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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엔딩은 있다”…선천적 얼굴 기형 여성의 사연

    “해피엔딩은 있다”…선천적 얼굴 기형 여성의 사연

    심각한 얼굴 기형을 이겨낸 한 젊은 여성이 ‘행복한 결말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노샘프턴셔주(州)에 사는 25세 여성 코디 홀스는 선천적 혈관종(hemangioma)을 가지고 태어났다. 혈관종은 영유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양성 종양 중 하나로 비정상적인 혈관이 뭉쳐 붉은 반점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여성의 경우 뭉친 혈관 덩어리가 너무 커서 얼굴 왼쪽 편이 뒤틀릴 정도로 심각했다. 의사는 절망에 빠진 가족들에게 혈관종을 고칠 방법이 없으니 6살이 되면 다시 병원에 데려 오라고 완곡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딸을 낫게 할 방법을 찾던 끝에 얼굴 기형 아동을 수술한 이력이 있는 미국 외과병원의 정보를 입수했다. 그길로 부부는 지역신문사를 비롯해 기금모금 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했고, 치료비로 23만 파운드(약 3억 4000만원)를 모았다. 1993년 7월, 1살이 채 되지 않았던 코디는 부모님과 주위의 도움으로 미국 뉴욕에서 첫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4년 동안 코 재건술과 주름 제거 수술, 그리고 피부이식 수술 등 18번의 대수술이 이어졌다. 어머니 테레사(43)와 아버지 토니(42)는 “우리는 코디가 얼마나 멋진 아이인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늘 딸의 미래가 걱정됐지만 희망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 결과 딸은 씩씩한 아가씨로 잘 자라주었다”며 많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되찾은 코디는 8년 전 처음만난 루이스 홀트(27)와 지난 10일 결혼식을 올렸다. 코디는 “주위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사람들은 ‘나는 나’임을 인정해주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어려운 시련이 닥쳐도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섣불리 단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개냥’ 윤은혜 변천사, ‘베이비복스’부터 ‘고은찬’까지

    ‘개냥’ 윤은혜 변천사, ‘베이비복스’부터 ‘고은찬’까지

    ‘개냥’으로 돌아온 윤은혜에 대한 관심이 종일 뜨거운 가운데, 윤은혜의 데뷔부터 현재까지 변천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16일 전날 방송된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에는 가수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윤은혜(34)가 등장해 큰 관심을 받았다. 윤은혜는 지난 2013년 KBS2 드라마 ‘미래의 선택’을 마지막으로 좀처럼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후 2015년 중국 동방TV ‘여신의 패션’에 출연했지만 ‘의상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국내 예능 프로그램으로 복귀하자, 과거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의 모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윤은혜는 지난 1997년 결성된 5인조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로 데뷔했다. 윤은혜는 팀 결성 2년 뒤인 1999년 합류했다. 베이비복스는 ‘Get Up’, ‘Killer’, ‘Missing You’, ‘배신’, ‘인형’, ‘우연’, ‘나 어떡해’ 등 곡들을 히트시키며, 1990년대~200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그룹으로 우뚝 섰다. 이후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던 베이비복스는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됐다. 당시 중국 베이징에는 베이비복스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팀에서 막내였던 윤은혜는 예능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당시 SBS 대표 예능이었던 ‘X맨 일요일이 좋다’에서 가수 터보 멤버 김종국과 ‘커플 장사 만만세’로 자주 팀을 이루며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또 수중 고싸움에서 강호동을 밀어내는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천하장사’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06년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MBC 드라마 ‘궁’을 통해 연기자로서 변신을 시도했다. 드라마 초반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여고생 ‘신채경’ 역을 맡아 원작 캐릭터와 달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달아 KBS2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 캐스팅, 의상 디자이너 역을 맡은 윤은혜는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매회 주목을 받았다. 극 중 시골 포도 농장에 내려가면서부터는 형형색색의 ‘몸빼바지’ 패션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던 중 2007년 최고의 화제작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만나면서 윤은혜는 ‘고은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긴 머리로 여성스러움을 뽐냈던 그는 숏커트의 남장여자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면서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상대 배우 공유와의 찰떡같은 연기 호흡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의 부러움을 샀다. 이후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내게 거짓말을 해봐’, ‘보고 싶다’, ‘미래의 선택’ 등에 출연했다.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는 배우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와 함께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한편 윤은혜는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베이비복스 해체되고 나서 나에게 ‘잘한다’고 해준 게 예능이었다”며 “SBS ‘X맨’ 이후 12년 만에 예능에 출연하는데, 떨려서 잠이 안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미투’를 넘어서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미투’를 넘어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이다. 엠티 술자리에서 자신을 ‘씹다 버린 껌’이라며 성적으로 비하한 선배에게 대꾸를 하려다 입을 다물고,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는 안 받지만 취업준비생이라 태워 줬다는 택시기사에게 항의하려다 그냥 눈을 감아 버린다. 82년생 김씨인 나는 왜인지 안다. 이 정도의 자잘한 차별과 비하는 하루에 몇 번이고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정색하고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싸운다고 해도 상대방을 바꾸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남은 선택지는 참는 것뿐이다. 170쪽 남짓한 소설의 36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애써 묻어 뒀던 불쾌한 기억들이 마음속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앞다퉈 쏟아져 나왔다. 수습기자인 나를 아가씨라고 불렀던 경찰, 취했다는 핑계로 어깨와 허리로 손을 밀어 넣던 취재원, 임신한 내 앞에서 “여자들은 애가 생기면 파이팅이 떨어져”라고 말하던 타사 선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Me Too)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렸다. 한국의 지영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부장제에 찌든 한국보다는 사정이 나을 줄 알았던 미국, 프랑스, 영국의 지영이들도 고통받고 있었다. 웬만한 남성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지닌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같은 셀러브리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겪은 성범죄를 SNS에 고백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자며 지난달 15일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미투 캠페인은 전 세계 여성들의 침묵을 깼다. 그동안 겪어 온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다는 기세로 이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런데 여성들의 열기에 비해 사회의 시선은 뜨뜻미지근하다. 언론만 해도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미투 캠페인에 관심이 식은 듯하다. 이 운동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단선적 논리로 작동하는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해자로 지목돼 줄줄이 직장을 잃는 고위 관료, 교수, 국회의원들을 보며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새삼 놀라게 된다. 여성들은 통쾌함을 느끼지만 남성들은 위기의식에 빠진다. 어느샌가 미투 캠페인은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동안 크고 작은 여성운동이 좌절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페미니즘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미투 캠페인이 ‘여자들끼리의 운동’으로 치부돼 명멸해 간 수많은 운동의 전철을 밟을까봐 두렵다. 이제는 ‘미투 너머의 미투 캠페인’을 고민할 때다. 성범죄는 남녀 간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이를 착취하는 권력 남용이다. 이것이 용인되는 문화와 사회적 제도에 잘못이 있다. 잘못된 문화와 제도를 바꾸는 게 이 운동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단순히 가해자 저격으로 끝난다면 미투 캠페인은 오래갈 수 없다. 성범죄뿐 아니라 모든 ‘갑질’에 대한 투쟁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을 제안해 본다. 여성을 비롯한 세상의 ‘을’들이 연대해 목소리를 내고, 권력에 의한 범죄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haru@seoul.co.kr
  • ‘1987’ 김태리, 충무로 신예 스타의 물오른 미모

