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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산되는 印尼 특사단 절도 파문...외교도 경제도 모두 마이너스 불가피

     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묵었던 호텔에 몰래 들어가 정보를 빼내려다 들통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직원들의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정황 증거상 국정원 직원이 개입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의제로 오르지는 않아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이미 다른 비선 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수사중인 사안인만큼 사실여부를 확인해줄수 없다.”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의 연루 가능성을 직설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원 소행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사실 관계가 다르다.”면서도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통적인 우호관계인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외교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내 정치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세훈 국정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주 리비아 대사관에 나가있던 국정원 직원이 무리한 정보활동을 벌이다 추방된 이후 또한번 국정원 직원들이 물의를 빚으면서 취임 2년째를 맞는 원 원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야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충성도’ 만을 강조하는 최근 조직개편의 폐해에서 비롯됐으며, 일부 언론에 사전에 알려진 것도 이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국정원내 세력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T-50 수출도 불투명해져  당초 국정원은 T-50 고등훈련기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해 사전에 관련 정보를 빼내기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네시아 수출 건은 거의 성사 단계로 국정원이 어설프게 개입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수출건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T-50 은 방산 수출 목표의 가장 큰 규모로 평가 받고 있는데, 현재 인도네시아는 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러시아를 두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까지 한국과 러시아가 평가 과정에서 1,2위를 다투며 경쟁하고 있으며 조만간 인도네시아 내부 감찰위원회가 열려 사업의 공정한 진행 여부와 사업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러시아보다 한국 T-50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는 T-50의 첫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국내 정부기관의 소행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T-50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정부는 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와 미국, 인도 등에 T-50 수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우리가 이탈리아에 밀린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재협의를 타진 중이다.  지난해 방사청은 방산수출 목표로 15억달러로 정하면서 4억달러를 T-50 수출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의 꿈이 좌절되면서 4억달러 목표는 사라졌다. 올해도 방사청은 16억달러 수출목표를 세우면서 이 가운데 4억달러를 T-50으로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성수·오이석기자 sskim@seoul.co.kr
  • [격랑의 중동] 초강경 시위 진압 카다피는

    초강경 시위 진압으로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알 카다피(69)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독재자로 꼽힌다. 42년째 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그 역시 한때는 젊은 혁명 영웅이었다. 부패한 왕과 낡은 전제군주제를 몰아내고 국가의 면모를 일신했던 인물이었다. 1942년 유목민의 아들로 태어난 카다피는 1963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군사학교에 들어가 직업군인이 됐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었던 나세르를 모방해 젊은 장교들로 구성된 ‘자유장교단’을 구성한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일개 대위에서 일약 혁명평의회 의장으로 취임해 권력을 장악한 카다피는 국부 유출의 원흉으로 규탄의 대상이던 외국 석유회사들을 추방하고 석유자원을 국유화했다. 미군기지를 철수시키고 비동맹운동에 참가하는 등 독자외교노선을 견지했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인들을 추방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식민잔재도 철폐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단일 이슬람 국가 건설을 시도하고 엄격한 금욕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등 점차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외교무대에서 숱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중동사 전문가 고 앨버트 후라니는 저서 ‘아랍인의 역사’에서 정권을 잡을 당시의 카다피에 대해서는 ‘장교 출신의 탁월한 인물’로 표현한 반면 권력을 장악한 뒤의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카다피는 미군기지를 철수시키는 등 반미노선을 견지했고 그 대가로 리비아는 오랫동안 미국과 군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대외적으로 고립을 감수해야 했다. 미국은 1979년 시위대가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1980년 외교관계를 끊었고 이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미국을 겨냥한 테러사건의 배후라는 이유로 1981년과 1986년 두 차례 리비아를 폭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비아와 미국은 2003년 12월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전격 합의했고 이후 관계개선을 거쳐 2006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외교관계를 전면 정상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수쿠크법’ 지상논쟁] “UAE 원전수주·法개정 다르게 봐야”

    [‘수쿠크법’ 지상논쟁] “UAE 원전수주·法개정 다르게 봐야”

    “종교적인 구도로 볼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 문제와 이슬람 채권(수쿠크)법안의 타당성 문제는 달리 봐야 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채권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는 수쿠크법 도입과 관련해 이자 소득을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종교의 특수성을 상업적인 측면에서 인정, 거래상 불평등이 없도록 해야 하며 과잉유동성 문제는 이슬람 채권만이 아닌 전체 외화표시채권 관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화마다 자신의 종교적 특수성이 반영된 상업활동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충분히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평하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가 지난해까지 종교상 문제로 대립돼 왔는데 이슬람 채권에 대한 과세, 비과세 문제를 종교 문제로 정리할 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외화 과잉유동성 우려와 관련,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문제며 이슬람 채권뿐 아니라 외화표시채권 전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유동성 규제가 맞다면 외화표시채권 전체에 대해 이자소득의 비과세 조항을 없애자고 개정안을 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외화표시채권 발행이 대부분 공기업, 대기업이고 면제 금액도 크지 않아 채권에 대한 대우, 관리 논의가 더 생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에서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일부 금액이 테러자금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수쿠크법 추진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일 