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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중국미술 흐름 한눈에

    新 중국미술 흐름 한눈에

    냉소적 사실주의로 대표되는 중국 현대미술은 ‘만화’ 같은 중국인의 자화상으로 해외 경매 등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베이징 곳곳에 있는 화가촌에서는 비슷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들이 수십명씩 생겨나는 등 그 폐해도 만만찮게 생겨나고 있다. 중국미술이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사실주의적 묘사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미술 작품들이 잇따라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마음 속 풍경을 그려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인전(11월13일까지)을 열고 있는 천원지(陳文驥·53)는 현재 유행하는 중국 미술의 경향과는 사뭇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역시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한국 민중미술을 10년 넘게 취급하면서 그 한계를 느꼈다.”며 천원지의 전시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천원지의 그림은 얼핏 조각이나 설치작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낳는다. 화려한 붉은 빛이나 현란한 이미지 같은 것은 없다. 그 대신에 원, 삼각형, 사각형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색을 칠해 입체인 듯 착시효과를 안겨준다. 세상에 대한 관조와 사색을 담은 동양적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로 일하는 천원지는 20년 동안 서구의 모더니즘 등 중국 현대미술의 일반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02)720-1524. ●구상에서 추상으로 전환하다 서울 청담동 박영덕 화랑에서 새달 1∼10일 3년만에 개인전을 갖는 문성(51)은 베이징 중국민족대학 출신의 중국 동포 작가. 그의 작품은 나이프로 캔버스에 물감을 겹겹이 입혀 두꺼운 질감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애초에 사진으로 찍어뒀던 고구려 벽화, 불교조각, 경주 남산 등의 이미지는 울퉁불퉁한 나무껍질 같은 물감의 질감 속에 아스라이 배어난다. 처음에는 구상 계열의 그림을 그렸다는 문성은 “러시아의 미술 아카데미를 방문하고는 똑같은 사실주의 계열의 그림을 그려서는 러시아의 서양화 전통을 뛰어넘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추상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샤오강, 위에민준 등의 작품이 기법면에서는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아류작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인기 작가들은 최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처음에는 중국의 체제를 비판하며 인정받은 그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이젠 중국 정부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 눈을 사로잡는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으로 그린, 현대 중국미술의 주류에서 벗어난 두 작가의 작품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02)544-848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광장] 나쁜 성장론, 착한 성장론/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나쁜 성장론, 착한 성장론/우득정 논설위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개도국과 빈곤국에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미국 등 선진국을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규정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오늘날 위치에 오르기까지 타고 올라온 사다리(보호주의)를 가난한 나라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걷어차 버리려 한다고 했다.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말한 ‘사다리 걷어차기’의 현대판이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 ‘사악한 3총사’를 앞세워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고 강요한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의 위선이다. 장 교수의 결론은 가난한 나라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체력이 월등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 불리하게 경사진 경기장에서 게임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전에서 느닷없이 나쁜 사마리아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제관이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나쁜 성장론’이라고 몰아붙인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이 후보의 ‘신발전체제’를 따랐다가는 잘 사는 20%와 못 사는 80%로 양극화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 후보라는 나쁜 사마리아인은 대기업과 부자라는 사악한 마녀를 앞세워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의 ‘정글 자본주의’로 몰고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별없는 성장’이라는 착한 성장론자인 자신과 나쁜 성장론자인 이 후보가 가치논쟁을 붙자고 떼를 쓴다. 지지율 20%인 정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낙인찍은 뒤 가치전쟁을 붙자니 이 후보가 응할 리 없다. 더구나 이 후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시장친화형 성장론을 표방하고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과 부자에게는 규제를 줄이고 약자들에게는 보호를 강화해 성장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신체제발전론이다. 그래서 정 후보의 ‘차별없는 성장론’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참여정부의 아류쯤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어떻게든 가치논쟁을 촉발해 아군으로 임의 분류한 ‘80%’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끝까지 고수할 것 같다. 하지만 정 후보는 가치논쟁에 앞서 ‘차별없는 성장’에 담긴 가치 충돌부터 소명해야 한다. 차별없는 성장의 전제인 고른 경쟁력을 갖추려면 성장을 모두 잠식하고도 남을 정도로 사전적 비용이 든다. 정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중국을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도 잘못됐다는 얘기가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골라서 잡아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그 해답은 기업이 미래를 향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기약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하면 ‘좋은 성장론’이고, 이에 반하면 ‘나쁜 성장론’이다. 유권자들은 경쟁없이 성장도 없다는 기본적인 상식쯤은 안다. 따라서 정 후보의 가치논쟁 집착증은 이쯤에서 거두는 게 낫다.“논평할 가치가 없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한 경제학자가 정 후보의 경제공약에 내린 진단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9집 더 시크릿 오브 컬러2 라이브황제 이승철의 귀환

    9집 더 시크릿 오브 컬러2 라이브황제 이승철의 귀환

    9집 앨범을 내며 컴백을 앞둔 이승철(41)의 얼굴은 한결 건강하고 편안해보였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은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을까. “예전엔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즐겼는데, 이젠 집에 일찍 들어가니까요. 이게 다 아내 덕이죠.” 4집 ‘색깔속의 비밀’(1994) 이후,‘오늘도 난’‘오직 너뿐인 나를’‘긴하루’‘소리쳐’등 매 앨범마다 대중성을 추구해온 그가 이번에 내놓은 음반의 제목은 ‘색깔속의 비밀2’다. “4집이 뉴욕스타일의 재즈, 블루스, 아카펠라 등을 담았다면,9집엔 LA의 음악적 색깔을 입혔어요.‘이승철이 이런 음악도 하네’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음악적 욕심만큼이나 음반에 참여한 해외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에는 ‘아이 스웨어’(I swear)로 유명한 아카펠라 R&B 그룹 ‘올포원’의 리더 제이미 존스가 3곡을 작곡한 것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스팅의 앨범에 참여했던 스티브 핫지가 믹싱 프로듀서를 맡았다.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가 더 잘 알아요. 나라마다 다른 정서적 장벽을 넘지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대중성을 간과했던 4집의 부진을 교훈삼아 최대한 한국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죠.” 이런 그가 이번에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것은 록발라드풍에 익숙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사랑한다’. 언뜻 들으면 지난해 히트했던 8집 ‘소리쳐’와 비슷해 이의 아류같다는 인상도 준다. “올 8월 이후 가요계에 변신을 꾀해 성공한 가수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적으로도 변화를 싫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10∼50대로 구성된 제 팬클럽에서 ‘사랑한다’를 가장 좋아해주셨어요. 어차피 히트곡은 대중들이 만들어주시는 것 아니겠어요?” 이 밖에도 결혼과 함께 얻은 사춘기 딸이 사랑에 설레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로포즈’를 비롯해 70년대 디스코사운드와 거북이의 랩이 돋보이는 ‘파트 타임 러버’, 고유진이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한 ‘눈물자욱’ 등도 주목해 볼 만하다. 매번 2년에 한번꼴로 앨범을 냈지만,8집 이후 1년여 만에 신보를 낸 것은 매년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다는 연말공연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음반을 통해 팬들과 빨리 만나고 싶기도 했고, 물론 공연 때문이기도 하고요. 외국에서도 앨범 발매와 공연은 바로 이어지잖아요. 제 공연을 뮤지컬처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데뷔 20년인 ‘라이브의 황제’라도 최근 가요계 음반 시장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떨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번이 CD로 발매되는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전 ‘네버엔딩 스토리´ 때 40만장이 팔리고, 불황이라는 지난해도 18만장이 나갔지만, 올해는 고작 초판 4만장으로 시작하니까요. 제가 이 정도니 이렇게 가다가는 가수가 멸종되지나 않을까요?” 새달 3일 의정부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는 이승철. 올초 두살 연상의 아내와 새 가정을 꾸리고 처음으로 낸 앨범과 공연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미국 LA 할리우드의 5층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음반을 준비했어요. 영어에 익숙한 집사람이 녹음 스튜디오를 예약하면, 한곡한곡 녹음을 마칠 때마다 함께 들어보는 과정의 연속이었죠. 그런 행복함과 음악적 완성도가 여러분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鄭, 盧정권의 아류”

