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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일생에 딱 한번 거짓말” 은딩기 케냐 대주교 영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일생에 딱 한번 거짓말” 은딩기 케냐 대주교 영면

    일생을 살며 단 한 번만 거짓말을 해봤다고 말하면 “에잇, 과장이 심하시네” 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노화 합병증 탓에 89세를 일기로 숨진 뒤 7일 나이로비의 성가족 마이너 성당 묘지에 묻힌 케냐 가톨릭 대주교 은딩기 므와나 아은제키의 간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케냐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살아온 그의 일생이 오롯해서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늘 강론을 펼치던 곳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지만 이날 그의 장례식은 100명 정도만 참석해 지켜봤고 수백만 신도들은 텔레비전으로 함께 했다. 코로나19 창궐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케냐 가톨릭주교회의는 고인이 “맞춤한 성당 작별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것은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2011년 작고) 교수를 1990년대 보안군의 단속으로부터 피신시켰을 때였다. 마타이 교수를 아픈 무슬림 소말리아 여인으로 변장시킨 뒤 리프트 계곡의 고향 마을 나쿠루에서 200㎞ 차를 운전해 데려갔다. 마타이 교수는 유명 인권운동가 겸 환경운동가로 다니엘 아랍 모이 정권이 검속하려는 1순위 반체제 인사였다. 마타이가 히잡을 두른 채 멍한 눈길을 건네자 검문소 경비가 “그녀가 아픈가“라고 물었고, 이 진솔한 성직자는 그렇다고 답해 계속 차를 몰아 운전했다는 것이 그가 일생에 단 한 차례 해본 거짓말의 전부였다. 고인을 40여년 알아 온 모리스 크롤리 주교는 “지상의 사람들을 힘 있게, 겁 없게, 그리고 앙심을 품는 일 없게 만든 사람”이었다면서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만일 수 있는 사람들을 한사코 바로잡으려 하고 귀기울이게 만들어 친구로 늘 남아 있었다”고 기렸다. 1931년 성탄절에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서른이던 1961년 사제가 돼 서른여덟이던 1969년 케냐의 최연소 주교가 됐으며 예순여섯 살인 1997년 나이로비 교구의 대주교에 올라 2007년에 은퇴했다. 1990년대 초반 리프트 계곡에 종족분쟁이 일었을 때 트럭들을 빌려 수만 명을 성당에 데려가 숨겨준 일로 신도들의 존경을 한몸에 샀다. 카누 집권여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박해하고 젊은이에게 총을 들라고 강요하는 등 헌법 파괴를 일삼는다고 미사 강론을 통해 규탄했다. 친구들이 그러다 큰일 당한다고 경고하자 그는 “누구나 한번 죽는다”고 말하며 물리쳤다. 2000년 인터뷰를 통해 이때가 가장 힘든 인생의 고비였다고 돌아봤다. “무고한 이들이 숱하게 박해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집들은 불태워지고 사람들은 내가 했던 말을 폄하하기 일쑤였다.” 고인은 가톨릭이 아프리카 전통과 관습을 받아들이는 데도 앞장 섰다. 가톨릭 대주교가 쓰는 모자 대신 에티오피아 동료들이 건넨 독특한 모자를 자주 쓰곤 했다. 로렌스 은조로게 신부는 고인이 “아프리카 음악과 클래식, 이를테면 파드힐 윌리엄, 푼디 콘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드비히 반 베토벤 등을 두루 좋아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결혼 풍습을 가톨릭이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아프리카인들의 죄악 개념을 가톨릭 식으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 창궐을 막기 위해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할 때 그가 강하게 반대한 일이 일례였다. 2003년 한 회합 도중 “콘돔 사용이 늘면서 오히려 에이즈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해 에이즈 대응 활동가들의 분노를 샀던 일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코로나19 경시 지적에 “내가 미국의 치어리더”

    트럼프, 코로나19 경시 지적에 “내가 미국의 치어리더”

    미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38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1만명이 나온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했다는 논란이 일자 “내가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중심적이라며 WHO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 보류를 강력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백악관 태스크포스(WP) 브리핑에서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지난 1월 말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다보며 작성했다는 보고서와 관련해 “보지 못했고 달라고 한 적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바로 국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당시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고 말한 뒤 “혼란과 쇼크를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가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라고 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나바로 국장이 1월 말 대유행 가능성을 거론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인 50만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미국의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면서 “아마도 우리는 (발병)곡선의 최정점에 다다르고 있을 수도 있다”며 예상보다 사망자가 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주가 아주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면서 “가장 꼭대기에 있을 때 가장 힘든 주”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WHO, 미국이 내는 돈이 제일 많은데…”중국 비호 언급하며 자금 지원 차단 협박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피해가 중국에 우호적으로 대한 WHO의 문제라는 취지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미국의 자금을 끊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쓰이는 돈을 보류할 것이다. 아주 강력하게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는다. 우리가 내는 돈이 그들에 가장 비중이 크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WHO는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면서 “WHO는 나의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 그들은 틀렸고 그들은 많은 것들에 틀렸다”고 비판했다. 또 “WHO는 잘못 짚었다. 시점을 놓쳤다”면서 “우리는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AFP통신은 WHO의 가장 큰 자금원이 미국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을 언제 보류할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WHO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점에 실제 자금 지원을 보류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미국 내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트럼프 행정부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WHO에 화살을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WHO가 중국 중심적이라고 비난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은 WHO와의 협력을 강조해왔다고 지적했다.미국 사망자 1만 2000명…확진자 38만 넘어 세계 최대 한편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2000명을 넘었고, 확진자는 38만명을 넘어서며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7일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2021명, 환자는 38만 325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그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스페인(14만 511명), 이탈리아(13만 5586명), 프랑스(11만 43명) 등 세 나라 환자를 모두 합쳐놓은 규모다. 또한 미국의 사망자는 이탈리아(1만 7127명), 스페인(1만 389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코로나19 최대 확산 지역인 뉴욕주에서는 하루 사망자(6일 기준)가 73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누적 사망자는 5489명으로 늘었다.뉴욕주의 하루 사망자가 4일 630명에서 5일 594명, 6일 599명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는가 싶더니 다시 희생자가 늘어난 것이다. 뉴욕시의 경우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202명으로, 2001년 9·11 테러 당시 희생자 숫자를 넘어섰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당시 뉴욕시에서만 2753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모두 2977명이 9·11 테러로 숨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731명의 목숨을 잃었다. 우리의 가족과 부모, 형제, 자매들이 거기에 포함돼있다”면서 “뉴욕주민들에게 또다시 큰 고통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뉴저지주에서도 하루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필 머피 주지사는 “코로나19로 231명이 사망했으며, 주 전체 사망자는 123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둔화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머피 주지사는 덧붙였다.“미국인, 8월까지 8만 1766명 사망”CNN “영국 6만 6000명 사망 예상” ‘사회적 거리두기’ 안 하면 더 많은 사망자영국 피해 큰 것도 거리두기 대응 늦은 탓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워싱턴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는 이날 미국과 유럽 각국의 코로나19 예상 모델 업데이트판을 발표했다. 다음달까지 완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는 가정에 따라 만든 이번 모델을 보면 오는 8월4일까지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만 1766명으로 관측됐다. 최소치는 4만 9431명, 최대치 13만 6401명이다. CNN은 이번 최신 모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이 모델을 만든 크리스토퍼 머리 IHME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할 경우 “미국은 더 많은 사망자를 보게 될 것이고, 사망 피해 정점은 더 늦게 올 것이며, 병원 부담과 경제적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연구진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을 이달 16일로 내다보면서 이날 하루에만 313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여름까지 감소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에서 8월까지 필요한 병상은 모두 14만 823석으로 3만 6654석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 대륙에서는 8월 4일까지 모두 15만 168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영국의 피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기간 영국의 예상 사망자 수는 총 6만 6314명(최소 5만 5022명∼최대 7만 9995명)으로 전체 유럽의 40% 이상을 차지한다.유럽에서 먼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탈리아(2만 300명), 스페인(1만 9209명), 프랑스(1만 5058명)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집단 면역’을 논의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한 시점이 늦어졌다는 점을 그 이유로 지목한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영국이 이 조치를 시작한 3월23일에는 이미 하루 사망자가 54명에 이르렀지만, 포르투갈은 하루 사망자가 1명에 불과할 때부터 조치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李, 약해 보여… 박력 있는 사람 뽑아야” “黃, 상식에 안 맞아… 반대만 해선 안 돼”

