해주고 은은한 허브향이 나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 어려운 겨울철에도 실내에서 염색을 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 [특파원 칼럼] 프랑스 ‘교사 폭력’의 그림자/이종수 파리특파원

    [특파원 칼럼] 프랑스 ‘교사 폭력’의 그림자/이종수 파리특파원

    외국에서 ‘경계인’처럼 살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로 익숙한 문화와 새로 접하는 문화의 차이나 그 속도에서 비롯하는 이 혼돈은 처음엔 무척 낯설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최근 프랑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교사 폭행’ 현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교사 폭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폭력의 주체도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학부모가 아니라 학생들이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05∼2006년에만 전국 7924곳의 중·고교에서 8만 2007건의 교사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주간 렉스프레스는 최근호에서 대도시 26개 학교에서는 매일 저녁 교사 폭행 사건이 일어난다고 보도했다. 특이한 현상은 3년 전부터 모욕적 발언이나 폭언 수준이 아니라 교사의 신체에 직접 폭행을 가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립학교에서만 1900건의 교사 폭행 사례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교사에 대한 폭력이 빈번해지자 한 교육 사이트에서는 ‘폭력에 대응하는 10계명’을 실었다. 렉스프레스가 더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폭행을 당한 교사가 ‘악몽’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2005년 12월9일 에탕프의 한 학교에서 수업 도중 한 학생에게 7차례나 주먹으로 얻어맞은 미술교사 카랑 몽테-투탱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법적 소송을 시작했다.”며 “사건에 책임이 있는 행정 당국이나 학교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소송 비용을 대기는 했지만 폭행을 당한 교사들에 대한 따스한 위로는 아직 금기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교사들은 ‘악몽’을 잊고 교단에 다시 서기까지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학자인 크롤드 르리에브르는 저서 ‘학교 폭력의 역사’에서 “폭력의 희생자인 교사들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대안으로 폭행을 당한 교사들이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교육자로서 희생당한 것임을 환기시켜 주고 정신적 치료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아미앵의 한 중학교에서 15세 된 제자로부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받은 마리-클로드 이폴리트 교사의 경험도 엇비슷하다. 그녀는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학교 당국은 물론 동료 교사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교사들은 폭행을 당한 사실을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다른 동료에게 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관행에서는 폭행을 당한 교사가 혼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빨리 상처를 회복하고 교단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사법계·지방자치단체·경찰·교육자·심리학자들이 공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사 폭행 증가와 후속 조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자비에 다르코스 교육부장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학교 평화법’을 제정해 교칙을 강화하고 법률 교사와 변호사들이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의 의무를 주지시키는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우리에게 아직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물질 중심의 사고가 넓어지고 교권에 대한 존경심이 갈수록 옅어지는 현실에 비춰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종수 파리특파원 vielee@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PO 개선론 솔솔

    07∼08여자프로농구가 시즌 막판까지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유례 없는 혼전을 벌이고 있다. 언뜻 흥미진진한 듯하지만 한꺼풀 벗겨 보면 다르다.4위 국민은행의 승률은 .324(11승23패). 반 게임 뒤진 5위 우리은행의 승률은 고작 .303(10승23패)이다. 겨우 3할대 승률을 거둔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낯 뜨거운 상황.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3할대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2007겨울리그의 신세계(.400)가 종전 최저.1∼3위팀과 전력차가 현격한 팀이 우승트로피를 다투는 것이 플레이오프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개 구단 가운데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제도 자체가 팬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 초창기에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으로 도입됐지만 팬들의 눈에는 ‘그들만의 잔치’로 비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제7구단의 창단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2·3위가 플레이오프를 벌인 뒤 1위와 챔피언전에서 맞붙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농구계 안팎에서 높다. 정규리그 1위에게 어떤 메리트도 인정하지 않는 현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는 1·4위,2·3위 승자가 챔피언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몇 달 동안 뼈빠지게 고생해서 정규리그 1위를 해봤자 플레이오프에서 삐끗해 우승을 못 하면 도로아미타불”이라면서 “3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4강체제를 굳이 유지한다면 3·4위전의 승자가 2위와 맞붙고, 다시 승자가 1위와 대결해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4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팀을 떨어뜨리는 방식도 곤란하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27일 구리체육관에서는 홈팀 금호생명이 신세계를 71-65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신세계는 이날 패배로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황소개구리서 노화억제 항산화물질 발견

    황소개구리서 노화억제 항산화물질 발견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황소개구리 피부에서 노화를 억제하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발견됐다. 부산 부경대 화학과 김세권 교수팀은 24일 황소개구리 피부를 가수분해해 얻은 추출물에서 산화작용을 일으키는 각종 활성산소의 제거능력이 탁월한 펩티드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물자원기술’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황소개구리의 피부를 가수분해한 뒤 여기에서 얻은 추출물이 세포막을 이루는 물질인 ‘지질’의 산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추출 물질을 첨가한 지질은 그렇지 않은 지질보다 활성산소에 노출된 후 산화가 훨씬 적게 일어났다. 이는 추출물에 든 항산화물질이 활성산소를 제거해 산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는 성질이 강해 체내에서 세포를 손상시켜 질병과 노화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또 추출물에서 실제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이 12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티드(APBSP)라는 사실과 함께 이 펩티드의 아미노산 서열도 밝혀냈다. 이 펩티드는 항산화제로 널리 쓰이는 비타민 E(α-토코페롤)보다 항산화 효과가 10%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황소개구리에서 분리한 항산화 펩티드는 값이 비싼 비타민E보다 항산화 효과가 좋다.”면서 “물에도 잘 녹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단백질 접힘현상 비밀 풀었다

