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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워킹 푸어/함혜리 논설위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운이 억세게 좋아서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재산을 불리는 방법은 같다. 능력에 따라 소득을 올리고, 소비를 하고 남은 돈은 저축을 해서 그 저축에 붙는 이자로 재산을 불려나간다.그러나 아무리 악착같이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잔고가 바닥인 ‘제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워킹 푸어(근로 빈곤층)’다. 일자리가 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저축이 없어 실직하거나 병이 나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워킹 푸어는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용어다. 미국은 1973년에서 1995년 사이에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0%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런 성장이 계층별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늘어난 대부분의 소득이 상위 20%의 노동력에 돌아갔으며 이들을 제외한 일반 직장인들의 소득은 오히려 14% 줄어들었다. 정보화·세계화·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지식근로자나 숙련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저학력자·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 공통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근로인구의 5.3%, 유럽에서는 6%가 근로 빈곤층이다. 다양한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워킹푸어 인구가 2006년 1000만명을 넘어선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프리+아르바이트)’족,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PC방을 전전하는 ‘넷카페 난민’이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바쁘게 일하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켜 충망쭈(窮忙族)라고 한다. 유럽에선 ‘1000유로 세대’가 최근 ‘700유로 세대’로 대체됐다. 워킹푸어의 확산은 한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급격히 늘어나 약 300만명이 워킹푸어의 삶을 살고 있다. 워킹푸어 문제는 단순히 소득이 적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번 워킹푸어로 전락하면 구조적으로 그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제가 출렁일 때 첫번째 희생자가 되는 것도 이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엊그제 “워킹푸어들이 중산층으로 올라서게 도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모두가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죽산 조봉암/김종면 논설위원

    1950년대 극심한 사회 혼란 속에 자유당 이승만은 반공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북진통일론을 외쳤다. 이에 맞서 진보당 당수 죽산(竹山) 조봉암은 평화통일을 부르짖었다. 항일독립운동가로 제헌의원과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그는 1952년 직접선거로 이뤄진 제2대 대통령에 출마하지만 차점으로 떨어진다. 모두가 명철보신하며 제 살 길을 찾고 있을 때 감연히 이승만 독재에 도전한 것이다. 1956년 제3대 대통령에 출마하지만 다시 낙선한다. 박헌영의 공산당과 결별, 진보당을 만들어 위원장으로 정당활동을 하던 죽산은 195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다음해 처형된다. 혹자는 죽산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에 견주기도 한다. 대한민국 헌법제정에 참여하는 등 건국의 주춧돌을 놓은 인물이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죽산의 행적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1950년대 극우반동시대 평화통일·사회민주주의 강령을 내세운 진보당을 창당, 진보정치운동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이다. 6·25전쟁 이후 부패 특권경제 아래 신음하던 서민들에게 진보당의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은 큰 호응을 얻었다. 전후 농지개혁과 관련된 죽산의 역할과 사상은 농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절대적이던 ‘농업국가’ 한국의 기초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죽산은 몽양 여운형과 함께 진보정치세력이 따라 배워야 할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죽산의 진보당이 뿌리내렸더라면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사회민주주의가 국정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죽산은 지난 50년간 북한의 공작금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사형돼 ‘간첩’ 대접을 받아 왔다. 정치보복에 따른 ‘사법살인’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돼 온 것이다. 해방정국의 대표적인 진보정치인. 그는 과연 우리에게 잊혀진, 아니 잊혀져도 좋은 인물인가. 엊그제 여야의원과 사회원로들이 죽산 50주기를 맞아 선생의 명예회복을 청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도 지적했듯 진실과 정의, 인권의 문제는 이념을 떠나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다. 법원의 신속한 재심이 있어야겠다. 역사의 진실 규명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해양플랜트/함혜리 논설위원

    2003년 이후 장기 호황을 누리던 조선산업은 지난해부터 발주량이 40% 이상 급감하는 등 불황국면에 진입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해운경기가 급락하고 선박 교체수요도 대부분 마무리된 탓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결코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양플랜트가 있기 때문이다. 해저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시추와 생산에 필요한 해양플랜트 설비는 그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가 조선산업의 장기호황을 이끌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육상의 유전이 대부분 시추가 완료된 상황에서 해상의 유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그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던 한계유전 및 가스전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까닭이다. 해양플랜트는 기능에 따라 자원의 매장유무를 탐사하는 시추설비, 탐사를 마친 유전과 가스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해양설비, 시추와 생산기능이 복합된 고정식 해양플랫폼으로 구분된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주로 부유식 대형 시추설비인 드릴십과 생산설비인 FPSO에 주력하는데 경쟁력은 단연 세계 최강이다. 이런 경쟁력의 원천은 막강한 기술인력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 왔다.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FPSO가 대표적이다. 천연가스의 생산, 액화, 저장, 하역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신개념 해양플랜트다. 기존의 해저 천연가스 생산방식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1억t이하의 중소형 가스전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 획기적인 발상에 세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중공업이 세계적 오일메이저인 로열더치셸로부터 15년간 최대 10척,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LNG-FPSO를 수주할 수 있는 독점적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조선·해양 역사상 최대규모 수주액이다. 해양플랜트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과연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외상 장부/김성호 논설위원

