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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고졸 CEO/이도운 논설위원

    LG전자 창사 54년 이래 처음으로 고졸 출신 사장이 탄생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LG전자 가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된 조성진씨는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에 금성사(LG의 전신)에 입사, 35년 동안 세탁기 하나만 붙들고 매달렸다고 한다. 조 사장 말고도 고졸 출신 금융·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 고졸 출신으로 기업에 입사한 뒤 주경야독을 통해 대학을 졸업한 최고경영자들도 많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 664개 가운데 사장이 고졸 출신인 회사는 4.1%로 지난해보다 3.1% 늘었다고 한다. 고졸 출신 사장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올해 세계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35명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율로 따지면 7%로 국내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고졸 CEO 비율이 조금 높은 셈이다. 폴로 브랜드를 만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과 미국 리조트 업계의 큰 손인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CEO 겸 이사회 의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고졸 출신 CEO의 성공기는 훈훈한 얘깃거리가 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것만으로 학력과 학벌이 중요한 성공의 발판이라는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글로벌 기준으로 93%, 국내 기준으로 95.9%의 CEO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340명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200명은 MBA 출신이다. 글로벌 CEO들이 가장 많이 졸업한 대학(대학원 포함)은 하버드대(65명)이고, 스탠퍼드대(27명), 펜실베이니아대(24명), 컬럼비아대(18명) 등의 순서다. 고졸 CEO의 고무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업을 일으킨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 델 컴퓨터를 만든 마이클 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버진 그룹을 이끄는 리처드 브랜슨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가운데 대다수는 일단 대학에 들어간 뒤 사업을 위해 과감히 뛰쳐나온 인물들이다. 결론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대학졸업장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 그러나 CEO가 되려면 아무래도 대학 졸업장을 갖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씨줄날줄] 데이지 걸/진경호 논설위원

    “원~, 투~, 스리~,…세븐~, 음…식스~” 네 살 쯤 돼 보이는 금발 주근깨 소녀가 햇살 가득한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따내며 숫자를 센다. 마지막 꽃잎을 떼며 ‘텐’을 세는 순간 어디선가 금속성 음성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카메라는 아이의 해맑은 검은 눈동자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선다. 텐, 나인, 에잇, 세븐’ 마지막 카운트 ‘제로~!’가 불리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화면은 핵폭탄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름으로 뒤덮인다. 미국 대선 역사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선거광고의 전설’로 남은 TV선거광고 ‘데이지 걸’의 줄거리다. 이 광고로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은 소련에 대한 핵 공격을 지지하던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를 잠재우고 196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미지 정치를 선도하는 미국에선 이런 유의 선거광고 무용담이 차고 넘친다. 1987년 대선 때 조지 H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윌리 호튼 광고’, 이른바 죄수 광고도 그 예다.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윌리 호튼이 주말 휴가를 얻어 교도소를 나와서는 백인 커플을 납치, 남성을 살해하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다룬 이 광고로 부시 공화당 후보는 ‘죄수 주말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지사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를 공격했고, 결국 17% 포인트의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았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60초 전쟁’이 시작됐다. 첫 TV광고에서 박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 때 일어난 면도칼 테러를, 문 후보는 자택에서 가족과 보내는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미 대선 광고에 비해 너무나 ‘착한’ 광고들이다. 버락 오바마가 4억 달러, 밋 롬니가 5억 달러를 이번 대선 선거광고에 쏟아부은 미국과 비용 100억원, 횟수 30회로 엄격히 제한돼 있는 우리의 선거광고 위력이 같을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은 선거광고를 직접 유권자들에게 들이대는 반면 우리는 선거광고를 뉴스화해 인터넷으로 퍼뜨리고, 이를 통해 다수 유권자들을 파고드는 방식을 쓴다는 점에서 그 간극은 비용차보다는 훨씬 작을 듯하다. 어차피 유권자란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든 간단하게 정리하는 인지 균형의 심리기제를 타고난 존재다. 이리저리 재다가도 결국 ‘노무현의 눈물’, ‘이명박의 국밥’ 하나로 고민을 끝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감성적 결단’이 1%의 지지율 차이를 만들어 낸다면 박빙의 선거는 판이 바뀐다. 좋은 광고가 좋은 대통령을 만드는 건 아니다. 미 대선사가 말해준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신(新)백호주의/박정현 논설위원

    언제나 어린 소년 피터 팬이 사는, 모든 것이 있는 상상의 나라이자 호주 퀸즐랜드 북서부의 ‘상상의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곳. ‘네버 네버 랜드’(Never Never Land)는 어디일까. 1788년 배를 타고 시드니 항에 도착한 유럽의 죄수들에게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유배의 땅, ‘네버 네버 랜드’는 바로 호주였던 것이다. 유럽의 죄수들이 원주민 애버리진을 말살하면서 호주는 백인의 역사를 열었다. 후손들은 자신들의 조상을 머나먼 땅으로 쫓아낸 영국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영연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의 유럽’이라고 불린다. 호주는 아시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1851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호주 땅에는 중국인들이 몰려들었고 중국인 유입은 백인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백인들은 앵글로색슨 우월주의에 젖어 중국인을 견제했고, 지방정부 차원의 백인 우월주의는 1901년 호주 연방 결성과 함께 국가적 차원으로 확산됐다. 