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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집’ 색다른 기획 인상적… 국가 차원 해결방안 끌어냈으면

    ‘쓰레기집’ 색다른 기획 인상적… 국가 차원 해결방안 끌어냈으면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제143차 회의를 열고 9월 주요 현안을 다룬 서울신문 보도를 분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의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을 비롯해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협력실장),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성은(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위원들은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기획기사를 비롯해 전자발찌와 대학평가 관련 분석 기사를 높게 평가했다. 정치 기사 등에서 별다른 내용도 없이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전문가 멘트’가 오히려 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쓰레기집 심각성, 여러 도표로 쉽게 이해 이동규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은 눈길을 끄는 색다른 기획기사였다. 1인가구 증가와 양극화 심화라는 현실을 보여 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설정해 준 기사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의 개입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끌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재희 ‘쓰레기 집에 사는 사람들’은 보도 관점, 구성, 편집 등의 측면에서 9월에 실린 서울신문 기사 중 가장 탁월했던 기획기사로 뽑고 싶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정보공개 청구와 분석, 쓰레기집 청소 현장 동행 취재, 정신건강 전문가와 사회복지사 심층취재, 판결문 분석 등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심층 인터뷰, 스토리텔링 과정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해 쓰레기집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주제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김정은 쓰레기집이라는 단어부터 신선했다. 정확한 개념을 제시하고 쓰레기 수거량 등 여러 도표를 한눈에 보여 줘 독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쓰레기집 문제를 아동 학대와 청년들의 어려움으로 접근한 것이 인상 깊었다.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룰 때 피해자 시점에서 기사를 작성해 소설을 한 편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룡플랫폼과 금융소비자 보호 잘 짚어 박경미 최근 대두된 쟁점인 공룡플랫폼과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를 다룬 기사도 시의적절했다. 9월 10일자 ‘대선 앞두고…거세진 테크래시’ 기사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지만 국회가 다루지 않았던 문제를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13일자에서 다룬 공룡플랫폼 관련 기사 역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왜 쟁점이 됐는지 잘 분석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규제하려는 것이 공룡플랫폼이기 때문이 아니라 금산분리라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계열사 숫자 자체가 독과점 여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아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대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잘 정리한 후속 기사도 좋았다. 김숙현 국제 문제를 다룬 다양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김균미의 글로벌 이슈’를 통해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와 미국의 실패를 자세히 분석했다. 중국이 ‘유모국가’가 돼 간다는 기사 역시 최근 중국 정치와 맞물린 사회정화운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 줬다. 남미 문제는 아무래도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데, ‘글로벌 인사이트’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잘 다룬 것도 평가하고 싶다.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살핀 기사 역시 최근 전 세계 현안인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시의적절했다. ●씨줄날줄 ‘언론 보도 반성’ 높이 평가 정성은 씨줄날줄에 실린 ‘황제의전 언론 보도’에서 최근 논란이 된 법무차관 황제의전을 다루면서 언론 보도 문제를 반성하고 성찰을 촉구한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언론 밖에서는 한국 언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언론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기사를 근래 본 적이 없다. 언론은 정부나 여타 사회기관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언론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언론중재법 문제를 보더라도 언론중재법의 부작용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언론중재법이 제기된 이유를 깊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는 보지 못했다. 언론은 정부더러 언론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는데, 언론사들도 시민들이 지적하는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대학평가 문제점을 비판한 기사도 칭찬하고 싶은 기사다. 최근 대학평가 결과를 두고 대학가가 들끓고 있는데,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잘 분석해 줬다. 특히 대학평가 제도의 존재와 그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비판했다. 마지막에 대학 문제의 본질을 밝히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독자가 대학의 의미와 앞날을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사립대가 등록금은 비싸고 정부 재정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비대면 수업에 지쳐 있는 대학생들에게 와닿는 내용이었다. ●日 총리 후보들 재테크 기사 아쉬워 김재희 전자발찌 훼손과 관련한 최근 판결문을 분석하는 등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분석한 기사도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전자발찌 도입 이후 주요 통계, 관련 사진과 기사를 유기적으로 잘 배치하는 등 알차게 구성했다. 군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이 식어 가는 상황에서 피해자 부친을 인터뷰한 기사는 군대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동규 지난해 1월 이후 서울신문에서 꾸준히 코로나19 관련 속보와 분석, 사설을 내놓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달에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다룬 다양한 기사로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거대 플랫폼 업체들을 둘러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는데, 이들이 불러온 혁신과 경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김숙현 여당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일본 관련 분석 기사가 부족한 건 아쉬었다. 막을 내리는 스가 정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차기 총리 후보들의 재테크 기사는 들인 노력에 비해 과연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사설, 주장에 앞서 충분한 근거 제시를 정성은 우리 언론의 기사 작성에서 꼭 고쳐야 할 것 중 하나는 별 내용 없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기사에 넣는 것이다. 대개 대학교수들을 전화로 인터뷰해 기사에 넣는다. 명확한 논리적 근거와 새로운 주장 없이 전문가라는 간판만으로 특정 의견을 들이미는 식이 될 수 있다. 24일자 ‘이재명 왜곡 언론 징벌배상 초강경’ 기사가 그런 경우다.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68쪽짜리 대장동 개발사업 설명문에 관한 기사인데 정작 내용 소개는 없이 “부정적 전망이 앞선다”고 미래를 예측하고는 두 대학교수가 개인 의견을 밝힌 짧은 인터뷰를 근거처럼 내세워 오히려 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사설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서울신문은 날마다 세 가지 주제로 사설을 내놓는데, 일주일에 15개씩이나 되는 사안을 다루다 보면 해당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거나 취재하기도 힘들다. 내용도 짧을 수밖에 없어서 주장만 있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수긍하기도 쉽지 않다. 많은 사설이 정부더러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것은 한발 비켜선 자의 얼치기 훈수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씨줄날줄] 다시래기/서동철 논설위원