    1960·70년대 동네 가게마다 허름한 공책이 늘상 걸려 있곤 했다. 시골의 점방도, 도시의 점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름아닌 외상 장부이다. 물건을 집어들곤 ‘달아 놓으라.’는 한 마디만 남기면 됐다. 장부에 적었다가 대개 한달 단위로 몰아 결산하는 외상. 가게주인도 손님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던 그 거래는 지금 생각해도 흥미롭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주머니가 조금씩 두둑해지면서 사라져 간 우리의 추억속 외상 장부. 지금이야 신용카드 영수증쯤이 대신한다고 할까. 신용카드도 따져 보면 외상은 외상이니. ‘달아 놓으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가게주인이나 손님이 함께 무탈하게 웃었던 거래. 40대를 넘긴 중·노년층이라면 그 외상 장부를 가끔씩 떠올리지나 않을까. 1980년대 중반쯤만 해도 서울 도심의 광화문, 무교동에는 외상이 통하는 허름한 술집들이 몇몇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달아 놓고 먹는’ 술집들이었다고 했다. 술집이라야 맥주 막걸리에 파전 북어포 따위를 파는 집. 주인이 없어도 먹은 내역과 이름만 어딘가에 적어 놓고 가면 그만이었다. 일종의 외상 장부인 셈이다. 그런 집들에 주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밤을 꼬박 새우는 올빼미족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이야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거의 잊혀진 채 몇몇 사람만 기억할 추억의 외상 술집 하나가 화제다. 1910년 이전부터 1978년까지 사직동에 있었던 명월옥이란 집. 외상 먹은 사람 300여명과 외상 내역을 촘촘히 적은 장부 3권을 서울역사박물관이 찾아냈다고 한다. 주인장의 머리숱이 적어 대머리집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는데. 신문기자며 문인, 공무원, 탤런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사들이 장부에 수두룩하단다. 지금이나 그때나 단골 외상은 여전한가 보다. 외상 장부에 1950년대 말부터 12년동안의 외상 내역이 깨알같이 적혔는데, 같은 이름이 숱하다고 하니. 따져 보면 외상손님 버선 발로 뛰어나가 반길 술집 주인이 어디 있을까. 인정 어린 외상 거래의 바탕은 분명 믿음이다. 40년 전쯤 우리 동네에 흔했던 외상 장부가 그랬듯이. 오늘 어디서 외상 장부를 하나 만들어 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영도다리/노주석 논설위원

    나이 든 부산 사람에게 ‘부산의 상징’이 뭐냐고 물어 보면 세 손가락 안에 영도다리를 꼽는다. 대부분 어릴 적 부모로부터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라는 얘기를 듣고 컸기 때문이리라. 그 시대를 산 부산 사람들에게 영도다리는 고향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영도다리를 모른다.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는다. 흘러간 명물이다. 마지막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 1966년 이후 추억의 다리로 전락했다. 영도다리는 1934년 부산 남포동과 영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개폐교(開閉橋)였다. 개통식 날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6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당시 부산 인구가 16만명일 때니 얼마나 북새통이었을지 짐작된다. 당시 신문 보도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은 다리가 정말 들릴지에 온통 쏠렸다. 심지어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걸 한번 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 6·25전쟁으로 임시수도 부산으로 피란 온 실향민들에겐 잊지 못할 망향의 장소이자 단골 약속장소가 됐다. 박시춘이 작곡하고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2절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아치다/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라는 가사 그대로였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속출하면서 ‘잠깐만’이라는 팻말이 나붙었고 경찰관이 배치됐다. ‘자살명소’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녔다. 요즘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돼지국밥과 밀면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피란 시대의 산물이다. 돼지국밥은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여러 사람이 나눠 먹던 데서 비롯됐다. 밀면은 메밀을 구하지 못한 이북 출신들이 밀가루로 대신 만든 냉면이었다. 아나고, 복국, 부산찜, 동래파전 같은 부산식 음식 족보에 없던 돼지국밥과 밀면이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온 셈이다. 영도다리가 75년 만에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다. 어제 통행이 중지됐다. 부산시는 10월쯤 다리를 해체하고 2012년 6월까지 복원할 예정이다.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지만, 문화재로 지정돼 살아남았다. 영도다리가 ‘끄덕끄덕’ 들리는 광경을 다시 보고 싶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차이메리카/함혜리 논설위원

