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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한일 선박 대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일 선박 대치/황성기 논설위원

    한국의 해양경찰청 경비함과 일본의 해상보안청 측량선이 제주 서귀포시 동남쪽 129㎞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대치를 시작한 지 오늘로 엿새째다. 해경은 지난 10일 일본 정부의 측량선 쇼요(昭洋·3000t급)가 나타나자 조사 활동을 즉각 멈추고 퇴거할 것을 9시간 동안 요구했다. 일본 측은 “일본 EEZ에서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며 해경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은 측량선이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2월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일본 측량선이 한국쪽 EEZ에 나타났는지는 여러 갈래로 추측할 수 있다. 먼저 정치적 이유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맹반발했으며 스가 요시히데 총리까지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판결 불수용을 주장했다. 이런 일본 분위기 속에서 판결 이틀 만에 측량선이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시위의 한 방법으로 측량선을 보냈다는 시각이 많다. 강제동원 판결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임박해 오자 선행적 보복으로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뒤인 지난해 8월에도 다른 측량선이 이 해역에 출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는 측량선이 머물고 있는 해역의 군사적 중요성 때문에 시위를 가장해 해양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을 공산도 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양희철 해양정책연구소장은 “한일이 대치하고 있는 해역은 동중국해로 가는 길목으로 거듭되는 조사 활동을 통해 지역 해역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의도도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해역은 한일어업협정과 한일대륙붕협정이 적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어업이나 석유·가스 개발도 아닌 목적의 측량선 파견이라면 중국도 군침을 흘리는 이 해역의 해양 조사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자국의 EEZ라고 주장하는 이 해역에 자주 나타남으로써 관할권 행사를 인정받으려는 ‘묵인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다. 양국의 EEZ가 겹치는 ‘중첩 수역’에서는 정부 선박에 대한 물리적인 퇴거 행위는 국제법상 주권 침해에 해당돼 불가능하다. 해경이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외교부가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게 고작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측량선 파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EEZ는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까지 자원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는 수역이라는 점을 활용해 한국도 동일 해역에 해양과학 조사용 선박을 파견해 맞대응하는 길밖에 없다는 양 소장의 생각을 고려해 볼 만하다.
  • [씨줄날줄] 최악 고용지표/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최악 고용지표/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백약이 무효인가?” “뾰족한 대책은 정말 없는 건가?” 일자리와 실업률, 취업자 통계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푸념들이 튀어나온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의 고용동향 지표는 우려를 넘어 절망에 가깝다.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이러다가 일자리 구하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조차 사라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취업자는 2690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 8000명이나 줄었다는 게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시장 상황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 7000명) 이후 11년 만이지만, 1998년(-127만 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1984년의 오일쇼크, 2003년의 카드대란 때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취업자 수가 줄었다. 그동안 우려했던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악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흘 전쯤 2021년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경제’라는 단어를 지난해 17차례보다 훨씬 많은 29차례나 언급하며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고, 1인당 국민소득 또한 G7 국가를 넘어설 것”이라고 희망적인 예측을 피력했다. 대통령으로서 새해 첫 인사로 비관적인 수치들을 나열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비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하는 자영업자 등 민생, 산업 현장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또 주택난에 대해서는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뜻을 피력한 반면 청장년층이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취업난이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여 주지 않았다. 취임 첫해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신년사에서 “대통령이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이라고 발표했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관계 장관들은 어제 긴급회의를 열고 “큰 폭으로 감소한 고용지표에 마음이 무겁다”면서 “올해 104만개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추가 고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또 설 명절을 앞두고 농수축산물의 선물 상한액을 상향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와 상인들을 위해 ‘김영란법’을 예외 적용하는 조치다. 좋은 의도의 법률과 정책이라도 현실과 괴리될 때는 바꾸는 게 맞다. 현 정부의 경제 및 일자리 정책에도 허점은 없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고용지표 악화가 비단 코로나 탓만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AI 챗봇 이루다/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AI 챗봇 이루다/이종락 논설위원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6년 3월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채팅 로봇) ‘테이’ 서비스를 16시간 만에 중단했다. 챗봇 테이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미국 극우주의자 등이 테이에게 지속적으로 반(反)유대주의, 유색인종·여성 비하, 무슬림 혐오 등을 가르쳤다. 이에 테이는 사용자들이 “너는 인종차별주의자냐?”라고 물으면 “네가 멕시코인이니까 그렇다”, “홀로코스트가 진실이냐?”고 질문하면 “조작된 것이다”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바로 이런 사건이 우리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AI 챗봇 ‘이루다’는 스타트 업체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으로 출시했다. 실제 스무 살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선보였다. 출시 2주 만에 약 75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며 10∼20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스캐터랩은 이전에 내놨던 메신저 서비스에서 확보한 연인 간의 대화 데이터 100억건을 이루다에 학습시켜 최대한 사람을 닮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부 사용자의 악의적인 이용 행태까지 거르지 않고 습득한 탓에 이루다가 차별·혐오 발언까지 흉내 낸다는 점이다. 이루다 출시 일주일 만에 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 등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며 ‘노예 만드는 법’ 따위를 공유해 비판을 받았다. 스캐터랩이 이루다를 개발하면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용자들 불만도 제기됐다. 이루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실명으로 보이는 이름을 말하거나, 동호수까지 포함된 주소 또는 예금주가 나오는 은행 계좌번호를 말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스캐터랩은 다른 앱 ‘연애의 과학’을 통해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관련 고지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익명화 처리도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이루다는 12일부터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인간은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윤리 의식까지는 제대로 이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AI 전문가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중립적일 수 없다”면서 “AI 개발자가 윤리적 책임을 갖고 편향·차별·혐오가 없도록 지속해서 보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최첨단 기술 문제도 개발자들의 다양성과 철학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개발자는 인류에 보탬이 되는 로봇을 만들 수 없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분야의 관건은 개발자의 윤리 의식이라는 사실을 이번 이루다의 파문이 다시 일깨워 준다.