    “李, 약해 보여… 박력 있는 사람 뽑아야” “黃, 상식에 안 맞아… 반대만 해선 안 돼”

    “누가 돼도 똑같다. 보이는 것만 신경쓰지 서민들이 불편한 일에는 관심이 없어. 막말로 그놈이 그놈이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입구의 한 미용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미용실 주인 이모(63·여)씨와 주민 오모(60·여)씨는 4·15 총선 얘기가 나오자 “20~30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공약이 지켜지는 것을 별로 못 봤다”며 “둘 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두 유권자는 “투표는 프라이버시”라면서도 오씨는 “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좀 물렁하다”며 현 정권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이씨는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하는데 (야당이) 너무 반대만 하니까 그것도 좀 싫더라”며 옹호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의 빅매치가 성사된 지 두 달,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종로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반반이다”, “좀더 지켜봐야 안다”며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경제 문제, 조국 논란 등을 두고 의견이 교차됐다. 창신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 은보람(34·여)씨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은씨는 “최근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황 후보의 발언을 듣고는 화가 났다”면서 “지금 우리 세대가 느끼는 상식이 현 시대의 상식이라는 점을 통합당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회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문모(53)씨는 “경제문제를 떠나서 탄핵을 당했으면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당에선 그런 게 전혀 안 보인다. 황 후보도 탄핵 때 국무총리 하던 분 아니냐”며 “반성도 책임도 없이 헐뜯고 반대하는 모습이 싫다”고 꼬집었다. 반면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이화동 주민 김모(79)씨는 황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좀 박력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 이낙연은 윗사람한테는 잘할 것 같은데 약해 보인다”며 “경제문제, 북한문제, 안보문제 다 너무 끌려만 다녀서 이제는 바꿔 봐야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64)씨 역시 “내 고향은 전북 익산인데 이번에는 정당도, 인물도 2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월 200만원 벌이하던 게 지금은 100만원도 안 나온다. 지난달 사납금으로 꼴아박은 돈만 19만원”이라며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민주당은 죄다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전문성이 없다. 한국당(통합당을 의미)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지지하던 정당이 있음에도 특정 이슈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회동 주민 조모(60·여)씨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조국 사태 이후 관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청동에서 음료 가게를 운영하는 정찬용(49)씨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정치 아마추어 같은 모습에 실망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야당 쪽에서 대신할 만한 인물이 안 보인다”며 “이럴 거면 선거를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낙연, 물렁해”vs“황교안, 상식 밖”…종로 민심 탐방해보니

    “이낙연, 물렁해”vs“황교안, 상식 밖”…종로 민심 탐방해보니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숨은 민심 르포 “누가 돼도 똑같다. 보이는 것만 신경쓰지 서민들이 불편한 일에는 관심이 없어. 막말로 그놈이 그놈이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초입의 한 미용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미용실 주인 이모(63·여) 씨와 주민 오모(60·여) 씨는 4·15 총선 얘기가 나오자 “20~30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공약이 지켜지는 것을 별로 못봤다”며 “둘 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두 유권자는 “투표는 프라이버시”라면서도 오씨는 “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좀 물렁하다”며 현 정권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이씨는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하는데 (야당이) 너무 반대만 하니까 그것도 좀 싫더라”며 옹호했다.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의 빅매치가 성사된 지 두 달, 여야 대권주자들이 나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종로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반반이다”, “좀 더 지켜봐야 안다”며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경제 문제, 조국 논란 등을 두고 의견이 교차됐다. 창신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 은보람(34·여)씨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은씨는 “최근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황교안 후보의 발언을 듣고는 화가 났다”면서 “지금 우리 세대가 느끼는 상식이 현 시대의 상식이라는 점을 통합당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회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문모(53) 씨는 “경제 문제를 떠나서 탄핵을 당했으면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당에선 그런 게 전혀 안 보인다. 황 후보도 탄핵 때 국무총리 하던 분 아니냐”며 “반성도 책임도 없이 헐뜯고 반대하는 모습이 싫다”고 꼬집었다.반면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이화동 주민 김모(79)씨는 황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좀 박력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 이낙연은 윗 사람한테는 잘할 것 같은데 약해 보인다”며 “경제문제, 북한문제, 안보문제 다 너무 끌려만 다녀서 이제는 바꿔봐야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64)씨 역시 “내 고향은 전북 익산인데 이번에는 정당도, 인물도 2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월 200만원 벌이하던 게 지금은 100만원도 안 나온다. 지난달 사납금으로 꼴아박은 돈만 19만원”이라며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민주당은 죄다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전문성이 없다. 한국당(통합당을 의미)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원래 지지하던 정당이 있음에도 특정 이슈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회동 주민 조모(60·여)씨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조국 사태 이후 관망하고 있다”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런 공정성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돼야 하는데 이낙연 후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확실하게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청동에서 음료 가게를 운영하는 정찬용(49)씨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정치 아마추어 같은 모습에 실망을 많이 했다. 부동산이며 정책들이 전문적이지도 않고 인기몰이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렇다고 야당 쪽에서 대신할 만한 인물이 안 보인다”며 “이럴 거면 투표를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기름 없어 코로나19 대응 불가”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기름 없어 코로나19 대응 불가”