조짐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며 테러 문제는 굉장히 신중하고 철저히 조사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 증거가 전혀 제시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세금 부과는 “원칙상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상 정치·종교 분리를 강조하며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는 종교에 대해 중립이며 이는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종교적 문제로 바라보지 않으며 (협박 등으로 소신이) 흔들린다면 정치가 아니고 헌법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UAE 원전수주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는 “UAE 원전수주는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수쿠크 법안 처리와 원전수주 문제는 완전히 직결되지 않으며 따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분리 처리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에서 분명히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청와대가 해야겠다는 판단이 있으면 책임 있게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해야지 국회 논의에 맡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글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중동 대중권력 시대 좋긴 한데”… 친미 깃발 유지 고심

    “중동 대중권력 시대 좋긴 한데”… 친미 깃발 유지 고심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가 반정부 시위로 들끓으면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도 대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친미국가와 반미국가 가릴 것 없이 시민혁명의 불길에 휩싸인 아랍권이 지금 미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중동의 지각변동 앞에서 미국은 허둥대고 있다. 튀니지 벤 알리 정권의 붕괴를 지켜보면서도 미처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친미 독재정권 붕괴가 반미 이슬람 정권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1차 목표만 확고할 뿐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각론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의 안정이라는 전략적 이해와 중동의 민주화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맹을 재구축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까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바람과 독재자에 의해 지탱돼 왔던 안정이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 끼여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민은 ‘맞춤형 대응’에서 일단이 드러난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을 펴고 있는 양상이다. 당장 동맹국인 바레인 정부에 대해 미국은 이집트 시위 초기의 대응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바레인 정부의 퇴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인구 70만명의 소국이지만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 이슬람 시아파 정권의 영향력을 최일선에서 차단해 온 바레인 수니파 정부의 퇴진과 이후의 정국 혼란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반면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에 대해서는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를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원거리 지원사격을 펴고 있다. 중동 친미 정부들과의 협력 태세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무바라크 이집트 정권이 붕괴된 뒤로 미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모두 나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셰이크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자 등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친미 전선 수호에 부심하고 있다. 이 같은 미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환점을 맞은 중동의 향후 지형이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설령 다각도의 노력으로 반미 성향의 이슬람 정권 탄생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시민혁명에 의해 탄생된 새 정권들이 일방적인 친미 노선을 견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권력의 추가 독재권력에서 일반 시민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극소수의 절대권력자에게 의존해 왔던 미국의 중동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마르완 무아셰르는 “수십년간 미국은 (이 지역에서) 석유와 이스라엘 때문에 민주주의보다 안정을 우선시했으나 이 같은 정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절대권력이 아닌 대중권력을 향해 중동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가고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사설] 걱정스러운 이슬람채권법 ‘종교적 왜곡’

    이슬람채권에 면세 혜택을 주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이 임시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 개정을 바라는 정부와 달리 개신교계와 야당,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드세다. 어렵사리 문을 연 국회에 또 돌풍을 예고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어제 ‘재원을 조달하는 새 길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이 뜨겁다. 법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이슬람채권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건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슬람채권법은 달러 표시 채권에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듯 이슬람채권에도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지금 법대로라면 이슬람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자산 매매며 임대에 따른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다른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때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 불이익을 면세를 통해 동등하게 해결하자는 주장에 반대한다면 오히려 형평성을 애써 외면하는 처사인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와 관련한 자금대출용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민주당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이 법안을 처음 낸 건 UAE 원전 수주 훨씬 전의 일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12월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우려할 대목은 끊임없이 종교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종교계 안팎의 집단 이기일 것이다. 한기총을 비롯한 개신교 보수교단 대표들이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법안 반대 입장을 편 데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까지 했단다. 가뜩이나 이 법안이 1년 넘게 표류한 것을 놓고도 개신교 신자인 의원들의 입김이 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금이라도 아집과 독선을 허물고 진정한 국익과 종교적 선(善)이 뭔지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 CIA 테러첩보 치중 ‘민주화정보 공백’