  • [씨줄날줄] 게임체인저 핵잠수함/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게임체인저 핵잠수함/황성기 논설위원

    잠수함의 추진 동력이 디젤에서 원자력으로 넘어간 것은 나치 독일의 개발에 자극받은 미국 해군이 2차 대전이 끝나고 연구에 몰두해 1954년 내놓은 ‘노틸러스’였다. 이후 핵 강국들이 다투어 개발에 나서 미국 외에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 6개국이 핵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연료 보급을 위해 2~3주밖에 수중 기동을 하지 못하는 디젤 잠수함과 달리 한번 우라늄 연료를 장착해 두면 잠수함 폐기 때까지 연료 교체 없이 무한대의 항행이 가능한 게 핵잠수함이다. 핵잠수함은 승조원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나 생활용수를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증류를 통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장기간 잠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식량을 보급받고 해저에 갇혀 있다는 승조원의 심리적인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 길어도 수개월에 한 번씩은 임무 교대를 위해 기지에 들어온다. 수중에서 핵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막강한 핵잠수함 전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에도 연료 제공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핵잠수함 건조 선언은 동북아 안보 구도를 흔들 게임체인저다. 60개 이상의 핵탄두, 미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미 영해에서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핵잠수함까지 갖추면 북한의 전략 무기 3종이 완성된다. 지상의 핵·미사일은 기지를 타격하면 되지만 핵잠수함은 해저 100m 이하까지 들어가 몇 개월이건 숨을 수 있어 발사 저지는 불가능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타진했지만 미국이 거부하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군사 전용을 금지한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먼저 넘어야 할 산이다. 잠수함에 탑재할 소형 원자로 정도는 만들 수 있는 한국이지만 우라늄 농축도 20% 정도의 연료가 없으면 원자로 실험부터가 어렵다. 또한 핵잠수함의 운용과 관리를 배워야 하는데 미국의 협조 없이는 건조 자체를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3만t급의 한국형 경항공모함 도입이다. 경항모에는 함재기 20여대를 탑재하고 여러 척의 잠수함, 구축함의 호위에 조기경보 기능까지 필요해 7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북한 위협에 대비하고 주변국 항공모함 전력에 대응한다는 경항모이지만 2조원가량 들어가는 4500t급 핵잠수함 1척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는 잠수함 쪽이 높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이 불붙인 핵잠수함 개발은 비핵 3원칙의 일본도 들썩이게 만들 공산이 크다. 소모적 군비경쟁으로 동북아 평화가 깨지면 가장 불리해지는 것은 북한이라는 점, 아는지 모르겠다.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반다르아바스/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다르아바스/서동철 논설위원

    반다르아바스는 호르무즈해협 북단에 자리잡은 이란의 군사·무역항이다.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1세(BC 522~486)가 인도로 출정한 항구가 이곳이다. 이후 해양 실크로드의 서쪽 거점 항구로 고대 한반도와의 교섭 통로 역할도 했을 것이다. 이란이 공해상에서 나포한 한국케미호를 이렇듯 유서 깊은 역사 도시에 억류하고 있다니 더욱 안타깝다. 이란의 해상 교역은 반다르아바스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그 동쪽 중심지는 중국의 광저우였다. 페르시아만에서 오늘날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일대를 거쳐 중국으로 가는 바닷길은 7세기 무렵부터 활성화됐다. 오만 정부는 1981년 다우선이라는 이름의 상선을 재현해 이 바닷길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란은 당대 오만과 함께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중국 승려 의정(635~713)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에도 페르시아어를 쓰는 이란 상인 ‘포세’와 아랍어를 쓰는 이란 상인 ‘타시’의 존재가 보인다. 의정은 바닷길로 광저우를 떠나 수마트라와 팔렘방을 거쳐 인도에 갔고 귀로에도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를 거쳤다. ‘대당서역구법고승전’은 인도로 구법의 길을 찾아나선 스님들의 전기다. 의정이 다룬 구법승 가운데는 신라 승려 9인과 고구려 승려 1인도 들어 있다. TV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이란의 ‘쿠시나메’ 설화도 흥미롭다. 사산왕조 페르시아가 아랍의 침입으로 651년 멸망하자 민족 영웅을 다룬 페르시아 대서사시가 유행하는데 ‘쿠시나메’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사산왕조 왕자인 압틴은 중국을 거쳐 바실라로 망명해 그곳 공주 파라랑과 결혼한다. 두 사람은 이란으로 돌아갔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파리둔이 아랍으로부터 왕위를 다시 찾아온다는 스토리다. 여기서 바실라는 신라, 파라랑은 신라의 공주라는 것이다. 압틴과 파라랑이 신라에서 14개월의 항해 끝에 돌아간 항구도 당연히 반다스아바스였을 것이다. ‘아바스의 항구’라는 뜻의 반다르아바스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은 1614년이다. 아바스 1세(1587~1629)가 캄바라우라 불리던 이 항구를 포르투갈로부터 탈환하고 붙였다. 아바스 1세는 페르시아제국 이후 1000년 만에 이란인의 국가를 세운 사파비 왕조(1502~1736)의 부흥 군주다. 그는 수도를 타브리즈에서 육상 실크로드의 서쪽 거점인 이스파한으로 옮기기도 했다.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신라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스파한이 ‘세계의 절반’으로 불린 것도 육상 실크로드는 물론 해양 실크로드를 거쳐 반다르아바스로 들어온 문물이 한데 모인 국제도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씨줄날줄] 북극한파/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북극한파/임병선 논설위원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1972년 내놓은 가이아(Gaia) 가설은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 가이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섬기던 대지의 여신이다. 지구를 기체에 에워싸인 암석덩이로 보던 관점을 벗어나 생명체들과 대기권, 대양, 토양 등이 신성하고 지성적인 힘으로 상호 작용하며 스스로 진화,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문제를 얘기할 때 가이아 가설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6일 밤부터 서울 등에 폭설이 쏟아진 뒤 체감온도가 영하 24도를 넘나드는 북극한파가 몰아쳐 퇴근 차량들이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제설을 위한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다음날 출근길도 빙판으로 변하고 서울 지하철 1·4호선까지 고장나 지각자가 속출했다. 