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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국회의원 후보선출 경선 법제화”

    朴 “국회의원 후보선출 경선 법제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6일 오전 발표 전까지 수위를 놓고 밀고 당겼던 ‘박근혜표 정치 쇄신안’은 국민의 눈높이와 실천 가능성을 절충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국민 눈높이와 ‘안철수 현상’을 고려하면 더 강력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실천을 담보하자니 ‘깜짝 카드’를 제시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내용 파괴력에서는 약하고 오히려 시간을 끌다가 정치 개혁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긴 ‘타이밍 실기’만 더 도드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권 단일화의 ‘맞불 카드’로 만지작거렸던 개헌론도 ‘집권 후 4년 중임제 논의’라는 원칙만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분권 없는 4년 중임제는 임기 연장이며 장기 집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가 실망스럽다고 해도 정치를 없앨 수 없다.”면서 “(정치 쇄신은) 정치를 복원하고 정치가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차별을 시도했다. 박 후보는 정치 쇄신의 큰 줄기로 정당 개혁과 국회 개혁, 민주적 국정 운영, 깨끗한 정부를 꼽았다. 정당 개혁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 후보의 ‘낡은 정치’ 공격에 대한 반론 성격이 엿보인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지역구)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국민 참여 경선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야권의 ‘늑장 후보’ 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대선 후보는 선거일로부터 4개월 전, 국회의원 후보는 2개월 전까지 확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폐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 특권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쇄신특위가 지난달 25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당의 권한 축소와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특권 폐지에 관한 내용 등이 쇄신안에 빠져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개혁 의지가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 박 후보는 “대통령 선거용의 정략적 접근이나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시한부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이(친이명박)계 비주류인 이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쓴 글에서 “정당과 국회, 선거, 검찰, 경제 등의 개혁은 현행 헌법으로는 불가하다. 현행 헌법은 5년 단임제만 빼면 유신헌법의 아류”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내려놓는 권력 구조의 변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면서 “(박 후보와 내가) 갈수록 생각의 차이가 많아진다.”고도 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JTBC에 출연해 “1987년 이후 25년이 지났는데 근본적으로 내각제로 간다거나 하면 모를까 대통령제에서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가자는 것 자체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日 ‘극우 대연합’ 자중지란

    일본의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민주·자민당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되는 제 3세력이 공천권과 이념 논쟁으로 공동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시모토 도루(왼쪽)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일본 유신회는 이시하라 신타로(오른쪽) 도쿄 전 지사와 합치기로 한 ‘일어나라 일본당’과 정책이 다르고, 당 집행부가 너무 노회하다는 이유로 선거 연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 5일 “정책과 가치관의 일치가 일본 유신회의 정체성”이라며 “일어나라 일본당과는 컬러가 다르다.”고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자민당의 아류로 치부되는 일어나라 일본당과의 무조건적인 통합은 ‘정치적인 야합’이라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오사카 등 서일본에 강세를 보이는 일본 유신회는 중의원 선거에서 모든 지역구에 1번 후보를 옹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동일본을 근거지로 하는 민나노당과 충돌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일본 유신회의 간사장인 마츠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는 “각 지역의 제 1 선거구는 도도부현의 중심이다. 이 곳이 승부처”라며 모든 지역의 제 1 선거구에 후보를 낼 뜻을 밝혔다. 지역 정당인 일본 유신회는 아직 전 지역에 강력한 지방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당파층이 많은 제 1선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일본 지역에 근거를 둔 민나노당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 소속 현역 의원 11명이 지역의 제1 선거구를 차지해야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책협의에 들어간 두 당은 제1선거구 후보 문제가 연대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시하라 전 시장과 민나노당과의 연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시하라 전 시장과 일어나라 일본당은 원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나노당은 ‘탈 원전’을 주창하는 등 여러 정책분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새로운 페로몬시장 연 베리식스, 미투상품에 위협

    새로운 페로몬시장 연 베리식스, 미투상품에 위협

    최근 ‘미투(me too)상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미투상품은 특정회사 상품이 붐을 일으켰을 때 경쟁회사에서 기능, 재료, 상품명을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한 제품이다. 이같이 돈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기능과 디자인까지 유사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원조업체들이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기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모방해 미투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울상짓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 페로몬시장을 개척해낸 ‘로사퍼시픽’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로사퍼시픽은 국내최초로 뿌린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바르는 페로몬을 완성해 ‘베리식스’를 선보였다. 베리식스는 향수보다 더 진한 페로몬 향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바디크림의 특성인 뛰어난 보습력까지 갖춘 제품이다. 이 제품은 파라벤, 벤조페논, 트리에탄올아민 등 화학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아 민감한 보디피부를 가진 사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출시와 동시에 사전 오프라인 예약판매 2만개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기다렸다는 각종 페로몬 관련 모방제품이 잇따라 나와 이제는 원조업체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로사퍼시픽 관계자는 “기존제품을 따라하기 급급한 경우 결국 오리지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류로 남게 될 것”이라며 “모방제품이 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의 품질로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들로부터 원조제품에 대한 신뢰를 더욱 심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대작 뮤지컬 봇물… 연말이 즐겁다