    ‘미스트롯’ 송가인의 어머니 송순단은 중요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의 전승교육사다. 밭에서 김매는 할머니도 인간문화재급 민요 실력을 뽐낸다는 진도다. 송가인이 스타지만,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매주 열리는 ‘진도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에서는 송순단이 단연 최고 스타다. 호남 지역에서는 집안 내림으로 무업(巫業)을 계승했다. 신병(神病)으로 내림굿을 받은 강신무와는 다른 세습무다. 한반도의 세습무 벨트는 호남에서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 일부를 포함한다. 그런데 송순단은 세습무 지역에서 무병(巫病)을 앓으며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됐다. 그가 전승교육사에 오른 것은 타고난 예술적 능력에 밤낮 없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일 것이다. 남도에서는 세습무를 당골 혹은 단골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골이라는 표현은 이 지역 주민과 세습무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 주는 용어라고 봐도 좋겠다. 주민과 단골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도부제’다. 단골이 동네 사람들로부터 여름에는 보리, 가을에는 나락을 각자 형편에 맞게 거둬 가는 관습이다. 단골은 일종의 방문헌금이라고 할 수 있는 도부제의 ‘판’을 사고팔기도 했다. 대신 단골은 각 가정에서 벌어지는 대소 의례를 대신 집전하는 역할을 했다. 진도의 상례(喪禮)는 민속문화의 보고다. 특히 사람이 죽은 후 의례 가운데 씻김굿과 다시래기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무형문화재에 올라 있고,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만가(輓歌)는 전라남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초상을 치르는 동안 펼쳐지는 개별 의례가 각각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진도의 상가에서 펼쳐지는 윷놀이에도 칠성판을 상징하는 윷판을 매개로 북망산천으로 회귀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다시래기는 재생을 의미하는 ‘다시나기’, 같이 즐긴다는 다시락(多侍樂), 망자가 떠나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대시래기(待時來技)의 의미를 가진 진도 특유의 밤샘놀이다. 씻김굿이 도부제에 따른 단골의 기본 의무였다면, 다시래기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 놀이꾼을 불러 벌인 것이다. 상주와 문상객이 참여한 가운데 장기자랑과 상주 놀려 주기 등의 도발적 연희가 산자와 죽은 자의 갈등을 해소하는 단계로 이끈다는 ‘엎치락 뒤치락 효과’라고 작고한 민속학자 김열규는 정의했다. 엊그제 중요무형문화재 ‘진도다시래기’의 강준섭 보유자가 별세했다. 아들 강민수가 진도 전통에 따라 다시래기 전승교육사로 활동한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송순단의 진도 예능 DNA가 송가인의 트롯으로 확대재생산되듯 다시래기 전통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면 좋겠다.
  • [씨줄날줄] 퇴직금과 화천대유/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퇴직금과 화천대유/전경하 논설위원

    올 3월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퇴직금 297억 6300만원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평균 급여(1억 7000만원)에 근무 기간(43.76년)과 직급별 지급률(200~400%)을 곱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퇴직한 현대자동차에서는 퇴직금 527억 3200만원을 받았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받은 퇴직금은 총 825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기존 최대 퇴직금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받은 647억 5000만원이었다. 그는 대한항공과 한진·한진칼·진에어 네 곳에서 받았고 근속 연수는 40년에 육박했다. 보통 퇴직금은 30일분 평균임금에 근무 연수를 곱해서 결정된다. 30일분 평균임금에는 상여금, 각종 수당 등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퇴사 직전 3개월 동안 한 달 평균 200만원을 받았고 10년간 일했다면 퇴직금은 2000만원이다. 여기까지가 일반 근로자가 받는 법정퇴직금이다. 임원이거나 그룹 총수라면 법정퇴직금에 직급별 지급배수가 곱해진다. 정 명예회장은 4배를 적용받았다. 국내 상장사 임원 퇴직금의 지급배수는 3배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지급배수는 이사회 결정 사항이라 임원들 의중에 따라 결정된다. 전문경영인으로 가장 많은 퇴직금을 받은 사람은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이다. 그는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에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사장으로 일했다. 법정퇴직금에 지급배수 4를 곱해 박 전 사장이 받은 퇴직금은 159억원.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권오현 고문은 임원 근무기간 27년에 지급배수 3.5를 적용받아 93억원을 받았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박 전 사장의 퇴직금 규모는 쉽게 깨지지 않을 거다. 직원으로서 최대 퇴직금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나올 전망이다. 화천대유에 2015년 6월 입사해 올 3월 퇴직한 곽병채씨는 어제 아버지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에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원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 3월 퇴사하기 전 50억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곽씨는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올 4월 30일경 계좌로 받았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성과급 계약을 맺었고 구체적인 시점과 금액은 각 개인과 회사 간 체결한 내용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곽씨가 화천대유에서 일한 기간은 6년이 채 안 된다. 대중의 관심사는 화천대유에서 일했다는 박영수 전 특검 딸은 얼마를 받았을까다. 국세청 퇴직소득 원천징수 신고 현황에 따르면 국내 기업 1인당 평균 퇴직금은 2019년 기준 1449만원이다. ‘화천대유하세요’가 추석 덕담이 아니라 많은 국민의 속을 긁는 말이 됐다.
  • [씨줄날줄] 세계 1위 ‘오징어 게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계 1위 ‘오징어 게임’/박록삼 논설위원