    鄭, 盧정권의 아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당을 해체하고(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는데 후보가 되니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결국은 다 노무현 정권의 아류”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이어 “노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가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무책임한 현상이 정치권에 일어나고 있다.”며 정 후보의 노 대통령을 향한 화해 제스처를 비난했다. 노 대통령과 정 후보를 함께 묶어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이라는 대선 전략 구도로 나아가겠다는 심산이다. 통합민주당 경선 후 상승기류를 타는 정 후보의 지지율을 초반에 꺾으려는 의도도 있다. 나경원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정 후보가 경선 후 노 대통령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데, 결국 참여정부의 ‘황태자’를 자임하는 것”이라면서 “또 다시 ‘2대8 구도’ 운운하면서 ‘노무현식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1차적으로 상대후보가 되면 축하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정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에게도 화분을 하나씩 보낼 것을 지시했다. ‘페어플레이’를 상징하는 한편 본격적인 난타전의 개막을 알리는 화분이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를 방문해 특성화 교육의 실태를 파악했다. 이 후보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자신의 어려운 시절 얘기로 특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어느 분야든지 그 분야의 최고가 되면 된다.”면서 “(최고 조리사가 되는 것은)과학자가 노벨상 받는 것과 같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후보는 특강에 앞서 ‘주방장 복장’을 하고 2학년 학생들과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기도 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푸른 남도 강진, 맛을 찾아서

    푸른 남도 강진, 맛을 찾아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늦여름 열대야 운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그 무엇도 자연의 순환은 거스를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초록이 지쳐가는 계절의 끝자락에 푸름을 좇아 전라남도 강진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색을 그리워하는 길목에서 내년에나 다시 보게 될 초록을 아쉬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영원한 푸름을 간직한 ‘청자의 고장’이기도 하지요. 어느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남도 음식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곳 또한 강진입니다. 오가는 길에 만난 강진의 맛집들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글 사진 강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푸름의 결정체 고려 청자 강진은 우리나라 청자의 변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청자의 보고(寶庫)’다. 전국 400여개의 옛 가마터 중 188개소가 밀집돼 있다. 얼마 전 충남 태안에서 주꾸미를 낚던 어민이 발견한 침몰 선박 속의 청자도 강진에서 만든 것으로 확인됐듯, 국내 보물급 이상 청자의 약 80%가 강진산이다. 청자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성과 정밀함을 필요로 한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25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어느 한 과정이라도 잘못되면 전체적인 균형미를 잃고 만다.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60∼70일 정도. 조유복(45) 청자박물관 조각실장은 “청자를 담은 갑발을 가마에 넣고 고유제를 지낸 후에야 도공들은 비로소 봉통(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시작합니다.800℃ 남짓한 온도에서 초벌구이를 한 다음, 유약을 바르고 본벌구이에 들어갑니다. 불꽃의 색깔이 붉은 색에서 노랑색, 밝은 흰색으로 점점 변해 가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온도가 1300℃ 가까이 상승하죠.8m에 달하는 가마안의 온도차를 없애기 위해 가마 옆 구멍에서도 장작을 때기 시작합니다. 간간이 가마에서 시편을 꺼내 유약이 잘 녹았는지 확인하죠. 날씨에 따라 48∼56시간 연속으로 불을 지핍니다.”라고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한 도공이 옆불구멍에서 시편을 꺼냈다. 벌겋게 달궈졌던 시편이 식으면서 청자 고유의 빛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명징한 비취빛. 빨간 불이 만들어 낸 푸름의 결정체다. 청자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중국인들조차 이 아름다운 빛깔에 혀를 내두르지 않았던가. ▶청자박물관에서 마량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삼덕수산개발에서는 겨울 한철에만 잠깐 맛볼 수 있는 매생이 등 해산물을 급속 냉동해서 팔고 있다. 매생이 특유의 비릿하고 상큼한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400g 5000원.(061)434-3745. # 강진 차밭의 푸름에 눈을 씻고 월출산 남쪽 자락에 초록빛이 가득하다. 성전면 월남리 월남사지와 무위사를 잇는 2차선 도로변에 드넓게 차밭이 펼쳐져 있다. 차밭 하면 인근의 보성쪽만 생각하기 일쑤일 터. 바다 가까운 3만 358㎡(10만여평)의 구릉지에서 만난 차밭의 푸름에 눈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횡재다. 월출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타고 작은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개비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서리를 방지하기 위해 세워둔 팬이다. 월출산의 단아한 모습과 어우러져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바람개비와 차밭 고랑사이를 빨간색 절삭기가 바삐 오간다. 차의 생육과 경관 관리를 위해 삐죽이 돋아난 찻잎들을 제거하는 중. ▶월남사지 초입의 강당식당은 13년 남짓 멧돼지고기의 명성을 이어온 남도음식명가. 여러번에 걸친 집돼지와의 교배로 탄생한 쫄깃하고 담백한 멧돼지살이 일품이다. 말만 잘하면 집에서 만든 멧돼지 쓸개주와 오디주도 맛볼 수 있다.1인분(200g) 9000원.433-1292. # 푸른 대밭이 감싸안은 영랑 생가 남해를 휩쓴 노을이 강진만(灣)으로 쏟아져 내린다. 반짝이는 황금빛 물비늘처럼 강진을 영롱하게 빛내는 인물이 영랑 김윤식.‘모란이 피기까지’ 등 영랑이 발표한 80여 편의 시 중 60여 편이 남성리 생가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복 이후 강진은 유난히 좌우익의 대립이 심했던 지역. 우익활동을 했던 영랑은 좌익세력의 등쌀에 서울로 거처를 옮겼고, 영랑의 집은 몇 번의 전매를 거친 다음 1985년 강진군에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모란과 우물, 동백나무, 장독대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요즘 영랑과 함께 새로이 조명되고 있는 인물이 시인 김현구다. 영랑과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지역에서 같은 동인으로 활약하다, 같은 시기에 사망했지만 한국현대시사에서 그의 발자취는 찾기 어렵다. 목포대 김선태 교수는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영랑과 달리 몰락한 관료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영랑의 그늘에 가려진 시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2인자의 비애만 맛보고 간 불운한 시인이었죠. 그의 시 세계가 영랑과 유사점이 많긴 하지만, 영랑의 아류가 아닌 변별적 특징을 지닌 시인이었기에 그의 시가 재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라고 말했다. ▶흥진식당은 한정식으로 유명한 강진에서도 첫손꼽는 명가.4인기준 1인 1만 5000∼3만원. 백반은 1만원.434-3031. 남성리 우체국 맞은편의 전복나라는 전복요리 전문식당이다. 맛깔스러운 전복된장찌개가 1만원.433-8155. # 까치내고개 넘어 병영마을 강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까치내(鵲川)고개 좌우의 논마다 벼들이 익어간다. 알곡이 가득찰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에 비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쭉정이는 외려 고개를 번쩍 쳐들고 있다. 겸손을 일깨워주는 장면. 이렇듯 자연은 세세한 곳에서도 반면교사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까치내 고개 너머 병영마을은 조선시대 전라도 육군의 총지휘부가 있던 곳. 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한골목’이라고도 부르는 돌담길이다. 근대문화재 제264호로 지정된 이 돌담길은 얇은 돌을 빗살무늬 형식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최초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하멜이 7년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담쌓는 방식을 전수했다고 전해진다. ▶병영마을을 찾았다면 반드시 수인관 돼지불고기 백반을 맛봐야 한다.50년전부터 여관을 했던 곳으로, 돼지불고기를 시작한 지 20년쯤 됐단다. 들척지근한 돼지불고기와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이 일미다.4인상이 기본.2만원.432-1027.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목포나들목→국도2호선→강진 # 강진 청자문화축제 8∼16일 대구면 청자도요지 일대에서 열린다. 전시·공연, 체험, 부대행사 등 5개 부문 70여개의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 매머드급 축제다. 강진군청 관광개발팀 430-3221∼4. # 먹거리 남성리 동해회관(433-1180)은 짱뚱어탕, 병영면 설성식당(433-1282)은 돼지불고기 백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 일본 현대미술 ‘붐’