    요즘 유행의 주기는 예전에 비해 무척 짧아졌다. 국제사회의 흐름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초강대국 미국이 전 세계의 경제와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대세였지만 이라크전과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차이메리카’(Chimerica·중미국)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힘을 키운 신흥강대국 중국과 기존 강대국인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양분할 것이라는 예고다. 경제사학자인 미국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 교수와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모리츠 슐라리크 교수는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공생관계를 표현했다. 전 세계 육지면적의 13%, 인구의 4분의1,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두 나라가 생산과 소비를 각각 나눠 담당하며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량구매 덕분에 높은 성장을 이룩하고, 미국은 중국이 미국채에 투자한 덕분에 저리로 돈을 빌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두 나라의 관계가 전적으로 원만한 것은 아니다. 무역 불균형 문제,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 및 군사지원, 티베트와 위구르 등의 인권문제 등 미·중 관계를 긴장 속으로 몰고 갈 문제들은 많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외교력 등에서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GDP는 미국의 5분의1, 1인당 GDP는 13분의1, 국방예산은 미국의 7.51%, 첨단 영역에서 미국보다 10∼20년 뒤처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중요한 파트너로 끌어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구매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힘과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본격적인 미·중 양강시대, 즉 G2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회의가 27일과 28일 이틀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두 나라 고위관료들은 세계 금융위기, 지구온난화, 북핵문제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독수리와 용이 힘겨루기를 하는 미·중 양강시대에 한국은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인지.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슈워제네거의 칼/김성호 논설위원

    자신의 집 대문을 강제로 열던 중 경찰에 체포된 흑인교수를 옹호하다 곤경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백악관서 내가 그랬다면 총 맞았을 것”이라며 흑인교수를 잡아간 경찰을 공개비난했단다. 경찰이 ‘과도한 흑인옹호’라며 들고일어나자 백기투항했는데. 문제의 교수와 그를 체포한 경찰을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회동을 갖는단다. 오바마가 ‘지나치다’싶게 흑인교수를 편들고 나선 건 인종차별에 대한 반발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은 아닐 터.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흑인과 히스패닉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잘 알고 있는 그다. 지지율 하락의 와중에 첨예한 ‘흑백대결’ 불씨를 대놓고 건드렸는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위기에 내놓은 ‘백악관 맥주파티’. 쇼맨십의 해법이 분란 진화에 도움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근육질 배우 출신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칼부림을 했단다. 심각한 재정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한 주정부를 살리기 위해 촬영한 비디오장면이다. 한 공무원이 주정부 차량을 경매로 팔아 예산절감을 이루자고 제안한 내용을 실감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자리에 앉은 채 60㎝ 크기의 칼을 쥐고 섬뜩하게 흔들며 ‘예산삭감’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주정부 소유차량 4만대 중 15%가량을 팔아 24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공무원이 낸 아이디어. 260억달러 수준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주지사 슈워제네거에게 아이디어는 눈물겹게 고마웠나 보다. 친구 주지사가 보내온 칼까지 들고나와 절절하게 감사의 뜻을 전했으니…. 문제의 영상은 슈워제네거 트위터에 올린 지 이틀 만에 무려 12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단다. 할리우드 스타의 터미네이터식 액션이 일단 관심은 끌고 있는 셈이다. 예산절감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빈곤층과 노인들의 반발도 클 수밖에. “경솔한 행동 아니냐.”는 지적에 슈워제네거는 “어려운 때 유머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단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백악관 맥주파티와,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의 칼부림 액션 유머. 이쯤 되면 불끄기 방편들도 슈퍼스타급이 아닐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1부서 1서민가정/김종면 논설위원

    임금의 일부를 반납해 소외계층을 위해 쓰자는 움직임이 공무원 사회에 이어 주요 공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 임금반납 운동은 행정안전부에서 먼저 시작됐다. 행안부는 지난 2월 5급 이상 공무원의 월급을 연말까지 직급별로 매달 1∼5%씩 반납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 등을 돕는 데 쓴다고 발표했다. 다른 부처에서도 저마다 월급 반납 결의가 이어졌다. 물론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범부처 차원의 운동인 만큼 혼자 외면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강제적인 임금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 반납의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 반납 움직임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뿐 아니라 공기업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선도적인 ‘나눔 기부’ 활동을 보이는 곳이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그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다. 한전과 한수원 임직원들은 임금의 2∼10%를 자진 반납했다. 반납된 돈은 일자리 나누기 등 경제 살리기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한수원을 비롯해 남동발전·중부발전 등 발전 6개사 임직원들은 지난해에도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한 바 있다. 한수원이 엊그제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서민경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1부서 1서민가정’ 결연을 맺고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분으로 ‘푸른 하늘 푸른 꿈 통장’(가칭)을 만들어 생계곤란 430가구에 6개월간 12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총 30억원을 들여 ‘1사 1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지원 사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두 맞춤형 서민·중소기업 지원책이다. 지난달 92명의 기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기업 경영평가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평가 대상자의 23%가 ‘낙제경영’으로 해임건의·경고조치를 받았다. 공기업 평가의 잣대는 다름아닌 대 국민서비스다. 요새 부쩍 힘을 얻고 있는 공기업의 친 서민경제 행보는 그런 점에서 한층 강화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방만경영의 대명사’ ‘신의 직장’ 등으로 폄훼돼온 공기업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국가브랜드 전쟁/박정현 논설위원

