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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초발심을 돌아보며

    가을은 새벽을 타고 온다.요즘 나는 새벽에 찾아오는 가을을 만나기 위해 좀처럼 새벽 예불을 거르지 않는다.한낮이면 다시 여름으로 돌변해 가을은 자취를 감추지만 새벽은 그래도 어김없이 가을의 모습이다.하루의 시작인 새벽을 통해 가을은 자신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낌새를 느끼며 새벽 도량에 서서 나는 출가 생활의 시작을 돌아보았다.그 무엇도 바람없이 오로지 순수하고 맑았던 마음의 그때를.새벽이면 일어나 불을 때 공양을 준비하고,졸린 눈을 비비며 경을 보던 그 시간은 행복했었다.누구에게나 즐겁게 마음을 낮추고,걸음걸이마저도 조심스럽던 그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높아만 보였다. 새벽 도량을 거닐며 나는 가만히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그리고 자신에게 묻는다.그런 날들이 다시 온다면 초발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때 그 모습으로 다시 그렇게생활할 수 있느냐고.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마음을 낮추고 소박하게 웃던 그날은 이제 추억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은 이제 내 마음속에서 늘기쁨의 빛으로 일렁이던 초발심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출가자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처음의 발심한 그 마음을 나는 애석하게도 잃어 버리고야만 것이다.오래 전 어느 절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새벽녘에 잔 자갈이 깔린 도량을 거니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시계를 보았다.아직 예불 시간이 되기에는 삼십 분이나 남아 있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그 절의 노스님이었다.모두 다 잠든 시간에 노스님만이 깨어 법당 주변을 돌며경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일찍 깨어 도량을 밝히는 스님의 모습을보면서 나는 노스님을 왜 큰스님으로 모두들 존경하는지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날이 밝고,나는 스님을 찾아 뵈었다.스님의 지나간 세월의 이야기 속에서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구절이 있었다.그것은 출가 후 오십여년 동안 단 하루도 새벽 예불을거르지 않았다는 말씀이었다.몸이 아플 땐 기어서라도 법당에 갔었고,머리가 아플 땐 머리를 싸매고서도 새벽 예불을 보셨다는 것이다.그리고 먼길을 떠나 다른 곳에 머물때에는 그곳에서도 홀로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모셨다고하셨다. 그것은 스님이 초발심의 수행자로 남아 있다는 뚜렷한 증거였다.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스님은 초발심의 그때를잊지 않고 굳게 지키고 계셨던 것이다. 스님의 방을 나오면서 나는 ‘존경’에 관해서 생각했다. 한 인간이 존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 세월의 빛이 얼마나 푸르러야 하는 것일까.오랜 세월 속에서도 그 푸름을 잃지 않을 때에라야 비로소 우리는 그를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다.존경은 이렇듯 오랜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올리는 지극한 찬사인 것이다. 세월은 때로 해일과도 같고,때로 유혹의 깊은 늪과도 같다.그 세월을 이기게 하는 것은 초발심의 굳은 맹세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세월의 유혹과 무게에 쉽게 무너진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누구나 다 처음에는 맑고 큰 뜻을 지니고 시작을 하지만그 시작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세월 속에서 때로는 퇴락하고 때로는 변색한 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입으로는 대의를 말하지만 행위는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은 초발심을 지닌 삶의 모습이 아니다.우리는 지금 존경심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끝’만을 바라보며 비방과 분열을 일삼고 있다. 고개를 돌려 ‘처음’을 보아야 한다.처음 그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존경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해는 언제나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다. 성전 옥천암 주지
  • 영혼 잠식하는 공포와의 혈투 ‘세븐 데이 투 리브’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엘렌과 마틴 부부는 시골의 외딴집으로 옮겨와 심기일전하기로 한다.그러나 ‘죽음까지일주일이 남았다’는 메시지의 환영을 보게 된 날부터 희망은 다시 산산조각이 난다.남편조차 환영의 실체를 믿어주지 않는 와중에 혼자 환영에 시달리는 엘렌은 23년 전자신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전에 살던 집주인이 정신요양소에 있다는 말까지 전해들은 엘렌은 미스터리의 전모를 캐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세븐 데이 투 리브’(Seven days to live·4일 개봉)는독일의 신예감독 세바스찬 니만이 연출한 공포영화다.일주일의 제한된 시간동안 고풍스런 북구의 고딕풍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공포와의 사투가 납량물로 손색없다. 주인공 엘렌으로 나온 아만다 플러머는 캐나다 출신의 노장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딸이다.토니상을 따낸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틀에 박힌 이야기 단점을 많이 가렸다.
