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아가미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지급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강화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투명성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추경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8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불포화 지방산의보고 참치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불포화 지방산의보고 참치

    초밥이나 회를 먹을 때 가장 고급으로 치는 회 중 하나가 참치의 뱃살이다. 연한 핑크 빛 살점에 하얀 지방이 대리석처럼 점점이 박혀 반짝반짝 빛나는 뱃살을 한 점 입에 넣으면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살살 녹는다. 이 뱃살은 다양한 참치의 부위 중에서도 가장 비싼 부위로서 1㎏에 수 십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뱃살이 이렇듯 부드럽고 맛있는 이유는 오메가3라고도 불리는 생선 지방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치는 농어목 고등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경우 최대 몸길이가 3m에 이를 정도로 큰 어종이다. 지구상에서 오염이 가장 적은 남태평양과 대서양 등에서만 서식하는 것이 특징으로 물고기 중의 으뜸이란 뜻으로 진(眞)의 ‘참’자와 갈치, 준치 등과 같이 물고기를 뜻하는 ‘치’가 합해져 참치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근육에 혈액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살이 붉은 색을 띠며 혈액량이 많기 때문에 부패하기 쉽고, 죽음과 동시에 체온이 오르면서 몸색깔이 점차 흑색으로 변하므로 잡는 즉시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섭씨 영하 60도 이하로 냉동시켜 수송된다. 참치는 종류가 다양하여 횟감으로 사용하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등의 ‘다랑어류’와 통조림을 만드는 입이 뾰족한 황새치, 백새치 등 ‘새치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참다랑어를 가장 고급으로 치며 맛이 좋다. 참치는 담백한 속살부터 먹는 것이 좋으며 뱃살과 갈비살 등 기름지고 고소한 부위는 나중에 먹는 것이 순서다. 대중적인 참치전문점에서는 하얀 참치기름덩이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백새치 또는 기름치라고 부르는 생선의 지방이다. 참치는 단백질 비율이 27.4%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육류보다 높으며 불포화 지방산인 DHA와 EPA가 풍부하다.DHA가 뇌세포 수의 감소를 억제하고 뇌신경의 돌기가 늘어 정보의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유아의 뇌 발달과 시력의 향상에도 도움을 주며,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DHA 캡슐을 먹이면 판단력과 계산 능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EPA는 혈전을 방지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이 있고,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참치는 부위에 따라 영양소가 다르다. 붉은살은 단백질과 철, 뱃살은 비타민E, 검붉은 부분에는 비타민E, 철,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뱃살에 DHA와 EPA가 더 많이 들어 있어 붉은 살보다도 약효를 기대할 만하다. 단, 지방이 상당히 많고 에너지도 붉은 살에 비해 3배가량 많이 내므로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리법으로는 지방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것이 좋아 회가 가장 바람직하다. 회를 먹을 때는 김에 싸거나 참기름을 찍으면 참치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우므로 고추냉이와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고온으로 가열하여 지방분을 녹여내는 튀김은 그다지 좋지 않다. 체내에서 산화하여 과산화수소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녹황색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울 홍대입구(연남동)에 위치한 ‘진어’는 고급 참치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참치 전문점이다. 얼마를 내면 무한정 주는 저가의 참치 전문점이 아니라 고급 참다랑어만을 사용하며 뱃살, 아가미살, 생식기살 등 다양한 부위의 참치 맛을 즐길 수 있다. 함께 나오는 참치다다키(겉만 살짝 익힌 것)와 참치스테이크, 참치머리구이 등도 별미인데,30년 간 참치업계에서 일했다는 사장은 풍부한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음식을 내는 짬짬이 참치의 종류와 부위, 구별방법 등에 대해 열강을 해준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넉넉한 인심과 최고의 참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전화 02-332-7412. 스페셜정식 6만원, 진어참치정식 2만∼5만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유비여석크리닉 원장
  • [주말탐방]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

    [주말탐방]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

    “잡는 것도 아니고 뜨는 것도 아니여. 지가 알아서 기어 들어온 것이여.” 3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울돌목에서 뜰채로 숭어를 잡는 전문 뜰채꾼들은 아찔한 급류에서 맨손으로 어른 팔뚝만한 숭어를 낚아 채는 ‘인간 두꺼비’를 연상시킨다. 울돌목이란 물 빠져 나가는 소리가 아이들 울음소리처럼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반 숭어반 1일 오후 2시 울돌목. 초속 6m의 급류가 흐르는 진도대교 밑 펑퍼짐한 갯바위에는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달려온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다. 언덕배기를 넘어온 물살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속도에 현기증마저 인다.4시간가량 물이 빠지면서 수위가 오전보다 2m 이상 내려갔다. 이제 숭어가 올라올 때다. 뜰채꾼들이 긴장했다. 꼬나물고 있던 담배를 끄더니 뜰채(길이 2m)를 꼬나잡고 갯바위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로 20년째인 허성운(57·문내면 선두리)씨가 목이 좋은 맨 앞에 섰다. 그 옆으로 제자격인 정희균(47), 이호상(41)씨 등이 줄줄이 섰다. 순간 물속이 시커멓게 변했다. 숭어 떼들이 역류해 올라오느라 ‘토도독, 토도독’ 콩볶는 소리가 났다. 빠른 물살을 잘도 헤쳤다. 힘과 역동 그 자체였다. 눈깜짝할 사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허씨의 뜰채가 물속을 갈랐다. 느닷없이 세상 밖으로 나온 숭어가 퍼덕거렸다.5마리나 들어 있었다. 바위에 숭어를 던져 놓고 또다시 뜰채가 물속을 헤집었다. 두 마리. 세 번째는 허탕이었다. 뜰채꾼 4명이 30여분 만에 70여마리를 건져 올렸다. 뜰채질은 순간포착과 속도가 생명이다. “저번에는 30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와서 뜰채 손잡이가 뿌러져 부렀어요. 요렇게 고기잡는 손맛은 세상어디에도 없을 것이구만요.” 정희균씨의 장단에 다른 뜰채꾼들이 맞장구를 쳤다.“이것이 진짜 손맛이랑께. 이 맛은 어디가서도 맛볼 수 없당께. 건져 올리는 게 노동 중에 상노동이지만 절대 그만둘 수 없당께요.” 구경꾼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충남 천안시에서 친구 5명과 함께 온 남인희(52)씨는 주도면밀하게 작은 뜰채까지 가지고 왔다. 옆에 있던 관광객들도 “세상에나 세상에나, 연어를 낚아 채는 북극곰도 아니고, 야 신기하다 신기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박수를 쳤다. ●시력 테스트 숭어는 해마다 4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울돌목을 지나면서 혹독한 ‘통과세’를 낸다. 이 숭어들은 늦가을에 다시 제주도 앞바다로 내려간다. 숭어는 물을 거슬러 오르기 때문에 뜰채질은 물이 빠지는 때에만 한다. 물이 빠지는 6시간 가운데 물이 많이 빠지면서 속도가 붙는 2∼3시간 동안에 집중된다. 물살이 워낙 빨라 초보자는 절대 시도해선 안된다. 뜰채꾼들도 날이 어두워지면 작업을 중단한다. 울돌목 가장자리는 울퉁불퉁한 물속 바위 때문에 물살이 부딪히고 튕기면서 속도가 준다. 이 틈을 비집고 숭어가 올라 오고 뜰채꾼이 기다린다. 숭어는 물속에서도 10m 앞 갯바위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알아챌 정도로 시력이 뛰어나다. 사람 그림자가 비치면 오던 길을 금세 되돌아 우회한다. 그래서 뜰채꾼들은 검정색 등 무색 계통 옷을 입고 물가에서 되도록이면 뒤쪽에 선다. 관광객들이 목을 빼고 볼라치면 숭어는 그림자도 안 비친다. 20년 전에는 어떻게나 숭어가 많았던지 갈퀴질하듯 쓸어 담았다고 기억했다. 지금 대나무 손잡이에 쇠틀을 한 뜰채는 나름대로 울돌목 특허품이다. 이곳에서는 낚시는 고사하고 그물도 던지자마자 물살 때문에 꼬여 버려 무용지물이다. ●세가지 재미 만끽 울돌목에 가면 재미가 세 배다. 구경하고 맛있는 숭어를 먹고 가져도 간다. 재미 중에 재미가 불구경이듯, 숭어잡이도 대단한 볼거리다. 날마다 갯바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즉석 숭어회 파티가 벌어진다. 울돌목 숭어맛은 단연 압권이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한 뜰채꾼은 “울돌목 숭어는 역류하면서 육질이 단단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잡자마자 회를 치기 때문에 맛이 기막혀.”라고 자랑한다. 뜰채꾼들은 도마를 놓고 숭어를 썰어서 관광객에게 권한다. 집에서 가져온 초장·된장·고추·상추·마늘도 있다. 두 서너점을 싸서 먹으면 제대로 씹힌다. 이 모든 게 공짜다. 처가인 진도에 왔다가 들른 강정호(34·서울 금천구 시흥동)씨는 “돔맛은 저리 가랍니다. 울돌목 숭어가 제일”이라며 웃었다. 울돌목에서 2㎞쯤 올라간 임하도에서도 그물로 숭어를 잡지만 울돌목 숭어맛과는 상대가 안된다. 하루에 많이 잡힐 때는 500마리도 넘는다.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그냥 준다. 많이 먹는다고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안전비상, 초보자는 절대 금물 충무공 승전지(명량대첩지)인 울돌목이 숭어 축제장으로 뜬다. 정유재란 당시 군사 주둔지인 우수영은 지금도 해남군 문내면 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인근 10개 마을을 일컫는다. 얼마 전 뜰채꾼 6명이 모여 ‘울돌목을 사랑하는 사람들(울사모)’을 만들었다. 짬을 내서 뜰채질을 하고 잡은 숭어를 관광객들에게 나눠 주는 지역 지킴이들이다. 고기는 관광객은 물론 동네 노인정이나 주민들과 나눠 먹는다. 예상외로 관광객들의 호응이 높자 문내면 주민들이 내년에는 울돌목에서 숭어 축제를 열려고 한다. 군에서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연말까지 울돌목 갯바위 주변에 안전 울타리를 친다. 뜰채질을 체험하려는 관광객을 위해 허리에 안전고리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춘원(59) 문내면 발전협의회장은 “4월20일 문내면민의 날을 기념, 울돌목에서 숭어 축제를 열 계획”이라며 “다만 위험하기 때문에 울돌목 주변에 안전장치를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울돌목에서 초보자들이 혼자서 하는 뜰채질은 절대 금물이다. 갯바위가 미끄럽고 물살이 빨라 꼭 전문가와 동행해 지도를 받아야 한다. 울돌목(해남)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울돌목 오케스트라를 아시나요 ‘6시간짜리 울돌목 오케스트라.’ 육지인 해남과 섬인 진도를 가르는 병 주둥이처럼 좁아진 물길이 울돌목이다.V자 형태로 파여 가운데는 깊고 빠르고, 가장자리는 얕고 느리다. 평균 수심 14m. 울돌목을 나란히 잇는 진도 1·2대교(484m)는 다리 밑 물소리를 공명하는 기폭장치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연주자는 6시간마다 바뀐다. 하루에 썰물과 밀물이 두번씩이다. 낮보다는 밤이 더 좋다. 물이 빠질 때 우아하고 섬세하다면 들 때는 제법 파도치고 거칠다. 이 물소리 오케스트라 감상에는 객석이 포인트. 진도대교를 건너 해남군이 아닌 진도군 쪽에서 들어야 한다. 진도 1·2대교 가운데로 내려서서 2대교 교각 밑으로 내려가면 시멘트 방호벽이 나온다(약도참조). 여기에 턱을 괴고 앉으면 세상에는 오직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앞다퉈 빠져 나가려는 거센 물살이 밑바닥 울퉁불퉁한 바위에 부딪혀 가마솥 팥쭉 끓듯 소용돌이를 만든다. 힘찬 물 흐름 옆으로 내달리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 명멸하는 물거품,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자연을 노래한다.‘스르륵 척, 스르륵 척’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매번 느낌이 다르다. 지루함 대신 머릿속이 맑아진다. 연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에 나오는 두려움이나 격정과는 사뭇 다르다. 종종 이곳을 찾는다는 김모(50·해남)씨는 “울돌목 교향곡에는 어린 시절 어머님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며 “물소리가 세상사 잡념 번뇌를 씻어 주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는다.”고 말했다. 덤으로 한발만 더 진도로 들어가면 우리가락이 살아 숨쉰다. 씻김굿(무형문화재 72호), 다시래기(상여놀이), 남도 들노래, 강강술래, 남도잡가 등이 금요일 국립남도국악원(임회면)에서, 토요일에는 향토문화회관에서 막이 오른다. 울돌목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울사모 회장 정배균씨-龍 조각가라서 회 뜨는데 1분이면 OK ‘울돌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울사모)’을 이끄는 정배균(52·문내면 학동리)회장은 뜰채꾼이라기보다는 칼잡이다. 직업이 용(龍) 조각가라 칼 다루는 솜씨가 입신의 경지다. “하도 숭어회를 많이 치다보니 손가락 마디마다 일회용 반찬고 투성입니다.” 정씨는 날마다 어깨가 아플 정도로 회를 떠서 관광객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 숭어 1마리를 회로 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숭어 아가미 뒤쪽으로 칼이 엇비스듬히 들어가면서 대가리와 창자를 잘라낸다. 등쪽과 배쪽에 세로로 두 번 얇게 칼이 가면서 껍질이 벗겨진다. 가운데 가시만 쏙 발라내고 회로 썬다. “회를 드신 분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할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우리 울돌목에 오신 분들이 기분좋게 구경하고 먹고 또 오신다고 말하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어요.”고향을 지키려는 자긍심이 남다른 그는 “울돌목을 찾는 관광객이 있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울돌목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녹색공간] 한강은 흐른다/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악동들에게 한강의 봄은 칡뿌리 캐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양지바른 곳에 삼삼오오 모여 숫돌로 곡괭이와 삽을 갈아 날을 세운다. 꼬마대장은 행주산성 공동묘지에 겨우내 알배기로 뿌리를 내린 어른 다리통만한 칡을 캐올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무서운 묘지기 아저씨가 망을 보고 있어 한강가의 이마모태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한강을 타고 올라온 왜군들이 까맣게 산성을 향해 기어오르다 부녀자들이 행주치마로 날라온 돌벼락과 뜨거운 물세례를 받고 떨어져 강물에 빠져 죽은 곳이다. 절벽 아래는 덕양산을 휘돌아가는 물살이 가장 빠른 곳이라 고깃배들도 이곳을 피해 간다. 땅은 아직 얼어 단단하지만 조금만 파고 내려가면 부드러운 흙이 나온다. 무덤에 뿌리박은 칡뿌리를 한아름 캐 안고 돌아온 아이들은 개선장군처럼 뽐내며 계집애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준다. 며칠동안 입이 검게 물들도록 씹으며 미리 찾아온 봄의 단맛을 즐긴다. 날씨가 풀리면서 여자애들도 질세라 대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간다. 흙 속에는 거미줄곰팡이처럼 하얗게 퍼진 메가 가득하다. 메를 한 소쿠리 캐 밥을 지어 무친 냉이반찬과 함께 먹으면 메향기가 입 속 가득히 퍼지며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한강이 풀리면서 강에서 처음 잡히는 물고기가 황복이다. 한강 상류로 올라가서 알을 낳기 때문에 3월 초순부터 4월초까지 한 달만 잡히는 고급 매운탕감이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이란 무서운 독을 갖고 있어 아가미와 알, 간, 피는 빼버리고 먹어야 한다. 이 독은 복이 만든 게 아니라 산란기에 복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분비한 것이다. 간혹 버린 내장을 개나 닭이 먹고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워낙 맹독성이라 먹는 즉시 소리도 못 지르고 꼬꾸라진다. 새끼 황복은 잡히면 배에 바람을 불어넣어 몸 전체가 공처럼 부풀어 오르며 물에 둥둥 뜬다. 무서워서 죽은 것처럼 위장하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큼직한 황복의 노르스름한 뱃가죽을 잘라내 씻어 말린 뒤 양재기에 씌워 북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비린내 나는 복북을 두드리며 동네 아이들과 성당마당을 돌며 노래판을 벌였다. 봄 햇살을 흠뻑 받은 개나리 담장에 닥지닥지 붙은 꽃망울이 화사하게 터지고 연분홍 진달래는 앞산 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뒷산 언덕이 복사꽃으로 점점이 채색되고 한강의 양수장에서 퍼올린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며 논밭을 적시기 시작하면 일손이 달리는 농사일을 도우러 악동들도 논밭으로 불려나가야 했다. “한강은 흐른다. 산과 들 사잇길로 복숭아 진달래 꽃망울을 터뜨리며 오늘도 무지개로 소리없이 흐른다. 한강은 흐른다.…마을과 도시를 지나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www.singreen.com) ‘자연사랑 음유시 한마당’을 함께 펼쳐왔던 서울대 오세영(한국시인협회회장) 교수가 주신 이 시에 곡을 부쳐 보았다. 때마침 세계적 생명평화운동가이자 대학시절 친구인 뉴욕유니언 신학대의 현경 교수가 생태명저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네 노르베리 호지 여사와 한국을 방문해 생태공연을 요청해 왔다.2005년 봄 한강 하류의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이 노래를 초연했는데 뜻밖에도 너무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이 노래는 이제 수십여 차례에 걸친 음악회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우리 한민족의 혼을 담은 국민영가로 자리잡았다. 바리톤 최현수가 신작 가곡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한강은 우리 한민족의 생명을 지탱하는 대동맥이다. 그런데 요즘 선거철을 맞아 공장 건설이니 운하개발이니 하며 한민족의 대동맥을 마구 더럽히고 끊어놓으려는 개발 광풍이 일고 있다. 이 노래를 널리 퍼뜨려 위기의 한강을 살리자.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 “파리를 잡수세요” 정력(精力)요리