이번 한파의 원인은 북극 지방의 날씨가 엄청 따듯해져 바다얼음이 녹았기 때문이다. 2018년 그린란드는 24시간 영상의 기온을 경험할 정도였다. 북극 해빙(海氷)이 평년보다 많이 녹은 해에는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왔다. 분명 지구는 더워지는데 중위도 지역에는 북극한파가 자주 찾아온다. 더워진 만큼 기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지구가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가이아 가설에 따른 분석이다. 국지적 한파의 요인은 북극진동 세기, 북유럽 기단 변화, 적도의 대류 현상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 2년 동안 한반도 한파는 북극진동의 세기 변화가 불러온 것으로 파악된다. 극지방이 따듯해져 시베리아에 폭설이 쏟아지고, 시베리아에 쌓인 눈이 차가운 극지방 공기를 막아 주는 제트기류의 ‘커튼 효과’를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지역과 계절에 따른 온도 차이가 극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기후 패턴은 당분간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양극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여름 역대 최장인 54일 장마가 이어진 것이나 올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와 따듯한 남쪽으로만 여겨지던 제주에 사상 처음 한파경보가 내려진 것이 모두 한 맥락이란 얘기다. 봄에 찾아오던 미세먼지가 겨울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돼 한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에서 2만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고, 12조원의 경제 손실이 우려된다고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대 최저 기온은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에서 관측된 영하 32.6도였다. 역대 1~4위가 모두 같은 달, 같은 곳에서 작성됐다. 당시는 삼한사온(三寒四溫) 등 안정적인 기후였지만 지난해 겨울 이상고온과 올겨울 북극한파가 엇갈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코스피 3000 시대/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코스피 3000 시대/김상연 논설위원

    한국의 종합 주가지수 산출은 1964년 시작됐다. 처음엔 우량주의 주가 평균으로 지수를 산정하다가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1983년부터 시가총액 방식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코스피지수가 탄생했다. 그해 1월 4일 코스피의 첫 종가는 122.52였다. 걸음마 수준이던 코스피의 몸집은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1980년대부터 커졌다. 1987년 8월 19일 500선을 돌파했고, 1989년 3월 31일에는 1000선을 넘었다. 미증유의 외환위기에 일격을 맞으면서 1998년 6월 277.37까지 급락했던 코스피는 놀라운 저력으로 2007년 7월 25일 20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휘청거렸던 코스피는 5월에 2000선을 회복한 이후 욱일승천의 기세로 치솟으면서 마침내 6일 한때 ‘꿈의 지수’로 여겨지는 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아침 장이 시작되자마자 ‘3027.16’을 찍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3000은 거품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코스피가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 있었다고 반박한다. 거품인지 아닌지는 늘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단기간에 너무 급속히 올랐다는 점과 실물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 과도한 유동성을 생각하면 거품인 것도 같고, 세계 10위권인 우리 경제의 저력과 4차 산업혁명 업종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대세 상승의 초입 같기도 하다. 주식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합법적 도박이라고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투기보다는 낫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에 들어가는 돈은 환금성이 낮고 대출에 묶인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주식 수익은 돈으로 쉽게 바꿔 소비로 전환되기 쉽고 주식 투자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국민 개개인에게 주식 투자는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유대인은 아이들에게 생일 선물로 주식을 사 준다고 한다. 숱한 전문가의 조언 중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기업을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백화점의 주식을 샀다면 그 백화점에 들어갈 때마다 주인 같은 뿌듯함을 느끼라는 것이다. 그런 마인드로 주식을 산다면 그 회사에 관심이 생겨 이모저모 알아보게 되고 책임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은 단타 매매에 연연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식 투자는 사랑과 메커니즘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연인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책임지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만이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인구 데드크로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인구 데드크로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는 2014년 해리 덴트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만들었다. 돈을 가장 많이 쓰는 45~49세의 연령대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인구절벽 현상은 ‘심각한 경제위기와 급격한 사회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급격히 추락한 출산율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고령화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절벽에 대한 대비는 커다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새해 벽두에 밝힌 2020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수는 5182만 9023명으로 1년 전 대비 2만 838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 6000여명에 그친 데 반해 사망자는 30만명을 넘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당초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이 예측한 2029년보다 무려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저출산 현상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2018년부터는 여성 1명이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게 