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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이란 핵협정 파기, 북ㆍ미 접촉 언제부터였을까/이지운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이란 핵협정 파기, 북ㆍ미 접촉 언제부터였을까/이지운 국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정(JCPOA) 파기를 고려한 것은 아마 ‘처음부터’였을지 모른다. 협정 파기의 원인(遠因)을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증오’에서 찾기도 한다. 이 증오가 본질적으로 트럼프 자신의 것인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유대계 인사들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유럽의 친구들이 찾아와 말리고, 세계가 반대해도 지난 8일 기어이 협정을 파기했다. 그래서인지 사흘쯤 뒤인 10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내 이란 혁명 수비대 측 무기고와 병참기지, 정보 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하고, 이란은 골란고원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로서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외부 공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준비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1994년 미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보인 ‘세상의 핵’에 대한 그의 특별한 사명감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처음부터였을 수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핵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과 미국이 핵 합의를 위해 ‘접촉’을 시작한 게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 이전부터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인 듯하다. 워싱턴에서 ‘대북 보상비용’ 얘기가 흘러나온 게 지난해 하반기인 걸 보면 접촉 시점은 훨씬 이전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일단 그 출발점은 앤드루 김 미국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KMC)장으로 알려진다. CIA 한국지부장과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담당자를 역임하다 퇴임한 뒤 KMC 초대 팀장을 맡았다. KMC는 지난해 5월 북한 전담조직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그런데 왜 5월이었을까. 혹 북ㆍ미 접촉 시점과는 연관이 없을까. 지난해 5월 미국은 이미 북한과의 접촉량과 범위가 늘어나 조직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었을 수 있다. 관련 작업의 출발점이었던 앤드루 김의 활동 공간을 공식화해 주는 측면도 고려했을 수 있다. 아무래도 지난해 이맘때 전쟁을 불사할 듯 보였던 북한과 미국의 대결 분위기는 당시 세상이 생각했던 그런 상황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이어지는 지난해 하반기는 주지하듯 미국이 중국을 비틀어 북한을 쥐어짜는 기간이었다. 행동과 보상 사이를 고심하는 북한에 압박을 병행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필수 코스였다. 이 무렵 보상 얘기가 구체화되면서 ‘비용’ 얘기가 흘러나온 것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직거래하는 일정 기간 중국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아마 국면 전환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한국이었을 수 있다. ‘통 큰 결단’을 남한을 통해 극대화한 김정은의 선택은 영리한 것이었다. 2018년 새해 벽두부터 평창올림픽에, 김여정의 방남과 판문점 회담까지 김정은은 보도의 중심이었다. 사실관계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그래도 트럼프 정부 출범부터 북·미 정상회담 확정 발표까지 한국과 중국이 소외된 구간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두 나라 당국은 지금 이 소외된 구간을 복기해 재구성하고 있을 것인데, 한국은 누구보다 자세하고 치밀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판 마셜플랜’이 거론되고 있는 요즘이다. 예컨대 김정은 정권은 최대한 ‘북한 내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자본과 계획을 원할 것이고, 북·미가 이 문제를 어디까지 논의했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이 알려 왔다’, ‘백악관이 사전 고지했다’ 정도로는 설명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jj@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분야 넘나드는 연구로 암 정복 실현될까

    [이대호의 암 이야기] 분야 넘나드는 연구로 암 정복 실현될까

    최근 재미있게 봤던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방송에 나오는 잡학 지식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출연자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지식에 감탄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연구자들을 오직 자기 분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암 연구가 이제는 단순히 세포나 동물실험 등 하나의 분야에만 몰두하는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 잘 나타난다. 암 연구자들은 사회과학연구인 ‘소셜네트워크 연구법’을 암 연구에 적용하고 있다. 세포 안에서는 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해 기능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호작용 중 특별하고 이상한 변화를 보인 유전자나 단백질을 찾고 그 변화만 집중 연구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정상세포처럼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이나 전이를 일으키고 약제에 대한 효과나 내성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젠 개별 이상을 넘어서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시스템 생물학’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사회관계도처럼 암 세포 안에서도 일종의 지도를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 전체와 개인이 맺는 관계가 신체와 세포가 맺는 관계로, 세포와 유전자가 맺는 관계로 서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심화학습) 기술도 이미 의학연구와 임상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컴퓨터 영상분석 기술이 인간보다 수행능력이 더 우수했다. 심부전은 해당 기술의 진단 정확도가 97%로 두 명의 병리과 의사가 보여 준 정확도 74%와 73%보다 훨씬 높았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 이 기술을 적용했더니 폐결절의 악성 및 양성 여부를 2명의 영상전문가보다 5~8% 정도 더 잘 구별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서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립선암을 70% 정도 더 찾기도 했다. 딥러닝 기술은 암 연구에서 이미 주류 연구 분야의 하나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암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는 대학이나 연구소 소속의 유명한 암 연구자가 아닌 구글에서 일하는 연구자가 나와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병리 판독결과를 보여 줬다.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영상자료를 얻고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판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종양이 갖고 있는 이질성 또는 다양성 때문이다. 같은 환자에게서 얻는 종양 조직조차 모양과 범위가 다르다. 치료에 대한 반응도 차이를 보인다. 영국 맨체스터대에서는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개발한 영상촬영법과 분석기술을 종양을 찾는 데 썼다. 종양도 화성처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갖고 있고 치료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암 치료효과 판정능력을 4배 높였다. 암 연구자들이 다른 과학자들이 개발한 기술에 무임승차한 셈이다. 과거에는 한 분야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제는 분야를 넘나드는 기술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제 간 소통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학문 간 소통, 즉 ‘통섭’을 통한 연구 성과들이 점점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쓸데없는 지식’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 美 “北 핵무기 테네시에 보관” 비핵화 속도전

    美 “北 핵무기 테네시에 보관” 비핵화 속도전

    핵농축·재처리 능력도 제거 요구 “美 직접 핵무기 해체·사찰할 것” 생화학무기도 폐기 대상 재확인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와 물질을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이 폐기할 핵무기와 물질을 보관할 미국 내 장소를 특정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ABC방송에서 “그(북한의 비핵화) 결정 과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것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제거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주장했던 신속하고 거대하며 일괄적인 방식의 북핵 반출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앞서 ‘영구적 비핵화’(PVID)가 먼저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그것(PVID)은 보상 혜택이 흘러들어 가기 전에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비핵화 절차가 완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즉 PVID의 시작이 ‘핵 반출’이고, 핵 반출을 해야 ‘보상’을 하겠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우리는 이것(비핵화)이 더 크게, 다르게, 빠르게 되길 원한다”면서 “우리의 요구는 북한의 완전한, 전체적인 비핵화”라고 재차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핵사찰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기지 않고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이라며 강도 높은 핵사찰도 예고했다. 그는 “IAEA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고 아마도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IAEA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대량파괴무기(WMD)인 생화학무기도 북·미 협상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타협 불가 의제가 뭐냐’는 질문에 “비핵화가 그것의 핵심”이라면서 “그것(비핵화)은 단순히 핵무기만 뜻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과거 여러 차례 동의했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포기를 의미한다. 또 우리는 탄도미사일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고 화학·생물학 무기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핵무기가 북한 지역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핵무기를) 북한 땅에서 해체하든지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출 국가 등에 대해선 “북과 미국 간 논의 내용이라 언급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제 이름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입니다 얼마나 힘드실까?