    대작 뮤지컬 봇물… 연말이 즐겁다

    연말 뮤지컬 판을 놓고 보면 ‘대전’(大戰)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볼만한 뮤지컬 대작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독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특징별로 나눠 소개한다. 다 볼 수 있으면 행운이요, 하나만 봐도 뿌듯하고 행복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통상적으로 세계 4대 뮤지컬로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을 꼽는다. 작품성과 규모, 인지도, 관객 호응도, 영향력 등을 두루 살폈을 때 세계적이라고 할 만해서 이렇게 분류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연말에는 그중 두 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레미제라블’은 27년 만에 처음 한국어 라이선스로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나폴레옹 제국 시대부터 프랑스왕 샤를 10세가 몰락할 때까지 저항과 혁명, 인간애를 그렸다. 1985년 영국 런던 바비칸 극장에 올린 뒤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4만 3000여회 공연했다. 토니상과 그래미상, 올리비에상 등 세계 주요 뮤지컬상을 70개 이상 탄 명작이다. 한국 공연에서는 철저히 실력으로 선발된 배우들이 열연한다. 7개월간 10차례에 걸친 오디션에서 정성화가 주인공 장발장에 낙점됐고, 코제트에는 추가 오디션으로 이지수를 발탁했다. 장발장을 추격하는 형사 자베르는 문종원, 코제트의 어머니 판틴은 조정은이 맡았다. 무대·조명·음향 등은 오리지널 제작팀이 내한해 직접 맡는다. 공연은 11월 3일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시작한다. 대구 개명아트센터, 부산 센텀시티 소향아트센터, 서울 블루스퀘어까지 6개월간 대장정을 펼친다. 1544-1555.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2월 7일부터 두 달 동안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1868~1927)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파리 오페라극장 유령 행세를 하는 팬텀과 그가 사랑하는 가수 크리스틴, 크리스틴의 연인 라울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1988년 1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지난 2월 마제스틱 극장에서 1만회를 찍었다. 최근 뮤지컬과 연극을 포함해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한 작품으로 ‘월드 기네스북 2013년 에디션’에 등재됐다. 전 세계에서 1억 3000만명 이상이 찾은 이 작품은 내년 25주년을 맞는다. 올해는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브래드 리틀이 7년 만에 내한해 팬텀을 연기한다. 리틀은 2000회 이상 팬텀을 열연해 ‘영원한 팬텀’으로 남았다. 1577-3363. 감성을 자극하는 가을과 남자의 눈물 한 방울이 만나면, 여심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눈물 콧물 쏙 빼놓을 두 순정남의 이야기가 관객을 찾는다. ●‘맨 오브’ 웃음 속 삶의 진정한 의미 되새겨 비운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의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할 준비를 하고 있다. 루돌프는 개혁과 자유를 갈망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황실 별장 마이어링에서 연인 마리 폰 베체라와 동반자살했다. 유명한 ‘마이어링 사건’이다. ‘황태자 루돌프’는 이 사건을 토대로 수많은 뮤지컬 히트곡을 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뮤지컬 ‘엘리자벳’을 제작한 오스트리아 빈극장협회(VBW)가 함께 제작한 첫 번째 뮤지컬이다.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은 “비극을 다루지만 재미있는 장면도 많은 매우 달콤쌉싸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안재욱과 임태경·박은태가 루돌프 역에 캐스팅됐다. 11월 10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02)6391-6333. ‘폭풍눈물’의 원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5일부터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를 눈물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는 원작곡가인 정민선이 새로운 곡을 추가하고, 이성준 음악감독이 실내악 중심의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해 강렬함을 더했다. 작품의 백미는 ‘꽃미남’ 베르테르들이다. 말이 필요 없는 미남 뮤지컬 스타 김다현, ‘풍월주’와 ‘형제는 용감했다’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한 김재범과 성두섭, 신예 전동석이 베르테르로 무대에 선다. 롯데는 김지우와 김아선이, 알베르트는 홍경수와 이상현이 맡았다. 1544-1555. 창작 뮤지컬 ‘영웅’은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됐다. 지난해에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다. 대한독립군을 결성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 그리고 독립을 향한 청년의 사명감을 비장감 넘치게 그려내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다소 묵직한 소재와 주제, 160분이라는 긴 시간에도 완성도는 높다는 평가다. 올해는 새로운 배우들로 새 단장해 극적 구성을 끌어올렸다. 안중근 역에 배우 김수용과 임현수가 더블캐스팅됐고, 명성황후의 마지막 상궁 설희 역에는 홍기주와 리사, 독립군 우덕순 역에는 황만익 등이 열연한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다룬 군무가 인상적이다.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1544-1555. 스스로 영웅이라 착각하는 중년 남성의 좌충우돌 소동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펼쳐진다. 소동 속에서 웃음이 아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기사라고 믿는다. 여관을 성으로,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곁의 사람들은 결국 그의 진심에 감동받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류정한, 서범석, 홍광호, 이혜경, 조정은, 이훈진, 이창용 등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 6만~13만원. 1588-5212. ●‘아이다’는 “오페라의 상업적 아류” 편견 깨 거장 엘턴 존이 완성한 뮤지컬 ‘아이다’는 올겨울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토니상 수상에 빛나는 디즈니의 대표작이다. 그동안 뮤지컬이 오페라의 상업적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견에 기분 좋게 일격을 가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뮤지컬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쏘냐와 차세대 뮤지컬 디바로 떠오른 차지연이 번갈아 아이다로 무대에 오른다. 김준현과 최수형(라다메스 장군), 정선아와 안시하(암네리스 공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음향이 최고 수준이라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2월 2일부터 5개월간 이어진다. 1544-1555.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흥행 영화로 거듭난 ‘완득이’도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뮤지컬 ‘완득이’는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뮤지컬의 특성을 살려 퍼포먼스 중심으로 극적 구성이 변했다. 완득이가 기도하는 대목에선 원작에 없던 하느님까지 등장한다. 영화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투입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3년 동안 준비한 뮤지컬답게 극적 완성도도 높다. 뮤지컬 배우 한지상과 정원영에게 과감히 주연을 맡겼다. 12월 16일부터 내년 3월 2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02)2250-59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전국노래자랑/최광숙 논설위원

    한때 KBS의 ‘전국노래자랑’을 열심히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서 TV를 틀면 흘러 나오는 ‘딩동댕동~’. 사회자 송해씨가 힘차게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면서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의 힘은 전국의 숨은 노래꾼들이 실력을 겨루는 노래 경연에 있지 않다.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그 지역 민심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민생 탐방’에 있지 않나 싶다. 송씨와 출연자들의 꾸밈없는 대화 속에서 각 지역의 특산물과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들의 살림살이는 어떤지 등 민심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후보들이 여러 지역을 방문해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파고들어가 그들을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게 하며 ‘위로의 한마당’을 펼칠 수 있을까. ‘전국노래자랑’은 지난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된 이래 지금까지 32년째다. 일본 NHK의 노래자랑 프로그램 ‘노도지만’의 아류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제 국민에게 웃음과 노래를 선사하는 진정한 국민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무대장치나 진행이 좀 촌스러우면 어떠랴.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구수한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누가 뭐라 해도 이 프로그램의 일등공신은 송씨다. 1988년 5월부터 진행을 맡은 후 1994년 개인 사정으로 물러나고 다른 이로 교체됐지만 시청자들의 외면과 항의로 6개월 만인 그해 10월 송씨는 다시 복귀했다. 그의 노련하고 재치 있는 입담은 2003년 평양 모란봉공원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에서 한껏 진가가 발휘됐다. 평양의 얼음장 같던 객석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주부들의 로망은 ‘송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86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체력에, 그 나이에 ‘영원한 현역’으로 왕성한 직업활동을 하는 것이 부러워 자기 남편들도 송해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 방송 리허설을 진행하다 컨디션 이상을 호소해 녹화에 불참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이미 지난해 85세의 나이로 최고령 콘서트를 열며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던 그가 올해도 추석 연휴 단독 콘서트 개최를 계획하면서 무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씨가 하루빨리 쾌유해 무대를 빛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젠 송해 없는 ‘전국노래자랑’은 상상할 수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씨줄날줄] 단란주점/노주석 논설위원

    단란주점이란 1994년에 생긴 유흥업종이다. 당시 상류층의 음주문화로 자리 잡은 룸살롱으로 말미암은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가 되자 서민들도 값싸고 건전하게 술을 마시게 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업종을 만들었다. 주거지역으로 입지를 확대했고, 영업장의 조명도 더 어둡게 조정해 주었다. 칸막이 설치도 허용했다. 한마디로 칸막이가 쳐진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를 순 있지만, 여성종업원의 접대는 받을 수 없도록 한 술집이다. 룸살롱의 아류이자, 대중화라고 볼 수 있다. ‘단란’이란 명칭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단란주점의 경쟁업소인 룸살롱, 카바레업주들이 중심이 된 유흥음식점중앙회에서 “단란주점 영업 규제완화가 도입취지와 어긋난다.”면서 이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 기사가 1996년 9월 도하 여러 신문에 실렸다. 단란주점의 진입 이후 본래 유흥주점의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단란주점은 1994년 2월 4540곳에서 2009년 1만 5700곳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유흥주점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노래방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근대 술자리 문화는 일본식 요정(料亭)에서 비롯됐다. 1960~70년대 청운각·대원각·삼청각 등 요정 3각과 오진암이 이름을 날렸다. 1970년대 후반 200여곳의 대규모 관광요정이 외국인을 상대로 ‘기생관광’ 시대를 열었으며 1980년대 이후 룸살롱을 중심으로 한국식 접대문화가 전성기를 누렸다. 이런 한국식 밤 문화가 오늘날 세계 곳곳에 한류와 K팝을 전파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퍼진 한국식 노래방 ‘K-TV’는 사실상 단란주점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단란히 마시는 술집도 가 보셨어요?) 안 교수=아뇨 뭐가 단란한 거죠? (단란하게 노래하면서 술 마시는…) 안 교수=예? 노래방? (노래방인데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 안 교수=…” 안철수 교수가 2009년 무릎팍도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의 진위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방송을 보면 안 교수는 단란주점에 가본 경험이 없다고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 안 교수가 함께 술을 마셨거나 유흥주점에 간 적이 있다는 사람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말을 바꿨다. 1998년 이전엔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고, 이후엔 동석은 했지만 술은 안 마셨다는 내용이다. 현자(賢者)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세상에 남겼다. 단란주점에 칸막이는 있지만, 비밀은 없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영화 ‘도둑들’ 개봉 22일 만에 1000만 관객

