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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곰 사랑/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 사랑/이동구 논설위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창세신화나 건국신화에 곰이 등장하는 사례는 단군신화가 유일하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여자가 된 웅녀가 환웅과 결혼해 태어난 단군왕검을 시조로 모신 우리는 태생적으로 곰을 좋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를 일이다. 연미산과 금강 일대에 전해오는 곰으로 변한 처녀와 총각의 사연을 담은 ‘곰나루 전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지.세계인들이 곰을 사랑스런 동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동화 ‘곰돌이 푸우 이야기’(1926년 알렉산더 밀린)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의 인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귀여운 판다가 주인공인 영화 ‘쿵푸 판다’도 한몫했다. 2003년 덴마크에서는 ‘곰이 되고 싶어요’라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져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2004년부터 지리산을 무대로 시행한 반달 가슴곰 복원 사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극심한 수난으로 멸종의 길로 내몰렸던 반달 가슴곰이 다시 우리 강산에서 뛰놀게 된 것이다. 2009년부터는 새끼들이 태어나 현재는 48마리가 야생의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당초 2020년까지 50여 마리 복원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한 셈이다. 곰 복원 사업의 최대 훼방꾼은 인간이다. 지리산에서 힘겹게 2세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인간의 공격이나 방해로 언제 또다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멸종 위기로 내몰렸던 것도 인간 때문이었고, 지금 새 보금자리를 잡고 새 삶을 살기 시작한 것도 인간에 의한 것인지라 불안한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불안하기는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마냥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로만 생각했다가는 자칫 곰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최근 지리산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 가운데 28마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지리산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 한 마리는 90㎞나 떨어진 경북 김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곰이 가축 6마리를 물어 죽이는가 하면 등산객의 침낭, 바지 등을 찢는 피해도 있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전역에서 곰의 습격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과 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라도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적한 도로에는 온통 ‘곰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리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날 수 있는 곳에는 꼭 서식지 표지나 주의 표지판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인간과 곰이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인명 피해가 없어야 곰돌이 푸우나 판다처럼 반달가슴곰을 계속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씨줄날줄] 불안한 꽃놀이패 쥔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안한 꽃놀이패 쥔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의 JX 통신사가 6월 중순 신문 독자별 아베 정권 지지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친아베 성향의 신문일수록 독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산케이(86%), 요미우리(43%), 니혼케이자이(41%)의 순. 반아베 성향은 정반대였다. 지지율이 낮은 순으로 도쿄(5%), 마이니치(14%), 아사히(14%)였다. 아베 총리가 가장 싫어하는 게 ATM이라는 농담이 있다. ATM은 현금자동지급기가 아닌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아사히, 도쿄, 마이니치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JX의 조사는 표본 수가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많은 일본인이 웃으면서도 공감했다. 당시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JX의 결과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때만 해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ATM의 독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인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한국의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열도의 관심은 일본에선 상상할 수 없는 촛불의 위력에도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허망하게 무너진 것에도 쏠렸다. 내각제의 일본은 지지율에 민감하다. 30% 이하로 떨어지면 재상승이 불가능하고, 20% 이하면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일본 정치다. 지지통신(29.9%)에 이어 마이니치신문(26%)의 조사 결과는 아베 정권엔 적신호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미군 잠수함과 일본 실습선의 충돌 사고를 보고받고도 계속 골프를 쳐 2001년 2월의 지지율(교도통신 조사)이 6.5%로 급락하자 다음달 사퇴했다. 50% 안팎을 유지해 오던 아베 총리의 인기에 편승해 자민당이 ‘2차례 6년’이던 총재 임기 규정을 ‘3차례 9년’으로 고친 게 불과 지난 3월의 일이다. 새 규정에 따라 아베 총리는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하게 돼 있는 일본 정치 제도에 따라 2021년까지 총리가 보장돼 있다. 그러던 게 지금은 20%대 지지율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권력형 의혹들이 연거푸 터져 지지율을 끌어내렸지만, 장기 집권(4년 7개월) 피로와 대통령을 방불케 하는 권력으로 ‘오만해진 아베’에게 일본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베 총리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민당 총재 임기(내년 9월)가 남아 있고, 여전히 지지율이 20~30%인 점, 당내 총리 후보가 약해 ‘꽃놀이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8월 3일 개각이 예고돼 있다. 지지율 반등이냐 추락이냐의 길목이다. 이웃 나라의 정치 상황이 점점 재밌어졌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줄날줄] 영화 ‘군함도’와 스크린 독과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영화 ‘군함도’와 스크린 독과점/이순녀 논설위원