    CIA 테러첩보 치중 ‘민주화정보 공백’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이 최근 일련의 중동 반정부 시위를 겪으면서 도마에 올랐다. 30년간 장기 집권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온 이집트의 민주화 열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가 하면, 사임 거부 연설을 하기 수시간 전 미 정보기관 책임자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할 것이라고 보고하는 등 이번 중동사태는 최고로 평가되던 미국의 정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한해 약 90조원(약 801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과연 이에 걸맞은 정보들이 생산되는지, 내부 시스템에는 허점이 없는지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 국가정보국(DNI)의 발표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에 미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과 군의 정보활동에 쓰인 예산은 총 801억 달러(90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토안보부(DHS)의 예산 426억 달러, 국무부 및 해외지원 예산 489억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며 2009년 통과된 경기부양 예산의 10%에 해당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보기관들의 주요 관심 대상은 테러 관련 정보를 사전에 수집해 테러 발생을 사전에 막는 데 있다. 중동 지역은 테러뿐 아니라 석유와 이스라엘 때문에도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역이다. 물론 CIA는 지난 한해 동안 중동 지역의 불안 요소들과 관련된 450개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와 관련해서는 1만 5000건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정보의 홍수를 이뤘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정보 보고서들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를 가져온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일부 비평가들은 CIA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아랍 국가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을 결집시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자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당국이 이집트 등 아랍권에서 대(對)테러 첩보에 주력하느라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정보 공백’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지난 16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35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중들의 감정과 군부의 충성도, 인터넷의 역할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대책을 밝혔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이집트軍 “총선 전 계엄 해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퇴진 이후 국가운영을 맡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가 3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비상계엄령을 선거 이전에 해제할 예정이라고 개헌위원회에 참여하는 무슬림형제단 관계자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개헌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이 관계자는 “군 최고위가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전에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선거는 반년 안에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현지의 민주화 열기는 노동권 보장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카이로 공항 세관원과 관제사, 청소원 등 수백명은 이날 임금인상과 의료보험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국영 방직공장 노동자 2000여명도 임금 현실화를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인력부 공무원 2000여명도 부패척결과 임금인상 요구 시위를 벌였다. 한편 엘렌 러스트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는 16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를 통해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민주화 열기의 공통요소로 극심한 빈곤과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을 꼽았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료를 인용해 빈곤선 이하 생활을 하는 인구 비율이 이집트와 알제리는 40%, 예멘은 60%, 시리아는 30%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아 변화 욕구가 덜했던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서도 불평등과 독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이 세계에서 가장 실업률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불만이 높아진 청년층이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그는 이집트에서 군부가 강경 진압을 자제한 데는 권력층과 국민들이 모두 수니파 무슬림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소수 종파·인종이 지배하는 바레인이나 시리아·요르단 등에서는 가혹한 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항우연 원장 돌연 사퇴

    나로호의 1·2차 발사를 이끌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이주진 원장이 임기를 9달여 앞두고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17일 항우연과 기초기술연구회 등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서울 출장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에 이 원장이 갑자기 몇몇 지인들에게 사의를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신년사를 통해 나로호 3차 발사에 진력하겠다고 밝힌 데다, 지난달에도 한국형 위성 수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이어서 뜻밖”이라고 말했다. 과학계 주변에서는 이 원장이 2008년 말 취임 이후 나로호 발사에서 두 차례 연속 실패하고, 또 최근 나로호 발사 실패 책임 소재를 두고 러시아 측과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올해 3차 발사가 사실상 불투명해지는 등 심적으로 사퇴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나로호 발사를 담당하던 교육과학기술부 거대과학정책관을 교체하는 등 인사 쇄신 압박을 못 이겨 자진해서 사퇴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美-이란 ‘스마트 전쟁’

    미국과 이란 사이에 치열한 ‘스마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힐러리 장관도 인터넷 탄압 비판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이란 정부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리자, 미국은 ‘인터넷의 자유’를 주창하며 이란의 반미(反美) 정부를 공개 압박했다. 그러자 러시아까지 가세해 중동 지역의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란어에 이어 조만간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이란 정부를 겨냥해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보급에 따른 통신의 자유가 진전됨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자국민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이날 워싱턴 D C의 조지워싱턴대를 방문, 연설에서 “인터넷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는 결국 자기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장관은 “이란에서는 당국이 야당과 미디어의 웹사이트를 막고, 소셜미디어를 표적으로 삼는다.”면서 “국민들의 의사표시 열망을 잠시는 몰라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미얀마, 베트남, 시리아 등을 인터넷 탄압 국가로 지적했으나 북한은 거론하지 않았다. ●러 “특정 정부형태 강요 옳지 않아” 워싱턴포스트는 보좌진의 말을 인용해 힐러리 장관이 시위대의 페이스북·트위터 사용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것을 계기로 ‘인터넷의 자유’를 폭넓은 이슈로 부각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힐러리 장관은 국무부가 지난주 아랍어와 이란어에 이어 조만간 중국어와 힌디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도 트위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강경하게 반응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국영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은 최고를 지향하고 세계에서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바꾸려는 나라이기 때문에 적들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들은 결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영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국가들에 민주주의나 특정 정부 형태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힌 뒤 “혁명을 선동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전쟁이 18일로 예고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불감의 껍데기부터 벗겨내자/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불감의 껍데기부터 벗겨내자/김성호 논설위원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성난 민심에 무릎을 꿇었다. 