아시아인의 이민과 취업을 제한하는 백호주의(白濠主義)는 1973년까지 지속됐다. 백호주의 정책을 편 호주는 아이로니컬하게도 21세기 들어 아시아 때문에 먹고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성공은 아시아 국가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학·관광산업은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3대 산업. 유학과 관광 분야에서 아시아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인 유학생 3만명, 워킹 홀리데이 체류자 3만명 등 모두 14만명의 한국인이 호주에 체류 중이다. 중국인 유학생도 많을 때는 20만명에 이르렀던 적도 있다. 백호주의를 폐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는 인종테러범죄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며칠 전 또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올들어 3월 이후 네번째라고 한다. 중국인과 일본인들도 무차별 테러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백인들은 “아시아의 개들”이라면서 폭행을 한다고 하니 신(新)백호주의라고 할까. 호주 직장인 72%가 직장 내 유색인종 차별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30%는 실제 인종차별을 직접 겪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호주를 찾는 아시아 관광객과 유학생은 2009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도 호주 투자에서 백호주의를 우려할 정도라고 한다. 백호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 호주는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꺼리는 ‘네버 네버’로 남을 것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인문학 강의의 기적/임태순 논설위원

    독일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1944년 성탄절과 이듬해 1월에 유독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원인 규명에 나선 정신의학자 빅터 E 프랭클은 ‘집단적 실망’이 대량 사망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당시 수용소에는 성탄절이 되면 연합군이 진격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기다리던 12월 25일은 물론 다음 날이 되어도, 해를 넘겨도 연합군이 오지 않자 희망을 잃어 버린 유대인들이 발진티푸스에 맥없이 무너져 줄줄이 죽어갔다. 이처럼 인간은 마음을 놓아버리면(mindless) 한없이 약하고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만 반대로 정신을 놓지 않으면(mindful) 어떠한 고난과 시련, 병마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갖는다. 경기도 화성의 한 운수회사에서 실시한 인문학 강의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와 눈길을 끌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셀프 리더십’, ‘연탄길 이철환 작가의 인문학 강의’ 등 강좌를 한달에 2시간씩 한 차례 들었을 뿐인데도 교육이 이루어진 4~7월에 평소 1~2건에서 5~6건 일어나던 교통사고가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회사 측은 강의가 기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남에 대한 배려감을 갖게 해 사고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기사들도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과속을 안 하게 된다고 맞장구를 친다. 최근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TV에서 행복학 강연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행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4위로 중하위권에 처져 있으며, 최근 한 보험회사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50대 10명 중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6명이나 될 정도로 ‘불행공화국’이다. 삶에 대한 마음을 놓다 보니 하루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8년째 고수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은 생에 대한 만족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트나 자동차 크기 등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만남, 소통 등 경험의 공유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행복감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너무 물질적 만족에 마음을 빼앗겨 왔다. 인문학은 문학·철학·사학을 버무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일깨워주고 인생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문학을 충전해 황폐해진 우리들의 인성을 치유할 때도 됐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유튜브 킹/박정현 논설위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인생역전‘은 단연 세계적인 주목거리다. 평범한 휴대전화 판매원에 비호감형인 영국인 폴 포츠가 세계적 스타 대열에 들어선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그가 데뷔한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유튜브 조회 수는 2007년 1억건을 넘어섰다. 무명의 10대 소년 저스틴 비버는 유튜브 1위에 오르면서 월드스타로 부상했다. 그의 뮤직 비디오 ‘베이비’가 나온 지 33개월 만인 2010년 7월 왕좌에 앉았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를 맴돌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마침내 저스틴 비버를 물리치고 ‘유튜브 킹’으로 우뚝 섰다. 강남스타일은 지난 24일 오후 6시 8억 369만건으로 8억건을 돌파했고, 같은 시간 저스틴 비버는 8억 365만건을 기록했다. 강남스타일은 지난 7월 15일 공개된 지 133일 만에 파죽지세로 유튜브에서 확산됐고, 최단기간 유튜브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차트 1위가 미국 내 음반 판매에 근거한 미국 최고 가수라면, 유튜브 1위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싸이의 ‘유튜브 평정’ 상징성은 엄청나다. 인터넷에서 싸이의 말춤을 조회해 본 나라는 미국이 1억 5000만건으로 가장 많다. 태국·한국·터키·브라질·영국·캐나다·프랑스 등이 각 2000만~4000만건 수준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이고 나우루·투발루 등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에서도 강남스타일을 찾았다. 싸이의 1위 소식이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강남스타일이 ‘한국스타일’이란 점이다. 빌보드 차트 5주 연속 2위를 차지할 무렵, 그의 주변에서는 싸이에게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해야 성공한다.”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싸이와 그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한국어 노래로 활동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구상에서 그 어떤 비디오보다도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강남스타일의 모습도 어찌 그리 한국적인가. 타이완계 미국인 스티브 첸이 만든 유튜브(YouTube)의 유(You)는 모든 사람들, 튜브(Tube)는 TV를 의미한다. 