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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광폭정치/함혜리 논설위원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과 통치방식을 ‘광폭(廣幅)정치’‘인덕(仁德)정치’‘선군(先軍)정치’로 요약해 선전하고 있다.‘모든 일을 대담하고 통이 크게 벌여 나간다.’는 광폭정치가 그의 과감한 스케일을 선전하기 위한 표현이라면, 인민들에게 어질고 후한 사랑의 정치를 편다는 인덕정치는 김 위원장의 다정다감함을 선전하기 위한 표현이다. 광폭정치와 인덕정치는 고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그대로 세습한 김 위원장의 통치자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지도역량을 강화한 것이었다.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운다는 선군정치는 일종의 통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가장 부각된 것은 광폭정치다. 고위급 장성들에게 혁명기념일에 벤츠 승용차를 선물했다든가, 신상옥 감독을 납치한 뒤 영화제작에 쓰라고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거나 하는 식의 일화들이 전해진다. 대외적으로 베일에 가려 있던 김 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외국 요인들과의 면담을 통해 시원시원하고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문제는 대담하고 통이 큰 정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효율성과 합리성이 결여된다는 점이다. 평양의 흉물로 전락한 류경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위원장은 ‘동양 최고를 지향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김일성 주석 80회 생일에 헌정한다며 105층짜리 류경호텔을 착공했지만 용도도 불확실한 이 호텔 건설에 4억달러나 쏟아붓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을 자초했다.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방문시에는 피랍된 일본인의 유골반환을 전격적으로 약속했다가 엉뚱한 사람의 뼛조각을 보내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오는 28∼30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광폭정치를 선보일지가 관심사다.‘핵포기 선언’같은 메가톤급은 아니더라도 장성급회담에서 해결 못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실현가능한 통 큰 카드를 내놓도록 하는 것은 카운터파트인 노무현 대통령의 몫인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유엔 대사/ 황성기 논설위원

    2·13합의로 순항할 것으로 봤던 북핵문제가 BDA 송금이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하던 지난 4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지사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평양에 갔다. 공화당 정권인데도 민주당 소속인 리처드슨이 특사 격으로 방북했던 것은 그가 북한 인맥과 사정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1997년 개각 때 리처드슨을 유엔대사로 기용한 감회를 언급하고 있다.“빌 리처드슨은 북한과 이라크에서 보여준 능력으로 뛰어난 외교관임을 입증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유엔대사를 맡아주어 기분이 좋았다.” 유엔을 우습게 보면서도 유엔을 중시하는 미국의 양면성은 국무부 차관을 지낸 존 볼턴의 유엔 대사 발탁에서도 드러난다. 대북 강경책을 이끈 네오콘인 볼턴은 부시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포기하면서 대사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내려오긴 했어도 말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로 묻히긴 했어도 김현종 유엔 대사 내정자 인사도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한·미 FTA를 성사시킨 주역이지만 비외교관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와 안보분야 경험이 없는 통상법 전공의 학자 출신 통상교섭본부장의 발탁에 대해 코드·보은인사라는 지적이 일었다.“인사권자의 권한이라지만…”이라는 다수의 부정적인 견해 속에서도 “FTA를 통해 교섭 능력이 검증됐다.”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유엔 대사를 직업외교관이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경원 전 주미대사, 노태우 대통령 때 안기부 차장을 지낸 현홍주 전 주미대사도 비외교관 출신으로 유엔 대사를 했다. 유엔 대사는 4강 대사 다음의 요직이다.192개 회원국을 둔 유엔 무대에서 다자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직업 외교관의 노련함과 경험이 필요한 것인지, 영어에 능통한 젊고 돌파력 있는 엘리트가 적합한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인 김경원 대사는 유엔 시절 개인 플레이를 했다는 비난도 들었지만 영어 토론이 가능한 어학실력 덕분에 평가가 엇갈렸다. 유엔으로 떠날 김 내정자가 정권 말기 지명이란 부담을 털어내려면 성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모페 웨이(Mofe Way)/육철수 논설위원