    일본 현대미술 ‘붐’

    이제는 일본 미술인가. 최근 몇년새 붐을 이루던 중국 현대미술전이 뜸해지면서 그 자리를 일본 현대미술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17개 화랑이 함께 연 ‘일본현대미술제’에는 6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다.48명 작가의 작품 260점 이상이 출품돼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일본 미술전으로 기록됐다. 8월에는 4개의 화랑에서 일본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가 10∼26일 일본 작가 7명을 소개하는 ‘일본 현대 미술’전을 여는데 이어, 갤러리 온은 17∼28일 일본작가 2인의 사진전을 연다. 갤러리 룩스는 14일까지 사진전인 ‘일본의 젊은 눈’전을, 터치아트는 12일까지 ‘트랜스 재팬’전을 개최한다. ‘트랜스 재팬’전을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이대형(33)씨는 “스타작가의 아류작품이 양산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은 현재 의문단계에 봉착했다.”면서 “첼시의 로버트 밀러 갤러리 등 뉴욕의 화랑들도 이제 일본 전시를 대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타이완의 화교 수집가들도 일본 현대미술의 투자가치를 재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값은 한국의 신진 스타작가보다 낮아 수집가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일본 키치미술의 대부로 불리는 다카시 무라카미와 요시모토 나라 등 스타 작가들은 오타쿠나 망가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대중문화를 작품속에 녹여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 미술은 ‘혼란’으로 대변된다. 중국처럼 ‘사회주의에 배신당하고 자본주의에 실망한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이나 ‘자기 얼굴에 침뱉기식의 체제 비판’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는 힘들다. ‘트랜스 재팬’전에 소개된 4명의 젊은 작가들은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와 화려한 장식 등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조형언어를 강조한다. 널리 알려진 ‘일본스러움’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성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선 컨템포러리에 출품한 7명의 작가들은 일본 미술하면 흔히 떠올리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히로유키 마쓰라는 다카시 무라카미가 조직한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에서 발탁돼 첫 개인전에서 작품이 매진된 바 있는 인기 작가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은 뉴욕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히로토 기타가와의 길쭉한 인물 조각상은 망가(만화)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캐릭터가 주인공. 또 모토히코 오다니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드레스를 만드는 등 일본 작가들은 대중문화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적인 감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현대미술 1세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기초한 오타쿠, 즉 마니아 문화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다. 일본 전통화 우키요에와 서구미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 1세대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살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늘 새로운 기법과 표현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적’ 미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EU FTA 협상 시작] 농경연 ‘EU농산물’ 보고서 보니

    [한-EU FTA 협상 시작] 농경연 ‘EU농산물’ 보고서 보니

    우리나라와 EU간의 FTA 협상이 타결되면 EU산 술과 농·축산물 등이 우리나라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EU 농산물의 경쟁력과 FTA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U에서 생산되는 위스키·포도주, 낙농품, 돼지고기 등이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국별비교우위(CAC) 지수를 근거로 분석했다. 이 지수는 1보다 높을수록 경쟁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5년 기준으로 EU 농·축산물의 한국에 대한 CAC지수는 각각 평균 1.06과 1.50으로 집계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농산물 가운데 위스키·포도주 등 주류가 6.80으로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식품 가공 원료인 효모류(5.12), 식물성 액즙(3.15), 코코아류(3.048), 전분류(4.79), 음료(4.09), 화훼류(2.78) 등도 가격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였다. 축산물 중에서는 닭 등 가금류가 6.05로 가장 높은 가격 경쟁력을 나타냈다. 낙농품은 2.76, 가금육류 1.69 등도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특히 EU산 돼지고기는 CAC 지수가 1.37로 국내 양돈 농가에 큰 위협을 줄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산 돼지고기 냉동삼겹살은 관세가 철폐되면 1㎏당 3548원으로 국산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EU산 냉동닭다리도 국내산 가격의 43%에 불과했다. 반면 곡류(0.12)와 과실류(0.31), 채소류(0.42) 등은 CAC 지수상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신선도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류와 관련해 지리 표시제 도입 여부도 관심거리다. 보고서는 “EU는 ‘보르도’ 와인,‘스카치’ 위스키 등 지리적 명칭을 가진 상품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근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EU는 육류, 낙농품, 과일 등에서 우리나라보다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 FTA가 체결되면 이들 품목의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주요 민감품목을 제외하는 등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고전의 지혜 담긴 경세서가 없다

