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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학상·젊은과학자상 수상자 선정

    한국과학재단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제 7회 한국과학상 수상자로 장기주(張基株·47)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물리학),최진호(崔珍鎬·52) 서울대 화학과 교수(화학),조무제(趙武濟·56)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생명과학)가 선정됐다. 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관하고 과기부가 후원하는 제 3회 젊은 과학자상(공학상) 수상자로는 ▲제1군(전기·전자·컴퓨터·정보통신) 송익호(宋翊鎬·39)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제2군(기계·금속·세라믹·항공·조선 등) 이혁모(李爀模·40)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부교수▲제3군(화공·식품·고분자·섬유·생물공학 등) 김재정(金在政·39)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조교수가 선정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 7회 한국과학상 수상자및 제 3회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 6명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고 이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한편 김대통령은 이날 국내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의 개발주역인 항공우주연구소의 류장수(柳長壽·동백장) 박사,이주진(李柱鎭)·김진철(金珍鐵)박사(이상 목련장),심은섭(沈殷燮)·김병교(金炳敎)·백홍렬(白鴻悅)박사(이상 석류장) 등 유공자 70명에 대해 훈·포장 및 대통령표창도수여한다. 한국과학상은 우리나라 기초과학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한번씩 시상하며 수상자에게는 대통령 표창 및 부상 5,000만원이 수여된다.또 연구·개발실적이 탁월한 40세 미만의 젊은 과학자를 발굴·포상하는 젊은 과학자상은 자연과학분야와 공학분야로 구분,격년제로 시상하고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5년동안 매년 3천만원씩의 연구장려금이 지급된다. 함혜리기자 lotus@
  • 환경친화 신기술 개발 10년

    행정자치부 소청심사위원회 이강국(李康國·45)사무관을 주변에선 ‘무공해 박사’로 부른다.환경친화적이고 생명공학적인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관은 지금까지 ‘무공해 콩나물재배법’을 비롯,‘내수면 양식시스템’ ‘무공해 세제’ ‘노폐물 제거용 황토팩’ ‘황토 벽돌’ 등 11건의건강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냈다.특히 그가 지난해 개발한 ‘아리랑 황토천연수(Bio Mineral Water)’제조기술은 세계 처음으로 국제특허를 출원,신기술로 인정받았다.이 천연수는 한 벤처기업가에 의해 곧 상용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도 인체리듬을 조절하는 바이오 신발,특수 고압펌프,바이오 건강음료,먹는 산소 등 10여건의 개발을 완료,국내외에 출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직 공무원이 이런 일을 하니까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그러나 제 뜻을알면 이해하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이 사무관은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깨어났다.그때부터 그는 종교와 건강에 관심을 가졌다.먹는 물과 같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발명 습관은 간단하다.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대로 메모,자신이 직접실험을 해보거나 연구기관에 의뢰해 결과를 얻어내는 일을 반복한다.그의 수첩엔 깨알 같은 글씨로 아이디어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혹 저의 아이디어가 사업적으로 성공,수익이 생긴다면 전액 사회에 환원할 생각입니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겨우 졸업했다.검정고시를통해 지난 78년 서울시에서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80년에 다시 7급 공채를 치러 오늘에 이르렀다. 홍성추기자 sch8@
  • 레인보 브리지·박보밴드 앨범 출반 기념 콘서트

    블루스음악을 힘겹게 지켜내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안정현이 의기투합,‘레인보 브리지(Rainbow Bridge)’라는 프로젝트그룹을 결성했다.24∼26일 오후7시 30분 서울 대학로 로큰롤바에서 기념무대를 펼친다. 우리 록음악에 대단한 애정을 가진 재일교포 뮤지션 박보와 그의 밴드도 무대에 선다.두 팀이 힘을 합쳐 만든 새 앨범이 출반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박보밴드가 ‘도쿄 아리랑’‘이제 그만’등과 블루스 고전을 들려주고,두 밴드의 잼세션(즉흥 협연)으로 ‘골목길’과 ‘왜 불러’등을 불러제낀다.사이키델릭 조명을 일본으로부터 공수해온다. 오는 5월 7∼9일에는 두 팀이 오사카 나고야 도쿄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02)3273-3074.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국립국악관현악단 ‘겨레의 노래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겨레의 노래뎐’공연이 지난 17∼18일 극립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다.국립중앙극장이 책임운영기관으로 바뀌고,연극인 출신 김명곤극장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기획한 무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연에선 두가지 변화가 부각됐다.처음 선보인 ‘김명곤식 레퍼토리’가 음악적 변화를 보여준다면,유료입장객이 늘어나고 무대와 청중의 교감이증폭된 것은 새 체제 이후 극장의 체질개선을 상징하는듯 했다. 주제가 일러주듯 이 공연에는 한국인이 불렀거나,부르고 있는 노래의 양상을종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김극장장이 몸담아온 ‘노래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프로그램을 짜되 ●책임운영기관으로 관객의 호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만큼 ‘인기 소리꾼’들을 총동원하는 방법으로 구체화했다. 첫곡인 김회경 작곡 ‘태백산’은 국악관현악단의 표준 레퍼토리.황해도 뱃노래 ‘태질소리’‘에밀량’은 바다라는 산업현장의 노동요다.장사익이 부른 ‘나그네’‘찔레꽃’이 전통적 정서를바탕으로 한 한국식 서양노래였다면,김성녀와 김성기가 부른 김영동의 음악극 ‘한네의 승천’가운데 두 곡은전통음악의 현대적 변용이었다. 국립합창단이 참여한 가운데 풍물과 전투적인 북의 군무가 각각 주도한 정태춘의 ‘다시가는 노래’와 ‘어허,배달나라!광영이여’는 한국 현대사에서 노래가 갖는 주요 기능의 하나가 무엇인지를새삼 확인시켜주는 볼거리라 할 만했다. 청중의 반응은,마지막곡인 ‘청산별곡’이 끝난 뒤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나서 ‘아리랑’으로 한바탕 뒷풀이를 해야할만큼 따뜻했다.따라서 김극장장의첫 작품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데는 조금도 인색해선 안될 것이다.그러나 이날 국악관현악단이 보여준 가능성은,같은 이유로 한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객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국악관현악단은 제 정기연주회였지만,철저히 ‘그들 중의 하나’에 머물렀다.나아가 한영애가 재즈풍으로 부른 ‘새야 새야’에선,물론 우리 노래문화가 지닌 현실적 양상의 일단을 보여준다는 뜻이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아예 피아노와 드럼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럼에도 올해 정기연주회 계획은 음악극이나 창작가극,노래극 등 스스로를소외시키는 프로그램 일색이다.이 악단이 진정으로 한국 음악문화 발전을 위해 주어진 몫을 다하려면,‘버라이어티 쇼’의 ‘백 오케스트라’가 아니라무대 앞에 홀로 나서 당당하게 검증받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서동철기자 dcsuh@
  • 새봄맞이 민요에서 창작곡까지 국악공연 2題

    국악관현악계의 쌍두마차인 국립국악관현악단(단장 한상일)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이상규)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공연으로 앞다퉈 새봄의 기지개를 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7·18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2000 겨레의 노래뎐’을,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22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386세대의 한국음악’공연을 펼친다.앞엣것은 70∼90년대 민요를 바탕으로 해 새로운 음악작업을 벌인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과거의 성과를 돌아보는 무대이고,뒤엣것은 요즘 가장 촉망받는 젊은 국악작곡가 4명의 작품을 통해 창작음악의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자리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책임운영제로 바뀐 이후 처음 마련한 ‘2000겨레의 노래뎐’은 화려한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정태춘,한영애,장사익,조성연,김회경,김성기 등 이 시대 노래꾼들과 박범훈,김영동,김성녀 등 국악인,국립합창단,서해안풍어제 보존회,방승환풍물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국악과 양악에 두루 재능있는 젊은 작곡가 김회경의 ‘태백산에 영산홍 지다’를 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이어 황해도 만신 김금화의 수제자이면서 영화 ‘세상밖으로’를 제작하기도 한 이색경력의 소유자 조성연이 황해도 뱃노래 ‘에밀량,배치기소리’로 우리 민요의 신명을 선보이고,가수 한영애가 ‘새야새야’‘엉겅퀴야’‘가시리’등 구전가요로 민요에 담긴 즉흥성과 놀이성을 보여준다. 김성녀가 부르는 김영동의 ‘애사당’‘사랑가’가 70년대 정서를 대변하고나면,정태춘이 ‘다시 가는 노래’‘어허 배달나라,광명이여’로 80년대를불러내고,뒤이어 90년대 소리꾼 장사익이 자작곡 ‘찔레꽃’‘나그네’를 선사한다.마지막은 국립합창단이 부르는 박범훈의 ‘새천년 아리랑’이 장식한다.공연을 기획한 김태균 기획위원은 “민요와 관현악의 만남이 국악대중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02)2273-0237.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386세대의 한국음악’은 김만석(36)김승근(34)원일(33)지원석(32)등 30대 작곡가 4명이 펼치는 ‘4인4색의 퓨전국악’공연이다.새로운 음악을 창작한다는 목표는같지만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이들의 음악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서양의 현대적인 어법을 국악에 잘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김승근은 이번무대에서 ‘관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한다.대전시립국악원 지휘자로 있는지원석은 대전의 아름다운 전경을 묘사한 ‘대전서곡’으로 자신만의 음악언어를 펼쳐보이고,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자 창작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고 있는 원일은 영화 ‘이재수의 난’에서 선보였던 ‘용담의 꿈’을 연주한다.친근감있는 멜로디로 대중적인 곡을 만들어내는 KBS국악관현악단 단원 김만석의 아쟁 협주곡 ‘천축’또한 기대되는 작품이다.이들 4명은 이번 연주회에서 직접 지휘도 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02)399-1700. 이순녀기자 coral@
  •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방송 10주년