    코로나19가 남미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휘발유 부족으로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 보고서를 인용한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베네수엘라의 의사와 간호사는 10명 중 6명꼴로 출근을 하지 못했다.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 발이 꽁꽁 묶인 탓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주 출근을 하지 못한 의사와 간호사는 전체의 62%에 이른다. 의사만 분류해 보면 전체의 84%가 자가용에 휘발유를 넣지 못해 출근을 못했다. 출근하는 의사들에게도 출근길은 고난의 행군 같다. 의사들은 적게는 6시간, 많게는 20시간씩 주유소에 줄을 서 겨우겨우 자가용에 기름을 넣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 세계 1위 국가다. 보고서를 공개한 호세 마누엘 올리바레스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 누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가"라며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의료시스템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바레스 의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감염률을 10%로 전제하면서 "이렇게 보수적으로 감염자 수를 전망해도 지금의 의료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약 2843만 명, 1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300만 명 가까운 감염자가 나오게 된다. 올리바레스 의원은 "(지금까지 외국에서 나온 통계를 기준으로) 무증상자를 제외해도 최소한 40만 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인프라도,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의료시스템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인공호흡기는 250~300대에 불과하다. 아마소나주의 경우 집중치료병상은 단 2개, 인공호흡기도 2개뿐이다. 이 시설로 전체 주민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전체 병원의 70%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60%는 비누가 떨어진 상태다. 66%는 마스크와 수술용 라텍스장갑이 없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159명, 사망자 7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는 의심환자의 수가 오락가락 하기 때문이다. 올리바레스 의원은 "3일 만에 검사를 받은 사람이 8만 명이나 줄어든 적도 있다"며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다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주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럽 도시들은 외곽 신도시에 우리와 같은 단지형 아파트를 급작스럽게 짓기 시작했다. 단위가구가 결합해 건물이 되고, 주거동이 모여 단지가 만들어지는 단순 반복과 확장의 과정이다. 마치 공장 생산품처럼. 이런 시스템은 단기간 대량 공급으로 주거 문제를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함께 사는 도시 공동체를 파괴하고, 외적으로는 주변 도시와 부조화해 단절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도시와 환경, 공유와 소통을 고려한 도시의 집합주거 유형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앙리 시리아니의 유전자 유럽에서 도시 집합주거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때 그 중심에 있던 대표적인 건축가가 프랑스의 앙리 시리아니다. 1936년 페루에서 태어난 그는 1965년 프랑스로 건너와 A.U.A. 등에서 일했다. 1976년부터 독자적인 건축 활동을 시작한 시리아니는 페루에서 참여했던 저가형 집합주거 프로젝트의 경험과 실천이론인 ‘도시 단편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연구했다. 저가형 집합주거를 위해 근대 집합주거의 특징인 ‘반복과 규격화’라는 장점을 수용하면서 전통도시의 장점인 장소성, 주변과의 조화 그리고 단지의 편안함을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다. 도시 단편론은 근대 이상도시 실현의 문제점과 과거 전통도시의 한계성을 파악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는 실천적 연구였다. 이 개념이 적용된 그의 프로젝트는 ‘누아지-2’, ‘생드니 아파트’, ‘에브리-2 아파트단지’, ‘베르시 주거단지’ 등이다. 그가 실현한 주거단지의 특징은 구도시 공간의 특성인 가로, 광장, 정원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심 재개발 아파트뿐만 아니라 신도시 계획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적용해 과거와 현재의 도시 풍경을 단절 없이 연결했다. 미국 건축이론가 케네스 프램턴은 시리아니의 도시 단편론과 건축물을 근대 집합주거 유형을 기존 도시와 접목하려는 새로운 모색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시리아니는 근대건축의 거장인 르코르뷔지에의 사상과 이론 그리고 건축 어휘를 평생 따랐지만, 도시와 집합주거에 대한 이론과 사상에서는 그 결을 달리하며 선명한 자기 생각을 펼쳤다.르코르뷔지에가 혁신을 위한 기념비적인 건축을 추구했다면, 시리아니는 시대적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건축의 본질인 공간을 탐구하고 그것을 실천했던 건축가였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거창한 개념에 집중하기보다는 삶의 근본을 이루는 건축의 중요성과 도시 분위기 형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설계한 주거공간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지나치게 멋을 부리거나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풍요로운 공간을 구성하고, 평범하고 저렴한 재료로 공간의 질을 높여 격조 있는 집을 만들었다. 제한된 면적과 공사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임대주택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잘 드러나는데, 사용자가 10평 크기의 집을 12평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계획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입구와 홀, 복도는 풍요로운 분위기를 내면서 입주자들의 자존감을 높여 줬다. 물론 그가 집합주거만 설계한 건축가는 아니다. 말년에 준공한 페론의 ‘1차 세계대전 전쟁박물관’과 아를의 ‘고대 유적박물관’에서 빛과 동선으로 만들어 낸 장면은 현대건축이 지닌 자유로운 공간의 진수를 보여 준다. 시리아니는 미래의 건축을 담보하는 교육자다. 1977년부터 2001년까지 프랑스 건축 8대학(파리 벨빌 건축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금도 페루에서 건축교육자들을 길러 내고 있다. 특히 건축 8대학에서 에디트 지라, 클로드 비에, 로랑 살로몽, 로랑 보두앵 등 프랑스 건축가들과 함께 만든 우노 스튜디오는 교육을 통해 시대를 대변하는 보편적 건축, 미학을 교육하고 사회의 저변을 넓히는 건축교육의 모델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시리아니는 근현대건축의 본질인 공간의 가치, 건축가의 소양을 중점적으로 교육했다. 그의 건축 특성처럼 스타 건축가를 만들기보다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시민과 같이 이 시대의 일꾼으로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건축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바우하우스 교육 목표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 당시 우노 스튜디오에는 그의 건축교육 방법과 철학에 매료돼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특히 한국 유학생이 많았다. 아마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을 보냈던 학생들의 건축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 듯하다. 현재 시리아니의 제자들은 한국 건축계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건축교육자로서 파리에서 경험했던 그의 교육 방법론을 국내 대학에 접목해 다음 세대의 건축가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시리아니는 국립박물관 공모전 심사와 강연을 위해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인 대부분이 살아가는 아파트와 그런 문화 속에서 지어진 제자들의 건축물이었다. 그는 단순 반복으로 만들어진 강남의 고가 아파트단지를 보고 개탄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와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국가에서 살아가는 주거의 질은 개도국의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그리고 그날 옛 제자들과 만난 장소는 파리 우노 스튜디오의 강의실이 됐다.●건축이 삶과 관계 맺고 그 안에 들이는 방법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나는 ‘두물머리 주택’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매년 한 채 정도의 집을 지었다. 주택설계는 사소한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사무실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건축이 시작된 근원적인 장소이고, 삶과 가장 밀접한 고민을 풀어 가야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또 건축가의 사유의 변화가 선명히 드러나는 곳이다. 초기 몇 채의 주택을 짓고 난 후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우리나라의 환경과 몸에 맞지 않고 삶에 녹아들지 않음을 느꼈다. 이후의 작업은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는 방식이나 건축이 우리 삶과 관계 맺고 그 안에 들이는 방법에 더 밀착돼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이었다.첫 번째 작업인 ‘두물머리 주택’은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현장에서 직접 접목되는 과정이었다. 중심 생각은 경사진 대지에서 땅과의 관계를 통해 동선을 따라 장면을 만들고 내외부의 경계를 없애 주변 풍경을 담는 것이었다. ‘자운당’은 유학 시절 매료됐던 ‘백색의 건축’에서 벗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주된 관심이었다. 그 작업을 통해 주택에서의 복층 거실이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강화도에 있는 ‘동검리주택’은 은퇴하신 고3 담임 선생님의 집이다. 노년의 삶을 고려해 층고를 낮추고 기복이 심한 대지에 대비되는 수평의 집을 계획했다. 전면 창을 통해 시각적으로 내외부의 경계를 없애 원시 자연을 경험하게 했다. 그런데 공간적으로 매우 풍요롭고 극적인 장면이 때로는 일상의 편안함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극적인 경관을 가진 집은 오히려 외부 풍경을 절제해 담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그 이후 작업이 계속 이어진 판교 신도시 주택단지는 단기간 주거 유형과 구축법에 관한 다양한 탐구를 가능하게 한 건축 실험실이 됐다. 덕분에 유사한 크기와 비슷한 대지 조건에서도 매번 다양한 재료의 물성, 크고 작은 치수, 시공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대부분 밀집 지역에서 거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당을 품고 대지 경계를 따라 채를 놓는 내향적인 집을 계획했다. 집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하늘로 열려 빛과 바람, 자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담고 내부 공간에 표정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모든 집은 우리나라 기후에서 주어진 지형과 조건에 대해 고심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이었고, 생산 방법과 재료에 대한 경험을 쌓아 보완했다. 특히 입주 후 사는 모습을 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초기 주택에서 벽을 자르고 접고 띄우고, 천장을 낮추고 높이고 기울여 눈에 띄는 다양한 변화에 집중했다면, 경험이 쌓이면서 가장 일상적이고 드러나지 않는 것, 편하고 쉬운 것, 특별하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설계 시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생활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간과했던 부분이 크게 드러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이 변화했고 변화할 것이다. ●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변화 졸업 설계 발표 후 시리아니는 마지막 당부와 덕담을 건넸다. ‘배우고 학습한 모든 것을 잊어라.’ 그때는 지나쳤던 말들이 지금은 그 의미가 크게 와닿는다. 그동안 나는 시리아니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비평적 시각을 가졌다. 오히려 루이스 칸, 알바 알토, 루이스 바라간 등 다른 색깔의 건축에 심취했다. 그리고 주변 가까이 있는 것들에 발을 딛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시리아니의 가르침은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시리아니와 르코르뷔지에의 후예가 되기보다는 고루한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었다.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항상 변화한다. 새로운 생각은 작은 실행이 되고, 축적된 경험은 다시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생각은 언제나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의 시도가 지금은 새로운 해법이 되지만 다음 작업에선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절대적인 진리나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작은 차이가 변화를 만들 뿐이다. 나도 한 학기가 끝날 때 제자들에게 선현의 구절인 ‘배움의 방법은 동화하는 것에 있고 앎의 방법은 잊어버리는 것에 있다’는 글귀를 전한다. 시리아니의 유전자가 나를 거쳐 다음 세대에 전해지길 기대하며, 우리 도시가 좀더 좋은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건축가 정재헌(경희대 교수)
  • 민주 “공수처 설립” vs 통합당 “폐지”… 포스트 총선 입법 전쟁 예고