    ‘1987’ 김태리, 충무로 신예 스타의 물오른 미모

    물오른 미모의 배우 김태리가 수수한 차림으로 외출을 나섰다.11일 패션 매거진 그라치아는 최근 진행된 김태리 화보 사진을 공개했다. 수수한 옷차림의 김태리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화보에서 김태리는 웨이브 진 갈색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가을 느낌을 물씬 풍겼다. 한편 김태리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다크 브라운색 니트와 체크무늬 오버사이즈 코트를 매치해 성숙한 가을 여성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태리는 다음 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또 이응복PD, 김은숙 작가의 tvN 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캐스팅 돼 내년 안방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한편 김태리는 지난해 영화 ‘아가씨’에서 배우 김민희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단숨에 충무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사진=GRAZIA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슈퍼스타K7’ 출신 민서, 공식 데뷔...“윤종신이 극찬했던 목소리”

    ‘슈퍼스타K7’ 출신 민서, 공식 데뷔...“윤종신이 극찬했던 목소리”

    ‘슈퍼스타K7’ 출신 민서가 공식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6일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Mnet ‘슈퍼스타K7’ 출연했던 가수 민서(22·김민서)의 데뷔를 알렸다. 미스틱 측은 지난 2일 공식 SNS를 통해 ‘민서 Predebut PHOTO’라는 이름으로 데뷔 전 민서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서두르지 않고 약 2년간 집중 트레이닝을 했다”면서 “데뷔 소식은 앞으로 미스틱과 민서 공식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민서는 같은 해 6월 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 엔딩곡인 ‘임이 오는 소리’를 가수 가인과 함께 작업, 2016 ‘월간 윤종신’ 10월·11월 가창자로 선정됐다. 한편 민서는 지난 2015년 ‘슈퍼스타K7’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백지영은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라며 칭찬했고, 윤종신은 ”좋은 여성 싱어가 나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무작정 상경