    브랜드 전쟁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문화적 리더십인 소프트 파워를 내걸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 파워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얘기다. 세계 4대 문화 발상지의 하나인 중국은 그들의 문화적 우월성을 알리는 ‘한(漢) 브랜드’ 전략에 착수했다. 기업과 제품에 중국의 문화적 가치를 부가시키겠다는 계산이다. ‘한 브랜드’의 대표작으로 영화 ‘영웅’이 꼽힌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진시황의 암살 시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영화는 중국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각국 대학에 러시아센터를 만들고 있다. 외국의 문화를 가장 많이 수입하면서 자국의 문화를 수출하는 프랑스는 세계 제1의 문화대국이다. 경제력보다 문화 파워가 우세한 세상이다. 세계은행은 2007년 펴낸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자본을 결정짓는 3대 요소인 자연자본, 생산자본, 무형자본 가운데 법질서와 문화 경쟁력으로 대표되는 무형자본이 국부 창출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힘은 이제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 파워로 바뀌었다.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브랜드 파워는 곧 나라의 품격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사회적 자본은 35만여달러였지만 한국은 10만여달러로 3분의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이지만 국가브랜드 순위는 50개국 가운데 33위다. 경제력에 비해 우리나라 품격이 형편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그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열어 정부 부처의 GI(Government Identity)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고, GI로 태극기와 무궁화, 한반도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간 정부를 대표하고 국가의 품격을 알릴 만한 상징이 제대로 없었다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 국민이 모두 국가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갖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국가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가 품격은 국민 모두의 노력이 누적돼서 형성되는 것이다. 전 국민적인 국가브랜드 제고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좋은 이웃 상(賞)’ /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5월15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앞으로 등기우편 한 통이 왔다. 편지 한 장과 1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들어 있었다. 육군대학 총장 등을 역임한 김준봉(74·육사12기) 예비역 소장이 보내온 것이었다. 김 장군은 편지에서 “6·25전쟁 당시 피흘린 수많은 미군의 희생정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헌신하고 있는 주한미군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적었다. 편지는 “조그마한 성의는 주한미군들의 복지를 위해 써달라.”고 끝맺었다. 샤프 사령관은 지난 21일 전달식을 갖고 주한미군시설단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김 장군은 미군의 거듭된 초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극구 사양해 전달식이 늦어졌다. ‘한국군의 살아 있는 전설’ 백선엽 장군은 회고록 ‘군과 나’에서 “미군을 떼어 놓고 국군을 얘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샤프 사령관은 지난해 말 주한미군 모범장병 초청행사에서 “한국에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한·미 유대관계를 잘 나타낸다. 두 나라는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었다.”고 연설했다. 두 한국 장군의 글과 행동에서 샤프 사령관은 속담이 현실화됐음을 실감했을 법하다.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좋은 이웃’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세 가지 용어가 방문자를 반긴다. 윗줄엔 작은 활자로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라고 한글과 영어로 적혀 있다. 아래엔 ‘Katchi Kapshida’라고 큰 활자로 표기했다. 2002년 발생한 효선·미선 사건을 계기로 생긴 ‘반미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만든 ‘좋은 이웃 프로그램’의 핵심개념이다. 대표적 프로그램이 ‘좋은 이웃 상’이다. 상이 만들어진 2003년 이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가 수상단체로 뽑혔다. 맹정주 구청장은 “2004년 미 8군과 자매기관으로 첫 인연을 맺은 뒤 한·미친선 평화콘서트, 주한미군 한국가정체험, 국제평화마라톤 등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친선협력을 펼친 결과”라고 자평했다. 한·미동맹은 군인들끼리의 관계가 아니다. 국민들끼리 가까워져야 생명력이 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안중근 의거 100년/박정현 논설위원

