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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원작 뮤지컬 맞대결

    영화 원작 뮤지컬 맞대결

    영화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대박을 터트린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영화를 원작으로 한 신작 뮤지컬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재구성한 ‘마이 스케어리 걸’(3월6일~5월17일 충무아트홀 블랙소극장)과 이성재, 유지태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주유소 습격 사건’(3월12일~6월14일 백암아트홀)이 그것. 영화에서 출발했지만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색다른 재미를 내세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재구성 ‘마이 스케어리 걸’ 예기치 않게 잇달아 살인을 저지르는 수상한 여인 미나, 그리고 그녀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는 소심한 대학강사 대우. 이들의 아슬아슬한 러브스토리를 다룬 저예산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극 전개로 2006년 뜻밖의 흥행을 거뒀다. 뮤지컬은 영화의 기본 구성을 토대로, 엽기적인 현실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사랑을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음악적 변주로 풀어낸다. 무대 위의 주인공은 진지한데 관객은 웃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 영화에서 다소 설명이 부족했던 미나의 심리를 좀더 부각시켜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뒀다. 뉴욕대 예술대학원 뮤지컬극작과 동문인 작가 강경애와 작곡가 윌 애런슨 콤비의 대중적인 음악도 비장의 무기다. 지난해 대구 뮤지컬페스티벌에서 워크숍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성록, 김재범이 순진남 대우로 번갈아 출연하고 방진의가 살벌하지만 매력적인 미나를 맡는다.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 박용호 대표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블랙 코미디적 느낌이 강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2230-6601. ●동명 영화 무대로 옮긴 ‘주유소 습격 사건’ 무작정 주유소를 습격한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1999년 개봉 당시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전형으로 떠올랐다. 뮤지컬은 영화에 참여했던 박정우 작가와 손무현 음악감독, 그리고 ‘헤드윅’ ‘쓰릴 미’ 등 화제작을 만들어낸 김달중 연출가 등 쟁쟁한 스태프들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상황에 따른 인물간 충돌과 개성 강한 캐릭터의 힘에 중점을 둔 영화의 특징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난다. 영화 OST로 익숙한 ‘오늘도 참는다’ ‘희망가’를 비롯해 2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원작 뮤지컬들이 영화와의 차별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영상 사용을 꺼리는 것과 달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목도 눈에 띈다. 프로젝터 4대를 활용해 공연 내내 무대에 영상을 투사한다. 때론 인물 심리를 나타내기도 하고, 때론 무대 세트로도 활용된다. 이성재가 맡았던 리더역의 최재웅, 유지태가 열연했던 ‘뻬인트’역의 이율 등 뮤지컬계 신성들이 출연한다. 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선우용녀 “시트콤 연기는 억지 아닌 자연스러움”

    선우용녀 “시트콤 연기는 억지 아닌 자연스러움”

    탤런트 선우용여(선우용녀)가 시트콤 연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꺼내놓았다. 선우용여는 23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진행된 MBC 새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극본 김현희 박민정 한설희ㆍ연출 전진수 이지선) 제작발표회에서 “직선적인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할머니들이 평소 표현하지 못하는 걸 대변하는 캐릭터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과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선우용여는 “시트콤은 해보니까 만들어 내지 않아야하는 것 같다.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건 연기가 아닌 자기만의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며 시트콤만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일단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한다. 서로가 살려주는 연기를 해야 자신의 연기를 살아난다. 상대를 받혀줘야 본인 캐릭터가 나온다.”며 “제가 쭉 봐오니까 억지로 연기를 하려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웬만한 병은 웃음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시청자들이 우리 시트콤을 밝고 재밌게 보실 수 있게 촬영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선우용여는 극중 정선경의 시어머니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주부다. 며느리와 갈등관계를 형성하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어머니 캐릭터다. 며느리나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 할 말은 다 퍼붓고 살며 두 아들을 번듯하게 키웠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MBC 새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는 한국 중산층의 소소한 일상을 매만지는 명랑하고 따뜻한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뭘 좀 아는 30대 후반의 동네 언니들을 중심으로 인생의 모진 태클에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향한 파란만장 고군분투기가 펼쳐진다. 박미선, 정선경 김희정 홍지민 최은경 선우용녀 김국진 윤종신 문희준 장희진 등이 출연하는 MBC 새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는 오는 3월 2일 오후 7시 45분 첫 방송된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왜 케인스 경제학인가

    왜 케인스 경제학인가

    전 세계 금융위기의 ‘메시아’로서 케인스가 부활하고 있다20세기 전반 제1·2차 세계대전과 대공항 속에서 수정자본주의를 내놓은 케인스는 최근 30~40년간 인플레이션의 주범, 공공분야의 확대로 인한 효율성 저하, 노동조합의 권력 팽창, 정부정책의 실패, 좌파 경제학자 등과 동일시되면서 조소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 친화력을 강조하는 관료는 물론 시장주의자·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던 월가의 투자은행조차 케인스를 운운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존 메이너드 케인스 1·2권’(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고세훈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은 그같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로 전 세계에 정부의 규제완화와 시장의 효율을 강조하던 밀턴 프리드먼류의 신자유주의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선언으로 결정타를 맞고 타이타닉처럼 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워싱턴 컨센서스’가 유용하지 않게 됐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1990년 전후로 경제위기를 겪는 남미와 개발도상국, 제3세계에 구조조정을 전제로 삼아 미국식 시장 경제체제(신자유주의)의 대외 확산 전략을 꾀하는 것.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모여 있는 워싱턴에서 이뤄진 합의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케인스가 살아 있다면 현재의 금융위기 속 경제위기에서 어떤 처방을 내릴까. 그는 우선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유효소비를 증대시키려고 할 것이다. 잘 알려진 ‘소비가 미덕’인 셈이다. 구매력 있는 고소득층의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가지 않도록 이자율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될 경우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기업의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초단기 자금으로 시장을 떠도는 유동성의 함정에 갇힐 수도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폄으로써 경기불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케인스는 정부 정책으로 경제를 성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봤을까? 아니다. 불확실성이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의 성과를 위축시키듯이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다만 케인스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아니라 어떤 개입을 할 것이냐로 초점을 맞췄다. 후대의 경제학자들이 그 철학과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에서 케인스는 결국 20세기 초반을 살아나가면서 자유주의자에서 정부 개입과 보호무역을 외치는 수정자본주의자로, 화폐수량설의 개량자에서 비판자로,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시장에서 국가로 관심사를 이동시켜나간 현실주의자의 모습으로 살아난다. 영국 재무부 관료로 1차 대전에서 패한 독일에 영국 등 승전국이 요구한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에 반대한 비범한 경제학자의 초상이 나온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케인스가 한국경제에는 뭐라고 조언할까. 저자인 스키델스키는 “대대적인 경제구조의 변화를 동반한 경제발전의 문제와는 사실상 큰 관련이 없으므로, 전후 한국 정부가 거시적 수요 창출뿐만 아니라 미시적 결정과 관련해서도 일일이 개입하는 경제발전 모델에서 케인스가 언급할 대목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한국 경제는 서방의 정책결정자와 언론의 갈채 속에서 곧바로 ‘워싱턴 컨센서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가 금융위기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케인스 사후 63년만에 마침내 케인스가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 등 대표적인 이론을 사회·경제·정치적 맥락에서 분석함으로써 케인스가 추구했던 복지국가의 모델로서 경제적 해법을 밝히고, 현재적 상황에서 맹종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케인스의 경제이론은 1·2차 세계대전과 그 사이에 발생한 대공항,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파시즘 대두 등 파괴적인 사회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영국 워릭 대학 정치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원래 역사학자로 케인스 전기를 쓰면서 경제학을 공부해나간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는 교양 역사서처럼 보이고, 비경제학자에게는 경제학 서적처럼 보인다. 저자는 1970년초 출판사와 계약할 때는 케인스를 다룬 단행본을 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후 30여년이 지난 2000년에야 케인스 3부작으로 태어났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한 번역자가 한국어 번역의사를 밝혔을 때, 저자는 3부작을 40% 줄인 1000쪽짜리 축약 단행본(2003년판)을 번역하라고 권고했단다. 단행본에 대한 저자의 애착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 과정에서 책은 1700쪽으로 늘어나 불가피하게 두 권으로 나누어졌다. 책을 쓰는 데 30년, 번역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이 책이 집필되던 1970년대는 케인스는 용도 폐기되면서 신자유주의가 대두되던 시점이었고, 번역이 시작된 2004년은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세상을 내다보는 혜안과 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권 3만 5000원, 2권 3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법원, 이혼한 부모 중 자녀 친권자 사망때 남은 부모 친권부활 심사