    민주 “공수처 설립” vs 통합당 “폐지”… 포스트 총선 입법 전쟁 예고

    4·15 총선을 앞둔 여야가 정책 공약으로 ‘극과 극’의 입법과제를 대거 내놓으면서 21대 국회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집에 타협할 수 없는 입법 공약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누가 1당이 되느냐, 누가 국회의장을 차지하느냐를 결정하는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20대 국회에서 최악의 충돌을 초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존폐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사법개혁 완수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 즉각 폐지, 검찰청 인사와 예산 독립, 검찰총장 임기 6년 연장이 대표 공약이다. 통합당은 공수처폐지법을 제정하고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한다고 공약했다. 이에 민주당 윤관석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6일 통화에서 “공수처 폐지는 공약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라며 “방금 통과시킨 법을 폐지하는 게 어떻게 공약이 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정책 관계자도 “통합당이 1당을 하면 아마 공수처는 설립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부정책을 백지화하는 공약을 대거 수립한 이유에 대해 “탈원전, 공수처 등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이념 과잉, 특정 정파를 위해 추진된 정책이라 폐지만이 답”이라며 “통합당이 1당이 안 되면 여당이 이미 진행한 입법과 정책화한 일들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태양광·해상풍력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기조 유지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통합당은 ‘재앙적 탈원전 정책 폐기’가 핵심 공약이다.노동관련 공약도 극과 극이다. 민주당은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지원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경영상 부담과 중소기업 구인난을 지원해 노동자들의 휴식 및 휴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으로는 공공기관 및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성별 및 고용형태 등에 따른 임금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면 임금격차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구분적용하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과 물가상승률을 포함한다고 공약했다. 또 현행 1년의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2년으로 늘리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한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기조에 제동을 걸고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상기간을 3개월로 늘린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공약도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 민주당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고 경기·강원·인천 등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통일경제특구법’을 조속히 제정한다고 공약했다. 반면 통합당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한다고 공약했다. 외고·자사고·국제고 관련 공약도 충돌한다. 민주당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의 교육능력을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이런 폐지정책을 원상회복한다는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통합당은 고등학교의 유형과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의 지정과 취소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만 18세 투표권이 확대되면서 교내 정치 교육에 대한 두 당의 공약도 상반된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남상봉, kt스포츠 사장 취임