    영화 ‘군함도’의 흥행이 파죽지세다.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지난 26일 개봉 첫날 97만명이 관람해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째 누적 관객 100만명, 3일째 200만명, 4일째 3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흥행 기록 1위인 ‘명량’(1761만명)과 같은 속도다. ‘군함도’가 세운 또 하나의 기록은 개봉 당일 역대 최다 스크린 확보(2027개), 최다 상영 횟수(1만 176회)다. 스크린 점유율은 37%, 상영 점유율은 55.2%였다. 지난 29일엔 스크린 수는 2019개로 줄었지만 상영 횟수는 1만 808회로 오히려 늘었다. ‘군함도’와 다른 영화들을 교차 상영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피해 갈 수 없는 이유다.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낡은 이슈다. 지난 수년간 1000만을 넘거나 육박하는 흥행 영화들은 예외 없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명량’, ‘부산행’, ‘암살’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군함도’가 개봉하기 전까지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도 과도한 스크린 점유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 없이 매년 소모적인 논란만 되풀이되다 보니 흥행 영화가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수직 계열로 묶인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은 관객의 관심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할 뿐이라고 말한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에 따른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관객 수요에 아랑곳없이 보이콧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국 단일 상영관에서 개봉한 ‘옥자’의 스코어는 30만명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봉 감독이라도 멀티플렉스가 퇴짜를 놓으면 이 정도가 최선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배급사와 극장이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홍보 일선에 나선 감독과 주연 배우들만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저도 독립영화 출신으로 마음이 무겁고, 수년째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제 영화가 있게 돼 송구스럽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주연을 맡은 송중기도 “독과점 논란이 있고 많은 분께서 그런 부분을 비판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쪽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고 난처해했다. 스크린 독과점과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를 막고 독립영화를 진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이 현재 발의돼 있다. 영화의 흥행을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는 감독, 배우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씨줄날줄] 군사회담 무산 유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군사회담 무산 유감/황성기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이 무산됐다. 유감이다. 회담의 득실을 따지자면 북쪽에 많이 유리했을 것이다. 지난 17일 국방부가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적대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우리 측이 내밀 핵심 카드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라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안다.2015년 8월 20일 오후 3시 53분 북한이 대북 심리전 중단을 압박하며 경기 연천군 야산에 고사포 1발을 발사하면서 남북은 준전시 상황이 됐다.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남북 접촉을 암시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 도발 1시간도 지나지 않은 4시 50분. 숨 가쁜 제안과 역제안이 오가고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 비서가 참가한 2+2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 것은 도발 50시간을 조금 지난 22일 오후 6시였다. ‘무박 4일’의 마라톤 협상 끝인 25일 새벽 양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란 합의를 이끌어 낸다. 당시의 빅뉴스 속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역할이 가려졌지만, 의미 있는 제안을 한 문 대표다. 8월 21일 오전 그는 “북한(김양건)의 의사 표시에 조건 없는 고위급 접촉을 북한에 제안할 것을 (정부에)제안한다”고 밝혔다. 당시 새누리당은 “상황 인식이 비정상적이어도 한참 비정상적”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표의 제안이 맞았다. 2년 전 경험이 문 대통령의 7·17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안으로 이어졌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그해 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9월)을 계기로 군사회담의 역사는 시작된다. 2000년대 남북 군사회담에 20여 차례 관여했던 국방부 OB의 회고. “북측이 군사회담에 나오게 된 주요 동기는 남측의 확성기 등 선전 수단 제거에 맞춰져 있었다. 군사분계선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김일성·김정일에 관한 신성불가침의 ‘존엄 구호’를 제거하라는 우리 요구에 북측이 남측 확성기를 제거하겠다는 일념으로 철거한 사례까지 있었다.” 북한의 무반응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나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 발사로 남한은 눈에 안 들어온다’, ‘회담을 통해 주고받을 것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군부 강온파의 힘겨루기가 심각하다’까지 다양하다. 2016년 1월의 4차 핵실험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이 재개된 상태. 2015년 8월의 일을 떠올리면 2017년 7월의 북한은 뭔가 배가 단단히 부른 게 분명하다.
  • [씨줄날줄] 누드펜션/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누드펜션/이동구 논설위원

    만약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에덴동산에서처럼 벌거벗은 채로 살 수 있었을까. 세계 곳곳에서는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은 상태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끊임없이 표출되고 있다. 이유는 허식에 대한 반항에서부터 일상의 권태로움을 탈피해 보려는 욕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연주의자’ 또는 ‘나체주의자’라고 한다.유럽에는 나체주의자들을 위한 마을이나 해변이 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지중해 연안에 있는 프랑스 카프다드 해변의 나체촌이다. 이곳을 출입하려면 검문을 통과해야 하고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다. 검문소에서 옷을 벗고 맡긴 후 퇴장할 때 찾아가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마을로 들어서면 나체로 시장을 보거나 은행 일을 보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엄격한 규율로 통제되고 문란한 성문화도 없다. 평화로운 태초의 에덴동산이 재현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스페인의 ‘시체스 비치’도 그중의 하나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는 작고 아름다운 해변 도시로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벌거벗은 채로 즐길 수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독일 뮌헨에 있는 ‘영국정원’도 누드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벌거벗지는 않지만 잔디밭 곳곳에서 누드를 즐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다소 폐쇄적인 사회로 인식돼 온 러시아의 모스크바 인근에도 ‘은색의 숲’이라는 공원 내에 나체촌이 있다고 한다. 최근 충북 제천의 한 산골 마을이 나체주의자들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약 2~3주 전부터 이 마을의 2층짜리 펜션 주변에서 벌거벗은 성인 남녀가 활보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주민들 눈에 띈 것이다. 이른바 ‘누디즘’을 표방하는 동호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개인 취향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하고 있다지만 주민들은 천주교 성지라 할 수 있는 마을이 ‘누드펜션’으로 퇴폐 마을이 된 것 같아 부끄럽다고 하소연한다. 이 마을 인근엔 조선 말 천주교 순교자인 남종삼 성인의 생가와 배론성지가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나체 활동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금지된다. 풍속을 해치고 타인에게 혐오감과 수치심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사적 공간에서 나체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떨까. 경찰과 지자체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체주의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쉽게 흡수할 수 없는 ‘문화 충격’인가 보다.