  • “北미사일 요격체제 한반도 구축 절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12일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국이 직면할 가장 가공할 위협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이날 미 상원 국방예산 심의회에 출석,“재래식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력은 취약한 편”이라며 “북한은 현재 수백기의 재래식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과 페르시아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화학탄두와 재래식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전혀 방어수단이 없다”며 “북한의 한차례 공격에도 수만 또는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고 지적했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한반도 전쟁시 미군의 공군기지는 쓸모가 없어지고 미사일 공격으로 함정들은 격침될 가능성이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 영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2호’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어 미사일방어체제(MD)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원 군사위원장인 민주당 칼 레빈 의원은 “북한체제의 첫번째 목표는 생존이며 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은즉각 파멸할 것”이라며 “북한은 아직까지 그들이 보유한 미사일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론에 이의를 제시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외신기자클럽 초청 오찬에서 “북미 협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핵 문제가 ‘절대로’ 다뤄져야 하며 평화와 안보에 직결되는 재래식 무기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구대성 만루홈런 허용 ‘난조’

    구대성(오릭스)이 9일만에 마운드에 올랐으나 만루홈런을두들겨 맞는 등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구대성은 3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과 3분의 2이닝동안 만루홈런을포함,5안타와 3볼넷으로 3실점했다. 앞 투수가 주자를 내보낸 덕분에 패전을 면한 구대성은 3승3패9세이브를 그대로 이어갔으나 방어율은 3.55에서 3.99로 치솟았다. 지난 달 24일 세이부 라이온스전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구대성은 8-8로 맞선 7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아만루홈런을 맞으며 팀의 패배를 부채질,오릭스가 9-13으로졌다.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한국형 지방자치의 정착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제는 그동안 우리사회 민주화의 진전,주민본위의 열린 행정,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린 지역개발 등 다방면에서 많은 긍정적 성과를이룩해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선심행정과 예산낭비,방만한 사업추진 등과 같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제는 많은 성과와 부작용을 함께 낳았으나,어렵게 싹틔운 풀뿌리 민주주의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야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지방자치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놓고 처음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생각들이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지방자치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모든 것은 중앙이 문제다”라는 사람도있다.둘 다 위험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와 비교되는 선진국의 지방자치제는 100∼200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그 사회와 문화에 맞게 발전된 것이다.이에 비하면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너무나짧다.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방자치제의 싹을 섣불리 자른다거나,성급하게 외국의 상황에 맞게 형성된 제도를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좇아만 간다면 이것 역시 큰 잘못을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몸에 맞는 지방자치제를 정착시키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히 문제점을개선하고 우리의 정치와 행정풍토에 맞는 자치제도와 자치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것은 어느 한사람의 노력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이룰 수 없는 것이다.주민,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중앙정부 등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고 서로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주민의 뜻에 맞는 행정을 펼치기 위하여 노력하고,주민은 올바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또한 중앙정부에서는 제도적 보완과 지원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이러한 다방면의 노력들이 결집될 때 비로소 자율과 책임이 조화되는 바람직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습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제는 어느 누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을 위하고 지역과 국가의 공동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일방적인 비난이나 무조건적인 맹신의 자세가 아니라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자리잡고 있어야 이러한 일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어렵게 부활된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아름답게 꽃피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성과 사랑을 쏟고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다. 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
  • 박찬호 2연승 ‘행운’