    [그때의 사회면] 무작정 상경

    “충남 장항이 고향인 18세 A소녀는 친구가 ‘서울에 가면 방직공장에 취직도 할 수 있고 좋은 옷도 입을 수 있다’고 한 말에 유혹돼 다른 두 소녀와 함께 상경했다. 친척 집도 없어 서울역 앞에서 서성대는데 40여세 된 중년 부인이 ‘이런 곳에 있으면 누가 와서 팔아먹는다’고 해 따라갔다가 창녀촌에 팔려 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농촌 사람들에게 서울은 돈을 벌 수 있는 ‘샹그릴라’였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을 향해 일단 열차에 올라타고 봤다. 기차 요금이 없어 화물열차칸에 몰래 타고 오다 발각되기도 했다. 무작정 상경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미성년 소녀들은 항상 인신매매의 표적이 됐고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시골 소녀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주로 ‘식모’나 ‘차장’이었다. 값싼 인건비 탓에 서울의 중산층 가정집 열 중 서너 곳은 식모를 두고 있던 시절이라 일자리는 많았으나 옷차림새부터 티가 나는 상경 소녀들은 서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인신매매범의 목표물이 됐다. 성매매 업소로 팔려 가기도 했고 껌팔이나 행상일에 이용당하는 일도 흔했다.경찰은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창구인 서울역에 ‘경찰안내소’를 두고 상경 소녀들을 선도했다. 여경들이 주로 그런 역할을 맡았다. 1958년 4월 15일부터 한 달 반 동안 7853건의 일자리를 보살펴 주었다니 하루에 거의 200건을 상담한 셈이다(경향신문 1958년 6월 5일자). 그 과정에서 105명의 ‘소녀 유인자’를 적발했다. 바로 인신매매범이었다. 무작정 상경은 겨울에는 뜸했지만 시골에서는 보릿고개가 닥치는 봄철이 되면 크게 늘어나 서울의 경찰로서는 골칫거리였다. 경찰의 눈에 띄면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지기 때문에 소녀들은 겉모습부터 티가 안 나도록 서울 아가씨처럼 위장하기도 했다고 한다(동아일보 1963년 2월 25일자). 옛 미도파백화점 맞은편 소공동 골목이 인신매매 소굴인 적도 있었다. ‘한국부인회 여성직장보도부’라는 간판까지 내걸고 인신매매를 일삼았으니 합법을 가장한 도심지의 무법지대였다.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해 고학으로 학교에 다니며 우등으로 졸업한 입지전적인 사례가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H여고에 합격, 학교 숙직실에서 잠을 자며 신문 배달로 학비를 버는 등 역경을 딛고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미담의 주인공이 있었는데 현재 서울 모구청의 구청장이다. 무작정 상경에 관한 기사가 뜸해진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그때부터는 무작정 상경보다 서울 가정의 청소년 가출이 더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무작정 상경 기사를 보도한 1965년 2월 6일자 경향신문.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가을 하늘 공활하고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가을 하늘 공활하고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음력 8월 15일, 즉 추석도 그만큼 물러난 양력 날짜에 맞았다. 추석 하루 전이 개천절로 화요일, 연휴가 시작된 그 전 주말이 마침 9월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끝나니 훌쩍 10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직장인들은 열흘간의 휴일이 주어져서 참으로 쉼직스러웠겠다만, 직장에 다니지 않는 나는 뭐 특별히 좋을 일도 없고 얼레벌레 달이 바뀐 채 날이 가버린 게 왠지 억울하고 허전할 따름이다. 이제 한 해가 또 저물어 가는가라는 건 다소 이른 소회겠지. 하지만 마감이 발등에 떨어진 짧은 글들을 건드리지도 못한 채 연휴를 지내고 나니, 올해 마치기로 결심했던 몇 권의 책 원고며, 이런저런 약속이며 지키고 싶은 도리며, 어떻게 해도 시간과 능력이 모자란다는 초조함에 지레 기가 더 꺾인다. 정현종 선생님 시구대로 ‘기죽은 영혼’이로세. 그런데 정현종 선생님도 ‘기죽은 영혼’인 적이 있었을까.지난 금요일 늦은 밤에는 이제하 선생님께 친구들과 뒤늦은 추석 인사를 갔다가 포커를 했다. 다음날인 토요일 낮에 동생 가족과 함께 역시 뒤늦은 성묘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마음껏 놀지 못했지. 아, 포커는 너무 재밌어! 그 시간만큼은 만사, 언제부터인가 힘들기만 힘든 만사를 잊는다. 내가 좀 비관적 인간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딸 것 같은데, 포커 시간에 나는 유난히 낙관적 인간이 된다. 형편없는 패를 들고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카드를 덮지 못하는 것이다. 어쩐지 꼭 올 것만 같은 것! 그것이 기어이 오는 확률이 나한테는 꽤 높은 편이다. 그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같은 무늬의 일련 번호 다섯 개가 아귀 맞춰질 때의 황홀함이여! 살벌한 진짜 도박판에서는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스트레이트플러시도 몇 번이나 했는지. 하지만 결과는 대개 신통치 않은 편이다. 두둑이 앞에 쌓여 있던 돈이 어느덧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나도 최후에 웃는 자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미신을 버리고 이성적이 돼야 한다. 매번 행운을 믿고 끝까지 카드를 받으니, 행운에만 기대지 않는 사람보다 원하는 카드를 받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숱한 실패를 거듭하는 와중에 말이다. 스트레이트플러시는 끔찍하게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려고 포커를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부테스’ 앞장에서 저자 소개를 읽다가 순간적으로 끔찍하게 가슴이 아팠지.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란 구절이 불러일으킨 질투와 회한으로였다. 나도(혹은 내가) 그런 문장을 써야 했는데, 나는 너무도 멀리 있구나. 곧이어 나는 심술궂게 중얼거렸다. 끔찍하게 아름다워서 뭐할 건데. 그러고 나니 통증이 눅여졌다. 못난 자의 방어기제인 냉소여라. 그런 냉소가 세상을 시시하게 만든다. 가진 돈을 몽땅 털리는 황폐한 맛도 있다지만 나는 그 맛을 모르니 진정한 도박꾼이 못 된다. 그저 즐겁게 놀다가 아주 조금 잃거나 조금 많이 따는 게 소망인 소박한 포커 애호가다. 명절이라고 모였으니 포커를 하기 십상이라서 나는 만전을 기하려 했다. 우선 눈에 띈 모든 카드를 외우자. 네 개의 무늬에 열세 개의 숫자, 어렵지 않잖아. 그런데 피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건강한 신체에 멀쩡한 정신이 깃드는 법. 피곤을 줄이고 몸을 만들자고 다짐했지만 피곤한 상태로 선생님댁에 가게 됐다. 결과는, 뭐 즐겁게 놀았다. 그 선배는 아무래도 못 당하겠단 말이야. 그 옛날의 명저 ‘포커, 알면 이길 수 있다’를 나는 1권만 봤는데, 선배는 2권도 봤다고 한다. 2권을 구해 읽어 봐야겠다. 내년 설날의 설욕전에 대비해야지. 이 한심한 인간아, 시를 좀 그렇게 열심히 써라! 놀기 좋은 날씨는 일하기에도 좋아서 직장인들은 대개 무더운 여름에나 휴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놀기 좋은 날씨의 휴가를 보냈겠다. 문득 나보다 12살 어린 친구 생각이 난다. 썩 매력 있는 비혼 여성인데 아직 운명의 짝을 만나지 못했다. 또 한 해가 저무는 걸 초조해 말렴. 너는 시절의 절세가인 하이로도 로로도 유리한 나이란다. 가령, 이십대 아가씨가 저보다 열 살 어린 상대를 만날 수 있겠니.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유비 암살 노린 손권의 혼인 제안… 부부관계 성립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유비 암살 노린 손권의 혼인 제안… 부부관계 성립될까

