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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최초 스누커 세계 1위 홍콩 응온이 “15시간 꼬박 경기도 했지요”

    아시아 최초 스누커 세계 1위 홍콩 응온이 “15시간 꼬박 경기도 했지요”

    앳된 얼굴에 안경까지, 딱 여고생 느낌인데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 스누커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면 모두 놀랄 것이다. 홍콩의 응온이(27)는 지난주 스타워브리지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준준결승에 올라 오랫동안 세계여자당구스누커(WLBS) 세계 1위를 지켜온 린느 에반스(영국)를 대신하게 됐다. 현재 응온이를 비롯해 3명의 홍콩 여성이 톱 15 안에 포진해 있다. 홍콩 인구는 700만명쯤 되니 홍콩 여성들 사이에 스누커 열기가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겠다. 응온이는 어릴적 비디오게임 아마추어 대회에 나갈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런 그를 떼네겠다며 아버지가 스누커로 이끌었다. 처음 소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아빠의 어깨선 또렷한 정장과 나비 타이였다. 중국어로 영국 BBC와 인터뷰한 그는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 옷이 입고 싶어서 스누커를 알려달라고 졸랐어요. 모든 것이 그때 시작했지요.”아마추어 선수 겸 당구장 직원이었던 아빠 덕에 공짜로 훈련할 수 있었고 중년 남성들이 득시글거리며 왈패같은 사내들이 담배나 피워대는 스포츠란 편견도 없었다. “내게 스누커는 늘 신사 스포츠였어요.” 소녀가 그렇게 자주 스누커를 연습하는 걸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해” 쳐다보는 일이 잦았다.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화장실에 숨어 울기도 했다. 사람들은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라 여자 선수가 더 적다고 막연히 생각하는데 응온이는 “플레이를 할 기회가 부족해서”라며 “예전에는 일년에 여자대회는 한두 번뿐이었지만 남자 대회는 십수개였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세계선수권 예선과 2017 홍콩 마스터스 시범경기를 통해 세게 최고의 남자 선수들과 겨룰 기회를 더 많이 누렸다. 다섯 차례 WLBS 우승을 차지했지만 남자 선수들을 많이 꺾어보지는 못했다.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나이겔 본드에게 1-10으로 진 것이 대표적이었다. “앞으로 몇 년 더 많은 남자 프로 선수들과 경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조금 더 빨리 나아지고 싶어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경기라고 그는 소개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1년 전 같은 대회에서 졌던 에반스와 다시 준결승에서 만났는데 60점 뒤진 상태에서 경기를 뒤집어 설욕했고, 결승에서 비댜 필라이(인도)를 6-5로 물리쳤다. 두 경기 모두 끝까지 치러야 해 15시간을 서 있어야 했다.코치인 웨인 그리피스는 이달 초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응온이가 “자신을 확고히 믿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가 가장 위안을 받는 것은 4년 6개월 된 골든 리트리버 반려견인 머핀과 어울리는 것이다. “훈련이 잘 안되거나 경기를 지면 말이 없어지는데 그때 강아지랑 어울리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더군요.” 응온이도 스포츠에서의 남녀 격차가 미래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누커에서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늘 믿어요.” 그렇다고 유리천장을 부수는 것에 각별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많이 집중하지는 않아요. 난 늘 스누커를 경기로 봤어요. 여러분도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것에만 일단 집중하지 않나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교사가 자신의 원피스에 제자들 낙서하게 내버려둔 이유

    교사가 자신의 원피스에 제자들 낙서하게 내버려둔 이유

    아이들은 여기저기에 색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그 흔적들을 지우느라 바쁜 어른들에게 아이가 옷 위에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리도록 내버려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NBC에 따르면, 평범한 어른들과 반대로 오클라호마주 블랙웰 출신의 교사 헤일리 커프만은 아이들이 자신의 옷에 자유롭게 그리고 색칠 할 수 있도록 권해 화제가 되고있다. 블로그 ‘더 위어리 티쳐’(The Weary Teacher)를 운영하는 커프만은 이미지 공유 및 검색 사이트인 핀터레스트에서 많은 공예 작품을 본 후, 제자들이 창의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즉시 온라인 쇼핑몰에서 흰 원피스와 직물용 마커펜을 샀다. 그리고 학생들이 원피스에 다채로운 작품활동을 하기를 권했다. 2년 연속으로 학생들에게 원피스를 칠하거나 장식하도록 했고, 아이들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 원피스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공유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 원피스는 이슈가 돼 13만 건의 ‘좋아요’와 6만 5000건이 넘는 댓글을 얻었다.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커프만은 “아이들에게 딱 두가지 규칙을 정해줬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그리기, ‘X’표시 하지 않기. X를 그리지 말라고 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실수를 아름다운 것으로도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자들 작품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카운티 박람회에서도 최고의 상을 받았다. 아이들은 전시된 작품을 볼때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흥분했다. 아마 자신들이 담고 있었던 생각들을 그림 혹은 글씨로 모두 쏟아냈서 인 것 같다”며 덧붙였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졸업식날 내가 그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평범한 원피스가 색다른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2주에서 1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매년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페이스북(헤일리커프만)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와우! 과학] “나를 버리고 가라”…전투 중 희생하는 부상 개미

    [와우! 과학] “나를 버리고 가라”…전투 중 희생하는 부상 개미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마타벨레 개미(Matabele ant)는 특이한 행동으로 곤충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동료를 도와주는 행동이다. 이 개미는 흰개미를 사냥하는데, 흰개미 역시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사는 데다 강력한 병정개미가 지키고 있어 사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따라서 한 번 사냥을 나가면 죽거나 다치는 개미가 종종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곤충학자들을 놀라게 했던 일은 부상당한 개미를 동료가 구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붕대를 감아주거나 약물을 투여하지는 못하지만, 상처 입은 동료를 부축해주거나 너무 많은 체액을 잃지 않게 상처를 치료해주면 다리를 1-2개 잃더라도 죽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개미의 사망률이 80%에서 10%까지 낮아지는 것을 관찰했다. 이 일은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를 보고한 곤충학자 에릭 프랭크와 동료들은 그 후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개미가 너무 심각한 부상을 입어 살아날 가망이 없는 동료는 치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다리를 1-2개 정도 손실한 경우 치료를 해주지만, 5개 이상 다리를 잃어 사실상 가망이 없는 경우에는 치료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것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개미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생존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남은 다리를 흔들거나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 살릴 수 있는 동료를 살리는 것이다. 개미가 사회적 곤충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마치 인간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군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습성은 아마도 이 개미가 처한 거친 환경에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냥 과정에서 손실이 크다 보니 여기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흰개미보다 안전한 먹이를 잡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다른 먹이라고 해도 순순히 잡혀주는 것은 아니며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라리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흰개미를 잡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그만큼 자연에서의 삶은 치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개미들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개미를 치료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심하게 다친 동료부터 먼저 구조하는 등 상당히 조직적으로 동료를 구조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단순한 뇌를 지닌 개미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역시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굿바이 평창…외신 기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올림픽”