    ‘코리아 특급’ 박찬호(LA 다저스)는 쾌조의 개막 2연승을 달렸고 ‘핵잠수함’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은 괴력의 ‘탈삼진쇼’를 펼쳤다.박찬호는 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5이닝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며 2점포 1개를 포함해 5안타 4실점으로 버텼고 팀 타선의 폭발로 승리 투수가 됐다.개막 2연승을 거둔 박찬호는 대망의20승 기대를 부풀렸고 방어율은 3.00으로 나빠졌다.지난해9월20일 애리조나전부터 4연승, 3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박찬호는 이날 2회 실점해 연속 이닝 무실점은 33이닝으로 마감됐지만 5연승을 이어갔다.박찬호는 이날 볼넷 4개를 허용하는 등 경기 내내 마운드에서 불안한모습을 감추지 못해 다시 제구력 난조의 우려를 드러냈다. 다저스 타선은 주포 숀 그린의 연타석 홈런 등 홈런 5발로 6점을 뽑는 장타력으로 박찬호의 승리를 도왔다.박찬호의 천적 배리 본즈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1회 선두타자 캘빈 머레이에게 볼넷을 내준 박찬호는 라몬 마르티네스를 삼진으로 낚으며 도루를 감행한 1루주자를 2루에서 잡아 단숨에 2사를 만들었다.이어 본즈와 제프캔트가 연속 내야실책으로 출루했지만 박찬호가 스노우를2루 땅볼로 처리, 33이닝째 무실점을 이어갔다.그러나 2회선두타자 아만도 리오스의 볼넷에 이어 러스 데이비스에게 뜻밖의 중월 2점포를 맞아 무실점 행진을 마감하며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다저스가 그린-캐로스의 랑데부포로 2-2 동점을만들자 박찬호는 3회를 삼자범퇴,4회를 2안타 무실점으로넘겼다.다저스 타선은 3회말 그루질라넥의 2점포와 그린의1점포로 3점을 달아나고 4회 도넬스의 1점포와 탐 굿윈의2타점 적시타로 다시 3점을 추가,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박찬호는 5회 연속 볼넷이 빌미가 돼 다시 2실점한 뒤 8-4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다저스는 6회 그루질라넥의 2타점쐐기타와 허지스-올슨의 무실점 역투로 10-4로 이겼다. 박찬호는 오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나서 개막3연승에 도전한다.한편 김병현은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4-8로 뒤진7회초 등판,2이닝동안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낚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이로써 김병현은 2경기,3이닝동안 방어율 0을 기록하며 삼진 9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그러나 세인트루이스에 4-8로 졌다. 김민수기자 kimms@
  • 술 한병에 500만원

    한병에 500만원짜리 초고가 위스키가 국내에서 인기리에팔리고 있다. 영국 맥켈란사(社)에서 싱글 몰트위스키 ‘맥켈란’을 수입하고 있는 ㈜맥시엄코리아는 지난달부터 ‘맥켈란 1946’ 한병(700㎖)을 500만원에 팔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양주잔에 술이 30㎖쯤 들어가므로,이 술 한잔 값은 20만원쯤 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팔린 최고가 양주는 코냑인 루이13세로300만원대이다. 맥아만을 원료로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만든 ‘맥켈란 1946’은 현재 전 세계에 3,000병 정도가 있으며,이번에 판매되는 제품의 국내 출고가는 300만원대로 알려졌다. 맥시엄코리아 김주호(金周昊)이사는 “시범판매를 시작한 지 보름만에 7병이 팔렸다”면서 “연말까지 50병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 [이사람] 여성원로과학자 신영애박사

    국내 생명과학계가 미국과 교류를 시도할 때나 거꾸로 미국 과학계가 한국 사정을 알고자 할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통하는 길이 있다.재미 원로 여성과학자 신영애박사(辛英愛·69)를 만나는 것이다. 미국립보건원(N I H)에서 35년간 연구원과 과학행정가로활동해 온 신박사는 워싱턴D.C.주변 과학계는 물론 정계,관계에 촘촘한 그물망을 갖고 있는 마당발. 그가 미국생활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 위해 한국에왔다.공직을 은퇴하고 고국의 젊은 과학도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경험을 나누고자 영구 귀국한 것이다. 한발 먼저 들어와 서울 청담동에 빌라를 마련해 놓고 그를기다린 남편은 “노인네가 은퇴까지 하고 한국에 와선 뭘그리 바쁘게 돌아다니느냐”며 제발 편하게 좀 살자고 충고를 한다.하지만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국제협력실상임자문관이라는 공식 직책에 연세대,서울대,이대에서강의까지 맡은 그는 “바쁘게 사는 건 내 천성”이라며 슬쩍 빠져나간다. 6·25전쟁 통에 도미해 대학을 졸업한후 2년 간격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 2년만에 종신연구원직을따내며 과학행정가로 자리잡기까지는 그의 이런 천성이 큰몫을 했다. 대학원때부터 ‘뻔뻔한’ 성격에 조직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는 동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교수나 디렉터를 대리하는 일이 많았고 외부 회의에 자주 참석하게 되면서 뛰어난 대인관계 수완을 발휘해 마침내 행정쪽으로 방향전환을 권유받기에 이른다.그가 마지막 10년동안 맡았던 연구평가담당관은 국내외에서 들어온 각종 연구지원신청과제에 대해 적절한 관련전문가를 찾아내고 평가단을 구성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자리다.자연히신진 연구자들을 키워주기도 하고 실력있는 전문가를 사귈수도 있어 광범한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또한 연방예산을 사용하기 위한 의회 설득작업을 통해서는 관계와 정계 인사들과도 빈번한 접촉을 갖게 돼 인맥 구성은 더욱다양해진다.신박사는 이곳서 쌓은 연구관리 노하우를 모국에 아낌없이 전수하는 한편 타고난 근면함,애국심을 바탕으로 한미간 교량역을 도맡아 왔다.워싱턴D.C에서 정례적으로 열리는 한미과학기술포럼은 그의 역할이 숨겨진 대표적 사례. 지난 학기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시작한 ‘과학커뮤니케이션’강의는 그가 귀국후 가장 즐겁게 몰두하고있는 분야다.“NIH는 연간 80%의 연구비가 외부에 개방돼있다.한국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구비를 따낼수 있다.나의 목표는 유망한 고국의 과학도들에게 NIH 평가자들을 설득할수 있는 의사소통기술을 가르쳐맘껏 연구를 펼칠수 있게 하는 것이다”과학자들끼리,혹은 과학자와 대중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수 있도록 글쓰기, 발표력 등을 훈련하는 이 분야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사실 과학자들은 어렵고 폐쇄적인 전문용어로 대중들을 소외시켜 왔다.그러나 이는 오직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과학자의 사명에 어긋나며 실제로 국민과 정책결정자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더 이상 과학의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상황에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훈련이 필수적이라는게 그의 소신이다.영어로 진행되는 이 강의는 반응이 좋아 출강 요청이쇄도하고 있다. 그는 미국대학 경제학교수로서 역시 은퇴한 남편과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자녀들은 프린스턴 스탠포드 다트머스등 명문대와 예일등 대학원을 나와 법률 금융분야에서활동한다. 일과 결혼,가족을 모두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이었을까.“남들이 안할 때 일찍 시작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그는 그래도 한가지만 들어달라고 하자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가능성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가 귀국함으로 해서 미국의 유용한 한 거점을 잃어버리게 된 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들었다.