    유기가 세상을 떠난 후 형주는 유비의 것이 된다. 손권은 이 틈을 타 노숙을 유비에게 보내 형주의 반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명은 촉을 점령할 때까지 형주를 잠시 맡겨 둔다는 증서를 써 주는 것으로 노숙을 달래어 보낸다. 노숙은 귀환길에 주유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모든 것이 공명의 계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곤 유비를 제거할 방법을 짜낸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미인계. 유비를 손권의 여동생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초청해 죽이려는 것이다. 유비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계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여 오나라로 향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손권의 여동생은 17세에 불과하다. 무예를 좋아해 허리에 늘 작은 활을 차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궁요(弓腰)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주유는 궁요와의 결혼을 핑계로 유비를 오나라로 불러들여 식이 끝나는 즉시 죽이자고 손권에게 제안한다. 손권도 중신들과 상의한 끝에 주유의 계책을 받아들인다. 노숙은 즉시 유비를 찾아가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한 정략결혼(政略結婚)이라고 설득한다. 공명도 대길(大吉)할 혼례라며 유비에게 궁요와 혼인할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주유가 설계한 정략결혼은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신성한 혼인에 정략이라니! 이런 것도 혼인으로서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정략결혼과 정반대의 경우인 정략이혼도 할 수 있을까. ●정략결혼은 유효, 가장혼인은 무효 정략결혼은 사전적으로는 ‘가장이나 친권자가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키는 결혼’을 의미한다. 일정한 목적을 위해 하는 결혼이라는 의미다. 노숙도 유비에게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한 정략결혼이라면서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오나라 백성들도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위나라도 두렵지 않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주유의 계책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정략결혼일까. 정략결혼은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혼인을 ‘실제로’ 성립시키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진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있다. 그런데 이는 주유와 손권이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결혼식을 핑계로 유비를 제거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유지시키려는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 반드시 유비의 목숨을 빼앗지 않더라도 두 나라가 합의해 결혼식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조에게 유비와 손권이 연합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방책으로 혼인의 형식만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조가 섣불리 유비와 손권을 넘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의 혼인은 오늘날에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결혼을 통해 국적을 얻으려는 경우다. 촉나라 사람인 장비가 아내와 아이를 포함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경제적인 사정이 좋은 오나라에 돈을 벌러 왔다고 치자. 그런데 오나라에서는 자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면, 장비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비 입장에서는 오나라 여자와 짜고 혼인신고를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국 국적자와 결혼하면 영주권이나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는 혼인생활을 유지할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만 해 놓는 것, 이런 경우를 가장혼인(假裝婚姻)이라고 한다. 가장혼인은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혼은 혼인신고만으로 유효하지 않다. 실제로 혼인 생활을 할 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장혼인은 이런 의사가 없다. 혼인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만 노린 것이다. 우리 법원도 실제로는 혼인할 의사가 없는 가장혼인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 ●혼인과 이혼의 의사, 형사문제도 영향 반대의 경우, 이혼에 대해서는 어떨까. 부부는 협의에 의해 이혼할 수 있다(민법 제834조). 부부 사이에 이혼을 하겠다는 의사가 일치하고 이혼신고를 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물론 협의이혼 의사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전에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신청하면 바로 확인을 해 주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일정 기간 좀더 생각해 보도록 시간을 주게 되었다. 양육할 자녀가 있는 경우는 3개월, 그렇지 않으면 1개월(민법 제836조의2 제2항)이다. 이혼이 가져올 정신적·물질적 충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실제로 이혼할 의사는 없는데 이혼신고만 한 경우다. 손권과 유비, 궁요의 상황을 가정해 예를 들어 보자. 손권은 유비를 놓치고 동생까지 주게 된 상황에 놓였다. 그는 궁요에게 편지를 썼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어머니는 너와 유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으신다. 빨리 이혼을 하고 돌아오라.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다.’ 효성이 지극한 궁요가 고민 끝에 유비와 상의해 가장이혼을 하기로 했다. 형식적으로 이혼신고만 해 놓고 어머니가 나으시면 설득해 다시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장이혼은 가장혼인과 반대로 유효하다. 유비와 궁요 사이에 일시적이나마 법적 보호를 받지 않는 이혼을 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인생활을 할 의사나 이혼할 의사가 필요한지 여부는 혼인이나 이혼의 성립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다. 형사적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혼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것만으로 성립한다. 따라서 기재가 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고, 그 밖에 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혼인의 경우다. 가장혼인의 경우에는 실제로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한 것으로 기록이 되더라도 효력이 없다. 실제와 형식이 일치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관계등록부는 국가에서 국민의 현황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서류다. 그래서 형법은 이런 중요한 문서가 잘못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바로 형법 제228조에서 정하고 있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다. 공무원에 대해 허위신고를 해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여권, 가족관계등록부 등에 잘못된 사실이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유비는 주유의 계책임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오나라에 갔다. 그 결과 궁요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뿐 아니다. 궁요의 기지로 무사히 형주로 되돌아오기까지 했다. 이후 오나라는 형주를 무력으로 빼앗는 일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손권은 유비가 촉으로 들어갔을 때 형주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안전을 바란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 결과 유비는 형주의 안정을 바탕으로 촉을 얻었다. 결국 유비의 목숨을 건 용기가 촉나라를 세운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주말 영화]