사퇴 의사를 번복하다가 쫓기듯 하야 성명을 낸 독재자의 말로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망명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데다 혼수상태설까지 나돈다. 30년 독재의 추악함은 그와 일가가 빼돌리고 감춘 재산의 덩어리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방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은닉한 검은 돈이 최고 78조원에 달한단다. 그것도 모자라 퇴진을 외치는 시위가 이어지던 18일 동안 해외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니 그 무지막지한 도덕 불감(不感)엔 붙일 말이 없다. 무바라크의 재산은 우리의 한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 대통령 말이다.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에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대통령. 검찰이 강제집행을 통해 533억여원을 추징했다지만 1672억원의 추징금이 아직 남아 있다.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쥐꼬리만큼의 자진 납부를 간간이 이어가는 회피와 모면의 기술에 놀랄 따름이다. 무바라크의 은닉 못지않은 도덕성의 불감과 실종이 아닌가. 지금 우리 사회에 퍼진 불감증이 어디 전직 대통령의 도덕뿐일까. 그 엄청난 피해와 상처를 수없이 겪고도 ‘지난 50년간 유례를 볼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란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자격 논란 끝에 줄줄이 낙마한 고위 공직자의 망신과 수치에도 불구하고 인사 청문회마다 위장전입이며 병역기피, 탈세의 비리가 어김없이 불거진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참사에선 손톱만큼의 교훈도 건져내지 못한 듯하다. 개통 후 12차례나 크고 작은 운행 사고를 낸 국산 고속철 KTX산천은 바퀴가 선로에서 빠지는 위험천만의 탈선을 불렀다. 그뿐인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불감의 어리석음은 곳곳에 작렬한다. 구제역이 창궐하는 나라를 다녀온 농장주며 검역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 농장 저 농장을 휘젓고 다닌다. 대낮 학교에서 버젓이 어린 학생을 납치해 몹쓸 짓을 한 인면수심도 여전히 흉흉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교육비리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교육계는 또 인사청탁 시비에 휘말리지 않았는가. 포격과 폭침의 참사를 보고도 종북의 목소리를 높이는 인사와 단체의 행태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도처에 만연한 이 불감증의 원인은 늘상 무지와 회피다. 제대로 알지 못해 재앙을 반복하는 태만이고, 그때만 넘기고 보자는 위기의 모면. 복원된 지 석달 만에 쩍 금이 간 광화문 현판은 날씨 탓이란다. 전셋값이 폭등하는 난리에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며 뒷전에 섰던 국토부 장관은 뒤늦게 “전·월세 대책을 계속 만들겠다.”며 말을 바꿨다. 전국이 소·돼지의 묘지로 변해버린 상황을 맞고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제역 매몰지 관리 실명제를 들고 나섰다. 지난 10일 화재 참사 3년을 맞아 문화재청이 공개한 숭례문 복원 현장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새로 부임한 문화재청장의 “전통방식 그대로 온전하게 국보1호 숭례문을 되살려 내겠다.”는 말은 일단 고무적이다. 그런데 그 취임 일성에 얹힌 걱정의 끈이 녹록지 않다.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다 졸속의 강박감에 갈라진 광화문 현판의 모습, 엉터리 장인의 장난에 놀아난 희대의 국새 사기극 잔상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청산하려는 이집트 국민의 각오가 단단한 것 같다.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초강경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불감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반성과 의지의 결집이 아닐까. ‘잘 알지 못해서’, 아니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핑계의 불감증은 나와 세상을 급속히 오염시키고 망가뜨리는 전염병이다. 불감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두 눈 부릅뜨고 말이다. 불감을 넘어 무감으로 치닫는 망국병의 흔적이 너무 많지 않은가.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얼마 전 청주를 다녀왔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둘러봤다. 관람객들이 집중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말투에 힘이 있는 노신사. 직지활자와 직지 제작과정 모형 그리고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 전시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고 있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고인쇄물에 대해 설명하는 자원봉사자 일을 5년째 하고 있단다. 귀경길에 낭보를 접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도서 297권이 5월 반환된다는 소식이었다. 프랑스가 약탈해 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의 친정’을 막 다녀온 여행에 기쁜 소식이 겹치면서 여러 감회가 교차됐다. 연구실에 돌아와 외규장각도서의 반환 협상 자료를 찾아봤다. 이 도서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것은 1975년이다. 이 도서관에서 일하던 박병선씨가 파손도서 창고에서 발견한 것이다. 모리스 쿠랑이 ‘조선서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화재는 국제법상 프랑스 소유를 인정받고 있다. 그 실존을 확인한 것만도 당시엔 대단한 성과였다. 우리 정부가 무려 17년이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약탈도서 반환을 요구했다. 이듬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테제베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 이 문서의 반환을 약속했지만 곧 반환협상은 무산됐다. 프랑스가 등가등량교환을 조건으로 세운 탓이다. 약탈문화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똑같은 가치의 문화재를 자신에게 주고 고도서를 찾아가라고 ‘생떼’를 쓴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정부는 이에 합의했다. 국민여론이 폭발했다. 합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5년이 지난 뒤인 1998년 민간 차원의 형식으로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이 재개됐다. 그 이후 민간은 물론 정부의 갖은 노력 끝에 영속 귀속을 의미하는 장기 대여의 쾌거를 얻어낸 것이다. 문화재 반환을 둘러싸고 ‘생떼’를 쓰던 18년 전과 지금의 프랑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형식적 소유권을 끝까지 고집하는 프랑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우리 국민의 요구대로 무상반환을 한다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세계 3대박물관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인 루브르박물관은 텅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 노신사의 목소리가 이명 현상처럼 계속 달라붙는 느낌이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문명국만이 할 수 있는 대역사다. 그 기록을 제대로 보존하고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록역사문화는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문화유산이 직지,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등 7개나 된다.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중국도 5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청나라 왕조에 국한된 것이다. 일본은 하나도 없다.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계 역사와 문화발전에 기여, 또는 세계사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등재가 불가능하다. 이같이 우리 기록문화를 인정받을 수 있음도 우리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가치를 설파하던 노신사의 열정, 그에게 열중하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이날, 아니 어느 날이든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다녀간 청소년과 어린이는 자발적으로 관람감상문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기록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록의 필요성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본 사람들만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길까.’라고 되물어 본다. 왠지 답답하다. 외규장각도서가 발견된 이후 반환 요구를 요청하는 국민의 소리를 17년 동안 외면했던 정부, 등가등량교환에 합의했던 과거 정부의 모습에서 현재 정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대포폰, 하드디스크 파기,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등에서 왜곡된 기록문화를 보게 된다. 현재 우리는 기록을 지키고 빼앗긴 기록물을 찾아오는 문제가 아니라 기록하는 자체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록문화의 위기다.