    “파리를 잡수세요” 정력(精力)요리

    우리나라에도 요즈음 정력 강장제「붐」을 타고 갖가지 해괴한 식도락이 염치없는 유행을 이루고 있지만 「섹스」선풍을 탄 세계의 식도락도 어제가 옛날. 「몬도가네」가 무색할 정도로 괴팍해지고 다양해질뿐 아니라 그 인구도 엄청나게 늘어 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먹지않는 진기한 요리 1만5천종 식도락이라고 하면 맛을 즐기는 것-. 그래서 보다 색다른 먹이를 찾고 그 맛을 음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요즈음의 식도락은 모두가 정력강장과 통하는 먹이의 추구와 음미다. 「섹스」강장제라면 독약도 마실 것이라는 게 요즈음의 식도락「붐」을 풍자하는 말이 되었다. 물론 식도락꾼들이 모두 정력강장제만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갑자기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주로 정력강장에 좋다는 식품(?)들이 라는 데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 식도락으로 즐기는 식품은 대개가 정력강장에 좋고 또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정력강장을 위한데서 식도락이 풍습이 생겼다는 많은 주장도 있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식도락 식품은 개미알, 도마뱀알, 「초콜리트」를 씌운 개미, 메뚜기, 쐐기벌레, 매미, 귀뚜라미, 나비고치, 새새끼 「샌드위치」, 코끼리다리, 원숭이 입술, 고래혀, 진흙등으로 요리된 것들이 많다. 이중에서도 특히 진흙요리는 철분이 고질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와 일본의 귀부인들이 즐겨 찾는데 이들은 진흙요리를 먹으면 예뻐진다고 믿고있다. 불에 구워 적당히 잘라 먹는데 그것은 고급의 경우이고 하층에서는 생으로 먹기도 한다. 이밖에도 개, 고양이, 너구리, 냉동원숭이고기, 코끼리코, 하마의 허벅지, 도마뱀 등등해서 식도락꾼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이란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보통 사람들이 먹는 음식류를 제외한 식도락가들만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종류만도 1만5천종이 넘으며, 연간 세계 도처에서 소비되는 액수는 자그마치 20억「달러」어치로 추산되고 있다. 식도락을 통해 세계를 볼때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중국대륙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아시아」의 식도락의 특징은 주로 곤충류가 많이 동원된다는데 있다. 진딧물이라든가 좀벌레등 여러가지 벌레의 유충을 기름에 튀긴 것들이 인기가 높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보편화 되다시피 하고 있는 개고기요리는 서양사람들의 눈엔 그들이 하마요리를 즐기고 있는 것을 우리가 보는 것 만큼이나 신기하다. 중국에서 최고로 치기는 바다새둥지로 만든 요리 중국에서 인기 있는 것은 해파리, 곰의 턱, 지렁이, 고양이, 오리의 혀, 진딧물, 생선의 입과 아가미, 거미, 풍뎅이의 「주스」 등이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조미료는 월남산 「카·쿠옹」- 「온스」당 1백「달러」에 팔리는데 풍뎅이 요리엔 이것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중국의 식도락 요리의 일품은 바닷가 벼랑에 사는 칼새의 둥지로 만든 요리. 「보르네오」섬이 원고향으로 수백만 마리씩 떼지어 사는 이 새의 둥지는 이새들 특유의 아교질 침으로만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에서는 1급으로 치는 것은 돼지고환과 송이버섯에 해초「샐러드」를 곁들인 한 접시 2천원짜리 요리. 그리고 유명한 것은 「고베」의 「스테이크」인데 이「스테이크」는 우유만 먹고 매일 「마사지」를 받는 암소고기로 만들어 연한 것이 세계제일. 남미(南美)에선 파리를 산채 다리와 날개만떼고 꿀꺽 그런데 작년 50만「달러」를 쓰며 20년을 두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찾아다니던 미국의 식도락가 「드레시어」는 『고기가 감칠맛이 없는 것이 흠인데 그것은 맥주를 먹이지 않은 탓일거』라고 충고, 다음날 술먹은 소들의 주정으로 「고베」시가 떠들썩한 적도 있었다. 인도에서는 박쥐새끼요리를 제일로치며 「아프리카」에서는 파리요리가 별미란다. 남미에서도 파리는 인기인데 이곳에서는 다리와 날개를 제거하고 산채로 먹는 것이 특색. 「멕시코」에서는 이겨서 먹는다. 이밖에도 미국 「프랑스」등 구미에서도 하마의 간이라든가 낙타고기속에 양고기 알, 닭속에 생선, 생선속에 달걀을 넣은 별난 요리를 비롯해서 거북이알, 박쥐, 방울뱀, 도롱뇽, 바다쥐, 「캥거루」,「벵갈」호랑이, 「아프리카」사자, 코끼리뒤꿈치등 별의별 요리가 없는 것이 없으며 주로 살코기가 붙은 동물을 쓰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식도락이라기 보다는 일상식품이면서도 진귀한 식품으로 단연 1등상을 줄만한 것은 극지대의 「에스키모」족이 즐기는 「티트머크」. 구덩이 속에 진흙과 풀을 섞어 연어를 묻어 썩히고 발효시킨 것인데 그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수「마일」밖에까지 풍기고 개들도 질겁을 해서 도망가며 무엇이든 신기하면 먹어보려하는 세계의 식도락가들도 이것만은 못먹는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섹스」선풍을 타고 세계 곳곳의 진귀한 식품들은 경쟁적으로 식도락가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는데 식도락의 역사는 또한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것이 특색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성시를 이루었던때는 「로마」제국시절 하룻밤 연회에 50가지의 식품이 등장했고 「네로」는 하룻밤 궁전연회에 50만「달러」어치 음식을 내었다는 기록도 있다. 사람고기만 먹인 사자를 즐겨먹던 로마의 임금도 기독교인의 고기를 먹인 사자고기만 먹은 왕도 있었다. 「오레리안」황제시절의 어떤 관리는 한 자리에 앉아 양과 돼지 각각 1마리, 빵 1개, 1통의 술을 먹어치워 이제껏 이기록을 깬 사람이 없을 정도. 「페르샤」의 「다리우스」황제는 1만명의 조리사를 고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미녀왕으로 이름 높은 「클레오파트라」는 동방의 진시황이 무색할 만큼 불로초 아닌 성욕 자극제를 추구했으며, 식초속에 진주를 녹인 약을 먹으면 영원한 성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미신을 믿어 이를 만들거나 얻으려고 일생을 두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정부 「안토니오」를 위해 매 시간 멧돼지 불고기를 먹이기도 했다는 야사의 기록이 있다. 「프랑스」의 「루이」16세는 괴상한 음식을 즐겨 먹기로 유명했는데 죽은뒤 시체해부 결과 위가 보통의 3배나 되었고 엄청난 회충, 촌충등 기생충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선데이서울 70년 9월 6일호 제3권 36호 통권 제 101호]
  • 좋은 제수용품 고르는 법

