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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골드 파파/오승호 논설위원

    요즘 젊은이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서울신문사 입사시험(작문) 결과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아버지를 과거 산업화의 역군으로 일에만 매진하는 사람, 직장에서 늦게 퇴근해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사람, 자식들에게 무조건 명령만 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 등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는 경제적인 요인 즉 수입을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강화되면서 아버지의 역할이나 기능이 돈을 잘 버는 것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가정에서 소통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쇠고기 촛불 집회에 참석하러 가면서도 아버지에겐 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무조건 반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버지와 자식간 간극은 좁힐 수 없는 걸까.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아버지는 일이 바빠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면서 “자녀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책임이 아버지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대간 문화 차이를 꼽는다. 김 교수는 “우리 세대만 해도 가부장적 권위에 익숙한 반면 자녀들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확산에 익숙하다.”면서 “애정을 갖고 자녀와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 중심인 외국과 달리 우리는 사회 중심이기 때문에 자녀가 아버지에게 먼저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인 여유와 패션 감각이 있는 40∼50대 중년 남성, 이른바 ‘골드 파파(gold papa)’들이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노화 방지를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주름을 펴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 보톡스 주사를 맞는 아버지들도 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세대간 문화 이식 현상이라고 말한다. 외모에 신경 쓰는 풍조가 중년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골드 파파가 자녀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번지면 소통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씨줄날줄] 이청준 단상/우득정 논설위원

    1970년대 중반, 서울 봉천동 하숙집에서는 밤마다 소주와 줄담배를 곁들인 토론이 벌어졌다. 철학도를 꿈꾸던 K형, 법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소설가로 방향 선회한 L형, 이따금 신랄한 촌평을 날리던 Y형…. 항상 안줏감은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당시 회자되던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등이었다. K형은 유신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관념의 세계로 도피하는 최인훈과 이청준에 대해 항상 거품을 물며 험담을 퍼부었다. 대학신문에 기고해 소주값을 마련하던 L형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언어의 유희’가 공격의 주무기였다. 그럴 때면 L형은 하이데거나 칸트, 카뮈, 사르트르를 들먹이며 예봉을 피하곤 했다. 내게 이청준은 그렇게 다가왔다. 지겹도록 관념적이어서 한숨에 읽어내리기에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화두를 던져놓고 돌에 글을 새기듯 힘겹게 되새김질하며 심연을 향해 다가간다. 그래서 이청준의 소설은 한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수면제가 되기도 하고,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는 각성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단편에선가 이청준은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생과 비교하면서 아침 9시에 집필실(옆방)로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기까지 매일 몇십장의 원고를 써야 한다며 고통을 하소연한 것이 기억난다. 이청준의 소설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스스로 영혼을 학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재성이 아니라 장인정신이다.‘향토적’이면서 ‘구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K형은 “문학을 모시고 살았던 세대의 마지막 선비작가”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쓰면서도 절대 글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청준은 최인훈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서울대 출신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지적인 오만성이 짙게 배어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시대적 고민을 교묘하게 회피했다는 뉘앙스도 담겨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작가들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래도 그 시절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과의 조우는 내겐 행운이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제2의 애치슨 라인/김인철 논설위원