    컴퓨터 게임도 없었고, 전자오락실도 흔치 않던 1970~80년대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는 그 나름대로 다양했다. 동네마다 이름과 규칙이 달랐지만, 딱지치기, 구슬놀이, 고무줄놀이, 다방구, 오징어놀이, 비석치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등등. 놀이터면 좋고, 좁은 골목길이라도 상관없었다. 땅에 금 그어 놓고 뒹구는 돌멩이 몇 개만 있으면 어디건 해가 저물도록 몰려다니며 뛰어놀았다. “○○아~ 밥 먹어라”라는 엄마의 부름에 서운하게 발걸음을 돌리거나, 여러 차례 외면하다가 아예 잡으러 나온 엄마에게 등짝 한 대씩 맞고서야 석양에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며 다음날을 기약하곤 했다. 당시 아이들은 딱지나 구슬을 친구와 함께 소유하는 ‘깐부’를 맺으며 연대와 공유의 가치를 배웠다. 나이 어린 동생이나 힘이 약한 친구라고 소외시키지 않고 ‘깍두기’라 부르며 끼워 줬다. 오징어놀이나 다방구 등에서 분업과 협업의 팀플레이를 펼쳤다. 놀이 속에서 경쟁과 협력의 가치를 몸에 익혀 온 셈이다. 한국의 1970~80년대 추억의 놀이를 미국, 아시아, 유럽 등이 ‘지금, 여기’로 소환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 17일 공개된 직후 미국 넷플릭스 콘텐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과 쿠웨이트, 모로코,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아프리카권에서도 1위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권에서는 2위였다. 사실상 전 세계가 한국의 놀이 문화에 주목한 셈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한국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군상이 등장한다. 무능하고 찌질하지만 마음 따뜻한 주인공은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해고 노동자 출신이다. 탈북한 뒤 자본주의의 싸늘함에 소매치기로 전락한 소녀와 함께 증권사에서 고객의 돈에 손대 투자했다가 금융범죄자가 된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 또 다른 주인공 두 명이다. 한국 사회의 모순이 있고, 그 사회 모순에 대한 나름의 ‘낭만적 해법’도 제시한다. 이렇듯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모습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독일의 대표적 문호 괴테(1749~1832)의 경구가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미 조선시대와 좀비를 결합시킨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또한 세계에 ‘K좀비’ 열풍과 조선의 햇문화(갓)을 탄생시키며 시즌 2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오징어 게임’은 연신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읊조린다. 한국이건 세계건 현실 속에서 쉬 구현되지 않는 가치이기에 드라마에서 더욱 집착하는지 모를 일이다.
  • [씨줄날줄] 유전석방, 무전구금/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전석방, 무전구금/박홍환 논설위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엔 칼, 또 다른 한 손엔 천칭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부와 권력 등 어떤 선입견도 없이 공평무사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이라는 작품에서 디케의 역할을 짐작하게 하는 표현을 남겼다. “뇌물을 받은 사람들이 잘못된 판결로 자기들 마음대로 정의를 끌고 가면 원성이 생기는 법이오. 그러면 정의는 안개에 몸을 가린 채 울부짖으며 불공정한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다 줍니다.”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88년 10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주택가. 며칠간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탈주범 지강헌 일당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한 가족을 인질로 삼고 군경과 대치하던 지강헌이 유리창문을 깨고 절규하듯 두 마디를 내뱉었다. 그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발언이다. 이들의 탈주는 형량의 불평등에서 비롯됐다. 500만원 절도 혐의로 재판받은 지강헌은 보호감호를 포함해 20년 가까이 갇혀 있어야 했는 데 비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유력 인사들은 불과 몇 년 만에, 그것도 형기를 한참 남겨 두고도 풀려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교도소 이감 중 탈주를 감행한 것이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국내 사법 불평등의 대표적 수식어가 됐다. 우리 사회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구조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드러나곤 한다. 2014년 뒤늦게 공개된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이 250여억원의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에 대해 일당 5억원씩 계산해 ‘환형유치’ 노역 판결을 내렸는데, 돈 없는 서민의 일당 3만~5만원에 비해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대법원이 구속영장 단계에서 보석금 납부나 출석보증서 제출 등을 전제로 석방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현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발부나 기각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 카드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결국 보석금이 중요한 사유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연장선에서 ‘유전석방, 무전구금’ 현상이 불가피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부자는 구속 단계부터 돈의 힘으로 풀려나고, 돈 없는 서민은 몸으로 때워야 한다면 이것을 과연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 디케의 판단이 궁금해진다.
  • [씨줄날줄] 돌아온 브로드웨이 뮤지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돌아온 브로드웨이 뮤지컬/박록삼 논설위원

    뮤지컬 ‘명성황후’가 1997년 8월 15일 브로드웨이 63번가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다. 브로드웨이 극장에 올린 첫 한국 뮤지컬이었다. 첫날 2500명의 관객이 들었고, 24일까지 열흘 동안 2800개 객석이 전일 매진됐다. 국내 공연예술계는 물론 뮤지컬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감격했다. 물론 관객의 80% 이상은 재미교포였다. 변방처럼 인식되던 한국 문화가 뉴욕 브로드웨이 복판에 들어왔으니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광복절 즈음해 공연 일정을 잡은, 애국적 정서 가득한 작품이었으니 모국에 대한 향수와 갈증을 채워 주기에도 시점이 딱 좋았다. 명성황후가 조선말기에 정치와 외교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와는 상관없이 동명의 뮤지컬은 상업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으로 서사를 끌어가는 종합 집체극이다. 브로드웨이는 뮤지컬로 대표되는 공연 문화와 상업, 관광의 중심지로 뉴욕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다. 19세기까지 역마차가 덜컹거리며 지나던 말똥 냄새 풍기는 마구간과 선술집으로 흥청거리던 곳이었지만 1899년 극장이 세워진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춰 갔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 뮤지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꿈의 무대가 됐다. ‘스모키 조스 카페’, ‘미스 사이공’, ‘캣츠’, ‘오페라의 유령’, ‘브로드웨이 42번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유명한 작품들이 브로드웨이를 출발점으로 해서 전 세계 뮤지컬 무대를 휩쓸었다. 신대륙의 이주 노동자들이 유럽에서 보던 춤, 노래, 만담, 마술, 서커스 등 쇼 공연들을 보고자 해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순수한 예술과 문화적 실험이 아닌, 철저한 쇼 비즈니스 대중성, 상업성을 지향했다.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미·소 냉전 등 미국 역사의 굴곡과 함께 교직해 오면서 뮤지컬 공연의 본류지로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번성하면서 1980년대에는 음담패설과 비키니쇼 등 뒷골목 퇴폐 문화로 전락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옛 모습을 되찾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00년을 넘게 버텨 오던 브로드웨이였지만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문을 닫았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1년 반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라이언킹’, ‘시카고’, ‘위키드’ 등 4개 작품의 막이 오른 극장마다 모두 매진이었다. 연말까지 30개 넘는 작품이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브로드웨이가 ‘제3의 전성기’를 누리며 코로나19 극복 또는 ‘위드 코로나’의 상징이 될 수 있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 [씨줄날줄] 소셜미디어와 담배/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소셜미디어와 담배/이종락 논설위원