두 단어를 합하면 ‘모든 사람이 시청자이자 제작자’라는 뜻이다. 유튜브에는 하루 8억명 이상이 드나든다. 이곳에서 재생되는 동영상 수는 무려 40억개. 모든 사람이 시청자이자 제작자인 유튜브는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기회의 창이다. 누구든 인생의 비약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싸이의 유튜브 1위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 아닐까.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혁신 DNA/오승호 논설위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가장 큰 원인으로 1970~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채택했던 경제 발전 모델의 한계를 지적한 적이 있다. 우리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01년 출간한 ‘21세기 한국비전’에서다. 시대 흐름이 지식정보화사회로 바뀜에 따라 경제사회발전전략도 그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했어야 하는데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산업화시대의 발전 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1990년대 겪었던 잃어 버린 10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화시대의 경제발전 모델을 혁신적인 지식경제시대, 정보화시대의 발전 모델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에서 일본 경제의 약점으로 ‘느린 변화와 혁신’, ‘적시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고 뒤늦게 반성하는 반도체기업’ 등을 꼽았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신발이나 옷은 만들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제품 개발을 할 기술과 첨단제품을 갖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취지로, 기술혁신을 강조한 말이다. 1989년 소니그룹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국토교통상과의 공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The Japan that can No)에서 미국인들의 사업 행태를 비판했다. 실질적인 제품이나 생산력보다는 인수합병(M&A) 같은 머니게임에 너무 집중하는 등 단기 이익에 집착하고 장기사업은 희생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일본 기업들은 이들이 지적한 미국 기업인들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전자업계 ‘빅3’의 신용등급이 모두 투자부적격인 ‘정크’로 추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소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파나소닉은 ‘BBB-’에서 ‘BB’로 각각 낮췄다. 앞서 피치는 지난 2일 샤프의 신용등급을 ‘B-’로 6계단 떨어뜨렸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주름잡던 ‘혁신의 대명사’ 소니의 굴욕은 ‘혁신 DNA’ 상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05년 일본에서는 ‘세계최강기업 삼성이 두렵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일본 전자업계가 삼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일본의 경제평론가이자 경영컨설턴트가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이 다시 일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지 궁금해진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순방외교/육철수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세계 190개국과 수교 중이다. 나라마다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국익을 창출하려면 대통령이 해야 할 외치(外治)는 산더미 같다.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따라 국부(國富)와 나라의 안위가 좌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원분야는 정상(頂上) 외교가 중요하다. 자원 부국들은 중동·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에 많은데, 자원 관련 국책사업은 대개 그 나라 최고위층이 결정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담판을 벌이는 게 효율적이다. 단순한 친선 방문이라 해도 국가원수가 움직이면 우호증진 효과는 대단하다. 세금만 쓰고 다닌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사실 돈이 꽤 들어간다. 거리·일정·목적에 따라 한 차례 순방비용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이나 든다. 북방외교에 힘을 쏟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11차례 순방에서 452억원을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3차례 나가면서 495억원을 사용했다. 실사구시 외교를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에 546억원, 자원외교에 전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차례에 700여억원을 각각 썼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줄이고 경제인을 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가끔 호화 수행단을 꾸려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기록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캄보디아) 참석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끝으로 재임 중 해외순방을 마무리했다. 그는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했다. 임기의 8분의1인 232일(기내 포함)을 외국에 머물렀다. 비행거리는 75만 8478㎞. 지구 열아홉 바퀴를 돈 셈이다. 다자회담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170차례나 했다. 2년 전 순방길에는 딸과 외손녀를 데려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5년간 순방 비용은 곧 계산서가 나오겠지만 만만찮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최고경영인(CEO) 출신답게 ‘세일즈 외교’를 활발하게 펼쳐 ‘결코 손해보지 않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평창동계올림픽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데 업적을 남겼다. UAE에서는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사업을 수주했다. ‘20년 지기’인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는 정상 외교사(史)에 사례가 드문 ‘사우나 외교’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따오기도 했다. ‘글로벌 코리아’를 이룬 이 대통령이 내치(內治)에서는 빛을 잃은 게 못내 안타깝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환란 15년’의 교훈/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面出政權)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요즘, 권력(힘)은 돈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꼭 15년 전에 우리는 달러화의 위력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살아났던 당시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고통이다. 