    아무리 억척스러운 알뜰주부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싼 것´보다 `좋은 것´을 고른다고 했다. 제수용품 고르는 요령을 소개한다.도라지는 가늘고 짧으며 잔뿌리가 많고, 겉에 흙이 비교적 많이 묻어 있는 게 좋다. 이런 것들이 대개 국산이다.흙이 거의 묻어 있지 않거나 깨끗하게 손질돼 있는 것들이 오히려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도라지-가늘고 잔뿌리 많아야 햇대추는 대부분 국산이지만 건대추는 중국산이 적지 않다. 국내산은 과육이 단단하며 과육과 씨가 잘 분리되고 표면에 마모된 흔적이 거의 없다. 꼭지 부위와 배꼽 부위가 깊게 들어간 것이 많다. 중국산은 그 반대다. 국내산 곶감은 과육이 탄력이 있고 표면에 흰가루가 알맞게 있으며 꼭지 부위에 껍질이 아주 적게 붙어 있다. 반면 중국산은 과육이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하고 표면에 흰가루가 많거나 혹은 거의 없다. 배는 껍질 표면의 점 무늬의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는 것이 맛이 좋다. 배꼽 부분은 넓고 깊을수록 씨방이 작아 과육이 많다. 사과는 손가락으로 튕겨 봤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다. 표피가 너무 매끄럽고 윤이 많이 나면 맛이 없다. 붉지 않은 부분은 노란색이 감돌거나 푸른기가 없는 것이 좋다.●조기-눈 선명하고 맑은색 띠어야 조기는 눈이 선명하고 맑은 색을 띠는지, 살이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의 색이 선홍색을 띠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산 참조기는 머리와 몸체 사이에 움푹 파인 굴곡이 있으며, 입술은 붉은색을 띠고 배 부분은 황금색을 띤다. 또한 몸 전체가 다소 두툼한 편이며 다른 조기에 비해 옆줄(2줄)이 두껍고 선명하다. 꼬리는 길이가 짧고 두툼하며 부채꼴 모양이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유명세를 떨치는 거대한 여행지가 있는 곳은 아니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다. 강원도 고성군. 남한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관광지 속초시 옆에 옹색하게 붙어 있으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곳. 게다가 미시령 터널이 뚫려 당일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고성은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드문 여행지다. 구비구비 진부령을 넘어 만나는 겨울철새들의 낙원 화진포 등 아름다운 호수들과 명태잡이 전진기지 거진항에서 맞는 싱싱하고 맛있는 아침, 그리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항·포구 등, 이곳저곳 부지런히 노닐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황량한 바람이 도로를 휩쓸고 가는 겨울밤엔 거진읍내 뒤편의 ‘나이트’를 찾아도 좋겠다. 밝은 웃음, 화려한 조명 뒤에 어딘가 음습함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의 그곳과는 달리,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촌스런 회전조명 아래 한낮의 시름을 맥주 한모금으로 털어내는 어촌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고무장화 신은 어부와 ‘땡땡이 무늬 몸뻬바지’ 입은 아낙들. 한낮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차림새 그대로다.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따뜻한 겨울 때문이라선가. 예전 이맘때면 ‘개도 물고 다녔다.’는 거진항 명태도, 물과 얼음의 경계에서 우아한 자태로 유영을 하고 있어야 할 화진포호 큰고니(백조)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울 것 또한 없다. 올해의 아쉬움은 내년에 더 큰 기대를 안고 이곳을 찾게 해줄 것이므로. 글 사진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아름다운 호수가 가득한 곳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고성이 고성일 수 있는 것은 화진포호와 송지호란 두 개의 맑고 아름다운 석호(潟湖)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화진포호 등 동해안의 석호들은 내륙의 자연호수와는 달리 담수와 해수가 뒤섞인 기수호(汽水湖). 약 3000년전쯤 지금과 같은 호수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석호에는 거센 파도와 해일로 바닷물이 호수로 들어오거나, 장마철 등에 민물이 모래언덕을 넘어 바다로 나가는 ‘갯터짐’ 현상이 교대로 일어난다. 이때 민물과 바닷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 언제 가도 아름다운 풍광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화진포는 면적만도 72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석호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많아 화진포란 이름이 붙여졌다. 멀리 뒤쪽 백두대간의 설원이 잔잔한 호수위에 투영될 때면 눈부신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김일성 등 당대 권력자들의 별장이 있다는 사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웅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백조)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낙원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곳. 거진항에서 화진포호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가 작년 말 완공돼 보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고즈넉하고 아름답기로 치자면 7번국도변 송지호도 뒤질 것이 없다. 이름처럼 해송 등에 둘러싸인 송지호는 둘레가 약 4㎞(20만평)에 달하는 고성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 물색이 워낙 맑아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후보다는 바람이 잠을 덜 깬 이른 아침에 방문하길 권한다. 때마침 안개라도 끼면 맑은 하늘색, 물색과 어우러져 ‘선경(仙境)’이란 단어가 상투성의 옷을 벗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조개나 물고기 화석 등을 전시해 놓은 화진포 해양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연중무휴. 어른 5000원, 중·고등학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033)680-3352. # 금강산 설경을 눈에 담고 고성 여정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통일전망대’. 전망대 난간에 서면 금강산과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다가오고, 말무리 반도 끝자락의 만물상, 부처바위, 백바위 등 북녘땅의 절경들이 줄을 선다. 남한 ‘최북단’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내려는 듯, 동해북부선 철길과 도로가 나란히 선 채 북쪽을 향해, 그리고 통일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사자바위는 사자가 갈기를 세우고 남쪽을 향해 달리는 듯한 형상. 바다에서 보면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만물상이라고도 불린다. # 명태와 도치, 그리고 물미역 대진항에서 만난 물미역의 비릿한 갯내음이 구미를 돋웠다. 겨우내 곰삭은 김치만 대하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잘 손질한 물미역에 쪽파와 조개 등을 포개 엊은 다음, 초고추장 듬뿍 찍어 입에 넣어 보시라. 그 상큼한 맛이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며 갈매기의 날갯짓까지 입안 가득 들어 차는 느낌이다. 물미역은 억세지기 전 이맘때가 제맛. 음력 정초쯤 되면 부드럽고 들척지근한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잎보다 줄기부분의 오톨오톨 씹히는 맛이 각별하다. 활동량이 적어지는 겨울철, 집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맛있는 음식만 탐하다 보면 금세 살이 찌기 십상. 물미역 등 겨울철 해조류는 칼로리는 낮고 무기질과 섬유소는 풍부해 겨울철 다이어트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요즘엔 양식 미역이 대부분이지만, 대진항에 가면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물미역을 맛볼 수 있다.70여명의 해녀들이 매일 아침 채취한 싱싱한 자연산이다.500g 한묶음에 1500원. 택배도 가능하다.1kg 두 묶음에 4000원. 택배비용 4000원은 별도다. 여러 가정에서 한꺼번에 주문하는 것이 택배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 될 듯. 대진항 나잠 영어조합법인 (033)682-0583. 오용분 회장 (011)379-0026. 명태는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올 만큼 우리와 친숙한 생선.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날이 갈수록 어족자원이 고갈되는 마당에 해수온도마저 높아져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을 지경. 오죽하면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명태를 ‘금태(金太)’라 부를까.2월하순에 열리던 명태축제가 예년과 달리 지난 4일 서둘러 막을 내린 것도 해수온도가 더 오르는 것을 저어한 때문이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한류성 어종이면서도 지방이 적은 명태의 살은 국이나 찌개 등에 넣어 끓여 먹거나, 무 등과 곁들여 찜을 해먹기도 한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란젓을 만들고, 간장은 어유(魚油)를 만드는 데 쓴다. 말린 껍질과 눈알은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데, 겨울밤 술안주로 그만. 이밖에 칼슘이 멸치만큼 많은 아가미는 식해로, 곤이라 불리는 정자덩어리는 찌개 등에 넣어 먹는다. # 제철만난 도치 생김새가 심통맞게 생겨 ‘심퉁이’라고도 불리는 도치. 마치 올챙이를 뻥튀겨 놓은 듯 이만저만 ‘불친절’하게 생긴 게 아니다. 고집도 세서, 배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바위 같은 곳에 달라붙어 있으면, 어부들이 발로 차도 안 떨어진다. 하지만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광고문구가 도치에겐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다. 쫄깃거리긴 하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긴 하지만 풀어지지 않는 뽀얀 살.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 없는 생선이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도치알은 별미중의 별미. 그래서 예전부터 고성8미(高城八味) 중의 하나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엔 생선취급도 못받았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고 버려지기 일쑤. 하지만 지금은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귀족생선’이 됐다. 도치는 요즘이 딱 제철이다.2월이 지나면 뼈가 굵어지고 단단해져 제맛을 잃기 때문이다. 겨울철 그물에 잡혀 올라온 도치는 뼈가 연해 숙회로 먹기에 알맞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껍질의 진액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도치숙회가 된다. 암도치에서 나온 알에 소금을 뿌려 하루 정도 재워둔 다음, 이튿날 젤리처럼 탱탱해진 알을 적당한 불에 쪄내면 도치알찜이 된다. 또 내장을 제거한 채 1주일 정도 말려 꾸덕꾸덕해진 도치(수토치를 주로 쓴다)에 양념을 한 다음 쪄내면 맛깔스러운 도치찜이 된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도치 두루치기(도치알탕). 묵은 김치 위에 알과 고기를 얹은 다음, 찜보다 조금 많다 싶을 정도의 물을 넣고 조려낸다. 양념이 밴 쫄깃한 도치살을 오도독 씹히는 알과 함께 먹다 보면 어느덧 밥한공기 뚝딱. 주의보가 내려져 어선들이 오래 출어하지 못하면 도치요리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0.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기도 좋아요 ●대조영 촬영장 설악씨네라마 미시령 자락에 자리잡은 한화리조트 설악씨네라마(seorakcinerama.co.kr)가 새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114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용 전액을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충당한 오픈 세트장. 당나라 황궁과 중국 4대정원 중 하나인 졸정원을 모델로 한 측천무후원, 당나라 전통 주거지 사합원 등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건물들이 3분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 성곽과 관아, 저잣거리 등도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현재 촬영되고 있는 것은 KBS드라마 ‘대조영’. 여느 세트장과 달리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도 입장이 가능하다. 주연배우들이 실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듯하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800원. 지역주민 50%, 한화콘도 투숙객 20%, 성인단체 30명 이상 20% 등 각종 할인혜택도 준비했다.(033)632-8711. ●부처 진신사리 봉안 건봉사 고성군 오대면 금강산 자락에 자리잡은 거찰. 부처의 치아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새긴 불이문,18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능파교, 그리고 바라밀 문양 돌기둥 등은 건봉사가 품고 있는 보물들.(033)682-8100. ●태백준령과 동해 조망 마산봉 만이천 금강의 봉우리 가운데 남한 제2봉이라는 곳.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뒤편에 우뚝 솟아 있다. 해발 1052m 정상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태백준령과 동해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 춘천, 태양에너지로 돈번다

    춘천, 태양에너지로 돈번다

    강원도 춘천시 붕어섬에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이 본격화된다. 도는 25일 미국 파워라이트사, 국내 신태양에너지㈜와 체결한 붕어섬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사업 양해각서(MOU)를 구체화하기 위해 춘천시의회, 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도 부지인 의암호수 안의 붕어섬 10만평에 조성된다. 모두 1040억원이 투입되는 태양광발전단지는 10만평 가운데 6만 5000평에는 태양광단지가 조성된다. 나머지 3만 5000평은 춘천 G-5프로젝트사업,2010월드레저총회와 연계해 야생화단지·레저경기장·태양광체험장 등으로 꾸며진다. 태양광단지는 붕어처럼 생긴 섬 모습을 살려 집광판을 물고기 비늘과 아가미 모양 등으로 배열하고 전력이송도 수중 케이블로 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되는 전기는 춘천지역내 소요량의 3분의1 수준인 10MW. 파워라이트사는 기부채납 형식으로 붕어섬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며, 생산되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해 연간 20억원의 발전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강원도는 매년 1억원 이상의 임대수입과 기부채납을 받은 15년 이후부터는 15억원 이상의 발전수익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발전수익 이외에도 건설사업비 300억원의 지방유입, 매년 발전소 주변지역 사업으로 2000만원 지원, 유지관리에 필요한 연인원 1만 9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춘천이 태양에너지 도시로 브랜드화될 경우 관광객 방문 등으로 연간 56억원의 관광소득도 예상한다. 신태양에너지 허경춘 사장은 “그동안 환경단체 등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관광명소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전남 연안 산란기 불법조업 여전

    전남 해안지역에서 불법어로 행위가 여전히 성행,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25일 완도해경 등에 따르면 완도·고흥·장흥 등 전남 연안지역 어민들이 산란철을 맞아 몰려드는 감성돔 등 고급 어류에 대한 ‘뻥치기’나 이강망·삼강망 등을 이용한 불법 어로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뻥치기 등 불법 어로에 대한 신고나 단속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불법어로에 대한 단속이 어려워지면서 3∼6월 산란철을 맞아 인근 득량만, 강진만, 장흥 회진, 완도 금일·금당·생일면 일대 연안으로 몰려든 돔류에 대한 어민들의 불법 포획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완도수협 공판장의 경우 참돔·감성돔의 하루 위판량이 1000만∼2000만원(㎏당 4만원)으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어민 K(완도군 금일면)씨는 “이강망·삼강망 등을 이용한 어업은 지금보다 앞으로 10여일쯤 후 본격적인 감성돔 산란철에 접어들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강망·삼강망 어업은 10∼20m의 물속에 무거운 닻을 내려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불법이지만 그물이 드러나지 않아 단속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물고기의 주 산란처인 수중여(바위) 부근에 그물을 깔아 놓고 수면위에서 충격을 가해 포획하는 ‘뻥치기’의 경우도 주로 밤에 이뤄져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흥 녹동 수협 관계자는 “자연산 돔류의 외형만 살펴봐도 불법 어로에 의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는 아가미나 지느러미 등에 상처가 많은 돔류들의 위판고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들 해역을 관할하는 완도해경은 강진 마량, 완도·장흥, 회진·해남, 어란 등 4곳에 순찰선 4척을 두고 인근 해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연안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청산도·황제도·덕우도 등지까지는 단속이 역부족인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부터 불법 어로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을 펼 계획”이라며 “순찰선 등 장비가 부족할 경우 일반 경비선도 단속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2집이 맛있대] 춘천시 동면 지내리 ‘정가 붕어찜’

    [2집이 맛있대] 춘천시 동면 지내리 ‘정가 붕어찜’