    ■의혹(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30여년 만에 ‘스타워즈’의 최신 시리즈와 ‘블레이드 러너’ 후속편에 거푸 출연하며 70대 중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해리슨 포드의 중년 시절 묵직한 연기를 접할 수 있는 법정 스릴러다. 부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유능한 검사 러스티가 한때 불륜 관계였던 동료가 강간 살해당한 사건을 담당했다가 수사 진행 과정에서 범인으로 몰려 재판정에 서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지 의심이 얽히고설키며 긴장감을 줬던 스콧 터로의 인기 소설 ‘무죄 추정’을 앨런 J 퍼쿨라 감독이 영화로 꼼꼼하게 만들었다. 라울 줄리아, 폴 윈필드 등의 연기도 돋보인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소피의 선택’, ‘펠리칸 브리프’, ‘데블스 오운’ 등 화제작을 꾸준히 선보이던 퍼쿨라 감독은 1998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떴다. 1990년 작. ■사브리나(OBS 일요일 밤 10시 30분) 1995년 해리슨 포드가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의 원작 영화다. 빌리 와일더 감독이 새뮤얼 테일러의 희곡을 공동 각색, 연출하고 험프리 보가트와 오드리 헵번이 주연을 맡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그레고리 펙과 함께한 ‘로마의 휴일’(1953)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주연을 맡은 오드리 헵번이 요정 같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명문가 형제와 젊고 아름다운 재원이지만 가난한 집안의 아가씨가 펼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형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장밋빛 인생’이 주제가로 사용됐다. 극중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부른다. 1954년 작.
  • “고마워요, 아가씨들”...윤상현, 잠든 두 딸 모습 공개

    “고마워요, 아가씨들”...윤상현, 잠든 두 딸 모습 공개

    배우 윤상현이 딸바보 면모를 드러냈다.22일 윤상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17.09.22 고마워요 아가씨들.. 아빠에게 와줘서..흐뭇”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윤상현, 메이비 부부의 두 딸이 누워 곤히 잠든 모습이 담겼다. 비슷한 자세로 잠이 든 두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잠든 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윤상현은 딸바보 아빠의 면모를 보였다. 한편, 지난 2015년 2월 작사가 메이비와 결혼한 윤상현은 같은해 12월 딸 나겸 양을 얻은 데 이어 지난 5월 둘째를 얻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틀을 깬 무대 “창작은 중독”

    틀을 깬 무대 “창작은 중독”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정구호다. 패션디자이너인 그는 국립발레단 ‘포이즈’(2012), 국립무용단 ‘단’(2013), ‘묵향’(2013), ‘향연’(2015)에 이어 최근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 등 장르를 넘나들며 공연 연출가로서 개성 있는 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지금까지 10여편의 무용 작품을 연출해 온 정구호는 연출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21~24일 무대에 오르는 2017~18시즌 국립극장 개막작이자 국립무용단의 신작인 ‘춘상’이다. 그간 전통의 현대화에 집중해 온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극 형식의 무용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한국무용 대가’ 배정혜가 안무한 ‘춤, 춘향’을 오늘날 스무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정구호는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 중 가장 모던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배 선생님의 ‘춤, 춘향’은 춘향전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고전’이죠. 저는 고전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클래식으로 놔두고 ‘춤, 춘향’의 2017년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요즘 고전 리메이크 공연이 많은데 현재 우리의 생활을 기록하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선 작품들에서 고전의 무게감을 강조해 왔다면 이번 작품은 좀더 밝고 대중적입니다. 20~30대 관객이 늘었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 생활 기록 작품 필요성 느껴 모던한 의상과 파격 연출로 주목받은 정구호의 ‘틀을 깨는’ 생각은 이번 공연의 무대와 음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평소 즐겨 듣던 아이유, 정기고, 볼빨간사춘기, 어반자카파, 선우정아 등 요즘 젊은층에게 주목받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춤곡으로 제안했다. 또 보통 무대 위에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회전무대를 설치, 입체적인 공간감을 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음악은 당시의 대중음악이잖아요. 오늘날 대중음악이 미래의 클래식이 되는 셈이니까 이번 공연에서 활용하게 됐죠. 스토리라인에 대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기 위해 연극적이고 오페라스러운 무대도 도입했고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다이내믹함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변화에는 반발도 따르기 마련이다. 정구호는 ‘외부자’로서 ‘전통을 파괴한다’, ‘무용이 아니라 옷만 보인다’는 등 여러 비판에 직면해 왔다. 그는 자신에 대한 갑론을박에 의외로 유연했다. “다양한 의견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동안 보지 않았던 낯설음에 대한 의구심과 칭찬이 섞여 있다고 봅니다. 저는 장르가 파괴돼야만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기존 틀 안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그 틀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잖아요. 저 같은 야인들이 가끔씩 들어가 틀을 깨면 새로운 기회와 흐름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괜찮게 보는 분이 많아 계속 러브콜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웃음).” 장르에 상관없이 그저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흠뻑 빠졌다는 그의 공연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작품을 짜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동백꽃아가씨’와 ‘춘상’을 준비하며 새 작품을 5개 정도 짰어요. 지금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만 10개가 넘어요. 이상하게 리허설 때마다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앞으로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언플러그드 형태의 실험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장르 규정할 수 없는 실험공연 선보일 것 ‘춘상’ 뒤에는 본업으로 돌아간다. 새달 16~21일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의 총감독을 맡는다. 이후에는 11월 ‘묵향’, 12월 ‘향연’의 재공연, 같은 달 전통가구 평양반닫이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제가 오페라 연출을 한다는 기사를 본 중학교 동창이 전화를 하더니 대뜸 ‘너 도대체 뭐 되려고 그러니’라는 거예요. 웃으면서 ‘나도 모르겠어’라고 했지요. 여전히 제 주변에서는 저의 행보를 많이 걱정해요. 나이 들어 돈 벌어야 하는데 지금 뭐하고 있냐고요. 전 그냥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어요. 장르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창작은 아무래도 중독인 것 같아요, 중독. 하하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커버스토리] 검은 절망 닦아낸 123만 영웅들, 희망의 성지로 돌아오다