    제 이름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입니다 얼마나 힘드실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가 모두 남한에 살고 있다??? 물론 이름만 같은 이들이다. 영국 BBC가 14일 영어를 전혀 못하는 이들도 볼 수 있는 동영상을 내놓았다. 김일성씨는 이미 은퇴를 했다. 아마도 회사를 경영하셨던 분인 것 같다. 유일하게 주민등록증을 공개해 나이를 만 45세로 밝힌 김정일씨는 지난달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 무대에 선 YB 밴드의 슈퍼바이저로 평양을 찾았던 것 같다. 이번 평양 공연에 유일하게 록 그룹으로 참여한 YB 밴드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록 버전으로 연주했는데 생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씨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다. 김정일씨는 부모님이 신경을 덜 써 이름을 지은 탓이라고 원망도 많이 했단다. 세 사람 모두 어릴적 놀림도 많이 당하고 성인이 돼서도 많은 이들로부터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무섭다는 호들갑을 듣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정일씨는 “평양 시내에 제 이름이 온통 도배가 돼 있더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북한 사람들이 명단을 훑어보다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끝내 “김 선생이라고만 하대요”라며 웃었다. 김정은씨는 어느날 미국에서 찾아온 손님 이름마저 똑같아 일행 중 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둘이 여기 다 모여 있다”고 농담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김일성씨는 한때 김정일 부장과 함께 일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어차피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데 직장 상사와 아랫사람으로 함께 일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김정일씨는 최근 극적인 한반도 해빙을 이끌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거침 없이 “록 스피릿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일성씨는 그 연배답게 “지도 살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김정은씨는 “트럼프를 들었다놨다 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며 다음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화해와 협력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사진·영상= BBC 유튜브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폼페이오 “김정은, 복잡한 논의에 매우 능해, 메모 없이 답변도”

    폼페이오 “김정은, 복잡한 논의에 매우 능해, 메모 없이 답변도”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두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을 높이 평가했다.폼페이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김 위원장)와의 대화는 전문적이다. 그는 (보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고 북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도 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대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복잡한 문제도 다룰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첫 방북 직후에도 김 위원장에 대해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자신과 배짱이 맞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는 서방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고 있으며 아마 어느 시점에는 이 프로그램도 볼 것”이라며 “그는 세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주시하고 있다. 그 역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김 위원장), 그의 팀과 역사적인 업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게 가능할 수 있는 상황으로 우리 지도자들을 인도하고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업무 관련) 파일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아는 게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복잡한 논의에도 매우 능하고 내가 논의에서 다소 벗어난 내용에 대해 질의해도 바로 답변했다. 메모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해 “김 위원장이 나와 직접 소통하면서 양국 간 성공적인 협상의 윤곽이 궁극적으로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열띤 논의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슬퍼지기 일보 직전

    슬퍼지기 일보 직전

    퇴근 시간 삼십여분을 앞두고 그 어르신은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는 어르신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인 듯했다. 맨발에 앞코가 막힌 낡은 고무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들어왔는데,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어르신의 발뒤꿈치는 거칠었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했다.“아가씨야, 동에 가믄 그 무슨 카드인가 맹글어 준다카든데, 나도 그거 하나 맹글어 도.”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를 그 무엇을 받으러 동 주민센터에 들르는 어르신이 하루에 대여섯 명은 되었다. 동 주민센터에서 만들어 주는 카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복지카드, 다자녀 카드, 문화누리카드, 바우처 카드 등등. 어찌나 많은지 나도 다 몰랐다. 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이 오면 우선, 나이와 동태를 살핀 후 핵심 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질문을 유도했다. 가령 “자녀가 몇 명입니까?”라든가, “어디가 불편하세요?” 등등. “어떻게 오셨습니까?” 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로 시작하는,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딱한 사연을 처음부터 들어줘야 했다. 자기연민이 가득한 이야기의 첫 운을 떼지 못하도록 요령껏 질문해야만 그들이 왜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면 대단히 언짢아했다. 그건 누구라도 그럴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으면 심지어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당하기 일쑤라,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당사자들로서는 결코 ‘그렇고 그런’ 사연이 될 수 없는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루에 두어 번, 한 달에 열 번쯤, 일 년에 백 번쯤 듣다 보면 나로서는 그 이야기들이 죄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26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옆집 할매가 동에 가믄 뭐를 해 준다 카든데, 나도 신청하믄 된다 케서 왔다. 카드(card)라던가?” 어르신은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발뒤꿈치 같았다.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목소리가 안 이랬는데 느그 시아버지하고 살면서 이래 됐다이가.” 시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고생을 하면 발뒤꿈치처럼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목울대, 말하자면 목소리까지도 쩍쩍 갈라진다는 건 사실 같기도 했다. 나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거의 비슷했으니까.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그쪽으로 매달 7만원이 들어온다 카든데.” 문화누리카드(국민기초수급자에게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발급해 주는 1년에 7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카드)를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 1년에 7만원이 충전되는 카드예요. 올 11월까지는 다 쓰셔야 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이고 7만원이나? 고맙습니데이, 돈 준다 카는데 얼마든지 기다려야지. 이모, 이모는 얼굴도 뽀얗고 참 예쁘데이.“ “할머니, 한 달에 7만원이 아니고 1년에 7만원입니더.” “알긋소. 아이고 고마버래이.” 할머니의 표정이 금방 화색이 돌며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졌다. 나는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PC에 입력했다. “근데, 보소. 내가 이모라 카고 예쁘다 는데 와 대답이 없능교. 나는 이런데 오믄 절대로 싫은 소리 하거나 고함 안 지른데이... 그래서 아가씨아가씨 안하고 이모 이모 한다이가. 근데 와 대답이 없소?” 나는 순간 ‘아가씨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 “아가씨”란 성매매여성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나는, “아예...할머니 고맙습니다.” 했다. 80세가 넘은 분이 나에게 이모라 부르는 것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아 웃음이 났다. 나는 웃음을 참고 발급한 카드를 할머니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할머니, 이 카드는 시내 버스나 지하철 말고예, 고속버스나 기차 탈 때 쓰면 됩니더. 비행기도 되고예.” “뭐라꼬?” “기차 타거나 고속버스 탈 때 사용하시면 된다고예.” “기차라나? 나는 영세민이라서 기차 탈 때는 돈 안낸다. 그것도 안즉 몰랐나?” “할머니, 지하철 탈 때는 돈 안내지만 기차 탈 때는 영세민도 돈을 내야 되는데예.” “뭔 소리 하노. 나는 이때까지 기차 탈 때 한 번도 돈 내고 탄 적 없다.” 할머니는 “한 번도”를 말할 때 목젖을 꾸욱 눌러 강하게 말했다.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똑같은 대화가 서너 번 오갔다. 할머니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동 주민센터 방문객 한분이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나긋해졌던 할머니 목소리가 다시 쇳소리로 변했다. “그라모 기차 탈 때 말고 또 어디에 쓸 수 있노?” 내가 어르신들에게 이 카드를 발급해 주면서 가장 난처할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 카드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외에는 하루하루 살기 팍팍한 어르신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머니가 다시 한번 다그쳤다. “할머니, 이 카드는 책 살 때, 영화 볼 때, 연극 볼 때 쓰는 거라예.” “뭐라카노.” “책요 책, 책 살 때 이 카드 쓰시라고요. 아니면 영화를 보러 갈 때, 연극 보러 갈 때. 그리고 놀이공원 알아요? 놀이공원 갈 때요.” “크게 쫌 말해라. 안 듣긴다.” “책요 책, 그라고 영화 보러 갈 때요, 놀이공원 갈 때나.” 나는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가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떠올랐다. 옆에 서 있던 방문객도 똑같은 장면을 떠올렸는지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쌩하는 표정이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죽겠구만 괜히 왔네.”영화나 연극을 보시라, 놀이 공원에 가시라고 안내할 때 이것이 웃을 일은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짧고 씁쓸한 웃음 뒤엔 곧 슬퍼지리라는 것까지. 하지만 웃음이 났다. 할머니는 앞코가 막힌 고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절름거리며 동 주민센터 유리문을 밀고 나가면서 밖을 향해 냅다 욕을 쏟아냈다. 쇳소리가 났다. 슬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노진숙씨(부산 부진진구 개금3동 주민센터)
  • [신태용에게 보내는 러브콜] 만화 같은 가로채기골