  • 최중경 지경장관 ‘UAE원전 수주’ 의혹 해명 “수출 금융대출 국제적 관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이면계약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수출금융대출 의향서를 제출한 것일 뿐 본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형 플랜트를 수출하는 경우 수출금융대출은 국제적인 관례”이며 미국과 일본 등도 자국 수출신용기관을 통해 수출금융을 실시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장관은 지난달 27일 장관 취임 이후 UAE원전 수주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해명하고, 지난 14일 국회 당정협의회에서도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정조사까지 들고나오자 서둘러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최 장관은 “대규모 플랜트 금융지원은 관례에 해당하고 상식이라 굳이 발표할 필요가 없었다.”며 “역마진은 수출신용협약에 따라 하기 때문에 저리로 주기 어렵고, UAE 아부다비는 국부펀드가 큰 규모로 운영돼 돈을 못 받을 확률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대출금액과 기간, 금리 등 조건은 향후 UAE가 대출을 요청하면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출계약서 공개 요구와 관련해서는 “추가 수주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데다 국제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UAE 원전수주액 186억 달러(약 20조 8200억원) 중 100억 달러(약 11조 2000억원)를 정부가 UAE에 28년간 빌려주기로 한 정부의 미공개 이면계약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전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10명)을 구성했다. 이어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민주당은 모든 관계 상임위원회와 함께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고 국정조사도 추진할 것을 다시 한번 국민 앞에 밝힌다.”고 말했다. 이순녀·강주리기자 coral@seoul.co.k
  • [요동치는 중동] 코샤리 혁명의 승자·패자는 누구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18일 만에 막을 내린 이집트 코샤리 혁명‘을 놓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이 14일(현지시간) 승자와 패자를 꼽았다. FP가 가장 먼저 꼽은 승자는 경찰의 무력진압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집트의 혁명을 이끌어낸 시위대다. 아랍 세계의 ‘피플 파워’을 보여줬다.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단위로 보도했던 알자지라는 아랍세계와 외부를 연결해 주면서 강력한 혁명의 도구 역할을 했다고 FP는 평가했다. 중동의 민주개혁가들도 이집트 혁명을 통해 얻은 게 많다. 이집트 시위에 긴장한 다른 독재자들이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위기의 시기에 오히려 자신들의 힘을 더 키운 이집트 군과,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외교에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안 상대적으로 ‘레이더 망’에서 벗어나게 된 중국도 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어부지리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무바라크 일가가 이번 혁명의 패자라는 것은 굳이 후시대의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테러만이 아랍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알카에다의 주장도 더욱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FP는 주요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승자가 아닌 패자로 지목했다. 무바라크의 대안 세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누렸던 대중적 지지는 이제 무바라크와 함께 과거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팔레스타인의 대차대조표는 다음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무관심 속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 패자로 분류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슬람채권법 2월국회 새 변수로

    중동의 석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 채권법안)이 2월 국회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UAE 원전수주 관련 의혹도 여야 간 대립이 아니라 각 당 내부에서 찬반이 첨예하다. 이슬람 포교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기독교계의 반발도 크다.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한전이 28년 동안 UAE에 빌려주기로 했다.”는 미공개 합의가 공개되면서 이 돈을 끌어오기 위해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임시국회에서 1순위로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 국회 기재위에서 막판에 법안 통과가 보류되자 “어째서 의원님들이 이렇게 생각하시는지요.”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 들이려면 이슬람 채권(스쿠크)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금융업계도 법안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논란은 돈 거래에 따른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이슬람 교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권은 채권 거래를 부동산 등 실물 형태로 변형시킨 스쿠크 기법을 활용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이자 대신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 이자만큼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실물 거래에 따른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이 발생하는데, 이 세금을 면제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물을 실제로 사고파는 게 아닌 만큼 이슬람 채권도 이자소득세 감면에 해당하는 면세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부·금융업계 법안통과 기대 반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스쿠크는 근본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샤리아 위원회가 좌지우지하며, 투자수익금의 2.5%를 헌금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관련 서류 파기’가 강제되는 관행 때문에 테러 연관성이 의심된다.”면서 “과도한 면세 혜택은 최근 정부의 조치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이창구·황비웅기자 window2@seoul.co.kr
