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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언어의 생로병사/구본영 논설위원

    몇년전 중국 현장 취재 때 만주족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그녀는 한족보다 한국인과 더 닮아 보여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녀가 만주어를 단 한마디도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만주족은 이제 중국의 소수민족이지만, 역사상 강성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 한때 중원을 장악해 대제국인 청(淸)을 건설하지 않았는가. 그때만 해도 만주어는 국제어였다. 하지만 청이 멸망한 지 100년도 안 된 지금 만주어를 능숙하게 쓰는 인구는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아직 혈통상의 만주족은 중국 전역에 1000만명 정도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말갈·여진 등으로 불리며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무대로 우리와 은원이 얽힌 민족이었다. 아오지나 주을 등 만주어에서 유래한 함경도 지명이 그런 흔적이다. 만주어가 절명 직전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단계라면 만주족의 운명도 풍전등화일 게다. 언어엔 종족의 문화뿐만 아니라 온갖 생존의 지혜가 녹아있다는 점에서다. 사라져 가는 언어가 만주어뿐이랴. 최근 외신이 전하는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100년 안에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 언어 7000여개 중 2주에 한개꼴로 사멸한다는 것이다.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는 대부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엊그제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생성돼 진화하거나 소멸된다고 한다. 스팽글리시(영어+스페인어)처럼 지역에 따라 새로운 방언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사멸하는 언어가 더 많다는 게 문제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영어 등 유력 언어의 패권이 강해진 게 주원인이다. 세계화의 거친 물결과 영어 패권주의의 드센 바람 앞에서 한국어가 꿋꿋이 버티는 것만도 대견한데 특허 분야의 공용어로 공인받았다니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근대화와 산업화에 뒤졌지만, 정보화에선 한발 앞서 나간 결과일 게다.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국어를 더 갈고 다듬어야 할 때인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죽산 조봉암/이목희 논설위원

    죽산 조봉암에게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투옥된 그는 재소자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다. 이름 모를 새가 날아오면 조봉암은 자신의 콩밥을 나줘주곤 했다. 이듬해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에도 오랫동안 재소자들은 ‘조봉암 새’에게 밥을 던져주며 죽산을 기렸다고 한다. 진보당 간사장을 지냈던 윤길중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나는 ‘털이 난 보수’인데 죽산 선생을 좋아해 따랐을 뿐이오.” ‘사법살인’으로 정적(政敵) 조봉암을 제거한 이승만도 한때 죽산을 높이 평가했다. 제헌국회를 주재하다가 조봉암이 어찌나 똑부러지게 발언을 하던지 사회석에서 뛰어 내려왔다. 이승만은 조봉암의 등을 두드리며 “베리 굿”을 외쳤다. 공산주의 경력의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이승만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죽산은 유흥 문화에서도 세련된 편이었다. 일류 기생집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육자배기를 뽑으며 파티를 벌이곤 했다. 한편에서 귀족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혁신 정객이라고 풍류를 즐기지 말란 법은 없다. 조봉암의 진보당이 내걸었던 공약 역시 시대를 앞서갔다.1956년 대통령선거. 죽산의 평화통일론과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이 맞붙었다. 미국·소련과 균형있는 외교관계, 생산·분배의 합리적 통제로 민족자본 육성, 교육체계 혁신…. 지금 보면 죽산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죽산은 200만표 이상 득표, 영구집권을 노리던 이승만에게 위협을 가했다. 인간적인 매력, 사회주의자이면서 공산독재를 배격한 선견지명. 여러 장점에도 불구, 죽산의 실책은 있었다. 동암 서상일로 대표되는 보수 출신의 혁신파와 결별한 일이다.“죽산이 동암의 갓을 썼더라면 이승만이 진보당 사건의 꼬투리를 잡지 못했을 텐데….”라고 한탄하는 이가 꽤 있다. 헌정사상 ‘사법살인’ 첫 희생자로 꼽히는 조봉암이 48년만에 간첩혐의를 벗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죽산의 명예회복 조치를 취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도록 권고했다. 재심 판결, 독립유공자 인정 등 개인적 명예회복을 넘어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새겨야 할 사건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악마의 방문/이목희 논설위원

    1983년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지극히 비외교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맹렬히 비판한 것이다. 배우 출신인 레이건이 영화 ‘스타워스’에서 ‘악의 제국’ 힌트를 얻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어쨌든 전통외교 관점에서 보면 전쟁선포나 다름없는 용어 구사였다. 90년대에 집권한 클린턴은 용어를 순화시켰다. 북한·이란 등의 나라를 ‘불량국가’로 불렀다. 그나마 관계가 조금 좋아진다 싶으면 ‘우려 대상국’이라는 더 점잖은 외교용어를 개발했다.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에 주목했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몰아붙여 끝내 붕괴시키지 않았는가. 부시는 지구촌의 몇몇 독재국가와 그 지도자를 지목하며 악의 축, 야만국가, 폭군, 피그미 등 온갖 험담을 퍼부었다. 일부 미국 언론 역시 부시를 따랐다. 며칠전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자 ‘악마가 왔다’고 대서특필했다. 아마디네자드의 강연을 허락했던 컬럼비아대는 화들짝 놀랐다.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은 강연에 앞서 아마디네자드를 심하게 깎아내림으로써 비판의 예봉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부시와 미 언론이 간과한 것이 있다. 레이건은 공산독재체제를 ‘악’으로 봤으나,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를 ‘악마’로 몰아붙이진 않았다. 고르바초프와 다섯차례나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 해체의 업적을 이뤄냈다. 레이건은 원칙주의자인 동시에 실용주의자였던 것이다. 거대제국 소련에 비하면 어린아이 손목비틀기 대상처럼 보이는 나라들을 놓고 지금 미 지도부가 극단적 용어를 쏟아내며 흥분하는 것과는 달랐다. 부시의 과잉 외교어법은 부작용을 불렀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훌륭한 캐치프레이즈에도 불구, 국제사회의 지지는 별로였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땅에서 부시를 ‘악마’라고 조롱했다. 올 유엔 총회에서도 몇몇 정상들이 거리낌없이 부시와 미국을 비난했다. 부메랑을 맞으며 부시의 국내 인기 역시 최저점을 향하고 있다. 비스마르크와 처칠은 “전쟁선포 때도 공손의 법칙은 유효하다.”고 정중한 외교어법을 강조했다. 전통외교의 지혜를 돌아볼 시점이 된 듯싶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추석 뒤끝/이용원 수석논설위원