    영화 ‘도둑들’ 개봉 22일 만에 1000만 관객

    영화 ‘도둑들’이 개봉 2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로는 여섯 번째, 외국 영화를 포함하면 일곱 번째다. ‘도둑들’의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둑들’이 오후 3~4시쯤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넘었다.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평일 20만~30만명, 휴일 50만명의 관객을 꾸준히 유지한 결과”라고 밝혔다. ‘도둑들’의 1000만 클럽 가입은 한국 영화 최대 흥행작인 ‘괴물’(최종 관객 1301만명)이 21일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2009년·1362만명)를 넘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38일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던 ‘아바타는 3차원(3D) 영상으로 재관람하려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역대 최고 관객 동원 영화가 됐다. ‘범죄의 재구성’(2004년·212만명), ‘타짜’(2006년·684만명), ‘전우치’(20 09년·613만명) 등 흥행 불패를 이어 온 최동훈 감독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1000만 클럽에 가입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 450만명을 100만~200만명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개성 넘치는 도둑들이 모의해 보석을 훔친다는 뼈대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아류란 지적도 받았다. ‘실미도’(북파공작원), ‘왕의 남자’(정치비판, 동성애), ‘괴물’(반미, 환경), ‘아바타’(환경), ‘해운대’(쓰나미) 등 묵직한 주제의식이나 사회적 이슈로 흥행몰이를 한 다른 1000만 영화들과 달리 순수 오락영화란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웬걸! 관객은 ‘도둑들’에 열광했다. 의미를 담거나 교훈을 주는 작품보다 가벼운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의 취향 변화는 물론 여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읽어낸 덕이다. 할리우드 케이퍼무비(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공식에 충실한 한편 로맨스를 덧입히고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홍콩 누아르식 액션을 버무렸다. 15일 맥스무비에 따르면 ‘도둑들’의 예매자 중 20대가 25%, 30대가 40%, 40대 이상이 32%였다. 또 여성 관객 비중이 55%에 이르렀다. 1000만 관객이 들려면 중년(혹은 아줌마) 관객을 움직여야 한다는 충무로 속설에 들어맞는 셈이다. 개봉 시기도 적절했다. 런던올림픽과 MBC 파업으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한 데다 최장기 폭염이 겹치면서 극장(영화) 수요가 늘어났다. 여름철 대목인데도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도둑들’을 피하려고 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늦춘 탓에 경쟁도 덜했다. 한편 ‘도둑들’은 수익에서도 대박이 터졌다. 1000만 관객에 따른 매출은 700억원에 이른다. 극장 몫(350억원)과 총제작비(145억원), 배급수수료(40억원) 등 투자금을 뺀 순익은 138억원이다. 메인투자사 쇼박스나 최 감독의 부인 안수현 PD가 대표로 있는 제작사 케이퍼필름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4) 만화 수출을 말하다(상)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4) 만화 수출을 말하다(상)

    우리나라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시동을 건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이후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는 차를 만들고 배를 만들고 TV를 만들어 팔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문화 수출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을 면치 못했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의 수익이 한국 자동차 수십만대와 맞먹는 울적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도 문화 수출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만화도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만화의 현주소와 미래, 지속가능한 한류로 도약하기 위한 제언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지난해 말 발간된 ‘2011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세계 만화시장은 최근 5~6년 동안 소폭 성장과 소폭 하락을 반복하며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출판 만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디지털 만화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서에 인용된 다국적 회계감사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통계를 보면 2010년 세계 만화시장 규모는 60억 2800만 달러(약 6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4%가량 하락한 수치지만, 2015년에는 63억 9200만 달러로 예측됐다. 디지털 만화시장은 2010년 1억 540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까지 시장 규모는 작은 편.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2015년에는 6억 6200만 달러로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만화시장의 권역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만화 왕국’ 일본이 버티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 27억 8700만 달러(46.2%)를 기록하며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가 주축인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의 24억 3000만 달러(40.4%)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캐나다 중심의 북미지역이 6억 9000만 달러(11.6%),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이 1억 달러(1.8%)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세계 만화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 만화계는 3~4위권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산출한 2010년 우리 만화 매출 규모는 6억 7400만 달러(약 7419억원)다. 반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 만화 를 중심으로 잡은 매출 규모는 3억 1900만 달러. 이 같은 수치를 PwC 자료와 단순 비교하면 콘텐츠진흥원 통계로는 압도적인 1위 일본(19억 6600만 달러)에 이어 2위다. 만화영상진흥원 통계를 대입하면 일본, 미국(6억 3500만 달러), 독일(5억 4800만 달러), 프랑스(5억 1000만 달러)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우리 만화의 수출 규모는 1999년 24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도약을 거듭해 2000년대 중반 300만~400만 달러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 815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어린이 학습 만화의 선전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는데, 특히 어린이 학습 만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 지역 수출액이 2009년 52만 달러에서 2010년 200만 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지역 수출이 225만 달러(27.7%)로 가장 많았다. 반면 해외 만화 수입은 2008년 593만 달러, 2009년 549만 달러, 2010년 528만 달러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만화 수입 비중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우리 만화는 언제부터 해외로 나갔을까. 넓은 범위에서 따져보면 근대 만화 초창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이 발행하는 신문인 ‘신한민보’에 당시 한·일 관계를 양쪽 시각으로 비교하는 만화가 게재됐다. 이보다 3개월 앞서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형의 삽화를 우리 근대 만화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 만화는 출발과 동시에 해외로 나선 셈이다. 실질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1960년대에 나왔다. 한국형 히어로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로 유명한 김산호가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만화 전문 출판사인 찰튼 코믹스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700여편의 작품을 그렸다. 서부 활극 ‘샤이언 키드’가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는 해외 진출이 드문드문 이뤄졌다. 1976년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이 일본에서 ‘고바우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책을 만화가 아니라 이웃 한국을 이해하려는 취지의 사회교양 서적으로 분류됐다. 이후 1985년 방학기의 ‘임꺽정’과 ‘데카메론’, 1986년 이현세의 ‘활’, 1987년 박흥용의 ‘백지’ 등이 일본에서 차례차례 출간됐다. 1990년대 들어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은 보다 활기를 띤다. 먼저 일본의 영향이 있었다. 일본 만화는 1991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꾀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만화도 다양하게 흡수하기 시작했는데, 한국 만화도 그 대상이 됐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경우 자사 잡지를 통해 황미나의 ‘윤희’, 오세호의 ‘낚시’ 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대원 등 국내 만화 전문 출판사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만화시장이 커지고, 잡지 시스템이 정착되며 토종 콘텐츠를 다량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1994년 지상완·소주월의 ‘협객 붉은매’가 타이완 잡지에 연재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만화는 타이완, 홍콩, 태국 등 일본 이외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다. 2001년에는 국내 대명종 출판사가 일본에 법인을 만들어 타이거코믹스라는 브랜드로 김혜린의 ‘비천무’, 허영만의 ‘세일즈 맨’ 등을 출간하며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도전도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국내 무협 만화의 대가 이재학은 대표작 ‘검신검귀’를 ‘더 데몬 워리어’라는 제목으로 미국 시장에 내놨다. 1997년에는 ‘스폰’으로 유명한 미국 출판사 이미지코믹스는 장태산, 김재환, 김태형 등 국내 작가를 섭외해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2000년 국내 유명 스토리 작가 야설록의 회사 야컴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이태행, 형민우 등의 미국 진출에 징검다리를 놓는다. 한국 만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일본 만화의 아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03년 프랑스 앙굴렘 축제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뒤에는 이두호, 김동화, 이희재, 박흥용, 박건웅 등 작가주의 작가들의 유럽 진출이 도드라졌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 ‘도깨비’라는 한국 만화 전문 잡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다. 박건웅의 ‘꽃’과 ‘노근리 이야기’는 2007년 앙굴렘 축제에서 프랑스 만화비평가 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아시아만화상 후보에, 앙꼬의 ‘열아홉’은 2010년 축제 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우리 만화는 아시아, 서유럽, 북미,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순서로 해외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21개 언어, 45개국으로 뻗어나가 있다. 해외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은 이명진의 ‘라그나로크’, 형민우의 ‘프리스트’, 박소희의 ‘궁’ 등이 꼽힌다. 그러나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는 어린이 학습 만화를 제외하곤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작가가 일본 등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는 편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연극 ‘러버’(The lover), 19세도 아닌 20세 관람가다. 거리에 붙은 홍보 포스터에는 나체의 섹시한 여성을 한 남성이 백허그하고 있다. 에로 여배우를 활용한 포스터로 대단히 유혹적이다. 그래서 포스터만 봤을 땐,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인가 싶기도 하다. ‘러버’는 권태기에 빠진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출근하며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애인 오늘 집에 몇 시에 들리지?”라고. 이에 아내는 “3시, 3시에 오기로 했어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비정상적인 이런 대화는 관계 회복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 그 자체다. 권태기에서 벗어나고자 서로 불륜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질투하며 둘 사이의 관계에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사이코 심리극인가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극을 5분가량 남기고 비로소 이러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왜 계속 오갔는지,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이들 부부의 불륜은 우리가 아는 불륜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남녀 배우가 나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70분 러닝타임 중 1분가량 되지만, 포스터와 달리 야하지 않다. 남녀가 아닌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한 무게감을 더한다.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이야기란 점에서 관객의 결혼 여부는 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부부, 권태기,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혼자보다 기혼자들, 특히 40~50대에서 공감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의 대표작인 ‘러버’는 국내에서는 1974년 ‘티타임의 정사’라는 이름으로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민중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여러 차례 공연됐다.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계기도 됐다. 70분이 러닝타임 중 눈에 띄는 건 잘 만들어진 무대이다. 무대도 배우 같다. 360도 회전식 무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공간을 잘 표현했다. 이 작품을 위해 독일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승비(36)의 농염한 몸짓도 극의 긴장도를 높인다. 남편 리차드 역의 송영창(54) 역시 연륜 있는 배우인 만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이 상당하다. 8월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3만~4만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숲속의 오솔길 ‘월든’의 지혜