환란의 뒤에는 ‘금융 사냥꾼’ 조지 소로스가 숨어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에 따르면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무기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부 주도로 경제 발전을 구가하는 ‘아시아 경제모델’이 눈에 거슬려 공격을 결심했다. 첫 먹잇감은 태국. 1997년 7월 태국정부가 바트화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꾼 틈을 타 공격을 단행했다. 태국은 300억 달러나 소진하면서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금융폭풍은 곧바로 인접국인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를 초토화시켰다. 우리나라는 헤지펀드의 직접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해 10월 홍콩·타이완 등 중화경제권이 공격받으면서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88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했던 타이완은 타이완 달러를 6% 평가절하하는 선에서 선방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기 외채가 많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달러화를 막으려고 11월과 12월 두달 사이에 230억 달러를 소진하고 말았다. 금고에는 달랑 38억 달러가 남아 백기를 들고 IMF에 구조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은 도와주기는커녕 투자자금 140억 달러를 빼갔다. 철석같이 믿었던 미국정부(재무부)도 “한국이 맹방이지만 경제 빗장을 열려면 더 가혹하게 대해야 한다.”며 강공책을 폈다. 돈의 세계는 이렇게 총부리보다 더 냉혹했다. 환란을 끌어들인 데는 우리 경제 내부의 취약점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단기 외채, 비대한 금융,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어발 재벌투자, 관치금융 등이 화를 불렀다. 국민이 금 225t을 모으고 기업 구조조정에 혈세 156조원을 쏟고서야 겨우 회생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잠재성장률은 환란 때의 반토막으로 주저앉고 빈곤 인구는 2배로 늘었다. 외환보유고만 빼고 우리 경제는 온통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온갖 복지 공약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복지과잉은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종국엔 금융위기를 부를 텐데 환란의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그린 오바마/이도운 논설위원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붉은 주’(Red State)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파란 주’(Blue State) 간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가장 큰 환호를 보낸 것은 ‘녹색(Green) 세상’ 사람들이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 자체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간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재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국가 부채, 사회적 불균형,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14일 가진 재선 후 첫 공식회견에서도 “첫 임기 4년 동안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높이는 등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두번째 임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국 규모의 토론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에 초록색을 입힌 ‘그린 오바마’의 모습을 곳곳에 전시하면서 그의 강력한 녹색정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환경·에너지 정책 앞에 푸른 신호등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는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의 변화’를 오바마 2기 정부가 직면한 10가지 경제 이슈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가뭄·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대비할 것인가, 기업이 부담할 탄소 감축 비용을 어느 선으로 정할 것인가, 혹은 탄소세를 부과할 것인가, 국가 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아예 축소할 것인가 등이 오바마 정부가 다뤄 나가야 할 녹색정책 과제들이라고 한다. 오바마는 1기 정부 때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미 정부에서 5억 2000만 달러나 투입한 태양광 업체 솔린드라와 3900만 달러를 지원한 에너지 저장업체 ‘비콘 파워’가 파산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녹색정책은 기대만큼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그 성과를 수확하는 정부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차기 정부도 녹색성장 정책을 평가, 점검하는 과정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씨줄날줄] 풍자 그림/육철수 논설위원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란 풍자 그림이 논란에 휩싸였다. MBC 드라마(골든타임)를 소재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아이를 낳은 장면을 묘사했다. 아이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분만에 참여한 맨 왼쪽 의사는 아이를 향해 거수경례를 붙이고 있다. 맨 오른쪽 간호사는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박정희를 낳는 박근혜’라는 그림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풍자화는 사단법인 평화박물관(공동대표 백낙청 등)과 ‘아트 스페이스 풀’이 유신 40주년을 맞아 공동 기획한 ‘유체이탈’(維體離脫)에 전시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홍 화백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출산설’에 착안한 그림이라면서 “(박 후보의) 이상스러운 처녀성, 몰지각한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실정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하위법인 공직선거법 위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서 “헌법에 기초해서 인간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표현의 자유의 귀중함을 가늠해 보려 한다.”면서 “이 정도의 자유가 없다면 국적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영화 ‘간첩 리철진’ 등으로 유명한 장진 감독의 ‘풍자론’을 음미해 보자. 그는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풍자는 대상과 타이밍은 물론, 수위까지 정확해야 한다.”면서 “대중이 느끼는 옳고 그름을 위배하면 풍자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또 “수위를 넘어서면 일방적 조롱이 되거나 누가 봐도 거부감을 느끼는 인신공격이 된다.”면서 “누군가를 죽이려는 풍자는 풍자로서의 성격을 잃으며, 공격받는 상대에게도 피할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공감이 간다. 그가 어느 TV에서 진행하는 시사 코미디쇼에 대해 풍자의 단골 손님인 이명박 대통령조차 “재미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니 그의 ‘풍자의 격’을 짐작할 만하다. 