    ‘놀토(노는 토요일)’와 일요일이 연결돼 여느 때보다 길었던 한가위 연휴가 끝났다. 이번 연휴에도 많은 이들이 가족·친지들을 만나 피붙이 사이의 살가운 정을 다시 한번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햇살이 밝으면 그늘 또한 깊은 법. 이번 명절,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드는 사이에 남몰래 힘들어하며 눈물 짓는 식구는 없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금 되돌아볼 일이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두고 각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 있었다. 주부들이 명절 때 식구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과 듣기 싫어하는 말 등이 그것이다. 여성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인 아줌마닷컴이 여성회원 15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이 조사에서, 주부가 시어머니한테서 가장 듣고 싶어한 말은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어서 친정 가야지.”였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더 있다 가라.”였고. 또 남편에게서 듣고픈 말은 “고생 많았어.”“내가 도와줄게.”였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명절 내내 시댁에 있자.”“밥 차려줘.”등이었다. 이번 연휴에 내가 한 일, 한 말은 적절했을까 각자 생각해 보자. 내가 나이 지긋한 어머니라면 내게는 며느리도, 시집간 딸도 있을 터이다. 혹시 시집간 딸을 친정에 빨리 보내주지 않는다고 사돈댁을 원망하면서 나 자신은 며느리에게 어서 친정에 가라고 권하는 데 무심하지나 않았는지. 또 내가 남편이라면 나 자신 부모집에 오래, 편하게 있는 걸 당연시하면서 아내가 그 부모집(친정)에 가고 싶어하는 건 애써 외면하지나 않았는지. 가족이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잘 대해주는 사람 같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가족이란 꾸준한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지 않으면 도리어 누구보다 상처 주기 쉬운 상대이다. 이번 추석에 며느리·아내를 힘들게 했다면 돌아오는 설부터는 그 짐을 덜어주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어차피 명절을 치르노라면 가장 힘든 사람은 가정주부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기혼여성의 96.1%가 ‘명절 스트레스’를 앓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족 중 누군가가 힘들어하는데 다른 식구들은 즐거울 수 있겠는가.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 역시 가족의 몫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씨줄날줄] 겐다이 코리아/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의 ‘겐다이(現代) 코리아’라는 잡지가 재정난 끝에 11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 한반도 관계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고 읽는 팸플릿 같은 조그만 잡지다.1961년 ‘조선연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재일 동포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다가 84년 지금의 제호로 변경한 뒤로는 한반도 전문지가 됐다. 잘나가던 시절 1300부까지 냈던 이 잡지는 지금은 600부 정도까지 발행부수가 떨어졌다고 한다. 극렬 반북 성향인 겐다이 코리아의 폐간은 절묘하게도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과 겹친다. 전 편집장인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 대학 교수는 아베 정권에서 북한 정책 브레인으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잡지를 발행하는 사토 가즈미 겐다이코리아 연구소장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구하는 모임)의 회장이다.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고 강경노선을 취해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잡지의 주장은 곧 아베 정권의 대북 정책이기도 했다. 이 잡지는 96년 10월호에 요코타 메구미의 피랍 사실을 신문·방송을 제치고 처음 보도했다. 열세살 소녀가 일본 해안에서 납치된 사실만을 보도했으나 그 뒤에 신원이 밝혀져 일본에서 납치피해자 가족모임을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특종을 낸 사람이 지금 아사히방송 보도국 차장인 이시다카 겐지다. 그해 아사히신문사에서 ‘김정일의 납치지령’이란 책을 출간한 것이 인연이 되어 겐다이 코리아에 원고를 쓰게 됐다고 한다. 이시다카는 “아베 정권이 대북 강경책을 고집했지만 지난 1년간 납치해결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납치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강경 일변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잡지를 폐간한다고 하니 유감스럽기도 하고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과 겐다이 코리아의 동시 퇴장은 전환점에 선 일본의 대북 정책 현주소를 상징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발행인인 사토가 “납치문제를 통해 한반도 문제가 알려져 역사적인 역할을 끝냈다.”고 했듯이 말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손학규의 길/구본영 논설위원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예비후보는 한때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가장 인기있는 대선주자였다. 적어도 한나라당 탈당 전까지는 그랬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그와의 스킨십 과정에서 올곧은 성품에다 개혁 마인드까지 감지됐기 때문이었을 게다. 