    [신태용에게 보내는 러브콜] 만화 같은 가로채기골

    오는 15일로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한 달 남긴 가운데 권창훈(24·디종)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14일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소집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두고서다.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1부 리그)에서 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13일(한국시간) 북부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를 찾아 벌인 릴과의 37라운드 원정전에 선발로 출전해 0-0이던 전반 11분 골을 터뜨렸다. 지난 7일 갱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득점으로 시즌 11호 골을 기록했다. 팀 최다 득점 공동선두를 이뤘다. 하지만 팀은 전반에만 두 골을 허용해 릴에 1-2로 역전패하며 12승9무16패(승점 45)로 13위에 머물렀다. 권창훈은 경기 초반 번뜩였다. 팀 동료의 역습 침투 패스가 많이 길어 상대 골키퍼가 튀어나오는 순간, 포기하는 듯했던 그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골킥을 하려는 골키퍼에게서 태클로 공을 낚아챈 뒤 빈 골문을 향해 공을 차 넣었다. 권창훈은 유럽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에서 팀 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7점대인 평점 7.5를 받았다. 무엇보다 손흥민(26·토트넘)의 뒤를 받쳐 줄 공격수 자원이 부족해 힘겨워 하는 신태용 감독에게 미드필더에서 해결사로 입지를 다지는 그의 진화는 반가운 대목이다. 또 같은 리그앙의 투루아에서 뛰는 석현준(27)도 몽펠리아 원정 경기에 원 톱으로 선발 출격해 후반 25분 교체될 때까지 70분 동안 활발히 공격에 앞장섰다. 골이나 공격 포인트는 작성하지 못했고 팀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석현준도 최근 꾸준한 출장으로 신태용호에 승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벌써 리그앙 24경기에 출전해 8골을 터뜨려 아마다 니아네(25·말리)와 나란히 팀 내 최다 득점을 자랑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샷 감각 찾은 우즈

    샷 감각 찾은 우즈

    8언더파 공동 9위… 김시우 55위 그쳐“나 자신의 플레이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타이거 우즈(43)가 지난 1월 25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출전으로 1년 만에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최고의 샷을 뽐냈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간) 플로리다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약 118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65타는 올해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이자 역대 이 대회의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로써 공동 68위로 가까스로 컷을 통과한 우즈는 공동 9위(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수직 상승했다. 우즈는 “라운드 초반에 버디를 잡으면서 좋은 출발을 했고 그 흐름을 이어 가려고 했다. 오늘 좋은 샷이 많이 나오고 퍼트들도 들어가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전반적으로 좋은 샷을 많이 했다. 65타는 아마 나의 최고 성적일 것”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우즈는 이날 첫 5개홀 중 4개홀에서 버디를 쓸어 담았다. 그는 “드라이버가 더 많이 편해졌다. 그래서 좀더 공격적으로 티샷을 할 수 있었고, 9번 아이언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시우(23)는 이날 2오버파 74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13타 공동 55위로 대회 2연패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웨브 심프슨(33·미국)이 19언더파 197타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 대니 리(28·뉴질랜드·12언더파 204타)보다 무려 7타나 앞서 있어 PGA 투어 통산 5승을 눈앞에 뒀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또 IS 악몽… 印尼 일가족 6명, 성당·교회 3곳서 자폭 테러

    또 IS 악몽… 印尼 일가족 6명, 성당·교회 3곳서 자폭 테러

    프랑스 파리에서 12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의 청년이 도심 번화가에 흉기를 들고 나타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IS는 이번 범행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11월 IS 폭탄 테러로 130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비롯해 최근 지속적인 테러에 시달린 프랑스 전역에 다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프랑스 유명 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 몽시니가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을 상대로 갑자기 흉기를 꺼내 공격했다. 몽시니가는 소설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극장과 레스토랑, 주점, 백화점 등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매우 많다. 한인 식료품점도 있어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날은 토요일 밤이어서 줄지어 늘어선 가게들마다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위협을 가하면서 평화로운 주말 도심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놀란 관광객과 시민이 비명을 지르며 숨을 곳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괴한은 가게마다 들러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한 목격자는 “칼을 든 괴한이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채로 거리를 돌아다녔다”며 “이 남성이 식당 입구에 있는 젊은 여성을 공격하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20~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숨졌고, 4명이 다쳐 인근 조르주 퐁피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2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범인을 전기충격기로 제압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사살했다. 그는 범행 당시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IS는 자신들의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범행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신들을 탄압하는 미국 주도 연합군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사법 당국은 범인이 1997년 체첸공화국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20세 청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파리에서는 2015년 11월 축구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와 바타클랑 극장 등 시내 6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세력의 동시다발 총격·폭탄 테러로 시민 130명이 희생됐다. 또 이듬해인 7월 남프랑스 니스에서 대형트럭이 돌진해 86명이 목숨을 잃었다. IS는 니스 테러 역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프랑스 검찰은 당시 트럭 운전사와 IS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13일 인도네시아 제2 도시인 수라바야에서는 9세 소녀를 포함한 일가족 6명이 성당과 교회 3곳에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테러 용의자 6명이 일가족이며 시리아에서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IS 동조자 500명 가운데 일부라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일가족 가운데 16세와 18세인 아들 2명이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먼저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수라바야 구벙 지역의 성당 경내로 들어가 자폭했다. 이어 오전 8시쯤에는 얼굴을 가린 어머니가 9세와 12세인 딸 2명을 데리고 디포느고르 거리에 있는 교회 경내로 들어가다가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자 자살 폭탄 테러를 벌였다. 비슷한 시간 아르조노 거리에 있는 교회 앞에서는 아버지가 차량을 이용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수라바야에 있는 모든 성당과 교회에 미사나 예배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일대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경찰은 또 IS 연계 테러 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가 테러의 배후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안철수 “북한, 핵 문제로 수십조원 요구할 것”