    텁텁한 목소리의 꾸밈없는 진행,‘헤헤’하는 특유의 애드립으로 매일 오후6시부터 2시간동안 정통 팝·록 애호가들의 귀를 즐겁게 했던 MBC-FM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오는 19일 10주년을 맞는다. 이 프로의 장수비결은 강산이 바뀐다는 세월 동안 예의 개구쟁이 모습으로남아있는 배씨의 노력.MBC라디오는 이같은 공로를 감안,20일 배씨에게 골든마우스 브론즈상을 시상하고 그의 입모양을 본뜬 조형물을 7층에 영구전시하기로 했다.그동안 이 상의 수상자는 이종환 김기덕 강석 이문세 김혜영 등. 또 자축콘서트 ‘텐 이어스 애프터’를 4일 오후7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갖고 이 실황을 17일과 18일 ‘음악캠프’에서 내보낸다. 이날 잔치에는 그래미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미국의 18세 소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왓 어 걸 원츠’‘지니 인 어 바틀’ 등 다섯곡을 부르는것을 비롯,‘나그네 설움’‘진도아리랑’ 등 우리 민요를 재즈로 소화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인 독일의 재즈캄보 ‘살타첼로’가 4집 앨범 ‘자라투스트라’‘더 베어’‘옹헤야’ 등을 들려준다. 국내밴드로는 한국록의 자존심 윤도현밴드를 선봉으로 자우림 긱스 크라잉넛 등 록밴드와 힙포켓 스푸키바나나 등 힙합그룹들이 무대를 꾸민다. 생일날인 19일에는 스튜디오에서 해외아티스트들이 보내온 축하 메시지와 청취자들의 축하전화 등으로 꾸며진다. 임병선기자 bsnim@
  • 데뷔앨범 ‘새도우’낸 수 잔

    “기존 발라드가 의도적으로 절정부를 강조하는 데 비해 제 발라드는 멜로디와 리듬이 특이한 유로팝이나 팝발라드 느낌이 강하거든요.쉬운 노래처럼 들리지만 제가 1년동안 훈련을 거쳐 체득한 음색이기도 하구요.”데뷔앨범 ‘새도우’를 발표해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신인가수 대열에 낀가수 수잔은 다섯 살때 미국으로 건너가 아직은 미국식 억양을 떨쳐버리지못했다.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학부 2년을 휴학한 뒤 단지 노래를 부르고 싶어 고국에 되돌아온 게 지난해 10월. “MCA레코드사 공개오디션에 나갔다가 이번 앨범에 곡을 써주고 프로듀스한1.5세대 재미교포 퍼지(Fuzzy·본명 김형석·왜 이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의 눈에 띄어 모국에서의 활동을 제의받았어요.”퍼지는 캘리포니아 뮤직인스티튜트(MI음대)를 졸업하고 베이비페이스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실력파.분명 그의 자질은 어둡고도 신비한 이미지가 뒤섞인 ‘새도우’나 테크노풍의 경쾌함이 드러나는 ‘그냥 가’ 등에서 빛을 발한다.대중의 통속성을 꿰뚫고 적당히 어루만지는능력이 탁월하다.곡 모두가기복없이 고른 수준을 담보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 가수보다는 작사가로 더 알려진 지예가 곡을 붙여주었고 퍼지와 스티브 J가작곡의 대부분을 맡아 미국의 팝발라드 냄새가 짙다.세션은 마이클 잭슨·머라이어 캐리 등의 음반제작에 참가한 마이클 톰슨이 맡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한껏 풍긴다.녹음은 소속사 오렌지 리퍼블릭의 LA스튜디오에서 최종작업을 해 기름지고도 찰진 그의 목소리를 즐길 수 있게 했다.그녀가 도맡아 해낸 코러스도 윤기있다. 전체적으로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정체모를 생경함이 금세 편안한 느낌으로 녹아든다. 재닛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LA의 ‘스튜디오@’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앨범을 국내 팬들의 입맛에 맞춘다고 노력했지만 미국을 오가며 2년동안작업하다보니 어쩔 수없는 부분이 있었다”는 그는 2집에는 자신만의 느낌이 오롯이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벌써 2집 걱정이다. “어디서든 기회만 주어지면 나서서 노래했어요.지금도 무대에 서면 조금도떨리지 않아요.몇몇 방송의 라이브에서 CD음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음색이라며 칭찬해주셔서 고맙죠.”그녀는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외국인에게 우리 음악을 소개하는 케이블 아리랑TV(채널50)의 ‘팝스 인 서울’(금 오후8시) VJ를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당돌한 그녀는 예뻤다. 임병선기자
  • [대한광장] 국악 단상

    15년 전,휴학을 하고 입대할 무렵까지 한해 동안 나는 국악에 빠졌다.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던 10대 시절 이후 록음악 일변도의 취향을 가지던 내가 국악을 가까이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뭐였는지는 이제 가물가물하다.FM에서 흘러나오던 단소 소리에 인상을 받은 일이 그 시작이었을까.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당시 내가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학생운동권에 이른바 민족해방진영 즉, NL이 등장한 것은 80년대 중반의 일이지만 나와 같은 80년대초 학번의 대학생들은 진작부터 반미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것은 물론 광주 때문이었다.광주는 그간 우리가 목표로 한 세상이 고작 ‘건전한 미국령’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세상을 바꾸는 일의 차원에 대해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대학에 들어가 첫 축제때,초청받은 록그룹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양키 문화 물러가라”는 야유를 받으며 쫓겨나는 광경을 보며 나는 드럼이나 록음악에 대한 관심을 매우 사적인 차원으로 단속하게 되었다.그런 음악은 적어도반미 민족주의가 지배하던 나의 대학시절 동안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그러나 당시 우리가 선택한 한국 전통음악이란 사물 위주의 농악뿐이어서나의 음악적 갈증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그 한해 동안 나는 늪에 빠져들 듯 서서히 국악에 빠져들었다.처음엔 단소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가 좋았지만 이내 대금의 깊고 드라마틱한소리를 이해하게 되었다(알다시피,대금엔 가운데 부분에 청공이라는 큰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은 갈대 속청으로 덮여 있다.특히 고음부에서 그 갈대 속청이 찌이 울리면서 내는 장쾌한 소리는 대금의 묘미지만 처음 들을 때는 좀거슬리기도 한다). 입대하면서 나는 국악과 멀어졌는데 한국 군대라는 데가 일개 사병이 국악이라는 ‘별스런 음악’을 듣기엔 적당치 않은 곳인 데다 내가 다시 드럼을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휴가때면 입대 직전 막노동을 해서 사두었던 대금을 꺼내 어루만지곤 했지만 어쩐지 나는 국악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제대후들어간 문화운동단체에선 드럼이나 일렉트릭 기타 같은 악기들을 주요하게쓰고 있었다.오래전 야유를 받으며도망치던 록밴드를 떠올렸지만 세상은 그렇게 달라져 있었다. 15년이 지난 요즘 나는 다시 국악을 듣는다.요즘 나를 사로잡는 음악은 무속음악과 노동요들이다.15년 전 이른바 민중의 시대에 내가 영산회상 같은선비들의 음악에 빠진 일이나 민중을 외치던 청년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오늘 민중의 음악에 빠지는 일은 시대를 거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건 나는 어떤 실용주의적인 이유도 아닌 그저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음악인 국악에 자연스레 빠져들 뿐이라는 점이다. 박병천이나 김대례,김석출 같은 이들의 굿음악을 들으면 내 영혼이 정화되고 부질없는 욕망들(욕망은 우파의 독점물이 아니라 인간의 독점물이다)이사그라드는 기쁨을 느낀다.‘뿌리깊은 나무’에서 채록한 여러 지방의 아리랑들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요즘 나는 그런 무속음악과 노동요에 레드제플린이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메탈리카 같은 쉽고 강한 록을 곁들이는것으로 최상의 음악적 균형을 얻고 있고 이따금씩 전율을 느끼는 일 또한 국악에서도 록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리 오랫동안 국악에서 멀어졌던 정확한 이유가 뭔진 잘 모르겠다.생각나는 것은 내가 ‘서편제’라는 영화를 정점으로 외쳐지던 ‘우리것’ 캠페인에 질려 했다는 점이다.나는 국악을 우리 음악이라 듣는 게 아니다.단언컨대 지난 15년 동안 온갖 음악들을 부유하던 내가 다시 국악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 음악이 국적과는 상관 없이 그저 최고의 음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국악에 관한 한 ‘우리것’이라는 캠페인은 어떤 손색도 없는 고유한한 음악을 비참한 동냥아치로 만드는 일일 뿐이다. 김규항 아웃사이더 편집주간
  • 神의 음성으로 찾아온 파이프오르간과 색소폰