    굿바이 평창…외신 기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감동의 여정’을 재조명했다.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자사의 올림픽 특별취재단 개개인이 선정한 명장면들을 소개했다. 마토코 리치 기자는 승패를 떠나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를 꼽으면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아이스링크 중앙에 모여 스틱을 내려놓고 타원 모양을 만들자 관중들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고, 경기장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인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졌다”고 말했다. 랜들 아치볼드 기자는 ‘한국의 첫 금메달’을 안겨준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를 꼽았다. 아치볼드는 “대회 첫날 나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금메달 경기를 봤다”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경기장을 찾았고, 북한 응원단도 로봇 같은 정확성으로 물결을 이루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취재했던 어떤 스포츠 경기도 이번처럼 스포츠와 지정학의 울림이 어우러지지는 않았다”면서 “나로서는 첫번째 올림픽 취재…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썼다. 일간 USA투데이는 “모든 올림픽은 크고 작은 승리와 좌절로 얽혀져 있다. 이번 17일의 아름다운 여정은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을 만들었다”며 17개의 명장면을 선정했다. 우선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모두 참석했지만 별도의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던 올림픽 개막식을 꼽으면서 “남북 공동입장 때 펜스 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미국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낸 한국계 클로이 김의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장면도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USA투데이는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17세의 클로이 김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다”면서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평창동계올림픽 명장면 10개’를 선정하면서 북한 응원단을 소개했다. 가디언은 “북한 응원단은 가는 곳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면서 “반응은 복합적이지만 분명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또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에 대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고향인 의성의 특산물에 빗대 ‘갈릭 걸스’(마늘 소녀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면서 “강철같은 집중력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은메달을 얻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기반시설 확충 8년, 살기 편해진 광진… 동부권 중심 區 ‘우뚝’

    [자치단체장 25시] 기반시설 확충 8년, 살기 편해진 광진… 동부권 중심 區 ‘우뚝’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은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며 기반시설 확보를 도시계획 목표로 정했다. 구민들이 편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5기를 거쳐 민선 6기까지 8년간 구청장을 지내며 구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기반시설을 착착 마련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8년 동안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베드타운’인 광진구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보했다”며 “서울 동부권 중심 구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2010년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다른 사안도 많았을 텐데 기반시설 확보를 으뜸 과제로 삼은 이유가 있나. -광진구는 1970년대 초 서울시 최초로 토지구획정리사업 방식으로 개발된 베드타운이다. 중산층을 위한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내 단독주택의 재개발·재건축은 법적 제약이 많아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 8년간 서울시 등과 협의하며 기반시설을 다 확보했다.▶어떤 기반시설들을 확보했나. -중곡역 일대 종합의료복합단지 조성, 구의역 일대 동부지법·지검 이전 부지와 KT 부지 개발, 강변역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광장동 친환경 체육공원 조성 등이다. 중곡역 일대 종합의료복합단지 조성은 1단계 사업이 이미 끝났다. 의료·교육연구·근린생활 시설을 갖춘 국립정신건강센터(지하 3층·지상 12층)가 2016년 2월 문을 열었다. 업무·판매·사회서비스 시설 등이 들어서는 2단계 의료행정타운(지하 2층·지상 20층)은 내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일자리도 새로 만들어지고 유동인구도 증가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동부지법·지검 이전 부지와 KT 부지는 오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된다. 광진구 통합청사를 포함해 행정·상업·업무·주거를 아우르는 복합타운이 조성된다. 통합청사엔 구청 신청사·보건소·구의회가 들어선다. 청사 건립 재원은 현 청사 부지 중 이용도 낮은 곳을 매각해 일부 마련할 계획이다.▶현 구청사는 어떻게 되나. -리모델링을 해 아이돌봄·부모교육·공동체 지원센터, 여성건강치유센터 등을 갖춘 동북권 대표 시립 여성종합복지센터로 만들려 한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는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동서울터미널은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서울 동쪽의 관문이다. 시외·고속버스 134개 노선이 운행되고 하루 평균 3만 1100명이 이용한다. 하지만 지은 지 28년이 넘어 시설도 낡고 교통처리 용량도 부족하다. 주차장이 부족해 인근 이면도로에 차들이 불법 주차하고 매연·소음도 심하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외·고속버스와 주변 시내버스, 택시 등으로 교통정체도 극심하다. 동서울터미널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터미널과 업무·판매·문화 시설 등을 갖춘 지하 5층, 지상 32층 규모의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공사가 끝나면 강변역 일대 교통 흐름이 개선될뿐더러 동북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현재 현대화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떤가. -2016년 4월 사업자인 한진중공업이 서울시에 현대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서울시와 임시 터미널 운영 방안, 주변 교통 대책 등을 놓고 여러 차례 협의했다. 우리 구는 올해 두 기관이 협상을 마무리하고 지구단위 계획 결정, 건축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착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려 한다.▶광장동 체육시설 부지에 체육공원이 조성되면 그 일대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장동 체육시설 부지에 쓰레기집하장, 제설발진기지, 하수시설 건설 장비 등이 있는데 도시경관을 해치고 소음·먼지 등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이곳 지하엔 다목적공공복합시설과 광나루역 환승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엔 가족체육공원을 만들려 한다. 다목적공공복합시설엔 생활쓰레기 압축 시설, 가정배출 가구류 파쇄 시설, 제설·건설자재 보관창고 등이 들어선다. 광진구는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폐기물 시설이 없었는데 이번 사업으로 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역 주변은 의료관광·패션·맛·교통 중심지로 특화해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키우려 한다. ▶역 주변을 중심으로 지역 내 곳곳이 개발되는데 다른 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은 없나. -우리 구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다. 다른 지역은 개발로 인해 세 든 사람들이 쫓겨나지만 광진구에는 그런 일이 없다. 살던 주민들을 쫓아내고 그곳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기존 토지와 건물을 활용해 기반시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사람들을 편하게 더 잘 살도록 하야지 개발한다면서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는 건 행정이 아니다.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8년간 정말 힘들었다. 지방자치라고 하지만 구청장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국비·시비·구비로 나눠진 ‘매칭’이 문제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지원을 보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데 사업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국비 30%·시비 30%·구비 40%, 이렇게 3개로 나눠져 있다. 책임 주체가 없다. 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가 다 관여한다. 더구나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지면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호들갑을 떤다.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구청장에겐 물어보지도 않는다. 국가 정책 의사 결정 과정이 너무 아마추어다. 정책을 자율적으로 구상해 시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시스템 아래에선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전부 ‘매칭’으로 돼 있어 하고 싶어도 못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는 구청장이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기초단체에 예산도 주고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20년 안에 우리나라는 선진부국이 된다. ▶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눈에 띄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한 걸로 알고 있다. -전국 최초로 교통특구를 지정해 소음·매연·사고 없는 3무(無) 도시를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하수관로 악취저감사업도 추진해 광진구 전역의 악취지도를 완성, 지역 내 악취도 없앴다. 공공기관 최초로 자녀동반 직장 근무제를 도입,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 문화를 조성했다. 아차산엔 전국에서 처음으로 블랙박스형 스마트비상벨을 설치했다. ▶대외적인 평가는 어떤가. -지난 한 해에만 중앙정부·서울시 대외 기관 평가에서 39개 부문을 수상했다. 의료급여 사례관리 우수사례 공모 분야 대상, 지역복지사업 평가 최우수, 지방자치단체 보육정책 평가 최우수 등 우리 구의 정책·사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계획은. -일자리·복지·안전, 3개 분야에 주력하려 한다. 복지 분야는 구립어린이집 확충·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지원·생애주기별 대상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확대 등을, 일자리 분야는 새벽인력시장 쉼터 운영·청년 일자리 카페 활성화 등을, 안전 분야는 구의배수분구 하수관로 종합정비사업·능마루와 화양동 맛의 거리 지중화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광진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민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기동 구청장은 누구 22회 행정고시에 합격, 1980년 건설부 주택정책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 건설관리국·기획관리실·도시계획국 등을 거쳐 광진구 부구청장·중구청장 권한대행·서울시 공무원교육원장을 역임한 정통 행정가다.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했고, 2014년 지방선거 땐 53.73%의 지지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올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오랜 행정 경험을 토대로 지방자치 전도사를 자처하며 지방분권 개헌에 앞장서고 있다.
  • [아하! 우주] 목성의 ‘붉은 폭풍’ 소멸중 “10~20년 이내”

