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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이스털린 역설/육철수 논설위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다.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살다 보면 천변만화하는 게 마음이다. 특히 행복은 부귀·권세·명예·화목·사랑 같은 가치와 밀접하다. 굴지의 재벌 딸이 세상을 등지고, 검찰수사를 받은 대기업 회장이 십몇층 집무실에서 뛰어내리며, 유명 기업 사장이 “좋은 학벌 가진 분”이란 대통령의 비아냥에 한강에 몸을 던지는 것도 그런 연관성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반(反) 행복적 이변’이 다반사인데, 행복을 계량화한다는 게 쉬운 일이겠나. 그럼에도 의욕 넘치는 학자들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한답시고 이런저런 데이터와 이론을 들이민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1974년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을 발표해 30년 넘도록 제법 재미를 봤다. 경제성장과 행복수준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이스털린은 그 근거로 바누아투, 방글라데시 같은 빈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고, 미국 프랑스 영국처럼 선진국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스털린의 연구보다 3년 앞서 필립 브릭먼과 도널드 캠벨은 부자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쾌락 쳇바퀴’(hedonic treadmill)에서 찾았다. 예컨대 복권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행운아들은 일시적으로 행복이 급증하지만 서너달 적응기가 지나면 옛날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스털린 역설은 국가와 개인의 행복지수를 산출해 쾌락 쳇바퀴를 실증함으로써 행복론의 정설처럼 굳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강력한 반론이 나왔다. 미국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 연구팀은 “부유한 나라 국민이 가난한 나라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도 높아진다.”고 했다. 세계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했더니 복지인프라가 튼튼한 나라의 국민 행복수준이 더 높더란 것이다. 이스털린이나 스티븐슨의 주장은 누가 맞거나 틀렸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학자로서 의무감에 복잡미묘한 행복의 실체에 이론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노력은 참 가상하다. 하지만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관한 한, 어느 쪽 주장도 구름잡는 소리로만 들리는 건 왜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금배지/우득정 논설위원

    5선에 도전하는 K의원은 중앙정부의 고위공직에 있다가 14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출마를 위해 시골 지역구로 이사했던 그는 당선 몇달 후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서울 말씨를 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에게 누가 그러더냐고 캐묻자 ‘짱’인 지역 구청장 아들과 경찰서장 아들이라 했다고 한다.K의원은 “아빠의 벼슬이 걔들 아빠보다 훨씬 높다.”며 기 죽을 필요가 없다고 하자, 아들이 콧방귀를 뀌며 “아빠는 구멍가게 아저씨한테도 굽실거리잖아.”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말 망년회 자리.3선 도전을 앞둔 K의원은 정치 불신을 얘기하던 끝에 “요즘 ‘건달’ 대우받기도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장관을 지낸 뒤 여의도 의사당을 기웃대던 한 선배가 “K의원, 당신이 약속보다 1시간이나 늦게 왔는데도 중간자리를 비워둔 게 안 보여.”라며 면박을 주었다.1차 모임에서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른 상태로 나타난 K의원은 ‘마이크’를 독점한 채 일방적으로 장광설을 읊조리다 다음 날 조찬모임이 있다며 먼저 일어섰다. 전국구(비례대표) 초선과 서울 지역구 2선을 지낸 K의원은 현역시절 스스로 ‘200억짜리 공사’라고 지칭했다. 그는 국회의원도 똑같은 몸값이 아니라며 ‘서울 지역구 200억원, 수도권 100억원, 기타 지방 50억원, 전국구 20억원’이라고 단정했다. 그가 20년 전에 매긴 몸값이다. 오늘 299명의 18대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이들에게는 국회 본회의장 벽면의 휘장을 축소한 ‘금배지’가 주어진다. 금배지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국회의원의 세비와 비서진들의 월급, 각종 수당, 국회의원회관의 임대료 등 세금에서 직접 지원하는 비용을 합치면 올해 불변가격 기준으로 4년 임기동안 18억원을 약간 웃돈다.1년 이상 금배지를 단 뒤 65세가 되면 국민연금 40년 가입자에 상응하는 월 100만원의 연금이 주어진다. 여기에 법률적, 관행적 예우와 정치적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금배지의 주인에 따라 그 값어치는 천양지차다. 다만 국민의 눈엔 그게 그것인 것이 불행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박근혜의 외출/ 오풍연 논설위원