이런 선입견 탓이었을까. 올해 초까지도 그가 탈당을 감행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오죽했으면 정치적 후각만큼은 남다르다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조차 올해 초 버시바우 미 대사가 손 후보의 탈당 가능성을 묻자 “절대 그런 일 없을 것(No,definitely.)”이라고 대답했겠는가. 한나라당에서 범여권 주자로 말을 갈아탄 손 후보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 ‘손학규 대세론’이 좌절되면서다. 그는 제주·울산, 강원·충북 등 초반 4개 지역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조직표에 밀려 한참 뒤진 2위에 그쳤다. 심지어 울산에서는 4위였다. 범여권 합류 당시만 해도 다른 주자들이 ‘(한나라당에서 여권을 접수하기 위해 온)트로이의 목마’라고 경계할 정도였으니, 격세지감이다. 여론조사상 범여권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손 후보로선 어찌 허망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인지 그는 그제 예정된 TV토론까지 거부하며 ‘잠적 모드’에 들어갔다. 개신교 신자인 그는 어제 오전 절두산의 가톨릭 순교지를 찾으면서 비장함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 3월 한나라당 탈당 직전에는 강원도의 산사를 찾았었다. 이제 그에겐 3갈래 정도 선택지가 남아 있다. 추석 연휴 이후 광주 경선서부터 역전승을 노리며 완주하거나, 탈당, 아니면 다른 주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 잔류 등이다. 그가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하지만, 이처럼 고단한 처지로 내몰린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듯싶다.‘박스떼기’니 ‘버스떼기’니하는, 온갖 잡음을 빚어온 부실한 경선 룰만 탓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빈약한 대세론에 안주해 범여권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의 다음 선택이야말로 그의 정치 생명을 갉아먹는 최악의 악수가 될 것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은닉자산 찾기 사업/육철수 논설위원

    돈의 팔자도 사람의 운명만큼이나 기구하다. 누가 갖고 있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팔자가 천차만별이어서다. 돈이 처음 생길 때부터 검거나 흰 게 따로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깨끗한 돈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검은 돈은 나라를 거덜내기 다반사니 돈도 주인을 잘 만나야 가치있는 법이다. 세계은행과 유엔이 며칠 전 ‘은닉자산회복 이니셔티브(StAR)’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의 부패한 독재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을 찾아내서 해당 국가의 빈곤퇴치와 사회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이른바 돈의 팔자를 바꿔주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마침 검은 돈의 비밀계좌가 많은 스위스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실 스위스의 은행과 은행원들은 고객의 비밀보호를 위해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다.1930년대 독일의 나치정권이 유대인들의 재산 몰수를 위해 본국과 주변국의 은행들을 샅샅이 뒤졌는데, 스위스의 은행들만 계좌확인을 거부했다.1982년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스위스 은행원의 일화도 유명하다. 은행원 2명이 당시 로마에서 해외예금 유치활동을 벌이다가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한 명은 비밀계좌 예금주의 신원을 밝힌 덕분에 풀려났으나, 다른 한 명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가 감옥에 갔다. 그러나 석방된 은행원은 스위스에 돌아가 국내법에 의해 벌금형을 받았고, 복역 후 귀국한 은행원은 영웅대접과 함께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국경을 넘어 신뢰를 쌓은 스위스 은행들에 세계 도처에서 단골고객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검은 돈의 유입인데, 이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스위스가 1998년 ‘돈세탁 방지법’을 제정해 검은 돈의 차단막을 강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법이 생길 무렵에 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독재자 트라오레가 예치했던 390만달러,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돈 7억달러를 각각 그 나라 정부에 반환했다. 스위스 은행들이 독재자와 범죄자들의 검은 돈을 골라내는 데 이렇게 적극적이니, 돈의 진짜 주인을 찾아주는 StAR 프로그램의 성공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빛 바랜 평양선언/황성기 논설위원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교 관계를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191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다. 한국보다 3개국 많다. 유엔 정회원 192개국 중 북한 단 한 나라와 국교가 없을 뿐이다. 일본의 유일한 비수교국 북한은 올 들어 전방위 외교에 나서 국교수립 국가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인구 62만명의 마케도니아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유엔 정회원국의 81.8%에 해당하는 157개국과 수교한 상태다. 납치와 북핵 문제만 없었다면 북한과 일본은 관계정상화를 이뤄냈을지도 모른다.2002년 9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직전까지는 적어도 그런 기대가 컸다. 평양에서건 도쿄에서건 경협자금 규모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빴다.100억달러설도 나왔다. 그러나 북측의 일본인 납치 시인, 일부 피랍자 사망 확인에 이어 2차 북핵 위기가 겹치면서 양국 관계는 빙하기로 접어든다. 일본은 역대 정권마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공을 들였다.1990년 가이후 내각 시절 정계의 실력자 가네마루 신이 자민·사회당 대표단을 꾸려 방북했다. 이듬해부터 정식으로 수교회담이 시작됐다.‘일·중 국교회복 추진 의원연맹’을 결성한 2년 뒤인 72년 중국과 일본이 전격적으로 수교한 것과 비교하면 북·일 관계의 진전은 유례없이 더디다. 북·일 수교를 역사에 기록하고 싶었던 고이즈미 총리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평양선언을 남겼다. 선언은 수교, 경협, 미사일발사 유보, 납치문제 해결 등을 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실천된 게 없어 빛바랜 선언이 됐지만 관계 정상화에 이르는 최상의 로드맵인 것은 분명하다. “납치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도 없다.”는 아베의 퇴진으로 강경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후임 총리로 유력시되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평양선언을 전후로 다나카 히토시 당시 외무성 아주국장과 대북 대화노선을 견지한 인물이다. 북한이 평양선언 5주년인 그제 관영매체를 통해 선언의 이행을 촉구했다.‘차기’에 거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유엔의 전 회원국과 국교를 수립한 명예를 차지하는 일쯤은 일본에 선뜻 양보하고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후쿠다 야스오/황성기 논설위원