    [아하! 우주] 목성의 ‘붉은 폭풍’ 소멸중 “10~20년 이내”

    목성의 붉은 폭풍인 ‘대적점’을 지금이라도 찬찬히 봐둬야겠다. 이 거대 폭풍은 현재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10~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0억 달러를 투자해 쏴 올린 목성 탐사선 ‘주노’는 지난해 7월 대적점의 화려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우리에게 선물했다. 주노는 대적점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주노가 보내온 선물에 기뻐했다. 대적점은 현재 지구의 크기보다 크다. 과학자들은 이 거대 폭풍이 1600년대부터 소용돌이쳤으리라 추정한다. 반면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폭풍은 1994년 발생한 허리케인 ‘존’으로, 단 31일에 불과하다. 최근 미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주노의 탐사 임무를 주도하고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행성과학자 글렌 오턴 박사에게 왜 대적점이 오랫동안 계속됐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오턴 박사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모든 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대적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2개의 컨베이어 벨트에 끼워진 회전하는 바퀴로 상상하라. 대적점은 안정돼 오래 이어질 수 있다”면서 “왜냐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부는 2개의 제트기류 사이에 끼워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목성의 제트기류는 시속 300마일(약 480㎞)이 넘는 속도로 이동해 목성의 자전과 반대로 회전하는 폭풍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것이 “소용돌이에 운동량(momentum)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오턴 박사는 설명했다. 앞으로 다시 주노가 대적점 상공을 지나는 시기는 오는 4월이다. 그후 2019년 7월과 9월, 그리고 2020년 12월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주노가 지난해 7월 스쳐 지나갈 정도로 접근했을 때만큼 자세한 이미지를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오턴 박사는 “주노의 현재 궤도를 바꾸지 않는 한 지난번처럼 접근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는 대적점이 목성 대기에서 현재의 표류 속도를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 대적점, 언제 사라지나? 몇십만 마일의 두꺼운 대기에 덮인 목성과 달리 지구에서는 폭풍이 몇백 년 동안 그 모습을 유지하는 사례는 없다. 대신 지구의 역동적인 대기는 바다와 육지 같은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는 목성보다 크기가 작고, 자전 속도도 느리다. 참고로 목성은 10시간에 1번 회전한다. 따라서 폭풍 등 기상 상태는 너무 커지기 전에 지구의 제트기류에 의해 소멸된다. 하지만 오턴 박사는 “목성의 대적점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사실 대적점은 오랜 기간에 걸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1800년대 후반에는 대적점의 폭이 3만5000마일(약 5만6000㎞)로 지구 지름의 4배였다. 하지만 1979년 보이저 2호가 목성을 통과했을 때, 그 지름은 지구의 2배 크기 정도로 줄었다. 오턴 박사는 ”이제 그 크기는 지구의 불과 1.3배에 불과하다”면서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태양계의 또다른 행성 해왕성에 있는 어두운 폭풍인 대흑점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최근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으로 확인됐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해왕성의 어두운 폭풍은 지구의 한 대륙만큼이나 컸지만, 몇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목성의 대적점에 남겨진 수명도 길지 않다. 오턴 박사는 “10년이나 20년 뒤 대적점은 커다란 붉은 원(Great Red Circle)이 될 것”이라면서 “아마 얼마 뒤에는 커다란 붉은 흔적(Great Red Memory)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조민기, 남학생도 성희롱” 추가폭로 잇따라