    나른한 봄날 붕어찜으로 몸 보신 좀 해볼까. 시래기와 무가 곁들여진 붕어찜이 겨우내 텁텁했던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물의 고장 강원도 춘천시 동면 지내리 ‘정가 붕어찜’의 붕어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뼈째 올라오는 찜이지만 전혀 씹히는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머리에서 꼬리까지 부드러운 붕어를 통째 먹을 수 있다. 별도로 뼈를 바를 필요가 없어 어린이와 나이 드신 어른들도 누구나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 더구나 시래기와 무가 붕어찜과 함께 전골냄비에 듬뿍 깔려 나오기 때문에 뼈째 붕어살을 베어 시래기로 감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매콤 달콤하면서 뒤끝이 개운한 맛은 쉽게 흉내내기 힘들다. 시래기와 무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다. 육질을 한입한입 베어 먹는 사이 뽀얗고 걸쭉하게 베어 나오는 육즙을 떠먹는 맛도 기막히다. 이 집에서 내는 뼈째 먹는 붕어찜은 가까이 있는 청정 소양댐에서 낚아 올리는 깨끗한 붕어만을 고집한다. 손님상에 올리기 하루전 소양댐 어부로부터 구입한 붕어는 일단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곧장 냉동고에서 하루 동안 얼려 숙성한다. 이렇게해야 뼈가 부드러워지고 쉽게 익기 때문이다. 냉동고에서 꺼낸 붕어는 1시간동안 중탕으로 푹 고아낸 뒤 시래기, 감자, 들기름, 고춧가루(청량고추) 등 갖은 양념을 올려 육수를 붓고 다시 끓이면 된다. 붕어는 예부터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으로 위를 튼튼하게 해주고 몸을 보하는 보양식품으로 전해져 온다. 특히 붕어의 단백질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지방은 대부분이 불포화 지방산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과 같은 혈관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또 칼슘과 철분이 많아 춘곤증을 예방하려는 사람이나 임산부, 발육기의 어린이, 빈혈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정진종(36) 사장은 “붕어찜 외에 자라와 닭이 어우러진 용봉탕이나 잡어 매운탕 등도 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고 소개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명태와 도치는 예전부터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에 흔히 나는 생선이었다. 단지 차이가 있었다면 명태가 어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생선이었다면, 도치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명태는 어획량이 줄어 ‘금태(金太)’라 불릴만큼 얼굴보기 어려운 생선이 되었고, 도치는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마리에 1만원이 넘는 ‘귀족생선’이 되어 있다. 요즘이 한창때인 명태와 도치를 만나기위해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을 찾았다. # 명태잡이 1일 어부가 되다 10일 새벽 6시30분. 거진항 해양경찰 임검소에서 나눠준 노랑색 신호포판(선박식별표지)을 받아든 10t급 어선 미성호 선장 조가현(55)씨가 배에 올랐다. 명태잡이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 선장이다. 오늘 출어할 곳은 거진항에서 9마일 정도 떨어진 북방어장. 시속 11노트의 속력으로 약 1시간정도 걸리는 곳이다. 승선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5명. 함께 출어할 어선 5척 등 모두 6척의 명태잡이 배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일제히 거진항을 출발했다. 전날 해제된 강풍주의보의 뒤끝이라서인지 두툼한 방한복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대단했다. 뱃전을 두드리는 거친 파도는 제대로 앉아 있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배 앞쪽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달래던 선원들의 표정도 험악한 날씨만큼이나 어두워 보였다. 전날 ‘척후병’으로 출어했던 2척의 어선에 명태가 비치긴 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았다는 소식 때문인 듯했다. 선원 길상봉(55)씨는 “중국어선들이 북쪽에서 명태의 회유로를 지키고 있다가 싹쓸이하는데, 여기까지 내려올 명태가 남아 있겠습니까?”라며 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북한지역 어장의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어선들이 쌍끌이 조업을 하는 탓에 명태의 씨가 마를 지경이라는 것. 1시간 남짓한 항해끝에 북방어장에 도착했다. 높은 파도 때문에 30분정도 조업개시여부를 놓고 선장들간에 논쟁이 오가다, 마침내 한 채의 그물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물 한 채에는 모두 20개의 조그만 그물들이 연결돼 있으며 그 길이가 1500m가량 된다.‘망개’라는 원통형 어구를 통해 수심 630m 아래에서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명태의 양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골뱅이 같은 ‘돈 안 되는’ 해산물들이 대부분이었다.1시간30분 정도 조업을 한 끝에, 조가현 선장은 나머지 5채의 그물을 걷지 않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명태의 양이 적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한때 ‘거진항에서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이 있었지요.” 배의 방향타를 자동항해로 맞춰 놓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문 조 선장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육지 아이들이 수박서리 하듯, 해안가 아이들은 덕장에서 명태서리를 하기도 했단다. 명태 몇마리쯤은 아이들의 요깃거리로 주어도 될 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 그러나 최근엔 많이 달라졌다. 조 선장은 “요즘엔 배를 타고 나가도 겨우 ‘몇마리’잡고 돌아오기 일쑤지요. 배 기름값 30만∼40만원은커녕, 인건비도 못 건지는 날이 허다합니다.”라며 명태어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어느덧 도착한 거진항. 오늘 빈작을 거뒀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듯, 미성호 선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그물 등의 어구를 정리하며 다음 출어를 준비했다. # 명절음식·숙취해소에 안성맞춤 어찌하여 한마리의 생선을 부르는 이름이 이리도 많을까? 명태,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숨넘어 갈 만큼 명칭이 다양하다.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태의 하얀 속살은 연약한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지만 잘 마른 북어는 방망이로 두들겨 패야 할 정도로 딱딱하다. 도저히 한몸받은 명태의 변신이라고 하기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명태는 언제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가공하는지 등에 따라 이름과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예로부터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명태는 우리와 친숙한 생선. 흔한 만큼 이름도 무려 70여개에 달하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갓잡아 싱싱한 ‘생태’, 얼린 ‘동태’,40여일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황태’,30일 이상 건조한 ‘북어’, 그리고 너댓마리 코를 꿰 꾸떡꾸덕 말린 ‘코다리’, 명태의 새끼 ‘노가리’등으로 불린다. 또 잡는 어구에 따라 그물태나 낚시태 등으로, 계절에 따라서는 춘태, 동지받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방태나 원양태 등은 잡힌 지역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나는 지방태는 워낙 양이 적어 금태(金太)라고도 부를 정도로 값이 비싸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생태를 무와 함께 요리하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생태국, 생태찌개감으로는 최고. 보글보글 끓여놓은 생태국과 찌개는 겨울철에 입맛 살리는 데 좋다.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속풀이, 간장해독, 혈압조절, 인체 노폐물 제거에 좋다. 또 명태는 회냉면에 올라가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김장 김치 담글 때는 김치소로 사용돼 시원한 김치 맛을 내주는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내장은 창난젓으로, 머리는 귀세미젓으로, 알은 명란젓으로 쓰인다. 아가미와 창난을 넣어 만든 깍두기와 명태살과 아가미를 넣어 만든 식해는 명태가 많이 잡히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명절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동태. 동태 살에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내면 바로 제사상에 오르는 동태전이 된다. 생태만큼이야 못하지만 동태를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동태탕과 찌개도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대관령의 모진 눈바람을 이겨내고 노랗게 말려진 황태나 북어도 무와 두부를 넣고 국을 끓여내면 숙취를 해소하고 입맛 살리는데 적격이다. 황태국은 예부터 ‘건곰’이라고 해서 앓고 난 사람의 기운을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꼽혔다. 꼬득꼬득 반건조로 말린 코다리는 미더덕과 콩나물을 듬뿍 넣고 매콤하게 찜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황태·북어구이나 찜류는 손님 접대와 술 안주로는 안성맞춤이어서 애호가에게 인기 ‘짱’이다. # 북어와 황태의 대결은 둘다 ‘말린’ 명태이건만 맛과 영양, 의학적 효능 등에 대해서는 생산지역 주민에 따라 판이한 견해차를 보인다. 둘다 바람에 말린다는 점은 똑같지만 북어는 습기를 멀리하고, 황태는 적당한 습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눈이 오면 북어는 거둬들이고 황태는 그대로 눈을 맞힌다. 육질은 북어가 쫀득쫀득한 반면, 황태는 다소 푸석푸석하다. 크기는 황태가 다소 큰 편. 북어를 주로 생산하는 고성지역 주민들은 북어가 맛에서 한 수 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용대리 등 인제지역 주민들은 영양이나 효능면에서 황태가 앞선다고 맞선다. # 명태축제·황태축제로 놀러 오세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는 제8회 명태축제한마당(myeongtae.com)행사가 열린다. 다양한 명태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맨손 활어잡기, 어선 무료시승회 등의 부대행사가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문의 (033)682-8008∼9. 또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 일대에서는 제8회 황태축제(yongdaeri.com)가 열린다. 진정한 황태맛을 즐길 수 있다. 문의 (033)462-4808. # 가는길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 홍천, 인제를 거치면 용대리가 나온다. 용대리를 거쳐 진부령을 넘으면 거진항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주문진까지 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 속초를 지나면 거진항이 나온다. ■ 명태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 (1) 황태 고추장 불고기 재료 황태포 2마리, 고추장 양념장(고추장, 사이다 5큰술씩. 청주·생강즙 2큰술씩. 다진 파·설탕·간장·물엿·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깨소금 1/2큰술씩. 후춧가루), 식용유 만드는 법 (1)황태포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물에 푹 담가 뜨지 않게 그릇으로 눌러 5시간 정도 두어 불린다. 황태포가 부드러워지면 물기를 짜고 2∼3등분한다.(2)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고추장 양념장을 만든다.(3)불린 황태포에 고추장 양념을 고루 발라 1시간 정도 재어 놓았다가 간이 배면 그릴이나 기름을 두른 팬에 얹고 중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2) 두부 감자 북어국 재료 두부·감자·북어채 각 100g씩. 쪽파 10뿌리, 달걀 2개, 다진 마늘·국간장·참기름 1큰술씩, 물 6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북어채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없앤다.(2)두부와 감자는 깍둑썰기를 한다.(3)쪽파는 3㎝ 길이로 썰어 풀어놓은 달걀에 섞는다.(4)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북어를 넣고 볶다가 물을 붓는다.(5)북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두부와 감자를 넣고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 후 쪽파를 넣은 달걀물을 넣어 끓인다. (3) 생태찌개 재료 생태 1마리, 조개·무·두부·대파 100g, 고추 2개, 마늘 3개, 생강즙 1큰술, 청주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추가루 1큰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물을 붓고 먼저 끓인다.(2)대파, 고추는 어슷 썰고, 마늘은 다진다.(3)무가 익으면 준비한 생태와 조개를 넣고 양념을 한다. 두부도 함께 넣는다.(4)생태가 익으면 야채를 넣고 청주, 생강즙을 넣어 비린내를 없앤다. (4) 북어 고추볶음 재료 노가리 200g, 고추 100g, 대파 1/4뿌리, 마늘 3쪽, 조미료 깨소금·참기름·간장 1/2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 식용유 만드는 법 (1)노가리는 물에 푹 담가 먹기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불린다. 불린 노가리는 가운데 뼈와 꼬리를 제거하고 3㎝ 길이로 자른다.(2)맵지 않은 꽈리고추를 다듬어 기름과 간장을 놓고 달달 볶는다.(3)기름을 두른 팬에 저민 마늘과 노가리를 넣어 볶는다. 노가리가 노릇하게 볶아지면 고추를 넣는다.(4)(3)이 적당히 볶아지면 깨소금과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여 좀 더 볶는다. (5) 명태완자 재료 명태 3마리, 두부 1/2모, 소금, 다진파와 마늘, 양파, 후추, 참기름, 밀가루, 달걀, 식용유. 만드는 법 (1)명태를 깨끗이 씻어 포를 뜬 뒤 끓는 물에 명태포를 데친 다음 물기를 빼준다.(2)명태포를 잘게 다지고 물기를 짠 두부를 칼등으로 곱게 으깨어 다진 명태에 갖은 양념해 잘 치댄다.(3)둥글게 완자를 빚어 밀가루를 묻혀 달걀물을 씌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완자를 넣어 약한 불에 노릇노릇하게 지져낸다. 글· 사진 고성 손원천 최광숙기자 angler@seoul.co.kr
  • 동해안 올들어 첫 적조 발생

    경북 동해안에 올 들어 첫 무해성 적조가 발생했다. 포항시는 지난 24일 남구 해도동 섬안 큰다리∼형산대교로 이어지는 길이 1.5㎞, 강폭 600m 중 노폭 200∼300m에서 무독성 적조가 발생했다고 26일 밝혔다. 적조생물의 개체수는 ㎖당 3만∼6만개의 고밀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형산강 하구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적조생물의 개체수가 ㎖당 7만개를 형성할 때는 주의보,10만개때는 경보를 발령키로 했다. 적조생물은 무독성이라도 개체수가 매우 높을 경우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질식사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설 차례상 9만~26만원