    18대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한나라당 박근혜·이재오·정몽준 의원, 통합민주당 손학규·정동영 후보 등 정치거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모두 대권·당권을 염두에 둔 이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느긋한 사람은 박근혜 의원이다. 본인의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쇄도했다.“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지역구인 대구달성으로 내려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천불만을 표출하는 무언의 시위를 한 셈이다. 그랬던 그가 엊그제 대전에 나타났다. 같은 당 강창희 후보 사무실에 들른 것이다. 신세를 많이 져서 개인적인 빚을 갚으려고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이 지역 후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난리법석을 피웠다.‘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한 표라도 더 얻고자 하는 심산이 읽혀진다. 이른바 ‘친박연대’측과 한나라당측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과 대전은 인연이 깊다.2006년 지방선거 당시 피습을 당하고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에 박성효 현 시장을 당선시켰다. 박 의원은 1998년 4월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지금 3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량감은 어느 정치인에 못지않다. 물론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인간적인 면이 강하다.2000년 10월 박 의원과 3시간가량 반주를 곁들이면서 저녁을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부총재였던 그는 이회창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절치부심하던 때다. 그럼에도 의연하게 소신을 피력하고 종종 썰렁(?)한 농담도 했다. 그때 역시 ‘신의와 원칙’을 강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이 인간 박근혜에게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기는 사이버스타증권인 ‘엔스닥’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기에는 가수, 개그맨, 스포츠스타, 연기자, 정치인 등이 망라돼 있다.7일 현재 주식가격은 1만 6000원으로 종합 8위다. 장윤정, 박지성, 이승엽, 손호영, 박태환, 김연아 등 대중스타들이 앞에 있을 뿐이다. 박 의원의 장중 최고가는 3만 8000원이었다. 지난해 6월3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다. 주가등락도 재미를 더해 줄 것 같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씨줄날줄] 프랑켄슈타인 실험/육철수 논설위원

    19세기 여류작가 메리 셀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창조에 몰두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느날 밤, 그는 죽은 사람의 뼈로 거인을 만든다. 그런데 실험의 실패로 괴물을 탄생시키고 만다. 괴물은 자신의 추한 모습에 불만을 품고 프랑켄슈타인의 아내와 동생을 살해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복수심에 괴물을 쫓다가 결국 자신도 파멸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은 1931년 미국에서 공포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금 유럽은 ‘프랑켄슈타인의 실험’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이 소의 난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한 사이브리드(Cybrid·세포질 교합배아)를 만든 게 발단이다. 소의 난자에서 유전물질을 제거한 뒤, 여기에 인간 피부세포에서 떼낸 유전물질을 집어넣어 배아 형성에 성공한 것이다. 사흘간 생존한 이 배아는 99.9%는 사람이고 0.1%는 소라고 한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며, 프랑켄슈타인의 실험과 뭐가 다르냐?”고 발끈했다. 반인반우(半人半牛)나, 켄타우로스처럼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출현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불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지만, 뭐가 잘못돼서 진짜 소나 말 같은 인간이라도 나오면 어쩔 건가. 다행히 지금까지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2세(F2)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계·문·강·목·과·속·종(界門綱目科屬種)의 생물 분류체계에서 과(科) 이하로 가까울 경우, 염색체가 비슷하면 F2가 나올 수 있다. 말과 당나귀(말科), 호랑이와 사자(고양이科), 개와 늑대(개科) 사이에 F2가 나오는 것은 부모(F1)가 ‘같은 科’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분류상 ‘∼포유綱-영장目-사람科∼’로 이어진다.‘사람科’엔 사람밖에 없어 사람끼리가 아니고는 2세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진전 속도로 미루어 실험실에서는 이런 자연의 섭리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윤리규정으로 철저히 통제한다지만, 정신나간 과학자가 짐승같은 인간이나 키메라(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라도 만든다면 그건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텃밭묘지/ 육철수 논설위원