    자격없는 부모의 친권 자동부활권이 사라진다. 대신 법원이 생존부모의 양육능력과 자녀의 의사 등을 고려해 친권자로 지정할지를 결정한다. 이르면 6월부터다. 법무부는 단독 친권자가 사망할 때 가정법원이 살아 있는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오는 5월까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또 단독 친권자가 유언으로 자녀의 양육을 책임질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친권이란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를 보호·감독할 신분상·재산상의 권리와 의무’를 말한다. 현행 민법은 친권자가 권한을 남용하거나 뚜렷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이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할 때 친권을 잃었더라도 전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동으로 친권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이혼 후 친권을 얻은 부모가 사망했을 때 살아 있는 부모가 6개월안에 가정법원에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이 양육능력과 자녀의 의사 등을 고려해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지를 결정한다. 그 부모를 친권자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법원은 가까운 친척을 후견인으로 선임한다. 만약 사망한 친권자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했다면 법원은 그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한다. 후견인 유언이 있었더라도 살아 있는 부모가 친권자로 정해 달라고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는 “민법이 개정되면 친권을 포기했던 부모가 전 배우자의 사망으로 자동으로 친권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단독 친권자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어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美경제학회 “올 미국경기 회복 어렵다”

    美경제학회 “올 미국경기 회복 어렵다”

    새해에도 미국 경제는 침체의 늪에 잠겨 있을 전망이다. 미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4일(현지시간) 미 경제학회(AEA) 연례회동에 참가한 세계 톱 경제학자들이 올해 경기에 대해 일제히 ‘비관론’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망한 6월 이후 경기회복설이나 미 경제동향 조사기관인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BCEI)가 내놓은 경기침체가 올 4월에 끝난다는 예측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회동에 참석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슨 부소장은 “참가자들이 모두 경기를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네스 로고프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그는 “10년 후에야 모두 지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2010년까지 주식시장 약세와 부동산 시장 붕괴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로고프는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의 정책에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폴슨 장관의 경기정책은 ‘휠 오브 포천’(‘행운의 바퀴’를 돌려 글자를 맞힐 때마다 받는 금액을 정하는 쇼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운이 좋은 기업은 구제금융을 받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그는 정부의 이런 대증적 처방책이 시장에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는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 지난해 9월 중순 미국의 침체가 시작됐다고 본다.”면서 “지금 우리는 끔찍한 혼란에 처해 있다. 이제 갓 시작된 침체는 갈수록 길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010년 1·4분기에도 여전히 거시경제 부양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고문역을 맡고 있는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경기회복이 지난해 3·4분기에 시작됐다는 기대가 이젠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내년 이맘때 경기가 바닥을 치고 되살아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경제의 활력을 감안해 봤을 때,올 연말이 지금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했던 로라 타이슨도 “경기 반등을 예견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4일 스페인 일간신문 엘 페스와의 회견에서 “전 세계가 심각한 침체를 맞고 있지만 아시아는 전반적인 플러스 성장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시아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시장붕괴 막아 수출 ‘도움’

    시장붕괴 막아 수출 ‘도움’

    미국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에 최대 17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파산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 실물경기 회복에 도움을 줘 단기적으로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 수출에 약(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외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정부와 시장의 반감이 여전해 보호무역 장벽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GM에 94억달러,크라이슬러에 40억달러를 우선 지원한 뒤 필요시 4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단 내년 3월 말까지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금을 회수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 일단 국내 업계에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빅3’( GM,크라이슬러,포드)가 파산할 경우 미국 경제 신용경색 심화→실물경기 악화→소비심리 위축→자동차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팀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붕괴보다는 축소된 규모로나마 유지되는 게 국내 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현대자동차 관계자도 “‘빅3’가 회생하면 얼어붙은 미국 자동차 수요가 살아날 수 있고 이는 자동차 수출을 늘리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이슬러의 파산은 곧바로 현대차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현대차는 그동안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방식을 통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닷지 브랜드로 아토스와 베르나 등 연간 6만대를 멕시코로 수출해 왔다. 이와 관련,이항구 팀장은 “미국 ‘빅3’가 도산한 뒤 현대·기아차 등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 해도 일본·유럽 업체에 밀려 최대 5만대 이상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빅3’의 몰락으로 당장 수출 6만대를 잃는 반면 현지 시장 개척은 5만대에 불과해 손해보는 장사라는 지적이다. 중소형차 수출 및 현지 생산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 등이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애널리스트는 “GM과 크라이슬러가 내년 3월까지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일본 업체들도 감산을 진행중이어서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히 GM에 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온 GM대우는 안도하고 있다.GM대우 관계자는 “미국내 GM의 딜러망이 붕괴되면 수출길이 끊기게 돼 회사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GM대우는 GM 본사를 통한 수출이 전체 판매의 93%에 이른다.특히 GM의 대표적인 소형차 브랜드인 시보레의 아베오(젠트라)를 연간 6만대나 수출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도 미소를 짓고 있다.GM 등에 대한 판매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GM의 부품업체 2100개 중 한국 등 아시아 업체 비중은 58%다.크라이슬러도 900개 협력업체 가운데 아시아 국가 비중이 59%나 된다.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1위 업체인 현대모비스도 크라이슬러 등에 상당량의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잇따라 자동차 업계 지원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빅3’가 살아난다 해도 미국내 외국차에 대한 견제심리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보호무역 장벽을 두껍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원수집안의 자녀 ‘악연’ 끊을까