    1950년 1월12일 당시 딘 G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깜짝 연설을 했다. 소련과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은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서 일본-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결과 남한은 ‘애치슨 라인’으로 불리는, 미 방위선에서 제외됐다. 그 6개월 전인 1949년 6월30일 주한미군이 철수한 데 이어 나온 조치였다. 그리고 5개월여 뒤인 6월25일 한국전이 발발했다. 북한이 소련과 중국의 협조 아래 남침했음을 보여주는 사료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지만, 애치슨 라인은 남한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오판을 낳기에 충분했다. 미국이 김일성에게 남침을 감행토록 빌미를 주었다는 주장이 지금도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전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존 리치 전 미 NBC 방송 부사장은 지난 25일 정전 55주년을 맞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강연에서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커다란 실수(Great Mistake)였다.”고 회고했다. 미 정부는 자국의 지명위원회(BGN)가 최근 한국령 독도를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원상회복 조치를 요구하자 지록위마(指鹿爲馬)식의 강변을 늘어놓고 있다. 곤살로 갈레고스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 정부의 입장과 관련이 없으며, 미 정부의 입장은 변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역시 “전문가들이 정치적 고려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수십년간 사용해온 한국령 표기를 주권 미지정으로, 리앙크루 바위섬의 변형된 표현의 순서를 다케시마-독도로 바꿔놓고서 ‘미국은 중립’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에게 한국민들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지렁이로 보이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눈 길 어지러이 가지마라/오늘 내가 지난 발자국 훗날 뒷사람의 길이 될지니” 조선 후기의 선비 이양연이 남긴 야설(野雪)이 새삼스럽게 기억나는 아침이다. 오늘의 갈지(之)자 행보가 일본의 독도 야욕을 부추기는 ‘제2의 애치슨 라인’이 되었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미국의 현명한 조치를 당부한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씨줄날줄] 직업 외교관/오풍연 논설위원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바로 국력이라고 한다. 실제 전쟁처럼 치열하게 전개된다. 우수한 인재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외교에 있어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의 주은래(周恩來)는 “침이 구천에서 떨어지면 바람이 구슬로 만든다(咳唾落九天 隨風生珠玉).”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중하다는 의미일 게다. 지금 우리가 처한 외교현실을 보더라도 그렇다.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뒷북만 치는 형국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훌륭한 장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외교관은 어느 수준일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그들 스스로 자초했다고 본다. 특정대학을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미국통으로 커야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 철밥통은 누구도 쉽사리 깰 수 없다.“우리나라 외교부를 설득하는 것보다 미국쪽을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외교부의 보신주의에 질려버렸다는 고위 정보소식통의 전언이다. 대사는 국가원수가 직접 임명하는 자리이므로 정치적인 판단이 고려되기도 한다. 주요한 공관장 자리에 정치인이나 다른 유명인사가 내정되는데 이를 특임공관장이라 부른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사와 같은 요직의 경우 특임공관장이 종종 배치받는다. 그러나 프랑스·독일·영국·일본과 같은 직업 공무원제가 철저한 나라는 100% 외무부 직업공무원으로 충원된다. 엽관주의가 강한 미국은 대통령 측근과 선거자금을 많이 낸 사람이 대사로 간다. 전체 대사의 40%쯤 된다고 한다. 이태식 주미대사와 유명환 외교부장관이 경질될 위기에 처했다. 둘 다 외무고시 7회다. 유 장관은 이른바 ‘로열코스’를 모조리 밟았다. 북미과장·미주국장·주미공사·차관·주일대사를 지냈다. 이 대사는 주영대사·차관을 거쳤다. 외교·안보라인의 한 축인 김하중 통일부장관도 이들과 외시 동기다. 김 장관도 외교안보수석·주중대사를 지냈다. 직업외교관으로서 동기생끼리 요직을 나눠 맡다 보니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외교부의 순혈주의부터 깨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회복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씨줄날줄] 황우석의 재기(?) /오풍연 논설위원

    창고에서 잠을 청하고 쓸개를 씹으며 괴로움을 참고 견디었노라! 언뜻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연상케 한다. 아이러브 황우석!(cafe.daum.net/ilovehws) 카페 첫 장에 실린 글이다. 이 카페의 회원은 10만명에 이른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관련된 카페만 16개에 이른다. 그가 논문 조작 의혹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전성기 때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가는 곳마다 인파에 묻혀 사인 공세와 기념촬영에 시달렸다. 그도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왕 합려(闔閭)는 월나라에 쳐들어갔다. 그러나 독화살에 맞아 죽으며 아들 부차에게 “너는 구천이 이 아비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차는 장작 위에서 자며(臥薪) 복수심을 기른다. 그 뒤 구천을 크게 이겨 회계산(會稽山)에서 항복을 받아낸다. 내외가 포로로 잡혔다가 오나라의 속국이 되기를 맹세하고 귀국한 구천은 자리 옆에 쓸개를 매달아 뒀다. 앉을 때나 누울 때나 이 쓸개를 씹으며(嘗膽) 자신을 담금질한다. 구천은 20년만에 부차를 이겨 그로 하여금 자살하게 만들었다. 사기의 월세가(越世家)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지금 황씨는 옛적 부차나 구천의 심정과 비슷할 게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마다하랴. 그의 이력은 정말로 화려하다. 과학기술부의 제1호 최고과학자가 되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1999년 2월 한국 최초로 체세포 복제젖소(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켰다.2002년에는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만들었다.1년 뒤에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2005년에는 체세포 복제개인 ‘스너피’를 공개했다. 그때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가짜 논문 작성자로 전락했으니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복지부가 황씨의 체세포 배아 연구에 대한 정부의 승인시한(8월2일)을 앞두고 고민중이란다. 보류 땐 지지자의 반발이 부담스럽고, 허용 땐 면죄부를 주는 셈이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88.4%가 “연구기회를 줘야 한다.”고 찬성했다. 국익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순리일 듯싶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씨줄날줄] 평균수명 80세/노주석 논설위원