    소셜미디어가 담배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유해한 것일까. 이들 서비스의 과도한 사용이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는 만큼 ‘담배’처럼 규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유해성 논란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가짜뉴스에도 쉽게 노출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아동보호단체와 시민단체, 소아과 전문의 등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에게 페이스북 어린이용 메신저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그런데도 페이스북은 6세 이상 어린이용 메신저 서비스 ‘메신저 키즈’ 출시를 발표해 정보기술(IT)의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때 부모 동의를 받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도 우선 13세 이상만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는 현재도 13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10~12세 영국 어린이 4분의3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포털 사이트에 가입할 때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정보통신망법에 의무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스마트폰이나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업체들의 경우에는 ‘14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고지할 뿐 이를 인증하는 별도의 수단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나이를 속여 가입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소셜미디어의 유해성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국 IT 전문매체 인포메이션 창업자 제시카 레신은 “(페이스북과 담배) 비유는 빅테크 대기업들이 부기맨(어린이에게 겁을 주는 귀신)이 된 상황에서 나왔다”며 “담배는 암을 유발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렇지 않다”고 옹호했다. 담뱃갑에는 후두암과 폐암 등 여러 질병으로 고생하는 끔찍한 환자들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머잖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켜면 정신건강을 경고하는 무시무시한 사진들이 초기 화면에 먼저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환경 오염의 한복판에 사는 현대인이 또 다른 IT 위해물질을 끼고 산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일상적으로 하는 때가 올 듯하다.
  • [씨줄날줄] 양도소득세와 ‘양포세’/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도소득세와 ‘양포세’/전경하 논설위원

    집이 몇 채인데 언제 사서 얼마나 그 집에 살았나. 집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 중과되는 조정대상지역에 있나. 집을 팔고 이익이 생겨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꼭 따져 봐야 하는 항목들이다. 1가구 1주택자는 2년 이상 보유만 해도 집을 팔 때 양도세를 안 내지만,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샀다면 2년 이상 살았어야 비과세다. 또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80%였으나 올해부터는 보유 기간 최대 40%, 거주 기간 최대 40%로 나눠 1년 단위로 공제율이 달라진다. 일시적 2주택자는 계산이 더 복잡하다. 일시적 2주택자는 먼저 산 집을 두 번째 집을 산 지 3년 이내에 팔면 1가구 1주택자에 해당돼 양도세를 안 낸다. 2018년 9·13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3년이 2년으로, 2019년 12·16 대책에서 1년으로 줄였다. 특히 올 6월부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양도세율이 기존 10% 포인트 추가에서 20% 포인트 추가로 높아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자칫 계산을 잘못하면 양도세 수억원을 더 낼 수 있다. 보통 계약일부터 잔금일까지 몇 개월 간격이 있고 조정대상지역은 종종 바뀌니 일시적 2주택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양도세는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처럼 언제까지 얼마 내라는 고지서가 오지 않는다. 납세자가 집을 판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두 달 이내에 세금을 스스로 신고해 내야 한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불성실 신고로 간주돼 미납 세금은 물론 가산세까지 붙는다. 그래서 종종 세무사를 찾지만 지난해부터는 그 상담이 완벽하다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20번 이상 발표하면서 양도세 관련 세제도 자주 바뀌어 ‘난수표’처럼 된 탓이다. 세무사로서는 수수료 몇십만원 벌려다가 세액을 잘못 계산해서 손해배상소송 등도 당할 수 있다. 세무사들이 ‘양포세’(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를 자처한단다. 양도세를 제대로 내려면 납세자가 결국 국세청에 서면 질의라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양도세 서면 질의는 3243건으로 2019년 1764건에 비해 두 배가량이 됐다. 올해도 이미 지난 6월까지 2863건이 들어왔다. 내야 할 세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세금 잘 내기도 힘들다. 납세자 탓이 아닌 세법을 자꾸 바꾼 정부 탓이다. 정부가 납세자들을 위해 뭔가 서비스해야 하지 않나. 국세청이 지난 3월 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주택과 세금’을 사서 읽어야 하나. 세금을 부동산 수요 억제정책 수단으로 더는 쓰지 말아야 한다.
  • [씨줄날줄] 하회 줄불놀이와 달걀축제/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하회 줄불놀이와 달걀축제/서동철 논설위원

    지금 경북 안동에서는 ‘2021 세계유산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안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의 하나다. 지난 4일 시작해 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세계유산축전, 안동’의 중심지는 당연 하회마을이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의 ‘하회 선유줄불놀이’였다. 관광객들은 부용대 절벽에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하회마을로 떨어지는 불꽃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늘날 불꽃놀이에 해당하는 전통시대 낙화(落火)놀이는 하회마을의 전유물은 아니다. 민속학계에서는 불놀이, 이른바 화희(火戱)를 두고 인간이 불을 소유함에 따라 권력화하고, 한편으로 놀이화하는 양상을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경기 여주와 양주, 충북 청주·보은·음성과 충남 공주, 경남 함안·고성·창원, 전북 무주에도 남아 있으니 전국적으로 전승된 민속이라고 할 수 있다. 낙화놀이가 전국적이지만, 하회 줄불놀이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른 지역의 낙화놀이가 마을 구성원이 불꽃놀이를 즐기는 ‘공동체 화합’에 의미를 둔다면, 하회 줄불놀이는 오늘날 개념으로 ‘놀이를 매개로 한 계층 간 화합’에 적지 않은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별신굿 탈놀이와 세트를 이루는 줄불놀이는 하회 지배계층이 구사한 고도의 ‘통치기법’이라 할 수 있다. 하회에 별신굿 탈놀이가 자리잡은 것부터가 흥미롭다. 탈춤의 본질은 지배계층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다. 봉건적 신분질서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완고한 대표적 양반 마을이 탈놀이의 본산이 된 것은 뜻밖이다. 이른바 ‘거꾸로 타임’으로 피지배층의 억눌린 감정을 발산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 심화된다는 경험을 축적한 지배층의 ‘안전장치’일 것이다. 정월대보름의 별신굿 탈놀이처럼 칠월칠석날의 줄불놀이는 피지배층의 마음을 풀어 주는 ‘목적 있는 축제’다. 하회 줄불놀이는 오늘날 ‘하늘을 날아가는 아름다운 불꽃’에 의미를 더 부여하지만 뱃놀이, 줄불놀이, 낙화놀이, 달걀불놀이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외부인에게 줄불놀이가 인상적이라면, 내부적으로는 달걀불놀이가 중요했다. 최근 축제의 달걀불은 100개 남짓한 ‘바가지불’로 대체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수천 개의 달걀불이 낙동강이 돌아드는 부용대 앞을 수놓았다고 한다.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하회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일제강점기에 줄불놀이 때면 안동 일대 양계장에서 달걀 품귀 사태가 빚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줄불놀이는 별신굿 탈놀이의 연장선상에서 노비와 소작농에게 부용대 절벽에 올라 줄을 매는 수고에 따른 노임을 살포하고, 일 년에 단 하루 달걀을 원 없이 먹게 해 그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 [씨줄날줄] 9·11 테러 20주년/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9·11 테러 20주년/김상연 논설위원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시청자들은 믿기 어려운 장면을 TV 생중계로 목격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비행기가 충돌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잠시 후 또 다른 비행기 한 대가 남쪽 건물에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건물들은 화재 발생 1시간 42분 만에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미국 북동부에서 캘리포니아주로 향하는 여객기 4대를 비행 중 납치해 벌인 ‘자살 테러’였다. 나머지 2대 중 1 대는 버지니아주 미 국방부 본부(펜타곤)의 서쪽 면을 들이받았고, 다른 1대는 워싱턴DC로 향하다 승객들의 저항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인근 들판에 추락했다. 이 끔찍한 테러로 2977명이 사망하고 2만 5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역사상 본토, 그것도 심장부가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미국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바로 한 달 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보복에 나섰다. 알카에다의 온상으로 지목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부를 축출했고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켰다. 이어 10년에 걸친 추적 끝에 2011년 5월 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찾아내 사살하는 등 주요 인물들을 제거했다. 그 충격적인 테러 20주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는 지난 주말 대대적인 추모 행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은 여전히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그럼에도 미국이 9·11 테러 이후 단 한 번도 심각한 테러를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관련 법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테러 예방에 전력을 기울였다.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미국 국민이지만 테러 예방을 위해서라면 자유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테러 수사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도청과 함정 수사가 허용됐다. 실제로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은 미국 내 이슬람 사원에 다니는 청년에게 신분을 숨기고 접근해 테러를 모의하자고 제의한 뒤 호응하면 검거하는 기법까지 사용한다. 2001년 이전에 미국이 이처럼 깨어 있었다면 비극적인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그리고 국가는 꼭 참사를 겪고 난 뒤에야 교훈을 얻는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보다 어리석은 것은 실패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 [씨줄날줄] 동물병원 보건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물병원 보건사/박록삼 논설위원