    SBS TV는 22일부터 ‘며느리와 며느님’ 후속으로 새 아침 연속극 ‘순결한 당신’(극본 김지은·연출 주동민)을 방송한다.이 작품은 한때 부부 사이였던 윤순희(이휘향)와 서유일(독고영재)이 남편의 외도로 헤어진 뒤 각자 자식들의 결혼 때문에 다시 인연을 맺게 된다는 스토리. 불륜과 배신을 기본 구조로,잊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악연이 자식 대에서 되살아난다는 내용이 뻔한 통속극을 예상케 하는 것도 사실.그러나 제작진은 “절대 가족이 될 수 없는 두 원수 집안 자식들의 위태위태한 사랑 이야기로서 주인공들이 악연의 덫에서 빠져나와 순결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리겠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강정용(강남길)과 재혼한 윤순희가 아들 강지환(안재모)의 결혼 상견례장에서 전 남편 서유일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다.김희숙(송옥숙)과 새살림을 차렸던 서유일은 서단비(임예원)의 아빠로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것. 이야기의 출발점에 서 있는 독고영재와 이휘향은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들과 달라 느낌이 새롭다.”고 입을 모았다.독고영재가 맡은 서유일은 부잣집 딸과 외도를 해 새 살림을 차리지만 회사가 부도나면서 경비로 전락한 인물. 독고영재는 “지금껏 늘 대기업 회장이나 대통령 등 높은 사람들만 맡아왔는데,서민적인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이휘향 역시 “아직도 촬영장에 가면 스태프들이 어색하다고 이야기한다.늘 가진 자의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상처도 많고 아픈 과거가 있어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작인 SBS TV ‘왕과 나’에서 악역을 맡았던 안재모는 “극중 지환은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집안 반대에도 끝까지 사랑을 지키려는 해바라기 같은 인물이다.오랜만에 다정한 역을 하려니 많이 어색하다.”고 말했다.중견 배우 임동진의 딸인 임예원은 “서단비는 누가 해도 예쁜 역이다.어떤 여배우라도 하고 싶어했을 만큼 사랑스러운 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홈메이드 송년 3색 특별요리

    홈메이드 송년 3색 특별요리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어디서 오란 데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다.그래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쉽다.안 그래도 추운 겨울,경제 한파까지 몰아치는 이때 가장 생각나는 건 가족과 오래된 친구들.불황일수록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위로가 된다고 한다.만남이 있는 날 흰 눈이 소복이 쌓이면 좋겠다.그 자리에 소박하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요리에 젬병인 사람도 거뜬하게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음식을 배워봤다.여기 소개하는 음식들은 간을 맞출 때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는 ‘손맛’이라는 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재주 없다고 겁낼 필요 없다.값 나가는 선물도 좋지만 뭔가를 손수 해서 먹인다는 것만큼 사랑을 잘 드러내주는 행위가 또 있을까. 1. 베이컨 오색말이 재료 준비가 요리의 완성이나 마찬가지.오로지 필요한 게 있다면,이왕이면 야채를 같은 길이로 썰어야 한다는 것과 야채와 베이컨을 풀리지 않게 말아주는 꼼꼼한 손길뿐이다.신선한 야채가 듬뿍 담겨 있으니 1년 내내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산 친구도 이날만큼은 무장해제될 만하다.와인과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비타민C의 보고인 파프리카,암을 예방하는 버섯,간세포 재생능력이 탁월한 부추가 베이컨의 느끼함을 말끔히 덜어준다.녹색,주황,빨강,노랑 등 알록달록한 색깔은 눈을 먼저 즐겁게 하니 별 것 안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데 그만이다. ▶재료:베이컨 1팩,파프리카 3색(노랑,주황,빨강) 1개씩,부추 100g,느타리버섯 200g. ▶올리브오일 레몬소스=레몬주스 또는 레몬즙과 올리브오일은 2대1의 비율로 넣는다.여기에 소금,설탕을 약간씩 넣어 간을 맞추고 파슬리 가루를 넣어 풍미를 좋게 해준다. ▶만드는 법: 1.파프리카는 두께 0.5cm,길이 5cm 크기로 썰어둔다.부추도 같은 길이로 썰어둔다.버섯은 수용성이니 물에 가볍게 세척한 뒤 키친 타월에 받쳐둔다.2.베이컨을 프라이팬에 약불로 살짝 구워둔다.3.재료들을 넣고 김밥 말듯이 말아준다.다시 한번 프라이팬에 약불로 접착 부분이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구워준다.4.기름기를 뺀 뒤 접시에 담아 소스와 함께 곁들여낸다. 2. 코코넛 치킨 팝 시중에서 파는 기름 잔뜩 낀 닭튀김이 느끼하다고 기피하시던 부모님도 반할 맛.닭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한 입 크기로 작게 썬 닭가슴살에 카레가루,코코넛롱을 버무려 튀겨 내면 바삭,고소,매콤,달콤 여러가지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요구르트 소스,고추장 소스,토마토 소스 등 어느 소스와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정 소스 만들기가 귀찮다면 냉장고 안에 있는 머스터드 소스와 함께 내어도 무방하다. ▶재료:닭가슴살 3장,우유,코코넛롱 2컵,달걀 1개,녹말가루 4큰술,카레가루 1큰술,허브소금 1작은술 ▶토마토소스=토마토 케첩 2큰술,후추·소금 약간,말린 향신료(로즈마리,타임 등)를 첨가하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고추장소스= 토마토케첩 2큰술,고추장 1큰술에 설탕,물엿,물을 약간씩 넣고 작은 냄비에 약한 불로 약간 걸쭉해질 때까지 살짝 졸여준다. ▶만드는 법= 1.닭가슴살은 사방 2cm 크기로 깍뚝썰기한 뒤 우유에 30분 정도 담가 비린내를 없앤다.2.우유에서 건져낸 닭가슴살에 허브소금을 뿌려 밑간한 뒤 달걀,카레가루,녹말가루를 풀어 골고루 버무린다.3.반죽된 닭가슴살을 코코넛롱 가루 위에 살살 굴려 옷을 입힌다.4.170도의 기름에 하나하나씩 떼어서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5.기름을 뺀 뒤 접시에 담아 소스와 곁들여낸다. 3. 케사디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먹던 케사디야,만들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의 식품매장에 가면 토르티아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엄마들 맘먹기가 어렵지 않다.‘엄마표 케사디야’는 우리 아이의 식습관을 생각해 재료들을 달리할 수 있어 더욱 좋다.패밀리레스토랑에서 파는 것보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는 듬뿍 높여 내 아이의 건강까지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절호의 음식이다. ▶재료:토르티아 10인치짜리 4장,토마토소스 또는 토마토케첩 300g,3색 파프리카 1개씩,스모크햄 1개,피자치즈 200g. ▶만드는 법: 1.파프리카와 스모크햄을 같은 길이와 두께로 썬 뒤 프라이팬에 넣어 토마토소스(또는 케첩)를 넣고 볶아 둔다.취향에 따라 다진 마늘을 넣어도 좋고 햄 대신 쇠고기,돼지고기로도 대체 가능하다.2.토르티아 위에 토마토 소스나 케첩을 넓게 펴 바른다.3. 볶은 재료를 소스가 발라진 토르티아에 넓게 펼쳐 올린 뒤 피자 치즈를 뿌려둔다.4.토르티아 한장을 뚜껑처럼 덮어 175도의 오븐에 넣고 10~13분간 굽는다.오븐이 없을 때는 프라이팬에 굽는데 뚜껑을 덮은 채 중불에서 약 10분간 구워낸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촬영협조:쿠킹아트센터(02-6263-0078) 정대원
  • [영화 짚기]‘쌍화점’-어긋난 사랑의 화살표엔 붉은피만…