    “조민기, 남학생도 성희롱” 추가폭로 잇따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배우 겸 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 조민기에 대한 추가 폭로가 또 나왔다. 여학생도 모자라 남학생들에게도 성추행을 서슴치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주대학교를 다녔고 현재 드라마 및 영화배우로 활동 중인 사람”이라고 소개한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기존 송하늘 양이 이야기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고 제가 조금 더 아는 사실들을 제보하겠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아이들에게는 극히 잘해줬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못된 교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제작실습을 할 때 남학생들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을 서슴없이 했다. 자신이 아끼는 남학생 애제자들에게는 정말 여학우들의 말도 안 되는 말들과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발언을 했다”면서 “CC를 하는 친구들이면 몇 번이냐 했냐는 등 말도 안 되는 말을 남학생들에게 했다. 자신이 부르면 어느 시간때든 무조건 오고 무조건 가야하는 그런 거의 몸종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또 “사진이 취미인 조민기 교수는 여학우들에게 사진 촬영을 하러 가자는 빌미로 단둘이 일본여행을 가자하고 방학 중에 따로 연락도 하고 그렇게 괴롭혀왔다. 소속사를 소개시켜 주겠다, 배역을 좋은 것을 주겠다는 등 그런 식으로 유도하며 내 말만 잘들어라 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조민기와 관련, 실명 공개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공개 폭로를 포함해 과거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폭로된 바 있다. 다음은 조민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배우 A씨가 폭로한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대학교를 다녔고 현재 드라마 및 영화배우로 활동중인 사람입니다. 일단 이야기를 조금 거두절미하고 팩트만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존 송하늘 양이 이야기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고 제가 조금 더 아는 사실들을 제보하겠습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아이들에게는 극히 잘해줬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못된 교수였습니다. 연극제작실습을 할때 남학생들에게 “너 이래가지고 섹스는하겠냐” “이래가지고 자지나 쓰겠냐” 모기자지냐? 등등 남학생들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남학생 애제자들에게는 정말 여학우들의 말도 안되는 말들과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발언과 만약 CC를 하는 친구들이면 그 친구들에게 섹스할 때 좋냐라는 등 몇번이냐 했냐는 등 이런 말도 안 되는말을 남학생들에게 했고 자신이 부르면 어느 시간때던 무조건 오고 무조건 가야하는 그런 거의 몸종 역할을 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남학우들은 때리며 소리까지 지르고 욕을 했으며 인격모독과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으며 그로 인해 휴학한 친구도 있고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조민기가 있는 학교 나는 안 다닌다 심지어 조민기교수의 수업의 수강신청도 피할 정도였습니다. 오피스텔로도 데리고 간 것도 조민기 교수는 강압이 없었다는데 직접 지명해서 누구누구 같이와라 데려와라 와라 이렇게 이야기했고 그렇지않으면 학점을 안 주거나 아는 척도 안하는식으로 무언의 압박을 했습니다.(남자학우들과 같이 간 건 조민기교수가 이뻐하는 남자학우들은 오더라도 싫어하지 않았기에 술을 잘먹는 친구들이 꼭 동행했습니다. 그러다 교수님이 강제로 남자학우들만 먹이고 취해서 몸을 못 가누면 다른 남자동기를 불러 집에 데려다주라면서 남자학우들을 하나 둘 집에 보냈습니다. 그 후는 여자 학우들이 당연한 거였습니다.) 조민기 교수에게 찍히면 앞길이 막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차라리 조민기 교수랑 중립을 지키는 게 학교생활이 편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입니다. 조민기 교수는 학교에서 왕으로 통했고 각 학번마다 내 여자가 있었습니다.(조민기의 여자라고 불리던 친구들이 꽤 많았습니다.) 사진이 취미인 조민기 교수는 여학우들에게 사진 촬영을 하러가자는 빌미로 단둘이 일본 여행을 가자하고 방학중에 따로 연락도 하고 그렇게 괴롭혀왔습니다 그리고 소속사를 소개시켜주겠다, 배역을 좋은 것을 주겠다는 등 그런식으로 유도하며 내 말만 잘들어라라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으로 강압적이었고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친구들은 배역을 잘 줬으며 마음에 안들면 말도안되는 배역을 시키고 그랬습니다. 학교가 전통이 있고 오래된 학교인데 그 많은 지도 교수님들 중 왜 조민기교수만 일이 터졌을까요. 그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 학교의 선배인 것과 교수인 것으로 상당한 만행들을 질러왔습니다. 10년도에 조민기교수는 09학번의 워크샵지도를 시작으로 학교에 왔는데 아마 09학번이후로 현재까지 피해자는 학번마다 2~3명정도는 무조건 있을 것이고 더 있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지내다보니 하 우리가 이길 수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앞길이 막히느니 방관을 하자는 자세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입장 차이겠지만 조민기교수의 저런 행동을 받아들이거나 못 받아들이거나 이 정도 차이였고 나머지는 그냥 듣고 흘리는 방관자였습니다. 선배들 역시 나서지는 못하고 그저 잘 피하는 방법과 무난하게 넘어가는 방법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조민기 교수랑 학교에서 적으로 지낼 필요없이 조용히 잘지내다가 학교만 떠나면 해방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지냈습니다. 심지어 조민기교수는 연예계쪽에서 평판이 안좋습니다. 자신보다 인기가 많은 동료나 감독님들께는 굽신거리며 자신보다 후배이거나 인기가 없다면 무시하기 바빴고 이쁜 여자를 밝히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제 친구가 같이 드라마 작업도 했었는데 그 친구 역시 쓰레기라며 정말 다신 보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사람이 해명을 내논 건 정말 회피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세가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일로 앞으로 모든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유엔을 말하다/장 지글러 지음/이현웅 옮김/갈라파고스/372쪽/1만 6800원‘유엔은 미국이 좌우한다.’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럴 것이라 추정은 해봤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이 같은 음모론적 상상에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책이 바로 ‘유엔을 말하다’이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등 평생을 유엔에 몸담아 온 저자가 유엔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와 미국의 공작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유엔을 움직이는 가장 큰 축으로 미국과 벌처펀드라 불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세력을 꼽는다. 한데 미국이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나라라고 본다면 사실상 둘은 뿌리가 같은 나무와 다름없다. 이들은 “유엔 곳곳에 침투해 유엔을 도구화하고, 제국주의적 목표에 따라 유엔을 이용”한다. 이 세계적인 조직을 도구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노골적으로 폭력에 의지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엔에도 전투병력이 있다. 평화유지활동국(DPKO)이 지휘하는 국제연합군이 그들이다. 국제연합군의 임무는 평화유지와 평화창설 두 가지다. 분쟁 종식 후 시행되는 평화유지 임무와 달리 평화를 만들어 내는 창설 임무에는 선전포고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한 유엔 최초의 전쟁이자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동족 간에 벌어진 이 참상의 현장에서 미군-아마도 유엔군 파병부대였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가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다. 어린 날의 위기를 딛고 훗날 유엔군을 통솔하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참 기막힌 인연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야박하다. 그가 사무총장에 오른 것부터 마뜩잖다는 눈치다. 요약하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을 총장 카드로 내민 중국, 가신 같은 공화국(한국) 출신의 국민이 보여줄 충성심에 기댄 미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묵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임이사회의 거부권 행사를 막는 개혁안을 성사시키고, 유엔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시민사회의 연대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아하! 우주] “우주의 복권”…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아하! 우주] “우주의 복권”…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하는 아마추어 천문가 빅터 부소의 소감은 아마도 천문학 역사상 가장 절제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남미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 사는 빅토르 부소는 별이 섬광을 발하고 폭발하면서 초신성으로 변하는 ‘전후’ 순간을 사상 처음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우연이었지만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극히 중요한 순간을 ‘충격 방출’(shock breakout) 또는 ‘충격파’(shockwave)라고 부르며, 별이 이처럼 극적인 변화를 이루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길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번 발견을 보고하는 연구논문의 주저자인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멜리나 베르스텐 연구원은 “이 순간을 우연히 발견할 확률은 1억분의 1 이하”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천문학자 알렉스 필리펜코 교수는 “이는 우주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부소는 지난 2016년 9월 새 카메라를 구경 40㎝ 천체 망원경에 장착해 테스트하고 있었다. 촬영한 사진 중 1장에 남쪽 하늘의 별자리인 조각가자리(Sculptor) 방향으로 밝은 섬광이 찍혀 있던 것을 발견했다. 이 별을 품고 있는 은하는 지구에서 약 8000만 광년의 거리에 있다. 초신성 폭발로 확산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약 8000만 년이 걸린 셈이다. 일의 중대성을 감지한 부소는 평소 알고 지내던 베르스텐 연구원에게 연락했다. 베르스텐 연구원은 사진을 보는 즉시 이 아마추어 천문 애호가가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했음을 알아차렸다. 베르스텐 연구원은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초신성 관측을 알렸다. 그 결과 몇 시간 안에 전 세계에 있는 천문학자들은 저마다 최고의 망원경을 사용해 나중에 ‘SN 2016gkg’로 새롭게 명명된 이 초신성을 관측했다. 초신성 관측 데이터는 항성이 파괴적인 붕괴에 이르기 직전의 물리적 구조와 폭발 자체의 성질 등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릭천문대에서 후속 관측을 진행한 필리펜코 교수는 “폭발을 시작하는 순간의 별을 관측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른 방법으로는 직접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폭발 현상 분석에서 SN 2016gkg는 IIb형 초신성으로 밝혀졌다. IIb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까지 수소로 된 외층의 대부분을 잃어 거대한 별이 된다. IIb형 초신성은 1987년 필리펜코 교수가 처음 확인했다. 연구팀은 관측 데이터와 이론 모델을 조합해 폭발을 일으킨 항성의 원래 질량을 태양 질량의 약 20배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별은 폭발할 때 질량의 4분의 3을 잃었다. 잃어버린 질량은 쌍성의 동반성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상세히 실렸다. 사진=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이미지(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3층서 떨어진 5살 소년 맨손으로 구한 이집트 경찰

