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씨줄날줄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20
  • [씨줄날줄] 담배없는 도시/조명환 논설위원

    담배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처음 전래될 때 약초로 알려졌다. 실학자인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없어지고 기(氣)가 내리며 술이 깬다.”고 했다. 인조실록에도 담배를 피우면 소화가 잘 된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몸에 좋은 것으로 잘못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자 급속히 번져 나갔다. 심지어 인조 때는 어전회의에서도 대신들이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어떤 나이든 관리가 담뱃대를 물고 뻐끔거리자 담배연기가 어전에 가득 피어 올랐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임금이 참다 못해 “우의정!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겠소? 이제부터 (어전에서)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고 영(令)을 내릴 정도였다. 주인공은 임금과 사돈간으로 ‘계곡만필’이란 저서에서 담배예찬론을 편 대학자 장유(張維)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골초였던 셈이다. 지금은 상식이 됐지만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게 되면서 식자들 간에는 논쟁이 붙기도 했다. 성호 이익은 이를 ‘성호사설’에 담배의 해악 10가지로 정리했다. 현대의학이 밝혀낸 담배의 해악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주성분인 니코틴 외에 페인트 제거제로 쓰이는 아세톤,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과 페놀, 독극물인 청산가리 등 유해성분이 모두 23개나 된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물론 불쾌한 냄새, 간접흡연 피해 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가 그제 서울을 ‘담배없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금연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 서울광장과 조성 중인 광화문광장, 디자인서울거리 등 명품거리에 우선 적용된다. 음식점, 공원, 아파트와 초·중·고등학교 반경 200m 안과 택시도 포함된다. 이웃 일본도 새달부터 수도권 전철의 모든 역에서 전면적인 금연이 실시된다. 길거리 흡연은 2001년 금지됐다. 일부에서는 과태료를 물릴 수 없는 점을 아쉬워하지만 지도만 가능한 청계천 이용조례의 결과에 비춰 보면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금연피해 예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씨줄날줄] 황사의 공습/노주석 논설위원

    삼국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황사현상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서기 174년의 일이다. 흙이 비처럼 내린다고 하여 ‘우토(雨土)’라고 표기했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더니 조선왕조실록에는 ‘토우(土雨)’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었다. 흙비다. 황사(黃沙)는 일제시대이후 쓰였다. 황사는 한때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의 전령’ 꽃소식과 더불어 북쪽에서 전해지는 또 다른 ‘봄의 불청객’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유지 중국이 ‘세계의 굴뚝’으로 산업화하면서 단순한 모래먼지에서 온갖 오염물질로 코팅된 불량 먼지입자로 변했다.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규모는 약 100만t이고, 그 중 한 반도에 쌓이는 양은 15t짜리 덤프트럭 4000∼5000대 분량이라고 한다. 유·무형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7조 3000억여원에 이른다는 관련기관의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지구온난화로 발원지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발원지의 면적은 사막이 48만㎢, 황토고원 30만㎢로 한반도 면적의 4배 어림이다. 가깝게는 만주벌판에서 멀게는 5000㎞ 떨어진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피어오른 모래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높이 솟았다가 대기중에 퍼진다. ‘황사의 수수께끼를 풀다’를 쓴 이와사카 야스노부 가나자와대학 교수는 475㎞ 상공까지 부유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황사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를 내리는 씨앗이 되기도 하고, 바닷속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요소의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받는다. 하늘 높이 떠있는 황사는 엷은 막을 형성하여 구름과 마찬가지로 태양에너지를 반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구온난화 억제에 기여하는 셈이다. 초대형 황사가 어제 한반도를 공습했다. 전국에 황사예비특보가 발령됐다. 올 들어 3번째다. 시민들은 황사마스크로 무장하거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전대미문의 경제빙하기에 멍든 시민들의 마음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더 뿌옇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巨物과 去物 /이목희 논설위원

    여의도에는 두 군상(群像)이 있다. 금배지를 단 사람과 못 단 사람이 그들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그만큼 특권을 누린다는 풍자다. 아무리 과거에 잘나가던 클 거(巨)자 거물 정치인이라도 배지가 떨어지면 갈 거(去)자 거물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해 봄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박희태·김덕룡씨가 탈락했다. 5선 의원에 화려한 당직과 장관 경력까지, 거물(巨物)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이들이다. 그들도 공천에서 배제되자 바로 거물(去物)이 되고 말았다. 이후 여권이 인력난을 겪으면서 박희태씨는 한나라당 대표로, 김덕룡씨는 대통령 특보로 복귀한다. 하지만 뭔가 미진하다. 금배지가 없으면 대표, 특보도 어딘가 권한이 약해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의 거물(巨物) 가운데 원외의 대표격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다.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뒤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그 또한 실패했다. 