    [커버스토리] 검은 절망 닦아낸 123만 영웅들, 희망의 성지로 돌아오다

    “생각나, 생각나. 봉사활동 갔다 와서 기름 냄새 때문에 사흘 동안이나 밥을 못 먹었다니까.” 10년 전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지옥과 같았던 서해 바다를 살려낸 영웅들이 15일 태안에 다시 모였다. 충남 태안군 연안에서 일어난 유류피해 사고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에는 전국에서 기름을 걷어내고자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3000여명이 참석했다. 123만명의 이름 없는 영웅 가운데는 이날 VIP로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도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앞 행사장에 모인 10년 전의 영웅들은 그날의 기억을 웃음과 함께 떠올렸다.●불임 경고받던 아가씨, 4살 아들 둔 엄마로 참석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서해의 기적을 보여 준 태안은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로 선포됐다. 자원봉사의 어마어마한 저력으로 새로 태어난 태안 바닷가에는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도 들어섰다. 푸른 바다를 늠름하게 헤쳐 나가는 하얀 돛단배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기념관은 10년 전 나의 얼굴이 혹시 사진 속에 있을까 찾아보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서해의 기적’을 낳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10년 전에도 오늘처럼 서울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 신두리로 향했습니다, 삽으로 기름을 퍼서 포대에 담았는데 추운 겨울 바다에서 하는 삽질이 여간 힘들지 않았어요. 기름 냄새가 정말 지독했는데 나중에 불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손수건과 마스크를 이중으로 쓰고 작업했어요.”10년 전 미혼이었던 박인영(39)씨는 이제 네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됐다. 태안에서 손으로 기름을 푸고 닦아냈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함께 살렸기에 희망이 된 바다를 만나는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식 초청 문자메시지 등이 발송됐다. 2007년과 달리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는 박씨는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앞바다에서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해 1만 2547㎘(1만 900t)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서해안 일대가 전남 끝자락 진도까지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말 그대로 검은 파도가 쳤다.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쏟아낸 기름의 양은 1995년 여수 시프린스호 사고로 유출된 원유 5035t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대한민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였다.검은 바다와 절망한 어민들의 모습이 뉴스를 뒤덮자 자원봉사자들이 너도나도 서해로 몰렸다.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 선포자로 참여한 이영숙(58)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기름제거 작업에 자녀와 함께 가족봉사단으로 참여한 후에도 봉사활동을 이어 가 현재는 ‘서울 꽃동네 사랑의 집’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보고 학부모 봉사단으로 자녀와 함께 4번 정도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했다”며 “그때 자원봉사의 힘을 체감하고 아이도 저도 지금까지 10년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죽어 가는 바다를 살리는 데 빠지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 귀화해 사고 당시 시흥이주노동자 지원센터를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함마드 수바칸(48)도 희망의 성지 선포식 참여자다. 봉사에 참여했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은 “태안에 오기 전까진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일만 하느라 한국 사람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며 “처음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봤는데 내가 그 속에 있는 게 뿌듯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기름 닦고 밥 먹는 것이 마치 가족과 같이하는 것처럼 좋아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오히려 위로받았다”고 덧붙였다. 고령에도 사고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간 박노권(80)씨, 사고 당시 대학생 봉사단원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현재는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는 유정훈(35)씨도 태안을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로 선포하는 기념식에 함께했다. ●최대 180만명 추산… 10일 만에 원유 30% 거둬 사실 태안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정확한 자원봉사자의 숫자는 모른다. 130만명에서 180만명까지로 추산할 뿐이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부터 할아버지의 힘줄이 불거진 손까지 모두 기름을 닦는 걸레를 들자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 5개월 동안 회수했던 폐유를 태안에서는 단 일주일 만에 거뒀다. 사고발생 10일이 지나자 유출된 원유의 30%를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 해양환경관리공단은 2007년부터 오염된 자갈과 모래를 자동으로 씻는 자갈 세척기를 개발했다. 한 시간에 평균 4.5t의 자갈을 씻어 사람 500명이 할 일을 해내는 자갈 세척기는 2016년 부산 영도 해안에서 발생한 오션탱고호 기름 유출 사고에서 맹활약했다. 2014년 여수 우이산호 오염사고에서도 높은 방제 효과를 선보였다. 자갈 세척기는 컨베이어 벨트에 자갈을 놓으면 80도의 뜨거운 물과 마찰로 기름을 닦아낸다. 이날 해양환경관리공단은 10년 전 태안에서 거둔 시커먼 자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름 범벅 자갈을 직접 닦아 보는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기념식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10주년 기념 유류극복 피해 기념관도 설립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식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는 정부와 충남도가 기적을 일군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시 살아난 서해를 알리고자 마련됐다.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과 함께 자원봉사 사진 공모 거리전,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사관, 자원봉사 동참선언 ‘우리함께 캠페인’, 체험프로그램 등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행사가 열렸다. ‘10주년 기념식’에는 2007년 기름 제거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해 자원봉사를 통한 ‘공존과 통합’의 정신을 되새겼다. 만리포해수욕장 앞 희망광장에 마련된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사관에서는 10년 전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20대 대학생, 70대 노인, 초등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곱셈의 희망을 만들어낸 작은 영웅들’인 자원봉사자 7명의 캐릭터를 담은 등신대를 설치해 봉사자들의 증언을 입체적으로 전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김의욱 사무국장은 “10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에 모였던 것은 처음엔 안타까운 심정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겠다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봉사자들의 기록이 휴대전화 번호밖에 남아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을 초청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자원봉사센터는 방제복, 장갑, 마스크 등 방제작업 장비와 버스 수송 등은 체계적으로 제공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시간 등은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이는 결국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으로부터 받아야 할 제대로 된 보상의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아직 짧은 우리 자원봉사 역사의 뼈아픈 실수다. 올해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한국자원봉사의 해다. ‘지속가능한 미래, 행복한 공동체’라는 주제로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해 내년까지 진행된다. 다음달에는 자원봉사 경험을 나눠 대한민국을 밝히는 ‘이그나이트 브이-코리아’가, 12월에는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린다. 이날 10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윤종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자원봉사로 하나 된 시민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로 이어 가도록 지원하겠다”며 “자원봉사는 정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기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태안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보급 가수 이미자 서리풀 축제 출연 왜?