  • [씨줄날줄] 시진핑의 권력투쟁/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진핑의 권력투쟁/오일만 논설위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인물이다. 9살 때 아버지(시중쉰 전 부총리)의 실각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고 문화 대혁명 시기에는 7년간 시골로 쫓겨나 동굴집에 살며 모진 박해를 받았다. 문화대혁명 이후 숨통이 트인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군의 권력 요직에 진입했지만 돌연 지방의 말단 관리를 자원했다. 그는 ‘7년간의 하방과 지방 관리 시절이 나를 단련했다”며 그 힘든 시기를 자랑스러워했다.25년 가까이 지방을 전전하던 그가 중앙 무대에 얼굴을 내민 것은 2007년 가을이다. 17대 당 대회를 통해 권력 핵심인 공산당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것이다. 당시 중국의 정치 지형은 복잡했다. 신중국 건국 세력의 자제들인 태자당 세력과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 그리고 평민 출신들이 모인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등 3개 파가 각축전을 벌였다. 3개 파의 역학관계 속에서 그는 어부지리 전략을 썼다. 5년 후인 2012년 11월 그는 최고의 권력인 당 총서기에 등극했다. 조용히 힘을 비축했던 그는 권력을 잡자마자 후진타오 시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신4인방을 한 칼에 제거했다. 만면에 미소를 띠며 은인자중했던 그가 전광석화처럼 정적을 제거한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였다. 집권 후 그는 반부패 투쟁을 통해 18만명의 부패 관료들을 낙마시켰다. 지난 3월 덩샤오핑 이후 처음으로 ‘권력핵심’으로 불리며 사실상 1인 체제를 굳혔다. 삼십육계 중 하나인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숨기다)의 내공이 묻어난다.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권력을 쥔 그의 인생 여정을 보면 권력의 달인 마오쩌둥보다 무서운 책략가로 보인다. 이런 그가 새로운 권력투쟁을 시작했다. 자신을 이을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였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낙마시킨 것이다. 쑨 전 서기는 49세이던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최연소 정치국원에 오른 인물이다. 공청단의 황태자로 명성을 날렸다. 쑨의 실각은 시 주석이 1인 체제를 굳히는 동시에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예리한 칼끝이 공청단으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 문법이 새롭게 쓰이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덩샤오핑이 확립한 집단지도 체제와 현 권력이 차차기 권력을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등 기존 관행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크다. 차기 후계구도가 결정될 올가을 19차 당 대회가 분수령이다. 시 주석 1인 집권 체제로 갈지 반대파 역공에 권력이 휘청댈지 주목되는 이유다.
  • [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지난 3월 학부모총회. 새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들을 처음 대면한 교실에서 큼지막한 가방을 교탁 위에 꺼냈다. 스마트폰 40개쯤 한꺼번에 꽂을 수 있는 보관 가방이었다. 학생들 이름과 번호가 적힌 가방 속을 열어 보이고는 “학교 예산을 더 들여 각별히 주문한 최신형”이라는 자랑을 덧붙였다. 그 자리에서 반색하지 않은 엄마는 한 사람도 없었다. 자물쇠까지 야무지게 달린 가방에 한결같이 흐뭇해진 표정들. 다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만져 봤던 장면이 새삼 생각난다.일본 아이치현의 작은 도시 가리야시(市). 지역 초·중등 학교들이 밤 9시 이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3년 전 일이다. 학교들은 학부모 회의를 열어 밤 9시가 넘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를 학부모가 보관하도록 결의했다. 학교, 학부모와 교육 관청이 삼박자를 맞춘 강력한 실험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변함없이 유효한 가치. 지역사회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을 한마음으로 걱정했고, ‘뭐라도’ 현실적 대책을 강구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고민했다. 그런데 방향은 딴판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초·중·고교생 스마트폰 학내 압수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개인 소지품을 교사가 검사하고 압수하는 것은 학생 인권 침해라는 논리다. 많은 학부모가 할 말을 잃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 발상인지 정책실명제를 하라”는 성토가 들린다. 만 16세부터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투표권을 주겠다는 내용도 새 인권계획안에 들어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향한 공격이 거세다. “스마트폰 압수 금지는 학생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들이다. 배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쓴 조 교육감은 억울할 게 없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했더니 청소년 14%가 인터넷·스마트폰 위험중독군이다.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이런 수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조회 시간마다 스마트폰을 걷는 일이 담임교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기계’를 제출하고는 수업시간에 몰래 인터넷을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학교는 하소연한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는 학부모 대부분의 절실한 바람이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취지는 일반고 살리기다. 엄마들이 기를 쓰고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탄탄한 면학 분위기가 최고의 덕목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죽을 꾀를 내고 있을 리 없다. ‘학생’ 인권과 ‘자연인’ 인권은 엄연히 다르다.