    남상봉, kt스포츠 사장 취임

    kt 스포츠는 6일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사장에 남상봉 kt 윤리경영실장(57)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남상봉 신임 사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 검사,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법무법인 명문 변호사 등을 거쳤다. 남 사장은 2013년 kt에 영입돼 법무실장을 거쳐 2018년부터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맡아왔다. kt는 “남 사장이 KT에 재직하면서 법무지원을 통해 윤리경영을 kt 전사에 정착시켰다”고 평가했다. 남 사장은 “야구, 농구, E스포츠 등 프로종목뿐만 아니라 사격, 하키 등 아마추어팀을 운영 중인 스포츠 전문기업 kt 스포츠 사장을 맡게 돼 사명감과 도전 의식을 느낀다”며 “팬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드리는 국내 대표 스포츠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코로나19 물리칠 힘 주시려나 ‘토리노의 수의‘ 11일 공개

    코로나19 물리칠 힘 주시려나 ‘토리노의 수의‘ 11일 공개

    ‘토리노의 수의(壽衣)’는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예수의 시신을 감싸 예수의 형상과 혈흔이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어 모든 기독교인들이 신성시하는 유물이다. 가로 4.41m, 세로 1.13m 크기로 아마 재질의 천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광풍이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부활절 전날인 11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과 TV를 통해 공개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5일 전했다. 체사레 노시글리아 토리노 대주교는 토리노 대성당에서 이 수의 앞에서 기도할 것이며 다만 신도들은 자택에서 이 의식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는 것이다. 토리노의 수의는 교황청이 소유하지만, 토리노 대교구가 보관하고 있다. 이 천에는 십자가에 처형돼 숨진 예수의 모습과 혈흔이 남아 있다고 알려졌으나 과학적 진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토리노가 속한 피에몬테주의 경계 지역인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노시글리아 대주교는 “이번 사색의 시간은 주님의 열정과 죽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면서도 그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우리 가슴에 열어주는 성의(聖衣)의 모습을 전 세계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수의 전시를 요청하는 “사람들, 연장자와 성인과 젊은이들로부터 온 많고 많은 메시지”에 자신이 응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리노 수의는 그 동안 빛이나 조명 등에 훼손되지 않도록 보관돼 왔으며 한 세기에 한두 차례만 전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 동안 부쩍 횟수가 늘어났다.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과 금융위기의 뒷자락인 2010년에 재차 전시됐으며 2013년 성토요일(부활절 전주의 토요일)에도 선보였다. 5년 뒤 다시 전시됐을 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의 앞에서 기도한 적이 있다. 당시 두 달 동안 20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2018년에도 아주 짧은 시간 한 무리의 청년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9·11 같은 비극적 순간”…미국 확진 32만명·사망 9천명 넘어

    “9·11 같은 비극적 순간”…미국 확진 32만명·사망 9천명 넘어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급증하면서 ‘향후 1~2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미국 확진자가 32만명을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5일 오후 2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32만 5185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는 9180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확진자의 약 25%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미 공중보건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1주일에 대해 “대부분의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슬픈 주가 될 것”이라면서 “진주만과 9·11 (같은 비극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2001년 9·11 테러에 비유한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이날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심각한 한주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 주내 또는 그보다 좀 더 후에 (확산세)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뉴욕주는 확진자가 전날보다 8327명 늘어난 12만 203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594명이 증가한 4159명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뉴저지주는 확진자가 전날보다 3482명이 늘어난 3만 750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917명을 기록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NYT “부하들 구하고 ‘잘린’ 크로지어 전 함장 코로나19에 감염”

    NYT “부하들 구하고 ‘잘린’ 크로지어 전 함장 코로나19에 감염”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고 경질된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달 말 승조원이 5000명에 이르는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냈다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경질된 크로지어 전 함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5일 보도했다. 해군사관학교 동기 둘에 따르면 그날 경질돼 괌에 정박 중인 배에서 내리기 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승조원 가운데 약 절반 정도는 하선해 호텔 등에서 격리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100명 정도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하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고 배에서 내렸던 크로지어 전 함장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CNN 방송 인터뷰를 통해 승조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155명에 이르며, 다만 입원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전체 확진자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6일 오전 8시 13분(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33만 7072명이며 사망자는 9562명으로 1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 세계 183개 나라와 지역의 확진자는 127만 2115명, 사망자는 6만 9309명으로 역시 7만명을 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사망자는 1만 5000여명인 이탈리아, 1만 2000여명의 스페인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일주일에 대해 “대부분의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슬픈 주가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우리의 진주만과 9·11 (같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올림픽위, 도쿄올림픽 연기로 적자… 선수 생계 막막

    코로나19로 인한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미국 올림픽 종목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2억 달러(약 2470억원)의 적자를 보게 되면서 USOPC 지원에 의존하던 선수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올림픽 대표들의 든든한 보루이자 젖줄인 USOPC가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각 종목 단체와 선수들도 위기에 직면했다”고 5일 전했다. 미국 대표 선수 대부분 USOPC가 지원하는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훈련도 준비한다. 일부 스타급 선수만 유명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USOPC의 큰 적자는 독특한 재정 구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달리 USOPC는 정부 지원 예산이 0원”이라며 “스폰서 기업의 후원과 미디어 중계권료, 기타 후원으로 각 종목 단체와 선수들에게 재정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동·하계올림픽 중계권료 수익을 전 세계 NOC에 교부한다. 미국 내 올림픽 독점 중계권사인 NBC가 IOC에 지불하는 몫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크다. 이 가운데 2억 달러가 USOPC의 몫이다. USOPC 전체 예산의 40%에 해당한다. USOPC는 선수들에게 1300만 달러를 급료 개념으로 직접 건네고 7500만 달러 이상을 각 단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1억 달러를 집행해 왔다. 그러나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올해 들어올 예산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USOPC의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사이클연맹과 미국조정연맹 등은 감원과 감봉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NBC는 올림픽이 시작되지 않으면 IOC에 미리 중계권료를 지불할 의무는 없다. NBC 측은 “IOC와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USOPC가 어떤 방법으로든 재정 확충을 하지 못하면 선수 및 단체들의 불안정한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美올림픽위, 도쿄올림픽 연기로 적자…선수 생계 막막