    [영화 짚기]‘쌍화점’-어긋난 사랑의 화살표엔 붉은피만…

    쌍화점에 쌍화병을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가 내 손목을 잡더이다.  만약에 이 소문이 이 가게 밖에 번지면  조그만 어린 광대 네 탓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곳같이 난잡한 데가 없다.    위의 고려가요 ‘쌍화점’과 같은 제목의 영화는 난잡하다. 게이라는 루머가 돌 정도로 ‘이기적인 기럭지’에 매끈한 외모를 자랑하는 주인공 조인성이 모두 6차례에 이르는 베드신을 선보인다.  영화 ‘쌍화점’이 화제가 됐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인성과 주진모라는, 탁월한 외모를 자랑하는 두 남성 배우의 동성애 연기였다. 한차례 등장하는 동성애 베드신의 수위는 그닥 높지 않다.  장국영-양조위의 ‘부에노스 아이레스-해피투게더’나 히스 레저-제이크 질렌홀의 ‘브로크백 마운틴’에 비하면 시각적 충격의 강도도 훨씬 덜하다. 물론 이제 관객들이 동성애 베드신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탓도 작용한다.  그렇다면 조인성-송지효의 베드신은 어떨까. 조인성의 팬이라면 그의 가늘고 긴 다리와 귀여운 엉덩이는 실컷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베드신 자체는 양조위-탕웨이의 아크로바틱한 정사가 화제가 됐던 ‘색 계’에 비한다면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오히려 상투적이기까지 해서 유하 감독의 전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의 베드신이 훨씬 재기발랄하게 느껴질 정도다.  후사가 없는 고려 왕(주진모)은 원나라의 간섭에 진저리를 친 나머지 원의 공주인 왕후(송지효)와 사랑하는 친위부대 건룡위의 총관 홍림(조인성)의 합궁을 명령한다.  왕-왕후-홍림의 어긋난 삼각관계에 빠진 조인성이 신하의 입장에서 왕후를 사랑하게 되면서 합궁의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그의 눈빛도 달라진다. 영화 ‘쌍화점’의 가장 빛나는 방점은 조인성의 눈빛이다. 목숨을 건 사랑 앞에서 결정적 순간에 흔들리고 빛나며 변하는 조인성의 눈빛이 가장 큰 볼거리이자 재미다.  기자시사회를 다녀온 뒤 베드신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사실 전체적인 영화의 얼개 역시 베드신 만큼이나 상투적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눈 먼 사람들의 광기, 특히 왕의 광기는 이미 익숙한 소재다. 피튀기는 무술 장면은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어서 ‘므훗한 야오이(동성애)’ 영화를 기대했다면 살짝 지겨울 수도 있다.  왕의 친위부대 건룡위를 키 180㎝ 이상의 꽃미남 배우들로 선발한 점, 한복 목둘레에 특이하게 레이스 형식의 장식을 가미한 의상 등이 ‘야오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삼각에서 사각으로 연장되는 어긋난 사랑의 화살표에 동성애,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파국으로 향해가는 줄거리는 너무 끝장을 본다는 점에서 ‘열린 결말’을 선호한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쌍화점’을 재미있게 보려면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베드신이 나올 때마다 민망해하지 말고 조인성의 눈빛에 주목하는 게 좋을 듯 하다. 한 미남 배우가 루머를 딛고 1년간 공들인 연기는 그가 쏟은 노력만큼 스크린에서 살아난다. 30일 개봉.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장동건은 박중훈쇼 아닌 무릎팍 출연했어야”  공짜로 해외여행 즐기는 비결 10가지  허경영 당신은 진정 미네르바를 아는가  
  • [열린세상] 역(易)의 끝장(窮)/윤재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역(易)의 끝장(窮)/윤재근 문학평론가