    [최동호 새벽을 열며] 숲속의 오솔길 ‘월든’의 지혜

    지난 5월 16일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 보스턴 외곽 콩코드에 있는 소로의 월든 호수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숲속의 집은 멀리 있어야 할 것 같은 선입견과는 달리 찾아가 보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나를 오솔길로 부르고 있었다. 우리들이 자진해서 숲으로 향하는 길을 낸다면, 그 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이번 방문으로 깨닫게 되었다. 살던 콩코드 마을을 떠나 숲 속으로 들어가 홀로 자연과 대화하며 명상에 잠기고자 했던 소로의 오두막집을 찾아가는 일은 도심의 거리를 헤매던 필자에게 숨겨진 비밀을 찾는 흥분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옛 오두막집은 사라지고 돌무더기와 함께 그 터만 남아 있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인생의 본질적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고,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글이 새겨진 밤색 간판이 옛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로는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오두막집에서 생존을 위한 극소의 필수품만으로 살며 자연과 대화하고 인생에 대해 명상한 것들을 사실적 기록으로 집필했다. 소로는 생존 당시 극단적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까닭에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에머슨의 명성에 가려 그 아류에 불과한 존재로 평가되었다. 후일 유명해진 ‘월든’의 경우에도 10년 가까이 출판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1854년에 가서야 2000부를 간행했는데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 명성을 얻지 못한 그는 에머슨의 숲이나 집을 관리하는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 따라서 그의 오두막집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며 그는 혁신적인 사상가요 예언자적 지성으로 부활했다. 그가 오두막집을 지은 지 100년 후인 1945년 집터가 다시 발굴되었으며, 그는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게 되었던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소로는 우리가 미국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재평가된 소로는 이후 세계적 명성을 지닌 미국의 문인 중 하나가 되었다. 자연생태문학의 대두와 더불어 그는 생태문학의 원조로 추앙되었다. 그의 예언자적 성찰을 생각하며 오두막집터에서 숲 속의 오솔길을 바라보았다. 주변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어디선가 숲 속을 어슬렁거리다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소로의 그림자가 스쳐가는 것 같기도 했다. 숲길을 걸으며 소로의 월든이 지니는 힘이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 머나먼 곳으로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일까. 우선 물신주의를 넘어서는 청교도적인 금욕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것으로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세밀한 자연관찰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보여준 명상의 심오함이었을 것이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려고 한’ 그의 자세는 사후 15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훌륭한 표본이 될 것이다. 쓸데없는 일로 인생의 대부분을 소모하거나 쓸데없는 일들로 사회적 동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스쳐갈 때 소로의 ‘월든’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을 가르쳐 줄 것이다. 혼탁한 사회적 격류에 휩싸일수록 우리는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오늘의 한국은 가치 혼돈의 양극시대이다. 격한 사회변화는 경제적 불균형의 심화로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선도하는 지도자는 부재하고 누구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안 부재의 갈등이 분출되면 분출될수록 멀리 떨어져 있는 숲 속의 길에서 지혜를 찾아야 한다. 숲 속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내면으로 향하는 진정한 길을 알려줄 것이며 찌는 더위를 식혀줄 서늘한 힘도 거기서 생성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채널만 돌렸다 하면 뷰티… beauty… 뷰티…