그가 앞길을 도모하려니 금배지 생각이 다시 절실한 모양이다. 당 안팎의 눈총을 외면한 채 4월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거물(去物)이 유권자의 정당한 심판을 통해 거물(巨物)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것을 말릴 일은 아니다. 방법이 합리적이지 않고,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니 문제다. 한나라당을 보자. 5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켰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이제 와서, 그것도 지역구를 옮겨가며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정동영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대선까지 나섰던 이가 서울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자 고향을 찾아 쉽게 배지를 달려 하니 모양이 흉해 보인다. 지역감정 망령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민주당에서는 한광옥 전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게 1차 목표다. 의석도 중요하고, 정권 평가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인지도가 있다고 거물(去物)을 이곳저곳에 내세워 벼랑끝 승부를 거는 게 당과 국가에 도움이 될까. 지역선거인 재·보선을 중앙 권력정치와 연결시켜 분위기를 과열시킨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야 모두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BIS비율 8%/조명환 논설위원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터지게 된 직접 도화선은 대장성 은행국이 1990년 3월 발표한 ‘토지 관련 융자의 억제에 대해’라는 보고서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에 부동산 관련 융자가 금지된다. 융자를 과다하게 해온 은행이 철퇴를 맞는다. 은행들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현금 회수에 나선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융자금을 갚기 위해 너나없이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지만 살 사람이 없다. 팔리지도 않고 부동산 가격만 속락한다. 기업과 개인의 파산이 이어지고 은행도 연쇄 도산하게 된다. 일본 최고의 신용기금인 일본 장기신용은행 등 50여개 금융기관이 이때 정리됐다. 일본이 왜 ‘잃어버린 10년’의 출발점이 된 부동산 규제에 그렇게 갑자기 나서야 했을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결정적 요인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하다. 미국은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을 윽박지르다시피 해 엔화의 강세를 유도하는 ‘플라자합의’를 끌어냈다. BIS비율 규제가 플라자합의에 이어 ‘한방’으로 작용한 셈이다. BIS비율은 BIS 은행감독위원회가 1988년 7월 스위스 바젤에서 은행의 건전성 확보기준으로 마련했다. 신용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했다. 총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이 일반은행의 경우 8%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외환위기 때 BIS 비율 때문에 종금사의 퇴출과 시중은행의 통·폐합을 똑똑히 본 은행권은 어떻게 해서라도 BIS 비율만은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대출을 독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내렸지만 신용경색은 여전하다. 대출 부실로 BIS 비율이 하락하면 신용도 하락 등으로 생사가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제 BIS비율이 8% 이상인 우량 은행에 대해서도 공적자금의 선제적 투입이 가능한 수순을 밟기로 했다. 외환위기 때 모두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데 이어 또 세금을 쓰게 된 은행권의 행태가 곱지만은 않다. 경제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지만 은행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씨줄날줄] 국제형사재판소장/이목희 논설위원

    네덜란드 헤이그는 1907년 일본의 국권 찬탈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이다. 고종은 밀사를 파견해 일본의 침략상을 호소하려 했다. 강대국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이준 열사는 분사(憤死)로 애국심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무단점령, 집단살해죄 등 반인륜 범죄를 국경을 넘어 제재하자는 국제사회의 논의는 조금씩 진전되어 왔다. 그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모두 우리가 약자의 설움을 겪었던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다. ICJ는 국가간 분쟁을 다루며, 강제관할권이 미약하다. 그에 비하면 ICC는 독재자·학살자의 개인 책임을 묻는다는 면에서 위력적이다. ICC가 ICJ보다 50년이 훨씬 더 지난 2002년에야 설립된 배경이 되기도 한다. ICC는 최근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지구촌의 주목을 받았다. 다르푸르 내전에서 수십만명을 집단학살한 혐의였다. 하지만 국가의 장벽은 아직도 두텁다. 알 바시르 대통령은 다르푸르를 방문해 ICC 규탄집회를 갖는 등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교관과 봉사단체 회원의 추가추방을 위협하는 언행까지 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상설 규범·절차로써 반인륜 범죄자를 처벌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지는 않다. 100여년이 걸렸지만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처럼 전시성 국제모임이 유엔과 ICJ, ICC 등 상설기구로 발전해가고 있다. 새 국제법과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힘을 쓰려면 이들 국제기구에 한국인들의 진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송상현 전 서울대 교수가 그제 ICC 소장에 선출됐다는 소식은 반갑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ICJ 소장을 배출했다. 마사코 왕세자비의 부친인 오와다 히사시 전 유엔주재 대사가 바로 그로서, ICJ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일본이 우리 땅 독도 문제를 ICJ로 가져가려는 속내를 가지게 된 요인 중 하나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으로 활약하다가 고인이 된 박춘호씨의 자리를 백진현 서울대 교수가 메워줘 위안이 되긴 한다. ICC건, ICJ건, ITLOS건 국제사회에서 일단 목소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퀀트/우득정 논설위원