그러나 그는 “NIH는 은퇴한 나에게 국제협력국 상임과학자문관 직책을 주며방까지 마련해 주었다”며 “언제든 내역할이 필요한 때면 달려가겠다”고 말한다.나아가 미국의 친구들을 국내에끌어들여 합동강의를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고 들려 주었다.과학계의 맏누이 같은 그에게 칠순 나이로는 믿기지 않는 에너지가 느껴져왔다. 신연숙편집위원 yshin@. *신영애 박사는. ■32년 서울출생(본명 임영애,‘신’은 남편의 성)■53년 도미■56년 미국 머서대(조지아 메이컨 소재)졸업(화학전공)/58년 오하이오주립대(콜럼버스 소재)석사(무기화학전공)/60년 〃박사■61∼63년 일리노이대·65∼67 미국립보건원(NIH)산하 노인학연구센터 박사후과정■67∼89년 NIH 노인학연구센터 분자세포생물학연구실 무기생화학부 연구원■89∼91년 NIH 노화연구소 분자세포생물학 프로그램관리담당관/일반의학연구소 질환세포및 분자기초 프로그램 담당관/당뇨 소화 및 신장질환연구소 신진대사질환연구프로그램 담당관■91∼99년 〃 구강및 두개안면연구소 연구평가담당관■99년12월31일자로 NIH은퇴■2000년 5월 영구귀국■∼현재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정책평가원 국제협력국 상임자문관/NIH 포가티국제센터 국제협력국 상임과학자문관/한국과학기술원·이화여대등 출강. * NIH와 한국인 과학자들. 미국립보건원(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메릴랜드주 베데스타 소재)은 미국정부 산하기관이지만 인류건강증진을 위한 의학연구의 세계적 메카라 할 만하다.연구영역만도 미국인들에 많은 심장병에서부터 AIDS,인간게놈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전(全)지구적이며 새로운 지식의 싹이 보이는 곳이면 국적,소속,신분,연령을 불문하고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유명하다. 이같은 사실은 연간 203억달러(2001년기준)의 예산 중 자체 연구소에서 쓰는 돈은 10%에 불과한 반면 일반 대학및민간연구소,외국기관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82%나 되는 것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나머지 8%는 행정비용).국립암연구소등 26개의 산하 연구소와 센터에 4.000명의 박사급연구진을 포함한 1만5,6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NIH밖에서 연구에 참여하는 인원은 2,000개 연구소,5만명에이른다. 지난 2월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한 것을 비롯, 22년 사이 미국내 심장병사망율을 36% 감소시키고 5년간 암환자생존율을 60% 증가시켰으며 90년도 세계최초로 유전자치료를 실시하는등 연구성과도 눈부시다. 이곳에서 연구를 하거나 연구비를 지원받아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가 97명이나 될 정도다. 외국인들에 대한 문호도 활짝 열려있어 이곳서 연구하는한국인 과학자는 250명에 이른다.이는 중국(300명)에 이어두번째. 연구자로서 최고지위인 랩 치프(Lab Chief,세포신호전달연구실장)에 오른 이서구박사는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정신의학연구소 진혜민박사·생명공학정보센터 장원희박사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해 화제가되기도 했다.국내에서는 서울대 연구처장을 맡고 있는 의대 박상철교수가 이곳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치는등 학계,연구계 인사가 많아 동창회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국인들의 NIH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높아만 가고 있다.NIH는 99년과 2003년사이에 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으며올해도 약 6%,10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이뤄져 이 계획은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신연숙편집위원
  • 北노모에 보낸 이후성翁의 애끊는 서신

    “통일이 되면 어머니를 꼭 모시러 갑니다.꼭,꼭 살아만계셔주십시오.사랑합니다 어머님!” 남북한 1차 서신 교환 편에 북쪽에 있는 93세 어머니께 고향과 가족을 그리는 애끊는 사연을 띄운 이후성(李厚成·75)씨는 15일 TV 뉴스를 통해 판문점에서 편지가 담긴 행낭이교환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엉엉 울었다. 이씨는 지난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휠체어에 중풍으로불편한 몸을 싣고 평양에 가 어머니 장오목(張五木), 부인김선녀(金仙女·73),아들 인수(仁洙·56),막내 여동생 순금씨(56) 등을 만난데 이어 1차 서신 교환자로도 뽑히는 행운을 안았다. 며느리 박현옥(朴賢玉·34)씨가 받아쓴 편지에는 1·4후퇴 때 헤어진 가족과 고향인 황해도 평산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어머님,남쪽의 산과 들은 봄을 맞이하고자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그 곳 역시 봄맞이에 분주하겠지요.어머님을 뵈옵고 지금까지 꿈이런가 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씨는 상봉 때 치매로 의식이 희미한 아흔셋 되신 노모가“인수 아버지 왔다”는 소리에 “정말? 인수 애비가 왔어?어디 보자”하고 10년 만에 말문을 열었던 기적 같은 일을되새기면서 눈을 꼭 감았다. 이씨는 “일부러 고향과 가까운 파주에 자리잡고 통일이되면 가족들을 데려오려고 집도 2층으로 크게 지었다”면서“적십자사로 편지를 부친 뒤 답장이 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조남현교수‘문학위기’진단

    문학전문 계간지 봄호들이 정성들인 여러 기획물을 싣고 차례로 출간되는 가운데 ‘21세기문학’은 문학의 위기 문제를 다룬 특집을 마련했다.기획에 참가한 문학평론가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교수는 ‘문학위기,그 현상론과 초극론’이란 글을 통해 위기의 실상과 나름의 극복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조교수는 서두에 “문학무용론이나 문학소멸론으로까지 확대되곤 하던 문학위기론은 이제 문인들 사이에서 신선감마저 사라진 공론이 되어 버린 지 벌써 수삼년이 되었다”라고말한다.그러면서 “위기론이 비등하는 그만큼 문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문인들의 창작욕과 그 성과의 양적 결과는 옛날과 별로 다름이 없다”는 복합적인 현상을 보고하고 있다.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문인들에게 닥친 무관심과 푸대접,소외와 압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견해다. 작가들과 시인들에게 돌아갈 정신적·물질적 보상이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 문학의 장래는 당연히 비관적으로 비친다. 문학작품들에 대한 독자 호응도는 계속 낮아만 가고 있다.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작품 이외의 것을 전혀 읽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삶의 영위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늘어만 가는 것이다.잠재적인 문학독자 중 상당수가 멀티미디어·컴퓨터·게임 열광자로 돌아서는 가운데 우리사회는온통 경제성장 제일주의자,세계화주의자,실용주의자 등 ‘비문학적’목소리로 뒤덮여 있다. 위기의식에 젖었다고 해서 모두 비관론으로만 빠지는 것은아니다고 조교수는 지적한다.