    케이블, 지상파 채널 할 것 없이 뷰티(beauty) 멘토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2030 여성’들의 ‘뷰티 바이블’로 통하는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의 ‘겟 잇 뷰티’. 걸그룹 S.E.S 출신 연기자 유진과 탤런트 김정민, 황민영 뷰티 에디터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국내 내로라하는 메이크업 전문가들을 초청, 연예인 메이크업에서부터 다양한 메이크업 비법을 전하며 입소문을 탔다. 특히 저가 브랜드에서부터 고가 브랜드의 특정 라인 상품을 모아 브랜드 이름을 가린 채 선호도를 조사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코너는 시청자들의 화장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겟 잇 뷰티 블라인드 테스트 조사에서 1위를 한 상품은 방송 이후 곧잘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방송에 소개되는 제품 대다수는 PPL(간접광고)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겟 잇 뷰티’의 PPL 단가는 최근 공중파 드라마 PPL 단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PPL 단가는 지난해 최저 60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 선이었던 것이 올해 들어 3~5배가량 인상됐다. 또한 ‘겟 잇 뷰티’는 최근 협찬주 제품의 특장점을 언급해 노골적인 광고 효과를 줬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청자 사과 및 관계자 징계 명령을 받기도 했다. ‘겟 잇 뷰티’의 성공으로 패션 뷰티 관련 프로그램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케이블채널 ‘KBS Drama’다. KBS Drama ‘뷰티의 여왕’은 배우 박은혜를 MC로 내세우고 ‘겟 잇 뷰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겟 잇 뷰티와 비슷한 포맷으로 구성된 뷰티의 여왕 또한 2030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다. 또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해 남성과 여성이 원하는 메이크업의 절충안을 제안한다. 하지만 ‘겟 잇 뷰티’의 아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외에도 패션엔 등 여성 관련 채널들이 패션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다음 달 말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 채널 패션엔의 ‘미스에이전트’(美’s 에이전트)는 메인 MC 박소현을 주축으로 개그우먼 김숙과 강유미가 각각 의뢰인들의 멘토로 팀을 이뤄 경쟁하는 메이크오버쇼다. 기존의 메이크오버쇼가 성형으로 인한 외적 변화만을 추구했다면 ’미스에이전트‘는 의뢰인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힐링‘에 초점을 둔다. 또 쿠킹, 자전거타기, 전시회관람 등을 함께하며 의뢰인들의 내면의 상처도 자연스럽게 치유해 나갈 예정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진보의 허기(虛飢)/진경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진보의 허기(虛飢)/진경호 정치부장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태의 중심에 선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이런저런 말 가운데 눈에 띈 단어는 미안하지만 ‘라면과 김밥’이다. 최근 한겨레와의 통절(?)한 인터뷰에서 그는 “라면, 김밥 먹으면서 지난 10년간 하루 18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NL(민족해방) 그룹의 핵심이라는 그는 광고기획사 CNP전략그룹을 운영하면서 그렇게 불철주야 진보진영의 선거에 헌신했노라 말했다. “운동권과 거래해서 돈 번 데는 없다.”고 했다. 그가 지난달 19대 국회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액은 7억 6128만원이다. 19대 총선 당선자 300명의 평균 재산신고액 20억 4863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 2억 9765만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그런 그가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면, 재산이 그의 절반도 안 되는 국민 대다수는 라면과 김밥 중 하나는 포기했어야 할 법하다. 많다면 많은 재산이건만, 그는 그렇게 배고파했다. 이석기의 정치적 허기(虛飢)는 사실 그만의 것이 아닐 듯하다. 단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좌파진영 모두의 것일지 모른다. 1970년대 유신독재와 1980년대 신군부 정권에 맞서 싸우며 감옥에서 청춘을 보냈다. 1990년대엔 자본권력에 맞서 싸우느라 아스팔트를 헤맸다. 그런 희생 위에서 ‘민주노동당’이라는 간판으로 제도권 정치의 한 귀퉁이에 조그만 좌판을 폈고, 10년이 지난 지금 4·11 총선에서 13석을 확보하며 마침내 차기 정권의 한쪽을 거머쥘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영삼은 군사정권 세력과 손잡았고, 김대중은 5·16 쿠데타의 주역 김종필과 손잡았고, 노무현은 이 나라 대표재벌 정몽준과 손잡았다. ‘적과의 동침’으로 점철된 그런 정권 쟁투사와 비교하면 정책과 이념을 고리로 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는 정치사적으로도 얼마나 멋진가. 우리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풍찬노숙을 이겨내고 마침내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은 지금,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이 눈앞에 어른대는 지금, 그 허기는 그래서 칼에 베인 듯 더 아리다. 이 고비만 넘기면, 이 고비만 넘기면…. 대망의 정권 교체와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대의’ 앞에서 지금 불거진 경선 부정 논란은, 이렇게 커져서는 안 될 작은 에피소드다. 유시민 같은 진보 아류들이 만든 덫이고, 보수 세력의 마녀사냥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이겨내야 한다. 이정희와 이석기, 그리고 통합진보당 당권파로 불리는 수만명은 그래서 지금의 경선 부정 논란이 억울한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수만명’을 바라보는 이 시대, 이 땅의 나머지 수천만은 이런 억울한 그들이 안타깝다.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까라면 까’라는 군사문화를 답습했던 그들, 민주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목적 앞에서 수단을 정당화했던 그들, 그런 30년 전 학생 운동권의 악폐를 지금껏 떨치지 못한, 오늘의 안타까운 그들. 이들이 딱한 건 장삼이사만이 아니었을까. 진보진영의 어른들이 보다 못한 듯 나섰다. 서울대 백낙청 교수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멤버들은 9일 성명을 내고 “진보당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재창당 수준의 갱신을 촉구했다. 한데 다음 말, 귀가 번쩍 뜨인다. “진보개혁세력 연대를 재구성해야 한다. 아직 정당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진보당에 든 회초리는 시늉이고, 하고픈 말은 ‘어서 안철수를 잡아라’인가. 정녕 그런가. 많은 국민들이 진보당에 의해 난도질당한 민주적 절차의 시신(屍身) 앞에서 가슴을 떨고 있는데, 진보의 어른들은 안철수, 대타(代打)를 말하는가. 그게 진보(progress)인가. 진보당의 민주주의 훼손을 연말 대선 공식에 끼워넣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게 시대를 앞서가는 것인가. 정치적 굶주림으로 따지면 이정희, 이석기, 당권파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부모도 아이의 잘못 앞에서 이렇게 꾸짖지는 않는다. jade@seoul.co.kr
  •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서울로 간 임사부.’(林師傅在首爾) 한국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기 중국 드라마 제목이다. 중국 사천(四川)요리의 달인 임사부가 우연히 서울에서 폐업 위기에 처한 중식당을 구해 중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사랑도 이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보다 드라마가 중국인의 업그레이드된 ‘문화적 자신감’을 보여 준다고 극찬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칼럼(3월 29일 자)이다. 칼럼은 우선 1989년 ‘뉴욕으로 간 베이징인’의 주인공이 중국을 버렸던 것과 달리 2012년판 임사부는 서울의 풍요로운 물질생활이 아닌 사천요리를 전파하기 위해 서울에 남기로 했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중국인의 ‘문화적 자신감’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방송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시 말해 이제 중국도 자국의 황금시간대에 주로 한국 드라마를 틀던 관행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편성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수준이 됐다며 ‘문화적 자신감’을 가져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가 동남아로 수출이 잘 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인기를 끌었던 장서희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한류의 산실인 ‘서울’이 배경이 됐기 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한류 스타와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묻어 간 이른바 ‘한류의 아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훤히 알면서 공산당 기관지가 앞장서서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오버’한 것은 왜일까. 답을 구하려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7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핵심 의제가 정치도 경제도 아닌 문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회의에서 통과된 문건의 제목은 ‘문화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사회주의 문화의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중대 문제에 대한 결의’다. 오는 2020년까지 문화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 중국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세계 2강(G2)의 위상에 올라섰지만 문화 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 실제로 중국 문화산업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드라마 등에 치인 형국이다. 최근 황금시간대에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을 규제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경계하고 있지만 거꾸로 한국 연예인을 섭외해 드라마를 제작할 정도로 한류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 문화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공자·소림사·쿵후 등 예스러운 것만 가득하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문화 코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제작해 국외로 수출한 것을 갖고도 문화적 자신감 운운한 것은 자국의 문화산업 증진을 갈망하는 조급증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문화체제 개혁’은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향한 ‘열망’과 함께 이를 건설하는 데 배치되는 내용(인터넷 통제 강화 등)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곤 한다. ‘중국특색 사회주의 견지’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중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덩치를 키우면 당을 대변하는 중국의 관영 언론도 언론 자유를 표방하는 서방 언론처럼 국제 영향력과 신인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화적 자신감은 문화적 소프트파워 건설을 통해 ‘세계가 좋아하는 중국’, ‘매력 있는 중국’을 만들 때 생긴다. 임사부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세계인이 임사부를 보고 싶어 할 때,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도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은 아닐까. jhj@seoul.co.kr
  • 92세 在美 시인의 ‘모국 사랑’