    1972년 12월 17호선 발사를 끝으로 아폴로계획이 종료되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종사했던 많은 과학자(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 월가로 진출했다. 정량분석가 또는 금융시장분석가로 불리는 ‘퀀트’(quant)다. 이들은 기업의 과거 실적, 향후 전망, 재무상태, 주가의 흐름을 나타내는 차트 등을 분석해 매수·매도 시점을 수식으로 모델화한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켰듯이 금융거래의 모든 변수를 계량화하면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익률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금융에 공학, 탐욕이 결합하면서 헤지펀드 등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지향하는 이들의 도전은 경제학자 버턴 몰키엘의 찬사처럼 ‘주가와 환율은 신도 모른다.’는 경지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금융 제약을 없앨수록 수익과 안전성을 배가시키며, 거래를 많이 할수록 좋다는 믿음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 넘쳐 나는 유동성을 감당하지 못해 배출구를 찾아 헤매던 은행들은 대기표를 들고 줄을 섰다. 하지만 하루 35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퀀트들의 수학적 정확성은 단 하루에 5억 5500만달러를 공중에 날리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검은 금요일’로 몰아넣었다. ‘천재들의 실패’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이야기다. 이 펀드에는 당시 월가의 총아로 불리던 존 메리웨더와 리스크 차익거래의 최첨단 모델을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머턴과 숄스라는 시카고학파의 두 거장이 참여하고 있었다. 숄스는 펀드 출범 당시 “우리는 단순한 펀드가 아닙니다. 금융기법 개발회사입니다.”라고 공언할 만큼 자신들이 개발한 모델에 확신이 차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LTCM의 몰락 전철을 되풀이하면서 월가로 진출한 퀀트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과학자’로 매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월가로 향하는 과학자들의 물결은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다. 바벨탑을 세우려는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여성권한 척도/ 함혜리 논설위원

    유엔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90년부터 매년 인간개발지수(HDI)를 발표해 온 유엔개발계획(UNDP)은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계기로 여성개발지수(GDI·남녀평등지수)와 여성권한척도(GEM)를 채택해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GDI는 국가별로 교육수준과 평균수명, 예상소득에서 남녀평등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반면 GEM은 국회와 입법기관의 여성비율, 고위 임직원 및 행정관리직의 여성비율, 전문기술직 여성비율, 남녀 소득차이를 평가요소로 활용한다. 2008년 UNDP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여성개발지수에서 26위(0.910)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여성권한척도는 108개국 가운데 68위(0.540)에 그쳤다. 여성개발지수와 여성권한척도 순위가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정치·경제 활동과 정책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성에 대한 문화·사회적 편견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지언정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분야인 정치와 경제에서 남성이 의사결정권을 차지하고 여성은 배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참여권을 가지고 목표나 비전을 함께 논의하지 못한다. 여성들의 의견이나 고충이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 2008년 전체 성비 가운데 여성의원 비율이 13.7%, 여성행정 관리직은 8%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치는 여성의원 비율이 19%, 여성행정관리직이 29%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계적인 여권신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첫 발표 때에도 인간개발지수 31위, 여성개발지수 37위로 인간개발에 있어서는 남녀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권한척도는 1995년 116개국 중에서 90위로 하위권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여성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지만 유리천장이 여전히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게 진짜 현실이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리셋 버튼/이목희 논설위원

    국내 체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지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적대국과의 긴장관계를 높이거나, 아니면 화해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 미국이 택한 세계전략은 전자였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미국의 적수가 못 되자 그런 외교기조가 약화되었다. 하지만 아들 부시 정권 시절 미사일방어망(MD) 계획이 적극 추진되면서 신냉전 논란이 다시 빚어졌다. 미국에 새로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부시 때와는 달리 러시아와 화해정책을 택했다. 처음에는 탈(脫)부시 정책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은 더욱 절박하게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인가, 화해의 길로 갈 것인가. 군비산업으로 승부를 볼 것인가, 군사비를 경제복구로 돌릴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계속 화해를 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MD 배치를 유보하는 선물을 준비했다. 대신 미국이 바라는 바는 두 가지. 이란의 핵개발을 막아 주고, 다른 국제테러 세력에 핵무기가 흘러가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 하나는 올해 말 종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대체하는 협정을 만들려 하고 있다. 막대한 전략핵무기 개발비를 경제위기 타개 쪽으로 돌려보자는 취지다.