  • [씨줄날줄] 대동강맥주축전/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동강맥주축전/이순녀 논설위원

    엊그제 막 내린 제5회 대구치맥페스티벌에 무려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고 한다. 닷새 동안 역대 최대 규모인 닭 43만 마리, 맥주 32만ℓ가 소비됐다. 생산유발 266억원, 부가가치 98억원의 효과를 거뒀다는 게 행사를 주최한 한국치맥산업협회의 분석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지만 일본, 동남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대표적인 관광산업축제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얻었다.행사 성격은 다르지만 북한에도 맥주 축제가 있다. 평양 대동강맥주축전이다. 지난해 8월 12일부터 9월 9일까지 평양 옥류교와 대동교 사이 대동강변과 유람선 대동강호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북한 맥주를 대표하는 대동강맥주 7종을 시음하는 맥주 맛보기 경기와 맥주 상식 경연 등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 해외 여행객들을 겨냥한 외화 수입 증대와 함께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정권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쇼’의 성격이 짙었지만 대동강변 야외에서 대동강맥주와 닭튀김을 즐기는 평양 시민과 외국인들의 모습을 세계 언론은 비중 있게 다뤘다. 대동강맥주는 2001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발티카 맥주공장을 시찰하고 “세계 최고급 맥주를 만들라”고 지시해 이듬해부터 생산됐다. 180년 전통의 영국 어셔스 양조장 설비를 174억여원에 인수한 뒤 평양으로 가져가 공장을 세웠다. 황해도산 보리, 양강도산 호프, 대동강 지하수로 만들어진 대동강맥주의 맛에 대한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국내에선 2012년 이코노미스트지 서울 특파원이던 대니얼 튜더가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6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2회 대동강맥주축전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는 23일 홈페이지에 “맥주축전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오늘 통지받았다”고 공지했다. 이어 “취소 이유는 불확실하지만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맥주축전 개최 소식을 전했고, 17일에는 새로 생산한 밀맥주를 축전에서 선보인다고 홍보한 점을 보면 가뭄 때문이라기보다는 북한 여행 전면 금지와 전방위적인 대북 제재 법안 제출 등 미국 정부가 그사이에 내놓은 일련의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쇼’조차 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걸까.
  • [씨줄날줄] 개 식용 반대 중복(中伏) 집회/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개 식용 반대 중복(中伏) 집회/최광숙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후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털 힐튼 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열었다. 이 호텔 앞에서 어울리지 않는 두 집회가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재미동포들이 ‘촛불 대통령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았지만 다른 쪽에선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의 마지막 희망’ 회원들이 ‘개고기는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지난 22일 중복을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개고기 식용 문화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21일(현지시간) LA총영사관 앞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이 ‘개는 음식이 아닌 가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국의 개 도축 실태와 보신탕 문화를 지적하는 인쇄물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 이탈리아의 브람빌라 의원은 밀라노 시내에서 보신탕 풍습을 비난하는 ‘한국, 공포의 식사’라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한국인들이 개고기 식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이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디 그뿐인가.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은 서울까지 진출했다. 최근 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쇠창살에 갇힌 개들의 모습과 함께 ‘보신탕 때문에 나는 가마솥으로’, ‘보신탕용 개 농장 1만 7000개’, ‘내 고기가 한 근에 7000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들을 취재하는 외국 언론들의 모습도 보인다. 우리의 보신탕 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 현장이다. 중복인 22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는 전국의 동물보호단체연대 회원들이 개 식용 반대 집회와 함께 죽은 동물들의 위령제까지 열었다. 이들은 “한 해 도살되는 개 200만 마리 중에서 160만 마리가 복날에 도살된다”며 “한날한시에 대량으로 특정 동물을 때려잡아 먹는 악습은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 취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는 안 되고 소·돼지·양·닭은 먹어도 되느냐’, ‘각 나라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인정하라’ 등의 반발도 있지만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이래저래 보신탕 문화는 퇴출 위기의 신세다. 요즘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대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으니 말이다. 애견인들은 복날이라고 외려 반려견에게 삼계탕 등 보양식을 만들어 주고 무더위를 견딜 수 있게 쿨매트까지 깔아 준다. 개·고양이 카페는 성황 중이고 이들을 위한 수제 간식 만들기도 유행이다. 탄산스파까지 받는 ‘상팔자’인 개도 있다. 양극화의 그늘이 개라고 예외는 아니다.