    ‘싫은 일을 하니까 월급을 받고, 좋아하는 일은 그 월급으로 하는 것.’ 직업은 생계의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방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면 개인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사람에게 직업은 생존의 수단인 경우가 보통이다. 세상이 숨가쁘게 변화하는 만큼 직업의 종류 또한 명멸한다. 우리나라의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총망라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5판’에 따르면 직업의 종류는 1만 6891개다. 통합본 5판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장 직무 조사를 통해 지난해 발간됐다. 2012년 발간된 4판(2003~2011년)에 비해 5236개의 직업이 새로 생겼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며 유튜버, 빅데이터 전문가, 드론 조종사 등 관련 직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1인가구 증가 등 인구학적 변화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부쩍 성장했다. 동물 장의사, 동물의상 디자이너 등도 있다. 과거의 시선으로 보면 혀를 끌끌 찰 법한 직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동물보건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정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공포했다. 내년 2월 제1회 동물보건사 자격증 시험이 신설돼 실시된다. 명칭만으로는 쉬 짐작이 되지 않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동물병원 간호사’다.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대접받는 세상이니 반려동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에 병원 업무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동물보건사는 외국에서는 ‘수의 테크니션’이라는 이름으로 일찍이 자리잡은 직업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민간단체들의 자격증이 있었다. 이번에 국가 공인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문대 이상 동물 간호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전문대 이상 학교 졸업 후 동물병원에서 1년 이상 근무했거나, 고등학교 졸업 뒤 동물병원에서 3년 이상 근무한 특례 대상자여야 시험을 볼 수 있다. 동물간호와 관찰, 체온·심박수 등 기초 검진 자료 수집, 약물 도포와 경구 투여, 마취·수술 보조 업무 등을 수의사 지도 아래 한다. 엄격한 직업적 의무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미 동물병원에서 수의 테크니션으로 일하는 이들은 많다. 전문대에서 동물 관련 학과들도 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동물보건사는 이상적인 좋은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동물병원 직원들 중 고객 응대의 어려움과 근무 여건의 열악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산업의 변화와 혁신 등에 따라 직업의 종류와 세계가 확대될수록 그 직업이 행복과 연결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계돼야 한다.
  • [씨줄날줄] 대행의 끝판왕/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행의 끝판왕/황성기 논설위원

    대행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손가락 몇 번 두드리면 필요한 물건을 현관 앞까지 가져다주는 장보기 대행과 택배는 이제 필수 아이템이다. 음주측정기가 경찰에 보급되면서 시작된 대리운전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결혼 하객으로 대행사에서 와 주는 서비스도 생활의 한편에 자리한 지 오래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늘어나고 외출을 꺼리면서 대면하거나 귀찮은 일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탁물을 집 밖에 내놓으면 수거해 빨아서 갖다주는 세탁대행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분리배출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분리수거 대행서비스는 서울 송파구에서 사전 테스트를 실시해 총 400명이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분리수거에 그치지 않고 선별한 재활용 쓰레기를 자원순환 업체에 넘겨 재생원료로 활용하는 ‘친환경’까지 내세우고 있다. 명품이나 한정품을 사기 위한 줄서기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까지 나와 수고를 덜어 준다니 정말 편리한 일상이 됐다. 일본 시즈오카시의 20대 남자 직원이 사죄 대행업자를 고용해 시민에게 허위 설명을 한 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직원은 한 시민으로부터 커브길에 볼록거울을 달아 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그러나 직원은 내부 절차를 밟지 않고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멋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 건설국이 우선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설치를 보류하자 당황한 직원은 대행업자를 상사로 둔갑시켜 시민에게 사죄를 시켰다. 가짜 상사의 사죄를 수상쩍게 여긴 시민이 시에 알아봤더니 이 직원이 2만 5000엔의 사비를 들여 꾸민 짓으로 드러났다. 시는 진짜 상사에게도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아직 한국에는 없는 대행서비스인데, 일본에선 몇 년 전부터 퇴직대행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절차를 조언하고 회사와의 연락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다. 요금은 3만~5만엔. 사표를 내면 간단히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데도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갑질 상사의 공포가 심해 퇴직 얘기를 못 꺼내거나 인수인계가 끝날 때까지 퇴직을 안 시켜 주는 경우, 회사가 여러 이유를 들어 퇴직을 미루는 사례 등이다. 그래서 회사와 퇴직 희망자의 중간에 서서 대행업자가 퇴직 절차를 대신 진행해 주는 것이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벌초 대행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묘 대행도 성행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벌초는 물론이고 조상님께 대신 절을 올리는 서비스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대행의 끝은 어디인가.
  • [씨줄날줄] 수승대와 수송대/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승대와 수송대/서동철 논설위원

