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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일상의 모든 것이 메타포/송정림 드라마 작가

    [문화마당] 일상의 모든 것이 메타포/송정림 드라마 작가

    산책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이로 빨간 우체통을 보았다. 아직 남아 있는 우체통이 고맙다. 문득 손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문구점에 들어가 청록색 잉크를 충동구매하고 편지지와 봉투를 골랐다. 집에 돌아와 만년필에 잉크를 넣으며 손가락 한쪽에 묻은 잉크를 보니 한 시인이 떠올랐다. 희망의 색이라며 녹색잉크로 시를 썼던 시인. 혁명가이면서도 달달한 연애시를 잘 썼던,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영웅 파블로 네루다. 그의 말년을 담은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책꽂이에서 꺼내 들어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은 네루다를 장시간 인터뷰했던 기자 출신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1985년에 쓴 작품인데, ‘일 포스티노’(1994)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69년 6월,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만둔 청년 마리오는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들어간다. “자전거 있나?” “글 읽을 줄 아나?” 딱 두 가지 채용 기준에 적합한 마리오는 우체부가 된다. 그가 담당하는 수신인은 단 한 사람. 시인 파블로 네루다. 어느 날 시인이 ‘메타포’라는 단어를 쓰자 마리오가 묻는다. “메타포가 뭐예요?” 시인이 대답한다.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말한다. “시인이 되고 싶으면 지금 당장 해변으로 가게.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메타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마리오는 시인의 시를 이용해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얻게 된다. 그의 결혼식 날, 시인은 파리 대사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마리오는 직장을 잃어버린다. 편지를 전달할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식당에서 주방 일을 맡게 된 마리오는 네루다의 메타포를 빌려 식품에 이름을 붙인다. 양파(동그란 물장미), 마늘(아름다운 상아), 토마토(상쾌한 태양), 감자(한밤의 밀가루), 참치(깊은 바닷속의 탄알), 사과(오로라에 물들어 활짝 피어오른 순수한 뺨), 소금(파도의 망각)…. 어느 날 파리에서 시인의 소포가 도착한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보낸 녹음기에 바다의 움직임을 녹음한다. 갈매기가 수직으로 하강해 정어리를 쪼는 소리, 바람에 상큼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불꽃놀이처럼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고 개들이 짖는 소리, 바닷바람이 자아내는 변덕스러운 오케스트라 종소리,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등대 사이렌의 신음소리, 그리고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기의 가녀린 심장 박동 소리를…. 재치가 넘치는 대사로 즐거운 소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의 브로맨스와 아름다운 시의 메타포로 가득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순박한 우체부가 시인에게 던진 이 질문이 가슴을 친다.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 대답은 예스! 세상은 온통 시의 메타포로 넘친다. 창문 너머 밝아오는 태양의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잠을 깨는 가족의 얼굴, 거리에 떨어져 짝을 찾아 헤매는 낙엽들, 차의 경적소리, 친구의 전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아름다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는 걸까.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이 기가 막힌 신의 선물이라고 해도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선물이 아니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시선이 다른 곳만 향해 있으면 사랑을 줄 수 없다. 어느새 낙엽이 진다. 그렁한 눈으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마음도, 그 길 위에 새겨진 사람을 차마 마음 밖으로 꺼내버리지 못하는 애상도, 다시 한번 길을 걸어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마음도…. 삶은 모두 시(詩)이고 노래다. 사랑을 발견하고 있다면, 그 사랑에 감사하고 있다면.
  • 점심 난민·베개 난민·막차 난민… ‘난민 쇄국’ 日의 도 넘은 희화화