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침체로 불황에 허덕이는 러시아로서도 미국과 군비경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 미·러의 이해가 지금 딱 맞아떨어진다. 미국이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발표하면서 양국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오바마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화해의 비밀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엊그제는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 열려 양국관계를 ‘재설정(리셋)’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미·러 모두 내부의 강경 목소리가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회복 노력이 여의치 않으면 가상의 적이라도 만들어 국민 관심을 돌려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선물 소동이 시사하는 바가 걱정스럽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재설정 버튼’을 선물했는데 ‘리셋’을 러시아어로 잘못 옮기는 바람에 ‘과부하 버튼’이 되고 말았다. 양국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씨줄날줄] 북극의 경고/함혜리 논설위원

    북극이 지구의 기상, 기후, 해류의 순환 등 지구의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북극해에 떠 있는 해빙(海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 북극해의 얼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에서는 위성 이미지로 북극해의 빙하 변화를 관찰한다. 관측 결과 1980년 780만㎢이던 북극 빙하 면적은 1990년 620만㎢에서 2005년 532만㎢로 줄었고 2007년에는 413만㎢에 불과했다. 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얼음의 두께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적인 해빙이 관찰된 2007년 여름 이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런던대학교 북극관찰 모델링센터 연구 결과 2008년 겨울 얼음두께는 전년보다 19%나 줄었다. 북극빙하 전문가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피터 웨드햄즈 교수 연구팀은 2007년 겨울 해군잠수함을 타고 수중음파탐지기의 도움으로 북극해의 빙하 두께를 측정한 결과 1976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북극의 얼음은 지금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북극의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를 과학자들은 ‘빙하 알베도(태양열의 지표반사율) 순환효과’로 설명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 빙하의 반사율은 그만큼 줄어든다. 빛을 흡수한 바닷물은 더욱 따뜻해져 얼음을 빨리 녹이는 것이다. 극지의 빙하가 녹으면 극지에서 해양심층수가 만들어지지 않아 해류 순환작용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북극 툰드라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 그곳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공기중에 다량방출돼 온실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강한 온실가스다. 지난 10년 동안 북극의 여름을 관찰해 온 캐나다 라발대학 노던연구소의 워릭 빈센트 국장은 캐나다의회 보고에서 “북극해 얼음이 가장 비관적인 예측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오는 2013년 북극의 빙산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의 빙산이 사라지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북극곰이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생존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헬리콥터 머니/우득정 논설위원

    지난해 12월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책금리를 0∼0.25%로 0.75∼1%포인트 내리고 장기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려도 돈이 돌지 않으면 유동성 무제한 투하로 돈맥경화를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들은 버냉키 FRB 의장이 2002년 한 연설에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머니 헬리콥터가 떴다.’라고 표현했다.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에 빗대어 ‘대침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지난 25년 동안 자신들이 생산했던 것보다 매년 6∼7%씩 더 썼던 미국인들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순간 ‘쪽박’ 신세가 됐다. 과소비의 촉매역할을 했던 신용사슬이 끊어진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경제의 중심부가 화염에 휩싸이자 전 세계가 일시에 불바다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세간이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돈)을 뿌려대지만 금융기관의 금고 주변만 맴돈다. 유동성 함정이다. 그래서 밀턴 프리더먼은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리거나 소비자에게 현찰을 선물로 나눠주라고 한다. 이론은 간단하다. 통화량과 관련해 널리 인용되는 교환방정식 MV〓PY에 근거한다. M은 통화량, V는 화폐유통속도, P는 물가, Y는 명목국민소득이다. 사상 유례 없는 신용위기 국면을 맞아 돈이 돌지 않으면서 화폐유통속도가 ‘0’에 가깝게 떨어졌다. 돈이 돌지 않으니 자산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산가격 하락을 방지하려면 결국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L자형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물가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금 가락지를 끌어모으고 가재도구를 싼 값에 넘기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 투기세력의 장난인지 정책당국자의 무능 탓인지 좀 더 연구해봐야 확인되겠지만 그땐 국민 모두가 우리의 잘못으로 날벼락을 맞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들이 따라하기에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흉내낸 죄밖에 없다. 무지의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남산 르네상스/노주석 논설위원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했기 때문이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음으로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쪼이지 않는다는 지조, 이 몇 가지들이 그들의 생활신조였다.