    3층서 떨어진 5살 소년 맨손으로 구한 이집트 경찰

    목숨 건 경찰의 용감한 행동이 한 아이를 살렸다. 22일(현지시간) 더 선은 지난 17일 이집트 아시우트 주의 한 건물 3층에서 떨어진 5살 소년을 경찰관이 극적으로 구해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은행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 카밀 화티 지드(Kameel Fathy Geed·45)은 창문에 매달린 한 소년을 발견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동료 경찰들이 주변 바리케이트에 걸쳐놓은 카펫을 펼치려고 하는 순간, 결국 소년이 추락했다. 놀랍게도 카밀이 건물 위를 주시하며 양팔을 뻗어 추락하는 소년을 안전하게 받았다. 목숨 건 카밀의 발 빠른 대처가 추락사 직전의 한 소년을 구한 것이다. 운 좋게도 소년은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고 걸어서 부모에게 되돌아갔다. 이날 구사일생한 소년은 5살 아마르 모타즈 압드 엘 살람(Ammar Motaz Abd El-Salam)으로 부모와 함께 약혼식 파티에 참석,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가 창문으로 떨어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모는 파티에 참석한 군중 때문에 아들의 추락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아마르의 아빠는 “뇌 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추락 사고로 부상을 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진·영상= Stockwell Brothers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열린세상] 인면조는 어디로 갈까/황두진 건축가

    [열린세상] 인면조는 어디로 갈까/황두진 건축가

    몇 년 전 케이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논의 과정에서 소위 진정성에 대한 고민이 제기됐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역시 케이팝 아이돌 스타를 직접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날 수 있는 빈도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첨단 영상으로 그 모습을 재현한다고 해도 허상일 뿐 실제는 아니다. 그 간극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이 고민에 대해 공연에 사용했던 무대 소품을 전시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나왔다. 스타들이 직접 사용했던 진품이므로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막상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특별히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대부분 그냥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그 직전에 진행된 국제 순회공연의 각종 소품이 경기도의 어느 창고에 아직 남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이들은 폐기되는 운명을 밟지 않고 많은 팬에게 기쁨을 주는 전시물로 활용됐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자료 관리, 즉 아카이빙의 개념이 케이팝에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다. 언젠가 이 자료들만 따로 모아 방대한 전시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이런 전시 가능성을 보고 한국을 찾아오는 해외의 전시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을 기록의 나라라고 하지만 그것은 ‘조선왕조실록’ 등 일부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기록에 대한 개념이 오히려 희박한 편에 속한다. 도시연구가 손정목 교수는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훗날 불리한 증거가 될 것을 우려, 조직적으로 공공 기록을 파기하는 당시 공직사회의 관행에 대해 증언했다. 건축계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최초의 한국인 근대 건축가들에 대한 기록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본인들도 자신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남기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60,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에 대한 기록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면 후대에 물려줄 것도, 역사로부터 배울 것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기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인면조가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고구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서사,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각적 매력, 그리고 상당히 정교한 만듦새 등이 큰 매력이었다. 첫 대면에서의 낯섦과 충격은 이내 호기심으로 변했고, 결국은 다들 즐거워하며 그 존재를 반기게 됐다. 국내외의 여러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인면조를 포함한 85가지 인형의 기획과 기본 디자인은 먼저 한국에서 진행됐다. 이어 세부적 디자인과 구동 메커니즘 등 그다음 단계의 작업은 뉴욕 브루클린의 니컬러스 마혼이라는 인형 전문가의 손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인형을 최종 제작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한 팀이었다. 국내외를 망라하는 글로벌한 시스템적 접근이었다는 점에서 케이팝과의 공통점도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에 고분 벽화에 인면조를 그려 넣은 고구려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종 문헌에서 인면조를 언급하고 또 이를 연구해 온 수많은 사람도 빼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시대를 꿰뚫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집단창작물 인면조는 수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을 존재가 됐다. 그 평화와 축원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에 등장한 인면조는 고구려 벽화에 이은 또 하나의 역사적 존재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인면조는 어디로 갈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첫 골을 만들어 낸 퍽은 현장에서 즉시 회수돼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명예의 전당으로 직행했다. 인면조가 행여 폐기 처분돼 쓰레기가 되거나, 상자 속에 처박혀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런 선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안심할 수도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케이팝 소품들처럼 어디에선가 소중하게 보관되고 기록되고 또 활용돼야 마땅하다. 국가적 문화기관들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올림픽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볼 만도 하다. 기록의 중요성, 이것이야말로 고대로부터 긴 시간을 넘어 다시 우리를 찾아온 상서로운 존재 인면조가 던지는 또 다른 문명적 메시지다.
  • [지금, 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지금, 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 이상한 일을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한다. 그녀는 아마존에서 포획된 괴물과 사랑에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간단한 이유다. 괴물은 엘라이자에게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괴물은 사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그’였다. 반면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에게 괴물은 이런 대상이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는 기괴한 생물. 죽여서 해부해도 상관없는 ‘그것’이었다.그렇다면 다시 섬세하게 물어야 한다. 무슨 사연이 있어 괴물이 엘라이자와 만나 ‘그’가 될 수 있었는지 말이다. 여러 답안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사이에 소통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괴물이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괴물은 몸짓과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구사한다. 이것은 언어 장애를 가진 엘라이자가 (표정을 포함한) 수어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 닮아 있다. 언어는 편리한 의사 전달 도구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정확히 이어주는 매개체는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담아내지 못하듯 언어는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다.이와 대비되는 것이 비언어적 표현이다.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고 부드럽게 포옹하며 그녀와 그는 충분히 교감한다. 나와 당신은 서로 잘 알아서 사랑하지 않는다. 나와 당신은 서로 잘 느끼므로 사랑할 수 있다.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이상한 일은 옳고 그름을 분석하는 이성의 영역이 아닌, 감각하고 감응하는 감성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에 대한 상징이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물이다. 영화 제목을 ‘물의 형태’로 정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렇게 언급한다. “나는 사랑에 형태가 없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것이 형태를 이루어 사랑이 될지 알지 못한다.” 사랑에 본래 형태가 없다면 그래서 사랑의 형태를 나와 당신이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할 듯싶다.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 것처럼,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보통 괴물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신이 눈앞에 나타나도 그렇게 부를지 모른다. 신이 인간의 불완전한 언어를 쓸 리 없고 무엇보다 신의 형체를 누구도 본 적이 없어서다. 우리는 갈림길에 선다. 스트릭랜드의 길을 따를지, 엘라이자의 길을 따를지. 결국 느낌의 능력이 괴물 혹은 신을, ‘그것’과 ‘그’라는 상이한 형태로 빚으리라. 이것이 ‘셰이프 오브 워터’가 주창하는 사랑의 정치신학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음성으로 쇼핑하라… ‘AI 스피커 전쟁’