    미명의 언덕 위/형장으로 끌려가는 학생들 사진/어두운 그림자 신문에 보았다/갈데 없어 허우적거릴 넋들/이제는 잠자게 해야지.(‘억울한 목숨들’ 중) 재미(在美) 작가 박만영(92) 시인이 새 시집 ‘목숨의 탄도’(문학나무 펴냄)를 냈다. 폐렴과 식도 이상 증세로 수 차례 수술하고 음식도 넘기기 못하는 상황에서 창작의 열정을 녹였다. 시인은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면서 ‘풀어진 매듭’, ‘섬진강 달맞이꽃’, ‘여기에 살고 있다’ 등을 출간했다. 재미 한인 중견문인들이 제정한 ‘문정 시인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우리 것을 앞세우고 닦아나갈 때 세계의 문학에 낄 수 있다고 본다. 아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시인은 시집에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 나라에 대한 걱정과 애정, 모국어에 대한 사랑 등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건Inside] (17) 순천 ‘인신매매’ 괴담의 허무한 결말

    [사건Inside] (17) 순천 ‘인신매매’ 괴담의 허무한 결말

    “김민지라는 9세 여자 어린이가 있었다.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딸인 민지는 어느날 유괴범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범인은 민지의 아버지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딸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아버지는 끝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민지는 잔혹하게 살해된 토막시신으로 발견됐다. 딸을 잃은 설움에 아버지는 딸의 토막시신을 동전과 지폐에 새겨넣었다.”   이상은 1990년대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민지 괴담’의 내용이다. 근거가 전혀 없는 이 얘기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번졌다. 급기야 조폐공사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때는 괴담이 번져나가는 속도가 지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디고 느렸다. 지금은 인터넷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페, 블로그 등을 타고 괴담들이 한층 구체적이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말 경찰 수사로 이어졌던 ‘순천 인신매매’ 괴담이다.   ● “동네에 인신매매단이…” ‘순천 괴담’이 ‘강남역 괴담’으로 번지기까지 “너 그 얘기 들었어? 호수공원에서 글쎄…” 괴담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인터넷에 “전남 순천에서 인신매매단이 여고생 3명을 납치해 살해했는데 그중 1명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2명은 실종됐다.”라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이 근거없는 얘기는 즉각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대 재생산됐다. 그러다 11월 초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으로 ‘소설’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인신매매를 당할 뻔했다는 체험기를 이곳에 올렸고, 그 뒤를 이어 비슷한 사례로 포장된 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순천 연향동에서 넘어진 할머니를 도와주자 할머니가 고맙다면서 귤을 건넸다. 귤에서 아세톤 냄새가 나서 겁이 나 먹지 않고 재빨리 도망쳤다.” “길거리를 지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젊은 여성에게 갑자기 ‘내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면서 골목길로 끌고 가려고 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젊은 남성이 그 여성을 도와줬는데 골목길 앞에 승합차가 서 있었다. 인신매매단이 확실하다.” 글들은 진실경쟁이라도 벌이듯 시간이 갈수록 높은 개연성과 구체성을 띠어갔다. 물론 근거있는 얘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급기야 납치된 여고생 3명의 신원과 시신발견 장소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순천 조례 호수공원에서 안구와 장기가 적출된 여고생 시신 3구가 발견됐으며, 이 여고생이 순천시내에 있는 강남여고 학생이라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공포가 확산되자 단순한 괴소문으로만 치부했던 경찰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소문이 퍼진지 한달여 만에 유포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소문은 이미 전방위로 확산된 뒤였다. 순천에서 시작된 인신매매 괴담이 급기야 서울에서 아류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강남역 괴담’. ‘강남역 괴담’은 순천발(發) 괴담과 비슷한 내용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건어물을 파는 노점상이 시식을 하라며 건네는 음식물에 에틸에테르란 마취제가 섞여 있다. 이를 먹으면 기절을 하게 되는데 장기 적출을 노린 인신매매 조직에게 팔려간다.” 순천 괴담의 ‘서울판 짝퉁’은 중국 인신매매 조직의 신종 수법이라는 양념까지 곁들여지며 사이버 공간을 뒤흔들었다.   ● 우여곡절 끝 유포자 잡았지만…괴담 사건이 남긴 숙제 양병우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소문이 처음 유포된 포털 사이트에 직접 글을 올려 “순천에서 납치, 유괴 등 인신매매 사건은 전혀 없었고 호수공원에서 여고생의 사체가 발견된 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양 과장은 “현재 순천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은 편의점 강도 3건에 불구하다.”고 강조했지만 괴담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오히려 이렇게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2012 여수세계박람회’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때문에 경찰과 언론이 나서지 않는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괴담을 올린 네티즌들의 필명(닉네임)을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요구했지만 회신이 늦어지는 사이 관련 글의 절반 이상이 삭제돼 버렸다. 포털 사이트의 특성상 가입자가 자기 아이디로 글을 올리면 글이 삭제돼도 가입자 정보를 통해 추적이 가능하지만 필명으로 올리면 불가능해진다. 결국 경찰이 최초 유포자로 지목한 11명 가운데 인적사항이 확인된 네티즌은 10대 여학생 3명과 20대 무직자 2명 등 5명에 그쳤다. 이들이 괴담을 퍼뜨린 이유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순천 A중학교 1학년 추모(16)양은 경찰에 “포털사이트에 자극적인 글을 올려 조회와 추천수가 늘어나면 내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장소와 피해자들을 특정해 인터넷에 글을 올린 이모(23·여)씨는 “인터넷에 괴담이 올라오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는 경찰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는 불가능했다. 과거 각종 괴담 유포자들에 적용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2010년 12월 ‘미네르바 사건’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이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또한 피해 당사자가 없어 무산됐다. 보름여에 걸친 수사는 결국 단 한 명도 입건시키지 못하고 내사 종결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괴담의 확산을 막고 혼란에 빠질뻔한 순천 시민들이 안정을 찾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인터넷을 무기로 제2, 제3의 순천 괴담이 등장할 경우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또한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 때문에 경찰이 헛심을 씀으로써 치안력의 낭비를 가져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만 하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동부민요 경창대회와 알리