    ‘노후 생활’이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지 오래다.20∼30대 때는 주로 각자의 직장생활을 화제로 얘기하다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자녀 교육문제에 머리를 싸맸다.40대 중반이 넘어가자 너나 없이 퇴직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가 핫이슈가 돼 버렸다. 대책도 없이 다들 걱정만 할 뿐이지만 누구나 ‘9988234’를 기대한다.‘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아픈 뒤 ‘사(4)망’하고 싶다는 것이 모두의 한결같은 희망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수명인 78.9세를 앞질러 79.1세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OECD의 주요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06년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30개 회원국 중 20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77.8세)보다 높은 수치다. 지구상 최장수 국가인 일본(82.4세)과의 격차도 3.5세로 줄었다. 이 추세대로 나가면 올해 안으로 평균수명 80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성의 평균수명(82.4세) 연장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남성은 75.7세로 OECD 평균보다 오히려 낮았다. 문제는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대여명’(期待餘命)과의 함수관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4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32.6년,45세 여성은 38.6년이었다. 기대여명대로 산다고 가정할 때 한국 남녀는 평균수명보다 1.9년∼1.2년을 더 살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보면 남성 67.4세, 여성 69.6세로 각각 나와 있다. 건강수명이 평균수명에서 질병·장애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을 못 하는 기간을 뺀 수명임을 감안하면 45세 남성은 기대여명 중 10.2년, 여성은 14년씩을 질병을 앓으면서 고통받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들의 걱정은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직장생활은 짧아지고, 노후대책은 충분하지 않은 데 있다. 또 생애의 마지막 10년 이상을 병치레를 하면서 사는 것도 끔찍스럽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같은 ‘3층 보장’책을 마련해 놓지 못한 서민들에게 평균수명 80세 시대는 마냥 좋은 소식이 아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주택의 저주(?)/임태순 논설위원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부동산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80%를 차지하고 있고, 예금·주식·펀드 등 금융자산은 20%에 불과하다. 부동산이 40%인 미국은 물론 60%에 이르는 일본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이는 그나마 개선된 것으로 2006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9대1이었다. 2007년 1월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공시가 기준으로 1568조원이었다.2006년 국내총생산(GDP)이 848조원이었으니 두배 가까이 된다. 가히 주택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을 비롯해 역대정권이 집값을 잡느라 날밤을 새웠다. 반값아파트,1가구2주택, 국민주택, 복부인, 분양원가공개 등 주택정책을 꼽으려면 한이 없다. 정책이 양산되다 보니 땜질대책, 누더기정책이란 말까지 나왔다. 아파트 부녀회에선 집값을 일정 수준이하까지 팔지 말자고 담합을 하기도 한다. 아파트 한채를 팔면 1억∼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주택은 땅이 없으면 지을 수 없다. 반면 입지가 좋은 곳은 한정돼 있다. 일반 공산품이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대체할 수 있지만 주택은 그럴 수 없다. 교통이 편하고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은 한 곳뿐이다. 강남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불패’의 이유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등 세계 각국의 고급주택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도 분당이 노령화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경제력 있는 노년층이 분당으로 이주하면서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이로 인해 젊은층의 유입이 끊겨 도시의 활력을 잃을까 우려된다는 것. 사실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고선 월급을 모아 분당에서 살기란 쉽지 않다. 중산층의 유입이 끊어지면 도시의 미래는 밝지 않다. 석유값 상승이 산유국에 인플레 등 경제불안을 가져오는 것을 ‘자원의 저주’ 라고 부른다. 높은 집값이 지역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하니 ‘주택의 저주’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가격 하락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은 금리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택의 반란, 교란이 시작된 것인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레이디버드 세미나/ 임태순 논설위원

    네팔에서는 6시간 동안 기다린 뒤 간신히 등유를 사 조리를 한다. 현지로 출장간 연구원은 전기공급 중단으로 노트북을 켜지 못해 결국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주유소 습격사건도 일어난다. 고유가로 전세계가 중병을 앓고 있지만 그 고통은 후진국이 훨씬 더 심하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그들에게 물가인상, 성장률 둔화 등에 대한 우리들의 고민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것이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역 플랫폼.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관광전용열차 레이디 버드가 들어섰다. 온통 빨간색으로 칠해져 ‘빨간 무당벌레’라는 뜻의 ‘레이디 버드’(lady bird)라 불린다.(사)철도학회는 이날 레이디 버드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정부, 언론계 관계자들과 ‘고유가 시대 극복을 위한 한국철도의 역할’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열차세미나’는 한 배를 탄 것 이상으로 동질감과 공통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주었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차창밖 풍경은 세미나 주제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고유가 시대와 국가 전략-철도정책을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고유가 시대인데도 승용차 중심의 고비용, 고에너지, 저효율 교통체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간 큰 나라’,‘역주행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석유생산량 감소추세에 비추어 볼 때 유가 200달러 시대의 도래는 발등의 불이라며 석유중독에서 벗어나 교통과 물류체계를 철도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승용차는 수송분담률이 26.1%이지만 에너지소비는 53.2%에 이르러 ‘기름먹는 하마’다. 지하철은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35.0%의 수송분담률을 담당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2.0%에 불과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육상·도로 중심의 교통, 물류정책에 편향돼 왔다는 것. 덕분에 도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자동차 산업도 육성됐지만 탈석유시대에도 이런 패러다임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범 정부적인 인식의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17세 북한여군/노주석 논설위원