    영남 제일 명승이라는 안의삼동(安義三洞)에서도 으뜸이라는 원학동은 오늘날 경남 거창군 마리면 영승마을에서 월성계곡 사선대에 이른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갈천이 위천으로 모인 합수머리의 비경에 자리잡은 수승대는 당대 학자들이 자취를 남기면서 역사성이 더해졌다. 이곳 거북바위에는 퇴계 이황(1501~1570)의 ‘수승대’(搜勝臺)와 갈천 임훈의 ‘수송대’(愁送臺)라는 제목의 한시가 나란히 있다. 안의현감 한복연이 1810년 새긴 것으로, ‘퇴계명명지대’(退溪命名之臺)와 ‘갈천장구지대’(葛川杖廐之臺)라 했으니 각각 ‘퇴계 선생이 이름을 지은 너럭바위’와 ‘갈천 선생이 거닐던 너럭바위’라는 뜻이겠다. 구연서당을 열던 요수 신권(1501~1573)은 영승마을에 머물던 퇴계가 방문하겠다는 기별을 보내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은 소식이 없고 시 한 편만 당도했다. 첫째 부인과 사별한 퇴계는 안동 권씨와 재혼했는데, 1543년 장인 권질의 회갑을 맞아 영승마을에 머물렀다. 권질은 유배에서 풀린 뒤 영승에 살던 처남 전철에게 의탁하고 있었다. 퇴계의 시는 ‘수승(搜勝)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봄을 맞은 경치 더욱 좋으리/먼 숲 꽃망울은 터지려 하고/그늘진 골짜기는 눈에 묻혔네’로 시작한다. 퇴계가 이곳을 찾은 것은 음력 1월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다가올 수승대의 봄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갈천은 ‘봄은 장차 저물고 그대도 장차 떠나니/그대 보내는(送) 시름(愁)에 봄의 아쉬움을 비길까’라고 시를 마쳤다. 퇴계가 원학동의 손님이라면 지역 토박이 갈천은 주인의 심정으로 수송대라는 이름에 강한 애착을 표현했다. 영승이라는 마을 이름도 퇴계가 새로 지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승(迎勝)은 과거 영송(迎送)이었다. 영승은 5세기 거창 일대를 통일한 거열국의 땅이다. 신라에 복속되면서 백제를 오가는 사신을 맞이하고 보냈다. ‘그러니 근심을 보낸다’는 ‘수송대’도 ‘영송’과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퇴계가 ‘훌륭하다’거나 ‘뛰어나다’는 뜻을 가진 승(勝) 자를 새 이름에 공통적으로 쓴 것은 이 지역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고향 마을을 흐르는 토계(兎溪)도 퇴계(退溪)로 고쳐 아호로 삼았을 만큼 땅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중요히 여긴 인물이다. 문화재청이 지난주 ‘수승대’의 명칭을 역사성을 살려 ‘수송대’로 바꾸기로 했다고 했는데, 곧바로 거창군이 반대하고 나섰다. 혼란과 파장이 야기되는 사안임에도 협의도 없는 변경 예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문화재청 논리도 근거가 있고, 거창군 주장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 [씨줄날줄] 일본 새 총리와 한일 관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본 새 총리와 한일 관계/황성기 논설위원

    ‘날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란 구절에 빗대자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퇴진은 9할이 코로나1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상사태에도 여행을 다니자는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강행해 국민을 당혹하게 만든 그다. 확진자가 늘자 정책을 거뒀지만 전임자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비교하면 무표정한 얼굴에 무슨 말인지 모를 낮은 ‘발신력’과 우왕좌왕은 큰 감점 요인이었다. 지지율이 총리 퇴진의 경계선인 20%대로 추락하면서 아베에 이어 코로나로 불명예 퇴진하는 2호 총리가 됐다. 9월 29일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스가 사퇴 전 기시다파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외람되게’ 현직 총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1년 전 스가와 총재를 놓고 다툰 이시바 전 방위상이 정계 최고 실력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도움을 받아 출마를 조용히 준비 중이다. 이시바파는 소속 의원이 16명밖에 되지 않아 총재 선거 추천인 20명에 5명 미달(총재 후보는 추천인이 될 수 없다)된다. 하지만 “오래 해먹은 당 간부는 나가라”고 82세의 니카이를 비판한 기시다를 끌어내리려고 니카이가 이시바에게 추천인 5명을 꿔 주고 ‘기시다 자객’으로 써먹을 요량이다. 스가의 전격 사퇴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에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까지 손을 들면서 선거는 4파전으로 확대됐다. 6일자 요미우리신문은 여론조사에서 고노(23%) 1위, 이시바(21%) 2위, 기시다(12%) 3위이고, 다카이치는 3%라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가 반영되는 유권자 투표가 아니라 자민당 총재는 중의원·참의원 국회의원 383명과 지방 현(縣) 대표 383명의 투표로 뽑는다. 현재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를 제치고 기시다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노 쪽으로 기류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탈원전 이념이 같은 40세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고노를 지지한다면 3선 이내 젊은 의원들의 지지가 고노로 모아질 수 있다. 한일 관계 개선 측면에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다가 고노보다 말이 통할 상대다. 기시다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스가 총리와는 달리 대한국 협상파로 알려져 있다. 고노 담화의 주역인 아버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과 다르게 아들 다로는 식민지배에 대해 미안하다는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본 정치부 기자들의 얘기다. 중의원 과반수 확보까지 흔들렸던 자민당이 스가 퇴진으로 기사회생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누가 총재가 되더라도 지극히 보수화한 일본 풍토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부담을 질 총리가 될 수 있는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 [씨줄날줄] 카불의 여성 시위대/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불의 여성 시위대/박록삼 논설위원