    안철수 “북한, 핵 문제로 수십조원 요구할 것”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조원 넘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안철수 후보는 12일 대전 둔산동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남충희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아직 돈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개발 이전인 20년 전부터 2조원에 달하는 돈을 요구했다. 지금은 수십조,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돈을 누가 내느냐.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그건 정말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나도 북핵이 폐기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경제는 너무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이 세계 평균 3.8%보다 낮은 3.1%다. 반도체 수출이 잘 돼 높아 보이지만 호황기 이후 줄어드는 시기가 온다”면서 “18개월 만인 지난 3월 처음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고비들이 있을 것이다. 동결이 아니라 폐기로 북미회담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처럼 한미동맹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키 작은 남성이 더욱 공격적…‘나폴레옹 콤플렉스’ 입증 (연구)

    키 작은 남성이 더욱 공격적…‘나폴레옹 콤플렉스’ 입증 (연구)

    키가 작은 남성이 키가 큰 남성에 비해 더욱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과학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11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자유대학(Vrije University) 연구진은 42명의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일명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을 하도록 지시했다. 독재자 게임은 분배자가 정해진 자원의 분배량을 결정해 수령자에게 일방적으로 분배하는 실험으로, 인간이 한정적인 경제적 자원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고전 경제학의 이론을 반박하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독재자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익명의 다른 참가자와 짝지어지고, 한 명은 분배자가 되고 또 다른 한 명은 수령자가 된다. 분배자는 주어진 자원을 자신이 원하는 비율로 분배하여 수령자에게 나눠주며 수령자는 분배자가 나누어 주는 몫을 거부하거나 협상할 권한이 없다. 또한 분배자는 수령자의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전원을 2명씩 팀을 이루게 한 뒤 독재자 게임을 실시하기 전, 분배자로서 자신을 위해 얼마나 지키고 싶은지, 수령자에게 얼마를 줄 생각인지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이후 독재자 게임을 하게 한 결과, 실험 참가자 중 키가 170㎝ 전후로 비교적 작은 그룹에 속하는 남성들은 자신을 위해 남겨둔 칩이 평균 14개였던 반면, 키가 2m 전후로 비교적 큰 그룹에 속하는 남성들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칩은 평균 9개에 불과했다. 즉 키가 작은 그룹에 속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더욱 공격적으로 자신의 것을 취하고 지키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 반면 키가 작은 그룹에 속하는 남성들은 자신이 수령자가 됐을 때에는 분배자들에게 더 이상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일명 ‘나폴레옹 콤플렉스’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평을 받았다. 나폴레옹 콤플렉스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공격적이고 과장된 행동을 하는 콤플렉스로, 나폴레옹 1세가 키가 작은 데서 연유한 말이다. 연구진은 뉴사이언티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아마도 키가 작은 남성들은 자원을 얻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더 똑똑할 것”이라며 “키가 작은 남성들은 자신의 작은 키를 만회하기 위해 동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심리과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UEFA “올리버 주심 비난한 부폰 징계하겠다” 뭐라 했길래

    UEFA “올리버 주심 비난한 부폰 징계하겠다” 뭐라 했길래

    세계 최고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40·유벤투스)이 마이클 올리버(잉글랜드) 주심에 대해 뭐라고 했길래 유럽축구연맹(UEFA)이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 징계를 하겠다고 나설까? 부폰은 지난달 11일(이하 현지시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막판 연장 승부가 점쳐지던 순간,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지자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레알은 이 페널티킥 을 집어넣어 합계 4-3으로 준결승에 올라 오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리버풀(잉글랜드)과 결승을 앞두고 있다. 그는 8강전이 끝난 뒤 주심이 가슴에 “심장 대신 쓰레기통”을 지녔다며 그런 사람은 “관중석에 앉아 크리스피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UEFA는 “일반적인 행동 수칙을 어겼다”며 오는 31일 징계 심의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올리버 주심과 아내 루시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문자메시지 폭탄을 받고 있으며 혹시 인신에 위협이 가해질까봐 경찰의 보호를 요청했다.부폰의 당시 발언을 장황하더라도 돌아본다. “페널티킥 가능성이 10분의 1밖에 안됐다. 심판들이 보고 싶은 걸 본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그건 명백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명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3분에 그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 또 1차전 때 우리의 확실한 페널티킥을 부인했던 심판이라면 그 시점에 페널티킥을 선언하면 안됐다. 우리 팀은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인간이라면 그토록 의심스러운 상황에 경기 막판 꿈을 짓밟을 수 없는 것이다. 가슴에 심장 대신 쓰레기통을 지녔던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런 스타디움에서 그딴 식으로 걸어다닐 거라면 차라리 아내, 아이들과 관중석에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며 크리스피를 씹으라. 한 팀의 꿈을 망치면 안된다. 그 순간 주심에게 뭐라고 할 수 있었다면 그가 빚은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시켰을 것이다.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단을 내릴 용기가 없다면 관중석에 앉아 크리스피나 먹어야 한다니까.” 며칠 뒤 그는 이탈리아의 한 TV 쇼에 나와 “콘텐츠는 바뀌지 않는다. 난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심판들에게 다시 얘기할 수 있다면 아마 조금은 다른 톤으로 얘기하긴 할 것 같다. 누구나 옳고 그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때로는 조금 과하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나다. 난 지지 부폰”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잘 놀고 제대로 일하는 법,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잘 놀고 제대로 일하는 법,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 지음/고재운 옮김/바다출판사/296쪽/1만 3800원글 쓰는 것 말고 다른 취미가 없어 보이는 작가를 꼽으라면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 같은 작가의 취미생활이라니. 마루야마 겐지 특유의 과격한 어투로 쓰인 “취미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라는 부제까지 읽고 나니, 그가 생각하는 취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의외로 그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섭렵해 왔다. 스물셋에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쓴 첫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고, 문단의 야단법석을 칼같이 잘라내고 귀향해 집필에만 몰두한 작가. 다른 소설가들의 순진함을 비웃고 문학상을 단호히 거부하며 그야말로 치열하게 쓰고 또 쓰는 작가. 그러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른 작가들과 문학계에 독설을 날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가. 그가 말랑말랑한 아마추어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니 너무나 그답다. 읽으며 몇 번이나 낄낄댄다. 영화나 오토바이나 낚시와 같은 건 확실히 보편적인 취미생활이지만, 읽다 보면 그가 ‘소설’이라는 본업 이외 것들은 모두 취미로 치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시골생활을 하다 보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도 그는 ‘취미’라 부른다. 지붕에 올라 관리하는 일, 정원수 손질, 눈 치우기, 소각로 만들기 등등. 꿈의 전원주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작업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생존노동이지만 소설이 아닌 이상 그에게는 그저 취미일 뿐이다. 잭나이프 던지기의 추억, 물맛에 대한 수다, 우유와 사과에 대한 단상, 금연도 그에게는 취미다. 그는 그 모든 취미에 전투적으로 임한다. “서른 살을 넘긴 나는 스스로 불을 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이라면 무엇에든 손을 댈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놀기 위한 목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계속 살아가기 위한 목표였다.” 결말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마루야마 겐지답다. 그는 “인생이란 게 어차피 죽을 때까지 시간 보내기”라며 이것저것 덤벼들어 하다가 결국 본업인 소설밖에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해 온 모든 것들이 사실은 ‘문학에서 도망치기 위한 소품이었다는 바보 같은 사실’도 깨닫는다. 결국 그는 그동안 취미 삼아왔던 일들을 접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위한 생활로 전환한다. 무척 단호하게. 그렇게 그의 취미생활은 모두 끝난 것일까. 다행히도 결말은 열려 있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의 소설도 좋지만 투덜거리면서도 빠져들고야 마는 그의 ‘취미생활’ 기록도 독자에게는 즐거움이니, 부디 앞으로도 우왕좌왕하시라. 박사 북칼럼니스트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원효, 中 유학길에 당항성 토굴서 깨달음 얻어…의상은 홀로 당나라로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원효, 中 유학길에 당항성 토굴서 깨달음 얻어…의상은 홀로 당나라로