    금강산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군의 정체를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17세 여군’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의도적 총격이냐, 우발적 사건이냐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엉뚱한 쪽으로 흐른 느낌이다. 어린 신참 여군의 과잉 경비 혹은 우발 총격설을 내세워 사건을 얼버무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법하다. 북한 정규군은 117만명 정도이며 이중 여군은 23만명에 이른다. 여군의 수는 1990년대 중반까지 10만명선이었고 2000년대 들어 15만명 정도로 추정됐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7만명이나 늘어났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징집대상 남성들이 남녀교제를 금하고 영내거주를 의무화하는 군복무를 피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차라리 탄광복무를 선호하면서 병역자원이 현격하게 준 까닭이라고 한다. 북한여성은 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6∼17살에 대학진학자를 제외하고 희망 입대한다. 병역의무는 없지만 극심한 식량난 속에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생계형 입대’를 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제대하면 신분을 보장받는 노동당원이 될 수 있을 뿐더러 군 경력을 인정받아 기초간부로 선발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여군병사는 7년, 군관은 10년 근무하는데 우리와 달리 전투·포병·방공·통신 등 모든 병과에 골고루 배치된다. 별도의 여군 독립여단과 연대도 있지만 주로 남녀혼성군에 배치된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에 배치된 포병은 대부분이 여군이다. 금강산도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몇 년간 순시했던 군부대의 3분의1은 여군부대일 정도로 우대해 준다. 북한산보다 질이 좋은 중국제 화장품이 보급된다. 부적절한 사건이 자주 발생해 ‘생활제대(불명예제대)’하는 여군도 많다. 이처럼 북한여군의 수나 근무형태, 배치상황으로 미루어 17세 어린 북한여군이 금강산 초소에서 근무 중 얼떨결에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측의 조사 거부로 사건의 진상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여군 총격설은 ‘소설’일지도 모른다. 발포를 결심한 최종 명령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일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따오기 / 함혜리 논설위원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 ‘따오기’.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한정동(1894∼1976년)의 1925년 신춘문예 등단시에 윤극영(1903∼1988년)이 곡을 붙였다. 일제는 조선민족의 애환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담았다고 간주해 금지시켰지만 조국 광복과 함께 부활했다. 최루성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주제가로도 사용됐고, 가수 조용필이 리메이크 가요로 편곡해 부르면서 국민 애창동요가 됐다. 흰색 깃털에 가벼운 주홍색을 띠고 있어 한자어로는 주로(朱鷺) 또는 홍학(紅鶴)으로 불리는 따오기는 이처럼 노랫말 속에 남아 있어 친근하게 여겨지지만 정작 이 땅에서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1968년 5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보호가 제대로 안 된 탓에 1979년 1월 경기도 문산 비무장지대에서 1마리가 관찰된 뒤 자취를 감췄다. 청정구역에서만 사는 따오기는 국제자연보존연맹이 정한 멸종위기종 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국제희귀조다. 때문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달리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에서는 수년간 따오기의 인공번식을 시도해 왔다. 따오기를 국조(國鳥)로 대접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1981년 산시성에서 야생 따오기 일곱마리를 잡아 인공번식한 것이 현재 1000마리로 늘었다. 일본도 사도섬에서 서식하던 마지막 야생 따오기가 죽자 1991년 중국으로부터 한쌍을 기증받아 현재 100여마리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오기 기증을 약속했다. 따오기 복원운동을 추진해 온 경남 창녕군과 창녕고교 학생들의 공로가 크다. 중국 정부가 후 주석의 내달 말 방한에 맞춰 따오기를 한국에 들여오기로 하고, 안전한 장거리 여행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귀하신 몸’ 따오기가 전세기를 타고 한국의 서식지로 결정된 창녕군 우포늪에 안착하게 되는 진풍경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람사르협약에 의해 1998년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된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습지 우포늪에서 따오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날이 기다려진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휴민트(HUMINT) /김인철 논설위원