… 우리 현대인도 ‘딸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그 의기를 배울 것이요, 그 강직을 배우자. 그 지나치게 청렴한 미덕은 오히려 분간을 하여 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1896∼1989) 선생이 남긴 글이다. 한양 남산골에 살던 선비들의 기개와 그들이 모여 살던 남산골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다. ‘북병남주’(北餠南酒)라 했다. 북악 아래 북촌은 떡을, 남산 아래 남촌은 술을 잘 빚는다고 해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북촌엔 권문세가가, 남촌에는 무반이 주로 모여 살았다. 손님 접대가 많은 북촌은 떡이, 가진 것 없지만 호탕한 무인들에겐 술이 체질에 맞았을 법하다. 강남, 강남 하지만 ‘대한민국 1% 부자’는 강북에 산다. 북악 자락엔 성북동과 평창동이, 남산 기슭엔 이태원동과 한남동이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 보는 한남동은 풍수지리상 재물이 굴러들어 오는 명당이라고 한다. 국내 최고 재벌총수들이 둥지를 틀고 사는 까닭이다. 총수들은 등산을 해야 하는 북악보다 산책할 수 있는 남산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의 허파’ 남산(262m)은 한강과 함께 세계 도시 서울이 가진 대표적 자연유산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가 웅변하듯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남산은 맥과 숨이 막혔다. 3개의 터널로 구멍 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 자락은 큰 길로 끊겼다. 서울시가 그제 ‘남산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대로 남산의 가치를 재발견, 재창조하기 바란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딸깍발이의 공간’으로 되돌리길 기대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명퇴와 황퇴/우득정 논설위원

    지난해 말 외국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임원 6명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임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격려성 저녁자리로 알고 각자 CEO의 비위를 맞출 덕담을 준비해 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끝날 무렵 CEO가 임원 4명에게 포도주 잔을 채워주더니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회사가 제공한 자동차 열쇠, 사무실과 책상 열쇠, 출입카드 겸용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개인 물품은 내일 사무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학살극을 목도한 후배의 증언이다. 임원은 ‘임시직원’이라고 해서 언제든 잘릴 수 있다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곳곳에서 감원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해고에는 질병이나 업무부적응 등으로 인한 통상해고(일반해고)와 징벌적인 조치로 이뤄지는 징계해고, 그리고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로 행해지는 정리해고가 있다. 정리해고는 1996년 12월 노동관계법 날치기 통과 때 근로기준법에 명문화됐다. 하지만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에 밀려 2년간 유예됐다가 1998년 2월 노사정대타협 때 외환위기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채택됐다. 그럼에도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발, 성실한 협의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고된 근로자가 부당해고라며 구제를 신청하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수반되는 정리해고 대신 퇴직금에 웃돈을 얹어주는 명예퇴직(명퇴)이나 희망퇴직을 선호한다. 고용 조정에 따른 강제 퇴직이지만 자발적 퇴직의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다. 요즘 직장에서 떨려나는 근로자들은 ‘황퇴’(황당한 퇴직)라는 말로 자조한다. 어제까지도 멀쩡했던 직장이 ‘키코에 물렸다.’거나 돈줄이 막혔다고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까닭이다. 비정규직보호법 발효 이후 계약연장 거부 통보를 받는 기간제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황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마다 60만명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일자리는 도리어 줄고 있다. 지금은 고용의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UFC 진출 추성훈 “힘에선 절대 안 밀린다” 885억 빌딩 인수한 33살 ‘게임재벌’ 허민 서울시 행정망 해킹 방어에 ‘구멍’ CEO가 저녁먹자 불러서 갔더니 ‘황당한 퇴직’ 국회의원 또 도진 외유병 출산휴가 마친 뒤 복귀하니 무급휴가 가라고? 젋은 투수 잡은 ‘야구배트 트레이드’ 한약 부작용 신고 ‘0’
  • [씨줄날줄] 약탈 문화재/함혜리 논설위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의 명성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장품들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실상 이 소장품들 대부분은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렸던 제국주의 시대에 이집트나 그리스, 이탈리아,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약탈해 온 전리품들이다. 문화재 피강탈국들은 강탈국을 상대로 빼앗긴 유물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노력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약탈된 문화재도 유산이며, 국유재산은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파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있었던 이브 생로랑 소장품 경매에 청나라시대 토끼와 쥐머리 청동 동상이 경매품으로 나오면서 약탈 문화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위안밍위안에 있던 12지신상을 1860년 중국을 침략한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반출했는데 이중 쥐머리와 토끼머리 조각상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크리스티 및 프랑스 정부에 경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에 반발한 중국인 수집상이 청동상을 고가에 낙찰받은 뒤 약탈 문화재라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분쟁에서 가장 많이 원용되는 규정은 유네스코가 지난 1970년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이다. 