    색소폰은 카톨릭 교회에서는 오락악기의 이미지 때문에 터부시되어온 악기. 그러나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선 파이프오르간과 색소폰이 어우러지는색다른 연주회가 열렸다.지난해 발표한 앨범 ‘파이프스 앤 폰스’로 낯익은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페터 쉰들러와 색소폰 연주자 페터 레헬이 이 성당 기도석 뒤편에 자리잡은 파이프오르간 연주대에 나란히한 것. 통상의 음악회와 달리 연주는 연주자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묵상 중인 기도자에게 신의 음성이 찾아오듯 그렇게 음악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눈으로 연주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데 감질나 하는 청중의 속성으로 볼때 이번 연주는 분명 이질적인 것이었다.성당의 공간적 특성에 따라 어느 자리에 있든 풍부한 반향으로 울려퍼지는 소리의 조화는 1,000여개 관으로 만든 파이프오르간 음의 조화와 함께 색다른 감상경험을 안겨줬다. 쉰들러가 바흐의 판타지아 G장조 BWV572를 오르간으로 독주하며 시작한 무대는,그와 레헬의 호흡이 돋보이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헨델의 ‘라르고’등 파이프오르간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맛이 살아 있는 종교음악 위주로 꾸며졌다.지루한 느낌?천만에 말씀이다. 경쾌한 애드립이 돋보이는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로 시작한 2부는 두 사람이 주축이 된 재즈밴드 ‘살타첼로’가 무대 전면에 나와 청중과 호흡을함께했다.대금 연주자 이창우가 나와 레헬의 곡인 ‘무빙 인’과 ‘다이알로그’를 연주했는데 대금과 색소폰,베이스 클라리넷이 나누는 대화가 감칠맛나기 그지없었다.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 민요 ‘옹헤야’와 ‘진도아리랑’을 연주하는 데 드럼파트가 빠져 스윙의 맛을 즐길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대미를 장식한 가톨릭성가대와의 성가곡 협주는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바흐와 해슬러의 ‘주 예수 바라보라’,프랑스민요를 캄프라와 이문근이 가다듬은 ‘수난 기약 다다르니’2곡을 연주했는데 종교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는 데 한점 부족함이 없었다.성가대 앞에서 색소폰 애드립이라니. 앞으로도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같은 값진 악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음악인들이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살타첼로는 26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전주·목포 순회공연을 한다. 임병선기자
  • 풍자극 2편 ‘정치의 계절’ 정치 코믹질타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바람이 거센 가운데 우리 정치 현실을 곱씹어보게 하는 연극이 2편 내달 1일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극단 아리랑의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최일남 원작,방은미 연출)과 극단 작은신화의 ‘타르튀프?’(몰리에르 원작,반무섭 연출).‘기호0번…’이1940∼70년대 외곬수 정치인 김철식의 입을 빌려 요즘 선량들의 행태를 직접 꼬집는 반면 ‘타르튀프’는 중세시대 사기꾼 타르튀프의 권모술수를 통해위선적인 정치인 면모를 우회적으로 풍자한다. 4월30일까지 대학로 아리랑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기호0번…’은 작가 최일남의 소설 ‘숙부는 늑대’를 각색한 작품.주인공 김철식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4·19혁명까지 격동의 정치상황에서도 끝까지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살다간 ‘외로운 늑대’같은 인물이다. ‘애국청년단’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고,몽양 여운형의 암살범을 잡겠다고 무작정 상경하는가 하면,오로지 나라를 위해 몸뚱이 하나만 믿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그의 행동은 얼핏 돈키호테처럼 보이지만 요즘 정치인에게서찾기 힘든 순수한 열정과 살아 있는 양심을 느끼게 한다. 세번 출마해 번번히 낙선한 그의 삶은 세속의 잣대로 보면 실패한 인생이지만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점이라고 극은 주장한다. 연출자 방은미는 “정의감과 사람 사랑이 넘쳐나는 김철식같은 인물이 이 시대에 필요한 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를 통해 2000년대를 사는우리 모습도 함께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오봉산 불지르다’에서 열연한 박철민이 김철식 역을 맡아 특유의 걸죽한 입담과 감칠맛나는 연기를선사한다.(02)741-5332. 대학로 혜화동1번지소극장에서 3월12일까지 공연하는 ‘타르튀프’는 종교적 위선자를 묘사한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했다.당대 최고의 사기꾼이자 바람둥이인 타르튀프가 위선과 허풍을이용해 맹신과 불신을 오가는 극단적 성격의 오르공집에 머물게 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타르튀프는 오르공의 눈을 피해 아내와 딸까지 유혹하고 마침내 재산까지 빼앗을 음모를 꾸민다.맹신에 눈이 먼 오르공과 그의 어머니는 아내와 딸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모르게 하는 죄는 죄가 아니다’라는 타르튀프의간계에 넘어간다. 극은 거짓 신자인 타르튀프의 위선보다 오히려 그에게 속아넘어간 경솔한 오르공과 그 가족에게 초점을 맞춘다.이는 드러난 위선보다 스스로 위선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벌이는 행위가 더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사이비 정치인을 솎아내지 못하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풍자한 셈이다. 작은신화가 ‘고전넘나들기 시리즈’두번째로 마련한 이번 작품은 시대와장소를 뛰어넘는 몰리에르의 ‘웃음의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02)902-2048. 이순녀기자 coral@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연주회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페터 쉰들러와 헝가리의 색소포니스트 페터 레헬이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난한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라는자선연주회를 갖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파이프스 & 폰즈(Pipes & Phones)라는 음반에서 신선한사운드로 클래식 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인물들.세속적인 클래식 음악을 크로스 오버적이면서도,색다른 종교적 분위기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따라서 한국 천주교의 중심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일반적인 음악회와는 다른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주할 곡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와 헨델의 ‘라르고’,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등 잘 알려진 클래식과 ‘진도아리랑’ 등 한국민요,그리고 ‘가난한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주 하나님 크시도다’ 등의 성가를 들려줄예정.독일의 5인조 크로스 오버 그룹 ‘살타첼로’와 소프라노 김인혜,그리고 명동성당 성가대가 함께 출연한다. 한편 클래식음반 전문지인 ‘CD가이드’가 주관하는 이번 연주회에선 ‘자선금 기부석’을지정한 것이 특징.자선을 내걸었으면서도,청중이 적으면 실제자선에는 인색할 수도 있는 만큼 처음부터 일정좌석을 판매한 수익금을 전액명동성당에 기부하겠다는 뜻이다.(02)3664-3525[서동철기자]
  • 제주시 교육 강화 프로공무원 육성