    1996년 3월 타이완의 첫 총통 민주선거를 앞두고 타이완 해협에 전운이 감돌았다. 선거에 나선 리덩후이 당시 총통이 ‘타이완독립’을 선언하자 중국은 타이완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리덩후이는 미국에 항공모함의 파견을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했고,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리덩후이가 강수로 맞선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중국이 쏜 미사일이 ‘공포탄’에 불과하다는 비밀정보였다. 당시 타이완 정보원이 중국군 장성 등 2명을 매수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중국이 말로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1998년 5월 인도가 비밀리에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 중앙정보국(CIA)에는 수억달러를 들여 첩보위성 등을 운영하면서 뭘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휴민트(HUMINT·대인정보)의 부족이 문제였다.”는 내부 결론에 따라 해외공작원과 첩보원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기 시작했다. 인간(HUMan)과 정보(INTelligence)의 합성어인 ‘휴민트´는 매춘에 이어 두번째로 오래된 전문직업이라는 스파이를 활용하는, 원초적인 정보수집 활동이다. 지난 20여년간 정찰위성과 도청장비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각종 정보를 포착하는 시진트(SIGINT·SIGnal I NTelligence)에 밀렸다가 최근 다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것.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휴민트의 전형이다. “지붕은 볼 수 있으나 지붕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시사하듯 휴민트는 사실뿐 아니라 적의 의도까지 파악해 알려주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정보다. 문제는 신뢰할 만한 ‘스파이·정보원·첩보원’을 찾고, 길러내고, 유지관리하는 일. 최근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극도로 폐쇄된 사회인 북한을 상대로 실효성있는 휴민트 수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내 입국 탈북자나 중국 국경지대의 북한인, 조선족 등을 통해서 고급 정보가 구해질지도 미지수다. 우리 정부의 정보활동 강화 움직임에 중국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남북간 최상의 휴민트는 당국이 신뢰를 회복해 공식 대화를 갖고 나누는 정보가 아닐까.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씨줄날줄] 채점/임태순 논설위원

    이두문학연구의 대가였던 국문학자 고 양주동 선생은 ‘선풍기 채점 일화’의 소유자다. 선풍기를 틀어 선풍기 주변에 떨어진 답안에는 후한 점수를, 멀리 날아간 답안지에는 박한 점수를 줬다. 빽빽이 채운 답안지는 무거워 멀리 날지 못할 것이라는 게 양주동 선생의 변이었다. 학사관리가 허술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몇년 전 신문사 입사시험 채점을 맡았다.8절지에 빽빽이 쓴 논술 답안지 수백장을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판에 박은 답안이 이어지면 건너뛰어 읽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답안을 작성했을 수험생들이 아른거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채점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수험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글에는 그 사람의 가정사, 성격, 인생관, 가치관 등이 은연중 드러나 묵언의 대화를 하게 된다. 최근 지방 국립대학의 법대 교수가 채점을 사법시험 준비반 학생들에게 맡겨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시준비생들은 학부생이거나 졸업생이라고 하니 학부생이 학부생을 평가한 셈이다. 이 교수는 바쁜 데다 수강생이 많아 채점기준을 제시해주고 평가를 맡겼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성적평가가 교수재량이라지만 교수가 채점하는 줄 알고 열심히 답안을 쓴 학생들은 허탈했을 것 같다. 반면 연세대에서 계절학기 강의를 했던 미국 뉴욕주 판사인 대니 전씨는 휴가 보따리에 답안지를 싸들고 갈 예정이라고 한다. 시험 채점은 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골칫거리였다. 컴퓨터보급이 일반화되기 전만 해도 교사들이 싫어하던 업무 중의 하나가 채점이었다. 대학에선 조교인 대학원생들이 일반적으로 교수를 대신해 채점을 한다. 연구와 강의로 바쁜 교수들이 허드렛일로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권위의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답안에는 학생들의 흔적이 담겨 있다. 답안을 보면서 교수들은 교수법이 맞는지,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교수와 학생간의 또 하나의 소통공간이다. 또 학생들의 교수평가가 강조되는 시대에 비춰봐도 채점을 학생들에게 맡긴 교수는 ‘간 큰 교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카파라치/함혜리 논설위원