통계 수치로 확인됐다(합계출산율 0.9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이런 저조한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700년쯤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몇 해 전 발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데드크로스 현상이 예측보다 10년 가까이 앞당겨진 것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시간 또한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인구절벽이든 데드크로스든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상이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력 쇠퇴나 국가 소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하거나, 극복이 어렵다면 그 속도만이라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인구 문제의 해법은 출산율을 높이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국가적인 고충이다. 영아수당, 육아휴직, 무상교육 등 갖가지 정책을 내놓아도 출산율은 낮아지기만 할 뿐 높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를 포함해 그동안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퍼부어도 속수무책이다. 세상사에 불가능한 게 있을까.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을 줄였듯이 출산율을 높이는 묘안도 있을 것이다. 이미 문제를 인식했는데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지 않겠나.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80세의 낸시 펠로시/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80세의 낸시 펠로시/임병선 논설위원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열을 올리는 뒤에서 원고를 북북 찢어 사람들을 깜짝 놀래킨 낸시 펠로시(80)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출범한 제117대 의회에서 다시 의장에 뽑혀 2년 더 미 하원을 이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었던 펠로시 의장이 네 번째 의장 임기를 마치면 민주당 일인자로 20년을 채우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조 바이든(78)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경륜의 정치를 펼치게 된 펠로시 의장은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에 취임하는 카멀라 해리스(57) 당선인과 함께 미국 정치계에서 강력한 여성 정치인의 파워를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하원의장의 역할은 절대적일 수 있어 대통령의 어젠다 설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생명과 생계를 구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늘어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 격차 및 성장의 공정성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초당적으로 꾸리겠다고 다짐했다. 공화당 등에선 ‘샌프란시스코 패션 좌파’라고 공격하지만 사실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정치인 집안의 칠남매 중 막내 외동딸로 태어났다. 부친은 볼티모어시장을 지냈다. 워싱턴 근처 대학에 진학해 뒤에 금융업자가 되는 폴 펠로시를 만나 결혼, 처음에는 주부로 살림만 했다. 6년 터울의 4녀1남을 뒀다. 뉴욕 맨해튼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1976년 집안과 막역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가 메릴랜드주 대선 프라이머리를 승리하도록 도운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88년 하원의원 당선의 기쁨을 누린 뒤 18선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이라크 침공에 맹렬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사회보장제도 보호 장치를 해제하려 하자 반대 당론을 밀어붙여 결국 무산시킨 뚝심을 자랑한다. 2007~2011년까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자 하원의장에 올랐다. 여성 최초로 미국 주요 정당의 수장이자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내줘 의장직을 내준 뒤 2018년 중간선거를 승리하며 이듬해부터 하원을 이끌었다. 2019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예산안에 국경장벽 예산을 포함하자 ‘단 1달러도 줄 수 없다’며 미국 연방정부 최장 셧다운을 했다. 다만 직전 116대 의회에선 공화당보다 30여석 많았지만 이번엔 11석으로 격차가 크게 좁혀져 과거처럼 강단의 정치는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을 헤쳐 나가자면 타협의 묘미와 경륜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새해 초입부터 코로나19 백신 제3라운드가 뜨겁다. 코로나 발병 직후부터 시작된 백신 개발의 1라운드, 작년 하반기의 입도선매식 백신 확보 2라운드에 이어 누가 접종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느냐는 새로운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백신 3라운드를 선두에서 견인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지난 1일 북부 도시에서 100만명째 접종을 자축했다. 백신 확보에도 전투를 치르듯 속전속결이었던 이스라엘은 인구 930만명에 벌써 100만명을 넘겨 인구 대비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 100명당 접종이 11.55명으로 접종 목표 550만명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 60세 이상 고령자의 40% 이상이 2회 접종분 가운데 1차를 맞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40여개국이 백신 접종 레이스에 들어갔다. 양으로만 따지면 지난 1일 기준 중국이 450만회로 1위, 미국(317만회) 2위, 영국(94만회)이 3위를 차지했다.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영국 세와 중국·러시아 세의 각축이 두드러진다. 미영이 압도적인 백신 시장에서 중국이 뒤를 쫓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중국은 지난 연말 자국의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터키에 1차로 300만회분을 공급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도 시노백 백신 1060만회분을 확보하는 등 중국산 백신을 계약한 국가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코로나 백신을 공공재로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불신을 자초한 게 백신 시장 선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내놓은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곧 접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3상 임상시험 전에 당국이 백신을 승인해 국제적인 신뢰가 떨어지는 데다 생산시설조차 모자라 해외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과 궤를 같이하는 백신의 신냉전은 올해 안으로 결판난다. 