    설 차례상 9만~26만원

    “설 대목은 대목이야. 올해는 벌써부터 찾는 사람이 많아….”(서울 중앙시장 생선가게 주인).“요즘은 차례상에 올리기만 하면 될 정도로 잘 다듬어 놓아야 눈길을 줘요.”(서울 용산역 E마트 점원). 설 명절을 10여일 앞둔 지난 17일, 기자는 설 대목 경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재래시장과 백화점·할인점을 찾았다. 재래시장의 경우 가게에 따라 다소 달랐지만 전체적으로 지난 해에 비해 활기를 띠었다. 서민들의 지갑도 조금씩 열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산층이 많이 찾는 백화점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연초부터 설을 겨냥한 세일행사로 예년보다 손님은 15∼30% 늘었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제수용품 값은 평소보다 다소 올랐다. ●벌써부터 시장 찾는 발길 이어져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에서 생선 등을 파는 무진장상회. 판매대에는 은백색 갈치, 두툼한 돔, 노란 부세, 물메기, 오징어, 새우, 동태 등 온갖 생선이 가지런히 놓여 설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시장은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복합 재래시장이다. 서민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며, 명절 경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밤색 모자를 쓴 60대의 이 가게주인 아주머니는 “설 대목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어.”라며 칼로 생선을 다듬었다.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벌써 차례용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어.”라고 말했다. 아주머니의 사위도 창고에서 생선 박스를 들고 나와 생선을 진열하면서 “경기가 좋아지긴 좋아진 모양”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참조기 얼마요?”라고 물었더니 주인 아주머니는 달리 지느러미와 꼬리가 노랗게 물든 부세를 가르키며 “3마리 2만원에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리를 들고 아가미를 까서 보여줬다. 속이 붉었다.“냉동된 것은 이렇게 붉지 않고 검게 변했거나 회색이야. 이건 싱싱한 놈”이라고 일러줬다. 길이가 30㎝는 돼 보였다. “부세 말고 참조기 얼만데요.”라고 되물었더니 “요샌 참조기는 안 나와.”라고 말했다.40여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서 참조기가 없으면 중앙시장에선 참조기가 없어.”라고 단정지었다. 차례상에 올릴 참조기는 한 마리가 10만∼12만원 정도여서 재래시장까지 올 수가 없다는 게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설 직전에는 생선 가격이 오르겠지요?”라고 물었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의 딸은 “설 대목 물가, 물가 그러는데, 우리 가게는 도·소매를 겸하고 있어 단돈 1000원도 안올립니다.”라고 되받아 말했다. 오후 5시를 넘어 어스름이 깔리자 저녁 찬거리를 사려는 주부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시장에 활기가 넘쳤다. “자반 1000원이요,1000원! 싱싱한 게 1000원이요,1000원!” “감자요, 감자.” 시장의 중앙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또다른 가게들은 연신 손님 모으는데 정신이 빠져 있다.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중앙시장 2번문 앞 30m의 ‘토종한우’ 정육점. 문을 들어서자 은진이 아빠라는 주인(46)이 쇠고기의 뼈를 발라내고 있었다. 설 차례상 쇠고기 탕국용은 얼마냐고 물었다.“1만원”이라고 답했다.“고기 값이 내렸어요, 올랐어요?”라고 다시 묻자 가락시장에서 경매받은 영수증 전포를 꺼내 보여주었다.“고기 값이 1주일 전보다 15%정도는 올랐는데 방송에선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돼 내렸다고 합니다. 다 엉터리예요. 고기 값을 내리지 않느냐는 항의가 심합니다.” 단대목에는 고기값이 10∼20% 정도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수용품을 사려 왔다는 중년 아주머니들은 “설 대목을 맞아 중국산 등이 많이 들어왔다는데 원산지 표시와 유통기한을 잘 챙겨봐야 돼.”라며 시장에서의 물건사는 법을 제시했다. 중앙시장 노점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한 할머니는 “삶은 고사리 한근(약 400g)에 2000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대목이면 도라지는 더 비싸져 1000원이 오를 거야. 명절 대목에는 도라지 껍질을 까야 잘 팔린다.”고 예견했다. ●백화점·할인점,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제수용품 큰 관심 같은 시각 할인점 E마트 용산점. 굴비와 과일 등의 판촉 행사를 벌이는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몰렸다. 굴비 코너의 판매담당 박정희씨는 “추자도 굴비(20마리 1만 9800원) 등 산지 수협에서 올라온 물건의 가격이 재래시장과 비교해도 싸다.”며 “28일까지 할인행사를 하지만 이번 주에 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는 게 박씨의 귀띔이다. 정육점의 곽경환씨는 손님 맞기에 바빴다. 곽씨는 “한우의 가격이 수입육보다 훨씬 비싸지만 조상께 바치는 제수용품이어서인지 한우를 많이 찾는다.”며 “설 단대목까지는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을 하던 주부 박연순(56)씨는 “생선이 싱싱할 것 같아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코너로 발길을 옮긴 박씨는 “과일이나 갈비세트를 사 설 선물을 할 생각”이라며 “올해는 일찍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새내기 주부라고 밝힌 김선화(30)씨는 “차례상 준비하는 게 무척 어렵다.”며 “값이 부담되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다듬어진 도라지나 야채를 고를 것”이라고 나름의 쇼핑 기준을 제시했다. 백화점도 미리 선물 등을 사두려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18일 오후 롯데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을 찾은 김현아(41)씨는 “모처럼 백화점에 나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고기가 많이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탕국용 소고기 1등급 300g의 경우 지난해 1만 6800원에서 2만 700원이다. 산적용은 1만 9500원으로 지난해의 1만 6500원보다 3000원가량 올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조치 이후 한우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야채값도 오름세다. 시금치 2단의 경우 지난해 3160원이었는데 올해는 3960원. 남부지방의 폭설로 인해 야채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의 제수품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아 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떡국떡·조기·황태포·고사리·두부 등 설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품 20여가지를 현장 취재한 결과 서울 중앙시장이 9만 3700원으로 가장 쌌다. 반면 백화점이 26만 120원으로 가장 비싸게 나왔다. 이들 가격은 설 단대목에는 다소 오를 수도 있다. 이기철 서재희기자 chuli@seoul.co.kr ■ 설 선물도 클릭… 클릭…인터넷장터 이용해볼만 인터넷 장터도 설 선물을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제품 종류와 배송 시스템, 할인 혜택도 할인점 등에 못지않다. 설 선물 보따리 들고 다니기가 성가시게 느껴진다면 인터넷에 들어가 보자.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사이트를 선택한 뒤 꼼꼼히 살펴 봐야 한다. 우리 농수축산물 선물을 고집하는 소비자라면 우체국쇼핑(mall.epost.go.kr)에 들러 볼만하다. 전국 각지의 토종 농수산물을 찾아 제품화해 가장 믿을 만하다. 우체국쇼핑은 23일까지 ‘설맞이 할인 대잔치’를 진행한다. 사과와 배를 비롯해 한과, 벌꿀, 갈비, 김, 굴비, 옥돔 등 우리 농수축산물 5000여종을 평소보다 최고 20%까지 싼 가격에서 만날 수 있다. 한과세트 2만∼3만원, 한우갈비·굴비·옥돔 등 3만∼12만원, 황태포 5마리 1만 3100원, 옥돔 2㎏ 4만 3200원 등이다. 하나를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해 준다는 것이 장점. 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쇼핑몰 지오패스(www.geopass.com)는 24일까지 ‘운수대통 설날 선물 특별전’을 열고 갈비·정육·청과·한과류 등 인기상품을 30∼50% 할인한다. 토종한우 정육세트 3㎏ 7만 9000원, 추석 때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신고배 7.5㎏은 1만 7900원에 제공한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www.gmarket.co.kr)은 제수용품, 건강식용품, 공산품, 신선식품 등 4가지 테마별 상품을 준비했다. 특히 굴비 1박스를 1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굴비 1만 박스 행운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1000∼9900원 사이 원하는 금액을 넣어 경매로 입찰하는 방식이다.23일까지 총 3차로 나눠 실시되며, 모두 1만명에게 행운이 돌아간다. GS이숍(www.gseshop.com)은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축·수산물 제품을 강화했다. 안성시 ‘안성맞춤 갈비’, 추자도 수협이나 목포 수협에서 만든 굴비, 제주도 옥돔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전남 영암 독천리 ‘독천식당’

    전남 영암 독천리 ‘독천식당’

    세발낙지. 쌀쌀해지면서 술꾼들이 제일 먼저 탐내는 안줏감이다. 나무젓가락을 낙지 아가미에 쑤셔넣고 통째로 칭칭감아 초장에 찍은 뒤 우물우물 씹을수록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월출산 자락인 전남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 독천식당. 세발낙지 식당의 대명사다. 서울·광주·목포 등에도 독천식당을 내건 식당이 있지만, 이곳이 원조로 통한다. 1970년도에 지금의 자리에 식당을 연 주인 김충웅(63)씨에 이어 아들 성근씨가 대를 잇고 있다.2002년 전남도가 인증한 남도음식 별미집이다. 붐비는 손님들 절반이 대도시 외지인들이다. 독천식당이 유명한 것은 영암호 하구둑을 막기 전 독천리와 인근 미암면 일대 갯벌이 낙지밭이었기 때문. 요즘은 갯벌이 사라져 낙지는 신안 압해도와 무안 등에서 날라온다. 독천식당의 전설은 갈낙탕이다.1977년 소값이 폭락하면서 기르던 소를 처분해야 했던 주인은 소고기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짜다시피 했다. 그래서 따로 국밥이던 갈비탕과 낙지탕이 합쳐지게 됐다. 이 집 반찬 중 가운데 자랑거리는 젓갈이다. 짭조름한 돔배젓(전어속젓)에는 숭어창젓을 섞는다.2월에 잡은 자잘한 바다새우로 담근 새하젓을 비롯해 생새우젓·토하젓 등은 식욕을 돋우고 ‘게 눈 감추 듯’ 밥그릇을 비우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낙지 초무침을 시켜서 뜨끈한 밥에 넣고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요리에 들어가는 고추장·된장은 꼭 집에서 담근다. 참깨와 참기름, 낙지, 쇠갈비 등은 20∼30년 이상 거래해 온 단골들로부터 사들인다. 아들 성근씨는 “독천식당 체인점(분점)을 내라는 성화가 빗발치지만 날마다 싱싱한 재료를 써서 요리와 반찬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집이 맛있대] 경북 경산 ‘부일추어탕’

    [2집이 맛있대] 경북 경산 ‘부일추어탕’

    추어탕이 맛있는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인 요즘 살이 누렇게 오른 미꾸라지의 맛과 영양이 그만이다. 경북 경산역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에 있는 ‘부일추어탕’에 가면 추어탕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집은 남도 추어탕과는 달리 운문댐에서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 외에 쏘가리와 꺽지, 메기, 떡붕어 등 민물 잡어 7∼8가지가 더 들어간다. 예부터 경산지역 민간에서 전해지는 전통방식이다. 여기다 조리방식이 독특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주인 서분옥(60)씨는 자연산 미꾸라지 등을 사다가 산 채로 소금을 뿌려 아가미의 모래 등을 제거하고 껍질을 깨끗하게 한 뒤 통째로 가마솥에 넣어 1시간 이상 푹 끓인다. 푹 끓인 미꾸라지 등은 손으로 으깨서 고운 얼개미에 뼈를 받쳐낸다. 뼈를 믹서에 갈면 가루가 되어 제 맛이 안 나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을 고집한다. 뼈와 속살을 분리해 가마솥에서 2시간 정도 다시 한번 푹 삶는다. 여기에 대파와 고랭지 배추를 넣고 다시 함께 끓여 낸다. 다진 풋고추, 마늘, 산초를 곁들이면 맛이 진하면서도 담백한 추어탕이 된다. 반찬도 ‘촌맛’ 그대로이다. 전통 간장·된장과 국내산 참기름·고춧가루를 양념으로 한 콩잎, 시금치 무침 등 토속반찬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배추나 상추 겉절이는 즉석에서 양념을 해 나온다. 아삭아삭한 맛이 추어탕과 찰떡궁합이다. 여기에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서글서글한 주인의 인상과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한번 찾은 사람이면 거의 단골이 된다. 주인 서씨는 “돈을 벌기보다는 전통 추어탕 맛을 지켜간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육식곤충’ 잠자리 “모기가 맛있다”

    ‘육식곤충’ 잠자리 “모기가 맛있다”

    장마가 끝나고 불볕 더위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여름철 곤충인 잠자리와 모기가 자라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다. 이 때문에 잠자리와 모기, 모기와 인간으로 이어지는 천적관계를 감안하면 한바탕 ‘여름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살아있는 모기약, 잠자리 너울너울 네 날개로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제철을 맞아 도심을 누비고 있다. 매년 초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뒤덮는 잠자리떼가 올 여름에는 유난히 많아 보인다. 장마가 끝난 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예년보다 기온이 4∼5도가량 높아 번식력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자리가 아스팔트 도로나 자동차로 달려드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수만개의 홑눈으로 이뤄진 잠자리의 눈에서 착시현상의 일종인 ‘편광현상’이 발생, 교미를 마친 잠자리가 알을 낳으려고 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즉 잠자리들은 강렬한 태양빛에 의해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로 인해 아스팔트나 차량을 산란장소인 물 주변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구나무를 선 잠자리도 곧잘 눈에 띈다. 잠자리는 파충류처럼 체온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려고 지면과 수직으로 물구나무를 선다. 햇볕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또 잠자리는 이른바 ‘육식 곤충’이다. 주로 모기, 파리, 각다귀, 물고기 알 등을 잡아먹어 사람에게는 이로운 곤충이다. 특히 여름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는 잠자리는 ‘살아 있는 모기약’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주로 사는 좀잠자리의 경우 여름 한철 동안 1만㎡의 공간에서 무려 100㎏의 모기를 먹어 치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잠자리는 생물진화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생명체다. 진화론에서는 물 속에서 생겨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 호흡이 폐 호흡으로 바뀌게 된다. 물에 사는 잠자리 유충은 아가미로 호흡을 하다가 탈피를 위해 뭍으로 올라오면서 어느 순간 폐 호흡을 시작한다. ●모기 번식의 엉뚱한 피해자, 인간 올 여름에는 이처럼 모기와 천적관계인 잠자리가 늘었으니 밤잠을 안심하고 잘 것으로 기대해서는 오산이다. 최근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모기의 생육조건이 좋아져 오히려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모기는 알을 낳아 유충(장구벌레)과 번데기의 단계를 거쳐 성충이 되는데 약 1∼2주가 걸린다. 기온이 높으면 이 기간이 짧아진다. 또 모기는 화장실이나 싱크대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알을 낳을 준비가 돼 있어 비가 내린 뒤에는 모든 땅이 모기의 산란장이 될 수 있다. 모기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는 평균 100∼400개이며 여름 동안 10∼15번 알을 낳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다. 모기는 원래 식물의 즙이나 과즙, 이슬을 먹고 산다. 다만 교미를 마친 암컷이 수정란을 갖게 되면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다. 암컷 모기는 한두 번 피를 먹은 뒤 4∼7일 만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따라서 모기 번식의 피해자 중 하나가 인간인 것이다.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모기는 두 개의 주둥이가 있다. 아랫입술에 해당하는 털처럼 가느다란 주둥이로 사람의 살갗을 쏘고 나서 윗입술로 피를 빤다. 이때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타액을 흘려보내며, 이것이 바로 바로 가려움의 원인이 된다. 타액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모세혈관에 이물질이 들어오므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모기의 앵앵거리는 소리는 목이 아니라 날개에서 난다. 모기는 초당 600번까지 날개를 친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이런 모기의 소리와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산란기에 이른 암모기는 수모기를 피한다. 모기 퇴치기는 수모기의 날개가 만들어내는 1만 2000∼1만 7000㎐ 대역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흡혈의 주범’인 암모기를 쫓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남해안 적조주의보 ‘초비상’