    국보급 가수 이미자 서리풀 축제 출연 왜?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75)씨가 한국판 에든버러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페스티벌’에 등장한다.페스티벌 기간 열리는 KBS 전국노래자랑(서초구편)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이씨가 전국노래자랑은 물론 지역 행사에 출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초구는 오는 16일 오후 3시 서리풀페스티벌 일환으로 구청 앞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전국노래자랑에 이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석, 스페셜 무대를 갖는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심사는 물론 시상도 하고 무대에 올라 동백아가씨 등 국민 애창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조 구청장은 2014년 7월 구청장 취임 이후 ‘구민 섬김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구민들에게 바짝 다가가는 정책을 폈다. 서초구 주민으로 27년간 서초동·반포동에 살고 있는 이씨에게도 마찬가지다. 조 구청장은 구민 섬김 차원에서 이씨에게 가끔씩 휴대전화로 안부 메시지를 보냈고 이씨는 조 구청장에게 격려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씨의 이번 서리풀페스티벌 출연 결정은 두 사람이 그동안 끈끈하게 다져온 ‘관계’의 결실이다. 이씨는 “지난해 제2회 서리풀페스티벌 때 조 구청장이 만인합창에 참석해 달라고 제안해 참여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참가하지 못했다”며 “내내 마음속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었는데 올해 전국노래자랑에 참석해 달라고 해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구민으로 구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겠다”고도 했다. 전국노래자랑 관계자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모시기 어려운 이미자씨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했다. 주민 이지은(63·방배동)씨는 “국보급 가수인 이미자씨의 노래를 동네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서리풀페스티벌이 전 국민의 축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이미자 선생님이 45만 서초구민을 위해 감동의 노래를 들려주실 것을 약속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올해 서리풀페스티벌은 대로변을 넘어 골목까지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 축제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서초구편은 다음달 15일 낮 12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예심은 14일 오후 1시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지석 제이스타즈와 재계약, 소속사 측 “배우 발전 위해 노력할 것”

    김지석 제이스타즈와 재계약, 소속사 측 “배우 발전 위해 노력할 것”

    배우 김지석이 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맺었다.최근 재계약을 앞둔 김지석은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현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하며 깊은 신뢰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김지석은 이번 재계약을 통해 기존 소속사와의 각별한 신뢰를 드러냈다. 지난 2014년 첫 계약 체결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김지석이 더 큰 배우로 성장하는데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준 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와 그 동안 다져온 서로를 향한 믿음과 두터운 애정을 토대로 재동행을 약속한 것. 이에 소속사 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측은 “김지석 배우와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배우 역시 소속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며 “그의 발전을 위해 더욱 애쓰며 버팀목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인데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김지석은 2004년 MBC 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로 데뷔한 후 영화 ‘국가대표’에서 강칠구 역을 맡아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KBS1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KBS2 ‘추노’, tvN ‘로맨스가 필요해’, KBS2 ‘발칙하게 고고’, tvN ‘또! 오해영’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호연을 펼치며, 탄탄한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올해에는 MBC ‘역적’에서 연산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한층 폭 넓고 성숙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안방 극장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한편, 김지석은 오는 9월 방송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 출연한다. 사진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직도 루쉰 읽니? 중화권 ‘젊은 소설’ 몰려온다