    일본 도요타의 성장비결을 다른 기업이나 정부조직들이 서로 배우려고 안달이다. 창사 70년만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정상에 우뚝 섰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생산시간을 줄이고 자동차 1대에도 혼(魂)을 담는다는 얘기는 이미 진부하다. 그렇다면 도요타가 어떤 경영을 했기에? 답은 간단하다. 이곳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인간존중의 철학을 묵묵히 실천했을 따름이다. 기업인 시바타 마사하루가 쓴 ‘도요타 최강경영’에 따르면 그들에겐 7가지 습관이 있단다.▲상대의 얘기를 잘 듣는다 ▲문제가 생기면 ‘왜’를 다섯 번 반복한다 ▲격려하고 제안한다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짜낸다 ▲서로 의논한다 ▲현장·현물 등 사실을 중시한다 ▲불가능해도 우선 해본다는 게 도요타 임직원들의 몸에 밴 습관이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지만, 오직 실천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을 일군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 또 있다. 잭 웰치가 이끌었던 제네럴 일렉트릭(GE)이다. 웰치는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두려워 말고, 관리자가 아닌 리더 정신을 가져라.”라고 가르쳤다. 웰치의 이런 경영철학은 바로 GE의 오늘이 있게 한 밑거름이다. 이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임직원들이 그를 따라준 결과는 엄청났다. 휼렛 패커드(HP) 역시 임직원 상호간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인본주의 기업문화로 세계적 기업이 됐다. 기업 사이에 회자되는 ‘도요타 방식(Way)’ ‘GE Way’ ‘HP Way’란 게 실상은 이렇게 단순하다. 거창하게 벤치마킹할 ‘거리’라고 볼 게 없다. 재정경제부(Mofe)가 요즘 인사와 조직문화를 바꿀 묘안을 짜내느라 바쁜 모양이다. 도요타·GE·HP는 물론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상호합의·구술형 인사평가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식은 모조리 본받아 보겠단다. 이른바 ‘The Mofe Way’라는 걸 만들어 진짜 혁신을 이뤄 보자는 것이다. 벌써 워크숍을 두어 번 했고,10월쯤엔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국민을 ‘정책 고객’으로 여겨 환골탈태하겠다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좋다는 혁신시스템을 죄다 모아 짜깁기한들 ‘최상의 방식’은 아닐 터. 문제는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데 있지 않겠나.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유관순과 신사임당/함혜리 논설위원

    조선 중기의 여류 서화가이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1504∼1551)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유관순(1902∼1920)열사가 2009년 발행예정인 고액권 지폐의 초상인물 후보군에 포함됐다.5만원권이 될지,10만원권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 한명이 화폐 초상인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한국은행 홈페이지(www.bok.or.kr)의 참여마당에 올라 온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고액권 화폐에 들어갈 인물 초상에 현명한 어머니, 훌륭한 아내를 상징하는 신사임당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폐를 사용하면서 효성스러운 여인상, 어진 아내상, 훌륭한 어머니상, 최고의 예술인상, 근검절약을 솔선한 참된 살림꾼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유 열사가 화폐에 등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여성이 채택될 경우 신사임당보다는 유 열사가 더 유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사임당의 아들인 이이가 이미 5000원권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임당을 흔히 우리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현모양처로 꼽는다. 스스로 뛰어난 인격자이면서 덕이 높은 부인이요, 어버이에게 지극한 효녀이면서 어진 어머니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신사임당은 특히 자녀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지조와 청백을 생활신조의 으뜸으로 삼도록 함으로써 율곡 이이와 같은 위대한 인물을 키워낼 수 있었다. 신사임당에 대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전통에 의해 강요된 수동적 현모양처를 상징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유교적인 환경에서 한 가정의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예술적 자질을 꾸준히 갈고 닦았다. 안견의 영향을 받은 화풍은 여성 특유의 섬세 정묘함을 더하여 한국 제일의 여류화가라는 평을 듣는다. 신사임당이야말로 21세기의 여성들이 사표(師表)로 삼아야 할 알파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임기말 개각/이목희 논설위원

    청와대가 금명 개각을 예고했다. 중폭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을 보면 막판에 봐줄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장·차관 인사와 관련해 거론되는 이들의 반응은 두갈래다. 첫째는 고사형.“다음 정권에서 새출발할 수 있는데, 왜 막차를 타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대시형. 총선 출마 등을 위해 경력관리용으로 장·차관과 청와대비서관 등 고위직을 하겠다고 덤빈다. 또 어차피 차기 정권에서 확실한 자리가 보장되지 않을 바에는 몇달이라도 고위직에 오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코드’란 말로 압축된다. 다른 정권의 임기말 인사에 비해 고사형과 대시형이 극명하게 갈리는 게 특징이다.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많고, 격에 맞지 않는 이들이 정권에 대한 공로를 내세워 마지막 기회라면서 돌진하는 케이스도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인사 교통정리에 꽤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는 법무장관을 비롯한 몇몇 장관이 사의를 표명해 이뤄지는 수동적 개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밑 흐름은 전혀 다르다.‘문제 장관’과 ‘장수 장관’을 솎아내고 마지막 보은인사로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속내가 일찍부터 엿보였다. 법무를 중심으로 장관 후임을 놓고 여러 사람들에게 의사타진이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차관급의 경우도 취임 1년반 이상은 교체를 원칙으로 해서 후임자 물색을 미리 하고 있었다. 능력이 모자라거나, 코드가 안 맞는 이를 낙마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1년반을 장수라며 나가라고 하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참여정부의 각료 재임 기간이 늘었다고 하지만 1년 미만의 단명 장관이 30%에 이른다. 이번에 바뀌는 장·차관 임기는 6개월에 그칠 것이다. 그나마 장관은 인사청문회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4∼5개월간 업무파악만 하다가 퇴임할 처지다. 장관은 물론 차관급까지 인사안이 대충 짜여졌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그렇더라도 청와대는 다시 숙고하길 바란다. 잘 하는 사람을 빼고, 보은인사를 해서 국정이 잘 굴러갈 리 없다. 능력있어 장수하는 장·차관을 격려해야지, 몇 달을 못참고 자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배리 본즈/육철수 논설위원