    10여년 전,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은 생전의 약속대로 화장으로 장례를 치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화장 비율이 20∼30%에 불과하고, 행려자와 서민이 주류였던터라 재벌총수의 이런 ‘결단’은 뜻밖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SK의 임원 K씨는 유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화장터에 스케줄을 알아봐 달라는 거였다. 확인했더니 “순서대로 화장해야지, 새치기는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급해진 K씨는 당시 고건 서울시장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시장은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하면서 부탁을 해결해 주었다. 화장 당일 영정을 앞세우고 화장터에 도착하니 먼저 온 수십명의 다른 유족들이 크게 놀라면서 서로 차례를 양보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최 회장의 실천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후 2∼3년만에 화장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최 회장의 유해는 SK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려 했던 원지동 납골공원 사업이 무산되는 바람에 현재 수원 가족묘터에 조그만 가묘 상태로 안장돼 있다. 그러잖아도 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부유층 등 권세와 돈깨나 있는 사회지도층이 선대의 묘를 이른바 명당으로 이장하는 걸 마다않는 세태다. 한줌의 재로 자연으로 돌아간 최 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 돋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오는 5월말부터 수목장과 텃밭장, 화단장 등 자연장을 합법화한다고 한다. 사실 전국의 묘지면적이 서울시의 1.6배인 1000㎢나 되고,1년에 묘가 13만기씩 늘어나고 있다. 묘지가 2000만기가 넘어 명당이란 명당은 씨가 말랐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자연장을 권장하고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호화묘와 매장에 미련을 두는 사회의 인식도 이젠 변해야 한다. 명당은 차치하고, 묘지의 수맥을 따지면서 자손의 부귀·권세·건강·운명을 걱정하는 것이야말로 부질없는 일이다.“화장하면 자식한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던 최종현 회장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까운 텃밭의 예쁜 꽃, 푸른 잔디에 담아놓은 고인의 얼을 수시로 마주한다면, 그 또한 먼 길 성묘 못지않은 정성과 추모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팔간(八姦)/황성기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팔간(八姦)을 경계하십시오’라는 공개 편지를 한통 받는다. 편지를 쓴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당에 포진되어 있는 집권 세력 전체가 항상 자경자계(自警自戒)하기를 기원한다.”라고 당부한다. 일간지에 실린 이 편지를 당시 노 대통령이 읽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조 교수의 고언대로 팔간을 경계했다면 정권 말기 청와대에 있던 측근들의 비리를 비롯한 참여정부의 난맥상들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팔간은 제왕학과 통치술의 명저인 ‘한비자(韓非子)’ 제9편에 나오는 말이다. 신하나 주변 인물이 자신의 간교한 계책을 이루는 8가지 방법을 일컫는 것인데 팔간에 휘말리면 군주는 자멸에 이른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동상(同床), 곁에 둔 측근인 재방(在傍), 친인척을 이르는 (父兄), 자신의 기호와 욕망을 채우다 재앙을 일으키는 양앙(養殃), 공적인 재물을 허투루 쓰는 민맹(民萌), 교묘한 언설로 판단을 흐리는 유행(流行), 위세를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위강(威强), 주변국의 세력을 빌리려 드는 사방(四方)이 그것이다. 2000년이나 훨씬 전인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의 한비자와 그의 일파들이 설파한 이 팔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나라를 이끄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명심하고 뿌리쳐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귀는 엷고 눈은 멀리 보지 못하는 법. 우리의 헌정사를 돌이켜보더라도 팔간에서 자유로웠던 정권은 찾아보기 어렵다. 측근 비리를 단절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참여정부조차도 크고 작은 권력형 비리에 내내 시달리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청와대에는 실세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뜻에 “내부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거나 이권에 개입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이 경고는 대통령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해야 한다. 사람을 부리는 용인(用人)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어서다.‘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는 옛말을 5년 내내 새기고 새겼으면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히키코모리/ 황성기 논설위원

    지난해 일본 NHK에서 방송한 ‘슬로 스타트’는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를 다룬 드라마이다.‘은둔형 외톨이’로 번역되는 히키코모리는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고 자기만의 협소한 방에서 지내는 사람의 총칭이다. 주인공인 20대 남성은 커튼으로 가려진 침침한 방에서 생활한다. 그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부모조차 모른다. 식사를 방문 앞에 갖다 놓고 인기척이 없다 싶으면 슬그머니 들여다 먹고는 빈그릇을 내놓는다. 스스로 격리시킨 공간에서 보내는 무용의 시간들. 속이 끓은 부모가 히키코모리를 돕는 비영리조직(NPO)에 도움을 요청하고 ‘대여 누나’가 주인공과 세상을 잇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골방의 남성을 불러내는 시도가 눈물겹다. 방 앞에서 이름을 불러보고, 편지를 써 방 안으로 들이밀고 때로는 폭력도 당하는데 마침내 조력자를 포함해 가족이 집을 몽땅 비우는 처방도 해 본다. 주인공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천천히 인생의 새출발을 한다. 지난 2월 도쿄도가 조사한 히키코모리 실태는 놀랍다. 인구 1280만명중 히키코모리 상태로 추정되는 15∼34세의 청년층이 2만 5000명이다. 히키코모리군(群)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남자(71%)에게 많이 나타나고 연령별로는 30∼34세(43%)에 몰려 있었다. 얼마 전 20대 남성이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살상하는 등 히키코모리에 의한 ‘묻지마 범죄’가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은둔하며 인터넷 생활을 하던 40대가 부친 회사의 직원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진국병으로 일컬어지는 히키코모리가 우리라고 비켜가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에도 뿌리내린 현상으로 포착한 봉준호 등 영화감독들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수험, 직장에서의 좌절 등 여러 원인이 있다지만 휴대전화, 이메일 같은 디지털적 소통이 히키코모리 증가에 한몫한다는 시각도 있다.NPO 등에서는 찾아가 얼굴을 보며 얘기하고, 편지를 쓰는 아날로그적 소통으로 세상과 만나게 한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사람과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것이 은둔형 외톨이 해결의 단서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세금 해방일