    “고전이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다. 그러나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말이다. 그의 지적대로 고전 속에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적 진리가 담겨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전을 읽는 것은 마치 교양인으로 나아가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지식도 돈으로 교환되는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먼지 쌓인 고전을 읽어 어디다 쓸 것인가. 출판계에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각종 처세술과 인생의 지혜를 담은 중국의 경세서들은 고전 활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고전의 지혜를 녹여낸 처세·실용서들은 ‘공자’ ‘맹자’ 같은 경서와는 달리 인간관계나 경영기법 등 우리 생활과 밀착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고전의 실용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선구적인 책이 2000년대 초 더난출판에서 펴낸 ‘상경(商經)’과 ‘변경(辨經)’이다. 청나라 말 거상 호설암의 삶과 상도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상경’은 이익을 구하되 사람의 도를 잃지 않는다는 홍정 상인 호설암 특유의 상술을 적용해 성공한 중국 사업가들의 사례를 분석한 책. 중국과 합작을 꿈꾸는 기업인들 사이에 인기다. ‘변경’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 유소가 쓴 ‘인물지’를 토대로 중국 역대 제왕들의 인재 다루는 법을 소개한 책으로, 오늘의 관점에서도 인재관리 지침서로 참고할 만하다. 만만찮은 볼륨과 가격의 이 두 책은 경제·경영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이미 자리잡았다.‘상경’은 지금까지 12만부가 넘게 팔렸다. 더난출판 신경렬 대표는 “얄팍한 처세훈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 검증된 고전으로부터 기업과 인간경영의 숙성된 지혜를 끌어냈다는 데 독자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며 “문제는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의 유사 경세서를 양산해 내는 졸속 번역과 아류 출판”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고전을 코드로 삼은 처세 혹은 실용서로 주목할 만한 책은 이 외에도 ‘지전(智典)’ ‘지경(智經)’ ‘반경(反經)’ ‘경세지략(經世之略)’ ‘음담패설(陰膽覇說)’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번 주엔 베이징사범대 교수인 위단(于丹)의 ‘논어심득(論語心得)’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심득’이란 말이 암시하듯,‘논어’ 즉 고전은 머리로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마음으로 읽어야 그 숨어있는 지혜의 보석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이 중국에서 출간 석달 만에 25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고전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풀어쓴 책들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상술의 나라’ 중국의 고전을 활용한 경세서들이 국내 실용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기자는 한 가지 아쉬움을 느낀다. 왜 우리 고전이나 역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처세·실용서들은 그만큼 빛을 보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요즘 부쩍 주목받는 18세기 조선 지식인 이야기나 풍속사, 생활사 등을 바탕에 깐 우리 고유의 경세서가 나온다면 독자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jmkim@seoul.co.kr
  • [문화마당] 아버지의 2월/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여느 해보다 따뜻한 2월이 왔다 간다. 설날이 지나가고 새 학기가 다가온다.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오고 신입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려고 준비한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해도 젊은 세대들은 겨울의 얼어붙은 밭에서 새순이 돋듯이 솟아나온다. 설날의 미덕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가족을 통해 자기를 되새겨 보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데 있다. 그런데 가족의 중심에 서야 할 아버지의 자리는 축소되고 없어져버린 것 같다. 아버지의 처진 어깨가 유난히 커 보인다. 어머니의 자리가 좀더 커진 것 같지만 그 또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자리일 것이다. 산업사회가 대가족제도를 붕괴시켰고 디지털 사회가 핵가족마저 붕괴시키고 나면, 인간 존재는 가족이라는 끈을 잃어버리고 낱개의 존재로 고독하고 음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되고 우울증이 심화되며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06년도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수상 기념연설 ‘아버지의 가죽가방’은 전세계인을 잔잔하게 감동시킨 바 있다. 젊은 시절 문학 지망생이었지만 별 볼 일 없는 문인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가죽가방으로부터 그의 문학이 유래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고 자신의 뜻을 접고 파지에 가까운 글을 가죽가방에 남기고 간 아버지의 유언은 파묵에게 삼류 문사로 세상을 살다 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남의 글을 아류적으로 추종하는 한 제대로 된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은 파묵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커다란 유산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들은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아버지가 새로운 세대의 전범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전 시대와의 단절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 시대의 교훈을 질료로 삼지 않은 전진이란 불가능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 시대와 단절된 전진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언제나 더 큰 대가를 치러왔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이다. 2월을 보내면서 고형렬 시인의 시집 ‘밤 미시령’을 다시 읽어 보았다. 여러 시 중에서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가 인상적이었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명태를 구워 먹던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라 그도 또한 아들과 더불어 명태를 구워 먹으면서 다음과 같이 쓴다. “아버지가 되려고 아들을 불러 앉히고 그 중태를 죽죽 찢어 입에 넣어주었다. 그 황태 간 있던 곳에서 눈냄새가 나고 납설수 냄새도 나자 아버지 냄새가 났다. 슬프다기보다 50년 신춘에 이렇게 건태 뜯어 먹는 버릇도 아버지를 닮았으니, 아들도 나를 닮을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시인의 추억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가고 시인도 가고 나면 그의 말대로 시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명태를 구워 먹는 기억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아주 삭막하게 단절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간다고 하더라도, 아니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가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함께 사는 삶이 필요하다. 누구나 스스로 존재하는 독자적 개체이지만 그 독자성은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방사적인 그물망을 구성하고 있다. 그 그물망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정서적·개체적 중심도 흔들리게 된다. 아버지만 존재하고 아들은 없던 권위주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의 젊은 세대가 결코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버지 없는 젊은 아들만의 시대는 그보다 더 불행한 시대일 것이다. 아버지를 부정하라. 그러기 위해 눈 냄새 나는 아버지의 잘잘못을 제대로 배우라.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시조 당선작] 남해기행/이아영

    손에 묻은 모래알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 바다에 나와서면 먼 기억들이 달려오고 가슴은 빈 바람 소리로 동굴 하나 만든다. 지나온 발자국들 돌아보면 또 묻히고 갈매기 흰 울음이 저녁놀에 잠겨들면 달 하나 키우고 싶은 섬이 하나 솟는다. 물때에 부대끼는 서러운 몸짓으로 꿈을 잠재우는 파도와 마주서다 보면 일몰은 또 하나의 탄생 산이 나를 맞는다. ■ 당선 소감-뼈처럼 단단하고 튼튼한 작품을 빚고싶어 무디고 더딘 내 감성의 더듬이를 세워 나는 시조라는 벽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 민족시인 시조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입상하게 되면서부터 내 삶은 시의 더듬이를 곧추세우고 현장에 있었다.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시조에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을 읽고 생각을 다듬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면서도 나는 늘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했다. 몇 해 동안의 신춘문예 낙방 소식은 내게 익숙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뒤로하고 뜻밖의 당선 소식이 찬란한 햇발처럼 먼데서 밀려온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나아가야 할까? 나는 지금 촉수를 가다듬고 시조가 걸어온 먼 길을 되짚어 걸어가 본다. 뼈처럼 단단하고 근력 튼튼한 작품을 빚고 싶다. 부족한 작품에 불을 밝혀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서울신문사에 앞으로 창작의 불을 영원히 피워갈 것을 약속드린다. 내게 시를 지도해 주신 최문자 교수님과 시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신 권갑하 선생님께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나를 격려해 주신 ‘시로 여는 이 좋은 세상의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늘 믿음으로 지켜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에게 이 기쁨을 바치고 싶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언제나처럼 인생의 모티프를 주시는 사부님과 나의 벗 효진, 현진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아영 약력 1985년 서울 출생,2000년 전국 만해백일장 시, 시조부문 장원, 협성대 문예창작과 3학년 ■ 심사평-세밀한 관찰로 이미지 표출 시조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가락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장르이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을 보여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예년에 비해 편수도 늘었고 응모작 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아류에 휩쓸린 경향에 만연되어 있거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똑같은 톤과 연결하는 법이 동일한 경우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음은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 이아영의 ‘남해기행’은 삶의 현실에서 내다보는 희망과 자연과의 호흡, 숨결이 피부에 와 닿는 작품이다. 기행이라고 해서 표면에 나타난 사물 그대로만을 묘사하지 않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로 표출해낸 감성적인 작법이 뛰어났다. 최종심에 오른 이태호의 ‘지리산에 들다’는 작품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표현 형식에서 시조의 형식미를 살려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의도적으로 3장6구 형식을 분할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시조의 특징을 살렸더라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김종학의 ‘물밀어오는 뜨락’은 작품을 갈고 닦은 노련함이 엿보이나 진실성과 메시지 전달이 부각되었으면 하는 점, 말의 치장이 필요 이상 과한 점이 아쉬웠다. 연선옥의 ‘그 숲에 들면’은 시적 대상에서 바깥 세계와의 폭넓은 시야나 통로를 마련했더라면 한결 우수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숲 안에서만 안주한 점이 당선권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근배 한분순
  • [이경형칼럼] 짝짓기 잘해 정권 잡는다?