  • [씨줄날줄] 최저임금과 프리터족/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최저임금과 프리터족/최광숙 논설위원

    한 친구는 대학 졸업 후 한 번도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적이 없다. 방송 작가로 2년여 일한 것이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가 마련해 준 아파트에서 살면서 생활비는 어머니로부터 매달 받는다. “50대 중반까지 부모에게 ‘빨대’를 꽂고 산다”는 뒷담화를 듣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한다.베스트셀러 작가 혹은 친구처럼 부모 잘 만난 이들 아니면 작가들 대다수가 전업작가를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나선다. 지난해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인 무라타 사야카는 19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편의점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쓴 소설 ‘편의점 인간’으로 상을 탔다. 그가 지금도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것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는 할 수 없게 됐지만 수상 전 그의 상황은 달랐다. 일정한 직업 대신 편의점 점원처럼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프리터족’이라고 한다. 프리터족은 영어의 프리(자유)와 독일어의 아르바이터(노동자), 한자 족(族)의 합성어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직업에 얽매여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보다는 일정한 돈을 모으면 자유롭게 취미생활을 하고, 다시 돈이 떨어지면 새 알바를 구하는 자발적 프리터족이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증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직업난으로 인한 비자발적 프리터족들이 많다. 작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의 30%가 자신이 프리터족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주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에서 일한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들도 프리터족 대열에 섰다. 이제는 알바 자리를 놓고도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리터족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면 월 157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오니까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알바를 직업 삼아 살아가려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로도 생활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고용이 불안한 알바를 전전하다 보면 실업률 상승, 전문인력 부족, 결혼과 출산 기피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가에 내는 각종 세금, 연금 등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프리터족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고 나선 이유다. 최저임금 상승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 [씨줄날줄] 오독(誤讀)의 악순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독(誤讀)의 악순환/황성기 논설위원

    렉스 틸러슨의 지난 3월 한국, 중국, 일본 방문을 놓고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과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외교 전문기자가 논전을 벌였다. 발단은 시걸이 한반도 전문 매체 38노스에 올린 ‘틸러슨 오독’(Misreading Tillerson)이었다. 틸러슨의 발언을 분석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생어의 기사에 대해 시걸이 틸러슨을 잘못 읽었다고 비판했다. 대북 대화론자인 시걸과 그렇지 않은 생어의 논전은 한반도에서 확대재생산돼 대북 선제타격론이 4월 한국을 지배한 화두가 됐다. 지금까지는 생어의 오독(誤讀)을 간파한 시걸의 판정승이다.지난 17일의 우리의 남북 간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의를 두고도 오독이 발생했다. 18일 아침 보도된 미 백악관 대변인과 일본 외상의 언급에 대한 우리 언론의 반응이 그것이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남한의 회담 제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봐 달라.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 왔고, 이 조건들은 지금은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독이 시작됐다. ‘남북 대화 제의가 한·미·일 갈등으로 번지나’, ‘대화할 때 아니라는 미·일, 한국이 대북 공조 균열 내서야’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대북 압력 강화라는 한·미·일 방침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상의 발언 또한 대북 압박에 관한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다는 게 외무성의 입장이다. 백악관 대변인의 언급도 미국의 대북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과잉해석, 나아가 의도적인 오독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오독은 인도적 회담 제의조차 대북 공조를 깰 수 있으며 주변국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발전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여야 대표 회동에서 최근의 오독에 제동을 걸었다. “대북 제의는 미국에 통보하고, 일본도 양해를 했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비정치적 인도적 대화의 구분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에게 여러 번 설명했다”고. ‘4월 위기설’에서도 보듯 오독의 악순환, 특히 외교·안보의 오독은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7·17 대북 제안을 둘러싼 오독의 악순환은 이제 끊어 내야 한다.
  • [씨줄날줄] 詩가 내린 서울마당/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詩가 내린 서울마당/황수정 논설위원

    고은, 신경림, 정현종, 신달자, 이근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자가 그대로 시(詩)의 우주인 사람들이다. 어느 한 사람을 마주하는 것만도 흔감할 일인데, 대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서울 세종대로는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마당이었다.창간 113주년을 기념해 그제 밤 서울신문사가 사옥 앞 서울마당 특설무대에 꾸민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에서 이들은 자작시를 골라 낭송했다. 시인 출신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도현·함민복·정끝별·곽효환 시인이 함께했다. 모두 대표 시 한 구절만으로도 가슴을 부풀게 하는 중견 스타 시인들이다. 훈풍마저 불어 준 서울마당 잔디밭에는 주옥같은 시편들이 쉼 없이 구르고 또 굴렀다. 수원 자택에서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걸음한 고은 시인은 형형한 눈빛으로 무대를 열었다. 낭독할 원고를 손수 적어 온 시인은 84세의 문학청년이 되어 자작시 ‘어느 전기’를 카랑카랑한 목청으로 읊어 내려갔다. 81세의 신경림 시인은 아예 원고도 없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암송했다. 어머니의 그리움이 행간에 흘러넘치는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를 낮은 목소리로 외울 때 객석도 따라 그리움에 잠겨 말을 잃었다. 