하지만 이는 1970년 이후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에만 적용돼 분쟁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행정재판소의 판결은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국제분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 재판소는 2007년 4월20일 판결을 통해 ‘문화재를 그 맥락으로부터 이탈시키지 않는 정책’을 이탈리아의 전통적 정책으로 확인하고 이탈리아가 식민지배 시기에 약탈해 온 리비아 문화재를 본국에 돌려줬다. 우리나라도 1991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프랑스에 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외교적 현안으로 남았을 뿐 진전이 없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는 20여개국에 모두 7만 6143점에 이른다.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노력이 아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강남경찰, 강북경찰/노주석 논설위원

    부동산 열기가 뜨겁던 시절, 서울 강남으로 이사가려던 친구 부부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뒤 직원과 상담을 할라치면 십중팔구 “살고 계신 곳이 어디시죠?”라는 질문을 받는단다. 사는 동네를 밝히면 십중팔구 ‘시간낭비했다’는 묘한 표정을 지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는 것이다. 원로 여배우 최은희씨는 1978년 납북되기 전 고 신상옥 감독과 중구 장충동에서 살던 때를 가장 행복해한다. 그런데 지금은 강남에 산다. 얼마전 이유를 물어보니 ‘북한’ 을 연상시키는 강북의 ‘북’ 자가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강남이라고 하면 한강의 남쪽지역을 일컫는다. 행정구역상으론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강남3구’. 엄밀히 말하면 강동구까지 포함해 서울 동남부라고 지칭하는 게 맞다. 한강 이남이지만 서쪽에 치우친 영등포구, 양천구, 강서구는 끼워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강남·북의 차이를 세수(稅收), 아파트 평당 가격, 백화점수, 유흥 음식점수 등 생활환경으로 비교했다. 교육격차가 주거·상권의 격차를 키웠다. 지금은 학교와 학원이 강남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학부모들의 꿈은 자녀를 강남 아파트에서 키워, 초·중·고교와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강남지역 동문들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도록 교육시킨다. 그런데 입시 학원계의 ‘괴물’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요즘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강남신세대’ 를 채용하길 꺼리더라는 얘기를 했다. 곱게만 자라 모진 기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강남·북의 지역불균형은 ‘서울 메트로폴리스’가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교사나 지자체 공무원, 회사원과 심지어 성직자사회에도 ‘강남 선호도’가 심각하다고 한다.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강남, 서초, 수서 등 강남지역 3개 경찰서의 민원부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경찰관 600명을 강북지역 경찰관과 ‘맞트레이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비리 고리를 끊기 위함이라지만 경찰에도 ‘강남경찰’ ‘강북경찰’이 존재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L자형 불황/우득정논설위원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 말기 경기부양을 위해 남발한 신용카드 사태를 수습하느라 2년을 허비해야 했다. 노무현 정부는 가계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한국은행을 압박, 저금리정책을 구사했다. 대선 때 공약한 연 7% 성장은 고사하고 5% 성장에도 미치지 못하자 2004년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 경제가 일시적인 성장 후 다시 침체하는 ‘W자형 불황’(더블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성장동력 상실로 ‘L자형 불황’(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 들었다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었다. 그러자 정부는 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머잖아 고개를 치켜들게 될 것이라며 ‘U자형’ 회복곡선을 제시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이명박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변단체와 학자들의 예측에 기대어 ‘U자형’ 회복 가능성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재정의 조기집행 등은 이러한 기대와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 공급과 재정 투입을 확대해도 각종 경제지표는 끝 모를 추락만 거듭하고 있다. 실질소득 감소로 지갑이 얄팍해진 데다, 가계와 기업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의 전형적인 징조인 ‘유동성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 올 마이너스 4%, 내년 4.2% 성장 전망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V자형’ 회복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1987년 블랙먼데이를 1주일 전에 정확하게 예측한 세계적 투자분석가 마크 파버는 ‘세계 경기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경제’라는 이유로 비관적이다. 그는 특히 높은 가계 부채에 주목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한국의 불황 단독 탈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2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말 최근 파산에 직면한 동유럽권 국가들과 함께 한국 등 아시아 3개국을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 휘몰아치고 있는 경제한파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정책프로슈머 시대/노주석 논설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스와질란드, 잠비아 일대의 작은 마을에 가면 ‘플레이펌프’ 라는 놀이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빙빙이’로 불리는 이 기구는 흔하디흔한 원형 놀이기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창의력이 숨어 있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회전시키면 펌프가 자동으로 작동해 1회전당 1ℓ의 지하수를 퍼올려 물탱크를 채우게 고안됐다. 