    아직도 루쉰 읽니? 중화권 ‘젊은 소설’ 몰려온다

    글항아리, 더봄 등 출판사들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화권 현대 소설들을 새 시리즈로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미국·유럽 소설에 비해 유독 호응을 얻지 못하던 중국 소설이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출판사 글항아리는 이달 말 중국 작가 최초로 펭귄 클래식 시리즈에 들어간 마이자의 ‘암호해독자’를 첫 권으로 중국, 대만, 홍콩을 아우르는 중화권 현대 소설선 ‘묘보설림(猫步說林·이야기의 숲을 가만히 거니는 고양이라는 뜻) 시리즈’를 펴낸다. 첫 주자인 마이자는 영미권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옌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로, 2014년 펭귄 클래식에 포함된 ‘암호해독자’는 전 세계 35개국에 번역·출간된 화제작이다. 장르 소설의 소재와 기법을 부려 넣은 ‘암호해독자’는 중국 문학으로는 드물게 영미권 출간 당시 미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외국 문학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독자들의 눈에 먼저 들었다. 글항아리는 루네이의 ‘자비’, 왕웨이롄의 ‘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라’, 펑탕의 ‘나에게 18세 아가씨를 다오’, 먀오웨이 ‘빵은 생길 거야’ 등 이달 말부터 매달 한 권씩 1차분 10권을 소개할 계획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지금까지 중국 소설은 농촌과 문화대혁명, 도시화의 부조리 등 우리와는 이질적이거나 철 지난 느낌의 소재들로 독자들에게 소구력이 낮았다”며 “때문에 이런 주제들을 피해 카프카 소설 같은 존재론적 탐구와 라틴아메리카 문학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 성향이 강한 소설 등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중국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문서·역사소설 등을 출간해 온 출판사 더봄은 중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마오둔문학상 수상작 시리즈를 오는 11월 말부터 펴낸다. 쑤퉁의 ‘황작기’, 거페이의 ‘강남 3부곡’, 왕쉬펑의 ‘다인’, 자핑와의 ‘진강’을 1차로, 마오둔문학상 수상작 22종, 100권을 앞으로 5~7년간 이어서 낼 계획이다. 김덕문 더봄 대표는 “‘강남 3부곡’은 여공들 이야기로 섬세한 묘사가 신경숙의 초기작을 연상시키고, ‘다인’은 중국판 ‘토지’라 할 만한 작품으로, 우리와 가깝지만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들의 내면을 흥미롭게 비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독자들에게 중국 문학은 1950~1960년대생인 위화, 모옌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들의 근현대 대표작 중심으로만 향유돼 왔다. 21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중국 소설 판매 순위만 봐도 ‘편중된 소비’ 경향은 뚜렷이 드러난다.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 ‘인생’, ‘제7일’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근대 작가인 루쉰의 ‘아Q정전’, 다이호우잉의 1980년 작품인 ‘사람아 아 사람아’가 뒤이어 상위권에 올라 있다. 2010년대 전후로 웅진지식하우스, 비채, 자음과 모음 등 국내 출판사들이 중국 현대 소설을 시리즈로 잇달아 출간했으나 독자들의 호응이 크지 않아 중단하면서 새로운 작가들을 선보이는 명맥이 이어지지 못했다. 김택규 중국 문학 전문 번역가는 “국내 출판계에서 중국 문학이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만 소비된 것은 가뜩이나 안 팔리는데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라며 “중진 작가 위주로 선정하는 마오둔문학상 수상작이 중국 현대사를 담은 선 굵은 서사를 특징으로 한 순문학적 색채가 짙다면, 글항아리 현대 소설선은 지식인들의 자기모순 등 1970년대생 작가들의 다채로운 서사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토] 양상추만 입고 홍보중

    [포토] 양상추만 입고 홍보중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의 ‘양상추 아가씨(Lettuce Lady)’가 14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시내에서 채식주의를 홍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양상추를 입고 홍보중

    [포토] 양상추를 입고 홍보중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의 ‘양상추 아가씨(Lettuce Lady)’들이 14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시내에서 채식주의를 홍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인들이 준다해도,,,’ 양상추 아가씨의 효과없는 홍보

    ‘미인들이 준다해도,,,’ 양상추 아가씨의 효과없는 홍보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의 ‘양상추 아가씨(Lettuce Lady)’들이 14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시내를 걸으며 채식을 홍보하고 있다. 이때 지나가던 한 남성이 인상을 찡그리며 쳐다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삐에로 공포증을 만들어낸 바로 그 작품…‘그것’ 1차 예고편

    삐에로 공포증을 만들어낸 바로 그 작품…‘그것’ 1차 예고편

    영화 ‘그것’ 1차 예고편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작임을 증명했다. ‘그것’은 아이들이 사라지는 마을, 종이배를 들고나간 동생이 죽은 채 발견되고 범인을 찾아 나선 아이들 앞에 ‘그것’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공포 스릴러다.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이다. 1986년 출간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영국 환상문학협회 상을 받으며 오늘날 스티븐 킹 명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표작이다. 영화 제작은 출간 31년 만이다. 소설 속 악역 캐릭터 ‘페니와이즈’(Pennywise) 등장은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주로 빨간 풍선을 든 삐에로 모습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구체화시켜 당사자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의 1차 예고편은 공개 24시간 만에 2억뷰를 기록해 하루 안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화 예고편이 됐다. 페이스북에서만 조회수가 8100만 건, 180만 번 이상 공유되는 등 작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그것’은 ‘마마’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아가씨’, ‘신세계’, ‘올드보이’ 정정훈 촬영감독의 합류로 국내 관객의 기대가 남다르다. 9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CGV용산 아트하우스 ‘박찬욱관’으로 운영

    CGV용산 아트하우스 ‘박찬욱관’으로 운영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CJ CGV는 대대적인 새 단장 끝에 18일 그랜드 오픈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아트하우스관을 박 감독에게 헌정, ‘박찬욱관’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트하우스는 독립·예술 영화 상영 기회를 늘리기 위해 2004년부터 CGV가 꾸리고 있는 다양성 영화 전용관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1개관이 운영 중인 아트하우스관에 우리 영화인의 이름을 붙인 것은 지난해 3월 임권택 감독(부산 서면), 안성기 배우(압구정)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영화인 헌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CGV는 지난해 우리 영화의 위상과 다양성을 드높인 영화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영화관을 헌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헌정관에서 관객 1명이 영화 1편을 볼 때마다 티켓 매출 중 100원을 적립하고, 여기에 아트하우스가 100원을 매칭해 모두 200원이 적립된다. 이렇게 모인 적립금은 영화관이 헌정된 영화인의 이름으로 국내 독립·예술 영화 후원에 사용된다. 박찬욱관 입구는 카메라 촬영에 일가견이 있는 박 감독이 직접 촬영한 사진 작품, 그의 대표작들을 재해석한 아트 포스터, 영화 ‘아가씨’ 촬영 당시 사용된 소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으로 꾸며졌다. 한편, CJ CGV는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세계 최초 4DX-스크린X 융합 특별관, 세계 최대(멀티플렉스 기준) IMAX 레이저관, 템퍼시네마, 살롱S, 골드클래스, 시네 드 셰프, 에그박스, 스카이박스, 비즈니스관 등 기존 모든 특별관과 특별석을 집결시키는 등 전관을 특화관으로 꾸리며 이곳을 한국 영화의 심장부이자 국제적인 명소로 키울 예정이다. 전체 20개 상영관 3888석 규모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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