홍 화백의 풍자화를 두둔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이념적으로 특정 정파에 경도된 그가 ‘딸이 아버지를 낳는’ 반인륜적 표현을 한 것 자체부터 부적절하며 설득력도 약하다. 아무래도 홍 화백은 장 감독에게 풍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수 단단히 배워야 할 듯하다. 또한 내 권리가 중요하면 타인의 권리도 중요하며,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게 민주시민의 상식이란 점도….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골목상권과 소비자 보호/오승호 논설위원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월마트는 당시 한국의 소비자들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여서 싼 제품을 무조건 좋아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월마트의 핵심 역량인 EDLP(Everyday Low Price·매일 염가판매) 전략을 그대로 구사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창고형 할인점 방식을 고수했다. 결국 적자가 누적되면서 2006년 철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실패한 월마트는 일본 유통시장에서는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가격인하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영 이념인 ‘절약’이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4위의 글로벌 유통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도 소비자에서 찾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소규모 슈퍼마켓을 진출시켰지만 일주일에 한 차례씩 장보기를 하는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소비자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통한 골목상권 보호 문제로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 따로, 정치권 따로’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16일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밤 10시~다음 날 오전 10시)과 의무휴업일(월 최대 3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식경제부가 대형 마트 등의 대표들과 회의를 열고 매월 2회 의무휴업, 인구 30만명 이하 도시의 대형 마트 출점 자제 등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 낸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법 개정안의 상임위원회 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대형 마트나 SSM에 대한 허가제가 도입되지 못한 점을 들어 추가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반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무시한 전형적인 포퓰리즘법이라며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영세 상인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을 제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밤늦게, 또는 휴일에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상생하기 어렵다. 전통 시장의 주차시설, 신용카드 결제나 환불 시스템, 친절 등 자생력을 키울 필요성도 규제 못지않게 절실하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씨줄날줄] M&A와 후보 단일화/임태순 논설위원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우거나 기업가치를 높인다. 또 사업 다각화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M&A를 하기도 한다. SK그룹은 알짜배기 공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대표적 기업이다. 유공을 물려받아 SK에너지로 키웠고, SK텔레콤은 한국이동통신을 모태로 하고 있다. 그러나 M&A가 항상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지급해 인수기업이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사 매킨지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M&A를 한 1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62%가 오히려 기업가치가 저하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사다. 자동차 업계의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는 1998년 결합했으나 완고함과 서열 중심의 독일 기업문화와 자유분방하면서도 성과를 중시하는 미국 기업문화가 융합되지 못해 2007년 끝내 갈라서고 말았다. 후보단일화 등 정치적 M&A는 선거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의 사례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통해 교육감에 선출됐으나 후보사퇴의 대가로 금품을 준 사실이 적발돼 직도 잃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의 M&A는 대부분 당선으로 이어져 효과가 높다. 후보단일화는 지지세력이 엇비슷할 때보다 우열이 심할 때 이루어지기 쉽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DJP 공조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지지율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간의 단일화는 선거 하루 전 파기되기는 했으나 대등한 세력 간 후보단일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대선 후보단일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서로 엇비슷해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급기야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안 후보 양보론’을 퍼뜨리는 것에 반발,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사과를 하고 안철수 후보가 당 혁신을 위한 회동제의를 했으나 두 사람 간의 앙금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아니듯이 권력의 세계는 나눔에 익숙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정치쇄신을 주장해 온 만큼 그 정신에 충실하면 단일화가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대구의 귀환/노주석 논설위원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차갑고 깊은 바다에 사는 어종으로 북대서양과 북태평양이 주서식지이다. 큰 놈은 길이 2m에 무게가 90㎏까지 나가는데 뼈가 작고 살이 많다. 살맛이 비리지 않고 담백하며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비타민A와 D가 풍부하다. 알은 알젓을 담고, 창자는 창난젓, 간은 간유의 원료로 쓰이니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우리나라에는 동해대구와 황해대구가 나는데 동해산은 최대 1m까지 자라고, 황해산은 40㎝로 작은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부산 근해 ‘가덕대구’를 진상품으로 올렸다. 