마지막 4라운드는 집단면역을 누가 빨리 달성하느냐의 경쟁이다. 이스라엘이 1등을 예약한 상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영의 백신을 인구 이상으로 챙긴 국가들이 집단면역이란 결승점에 차례로 들어올 것이다. 한국도 3라운드까진 뒤처지긴 했으나 5600만명분을 확보한 만큼 4라운드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극복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집단면역을 이뤄야 의미가 있다.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무한경쟁이나 줄세우기가 아닌 국제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며 “공정한 사회, 공정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사회적 화두는 각 분야의 불공정 사례들을 파헤치고 단죄했다. 특히 그해 하반기 불거진 2012~13년에 발생한 강원랜드의 직원채용 비리 의혹은 이듬해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강원랜드는 입사시험과 면접 단계에서부터 간부직원과 외부 유력자 등의 입김이 작용된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입사가 결정됐던 226명의 직원들이 대거 퇴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몇몇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도 채용비리 사건과 의혹들이 잇따라 드러나 많은 시민이 분노했다. 공정사회를 열망하는 시민사회의 관심은 2019년 말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녀입시 관련 의혹을 두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양분됐다. 검찰수사가 과잉이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쪽과, 공정성을 훼손한 입시부정을 단죄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로 대립했다. 최근 1심 판결에서 정 교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재등용 방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고려와 조선의 과거시험에도 부정이 없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각종 부정행위와 이를 걱정하는 임금과 신하의 대화, 처벌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은 권세 있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부당하게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사례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경국대전에는 ‘차술(借述ㆍ남의 글을 옮겨 적은 답안지)하거나 대술(代述ㆍ대리시험)하면 곤장 100대를 치고 과거시험 2회를 정지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았고 순조 이후에는 세도가에게 뇌물을 바치는 사람은 합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탈락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을 거치면서 과거제가 폐지됐지만 당시의 폐단들은 우리 사회에 숨어들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듯하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시와 산하기관에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은 시장은 “직원 채용은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부인한다. 부정채용은 자녀 입시비리와 군입대 비리만큼이나 국민이 싫어하는 사안이다. 자치단체정부나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불공정 행위들이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자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니 2020년의 세밑은 을씨년스럽지만, 새해에는 반드시 쨍하고 달라지길.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학력 지상주의/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력 지상주의/김상연 논설위원

    인류를 ‘스마트폰의 노예’로 만든 스티브 잡스는 고졸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학 중퇴 학력인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초청돼 연설을 한다. 잡스가 발명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검색해 당시 연설을 들어 보면 그 어떤 대졸자의 연설보다 지적이고 철학적이며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어진다. 연설에서 잡스는 입학 6개월 만에 대학을 중퇴한 사연을 밝히면서 “대학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더라. 돌이켜 보면 (중퇴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했다. 세상에, 대학 졸업자들 면전에서 ‘대학 무용론’을 펴다니…, 까칠한 잡스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도 하버드대를 중퇴했다. 한국에서 1990년대 초 혁명적이라 할 만큼 파격적인 음악을 들고 나와 파란을 일으킨 서태지는 중졸이다. 공업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교실 이데아’란 곡에서 “겉보기 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생각해봐 대학(이) 본 얼굴은 가린 채 근엄한 척할 시대가 지나버린”이라며 학력 지상주의에 일격을 가한다. 서태지가 미국의 유명 인사에 비해 훨씬 더 노골적으로 대학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의 학력 집착이 심각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이 ‘K학력’은 생명력이 끈질긴 것 같다. 가수 홍진영씨가 얼마 전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스타강사 설민석씨도 29일 논문 표절 논란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것이다. 팬들 입장에선 도대체 왜 잘나가는 가수가 굳이 따로 시간을 내 석사 학위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흥미 있는 학문을 더 공부하고 싶다면 그건 자유다. 하지만 남의 논문을 베끼면서까지 학위를 받고 싶어 하는 건 분명 병적이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신분제와 과거제도의 DNA가 아직도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그만 하자. 서태지가 26년 전에 선언한 대로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잡스나 저커버그가 애플이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야간대학 다녀 학위를 땄다고 자랑한다면 얼마나 없어 보이겠는가. 잡스는 스탠퍼드대 연설을 한 지 6년 뒤 세상을 떠났다. 2003년 이미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그에게는 인생의 매 순간이 소중했을 것이다. 그런 잡스가 한국에서 남한테 과시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하고 학위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봤다면 엄히 꾸짖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으로 빚어진 도그마에 빠지지 말라.”