    모든 일에는 길흉(吉凶)이 서로 따른다.경제는 더욱 그렇다.호황(好況)이 좋음(吉)이면 불황(不況)은 나쁨(凶)이다.흉하면 길하고 길하면 흉함이 역(易)의 ‘궁즉변(窮則變)’이다. ‘끝장나면(窮) 곧(則) 새로 함(變)’이 역(易)이므로 한번 호황을 누렸다면 그 호황의 끝장(窮)인 불황은 오고야 만다.지금 닥친 불황은 지난 호황의 끝장(窮)이다.그러니 불황은 새로운 호황을 약속하는 끝장으로 따지면 된다.다만 불황을 빨리 물리고 새로 호황을 누리려면 ‘회린(悔吝)하라’ 함이 주역(周易)의 가르침이다. ‘탐했음(吝)을 뉘우쳐라(悔).’ 이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 함이요,끝장(窮)에 맴돌면서 새로 하기(變)를 망설이고 두려워하지 말라 함이다.변함없이 흥청망청 살 수 있는 호황만을 바란다면 이는 인간의 탐욕일 뿐이다.왜 풍족한 삶의 첫째 조건을 ‘검(儉)’이라 정(定)했겠는가? 가을일수록 고봉밥을 담지 말라는 게다.춥고 매서운 겨울이 도사리고 있으니 무엇이든 아끼란 말이다.겨울을 겪고 나면 멀지만 다시 가을은 오고 만다.이렇듯 호황의 끝장인 불황을 겪어 새로 거듭나면 새로운 호황이 다시 오게 마련이다. 불황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황을 두려워할 일이다.지난 몇 년간 나름대로 저마다 흥청대면서 산 셈이라고 우리 모두 회린했으면 한다.지금 환율이 높다고 아우성치지만 환율이 낮았을 때 마구 외화를 호주머니에 넣고 세계를 주유했던 때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뉘우칠 수 있다면 이번의 불황을 ‘지족자부(知足者富)’를 깨닫게 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도 있다.‘만족할 줄(足) 아는(知) 사람이(者) 부유하다(富)’는 이치는 경제지수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삶의 밑천이다.낭비벽에 놀아난다면 재벌이라도 만족할 줄 몰라 사는 일마다 궁색할 뿐이다.검소한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만족할 줄 안다. 그러므로 살기가 곤궁할 때일수록 왜 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라 했는지 그 까닭을 알아챌 수 있는 일이다.호황일 때 아껴 쓰는 삶(儉)을 누렸다면 곤궁한 삶을 강요하는 불황이 닥쳐도 쩔쩔매지 않고, 궁하면(窮) 곧장(則) 새로 내딛기(變)를 두려워할 리 없다.이는 호황에 흥청거렸음에 대한 부끄러움이요,뉘우침이니 불황이 우리를 철들게 하는 셈이다. 지금 불황이 닥쳤으니 새로운 호황이 반드시 도래(到來)하리라.다만 닥쳐올 새로운 호황만은 돈놀이판 같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돈놀이판이 지나치면 투전판처럼 되게 마련이다.그러면 온 세상이 타짜로 들끓게 되어 더욱 고통스러운 끝장(窮)을 마주치게 될 공포는 피할 길이 없을 터이다.이번 불황이 금융의 메카라던 미국의 월가에서부터 터졌다니 금융의 타짜들이 날렸다는 천문학적인 달러는 다 어디로 날아 갔단 말인가?잃었다면 딴 쪽이 있어야 할 터인데 날아간 달러를 챙긴 쪽은 없다니 마치 놀음판 같은 불황이란 생각이 든다.이번 같은 불황을 겪어본 경험이 없다고 야단들인데 그렇다면 월가에서 큰소리쳤던 금융전문가들은 무슨 일이든 끝장(窮)이 있다는 주역의 가르침인 ‘역(易)’을 몰라 사태의 길흉을 무시했으니 참으로 방자했던 셈이다. 한번 흥청거렸으니 한번 쪼들림은 인생의 길흉으로 치면 된다.사는 일마다 늘 길(吉)하기를 바랄 수도 없고 늘 흉할까 두려워할 것도 아니다.왜 우주의 모습을 두고 생변(生變)이라 하는가?천지마저도 길흉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치 때문이다.다만 우리 인간은 행(幸)-불행(不幸)의 톱니바퀴에서 겪는 상처의 아픔을 알아채고 덜 수 있는 생기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불황을 겪고 새로운 호황을 향해 돌파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윤재근 문학평론가
  • [열린세상] 한국판 뉴딜의 성공조건/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열린세상] 한국판 뉴딜의 성공조건/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오바마 미대통령 당선인이 신 뉴딜정책을 발표했다.정부주도의 공공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여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오바마가 밝힌 뉴딜정책의 기본내용은 두 가지이다.하나는 도로와 교량 등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절약과 디지털 등 첨단기술기반 확충이다.총 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여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경제는 1929년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세계경제를 지배했던 금융산업이 붕괴위기를 겪으며 실물경제가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파탄상태로 치닫고 있다.문제는 경제위기를 시장기능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시장원리에 의하면 부실 금융기관과 부도기업들은 도태해야 한다.그리고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출현해야 한다.그러나 현 상황은 방치하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고 실업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시장실패의 위기이다.따라서 시장기능을 정부기능이 대체하여 경제붕괴를 막는 정책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사실은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뉴딜정책은 현상을 유지하는 인공호흡 정책으로 끝난다는 것이다.즉,정부가 국민에게 거둔 세금을 국민 대신 지출하여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일시적 대리소비가 된다.이때 늘어나는 정부 빚은 국민이 다시 세금을 내서 갚아야 한다.1930년대와 1950년대 미국정부가 편 두 번의 뉴딜정책은 경기회복은 물론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촉진제로서 기능과 역할이 컸다.따라서 미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었다.오바마의 신 뉴딜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경기부양을 위한 전통적인 건설사업과 함께 미래 산업발전을 위한 첨단 분야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21세기형 현대판 뉴딜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태의 뉴딜정책을 펴고 있다.정부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 방출,은행차입 지급보증,중소기업자금 공급,저축은행 공적자금투입 등 가능한 금융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여기에 4대강 정비사업,지방 사회간접자본 확충,취약계층과 저소득층 복지지원 등에 예산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또 상반기에 중앙재정 집행비율을 60%,지방사업 발주율을 82%로 높여 재정정책의 경기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더 나아가 그린벨트해제,수도권 총량제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개혁 정책도 펴고 있다.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정부가 정책을 계속 내놓아도 환율과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폭락하여 금융시장이 마비상태에 가깝다.내수경기는 사경을 헤매고 수출전선이 무너져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실물산업들이 식물상태에 빠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경제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실에 발목이 잡혀 함께 주저앉는 함정에 빠졌다.그리하여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돌지 않고 흑자기업들까지 부도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따라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부실이 심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솎아내어 경제의 불안요인을 제거해야 자금이 순환하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난다.한편 정책의 내용을 신산업 발전과 성장잠재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급하면 돈 퍼붓기 정책은 추후 시장실패를 확대 재생산하는 화를 초래한다.따라서 미래산업 발굴,인적자원 육성 등에 정부투자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더 나아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회복이 시급하다.정부가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성장정책에 매달려 뒷북을 치고 자금만 낭비하며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정책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시정하여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 일이 선결조건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 부산 아지매들 “남도 김치에 반했죠”

    부산 아지매들 “남도 김치에 반했죠”

    “김치를 씹으면 향긋한 바다 냄새가 입안에 가득찹니다.” 부산의 주부들이 남도의 김치맛에 반했다. 부산시 사상구 주례 2동 보라아파트 주부들은 5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청암마을을 찾아 김치를 담그며 주민들끼리 우의를 다졌다. 올해로 4년째이다.2005년 두 지역 부녀회는 득량농협의 주선으로 자매결연한 뒤 농산물 직거래를 하면서 우정이 싹텄다.해풍을 맞으며 자란 득량지역의 감자,옥수수,쪽파,버섯,녹차,꼬막,낙지,키조개 등은 부산 주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철철이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매료된 도시의 주부들은 지난해부터 김장 김치를 아예 청암마을에서 담가갔다.주부들은 ‘남도김치’를 이웃주민들과 나누면서 도시의 아파트 촌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올해는 보라아파트와 인근 유엔아이 아파트 주민 40여명이 현지를 방문해 지난해보다 1000여포기가 많은 1600여포기를 담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주부들은 전화로 김치를 주문하고 있다. 청암마을 부녀회는 주문량을 대느라 연일 마을 회관에 모여 바닷물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손이 부족해 노인회까지 가세하면서 모처럼 농촌 마을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박윤희(49) 부산 보라아파트 부녀회장은 “갓 잡아 올린 생새우 등을 재료로 비빈 김장김치 맛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칠맛이 난다.”며 “이웃 아파트 주부들과도 나눠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암마을 회관에서 만난 이 마을 부녀회 총무 송명순(58)씨는 “득량만에서 나는 생새우,생굴,멸치젓,쪽파 등 신선한 재료만 쓴다.”고 말했다.도시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기 위한 배려이다. 양 지역 주민들간 교류가 지속되면서 우의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청암마을 주민들은 부산으로 보낼 농산물은 최상품만을 고르고,가격도 시중가보다 낮게 매긴다. 부산의 아파트 부녀회도 최근 이 마을 노인 건강시설을 짓는 데 대형 유리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마을 부녀회장 정양순(47)씨는 “이런 행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감정도 사라지고,침체된 농촌마을의 공동체 의식도 되살아난다.”며 “대도시 주민들이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남도 김치 맛’을 칭찬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 사진 보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법원 ‘재산 노린 친권’ 잇단 쐐기