    ‘포스트 아베’의 최유력자인 후쿠다 야스오(71) 전 관방장관은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을 지냈다.1289일간이었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의 ‘입’으로 때로는 싸늘한 표정을, 때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기자들의 예리한 질문을 피해가는 여유있는 모습이 여느 관방장관과 달랐다. 촌철살인의 유머를 잃지 않아 국민들에게 인기도 있었다. 관방장관 역대 1위를 기록한 날 기자들이 “모리 내각시절 스스로를 ‘변명 장관’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비밀주의 장관’”이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한 뒤 “‘그늘 외무대신’‘그늘 방위청장관’이라는 여러 이름이 있네요. 뭐, 어차피 그늘이니까.”라며 좌중을 웃겼다. 고이즈미 총리를 그늘에서 보좌하며 조용히 대망을 키우던 후쿠다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이 있었던 2002년 ‘9·17’ 이후 부하인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에게 추월 당하기 시작했다. 대북 강경노선을 취한 매파 아베의 질주를 비둘기파 후쿠다가 당해내긴 힘들었다. 지난해 고이즈미가 권좌에서 내려온 뒤 치러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그는 세불리를 직감하고 출마를 포기한다. 아베 총리의 중도하차를 예견했을 리는 없지만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던 그가 은인자중하다 대세론을 업고 보란 듯 달리는 모습은 변화무쌍한 정치의 오묘함을 맛보게 한다. 또래의 정치인답지 않게 비교적 늦은 1990년 중의원에 첫 당선됐다. 기자들이 “아버지 덕분에 당선되셨네요.”라고 하자 “그 노인네랑 비교하지 말라.”고 조크를 날렸다. 그의 이런 유머감각은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1905∼1995) 전 총리 대물림이다. 아버지 후쿠다는 ‘일본 경제 전치 3년’,‘시계 제로’ 등 재미난 유행어를 많이 남겼다. 후쿠다의 외교 노선은 아시아를 중시하는 아버지 ‘후쿠다 독트린’을 계승한 것이다. 그가 속한 파벌 ‘마치무라 파’는 전신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가 회장을 지낸 ‘후쿠다 파’였다. 오는 23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그가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헌정사상 최초의 부자 총리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희망과 안심의 나라 만들기’슬로건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확장외교/이목희 논설위원

    “이제 휴대폰이 없으면 외교도 못하겠어요.” 외교부 관리가 국제협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속도를 얘기했다. 대사관을 통해 논의를 진척시키기엔 모든 분야의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차분히 전화해도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국 주요 인사와 통화하면서 현안을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휴대폰과 이메일 외교’ 시대를 맞아 상주공관의 효용성은 떨어졌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최병구 노르웨이 대사는 ‘외교 이야기’란 저서에서 영국의 베테랑 외교관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예를 들고 있다.200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내심 민주당 고어 후보의 당선을 바랐다. 공화당 부시가 승리하자 블레어는 걱정이 컸다. 그때 미국 주재 영국대사 크리스토퍼가 나섰다.“염려 마시라, 부시는 내 손 안에 있소이다.” 크리스토퍼는 영국 정부가 민주당과 가까운 게 불안했다. 공화당의 ‘인물’로 부시를 지목하고, 출마선언 훨씬 전부터 공을 들였다. 텍사스로 부시를 찾아가기도 했고 측근인 라이스·울포위츠와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부시가 집권한 뒤 부시·블레어 관계를 단번에 ‘최우호’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그 스스로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사가 됐다. 본부에서 오는 전문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재외공관은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다. 휴대폰 통화나 일년에 몇 번 만나서는 만들지 못하는 인간관계를 현지에서 구축하는 일이 공관의 주요 임무가 되어야 한다. 내년에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고, 일본 역시 아베 총리 사임으로 최고지도자가 바뀐다.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인맥을 찾는 데 공관이 앞장서야 한다. 전통 외교는 상대국 외교부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속도의 시대에 재외공관의 확장외교가 필요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아래위로 활동 폭을 넓혀야 한다. 크리스토퍼 대사의 사례가 위로의 확장을 대표한다. 아래로의 확장은 ‘공공외교’의 전개다. 현지 일반인들과 대화·접촉 기회를 늘려 한국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다. 웹채팅, 강연, 워크숍, 바자회 등 수단은 다양하다. 우리 외교관들의 분발을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인공 태양/ 육철수 논설위원

