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직장서 나이차별 NO”
영국에선 새달부터 나이를 이유로 고용하지 않거나 해고할 수 없다. 정년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난다.
영국 ‘나이차별 금지법’은 아일랜드, 덴마크에 이어 유럽연합(EU) 평등규정을 따랐다는 점에서 향후 선진국들의 보편적 기준이 될지 주목된다고 BBC 인터넷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나이차별을 부분 규제해 온 미국, 호주와 달리 영국은 채용과 승진, 해고, 직업훈련 등에서 65세를 넘지 않는 한 나이가 많거나 적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전면 금지했다.
●나이 암시하는 채용공고도 금지
이에 따라 영국 기업들은 앞으로 채용할 때 나이제한 규정을 둘 수 없다. 지원자의 나이를 단순히 물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아스다’가 생일을 묻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선언하고 나서 벌써부터 파장이 크다.
채용공고에도 나이와 관련된 문구를 넣을 수 없다.‘팔팔한 젊은이 급구’,‘원숙하신 분 우대’ 등 이런 광고는 차별로 간주된다. 해고할 때는 65세가 되기 6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 통보하지 않으면 65세가 넘어도 일을 계속하겠다고 노동자가 요청할 권리가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직업특성상 ‘객관적으로 정당한’ 경우는 허용되는데 가령 소방관이나 조종사처럼 강한 육체를 필요로 할 때다. 조종사의 정년은 60세로 뒀으며, 바텐더 등 음주관련 직종은 18세를 넘어야 한다. 군인과 자원봉사자도 법으로 예외를 명시했다.
따라서 명시되지 않은 예외들은 여전히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10대를 겨냥한 의류점에서 젊은 아가씨를 고용하고 싶을 때 차별이 인정되는지 여전히 모호하다.
●고용주 40% “나이차별 분쟁 늘것”
특히 연금이 기업으로선 부담이다.65세로 늘어난 정년에 맞춰야 하는 문제 때문에 연금 적용은 12월로 시행이 늦춰졌다.‘고령화 대비 사용자 포럼’의 조사에서 고용주 40%가 “법적 분쟁의 절반 이상이 나이차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덴마크, 아일랜드 사례에서 무더기 소송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나이차별 금지가 고령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어린 새내기 노동자에게도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인턴사원이 교육이란 명분으로 동일노동에 저임금을 받는 현실이 새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개인연금 회사들은 거꾸로 부담을 덜 전망이다. 고령자를 배제하는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연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다분히 정부의 필요에 의해 도입된 만큼 기업의 호응은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인종, 성, 장애, 종교, 성적 취향 등에 이어 점차 나이가 차별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