    제주시(시장 金泰煥)가 프로 공무원을 육성하기 위해 직원 교육에 팔을 걷어 붙였다. 31일 시에 따르면 올해 시정 전문요원과정과 전산·정보화,외국어,수화,시책·전문화,소양,분야별 전문,부서별 직장교육,직원 MT,극기훈련 등 10가지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시는 시정 전문요원 과정을 개설,관광 등 5개 분야별로 1명씩을 참여시켜실무중심으로 익히도록 할 방침이다.과정 이수자에게 인증서를 주고 특별 승진 대상자로 추천하며 창안장학금을 지급한다. 전산·정보화 교육은 모든 직원이 아리랑,엑셀,통신망,파워포인트 중 1개과정 이상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외국어 교육은 전담요원과 학원강사등을 초빙,영·일·중국어를 중심으로 ‘1인 1외국어 회화’가 가능하도록할 계획이다. 직원 MT는 6∼7월중 희망직원들에 한해 전문 이벤트사에 위탁해 실시하고,극기훈련은 8∼9월중 1박2일 일정으로 군부대에서 한다. 부서별 직장교육은 전후반기로 나눠 1박2일동안 합숙으로 진행하고,분야별전문교육은 6급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중앙부처 관계자나 해당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예산·지역경제·교통·환경·도시계획 등을 가르친다. 수화교육은 50명 단위로 2개반을 편성,기초반은 2∼4월,중급반은 5∼7월에주 2회씩 교육,장애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연안 환경파괴 위성 감시

    무분별한 연안개발과 연안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고해상도의 위성영상이 사용된다. 3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제정된 연안통합관리법에 따라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지역개발 행위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관리하기 위해 위성영상을 사용키로 했다.이 영상은 연안통합관리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이용된다. 해양부는 미국 ‘랜드샛’이나 프랑스의 ‘스포트’ 등 기존 외국위성과 지난해 12월 발사된 아리랑 1호의 위성영상 자료를 지속적으로 분석,남한 전역의 연안에 대한 5만분의 1 축적 위성영상지도를 제작하고 연안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는 기술도 개발할 방침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이 영상 자료를 이용하면 해안선 침식,인공구조물,해안선·갯벌,양식장 등 연안의 변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다”며“환경변화가 심하고 연안개발이 밀집된 지역에 대해 무분별한 개발이나 잘못된 이용행위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남한전역 연안의 위성영상지도를 제작,연안관리에원격탐사자료를 사용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함혜리기자 lotus@
  • 아리랑TV ‘사운드 앤‘ 설날특집

    명창 안숙선,가야금의 마술사라 불리는 황병기 이화여대교수,사물놀이의 달인 김덕수.이 세 국악명인들이 우리 가락을 배우는 외국인들과 함께 특별한무대를 마련했다. 세 사람은 영어로 세계에 방송되는 케이블방송인 아리랑TV(채널 50)의 ‘사운드 앤 모션’의 설날특집 프로(31일 저녁8시)에 출연,자신들의 국악연주가 좋아 한국을 찾았다는 외국인 연주자와 함께 공연무대를 마련한 것이다.연출을 맡은 박형실PD는 “외국인이 나오는 설날특집 프로는 으레 외국인끼리의 장기자랑이나 국악경연 대회였다”며 “단순한 보여주기에서 벗어나 우리 가락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에게 추억거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명인들과 함께 연주하는 기회를 얻게 된 외국인들은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고.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녹화 도중에 너무 긴장을 해 NG가 나기도 여러 번.명인들은 “우리 가락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대견하다”며 잘못된 자세를 잡아주거나 추임새를 넣어주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안숙선씨는 자신의 사인이 적힌 부채를,황 교수는 자신의 CD를,김덕수씨는 꽹과리를 이들에게 선물했다.. 김씨는 “보통 한국인에겐 꿈꾸기 어려운 무대가 외국인에게 마련된 셈”이라며 “아리랑TV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배우고 싶다는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출연했다”고 밝혔다. 명창 안숙선과 가야금 병창을 하는 영광을 누린 사람은 미국 하버드대에서동양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조세린 클락씨.지난 92년 한국에서 2년동안 가야금 병창을 배웠고 ‘가야금 병창’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지난해 9월한국을 다시 찾았다. 황병기 교수와 가야금을 같이 연주한 사람은 서울대 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야마다 교코씨.6년전 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고 지난해 국악원 외국인 국악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웠다. 김덕수 명인과 설장구를 연주한 사람은 프랑스 회사인 보쉬 한국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프랑크 바덴씨.2년전 프랑스에서 김덕수씨의 사물놀이를 보고 그에게 매료돼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명인 3명의 독주무대도함께 곁들여져수준높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큰 재미. 전경하기자 lark3@
  • ‘바뇰레 국제안무대회’ 새달 서울대회

    전세계 현대무용가들이 기량을 겨루는 제7회 ‘바뇰레 국제 안무대회’서울대회가 다음달 7∼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무대에 서는 안무가는 예선을 통과한 9명.프로 부문의 최데레사(작품‘식탁’)김형희(우리가 원하는 것은…)이연수(중심의 힘)홍승엽(다섯번째배역)이미영(수천가)과,젊은 안무가 부문의 김남식(짐승의 시간)최경실(땅속 사람들)배인영(풍장)장은정(예감)등이다. ‘현대무용으로서 3인이상 군무’작품을 대상으로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먼저 프랑스의 대회본부가 세계 각국에서 비디오로 출품받아 예선심사를 한다.이어 6개월동안 각국별 본선이 열려 순회 예술위원단의 심사를 받는다.이를 통과한 작품(그랑프리)은 오는 5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입상작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절대평가제라 국내 현대무용이 9편이나 본선에 진출한 것은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지난 98년 6회 때는 안애순의 ‘11번째 그림자’를 비롯한 전세계 16작품이 그랑프리로 뽑혔다. 이번 대회에는 42국에서 416작품이 출품돼 그 가운데 200편이 예선을 통과했다.국내에서 무대에 서는 9명말고도 뉴욕의 안은미,로스앤젤리스의 이혜경,파리의 김원·김성한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안무가들이 결선에 올랐다. 한편 올해 신설한 ‘바뇰레 국제 솔로-듀엣 안무전’서울대회도 2월 8∼9일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열린다.기존 대회와의 차이는 독무 또는 2인무를대상으로 한다는 것. 이윤경(작품 ‘홀로 아리랑Ⅲ’)홍순미(꽃굿V-만남)김성용(허상)허윤정(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박은성(얇은 달)이경은·신종철(동전을넣으세요)박진수(공간을 채우는 사랑)조성희·박해준(TV중독증)등 8명이 겨룬다.이 가운데 우승자가 페스티벌에 초청받는다. 바뇰레 국제안무대회 서울대회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이사장 육완순)가 주관한다.(02)325-5702∼4. 이용원기자 yw
  • [시베리아 대탐방](6)첼랴빈스크의 한국인 학교