     코로나19로 인한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미국 올림픽 종목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2억 달러(약 2470억원)의 적자를 보게 되면서 USOPC 지원에 의존하던 선수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올림픽 대표들의 든든한 보루이자 젖줄인 USOPC가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각 종목 단체와 선수들도 위기에 직면했다”고 5일 전했다. 미국 대표 선수 대부분 USOPC가 지원하는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훈련도 준비한다. 일부 스타급 선수만 유명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USOPC의 큰 적자는 독특한 재정 구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달리 USOPC는 정부 지원 예산이 0원”이라며 “스폰서 기업의 후원과 미디어 중계권료, 기타 후원으로 각 종목 단체와 선수들에게 재정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동·하계올림픽 중계권료 수익을 전 세계 NOC에 교부한다. 미국 내 올림픽 독점 중계권사인 NBC가 IOC에 지불하는 몫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크다. 이 가운데 2억 달러가 USOPC의 몫이다. USOPC 전체 예산의 40%에 해당한다.  USOPC는 선수들에게 1300만 달러를 급료 개념으로 직접 건네고 7500만 달러 이상을 각 단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1억 달러를 집행해 왔다. 그러나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올해 들어올 예산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USOPC의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사이클연맹과 미국조정연맹 등은 감원과 감봉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NBC는 올림픽이 시작되지 않으면 IOC에 미리 중계권료를 지불할 의무는 없다. NBC 측은 “IOC와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USOPC가 어떤 방법으로든 재정 확충을 하지 못하면 선수 및 단체들의 불안정한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매우 참혹한 시기”… 1·2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와 비교한 트럼프

    “매우 참혹한 시기”… 1·2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와 비교한 트럼프

    트럼프 “이번 주 다음주 가장 힘든 시기”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 2차 세계대전과 비슷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불행히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치명적인,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1, 2차 대전 이후 이러한 종류와 같은 (사망자) 숫자를 일찍이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는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를 31만 1637명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19일 1만명을 넘은 확진자가 보름 남짓 만에 30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달 27일 10만명을 넘긴 지 닷새 만인 지난 1일 20만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10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845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4일 하루 새 1331명이 숨지는 등 일일 최대 사망 기록을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등 코로나19로 심한 타격을 입은 지역에 대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군 지원 병력을 추가할 것”이라면서 “나의 지시에 따라 1000명의 군인이 뉴욕시에 추가 배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 확진자는 11만 3704명, 사망자는 3565명이다. 뉴욕에 이어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와 워싱턴DC 등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핫스폿으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2주 동안이 중차대한 시기”라면서 “식료품점이나 약국도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시 말하건대 우리는 우리나라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일터로 가야 한다”며 경제 활동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종교집회에 인도 확진자 폭증…3일 만에 2배로 3000명 넘어

    종교집회에 인도 확진자 폭증…3일 만에 2배로 3000명 넘어

    모디, 트럼프와 공동 대응 논의이슬람 종교집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섰다. 3일 만에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빈민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지켜지지 않아 확진자 잇따르는 등 확산세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5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현지시간 이날 오전 8시 현재 3072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3000명을 넘어선 시점은 전날 밤으로 지난 1일 오후 확진자 수가 1637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일 만에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4일에도 하루 동안 52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NDTV는 보도했다. 5일 현재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는 75명이다. 무슬림 선교단체 주관 집회에 수천명 참석참석자·접촉자 등 2만 2000명 격리조치인도에서는 특히 이슬람 종교집회 관련 확진자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뉴델리 니자무딘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집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전체 확진자의 3분의 1가량이 이 종교 집회에서 비롯된 셈이다. 무슬림 선교단체 타블리기 자마아트의 주관으로 며칠간 이어진 이 집회에는 외국에서 온 신자를 비롯해 수천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좁은 공간에서 밀집한 상태로 기도, 설교 등이 진행됐고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인도 곳곳과 각국으로 되돌아가 감염 확산의 거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참석자 또는 참석자와 접촉한 이 등 2만 2000명이 격리됐다. 한국에서도 밀폐된 공간에서 신도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신천지 등 종교집회에서 집단 감염이 대거 발생했었다.‘사회적 거리두기’ 안 지킨 빈민가 확진 속출‘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 확진 5명, 사망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 빈민가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의 ‘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에서는 지금까지 총 5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사망자도 발생했다. 면적이 5㎢가량인 다라비에는 100만여명이 몰려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장실 등 위생 시설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밀집해 생활하기 때문에 감염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상태다. 뭄바이에서는 다른 슬럼가에서도 이미 여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인도에는 지난달 25일부터 3주간의 국가봉쇄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모디, 트럼프와 협력…美 확진 30만명 전세계 4분의1 차지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4일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로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인도와 미국의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나가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3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도 8407명으로 8000명을 넘겼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4일 오후 6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30만8850명으로 집계했다. 하루 전보다 3만 3000여명 늘어났다. 이로써 3월 19일 1만명을 돌파한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6일 만에 30배로 증가했다.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119만 6553명)의 4분의 1을 넘어서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 지역이 된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환자가 1만 841명 늘어나며 총 감염자가 11만 3704명이 됐다. 또 사망자는 3565명으로 늘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정점이 “7일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승객이 기침해대요” 열흘 만에 美 버스 기사 코로나19 사망

    “승객이 기침해대요” 열흘 만에 美 버스 기사 코로나19 사망

    지난달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노선 버스를 운전하는 제이슨 하그로브(50)는 근무를 마친 뒤 영 개운치 못했다. 몇 시간 전 뒷자리 중년의 여자 승객이 손으로 입으로 가리지 않은 채 여러 차례 기침을 해댄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8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려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며칠 뒤 그는 다시 몸이 좋지 않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그리고 지난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디트로이트의 시나이 그레이스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허프 포스트가 3일 알렸다. 동생 에릭 콜츠는 고인이 이 병원을 두 차례나 퇴짜 맞은 뒤에 입원했다. 산소호흡기를 쓴 채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마이크 더간 디트로이트 시장은 다음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도중 하그로브의 죽음을 확인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세 아들, 딸 한 명을 남겼다. 얼마 전 부인이 호텔 일자리를 잃으면서 그는 가족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 당뇨병을 앓아 운전대를 잡으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물론 기침을 해댄 여자 승객이 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는지, 아니면 나중에 일을 계속하며 감염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영원히 규명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콜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7일쯤만 해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의사들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달 31일과 1일 사이 갑자기 악화됐다. 병원 측이 가족에게 늦게 알리는 바람에 콜츠 혼자만 가까스로 임종할 수 있었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해 5일 오전 5시 9분(한국시간) 현재 각각 30만명과 8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종사자는 자가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에 필수 업무 종사자들의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다며 허프 포스트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지적했다. 노동조합은 더 나은 개인 보호 장비를 지급해주고 수월하게 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해줄 것을 사용자와 당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난망하다고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확진 30만 美 트럼프 “가장 힘든 주…많은 사망자 발생할 것”