    도로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대회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대회의 유명세에는 체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레이스 속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스포츠맨십과 인간미가 크게 일조했다. 우선 고환암을 딛고 7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의 불굴의 인간승리를 꼽을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암스트롱과 얀 울리히가 승부를 뛰어넘어 나눈 뜨거운 우정이다. 울리히는 1997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고,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땐 금메달을 딴 독일의 사이클 영웅이다. 그러나 1999년 투르 드 프랑스 이후 이 대회에서 내리 4차례나 암스트롱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러던 차에 2003년 절호의 우승 기회를 맞았다. 선두를 달리던 암스트롱이 구경하던 어린이에게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울리히는 암스트롱이 일어나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2년전 어느 대회에서 자신이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이 기다려 준 것처럼…. 암스트롱은 결국 이 대회에서 5연패를 이뤘고 울리히는 또 2등을 했다. 스포츠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더구나 부(富)와 명예가 걸린 한판 대결에서 강력한 경쟁자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관중들은 승패보다 스포츠맨십으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이런 선수들을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스포츠엔 승리의 기쁨보다 한 차원 높은 감동이 그래서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미국 프로야구에 금자탑이 하나 올라갔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프로 입문 22년만에 755호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행크 에런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대업적이다. 그런데 본즈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흑인선수의 성공스토리가 감동을 줄 법도 한데, 이게 반감(半減)한 데는 그가 약물복용과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 수장(커미셔너)은 홈런 순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에런은 경기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았단다. 축하해주기가 꺼림칙하다는 뜻일 게다. 본즈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기록은 그저 ‘참고용’이라고 한다. 스포츠맨십의 훼손으로 온전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본즈가 안타깝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롤러코스터/함혜리 논설위원

    놀이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다. 모터의 힘으로 지상에서 일정한 높이로 끌어 올린 열차의 위치에너지가 중력에 의해 밑으로 하강하면서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원리를 적용한 기구다. 회전하는 열차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에 높이 올라간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서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가지도 않는다. 롤러코스터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짜릿함이다. 출발한 열차가 천천히 가파른 경사를 오를 때의 긴장감과 두근거림도 잠시.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거꾸로 몇 바퀴씩 돌아가는 롤러코스터에서는 정신을 제 자리에 붙들어 매놓기가 힘들다. 낙폭이 크고, 속력이 빠를수록 그 짜릿함은 커진다. 이런 매력에 흠뻑 빠진 나머지 마니아 수준을 넘어 롤러코스터에 중독된 사람도 있다. 미국의 한 60대 남성은 최대 시속 132㎞로 질주하는 롤러코스터를 4년 동안 2만번이나 탑승해 놀이공원으로부터 탑승 증명서와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하루 평균 12차례씩 이 놀이기구를 즐겼다고 한다. 우리는 기복이 심한 삶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최근 SF영화 ‘디 워(D-War)’를 발표한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씨의 삶이 그렇다. 바보 ‘영구’ 역할로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그는 SF영화에 도전했다. 그리고 ‘신지식인’이라는 칭호까지 들었다. 하지만 1999년 발표한 영화 ‘용가리’가 실패하자 한없이 추락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SF영화 ‘디 워’를 들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공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내 놓은 영화의 소재는 한국적인 이무기. 그런데 개봉을 앞두고 홍보마케팅을 본격화하려는 순간 학력위조 논란이 불거졌다.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개봉된 ‘디 워’는 대박을 터뜨렸다. 나흘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그의 인생이 다시 상승세를 타는 듯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미 포기했을 법 한데 그는 용케도 버티고 있다. 갖은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뚝심에 사심없는 박수를 보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전사모/황성기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들은 웬만하면 인터넷 팬카페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비롯해 김대중 선생님을 사랑하는 모임,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모임 등이 그것이다. 가장 인기가 없다는 노태우 대통령조차도 팬카페가 있다. 열렬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만큼 배타적이고 구심력이 단단하다. 어떤 팬카페는 공지사항에서 “비난 글은 삭제하고 카페 게시판에 글쓰기 권한을 막겠다.”고 경고한다. 회원 가입도 보통의 카페와는 다르다.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을 두고 ‘검열’을 통해 승인하기까지 한다. 퇴임 대통령 중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의 활동이 눈에 띈다.2003년 만들어진 전사모는 카페 개설의 목적을 “각하의 업적과 통치행위,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고…중략…모든 국민들로부터 가장 추앙받고 존경 받으시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각하 명예회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설 첫해에 1000명 정도였던 회원이 드라마 ‘제5공화국’ 방영을 전후로 급속도로 늘어나 지금은 1만 4000명을 넘어섰다. 카페를 들여다보면 ‘12·12의 당위성’,‘5·18분석’ 등을 통해 전두환 소장의 등장에서부터 집권, 퇴임 후에 이르기까지 찬양 일색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6·10항쟁 20주년에 즈음해서는 자유게시판에 “6·10난동이야말로 대한민국을 개판으로 만드는 서곡이었다.”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의 개봉을 앞두고 전사모가 부쩍 바빠졌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는 회원에서부터 ‘디워’를 보자는 제안까지 비난 글이 잇달았다. 누리꾼과의 댓글 전쟁이 터진 것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부터. 포털 사이트에 “무고한 광주시민을 죽인 자들은 모두 악마다.”라는 글이 오르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5·18은 북한 세력에 의한 국가 전복사건”“젊은이들이 영화를 보고 폭동을 민주항쟁이라고 인식할까 두렵다.”는 등 전사모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역사로 확립된 사실마저 왜곡하거나 헐뜯어서는 안 된다. 비난한다고 회복될 그의 명예도 아니며, 그를 ‘사랑한다’면 조용히 할 일이 아닌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덕수초등학교/함혜리 논설위원