    몇해 전 잇따라 날아 온 교통위반범칙금 청구서 때문에 무척 분개했던 기억이 있다. 기재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함정 단속에 걸린 게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버스 전용차로 시작되는 지점에서 차선을 바꾸기 직전에 같은 위치에서 찍힌 경우가 두번이나 됐다. 교통법규 위반을 전문으로 적발하는 ‘카파라치’의 카메라에 딱 걸린 것이었다. 2001년 3월 교통법규 위반차량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뒤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 이른바 ‘카파라치’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도로상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기 딱 좋은 취약지점에 망원렌즈를 맞춰놓고 있다가 위반차량을 ·찍고 신고해 포상금을 챙겼다. 월 평균 6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월 2000만원까지 버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갑작스레 늘어난 카파라치 때문에 신고건수도 크게 늘어나 430만건에 이르렀다. 카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결국 경찰청은 2003년 1월 효과보다는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결론 아래 이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카파라치는 사라졌지만 선파라치(부정·불법선거), 식파라치(불량·위해식품),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등이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 비법을 전수하는 사이트도 있다. 정부가 교통안전 종합시행계획의 일환으로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를 내년부터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자격을 갖춘 시민단체 회원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대상 지역도 경찰청이 지정한 사고다발지역으로 제한하는 등 과거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았던 ‘어두운 제도’를 굳이 다시 도입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문제고, 순수하고 자발적이어야 할 시민감시 기능을 돈으로 사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단속효과는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 누리지만 과태료 및 신고포상금 지급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보다는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시민의식을 강화하고, 준법정신을 독려하면서 도로 등 교통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독도 개발론/구본영 논설위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기도에 맞서기 위한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대마도(쓰시마섬) 영유권 주장으로 맞불을 놓자는 주장에서부터 한·일 어업협정 폐기론까지 다채롭다. 하나같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발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어제 한·일 어업협정 파기를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1999년 한·일간에 배타적경제수역(EEZ)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하고, 독도는 ‘중간수역’으로 한 협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잘못된 생각과 희망을 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비판으로,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먼저 어업협정 파기를 선언하면 또 다른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98년 어업협정에서 쌍끌이 조업을 제외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99년 재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복어 등의 쿼터를 일본에 내줘야 하지 않았는가. 그제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대마도도 한국땅이라고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조선 초기까지 대마도주를 우리 측이 임명하는 등 역사적 근거가 많다는 주장과 함께였다. 우리의 입장에선 솔깃한 공세적 해법이다. 그러나 맹점도 있다. 우리가 대마도를 오랜 세월 비워둔 반면 일본은 ‘왜구’들을 들여 보내 실제 점유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도 독도를 유인도화해 실제로 지배력을 강화하자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독도 주변해역을 매립해 유인도로 만들자는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의 제안이다. 귀화한 한국인으로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아는 그가 제기한 독도 개발론이라 그런지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일본도 높이가 30㎝밖에 안 되는 암초에 콘크리트를 씌워 ‘오키노토리 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이를 기점으로 200해리를 그들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린들 이를 원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있는 건설·토목 역량이나 서해안서 축적된 간척 기술이면 실행가능한 프로젝트일 게다. 물론 일본의 대응은 별개로 치더라도 보존을 최고선으로 치부하는 환경론자들의 반발이 변수이긴 하지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씨줄날줄] 강치/김인철 논설위원

    “서해에는 표범이, 그리고 동해엔 사자가 있어 한반도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는데….” 1997년 7월 환경부 생태조사단과 함께 백령도의 자연생태계를 취재하던 중 한 조사단원에게서 들은 얘기는 무척이나 새로웠다.‘동물의 왕국’이란 TV프로그램에서나 봄직한 물범이 20∼30마리 떼를 지어 백령도 앞바다 암초를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는 것만도 생소한데 독도 앞바다에 바다사자 떼라니. 그러나 이듬해 11월 취재차 들른 독도 앞바다는 황량했다. 망망대해 푸른 파도만 넘실댈 뿐이었다. 다만 높이 11.8m의 유인(有人)등대가 거의 완공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페인트칠도 채 안 된 등대 사진은 11월16일자 초판 신문에 게재됐다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관계당국의 요청으로 빠졌다. “이날 둘러본 각 포구의 해안에는 아홉 굴이 있었는데 물개(海狗)와 물소(水牛)가 자라고….” 조선 말 고종 때 검찰사 이규원이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본 뒤 쓴 ‘울릉도 검찰일기’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물개가 바로 강치, 해려(海驢) 등으로 불리며 동해를 호령하던 독도의 수호신 바다사자다. 가제, 가지로도 불렸기 때문에 옛 문헌에 독도는 가지도(可支島)로, 독도의 서도 북쪽에 있는 바위는 가제바위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1890년대 후반 가죽은 피혁제품으로, 지방은 기름으로, 살과 뼈는 비료로 이용하기 위해 강치잡이에 전념하다 끝내는 1905년 동해 강치를 싹쓸이할 목적으로 독도를 영토로 편입시켰다.19세기초 4만∼5만마리에 이르던 독도 인근 강치는 1905년부터 8년간 1만 4000여마리가 도살되는 등 일본 어부들의 남획으로 인해 1940년대 아예 멸종되고 말았다. 국토해양부가 물개보다 1.5배 정도 덩치가 큰, 온몸에 아름다운 흰털이 난 강치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강치 학살이 횡행하던 당시 일본 어부가 발사한 탄환에 겁먹지 않고 어망을 입으로 찢거나 배를 습격해 일본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던 ‘독도의 대왕’의 정신을 되살린다니 반갑다. 더 이상 ‘조용하고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능사가 아니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씨줄날줄] 선의의 함정/우득정 논설위원