    [이경형칼럼] 짝짓기 잘해 정권 잡는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363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는 현행 권력 구조인 ‘87헌법’체제 출범 20년을 맞는 해로, 그동안 시행한 4차례의 대선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 문화를 형성해야 할 시기다. 1987년의 대선은 ‘1노3김’경쟁이었다. 노태우(TK), 김영삼(PK),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의 4자 경쟁은 철저한 인적·지역적 분할 구도였다. 노태우 후보는 3김을 분할하는 전략으로 당선되었다.1992년은 김영삼(YS)의 김대중(DJ)호남 포위 전략이 주효했다. 이른바 3당 합당이라는 야합 짝짓기의 성공이었다. 1997년은 DJ+JP(김종필)연합 소위 호남·충청의 DJP 짝짓기의 결과로 ‘국민의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반독재 투쟁·진보 노선의 DJ와 개발 독재의 주체·보수 노선의 JP가 권력분점이라는 밀실 협상으로 짝짓기를 하여 정권을 잡았다. 지금의 노무현 정부도 노선·색깔이 서로 다른 노무현과 정몽준이 일단 짝짓기로 연대한 뒤, 여론조사 주사위로 단일화에 성공, 참여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선 경쟁과 정권 쟁취 과정은 한마디로 정치 공학적 게임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대권 후보들이 내세운 국가 운영 철학이나 지도 이념 등은 선거 벽보용에 그쳤다. 지역 분할 전략 혹은 절묘한 짝짓기 등 정치 술수와 고도의 선거 계략을 구사함으로써 정권을 잡았다. 겉으로는 거창한 국가 비전과 정책 노선과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에게 표를 호소하지만, 막판에 가서는 정강이고 정책이고 관계없이 오로지 표 계산에 따른 짝짓기를 통해 대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야바위 같은 짝짓기를 무슨 ‘정책 연합’으로 포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지만 실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앞으로 각 당마다 무수한 ‘잠룡’들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과거 한나라당의 ‘9룡 경선’을 방불케 하는 이벤트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들 주자들 가운데는 향후 당내 혹은 정권 내 지분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선에 나서거나 대권에 도전하는 이들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기존 정당의 경선자들은 지난 4년간 소속 정당이 뭘 잘못했는지를 솔직히 밝히는 자기 성찰적 고백부터 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신장 개업하는 정당이라면 콘텐츠가 기성 정당과 왜 달라야 하고,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과연 언제까지 ‘정치9단’들과 그 아류들이 벌이는 도박판 같은 선거 문화를 지속해야 하나. 이벤트성 정치 집회와 바람몰이식 세(勢)과시, 상대방에 대한 네커티브 선전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적어도 2010년대 한국의 국가발전 비전과 정책 노선을 제시하고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고 명분 있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각 후보들의 국가운영 철학과 지도자로서 자질을 꼼꼼히 살펴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찍고 나서 손가락을 아무리 원망한들, 대통령 임기 5년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정권의 수준은 국민의 선거 문화 수준과 높이를 같이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비록 승자가 권력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게임 같은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품격있는 경쟁, 논리가 있는 경쟁으로 이뤄져야 한다. 차기 정권의 향배가 천박한 득표 전술과 명분 없는 합종연횡으로 결정된다면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필름과 장비가 좋아져 누가 찍어도 비슷한 화질의 영화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엔 나의 삶과 인생이 담겨 있다.” 요즘 영화에 담긴 작품성과 이야기에는 상관없이 인기있는 배우와 감독이 만든 작품이 흥행을 담보하는 영화계에서 노장 감독이 어렵게 100번째 영화를 찍으며 던진 이야기이다. 임권택. 그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영화계의 ‘산증인’ 내지는 ‘거장’이다. 그의 나이 올해 70세. 지금 우리 사회에선 거의 뒷방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나이의 임 감독이 100번째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그의 이름과 명예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를 찍다가 한동안 중단하는 등 큰 난항을 겪었다. 결국 배우들이 개런티를 줄이고 뜻있는 인사들의 투자로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청준의 소설 ‘청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천년학’이 탄생했다. # 칠순의 ‘사랑’이란 1962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임권택 감독. 무려 44년 동안이나 한국 영화계를 풍미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서편제를 비롯해 춘향전, 취화선, 하류인생 등 우리 가슴속에 그가 만든 많은 영화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계의 거장인 그도 이번 ‘천년학’을 찍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천년학’은 100번째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고민이 묻어 난다. 쉽게 말해 그가 만드는 100번째 영화이기에 영화팬은 물론 외국 평론가들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부담이었다.“100번째 영화인 만큼 할리우드에 내놓을 수 있을 만한 불록버스터 같은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사라지는 것들. 그래서 이번 천년학도 ‘소리’를 주제로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천년학이 서편제의 ‘아류’가 아닌가 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눈먼 소리꾼인 소화역으로 오정해가 나오고 이야기의 구조도 비슷해서이다.“말주변이 없기로 소문난 감독인 제가 어떻게 천년학을 말로 설명하겠습니까.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서편제와 전혀 다른 이야기란 것을 느끼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영화를 찍는 내내 도대체 이 영화에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머리가 혼란스러웠다는 그는 ‘사랑’이란 주제를 생각했다. “불꽃같이 한꺼번에 타오른 사랑이 아니라 커다랗고 잔잔한 호수같은 사랑, 그것이 칠순을 넘긴 나의 사랑관이다. 또 힘겨운 삶을 살지만 그 안을 지탱하고 있는 그들만의 사랑과 모습을 표현하고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칠순을 넘긴 노장 감독의 100번째 영화, 조재현 오정해 등 배우들조차 자신의 출연료를 헌납하면서 만든 영화,‘천년학’. 내년 3월쯤 개봉 예정인 천년학이 어떤 작품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與, 이명박 때리기 vs 李캠프 움직임

    “이명박은 박정희 아류” 열린우리당이 본격적인 ‘이명박 때리기’에 나섰다. 최근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집중 공격한 데 이어 13일 그에게 ‘박정희 아류’라는 꼬리표 붙이기를 시도했다. 민병두 당 홍보기획위원장은 이날 “이 전 서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기대고 있다.”면서 “이 전략은 굉장한 패착이자 퇴행적 성형수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전 시장은 ‘젊었을 때 박정희와 닮았다.’고 자랑하더니 얼마 전에는 선글라스를 꼈고,‘대운하는 21세기 경부고속도로’라고 했다.”면서 “이는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빼앗아오기 위한 노림수이자 저소득·블루칼라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패착이라고 하더라.”면서 “대통령은 세종대왕이나 히딩크처럼 독자적 리더십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류로서, 모방해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당시 경기지사가 박 전 대통령 이미지를 차용했다가 낙마한 사례도 들었다. 그는 또 ‘박정희 향수를 강조하는 건 중간층, 화이트칼라에게 불안감이 들게 해서 민주진영으로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개입할 부분은 아니나 이런 퇴행적 성형수술이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후보검증을 위해 ‘이명박 전 시장과 부동산’,‘이명박스럽다·경박스럽다’ 등을 주제로 브리핑하겠다.”며 2탄·3탄을 예고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與 국정이나 잘 살펴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3일 열린우리당의 느닷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충북대 초청강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이 자신을 “박정희 아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집권 여당이 왜 그렇게 할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여당이 국정을 살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그런 일에 신경을 쓰나.”라고 힐난했다. 이 전 시장은 ‘대선 1년전에 여론지지율이 1등인 주자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설(說)이 있다.´는 지적에 “2002년 대선 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영규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의 작태는 과거 김대업의 정치공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 전 시장측은 여당이 대선을 1년 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성급하게 후보검증 ‘몸풀기’에 나선 것은 이 전 시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이 전 시장측이 한나라당 내에서 대세로 굳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홍’을 겪고 있는 우리당이 이 전 시장과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측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책대결에 더욱 진력하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 리서치’ 조사결과 이 전 시장이 제안한 한반도 내륙운하의 실현 가능성이 31.8%로 박 전 대표가 주창한 한·중 열차 페리 구상의 27.7%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점에 신경을 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시대정신’의 역사적 흐름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4번의 대선을 치러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4명으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권을 거머쥔 4명의 대통령들은 저마다 당시의 ‘시대 정신’을 반영하며 승리를 낚았다. 16년만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87년 대선은 ‘직접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성격이 강했다.87년 이후 봇물처럼 터졌던 민주화 요구를 동력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고 DJ(김대중)와 YS(김영삼)의 분열로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87년 체제’를 탄생시켰다. 1992년 대선은 ‘군정종식과 문민정부 탄생’이 화두였다. YS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충청이 손잡은 3당 합당을 발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민간인이 주도하는 정부의 출범’이란 의미를 지녔다.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97년 대선은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라는 의미가 강하다. IMF 금융위기 속에서 DJ는 ‘정권교체와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국민들에게 설파했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인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을 성사시켜 DJ를 괴롭혔던 ‘색깔론’의 덫을 통과했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200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구시대 정치와의 단절과 ‘개혁’을 외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시기적으로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의 종언과 일치했고,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의 단절, 선명한 개혁’이란 시대정신을 최대한 활용했다. 노 후보는 대세론으로 기세를 올렸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권위주의와 3김 정치의 아류’로 몰아치며 기득권 유지의 표상으로 부각시켜 승리를 낚았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바다이야기 논란 확산] 檢칼끝 영등위 심사·정치권 로비의혹 향할듯