    음성으로 쇼핑하라… ‘AI 스피커 전쟁’

    아마존ㆍ구글 AI스피커에 쇼핑 접목 中 알리바바 자체 개발 AI 선보여 네이버ㆍ카카오 등 후발주자 경쟁요즘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업체들은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음성 쇼핑’ 기능을 담느라 분주하다. AI 스피커를 만들어서 왜 ‘장사’에 몰두하는 걸까. 인간에 가까워져서 인간이 원하고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이 AI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AI는 학습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지식창고’, 즉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기보 수천만개를 학습했다는 걸 생각하면 쉽다. 지식창고가 크고 다양할수록 AI는 똑똑해진다.특히 상거래 플랫폼 시장은 AI 데이터베이스 확보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원하는가’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쌓기에 가장 적합한 활동이 상거래이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구글의 최대 경쟁자는 빙(Bing)이나 야후 같은 검색 서비스가 아닌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찌감치 상거래 플랫폼의 패권을 잡은 미국·중국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몇 발 앞서 나가고 있다. 7억 5000만명이라는 중국 내수시장을 가진 알리바바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AI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공지능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인간보다 뛰어난 독해능력을 선보였다.음성 쇼핑을 가장 먼저 준비해 온 아마존은 2014년 최초로 음성 주문 서비스를 선보인 뒤 최근엔 아마존 프라임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문을 연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통해 아마존이 얻는 가장 큰 보물도 따지고 보면 양질의 빅데이터다. 아마존고에 들어온 손님들은 말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편의점에 설치된 모든 장비를 통해 인종, 나이, 성별과 쇼핑 방식, 상품 카테고리별 체류시간 등의 정보를 아마존에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구글은 지난해 초 ‘구글홈’에 음성 쇼핑 기능을 추가하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및 타겟 등 대형 유통 사업자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마존의 경쟁사인 이베이와 제휴를 맺고 AI 비서인 ‘어시스턴트’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켰다. 한발 늦게 출발한 국내기업들은 이제 막 음성 쇼핑을 통해 사용자 행동을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AI 스피커가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AI 스피커를 통해 기업은 사용자 음성 패턴과 상거래 관련 데이터를 동시에 축적할 수 있다.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플래닛의 ‘11번가’와 연계해 음성 명령만으로 11번가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도 ‘기가지니2’로 롯데리아 홈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상거래 기능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잡고 출시한 AI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를 통해 LG생활건강, GS리테일의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당일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는 ‘배달의 민족’과 클로바 프렌즈를 연동해 목소리만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음성 주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판매하고 있는 카카오 역시 지난달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톡 안에서 상품을 주문,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자체 상거래 플랫폼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거래 플랫폼의 주도권을 가진 사업자가 결국 AI 시장의 리더십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우주를 보다] “우주의 복권”…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우주를 보다] “우주의 복권”…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하는 아마추어 천문가 빅터 부소의 소감은 아마도 천문학 역사상 가장 절제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남미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 사는 빅토르 부소는 별이 섬광을 발하고 폭발하면서 초신성으로 변하는 ‘전후’ 순간을 사상 처음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우연이었지만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극히 중요한 순간을 ‘충격 방출’(shock breakout) 또는 ‘충격파’(shockwave)라고 부르며, 별이 이처럼 극적인 변화를 이루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길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번 발견을 보고하는 연구논문의 주저자인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멜리나 베르스텐 연구원은 “이 순간을 우연히 발견할 확률은 1억분의 1 이하”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천문학자 알렉스 필리펜코 교수는 “이는 우주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부소는 지난 2016년 9월 새 카메라를 구경 40㎝ 천체 망원경에 장착해 테스트하고 있었다. 촬영한 사진 중 1장에 남쪽 하늘의 별자리인 조각가자리(Sculptor) 방향으로 밝은 섬광이 찍혀 있던 것을 발견했다. 이 별을 품고 있는 은하는 지구에서 약 8000만 광년의 거리에 있다. 초신성 폭발로 확산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약 8000만 년이 걸린 셈이다. 일의 중대성을 감지한 부소는 평소 알고 지내던 베르스텐 연구원에게 연락했다. 베르스텐 연구원은 사진을 보는 즉시 이 아마추어 천문 애호가가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했음을 알아차렸다. 베르스텐 연구원은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초신성 관측을 알렸다. 그 결과 몇 시간 안에 전 세계에 있는 천문학자들은 저마다 최고의 망원경을 사용해 나중에 ‘SN 2016gkg’로 새롭게 명명된 이 초신성을 관측했다. 초신성 관측 데이터는 항성이 파괴적인 붕괴에 이르기 직전의 물리적 구조와 폭발 자체의 성질 등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릭천문대에서 후속 관측을 진행한 필리펜코 교수는 “폭발을 시작하는 순간의 별을 관측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른 방법으로는 직접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폭발 현상 분석에서 SN 2016gkg는 IIb형 초신성으로 밝혀졌다. IIb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까지 수소로 된 외층의 대부분을 잃어 거대한 별이 된다. IIb형 초신성은 1987년 필리펜코 교수가 처음 확인했다. 연구팀은 관측 데이터와 이론 모델을 조합해 폭발을 일으킨 항성의 원래 질량을 태양 질량의 약 20배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별은 폭발할 때 질량의 4분의 3을 잃었다. 잃어버린 질량은 쌍성의 동반성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상세히 실렸다. 사진=아마추어 천문가가 포착한 초신성 이미지(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팀워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팀워크/황성기 논설위원