문인 지망생 숫자가 줄지 않고,문예지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문인 배출을 목표로 하는문예창작과가 경쟁적으로 신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문학서적 출간을 주종으로 하는 출판사와 전업작가들의숫자 역시 줄어들지 않았음을 근거로 든다.물론 이 현상도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병적인 근인이 잡힐 수 있지만조교수는 아무튼 우리 문학의 미래를 최소한 어둡지 않은 것으로 보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조교수는 “인간이 있고 삶이 있는 한 문학은 끝까지 남을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문단 밖에서건 문단 안에서건 훨씬 많다”고자신한다.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문학은 점점 쓸모가 없어져 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한다.그동안 문학은 고상한 오락의 제공,사상의 생산과선전,정보제공,사회계몽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행사하여 왔으나 영화 대중음악 인터넷 드라마 스포츠신문 등한테 밀리면서 어느 기능 한가지도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것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보다 재미있고 보다 쉬운 매체를 만들어 내자고 경쟁하는 같은 문화산업 종사자들 앞에서 문학은 점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조교수는 이같은 문학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의 첫째로 시집 소설집 평론집 등 문학서의 과다 출간현상과 관련해 문인들이나 츨판사들이나 ‘양’에 지나친 관심을갖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그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또 누가 썼든 문학서는 일단 읽을가치가 있다는 많은 문인들의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둘째로 계몽주의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독자층 규모가 문예지를 기준으로 해 전체 인구의 5,000분의 1도 못 되는 판세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셋째,문학이 아니면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도 줄 수 없고,게임도 줄 수 없는 것을 찾아내야 하고역사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줄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시인은 시인대로 소설가는 소설가대로,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교수는 역설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요리 비화] ‘바닷가재 전’에 매혹된 미테랑

    지난 93년 가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국빈자격으로 비공식 방문했을 때다.문화계인사로 영화배우 소피 마르소와 세계적인 건축가 세자르 등이 다수 동행했다.미테랑은 외국 방문시 요리사를 항상 동반하기로 유명했다.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프랑스에서 요리사는 물론 음식이 대통령 입에 바로 들어가기 직전 미리 맛을보는 검식관까지 동행했다.그만큼 미테랑 대통령은 까다로운입맛을 가졌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비공식 칵테일 리셉션이 있던 날 우리호텔에서 음식을 맡게 됐다.외국의 카나페처럼 식사전에 가볍게 식욕을 돋굴 수 있도록 개발한 한국식 카나페 메뉴는‘바닷가재 전’이었다.말그대로 바닷가재로 만든 전이다.그리고 너비아니 구이를 꼬치에 꽂아만든 ‘산적’등을 준비했다. 결과는 대성공.미테랑 대통령은 요리사에게 “무엇으로 만들었느냐,맛있어 보인다”는 등 몇마디 말을 던진 뒤 검식관의 시식도 무시하고 바로 바닷가재 전을 들었다.한번 맛을본 뒤 포크나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손으로 전을 들고 한입 한입 천천히 베어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곧이어 소피 마르소와 세자르 등에게도 음식을 권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꼬치에 꽂혀있던 산적을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 먹으며 “트레 비엥(아주좋다)”을 연발했고 와인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맛이라고 칭찬했다.이때 검식관들은 매우 당황한 얼굴이었다고 당시 통역을 맡았던 외국어대 최정화 교수가 나중에말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세계적인 영화배우,건축가들은 명성 때문에 모든 면에서 깐깐하고 도도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던지라 생각외로 소박하게 음식을 음미하는 미테랑 대통령을보며 뿌듯한 느낌이 가졌다.그뒤 2년이 지난 95년 미테랑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맛있게 음식을 들던 모습이 눈앞에 한동안 어른거렸다. ◆ 정영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총주방장
  • 취업 기상도/ 고시학원 시장 확대 걸맞게 위상 갖춰야

    사법시험 최종합격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있어 “합격의문이 넓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는 사시제도에 따라 사시 4회응시 횟수 제한 조항이 폐지되면서 수험생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요소도 사라진 상태다. 선발인원의 지속적인 확대는 여러가지 현실적 한계가 있겠지만 이로 인해 수험생 순환이 빨라지게 되면 사시와 관련한 각종 부작용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하지만 실제로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과목별 학습량은 점점 많아지는 반면,시험은 다양한 형태로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시 준비생들이 고시촌으로 몰려들고,고시학원은 수강생들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간모양이다.현재 대다수 고시학원은 역할에 비하여 경영상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구조와 시스템이 아직은 불안하다.여러가지 원인을 분석하고는 있으나 선발인원의 증가에 비례하여 수강생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선발인원의 확대로 실력있는 자원들이 합격하여 수험가를빠져나가고 있는 반면,불합리한 이유로 인한 ‘연수원생의학원강의 불가’ 방침 때문에 고시학원의 특성상 강사 수급이 최근 몇년 동안 정체되고 있다.때문에 학원마다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학에서마저 수익사업을 위해 어울리지 않는 각종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시학원들이 고시열풍이 불어닥친 과거만을 생각하고 안주해서는 안될 처지에 놓였다.더 이상 고시학원은 제도교육권의 사생아만은 아닌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는 집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이제 고시학원은 이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고 지방 학원의 성장추세와 인터넷 화상강의에 대비,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기인 것 같다. 한경훈 한국법학원 실장