  • “무바라크 건강상태 심각”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떠밀려 30년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언론도 “혼수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주미 대사도 14일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슈크리 대사는 NBC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바라크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이집트와 아랍권 언론을 인용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건강이 크게 악화돼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신문 ‘알마스리 알야움’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으며 자택에서 치료 중”이라면서 “가족들이 입원 결정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국영 TV 방송을 통해 방영된 사퇴 연설을 녹음하는 과정에서도 몇 차례나 의식을 잃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반면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국영 신문 알고무리아를 인용,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신 건강 상태가 심각하지만,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총리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아흐메드 샤픽은 전날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홍해 연안의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있는 겨울 관저에 계속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망명을 한다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행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두바이를 기반으로 한 알아라비야를 인용,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UAE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쿠웨이트 일간지인 알카바스에 따르면 UAE 정부는 무바라크에게 오만 국경 인근 알아인으로 거처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 11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UAE 정부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두바이로 망명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UAE는 이 같은 일련의 보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무바라크 본인 역시 “이집트 땅에서 죽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정의 칼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계속 머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인들의 혁명 열기가 뜨겁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난 이집트는 과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의 독재정권마저 무너뜨린 아랍 민주화의 물결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와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의 긴급 지상대담을 통해 코샤리 혁명 이후의 이집트와 중동의 앞날을 짚어 본다. ●무바라크 퇴진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뭔가. 서정민 교수 가장 먼저 짚어 봐야 할 대목은 이집트인들이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민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집트가 아랍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아랍 현대사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0일 밤 무바라크가 퇴진을 거부하고 나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봐야 한다. 1952년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했지만 그것이 민주화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와 경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군부가 얼마나 개혁조치를 취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집트인들은 이제 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부가 실권을 장악했다. 황병하 교수 이집트 헌법은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국회의장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군 최고위원회가 권한을 이어받았다. 군부는 나세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 당시부터 이집트 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군부 출신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부는 지금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1952년 나세르 혁명도 군부 고위장교들이 왕정을 지지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자유장교단을 중심으로 한 하위직 청년 장교들이 나세르 혁명을 이끌었다. 이번 시위에 일부 청년 장교들이 가담했던 점을 감안하면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것은 군부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과 함께 무바라크를 옹호하는 쿠데타와 그를 축출하려는 쿠데타 모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군부가 오랜 이집트 통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무바라크가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려 했지만 술레이만 당시 정보국장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군부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이집트 정국을 전망한다면. 서 교수 한국이 1987년 경험했던 6월항쟁과 비슷한 경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가 국민들 요구를 수렴하는 선에서 양보하되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게 사실 미국 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로운 총선과 대선은 보장할 것이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9월에 대선을 치를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일정에 따라 이집트 정세가 안정으로 갈지 혼란으로 갈지 판가름 날 것이다. 무바라크 측근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집단은 무슬림형제단이다. 가장 큰 득표력을 갖고 있다. 이번 혁명은 민족적·세속적 성격이 강했고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의회에서 굉장히 약진할 것이다. 2005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향후 총선에선 최소한 3분의1의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황 교수 무바라크가 퇴임한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존의 공동목표를 달성한 이상 이제부터는 각자 소속 정파와 조직 목표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현재 야권세력은 외형상으로는 크게 4·6청년운동, 변화를 위한 이집트운동(키파야), 무슬림형제단으로 나눌 수 있다. 4·6 청년운동과 키파야 등은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지한다. 변화를 위한 민족연합(NAC)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파루크 아흐마드 술탄 대법원장을 지지한다.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의회에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서 이집트 민주화와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전체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빈곤구제 등 사회활동에서 보여준 오랜 경험과 열정으로 서민들의 신뢰를 쌓아 왔다. 앞으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다. ●중동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황 교수 튀니지에서 벌어진 민주화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 왔지만 이집트와 튀니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튀니지는 서구나 다름없는 국가지만 이집트는 관광산업을 빼고는 그동안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집트는 말 그대로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혁명이 곧바로 중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집트에서 이슬람 정당을 허용했다면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요르단만 해도 이슬람 정당을 인정하고 정부에 참여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한다. 예멘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4개 유력부족 대표가 대통령과 협의하면서 운영하는 이 나라에서 이집트식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도 막대한 자금력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흡수할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개혁은 가능하겠지만 이집트식 혁명은 힘들다. 서 교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어느 정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슬람에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니파의 대표주자였던 이집트가 격랑에 싸였다. 