서구의 역사에서 대구는 평범한 먹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역사를 바꾼 ‘생선의 제왕’이라고 칭해진다. 1997년에 출간된 미국작가 마크 쿨란스키의 ‘세계역사를 바꾼 물고기-대구이야기’를 보면 8세기 바이킹의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구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바이킹은 대구어장을 찾아나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북미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장기 항해가 불가피한 신대륙과 신항로 개척의 배경에는 ‘말린 대구’와 ‘염장 대구’라는 상하지 않는 비축식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구가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을 있게 했고, 미국 독립전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벌어진 3차례의 ‘대구전쟁’을 계기로 근대 해양법의 바탕이 정해졌다. 대구의 황금어장인 근해 어장을 유럽각국의 남획으로부터 지키고자 아이슬란드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영해를 12해리, 50해리, 200해리로 점차 확대했고, 이를 불인정한 영국과 상호 함포 사격은 물론 선체 충돌 등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진행되는 남북한 어선 간 ‘꽃게전쟁’의 확대판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인 아이슬란드의 ‘3전 3승’은 오늘날 국제 해양법에서 200해리 경제수역의 일반화를 가져왔다. 대구 철이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말이 있듯이 첫눈이 내리고 나면 대구가 맛있어진다고 한다. 한때 ‘겨울철 국민 생선’이라고 불리던 명태를 누르고 대구가 대표 생선으로 등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10여년 전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고, 이를 대체하던 일본 홋카이도산 생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서해안에서 잡히는 대구가 겨울철 식탁의 진객이 됐다. 토종대구의 귀환이 입맛을 돋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청렴 연수원/임태순 논설위원

    변영태 전 외무장관은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 쓰고 남은 여비를 국고에 반납한 것으로 유명하다. 청렴한 공직자 생활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을 목민관의 제1 덕목으로 여겼다. 청렴은 공직자 본연의 임무이자 모든 선과 악의 근원이며 따라서 청렴하지 않으면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다산은 청렴을 세 등급으로 나눠, 나라에서 주는 봉급 외에 아무것도 취하지 않는 것을 1등급이라고 했다. 급여 외에 조의금 등 명분이 있는 것을 받으면 2등급이며,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이미 통용되고 있는 것을 취할 경우 가장 아래인 3등급이라고 했다. 변영태 장관의 경우 다산이 말하는 청렴의 최고등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만 해도 공무원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서정쇄신(庶政刷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으로 부정, 비리가 상당부분 사라지면서 이제 공직사회에서 정풍운동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만 봐도 우리나라는 1999년 3.8에서 2011년 5.4로 개선돼 부조리, 비리는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나 더욱 교묘해지고 진화된 공직비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패인식지수로 본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세계 40위권으로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하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얼마 전에는 10억원을 벌수 있으면 10년간 감옥에 있겠다는 청소년들이 설문대상자의 17%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무원의 청렴교육을 전담하는 청렴연수원이 23일 충북 청주시에서 개원한다. 법과 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부정·부패 없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다. 사회가 투명하게 돌아가면 공동체 구성원의 삶은 쾌적해질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지수가 곧 선진국지수라고 했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만큼 개선되면 4%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에는 이윤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에서조차 윤리·도덕경영 운운할 정도로 청렴, 신뢰, 도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청렴연수원이 청렴을 생활화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공직과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원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강영실 동무/박정현 논설위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시 일화를 올해 소개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섰는데 키가 같았다. 나는 당시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그도 그랬다.”고 회고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얘기다. 부전자전일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키높이 구두를 신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의 키는 168~170㎝, 몸무게 90㎏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대한 체구에 비해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새터민(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세 이상 성인의 평균신장은 남자 165.4㎝, 여자 154.2㎝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남자 161㎝, 여자 149㎝)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결과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을 굶주림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 17~25세 청년들의 체격이 왜소해지면서 북한군의 징집 기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병력 확보를 위해 140㎝이던 하한선은 137㎝로 낮아졌다. 이쯤 되면 일반적인 군인이 아니라 ‘소년 군인’이라고 할 만하다. 김일성 주석 사망과 수해를 겪은 이듬해 200만~3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시절 태어난 1995년생들이 입대 중이다. 개성공단 진입도로변 북측 초소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6일 귀순한 북한군의 키는 180㎝로 컸으나 몸무게는 고작 46㎏으로 깡말랐다. 과거에는 출신성분이 좋은 병사들이 개성공단에 배치됐으나, 귀순 병사는 ‘비정상적’인 키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 가운데 아사자가 속출한다. 300~400명의 대대급 부대에서 한 달에 굶어죽는 군인이 3~4명쯤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북한군을 은어로 ‘강영실’(강한 영양 실조) 군대라고 부른다. 지난달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넘어 ‘노크 귀순’한 키160㎝, 몸무게 50㎏의 북한 병사가 이를테면 ‘강영실 동무’다. 우리 군인들이 그에게 라면을 끓여줘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은 북한 사회에서 굶주림을 해결하는 주요 식량으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한 달 월급 3000~4000원을 받는 북한 주민이 무려 500원을 주고 컵 라면을 사먹고, 탈북자들이 두고온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물건 1위가 라면이다. 통일 후 남북 주민들의 체격과 생활 수준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EBS 수능교재의 명암/임태순 논설위원