    인도로 유학을 떠났던 중국승 현장(玄·602~664)이 17년 만인 645년 당나라에 돌아오자 신라 불교계에도 새로운 흐름을 배우려는 바람이 불었다. 현장은 인도에서 가져온 불교 경전을 새롭게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도승 구마라습(鳩摩羅什·344~413)의 구역(舊譯)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현장의 신역(新譯) 소식은 동아시아 전역에 퍼져나갔고, 그의 인도 불교 체험기인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는 필독서가 됐다. 의상(625~702)이 원효(617~686)에게 동반 중국 유학을 권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650년 첫 번째 당나라 유학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삼국유사’의 ‘의상전교’(義湘傳敎)편에 적혀 있듯, 고구려를 가로질러 요동으로 가다 변방 수라군에게 첩자로 붙잡혀 고초를 겪고는 신라땅으로 추방된 것이다.두 사람은 11년이 지난 661년 다시 중국 유학을 시도한다. 송나라 승려 찬녕(贊寧·919∼1002)이 30권으로 엮은 ‘송고승전’(宋高僧傳)의 ‘신라국의상전’에 이때의 이야기가 제법 길게 실려 있다.‘당나라로 가는 경계인 해문(海門)마을에 도착해 큰 배를 구해 바다를 건너려 했다. 중도에서 폭우를 만났다. 길옆 토굴에 몸을 숨겨 회오리바람의 습기를 피했다. 날이 밝아 바라보니 해골이 있는 옛 무덤이었다. 하늘에서 궂은 비가 계속 내리고, 땅은 질척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밤도 무덤에서 머물렀는데 귀신이 나타나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효는 “전날은 땅굴이라 해서 편안했는데, 오늘 무덤에 의탁하니 뒤숭숭하구나.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가 다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므로 땅굴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겠구나.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일 뿐이고, 만법(萬法)은 오직 인식일 뿐이니 마음 밖에 어떤 법이 없는데 어디에서 따로 구하리오. 나는 당나라에 가지 않겠다”고 외치고는 바랑을 메고 돌아가 버렸다. 원효는 깨달음을 얻고자 중국에 가려 했지만, 배에 타기도 전에 이미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물론 이 글은 ‘원효전’이 아니라 ‘의상전’이다. 그런 만큼 말미에는 ‘이에 의상은 외로운 그림자처럼 홀로 나아가 죽기를 맹세하고 물러나지 않았고 상선에 의탁해 당나라 등주 해안에 닿았다’고 적었다. ‘송고승전’ 내용이 뭔가 이상하다 싶은 독자도 있겠다. 원효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북송의 연수(延壽·904~975)가 지은 ‘종경록’(宗鏡錄)에 등장한다. ‘원효법사가 갈증으로 물 생각이 났는데, 마침 그의 곁에 고여 있는 물이 있어 손으로 움켜 마셨는데 맛이 좋았다. 다음날 보니 시체가 썩은 물이었다.’ 이미 10세기에 매우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송고승전’의 ‘신라국황룡사사문(沙門) 원효전’에는 ‘원효는 일찍이 의상과 함께 당나라에 가고자 했다. 그는 현장삼장의 자은사(慈恩寺) 문중을 사모했다. 그러나 입당(入唐)의 인연이 어긋났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고만 적었다. 원효의 일생을 담은 가장 권위 있는 기록인 고선사 서당화상비(高仙寺 誓幢和上碑)에서도 중국 유학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물론 신라 애장왕(제위 800~809) 때 세운 서당회상비는 깨어져 일부만 남아 있는 만큼 사라진 부분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원효가 주석하던 고선사는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토함산 어귀에 있었다. 하지만 덕동댐 공사로 절터 전체가 수몰되고 말았다. 서당화상비의 머릿돌과 받침돌, 삼층석탑과 건물 부재는 1977년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옮겨졌다. 원효가 깨달음을 이룬 곳이 어딘지는 당연히 학계의 관심사다. 원효와 의상이 배를 타고자 향했던 곳이 경기 화성의 당항성(黨項城) 언저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화성시청이 있는 남양읍의 서쪽으로,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마도나들목에서 전곡항을 가는 중간쯤이다.한성백제시대의 백제 땅이다. 하지만 장수왕이 475년 한성을 점령하면서 고구려 땅이 됐다. 진흥왕이 551년 한강 유역을 차지하면서 신라 땅이 됐다. 신라가 중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삼국통일의 결정적 바탕이 됐다. 신라가 대(對)중국 전진기지를 한강 하구가 아닌 남양만 일대에 건설한 것은 고구려 수군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남쪽의 태안반도에서 발진하는 백제 수군의 영향에서도 벗어났다. 한양대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 당항성은 해발 165m의 구봉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시대를 달리하는 테뫼식과 포곡식이 결합된 산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테뫼식이 산 정상을 중심으로 둘러 쌓았다면 포곡식은 능선을 따라 쌓은 것이다. 삼국시대 테뫼식 산성을 통일신라가 포곡식 산성으로 확대한 것으로 본다.당항성 곳곳에서는 발굴조사에서 수습한 옛 기와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방이 거칠 게 없이 트여 있는 꼭대기에 오르면 망해루(望海樓)로 추정되는 집터가 있다. 삼국시대 지휘소 장대(將臺)를 고려시대 누각으로 고쳐 지었다. 지하에서는 시대를 달리하는 흙말 17개가 확인됐다. 큰 바다를 건너기 전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흔적이다.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은 ‘남양부 망해루기’에서 ‘시야가 트인 곳에 누대(樓臺)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망해라 이름지었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은 고려청자 사금파리 하나를 주웠다. 목은이 망해루에서 기울이던 술잔이 아니라는 법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지금 당항성에서 서해바다까지의 거리는 제법 멀어 보인다. 하지만 통일신라시대 당은포(唐恩浦), 곧 당항진(黨項津)이라는 항구는 그리 멀지 않았을 것 같다. 간척 사업 이전이라면 산성 가까이까지 바닷물이 드나들었을 수도 있다. ‘송고승전’은 ‘해문마을로 가는 도중’의 토굴을 언급했지만 아마도 해문마을, 곧 당은포에서 멀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원효는 깨달음을 얻어 돌아섰고, 의상은 당나라 가는 상선에 올랐을 것이다. 최근에는 의상이 마산포에서 배에 탔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은포든, 마산포든 당항성의 부속 항구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망해루 터에서 보이는 마산포는 임오군란 이후 흥선대원군이 청나라 군대에 의해 천진으로 압송된 항구다. 조선 말에도 중국을 잇는 통로로 명맥을 유지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시화방조제에 가로막힌 농촌마을이 됐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다이노+] 돌고래 닮은 1억 8000만 년 전 ‘악어 조상’ 발견