    점심 난민·베개 난민·막차 난민… ‘난민 쇄국’ 日의 도 넘은 희화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한 화장품 회사는 주요 전철역 등에 ‘일본의 미용액 난민에게’라는 문구의 보습제 광고를 내걸었다가 혼쭐이 났다. 회사 측은 “자신에게 맞는 보습제를 찾지 못한 여성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난민’이라는 인권 차원의 용어를 멋대로 갖다 붙였다는 비난이 쇄도했고 결국 광고는 10여일 만에 철거됐다. 일본 사회에 ‘난민’을 합성한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 난민’ 표현은 연관성 있는 사회현상을 하나의 시리즈로 묶어 표현하기 좋아하는 일본적 분위기의 산물이다. 일본에서도 원래 ‘난민’이 아무 데나 붙지는 않았다. 생활에 어려움이 큰 계층에 한정돼 쓰이는 경향이 강했다. 대표적인 것이 초고령사회의 상징인 ‘쇼핑 난민’이다. 지방의 인구 감소로 생활권 주변 상가·상점이 사라지고 대중교통 노선까지 끊기면서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고령화의 그늘로 ‘쓰레기 배출 난민’이 있다. 쇠약해진 기력에 혼자 힘으로는 쓰레기를 내다 버리지 못해 집안에 쌓아 놓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령자들을 지칭한다. 짝을 못 만나 결혼하지 못하는 ‘결혼 난민’, 아기를 갖지 못하는 ‘출산 난민’, 취업에 계속 실패하는 ‘취직 난민’ 등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도 마구잡이로 난민이 붙여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점심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민인 ‘점심 난민’, 실내흡연 금지 이후 담배 피울 공간이 아쉬운 ‘흡연실 난민’,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영어 난민’, 대중교통 막차를 놓친 ‘막차 난민’과 같은 것들이다. ‘기가 난민’(휴대전화 데이터 용량이 부족한 사람들), ‘턱 난민’(턱관절 장애를 앓는 사람들), ‘베개 난민’(자신에게 맞는 베개 등 침구가 필요한 사람들) 등은 미용액 난민과 같이 상업적 의도로 생겨난 말들이다. 그러나 민족, 종교, 정치·사상 등의 차이로 생명을 위협받는 절박한 사람들을 뜻하는 이 말이 남발되면서 일본 사회 내 의미와 무게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이 난민 수용에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는 점에서도 용어 남발은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정부는 총 1만 375명의 난민 신청자 중 0.4%인 43명만 인정했다. 2018년 기준 독일 5만 6500명(인정률 23%), 미국 3만 5200명(3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난민 문제에 정통한 하시모토 나오코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다양한 난민 신조어들은 실제 곤경에 처해 있는 난민들의 처지와 심경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난민이라는 말의 원뜻을 제대로 파악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포토] 아기 판다 푸바오 ‘100일 축하해주세요!’

    [포토] 아기 판다 푸바오 ‘100일 축하해주세요!’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국내 유일의 자이언트 판다 커플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지난 7월 20일 태어난 암컷 아기 판다 ‘푸바오’가 공개되고 있다. 2020.11.4 연합뉴스
  • 에버랜드, 국내 첫 아기판다 이름은 ‘푸바오(福寶)’…“행복을 주는보물”