    [첼랴빈스크 이도운특파원] 1999년 10월 24일 오전 10시.우랄산맥 동남쪽기슭의 첼랴빈스크 시(市)는 차갑지만 평온한 초겨울의 일요일 아침을 맞고있었다. 첼랴빈스크 중심부 샬레스키 구(區)의 인민예술센터 2층.러시아 주민들에게는 귀에 설은 말들이 자그맣게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너,우리” “아버지,어머니,감사합니다” 첼랴빈스크의 한국어 학당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어 선생님은 박(朴)바실리씨(63).첼랴빈스크 공대 교수였던 박씨는 3년전 은퇴한 뒤 지역 한인회 일을 돌보고 있다.98년 10월부터는 카레이스키(고려인·한국계 러시아인) 청소년을 모아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오(吳) 비알레타(15)와 안드레(9) 남매,지(池) 알렉산더(15)와 알로샤(9)남매,리(李) 알렉산더(14)와 발레라(8)남매,리 게나(14),박 이스크라,그리고 바실리씨의 한인회 업무를 도와주는 30대의 김(金) 로자씨 등이 이날 수업에 참가했다. 이들은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이 펴낸 ‘재외국민용 한국어’의 러시아판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박씨가 주(駐)러시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그러나 교재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또 모자라기도 해서 타슈켄트 고려인회가 만든 한국어 교재와 박씨가 스스로 만든 유인물을 함께 쓰고 있다. 박씨가 만든 교재에는 세고기(쇠고기),맵은(매운) 고추,바드세요(받으세요)등 철자법이 틀리는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오자(誤字)를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박씨 자신도 5년전부터 책과 비디오를 보며 스스로 한글을 익혀 가르치는 것이다.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가진 학생들은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교실에서 두손을 ‘호호’ 불며 열심히 한글을 읽어나갔다. 박씨는 학생 한 사람,한 사람에게 책을 읽도록 하고 한국말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2시간으로 예정된 한글 수업은 1시간만에 끝났다.날씨가 너무 추워 어린 학생들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박씨는 대신 학생들을 모두 피아노 앞으로 모이게 한뒤 음악수업을 시작했다.박씨의 반주에 맞춰 학생들은 한국어 교재에 나와 있는 애국가를 합창했다. 합창이 끝난 뒤 박씨는 ‘하느님’ ‘보우하사’ ‘보전하세’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박씨는 학생들에게 몇차례 애국가를 가르치면서도 세 낱말의 뜻을 몰라 가사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발음이 좋은 오 비알레타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그저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지 알렉산더는 “한국어는 발음이 너무 어렵다”고 푸념했고,리 게나는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어를 배워두면 나중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했을 때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않겠느냐”며 어린 학생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그러나 학생들이 그 말을 믿고 온 것은 아니다.그들은 생김새와 사는 방식이 러시아사회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져왔던 것이다.따라서 그들의 한국어 학습은 ‘나의 정체’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첼랴빈스크 주(州)에는 100여명의 카레이스키가 살고 있다고 한다.이들은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이면 이 곳 문화센터에 모여 떡,김치,국수 등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첼랴빈스크주 정부의 마카로브 블라디미르 문화원장은 “한국인을 비롯한소수민족의 전통을 존중하고,가급적 그들의 행사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러시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 2개 짜리아파트였다. 첼랴빈스크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이스라엘 태생의 부인 이레나는 취재진을 위해 닭고기 요리를 준비했다.식사중에 박씨는 서울에서 온 편지 한통을 보여줬다.“어려운 환경에서 한국어 교육에 전념하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이 편지는 국회 교육위원회의 박범진(朴範珍·국민회의)의원이 보낸 것이다.박의원은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박씨의 활동을발견하고 격려편지를 보낸 것이다.박씨는 3주 동안 사전을 찾아가며 편지를읽어냈다고 한다. 부인 이레나는 “한국인이나 유태인이나 머리가 좋고 생활력이 강하다”고말하고 “그러나 유태인은 세계 어디를 가나 서로를 돕는 마음이 강한데,한국인은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dawn@ *우랄지역에 사는 우리동포들시베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얼어붙은 대지에 굳세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우리 동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예카테린부르크 국립 우랄대학의 철학과 김근복(金根福·67·러시아명 블라디미르 김)교수.그는 우랄 카레이스키의 대부(代父)로 통한다.첼랴빈스크와페름 등 각 지역의 한인회는 김교수를 중심으로 연락체계를 갖고 있다. 국립 레닌그라드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교수는 우랄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예카테린부르크 시와 스베르들로프스크 주 당국으로부터도 학문적,사회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우랄대학 본관 2층에는 ‘우랄고려인협회’ 사무실이 있다.대학에서 특별히 제공한 것이다.우랄대학은 한국의 광운대·숭실대·안양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물론 김교수가 다리 역할을 했다.김교수는 올해는하나로통신과 협조해 우랄 대학에 인터넷 설비를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김교수의 큰 아들 아카디 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환교수를 지내다 지난달말 예카테린부르크로 돌아왔다. 예카테린부르크 오페라단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한국인인게르만 김이다. 페름 주(州)의 고려인협회는 ‘아리랑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회장인 김수복씨(54·러시아명 레프 하리토노비치 김).사업가인 그는 아리랑회의 부회장인 김 게오르기 겐나디에비치 등 페름시에 사는 한국인들과 함께 ‘카레이스키 패밀리’를 이끌고 있다.김회장의 패밀리에는 카레이스키 뿐만 아니라북한을 탈출,중국을 경유해 이곳으로 넘어온 동포와 조선족도 섞여 있다. 김회장은 페름 석유대학을 나와 정유공장 고위간부를 지내다 4년전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김회장은 현재 시 중심부에현대식 시장을 짓고 있다.시장은 주로 고려인과 중국인에게 분양할 생각이다.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중국인들은 카레이스키 패밀리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되고 있다. 1999년 10월29일 밤.김회장은 취재진을 공사가 한창인 시장터로 안내했다. 간이 건물에 한국식당이 차려져 있었다.중국에서 건너온 아낙네들이 준비한쌀밥과 두부를 넣은 청국장,고추장으로 볶은 닭·돼지·쇠고기로 만찬을 함께 했다. 페름의 인투리스트 호텔 옆의 재래시장에서 갖가지 김치를 팔고 있는 김올랴씨(35)를 만났다.김씨는 “내가 만든 김치는 고려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에게 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인들은 모두 김치를 스스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사지는 않는다고 했다.최근에는 한국에서 유학이나 사업을 위해우랄지역으로 건너가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우랄공대의 이상동(李相洞·39)씨.부산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우랄공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한편으로 그는 러시아 대학생 선교회를 이끌고 있다.이씨는 “러시아의대학생들은 한국학생 못지않게 똑똑하다”면서 “현지에 정착해 이들에게 한국의 각 분야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부인과 두 아이도 예카테린부르크로 데려왔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일러 회사 ‘올림부스’ 러시아 지사 책임자 홍기정씨(26).2년전 예카테린부르크에 왔다.홍씨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맞게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세금과 물류비용”이라면서 “한국과 시베리아가 철도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더없이 좋은 사업환경을 맞게될 것”이라고전망했다.
  • 대중가수 해외시장 개척 문화부서 팔걷고 나서