    보랏빛 수건을 두른 그 여성들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부 독재 치하인 1985년 12월 결성된 이들을 빼놓고 민주화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없다. 독재정권에 아들, 딸을 빼앗긴 가족들이 모여 결성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즉 민가협의 어머니들이었다. 내 아들, 내 딸만 챙기지는 않았다. 불법구금, 구속, 고문 등 국가권력이 자행한 인권 유린을 온몸으로 겪은 민가협 어머니들은 군사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좌절하지 않은 채 비폭력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양심수 석방 운동을 비롯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악법 철폐에 지대하게 공헌했다. 좀더 거슬러 가자면 1980년 광주의 ‘오월어머니회’가 있다. 그해 5월 죽거나 사라진 자식들을 대신해 소복 입고 목청을 놓고 부르짖으며 전두환 정권과 맞섰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오월광장어머니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1977년 4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이 있는 ‘오월광장’에 모인 어머니들은 독재정권 치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식을 찾다 찾다 그곳에 모였다. 그리고 구호도 없이 광장에서 침묵의 원을 그리는 행진을 이어 갔다. 숫자는 점점 불어났다. 독재 정부가 사나운 개들을 풀기까지 했지만 막을 수 없었고, 유엔에서도 결국 그들의 요구를 인권과 민주의 중요한 의제로 채택했다.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써내려 간 중요한 축에 여성들이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기본적으로는 남자 아니면 여자이니 말이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정권 체제가 들어선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성이 나서고 있다. 수도 카불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사흘째 여성 수십 명이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교육과 취업 기회 보장, 선거권, 평등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다분히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카불에서는 결연한 용기가 필요하다. 탈레반은 1996년 5년 동안의 첫 집권기에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금지했다.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와 니캅, 히잡 등 이슬람 전통 의상을 강제했다. 남성과 동반하지 않는 여성의 단독 외출은 불가능했다. 20년이 흘렀지만 탈레반이 바뀌었으리라는 기대는 쉽지 않다. 희생과 고통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4일 여성 시위대를 막아선 탈레반 대원들은 최루탄을 쏘고, 폭력을 휘두르며 해산을 시도했다. 아프간 여성 시위대가 벌이는 활동의 결과를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면 탈레반 역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여성에게 교육받을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폭력으로 막아서는 안 되는 기본권이다.
  • [씨줄날줄] 윤지충·권상연 묘지(墓誌)/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윤지충·권상연 묘지(墓誌)/서동철 논설위원

    이른바 ‘진산사건’의 주역인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1759~1791)과 권상연(1751~1791)의 무덤이 확인된 것은 교회사를 넘어 한국사 차원에서도 뜻깊다. 윤지충 시신의 목뼈에서 날카로운 도구에 잘린 흔적이 생생한 것은 천주교 박해가 아주 오래전 남의 일이 아님을 알려 준다. 하지만 무덤의 주인을 알려 주는 결정적 증거는 참수의 흔적인 잘린 목뼈나 능지처참의 결과인 신체 일부 없는 시신이 아니라 묘지(墓誌)다. 조선시대 장례의식의 마지막 절차는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고 묘지를 묻는 일이다. 무덤 앞의 비석인 신도비는 아는 사람이 많다. 묘표와 묘갈은 신도비보다 간소하다. ‘대동야승’에서 ‘지석(誌石)은 무덤 앞에 묻는 것인데, 세월이 오래되어 비석이 없어지면 누구의 무덤인지를 알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우리 묘지의 역사는 4세기 중엽 고구려 안악3호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식 화장이 주류를 이루었던 통일신라 것은 찾기 어렵다. 고려는 불교국가라도 화장 이후 매장 풍습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석판에 글을 새긴 지석이 많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는 매장이 일반화됐고, 도자기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도자 묘지가 유행했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무덤이 확인된 곳은 전북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성지(聖地)의 바우배기다. 신유박해로 순교한 유항검(1756~1801)의 고향이다. 그는 윤지충의 이종사촌으로 조선 천주교의 독자적인 교계 제도인 이른바 가성직자단(假聖職者團)의 신부로 지명되기도 했다. 능지처참된 유항검의 집터는 큰 죄를 지은 사람의 집을 헐어 없애고, 못을 만드는 파가저택(破家?宅) 됐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진산 집도 같은 처분을 받아 아직 그 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전라도 진산 땅은 오늘날 충남 금산군에 속한다. 바우배기는 유항검 가족의 무덤이 1914년 전주 치명자산성지로 옮겨지기 전까지 있었던 곳이다. 무연고 분묘로 남아 있던 주변 10기의 무덤을 지난해부터 발굴한 결과 윤지충과 권상연은 물론 윤지충의 아우인 또 한 사람의 순교자 윤지헌(1764~1801)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유항검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당대 대역죄인 윤지충과 권상연의 시신을 거두어 자기 집안 선산에 모셨음을 짐작하게 한다. 두 사람의 묘지에는 망자(亡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담담하게 적혀 있다. 묘지에 천주교 관련 글귀가 보이지 않는 것은 두 사람을 장사 지내는 데 주위의 많은 눈이 쏠려 있었음을 반증한다. 이 발굴로 바우배기는 단숨에 한국 천주교 역사를 대표하는 성지로 떠올랐다. 지방 가마에서 구웠을 소박한 그릇에 적힌 글자 몇 개의 힘이 놀랍다.
  • [씨줄날줄] 사형제/박홍환 논설위원

    1991년 10월 19일,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 등을 타며 주말 오후를 만끽하던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 사이에 단말마 같은 비명소리가 퍼져 나갔다. 평화롭던 광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바뀌었다.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채 “사람들을 다 죽이고 싶었다”며 훔친 승용차를 몰고 광장을 질주한 21살 청년 김용제로 인해 무고한 아동 2명이 숨지고, 20여명의 시민이 중경상을 입었다. ‘살인질주’에 그치지 않고 인질극까지 벌인 김용제는 이듬해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고, 1997년 12월 30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런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집행된 사형수’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같은 날 김용제와 함께 22명의 사형수에 대한 형집행이 이뤄진 뒤 우리나라에서는 사형 집행이 중단됐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없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과 강호순을 비롯해 복역 중인 사형수는 모두 6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에 대해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9년 또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재는 조만간 세 번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이를 보호하고 보장할 의무만 있을 뿐 이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사형제 폐지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상태다. 법적으로 폐지를 하든 않든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이 중단됐으니 희대의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부활 주장이 순간적으로 거세지기도 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생후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20대 남성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되면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며 최근 사형제 부활론을 촉발시켰다. 때마침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씨 사건 등 흉흉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강씨는 “더 못 죽인 게 한”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형제 폐지론의 핵심은 범죄 억제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사형수 교화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극심한 슬픔과 울분을 떨쳐 내기 힘든 피해자 가족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가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제는 옥중 고백을 통해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내하기 힘든 형벌 아니었을까.
  • [씨줄날줄] 유튜브와 ‘허위조작정보’/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튜브와 ‘허위조작정보’/임병선 논설위원