    에버랜드, 국내 첫 아기판다 이름은 ‘푸바오(福寶)’…“행복을 주는보물”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국내 첫 번째 아기 판다의 이름이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을 담은 ‘푸바오(福寶)’‘로 결정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최근 20일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아기판다 이름 투표 이벤트(5만명 참여)를 진행한 결과 푸바오가 가장 많은 1만7000 표를 받아 최종 이름으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벤트 참여 고객들은 “귀엽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아기 판다와 잘 어울린다”, “힘든 시기에 복덩이처럼 굴러온 판다에게 딱 맞다”, “무한한 복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등 푸바오를 선택한 이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았다. 지난 7월 20일 국내 유일의 자이언트 판다 커플 러바오(수컷, 만 8세)와 아이바오(암컷, 만 7세)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아기 판다 푸바오는 지난 100일간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다. 태어날 당시 어미 몸무게의 600분의 1 정도로 몸무게 197g, 몸길이 16.5cm에 불과했지만, 생후 100일이 지난 현재는 몸무게 5.8kg로 30배, 몸길이 58.5cm로 3.6배 각각 성장했다. 판다는 몸무게 200g 수준의 미숙아 상태로 태어나 초기 생존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건강 상태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생후 100일 무렵 중국어로 이름을 지어주는게 국제관례라고 에버랜드는 밝혔다.판다를 담당하고 있는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는 “지난 100일간 건강하게 성장해준 푸바오와 잘 키워준 어미 아이바오 모두 고맙다”며 “앞으로무럭무럭 성장해 나갈 아기 판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혼자 걸어 다닐 정도로 조금 더 성장하면 환경 적응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내 일반공개를 검토할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아기판다 출생 100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푸바오의 100일 간 폭풍 성장 모습은 에버랜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공식 SNS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게시한 영상 조회 수 합산이 2000만 뷰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이웃/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이웃/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옆집에 사는 커플이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작은 선물을 주었다. 물론 낳은 것은 커플 중 여자 쪽이다. 부부라고 적지 않고 굳이 커플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결혼(marriage)을 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집에서 아이를 낳고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공적 파트너’(Civil Partnership)로서 등록을 하면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의 법적 보호를 해 준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뿐 상속이나 세금 내지 결합이 해소될 때의 처리 등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왜 결혼을 하지 않고 공적 파트너로 지내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야말로 본인들 선택의 문제다. 영국에서 결혼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또는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 제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고. 원래 공적 파트너 제도는 동성 커플에게 법적인 보호를 주고자 도입된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2014년부터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동성 커플은 공적 파트너 제도와 결혼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성 커플에게는 결혼만 허용되고 공적 파트너 제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이성 커플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하여 이성 커플 역시 공적 파트너로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즉 영국에서 두 사람이 커플로서 같이 사는 경우 그냥 동거일 수도, 공적 파트너로서 사는 것일 수도, 결혼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은 서로를 일컬을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고 하지 않고 파트너라고 한다. ‘내 남편이 어쩌고’, ‘내 아내가 저쩌고’라고 말할 것을 ‘내 파트너가 어쩌고저쩌고’라고 말하는 식이다. 여기서 ‘남편’이 여성일 수도 있고 ‘아내’가 남성일 수도 있다. 동성 연인들도 결혼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들은 서로를 남편이나 아내라고 일컫는다. 혹은 둘 다 아내라고 말하기도 하고 둘 다 남편일 수도 있다. ‘파트너’는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다. 반대편으로 한 집 건너에는 나이가 좀 있는 남성 둘이 같이 사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커플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둘이 무슨 관계냐고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생활이나 외모와 관련해 함부로 묻거나 언급을 하는 것은 친한 사이라고 해도 피해야 할 일이다. 불편하거나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예의 바르고 상냥한 이웃이다. 중요한 건 그 지점이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그 집을 좋아해서 마당에 들어가 있거나 심지어 식탁 아래 누워 있기도 했다는데, 이들은 그때마다 매우 조심스럽게 잡아서 도로 데려다주거나 너희 고양이가 어디 있다고 가르쳐 준다.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러면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고, 이들은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한다. 아기를 낳은 집 옆집에는 동유럽 출신의 가족이 산다. 어린아이 둘과 엄마, 아빠다. 부모는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고, 아이들은 영어가 더 익숙한 것 같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는 이웃들을 잘 모르고 지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지나치다가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록다운 기간 동안 하루 한 번 실외 운동이 가능했는데 그때 옆집 커플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됐고 아기를 낳을 거라고 들었다. 또한 당시 매주 목요일 저녁에 의료 종사자들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이웃들을 알게 됐다. 그나마 코로나19 덕에 생긴 좋은 일이라고 하겠다. 연달아 있는 다섯 집 중에 우리 포함 세 집이 ‘소수자’인 셈이다. 단지 전체로 보면 영국인들이 훨씬 많이 산다. 하지만 소수자라는 이유로 드러내 놓고 차별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비록 한국보다 방역이 처지지만 그래도 영국이 가진 미덕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동성애자건 외국인이건 그냥 사람이고 이웃이다. ‘차별을 하지 말자는 법’을 놓고 굳이 차별을 해야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본인이 소수자일 수 있다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 “탯줄·태반 붙어 있어” 베이비박스 바로 앞에서…영아 숨진 채 발견

    “탯줄·태반 붙어 있어” 베이비박스 바로 앞에서…영아 숨진 채 발견

    3일 새벽 주사랑공동체 교회 인근 발견 ‘베이비박스’ 앞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의 공사 자재 더미에서 분홍색 수건에 싸여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이 인근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전날 오후 10시 10분쯤 한 여성이 영아를 드럼통 위에 두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행인이 드럼통 아래에서 영아 시신을 발견한 점으로 볼 때 아기가 전날 밤까지는 살아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과 태반이 붙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사랑 공동체 교회 관계자는 “늦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고, 아기를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와 ‘베이비룸’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비 오는 날 밤 공사 자재 위에 아기를 올려둔 것은 유기 행위”라며 “CCTV 해상도가 높지 않아 늦은 밤에는 밖에 둔 아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경찰, CCTV 통해 영아 유기 화면 확보 경찰 관계자는 “CCTV에 찍힌 여성이 친모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비박스 위치를 잘 몰라서 영아를 잘못 두고 갔을 가능성까지 고려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성들이 아이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간이 보호시설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사랑공동체 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최초로 만들었다. 한편 경찰은 영아를 두고 간 여성 등을 찾아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中 도심 길거리서 남편이 부인 폭행해 살해…시민들은 구경만