    덕수초등학교 5학년인 상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방과 후 친구들과 학교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놀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나게 달리고, 공을 차는 것은 정말 재미나다. 그런데 2일 학교에서 만난 상윤이는 풀이 잔뜩 죽어 있다.8월의 뙤약볕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엄마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 운동장을 빼앗아 간대요. 운동장에 민주화, 뭐라던가? 하여간에 무슨 건물을 지어야 한대요. 그러면 안되는데….”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초등학교가 개교한 것은 1912년 4월1일이다. 경성여자공립보통학교에서 1952년 10월 서울덕수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옆에 있던 경기여고가 강남으로 이사가고, 도심이 재개발되면서 고층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교목(校木)인 느티나무처럼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켰다.5년 뒤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이 학교가 요즘 유독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교 운동장 때문이다. 사단법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덕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에 2009년 완공 예정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운동장은 옛 덕수궁의 의효전(懿孝殿)이 있던 자리다. 현재는 행정자치부 소유인 이 땅을 학교가 2004년부터 무상임대해 사용해 왔다. 운동장에서는 운동회, 바자회, 수업시간 체육활동, 축구학교 등이 이루어진다.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학교측은 무너질 것 같은 담장도 다시 쌓고, 바닥의 굵은 흙과 돌도 골라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올 여름방학 중 공사를 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3600만원도 지원받았는데 행자부가 기념관 건립을 이유로 공사허가를 보류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탄원을 내고, 교원단체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 학교 6학년인 이경은 어린이가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은 절절하다.“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면서 왜 우리가 뛰어 놀 운동장에다 민주화 기념관을 짓는다고 하세요? 제발 우리 운동장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탈리오의 법칙/우득정 논설위원

    21세기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3025’다.‘9·11 테러’에서 희생된 미국인 숫자다.‘테러와의 전쟁’으로 명명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도 이 숫자에서 출발한다. 미국이 이 숫자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 중동지역에서 총성은 멎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선 인과응보 또는 정당방위일지 몰라도 한꺼풀만 벗기고 보면 ‘증오의 전쟁’일 뿐이다. 증오심은 이처럼 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전쟁의 역사는 바로 증오의 역사다.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독일의 폴란드 침공도 게슈타포가 폴란드 국경지역의 한 방송사에 독일인으로 위장한 시체를 유기함으로써 촉발됐다. 나치즘의 탐욕과 비밀경찰이 조작한 증오심이 독일 국민들을 전쟁의 광기로 내몬 것이다.10여년째 ‘인종청소’라는 대량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르완다 사태도 투치족과 후투족의 뿌리 깊은 증오심에서 비롯됐다. 코소보사태도 마찬가지다. 아프간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연이어 살해하면서 한국민의 가슴에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만행에 대한 규탄과 함께 또다시 인명을 해치면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외신 등에서는 인질 구출 군사작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1976년 이스라엘의 엔테베작전이나 영화 ‘델타포스’‘패트리어트 게임’의 가능성이 군사전문가들의 식견을 빌려 인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따라 ‘람보식’ 싹쓸이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랑을 실천하러 간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앙갚음하는 탈레반의 소행을 생각한다면 백배, 천배의 보복도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 귀환이다. 수백, 수천명의 탈레반을 사살하고도 인질 구출에 실패한다면 그 작전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분루를 삼키며 인내하고 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피랍됐던 인질 중 80% 이상이 무사히 석방됐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이유다. 피랍 인질들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강운태의 역주행/구본영 논설위원