    [바다이야기 논란 확산] 檢칼끝 영등위 심사·정치권 로비의혹 향할듯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자 검찰이 20일 그동안 진행 중이던 사행성 게임 업체에 대한 수사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사행성 부분에 집중돼 온 수사는 앞으로 영상물등급심사위 심사과정이나 관련 회사들의 영업과정에서 정치권 로비가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사행성 게임장이 불법자금을 합법적으로 융통하기 위한 돈세탁 장소로 활용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영등위 속였다는 첩보로 수사 수년간 검찰은 영업장 단속 외에 사행성 게임장의 제어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바다이야기·황금성·오션 파라다이스의 ‘빅3’ 체제를 구축하며 관련 산업 규모가 커졌다. 바다이야기 유통업체인 지코프라임은 지난해 매출액 1215억원과 영업이익 21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위 게임장별로 한 달에 융통되는 현금은 1억 5000만∼2억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추산했다. 그러던 중 바다이야기의 아류인 인어이야기 게임기가 잔 고장이 많다는 진정이 검찰에 접수됐다. 이후 수사에서 검찰은 인어이야기 관계자로부터 “영등위에서 게임기와 다른 사용설명서로 심의를 통과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대형업체들도 같은 방법으로 심의를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6월부터 업체 압수수색에 나서 관련 게임의 프로그램 소스를 확보했다. ●기계와 다른 사용설명서 제출해 영등위 심사 통과 지난달 5일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지에는 지코프라임이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한 우전시스텍의 주주총회장도 포함됐다. 이날 안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씨의 이사해임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노씨의 사표까지 압수했지만, 노씨의 신분에 대해서는 최근에 알았다고 밝혔다. 압수한 프로그램 소스를 분석한 검찰은 1회 게임 때 100원을 넣고 얻을 수 있는 최고당첨액 및 경품누적액을 2만원 이하로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4월 개정된 문화관광부 경품취급기준고시를 어기고,100원짜리 게임 한번으로 최고 250만원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도록 업체 대표들이 기계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고배당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들은 ‘메모리 연타’ 기능을 숨겨둔 것이다. ●영등위 심의과정 로비 의혹 등 계속수사 영등위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업체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프로그램 소스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들이 메모리 연타 기능 탑재 여부 등을 심의 과정에서 알 수 없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등위 심의과정에서 업체 대표들이 심의위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등위 부분은 추가로 수사를 더 할 예정이다. 영등위 게임관련 심사 과정에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며 허술한 심의 과정에서 외압이나 로비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시사했다. 영등위는 바다이야기 등급 분류 과정에서 실제 게임 프로그램 내용과 다른 설명서만 검토하고 등급분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대표들, 영등위 심사과정에서 행패 부리기도 영등위에 대한 로비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업체 대표들을 보호해줄 배후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황금성 대표 이모씨는 지난 2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관에 있는 영등위 심의실에서 등급분류를 신청한 ‘극락조’ 게임이 이용불가 결정을 받자,“당신이 게임기를 알면 얼마나 알아, 창자를 꺼내 목졸라 죽일까.”라며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뭇 사람들의 마음 모이면 그것이 바로 천심이지요”