    中 도심 길거리서 남편이 부인 폭행해 살해…시민들은 구경만

    도심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남편에게 모질게 폭행을 당하는데 주변 시민 모두 구경 만하다가 결국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중국 산시성 북부에 위치한 쉬저우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소식을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31일 오전으로 당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한 부부가 함께 전기자전거를 타고가다 보행자를 치었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 직후 벌어졌다. 부부사이의 말 다툼도 잠시, 남편은 부인을 땅바닥에 밀어버리고는 가혹한 폭행을 시작했으며 심지어 돌로 내려치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가혹한 폭행이 이어지는데도 주변에 있던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당시 장면은 이를 구경하던 한 시민에 의해 촬영돼 현지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라와 큰 논란이 됐다. 쉬저우 경찰은 "피해 여성은 이날 폭행으로 숨졌으며 용의자인 남편은 현재 체포된 상태로 현재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된 것은 중국 내에서의 여전한 가정폭력과 '오불관언'의 민낯이 또다시 노출됐기 때문이다. ‘남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중국인들의 오불관언(吾不關焉)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여러 이민족의 침입과 지배가 많았던 현지 역사에서 중국인들은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특히 최근에는 오불관언이 극심한 이기주의로 변질됐는데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는 커녕 그냥 구경만 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광둥성 포산시에서 승합차에 뺑소니를 당한 뒤 사망한 2살 아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중상을 당한 아이를 두고 시민 17명이 그대로 지나갔고, 심지어 뒤따르던 차량은 쓰러진 아기를 다시 치고 달아나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현지언론은 "폭행 영상이 공개된 후 시민의식 실종과 가정폭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괜히 개입했다가 도움을 주던 사람이 오히려 돈을 물어주거나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박지선 사망, 외모 악플에 父장문 댓글 “피부 치료에 심하게 아파”

    박지선 사망, 외모 악플에 父장문 댓글 “피부 치료에 심하게 아파”

    개그맨 박지선(36)이 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후 1시 44분쯤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씨의 부친이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둘 다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은 박지선의 생일 하루 전날이라 대중들은 큰 충격에 빠진 상황이다. 고인은 생전 모친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SNS에 공개, 다정한 모녀 관계를 종종 공개하기도 했다. 부친은 특히 딸 박지선의 외모를 비하하는 악플에 대해 직접 댓글로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박지선의 외모를 비꼬는 한 네티즌의 글에 박지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이 장문의 글을 남긴 것. 이 네티즌은 박지선의 초중고를 적으며 성장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초중고 줄곧 우등생과 학교 반장을 도맡아 했고 아주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다”며 “유머까지 가지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고등학교 전 학교 성적이 아주 우수하여 고려대학교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박지선이 화장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에 해당 네티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드름 치료를 잘못하는 바람에 피부가 심하게 아팠다. 피부 때문에 학교도 휴학을 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했다. 이후로 피부가 너무 연약한 아기 피부 같아 화장을 못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경찰은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강서구의회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현장의정

    강서구의회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현장의정

    서울 강서구의회가 현장 의정을 통해 지역의 복지 상황을 점검했다. 강서구의회 미래복지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화곡1동 곰달래문화복지센터 안에 있는 ‘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돌아보고 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2011년 5월 문을 연 ‘강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9명의 직원들이 어린이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식단 및 표준레시피 개발·보급 ▲영양·위생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급식 전반에 대한 지원 및 정보 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센터 관계자로부터 센터 등록관리 현황, 2020년 사업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또 지역의 어린이급식 영양과 위생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신낙형 미래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영·유아기는 정상적인 성장발달과 장래 건강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전문성, 효율성, 관계 형성 등의 핵심가치를 통해 각 급식소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日여대생, 갓 낳은 딸 도심공원에 살해·유기했다가 1년 만에 덜미