    무심코 쓰는 국적불명의 외래어가 적잖다.‘커트라인(cutline)’도 그 하나다. 말뜻은 “시험에 합격하는 최저 점수” 정도로 새겨진다. 하지만, 그런 뜻의 영어라면 ‘컷오프 라인(cutoff line)’이 적확하다. 컷오프란 본래 골프시합에서 2라운드 후 일부 선수에게만 3∼4라운드를 치를 기회를 주는 것을 가리킨다. 범여권 대선주자들간 컷오프 논란이 한창이다. 주자가 난립하면서 생긴 신경전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출마의사를 피력한 범여권 인사가 벌써 20여명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열린우리당 이탈파 정동영·천정배와 잔류파 이해찬·한명숙·김두관·유시민·신기남·김혁규·김원웅 등이 제3지대 신당을 무대로 경합 태세다. 여기에 통합민주당 조순형·이인제·추미애·김영환·김민석과 참평포럼 김병준, 시민사회그룹을 발판으로 뛰어들 참인 장외주 문국현까지…. 거명하기조차 숨 가쁘다. 이쯤되면 범여권 컷오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1차 예비경선에서 8명 정도로 압축하는 것을 목표로 ‘여론조사+α’안 등 구체안이 거론 중이란 소식이다. 물론 소속된 정파 내 입지에 따라 주자들의 반응도 상반된다. 여론조사와 경선이 50%씩 컷오프 기준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나 김원웅 의원은 컷오프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컷오프 통과에 자신이 있든 없든, 범여권 주자들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참여정부나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의 ‘거리 두기’가 그것이다. 멀쩡한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당이란 가건물에서 후보가 되려는 게 그런 발상이다. 통합민주당 측이 신당 합류를 꺼리는 것도 열린우리당 색깔에 물들지 않으려는 속내가 아닌가. 그래서 강운태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열린우리당 입당이 눈길을 끈다. 물론 그의 ‘역주행’을 범여 컷오프를 앞두고 친노 표를 흡수하려는 이벤트로 폄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장관 경력도 천형으로 여기는 듯 집권당과 선긋기에 급급한 다른 주자들과는 다른 선택임은 분명하다. 참여정부 계승론을 편 그의 역발상을 어떻게 평가할 지는 국민의 몫이 아닐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쓰레기통/함혜리 논설위원

    쓰레기통을 프랑스어로 푸벨(poubelle)이라고 한다.19세기 말 센(Seine) 지역의 도지사였던 위젠 푸벨(Eugene Poubelle·1831∼1907)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푸벨은 1883년 센 도지사에 임명된 뒤 파리시를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청결한 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1884년 ‘푸벨법’을 공표했다. 각 건물의 주인은 건물 거주자의 숫자에 맞게 배출 쓰레기량을 산출해 그에 적절한 규격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쓰레기통은 썩기 쉬운 것, 종이나 헝겊을 담는 것, 유리 등을 담는 것 등 세가지로 구분하도록 했다. 이런 규정들은 건물주들의 불만과 비난을 받았지만 거리는 놀라울 만큼 깨끗해졌다. 푸벨 도지사의 아이디어는 다른 지방으로 급속히 전파됐다.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푸벨’이라고 불렀다.‘19세기 백과사전’ 편찬위는 1890년 개정판을 내면서 일반 명사화된 푸벨을 공식 등재했다. 쓰레기통이 1990년대 후반 골칫거리가 됐다. 테러리스트들이 도심이나 지하철 정거장의 철제 쓰레기통에 사제폭탄을 설치한 탓이었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통은 투명한 초록색 비닐 봉투로 된 쓰레기통으로 대체됐다. 파리시내에는 총 3만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던 파리 시민들의 습관도 저절로 고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요즘 쓰레기통 구경하기가 무척 힘들다. 쓰레기통 부족은 시민들을 무단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지자체들이 쓰레기통 철거에 나서면서 공공 쓰레기통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 1000만을 자랑하는 서울의 경우 공공 쓰레기통이 4000개에 불과하다. 쓰레기통 한개를 2500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찾다가 그냥 버리기 일쑤다. 산에도 쓰레기가 부쩍 늘었다. 시민편의는 뒷전인 채 “각자의 쓰레기는 자신이 처리한다.”는 원칙만 내세운 행정편의적 발상 탓이다.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온전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의 권리다. 실용성과 디자인 감각을 갖춘 쓰레기통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녹색과 경제의 공존/우득정 논설위원

    지난해 6월과 9월 녹색연합 주관으로 ‘녹색’과 ‘경제’의 공존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보존과 개발로 맞서온 양측 전문가들이 ‘지속가능성’을 공통 화두로 접점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였다.‘보전은 절대선, 개발은 절대악’이라는 식으로 운동논리를 펼치던 환경단체로서는 대담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 없는 환경운동은 일반시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아직까지 메아리 없는 작은 몸짓에 그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치 양보없는 대치가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광역시 계산동의 계양산 자락에 롯데건설이 건설하려는 골프장 문제가 될 것 같다. 지난 2년간 이 지역 환경단체들은 인천 생태녹지축의 중심인 이 지역을 자연상태로 보전해야 한다며 촛불집회,3보1배, 나무위 1인 시위, 고소·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골프장 건설을 저지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 규모가 당초 계획한 27홀에서 18홀로 축소되고 생태공원 조성 등 환경보전 계획이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받았음에도 ‘골프장만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오는 9월까지 인천시와 중앙정부의 도시계획 심의를 받아야 하는 롯데로서는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심의를 받지 못하면 5년후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승인받아야 한다. 롯데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절대 불리하다. 경부고속철 공사를 중단시킨 ‘천성산 도롱뇽 사태’와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공사를 지연시킨 ‘북한산 사패터널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24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세미나 강연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프관광 수요를 어떻게 국내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골프장 건설 때 토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3만여명이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 1조 1000여억원을 썼다. 권 부총리가 골프장 건설 활성화에 매달리는 이유다. 정부와 업계, 환경단체는 이번 기회에 계양산 골프장 건설이라는 현안을 놓고 녹색과 경제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랜드마크/구본영 논설위원