    [다이노+] 돌고래 닮은 1억 8000만 년 전 ‘악어 조상’ 발견

    돌고래를 닮은 고대 악어의 조상 화석이 발견돼 잃어버린 진화의 고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연구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던 고대 동물의 화석을 정말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종(種)의 파충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파충류는 현존하는 악어의 조상 격으로 보이며, 몸길이는 약 5m에 달하고 생김새는 악어와 돌고래를 합친 것과 유사하다. 꼬리에는 돌고래처럼 꼬리지느러미가 있어 물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반면, 머리 부분은 악어처럼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 사냥을 할 때 용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물은 1억 8000만년 전 쥐라기시대에 서식했으며, 주로 땅에서 생활했지만 물에 들어가 사냥을 하면서 쥐라기 시대에 가장 큰 해양 포식자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파충류의 화석은 1억 8000만 년 전 일부 고대 악어가 어떻게 돌고래와 같은 생물로 진화했는지를 밝혀준다”면서 “특히 꼬리지느러미 및 악어의 등뼈가 쥐라기시대 악어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생물은 육지에서 걷기에 적합한 팔다리를 가졌다. 또 다른 유사한 다른 동물들은 꼬리지느러미와 헤엄칠 수 있는 ‘오리발’을 가졌지만 이 파충류처럼 ‘갑옷’(단단한 등뼈)을 가진 동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화석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돌고래류와 악어류 사이의 진화 고리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편 이번에 연구된 화석은 1996년 헝가리 북서부의 산맥에서 발견돼 부다페스트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최초 발견한 아마추어 수집가의 이름을 따 'Magyarosuchus fitosi'로 명명됐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학술지 ‘피어제이’ (PeerJ)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산음골에는 시인들이 산다

    산음골에는 시인들이 산다

    보건진료소에 근무한지가 30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나온 나의 발자국을 조용히 되돌아 보았다. 대학 갓 졸업하고 20대에 첫발을 들여 놓았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러 버렸는지 실감이 안 난다. 햇살 좋은 어느 날 툇마루에서 낮잠 한번 자고 일어난듯 한데 어느새 희끗희끗 변한 머리칼과 훈장 같은 주름살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인생 일장춘몽이란 말이 나왔나 보다 한바탕 꿈을 꾸고 난 듯한 이 기분........ 그러나 울고 웃으며 내 인생 전부가 되어버린 진료소의 직장 생활은 내 삶의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리라” 다짐하며 최근에 출렁이던 작은 감동의 물결을 소중한 추억의 서랍장에서 조심히 꺼내어 본다.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그래서일까 낮에는 맑고 상큼한 공기와 밝은 햇살이 하늘만 바라보이는 이 산골의 한가운데서 에너지를 뿜어 내주고 밤에는 지나던 달빛조차 잠시 쉬어 가고 반짝거리던 별도 숨죽여 산음골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가면 세상 시름 모두 던져 버리고 자연 속에서 푹 파묻히고 싶은 산음휴양림을 간직한 아담하고 예쁜 동네 이곳, 산음 골에는 세월의 훈장을 이마에 가득 달고 있는 멋진 시인들이 살고 있다. 농한기에는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해 노인정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화투를 치고 간간이 산음휴양림으로 올라가던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70~80대의 어르신들이셨다. 문맹인 분도 계시고 더러는 한글을 배우지는 못하셨어도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분도 계셨다. 주로 어촌이나 농촌 등 산간 벽오지에 있는 보건진료소는 진료외에도 농번기에도 건강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농한기인 11월은 이듬해 3월까지 통합건강증진사업의 하나로 경로당 중심의 각 지역에 맞는 특수사업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체조나 운동, 보건교육, 그리기, 만들기, 노래교실, 등산, 걷기, EM 교육 등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었다.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계속적인 사업을 연구하던 중 이제는 좀더 특별한 사업을 하고 싶었고 농한기뿐 아니라 일 년 내내 개인적으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6년 겨울부터 우울증 및 치매 예방사업으로 ‘나만의 시 짓기’ 교실을 열었다.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무슨 시를 짓느냐고 도리질 치는 어르신들께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 때 시집을 낸 일본의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를 소개해 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드렸다. 관할구역인 산음리 석산리 4개리 노인정을 직접 다니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키고 인형으로 직접 실습도 하게 했다.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한 후 시 공부를 그 자리에서 시작했는데 일단 시란 무엇인가 알려 준 뒤 행과 연 나누는 법등 가장 기초부터 알려드렸다. 어르신들의 숨겨진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어요 시라는 게 특정인이 쓰는 게 아니랍니다 본인의 생각을 함축해서 쓰시면 됩니다. 과거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좋고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내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좋고 꽃이나 새, 또는 자연을 보고 느끼는 점도 모두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답니다 창밖을 보세요. 지나는 바람의 이야기, 오후의 느린 햇살 이야기 지나는 자동차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나요? 저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보세요 나만의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치매도 예방됩니다. 공통점이 생겨서 이웃 간의 대화도 풍부해질거예요 일단 생각해 보시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직접 써보세요. 시작은 어렵지만 시라는 강물에 푹 빠지면 아마 깃털같이 가벼운 날들이 행복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동안 걸어 보지 못했던 신기한 세상으로 한발씩 걸어 보세요. 한 달간 교육을 마친 후 처음 접해보는 “시”라는 것에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인 어르신들께 A4용지를 나누어 드리고 시도 좋고 아무 글이나 한편씩 써서 진료소로 갖고 오시라고 숙제를 내드렸다. 그렇게 열변을 토하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어쩌면 빈 들판의 바람소리처럼 아무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어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내 앞에서 강한 부정을 하며 시를 어찌 쓰냐고 말씀하시던 할머니께서 수줍은 표정으로 진료소에 오셨다 쭈빗거리시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보여주셨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게 난생처음 써 보는 거라 창피하기만 한데 숙제를 내서 일단 써왔다며 부끄러워하셨다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아! 이렇게 첩첩산골 산음리에서 시인 한 분이 탄생하겠구나 기대를 걸고 종이를 펼쳐서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자가 많았다. “할머니 이게 무슨 글자예요?” 하나하나 일일이 여쭙다 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대충 읽을 수가 있었다. 대부분 소리 나는 대로 쓰셨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 나와 눈물까지 흘릴뻔했다. 한 행 한 행 어르신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여쭈어 가며 둘이 머리를 맞대고 탄생시킨 시가 바로 /중매쟁이 말만 믿고/ 산음리로 시집 보내놓고/ 화병에 일찍 돌아가신 어머님/ 중략 / 딸네 집도 못 와보고 따스한 밥 한 끼 못해드리고 보내드려서 가슴 아파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로 지은 ‘그리운 어머니’였다. 며칠 뒤에는 A4용지 잃어버렸다며 달력 뒷장을 찢어서 숙제를 해오신 분이 계셨는데 그대로 하나의 시가 되었다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셨고 평상시에 책을 좋아하시는 분답게 퇴고를 굳이 하지 않고도 연을 나누는 것만 도와 주었는데 봄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봄이 오는 소리”시가 탄생하였다. 또 한 분은 그동안 써오셨다며 20여 편 정도를 갖고 오셨는데 초보라고 하기엔 참 잘 쓴 글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몸이 안 좋아 시골에서 요양하면서 쓰신 터라 고뇌를 많이 한 흔적이 있는 깊이 있는 글이었다. 그러나 거의 수필인지 시인지 모를 정도의 길고 긴 시였다 너무 잘 쓰셨다고 칭찬해 드리고 조금씩 퇴고하는 것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시간 날 때 개인적으로 공부 좀 하자고 권유하고 한 달 정도 진료소에 오셔서 시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다. 그뒤로 지은시는 시집 한 권 내셔도 좋을 정도로 이쁜시를 많이 지으셨다. 이렇게 여러편이 모이자 시화로 제작해서 2017년도에는 진료소 출입구에 전시해 두었더니 오가시던 분들이 시에 대해서 관심을 더 많이 갖기 시작하고 한두 분씩 시를 화두로 삼기 시작하였다. 나비효과란 말이 있듯이 어느 날인가 이 작은 물결이 산음리 석산리에 시로 물들어 주기를 더 절실하게 기다리며 2018년 1월 나 혼자서는 너무 벅차서 전문가 선생님을 모시고 한 달 동안 시 공부를 다시 한 번 더 하게 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18년 3월 17-18일 제19회 단월 고로쇠 축제 때는 44편의 시를 축제장에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축제장을 찾은 많은 분들이 차별화된 축제장에서 인생을 한편의 시로 표현한 진솔한 시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감동을 많이 받으셨다. 이어서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어버이날 전후해서 양평역에 전시할 예정이다 비록 세련되거나 완전하진 못해도 삶의 진솔함이 묻어나 있어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우리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을 먼저 걸으신 어르신들의 시를 읽음으로써 그분들이 힘들게 살아온 삶을 응원해 드리고 孝사상을 고취시키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산음골에는 멋진 시인들이 산다 삶 자체가 시다 그래서 우리는 더 건강하고 더욱더 행복하다. 이제부터 우리 시인 어르신들은 꽃길만 걷게 될것이다.
  • 트럼프 “미국인 석방해준 김정은에 감사”