    최근 한국에도 우주인이 탄생해 나라가 떠들썩했다. 고산(31·한국항공우주연구원)씨가 3만 6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그는 내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를 타고 지구 상공 35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서 1주일 동안 각종 과학실험을 하고 돌아온다. 한국인 중 처음으로 지구를 며칠 벗어나는 행운을 안은 것만으로 그는 영웅이 됐다. 그러나 고산씨를 그리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65억명은 따지고 보면 모두 우주인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자체를 ‘고속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는 1초에 460m 속도(적도 기준)로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 빙글빙글 돌면서 초속 30㎞로 달려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 돈다. 그러니 인류는 지구라는 고속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공간은 진공상태이고 인간은 지구의 중력을 안전벨트 삼아 주변의 대기와 함께 달려가고 있어서란다. 그래도 ‘에너지 보물’이 무궁무진 쌓였다는 지구 바깥 세상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선진국들이 거금을 마다하지 않고 달과 화성·목성에 우주선을 보내 연구하는 것은 그만한 이익이 남아서일 것이다. 지구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태양을 만들려는 욕망도 그 연장선이다. 물론 표면 온도가 1500만℃로 지글지글 끓고, 초당 6억t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태양을 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태양은 빛의 속도로 8분이면 닿는 거리지만, 수소폭탄이 펑펑 터져 어떤 우주선도 근접할 수 없는 곳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독자기술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완공했다. 태양이 빛과 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그대로 응용한 것이어서 ‘인공태양’이라 일컬을 만하다. 세계에서 6번째 개발국이라니 우리 과학자들의 노력이 대견하다. 잘 발전시키면 2035년쯤 상용화할 수 있단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고갈을 걱정하던 차에 새 에너지원이 생긴다니 다행이다. 우주시대의 편승으로 우리도 에너지 빈국의 설움을 털어낼 날이 머잖은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신정아를 위한 변명/우득정 논설위원

    이혼 후 독신주의 고수를 선언했던 토마스는 어느날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테레사에게 빠져든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점점 더 테레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소련군 탱크가 프라하 광장을 에워싼 1968년 가을 토마스는 테레사와 함께 취리히로 거처를 옮긴다. 하지만 6개월 후 테레사는 편지 한 통만 남겨둔 채 프라하로 돌아가버린다. 마침내 테레사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며 환호성을 올렸던 토마스는 1주일도 못가 테레사를 찾아 프라하로 간다. 토마스는 테레사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필연’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테레사는 ‘그날’ ‘그 자리’에서 토마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토마스의 친구인 Z가 자신의 연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토마스는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걸었던 ‘필연’이 사실은 ‘우연’이었음을 깨닫는다(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신정아 사건으로 온나라가 난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떠받들다가 한순간 돌팔매질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집단 히스테리다. 예일대 박사출신의 젊은 여성 큐레이터와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눴노라며 떠벌렸던 인사들은 새벽 닭이 울기도 전에 부인하기에 정신이 없다. 시샘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신씨를 바라봤던 또 한 부류의 인간들은 신씨의 출세가도가 필연이 아니라 허위학력에 ‘성 상납’까지 가세한 저급 사기극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쩌면 학위위조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같이 단정했는지도 모른다. 비로소 사회정의가 바로 섰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지만 아직도 큐레이터로서의 능력과 열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남들이 10시간 일하는 동안 20시간 이상 일했다.”는 신씨의 항변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등 수많은 우연을 필연으로 엮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것으로 상상된다. 그래서 마침내 ‘먹물’들의 속물 근성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씨 사건의 가해자는 신씨가 아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우쭐대는 우리 사회의 위선적인 풍토가 유죄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대 테러전의 역설/구본영 논설위원

    2001년 9월11일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처음 본토 공격을 받은 날이다.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시장과 안보의 상징인,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에 대한 자살 테러를 감행하자 미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부시 행정부는 ‘대 테러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대 테러전 6년째인 미국이 더 안전해졌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미 여론조사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엊그제 조사에서도 91%의 미국인이 미 영토 내에서 9·11과 같은 테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바티칸 정도 면적의 요새 같은 새 미국대사관이 건설 중이다. 새로운 테러공격을 우려해 펜타곤도 리노베이션 중이라고 한다. 화학·생물학·방사능 등 여하한 공격도 막아내도록 보안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5년째 대 테러전을 벌였지만, 세계 곳곳에 철옹성을 구축해 새로운 테러를 막아야 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꼴이다. 2차대전 후 미 군사전략의 기본 개념은 억지전략(Strategy of deterrence)이었다. 이는 압도적 무력으로 가상적국이 감히 공격할 엄두도 못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뒷골목에서도 월등한 힘의 조폭에게는 뭇 조무래기들이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그러나 억지전략의 한계는 상대가 합리적일 때만 통한다는 것이다. 미치광이나 목숨을 걸겠다는 자에겐 큰 주먹의 위풍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슬링 영웅 역도산이 피라미 같은 야쿠자에게 목숨을 잃었듯이 말이다. 미국이 알 카에다의 자살 공격을 계기로 선제공격전략(Strategy of preemption)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테러의 온상’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침공했지만 아직 이라크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예방전쟁을 맹신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만 주력했을 뿐 다수 이라크인의 마음을 사는 데 소홀히 한 결과일 것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비극인 셈이다. 뉴욕의 WTC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프리덤타워로 거듭나듯이 미국의 대 테러전 개념도 제로 베이스에서 재정립해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연서(戀書)/육철수 논설위원