    문화관광부가 대중가요 해외홍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우리 가수들이 현지어로 부른 음반을 펴내는가 하면,이 음반을 들고 현지의 방송사와 음악잡지사 음반제작사,심지어 디스코테크까지 돌며 ‘프로모션’을 벌인다.한마디로 국가 홍보 및 음악시장 개척을 위해 대중가수들의 해외 매니저 구실을 자청한 셈이다. 문화부는 인기가수들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부른 3가지 음반을 최근 펴냈다.이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둔 것이 바로 중국어 음반.중국과 대만에서 우리 가수들이 상당한 인기를 끄는 등 시장성이 매우 밝기 때문이다. ‘한류(韓流)-Song From Korea’라고 이름 붙인 중국어 음반에는 안재욱 김현정 유승준 녹색지대 에코 엄정화 쿨 일기예보 베이비복스 유채영 태사자의 히트곡을 실었다.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아리랑 변주곡’이 전주곡 구실을 한다.일본어 음반은 델리스파이스 소찬휘 포지션 구피 등 국내가수와 박보·사미모토 등 일본가수를 참여시킨 록 스타일,영어음반은 유승준이현우 박정현 김건모가 부른 기존의 영어노래를 묶었다. 문화부가 이 음반을 만든 까닭은 그동안 국제음반박람회(MIDEM)등에 참가하면서 음반의 자켓이나 각종 홍보물은 현지어로 만들었으나,막상 음반에 실은 노래는 한국말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는 음반관계자들의 호소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 현재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홍콩·마카오를 포함한 11대도시의 음악방송에서 주3차례 ‘서울음악실’이라는 한국노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대만에서도 가요인기조사에서 우리 노래가 1등을 차지하는 등 중국어권에서 한국 노래가 인기를 얻고 있어,중국어 음반이라면 더욱 큰 반향을 몰고올 것이라고 보았다.문화부는 우리 가수의 현지어 음반 작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프로스포츠 과연 적자인가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프로선수들의 ‘제몫 찾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있다.‘IMF체제’로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선수들은 지난해부터 경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이제는 정당한 몸값을 당당히 요구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구단들은 프로출범 이후 만성적자를 내세워 선수들의 무리한 요구는 자칫 프로스포츠를 존폐위기로 까지 몰고갈 수 있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반대편에서는 ‘프로구단들이 눈에 보이는 타산만 생각한 나머지팀운영을 통한 홍보효과는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높다.프로스포츠는 과연 적자인지,선수들의 주장은 정당한지 등을 짚어본다.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은 최근 구단과 첫 연봉 협상을 가졌다.이승엽은 이 자리에서 “내가 한 만큼만 받겠다”는 뼈있는 말을 했다.시즌 최다홈런 신기록(54개)과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한것.구단이 이미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한 만큼 이승엽의 연봉은 2억5,000만원 이상을 보장받은 99프로축구 MVP 안정환(대우),올시즌 프로농구 연봉왕(2억2,000만원) 이상민(현대)을 웃돌 전망이다.따라서 각 구단은 이승엽의 연봉이 다른 선수들에게 도미노현상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해말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승엽의 연봉은 현실에 비춰 아마 2억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하고“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몇개 팀을 제외하고는 팀 유지조차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선수의 몸값 상승이 적자를 부채질해 프로스포츠의 존폐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푸념으로 선수들의 입장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99프로야구의 경우 현대가 가장 큰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현대는 구단운영과 일반 관리비 등을 합쳐 모두 15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입장수입과 헬맷 등 광고비,사업수익 등으로 40억원을 건지는데 그쳐 110억원의 적자가 났다.삼성은 127억원을 지출하고 40억원의 수익을 올려 87억원의 적자를내 2번째로 손실이 컸다.한화 78억원,LG 75억원,롯데 49억원,두산 46억원,해태 41억원,쌍방울 17억원 순으로적자가 났다.각 구단은 연간 투자액의 70∼80%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축구와 농구도 마찬가지.구단 연평균 60억∼70억원이 소요되는 축구는 평균 70%인 40억원의 적자를 냈고,평균 40억원을 투입하는 농구는 그나마 절반의 손실에 그치고 있다.이들 구단은 그룹의 지원금으로 적자를 충당하고 있는현실이다. 그러나 각 프로구단은 이같은 현실속에서도 우수 선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이는 프로스포츠가 기업 홍보에 막대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특히 98년 IMF로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스포츠가 톡톡히 한 몫했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시즌 내내 이승엽의 홈런을 통한 삼성의 홍보효과는 TV의 중계 시간대,신문의 면수와 단수 등을 광고비로 단순 계산해도 무려 800억원 이상 홍보효과를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또 창단이래 첫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한화는 포스트시즌만을 놓고도 380억원의 홍보효과가 났다는 분석이다.현대와 LG,두산도 홍보효과를 감안하면 적자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98∼99시즌 프로농구의 경우 10개 구단중 현대·기아·나래(현 삼보)·LG·삼성·대우(현 신세기)등 6개 구단이 100억원 이상,나머지 SK·SBS·동양·나산도 7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냈다고 밝히고 있다.따라서 구단의 적자주장은 수치상 단순논리에 따른 ‘엄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구경백 기독교방송 야구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연봉 인상이 구단 적자의 주된 요인인 것처럼 매도해서는 안된다”면서 “구단은 선수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선수는 멋진 플레이로 팀에 도움을 주며 다양한 이벤트와 각종수익사업 개발을 통해 적자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kimms@ **구단 '보이지 않는 이익' 연간 수백억원 프로스포츠 구단이 얻는 홍보 효과는 얼마나 될까 -. 관계자들은 “종목별 팀별로 조금씩 형편이 다르지만 대체로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대표적인 예는 홈런왕 이승엽을 앞세운 프로야구 삼성.지난해 8월2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42개)을 작성한 뒤 54호 홈런까지 50일동안 구단에 가져다 준유무형의 이익을 돈으로 따지면 800억원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이는 신문 지면의 면수와 단수,시간대별 TV 중계·뉴스,화면에 비춰진회사-제품명 등을 광고 단가로 환산한 단순 수치이며 실제 홍보효과는 천문학적 수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인 (주)케이보스는 이 기간 이승엽 때문에 관중이 20만명이 늘었고 여기에 캐릭터 상품판매까지 합친 직접 매출 효과를 40억원으로 잡았다.또 삼성투자증권이 이승엽 특수를 노려 내놓은 ‘홈런왕 주식형펀드’의 예탁고도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했다.그러나 그보다는 주요시간대 TV전파를 타고 삼성 경기가 중계돼 무형적인 홍보효과가 하루 3억3,000만원.3개 공중파만의 TV중계 광고효과는 모두 63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여기에 헬멧 광고 등을 통한 간접광고 효과도 수치를 헤아릴 수 없다는 평가다. 축구에서도 삼성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99시즌 전관왕을 차지한 수원 삼성이 자체 분석한 ‘99년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효과’에서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신문 방송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 모두 384억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홍보효과를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삼성은 특히 KBS MBC SBS의공중파 3사를 포함한 TV중계를 통해 무려 364억의 홍보효과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신문·잡지를 통한 홍보효과는 19억5,000만원으로 분석했으며 국내 매체 뿐만 아니라 영어전문 캐이블인 아리랑TV와 홍콩의 스타TV 등을 통한 국내 외국인과 아시아전역 등 해외까지 홍보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른 종목에 비해 관중수입면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프로농구도 ‘눈에안보이는 이익’이 야구·축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한국농구연맹(KBL)에따르면 지난 98∼99시즌 언론을 통해 얻은 홍보효과는 10개구단 평균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현대가 1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134억원의 기아였다.성적이 바닥권이었던 동양과 나산(골드뱅크 전신) 조차도 78억원의 홍보효과를 내 전 구단이 짭짤한 홍보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적자인 프로스포츠지만 투자를 하면 할수록 부가가치는 더욱 커지는 산업”이라고 강조한 프로축구 삼성의 허영호 단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한수기자 onekor@ **프로스포츠 외국사례와 대책 지난해말 정부와 여당이 프로선수 계약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드러나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선수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단에서 일방적으로 뽑는 신인지명제도(드래프트)와 구단의 동의없이 팀을 옮길 수 없는 보류선수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로구단은 선수와 구단이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이들 조항을 없앤다면 프로스포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며 발끈했다.재력있는 팀이 우수 선수를 ‘싹쓸이’,전력 불균형 심화로 흥행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적자를 가중시켜 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프로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에서 전력 평준화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봉 억제를 위해 탄생됐다.1922년 메이저리그가 독과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연방 법원에 제소됐지만 스포츠 특성이 인정돼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95년또다시 소송이 벌어졌지만 연방 법원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메이저리그의 경우 6시즌을 뛰면 선수가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고 구단에 지명된 선수도 대학 진학을 원하면 구단은 지명권을 잃게 했다.일본은 구단 지명이 중복될 때 선수의 희망을 1순위로 고려하는 등 선수 권익보호를 위한 보완책을 두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A)제도를 도입,10시즌을 뛰 선수에 한해 마음대로 이적이 가능토록 했다.그러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선수보다는 구단에 유리한 쪽으로 변질돼 빈축을사고 있다. 선수의 권익 보호와 프로스포츠의 존립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구단의 수익 증대가 최우선 과제다.수익 증대는 관중 증가와 직결된다.선진국에서는 관중 유입을 위해 편의시설 확충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둬 성과를 거두고 있다.여기에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와 다채로운 이벤트 등을 준비해 가족이 하루를 즐길 공간으로 꾸며야한다.또 캐릭터상품 개발과 판매등도 수익에 한 몫한다.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은 “현재 지자체에 묶여있는 구장 관리권이 구단에 넘겨져야 하고 구단은 시설 등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더 나가서는 전용구장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용구장을 갖게 되면 획기적으로시설을 개선,‘복합 레저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일본의 야구장 후쿠오카돔의 경우 오전중에 시민들에게 개방해 배드민턴 조깅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외야석에는 식당은 물론 커피숍,옷가게,당구장,술집,오락실 등을마련,시민들의 휴식과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잠실구장 위탁관리를 맡게된 LG와 두산은 지정석 공간을 넓히고 팔걸이를 설치하며 화장실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또 햄버거·치킨점을유치중인 서울 구단은 주류판매 여부만 결정되면 엄청난 수익을 낼 것으로기대하고 있다.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경기장 광고권과 매점운영권을 확보한프로축구 대전과 수원도 편의시설보수 등을 통해 50% 이상의 매출신장을 낙관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끝** (대 한매 일 구 독 신 청 721-5555)
  • 케이블 아리랑TV 국악프로그램 ‘사운드 앤 모션’