    ‘모든 사람이 절대 피할 수 없는 두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는 현대국가의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운명처럼 늘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원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매년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을 발표한다. 조세총액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눈 값(조세부담률)을 다시 연간 일수로 분할해 산출한다.이 날짜 이전의 소득은 모두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의 세금해방일은 4월1일이다. 하필 만우절과 겹친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잔인하다. 세금해방일은 해마다 늦어지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나흘 늦춰졌다. 이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98년 17.5%에서 2007년 22.2%로 10년 사이 4.7% 포인트 높아졌다. 거둬들이는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겠지만 세금을 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2003년 기준 20.4%로 OECD 평균(28.2%)보다 낮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국민소득(GNI)이 세계 49위이고, 복지혜택이 훨씬 적은 상황에서 선진국들과 조세부담률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사회보장 기여금이나 공교육 부실로 인한 사교육비와 각종 준조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세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높은 세율은 생산적인 경제행동을 저해하며, 국민 총생산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세수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정부의 씀씀이를 효율적으로 다듬고 공공부문의 방만함을 개선하면 된다. 내년에는 세금해방일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불 꺼진 지구촌/구본영 논설위원

    ‘도시의 붉은 등불이 젊은이를 유혹한다.’ 청소년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을 함축하는 경구다. 예나 지금이나 ‘밤에도 대낮같이 밝고 번화한 곳’을 뜻하는 불야성(不夜城)으로 사람들은 몰리게 마련이다. 일자리와 화려한 ‘밤 문화’를 찾아서다. 해가 저물면 도시의 잿빛 건물들은 휘황한 네온을 리본처럼 달기 시작한다. 화려한 조명등으로 옷을 갈아입은 도시의 밤은 이미 낮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그래서 불야성이란 말은 도시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달 29일 밤 8시(각지 현지시간). 지구촌 35개국의 380개 도시가 참여한 가운데 소등(消燈) 이벤트가 벌어졌다. 남태평양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각 대륙 참가도시들이 전등을 끄는 행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지구촌의 밤하늘을 밝히던 숱한 랜드마크와 문화 아이콘들이 1시간 동안이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서부터 로마의 콜로세움, 부다페스트의 의회 건물, 방콕의 불교사원에 이르기까지…. 이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주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인 ‘지구 시간’(Earth Hour)이 연출한 이벤트였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과소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개최된 행사다. 지난해에는 호주 시드니에서만 220만명이 동참해 평소보다 탄소배출량을 10.2% 줄이는 소등효과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올해 행사규모는 지난해보다 부쩍 커졌지만, 에너지 사용 감축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도시인구 집중도를 가리키는, 세계의 도시화율이 50%를 상회(한국은 2006년 현재 90.2%)하는 데 비해 실제 참여 인구가 극소수인 탓일 게다. 서울시도 행사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시청사와 22개 한강다리 등 시가 관리하는 시설물의 경관 소등을 실시했다. 이번 행사야 어차피 에너지 사용량 감축 그 자체보다는 에너지 과소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상징적 이벤트일 뿐이다. 까닭에 서울시가 앞으로 진짜 신경을 써야 할 일은 에너지 절약형 도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아닐까.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도 마구잡이 토목공사가 아닌, 환경친화적 ‘에코 시티’를 지향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빙붕의 경고/육철수 논설위원

    193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던 하인리히는 ‘1대 29대 300’이라는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해 일약 역사의 인물이 됐다. 노동재해에서 중상자 1명이 나왔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 또 그에 앞서 동일 원인으로 부상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 더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큰 일이 터지기 전엔 크고 작은 조짐이 수백번 일어난다는 얘기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알리고 낙엽 한 닢이 가을을 재촉하듯, 작고 가벼운 징후라도 무심코 넘기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며칠 전 남극 윌킨스 빙붕(氷棚,ice shelf)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바다로 흩어진 얼음덩어리 면적은 570㎢로 서울시(605㎢) 크기와 비슷하단다. 빙붕은 흘러내린 빙하가 해면 위에 2m 이상 두께로 얼어붙은 선반모양의 평탄한 얼음덩어리다. 난류의 접근을 차단해 빙하가 녹는 걸 막아주고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일종의 방벽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게 무너졌으니 주변 자연환경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된다. 남극의 서쪽은 지난 50년간 기온이 10년마다 0.5도씩 올라 벌써 1만 3000㎢의 빙붕이 없어졌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빙붕의 붕괴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30년이나 앞당겨 일어났다. 온난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한다는 징조인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자연은 이렇게 수시로 인류를 향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홍수와 가뭄, 이상 난동, 사막화와 아열대화, 라니뇨·엘리뇨 현상 등은 인류에게 정신차리라는 자연의 몸부림이다. 온난화가 진행하면 할수록 재앙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출연해 유명해진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던지는 메시지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이산화탄소다. 세계적 저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멀었다.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28%를 차지하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본척만척한다. 한국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억t(세계 총량의 1.8%)을 넘어 세계 9위다. 멀리 남극대륙에서 들려온 빙붕의 비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11번째 도전/오풍연 논설위원