    무더위가 이어지고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양식장 밀집지역에서 적조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도는 26일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고흥군 도화면 지죽도에서 여수시 남면 소리도 등대 앞까지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당 50∼3800개체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적조생물 개체수가 ㎖당 3800개로 가장 많은 여수와 고흥 사이 봇돌 앞바다에는 양식장이 없으나 여수 금오열도 동쪽바다인 횡간도∼대유도∼안도는 개체수가 1650개에 이르고 있다. 또 가막만 아래쪽인 여수시 남면 개도∼화태도 일대에도 적조생물 개체수가 720개에 이르러 황토를 뿌리는 등 방제작업을 하고 있으나 수온이 높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방제작업을 하는 주변에는 돔과 농어 등 어류 양식장이 71건에 212㏊에 이른다. 현재 양식장 먼 바다쪽에는 수십m의 둥그런 폭을 이룬 적조띠가 군데군데 흘러다녀 어민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1000개체 이상이 되면 적조 경보가 발령되고 5000∼2만개 이상이면 어류 아가미에 달라붙어 질식사시키는 등 양식장에서 피해를 일으킨다. 더욱이 적조띠가 발견된 곳의 바닷물 수온이 적조생물 성장에 최적인 22∼24℃를 유지하면서 적조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전남도와 각 시·군은 26일 정화선 등 6척을 동원해 여수시 남면 등 양식장 주변 50여㏊에 황토 330t을 뿌렸다. 앞서 예년보다 보름 이상 이른 지난 19일 전남 여수와 고흥 사이 봇돌 앞바다와 금오수도∼가막만에서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당 20∼850개가 올 들어 처음으로 발견됐다.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회사 쫓겨나면 밥집이나 하지 뭐.”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이같은 자조섞인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밥집’은 아무나 하나. 밥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속편하게 생각해도 좋은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들어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이 잇따라 ‘밥장사’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계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전직 은행장, 회사 매출을 쥐락펴락했던 카피라이터,‘고소득의 대명사’인 변호사와 의사…. 음식업계는 이들의 합류를 반긴다. 외식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주 한아식품 대표이사는 “과거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밥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밟아본 적이 있는 음식업계의 ‘외인군단’. 이들은 어떤 요리철학을 갖고 현업에 임할까. 그들의 음식점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글 김종면·이기철·최여경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최해국기자 jawoolim@seoul.co.kr ■ 은행장보다 주방장이 더 어려워…김재기의 ‘농우신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 가운데 금융통 ‘김재기’를 모르는 이가 없다.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니 그의 인재풀이 오죽하랴.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상현 전민주당의원과 함께 한국의 ‘3대 마당발’로도 불리는 그는 언제든지 전화 한 통화로 달려나올 사람이 5000여명이 된다고 할 정도다. 그가 은행을 떠난 지 10여년 됐지만 아직도 행원들의 꿈이자 우상이다. 최초의 행원출신 은행장, 중학 동창 3명 은행장 동시 등극, 여지점장 3명 동시 발령…금융계에선 그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은행장 퇴직이후엔 한국씨름연맹 총재, 한국관광협회장 등으로 끊임없이 일을 찾았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그가 갈비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고도. 김회장은 “에이, 사장은 무슨 사장이야, 방마다 인사하는 마담이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리라는 사회적 통념을 또 한번 유쾌하게 깨뜨렸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쪽 사거리 삼성디지털플라자옆 농우신라(553-4151)에서 그를 만났다.“은행업무와 음식점도 서비스란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고객을 중요시 해야하고, 또 내가 먼저 내주고 받는 것도 같지요.” 신라농우는 양식당처럼 깨끗하다. 고기집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다.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방마다 유명 그림의 복제품을 걸어두었다. 은은한 음악도 흘러나와 고기집이 아니라 고급레스토랑 같다. “화장실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된다.”음식점을 하면서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그의 지론이다. 화장실이 여느 호텔 못지않게 깨끗하다. 이러니 주방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신뢰감이 생길 만하다.“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식당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먹는 재미로 살았다.“은행장 시절 하루 아침에 5번 식사한 적도 허다해요. 모두 다 놓칠 수 없는 큰손 고객인 까닭에 같이 먹게 됐지요. 저녁은 몇 차례를 먹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음식맛에 눈을 떴다고 할까요.” “직장 퇴직자가 음식점을 하면 95%는 망합니다.5%가 성공하는 데 비결은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기는 횡성 한우를 쓴다. 불고기 1만 9000원부터 생등심 3만 9000원까지 다양하다. 등심은 육즙이 적당히 밴 육질이 졸깃하다. 밑반찬도 깔끔하다.“이익을 덜 내더라고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지요. 손님이 많으면 결국 더 많이 벌게 됩니다.”그가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다. 화학조미료통은 주방에서 아예 치워버렸다. 술은 주로 와인. 시중에서 3만∼4만원짜리 와인을 무조건 1만원에 판다.“우린 술집이 아니니깐 와인에서 이윤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요. 고기 먹어러왔다가 와인이 더 비싸면 누가 마시겠어요?”시중에서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와인을 3만∼4만원에 내놓고 있다. 요즘엔 냉면을 낸다. 정문에 냉면엔 ‘메밀 60%를 쓴다.’고 내걸었다. 주방의 김영삼 냉면장에게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했다.“메밀을 60% 쓴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면 그게 바로 고객을 속이는 사기지요.”. 고객이 “먹어본 냉면 가운데 가장 맛있다.”는 고객도 적잖다. 평양식 냉면의 은은한 맛과 육수맛이 그만이다. 평양식·함흥식·비빔냉면 6000원.‘잘나가는 고기집 사장’으로 변신한 그가 퇴직이후를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에게 또 한번 우상이 됐다. ■ 메스대신 부엌칼 잡았죠…노종헌의 ‘로이’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로이(Royee·540-3312)’는 맛집 많은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 일본 등 동양의 먹을거리를 서양식 조리법으로 풀어낸 정통 퓨전으로, 또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노종헌(37) 사장의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88년 고려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국가고시를 보기 직전 1996년 훌쩍 유학을 떠났다. 가업을 잇기 위해 선택한 전공인 탓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애초의 꿈이었던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다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처음 요리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그 식당의 요시 나카가와 사장이었죠.‘가슴으로 요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내놓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해 요리와 경영, 마케팅을 배웠다.“땀 흘리며 요리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어떤 기쁨인지 알게 됐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된 거죠.”한국에 돌아온 2001년, 워커힐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5월 ‘로이’를 열었다. 그가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삼겹살찜. 영국식 소꼬리찜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접목했다. 굽고 찌고 조리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익힌 삼겹살, 고추냉이향을 첨가한 으깬 감자, 후추를 살짝 섞은 데리야키 소스가 함께 어우러진 요리. ‘밥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메로구이를 추천한다. 포도씨기름 마늘 생강 식초 등을 김과 함께 갈아만든 걸쭉한 소스를 깔고, 돌솥비빔밥의 누룽지처럼 그릴에 구운 꼬들꼬들한 밥을 올린다. 그 위에 잘 익은 메로구이를 얹어 완성. 김 소스와 메로, 밥 적당량을 비벼 입에 넣으면 밥의 씹히는 맛과 새콤달콤한 소스, 향긋한 김, 고소한 메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방황하던 아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신 아버지도 처음과 달리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고요.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관되게 정직한 맛을 선사할 겁니다.” 삼겹살찜·메로구이 1만 9000원, 파스타 1만 3000원, 밥 요리 1만 6000원, 주방장 추천세트 2만 5000∼3만 5000원. ■ 카피라이터가 만드는 바다의 맛…오시환의 ‘해장금’ 오시환(51). 그는 지난 20년간 대우, 코래드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AE 등으로 일해온 잘나가던 광고장이였다. 꿈에서조차 광고를 만들 정도로 광고삼매에도 빠져봤지만 가슴 한편엔 늘 허전함이 남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경쟁을 먹고 사는 삶에 멀미를 느낀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마침내 변신의 길을 택한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플로리다의 일식당,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등에서 보낸 3년간의 주방보조 생활. 날카로운 생선 아가미를 떼어내다 손을 찔리기 일쑤였고, 중식당에서 일할 땐 ‘웍(볶음요리할 때 사용하는 중국식의 깊은 프라이팬)’을 다룰 줄 몰라 하루 만에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요리집을 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뒤편의 바다요리 전문점 해장금(海長今·전화 741-8435)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선 뭘 먹어야 할까.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오시환 사장은 단연 해물누룽지탕(소 1만 3000원, 대 2만원)을 권한다. 그린 홍합과 새우, 청양고추, 숙주, 배추, 양파, 호박,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직접 눌린 국산 누룽지. 그외엔 어떤 인공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청양고추로는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숙주와 배추로는 시원한 맛을, 양파로는 달콤한 맛을 냈다. 해장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요리집이지만 스시와 매운탕이 없다는 점.“한집 건너 한집이 횟집인 상황에서 ‘쓰키다시 잔치’인 회나 판에 박힌 매운탕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신이다.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라는 에세이집도 펴낸 그는 꿈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역할모델이 될 만하다. 그를 보면 일본의 세계적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의 말이 새삼 진실되게 다가온다.“처음부터 잘 안 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스로 우바새라 부르는 독실한 불교신자. 맛의 선지식을 찾아 나선 그의 음식만행(萬行)은 언제쯤 끝날까. 그는 예순이 넘으면 모든 걸 정리하고 인도를 오가는 여행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건 새로운 타입의 해물야채수제비탕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기대하세요. 맛의 별천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여문 손끝에서 과연 어떤 맛이 태어날까. ■ 노래하는 피자 보셨나요…김주환의 ‘톰볼라’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목소리가 너무나 깊고 은은하다.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냇물이 흐르듯 잔잔하면서 기품이 있다. 바로크시대의 기악곡들이다. 알비노니와 마르첼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벤야미노 질리와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의 성악이 나온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입구의 이탈리아 음식점 톰볼라(593-4660)의 분위기다. 사장은 서정적인 테너가수 김주환(55)씨.“처음엔 주방에 들어가 피자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손님을 안내하는 매니저예요.”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10여년간 성악을 전공했다.“성악의 황금시대인 1930년대를 풍미했던 마리아 젠딜레에게서 배웠죠.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90년대 중반에 돌아와 수십차례의 독창회를 가졌다. 고풍스럽게 아름다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게 그의 음색 특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극동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로마 외곽 산비트로의 톰볼라에 자주 가서 먹다가 주인과 친구가 됐죠. 향수를 달래느라 그 이탈리아 친구로부터 피자와 스파게티를 배웠습니다. 그게 음식점으로 이어졌습니다.”개업을 앞두고는 정식으로 로마의 피자학교도 다녔다. 그가 음식점을 하게 된 동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음악과의 공통점이 많단다.“외국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음악과 음식입니다.”음식은 특히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식사에 맞는 음악, 이탈리아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인테리어, 이탈리아의 맛…. 이집의 화덕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가져왔다. 화산재로 만든 것으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담백하면서 촉촉하다. 다른 음식들도 조리과정을 단순화시켰다. 재료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다. 스파게티와 피자, 리조토는 1만 2000∼1만 6000원. 톰볼라의 맛은 음악에 젖어있다. ■ 패션디자이너가 요리하는 ‘파크’ ‘본보스토’ 패션디자이너의 감성이 묻어나는 식당. 디자이너만의 멋이 묻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맛까지 더해졌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멋과 맛이 살아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음식공원, 박지원의 ‘파크’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디자이너 박지원씨의 감각적인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파크(Park)’는 고급스러운 중국·태국 음식을 먹고싶을 때 찾아가면 좋다. 이름은 주인의 성을 딴 것도 있지만 ‘공원같은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명은 어둡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입으로, 귀로, 손끝으로 느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하기 위함이다. 추천 요리는 석류소스 딤섬(2만 2000원). 달걀 흰자로 만두피를 만들고 닭고기, 야채 등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낸다. 직접 짜서 내는 석류즙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새콤달콤하다. 샐러드 ‘얌운센’, 태국의 옐로파운드 카레를 달걀과 볶아 활게와 함께 내는 매콤한 ‘커리크랩’도 이곳의 스테디셀러라 불릴 만큼 인기있다. 각각 2만 5000원,4만 8000원. 이곳 식단은 5개월마다 한번씩 ‘정리’한다. 꾸준히 해외로 나가 맛을 배우고, 익혀와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영업시간은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새벽 1시.(02)512-6333. ●세련된 멋을 담은 강희숙의 본보스토 중견디자이너 강희숙, 강진숙 자매가 세운 ‘테이블2025’에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맛을 자랑하는 ‘본보스토’가 있다. 베이지를 기본으로 한 분위기에 나무 테이블과 투명 의자는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 홍현주씨가 만든 그리스 제우스신전의 돌기둥은 본보스토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상큼한 라스베리 드레싱의 샐러드(1만 1000원)부터 아스파라거스 자연송이버섯 랍스타(4만 5000원)까지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스타는 1만 9000원부터, 그릴구이는 1만 4000원부터.(02)543-3427 ■ 주인의 과거가 궁금한 맛집 4곳 산악인 오송호씨는 서울 명동 YWCA빌딩 지하 1층에 인도음식점 타지(776-0677)를 운영한다.“산에 미쳐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에 살면서 음식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이참에 한국 음식점을 하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게 인연이죠.”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관을 6년간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인도음식점을 낸 것. 파푸아뉴기니의 마운틴 윌헬렘(4508m)을 한국인 최초로 등정했던 그는 에베레스트를 네번 갔다.“1년의 절반은 산에 산다.”는 그는 1996년 소설가 박완서·이경자씨 등이 네팔과 티베트를 여행할 때 안내했다. 이런 까닭에 박완서의 소설 ‘모독’에 나오는 젊은 사장의 모델이 됐단다. ‘타지’는 수많은 소품과 조각들이 인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샤프란 향에 절여 구운 탄두리 치킨(2만원)이 인기. 점심에는 수프와 탄두리요리, 커리 2가지와 인도빵 난이 나오는 마하라자(2만원)도 괜찮다. 인도 요구르트 라시는 꼭 먹어볼 것. 소설 ‘원미동 사람들’,‘천년의 사랑’ 등의 소설가 양귀자씨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에서 한정식집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333-5616)을 한다. 상호는 물론 이모정식, 고모정식, 어머니정식 등의 메뉴 이름이 정겹고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한식을 코스요리화했고, 맛은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음식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집 ‘부엌신’이란 보고서 형태의 책도 냈다. 소극장을 꿈꾸었던 그가 주워 기른 고양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다 음식점을 냈다는 것도 소설적이다. 가격은 1만 2000원부터 4만 8000원까지 4종류. 예약 필수. 아이스하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박규호씨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입구쪽에서 유럽식 음식점 레쇼(517-0746)를 경영하고 있다.4살때 스틱을 잡아 고3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원증권팀에 들어가 창단 7일만에 우승을 견인하면서 시즌 MVP로 뽑히기도 했다.“아이스하키와 음식점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의 음식이 나온다. 전채와 샐러드가 1만 6000∼2만 4000원, 메인이 3만원선이다. “음식점 하는 것이 변호사 하는 것보다 더 유망한 것 같아요.” 금융문제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 강명훈씨도 음식점에 한 발 담그고 있다. 서울 서교동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이탈리아 음식점 레뜨레깜빠네(336-3378)를 운영한다.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뒤 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전만큼이나 먹는 것을 밝히는 그가 성악가 김수경씨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맛본 피자에 반해 단박에 음식점을 개업했다.“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변호사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서로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화산재 화덕으로 즉석에서 구워낸 피자. 빵이 얇고 쫀득하다.20여종의 피자를 만들어낸다.1만 2000∼2만 7500원.
  • 식탁으로 돌아온 연어