  • [씨줄날줄] 초대형 자선냄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대형 자선냄비/황성기 논설위원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1894년, 전년도 공황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선원들이 넘쳐나던 샌프란시스코. 구세군 대위 조지프 맥피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선원용 잡화를 파는 가게 앞을 지나다 삼각대에 매달린 검은 항아리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쳤다. 주저없이 삼각대와 항아리를 산 맥피는 번화가 입구에서 ‘구세군의 수프 대접을 도와 달라’는 글귀를 늘어뜨려 놓고는 모금에 나선다. 모두 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내 항아리에 하나둘씩 모인 동전이 가득 차 배고픈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식사를 나눠 줄 수 있었다. 구세군 자선냄비(chrismas kettle)의 시초인 맥피의 항아리는 이듬해 미국 전역에 퍼지더니 구세군 본부가 있는 전 세계 130국에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거리 곳곳에 자선냄비가 걸리게 됐다.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구세군한국군국에 의해 서울 명동에서 처음으로 자선냄비가 시작돼 연말의 거리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 한 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자선냄비를 비롯해 여러 사회단체에 모이는 기부가 크게 줄었다. 구세군의 지난해 모금액 71억 9205만원 가운데 거리에서 걷힌 돈은 29억 4578만원이었다. 올해 거리모금의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 27%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구세군 자선냄비 관계자는 “개개인의 기부액수가 줄었다기보다 명동을 비롯한 전국 번화가의 유동인구가 격감한 게 모금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전국에 250여개 걸렸던 자선냄비는 대부분 24일 철수했다. 그렇지만 연말연시 집콕을 하면서도 구세군 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자선냄비’의 QR코드나 ‘온라인 자선냄비’ 등을 통해 얼마든지 기부를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디지털이나 온라인을 통한 기부는 지난해와 비교해 45%나 늘었다고 한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 등에 따르면 보유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전 세계 초부유층 2000명은 코로나19로 올 한 해 2000조원의 자산을 늘렸다. 반면 6억 9000만명이던 지구상의 굶주리는 사람은 코로나로 1억 3000만명 늘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 경고하고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부자들의 기부를 강조했다. 월트 디즈니 창업주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등 미국의 슈퍼리치가 지난 6월 “세금을 더 걷어라”라고 외친 것처럼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지금, 미국의 1893년 공황이 낳은 자선냄비를 넘어선 초대형냄비가 필요해졌나 싶다.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배민앱 10년/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배민앱 10년/전경하 논설위원

    국내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첫 타자는 2010년 4월 스타트업체 스토니키즈가 출시한 ‘배달통’이다. 그해 6월 우아한형제의 ‘배달의민족’(배민)도 나왔다.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 2위인 ‘요기요’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국내 자회사(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2012년에 세웠다. DH는 2014년 배달통 최대주주가 됐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합병하지 않고 각자 운영체제를 유지했다. ‘배민ㆍ요기요ㆍ배달통’의 상위 3사 구조는 고착됐다. 다른 기업들이 그동안 배달앱 시장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업체(소셜커머스) 티몬은 2014년 전국에 깔린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배달 서비스에 진출했지만 6개월 만에 철수했다. 세계적 플랫폼인 ‘우버이츠’도 2017년 진출했으나 2년 만인 지난해 10월 철수했다. 배민과 요기요 등에 밀려 적정 가맹점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8월 ‘1주문 1배달’을 내세우며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내에 요기요를 팔라고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쿠팡이츠에 대해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성장했지만 상품판매와 음식배달은 과정이 전혀 다르다는 판단이다. 음식의 특수성 탓에 상품배달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 이런 까닭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DH가 배민과 요기요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배달앱 시장이 독과점 체제가 돼 수수료 인상, 배달 편의성 감소 등이 발생할까 우려한다. 음식점과 배달기사 입장도 비슷할 것이다. 공정위의 어제 발표 자료에는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했고, 기업결합이 추진된 이후인 올해 쿠팡이츠가 약진했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수수료율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올랐다고 지적했다. 배민과 요기요가 합병하면 경쟁이 제한된다는 직접적인 증거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흘러 현재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은 35만개, 배달기사는 12만명, 월 이용자는 2700만명으로 추산된다. 공유주방 규제가 완화되고 배달만 하는 음식점도 늘어나 공유주방시장도 생겨났다. 공정위는 DH가 외국에서 공유주방사업을 하고 있어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H가 공정위의 명령을 받아들여 요기요를 팔기로 했다니 소비자는 다행이다.
  • [씨줄날줄] 국군의 비건 식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군의 비건 식단/임병선 논설위원

    채식주의는 고대 인도와 그리스의 철학자, 종교인들이 비폭력을 실천하는 수행법이었다. 유토피아를 앞당기려는 영적인 실천으로 여겼다. 초기 기독교가 바라는 이상적인 식단 역시 채식이었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 득세로 유럽에서 채식주의는 사라졌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출현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채식주의는 1809년 영국인 윌리엄 카우허드가 세운 ‘바이블 크리스천 처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50년 미국채식재단이 창립됐고 1908년 국제채식연맹이 세워져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다. 채식주의자들도 다채롭게 갈린다. 달걀은 먹지만 유제품은 안 먹는 쪽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벌꿀까지 안 먹는 이도 있다. 적절한 온도로 조리된 채소를 먹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해도 끼치지 않으며 얻어진 식물만 먹는 이가 있다. 뿌리채소는 먹지 않는 이도 있고, 통곡물만 먹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채식주의를 오해한다. 동물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 때문에 비건을 택한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환경이나 건강을 고려해 비건을 택하는 이도 적지 않다. 다만 비건이 감자튀김이나 술을 먹는다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것이지, 음식 자체를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건 햄버거나 피자도 있다. 또 맛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라고 허약할 것이라는 건 편견에 불과한 예가 적지 않다. 김한민의 책 ‘아무튼, 비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국 사람들이 믿는 것은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 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이른바 ‘안변해교(敎)’인데 이 통념이 가장 강력한 곳이 대한민국 군대였다. 내년 2월부터 입영하는 병사가 비건인지, 할랄(이슬람 율법을 지켜 조리된) 음식을 즐겨야 하는 무슬림인지 적도록 해 맞춤형 식단을 제공한단다. 육군 사병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3000㎉의 열량을 충족시키며 연두부, 김, 과일, 샐러드, 시리얼, 야채비빔밥, 비건 통조림 등으로 식단을 짠다고 한다. 현역 병사 중에는 채식과 무슬림 식단을 원하는 이가 각각 한 명씩 근무한단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비건이었다. 군대 식단의 변화를 통해 세상이 조금 더 다양하게 바뀌는 것을 절감한다.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키다리 아저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키다리 아저씨/임병선 논설위원