    트럼프 “미국인 석방해준 김정은에 감사”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성공할 수 있다”김동철씨 “북에서 노동했다. 아플 때 병원도 갔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직접 마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방을 조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해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2시 50분쯤 미국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한 김동철, 김학송, 김상덕씨 등 3명을 직접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전용기 안에 들어가 3명에 환영인사를 건넨 뒤 이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3명의 석방 미국인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한 뒤 대기 중인 취재진을 향해 두 팔을 들고 양손으로 ‘V’자를 만들어 흔들기도 했다. 김동철씨는 북한에서의 대우는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동을 많이 했고 아플 때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짧게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방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서 “북한과의 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순간이다.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밤이다. 훌륭한 세분의 귀환을 축하한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세분의 석방을 결정해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면서 “석방이 실현될 지 끝까지 확실치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했으나 병으로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에 대해서도 가족분들께 직접 연락해 위로를 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의 장소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미) 관계가 이렇게 멀리까지 온 것이 놀랍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보자. 아마 굉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슬퍼지기 일보 직전

    퇴근 시간 삼십여 분을 앞두고 그 어르신은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는 어르신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인 듯 했다. 맨 발에 앞코가 막힌 낡은 고무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들어왔는데,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어르신의 발뒤꿈치는 거칠었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했다. “아가씨야, 동에 가믄 그 무슨 카드인가 맹글어 준다카든데, 나도 그거 하나 맹글어 도.”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를 그 무엇을 받으러 동 주민센터에 들르는 어르신이 하루에 대여섯 명은 되었다. 동 주민센터에서 만들어 주는 카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복지카드, 다자녀 카드, 문화누리카드, 바우처 카드 등등. 어찌나 많은지 나도 다 몰랐다. 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이 오면 우선, 나이와 동태를 살핀 후 핵심 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질문을 유도했다. 가령, “자녀가 몇 명입니까?” 라던가, “어디가 불편하세요?” 등등. “어떻게 오셨습니까?” 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로 시작하는,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딱한 사연을 처음부터 들어줘야 했다. 자기연민이 가득한 이야기의 첫 운을 떼지 못하도록 요령껏 질문해야만 그들이 왜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면 대단히 언짢아했다. 그건 누구라도 그럴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으면 심지어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 당하기 일쑤라,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당사자들로서는 결코 ‘그렇고 그런’ 사연이 될 수 없는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루에 두어 번, 한 달에 열 번쯤, 일 년에 백 번쯤 듣다보면 나로서는 그 이야기들이 죄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26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옆집 할매가 동에 가믄 뭐를 해 준다 카든데, 나도 신청하믄 된다 케서 왔다. 카드(card)라던가?” 어르신은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발뒤꿈치 같았다. “내가 시집 올 때만 해도 목소리가 안 이랬는데 느그 시아버지하고 살면서 이래 됐다이� � 시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고생을 하면 발뒤꿈치처럼 보이는 곳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목울대, 말하자면 목소리까지도 쩍쩍 갈라진다는 건 사실 같기도 했다. 나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거의 비슷했으니까.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그쪽으로 매달 7만원이 들어 온다 카든데...” 문화누리카드(국민기초수급자에게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발급해주는 1년에 7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카드)를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 1년에 7만원이 충전되는 카드예요. 올 11월까지는 다 쓰셔야 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이고 7만원이나? 고맙습니데이, 돈 준다 카는데 얼마든지 기다려야지. 이모, 이모는 얼굴도 뽀얗고 참 예쁘데이.“ “할머니, 한 달에 7만원이 아니고 1년에 7만원입니더.” “알긋소. 아이고 고마버래이.” 할머니의 표정이 금방 화색이 돌며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졌다. 나는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PC에 입력했다. “근데, 보소. 내가 이모라 카고 예쁘다 ?는데 와 대답이 없능교. 나는 이런데 오믄 절대로 싫은 소리 하거나 고함 안 지른데이... 그래서 아가씨아가씨 안하고 이모이모 한다이가. 근데 와 대답이 없소?” 나는 순간 ‘아가씨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 “아가씨”란 성매매여성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나는, “아예...할머니 고맙습니다.” 했다. 80세가 넘은 분이 나에게 이모라 부르는 것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아 웃음이 났다. 나는 웃음을 참고 발급한 카드를 할머니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할머니, 이 카드는 시내 버스나 지하철 말고예, 고속버스나 기차 탈 때 쓰면 됩니더. 비행기도 되고예.” “뭐라꼬?” “기차 타거나 고속버스 탈 때 사용하시면 된다고예” “기차라?