  • 혐오음식 고문… ‘마루타’ 된 연예인들

    공중파 쇼 오락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을 불러다놓고 벌칙이란 미명하에 기상천외한 음식들을 먹여 연예인들이 가히 ‘미각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방송사측은 시청자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제공이라 포장할지 모른다.하지만 프로는 많아도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출연자는 대부분 정해져 있고 보면,오늘 여기서 ‘건강주스’를 마신 이가 내일 저 프로에서 ‘벌떡’을 물고 오만상을 구기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혐오음식 먹이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프로가 MBC ‘전파견문록’.셋씩 두팀으로 갈라 퀴즈를 못맞춘 팀에 제공된 음료수 세잔 가운데 한잔은 콜라,요구르트 등을 가장한 간장,새우젓 따위.이걸 들이킨 한명이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괴로워 할 것은 뻔한 일. ‘전파견문록’은 이같은 기본포맷으로 이후에도 생야채·피자 먹이기 등등 변형·발전판을 꾸준히 개발했고,이는 전파를 타고 번져 오락프로들을 휩쓸고 있다.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1월 하반기부터 마늘,생강,젓갈 등을 갈아만든것을 출연진에 건강주스라며 들이키게 하고 있다.SBS ‘두남자쇼’에서도 진행자와 게스트가 프로그램 끝머리에 모여앉아 인형으로 확률게임을 벌인 뒤,결과에 따라 순도 100%의마늘주스,식초주스,계란노른자주스,양파주스 등을 마셔야 한다.KBS-2TV ‘서세원쇼’ 토크박스 코너에선 분위기를 못띄웠다고 지목당한 패널이 겨자,된장 등 고물이 잔뜩 든 ‘벌떡’을 먹어야 하며,MBC ‘코미디하우스’에선 끝말 잇기에실패할 때마다 물 500㎖씩을 들이킨다.한꺼번에 네잔씩 마시는 ‘불운아’도 나온다. 이처럼 억지스런 벌칙이 브라운관을 난무하는 요인으로는 시청자 가학심리에 편승,손쉽게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안일한 제작태도가 꼽힌다.한번 자극을 맛보면 그보다 강도를 높여야만 반응하는 자극 상승법칙에 맞추려다보니 갈수록 기괴한 메뉴가 개발된다는 것.시청자 비평모임 매비우스 조은숙 기획부장은 “과거에는 남자 연예인을 여장시켜 밖으로 내보낸다든지,차에 태워 한강에 빠뜨려선 빠져나오게 시킨다든지,주로 몸으로 떼우는 벌칙이 주를 이루던 것이 쇼프로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나마 스튜디오 안으로 끌려들어온 것”이라며 “우리나라 공중파들의 시청률 강박이 해소되지 않는이상 이같은 연예인 괴롭히기는 포맷만 바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독자의 소리/ 세계지도에 일본해·동해 병기 제정 협의 했으면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지도정책위원회가 일본해와 동해의 병기를 포함하는 세계지도 수정안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고 한다.일본해로만 기재된 동해의 명칭이 한국정부의 이의 제기에 따라 일본해·동해를 병기하게 된 것이다.정부 노력이 결과를 얻은 듯해 흐뭇하다. 그런데 일본해와 동해의 병기가 과연 우리 국익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의심스럽다. 동해나 일본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의 인지도와 관계 있기 때문이다.동해는 병기가 아닌 독자적으로 불려야 할 명칭이다.병기될 이름이라면 동해 대신에 한국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차라리 일본해나 동해가 아닌 제3의 명칭을 제정하는것을 협의하는 것이 훨씬 실속 있을 듯하다.지난 91년 걸프전 당시페르시아만이 걸프만으로 바뀐 전례를 생각해보자. 신재일[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 ‘사라져가는 것들’에 보내는 헌사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낸 민속학자 김광언 인하대 사범대교수(62).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방식을 못내 아쉬워하며 평생을 이 분야 연구로 일관했다.관련 저서만 17권.이번에 3권을 보탰다. ‘디딜방아 연구’(지식산업사)는 박물관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는‘구시대 유물’에 대한 애정의 산물이다.곡물을 빻는 디딜방아를 1969년 처음 만난 뒤 30여년동안 국내는 물론이고 아프리카·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를 뒤져 자료와 사진 등을 수집했다.디딜방아의역사와 지방별 차이,풍속도와 문헌에 나타난 내력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외국과 비교도 했다. 디딜방아는 한나라(BC206∼AD220)초기 중국 사람들에 의해 발명돼 4세기 이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해외 문물을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걸음 진전시키는 독창성을 발휘했다.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두 틀의 외다리방아를 나란히 놓고 쓰는 판에,우리는 두다리방아를 개발한 것.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를 놓고 연암 박지원은 ‘과농소초’(課農小抄)에서 중국의외다리방아에 비해 우리 두다리방아는 나무 구하기가 어렵다는 등 매우 불편하다며 9가지 나쁜 점을 늘어놓았다.저자는 연암의 사대주의적 발상을 비판하며 고능률 등 9가지 좋은 점을 제시했다.조상들의 방아에대한 애정은 지극했다. 방아머리 방아허리 방아다리라 부르는 등 사람의 몸처럼 여겼다. 입방아 엉덩방아란 말도 썼다. 방아로 돌림병을막는 풍습은 전국적이었다. ‘뫼에 올라 산전방아 들에 내려 물방아… 칠야심경 깊은 밤에 우리님은 가죽방아만 찧는다’는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에서도 알 수있듯이 옛적에는 디딜방아 찧는 행위가 남녀의 교합을 연상시켰다.그런 이유로 안채 부근에는 세우지 않았다. 현암사의 한국문화예술총서 제16권으로 나온 ‘우리생활 100년-집’에서 김교수는 장독대와 굴뚝이 밀려나고 부엌에서 주방으로,마루에서 거실로,뒷간에서 화장실로 바뀌어가는 우리 주거생활의 변천을 살펴본다.물장수와 나무장수 등 잊혀져가는 15가지 생업의 세계도 소개한다. ‘민속놀이’(대원사)에서는 347가지 놀이를 전파 과정과 함께 설명한다.귀에 못박히도록 들어온 ‘민족 고유의 전통놀이인 윷’이 인도의 ‘파치시’란 놀이에서 전래됐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이 놀이를 즐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에 대한 조사(弔詞)라고말한다.우리가 편리함을 얻은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김주혁기자 jhkm@
  • 체니 경영 맡았던 홀리버튼社 이란과 불법거래 드러나 말썽

    [뉴욕 연합]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석유시추업체홀리버튼의 외국 자회사가 이란과 거래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홀리버튼의 자회사가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페르시아만에서의 석유시추 활동에 참여해 왔다고 밝히고 이는 이란과의 상거래를 금지한 미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에 따르면 홀리버튼의 자회사가 테헤란에 사무소를 연 것은 1년여 전으로 체니가 홀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 재직중일 때다.