    지난 2000년, 로비스트 린다 김은 정부 고위층과의 연서(戀書) 파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린다 김은 신무기 도입 계획인 백두·금강사업에 관여하면서 이양호 전 국방장관, 금진호 전 의원 등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었다. 훗날 그가 쓴 고백 자서전‘코코펠리는 쓸쓸하다’에는 고위층과 주고 받은 편지에 대한 해명이 한 대목 들어 있다. 린다 김은 사업상 여행을 자주 하면서 비행기에서, 호텔에서 냅킨이나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편지를 쓰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장관, 금 의원과 교신한 편지는 살아가면서 드물게 만나는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의 표현으로 마음에 와닿는 말들을 주고 받았을 뿐,‘연서’라는 항간의 소문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했다. 린다 김은 이 장관한테 아버지 같은 온화함을 느꼈고, 금 의원에 대해서는 ‘참다운 신사’라면서 여자와 남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 사람이라고 썼다.“산타바바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 한 추억을 음미하며….”란 구절이 들어 있는 편지는 금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것인데, 이게 공연히 ‘연서’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린다 김은 해명의 글 맨앞에 “인간의 영혼을 교합하는 것은 키스보다는 편지다.”라는 영국 시인 존 돈의 말을 옮겨 놓았다. 아마 고위층과 편지를 통한 정신적 교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서로 한점 연애감정이 없고서야 어떻게 그런 편지들이 오갈 수 있었을까. 학위 위조로 말썽이 난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100통이 넘는 연서가 이메일로 오고간 사실이 드러났다. 요는 이 편지가 둘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알 수 있는 단서이고, 신씨의 교수임용에 권력이 개입했다는 예비증거라는 점이다. 검찰에서는 “린다 김의 연서보다 더 강렬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온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주고 받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다만 변씨가 연애감정에 취해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면 안타깝다. 사랑을 감추려다 30년 공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고, 정부와 대통령을 망신시켰다. 변씨와 신씨에겐 지워도 없어지지 않은 그 놈의 연서가 두고두고 원망스러울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윈프리 효과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인 ‘오프라윈프리 쇼’를 진행하는 유명 연예인이자 잡지, 케이블TV, 인터넷까지 거느린 하포(Harpo)사의 회장으로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 오프라 윈프리(53). 그녀의 성공은 불우한 과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발한다. 미시시피강 근처의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윈프리는 9살때 사촌에게 강간 당하고,14살때 미혼모가 된다.20대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감옥에 드나들었고 그러는 사이 몸은 100㎏으로 불어나 있었다. 한가지만 닥쳐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들을 한꺼번에 경험해야 했던 윈프리는 자신을 응원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 속에 흐트러진 인생을 정리하고 새롭게 태어난다. 솔직함과 따뜻함을 무기로 ‘토크쇼의 여왕’이 된 그녀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꼽힌다. 그녀의 영향력은 최근 그녀가 펼치고 있는 독서운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미국을 또 다시 책읽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그녀는 방송에서 ‘오프라의 북클럽’을 진행하면서 좋은 책을 추천하고 있다. 자칫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 뻔한 그녀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책읽기였다고 한다.“독서가 내 인생을 바꿨다.”는 말에 수백만명이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녀가 좋다고 추천한 책들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른바 ‘윈프리 효과’다. 갖다 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법의 손길이 이번에는 민주당의 유력후보 버락 오바마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흑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윈프리는 매주 그녀의 쇼를 지켜보는 시청자만 840만명, 웹사이트 접속자 230만명,200만부씩 발행되는 윈프리의 잡지,42만명에게 발송되는 뉴스레터 등의 막대한 자산을 갖고 있다. 윈프리의 팬들은 단순한 팬의 수준을 넘어 추종자에 가깝기 때문에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가볍게 뛰어 넘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02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덕분에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추월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윈프리 효과´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역할 모델/구본영 논설위원