    우리는 영국의 아널드 토인비에게서 도전과 응전의 원리를 배운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통한다. 걸작인 ‘역사의 연구’를 통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때론 인내가 효과적 응전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한 고조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둘 다 공통된 특징을 꼽으라면 초인적인 인내심과 끈기다. 성경에도 “인내가 끈기를 낳고 끈기가 소망을 낳는다.”는 대목이 있다. 우리 정치인 중에도 토인비의 말을 금과옥조로 삼아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거의 30년 동안 연금과 투옥,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초인적 의지로 이겨냈다. 세 번이나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고 5년의 세월을 감옥에 있으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인간의 최대 투쟁은 자기와의 대결”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1997년 12월18일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92년 총선,95년 부산시장 선거,96년 총선,2000년 총선에서 계속 떨어졌다. 그럼에도 2002년 12월19일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18대 총선이 본궤도에 올랐다. 각종 진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기록이든지 깨지는 법. 경기도 김포에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한 김두섭씨가 단연 눈길을 끈다.78세로 최고령에다,5대 총선(1960.7.29) 이후 11번째 출사표를 띄웠다.50년 가까운 정치인생에서 단 한 번 금배지를 달았다.92년 3월24일 치러진 14대 총선에서다. 의정활동은 고작 4년을 한 셈이다. 이쯤되면 그의 인내심과 끈기도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게 아니다. 역대 최고령 당선자는 고(故)문창모 전 의원이다.14대 당시 85세였다. 통일국민당 전국구 1번 후보로 등원했다. 우리는 아직 10선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김영삼(81) 전 대통령, 김종필(82) 전 국무총리, 박준규(83) 전 국회의장이 9선으로 공동1위다. 이 기록은 언제쯤 깨질까. 그러나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조순형(73)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7선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씨줄날줄] 러브샷과 러브콜/구본영 논설위원

    대법원은 얼마 전 술자리에서 여성에게 ‘러브샷’을 강요하면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5년 한 골프장 내 식당에서 여 종업원이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폭탄주 러브샷을 강행한 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사실 러브샷(love shot)은 국적불명의 조어다. 전형적인 러브샷은 ‘술잔을 든 팔을 상대방의 목 뒤로 돌려 감은 채 동시에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그런 음주법은 영어권 국가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옥스퍼드나 웹스터 영어 대사전에도 없는 이른바 ‘콩글리시’(한국형 엉터리 영어)인 셈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러브샷은 필연적으로 얼굴이나 상체가 밀착돼 신체접촉이 있게 된다.”면서 상대의 거부시 성추행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지적했다. 설령 동의하에 하더라도 한순간 친밀감이 높아질진 모르나, 영원한 사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또한 러브샷의 미학일 듯싶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러브샷이란 신(新)음주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서 여의도에서도 러브샷을 외치는 목소리가 잦아질 참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그제 총선후 ‘친박연대’와 친박근혜계 무소속과의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러브콜이라는 소리는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러브샷과 달리 러브콜(love call)은 영어권에서 쓰는 관용어다. 본래 백화점 등에서 단골을 상대로 하는 세일기법을 가리켰다. 방송기자토론에서 이 총재는 총선후 친박연대 등의 한나라당 복귀 가능성을 짐짓 낮게 본 뒤 “필요하다면 양심적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측과의 제휴에 애착을 보였다. 그의 러브콜이 희망사항에 그칠지, 총선후 양측의 러브샷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설령 그런 러브샷이 이뤄진다 한들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 관계’로 정착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극적으로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는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팔짱낀 채 러브샷을 외쳤다. 그러나 이는 결국 결별의 전주곡이었을 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알몸 초밥/황성기 논설위원