나? 나는 영세민이라서 기차 탈 때는 돈 안낸다. 그것도 안즉 몰랐나?” “할머니, 지하철 탈 때는 돈 안내지만 기차 탈 때는 영세민도 돈을 내야 되는데예....” “뭔 소리 하노..나는 이 때까지 기차 탈 때 한 번도 돈 내고 탄 적 없다.” 할머니는 “한 번도”를 말할 때 목젖을 꾸욱 눌러 강하게 말했다.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똑같은 대화가 서너 번 오갔다. 할머니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동 주민센터 방문객 한분이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나긋해졌던 할머니 목소리가 다시 쇳소리로 변했다. “그라모 기차 탈 때 말고 또 어디에 쓸 수 있노?” 내가 어르신들에게 이 카드를 발급해주면서 가장 난처할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 카드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외에는 하루하루 살기 팍팍한 어르신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머니가 다시 한 번 다그쳤다. “할머니, 이 카드는 책 살 때, 영화 볼 때, 연극 볼 때 쓰는 거라예.” “뭐라카노.” “책요 책, 책 살 때 이 카드 쓰시라고요. 아니면 영화를 보러갈 때, 연극 보러 갈 때. 그리고 놀이공원 알아요? 놀이공원 갈 때요.” “크게 쫌 말해라. 안 듣긴다.” “책요 책, 그라고 영화 보러 갈 때요, 놀이공원 갈 때나....” 나는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가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떠올랐다. 옆에 서 있던 방문객도 똑같은 장면을 떠올렸는지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쌩하는 표정이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죽겠구만 괜히 왔네.” 영화나 연극을 보시라, 놀이 공원에 가시라고 안내할 때 이것이 웃을 일은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짧고 씁쓸한 웃음 뒤엔 곧 슬퍼지리라는 것까지. 하지만 웃음이 났다. 할머니는 앞코가 막힌 고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절름거리며 동 주민센터 유리문을 밀고 나가면서 밖을 향해 냅다 욕을 쏟아냈다. 쇳소리가 났다. 슬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아마존, 벌채로 죽어간다…지난해 축구장 20만 개 규모 사라져

    아마존, 벌채로 죽어간다…지난해 축구장 20만 개 규모 사라져

    남미 아마존에서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농업, 축산업 등을 이유로 마구 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범죄카르텔까지 '아마존사업'(?)에 뛰어들면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는 탓이다. 페루 환경부 소속 '산림보호프로그램'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페루 아마존에서 사라진 산림은 197만4209헥타르에 이른다. 매년 평균 12만3388헥타르꼴로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에만 페루 아마존에선 산림 14만3000헥타르가 증발했다. 축구장 20만 개에 맞먹는 규모다. '산림보호프로그램'은 "문제를 방치하면 앞으로 매년 30~40만 헥타르씩 산림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오염에도 자연은 힘겨운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그런 자연을 파괴하는 건 사람이다. 농업이나 축산, 광업 등 경제활동을 위한 불법벌채가 아마존을 죽여가고 있다. 현지 언론엔 "아마존이 '경제개발'이라는 암에 걸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광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광업으로 불법벌채와 난개발이 특히 심각한 곳은 페루 남부 마드레데디오스지역. 이곳에선 불법벌채로 초토화된 면적이 2001년 5000헥타르에서 2016년 1만7000헥타르로 급증했다. 불법벌채로 민둥이가 된 곳엔 준설기가 설치되고, 금광에선 다이너마이트, 수은 등이 사용된다. 현지 언론은 "일명 '아마존사업'에 범죄카르텔까지 뛰어들면서 (인력 확보를 위한) 인신매매, 납치 등 범죄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카인 생산을 위해 코카를 재배하는 밭으로 변한 곳도 적지 않다. '산림보호프로그램'은 "당장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마존 산림은 머지않아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존을 끼고 있는 페루는 전체 국토의 1/3이 산림이다. 넉넉한 산림자원 덕에 페루는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17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여기는 남미] 반려견 구한 브라질 영부인에 조롱 쇄도하는 사연

    [여기는 남미] 반려견 구한 브라질 영부인에 조롱 쇄도하는 사연

    브라질의 영부인이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호수에 뛰어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엉뚱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마르셀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고는 지난달 22일 벌어졌다. 대통령부부의 반려견 '피콜리'가 영부인 마르셀라 테데시 테메르와 산책을 하다가 대통령궁 내 호수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잭러셀테리어 종인 반려견이 물에 빠진 건 오리 때문. 조용히 산책을 하던 반려견은 오리를 보고 힘차게 쫓아가다가 그만 풍덩 물에 빠졌다. 주변엔 경호원들이 있었지만 모두 주춤거리자 마르셀라 미셰우 테메르는 직접 호수에 뛰어들어 반려견을 구해냈다. 영부인의 용감한 행동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었지만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엔 영부인을 조롱하는 글이 빗발쳤다. 테메르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없다 보니 영부인조차 미운털이 박힌 때문이다. 브라질의 인기 블로거 레오나르도 스토파는 "영부인이 구하려 한 건 아마도 개가 아니라 오리였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테메르는 국정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다른 인기 블로거 호세 시마우는 "영부인의 반려견은 사고로 물에 빠진 게 아니라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면서 "테메르를 보다 못해 반려견조차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라고 조롱했다. 영부인이 호수에 뛰어든 건 남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놀림까지 등장했다. 트위터에선 "마르셀라 미셰우 테메르가 호수에 뛰어들어 개를 구한건 남편 테메르를 지지하는 건 동물들뿐이기 때문"이란 글이 수천 번 리트윗됐다. "영부인의 동물사랑은 당연한 일. 박쥐와 결혼했는데?"라는 글도 인기다. 테메르 대통령은 인기가 떨어지면서 박쥐처럼 생겼다는 국민적(?) 놀림을 당하고 있다. 올해 리우카니발엔 '테메르-박쥐' 테마로 한 카니발 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으로 꼽힌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달 테메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였다. 지난해 9월엔 지지율이 3%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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