팔순의 원로 시인들은 낭독회가 진행된 2시간 동안 잠시도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시인들의 낭송에 곁들인 무대는 여름밤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직접 고른 애송시 ‘신부’(서정주)와 ‘남사당’(노천명)을 읊조릴 때는 퇴근길 시민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두 편의 깜짝 시도 등장해 시민 관객은 물론 시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초대 손님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인들의 시인’인 김수영의 ‘여름밤’으로 분위기를 띄우자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윤동주로 화답했다. 김 사장은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읊으며 “113년 된 서울신문도 이런 마음”이라고 의미를 새겼다. 일찌거니 무대를 찾아 리허설까지 했던 손숙은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인문학적 가치를 일깨우는 작업”이라며 “메마른 시대에 위로를 주는 흐뭇한 무대”라고 말했다. 모시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대미를 장식한 소리꾼 장사익은 흥에 겨워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에 곡을 붙인 작품을 처음 발표하기도 했다. 시가 있는 곳이 어디든 문학의 우주는 그저 열린다. 시인들의 담박한 육성으로만 채워진 무대는 신통하게도 8차선 대로변의 소음도 뚫었다. 세상의 소란을 잠재우는 절창에 여름밤이 저물었고, 객석의 시심(詩心)은 노을보다 더 붉었고.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씨줄날줄] ‘KOREA(?) 여자 오픈’/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KOREA(?) 여자 오픈’/이동구 논설위원

    박성현 선수가 우승한 미국의 ‘제72회 US 여자오픈 골프대회’가 무성한 뒷이야기를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흘 동안이나 골프장을 방문해 경기를 관전했다는 사실이 먼저 놀랍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일반 공직자들도 눈치 보느라 골프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우리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 골프를 트럼프처럼 좋아한다고 했으면 대선에서 감표 요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통령의 개인 소유 골프장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골프 경기인 US오픈이 열렸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리 대통령이 개인 골프장을 갖고 있다면 이런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골프가 여전히 ‘사치성’ 운동경기라는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10위권에 한국 선수들이 8명이나 든 것도 미국 프로 골프대회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한다. US오픈이 아니라 코리아오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2위를 차지한 최혜진 선수는 이제 겨우 17세인 아마추어 골퍼다. 그러나 US오픈이 치러진 골프장이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국 선수들이 US오픈을 휩쓴 것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골프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연인원 500만명 이상이 즐길 정도로 대중화됐다. 관람객이 아니라 실제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다. 한국 여자 골프는 이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쯤 되면 골프가 축구, 야구와 함께 ‘3대 국민 스포츠’라 말해도 될 듯싶다. 그런 만큼 선수층도 두텁다. ‘박세리 키즈’들은 계속 쑥쑥 자라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트럼프는 대회 내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관전했다. 유세장이나 각종 행사장에 쓰고 다니던 그 모자다. 자국 선수가 우승하기를 바라면서 대회장을 사흘이나 찾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회 리더보드는 악몽이었을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남긴 “박성현의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이 과연 진심이었을까. 호사가들은 혹시 트럼프가 골프협회 관계자들에게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해 외국 선수들의 참여를 제한해야겠다”고 하지는 않았을까 입방아를 찧어 댄다.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한국 선수들을 겨냥해 모든 외국인 선수에게 영어 구술시험을 치르겠다고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 [씨줄날줄] 보행자 우선 주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보행자 우선 주의/황성기 논설위원

    ‘차량 중심주의를 배격, 외국 운전사 도의심 본받자’ 6·25전쟁의 참화가 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5년 어느 신문에 게재된 독자 기고의 제목이다. 기고는 “선진국에서는 보행자 우선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중심이어서 보행자는 항상 ‘피하고 살피고’, 차량은 ‘자유분방하게’ 운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운전사들이 보행자들에게 길을 비켜 주는 것을 보았는데, 이 미덕을 배울 아량은 없는 것인가”라고 글을 맺는다.1968년의 어느 신문 사설. ‘잊어서는 안 될 보행자 우선’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모두 보행자의 과실로 간주하고 운전자의 행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서울시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런 정책이 2017년에 발표됐다면 서울시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시장은 리콜이 될 것이다. 당시 시장은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김현옥이었다. 남산 1, 2호 터널을 비롯해 강변북로 건설 등 ‘불도저’란 별명답게 서울 개발을 이끌고, 차량 우선의 교통문화를 정착시킨 ‘전범’이기도 하다. 자동차 급증에 따른 교통사고, 대기 오염 등의 문제를 깨닫게 된 것은 1960, 70년대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차량 우선에서 보행자 우선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1970년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카 프리 존’이 도입됐다. 일본에서도 고도 경제성장 시대의 반성에서 보행자 우선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펴면서 2010년에는 교토가 보행자 우선을 앞세운 ‘걷는 거리, 교토’를 제정했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 시내 모든 일반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60㎞로 제한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행복도시 내 제한속도를 50㎞로 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도심지 내 차량 제한속도를 60㎞ 이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칠레뿐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2000~2013년 인구 10만명당 5.2명)이 가장 높은 주 원인으로 ‘도시 내 높은 통행속도’가 꼽힌다. 그러나 과연 높은 통행 속도만이 보행자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일까. 반세기 전의 사설에서 봤듯 개발독재 시대에 굳어진 차량 우선의 습관이 인명 경시의 풍조와 결합해 우리의 교통문화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보행자 우선을 뿌리내리는 캠페인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면 과욕일까.