    유튜브에 ‘생각모듬찌개’ 계정이 있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달 13일 정보통신망 이용법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운영자 최모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말로 옮기기도 어려운 표현으로 여러 차례 세월호 유족들을 능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욕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그 자유에는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깨닫게 해줄 필요가 절실하다”고 판시했다. ‘팩맨TV’ 운영자 구모씨도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항소부는 모 종편 사장과 여자 아나운서가 불륜일 가능성이 있다고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6개월형을 받았던 구씨의 항소를 지난달 17일 기각했다. 1심 판결 당시 법정 구속을 면했던 구씨는 끝내 수갑을 찼다. 법원은 충분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의혹을 남발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들을 엄벌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 N번방 피해자들을 조롱하며 세월호 희생 유족들을 비방하는 경우 등이다. 유튜브 채널 ‘크로커다일의 남자훈련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공기관과 유착했다’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는 피소 뒤에야 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 근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의혹을 제기한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유튜버들은 공익을 위한 일이라고 방패를 내밀거나 표현의 자유, 알권리 뒤에 숨곤 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익 침해가 면책되는 경우는 그 대상이 공인이고 사실이라고 입증할 만한 충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반면 유튜브는 채널 폐쇄와 관련해 ‘당사자 해결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그런 탓에 팩맨TV는 유튜브 채널로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가 주장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여전히 누구나 볼 수 있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나 서비스 약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거나 약탈적 행위와 스팸 및 음란물 등으로 악용하거나 증오심 표현과 괴롭힘 등을 주로 다루는 계정을 폐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채널의 폐쇄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글이 허위조작정보를 판별해 즉각 삭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로도 막대한 수입을 챙기는 기업이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란 식으로 빠져나가면 곤란하다. 올해 2분기 유튜브는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70억 달러 매출을 거뒀다. 2019년 5월에야 유튜브가 일방적으로 계정을 폐쇄하지 못하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을 시정했는데, 다른 각도에서의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씨줄날줄] 사이버 모욕죄/이종락 논설위원

    일본 여자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가 지난해 5월 23일 자살했다. 당시 22세이던 기무라는 높은 인기를 끌었던 후지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해 프로레슬러답게 터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런 행동이 방송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그녀를 비판하는 악플러들의 글이 쏟아졌다. 그런데 다른 출연자가 그녀가 링에 오를 때마다 입던 소중한 의상을 세탁기에 함께 빨아 옷이 망가졌다. 더이상 링 의상을 입을 수 없게 된 기무라가 불같이 화를 내며 출연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TV 화면에 공개됐다. 시청자와 네티즌의 거센 비난과 공격을 참지 못한 기무라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도가 지나치게 그녀를 비난한 악플러 2명이 고작 9000엔(약 9만 5500원)의 과태료만 부과받으면서 모욕죄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인터넷상 악플과 인신공격 등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형법상 모욕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법무성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가 다음달 중순 심한 악플 시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하고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현행 모욕죄는 30일 미만 구류, 1만엔 미만 과태료로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사이버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온라인 특성상 인격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글들이 떠돌거나 명예를 훼손할 만큼의 모욕을 주는 행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고 이용 시간도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자극적인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비방까지 여과 없이 표현되면서 이제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 채널 운영자나 구독자까지도 모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튜브를 포함해 국내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과 모욕 관련 신고 건수는 연간 4000~5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은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950만개 이상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사이버 모욕은 이제 우리나라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본이 모욕죄를 개정할 경우 우리와 형은 같고, 벌금은 더 많아진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 [씨줄날줄] 황제 의전 언론 보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황제 의전 언론 보도/박록삼 논설위원

    의전(儀典). 표준국어대사전은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으로 풀이한다. 국가 등이 공식적인 행사에서 행사 취지 및 참석자들에 대해 예에 어긋나지 않도록 진행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예컨대 중국 황제에게는 다섯 종류의 마차가 있었다. 제례 참석용, 연회 초대용, 전쟁용, 사냥용 등 마차가 모두 달랐다. 이 밖에도 먹고, 자고, 공부하고, 사냥하는 등 모든 일상에서 엄격한 의전이 적용됐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하루 8만 관광객의 입장을 통제하고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황제의 길’인 태화전, 중화전을 함께 걷고 궁중만찬인 ‘만한전석’으로 융숭한 접대를 했다. 청대 황제들이 누렸던 것을 재현하는, 말 그대로 ‘황제 의전’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현대 사회로 들어오며 말썽이 됐다. 예법을 지키는 행위가 아닌, 단순히 윗사람을 받들어 모시는 행위로 왜곡된 탓이다. 지나친 공손함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는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도 있건만 권력자는 왜곡된 의전을 당연시 여기곤 했다. 민주적 가치가 제도와 질서,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상황에서 제3자의 눈에 곱게 보일 수 없다.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는 국무총리이던 2017년 당시 의전 관련 논란을 숱하게 일으켰다. 오송역 버스정류장에 의전 차량을 주차시킨 것은 차라리 애교였다. 서울역 플랫폼 안까지 차량을 몰고 갔는가 하면 영하 13도 혹한 속 논산 훈련소 입소식을 찾아 당초 실내였던 행사 장소를 실외로 부랴부랴 변경시켰다. 오로지 총리 의전을 위해서였다. 본인이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지난 27일 법무부 강성국 차관의 브리핑이 문제가 됐다. 아프간 입국자들의 국가인재개발원 입소 관련 브리핑에서 법무부 직원이 강 차관 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민망함은 물론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실내에서 실외로 행사 장소 변경을 요구한 것도, 옆에 서 있던 직원을 비키라고 요구한 것도, 뒤에 섰을 때 자세를 낮춰 앉으라고 요구한 것도, 결국 직원의 무릎을 꿇게 만든 것도 모두 언론이었다. 그 이후 ‘황제 의전 논란’을 일으킨 것도 언론이었다. 현장을 취재한 지역 인터넷 매체인 ‘충북인뉴스’ 기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절대다수 국민들은 강 차관을 욕하고, 법무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으로 유야무야 지나갔을 테다. ‘황제 의전’의 수혜자는 강 차관이 아닌, 언론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해야겠지만, 언론의 성찰 또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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