    올해 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회를 빛낸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봉중근이 있다. 한국을 폄하하는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스즈키 이치로의 타선을 봉쇄한 그는 단숨에 안중근 의사로 패러디됐다. 네티즌들은 위인전 ‘의사 안중근’의 겉표지를 봉중근의 얼굴로 바꿨다. 이치로는 이토 히로부미와 동일시됐다. 봉중근의 승리를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비할 바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지만 일본을 이긴 통쾌함에 묻히고 말았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는 해다. 오는 10월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본 제국주의 수뇌였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지 꼭 100년 되는 날이다.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8월15일에 하얼빈역에 도착한다. 동상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감옥이 있는 뤼순까지 이동한 뒤 서울 백범기념관으로 옮겨진다. 뤼순에서는 대규모 전시관이 때맞춰 문을 열 예정이고, 국내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상징인 ‘대한국인’ 손도장 찍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안중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안중근 의사가 대한독립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사살한 것이라고 밝힌 재판기록에 근거해서다. 안중근 의사는 190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멀지 않은 러시아-북한 접경 마을 연추하리에서 러시아 지역 최초의 의병조직을 조직했다. 이듬해 2월에는 동료 11명과 함께 왼쪽 무명지를 끊어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맹세했다. 그 의지를 태극기에 ‘대한독립’ 네글자로 새겼다.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斷指同盟)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연추하리에 비석이 세워졌고, 비석은 인근 장소로 이전됐다. 하지만 이전지역이 국경안 민간통제구역에서 300m 떨어진 곳이어서 러시아 당국의 허가 없이는 출입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비석에는 1909년 2월 당시의 국호가 대한제국이었음에도 대한민국으로 잘못 표기돼 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허술한 관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아울러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남북화해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로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만델라 데이/김성호 논설위원

    아프리칸스어로 분리·격리를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씻지 못할 오명의 역사를 갖는다. 17세기 이후 이주한 백인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비백인(非白人)을 차별해 온 억압, 멸시의 대명사 아파르트헤이트. 1948년 네덜란드계 백인 위주의 국민당 정부수립 후 공식제도로 시작돼 수많은 이들을 사지와 감옥으로 보냈다. 유색인종의 참정권을 막고 다른 인종간 혼인을 금지해 백인 특권 유지와 강화를 밀고갔던 아파르트헤이트. 이 불평등의 체제유지는 1976년 요하네스버그 주변 흑인집단거주지역 소웨토서 터진 폭동으로 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유색인종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졌고 1981년 헌법개정에 이어 10년전 인종차별 철폐의 헌법발효를 끌어냈다. 남아공에서의 인종차별 소멸엔 숱한 이들의 희생이 거름이 됐다. 넬슨 만델라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일등공신. 인종차별에 맞서 탄압받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회원을 7000명에서 10만명으로 늘려 놓았다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44세때 종신형을 선고받아 27년을 감옥서 보내고 70대 초반 석방된 만델라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듬해인 1994년 대통령이 됐다. 세상 사람들은 그해를 남아공에서 350년간의 인종차별이 종식된 해로 부른다. 얼마전 만델라의 91번째 생일, 남아공에선 전국적인 자선행사가 하루종일 있었다. 자신의 생일을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는 ‘나눔의 날’로 해 달라는 만델라의 요청을 정부와 국민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통령, 여야 의원, 고위공직자들이 불우노인 위문잔치며 거리청소에 나서는가 하면 노숙자들에게 담요를 건네는 등 나눔의 손길이 하루종일 이어졌다는데…. 남아공 정부는 만델라의 생일을 우리 국경일 수준의 ‘만델라 데이’로 공식 지정했다고 한다. ‘갈라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 ‘경제 인종차별을 가져온 위인’이란 엇갈린 평을 받는 만델라. ‘아프리카의 정치적 대부’로 불리는 그가 흑백화합과 인종차별 종식을 위해 변함없이 지켰던 통치철학은 ‘관용과 화해’였다고 한다. ‘만델라 데이’, 지정할 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진단키트 전성시대/노주석 논설위원