    확진 30만 美 트럼프 “가장 힘든 주…많은 사망자 발생할 것”

    트럼프 “이번 주, 다음 주 가장 힘든 주 될 것” 잿빛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 기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감염을 줄이기 위한 완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경우보다는 사망자 규모가 훨씬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엄청난 규모의 군 지원 병력을 추가할 것”이라면서 “나의 지시에 따라 1000명의 추가 군 인력이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시에 배치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뉴욕시에 대해 “집중 발병 지역들 가운데서도 최대 발병 지역”이라며 배치 인력에는 군 의사 및 간호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인력 배치 규모는 중과할 수 있다면서 아직은 다른 지역에 군 인력 배치를 확대할 계획은 없으나 발병 증가 추세에 따라 그러한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 내내 어둡고 심각한 표정이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암울한 그림을 그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나라를 다시 열기를 바란다”며 어느 시점엔가는 큰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다시 열려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몇 달씩 계속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연장하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매우 힘든 2주를 앞두고 있다”면서 “매우, 매우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당시 백악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돼도 10만명에서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모델을 소개했다. 미국 코로나19 확진 30만명 넘어사망 8162명 비극…뉴욕만 3565명 쿠오모 뉴욕주지사 “7일 안팎이 팬데믹 정점될 것”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118만 1825명)의 4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한 셈이다. 사망자 수는 8162명으로 증가하며 8000명 선을 넘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4일 오후 2시 58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30만915명으로 집계했다. 3월 19일 1만명을 돌파한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6일 만에 30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3월 27일 10만명을 넘긴 지 닷새 만인 4월 1일 20만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10만명이 증가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지가 된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환자가 1만 841명 늘어나며 총 감염자가 11만 3704명이 됐다. 사망자는 3565명으로 늘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정점이 “7일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기무치’는 도저히 못 먹겠다”…‘반일’로 탄생한 전투식량 [밀리터리 인사이드]

    “‘기무치’는 도저히 못 먹겠다”…‘반일’로 탄생한 전투식량 [밀리터리 인사이드]

    베트남전, 초기 3개월간 미군 C레이션 제공“한국음식 그립다” 불만에 ‘한국형 C레이션’‘일본인 생산’ 김치 비판여론…K레이션 개발베트남 군납 수출 30% 차지…외화벌이 기여소고기 고추장 비빔밥, 김치 비빔밥, 카레 비빔밥, 해물 비빔밥, 닭고기 비빔밥…. ‘집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 음식들은 바로 ‘전투식량’입니다. 최근 출시된 전투식량은 일반 즉석식품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품질이 높아졌습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밥상이 차려집니다. 물을 끓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발열팩’이 포함된 제품으로 데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6·25 전쟁 때만 해도 전투식량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주먹밥’이 곧 전투식량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전투를 마친 뒤 참호에서 늘 ‘따뜻한 밥 한 끼’를 떠올렸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전투에 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미군이 2차세계대전부터 보급한 ‘C레이션’이 있었지만, 우리 입맛엔 맞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갈구는 베트남전까지 이어졌습니다. 한국군은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간 베트남전에 파병됐습니다. 이 긴 기간을 미군 전투식량으로만 버텼다면 아마 군인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을 겁니다. 그래서 이 시기 ‘한국형 전투식량’(K레이션) 개발이 본격화됐습니다. ●베트남전 파병으로 개발한 ‘한국형 전투식량’ 한국형 전투식량 시초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을 뿐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참전자의 회고록이나 사료 등으로 조금씩 알려졌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신재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올해 ‘베트남전쟁기 한국형 전투식량 개발과정 고찰’이라는 제목의 첫 논문을 냈습니다. 5일 이 논문을 바탕으로 김치 등 한국음식이 어떻게 참호 속 군인들의 밥상에 올라왔는지 되짚어보려 합니다.베트남전 파병 첫 3개월 동안 우리 군은 쌀밥을 맛보지 못하는 ‘지옥’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파병 초기 미군으로부터 전투식량을 보급받았지만, 대다수 병사들은 제대로 된 사용법조차 몰랐습니다. 참고로 당시 미군 전투식량은 냉장시설이 완비된 곳에서 사용하는 신선식품 조리식 ‘A레이션’, 취사장비는 있지만 냉장시설이 없을 때 먹는 통조림 형태의 ‘B레이션’, 취사가 불가능한 지역에서 먹는 즉석식품 ‘C레이션’ 등 3종류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한 해병대 대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취사병들이 B레이션 깡통 속 내용물을 요리할 줄 몰라 처음에는 솥에 넣고 물을 부어 ‘꿀꿀이죽’처럼 먹었다. 맛이 시금털털하고 괴상했다. 처음엔 엉망이었지만 차차 나아졌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군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의 요청으로 남베트남의 쌀이 보급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김치’였습니다. ●“휘발유보다 더 귀한 고추장·김치를 달라” 채 전 사령관은 회고록에서 “월남쌀로 밥을 짓고 C레이션으로 찌개나 국을 끓여 먹이니 장병들의 입맛이 살아나 살이 찌는 현상까지 생겼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내가 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듣는 건의사항은 무기나 탄약, 한국에서는 귀했던 휘발유 같은 보급품이 아니라 ‘된장, 고추장, 김치가 먹고 싶다’는 요청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C레이션에 질려버린 일부 장병들은 추수가 끝난 밭에서 그 매운 ‘베트남 고추’를 따 섞어 먹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김치 문제는 미 상원 청문회에 등장할 정도로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채 전 사령관의 간곡한 요청으로 미 군사원조사령부는 한국 음식으로 구성된 ‘한국형 C레이션’을 새로 보급했습니다. 밥, 김치, 꽁치 통조림이 포함돼 맛도 괜찮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전투식량을 하와이에서 일본인들이 만들어 납품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일본 사람이 만들어 납품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의 여파로 베트남전 파병시기는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매우 높을 때였습니다. 이에 채 전 사령관은 정부에 통조림 형태의 ‘국산 전투식량’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군납업체인 ‘대한종합식품’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지고 시제품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난관이 이어졌습니다. 시제품 통조림에선 시뻘건 녹물이 나와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열대 기후에도 버틸 수 있는 통조림 제조기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 시험소 분석 결과 미군이 최초 보급한 한국형 C레이션도 미군 C레이션 중량의 절반이었고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4개 업체를 동원해 7개월간의 노력 끝에 1967년 3월 드디어 미군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 나왔고, 그 해 10월 한미 양국은 한국에서 개발한 ‘K레이션’을 납품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K레이션은 한국인 기호를 고려해 K1부터 K6까지 6가지 종류로 구성됐습니다. 흰밥과 김치, 멸치 파래무침, 돼지고기 조림, 쇠고기 조림, 오징어 조림, 꽁치 조림, 두부전, 콩자반, 장조림, 쏘세지 조림 등 반찬 10가지가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인삼차, 가루고추장, 설탕, 소금, 껌, 담배, 휴지, 성냥 등의 부속품도 포함됐습니다. 한국형 전투식량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입니다. ●5600만 달러 수출 기여…전투식량 발전 ‘초석’ 한미 정부는 1967년 12월부터 1968년 6월까지 7개월분 709만 달러, 이후 1년 단위로 해마다 1000만 달러가 넘는 전투식량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국 장병들이 먹는 음식이었지만, 비용은 미국이 부담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에 전투식량을 ‘수출’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김치를 그리워하는 장병들의 원성에 마음이 급했던 정부는 위문품 형태로 시제품 15만 상자를 구입해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성탄절 선물’은 1966년 12월 배에 실렸고 다음해 2월 처음으로 장병들에게 보급됐습니다.이후 장병들은 하루 2끼는 미군 전투식량을, 1끼는 한국 전투식량을 먹게 됐습니다. 심지어 남베트남 쌀까지 보급돼 식단 열량이 미군을 능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아도는 쌀을 베트남 민간인에게 보급할 정도였습니다. 베트남 파병 장병에게 우선 공급됐던 K레이션은 1971년부터 한국에도 보급됐습니다. 전투식량은 해외 수출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 군납을 통한 외화수입은 1억 8800만 달러 규모였는데, 그 중 30%인 5639만 달러가 K레이션 수출로 달성한 것이었습니다. 1968년 10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업체가 국내에 2곳 밖에 없을 정도였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던 겁니다. 지금은 일반 마트에서도 제품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전투식량이 흔해졌습니다. 진공건조 기술을 적용하고 물만 부으면 일반 비빔밥처럼 즉시 먹을 수 있어 여행할 때 이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품과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편의성 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겁니다. 불과 50년의 역사로 이런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와 군, 업체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계속 개발해 K레이션이 세계적인 전투식량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원순 “저소득층 학생에게 노트북…합리적 차별”