    로버트 러드럼의 소설 ‘밴크로프트의 전략’에서 세계적인 자선단체 밴크로프트재단의 창시자 폴 밴크로프트는 ‘자선’이라는 공리주의적인 이상이 선의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에 빠진다. 많은 자선단체들은 우간다, 짐바브웨 등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극빈층 구제를 위해 구호물자와 기금을 쏟아부었지만 소수의 독재 지배층을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했다.1929년 박애주의 사업가 6명이 설립한 국제적인 자선기구 ‘인베르 브라스’는 히틀러의 제3제국 출현에 자양분만 공급한 꼴이 됐다.‘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선의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젊은 시절 위대한 수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밴크로프트는 자신의 수학적 분석으로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상이 현실이라는 방정식과 만나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굴절된다는 추론에 이른다. 좋은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선의의 함정’이다. 정책 결정자의 ‘상상력 빈곤’일 수 있지만 정책의 고유 습성 때문일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 적용 확대나 비정규직보호법 도입, 참여정부의 분배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적용한 결과, 아파트 입주민들은 추가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경비원 숫자를 줄였다. 그 자리엔 폐쇄회로TV(CCTV)가 대신했다.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도입한 비정규직보호법 역시 비정규직을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한 외주·용역직으로 내몰았다. 참여정부의 분배정책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도 분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의의 정책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시장에 국가의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면서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 개입으로 강 줄기가 바뀌면서 시장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자나 기업에 ‘선의’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다. 정책이나 법률 제안서는 항상 선의로 포장된다. 기업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무료 시식회나 사은품 제공 등과 같은 선의의 미끼를 던진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상임위원장/ 오풍연 논설위원

    어느 조직에서나 선망하는 자리가 있다. 이름하여 ‘꽃’이라 불린다. 이들 자리는 정점이거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경쟁 또한 치열하다. 행정부의 경우 장·차관이 이에 해당한다. 옛 재무부의 이재(理財)국장은 힘이 막강했다. 현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도 이재국장을 지냈다. 이재국 출신은 지금도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의 주력인 셈이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지검장도 출세 코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으로 가는 길목이다. 국회는 지난 11일 뒤늦게 개원식을 가졌다.18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43일만이었다.“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로 시작하는 선서와 함께 299명의 의원이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간 것. 각 의원들에게는 똑같이 25평의 의원회관 사무실이 제공된다. 국회의원과 4급 보좌관 2명,5급 비서관 1명,6·7·9급 비서 각 1명이 방을 함께 쓴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예산만 의원 1인당 연간 4억 7000여만원에 이른다. 국회직도 관심사다. 선수(選數)를 위주로 인선한다. 국회의장은 통상 제1당 최다선 의원이 맡는다. 관례대로 본다면 6선인 한나라당 정몽준·이상득 의원이 해당된다. 그러나 정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했고, 이 의원은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그래서 5선인 김형오 의원이 거머쥐었다.3선 이상 의원들은 ‘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상임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지역구 관리에 쪼들리는 판국이어서 상임위원장 판공비는 가뭄의 단비 같다고 할까. 물론 국회 본관에 넓다란 사무실도 따로 있다. 이번 주 중 여야 원구성 협상이 시작될 것 같다. 최대 쟁점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진작부터 각 당의 기싸움이 전개돼 왔다.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법사위 자체는 인기가 별로 없다.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경유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야가 위원장 자리를 서로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한 국회 공전은 안 될 말이다. 여야의 원만한 협상을 기대한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씨줄날줄] 천렵/김인철 논설위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쉽진 않겠지만 짬을 내서 한번 다녀가라는 당부다. 사연인즉, 일전 청계천에서 피라미니 불거지를 봤다고 쓴 기사를 읽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갔기에 피라미니 불거지, 모래무지, 미꾸라지 등 ‘하찮은’ 것들을 잡으며 놀던 기억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며 모처럼 천렵이나 한번 하자고 강권했다. 휴일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붓한 맛이 덜하다며 웬만하면 평일에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핑계김에 쉬어간다고 하던가. 하루 휴가를 내고, 이왕지사 술도 한 잔 할 요량으로 차를 가져가는 것도 포기했다. 시외버스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친구는 고향 마을에서 시오리 떨어진 샛강 다리 밑으로 이끈다.‘벙개’하듯 모인 또다른 친구들 네댓명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다가 반긴다. 어느새 솥단지에선 개장국이 펄펄 끓고 술도 한 순배 돈다.“오뉴월 개장국 국물은 발 잔등에 떨어지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북한 속담까지 들먹이며 친구들 모두 옛날 그 맛 그대로인, 친구 어머니가 야채니 양념 등 초벌 요리를 해줬다는 개장국의 맛을 입이 마르게 칭송한다. 아침나절 이르면서도 거나하게 마신 술기운이 온몸을 감싸기에 잠시 눈을 붙이는데 주위가 소란하다. 매운탕을 끓이느니, 튀김을 하느니 북적대는 소리다. 눈을 뜨니 정말로 피라미, 불거지 등이 한 그릇 가득하다. 어디서 사 온 거 아니냐고 묻자, 투망질 서너번만에 잡아 올린 거란다. 믿을 수 없다고 우기자 친구가 샛강으로 들어가 시범을 보인다. 정말로 단 한번의 투망질에 피라미 등 십여마리가 또다시 들려나온다.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한움쿰씩 다슬기를 주워 모여든다. 몇해 전 친환경농법이 유행하면서부터 농약 사용량이 급격하게 준 데다 상류에 들어선 대형 사우나시설이 엄격한 하수처리 규제 등으로 인해 아예 영업을 중단하면서 샛강이 살아난 결과란다. 잠시 뒤 한편에선 민물고기 매운탕에다, 다슬기와 아욱이 어우러진 된장국이 끓고, 또 한편에선 피라미 튀김이 한창이다. 한여름 벽촌의 강과 계곡에서 ‘평범한 서민들의 소박한 여름나기’ 한판 난장이 이렇게 펼쳐진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자료/박재범 수석논설위원