놀이를 통해 아프리카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광고할 공간을 찾아 헤매던 남아공 광고회사의 간부 트레버 필드가 1989년 개발한 이 놀이기구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가 만들어졌고 현재 1100개가 설치됐다. 2010년까지 모두 4000개를 설치해 1000만명의 아프리카인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슈머 한 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프로슈머(prosumer)는 프로듀서(produ cer)와 컨슈머(consumer)가 결합된 신조어. 1980년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사용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을 말한다. 생산 소비자 혹은 참여형 소비자 등으로 불린다. 20여년이 흐른 뒤에 출간된 ‘부의 미래’에서 토플러는 프로슈머와 프로슈머의 행위가 화폐경제와 가치를 교환하며 상호 작용하는데 최소 12가지의 경로를 거친다고 설파했다. 초기의 구매정보교환, 무료정보제공 등 단순 역할에서 자원봉사자로서의 가치창출이나 제품·서비스의 탈시장화 등 활동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개념도 진화 중이다. 프로슈머 없는 시장경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정부정책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책프로슈머는 정부 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해 쌍방향 소통한다. 정부는 그제 일상생활 속의 작지만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3000여명으로 구성된 ‘생활공감 주부 모니터단’의 출범식을 가졌다. 아이디어 공모 결과 모두 7300여건이 접수됐는데 이중 116건이 정부 각 부처의 정책으로 채택됐다고 한다. 정책프로슈머 시대의 개막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북한 인권/ 박정현 논설위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한 인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06년부터 퇴임 때까지 3년 동안 탈북자를 단독 또는 집단으로 백악관으로 불러 만난 게 4차례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유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탈북자들에게 북한의 자유를 위해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북한 인권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탈북자를 만남으로써 북한 지도부를 자극하려던 측면이 강하다. 클린턴 행정부의 마지막 국무장관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얼마 전 저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방북 경험을 언급하면서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움직이려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야 한다는 충고인 듯하다. 미 국무부는 그제 펴낸 2008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실태를 ‘아주 나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올브라이트의 주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와 비슷한 시각에서 북한 인권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린턴 힐러리 국무장관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폭정’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표현과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인하며 이주와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경비병의 지난해 7월 남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을 자의적이고 불법적으로 생명을 박탈한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미얀마·시리아·짐바브웨 등을 세계 10대 최악의 인권침해국으로 분류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10개국을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인권 개선·악화·나쁜 상태 유지 국가로 분류했으며, 북한은 나쁜 상태 유지 국가에 해당된다.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인권특사를 지낸 제이 레프코위츠는 북한정책을 놓고 핵협상 담당자들과 잦은 의견대립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북한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한 인권문제가 삼각형으로 얽혀 있는 구도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어떻게 풀려나갈지 주목된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블러드 골드/함혜리 논설위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다이아몬드로 인해 아프리카인들이 떠안아야 하는 고통, 어린이들을 살인병기로 내몬 아프리카 내전의 참상, 아프리카에서 자행되는 학살과 테러, 혼란의 와중에 사리사욕을 채우는 다이아몬드 사업자들의 비도덕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 인간의 탐욕과 잔인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영원’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인들의 피와 희생의 결과물임을 깨우치게 한다. 귀금속 가운데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꼽히는 것이 금이다. 금은 희귀한 데다 보관과 운반이 쉬워 어떤 경우에도 그 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전쟁 등 유사시에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훌륭한 화폐 대체재로 예로부터 각광받아 왔다. 금값이 금융시장의 위험도를 표시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안정되면 금값이 적당한 선에서 머물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면 금값은 거침없이 오른다. 달러화의 대체재로서 금값은 달러 가치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달러 가격이 오르면 싸지고 달러 가격이 하락하면 반대로 오른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금값이 연일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올해 안에 20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전자산’인 금에 미리 투자하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금 생산지는 아프리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금광에서 전 세계 금 생산량의 16%가 생산된다. 