    임신 자가진단 키트는 1970년대 등장 이후 눈부시게 진화 중이다. 진단장비 덕분에 한번이면 간단하게 임신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임신 여부를 알고 싶은 여성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 번째 소변을 플라스틱 막대에 묻히면 그만이다. 5분이 지나 막대가 파란색으로 변하면 임신이고, 변하지 않으면 임신이 아니다. 값도 저렴할 뿐더러 정확도 100%를 자랑한다. 태아 성 감별 진단키트가 외국에서 시판됐다. 여아일 경우 시약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남아면 푸른색으로 변한다. 지금까지는 임신 이후 18주에서 20주를 기다려 초음파검사를 통해 성별을 알 수 있었지만, 이 진단장비가 나온 뒤 8주 이후면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믿기 어렵지만 정확도는 90%라고 한다. 불법성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천동지(驚天動地)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당뇨 진단키트 세트는 이미 가정 상비기구가 됐다. 원예 작물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사전 확인하는 데도 쓰인다. 수박의 과육이 변질되거나, 참외의 껍질에 얼룩무늬가 생기거나, 기형 호박이 생기지 않게 예방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흡기 질환, 자궁경부암, 결핵, 폐렴, 백혈병, 뇌수막염, 패혈증, 갑상선암, 전립선염 등을 한 번에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증폭식 기술도 개발돼 있다. 애완견용 심장사상충이나 파보, 홍역검사 진단키트도 널리 쓰인다. 신종플루와 조류독감 등 적용 분야의 향후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화학분야 최고 학술지인 미국 화학회의 ‘분석화학’ 6월호에 한양대 화학과 윤문영 교수팀이 발표한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이용한 분자진단법이 실려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항체나 유전자 증폭을 이용한 기존 진단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연구다. 특히 온도와 습도 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생화학적 안정성에 한계를 갖고 있는 항체를 대용할 수 있는 초고감도 진단장비 개발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3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분자진단 장비시장이 10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성장 BT산업의 핵심인 분자진단시장을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역경지수/함혜리 논설위원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가 1997년 발표한 개념으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스톨츠는 자신의 저서 ‘역경지수,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에서 AQ가 높은 사람이 IQ(지성지수) 나 EQ(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스톨츠는 AQ의 정도를 퀴터(quitter), 캠퍼(camper), 클라이머(clibmer)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퀴터는 역경지수가 낮은 이들로 힘든 일이나 역경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거나 도망가 버리는 사람이다. 캠퍼는 장애물을 극복하기보다 적당히 안주하는 스타일이다. 보통 조직의 80%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머는 가장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역경이나 장애물을 극복한다. 뿐만 아니라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발전한다.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탓하거나 남을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을 뿐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역경지수가 높은 인물로 곧잘 인용된다. 그는 역경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생각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동기로 삼았다. 집이 무척 가난해서 어릴 때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는데 이를 통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또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항상 운동에 힘쓴 결과 건강을 유지했다. 초등학교를 못 다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여기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를 등정하고 내려오다 추락사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씨는 누구보다도 역경지수가 높은 진정한 클라이머였다. 역경에 대한 도전과 극복을 반복하며 꿈을 이뤄온 그는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에도 “나의 역경지수를 믿는다.”고 말했다.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노트에 적어 지니고 다녔다는 고인. 그 말대로 마지막 순간에도 행복했기를 바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지리산 야단법석/김성호 논설위원

    경황없이 시끌벅적한 상황의 속칭인 야단법석. 세속의 어수선한 뉘앙스와 달리 불교계의 야단법석은 정제되고 경건한 의미를 갖는다. 야외에 세운 단,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서 부처님 말씀을 듣도록 마련한 자리라는 뜻이다. 지금이야 큰 법당이며 번듯한 사찰이 널렸지만 부처님 재세 시에야 그리 넉넉했을까. 오가다 조그만 자리 하나 깔아 법을 전해 듣던 소박한 공간의 이름이다. 전법·설법의 작은 종교적 공간이지만, 야단법석은 크기에 제한되지 않는 열린 소통의 큰 자리로 통한다. 많은 불교경전이 보여 주듯 스승과 제자, 출가승과 재가불자들의 꺼림 없는 대화와 토론장인 셈이다. 보시를 중시해 모든 이들이 차별없이 동참하는 무차법회(無遮法會)며 무차선회(無遮禪會), 무차회…. 이 자리들은 바로 덕과 자비를 골고루 나누고 받자는 야단법석의 연장이다. 다음달 중순 지리산 자락의 실상사 일원에서 흥미로운 야단법석이 열린다. 닫힌 선방을 벗어나 전국을 돌며 민초들을 만나는 탁발순례를 이었던 도법 스님이 별러 온 자리란다. 이번엔 한국불교 수행풍토를 작정하고 겨눌 모양이다. 전국선원 수좌대표 스님에게 수행에 대한 질문도 21개나 보내 놨다니 아무래도 법석이 심상치 않다. 법석은 역시 무차의 법회로 진행된다고 한다. 4박5일간 매일 두 시간씩 스님, 일반인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 꺼낼 수 있다니. 불교수행에 의문과 의심을 품었던 이라면 회심의 자리가 될 법도 하다. 한국 불교에선 철통같은 간화선 수행법을 놓고 부닥칠 절벽끝 담론들이 어찌 정리될지 궁금하다. 가뜩이나 “수행 따로 삶 따로”라며 불교풍토에 화살을 겨눠 온 도법 스님이었으니….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의 야단법석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건 한국 불교계에 정색하고 의문부호를 던진 도법 스님의 행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쌓이고 막힌 의문들을 속시원히 꺼내 흔들어 보자는 열린 소통에 대한 쏠림이 아닐까. ‘헌정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여야 동반점거’ 우리네 선량님들, 코흘리개들도 식상해하는 코미디 법단(法壇) 싸움을 내려놓고 여의도 가까운 한강 둔치에라도 나가 소박한 야단법석 한번 벌여봄이 어떨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영화리뷰] ‘차우’