    식탁으로 돌아온 연어

    고급 음식점에서나 애피타이저로 몇점씩 맛보던 연어. 그 연어 요리가 우리의 일상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값비싼 어종이라는 오해 때문에, 혹은 요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연어는 식탁에 자주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웰빙 바람과 함께 연어 요리가 점차 대중화되고, 우리 입맛에 맞춘 다양한 요리 방법이 소개되면서 요즘 부쩍 주목받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는 ‘삶이 아름다운 물고기’. 미각을 돋우는 고급스러운 연어의 맛에 푹 빠져보자. 강한 회귀 본능과 모성의 상징인 연어.‘삶이 아름다운 물고기’ 연어가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다. 깔끔하게 진열된 연어는 짙은 빨간색에서부터 연한 주황색까지 색깔도 참으로 예쁘다.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과는 달리 주부들이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가 꺼려진다. 노르웨이나 알래스카 등지가 원산지인 만큼 혹시 그 ‘이국적인’ 맛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연어가 새삼스럽게 우리 식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함경도 고원군의 덕지천은 연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며 그 고기잡이로 얻는 이득이 함경도에서 가장 높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난호어묵지에서 “연어는 비늘이 잘고 푸르며 살색은 담적색이다. 알은 밝고 구슬 같고 색은 분홍이지만 소금에 절이면 빨갛게 되는데 서울 사람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적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연어는 고기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알은 분홍색이며 맛이 매우 좋다.”고 전한다. 강수경(35) 양양연어연구센터 연구사는 “연어는 찬물에 사는 어종이어서 갈치나 고등어보다 더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동해안 주민들은 과거 한꺼번에 많이 잡힌 연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꾸들꾸들하게 말렸다가 찜이나 조림으로 식탁에 올렸다. 질좋은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해 비타민 A·D·B2·B6·E, 무기질인 칼슘·철·아연·인·마그네슘 등을 상당량 포함하고 있는 연어는 소화가 쉬워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도 좋다. 연어에 특히 풍부한 것은 오메가-3지방산. 이는 심장병·염증 및 암의 발병 위험을 낮춰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며 류머티즘성 신경통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같은 이유에 웰빙 바람까지 타고 연어는 웰빙 ‘레드푸드’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어 살코기가 붉은 이유는 카르티노이드 색소를 함유한 크릴새우 등을 먹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나 노르웨이산은 대개 훈제 연어다. 때문에 특유의 향이 배어 있다. 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다. 에드워드 먼터 JW메리어트호텔서울 총조리장은 “훈제연어를 요리한 다음 레몬이나 허브를 얹고 레몬즙을 뿌리면 고유의 스모크 향이 약해진다.”고 들려줬다. 그는 또 “연어를 백포도주·레몬주스·올리브기름(또는 식용유)를 섞어 하루 정도 재워두면 훈제 향이 옅어진다.”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파는 연어는 대개 뼈를 제거한 살코기 토막. 아가미나 눈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연어를 고르려면 훈제향이 적당히 배어 있고, 손으로 만져봐 살에 탄력이 있어야 한다. 또 붉은색과 오렌지색 사이의 선홍색을 띤 것이 좋다. 요리연구가 음유선씨는 “훈제가 안 된 냉동 연어를 한국식으로 요리할 경우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맛술과 마늘·생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또 지방이 많기 때문에 기름기를 줄이는 요리법이 더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강에서 부화한 어린 연어가 바다로 나갈 때. 양양 연어연구센터는 해마다 양양·삼척·울진 등에서 1000만마리의 새끼 연어를 방류하고 있다. 연어는 북태평양 베링해와 오호츠크해까지 1만㎞를 돌며 3∼4년 살다가 강물을 필사적으로 거슬러 태어난 하천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같은 연어의 일생은 한편의 대서사시라 할 만하다.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고 일생을 담수에서만 사는 연어가 바로 산천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물론 동네의 작은 생선코너에까지 나와 있는 연어. 연어의 새로운 요리법에 도전해 보자. ● 감귤향의 신선한 연어 재료 연어 85g, 소금 11g, 흑설탕 19g, 레몬즙·오렌지 주스 각 5g, 라임 주스 2g, 잘게 다진 생강·케이퍼 각 5g, 고수·다진 샤롯 각 7g, 잘게 다진 레몬 1g, 케이버(장식용) 4g-연어는 뼈를 제거하고 랩으로 덮었다가 오렌지·레몬즙·라임 주스를 섞어 연어의 양쪽면에 바른다. 생강과 고수는 연어에 가볍게 문지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냉장고에 둔다.12시간마다 연어를 뒤집어 간이 배게 한다(두세번 지속적으로 한다). 냉장고에서 꺼낸 연어에서 설탕·소금·후추·고수를 제거하고 헹군다. 페이퍼 타월로 살짝 물기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과카몰리(멕시코소스·아보카도 1/4개, 신선 레몬즙 7.5㎖, 껍질을 제거한 다진 토마토 7.5g, 다진 차이브 3.75g, 소금·후추 약간씩-아보카도는 스푼으로 으깬후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 섞는다),레몬오일(절인 레몬 7g, 레몬즙 15㎖, 포도씨 기름 41㎖, 올리브 기름 10㎖-모든 재료를 블랜더에 넣고 섞어 퓨레로 만든다. 체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후 미지근하게 식힌다),차이브 오일(차이브 1.7g, 식용유 4.6㎖, 소금·후추 약간씩-차이브를 살짝 데쳐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 나머지 재료와 함께 블랜더에 간다),와사비와 마스카폰 크림(마스카폰 치즈 3.5g, 고추냉이(와사비) 0.5g, 생크림 0.84㎖,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연어는 틀을 이용하여 모양을 만든 후에 캐비어와 고추냉이 크림을 넣는다.(2)과카몰리는 접시에 넣고 마지막으로 레몬 오일과 차이브 오일을 살짝 뿌린다. ● 미소된장에 절인 연어 바비큐 소스(말리부 럼 6㎖, 다진 고수 6g, 잘게 다진 생강 뿌리 3g, 라임 주스 6㎖, 흑설탕 6g, 간장 1㎖, 칠리 소스 3㎖, 소금 약간, 케첩 3㎖-바비큐 소스를 냄비에 넣고 끓여 불을 줄인후 양이 반이 될 때까지 졸인다.) 미소소스(미소 48g, 흑설탕 9g, 정종 12㎖, 미림 12㎖, 연어 스테이크 200g-미소, 흑설탕, 정종과 미림을 넣고 2분간 끓인 후 식힌다. 연어는 미소 소스를 발라 12시간정도 절인다.) 야채재료(청경채 20g, 버터 2g, 소금·후추 약간씩-잘게 다진 홍고추 (가니시) 10g ● 삼나무판에 구운 연어 스테이크 재료 신선 연어 115g-1인치 두께로 준비한다, 당근 2개, 레드 피망 4개, 서양호박 2개, 붉은 고추 2개, 버섯 2개, 레몬주스 1작은술, 올리브 기름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후추 1/4작은술, 다진 파슬리 1/2작은술, 신선레몬즙 1개, 레몬 1조각, 버터 1작은술, 간 마늘 1/4작은술-연어는 조리하기 2∼12시간 전에 소금과 후추간을 하여 냉장고에 보관한다. 삼나무 연어 시즈닝(레몬 후추 2작은술, 마늘·사철쑥(타라곤)·바질·파프리카·소금 1작은술씩, 흑설탕 2작은술-재료를 브랜더에 넣고 간다. 만드는 법 (1)삼나무 중간에 연어를 놓는다.(2)그릇에 야채, 레몬 주스, 올리브 기름, 파슬리, 소금과 후추를 넣고 섞는다.(3)양념된 야채들은 연어 주위에 놓고 레몬을 뿌린다.(4)오븐은 375도로 예열,. 연어는 오븐에서 10분 정도 굽다가 뒤집어 10분정도 더 굽는다.(5)오븐에서 꺼낸 연어에 버터를 얹는다. ● 페퍼를 곁들인 연어 연어 재료(홍고춧가루 2작은술, 주니퍼 베리 2작은술, 올리브 기름 1/2컵, 연어 315g, 양파 1/2개, 소금·후추 약간씩-(1)홍고춧가루와 주니퍼를 그라인더에 넣고 간다.(2)연어에 올리브 기름을 바르고 (1)의 양념으로 30분간 재어 둔다.(3)재운 연어 위에 양파와 대파를 올려놓고 소금과 후추간을 하여 오븐에서 1시간정도 익힌다. 상추와 조개재료 (올리브 오일 1작은술, 다진 대파 1/2개, 상추 1/2개, 모시 조개 6개, 버섯 4개, 생선 육수 2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파와 상추를 넣고 볶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2)(1)의 생선 육수와 조개를 넣어 조개 입이 벌어질 때까지 익힌다.(3)연어와 조개를 접시에 넣고 양념을 위에 약간 뿌려 장식한다. ■ 도움말 양양연어연구센터(033-672-4180), 알래스카주정부 주한대표부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에드워드 먼터씨는 JW메리어트호텔서울(6282-6759)의 6개 음식점과 바의 맛을 책임진 총주방장. 대학 재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음식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인연으로 전문 조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 조리사와 영양사 자격증을 두루 갖춘 그는 세계 2800여 메리어트호텔 조리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올해의 요리사·최우수 조리사·얼음조각대회 1위 등을 차지하는 등 다재다능한 조리사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0)명태잡이의 본산 강원도 고성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0)명태잡이의 본산 강원도 고성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강원도 최북단 고성 거진항이 부른다.2월 말이면 늘상 열리는 명태축제가 올해로 일곱회 째다. 올해는 24일에 시작해 바로 어제인 27일에 끝이 났다. 그런데 축제랍시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그 많던 명태들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천만 다행이랄까. 올해는 축제가 열릴 무렵 명태가 기대보다 많이 잡혀 그럭저럭 외지 손님들에게 ‘우리 것’을 팔 만큼은 되었다. 명태들이 잔치 분위기를 미리 읽고 잔치판을 기웃거리다 그렇게들 잡힌 것일까. 도대체 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서울에서 곧장 고성 거진항으로 가지 않고 먼저 속초엘 들렀다. 속초에서 1-1번 시내버스를 탔다. 이따금 버스 차창가에 자리 잡고 창문 너머의 동해 풍경을 음미하면서 떠나는 바다여행은 나름의 운치와 여유가 있다. 물론 바다쪽에 앉아야만 바다를 볼 수 있지만…. 이 노선버스의 특징은 속초항을 출발해 천진, 아야진, 공현진, 그리고 간성읍내와 반암리를 거쳐 거진항까지 끊임없이 정차, 발차를 반복하되 반드시 옛길로만 달린다는 점이다. 동해안에서 군생활을 한 독자라면 기억날 것이다. 이 시내버스가 달리는 옛길이야말로 일제시대부터 있던 바로 그 ‘신작로’다. 왜 느닷없이 버스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30여년 전에 이곳 동해안 포구마다 가득 쌓여 있던 명태 생각이 떠올라서다. 거진항에도 당시 거짓말 보태지 않고 무슨 동산처럼 명태가 쌓여 있었다. 거진항이 한 눈에 굽어보이는 산동네 성황당에 오르면 명태를 말리느라 읍내 전체가 명태밭이었고, 그래서 낯선 이에게 생태 한두마리 건네 주는 것으로는 셈도 치르지 않았다. 30여년 전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나.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명태가 그런 대로 잡혔다. 그러다가 최근 5년여 전부터는 급격히 어획량이 줄어 지금은 그 ‘동해명태’를 구경하기도 어렵다. 서울 등지의 값비싼 생태는 대부분 북한산 아니면 일본산이다. 온난화 때문에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떤 문제만 생기면 온난화를 앞세우는 그런 주먹구구식 견해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노가리와 명태는 다른 종자? 근자에 심각한 오해가 있었다.“노가리는 명태와 다른 종자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잡아 먹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 바람에 명태가 씨마를까 걱정하던 어부들도 주저없이 노가리를 잡았으며, 해마다 엄청난 양이 술안주로 사라졌다. 정부의 공식 견해도 “노가리는 명태새끼가 아니다.”는 것이었으니 민·관 합동으로 명태의 씨를 말린 꼴이다. 결론은 뻔하다. 노가리의 부모가 틀림없이 명태임이 확인되었다. 그렇게 새끼들을 잡아들이고서야 어찌 큰고기가 남아 잡히기를 기대할 수 있으야. 남획은 어김없이 인간에게 보복을 가하여 ‘국민의 생선’이었던 명태는 이제 특수 계층의 생선이 되고 말았다. 만약에 원양태마저 사라진다면, 명태는 역사책에서나 만나게 되리라. 명태는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이다. 그 자리를 넘보는 생선은 없다. 서해안 조기가 여기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기는 하지만, 미안하게도 굴비는 총어획량에서 북어에 훨씬 못미친다. 조기와 명태의 공통점은 ‘절받는 물고기’란 점이다. 조기는 제사상 같이 격식이 필요한 곳에서나 대접을 받지만 명태는 시도때도 없이 상전대접이다. 전국 어딜 가나 ‘북어 대가리’ 하나 안걸린 곳이 없으며, 굿판·고사판의 단골이기도 하다. 의례의 주역으로 자리잡았음은 그만큼 품격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며, 그 사실 만으로도 역사문화적 권위를 담보한다. 고려나 조선 전기에는 명태라는 말이 확인되지 않는다. 문헌상의 ‘무태어’가 명태라는 주장이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300여년 전 명천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최초로 잡았다 해서 명태라고 부른다.”는 속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전설이 최소한의 진실은 가진다. 함경북도의 명산인 칠보산에 면한 명천에서 남쪽의 원산 근역까지가 천혜의 명태잡이 어장이었다.“함경도 명천군에서는 주로 낚시로 잡다가 어장이 남북으로 넓혀진 것”이라고 일본 학자들은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북청 신포는 지금도 북한의 동해어업 전진기지이며, 그 앞에 마량도가 있다. 이 마량도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북어’란 본래 북쪽 바다에서 잡은 것 일제 때부터 명태잡이 본산으로 이름난 섬. 신포읍에서 불과 10리 거리다. 섬에는 12곳의 자연마을이 있으며, 인구는 300여호에 달했다. 동해에 섬이 없다는 통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문암리만의 마천포 등이 유명했으며 도민들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였으니, 한국전쟁 와중에 월남해 속초 청초동 아바이마을에 정착한 이들 중에 상당수가 바로 마량도와 신포 출신들이다. 그들이 함경도식 어법도 가지고 내려와 남한땅에서 함경도식 어법으로 명태를 잡았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 마량도 근역은 산란을 위해 몰려온 명태들로 ‘물반 고기반’이었다. 말린 건태를 북어, 생태를 명태라 부른다. 그러나 원래는 북어와 명태는 동의이어(同意異語)였을 것이다. 리만영의 ‘재물보’에는 “북쪽 바다에서 잡으므로 북어”라고 했으며, 유희는 ‘물명고’에서 “대구어의 작은 것인데 동해의 북쪽 끝에서 잡으므로 북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우리나라 동북해 중에 일종의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북어라 하며 세속에서는 명태라 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오늘날에는 말린 것을 북어라고 부르니 어찌된 일인가. 본디 남쪽에서는 생태 구경을 못하고 고작해야 말린 것만 먹었다. 이 때문에 북쪽에서 내려온 북어라면 오로지 말린 건태만을 뜻하는 것이 되어 급기야는 북쪽에서까지 건태를 모조리 북어라 지칭하게 된 것이다. 서유구가 ‘임원경제지’에서 “생것을 명태, 마른 것을 북어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적어도 18세기부터 그렇게 구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일본의 중부 이북, 중국 연해, 북대서양의 동서 연해에도 분포한다. 일본 것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종이지만, 베링해의 명태는 길이와 몸집이 크고 맛도 많이 달라 일부 수산학자들은 종이 다르다고 여기기도 한다. 명태는 여름에는 200m 이상의 바다 깊은 곳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떼를 지어 몰려든다. 산란기는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보통 한마리가 낳는 알 수는 25만∼40만개 가량. 그러니 우리가 즐겨먹는 명란젓 한 젓가락이 얼마나 많은 명태의 생명인지 스스로들 가늠해 볼 일이다. ●명태는 ‘밑물고기’… 낚시·그물 늘어뜨려 잡아 명태는 ‘뜬고기’가 아니라 ‘밑물고기’이기 때문에 잡는 방식도 이에 따라 발달했다. 낚시를 밑으로 늘여 놓는 연승바리, 그물을 밑으로 드리우는 그물바리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명태잡이배 선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낚시나 그물을 어느 깊이로 드리우는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명태 떼가 노는 적절한 수심을 노련하게 잡아내야 속칭 ‘대박’이 터지기 때문이다. 같은 어장에서도 이 배는 만선인데, 저 배는 텅 비어 있는 수도 있다. 명태축제 현장체험에서 명태낚시 찍기대회가 열렸는데, 이는 바로 연승낚시를 준비하는 여성들의 노동분업을 놀이화한 것이다. 연승배 선장의 노하우는 고단수의 경험적 지식체계인지라 만만찮은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GPS 같은 어군탐지기가 등장하면서 어부들의 체험적 지식은 뒷전으로 밀렸으며, 잘 나가던 선장들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바리’라는 말은 고기잡는 방식을 뜻하거나 아니면 ‘다금바리’처럼 어종 자체를 뜻하는 독특하고 순수한 우리 말이다. 낚시의 경우는 명태어족이 감소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낚시로 그때그때 잡아올리는 연승바리 명태가 그물에 걸린 채 밤새 뻣뻣하게 죽어 나오는 그물바리 명태보다 값이 비쌀 것은 뻔한 이치다. 비교하면서 먹어보니 신선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명태는 동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그래서 산업적 가치가 가장 큰 어족자원이었다. 생태는 물론 냉동, 말림, 소금절임을 해서도 먹는다. 명태지리, 고명지짐이, 매운탕, 무왁찌개, 알탕, 생태김치, 아가미깍두기, 생태김치, 창란젓, 명란젓, 명태식해, 아가미식해, 명태전, 명태완자 등등 요리법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간장에는 비타민A가 많아서 간유를 뽑아 낸다.1911년에 308만여 관을 잡았던 것이 1919년에는 무려 2066관이나 잡았다. 짧은 사이에 어획량이 무려 7배나 증가했다. 건어물은 이동성이 좋아 북어는 전국 각처로 실려 나갔으니, 명태와 상관없는 서해안에서도 명태는 사람들의 입을 떠나지 않았다. ●다양한 이름만큼 널리 사랑받은 물고기 이 즈음의 명태축제 때 잡히는 명태는 ‘춘태바리’다.‘동태바리’는 음력 시월부터 동지·섣달에 잡히는 것,‘춘태바리’는 설날을 지나 잡히는 명태를 말한다. 크기에 따라서도 대태, 중태, 소태, 그리고 아주 작은 앵태, 혹은 노가리로 나뉜다. 본디 노가리는 부산지역 말이다. 이 밖에 산란을 마쳐 뼈만 남은 꺾태, 마지막 어기에 잡힌 막물태, 초겨울 도루묵을 쫓는 은어바지, 섣달에 잡히는 섣달바지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낚시로 잡은 조태, 그물로 잡은 망태, 여기에다 싱싱한 생태, 말린 북어(건태), 얼었다 녹은 황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4∼5마리씩 한 코에 꿰어 반쯤 말린 코다리까지 가지각색이다. 북한의 민속학연구소 김희권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명태의 다른 이름도 들려준다.4월의 사태,5월의 오태, 아침해가 올라오기 직전과 저녁에 해 떨어질 무렵 잡은 때기물, 강원도에서 잡은 강태, 배를 가른 피태 등등이 그것이다. 이름이 다양함은 명태가 보편적 어류여서 서민 생선으로 폭넓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오죽하면 이규경이 “일상 반찬에 쓰이며 여염집과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마른 고기를 제사에 쓸 정도로 흔하고도 쓸모있는 물건이다.”고 했을까. 축제에는 20여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려든다. 화려했던 옛 추억을 기려서일까. 축제의 팡파르는 우아하게 바다로 퍼지는데 정작 주인공은 그곳에 없다. 만약 거진항이 폭파된다면 온 국민이 난리일 것이나 오랫동안 먹어온 ‘국민생선 제1호 명태’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말들이 없다. 명태의 소멸은 바로 한때 흥청거리던 거진읍내를 여지없이 폭파시킨 꼴이니, 일손 빼앗긴 어민들은 시름없이 방황만 하고 있다. 누구의 책임일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많던 명태는 모두 어디 가고, 값비싼 금태만 남아 있을까.
  • 백화점 선물세트 “우선은 실속”