  • [이사람] 피아니스트 이희아양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난을 극복한 사람들,평범하지만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독특한 개성의 사람들,다른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는 사람들,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엿보는 ‘이사람’ 시리즈를 2주일에 한번 월요일에 싣는다. 정오의 햇살이 피아노 위에 내려앉는다.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희아가 피아노 앞에 앉는다.그녀의 네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춘다.잘린 허벅지로 특수 제작한 페달을 밟으며 네 손가락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한다.환상적인 선율이 그녀의 작은 거실에 울려퍼진다.희아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세상의 불편함을 뛰어넘었다.피아노를 칠 때는 살아 있음을 느끼는 행복한 순간.그녀의 피아노 소리는 희망의 멜로디가 되어 넓은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네 손가락의 파아니스트인 이희아(16).그녀는 지금 주몽중학교 2학년이다.주몽학교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희아는 태어날 때부터 한 손에 손가락이 두개씩 밖에 없다.다리는 막대기처럼 가느다랐다.발가락도 하나씩 밖에 없었다.세 살때 기형인 허벅지 아래를 잘라냈다. 희아는 그러나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불굴의 의지와노력으로 그 장애를 뛰어넘었다.열 손가락으로 치는 다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연습으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가 됐다.하루에 5∼10시간씩 연습했다.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엉덩이가 짓무르기도했다.그렇다고 피아노에 천재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가장 뛰어난 재능은 육체의 장애와 고통을 이기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참을성이다.희아는 태생적 비극을 극복하고 ‘희망의 낙원’을 만들어가고 있다.그녀의 아름다운 삶의 풍경은 검은 탐욕과 허영의 탁류가 흐르는 혼탁한 사회 속에 희망과 구원의 빛처럼 빛난다. 희아는 세월의 그릇을 알차게 채워오고 있다.희아에게는 ‘오늘 하루’가 중요했다.내일은 늘 불안했다.어릴 때의 집은 병원이었다.여섯 살때까지 거의 병원에서 지냈다.그 후에도 허벅지에 물이 생기는증상과 뇌출혈 등으로 자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희아는 정상적인 어린이들 보다 더 밝고 명랑하다.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아이들이 놀려대도 피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심하게 놀려대는 어린이들이 있으면 “그래 나는 귀신이다.귀신이랑 놀자”라며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놀리는 아이들을 곧 친구로 만드는놀라운 친화력이 있다.희아의 얼굴에는 그늘이라고는 조금도 없다.조그만 얼굴에 귀여운 눈 그리고 분홍빛 머리핀이 잘 어울리는 희아는동화 속의 아이처럼 예쁘다.집에서는 허벅지로 종종 걸음을 하고 밖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한다. 희아의 이야기는 국내 뿐 아니라 CNN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네 손가락의 즉흥환상곡’이라는 동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99년에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탔다.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신지식인 청소년’에 선정되기도 했다.2000년 1월23일에는 서울에서 독주회를 가졌다.같은해 10월 중순에는 호주를 방문,8차례의 연주회를 가졌다. 오늘의 희아 모습 뒤에는 자신의 눈물겨운 노력과 어머니의 헌신적인 희생 그리고두명의 피아노 선생님이 있다.희아는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손가락을 자유롭게 놀려 글씨라도 예쁘게 쓰고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피아니스트가 되게 하려는 마음까지는 없었습니다”라고 희아 어머니는 말한다.그런데 피아노 선생님 구하기가 어려웠다.장애아라고 모두 거절했다.그러던중 희아 어머니가 근무하던 산부인과 병원의 간호사로부터 조미경‘숲속 피아노 학원’ 원장(33)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희아가 건반을 힘껏 눌러도 피아노 소리는 제대로 나지 않았다.손가락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었다.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조미경 선생님은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습니다.정말 열정적이었죠.나도 엄하게 키웠는데 조 선생님은 나보다 더 엄했습니다”라고 희아 어머니는 그 때를 회상한다. 희아는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난 92년 전국 학생연주평가회 유치부에 나갔다.주최측은 당초 연주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혐오감을 준다며 희아의 출전을 거부했다.그러나 조 원장의 끈질긴노력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희아는 와이만의 ‘은파’로 최우상을 탔다.그후 여러 연주회에서 많은 상을 탔다. 희아는 99년 베로니카 수녀님의 도움으로 김경옥 서울음대 강사(46)를 만났다.김 강사는 일주일에 두번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희아는김 강사의 ‘음악성’이 있다는 말에 힘을 얻고 있다.“희아는 감성지수가 높은 것 같습니다.음악성이 있어요”라고 김 강사는 말한다. 희아 어머니는 두 사람의 선생님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희아는 요즘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영어는 재미있어요.그런데수학은 너무 어려워요.”집에서 쉴 때는 컴퓨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가장 좋아하는 탤런트 안재욱의 노래를 잘 부른다.안재욱과 같이찍은 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요즘은 4월20일 아셈홀에서 있을니르바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모차르트의 콘체르토를 연습하고 있다. 희아는 꿈이 많다.“대학에 가서 부전공으로 영화를 공부하고 싶어요.강제규 감독님의 ‘쉬리’처럼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시나리오도 쓰고 영화 음악도 만들고….그러나 가장 큰꿈은 백건우 선생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예요.” 희아는 헬렌 켈러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그는 연주회 때의 수익금을 장애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희아는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싶어한다.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와 힘이 되고 싶다고 한다.“장애인들 뿐만 아니라삶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되고 싶어요.”이창순 편집위원 cslee@. *희아만큼 감동적인 엄마 우갑선씨. 희아 어머니 우갑선씨(46)의 삶은 소설보다도 더 감동적이다.그의삶은 보통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희생의 연속이다.그러나 우씨는 그 희생을 행복의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며 거친 세상을 살아왔다. 우씨의 어린시절은 유복했다.아버지는 진주에서 약국을 운영했다.팔 남매의 둘째딸로 태어났다.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원호병원(지금의 보훈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그 병원에서 포병학교를 수료하고 67년 포병소위로 임관했다가 같은 해 사고로 척추부상을 당한 후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환자를 간호하게 됐다.그것은 운명적 만남이었다.집안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 남자와 결혼했다. 희아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후 태어났다.“유전적 요인이나 감기약 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희아가 태어났을 때 마음이많이 흔들렸습니다.그러나 하느님이 보살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우씨는 희아를 당당하고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공중목욕탕에도 데리고 다녔다. 우씨는 희아가 태어난 후 산부인과 조산사가 됐다.희아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출근하며 일했다.그러던 중 유방암이 발병했다.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수술후 2년이 지났다.그런데 갑상선 호르몬 이상으로 요즘도 힘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우씨는 지금 희아와 둘이서 산다.1급 척수 장애자인 아버지가 지난해 6월 장 천공 등의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희아 아버지의 죽음은 가족에게 너무 큰 슬픔이었습니다.아직도 실감이 안나요”희아 아버지의 죽음으로 연금이 4분의 1로 줄어 생활이 더 어렵다.희아네는 서울 상일동에 있는 신생보훈빌라에서 산다. 우씨는 92년 장한 어머니상을 탔다.그는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말한다.“보잘것없던 희아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 [여성 선언] 설에 생각해보는 가족문제