    요즘 전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이 일어난 형국이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摩天樓·skyscraper) 짓기 경쟁이다. 여기엔 도시의 랜드마크(landmark·상징적 건조물)가 될 만한 빌딩을 세워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제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초고층 빌딩 건축은 당초 미국이 선도했다.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381m)이 들어서면서 뉴욕 맨해튼은 마천루의 숲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세계무역센터(110층)는 2001년 9·11테러로 무너져 ‘그라운드 제로’로 남을 때까진 뉴욕의 랜드마크였다. 새천년 들어서는 아시아권이 초고층빌딩 경쟁을 주도중이다.2004년 타이완 101빌딩(508m)이 들어섰지만 이미 세계기록이 깨졌다. 삼성물산이 이달 지상 140층(510m) 골조공사를 끝낸 ‘버즈 두바이’가 그 주인공이다.2008년쯤 높이 830m(160층) 빌딩이 우리 기술로 완공된다고 하니 벌써 뿌듯해진 기분이다.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112층(555m)짜리 제2롯데월드 건축 계획이 일단 좌절됐다. 그제 열린 국무조정실 행정조정협의회에서 “203m 이하로만 건축할 수 있다.”는 국방부안이 최종 결정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남공항 이착륙 항공기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군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문득 몇년 전 중국 현장취재 때의 일화가 떠올랐다. 한 관리에게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상하이를 상기시키며 “올림픽이 열릴 베이징엔 왜 진마오타워(421m)같은 초고층 빌딩을 짓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베이징엔 자금성, 이화원, 톈안먼 광장 등 명소가 이미 너무 많다.”며 싱긋 웃었다. 도시에는 역사와 문화가 밴 기념비적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듯싶다. 높이만 앞세울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도시의 얼굴이 될 만해야 한다는 얘기다. 얼마 전 서울시도 4대문 안 초고층 빌딩 신축제한 방침을 발표하지 않았던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높이라야 최고 67m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항의 경관에 어울리는 조개껍질 형상의 이 건물은 세계 관광객들 마음 속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필승론과 필패론

    정주영씨가 1992년 대선에서 당선될 듯싶지 않았다. 국민당 고위인사에게 “뭘 믿고 그렇게 올인하느냐.”고 물었다. 고위인사는 ‘정주영 필승론’이란 내부보고서를 보여줬다. 현대 및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 영남·강원 표를 합쳐 무난히 당선된다고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니 그는 국민당 산하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 후보 지지가 김영삼(YS)·김대중(DJ) 후보와 박빙으로 집계돼 있었다.“대상이 현대 직원이냐. 이런 자료로 왜 정 회장 같은 전문 기업인을 현혹하느냐.”고 했는데도 그 인사는 ‘정주영 필승론’을 종교처럼 되뇌었다. 대선필승론의 대표 사례는 1987년 DJ의 4자필승론이다. 노태우 후보와 YS가 영남표를 갈라먹을 때 호남표를 지키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봤다. 사실 4자필승론은 DJ만 의존한 게 아니다. 노태우 후보측은 막강한 정보력으로 전국의 표를 한표한표 세다시피 했다. 양김씨가 동시출마하면 당선된다는 확신을 갖고 직선제를 수용한 것이다.YS도 마찬가지. 부산·경남의 열렬한 지지에 도취해 4자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97년 대선부터는 네거티브가 강해지면서 필패론이 많아졌다. 이인제씨가 신한국당을 뛰쳐나간 명분이 ‘이회창 필패론’이었다.2002년 대선에서는 역으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필패론’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를 따냈다. 올해 대선은 그야말로 필승론과 필패론의 홍수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필패론’을 제기하자 이 후보는 ‘이명박 필승론’으로 맞받고 있다. 군소후보가 난립한 범여권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2%를 갖고도 필승론의 외침이 우렁차다. 필승론과 필패론은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적당한 선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자기최면에 걸리는 게 문제다. 내가 아니면 안 되고, 상대 후보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발만 물러서면 정치전문가가 아니라도 보이는 것이 콩깍지가 살짝 덮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안 될 후보는 아무리 필승론을 주장해도 안 된다. 한방에 갈 후보는 필패론으로 헐뜯지 않아도 간다. 변수가 많은 미래를 놓고 ‘반드시 필(必)’자에 집착해 대선판을 살벌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히잡의 부활/구본영 논설위원