    日여대생, 갓 낳은 딸 도심공원에 살해·유기했다가 1년 만에 덜미

    일본의 20대 여성 회사원이 갓 태어난 딸을 살해해 유기했던 1년 전 범행이 들통나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여성은 지난해 자신이 살고 있던 고베에서 400㎞ 이상 떨어진 도쿄까지 와서 범행을 저지르며 완전범죄를 꿈꿨으나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 결국 붙잡혔다. 지난해 11월 8일 도쿄도 미나토구 신바시의 한 공원에서 갓난아이의 시신 일부가 땅 위로 돌출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탯줄까지 떨어지지 않은 영아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입안은 티슈 더미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부검 결과 인위적인 힘으로 기도가 폐색된 상태에서 일어난 질식사로 판명났다. 경시청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살해돼 유기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거의 정확히 1년이 흐른 이달 1일 경찰은 효고현 고베시에 사는 회사원 기타이 사유리(23)를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했다. 기타이는 아기의 시신이 발견되기 닷새 전인 지난해 11월 3일 심야 도쿄 히가시신바시의 구립공원 흙바닥 밑에 자기 딸의 시신을 묻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공원 주변 타워맨션 등 주민 약 800가구에 대한 탐문을 실시했고 공원 주변 CCTV에 찍힌 약 2만 9000명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최근 기타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지난해 범행 당시 효고현 내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산부인과에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태어났다면 지난해 11월쯤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혐의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기타이로 수사망을 압축했다. 구직활동을 위해 가끔씩 도쿄를 방문했던 기타이는 범행 당일 비행기로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가 다음날 고베로 돌아갔다. 경찰은 도쿄에서 출산하고 살해한 뒤 유기까지 한번에 마친 것으로 파악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갓난아기 때 사라진 어머니가 28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딸은 생모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자랐습니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위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어머니가 죽은 딸을 흔적을 찾아온 겁니다. 바로 딸이 남긴 보험금과 퇴직금, 전세보증금 때문이었죠. 어머니는 1억 5000만원을 챙겼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딸의 병원비와 장례비로 쓴 돈마저 찾아가겠다며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딸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니 자신 것이란 논리입니다. 법이 어머니의 상속받을 권리를 보장하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지난 26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김모씨의 친모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는 핏줄만 이어져 있으면 비정한 부모라도 그 권리를 인정하는 상속제도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 핵심 ① 혈연관계만 따져 상속 순위 배분 ‘이럴 거면 날 왜 낳았고 왜 버렸을까’ 지난해 이맘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수 구하라씨가 생전 남긴 메모입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9살이던 때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지할 사람은 두 살 터울의 오빠뿐이었고, 남매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모정을 느낄 기회조차 없이 소녀는 어른이 됐습니다. 무대 위에선 항상 환하게 미소 짓던 그녀였기에 대중들은 마음속 그늘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죽고 나서야 비로소 어둠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20년 만에 구씨의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딸이 가수 활동으로 벌어들인 유산의 절반을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구씨는 성인이 된 후로 딱 한 번 생모를 만난 적 있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그룹이 해체하고, 남자친구의 폭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였습니다. 우울증을 앓던 그녀에게 의료진은 친모를 만나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구씨는 오빠에게 ‘괜히 만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평생 느꼈을 부재가 한 번의 만남으로 채워질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법적 권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요구한 겁니다. 상속을 박탈할 방법은 없습니다.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핵심 ② 상속 권리 얻으려면 양육 의무부터 현행법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지면 상속받을 권리가 자동으로 주어집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과 배우자입니다.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증조부모)과 배우자입니다. 자녀가 없는 구하라의 상속은 어머니가 2순위로 우선권을 가집니다. 기계적 배분이죠. 오빠 구호인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입법 청원을 올렸습니다.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 결격 사유에 친족이라도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는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입니다.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결과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개정안대로라면 관련 소송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대로 시행하긴 들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20대 국회를 끝으로 지난 5월 폐기됐습니다. 멈춘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민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됐습니다.■ 핵심 ③ 구하라법, 효용보다 부작용 더 많아 부양 의무의 정도란 게 추상적이라 기준으로 삼기 곤란하다는 겁니다. 앞서 사례로 든 김씨나 구하라씨 생모의 경우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상속 분쟁에선 부모의 부양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딱 떨어지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시기마다 부모가 해줄 역할은 너무도 많습니다. 이를 성실히 했냐 게을리했냐 세세히 따지기도 불가능합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니 상속 분쟁도 그만큼 많이 발생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거죠. 또 때에 따라서는 부모가 부양 의무를 게을리했더라도 자녀가 재산을 넘겨주고자 할 수 있습니다. 이땐 오히려 부양 의무 조건이 걸림돌이 됩니다. 부모에게만 부양 의무를 엄격히 따지는 탓에 모순적으로 부양 의무가 없는 친척에게 우선 순위가 부여될 수도 있고요. 오직 핏줄로 따지는 상속제도가 국민 법감정의 시선에선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었던 겁니다. 다만 평생 부모의 빈 자리가 만든 그늘 속에 살았을 이들의 떠나간 뒷모습이 더욱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당위성과 실효성 사이 딜레마에 빠진 구하라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습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당근마켓, 이번엔 “장애인 판매”…항의하니 “나 촉법ㅋㅋㅋ”

    당근마켓, 이번엔 “장애인 판매”…항의하니 “나 촉법ㅋㅋㅋ”