  • [씨줄날줄] 류샤오보와 류샤/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류샤오보와 류샤/이순녀 논설위원

    “그대 멀고 먼 길을 걸어가야/겨울의 철문 앞에 도달할 수 있다/그렇게 작은 발이 그렇게 먼 길을 걸어가서/그렇게 차가운 발이 그렇게 차가운 철문에 닿는 건/오직 한 번이라도 이 죄수를 만나기 위함이다”(류샤오보 ‘그렇게 작고 그렇게 차가운 발’ 중)지난 13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는 노동교화소에 갇혀 있던 1996년 시인이자 화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류샤(劉霞)와 옥중 결혼했다.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이었다. 류샤오보는 재혼이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감옥을 수시로 드나들자 첫 번째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떠났다. 민주화 동지에서 부부가 된 류샤오보와 류샤는 창살을 사이에 둔 채 서로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시에 담아 전했다. 류샤오보가 석방된 이듬해인 2000년 홍콩에서 이들의 시집이 출간됐다. 국내에선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직후인 2011년 류샤오보의 시만 번역해 ‘내 사랑 샤에게’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2008년 류샤오보가 공산당 일당 체제 종식을 요구하는 ‘08헌장’ 서명을 주도하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돼 11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부부의 삶은 소용돌이쳤다. 류샤는 투사가 됐다. 트위터로 외부에 남편의 수감 생활을 알리고, 중국의 인권 실태를 폭로했다. 당국에 대한 항의로 삭발도 했다. 하지만 오랜 가택연금 탓에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전해졌다. 지난 5월 말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가석방되면서 부부는 재회했다. 뼈만 남은 앙상한 체구의 남편, 짧은 머리의 가녀린 아내. 남매처럼 닮은 둘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예감하며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생각했다.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달리 줄곧 망명을 거부하던 류샤오보는 류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해외 치료를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편의 유해라도 집으로 가져가길 바랐던 류샤의 간절한 희망도 물거품이 됐다. 국제사회는 이제 “류샤마저 잃을 수 없다”며 해외로 이주할 수 있는 자유를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류샤에게 남긴 “잘 사시오”라는 류샤오보의 유언이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대의 죄수가 되어/영원히 태양을 못 볼 수도 있지만/나는 암흑이/나의 숙명임을 믿는다/오직 그대의 몸 속에서만/모든 것이 편안하다”(류샤오보 ‘나는 그대의 종신죄수’ 중)
  • [씨줄날줄] 레인 빅토리호/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레인 빅토리호/김균미 수석논설위원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했던 미국 화물선 레인 빅토리호의 국내 인수가 본격 추진된다. ‘레인 빅토리함 한국인도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윤경원 예비역 해병 준장은 14일 인터뷰에서 “레인 빅토리호의 한국 인도를 위한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레인 빅토리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인도를 다시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15~24일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포위되자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10만 5000명의 군인과 9만 1000여명의 피란민, 차량 1만 7500여대, 화물 35만t을 193척의 함대에 실어 거제 장승포항으로 철수한 작전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해병대박물관에서 제막된 ‘장진호전투 기념비’를 찾아 흥남 철수 때 남한으로 온 부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대 주미대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태식 전 주미대사가 “레인 빅토리호를 거제시로 예인해 전시하면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청소년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았었다. 레인 빅토리호는 현재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샌페드로항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1945년 미 LA항에서 건조된 레인 빅토리호는 총길이 138m, 갑판보 18.9m, 최대 용적 1416㎥, 속도는 17노트(시속 약 31㎞)의 화물선이다. 흑인 젊은이들 교육을 목적으로 1882년 개교한 미국 레인대학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한국전쟁 이외에도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서도 활약하다 1989년 퇴역했다. 영화 ‘타이타닉’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거제시는 2011년 인수를 추진하다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레인 빅토리호 인수를 포함한 장승포항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사업도 이 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가 신청한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보훈처 현충시설심의위원회에서 ‘사전연구기획사업’으로 결정해 용역연구가 진행 중이다. 총 200억원이 들어가는 조성 사업에는 레인 빅토리호 매입과 예인비용 6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 배는 2015년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나와 많은 미주 한인들과 한국전쟁 참전노병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었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배의 실물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씨줄날줄] 노인의 기준 연령/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인의 기준 연령/이동구 논설위원

    최근 취임한 몽골의 새 대통령 나이는 53세다. 국내 언론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기사를 실었다. 과연 몽골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2016년 기준 몽골인의 평균 수명은 69세다. 2001년 몽골 남자의 평균 수명은 64.6세에 불과했지만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15년 만에 수명은 많이 연장된 것이다. 몽골인의 개념으로는 53세 대통령은 젊은 게 아니라 ‘나이 많은 대통령’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 모를 일이다.대부분의 나라는 65세를 노인의 기준 연령으로 삼는다. 유엔의 통계 기준에 맞춘 것이다. 유엔은 생산 가능 인구를 만 14세부터 64세로 규정하고 65세 이상을 노인 인구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노인 복지의 수혜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의 면제 및 할인, 노령연금 등도 이 기준에 따라 65세부터 적용한다. 경로당에서는 65세를 청년 취급한다지만 규정상으로는 엄연한 노인이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이 증진되고 수명이 연장되는 만큼 일본, 싱가포르 등 장수 국가를 중심으로 노인 기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27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의 기준 연령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노인의 무임승차가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지하철공사에서 먼저 논란은 시작됐다. 수도권 지하철 신분당선을 운영하는 ㈜신분당선이 최근 논란의 불씨를 되살렸다. ㈜신분당선 측은 최근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허용되는 무임승차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신분당선은 지난해 말 기준 무임승차 비율이 16.4%에 이르러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작년에만 14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비단 ㈜신분당선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6개 특별·광역시는 지난달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건의했다. 지난해 도시철도의 운임 손실 가운데 66% 정도가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라니 정부로서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67세나 70세 등으로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대선 때는 노인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쑥 들어갔다. 이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기준 연령을 올리고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교통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씨줄날줄] 쇼아 기념관, 위안부 박물관/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쇼아 기념관, 위안부 박물관/최광숙 논설위원