    1909년생으로 23년 순종황제 50수 잔치때 무동으로 뽑혀 춤을 춘 그가 아직도 춤사위를 대중에게 풀어보이고 있으니 백년의 세월을 그만큼 아름답게 수놓은 이도 있을까. 새천년 업무가 시작된 3일 오후8시 ‘궁중정재의 대명사’김천흥 옹의 춤사위에 흠뻑 빠져드는 귀중한 시간이 케이블 ArirangTV(채널 50)의 국악전문프로그램 ‘사운드 앤 모션’에 마련된다. 한가지 부문에서 인간문화재가 되기 어려운 마당에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의 해금과 일무,39호 처용무의 기능보유자인 김옹은 아직도 ‘아름다운 청년’.해금 연주자로 출발했으나 궁중에서 전래되어온 가·무·악 일체를 이어받은 예인으로,지난 40년에는 권번에 나가 민속음악과 춤을 배운보기드문 이력의 소유자.춤을 배울 수 있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누구든찾아가 배웠다. 고 한성준선생에게 승무를 배웠고 탈춤 등 민속춤을 익히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단순히 전수자로 머무르지 않고 59년 ‘처용랑’과 69년 ‘만파식적’등 뛰어난 창작무용극을 발표하기도 했다.80년대 들어서는 궁중무용 30가지를 발굴해 재현해냈다. 매일 아침 방배동 집에서 국립국악원까지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그는 건강하다.서울대 국악과에도 가끔 나가 처용무나 궁중무를 배우겠다는 이들에게 기꺼이 응한다. 그 나이면 눈이 어두워 아무것도 못할 나이일텐데 선생은 이조실록을 뒤져궁중무용 문헌을 정리하는 작업에 분주하고 남창가곡 100수 전곡 녹음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그는 효령세자가 이른 봄날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꾀꼬리의 모습을 보면서 지었다는 춤을 시작으로 포구락,무산향 등의 궁중춤을 선보인다.네번째 무대에서는 제자 김영숙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일무와 한해의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는,무시무시한 탈을 쓴 채 추는 춤을 소개한다. 피날레는 김옹이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처용무로 장식한다. 녹화때 스태프는 깜짝 놀랐다.90분이상 춤을 추면서 한번도 쉬지를 않고,진행자인 박칼린의 인터뷰에 20분 동안 선 채로 응했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맑고 투명했다. 박형실PD는 “정악을 평생 해왔기 때문에 마음의 절제와승화가 몸에 익어건강도 유지하고 성격도 낙천적이었다”며 그의 어린아이처럼 맑고 낙천적인정신에 감화되어 있었다. 임병선기자 bsnim@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I)