콩고민주공화국도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금 생산국이다. 콩고에서는 기계의 도움 없이 작은 구덩이를 파고 금을 캐내거나 강에서 사금을 건져 내는 원시적 형태의 채굴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광부들의 힘든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블러드 골드’. 그 혜택을 그들은 누리지 못한다.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군과 반군이 10여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부끄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글로벌 딜/우득정 논설위원

    2006년 11월17일 영국정부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스턴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영국정부의 위촉으로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인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경이 작성한 70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 비용이 9조 6000억달러로 1, 2차 세계대전 비용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금 당장 온난화를 막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5∼20%로 급증해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경제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턴경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은 80%,개발도상국은 20%를 감축하는 ‘글로벌 딜’을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글로벌 코리아 2009’ 국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방편으로 ‘글로벌 딜’을 제시했다. 세계 각국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동시에 펼쳐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면서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딜 성사 시점으로 설정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각국이 GDP의 2% 규모를 투입해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글로벌 딜의 대표적인 투자 분야로 ‘그린 산업’을 꼽은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주요 선진국의 보호주의 회귀 조짐에 대한 경고 역시 당연하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8.3%인 1조 1360억달러를 투입했거나 투입할 계획이며, 일본은 GDP의 2.2%인 11조 2000억엔, 중국은 지난해 말 4조위안 규모의 중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감세와 재정지출로 23조 1000억원을 투입하고 2012년까지 GDP의 5.4%인 51조 3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부담 급증, 경기부양 실패시 정치부담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부양 프로그램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자칫하다가는 남만 좋은 일 시켜주는 ‘독박’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에 지닌 패를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리고 동시에 까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신선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딸/박정현 논설위원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딸처럼 좋은 영화 소재도 없는 것 같다. 5년 전 개봉된 두 편의 영화 ‘체이싱 리버티’와 ‘퍼스트 도터’는 공교롭게도 18살 대통령의 딸을 소재로 하고 있다. 화려하면서 답답한 백악관을 떠나 자유를 추구하는 대통령 딸의 인간적인 면을 그린 영화들이다. 체이싱 리버티에서 미국 대통령의 외동딸 안나 포스터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벤이라는 남성과 우연히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유럽을 무대로 로맨스를 즐긴다. 대통령의 딸은 자유를 찾아 로맨스를 벌이지만, 실제로 벤은 대통령의 딸인 암호명 ‘리버티’를 보호하기 위해 투입된 비밀경호원이다. 대통령의 딸이라는 뜻의 영화 퍼스트 도터에서 사만다 매킨지는 대학 입학과 함께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약속을 대통령에게서 받아낸다. 아버지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경호원을 붙이지만, 대통령의 딸은 경호원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미국 대통령은 깜찍하고 당돌한 딸을 두고 있는 사례가 많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열살짜리 말리아와 일곱살짜리 사샤라는 두 딸을 두고 있다. 두 딸은 애완견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아빠의 패션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천진난만함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TV에 출연해서 “아빠가 선거 유세를 떠나면서 싸놓은 여행가방을 아무 곳에나 두는 바람에 가방에 걸려 넘어져서 불만이다.”는 솔직한 인터뷰를 했다. 그런 두 딸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엄격한 백악관 생활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 8시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자명종 시계를 맞춰놓고 아침 등교시간에 맞춰서 스스로 일어나도록 한다. 침대 정리와 방 청소도 직접 해야 한다. 자의식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오바마 부부의 자녀사랑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딸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딸도 부모 희망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인 바버라와 제나는 2001년에 음주 가능 연령이 되지 않았는데도 맥주를 마셔 물의를 일으켰다. 자유롭게 살고픈 희망과 대통령의 딸이라는 관심은 상충되게 마련인 듯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