    자녀의 재산을 노리고 친권을 주장하는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자녀의 재산관리를 맡기지 않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판결이 탤런트 고 최진실씨의 자녀를 둘러싸고 유가족과 전 남편 조성민씨가 벌이고 있는 친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친권이란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를 보호·감독할 신분상·재산상의 권리와 의무’이다. 우리 민법은 친권자가 권한을 남용하거나 뚜렷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이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조씨처럼 이혼할 때 친권을 잃었더라도 전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동으로 친권이 살아난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친권 상실이나 재산관리권 정지를 선고하고 있다. A(사망)씨와 B(41)씨는 1991년 결혼해 아들(17)과 딸(13)을 낳았지만 2002년에 이혼했다.A씨는 이듬해 C씨와 재혼해 자녀를 키우다 2005년 11월 교통사고로 숨졌다. 전 부인 B씨는 A씨가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고 자녀 모르게 보험금 1300만원을 신청해 받았다.B씨는 A씨가 사망하고 나서 아들을 잠시 맡아 키우기도 했지만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결국 계모 C씨에게 보냈다. 유가족들은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25일 “자녀의 재산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B씨에 대해 법률 대리권 및 재산 관리권 정지를 선고했다. 86년 결혼한 D(48)씨와 E(45)씨는 아들 두 명(21세, 19세)을 두고 2004년 협의 이혼했다. 친권은 남편 D씨가, 양육권은 부인 E씨가 가졌다. 남편은 상속받은 재산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자 약속했던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녀들에게 상속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돈을 빌려 쓰겠다고 나섰고 E씨는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법원은 “친권자를 어머니로 변경하는 것이 자녀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해 유리하다.”고 지난해 12월 판결했다. 이혼소송 전문인 김삼화 변호사는 “이혼 뒤 홀로 자녀를 키우던 어머니나 아버지가 사망하고 자녀에게 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 유가족과 남은 부모가 친권이나 재산관리권을 두고 법정 다툼을 많이 벌인다.”면서 “법원이 친권이나 재산관리권 제한 요건을 완화해 자녀의 행복과 이익이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친권 상실이나 친권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은 2004년 33건에서 지난해 19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188건이 들어와 사상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승엽, 3년만에 도전…우승-MVP 한손에?

    이승엽, 3년만에 도전…우승-MVP 한손에?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이 3년만에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요미우리는 1일 세이부 라이온스와 일본시리즈(7전4선승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이승엽으로선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인 지난 2005년 이후 3년만에 일본 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이다.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한 뒤로는 처음이다. 요미우리는 지난해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 성격인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 이병규가 소속된 주니치 드래건스에 패해 일본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 주니치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17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번 일본시리즈에서 해결사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 준결승에서 연달아 홈런을 뽑는 등 큰경기, 중요 승부처에서 돋보였던 킬러본능이 관심의 초점이다. 2005년 일본시리즈 때의 맹활약도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당시 한신과의 4경기 동안 홈런 3개를 뽑아냈다. 일본시리즈 기간 타율은 0.545. 팀도 우승했고, 개인적으로 MVP로 손색없었지만, MVP의 영광까지는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당시 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에 대한 불완전한 신임을 보였지만, 현 소속팀 요미우리 하라 감독은 전폭적으로 믿는다. 이승엽이 제 활약만 해주면, 팀우승은 물론 MVP 거머쥘 가능성도 높다. 일본신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이승엽은 지난 30일 도쿄돔에 열린 일본시리즈 대비 시드 타격 훈련에서 잇따라 담장밖으로 타구를 날려보내는 쾌조의 타격감각을 보였다. 이 신문은 이승엽이 “실전처럼 공을 쳐보니 스윙이 살아난다. 괜찮겠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는 “올해는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부담스러워할까봐 전화 통화는 자제하고 있지만, 최근의 흐름과 상황을 볼 때 좋은 소식이 들릴 것 같다”고 기대했다. 요미우리와 세이부의 일본시리즈 격돌은 6년만이다. 2002년 대결에서 요미우리가 4연승을 거두고 20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양 팀은 일본시리즈에서 9차례 만나 세이부가 6승3패로 앞서 있다. 두팀 모두 화끈한 공격이 주무기다. 요미우리는 팀 홈런 177개, 세이부는 198개로 각각 리그 최다다. 올시즌 교류전에서 세이부가 3승1패로 앞섰다. 그러나 당시 요미우리는 이승엽 등 주력타자가 크게 부진한 상태여서, 참고 자료로 큰 의미가 없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데스크시각] 금융·부동산대책의 닮은점/류찬희 산업부 차장

    [데스크시각] 금융·부동산대책의 닮은점/류찬희 산업부 차장

    정부가 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렸다. 은행채도 사준다고 한다.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선 1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기로 이미 결정했다.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지만 왠지 씁쓸하다.1997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비슷한 정책을 쏟아냈다. 덕분에 은행도 살고 건설업체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10년 만에 다시 은행과 건설사는 동반 부실의 덫에 걸렸다. 대책 또한 과거 전철을 밟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부동산정책을 보면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한 채권이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은행은 신용도가 높다는 이유로 이율도 낮다. 은행은 이 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불리는 부동산 대출 창구로 이용했다. 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덩치도 키웠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 대출은 해다마 20~30%씩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0%나 늘어났다. 부동산 대출 확대는 그러나 은행 부실을 불러왔다. 부동산 대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개발업체들이 내미는 사업계획서만 믿고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건설사는 계약금만 내면 100%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구조다. 책임은 은행에 있다. 정부는 건설사 위기를 틀어막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건설사 보유 땅도 사주기로 했다. 은행 부실을 걱정해 정부가 나선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겉으로 보면 부동산·금융정책이 다르지만 뿌리는 같다. 부동산 수요를 예측 못한 건설사와 그를 믿고 돈을 대준 은행의 잘못이다. 메가톤급 대책을 내놓았는데 시장 반응이 냉담한 것도 빼닮았다. 올해 들어 정부는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예닐곱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깊은 침체로 치닫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하 발표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도 부동산 대책과 비슷하다. 원인 치료가 아닌 응급조치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부 대책이 궁극적으로 은행이나 건설업체의 체질개선에 되레 독이 된다는 지적도 닮은 점이다. 은행이나 건설사 부실은 경제 전반에 걸쳐 주름살을 가져오고 국민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궁지에 몰리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졌다. 무책임한 경영의 극치다. 외환위기 때 금융권과 건설사를 살리는 데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 은행채를 사주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것도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은행권 지원이나 건설사 살리기 대책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점도 같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도 건설업체나 은행권 모두 체질개선은 뒷전이었다.10년 동안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 건설사는 고분양가로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 사상 최대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는데도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내리겠다는 의지는 부족하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예금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부동산 대출 경쟁에 올인했다. 이익은 그들만의 잔치에 써댔다.10년 전 보여줬던 결연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은행이나 건설업계 지원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다른 방법을 기대해 본다. 건설사나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대책을 기다린다. 주택시장을 정상적으로 살리는 길은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다. 거래가 원활해지면 아파트 청약시장이 살아난다. 수요자가 청약시장에 나타나면 미분양 아파트는 자연스럽게 팔린다. 그러면 건설사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은행의 부동산 금융 위험도 사라진다. 이게 현 정부가 강조했던 시장경제 원리다. 류찬희 산업부 차장 chani@seoul.co.kr
  • 조환익 사장이 말하는 ‘코트라의 비전’

    조환익 사장이 말하는 ‘코트라의 비전’