    몽골의 불교는 지난 70년간 사회주의 암흑기를 거치며 재생이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파괴됐다.40대 이상 스님들은 무참히 처형당했고 사원과 불경은 남김없이 불태워졌다. 그러나 1991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버리고 자유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몽골 불교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때 700개가 넘는 라마교 사원이 있었고, 남자 인구의 3분의1(11만명)이 라마승이던, 유구한 전통의 불교국 몽골의 신심이 점차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몽골에서는 300개 이상의 사원들이 복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인물이 바로 푸레바트 라마다. ‘현대의 자나바자르’로 칭송받는 그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 중심에 자리잡은 간단사(寺)내 몽골불교대학의 한 접견실에서 만났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의 이 젊은 큰스님은 접하기 쉽지 않았지만, 일단 만남이 이뤄지자 친구처럼 다정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간의 성문제에서 불교미술, 우주, 한반도의 통일과제까지.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난 남녀가 서로 끌려 가정을 이루고 아기도 낳습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달라 음양이 만나면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합방을 하려는 수많은 인연 있는 영혼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원수관계도 있습니다. 몽골 불교에는 피말리는 고통의 삶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궁합이론이 있지요. 그것은 미신이 아니라 아주 높은 차원의 과학입니다.” 몽골 불교의 두드러진 특징이 탄트라 불교, 즉 밀불교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푸레바트는 ‘비밀스러운 가르침’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밀불교는 수행자가 신체로는 인계(印契·부처나 보살의 깨달음 혹은 서원을 나타낸 여러 가지 손모양)를 맺고 입으로는 진언을 외우고 마음으로는 부처를 주시, 부처의 불가사의한 신(身)·구(口)·의(意) 삼밀(三密)과 수행자의 삼밀이 합일함으로써 현재의 육신이 그대로 부처가 되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을 목표로 한다. 그런 만큼 사변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인 삶 속에서의 불교사상의 실천을 강조한다. 푸레바트는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교미술대학을 세운 몽골 최고의 불모(佛母·불화를 그리거나 불상을 조성하는 사람)다. 그는 몽골 불교의 대성(大聖) 자나바자르가 그랬듯이 수많은 탱화와 불상을 직접 그리고 만들었다. 몽골불교의 상징인 간단사 금동 관음입상의 재건을 총지휘하고 마지막 점안을 한 사람도 그다. 푸레바트는 같은 밀불교권인 티베트와 비교해 몽골의 불교미술은 “색깔이 훨씬 다채롭고 스케일이 크며 힘이 넘친다.”고 평했다. 푸레바트는 몽골 불교가 ‘티베트 불교의 아류’로 비쳐지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했다.“몽골은 일찍이 기원전 훈족 시대부터 불교를 받아들였습니다. 티베트보다 1600년 앞서, 중국보다 800년 앞서 불교를 수용한 것이지요. 몽골은 고대부터 스피드·정보 강국이었던 만큼 직접 불교현장을 찾아 좋은 것만 가져와 발전시켰습니다. 몽골과 티베트, 중국문화 가운데 어디가 주류이고 아류인지는 불교 문양만 비교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어요.” 몽골 밀불교는 샤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샤먼의 80%는 불교신자”라고 소개한 푸레바트는 “샤먼에게 내리는 신이 모두 불교의 호법신장인 것만 봐도 불교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샤먼한테는 ‘잔챙이’ 신이 내리지만 라마에게는 공중부양으로 천지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신이 내릴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푸레바트는 ‘몽골의 달라이라마’라 불리기도 한다.“일을 하려면 정치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소신. 그는 올해 몽골제국 건립 800주년을 맞아 칭기즈칸을 국신(國神)으로 모시고,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 칭기즈칸 상을 조성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기자는 이 ‘영험한’ 라마에게 뜬금없이 한반도의 통일방안에 대해 한마디 물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온 국민이 기도해야 합니다. 몽골이 극심한 분열을 겪은 16세기 자나바자르 성인은 시대를 일깨우는 기도문 ‘차긴 톡히 노올록치’를 만들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뭇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면 그것이 바로 천심이지요. 한국의 명망있는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남북이 함께 할 기도문을 만들어 보세요.” 사뭇 다정다감한 라마는 인터뷰를 마치고 방을 나오는 기자에게 밀교적 분위기 가득한 신비로운 미소를 선물로 안겨줬다. 글 몽골 울란바토르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관광가이드의 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10년 전 ‘예루살렘 정도(定都) 3000년’ 기념행사 취재차 이스라엘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공항 밖에는 외무부 사람 둘이 기자단을 따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샤피로라는,50세 안팎의 관광가이드였다. 보름 가까이 전국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겪어 본 샤피로는 완벽하다고 할 만한 가이드였다. 이스라엘 최고의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당연하게도 역사·문화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열정 또한 대단했다. 관광객 수준에 맞춰 쉬운 영어를 구사할 줄도 알았다. 일행 중에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싶으면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와 며칠 다녔더니, 유대인은 정말 위대한 민족이고 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아 나라를 재건한 일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샤피로 같은 관광가이드를 키우는 이스라엘은 정말 무서운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 민속박물관이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 전문연구원을 끼워 넣어 통역안내사의 설명을 점검해 보니 황당한 역사 왜곡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금속활자·고려청자·측우기 등 세계적인 발명품을 포함한 우리 유물·유적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중국 것을 본떴다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한글을, 술 취한 세종대왕이 창살을 보고 우연히 만들었다는 말까지 한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중국은 아시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발원지로, 지금도 우리의 TV드라마·가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다. 또 삼성·LG 등의 가전제품은 그 땅에서 부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그 국민이 막상 이곳에 와서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의 아류라는 식의 잘못된 지식을 얻고 돌아간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일이다. 관광가이드는 우리의 문화·역사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첨병 구실을 한다. 그 막중한 업무를 불법 체류하는 화교·조선족들에게 떠맡기다시피 해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켰으니 문화·관광 당국이 지은 죄 실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어 관광가이드의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에게 문화·역사 교육을 수시로 시키며, 불법 가이드가 끼어들 틈새를 없애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지나온 세월동안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인식을 위한 세미나들이 과거에 종종 있었다. 나도 거기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보편성의 실재를 강력히 주장하는 분들은 보편성이 문화적 선진국들에서 전파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반대의견을 개진하면, 특수성을 보호막처럼 고집하는 국수주의자인 양 취급하려는 사고관행을 보았다. 그 경우에 내가 가장 자주 언급한 철학사상이 율곡의 이통기국론(理通氣局論=보편적인 理는 특수적인 氣의 제약과 같이 실존함)이었다. 나는 유가적인 율곡의 저 말이 진리를 하나로 회통시키는 본질사상과 다양한 사실들을 살리려는 실존사상을 아울러 융합시킨 이사상자(理事相資=진리와 사실이 서로 의지함)나 이사무애(理事無碍=진리와 사실이 서로 장애없이 교환됨)라는 불가적인 화엄사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나는 사상의 보편성을 늘 선진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사고방식을 관행으로 여기는 한, 우리가 세계사에 우뚝 솟은 좋은 나라의 성공사례를 역사에 결코 남길 수 없고, 늘 아류국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다. 옛날에 보편성이 중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지금 그것이 서양 선진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중국 본토와의 교류가 터진 이후 별로 사상적으로 대단찮은 현대 중국의 책들이 번역되어 인기물이 되고, 그 주인공들을 불러 엄청나게 후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옛 사대주의의 업보를 언제 벗게될지 절망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율곡의 ‘이통기국론’이나 화엄의 ‘이사무애론’이나 다 보편적인 진리는 구체적으로 실존하는 ‘여기와 지금’의 특수한 사실이나 기질의 제약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산 정약용이 우리 조선을 늘 동국이라 칭하는 관행을 비웃으면서, 조선입장에서 보면 조선이 중국이고 중국은 서국이라는 말을 개진했다. 이런 생각을 국수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국수주의는 자존망대의 배타적인 사고관행이다. 이것은 황당한 코미디다. 모든 문화는 잡종의 만남이다. 문화적 순종을 찬양하는 일은 근친교배처럼 문화적 허약체질을 만들고 시들어 죽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잡종의 만남에 어떤 중심이 따로 없고, 다양한 기국(氣局)의 사실들이 곧 중심이 될 뿐이다. 보편성의 중심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기국의 사실에 보편성이 이미 녹아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기호일 뿐이다. 그런데 그 본성이 사람들에게 개성과 함께 동거해 있다. 개성과 본성은 이원적인 것이 아니고,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님)나 부잡불리(不雜不離=섞인 것도 분리된 것도 아님)의 방식으로 실존할 뿐이다. 원효나 율곡이 다 이 점을 아주 강조했다. 이것을 우리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김치나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는 다 한국음식이다. 이 음식이 동시에 국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한국음식을 개발하는 길 이외에 우리가 음식문화에서 어떻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얻을 것인가? 누구나 다 외국음식들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보편성이 그들의 특수성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음식을 수구적으로만 지키려는 순수주의적 자세는 경쟁력에서 이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氣)의 특수성 속에 이(理)의 보편성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하여도, 그 기의 특수성도 역시 고착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어떤 일정한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혀의 미각은 인간의 오감의 느낌 가운데 가장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그것도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기국의 제약성은 기국의 독자적인 폐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미각의 기가 다른 나라의 미각의 기와의 차이의 변별성에 불과하다. 문화는 본디 잡종의 혼융이므로 순수한 것의 독존은 성립안된다. 한국인의 미각도 다른 나라의 것과의 교류관계 속에서 섞이는 혼융이다. 그런 한에서 관계의 차이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상관적 관계의 함수가 다르면, 자기의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기국은 자기문화의 어떤 습관화된 기호를 말하지만, 그 기호가 다른 문화와 맺는 상관관계의 함수에 따라 늘 변화를 빚는다. 기국도 시대의 인연에 따라 변한다. 김치도 임란 이후에 고추가 들어와서 맵게 변했다 한다. 그러나 기국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실존적 살(肉)이다. 이 살을 떠나서 한국인이 성립하지 않는다. 살의 의미를 철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이가 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다. 살을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한다. 사실상 살이란 객관적 도구를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이 느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 하리라. 왜냐하면 나의 느낌과 생각이 살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살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살은 주관적인 것인가? 그것은 주관적인 것도 객관적인 것도 아닌 상호주관적인 공통성을 띠고 있다. 살은 물론 내 몸이지만, 그 몸의 영역이 고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내 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이 다 살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만 살일 뿐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현상과 사건도 다 살로서 연장된다. 살은 생활세계의 분위기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세계의 분위기와 함께 느끼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화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속에서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기국으로서의 한국문화는 한국인을 낳고 자라게 하는 집단습관의 태반과 같다. 이 집단습관의 태반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공동업(共同業)이다. 모든 인간은 다 살로서 생활하고 실존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놀지 않아야 살이 건강하고 행복을 노래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헛도는 경우에, 살은 자신의 공동업이 인간본성의 본질에로 접근되는 해방과 행복의 길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하고싶은 말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로 천대받는다. 그것은 삼국시대의 무속신앙이 외래 관념사상의 권위에 밀려 천대받아 온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살의 실존은 무의식적 공동업의 생활인데, 그 생활이 보편적 의미로 향하여 접목되려는 욕망을 가진다. 그 욕망의 표현이 곧 각 문화권의 관념적 사상이다. 기국이라는 무의식의 공동업은 율곡의 생각처럼 내용을 담는 특수한 기질(氣質)이기도 하고, 또 발현하는 기운(氣運)이기도 하다. 기질과 기운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같은 의미를 달리 전하는 것이다. 몸은 제약의 기질이지만, 동시에 그 기질을 통하여 우리가 기운을 낸다. 기질이 머금고 있는 특수한 기운이 보편적 의미의 옷을 입고 솟아야 우리의 마음이 유의미해진다. 보편적 의미의 옷이 바로 율곡이 말한 이통(理通)이겠다. 그 의미의 보편적 옷이 다른 곳에서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이미 주어져 있는 인간의 본성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율곡의 이통기국론은 보편적 이(理)가 기국의 살밖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의 기질과 기운 속에 함께 동거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화엄학처럼 해석하면,개성의 사실 속에 진여의 진리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하겠다. 개성이 곧 진여인 것은 아니지만, 개성의 발현을 떠나서 진여의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은 개성의 업(業) 속에 진여의 출현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하면, 한국인의 상호주관적 공동업의 살 속에 본성인 보편성의 출현을 방해하는 악업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같다. 한국적 관념의 사상이 한국의 정신문화인데, 이 정신문화가 실존적 살의 분위기와 어긋나 헛돌지 않으려면, 실존의 살이 안고 있는 업장의 병을 고치려는 구원의 사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의 사상이 살이 아파하는 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되면, 그 살은 자신의 의미를 말하는 통로를 얻어 세상을 향하여 풍요하고 다양한 삶의 잔치에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음식이 자신의 기국을 통하여 세상이 다 좋아하는 세계적 음식으로 통하게 되는 것과 같겠다. 그러기 위하여 좋은 요리사의 창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살의 업은 장애이기도 하고, 동시에 물결이나 나무결과 같은 결이기도 하다. 장애와 결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활용(11회 글)에 따라 구분된다. 즉 마음의 활용에 따라 우리를 방해하던 그 업이 오히려 우리를 생기나게 하는 결로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신문화는 우리의 공통적인 마음을 잘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이치와 다르지 않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속에 깃든 특수성이 본성의 보편성과 접목하여 각자가 자기의 타고난 결대로 꽃을 피워 이타행을 하며 즐거워하는 찬란한 정신문화의 금물결을 세상에 반짝이게 하리라. 보편성은 밖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본성인데, 이것이 특수성과 함께 살아나는 길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면 왜 외국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외국을 공부해야 한국의 병과 결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 자기를 떠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는 타자와의 인연에서 생기지, 홀로 독생(獨生)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성이 선진국에 있는 것이 아니듯, 특수성도 자기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독일에서만 나오고, 베르그송도 프랑스에서만 생긴다. 듀이는 미국에서만 탄생되며,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적 신비를 풍긴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이통기국의 비밀이 있겠다. 성철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 등은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고승들이다. 이 고승들의 실존을 한국문화의 이념형(Ideal type=사회문화의 특수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경험적 현상들을 개념적 준거의 틀로 유형화하는 막스 베버의 사회학이론)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김명곤장관 내정자 ‘천년학’ 출연할 뻔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내정자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 출연하려다가 장관 발탁으로 무산된 사실이 밝혀졌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 11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이회진에 마련된 ‘천년학’ 세트장에서 첫 촬영을 갖고 “‘천년학’ 주인공 오누이의 아버지 역을 ‘서편제’에서 그 역할을 했던 김명곤 장관 내정자가 다시 맡을 계획이었으나, 그가 장관에 내정되면서 서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아버지 역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촬영장 공개에 앞서 장흥 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는 정일성 촬영감독, 주인공으로 뒤늦게 합류한 조재현, 여주인공 오정해·신지수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임 감독은 “‘천년학’이 ‘서편제’속편 격이라 ‘서편제’ 아류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서편제’는 판소리를 보여주기 위해 힘을 쓴 반면 ‘천년학’은 판소리가 효과음 정도로만 쓰일 뿐 이 영화는 내 생애 최초의 사랑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구조본’ 해체해도 아류조직 ‘명맥’