    ‘아기 판매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장애인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당근마켓 측이 ‘아기 판매글’ 논란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11일 만이다. 당근마켓 이용자 A(34)씨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50분쯤 전북 군산시 임피면 지역에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어린 청소년 사진과 함께 ‘무료’라는 가격이 제시됐다. A씨는 즉시 채팅을 통해 게시자에게 “어디서 할 짓이 없어서. 진짜 한심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게시자는 “니 애미 팔아줄까”라며 욕설로 맞받아쳤다. A씨가 “물건 파는 곳에 어떻게 사람을 파느냐.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따지자 게시자는 “미자(미성년자)여서 콩밥 못 먹는다. 생일 안 지나서 촉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형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범죄 피의자, 즉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이기에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판매글에 첨부한 청소년 사진에 대해서는 “내 친구 얼굴임ㅋㅋㅋ”라며 욕설과 함께 밝혔다. 현재 해당 글과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을 공개한 A씨는 여러 언론에 “글을 보고 황당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더 어이가 없었다”면서 “어린 친구가 장난으로 당근마켓에 이런 글을 올린 것 같은데 혼나야 할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그러면서 “일전에 아이를 판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뉴스를 보고 기가 찼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며 “이용자가 신고하기 전에 당근마켓 측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이런 비상식적인 글들을 걸러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A씨는 해당 글 게시자의 행동을 문제 삼아 당근마켓 측에 신고했다. 그러자 당근마켓 관계자는 서면으로 “불쾌한 글을 본 것 같아 죄송하다”며 “해당 글은 즉시 삭제 처리됐다. 너른 양해 부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게시자의 욕설 채팅과 관련) 해당 사용자는 욕설 항목으로 제재 처리 완료됐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런 글들이 게시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필요하시면 경찰 신고를 진행해 주셔도 된다. 당근마켓은 경찰서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올 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해 해당 글들이 게시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당근마켓은 36주 된 아기를 거래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된 이후 지난 19일 “대응 강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기술팀 등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7일 경기 수원에서도 ‘아기를 팔겠다’는 글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경찰이 조사한 결과 한 여중생이 고등학생 언니의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장난삼아 올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스칼렛 요핸슨 개념 결혼식, “팬들은 어르신 끼니 돕는 자선단체 기부를”

    스칼렛 요핸슨 개념 결혼식, “팬들은 어르신 끼니 돕는 자선단체 기부를”

    “부부의 결혼 소망은 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취약해지는 어르신들을 위해 다른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핸슨(36)이 하객은 최대한 적은 숫자를 초청하고 노인층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선단체 ‘밀스 온 휠스’에 기부해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하는 검소한 결혼 예식을 지난 주말 미국 뉴욕 근처 팰리세이드에서 올렸다고 영국 BBC가 30일 전했다. 이 단체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코로나19 관련 안전 조처를 준수하며 직계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만으로 내밀하게 예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요핸스의 대변인도 예식을 이미 마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예 전문매체 TMZ도 전했다. 신랑은 2017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시즌 마지막회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처음 만난 작가 겸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38)로 둘은 지난해 5월 약혼했다. 조스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요핸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제작하는 ‘블랙 위도우’ 출연 계약을 맺으면서 2500만 달러, 흥행이 잘 되면 3100만 달러의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출연료를 받는 여배우가 됐다. 2008년 라이언 레이널즈와 결혼했으나 2년 뒤 합의이혼했다. 2014년 3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 도중 임신 사실이 보도됐는데 아기 아빠는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세 살 연상의 약혼자 로맹 도리아크였다. 같은 해 9월 5일 딸 로즈 도로시를 낳고 다음달 결혼했는데 2017년 이혼 후 양육권을 갖고 딸을 혼자 길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월드피플+] 머리 붙은 채 태어난 9개월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기

    [월드피플+] 머리 붙은 채 태어난 9개월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기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미국 샴쌍둥이 자매가 24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29일(현지시간) NBC새크라멘토는 생후 9개월된 아비가일 바친스키, 미카엘라 바친스키 자매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UC 데이비스 아동병원에서 분리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UC 데이비스 아동병원 수술실에 소아신경외과, 성형외과, 마취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총출동했다. 최정예로 구성된 의료진 30명은 ‘두개 유합 샴쌍둥이’(craniopagus twins) 분리라는 고난이도 수술에 돌입했다.다음날 새벽 3시 30분쯤, 드디어 24시간의 마라톤 수술이 끝났다. 병원 측은 생후 9개월 된 바친스키 자매의 머리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술에 참여한 소아신경외과 마이클 에드워즈 박사는 “다행히 모든 게 제 시간에, 정확한 방법으로 시행됐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여준 의료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 아이를 둔 자매의 부모는 결혼 10주년이었던 지난해 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선물처럼 찾아온 쌍둥이의 머리가 붙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쌍둥이는 두개골과 혈관이 서로 붙은 ‘두개 유합 샴쌍둥이’였다.신체가 일부가 붙어 한 몸처럼 태어나는 샴쌍둥이도 드물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가 붙어서 태어나는 샴쌍둥이는 전체의 2%~6% 정도로 매우 드물다. 미국에서는 100만 명중 10명~20명꼴로 발생한다. 생존률도 희박하다. 두개 유합 샴쌍둥이 중 40%는 사산되며, 33%는 출생 후 얼마 안가 사망한다. 두개골 결합 위치에 따라 분리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는 건 단 25%뿐이며, 이마저도 수술 과정에서 숨지거나 합병증을 얻는 경우가 많다.출산 전부터 태아 MRI로 바친스키 자매의 해부학적 구조를 면밀히 살핀 의료진은 쌍둥이 모형을 제작해 안전한 분만을 도왔다. 자매는 지난해 12월 30일 무사히 세상으로 나왔다. 사산 고비는 넘겼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생후 6개월은 지나야 수술이 가능했기에 의료진은 그간 3D프린터로 머리 모형을 제작해 여러 차례 모의 수술을 시행했다. 증강현실을 활용해 분리해야 할 혈관을 연구했다. 에드워즈 박사는 “기도 손상이나 무기폐(폐가 쪼그라드는 현상) 등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대비했다. 수술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빠르고 정확해야 했다. 다행히 손발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성공적으로 분리된 바친스키 자매는 현재 소아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합병증만 없으면 몇 달 내로 퇴원할 예정이다. 박사는 “아기들이 잘 견뎌주어 고맙다. 태어나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 아기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매가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못 견디겠다”며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크기 줄이고 필수 기능만 넣어 1인 가구에 안성맞춤