    역대 선거에 비해 일찍 뜨거워진 미국 대선 레이스가 더욱 후끈 달아오를 조짐이다.‘제2의 레이건’이라는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이 엊그제 공화당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당장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라는 민주당의 두 흥행카드에 밀려 시선을 끌지 못한 공화당 경선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톰슨이 최근 미 대통령중 가장 인기있는 로널드 레이건과 여러모로 닮은 ‘장외주’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경쟁력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혹자는 레이건과 유사한 이력에다 대 테러전 옹호 등 보수적 가치로 공화당쪽 유권자들로부터 폭발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의 경쟁력이 거품일 뿐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그가 닮고 싶어하는 역할 모델(role model)인 레이건과는 배우 경력만 유사할 뿐 설득력 등 콘텐츠가 다르다는 게 그 근거다. 실제로 톰슨은 훤칠한 외모에다 NBC-TV 법정 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으는 등 겉포장 면에선 2류배우 출신의 레이건 이상이다. 그러나 톰슨이 ‘위대한 전달자’(grate commnicator)란 별명이 말해주는, 레이건의 대중적 호소력에 필적할 역량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미국민의 역대 대통령 인기도 조사결과를 보면, 에이브러햄 링컨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레이건 등은 언제나 상위 랭커다. 이들이 지닌 호소력의 요체는 상대 당 지지자, 심지어 정적의 감정도 다치지 않게 하는 데 있었다. 링컨이나 레이건이 그랬다. 정적 한 명이 “당신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공격하자, 링컨이 “그렇다면 이런 못생긴 얼굴로 나왔겠나.”라고 웃어넘긴 일화가 이를 말해준다. 노무현 대통령도 인생 역정 면에서 링컨과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가난했던 독학의 변호사가 공통분모다. 특히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링컨을 제대로 역할 모델로 삼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반토막도 안 남은 지지도가 그 증거다. 포용력있는 리더십을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선 승리를 꿈꾸는 우리네 대선 주자들도 염두에 뒀으면 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상모 돌리는 비보이/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그것은 충격이었다. 무대에서는 탭댄스와 소고춤이 일대일 배틀을 벌인다. 색소폰에 맞춰 탭댄서가 화려한 춤을 펼치자 그에 질세라 소고재비가 해금주자와 함께 등장한다. 해금의 음색은 재즈를 연상시키고 소고재비의 발놀림은 탭댄서 못잖게 현란하다. 두 팀은 부딪치고, 겨루고, 화해하기를 거듭한다. 이어 비보이팀 ‘드리프터즈 크루’가 나서는데 리더의 머리에서는 열두발 상모가 돌아간다. 하이라이트는 소고재비와 비보이의 만남. 비보이가 상모를 돌리며 윈드밀을 하는 곁에서 소고재비는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자반뒤집기를 한다. 그런데 어, 윈드밀과 자반뒤집기가 묘하게도 닮았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엊그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난 공연 ‘길,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경이로웠다. 국악기 5가지, 서양악기 7가지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이끈 무대에는 우리의 전통 가락과 춤·마당극에 서양의 뮤지컬·재즈·현대무용·비보이·랩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공연문화를 구성하는 갖가지 요소가 한데 모여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 어우러졌다. 그동안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니 ‘한국과 세계의 교류’ 따위의 구호가 넘쳐났지만 이번처럼 조화로워 보이는 무대는 드물었다. 특히 요 몇년새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무대를 휩쓰는 비보이라는 장르에서, 우리문화의 유전자를 확인한 건 놀라운 경험이었다. 비보이의 동작에는 탈춤과 풍물패의 춤사위가 녹아 있었던 것이다. 공연 ‘길’은, 사물놀이를 ‘창조한’ 김덕수(사물놀이 한울림 예술감독)가 예인 인생 50년을 기념해 올린 작품이다. 그는 1978년 사물놀이를 선보인 이래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5000회가 넘는 공연을 벌여왔다. 그 결과 ‘samulnori’는 브리태니커 사전에 보통명사로 진즉에 올라 있다. 사물놀이가 일품(一品)요리라면 ‘길’은 김덕수가 새로 내놓은 코스요리이다. 이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물놀이를 베이스로 깔면서 다양한 재료·조리법을 응용해 온갖 맛을 즐기도록 구성한 세트메뉴인 것이다. 그가 시도하는 ‘총체적 전통연희’가 또 한번 세계인의 사랑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씨줄날줄] 모창가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짝퉁은 짝퉁이로되 대중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는 짝퉁이 있다. 바로 모창가수이다. 밤무대에는 조용필을 흉내낸 주용필·조영필·조형필과, 나훈아를 빼닮은 너훈아·나운하·나후나 등이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가 하면,MBC-TV는 설 연휴 프로그램으로 올해 7회째 팔도모창대회를 방송했다. 모창은 비단 국내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망 30주년인 지난달 16일을 전후해서는 고향인 미국 멤피스를 비롯해 런던·도쿄 등 세계 곳곳에서 그를 추모하는 모창대회가 성황을 이루었다. 이처럼 모창가수가 사랑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수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대중은 그를 직접 대하기 힘들어진다. 콘서트장 밖에서 밤새 줄서 기다리는 것도,10만원이 넘는 ‘디너쇼’ 티켓을 사는 것도 보통사람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따라서 대중은 비교적 싸고 손쉽게 만나는 모창가수에게서 스타에 대한 갈증을 일정부분 해소한다. 대리만족이란 측면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좋아하는 스타를 닮고자 하지만 생활에 치어 포기한다. 그런데 모창가수는 온힘을 다해 ‘오리지널’과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모창가수가 오리지널과 비슷하면 그게 좋아서, 반대로 오리지널과 너무 다르면 그 또한 재미있어서 박수를 보내기 마련이다. 이같은 모창가수 활동에는 기본 전제가 따른다. 짝퉁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관객이 환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주용필’‘너훈아’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조용필·나훈아인 줄 알고 공연을 보았는데 나중에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를 용서할 팬은 없을 것이다. 최근 박상민의 짝퉁 ‘박성민’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는데 이를 두고 모창가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용필 모창가수협회장은 ‘박성민 사건’ 내용에 부풀려진 면이 많다며 판결 내용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죄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그 기준은 단 하나이다. 흉내내기를 했다면 연예활동이고, 진짜 행세를 했다면 범죄이다. 그러잖아도 ‘학력 위조 파문’으로 시끄러운 판에 벌어진 가요계 ‘가짜 논란’이 입맛을 씁쓰름하게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씨줄날줄] 퍼스트 래디/육철수 논설위원