그동안 이란과 국교까지 단절했던 이집트에서 발생한 정치변화는 이란에 대한 단일전선을 흔들게 되고 이는 중동 전체 정치 역학에서 이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이스라엘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동안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였다. ●이번 혁명이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 교수 미국은 중동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입만 열면 중동 민주화와 인권을 외쳤지만 사실 지역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에서 발생한 혁명 국면에서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냈으니까 외교적 승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바라크가 사임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는 약 24시간 동안 미국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국내 정치에 미치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무바라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대표적인 친미 인사라는 점도 미국엔 부담이다. 무바라크에 대한 역풍 때문에 이집트가 과거처럼 친미정책을 펼 여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황 교수 군부가 지켜주는 한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 무바라크가 머물고 있는 샤름 엘셰이크는 이집트 국내에서 무바라크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독재자 단죄에 있어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인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시아파는 지도자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묻지만 수니파는 역사적으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비록 각종 부정부패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임한 이상 무바라크 쪽에서 볼 때 수니파 정부가 무리한 요구까지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거기다 군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마냥 내칠 수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피플파워’ 중동 현대사 새로 쓰다

    시민혁명이 중동의 현대사를 바꾸고 있다.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의 30년 철권 통치도, 튀니지의 23년 장기집권 체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피플파워 앞에 잇따라 무너져 내렸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알제리와 예멘, 요르단, 바레인 등에서도 권위주의 독재정권들이 시민혁명의 물결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동 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인터넷을 미디어로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와 트위트·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인터넷에 익숙한 수십명의 페이스북 활동에서 최초 점화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디지털 세대를 과거의 틀 속에 가둬 두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시민혁명 18일 만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자 중동의 인근 독재정권들은 ‘퇴진 도미노’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당근’을 내놓고 있다. 청년들의 분신자살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992년 이후 19년 동안 이어온 국가비상사태 조치를 곧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도 알제의 메이데이 광장 등에서는 시민 수천명과 일부 야권 인사들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 강도를 높였다. 예멘에서도 이날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 4000여명이 수도 사나에서 1978년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의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때 경찰과 대치했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자극받아 2013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8일 야권 인사를 포함한 새 내각을 출범시키는 한편 쌀과 설탕, 연료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억제하는 조치를 내놓았고, 바레인에서는 다음주 야권 시아파의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각 가정에 1000디나르(약 298만원)씩 나눠 주기로 하는 등 유화책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 현대사가 네 번째 시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에 대통령 공화제가 수립된 1952년 나세르혁명, 이집트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충돌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그리고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이 등장한 1979년 이란혁명에 이어 2011년 민주화 혁명이 중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라는 ‘기존 권력’과 이집트 시민, 그리고 미국이라는 외세의 3각 힘겨루기에서 시민혁명이 결실을 이뤄 냈음을 의미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軍 1인자 탄타위 vs 차기후보 1위 무사 ‘스포트라이트’

    軍 1인자 탄타위 vs 차기후보 1위 무사 ‘스포트라이트’

    이집트에도 혁명의 꽃은 피었다. 이제는 그 꽃이 맺을 열매라 할 ‘포스트 무바라크’의 주인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의 수장인 무함마드 탄타위(76) 국방장관과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암르 마무드 무사(75) 아랍연맹 사무총장에게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무바라크의 측근 오마르 술레이만(75) 부통령과 시위 정국에서 존재감을 새롭게 드러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빚어낼 변주곡이 관심을 더하고 있다.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 1956년 보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으며 20년간 국방장관직을 지켜온 탄타위는 무바라크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군 최고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차기 대통령이 집권할 때까지 사실상 이집트 내 1인자이다. 술레이만과 함께 무바라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국민들로부터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술레이만 이상의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미 외교전문에 따르면 군 중간 간부들은 그를 ‘무바라크의 푸들’로 부르는 등 불만을 갖고 있다. 또 카이로 주재 미 대사관은 탄타위를 “개혁에 저항하는 인물”로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파트너다. 시위 발생 이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다섯 차례나 전화 통화를 했고, 게이츠 장관은 지난 10일 이집트 군부에 대해 “민주주의 진전에 기여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건강이 좋지 않고 정치적인 야망이 없는 인물로 알려진 데다 이집트 군부도 12일(현지시간)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점 등에 비춰 당장 그가 대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역대 대통령이 군부 출신이었고, 군이 늘 막후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것을 감안할 때 ‘킹 메이커’로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 직접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의 수장인 무사 총장은 군이 아닌 외교관 출신이다. 이집트의 최고 명문 카이로 대학 법학과를 졸업, 1958년 외무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무바라크 정권에서 10년간 외무장관을 지내 ‘뉴 페이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무바라크 정권의 관리로는 드물게 높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동 정책에 있어서는 친이스라엘적인 무바라크와 달리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 아랍연맹 관리로는 처음으로 가자지구를 찾기도 했다. 