    팝 음악의 전설 비틀스는 팀워크의 상징이다. 영국 리버풀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4명 개개인의 실력은 정상급이 아니었다. 개성도 강해 번번이 충돌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음악이란 목표를 향한 이들의 창의성과 팀워크는 20세기 최고의 그룹을 창조했다. 컨설턴트인 앤드루 소벨은 비틀스의 성공을 분석해 ‘비틀스 원칙’을 내놓았다. 첫째, 구성원들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라. 둘째, 새로운 시각, 흥분,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 셋째,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인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주고 팀에서 각자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라. 넷째,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라.2011년 타계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팀워크를 중시한 리더였다. 애플의 성장에는 경영철학은 정반대였지만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의 팀워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잡스 또한 비즈니스의 롤모델로 비틀스를 꼽았는데 “멤버 개인보다 팀 전체가 더 뛰어나다”고 칭찬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선수를 모아 놓는 정책인 ‘갈락티고’로 유명한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통산 12회 우승이란 독보적인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우승 횟수 2위 이탈리아 AC 밀란의 7회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나지만 레알 마드리드 구성원의 실력에 비해 우승을 많이 했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를 팀워크 부족에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연전연승하며 예선 1위로 사상 첫 4강 진출의 기록을 만든 여자 컬링팀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일깨워 주는 존재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 선수가 보여 준 산산조각 팀워크와는 대조적이다. 김민정 감독과 김은정ㆍ김영미ㆍ김경애ㆍ김선영ㆍ김초희 선수의 환상적인 호흡과 경기는 상상도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컬링 보는 재미도 알게 해 준 이들에게 별명도 많아서 ‘팀 킴’, ‘컬스데이’, 1명을 빼고 모두 의성 출신인 점에서 ‘의성 소녀’, 의성의 명물을 딴 ‘마늘 소녀’, 이의 영어 버전 ‘갈릭걸스’ 등 다양하다. 아마추어 눈에도 철벽처럼 느껴지는 여자 컬링의 팀워크 비결은 ‘비틀스 원칙’과 비슷하다. 의성여고 동기, 선후배인 점, 10년 넘게 같은 아파트의 이층 침대에서 생활하는 점, 조정경기장에서 4인승 보트를 타고 팀워크를 다진 점, 함께 수상 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따며 물속에서 신뢰를 쌓은 점 등 이들의 팀워크 비결은 헤아릴 수 없다. 23일 오후 8시 5분의 준결승, ‘팀 킴’의 은메달 확보를 기대한다.
  • ‘순금 권총’에 ‘핑크 소총’까지…주인은 누구?

    ‘순금 권총’에 ‘핑크 소총’까지…주인은 누구?

    멕시코의 한 고급 주택에서 명품(?) 총기류와 시계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주인이 누군지는 확인되지 않아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경찰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누에보레온주의 한 주택을 압수수색했다. 주택에선 뜻밖의 물건과 동물이 대거 발견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총기류다. 집에선 순금으로 도금한 45구경 권총 6정이 나왔다. 은을 입힌 권총도 2자루, 핑크색으로 무늬를 넣은 '패션 소총', 심지어 방탄조끼까지 나왔다. 경찰은 "핑크 무늬가 들어간 총기는 아마도 여성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외에도 총기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주택에는 명품시계도 무더기로 보관돼 있었다. 롤렉스, 까르띠에, 오데마 피게, 위블로 등 명품 시계 21개가 발견됐다. 시계의 가격만 약 2500만 페소(약 14억원)로 추정된다. 주차장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10대와 오토바이 10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정원엔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야생동물이 우리에 갇혀 있었다. 과카마야(앵무새의 일종) 등 모두 거래가 금지된 희귀종이었다. 경찰은 구체적으로 종과 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암거래가로 약 400만 페소(약 2억3000만원) 상당의 동물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을 받은 주택은 대지가 10헥타르에 달하는 고급 대형 주택이다. 주택의 소유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주택을 압수수색한 건 우연히 수상쩍인 움직임을 목격하면서다. 현지 언론은 "총을 든 남자가 주택을 지키는 걸 본 우연히 목격한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붙잡힌 사람은 없었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주택은 아무도 없는, 텅 빈 상태였다. 경찰은 "짐작되는 건 있지만 아직까진 확인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진=멕시코 경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박지원 “서울시장 안철수, 경기지사 남경필? 도둑질도 너무 빨라”

    박지원 “서울시장 안철수, 경기지사 남경필? 도둑질도 너무 빨라”

    안철수 전 대표가 있던 국민의당에서 탈퇴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 연대설’에 대해 “도둑질도 너무 빠르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새롭게 지어진 이름이다.박 의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합당하면서 한국당을 청산의 대상이라 비난하며 출범했다”면서 “그러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은 안철수(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는 남경필 후보(자유한국당) 단일화 등 묵시적인 주고 받기식 선거연대를 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바미당, 한국당은 선거연대를 부인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합당도 결국 군불 지피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지 않나”면서 “한국당과의 공조 및 연대, 예측은 했지만 도둑질도 너무 빠르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을 민주당 2중대라고 비난하던 바미당의 정체가 스스로 밝혀지고 있다”면서 “통합을 그렇게 반대하면서 한국당을 비난하다 결국 바미당을 택한 일부 의원들의 거취가 주목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의원총회에서도 바미당과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대, 후보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보도를 언급하며 “제가 알고 있기로 합당 전 안철수, 남경필 두 분이 두 차례 만났다고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남 지사가 안 전 대표에게 ‘주적이 누구냐’ 고 물으니 안 전 대표는 ‘문 모, 민주당이다, 홍모, 한국당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박 의원은 “바미당은 통합하면서 처음부터 국민을,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을, 그리고 국민의당 당원을 속이고 출발을 한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이렇게 후보단일화 및 우리가 염려했던 보수대통합의 길로 접어든다고 하면 우리는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서 허성무 새미래정책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이미 선거캠프를 꾸려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는 원래 주변에 도와주고 있는 외곽 조직들이 좀 있다”면서 “안 대표가 출마를 결심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정책 같은 거 준비하고 해야 될 거 아니냐. 그런 움직임 정도는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 그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건 아마 보수 야합이란 주장을 하면서 그런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기 위한 여당의 전략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길섶에서] 책동무/이순녀 논설위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타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책 속에 무심히 끼워진 대출확인증이다. 아마도 책갈피로 활용하다가 버리는 걸 깜박한 모양이다. 드물게는 두 사람의 대출확인증이 같이 끼워져 있기도 한데 그럴 때는 일부러 남겨 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보다 앞서 책을 빌린 이가 누군지 안다는 건 조금은 기이한 경험이다. 알 수 있는 정보라야 이름 석 자뿐이지만 같은 책을 골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반갑다. 특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책일 경우 친밀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마음 잘 통하는 책동무를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전산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대출카드를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야 했다. 책 맨 뒷장엔 황토색 봉투와 흰색 대출카드가 어김없이 붙어 있었다. 릴레이하듯 누군가의 이름 뒤에 내 이름이 오르고, 또 내 이름 뒤엔 생면부지의 이름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 시절, 나와 같은 책을 공유했던 수많은 책동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coral@seoul.co.kr
  •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매화꽃 피어난 화원과 미친 세상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매화꽃 피어난 화원과 미친 세상