    며칠 전 치러진 올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어김없이 EBS 교재에서 수능문제가 출제됐다. 정부가 지난 2011학년도부터 사교육비를 떨어뜨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능과 EBS 교재를 연계하도록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EBS 연계율이 당초 공언한 70%에 못 미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올해도 언어, 외국어 등 각 영역에서 EBS 교재의 지문을 활용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EBS 교재는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입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과 EBS를 방문,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율을 70%로 높이라고 독려하면서 더욱 독보적 위치를 구축하게 됐다. 고3 교실과 대입학원가에서는 EBS 교재가 교과서와 참고서를 대신하고 있으니 사실상 제2의 국정참고서가 탄생한 셈이다. 수능-EBS 연계는 사교육비 경감 등 일정 부분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 사교육의 위축은 ‘쉬운 수능’ 또는 ‘가계경기 침체’ 등의 영향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몰락하고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도 된서리를 맞았다.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 책, 저 책 뒤적일 필요없이 EBS 교재만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 진학이 해결된다. EBS 교재가 참고서 시장을 석권하면서 교재 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져 학부모들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수능-EBS 연계는 부정적 측면도 야기하고 있다. EBS 교재가 참고서 업계의 공룡이 되면서 많은 군소 출판사들은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연 매출 1200억원의 수능대비용 참고서 시장에서 EBS의 점유율은 해마다 늘어나 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상교육, 두산동아, 천재교육 등 종전의 대형업체들은 고 1, 2 또는 중등용 참고서 등 틈새시장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다른 메이저 업체들은 유·초등용 시장으로 내몰리거나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참고서 업체들은 영세한 중소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규모가 큰 EBS 출판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것이자 공정거래를 해치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EBS 교재 독점은 대기업들이 재벌 2, 3세들에게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MRO를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공생사회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수능과 EBS 교재 연계 방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반값 선거/이도운 논설위원

    워싱턴특파원 시절 미국의 대통령과 주지사, 상·하원 선거를 취재하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전문가들의 탄식을 많이 들었다. 선거에 돈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고, 그 때문에 부자들만 선거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끝난 대통령 선거도 미국의 심각한 돈 선거 양상을 보여줬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지난해부터 선거일인 지난 6일까지 지출한 비용은 약 17억 달러(약 1조 8000억원). 한 달에 7900만 달러(860억원), 하루에 260만 달러(28억원), 1초에 30달러 33센트(3만 3000원)를 대선에 쓴 셈이다. 두 후보가 쓴 선거비용은 거의 비슷한데, 오바마 캠프가 3000만 달러를 더 썼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감시단체인 CRP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주지사, 상·하원 선거까지 포함해 올해 들어간 선거비용을 모두 합산하면 무려 60억 달러(6조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2012년이 역사에 남을 ‘돈 선거’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대선에서 선거비용이 이처럼 많이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TV 광고 때문이다. 미국의 TV 시장은 지상파 3사가 시청률을 석권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수많은 케이블 채널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분산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지역·계층·연령·성별 등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선택, 광고를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CR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진영은 선거전이 본격화된 지난 4월 이후에 무려 110만건에 이르는 TV 광고를 내보냈고, 그 비용은 7억 5000만 달러(8200억원)로 추산된다고 한다. 각 후보 캠프에서 이처럼 막대한 선거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연방대법원이 지난 2010년 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슈퍼팩’이 무제한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판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당 법정선거비용은 560억원. 비공식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이 들겠지만 미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과거와 같은 ‘돈 선거’ 양상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어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반값 선거’를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에 저비용 선거 움직임이 정착돼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에 민주주의를 더욱 확산시키는 중요한 움직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씨줄날줄] 광화문 연가/이도운 논설위원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 요즘 아침 출근길마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가 몸담은 부처가 곧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서 새삼스럽게 광화문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는 것. 