    역술이란 세월이 지나면 대개 별것 아니지만 예언 당시에는 그럴듯한 게 많다. 몇달 전 어느 역술인은 한국에서 몇해 안에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 근거는 지금이 음기가 충천하는 하원갑자(下元甲子,1984∼2043년)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여성이 나라를 다스려야 혼란스러워진 음기를 잘 다독이고, 정치·경제·사회가 안정돼 나라가 번성한다는 얘기다. 역술에 의하면 음양기의 순환에 따라 상원갑자(1864∼1923년)를 남성상위시대, 중원갑자(1924∼1983년)를 남녀평등시대, 하원갑자를 여성상위시대로 나눈다고 한다. 상원갑자 시기에 여성이 남성에게 대들다가 혼쭐났듯이, 하원갑자 시기엔 남성이 여성을 이기려다간 큰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나, 세계에 여성 대통령 6명과 여성 총리 4명이 배출된 데다, 국내외 각계에 여풍(女風)이 거세지는 현실로 미루어 하원갑자의 음기론을 도외시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바다 건너 미국에도 뻗쳤다. 퍼스트 레이디를 지낸 힐러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해지면서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어떻게 부를지 벌써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남편에 대한 호칭은 이미 클린턴 부부가 묘안을 내놓긴 했다. 힐러리는 4년전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남편을 ‘퍼스트 메이트’(First Mate)로 부르라고 했다. 며칠 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클린턴은 ‘퍼스트 래디’(First Laddie)란 새 호칭을 추천했다. 래디는 스코틀랜드 구어로 ‘젊은이’라는 뜻이니, 음운상 퍼스트 레이디와 잘 어울리는 대칭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가하는 여성 정상들의 남편을 ‘퍼스트 젠틀맨’으로 부른다니까, 이 세 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될 것 같다. 우리도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 대비해 ‘부군’(夫君)이나 ‘영부군’(令夫君) 같은 고유 존칭을 준비해 두는 게 좋겠다. 시대가 변하고 남녀의 입장이 바뀌면 새로운 호칭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성 대통령의 배우자 호칭은 우먼파워 시대를 알리는 또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미·중 패권 경쟁/구본영 논설위원

    몇년 전 중국 현장 취재 때였다. 베이징의 한 관리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장래를 묻자 ‘화평굴기(和平起)’란 말부터 입에 올렸다.‘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뜻을 강조하는 데서 이웃나라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의중이 읽혀졌다. 이 구호 자체가 서방의 ‘중국 위협론’에 맞서 개발된 중국 공산당의 대응논리인 까닭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는 이미 ‘세계화’된 인상이다. 세계인구의 20%를 점하는 나라가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10%에 가까운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부터다. 특히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머잖아 미국을 추월해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 중심의 세계)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란 경계심과도 무관치 않다. 어제 인도양 벵골만에서 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말라바-07’로 명명된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앞서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국도 사상 최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었다.‘말라바-07’이 대중 견제용임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 셈이다. 국제안보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미·일·호주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해 3각 군사동맹 구축에 나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한국이 이 군사 블록에서 쏙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쌍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냉전기엔 미·일과 함께 동북아 ‘남방 3각동맹’의 일원이었다. 해외 언론도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뉴스위크 최근호(10일자)는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 담장 위의 관망자”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국에 거대한 교역상대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함께였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나라 공히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우리의 양대 시장이자 협력의 파트너임에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한때 큰소리쳤던 것처럼 스스로 ‘동북아 균형자’가 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는 그만한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본격적 선택을 강요받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내실을 다지는 게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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