    백화점 선물세트 “우선은 실속”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설날 선물세트를 ‘명품화(秀)’와 ‘실속화(廉)’,‘차별화(唯)’,‘웰빙화(幸)’ 등 4가지 컨셉트로 선보였다. 다른 백화점들과 차별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10만원이하 780개 품목으로 확대 송정호 롯데백화점 식품매입팀장은 “설 대목을 위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800여종의 선물세트를 준비했다.”며 “경기 불황을 감안해 10만원대 이하의 실속 선물세트를 전년보다 200여개나 많은 780개 품목으로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준비한 ‘수(秀)’세트는 ‘명품’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VIP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엄선한 대관령 한우 특상등급과 전복, 금산 인삼, 공주 밤, 보은 대추 등 지역 특산물과 함께 이천 도자기에 포장한 전복 갈비찜·꼬리찜 세트(3㎏·45만원·100세트 한정),300g을 웃도는 최상급 참조기 아가미에 간을 한 뒤 고급 목기함에 담은 황제굴비세트(10마리·200만원), 영국 황실 브랜드인 헤로즈의 고급차·차주전자·찻잔 등으로 구성된 헤로즈 바스켓 티세트(29만 5000원) 등이다. ●VIP겨냥 200만원짜리 굴비세트도 실속형인 ‘염(廉)’세트는 불황을 반영해 가격의 거품을 뺐다. 100% 석류 과즙에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까지 함유된 고다마 석류주스 세트(500㎖×3·6만원), 제주산 고등어를 풍기 홍삼진액에 숙성시킨 홍삼 간고등어세트(8만 5000원), 제수용 밤·대추·곶감·잣·호두를 모아 구성한 제수용 건과세트(7만원) 등이다. 건강을 우선 순위에 둔 ‘행(幸)세트’는 친환경·유기농 상품을 크게 강화했다. 마늘 소·포크로 만들어 콜레스테롤이 적고 항균·항암 효과가 뛰어난 의성 마늘목장 세트 1호(4㎏·26만원), 한방영양제·키토산 등을 이용한 자연농법으로 재배해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높은 슈퍼 배세트(10개·11만∼13만원), 약고추장·호두 땅콩장·표고 장아찌 등 지미재 궁중찬 세트(18만원) 등이 주요 상품이다.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하는 ‘유(唯)세트’는 롯데만의 단독 상품. 숯을 넣어 건조해 유해 세균을 없앤 참숯 상주 삼백 곶감세트(25만원), 냉장 등심을 원료로 라벤더·로즈마리 등 천연 허브로 조미한 허브 스테이크 세트(3㎏·32만원·300세트 한정), 일반 새송이보다 2배 이상 크며 맛과 식감이 뛰어난 왕송이 선물세트(2㎏·15만 5000원), 향과 품질이 우수한 상품만을 엄선한 용문산 유기 장뇌 산더덕 세트(50만원) 등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상품권 판매 총력 롯데백화점은 상품권의 판매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이 소비자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다음달 4일까지 전화 주문 서비스와 상품권 무료배송 서비스를 실시한다. 상품권 판매코너에서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등기우편으로 전달해 준다. 특히 롯데닷컴과 연계해 전화(080-080-2500)로 상품권을 5만원 이상 주문하면 등기우편으로 배송해 준다.100만원 이상 구매하면 수도권 지역에 한해 24시간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전달해준다. 상품권은 종이 형태의 지류 상품권과 신용카드 형태의 선불 상품권(선불카드) 두 가지로 나뉜다. 지류 상품권은 5000원부터 50만원까지 8종류가 있다. 선불 상품권은 5만원과 10만원 두 종류가 있다. 지류 상품권은 구매액이 액면가의 60% 이상이라야 나머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선불상품권은 구매액 만큼 줄어들 뿐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는 없다. 롯데 백화점과 마트, 슈퍼 전점, 롯데닷컴(www.lotte.com) 홈페이지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실속선물 세트를 다양화하고 ‘명품’인 5스타를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보다 설날 예산을 크게 줄이고 구매단가도 낮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종묵 신세계백화점 식품팀 부장은 “설문조사 결과 설날 예산을 줄이고 구매단가도 낮추겠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 선물세트의 가격대 등을 다양화·세분화했다.”며 “특히 5스타와 실속 선물세트의 종류를 2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불황 반영 염가세트 대폭 늘려 VIP 소비자들이 타깃인 5스타 선물세트는 정육과 청과 세트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보다 2개 많은 6개 품목으로 늘렸다. 명품 목장 한우(6㎏·60만원)세트는 화천·평창·고창에 있는 신세계 목장에서 사육한 한우 중에서 최고급 등급만을 골라 만들었다. 갈비, 등심, 안심·채끝, 등심 불고기, 양지 국거리로 구성됐다. 한우(4.5㎏·45만원)세트는 등심 로스, 안심·채끝 등으로 만들었다. 두 제품에는 동결 건조한 자연산 송이가 팩으로 포장돼 있다. 신고배 전문생산 농가가 재배한 신고세트(9개·9만∼10만원)는 신선하면서도 당도(14브릭스 이상)가 높다.300세트 한정.200세트로 한정된 사과세트(12개·11만원대)는 자연농법으로 재배해 과육질과 당도가 뛰어나다. 멜론세트(4개·20만원선)는 제주도 서귀포산으로 향이 짙은 고품질 상품이다.200세트로 한정돼 있다. ●올리브유세트 3만여원 실속형 선물세트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다양화했다. 웰빙 김세트를 개발하고 베이커리에서 2만∼5만원의 수제 쿠키·화과자를 선보인다. 비교적 저렴한 9만원대의 정육세트도 내놓아 실속형 선물세트를 강화했다. 전통 양념, 과일, 벌꿀을 넣어 만든 너비아니 세트(1.4㎏·9만 5000원)는 너비아니를 조미 훈연한 수제 가공육으로 과일맛과 벌꿀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한우 보신세트(9만 5000원)는 몸에 좋은 한우 부산물인 사골·꼬리반골과 사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교차가 큰 지리산 일대에서 자연 건조한 덕택에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산청 지함 곶감 세트 2호(6만원), 표고분말과 고급 흑화고(검은색 표고버섯)를 함께 넣은 참드림 혼합세트 3호(6만원) 등이 인기다. 국내산 참조기만으로 엄선한 참굴비 5호(15만원), 조림용·볶음용·국물용으로 구성한 특선 멸치 4호세트(각 600g·4만 5000원), 샐러드나 빵과 먹는 엑스트라 버진급과 튀김용으로 좋은 마일드급으로 구성된 올리브유세트 1호(3만 3000원) 등도 대표적인 실속형 선물세트로 꼽히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주부 집중 공략 신세계백화점은 주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했다. 명절 준비에 지친 주부들을 ‘쉬고 즐기면서 쇼핑하게 한다.’는 모토를 내걸어 유혹하고 있다. 신세계는 오는 2월6일까지 ‘주부를 위한 설날 찬스’ 행사를 열고 5만원 이상 구매하면 추첨을 통해 푸짐한 경품을 준다. 경품은 스킨케어 서비스권(50명), 종합 건강검진권(20명),6성급인 서울 워커킬 W호텔 숙박권(10명),100만원 상품권(5명) 등이다. 부부가 함께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는 2월7∼8일 ‘아줌마닷컴’에서 출력한 쿠폰을 가지고 부부가 함께 매장에 오면 신세계에서 만든 장바구니를 증정한다. 이에 앞서 4∼6일 강남점을 제외한 점포에서는 당일 3만원 이상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장바구니(하루 500개 한정)를 나눠 준다. 설빔 구매 소비자들을 위한 경품도 준비돼 있다. 본점과 강남점, 미아점, 영등포점, 인천점 등 수도권 5개 점포는 2월 6일까지 아동복을 5만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들중 추첨을 통해 150명에게 ‘러시아 볼쇼이 동물 서커스 초대권’(1인 2장)을 준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