    2월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시작했다 싶으면 끝나 버리는 날이다. 초중고생은 개학을 하고 설 명절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어느새 며칠 남지 않았다 싶다. 이제 줄줄이 이어지는 대학의 졸업식으로 북적거리고 나면 2월도 끝난다. 대학 졸업식이 멋진 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가 있었다. 학사모를 써 보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던 시대는 그랬을 것이다. 경이로운 교육열의 결과로 대학생의 수가 꽤 늘어난 197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그랬지만, 대학의 총학생회가 사라질 정도로 정치권력의 강압이 강해지면서 대학 졸업식의 열기는 식어 갔다. 학사모 쓴 졸업생들이 대학 총장에게 야유를 날리거나, 아예 졸업식장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 함께 입학했던 동창 몇 명이 제적돼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의 졸업은 감격스럽기보다는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까지는 이런 노래가 나름의 위로를 주고 있었다. 더이상 포크의 시대가 아닌 1980년대에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포크그룹 해바라기의 ‘그날 이후’는 좀 평범하고 밋밋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널리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어울려 지내던 긴 세월이 지나고 / 홀로 이 외로운 세상으로 나가네 / 친구여 그대 가는 곳 사랑 있어 좋으니 / 마음엔 한가득 사랑 담아 가소서 / 어느 때나 떠나간 후에도 / 친구들의 꿈속에 찾아오소서 / 젊음의 고난은 희망을 안겨 주리니 / 매화꽃 피어난 화원에 찾아오소서”(해바라기 ‘그날 이후’ 1절, 1985년 이주호 작사·작곡) 대학 졸업은 학생의 신분을 끝내고 ‘사회생활’이라 일컫는 세상으로 나가는 분기점이다. 더이상 학생이라고 봐주고 넘어가기를 기대할 수 없고, 자기 손으로 밥벌이를 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굴욕도 감수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세상의 때도 묻힐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에서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은 ‘마음에 한가득 사랑’이 아니라 ‘홀로 이 외로운 세상’, ‘젊음의 고난’ 같은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여전히 낭만적인 시대였다 싶다. 언젠가는 ‘매화꽃 피어나는 봄날의 화원’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로부터 한 세대도 채 지나지 못한 때에 나온 또 다른 노래 ‘졸업’은 해바라기의 노래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 짝짓기에 몰두했지 /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 우리들은 팔려 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브로콜리너마저 ‘졸업’, 2010년 윤덕원 작사·작곡) 졸업하자마자 ‘취준생’으로 다시 몇 년을 기약 없이 보내야 하는 세상이다. 졸업을 미루고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별별 스펙을 다 쌓으면서 취업에 유리한 졸업 시기를 계산한다. 같이 입학했지만, 졸업은 제각각인 것이 그저 상식이 되었다.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을 때, 대자보 게시판 앞에서 대학생들이 울면서 이 노래를 부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대목에서 울음들이 터졌을 것이다. ‘매화꽃 피어난 화원’ 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홀로 이 외로운 세상’과 ‘미친 세상’의 간극이 참으로 크다. 이때엔 그래도 ‘팔려 가는 서로를 바라’본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팔려 가기도 쉽지 않다. 미친 세상의 대학 졸업 시즌을 앞둔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은 이유다.
  • 러시아 남부 교회서 총기 난사… 5명 숨져

    러시아 남부 교회서 총기 난사… 5명 숨져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18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이 러시아정교회 예배당에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기세가 꺾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민족·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옛 소련권 카프카스(코카서스) 지역을 새로운 ‘성전’(聖戰)의 거점으로 삼아 러시아의 치안 불안을 조장하는 양상이다.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날 오후 다게스탄 공화국 키즐랴르 시내에서 지역 주민으로 알려진 22세의 괴한이 러시아정교회 예배당으로 난입, 사냥용 소총을 난사해 여성 신도 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신도들은 사순절 직전 1주일 동안 열리는 슬라브 민족의 봄맞이 축제 ‘마슬레니차’를 맞아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중이었다. 신도 4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1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러시아 경찰 2명을 비롯해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정교회 관계자는 수염을 기른 범인이 교회에 들어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뒤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이에 과격 이슬람주의자가 정교회 신자들을 상대로 테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날 총기 난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사건 직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의 친IS 성향 채널에는 범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IS 깃발 앞에 총과 칼을 들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IS 최고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카프카스 북부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은 소련의 해체에 따라 1991년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으로 창설됐으며 서쪽은 체첸 자치공화국과 조지아, 남쪽은 아제르바이잔과 접해 있다. 인구 300만명 중 종교적으로 이슬람이 83%이고 정교회는 2.4%에 불과하다. 30여개의 민족들로 구성된 자치지역이라 민족·종교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는 2015년부터 다게스탄을 포함한 북카프카스 지역에 지부를 설립했으며 다게스탄에서도 그동안 경찰을 대상으로 한 몇몇 공격의 배후임을 자처한 바 있다. IS는 이슬람권 인구가 많은 옛 소련권 국가들을 상대로 러시아 선전 채널인 ‘퓨랏미디어’를 개설하는 등 2015년 이후 카프카스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내전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IS 전사 4만여명 가운데 옛 소련권 국가 출신이 러시아 3400여명을 포함, 총 87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모술 등 주요 거점을 상실한 IS가 온라인을 통해 추종자가 된 전 세계의 ‘외로운 늑대’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정신적 국가로 존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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