    새 정부 들어 공기업 기관장 교체가 마무리됐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도 속도는 더디지만 착착 추진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새로 임명됐거나 재신임 받은 공기업 수장의 인터뷰 연재를 시작한다. 그들로부터 지금의 경제 난국을 극복할 처방과 국가 경쟁력을 다지는 복안을 들어본다. 코트라는 지금 비상이다. 조환익 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하며 “남은 2개월 동안 수치가 중요하다. 기업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실적이 중요한 때”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얼마 전 코트라가 주최한 전자전에 외국 바이어 240명이 와서 3억 8000만달러의 상담 성과를 냈다.”면서 “이런 행사들을 많이 하고, 예정된 사업의 시기들을 앞당겨 수출이든 투자든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의 말에서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이건 우리의 신뢰하고도 연관된다.”고 단언했다. 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면이기에 외국인 투자를 매주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또 “가급적 외국인 투자신고를 연내에 많이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자금이 요동치듯 흐르고 있어 이를 확보할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까지 수출보험공사 사장을 하며 여러 강의를 통해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족집게’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주식을 샀던 이들은 쏠쏠하게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경기흐름 전망을 묻자 “요즘 벌어지는 상황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는 답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른 뒤 설명이 이어졌다. 관심은 이론적인 영역이 아니라 실물적인 영역으로 향했다. 조 사장은 “경제학자들은 ‘프리드먼이 죽고 케인스가 살아난다.’고들 하는데, 이런 말들은 실제 상황에는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제가 우려하는 것은 개방의 후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노무라 증권이 리먼 브러더스 주식을 사들이고 미쓰비시 금융그룹이 모건 스탠리 지분을 최대 20%까지 매입하고 있는데 이것의 의미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우리는 대외지향 국가”라면서 “‘동작그만’하라는 태도는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정보망을 갖춘 코트라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전 세계로 퍼지는 금융위기의 조짐을 일찍 감지하고, 보고서 등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도 유럽의 아이슬란드와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시아의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정보수집이 한창이다. 하지만 조 사장은 금융위기 바깥의 영역을 걱정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의지를 보인 자원외교와 친환경 탄소시장, 중소기업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조 사장은 “지금은 온통 금융위기에 신경 쓰고 있지만, 자원 확보는 국가적으로 어떤 이슈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규정한 뒤 “코트라가 우리 기업이 못 가는 앙골라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남미 지역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험하다고 기업들이 다 철수할 때에도 코트라는 마지막까지 남아, 지금도 이라크 바그다드에 코트라 직원을 두고 있다.”면서 “50년 가까이 세계 각지에서 인맥을 쌓은 코트라 직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래도 코트라 직원에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며 조 사장은 자신의 ‘반박자론’을 설파했다. 남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반박자만큼 빨리 가는 코트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조 사장은 “코트라가 단순한 지역 동향 보고서보다는 이슈 중심의 보고서, 돈이 되는 보고서 등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코트라의 정보수집 기능을 다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지는 코트라가 새롭게 역량을 쏟을 영역으로 이어졌다. 조 사장은 “지금은 아웃소싱이 활발해져 있으니 우리 중소기업이 외국 대기업과의 수출선을 뚫어야 한다.”면서 “코트라가 매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 사장은 지난 21일부터 이틀동안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27개사와 함께 독일 뤼셀스하임으로 날아가 완성차 업체인 GM 오펠에 220여건,3억달러어치의 납품 상담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트라의 잠재력을 자랑하던 조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직접 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도 있고, 무역업 등록을 하고 원자재를 사서 국내나 해외에 팔아보고도 싶다.”면서도 “하지만 법으로 코트라는 영리행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의 시야는 코트라의 공기업으로서의 한계마저 넘어섰고, 그의 꿈은 끝이 없는 듯 보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10·21 건설 활성화 대책] “혈세지원은 건설사 도덕적 해이 조장”

    정부는 21일 건설 부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수요 위축과 건설부문 자금경색 심화 해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건설경기 부진과 미분양 적체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건설사의 경영 잘못까지 국민의 돈으로 메워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기가 살아날 경우 잠자는 투기세력을 깨워 부동산 거품 확대에 따른 집값 급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불패´ 정부가 뒷받침해주는 꼴 정부는 위기에 빠진 건설사를 구하기 위해 건설사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미분양 아파트도 사주고, 땅도 사들이는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빼들었다. 이를 바라보는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미분양 아파트 등 건설업체가 떠안고 있는 부실은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 등 건설업체의 방만 경영이 단초가 됐다는 진단이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몸집을 불리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인데 정부가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건설사에 대한 특혜”라면서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어긋나는 원칙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실물경제 악화를 바로잡아야 하는 측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는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정부가 나서서 뒷받침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 확대… 경제 큰 짐 될 것 민간업체의 경영 부실을 정부가 도와주는 지원 방식은 건설사의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택시장 붕괴 원인은 비싼 분양가와 수요예측을 잘못한 공급확대, 투기 수요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수요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라면서 “‘원죄’(고분양·폭리)를 덮어두고 건설사의 엄살을 들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의 큰 짐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이 당장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오히려 나중에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우리경제가 호전되면 부동산 거품이 확대되는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국소 한 연구원은 “투기세력의 ‘학습효과’를 키울 수 있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부동산 거품 해소의 연착륙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분양 할인매각, 비핵심 자산매각 등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한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아픈 ‘채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는 “투기적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한 업체에는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여해 업계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기업 보유 토지 매입도 시가보다 충분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입해야 도덕적 해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살아날지도 의문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당장 살아날지 의문도 남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인 데다 실질적인 구매능력이 떨어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체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인위적인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시장 살리기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아랫목을 데우면 윗목이 따뜻해지고 방안 전체에 온기가 퍼지는 것처럼 개인간 거래를 늘려 청약시장을 살리고 자연스럽게 미분양 아파트 소진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개인간 주택거래 규제는 모두 풀어도 문제가 안 된다.”면서 “건설사 지원에 앞서 일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집을 살 사람이 없다.”면서 “거래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야 시장이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처분조건부대출 연장,1가구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일시적 확대 등의 조치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매자의 실질 소득 하락으로 구매욕구와 구매능력이 떨어진 데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자 지원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소비자들이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금 이자를 감내하지 못해 달려들지 않고 있다.”며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회사채 유동화 대책도 중견 건설업체에는 그림의 떡이다. 중견 건설업체 회사채는 수요가 많지 않고 발행도 적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류찬희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재호 “덕아웃의 박수부대라도 행복”