    크기 줄이고 필수 기능만 넣어 1인 가구에 안성맞춤

    1인 가구 세대에 맞춰 소형 건조기를 만들어낸 한 중소기업이 유통업계에서 화제다. 소형 건조기를 생산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일코전자가 주인공이다. 일코전자는 대기업들이 만드는 대용량, 다기능의 고가 제품이 아닌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실속형 소형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일코전자가 내놓은 ‘에스틸로 미니건조기’(ILD-301UP)는 필수 기능만 갖춘 PTC 히터 방식의 소형 건조기로 1인 가구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1회 건조 시 의류 3㎏ 또는 수건(150g 기준) 20장을 건조할 수 있으며, 60도 이하로 건조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한다. 건조시간은 표준코스 건조 시 2시간 24분 걸린다. ‘살균기능 UV램프’, ‘40분 탈취 코스’ 등을 갖췄다. 이 제품은 흡기·배기 3중 필터가 달려있다. 필터는 탈부착이 간단해 청소하기가 쉽다. 전기료는 연간 2만 7000원 수준으로 에너지효율등급을 받았다. 에스틸로 미니건조기는 가전 전문 유통업체인 하이마트에서 건조기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고, 쿠팡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서울신문사 온라인몰인 서울마켓에도 입점해 절찬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한 공중파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제품이 노출되며 한때 네이버 검색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접촉이 기본이고, 살균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마스크, 속옷, 아기 인형 등을 살균할 수 있는 멀티살균건조대를 개발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이 회사는 곧 3㎏ 용량의 삶는 세탁기도 개발, 판매할 예정이다. 일코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월 매출이 400% 이상 늘었고,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0%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아기용품 전시 새달 1일까지

    아기용품 전시 새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제35회 코베 베이비페어 전시장을 방문한 한 시민이 유아용품과 인형이 전시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아기용품 전시 새달 1일까지

    아기용품 전시 새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제35회 코베 베이비페어 전시장을 방문한 한 시민이 유아용품과 인형이 전시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日국민판다 ‘샨샨’, 올 연말 중국 반환…아쉬운 이별행사

    日국민판다 ‘샨샨’, 올 연말 중국 반환…아쉬운 이별행사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선사하며 남녀노소 일본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자이언트 판다 ‘샨샨’이 올 연말 중국으로 가게 되면서 석별의 준비가 일본에서 한창이다. 판다의 인기는 세계 어디서나 대단하지만, 일본인들의 사랑은 극성스러울 정도로 유별나다. 방문객 수 기준 일본 최대인 도쿄 우에노 동물원은 샨샨이 중국으로 가기까지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온라인 이벤트를 지난 28일 시작했다. 동물원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못하지만 가정에서 샨샨을 잘 즐겨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에노 동물원 홈페이지는 샨샨의 사진 등 이미지로 꾸며졌으며 판다의 생태, 샨샨이 거주하는 시설의 세부내용 등을 담은 관련 팸플릿도 공개됐다. 다음달 3일부터는 2017년 6월 출생한 샨샨의 그동안 성장 과정을 담은 컴퓨터 월페이퍼를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10일부터는 동물원 공식 트위터를 통해 샨샨의 미공개 영상이 공개된다. 2011년 중국에서 대여받은 수컷 ‘리리’와 암컷 ‘신신’ 사이에 자연교배로 태어난 샨샨은 태어나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샨샨을 보기 위해 나온 가족들의 장사진은 물론이고, 샨샨을 소재로 만든 봉제완구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쇠락해가던 우에노 동물원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했다.원래 샨샨의 중국 반환은 지난해 6월 이뤄졌어야 했다.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일본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24개월이 되면 무조건 중국에 반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에노 동물원을 관리하는 도쿄도에 샨샨을 이대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국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도쿄도는 중국과 재협상을 통해 샨샨의 중국 반환 기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샨샨의 반환을 미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한 상태다. 우에노 동물원은 내년부터 관람객 수가 급감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샨샨의 부모인 리리와 신신은 당분간 남지만, 아무래도 아기 판다에 비해서는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에노 동물원의 경우 2008년 판다 ‘린린’이 세상을 뜨면서 36년 만에 판다가 사라지는 상황이 오자 연간 입장객이 60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판다는 동물원 전체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함께한 남친, 남편 됐지만 그날 돌아가도 같은 선택