    10년 전 일본 청년 단체가 홋카이도에서 전국 대회를 끝내고 마련한 뒤풀이.16세 소녀 도우미의 알몸에 초밥을 올려 놓고 참석자들은 여흥을 즐겼다. 깜쪽같았던 이 일은 몇개월 뒤 주간지에 사진이 실려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관련자 4명이 체포됐다. 미성년자에게 ‘알몸 초밥’을 시킨 죄목인데 홋카이도의 청소년보호육성조례를 위반한 것이었다. 일본의 관능소설이나 성인물은 물론 심야 TV를 보면 종종 등장하는 게 뇨타이모리(女體盛り·알몸 초밥)이다. 젊은 여자의 알몸에 음식물을 놓고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속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의 온천지 여관에서 손님끌기로 시작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한 기원은 분명치 않다. 생선초밥이 에도(江戶) 시대 이후의 음식이란 점을 감안해도 그리 역사는 길지 않은 것 같다. 보통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고가라 경험자들은 술자리에서 안주 삼듯이 한다. 일본인 지인이 들려준 얘기. 세무 공무원이 모 회사의 연회에 초대 받아 갔더니 알몸 초밥 접대였다고 한다. 그 공무원 왈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즐겼다.” 먹는 사람은 그렇다 치지만 자신의 알몸이 초밥을 올려 놓는 그릇이 되는 여성의 입장은 괴롭기 짝이 없다. 혹독한 훈련을 받는데 반듯이 누워 알몸의 6곳에 달걀을 하나씩 올려놓고 몇시간을 달걀이 떨어지지 않도록 참아야 한다. 이런 훈련이 끝나 손님 앞에 나서기 전에는 초밥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다시 몇시간씩 몸을 씻는 고행까지 견뎌야 한다. 얼마 전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일식당에서 1인당 150달러짜리 알몸 초밥(body sushi)이 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한 케이블방송이 여배우가 직접 젓가락으로 알몸 초밥을 시식하는 장면을 내보냈다.“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의 생활을 알아본다.”는 취지라는데 알몸 초밥이 부자들의 애호물도 아니겠지만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송 선정주의의 극치에 지나지 않는다. 생선 초밥을 알몸에 올려놓으면 체온때문에 선도가 떨어져 맛이 없어진다. 게다가 알몸 초밥이란 게 야쿠자들이 즐기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식욕이 생겨날지 의문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그린스펀 원죄론/함혜리 논설위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0년간 FRB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흐름을 탁월한 안목으로 예견하고, 그에 대비한 적절한 금리정책을 펴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경제 관료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투자자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그의 발언은 세계 증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리켜 ‘그린스펀 효과(The Greenspan Effect)’라고 한다. 그린스펀 효과는 시장의 절대적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장기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20년간 지속됐던 시장의 신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대신 ‘그린스펀 원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 투자가들, 전직 관료들이 한목소리로 그린스펀을 오늘날 경제 위기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그린스펀이 극단적인 저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닷컴 버블 붕괴,9·11 사태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FRB는 2000년 5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연방금리를 12차례 인하했다. 그 결과 연 6.5%였던 금리가 1%로 떨어졌다. 특히 2001년 11월 이후 2% 이하의 초저금리가 3년동안 지속됐는데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출발점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은행의 방만한 대출, 위험을 내포한 파생금융상품의 확산을 방치한 것을 거세게 비난한다. 그린스펀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많다. 미봉책인 줄 알지만 물가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찌됐든 ‘미국의 경제대통령’‘통화정책의 신의 손’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리스펀의 명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고, 세계 경제의 성장축이었던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위안화 블록/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성이’(生意)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한다.‘왜 사느냐.’하는 형이상학적 의미가 아니라 ‘장사’ ‘영업’을 뜻하는 말이란다. 장사에는 친구도 적도 없고, 오직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인식은 수천년동안 이어지며 중국인들의 뇌리에 박혔다. 이들은 게으른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면 공무원밖에 안 된다.”며 꾸짖는다고 한다. 상업 제일주의적 의식이 그만큼 강하다. 중국인들이 ‘상인종’(商人種)으로 불리고, 세계 최고의 장사꾼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혈통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강효백 저 ‘중국인의 상술’ 참조) 오늘날 세계 100여 나라에 흩어진 6000만 화교들의 생활력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장사꾼 기질 덕분일 것이다. 이들의 자산은 3조 7000억달러에 이르고, 동원 가능한 자본금만 2조 20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한다. 중국, 타이완, 홍콩 등과 세계 화교를 합친 국내총생산(GDP,2004년 기준) 규모는 10조달러에 육박한다. 미국(11조 6000억달러), 유럽연합(EU,8조 6000억달러)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위안화 블록’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 당선자는 중국과 직접교역, 정기수송, 서신왕래(通商 通航 通郵) 등 이른바 3통을 조건 없이 실현하고, 대(對)중국 투자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자본을 유치하고 중국 관광객을 4년 안에 연간 360만명을 받겠다고 한다. 바야흐로 양안(兩岸)에 해빙무드가 무르익고, 위안화가 제한 없이 넘나드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 80%가 화교인 싱가포르까지 가세할 조짐이란다. 이른바 중화경제권의 확대다. 가뜩이나 장사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내부 경협을 강화하겠다니 그 위력이 두렵다. 더구나 타이완의 정보기술(IT)과 중국의 자본이 결합할 경우, 한국엔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위안화 블록’에 쉽게 끼어들 수도 없는 처지다. 위안화 블록의 팽창은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큰 숙제를 안기고 있는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MB 물가지수/우득정 논설위원