    [영화리뷰] ‘차우’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주문했는데 자장면이 나왔다면 적지 않게 당황할 것이다. 무를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젓가락을 들었는데 자장면이 의외로 맛있다면? ‘한국 최초 리얼 괴수 어드벤처’를 표방하며 15일 개봉한 영화 ‘차우’는 이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불가항력의 괴수와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릴과 긴장을 기대하다가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게 된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손에 땀을 쥔 채 숨을 죽이기보다 키득키득 웃어야 할 장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첫 사건 현장을 찾은 시골 경찰들이 반복되는 후크송처럼 가파른 언덕을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때부터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더니 영화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얄밉도록 엉뚱하다. 사람을 잡아 먹는 변종 멧돼지를 소재로 한 이 작품 자체가 괴수 영화와 코미디를 버무린 변종인 것이다. 괴수에 초점을 맞춘 직구보다는 장르 영화의 정형화된 캐릭터를 깨며 커브를 던지는 이 작품은 그래도 ‘영화 보는 재미’라는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잡아내고 있다. 이야기 골격은 여타 괴수 영화와 다를 바 없다. 장난으로 근무 희망지를 적어 냈다가 지리산 자락 산골 마을 삼매리에 오게 된 김순경(엄태웅), 교수 뒤치다꺼리가 지겨워 변종 야생동물 연구 프로젝트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변수련(정유미), 왕년의 명포수(砲手)로 손녀를 잃은 천일만(장항선), 현재 명성이 자자한 명포수 백만배(윤제문), 사건 해결을 위해 본청에서 급파된 신형사(박혁권) 등이 씨줄날줄로 얽히는 과정에서 추격대를 결성해 식인 멧돼지를 쫓는다. 연출자가 누구인지 했더니 무릎을 탁 치게 된다. 2004년 펑키 호러라고 이름 붙여진 ‘시실리 2㎞’로 데뷔했던 신정원 감독이다. 그런데 신 감독은 “웃기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은 대부분 시나리오에 없었고, 현장에서 배우들과 상의해 만들어진 것이 많다.”고 시치미를 뚝 뗀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었더니 웃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처럼 풍자가 살아 있는 진짜 코미디를 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떨어지지만, 그런 작품을 하는 게 꿈”이라는 그의 말에서 ‘웃기는 괴수 영화’가 나오게 된 배경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식인 멧돼지를 현실 속으로 끌고 나온 애니메트로닉스, 컴퓨터그래픽 등은 할리우드에 견줄 수준은 아니지만, 크게 흠 잡기 힘들 정도로 무난한 편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고 일찍 자리를 뜨면 한 차례 더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차우’는 덫을 뜻하는 경기·충북 지역의 사투리이자 한입에 해치운다는 영어 사투리라고 한다. 120분. 12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메세나 특별법/김성호 논설위원

    기업은 이윤 창출을 궁극이자 원초적 목표로 삼는다. 그런 생래의 특성을 갖는 기업이 가시적 효과없는 투자와 비용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은근하고 긴 터울의 속성을 갖는 문화예술에야 오죽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예술분야는 전통적으로 기업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건 즉각의 이윤을 넘는 특장을 뒤늦게 발견하고부터다. 시대의 보편정서와 공통가치를 담는 문화의 힘이 단기의 물리적 현실이익을 뛰어넘는다는 가치의 발견이다. 유무형 문화유산을 앞세운 강국들에서 시작된 문화산업이 굴뚝산업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각광받는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단기의 가시적 이윤보다 훨씬 소중한 인류보편의 미덕과 장기의 부가적 효과를 갖는다는 문화예술.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이익을 좇아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기업.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처음 시작된 게 바로 메세나다. 196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기업예술후원회가 효시로 한국에선 1994년 발족한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를 처음으로 삼는다. 150여개 기업들이 가입해 ‘1기업 1문화운동’이니 문화예술인 후원, 메세나대상 시상 등을 꾸준히 벌여왔고 이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6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등 62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전년도 대비 11.5%나 줄었다고 한다. 대기업이 출연한 문화재단 지원이 전체의 30%나 된다니 군소단체나 개인이 받는 지원혜택은 여전히 가뭄의 단비 격이다. 메세나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나마도 기대하기 힘든 열악한 상황. 물론 경제불황 탓이 크다. 지금 추세라면 기업들의 지원이 더 위축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간접지원보다 메세나협의회를 통한 기업의 도움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문화예술계는 입을 모은다.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준다면 문화예술계를 향한 기업의 기부와 지원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메세나협의회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중인 메세나특별법(가칭)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달착륙 40년/오일만 논설위원