    함께한 남친, 남편 됐지만 그날 돌아가도 같은 선택

    결혼 생각 없어 남자친구와 낙태 결정요양 없이 레지던스서 몸 겨우 추슬러“낙태, 여성 생애 전체 영향 주는 경험 처벌로 통제하려는 제도 재고했으면 ”민서영(40·가명)씨는 14년 전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미역국을 끓여 줬던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 됐다. 민씨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다. 그날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민씨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26살 때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주가 지나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테스트기로 확인해 보니 두 줄(임신 양성 반응)이 떴다. 임신과 결혼 생각이 없던 민씨는 남자친구와 상의 후 아이를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수술 비용은 남자친구가 마련하고, 병원은 민씨가 알아봤다. 여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 낯선 지역을 헤맸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다. 수술 후 몸조리는 사치였다. 민씨는 “낙태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요양이 필요한데 그런 서비스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이 없던 민씨 커플은 적당한 레지던스를 빌려 몸을 추슬러야 했다. 민씨가 낙태를 고민했을 무렵 미혼인 직장 동료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이 있던 동료는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직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얼마 후 그 동료가 자연유산으로 태아를 잃자 따뜻한 위로가 쏟아졌다. 임신도 낙태도 숨겨야 했던 민씨의 사정과 너무 달랐다. 떠나보낸 아이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민씨는 4년 전 절을 찾아가 아기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임신과 낙태를 겪으면서 민씨는 임신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초기부터 호르몬 변화 등 많은 증상이 나타났다. 민씨는 “밤에 잠을 자는데도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점이 큰 무게로 느껴져 낙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민씨의 낙태 사실을 모른다. 동성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이 큰 힘이 됐다. 민씨는 “임신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낙태를 해본 여성도, 하지 않은 여성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낙태는 여성의 몸을 넘어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험”이라면서 “처벌로써 낙태를 통제하려는 제도를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낙태는 모든 여성의 문제…“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낙태는 모든 여성의 문제…“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나는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5> 삶을 송두리째 바꾼 신중한 선택 67 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민서영(가명·40)씨는 14년 전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미역국을 끓여줬던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 됐다. 민씨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다. 그날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민씨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26살 때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주가 지나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테스트기로 확인해보니 두 줄(임신 양성 반응)이 떴다. 임신과 결혼 생각이 없던 민씨는 남자친구와 상의 후 아이를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수술비용은 남자친구가 마련하고, 병원은 민씨가 알아봤다. 여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 낯선 지역을 헤맸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다. 수술 후 몸조리는 사치였다. 민씨는 “낙태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요양이 필요한데 그런 서비스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이 없던 민씨 커플은 적당한 레지던스를 빌려 몸을 추스려야 했다. 민씨가 낙태를 고민했을 무렵 미혼인 직장 동료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이 있던 동료는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직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얼마 후 그 동료가 자연유산으로 태아를 잃자 따뜻한 위로가 쏟아졌다. 임신도 낙태도 숨겨야 했던 민씨의 사정과 너무 달랐다. 떠나보낸 아이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민씨는 4년 전 절을 찾아가 아기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임신과 낙태를 겪으면서 민씨는 임신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초기부터 호르몬 변화 등 많은 증상이 나타났다. 민씨는 “밤에 잠을 자는데도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점이 큰 무게로 느껴져 낙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민씨의 낙태 사실을 모른다. 동성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이 큰 힘이 됐다. 민씨는 “임신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낙태를 해본 여성도, 하지 않은 여성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낙태는 여성의 몸을 넘어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험”이라면서 “처벌로써 낙태를 통제하려는 제도를 다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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