    달팽이집 같은 나선형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동굴로 안내된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촛불 세 개가 거울에 반사되면서 사람들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차분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2차대전 때 나치에 희생된 어린이들의 이름, 거주지, 나이가 엄숙하게 낭독된다. 목숨을 잃은 150만명의 어린이들의 이름을 다 듣고 나면 마주하게 되는 햇빛.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곳은 예루살렘 근교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 내 어린이 희생자 추모지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 들른다. 평소 감정의 동요가 없는 그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독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600만명을 기리는 곳이다. 유대인 학살을 가리키는 홀로코스트는 구약성서에서 신에게 희생물을 통째로 태워 바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학살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대재앙’, ‘참사’를 뜻하는 히브리어 ‘쇼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쇼아를 쓰지만 영미권에서는 여전히 홀로코스트를 쓴다. 이 기념관은 해외 정상들이 이스라엘 방문 때 반드시 찾는 장소다.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검은색의 유대교 전통 모자인 키파까지 쓰고 가족과 함께 이곳 추모의 홀에서 헌화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홀로코스트를 “형언할 수 없는 악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최근 이곳을 찾았다. 놀랍게도 위안부 문제 등 아시아 주변국 침략에 대해 한마디의 반성도 없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1월 이곳에서는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인간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드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연설했다. 유대인의 학살을 추모하는 기념관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 있다. 추모의 방식도 기념관, 유대인 수용소, 영화, 연극, 문학 등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최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를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쟁이 가져다준 인권 침해를 기억하고 환기하는 메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에 짓겠다고 한다. 쇼아 기념관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 박물관도 쇼아 기념관처럼 세계 지도자들이 꼭 들르는 역사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첫 방문자는 아베 총리였으면 한다.
  • [씨줄날줄] 오픈북 시험과 창의력/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픈북 시험과 창의력/오일만 논설위원

    “무비판적으로 교수의 한 말을 그대로 답안지에 옮기는 학생들의 학점이 좋고 오히려 창의적 답변을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이 나쁩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 학점을 받는가’의 저자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장의 말이다. 4차혁명 시대, 한국 최고의 명문대조차 주입식 교육을 답습하는 현실에서 미래의 리더를 어떻게 키울수 있느냐는 우려가 담겨있다.창의력을 중시하는 유대인 가정에서는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질문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의 뿌리이자 창의력의 원동력인 호기심에 방점을 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물고기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는 교육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동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 부모들이 ‘오늘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 것과 사뭇 다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 보조 기억장치에 입력할 정보를 굳이 머릿속에 집어넣는 우리의 교육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학교 시험은 ‘오픈북’으로 치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다. 창의성을 기르는 수업으로 바꾸려면 평가 방법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취지다. 관련 교재를 보면서 시험을 치르는 오픈북 방식에서는 달달 외워 정답을 맞히는, 기존 교육체계가 전면 개편될 수밖에 없다. 창의와 융합의 시대를 맞아 기발한 발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키우려는 대담한 실험 정신이 깔려 있다. 조 교육감이 던진 화두의 방향은 맞다. 학교 울타리 밖의 세상에선 자신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문제집 유형을 달달 외우는 현재 교육 방식으로는 어림없다. 폭넓은 독서와 사고를 통해 가슴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교육 방식이 절실한 이유다. 오픈북 시험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는 취지라면 궁극적으로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평가 방식이 전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넓은 독서와 독창적 사고력에 초점을 맞춘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암기식 교육을 이식했던 일본이 2020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IB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교육, 다소 엉뚱하지만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학생이 평가를 받는 교육 풍토가 절실하다. 오픈북 시험 방식을 놓고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교육혁명의 뇌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교사 성추행 파문/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교사 성추행 파문/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교사의 여고생 성추행 사건으로 전북 부안이 시끌시끌하다. 이 사건은 해당 교사가 구속되고, 전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부안여고의 학년당 학급 수를 7개에서 4개로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이 최근 1학년생 150명 이외에 2·3학년생 340명 전원을 상대로 ‘피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피해 주장들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남의 한 사립고교에서도 50대 교사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교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경찰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교사들의 제자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2년 전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징계를 대폭 강화했지만,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 교사들의 잘못이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불안과 화를 떨치지 못한다. 교사들의 제자 성희롱·성추행은 사건의 많고 적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평생의 상처를 줌으로써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를, 그것도 교사들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는 데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은 시내의 한 여중·고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한 중징계 내용을 발표하면서 20개 중학교, 1만 63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를 함께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10개 학교에서 60명(0.6%)이 성폭력 피해를 보았거나 다른 학생의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교사들이 부적절한 성적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응답자가 43명이나 됐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제자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터질 때면 처벌 강화와 예방교육의 내실화를 대책으로 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전북도교육청이 부안여고에 대해 내년부터 학년당 학급 수를 대폭 줄이도록 한 결정은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장 등 교원에 대한 직접 징계뿐 아니라 학교재단 등에도 불이익을 줌으로써 교사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의미가 있다. 징계 강화를 통한 환경 조성 못지않게 교사와 학생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학교 상황에 맞게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1년에 한 번, 요식행위에 그치는 교육은 하나 마나다. 귀엽다고 별생각 없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두드리는 등의 신체 접촉은 신중해야 한다. 학생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제지간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교사 성추행은 점점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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