    [최동호 새벽을 열며] 동부민요 경창대회와 알리

    가을비가 가늘게 내리는 경주 함월산 기슭에서 지난 6일 동부민요 경창대회가 열렸다. 하루 종일 비가 흩뿌리는데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진지하고 열띤 모습으로 경연에 열중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들 핏속에 녹아 있던 음률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동부민요란 태백산 동쪽에서 불려지던 노래로 ‘정선 아리랑’이나 ‘상주 함창가’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경기민요나 서도소리 그리고 판소리와는 다른 창법을 가지고 있는 노래다. 탁한 소리가 일단 막사발 같은 서민적 특징을 드러내 주며,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는 산간지방에 살던 서민들의 한 많은 애환을 구성지게 들려준다. 공연 프로그램에서 피아니스트 임동창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풍류가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열띤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경기민요를 부른 김옥숙은 무르녹은 맑은 소리로 깊고 그윽한 가창력을 발휘하였고, 계현선의 살풀이춤은 한국무용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특히 가을비로 인해 물이 흥건히 고인 바닥에 멍석을 깔고 시작된 그의 춤은 가는 선을 휘날리면서 진흙 바닥을 버선발로 거리낌 없이 내디뎌 관중을 숨죽이게 하는 묘미를 연출했다. 그동안 승무는 많이 보았지만 살풀이춤의 진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흐르다가 휘어지는 선과 날렵한 몸동작이 하나가 되어 마음속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그의 살풀이춤이 빚어내는 감명은 강력했다. 경창대회가 끝나고 마지막에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박수관 명창과 함께 ‘강원도 아리랑’과 ‘쾌지나 칭칭나네’를 부를 때 어둠이 깊어진 계곡을 일깨우는 노랫소리는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이 잠드는 산의 영혼을 울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민중가요에 우리 소리의 고유성과 창조성의 뿌리가 있으며 앞으로 현대 가요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니 ‘불후의 명곡’ 프로에서 세 번 우승한 알리 조용진의 노래가 청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는 서구적 취향의 팝송이나 이의 아류적인 모방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는 판소리 창법에서 다진 목소리로 높낮이를 자유로이 조절하면서 맑고 경쾌하게 노래했다. 정확한 가사 전달력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 한 그의 목소리는 이제 새로운 카리스마의 탄생을 알리는 게 아닌가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송골매가 처음 부른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부른 그의 목소리는 마야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록의 방식으로 부르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다. 배경음으로 사용된 해금의 소리 또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기여했다. 조용필이 불렀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탱고의 가락에 얹어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이제 쥐어짜는 목소리로 청중에게 호소하는 게 아니라 경쾌하고 분명하며 때로는 느리지만 강렬하게 청중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알리의 가요가 앞으로 한국 민중가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응용할 뿐 아니라 이를 한 차원 승화시킨다면 세계적 가요의 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여름 K팝이 파리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한국인의 가요를 사랑하는 서구인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중요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정상을 휩쓸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벨기에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는 한국을 방문해 ‘코리아 미스터리’라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한국의 음악 교육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둡고 슬프고 한 맺힌 사연을 떨쳐버리고 세계 가요계에서 대성할 무수한 꿈나무들을 상상해 본다. 동부민요 경창대회에 참가한 앳된 초등학생의 얼굴에서 미래의 주인공을 떠올려 본다는 것은 전에 가져보지 못한 커다란 기쁨이었다.
  • [일본통신] ‘포스트 이치로’ 아오키의 메이저리그 도전

    [일본통신] ‘포스트 이치로’ 아오키의 메이저리그 도전

    현역 일본 최고의 교타자인 아오키 노리치카(29. 야쿠르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9일 일본의 스포츠전문지인 ‘스포츠닛폰’은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아오키 영입에 뛰어들었다고 보도, 아오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오키는 ‘포스트 이치로’라는 수식어로 국내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선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안타생산 능력, 그리고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을 정도로 일본 최고의 선수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대타자다.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3,0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들중 통산 타율 1위(.329)가 바로 아오키다. 미야자키 휴가시 출신인 아오키는 이치로가 달성하지 못한 기록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오키는 풀타임 첫해이자 프로데뷔 2년차였던 2005년 타격왕-신인왕-최다안타 3관왕을 차지하며 그해 일본야구의 ‘히티상품’으로 뛰어 올랐다. 당시 아오키는 이치로 이후 그 누구도 돌파하지 못한 200안타를 기록하며(202안타) 교타자의 전형을 보여줬고 이후 이치로도 달성하지 못한 3년연속 190안타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아오키는 209개의 안타를 쳐내며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개인 통산 200안타 기록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렇듯 아오키는 ‘포스트 이치로’ ‘이치로의 재림’이란 말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프로데뷔 후 6년연속 3할 타율, 공수주를 완벽히 갖춘 타자,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단련하며 독종이라 불릴정도로 스스로의 엄격함이 유독 돋보이는 선수가 바로 아오키다. 하지만 올해 아오키는 데뷔 후 가장 낮은 타율(.292 리그 7위)을 기록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극심한 타고투저 바람속에 아오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들 대부분이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아오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는 결코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 아오키는 2008년 시즌이 끝난 후 야쿠르트의 10년 40억엔의 초대형 장기계약 제의를 뿌리친바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나름대로의 포석이었다. 아오키가 얼마큼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꿈을 위해 독종스러운 모습을 보였냐면 지금은 그의 와이프가 된 오타케 사치(전 텔레비젼 도쿄 아나운서)를 선택한 것만 봐도 알수가 있다. 수영선수 출신인 오타케는 영어에도 매우 능통한 실력을 겸비한 아나운서인데, 아오키가 훗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될시 자신의 통역관으로 와이프를 대신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실로 자신의 꿈과 의지에 대한 대단한 마인드다. 그렇다면 아오키는 자신의 바람대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느정도의 성적을 기록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그를 이치로와 비교하는데 타격성향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이치로가 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 ‘배드볼 히터’라면 아오키는 자신이 생각하는 히팅존을 공략하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다. 그렇기에 출루율 면에선 이치로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밖의 능력 즉, 주루와 장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시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 가 될 가능성은 이치로보다 더 높을수도 있다. 최근 추세가 ‘테이블세터’도 장타력을 갖춰야 가치있는 선수라 인정받기에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아오키의 타격은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아오키가 외야수(주로 중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선수로서의 가치는 분명 떨어진다. 하지만 제2의 이치로, 그리고 일본시절 이치로가 보여줬던 능력을 그대로 답습한 아오키라면 타율에 있어서만큼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남길 가능성도 배재할수 없다. 상위리그에 진출하는 타자는 실력 외에 얼만큼 그곳 문화에 빨리 녹아드느냐, 그리고 자신이 뛰던 리그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얼만큼 빨리 적응을 하느냐에 따라 기량이 만개하거나 추락하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은퇴)의 명언처럼 아오키 역시 이치로의 아류로서 불안한 구석이 분명 있지만 예전부터 자신이 목표로 꿈꿔 왔던 빅리그에 입성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타격폼, 또는 다른 타격스타일로 변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오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입찰)이다. 나이가 들면 기동력이 떨어지기에 과거 배리 본즈와 같은 타격폼으로 변모하겠다는 파격적인 변화도 어쩌면 꾸준하게 자기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오키는 풀타임 주전으로 일본에서 7년을 뛰며 985경기에서 타율 .329 87홈런 164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자라섬, 그곳엔 재즈가…