    박원순 “저소득층 학생에게 노트북…합리적 차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노트북을 빌려주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지속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도 청소년들”이라며 “온라인 강의를 한다지만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고, 아예 컴퓨터나 태블릿을 보유하지 못한 학생도 수만 명”이라고 적었다. 이어 “당연히 어른, 행정,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시, 교육청, 구청이 힘을 합쳐 쌍방 영상 회의가 가능한, 제대로 된 노트북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썼다. 또 박 시장은 “재난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다. 이 계층에 집중적, 차등적으로 더 많이 지원하는 게 옳다. 평등이란 합리적 차별”이라며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학습(기회)의 차이를 가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공정한 출발선과 고통의 공평한 분담이 이 재난을 이기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노트북 등 온라인 학습용 기기를 구매한 뒤 법정 저소득층 학생 5만 명을 포함한 서울 학생 총 8만여 명에게 빌려주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교육청과 개별 학교가 기존에 보유한 3만여 대에 5만 2천 대를 추가로 구매해 대여하겠다는 것이다. 구매 예산은 대당 70만 원, 총 364억 원이며 교육청, 서울시, 자치구가 4대4대2의 비율로 부담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우주를 보다] ‘외계서 온 두번째 손님’ 혜성 보리소프, 일부 조각났다

    [우주를 보다] ‘외계서 온 두번째 손님’ 혜성 보리소프, 일부 조각났다

    '외계에서 온 두번째 손님'이 태양계를 찾아와 '수난'을 당한 모습이 관측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2I/보리소프'(2I/Borisov·이하 보리소프) 혜성의 핵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0월 태양계에 날아든 ‘오무아무아‘(Oumuamua)에 이어 외계에서 온 두번째 손님으로 기록된 보리소프는 지난해 8월 30일 우크라이나에 있는 크림 천체물리관측소에서 처음 관측됐다. 당시 아마추어 천문학자 겐나디 보리소프는 직경 0.65m의 망원경으로 태양에서 약 4억8280만㎞ 떨어진 게자리에서 흐릿한 빛을 띠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 천체를 처음 발견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태양계 내 소형 천체를 추적하고 인증하는 국제천문학연합(IAU) 소행성센터(MPC)는 지름이 2~16㎞인 이 천체가 인터스텔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관측결과를 발표하면서 외계에서 온 두번째 손님으로 기록됐다.이후 보리소프 혜성은 지난해 12월 8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그로부터 20일 후인 12월 28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근지점을 통과했다. 이렇게 보리소프가 태양계를 찾아온 후 전세계 천문학자들은 이 혜성의 움직임을 관측해왔다. UCLA 천문학자 데이비드 주이트 박사는 "보리소프가 처음 발견된 이후 몇 달 동안 꾸준히 우주망원경으로 이 천체를 관측해왔다"면서 "2월 24일부터 3월 28일까지 일련의 허블우주망원경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혜성의 핵에서 분리된 약 100m 이하 크기의 작은 파편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사실 혜성은 태양에 접근하면서 본래 모습을 잃고 소멸하기도 한다. 혜성이 태양 부근을 통과하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고온과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혜성 내부의 핵이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 이 덕에 아름답게 빛나는 혜성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지만 사실 찬란한 죽음의 모습이기도 하다. 주이트 박사는 "보리소프의 모습은 마치 끓는 냄비에서 증기가 나오는 것과 같다"면서 "이 과정에서 혜성의 내부 성분이 태양계 출신 혜성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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