    설날을 이틀 앞두고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다.다시 불어닥친 국가경제 한파로 가계마다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과 심리적 불안감은 높아만 가는데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귀성행렬이 줄을 잇는다.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건,가까이 모여 산 식구건 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고자 하는,귀소본능에 가까운 우리의 설 풍경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더 찾게 되는 가족.‘가족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라는 보편적 믿음이 우리마음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그 믿음만큼 현재 우리사회의 가족들이 정말 편안한 안식처인가 자문해 보면 그 답은 아닌 경우가 오히려 많다.부부와 부모-자녀간에,그리고 형제자매간에 소외와 불신이 생기고 심지어는 학대와유기현상도 자주 일어난다.평범한 가족일지라도 원활한 대화소통이이루어지지 않고 서로의 관계와 역할에서 갈등이 존재해온 지 이미오래다. 특히 경제적 위기로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제까지 안으로만 곪던 가족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실직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이혼·별거중이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으며,매일 994쌍이 결혼하고 323쌍은 이혼한다는 1999년 인구동태 통계 결과나,청소년의 상당수가 가출을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듯이 가정해체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가족구조도 바뀌고 가족관계도 변화해 왔지만,달라진 가족 구조와 기능에 맞는 적절한 역할과 관계를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 내에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없으므로 생기는 현상이다. 진짜 가족의 위기는 단순한 이혼율의 증가에 있지 않고,사회는 이미엄청나게 변해가는데 권장하는 가족윤리와 가치관은 예전 전통시대의것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에 있다.그러니 버림받는 노인 아닌 부모가 없고,패륜아·이기주의자가 아닌 자식이 없는 상황이다.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같은 ‘가족지체’의 예가 바로 설을비롯한 명절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명절증후군’.가족 모두가 즐겁게 보내자고 모이는 명절에 병명까지 생겨났다. 명절이나 제사때 대부분의 여성은 성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스트레스도 크게 받는다.하루종일 부엌에서 음식 장만하느라,상차리느라 바쁘지만 정작 차례에는 참여하지 못하기도 하고,남자들은 집안일인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놀고 먹기만 하는 모습.성별이나가족간 서열에 따라 분명히 위계질서가 잡히는 가부장적 명절문화부터 바뀌지 않는 한 명절에 가족불화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명절뿐만이 아니라 일상사에서 중장년층 여성들은 이미 가족이 더이상 남편이나 자식만을 위한 안식처가 아님을 알고 있고 효부·열부상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신세대에게 가부장적 서열과 인고의 논리는 가족내에서도 더 이상 통할 수가 없다.우리사회의 가족은 현재 전쟁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상처투성이인 우리 가족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내 가족은 어떻게변화해야 하는지 이제 진지하게 살펴보고 같이 의논하고 노력해야 한다.가족 구성원끼리 사랑 존중 평등 책임과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가족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구체적인 실천방법이 중요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해부터 펼치는 건강가족을 위한 열가지약속운동을 소개하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자.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자.같이하는취미활동을 만들자.집안일을 나누어 하자.집안의 중요한 일은 함께결정하자.함께 지킬 규칙을 서로 상의하여 만들자.각자의 자기계발을격려하자. 사회봉사 활동에 함께 참여하자.우리가족의 전통을 이해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자.우리가족의 날을 정하자”새해에는 가정마다 이 약속들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권수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 ‘님은 가시고‘ 시집 낸 송철봉 할머니

    “잠깐 세우(細雨)에 녹색 신엽/더욱 청청 눈 부셔라/적색 단풍에기대선 옥매화야/호접이 너더러 무어라 속삭이더냐…” 눈이 어두워 펜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팔순의 벽촌 할머니가 시집을 냈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도순리에 사는 송철봉(宋喆鳳·83)할머니는 최근 ‘님은 가시고 꽃은 피고(방문사 간)’란 시집을 펴냈다. 167쪽의 시집은 송 할머니가 9남매를 기르며 평생 20여권의 일기장에 빼곡히 정리해둔 가족사랑 및 삶의 애환 가운데 70여편의 시와 일기를 간추려 담았다.특히 12년전 먼저 타계한 ‘할아버지(金一榮)’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물씬 배어있다.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송 할머니는 “막내사위의 성화에못이겨 글같지도 않을 글을 책으로 냈다”고 겸손해 했다. 송 할머니는 서른아홉살때 버스화재 사고를 당해 딸을 가슴에 품고보호하느라 심한 화상을 입었다.당시 할아버지는 송 할머니에게 “먼저 가면 안돼,벽에 기대고 살아도 좋으니 살아만 달라”고 말했다.송할머니는 요즘도 밤에 할아버지 사진을 머리맡에 둬야 잠이잘 온다고 한다.6남3녀 중 장남 김병한씨(남원 용성중)와 차남 병채씨(만경여상)는 지난해 교직에서 정년퇴임했지만 아직도 아들,딸,며느리 등6명이 교직에 있다. 송 할머니의 조카인 김병량(金炳亮) 경기도 성남시장은 시집 앞머리‘추억하는 글’에서 “‘작은 어머니’는 가정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무척 강하고 평소 늘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계셨다”고 회고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2006 亞게임 개최지 카타르 도하

    도하(카타르)가 2006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12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도하는 당초 예상을 깨고 제15회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따냈다.이슬람문화권 국가의 지지를 받은 도하는 2차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강력한후보였던 홍콩(중국)을 눌렀다. 또 총회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경기종목을 98년 방콕아시안게임보다 1개가 늘어난 37개 종목으로 최종 확정했다.가라데가 제외된 반면 보디빌딩과 근대5종이 추가됐다. OCA 회원국 44개국 가운데 북한과 OCA 제재를 받고 있는 이라크,아프카니스탄를 제외한 41개국이 참가,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부산 OCA총회는 이날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부산 박준석기자 pjs@. *카타르 도하는…인구 40만명 해안 도시. 2006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타르의 도하는 국내 축구팬들에게는낯설지 않다.올림픽 축구 예선 등 우리나라 대표팀이 출전한 굵직한대회가 이곳에서 자주열렸기 때문. 특히 95년 이곳에서 치러진 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예선 때 한국은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이라크가 극적으로 일본과 비긴 덕에 한국에게는 ‘도하의 축복’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도하는 카타르의 행정수도로 카타르 인구의 절반인 40만명이 모여사는 최대의 도시.페르시아만에서 가장 붐비는 해운 도시이며 중동지역에서 서구적인 현대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1971년 카타르의독립과 함께 수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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