요즘 광화문 청사 주변에서 저녁을 먹다 보면 세종시 이전에 대해 공무원들이 토로하는 불만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제기하는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에 이르는 전세나 몇 십만원에 이르는 월세는 별도로 치더라도 대부분 ‘두 집 살림’을 하게 되면서 무엇이든 두 개씩 필요하다고 한다. 칫솔, 면도기, 옷, 양말, 신발 등에서부터 책상과 이불까지.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면 충분했지만 세종시로 오면서 자동차가 필요한 공무원도 많아졌다. 자동차 세금에 기름값까지 추가된다. 둘째, 안전. 한 고위 공무원은 “여직원들이 많이 거주하게 된다는 다가구 주택단지를 가보니 허허벌판에 집들만 몇 채 들어서 있더라. 그 주변에 살고 있는 남성은 모두 건설 노동자와 외국인들뿐.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한다. 셋째, 먹는 것. 처음에 세종시 청사의 구내식당이 좋다고 소문이 났지만 하루 세 끼를 거기서 해결하다 보니 일주일 만에 질리더라는 것. 주변에 식당이 없어 외식을 하려면 차를 타고 가야해 시간이 빠듯하다. 넷째, 기강 문제. 주택난 때문에 한 공무원이 전세를 얻으면 같은 부서 직원들이 얹혀서 월세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국장, 과장, 사무관이 함께 사는 집도 있다. 소통에 좋겠다고? 그런 면도 있지만 직원들 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불만이 쌓이면서 “도대체 공무원 노조는 뭘 하고 있느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공무원들은 세종시 이사와 관련한 민원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이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정작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둘째, 직원들의 불편을 챙겨야 할 장·차관들은 몇 달 뒤면 공직을 떠나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당의 후보가 당선되든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들의 불만을 잘 다독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은 민주당의 후보이고,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전 공약 번복 입장에 맞서 “세종시를 지켜냈다.”고 자임해 왔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씨줄날줄] 한글날 ‘부활’/박정현 논설위원

    한글은 우리 민족의 영욕과 궤를 같이한다. 민족이 질곡에 처했을 때 한글은 무시당했고 천대받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지만 그것은 완전한 글이 아닌 반글, 속된 글자라는 뜻의 언문으로 불렸다. 중국과의 사대관계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위한 글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한글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913년 주시경 선생에 의해서다. 하지만 일제하 한글은 명맥만 유지할 뿐, 학교에서 주로 사용된 문자는 한자와 일본의 문자인 가나(?名)였다. 광복을 맞고 나서 1945년 10월 9일이 한글날로 지정됐고 이듬해 훈민정음 반포 500주년을 맞아 한글날은 공휴일로 정해졌다. 한글과 한글날이 명실상부하게 우리 글로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1991년부터 한글날은 국군의 날과 함께 사뭇 황당한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바로잡고, 10월에 집중된 연휴를 줄임으로써 수출 부진 등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설명이다. ‘공휴일 한글날’이 사회분위기를 흐리고 수출 입국에 차질을 준다는 어설픈 개발경제·성장제일주의 시대의 명분에 밀린 것이다. 한글이 어떤 문자인가. 566년 전 창제된 한글의 우수성은 디지털 시대에 최고의 알파벳으로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작성하는 문장이 한자나 가나로는 35초나 걸린다. 광속의 시대에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그의 책 ‘알파 베타’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한글의 위상은 격하됐다. 한글날이 내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다. 2005년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바뀐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노는 날 하나 더 는 것으로 가볍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공휴일 지정의 사회적 편익이 5조원에 육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한글 국경일로 만들어야 한다. 한글은 한류(韓流)의 꽃이다. 삼성 사장단이 최근 ‘21세기와 훈민정음’이라는 특강을 들었다고 한다. 훈민정음에 담긴 혁신·위민의 정신을 배우자는 뜻에서 였을 것이다. 대선의 계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세종대왕의 정치’가 그립다. 한글의 가치는 우리가 지킬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훈장/노주석 논설위원

    우리나라에는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하여 모두 12종의 훈장이 있다. 이 중 문화훈장은 문화·예술발전에 공을 세운 이에게 수여되며 금관(1등급), 은관(2등급), 보관(3등급), 옥관(4등급), 화관(5등급) 등 5등급으로 구분된다. 금관은 어깨에 넓고 큰 띠를 두르고, 은관과 보관은 목에 걸고, 옥관과 화관은 가슴에 훈장을 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훈장이 많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많이 받은 은성무공훈장(은성장)은 미 육군이 수여하는 세번째 품계의 훈장이다. 영국의 대영제국훈장 1, 2등급을 받으면 기사 작위가 주어지는데 남자는 경(Sir), 여자는 여사(Dame) 칭호가 붙는다. 프랑스의 레지옹도뇌르훈장과 독일의 철십자훈장은 각각 1802년과 1813년에 처음 수여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훈장이다. 라파엘로, 카사노바, 모차르트는 교황이 주는 황금박차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과 빌보드차트 4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 수 5억 회를 돌파한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등 문화예술계 인사 10명에게 문화훈장을 주기로 했다. 유독 싸이의 서훈에 대해 온라인 세상이 시끄럽다. 정부를 향한 비아냥이 다분하다. 이제 미국에 갓 진출한 신인가수에게 훈장 수여는 천박하다는 의견부터 ‘RIGHT NOW’를 공연금지곡으로 묶어 두었다가 해외에서 뜨자 곧바로 해제한 기준이 뭐냐고 질타했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공로를 인정받은 분에게 수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대마초가수에 병역문제로 군대를 두 번 다녀온 범법자도 훈장을 받을 수 있느냐는 따끔한 질문도 나왔다. 소설가 이외수는 1975년 소설집 ‘훈장’으로 등단했다. 6·25 상이용사인 아버지의 열등감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인 훈장과,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훈장을 훔친 아들을 그린 소설이다. 대하 소설가 이병주는 “훈장이란 대개 역사의 흐름 속에 퇴색해선 인생의 소장(消長)과 더불어 장중한 의미로부터 사력(砂礫)보다도 실질이 없는 무의미로 전락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보면 훈장은 아이로니컬한 의미로부터 난센스에 이르고, 이 난센스한 훈장의 의미에 집착할 때 비극보다 슬픈 희극이 되고 만다.”라고 평했다. 싸이는 미국 스케줄 때문에 서훈식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36살의 젊디젊은 가수 싸이에게 훈장은 어떤 의미일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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