    청와대 핵심참모는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 점검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밀가루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래도 3등급 쌀보다 싸다.”고 보고하자 “밀이야, 밀가루야.”하고 이 대통령이 되물었다는 것이다. 그 비서관은 정곡을 찌르는 대통령의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담당자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일례로 든 것이리라. 하지만 이 대통령의 물음에 대한 답은 생산자물가지수의 보조지수인 ‘가공단계별 물가지수’에 모두 나온다. 원재료와 중간재, 최종재 등 가공단계별로 가중치를 부가해 산출하는 만큼 원재료인 수입밀 가격이 물가상승의 주범인지, 가공단계를 거친 최종 밀가루가 주범인지 금방 확인된다는 얘기다. 요즘 기획재정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개 품목을 집중관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후 50개 품목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는 ‘소득하위 40% 계층에서 주로 소비하는 품목 중 가장 많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50개 품목’이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지만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작성되는 물가지수로는 생산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지수 등이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98년 동안 11차례의 개편과정을 거쳤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 38개 도시 2만여개의 점포에서 도시가계의 지출비중이 높은 48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뒤 산출한다.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1995년부터 1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를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물가지수는 흔히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온도계’에 비유된다. 하지만 온도는 누구에게나 동일하지 않다. 가계마다 지출품목이 다르고 소득수준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가 늘상 불신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무수한 세월에 걸쳐 수정·보완과정을 거친 지수를 제쳐두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새로운 지수를 만든다고 서민물가가 잡힐까. 우득정 논설위원
  • [씨줄날줄] 블루 골드/육철수 논설위원

    물과 공기와 햇빛을 전통 경제학에선 자유재(free goods)로 분류해 놓았다. 지천에 널려 있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고,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란 얘기다. 물은 지구상에 14억㎦나 있다. 모든 땅덩어리를 2.7㎞ 깊이에 잠기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가운데 97%는 바닷물이다.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은 담수호와 하천·지하수를 합쳐 900만㎦에 불과하다. 쓸 만한 물은 1%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도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온 게 물이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자원의 고갈과 오염으로 인류는 치명적 식수난을 겪고 있다. 강과 호수를 둘러싼 국지적 물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쟁과 방불하다. 산유국에 떼돈을 벌어다 준 석유를 ‘검은 진주’(black pearl)라 했듯, 물은 지금 ‘푸른 기름’(blue oil),‘푸른 금덩어리’(blue gold)로 불릴 만큼 위상이 확 달라졌다. 나라마다 머리를 박고 싸우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머잖아 ‘산수국’(産水國)이 등장해 세계의 부(富)를 움켜쥘지도 모를 일이다. 물이 금덩어리란 말은 생수시장을 보면 실감한다. 백화점에선 웰빙바람을 타고 깨끗한 물과 프리미엄 물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500㎖들이 1병에 몇천원은 약과다. 힐튼호텔 상속녀이자 배우인 패리스 힐튼이 들고 다녀 유명해진 ‘블링H2O’는 750㎖ 1병에 무려 35∼40달러(3만 5000∼4만원)다. 서울의 수돗물(1t=100만㎖당 358원)은 1원이면 3000㎖를 살 수 있다. 수돗물보다 수천∼수만배 비싼 돈을 주고 좋은 물을 마시려는 세태이니 물은 드디어 금값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은 자유재에서 공공재(public goods)를 거쳐 생수처럼 점차 경제재(economic goods)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름깨나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물을 산업화하는 것은 수자원의 미래 희소가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마시고 씻고 음식 만드는 일에 하루 1인당 400ℓ의 물을 사용한다. 공짜로, 싼값에 공급된다고 해서 물을 우습게 여기거나 마구 낭비할 때가 아니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제16회 ‘세계 물의 날’이다. 일년 열두달 물의 존귀함을 마음에 새기는 첫날이 되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준법 GDP/육철수 논설위원

    한국의 준법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꼴찌에 가깝다.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경제대국치고는 낯뜨거운 일이다.‘국민정서법’이나 ‘떼법’이란 말이 만연한 것도, 법보다 감정과 주먹이 앞서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 탓이다. 목소리 크거나 권력 쥔 사람이 이기는 사회라면 아무리 잘살아도 야만집단일 뿐이다. 문제는 불법으로 인해 들어가는 국가사회적 손실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예컨대 혜진·예슬양 사건을 보자. 경찰은 두 어린이 실종 후 용의자 검거까지 두달반동안 일반경찰관 6000명(연인원 기준), 형사 5000명, 전·의경 2만 2000명을 투입했다. 순수 수사비만 3000만원을 썼다. 하지만 동원 경력(警力)의 인건비를 돈으로 따지면 수억원은 족히 될 것이다. 참변 어린이 부모·친지들의 슬픔과 사회불안 등을 고려하면, 범죄자 1명이 끼친 피해는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다. 또 다른 사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차례 불법시위를 벌이면 776억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지난 2005년 한해동안 불법 집회·시위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을 계산했더니 약 12조원이었다고 한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이 807조원이니까,GDP의 1.5%다. 이런 돈을 생산성 있는 데 투자했다면 성장률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법과 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GDP 1%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준법 GDP’를 강조한 것이다. 법을 지키고 피치 못할 사회갈등 비용을 최소화한다면 수조원의 투자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준법 GDP는 사회적 자본(Intangible Capital)과 연관이 깊다. 이는 상호신뢰와 준법, 노사평화, 부패일소, 기업윤리 등 사회가 공유해야 할 규범과 가치다. 선진국에선 사회적 자본이 국부(國富) 창출의 80%를 기여한다고 한다. 불법·탈법 의혹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한 범국민적 준법정신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도 정신 차려야겠지만,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준법 GDP를 높이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정치인의 아내/육철수 논설위원