    단백질 접힘현상 비밀 풀었다

    국내 연구진이 길이가 긴 단백질이 라면 가락처럼 꼬불꼬불하게 접히고 풀리는 과정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단백질의 작용 과정을 밝혀낸 것은 생명공학 연구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부산대 물리학과 장익수 교수팀은 12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원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에너지를 분석, 단백질 접힘(folding)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 주는 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256대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밝혀낸 이 모형을 이용하면 지난 10년간 단백질체학계의 최대 논쟁거리였던 단백질(PSBD) 접힘현상을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다. 단백질 접힘현상 규명은 생명현상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광우병 원인물질로 추정되는 ‘프리온’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변형 과정을 밝혀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Local] 부산, 아미산에 전망대 설치

    부산시는 28일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 지형과 철새,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 중턱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전망대는 강 하구 탐조 벨트의 첫 출발지인 에코센터, 설치 예정인 명지탐조대와 함께 ‘탐조 삼각축’을 구성하게 된다. 아미산전망대는 오는 10월 경남에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의 공식 탐방코스에 포함된다. 시는 또 이 일대를 강 하구 전망대, 맥도생태공원, 삼락강변공원과 연계한 탐조관광 코스를 개발해 국제적인 생태·탐조 관광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아미산전망대 설치로 하루 평균 500여명의 탐조객이 2000여명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홍성 새조개축제 18일 팡파르

    천수만의 특산품 새조개축제가 18일부터 5월 말까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일대에서 계속된다. 속살에 붙어 있는 발이 새부리를 닮아 이름이 붙여진 새조개는 날씨가 추운 1∼3월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좋은 겨울철 별미이다. 천수만 새조개는 단백질에 필수 아미노산이 많고 육질이 뛰어나 호평을 받고 있다. 철분과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 성분도 풍부하다. 요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가 인기다. 축제 기간에 새조개 잡기대회 등 체험행사와 관광객 즉석 노래자랑, 페이스 페인팅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린다. 새조개축제추진위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천수만과 서해안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개최하기로 결정했다.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2)후삼국통일의 기념비 개태사 삼존불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2)후삼국통일의 기념비 개태사 삼존불

    요즘에는 흔히 대학 이름을 따서 지하철역 이름을 짓는다지만, 한때는 역에 절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해남부선의 불국사역이나 호남선의 백양사역, 경원선의 망월사역, 중앙선의 희방사역이 그렇지요. 경전선의 다솔사역에는 이제 여객열차가 서지 않고, 여천선의 흥국사역은 여천산업공단의 화물터미널이 되었습니다. 호남선 개태사역은 절 이름이 붙여진 역 가운데서도 단연 특별하지요. 기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절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역이기 때문입니다. 호남선이나 전라선 열차를 타고 남도로 내려가다 서대전역이 막 지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언제나 개태사의 안부가 궁금해 슬금슬금 왼쪽 차창 밖 산기슭으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개태사가 있는 충남 논산시 연산면은 ‘황산벌’이라고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빠르겠지요. 백제의 결사대가 장렬하게 산화한 이곳에는 계백장군의 것으로 전하는 무덤이 있고, 최근 바로 곁에 백제군사박물관이 세워져 계백장군의 충절을 기리고 있습니다. 백제와 신라의 황산벌 싸움으로부터 276년이 지난 936년 이곳에서는 후백제와 고려가 맞붙게 되지요. 견훤의 큰아들인 신검이 이끄는 후백제군은 지금의 경북 선산 동쪽으로 추정되는 일리천에서 왕건에게 대패한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 싸움다운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항복하고 맙니다. 개태사는 바로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승리의 현장에 세워졌습니다. 신검의 항복을 받고는 곧바로 착공하여 4년 남짓한 공사 끝에 태조 23년(940) 낙성법회가 열립니다. 개태사(開泰寺)라는 이름은 ‘태평한 시대를 연다.’는 뜻으로 태조 왕건이 직접 지었습니다. 절이 자리잡은 황산도 ‘하늘이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천호산(天護山)이라고 바꾸었지요. 왕건은 친히 발원문을 짓는 등 이 절이 갖는 상징성을 널리 알렸습니다. 개태사는 이렇듯 태조의 발원으로 창건된 고려의 대표적인 국찰이었지만,10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절의 분위기는 고즈적함을 넘어서 스산할 지경입니다. 그렇다해도 이 절에는 고려시대 불교조각의 첫장을 연 보물 제219호 석조삼존불상이 있어 역사적 의미는 퇴색하지 않습니다. 창건 당시 개태사는 상당히 넓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발굴 조사 결과 절터는 석조삼존불이 있는 현재의 개태사와 북쪽으로 400m쯤 떨어진 옛터, 그리고 동쪽으로 150m쯤 떨어진 산중턱까지 미쳐있습니다. 당시의 영화가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석조삼존불은 가운데 본존불의 키가 4.15m이고, 왼쪽의 협시보살은 3.5m, 오른쪽의 협시보살은 3.21m 정도입니다. 사진으로는 장난스러워보였던 삼존불을 실제로 대하면 위압감마저 듭니다. 미술사학자들이 아미타삼존불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전각을 미륵이 머무는 용화대보궁(龍華大寶宮)으로 이름지은 것도 개태사를 찾는 중생들이 삼존불에서 미륵의 권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삼존불은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왼쪽 협시보살의 조각솜씨가 조금 더 정교한 만큼 본존과 오른쪽 협시보살은 나중에 왼쪽 협시보살을 모델로 조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절터의 전면적인 발굴로 원래 조각의 흔적이 나타난다면 이런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개태사의 창건이 새로운 통일왕조의 개막을 선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 석조삼존불은 후삼국통일의 기념비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여행길에 지나치는 개태사역은 작은 시골정거장에 불과하지만 그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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