    이슬람 문화권에선 여성들이 종교적 전통에 따라 외출시 베일(쓰개)을 두른다. 같은 이슬람권이라 하더라도 나라별 종교·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그 복식도 천차만별이다. 시리아나 터키에서는 얼굴을 드러낸 머릿수건인 히잡(hijab)이 보편적이다. 이보다 얼굴을 더 많이 가리는 게 파키스탄에서 쓰는 니캅이나, 이란 여성들이 쓰는 차도르다. 탈레반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가 강한 아프가니스탄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는 부르카를 착용한다. 엊그제 끝난 터키 총선에서 친이슬람 성향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이번 총선은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공존’을 내세우는 세력과, 종교의 정치개입 반대를 고수하려는 신정(神政)분리 세력간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강력히 반대하는 세속주의 야당의 참패였다.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의외로 커 보인다.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종교를 국가 경영 원리에서 배제하는 ‘세속화 정책’이 건국 이래 터키의 기조였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은 정치에서 이슬람을 몰아내기 위해 ‘샤리아’법(종교관습법)을 철폐하고 신헌법을 공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고 학교나 관공서에서 히잡을 불법화했다. 터키의 현대화를 이룩한 케말은 아타튀르크(터키의 국부)로 불릴 정도로 카리스마가 여전하다고 한다. 반면 그가 메스를 댄 이슬람 전통에 대한 대수술은 ‘미완의 실험’에 그친 인상이다. 상당수 터키 여대생들이 금지구역인 교정을 나서자마자 히잡을 다시 두른다고 하지 않는가. 히잡 착용을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보는 서구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히잡도 전통문화라는 터키 국민의 이중적 심리를 읽었기에 집권당의 총선 연승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는 별개로 히잡의 ‘화려한 부활’은 유럽 정치 기상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터키의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에 미칠 영향이 관전 포인트다. 프랑스가 학교내에서 히잡 착용을 불법화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존 회원국들이 EU의 정책에 이슬람 색채가 강해지는 것을 내심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여성 행복도시/육철수 논설위원

    2005년 4월 영국 런던에 등장한 여성전용 택시 ‘핑크 레이디스’는 밤길 귀가 여성들의 불안을 없애고 성범죄를 차단한 공로가 크다. 당시 한달에 10여건씩 여성승객이 남성운전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어느 운송업자는 여성이 운전하는 여성전용 택시를 사업 묘안으로 내놓았다. 결과는 체인을 운영해야 할 만큼 대성공이었다. 지금은 1만명이 넘는 여성회원이 애용하고 있다. 이 택시는 외관과 내부가 핑크색이어서 ‘핑크 레이디스’로 불린다. 남성승객은 절대사절이다. 신혼부부라도 신랑은 못 탄다. 다만 여성과 함께 타는 12세 미만 남자 어린이는 예외다. 모스크바의 ‘핑크택시’나 두바이의 ‘레이디스 택시’도 비슷한 취지로 생긴 여성전용 택시다. 오는 9월부터는 서울에도 이런 택시가 등장할 모양이다.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하는 심야콜택시다. 운전자는 물론 여성이다.24시간 이어지는 생활환경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심야시간대의 방범은 아무래도 취약하다. 여성들의 밤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가 원망스럽지만, 여성전용 택시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서울시가 2010년까지 726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여행(女幸)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자잘한 불편·불안을 덜어주어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점이 돋보인다. 여성한테 의존하다시피 한 보육에 대해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여성친화적 도시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실 남성에게는 별로 불편하지 않아도 여성에겐 큰 불편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돌로 듬성듬성 만든 도심 보도블록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파가 몰리는 곳의 여성용 화장실은 한참 줄을 서야 차례가 돌아온다. 부부가 자녀양육을 함께 맡는다지만, 잔손을 많이 움직이는 쪽은 엄마다. 엄마 몫이기 십상인 학교 급식당번도 여간 귀찮지 않다. 남녀평등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의 이런 작은 짐들을 덜어주는 게 훨씬 실속있을 것이다. 행복은 작은 배려와 관심에서 시작되는 법이다.4년 후 ‘여성이 행복한 서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Mr. 쓴소리의 출마/이목희 논설위원