    1983년 8월21일 오후 1시 필리핀 마닐라 공항. 중화항공 여객기가 막 도착했다. 여기엔 이 나라의 망명 야당정객 베그니노 아키노가 타고 있었다. 보안요원들이 기내에 들이닥쳐 그를 끌고 나갔다. 몇초 후 그는 군인들의 총격을 받고 절명했다. 이로부터 3년 뒤, 성난 민심은 부정선거로 정권연장을 꾀하던 마르코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아키노의 아내 코라손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녀는 졸지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주부에서 일약 대통령에 오른 것이다. 현대사에는 이렇듯 정치인 남편의 죽음이나 후광으로 권력을 얻은 아내들이 숱하다.1950년대 초 아르헨티나 영화배우 출신 에바는 남편 후안 페론 대통령의 위세를 업고 한때 부통령을 노렸다가 실패했다. 실각 후 다시 대통령이 된 페론이 1974년 사망하자 그의 3번째 아내 이사벨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 페르난데스도 남편(키르치네르)의 뒤를 이어 국가지도자로 선출됐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다. 부창부수라더니, 참으로 당찬 아내들이다. 국내 정가에도 부부가 지역구를 이어받는 일이 낯설지 않다. 현경자 전 의원은 1994년 보궐선거(대구 수성)에서 옥중 남편(박철언 전 의원)을 대신했다. 김선미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남편(고 심규섭 전 의원)의 지역구(경기 안성)를 물려받았다. 엊그제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아내 신은경(전 KBS 앵커)씨가 서울 중구 출마를 선언했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가며 남편을 국회의원 만들었는데, 공천에서 떨어졌으니 낙심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그래서 자유선진당에 들어가 남편의 지역구를 사수하겠단다. 집안일을 박차고 나온 신씨의 상대(나경원 의원)도 만만찮아 관심거리다. 사실 정치인의 아내에겐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다. 정호용 전 의원의 아내는 권력이 남편의 출마를 막자 동맥을 끊어 항의했다.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아내는 남편의 입지를 생각해서 남한테 콩팥을 떼주었다. 이젠 낙천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타 출마’도 불사하니, 정치인의 아내는 이래저래 고달플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티베트에서의 7년’ /구본영 논설위원

    최근 티베트에서 유혈사태가 번지면서 맨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에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한 ‘티베트에서의 7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말라야 원정을 떠난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가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출, 티베트의 라싸에서 겪는 실화를 다룬 영화다. 고대 서양문명의 중심이었던 그리스에선 희랍인이 아닌 다른 민족을 ‘바르바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현대 영어의 야만인(Barbarian)의 어원이 됐다.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개 이런 시각에서 동양 문화를 한 수 아래로 그리기 일쑤다. 그러나 ‘티베트에서의 7년’은 동양 문화를 편견없이 다뤘다. 주인공이 어린 소년이었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인간의 삶에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대목이 그랬다. 중국 시짱(西藏) 자치구가 티베트인들의 분리독립 시위로 준내전 상태란다. 시짱 자치구는 티베트인들의 오랜 생활터전이었다. 당송 시절 토번(吐蕃)이란 강성한 통일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중국 고대사는 한족의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주변 민족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기록했다. 한족의 시각에선 티베트인들도 이런 ‘오랑캐 민족’중 하나일 뿐이다. 중화주의적 편견을 버리고 보면 고대 때부터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민족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영토의 4분의1에 이르는 시짱 자치구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광물과 목재 등 자원의 보고여서만이 아니다. 티베트가 분리되면 다른 55개 소수민족들의 연쇄 반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칭짱철도로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흡수 정책과 서부대개발이란 당근 정책을 함께 구사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20년래 최악이라는 이번 유혈사태는 57년에 걸친 ‘중국 우월적’ 동화정책이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웅변한다.20여년간 티베트 고유의 불교문화를 억제해 왔지만, 라싸 거리의 주민들은 여전히 염주를 쥐고 다닌다지 않는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의 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쪽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이 사태 해결을 위한 차선의 대안은 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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