    ◆이슬털기-편혜영상현이다. 이제 달은 차츰 차올라 만월이 되어 갈 것이다.그러다가 다시 조금씩 이지러지며 하현이 되고,그믐 사흘 무렵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릴 것이다.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의 모습에 따라 시간을 측정한다지.나는 그들이 땅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이의 기준을 달로 삼은 것을 흉내 내듯이 상현이니까,음력 8일 경이로군,날짜를 헤아려 보았다. 예정일은 이제 겨우 오일 남았다.아기는 봉긋이 솟아오른 원피스 자락 밑에서 꼼짝 않고 양수에 폭 쌓여 있을 것이다.예정대로라면,아기는 만월이 되는 즈음에 태어날 터였다. 안방에서 징소리가 들려왔다.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대문가에 서 있었는데도귀청이 울릴 정도였다.굿이 시작된 모양이었다.마당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좁은 마루로 몰려 가고 있었다. 경칩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바닷가여서인지 유난히 밤바람이 차가운 곳이었다.나는 마당 구석으로 가서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무녀의 에에루하는 불분명한 소리가 들려왔다.굿이 시작되기 전에 남편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었으나 나는 달만 쳐다보며 계속 시간을 미루고 있었다.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쩌면 요즘 들어 야근이 잦은 남편은 아직 회사에 있을지도 몰랐다.회사에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나는 전화기를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버렸다. 어딜 간다고?산책을 다녀와 막 자리에 누운 남편에게 진도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꺼내자남편은 못미덥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진도요. 당신이?왜?대학 선배가 죽었는데,고향집에서 굿을,안돼. 단호하게 말하고는 남편은 등을 돌려 버렸다.이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남편의 구부린,그러나 단단해 뵈는 등을 보며 예정일이 일주일도 채 안남은 주제에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큰 소리 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하긴,이 몸으로 진도에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안된다고 진도에 가려던 마음을 접었다. 아침이 되자,나는 등교 시간에 늦은 꼬마처럼 어수선해져서 서둘러 남편을 출근시키고 다음날치 남편의 식사거리를 준비해 두었다.그리고 작은 가방에 하루치의 짐을 챙겨 수정과 함께 진도로 내려왔다.내려오는 동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하면서도,전화를 걸지 않았다.진도에 가는 것이 야유회라도 되는 듯 일부러 들떠 있는 수정과 나의 뻔한 거짓말을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진도에 가기 전이라도 내내 막대유리처럼 가늘고 위태로운 즐거움일지라도 누리고 싶었다. 들어 가자. 수정이 대문가에서 엉거주춤 선 채로 달이나 올려다 보고 있던 나를 끌어 마을 사람들을 헤집고 안방 문 앞에 세웠다.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마을 사람들은 굿구경을 한다면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마루가 사람들로 가득차고,마당도 벌써 반이나 사람들로 차올랐다.그의 동기며 선배들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하긴,서울에서 퇴근하고 예까지 오려는 생각이라면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할 것이었다. 영등살 축제 때문인지 해남에서부터 진도로 오는 길은 길게 밀려 있었다.수정과 나는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8시가 넘어서야 진도대교를 건널 수 있었다.진도로 들어서는 길목 여기저기에 영등살 관광 안내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진도 대교 초입에 걸린 스피커에서는 축제 기간이어서인지 서어산에 지는 해애는 지고 싶어 지느냐아,나알 두고 가아는 이임은 가고 싶어 가느냐아는 진도 아리랑이 잡음과 함께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바닷길 갈라지는 것 본 적 있니? 아니. 갈라진 바닷길을 따라 한없이 걷다보면 이상하지,다시 물이 차올라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어떤 때는 관리인이 계속 호각을 불면서 나오라는데도 안나가고 있다가 끌려 나온 적도 있다니까.바닷길로 영혼이 올라간다는 말이 맞는가봐,그래서 영등(靈登)이라고 부른다는거야. 그리고 수정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곧 입을 다물어 버렸다. 8시간 정도 차를 타고 오면서도 우리는 마치 어디 가까운 곳에 소풍이라도 가듯이 들떠 있었다.휴게소에 내려 남편에게 전화를 해야지 싶다가도 배를앞으로 불룩 내밀고 맛이 덜 밴 우동을 먹고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다음휴게소에서는 망태기에 담긴 귤을 사 느릿느릿 까 먹기도 했다.해 지기 전에 진도에 닿거든 망금산 전망대에라도 다녀오자는 계획도 세웠다.다도해의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을 보면서 우리는정말 소풍이라도 온 듯 사진도 찍고 호탕하게 웃을 생각이었다. 나는 바닷물이 갈라지는 건 영혼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삭 무렵과 망 무렵에 달과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으로 늘어서 조수 간만을 일으키는 힘이 강해져 해수면의 오르내림이 커지는 것 뿐이라고 대꾸할 생각도 없이,묵묵히 설설 휘감기며 흘러가는 울돌목 좁은 해협을 내려다 보았다. 아왕 임금의 굿이야 공심은 저라지요,소복을 입고 한지를 오려서 만든 넋전을 든 무녀가 징을 오른손으로 간간이 치면서,불쌍하신 최씨망자 부디도와주시어서,천도하게 하옵소서라고 큰 소리로 외고 있었다.그리고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잠깐 춤을 추다가 쌀알을 방안에 뿌렸다.무녀가 어기야청청 살이로구나라고 선창하자,그의 어머니와 시집간 두 누이가 무녀의 노래를 받아 후렴을 불렀다.나는 꼭 잡고 있는 수정의 손을 풀었다.굿판 정면에 병풍을 친 자리에 그의 한 벌 뿐인 양복이 걸려 있는 것이보여 울컥 눈물이라도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의 옷이 무녀가 덩실 팔을 들어 올리며 춤을 출 때마다 조금씩흔들렸다.수정이 입모양으로 어디가? 라고 물었으나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살짝 추어 올렸다. 마루를 내려 서려는데 아랫배가 묵진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며 허리가 끊어질 듯한 진통이 느껴졌다.나는 훅,가쁜 숨을 내쉬며,허리를 잔뜩 구부려 배를 감싸 안았다. 으윽,잇새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누군가 마루로 올라오며,오매,괜챦으요? 어깨를 잡아 주었다.그 소리를 듣고 수정이 얼른 내 곁으로 왔다.진통은 여진과도 같이 짧은 것이었음에도 내 얼굴에는 식은땀이 잔뜩 배어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숴야지,큰 일 나것네,아,기환이랑은 어찐 사인데 그 몸해서 여글 왔다요? 동네 아주머니인지 수정의 곁에서 나를 부축해 방에 눕혀주며 물었다.기환의 방이었던 것 같았다.어떤 사이냐고? 나는 앉은뱅이 책상 하나와 작은 옷장이 하나 있을 뿐인,주인을 잃은 지 오래인 그것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수정이 내게 베개를 받쳐주며,대학 친구예요,짧게 대답하자,아 그라요,그럼 서울서 왔겠구만,어찌게 이렇게 아파서 어쩐다요,아줌마가 걱정해 주다가 좀 쉬소,난 굿구갱 갈라요,아프면 또 부리오,하고는 마루로 나갔다. 너 정말 괜챦니? 여기서 애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그의 책상 위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을 읽고 있었다.진통은 이미 간질병 환자의 발작처럼 진땀만 남겨 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선배 방이었나봐,저 책들이 그대로 있네. 수정이,내 눈을 따라 책상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저 인형 봐라,사내 방에 왠 인형이라니. 수정이 쿡,웃음을 터뜨렸다.책상 한 끝에는 털에 잔뜩 때가 묻어 있는,본래는 보솜거리는 털로 덮혀 있었던 누런 곰인형 하나가 앉아 있었다.인형은,기환선배가 내게 사준 것을 내가 다시 그에게 보낸 것이었다.그가 자기 아이에게 털이 보숭한 곰인형을 사주고 싶었다고 편지와 함께 인형을 보내왔다.나는 그 인형을 곧 반송시켰다. 그는 나와 동기였던 은미의 애인이었다.은미는 예쁘고 영리했지만,그것보다는 자기가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해서 복잡한 상황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겁장이였다.나는 집요하게 그에게 매달렸다.그는 남자로서보다는 내 선배였기 때문에 단호하게 내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그가,떠나버린 은미 때문에 괴로워하며 잠결에도 은미야 사랑해,내가 잘못했어,중얼거리던 때에 나는 덜컥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임신했다는 말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를 만나던 날,그는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다가 곧 입을 다물고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선배,우리 결혼해요.서툰 연극배우의 과장된 대사같은 그 말을 하고 나자,기환은 금방 멍한 표정이 되었다.그러다가 점점 그의 속내를 복사하는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휘청,현기증이 인다는 듯이 몸을 기울기도 했다.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불끈 화가 치밀어 뒤따라 나가 길거리에서 그를 맘껏 패주었다.학교 근처였고 간혹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지은아,왜 그래,그러지마,선배 저리 좀 가세요,말리기도 하였으나,그는 피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 그를 후려쳤다.그를 향해 가방을 휘두르면서,문득 나는 내가 왜 그를 때리나,그는 왜 내게 맞고 있지,하는 의문이 생겼고,그러자 내가 임신을 한 것이나,우유부단하여 망설임만 많은 그나,다 불쌍하게 느껴졌고,모든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쉽게 여겨져서 때리는 것을 관두었다. 집에 돌아오니 그에게서 편지가 와 있었다.나는 편지 겉봉에 쓰여진 하지은이라는 내 이름을 불길하게 쳐다보며 봉투를 뜯었다. 사하라 사막 남부에 있는 부르키나파소의 구르마 지역에 사는 종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2,3 개월 동안 매일 밤 북소리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거야. 그러나,이런 긴 장례의식을 지내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낮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해,옥수수를 심으며 웃기도 하고,떼지어 사냥을 나가 큰 짐승 포획에 성공했을 때에는 기쁨에 찬 커다란 함성을 지르기도 하지.낮동안 구르마족마을에는 마른 풀이 벌판 한복판에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소리나,수수 찧는소리,혹은 떼지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지.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히고 북을 치기 시작해.그들은 조금도 슬퍼하지 않고 춤을 추며 신의 품으로 돌아간 죽은 이를 추억하는거야.너 역시 평범하고 일상적인 낮시간을 보낼수 있을꺼야,밤이 되면,잠깐 나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지만,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추억해야 할 일이야.지은아,너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행동이 부족한 나는 생각만 많았지,한 번도 단호하지 못했구나.네 곁에 있을 수 없다.그렇다고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처럼 은미에게 돌아가려는 것도 아니다.단지,혼자 있고 싶다. 나는 편지를 갈갈이 찢고 그 길로 택시를 타,그의 자취집으로 갔다.찢은 편지를 손에 꼭 쥐고 자리에 누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그는 사흘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나는 여전히 그의 방에 누워 있었다.가끔 화장실만 들락거렸을 뿐,돌아 눕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 힘이 없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나흘째 되던 날 밤에 그가 잔뜩 술이 취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덜컹거리며 그가 문을 여는데도 나는 이미 돌아볼 힘마저 없어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그가,잔뜩 술 냄새를 풍기며 뛰어 들어와 나를 안아 일으켰다.나는 손에 쥐고있던 찢은 편지를 그에게 뿌렸다.내 선배이기도 한 그의 친구들이 들으라는 듯이 나는 개새끼 내 애기가 죽으면 너도 죽을 줄 알아,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가 애기? 너 애기라고 한거야? 물으며 나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어 갔다. 밖에서,아가씨 좀 보소,서울서 대핵교 친구들이라고 안 왔소,하는 아낙의 목소리가 들려 수정이 밖으로 나갔다.어머 선배 왔어요,아는 체 하는 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상대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리기는 했으나 누군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여기 있었니?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이 물었다.수정이 응,굿보다가 잠깐 여기 있었지.누구랑? 상대가 물었다.수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아마 수근거리며 글쎄 지은이가 다 왔다고,진통이 나서 방에 누워 있다고 조심스럽게 대꾸하는 것 같았다.그리고는 상대방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대화가 한참 이어지다가,그럼 이따 봐,하는 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곧 수정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이미 진통의 여운도 가시고,주인을 잃은 지 오래인 빈 방에 더 누워 있기가 뭣해서 나가려던 참이었다. 마루에 굿상이 차려져서정신 없을텐데,괜챦겠어? 수정은 누가 왔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나를 부축해 마루로 나갔다. 상청 앞에 무녀가 혼자 장고를 치면서 오구풀이를 부르고 있었다.마당의 구경꾼들까지 죄다 마루 앞에 몰려 있었다.시간은 이미 자정에 가까웠다.바리데기가 마침내 아버지를 살려내는 대목에서 구경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오구풀이를 끝낸 무녀가 징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간간이 치면서 최씨 망제 어서 오소,큰 목소리로 청하고는 가족에게 상청에 제사를 올리라고 했다.망제요 망제요 불쌍코 초라한 최씨망제여 무신 나이 많아여 망제란 웬말이뇨 무녀가 소리하자 그의 둘째 누이가 참았던 오열을 터뜨렸다.큰 누이는 상에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운 후 젓가락을 올려 대접하고 절을 했다.절을 하는 동안 무녀는 망자의 넋을 넋상자에 담았다.수정이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려 나는 손을 꼭 잡아 주었다.그의 큰 누이와 사촌 형제들의 오열 섞인 제사가 끝나자 무녀는 오구시루에서 명실 복실을 꺼내어 손가락에 감으면서 최씨망제 오늘 이 굿 받으시고 극락세계 가십시다 가아족들 모두에게 추욱원을내리인후 거리거리 인정쓰고 염불하며 가십시다,크게 소리한 후 나무아미타불을 고인들과 함께 부른 후 굿을 마당으로 내렸다. 나는 이번에는 소란해진 마당을 피해 아까 나왔던 방으로 들어가 집에 다시 전화를 했다.벨이 여러 번 울렸으나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쩌면 남편은 밤 산책을 나갔을지도 몰랐다. 남편의 산책은 신혼 초 아파트에 이사온 후부터 계속되었다.아무리 피곤해도 남편은 산책을 그만두지 않았다.그가 아직 주임이 되기 전이었고,그의 부서에 갑자기 금액이 큰 해외 거래처가 생기기 전이라 야근을 하는 일도 없던때였다.남편은 초저녁에 불과한 시간이면 어김없이 퇴근해서 돌아왔다.나는남편과 식어 있는 찌게를 조금 데워 싱거운 계란찜을 반찬으로 함께 저녁을먹었다.남편은 너무 뜨거운 국물은 먹지 않았고,간이 덜 밴 듯 싱거운 음식을 좋아했다.나는 맹탕이나 다름없는 계란찜을 젓가락으로 떠내느라 식탁에흘리면서,평생 싱거운 계란찜을,입을 델까 주저할 염려도 없이 먹고 살꺼라는예감으로 잠깐 우울해 하기도 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남편은 9시 뉴스를 보면서 그날치 조간 신문을 읽었다.뉴스가 끝나고 대충 훑어보는 신문 읽기도 끝나면 남편은 막 공사가 시작된아파트 단지까지 산책을 나갔다. 왜 산책을 나가세요?어느 날은 선을 보고 한 달만에 결혼한,아직도 낯설기만 한 남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를 들으면 불길이 확확 치솟는 것 같아 아침나절의 선잠처럼 얕은 잠을 자게 돼.당신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자도록 해. 날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마중을 나올 필요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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