    ”박수부대라도 행복합니다.” 두산 내야수 김재호(23)는 입단 5년차지만 가을잔치 참가는 올해가 처음이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덕아웃을 지켰다. 지난 17일 2차전이 연장 14회 접전으로 흘러 혹시나 했지만 감독의 호출은 없었다. 대신 덕아웃이 떠나가도록 “파이팅”을 외쳤다. 김재호는 “소리 지르다 목이 다 쉬어버렸어요”라며 덕아웃에서 어느 선배가 응원을 요구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감독님이 지시했죠”라고 대답했다. 김경문 감독이 그에게 부여한 특별임무인 셈이다. LA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부사장은 신인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에 진입하고도 한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덕아웃에서 소리만 질렀다. 당시 라소다는 출전을 안시키는데 불만을 품고 항의했지만 윌터 앨스턴 감독은 “네가 소리를 지르면 분위기가 한결 살아난다. 그 일을 해주길 바라며 데려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신인의 철 없는 항의에 설명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오히려 투지를 자극한 것.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는 전혀 달라 감독의 한마디면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따라야한다. 김재호도 “뛰고야 싶죠. 그렇지만 지금은 포스트 시즌에 덕아웃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도 베테랑이 되면 그라운드를 누벼야죠”라고 말했다. 선배들이 치고 달릴 때마다 자신이 경기에서 뛰는 듯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감격 세리머니를 펼치는 장면까지 이미 머리속에 그려놓았다. 19일 벌어진 3차전에서도 목이 쉬도록 응원에 열중했던 그는 드디어 8회말 대수비로 출전했고 9회엔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플라이를 날렸다. 팀이 져 기쁨은 반감됐지만 설레는 포스트시즌 첫 출전의 소망을 이뤘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이환범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오래 오래 입자” 의류별 보관법

    니트는 보풀이 생기지 않게 보관하는 것이 관건. 집에서 손세탁시 마지막 헹굴 때 레몬즙을 조금 넣으면 보풀이 이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니트를 말릴 때 깨끗한 타월을 이용해 두들겨 물기를 뺀 후 그늘에 말린다. 니트 보관시 늘어지지 않도록 옷걸이보다 종이를 끼워 개어 놓거나 반으로 접어 옷걸이에 걸쳐서 보관한다. 가죽 제품은 적당히 영양 공급을 해주어야 신축성이나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가죽 전용 클리너나 올리브 기름을 이용해 닦아주면 오염이 제거되고 윤기가 살아난다. 가죽 옷끼리 보관할 때 한꺼번에 여러 벌 걸어두면 벌레가 생길 수 있으므로 충분한 공간을 주는 것이 좋다. 오리털 점퍼는 드라이보다 손빨래를 권한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오리털의 유지방이 빠져 털이 부스러질 우려가 있다. 물빨래 후에는 건조 과정이 중요하다. 말리는 동안 충분히 두들겨 줘야 공기층이 복원돼 보온성이 유지된다. 모피는 전문 세탁 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하지만 평소의 손질도 그만큼 중요하다. 오염돼 부분 세탁을 할 경우 꼭 짠 물수건으로 털을 잡듯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닦은 다음 마른 수건으로 손질한다. 무스탕과 스웨이드 제품은 드라이클리닝을 자주 하면 지방이 빠져 원형 보존이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게 입고 수시로 환기를 시켜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얼룩이 졌을 때는 고무 지우개나 우유를 묻힌 거즈로 닦아낸다. 때가 심한 목 둘레나 소맷부리는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닦으면 효과가 있다. 한복은 옷걸이에 걸어두는 것보다 창호지에 싸서 눕혀 놓으면 구김이 적고 원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기본. 습기는 보통 아래쪽부터 차기 때문에 옷을 보관할 때는 습기에 강한 무명, 합성섬유를 제일 아래에, 모직 섬유나 비단을 중간에 넣고 견직물은 맨 위에 올려야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도움말:크린토피아
  • [열린세상] 대못질 설전(舌戰)/윤재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대못질 설전(舌戰)/윤재근 문학평론가

    갑(甲)이 을(乙)에게 “왜 서민층에 대못질을 하느냐?” 대질렀다. 을이 갑에게 “부자한테는 대못질해도 되느냐?” 대들었다. 이런 설전(舌戰)이 정치의 본산이라는 국회에서 오고가는 모습을 TV로 보았다. 이런 설전은 시혜(施惠) 때문이지 치세(治世)가 아니란 생각에 서글펐다. 시혜 다툼은 결국 치세를 망친다는 것쯤은 치자(治者)라면 다 알 터이니 말이다. 대부(大夫)가 수레를 타고 물을 건너다, 옷을 적시며 건너려는 백성을 자기 수레를 이용해 건네주었다. 그 소문이 퍼져 그 대부야말로 얼마나 은혜로운 치자냐며 칭송이 자자해졌다. 대부란 벼슬은 요새로 치면 총리에 버금간다. 그 대부를 두고 맹자(孟子)가 은혜롭지만 정치할 줄은 모른다고 설파(說破)했다. 대부의 수레를 타고 물을 건넜던 몇 사람은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한 나머지 백성은 어쩌란 말이냐. 물 건너는 백성을 다 건네주려면 정사(政事)를 그만두고 대부가 뱃사공 노릇해야 할 터이니 맹자가 그 대부를 ‘부지위정(不知爲政)’이라고 판정(判定)했다. 정치할 줄(爲政) 모른다(不知). 물 건너려는 사람을 건네줄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누구나 마음대로 물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려고 했더라면 그 대부를 두고 맹자는 분명 정치할 줄(爲政) 안다(知)고 칭송했을 터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는 시혜를 멀리해야 한다. 몇몇 사람에게 이롭다면 그것은 은혜의 베풂이지 정사(政事)는 아니다. 정치는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지 미운 놈 고운 놈 편 가르기를 해 혜택을 쏠리게 해서는 ‘정(政)’은 허물어지고 만다. 시혜가 그물코를 고쳐주는 일이라면 시정(施政)은 그물의 벼리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물코 중에서 몇 구멍이 터진다 해도 그물 노릇할 수 있지만 그물의 벼리가 끊어져 버리면 그물 전체가 쓸모없어져 버린다. 그러니 치자는 나라의 기강(紀綱)을 손질해야지 나라의 조목(條目)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큰 정치에는 네 편 내편이 없다. 편 묶어 편 가르기 하는 정치는 더럽고 작다. 서민한테 대못질해서도 정치가 아니고 부자한테 대못질해서도 정치가 아니다. 서민도 좋고 부자도 좋아할 자리를 찾아 다리를 놓자고 여야(與野)가 서로 주먹다짐을 할수록 정치는 펄펄 살아난다. 그러나 ‘세금폭탄’이란 말이 터졌을 때 이미 그런 다리는 폭파되고 말았던 셈이다. 서글픈 갑을의 설전도 그런 폭탄 탓으로 터졌던 셈이다. 세금폭탄이 아무리 정교한 스마트폭탄이라 한들 알짜부자들은 완벽한 방공망에다 패트리엇까지 완비돼 끄덕도 않는다. 세금폭탄이란 것이 부동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나라가 정해준 억지부자들한테만 폭파의 위력이 가해질 뿐이다. 집 한 채로 부자를 정하다니 단순논리치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고 있는 집이 6억∼9억원 이상이면 ‘너 부자야’ 딱지를 붙여놓고 세금폭탄을 투하해 그 위력을 서민층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은 임꺽정의 시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시정(施政)은 아닐 터이다. 부자를 편들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다고 부자를 털어다 서민층에 보태주겠다는 어긋난 치자(治者)를 편들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 다만 이 땅에 부럽기도 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부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부자를 미워하고 저주한다면 제가 부자가 못 되어 시기하는 심술일 뿐이다. 가난뱅이가 되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니 물어서 가난뱅이 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자야말로 사기꾼이다. 그러니 정치가 우리 모두 부자 되게 험한 물길 위로 튼튼한 다리를 놓아줄 일을 찾아 시행하면 된다. 윤재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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