    1912년 미국 작가 진 웹스터가 발표한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지내던 제루샤 애벗이 매월 한 번씩 후원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쓰는 조건으로 대학 진학 후원을 받으며 시작한다.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애벗은 현관에 드리운 긴 그림자를 보고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게 된다. 대학에 진학한 뒤 스스로 ‘주디’란 애칭을 붙인 그녀는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고단한 처지를 위로하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낸다. 주디는 기숙사의 한방에서 지내던 줄리아 펜들턴의 먼 친척 저비스도 만난다. 대학 신문의 편집장을 지낼 정도로 글 재주를 인정받은 주디는 아저씨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보내지만 퇴짜를 맞는다. 대학 졸업식에도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가 되려고 농장으로 이주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가 병석에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마침내 아저씨의 집을 찾은 주디는 뜻밖의 인물임을 확인하고 그가 애달픈 사랑을 키우다가 거절당하고 앓아 누웠음을 알게 되는데….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인간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는 과정을 명징하게 그려 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오롯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상정한 편지 글로 이뤄진 작품이 100년 넘게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굴곡진 삶도 돌아볼 만하다. 1876년 웹스터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 ‘톰소여의 모험’을 펴냈던 출판업자 아버지와 트웨인의 조카였던 어머니 밑에서 뉴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신문기자로도 활약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 갔다. 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많았으며 상류층 여성으로는 드물게 생업을 갖고 있었다. 교도소와 고아원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것에 열정을 쏟았고 여권 신장 운동에도 앞장섰다. 마흔 살에 첫딸을 낳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10년 동안 1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가 화제다. 매년 이맘때 대구사회복지모금회에 어김없이 나타나 사랑을 베풀던 아저씨가 익명 기부를 그만두겠다고 했단다. 부인이 신문 지상에 보도된 기부 메모의 필적을 보고 알 정도로 비밀을 지켰던 그는 다른 단체로 옮겨 기부하는 즐거움을 계속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한결같이 기부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늘 수입의 3분의1을 기부 몫으로 떼어놓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기부할 돈을 회사 살리는 데 쓰라는 권유에도 ‘내 몫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이었다고 했다. 성탄절 아침, 산타 아저씨와 마주친 것처럼 반갑다.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백신 강제법/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강제법/이종락 논설위원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대중교통 등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27일부터 백신 접종을 한다. 곧 의회에 제출할 정부 법안에 따르면 대중교통이나 특정 장소를 이용하거나 특정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음성 판정 또는 백신 접종을 포함한 예방적 조치를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 입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을 위주로 정치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정부 조치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이라고 했고, RN 대변인은 “보건 독재”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백신 접종이 실시되면서 의무접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은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 위기상황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 CEO들은 직원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의무접종하는 것을 긍정하지만, 이미 몇몇 주에서는 문화적·법적 반대를 우려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의무접종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신을 조기확보하지 못한 한국은 백신접종 강제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가 부럽기도 하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백신도 국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시아 등 후진국에 매년 풍토병이 돌지만 시장가치가 낮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백신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에도 각 나라 국민은 국력의 차이를 실감할 듯하다. 백신 개발을 위해 미국 등에서 제약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입도선매한 탓이다.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이 완료된 나라끼리 코로나19용 ‘디지털 백신 여권’을 발급한다거나, 백신 조기접종 국가들끼리 ‘트래블 버블’(코로나19 방역 우수 국가 간 입국 절차 간소화 및 격리 제외 조치)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나온다. 그러나 지구적 차원의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한 꿈 같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소외감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백신 확보에 늑장대처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청와대가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를 지난 4월부터 지시했다며 13건의 지시내용을 공개했다. 이 와중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백신은 다음 유행을 막으려고 구입하는 것”이라며 한가로운 답변만 했다. 백신 확보에 대해 오판했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아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아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미국 제32대 F 루스벨트 대통령의 큰아들 제임스 루스벨트의 일화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사례로 인용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제임스 루스벨트는 군복무 중 일본군 기지를 기습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에 참가를 앞두고 있었다. 직속 상관들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 되거나 전사할 경우를 우려해 작전에서 배제하려 하자 그는 ‘아빠 찬스(?)’로 위험한 특공작전에 기어코 참가했고, 혁혁한 전과도 올렸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들 4명은 모두 2차 대전에 참전했다. 