그는 혁명 이전부터 오는 9월 대선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다. 이 때문에 무바라크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고 결국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 지난 2001년 아랍연맹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바라크 퇴진 운동이 전개되면서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1위에 올랐다. 그동안은 사실상 무소속 후보의 입후보를 차단해온 헌법 때문에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아랍연맹 사무총장직을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아들 가말이 후계자 후보에서 지워진 뒤 권력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통령에 임명된 이후 무바라크와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다 미국, 이스라엘 등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군부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무바라크가 지난 10일 연설에서 퇴진을 거부한 채 술레이만에게 권력을 넘겨주면서 국민들에게는 ‘무바라크=술레이만’의 등식이 더욱 강하게 각인됐다. 무바라크가 하야를 발표했던 11일 시위대는 술레이만을 향해 “무바라크와 함께 떠나라.”고 촉구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시위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급거 귀국, 야권의 대표 주자로 지목돼 왔다. 2005년 IAEA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무바라크 대통령과 달리 부패에 물들지 않고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 언론들의 지대한 관심과는 달리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괴리감 등으로 정작 이집트 국민들로부터는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국내 정세에 어둡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본인의 대선 출마 의지는 강하다. 2009년 IAEA 총장에서 물러난 뒤 비상계엄법의 폐지와 대통령의 3선 연임 제한 등 개헌을 촉구하는 등 개혁에 앞장서 왔다. 한때 불출마 보도가 나오자 “국민들이 이집트에 변화를 지속시키길 원한다면 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피플파워’ 이집트 민주화 완결 기대한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로 권력을 넘겨받은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어제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새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에 의한 민간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국정을 과도적으로 운영하되 직접 통치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 협정을 준수하는 등 국제사회와 한 모든 약속을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는 이집트군 최고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 사태가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대로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 걸쳐 있는 아랍 세계에서 장기 독재정권이 무너진 것은 지난 한달 새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가 두 번째이다. 게다가 이집트 사태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가 비상사태가 19년째 지속돼 온 알제리,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4년째 집권 중인 예멘에서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밖에 국왕이 통치하는 몇몇 국가 또한 정정(政情)이 불안하다는 외신이 잇달아 나온다. 아랍권에 가히 세계사적 대변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국제사회가 이집트 민주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독재권력이 장기간 존재하던 나라가 단박에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예가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화 과정만 봐도 그렇다. ‘박정희 시대’를 마감하고도 민주적인 사회가 정착될 때까지, 우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이라는 희생을 치렀고 전두환 철권 통치를 겪어냈다. 따라서 사회 불안을 핑계로 이집트 군부가 직접 통치에 나서려 하지는 않는지, 명목상으로만 민간정부를 구성하고 실질적으로는 군정을 이어가려 하지는 않는지 부단히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부 이해 당사국이 개입하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랍권은 현재 세계 질서의 당당한 한 축이다. 그러므로 아랍권의 안정과 발전은 세계평화 증진과 인류의 공동 선 실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까지 번진 아랍권의 민주화 요구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조속히 정착되기를 바란다.
  •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현대판 파라오’를 무너뜨린 것은 차량폭탄·총격 등 10차례의 암살 시도도, 중병도 아닌 그의 국민들이었다. 29년 120일간 지속됐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숨통을 민주화 시위가 18일 만에 끊어 놓은 것이다. 명예퇴진을 고집하던 무바라크는 이제 구원의 손길 없이 남은 세월을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으로 발탁된 그는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가말 압둘라 나세르와 사다트 같은 전임 대통령들이 군사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려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그는 철저한 권위주의 정부를 고수했다. 30년간 국가를 옥죄어 온 비상계엄법과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탄압, 정당·대선 후보 조건 강화로 반대파의 정계 진입 봉쇄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적들을 낳았다. 알지하드, 카마 이슬라미야, 탈레알파타 등 숱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시도에도 여러 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외교적 수완은 남달랐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탄탄한 동맹을 유지, 중동평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얻어내 이집트 경제에 수혈했다. 무바라크의 가장 큰 실책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집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말은 결국 지난 5일 집권 국민민주당 ‘넘버 3’인 정책위 의장에서 사퇴, 세습의 꿈을 버려야 했다. 700억 달러(약 78조 8900억원)로 알려진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에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을 20억~3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은닉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무바라크가 시위기간 중 재산을 추적 불가능한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지난 11일 스위스 은행의 무바라크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바라크는 자산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빼돌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 과정 등에서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등의 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 부를 형성한 혐의가 짙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무바라크의 자산 동결 여부가 긴급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부패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가 이미 독일로 출국했거나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는 설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바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 튀니지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과 함께 ‘독재자 클럽’을 만들 것이고 이 클럽의 회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30년 독재자의 말로를 정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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