    조순형 의원이 그제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누구도 하기 힘든 얘기를 했다.“50년 전통 민주당의 정체성과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 위해 결심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시기는 1981년. 그럼에도 그는 이승만 정권 때 정통야당인 민주당을 거론할 자격은 있다. 당시 민주당의 거목 유석 조병옥 박사가 조 의원의 부친이기 때문이다. 조 의원이 지적한 ‘50년 정통성’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겨냥한 느낌을 준다.‘잃어버린 5년’은 친노(親盧) 세력과 함께 할 수 없음을 말한다. 조병옥 박사는 옛 민주당 구파를 이끌었다.DJ는 민주당 신파의 막내였다. 정통 민주당의 맥을 흔들며 굴곡의 역정을 보낸 DJ는 이제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조 의원이 쓴소리를 던진 셈이다. 전후 맥락을 간파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조 의원 견제에 나섰다. 정세균 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는 “4·19혁명 후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 정권이 신·구파로 갈려 다투는 바람에 5·16쿠데타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에게 범여권 대통합을 훼방놓는,‘적전(敵前) 분열주의자’가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조 의원측 관계자는 “신·구파를 떠나 잡탕식 헤쳐모여가 옛 민주당의 정통성을 잇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의 형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은 생전에 풍류를 즐겼다. 조 전 부의장은 특히 DJ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으며 말년을 술로 보내기도 했다. 형과 달리 모범생인 조 의원이 통합민주당 독자경선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범여권 대통합을 역설하는 DJ와 다시 대척점에 섰다. 민주당 구파에 속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미 ‘이명박 지지’를 표명해 구파의 맥을 이은 조 의원을 지원하기 힘들게 됐다. 조 의원은 통합민주당의 몇몇 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개인 이미지로 고군분투해야 할 처지다. 조 의원은 대담한 쓴소리로 인상이 강하고 날카로워 보인다. 하지만 눈물 많고 여리며, 상처 잘 받는 내성적 성격이라고 지인들은 전한다. 그런 조 의원이 막강한 배경을 가진 전·현직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 같아 흥미롭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해외 선교/함혜리 논설위원

    기독교 교인들의 선교에 대한 사명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로 압축된다. 온 세상 한 곳도 놓치지 말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라는 뜻인데 ‘땅끝’은 과연 어디일까? 19세기 말에는 아마도 고집스럽게 닫혀 있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서양 선교사들에게 땅끝이었던 것 같다. 대원군은 병인년(1866년) 정초부터 천주교 탄압을 본격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에 와 있던 프랑스인 선교사 12명 중 9명이 처형됐다. 병인양요는 이에 대한 프랑스 인도차이나함대의 보복공격이었다. 신미양요는 미국이 1866년의 제너럴셔먼호(號) 사건에 대한 응징과 조선과의 통상관계 수립을 목적으로 1871년 조선을 무력 침략한 사건이다. 제너럴 셔먼호에는 한국 개신교사에서 ‘첫 순교자’로 기록하고 있는 영국인 토머스 선교사가 통역관으로 승선하고 있었다.1882년 한·미 수호조약 체결 이후 미국의 각 교단이 선교사 파견을 본격화했는데 이들은 의료와 교육을 비롯해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소개해 조선의 근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은 땅끝을 찾아 선교를 떠나는 입장으로 변했다. 한국 개신교도의 해외 선교는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성장과 해외 여행 자유화, 국내 선교의 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200여 국가에 1만 6000여명의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4만 6000명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숫자다. 국외 선교는 1만 1000개에 이르는 미전도 종족지역에 집중된다. 이슬람권 4000, 힌두권 2000, 불교권 1000 등으로 인구는 24억명에 이른다. 많은 선교사들은 이슬람권과 유대인 지역의 복음화야말로 진정한 ‘땅끝’이라고 믿는다. 전쟁과 테러가 계속되는 위험지역이다. 특히 이슬람권은 한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이 지역에 파병하면서부터 한국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게 돼 환경이 더욱 나빠졌다. 이번에 분당샘물교회 신자들이 피랍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거점 지역으로 극도로 위험한 지역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선교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어려운 봉사일수록 더욱 큰 보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이 다는 아니다. 위험을 불사하는 무모한 선교방식은 이제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뉴 프런티어십 /구본영 논설위원

    “호밀밭에서 노는 꼬마들을 지켜보다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이들을 붙잡아 주고 싶어.” 네번째 고교에서도 퇴학당한 뒤 가출을 결심한 주인공 홀든은 여동생 피비가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뭐냐.”고 추궁하자 그렇게 대답했다.1951년에 출간된 제롬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지막 대목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방황의 끝자락에서 순수한 꿈을 확인하지만,1950년대는 미국 젊은이들의 방황이 본격화한 연대였다.2차대전 승리 이후 10여년 지나면서 미국사회가 속물적 매너리즘에 빠져든 탓이었다. 이처럼 개척해야 할 서부와 같은 변경(frontier)이 더이상 없는 미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구호가 있다.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 후보가 내건 ‘뉴 프런티어십’이었다. 케네디는 집권후 달에 인간을 보낸다는 우주개발계획으로 그같은 비전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을 전담할 가칭 ‘대한민국 우주청’ 설립이 검토될 것이란 소식이다.20일 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우주개발진흥전략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방안이다. 과기부의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실행방안에 반영될 경우 미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주개발처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미래를 향한 도전에 나설 젊은이들로 넘쳐나는가.19일 통계청의 ‘2007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정반대의 답이 나온다. 청년층(15∼29세) 취업준비생 거의 2명 중 1명꼴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공직사회에도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선 합리적 선택일 수 있는, 공직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다져진 안전한 땅만을 골라 딛겠다는 세태는 우려스럽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감안해야 할 때다. 결론은 역시 정치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우리의 대선주자들이 상대의 약점을 물고늘어지는 ‘드잡이 정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국민, 특히 젊은이들을 신바람나게 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이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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