갖가지 이유로 자신뿐 아니라 아들의 군입대를 기피해 왔던 한국 사회 지도층의 모습과 대비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결집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급속도로 퍼져 여성의 인권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정치인과 사회 각계 유명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잇따르면서 ‘펜스 룰’이 회자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디애나주 하원 의원으로 활동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후 미투예방 비법이라며 주목받았다. ‘펜스 룰’의 적용은 부적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ㆍ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의 미국 판 경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구설에 올랐다. 미디어아트 작가인 그가 최근 개인전을 열면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예술가를 돕는 서울시의 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지원금 몇십만원조차 부담스럽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령을 거부한 시민들도 많은데…”라며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정말 몰랐다고 생각하는 가”라며 합당한 처신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준용씨는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지원금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전시·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이고, 작가가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대통령 아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한국적 상황을 더 고려할 필요는 있었겠다.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구사쓰 소동/황성기 논설위원

    일본 도쿄에서 200㎞ 떨어진 온천 마을, 군마현 구사쓰(草津)에서 일어난 소동이 세계적인 화제다. 12명 정원인 구사쓰 의회의 유일한 여성 의원(51)이 행정부 수장인 구사쓰 청장(73)에게 청장 사무실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지난해 11월 폭로한 사건이 발단이다. 청장은 사실무근을 주장했고, 지난해 연말 의회는 “의회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남성 의원 10명의 찬성으로 여성 의원을 제명했다. 군마현이 폭로 행위를 문제 삼아 제명한 것은 위법이라며 취소 결정을 내려 여성은 의회에 복귀한다. 그러나 지난 6일 남성 의원들 주도로 이뤄진 여성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에서 90%를 넘는 찬성표가 나와 여성은 의원 자리를 내놓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일본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드러냈다”면서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극히 적고 공개적인 논의조차 거의 없는 게 일본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여성 의원의 고난은 일본 정치의 남성 지배를 부각시켰다”고 논평했다. “주민들 뜻이 ‘노’(No)라고 분명히 나타난 투표 결과”라고 청장은 의기양양한 모습이고, 지난 14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의 기자회견까지 불려나온 이 시골의 단체장은 “폭로는 100% 거짓말”이라고 강변했다. 현재 양측의 고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 폭로의 사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소환투표를 강행한 것은 여성을 말살하려는 집단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174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311개(18%)다. 구사쓰는 인구 6000명의 조그마한 마을이다. 시골일수록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관념이 뿌리 깊어 여성의 정치 참여가 어렵고 투표 결과에서 보듯 여성 유권자조차 소환 찬성에 표를 던졌다. 2020년 1월 국제의원연맹(IPU)이 집계한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에서도 일본은 9.9%로 199개 국가 중 바닥권인 보츠와나, 나우루, 사모아에 이은 165위였다. 한국도 여성 비율이 17.3%(21대 국회는 19%)로 124위를 차지해 하위권을 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일본의 여성 언론인 이토 시오리의 성폭력 피해는 2015년 사건 발생 후 형사소송에서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됐지만 4년 뒤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거두면서 지지부진한 일본 미투 운동에 획을 그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해자가 큰소리를 치면서 2차 피해를 낳는 게 한일의 현실이다. 구사쓰 소동은 남성이 지배하는 일본 사회의 후진성과 더불어 미소지니(여성 혐오)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서 보듯 구사쓰 일은 결코 남 일이 아니다.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아시타비(我是他非)/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시타비(我是他非)/김상연 논설위원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교수들이 그해의 세태를 반영한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교수단체들이 교수들을 대변하기 위해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 주관으로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는데, 주로 유교나 불교 경전 등에서 발췌한 단어를 선정해 왔다. 교수신문은 20일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발표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쳇말을 한자어로 옮겨 새로 만든 말이다. 교수신문이 신조어를 사자성어로 선정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를 놓고도 도처에서 내로남불이 불거졌다는 뜻에서 아시타비를 뽑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아시타비가 내로남불의 고급 버전이라는 설명도 나오는데, 여기엔 한문을 우러르는 사대주의가 녹아있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 우열을 갖지 않는다. 한자는 마치 심오한 철학이 담긴 것처럼 인식되곤 하지만 실은 사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로 가장 원시적인 글자라 할 수 있다.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순우리말과 영어, 한자를 조합한 내로남불이 훨씬 고급스런 사자성어다. 사자성어는 글자 네 개로 하나의 단어를 이룬다는 뜻이므로 반드시 한문일 필요는 없다. 아시타비 대신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의 영어 문장 ‘I am Right, You are Wrong’의 이니셜을 따서 ‘IRYW’라고 해도 훌륭한 사자성어가 될 수 있다. 연말마다 그해의 한자를 뽑는 것은 다른 한자 문화권에서도 보인다. 일본은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중국은 국가언어자원관측연구센터가, 대만은 타이베이시 문화국에서 선정한다. 한자가 국어인 중국과 대만은 정부 기관에서, 일본은 한자 관련 기관에서 주관하는 셈이다. 한국처럼 교수 사회 전체가 나서 한자를 선정하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아직도 한국의 지식인 사회 저변에 중화사상이 스며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교수들이 매년 사자성어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발상에도 어찌 보면 전근대성이 묻어 있다. 학자는 불철주야 학문에만 매진하면 될 뿐 사회를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 미국이나 영국은 출판사에서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조선왕조는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학자가 정치를 좌지우지한 나라였다. 그 종말은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대로다. 그 이상한 DNA가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지금까지도 살아 있는 것 같다. ‘폴리페서’(정치인+교수)라는 단어는 너무 협소해서 이 광범위한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너나잘해’, 아시타비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순우리말 사자성어다.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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