    “한 인간으로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20일 인류로서 달에 첫발을 디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집념은 달 착륙을 통해 실현됐다. 그러나 달을 둘러싼 우주개발은 미소 냉전구도의 산물이다. 1957년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자 최강국 미국의 충격은 엄청났다. 미국은 연방예산 5%와 40만명의 인원을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에 쏟아부었다. 당시 미·소의 우주 개발은 체제 과시용의 성격이 컸다. 이때문에 냉전 종식과 함께 우주경쟁도 시들해졌다. 30년 가까이 정체된 우주개발은 21세기 들어서 다시 점화됐다. 제2라운드 ‘달탐사 경쟁’인 것이다. 우주과학 기술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가생존 전략이다. 특히 달에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희귀자원이 다량 존재하고 있다. 핵융합 원료인 헬륨3의 경우 30t이면 미국의 1년치 전력을 생산한다. 달에는 무려 100만t이 있다고 한다. 아시아 맹주를 다투는 중국과 일본이 새로이 가세했다. 중국은 2007년 10월 달탐사 위성인 ‘창어 1호’ 발사에 성공, 중화민족의 ‘천년 꿈’을 이뤄냈다. 2011년 우주도킹, 2014년 우주정거장 건설 등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에 질세라 일본 역시 2007년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를 쏘았고 2030년까지 유인 달기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기존 우주 강국들도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 중이다. 미국은 태양계 탐사와 2020년 달에 유인기지를 세우는 ‘우주탐사 비전’을 제시했다. 러시아와 유럽도 달을 포함, 태양계 행성을 운항하는 유인 우주 왕복선 개발에 한창이다. 한국 역시 우주강국의 꿈을 차근차근 현실화시키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이달 말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달 탐사 궤도선 개발과 2025년 달탐사 착륙선 개발 등 장기적인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국가채무의 악몽/오일만 논설위원

    세계 각국이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 부양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올 국가 채무가 전년보다 57조 7000억원이 늘어난 366조원이다. 국내 총생산의 35.6%에 해당한다. 증가 폭도 사상 최대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국가채무가 400조원을 넘긴다는 우려가 높다. 400조원의 이자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재정적자 규모가 커질수록 부채의 악몽(the great debt scare)은 더욱 심해진다. ‘빚쟁이 발을 뻗고 잠을 못 잔다.’는 속담처럼 위정자들도 밤잠을 설치다 결국 ‘증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나 세금 올리기가 말처럼 쉬운가. 세금 징수를 흔히 ‘거위깃털 뽑기’에 비유한다. 잠자는 거위의 깃털을 조금만 뽑아도 거위는 냅다 비명을 지른다. 깃털을 무리하게 뽑아도 거위는 죽는다. 세금 올리기의 어려움은 바로 ‘조세저항’ 때문이다. 조세 저항으로 정권이 교체된 경우는 부지기수다. 1979년 영국 보수당의 승리나 1981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등장 모두 밑바탕에는 조세 저항이 깔려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영국의 ‘대처리즘’의 핵심은 민영화와 복지예산 삭감을 통한 감세정책이다. 레이거노믹스 역시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핵심이다. 최근 일본의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44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자민당을 몰아내고 원내 1당이 됐다. 조세 저항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집권 자민당의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현행 5%에서 8%로)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이 표로 폭발한 것이다. 세금에 대한 반감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가장 높아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절반을 넘는 유일한 국가다. 그만큼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나라다. MB정권이 부자 감세를 보충하기 위해 ‘서민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여론에 혼쭐이 났다. 당정이 최근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 폭을 줄이는 ‘부자 증세’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이다.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한 포석이다. 증세와 감세의 딜레마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네이밍 vs 라벨링/진경호 논설위원

    이미지로 먹고 사는 정치에서 상대를 누를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라벨링(labeling), 딱지 붙이기다. 한 번 가슴에 주홍글씨가 찍히면 제아무리 용을 써도 지워지지 않는다. 주차위반 스티커처럼 갖다 붙이긴 쉽지만, 이걸 떼려면 수십배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차떼기당’은 ‘보수세력=부패집단’이라는 공식을 낳은 대표적 낙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차로 실어나른 한나라당을 향해 열린우리당이 붙인 ‘차떼기당’이라는 이 오명은 전시(戰時)도 아니건만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천막당사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광복 직후의 ‘친일파’나 ‘빨갱이’에서 보듯 사실 우리 정치는 차떼기당 말고도 오랜 낙인정치의 뿌리를 지니고 있다. 좌파 진영이 ‘좌익’ 대신에 ‘진보’라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남북 분단의 대치 구도에서 ‘좌익=친북=척결대상’이라는 낙인으로부터 비켜서려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낙인의 저주는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가 단적인 예다.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기피하면서 한때 100여개에 이르던 수입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해외로 덤핑 역수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MBC PD수첩의 보도가 과장·왜곡됐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으나 한 번 각인된 ‘미 쇠고기=광우병’이라는 일반의 부정적 인식까지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라벨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으로 시작해 ‘MB 5대 악법’ 등 갖가지 딱지들이 난무한다. 대부분 집권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야권이 동원한 라벨들이다. 한나라당도 이에 질세라 비정규직 해고사태를 ‘추미애 실업’으로 명명하며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정치판의 라벨링은 언뜻 마케팅의 네이밍(naming)과 비슷해 보인다. 하나 정반대다. 네이밍은 자기 제품의 핵심을 내보이려는 노력, 즉 자기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인 반면 정치판의 라벨링은 거짓과 왜곡으로 상대를 죽이려는 노력이다. 상대 얼굴에 침 뱉는 라벨링 정치 말고, 좀 짙더라도 제 얼굴에 화장하는 네이밍 정치를 보고 싶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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