    ‘이름은 달라도 필요악?’ 삼성이 구조조정본부의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바꾸면서 ‘구조본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황제 경영’의 산실인 비서실과 경영기획실 등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사회적 비난에 못이겨 구조본으로 말을 갈아탄 것처럼 구조본도 “오너가(家)의 친위부대”라는 오명을 피해 많은 ‘아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재벌그룹 대부분이 현재 기획총괄본부나 전략경영본부, 투자회사관리실 등으로 구조본을 대신하고 있으며, 특히 구조본을 해체한 현대나 코오롱 등은 최근 구조본 조직을 사실상 부활시켰다.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와 중앙집권식 통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계열사의 이해 조정 등에 장점이 많은 구조본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룹별 구조본 ‘아류’들 두산은 ㈜두산에 전략기획본부를 설치해 그룹의 장기 전략과 계열사를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에 15개실의 경영관리본부를 두고 있다가 2004년 12월 8개실로 축소하고, 명칭을 정책본부로 변경했다. 정책본부는 미래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중복투자 예방, 핵심가치 수립 등 그룹 차원의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부는 ㈜동부가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실적 등을 평가하며, 경영사항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 사업계획과 미래 비전을 고민할 경영전략추진실을 두고 있으며,SK는 2004년 구조본을 해체한 이후 SK㈜에 투자회사관리실을 설치해 재무관리나 사업 구조조정, 인재 수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지주회사인 ㈜LG가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강유식 부회장이 재경팀과 인사팀, 경영관리팀, 브랜드관리팀, 법무팀 등 60여명의 구성원을 이끌고 있다. 한화는 재계에서 유일하게 구조본이라는 명칭의 총괄기구를 두고 있다. 회장 비서실 조직에서 출발해 외환위기 때 계열사 구조조정을 위해 출범했다. 별도 조직으로 계열사에서 파견한 인원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진그룹은 구조조정실을 두고 있으며, 삼성은 최근 전략기획실로 새롭게 변신했다. 기존 구조본 조직 1실 5개팀 147명에서 3개팀 99명으로 축소했다. 법무실 18명, 재무팀 28명 등 48명이 계열사로 돌아갔다.●중견그룹은 구조본 강화 금호아시아나와 현대, 코오롱, 현대백화점 등은 구조본의 ‘아류 조직’을 강화시켜 사실상 구조본을 부활시켰다. 코오롱은 지난해 12월 경영전략기획실을 경영전략본부로 승격시켰다. 구조본 폐지 이후 5년 만에 구조본 기능을 되살린 것이다. 경영전략본부는 전략기획팀, 인사팀, 윤리경영팀, 재무팀, 비서팀, 홍보팀 등 6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는 지난해 경영전략팀을 기획총괄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전인백 전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을 본부 사장으로 영입했다. 회장 직속기구인 기획총괄본부는 구조조정 업무를 비롯해 그룹 현안 업무를 총괄한다. 금호아시아나도 지난해 전략경영본부를 기존 6팀 체제에서 5개 부문 10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현대백화점은 2004년 부사장급인 경영지원실을 사장급인 기획조정본부로 격상시켰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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