    자라섬, 그곳엔 재즈가…

    경기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번지. 비만 오면 북한강에 잠겨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섬이 알려진 것은 오롯이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JIJF)의 힘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관객 75만여명. 지난해에만 16만 8000명이 찾았다. 올해도 21개국 36개팀이 풀어놓는 재즈선율을 오는 1~3일 들을 수 있다. 첫날은 1968년 결성된 미국의 10인조 밴드 ‘타워 오브 파워’가 불을 지핀다. 리더 에밀리오 캐스틸로(테너 색소폰)를 비롯한 5명의 창단 멤버가 활약하고 있다. 43년 동안 다진 팀워크는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색소폰과 트럼펫, 트롬본 등 관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 특유의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매력적인 그루브를 기대해도 좋다. 2일에는 프로젝트밴드 ‘쿠바노 비, 쿠바노 밥’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동명(同名) 주제곡으로 친숙한 트럼펫 연주자 테렌스 블렌차드와 라틴 재즈 중흥을 이끈 콩가 연주자 폰초 산체스의 밴드가 뭉쳤다. ‘쿠바노 비, 쿠바노 밥’이란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1917~1993)와 타악기 연주자 차노 포조가 1947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면서 아프로-쿠반 재즈에 한 획을 그은 명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프랑스 출신 기타리스트 마크 듀크레의 트리오 공연도 두고 볼 만하다. 2000년대 들어 3년마다 발표한 석 장의 앨범이 모두 최고 평점을 받았다. 3일에는 냇 킹 콜(1917~1965)의 동생이자, 내털리 콜의 삼촌이란 이유로 평가절하됐던 프레디 콜이 이끄는 퀄텟(4인조) 공연에 눈길이 간다. 형의 아류 취급을 받았지만, 프레디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형이 숨진 지 35년 만인 1990년 발표한 앨범 ‘아임 낫 마이 브러더, 아임 미’는 그의 역량을 집대성한 노작으로 꼽힌다. 1일권 3만 5000원(이하 예매 기준). 2일권 5만원. 3일권 7만원. (031)581-2813~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병국 “선상 카지노·내국인 출입 타당성 검토”

    정병국 “선상 카지노·내국인 출입 타당성 검토”

    국내 카지노 사업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현재 연구 단계란 것을 전제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과 선상(크루즈선) 카지노 사업 허용 등을 포함한 카지노 사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카지노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들이어서, 실질적으로 이들의 요구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부합해야 정 장관은 서울 와룡동 문화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광 무역(수지) 역조에서 가장 큰 게 골프와 카지노다. 우리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강원랜드 한 곳뿐인데 이게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인지 원점에서 연구해 볼 때”라며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가 허용된다면 지금처럼 카지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가족 중심의 종합레저시설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루즈 선상 카지노에 대한 욕구들이 일고 있고, 일각에서 그걸 풀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이런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GKL 민영화 연구 정 장관은 아울러 “한국관광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손을 떼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며 정부가 카지노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GKL을 민간에 넘기고 나면 국내 관광진흥기금의 주요 재원 가운데 하나를 잃는 결과만 낳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원랜드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 반면 외국인 카지노 업체는 환영의 뜻을 표하는 등 분명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 문제는 업계 내 오랜 이슈였다.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액(1조 5000억원)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 16곳의 전체 매출 규모(약 1조원)를 앞서는 상황에서 내국인 고객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GKL 관계자는 “현존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이 당장 허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영종도나 제주 등 지역에 대규모 레저 시설이 들어설 경우 논의되지 않겠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현재 조성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에 대한 내국인 출입 제한 조치를 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천 송도 등에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샌즈(Sands)그룹 셀던 아델슨 회장이 내국인 출입 허용을 투자 선결요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정 장관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 장관은 최근 문제가 된 중국의 아리랑 국가무형문화재 등재와 관련, “중국의 아리랑은 우리의 아류”라며 “유네스코에 이 같은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우리 아리랑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최고의 사랑’ 속 ‘구애정 패션’ 만든 박승건의 패션리더 제안

    ‘최고의 사랑’ 속 ‘구애정 패션’ 만든 박승건의 패션리더 제안

     “동대문시장에 갔더니 온통 ‘푸쉬버튼’을 베낀 제품에 ‘구애정 사진’으로 도배돼 있더군요. 처음에는 가슴이 뛰고 어쩔 줄 모르겠더니 나중에는 허탈해서 웃음만 나왔어요.”  화제 속에 23일 막을 내리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일명 ‘구애정 패션’으로 뜬 ‘푸쉬버튼’ 디자이너 박승건(36)씨. 하트 모양 주머니가 달린 셔츠, 빨간 레이스 장식이 붙은 흰색 긴 원피스, 서스펜더(멜빵)를 뗐다 붙일 수 있는 바지 등 귀엽고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푸쉬버튼’의 옷은 ‘구질구질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을 연기한 공효진과 만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 입으면 아류 못 벗어나”  22일 서울 한남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씨는 버버리·클로에 등 해외 명품 스타일에 꽂혔던 동대문이 자신의 카피 작품으로 뒤덮인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가 2003년 선보인 ‘푸쉬버튼’은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 해외 판매량이 더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다. 2007년 프랑스에서 열린 전시회 ‘후즈 넥스트’ 참여로 시작된 해외 진출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에서도 ‘푸쉬버튼’ 옷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성공했다.  특히 미국 뉴욕의 신진 디자이너 편집매장인 ‘픽시마켓’은 나중에 옷을 받고 입금부터 먼저 할 정도로 그의 옷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앞섰지만 ‘구애정 패션’의 인기몰이로 그 순서가 역전될 전망이다.  ‘최고의 사랑’이 방송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홈쇼핑에서 방송 9분 만에 1500여벌의 옷이 모두 매진돼 일찌감치 ‘대박’을 예고하기도 했다. 마돈나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푸쉬버튼’이란 이름은 단추를 누르고 우리가 만든 패션의 세계로 들어오란 뜻이다.  박씨는 공효진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입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옷은 입어 본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일단 많이 입어 보라.”고 조언했다. 소비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여러 스타일의 옷을 입어 보고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찾아내란 것이다.  “공효진과 똑같이 입으면 아류가 될 수밖에 없어요. 패션은 도전입니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장점을 살려 멋스럽게 섞어 입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가수·모델·스타일리스트 등 거쳐  패션에 대한 감각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김민제 아동복’의 색깔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다. 어머니가 양장점을 한 영향도 컸다. 시대복장학원을 다니며 디자인 공부를 했다.  하지만 나이 서른에 ‘푸쉬버튼’을 시작하기 전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1994년에는 댄스 가수로 1집 앨범도 냈다. 그래도 방송보다는 무대 장치와 패션, 뮤직비디오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후 모델, 작가, 스타일리스트로도 일했다.  지금은 신발 디자인도 같이 하는 ‘푸쉬버튼’의 뮤즈(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 공효진과의 인연은 박씨가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 시작됐다. 아무런 조건이나 이해 관계없이 공효진은 ‘푸쉬버튼’의 옷을 입었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브랜드가 소위 ‘뜨자’ 박씨는 양가적(兩價的) 감정을 밝혔다.  “10년 가까이 옷을 만들어 왔는데 ‘푸쉬버튼=공효진’이 돼 버렸어요. 우린 옷을 만들고 효진이는 우리 옷이 맘에 들었을 뿐인데.”  스타 마케팅으로 브랜드가 인정받은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축제 같은 옷 만들 터”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축제 같은 옷’이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지만 박씨는 패션의 중심인 뉴욕에 매장을 내고 쇼를 하는 것보다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하는 유토피아’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당장 올가을에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 세 번째로 참여한다. 국내 최고의 편집매장으로 평가받는 꼬르소꼬모와의 협업도 예정돼 있다. ‘푸쉬버튼’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것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직원들과 일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단다.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꿰뚫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확보한 박씨는 분명 ‘패션 한류’를 이끄는 젊은 선두주자 중 한사람이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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