    대통령의 기록물은 개인 재산일까. 아니면 국가재산일까.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 재직시 생산한 각종 자료를 봉하마을로 가져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측이 청와대의 정보시스템인 이지원을 불법복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은 “국가기록원에서 회수해 가면 될 것 아니냐.”라고 반박한다. 사실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7년 제정 시행된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법’과 이 법을 만들면서 참고한 미국의 관련법을 살펴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역대 대통령의 기록들이 정리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대통령과 자문, 보좌, 경호기관 등의 자료 가운데 비밀성이 높은 것들과 정무직의 인사 등에 관한 자료 등은 지정기록물로 정해 놓고 있다. 상당기간 열람과 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기록물을 공적재산으로 간주하고 국가가 보관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법의 이런 정신은 미국의 ‘대통령 녹취기록물 및 자료보존법’에 실린 것을 대체로 벤치마킹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대통령제를 가장 오래 채택해 왔고, 그동안 수많은 사건 끝에 법률이 정비됐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 미국의 법은 1974년 닉슨 당시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비밀 녹음테이프를 파기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미 대선 때 닉슨 대통령이 벌인 비밀 정보공작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 개인편지와 선거자료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적재산으로 간주하게 됐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봉하마을이 경위야 어떻든 청와대의 자료를 가져간 것은 일단 잘못된 일이다. 법을 만든 사람들이 ‘법 따로, 행동 따로’의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번에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앞으로 유사한 소모적 논쟁을 막을 수 있다.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jaebum@seoul.co.kr
  • [씨줄날줄] 40년만의 화해/임태순 논설위원

    1894년 12월 전남 장흥군 석대뜰앞. 한때 기세등등하던 동학농민군들이 이 곳까지 밀려와 정부군과 최후의 일전을 벌였다. 변변한 무기도 없던 농민군은 신식총을 가진 일본군과 관군에 대항하다 전멸당했다. 농민군들은 앞서 장흥성을 점령하면서 부사와 관리, 주민 등 97명을 죽였다. 농민군이건 관군이건 후손들의 입장에선 조상들이 죽었다는 점에선 서로가 피해자였다. 후손들은 각각 ‘의(義)’와 ‘충(忠)’을 내세우며 서먹서먹하게 지내다 지난 2004년 8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서로 화해했다.110년 만이다. 특별법으로 농민군과 그 후손들의 명예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태영호 간첩단’사건에 연루됐던 전북 위도 주민들이 오늘 40년 만에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 이들이 다시 손을 잡게 된 것은 ‘간첩’과 ‘밀고자’라는 누명이 벗겨졌기 때문.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어제 1968년 태영호에 승선, 강제 납북됐다 풀려난 뒤 간첩으로 몰린 선원들과, 강압에 의해 허위자백을 한 이웃 주민들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해 조작된 인권유린사건이라고 조사한 것을 근거로 했다. 이 사건 연루 주민들 역시 서로가 피해자였다. 선원들은 북으로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빨갱이’로 손가락질 받았다. 허위진술을 한 주민들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 것에 치를 떨었다고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말했다. 27년간 복역했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과거의 범죄를 고백하면 처벌하지 않는 화해의 정치를 펼쳤다. 가해자였던 백인들도 인종차별정책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마음의 평화만 깨질 뿐”이라며 “용서해야 평화를 찾고 행복에 이른다.”고 했다. 태영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법정에서 “상부의 지시로 수사했으나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어두웠던 시대와 화해하기 위해선 이제 위에서 지시한 사람들의 고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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