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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영 칼럼] ‘갈등공화국’에 출구가 필요하다

    [구본영 칼럼] ‘갈등공화국’에 출구가 필요하다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끝난 게 아니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상의 오래된 경고다. 얼마 전 미국의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넷쇼핑몰인 아마존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말이 새삼 와 닿았다. 종이는 남아 도는데 신문산업은 벌써 사양길이라는 ‘자괴감’과 함께. 물론 첨단 업종인들 언제까지나 부침을 겪지 않을 순 없을 게다. 1990년대 전자제품에서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의 소니나 2000년대 중반까지 휴대전화 최강이었던 핀란드 노키아의 몰락을 보라.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위기도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국가마저 영원히 융성할 수 없음을 동서 제국의 흥망사가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하긴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으랴. 그러나 내부적 갈등에 매몰돼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머잖아 사회공동체는 진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게다. 며칠 전 읽은 책 ‘2030 대담한 미래’(최윤식 저)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한국사회의 불길한 전조를 봤다. “‘한계에 도달한 중진국가 시스템을 (5년 내에)고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G20에서 탈락한다”는 예측이었다. 최근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2위란다. 종교 및 인종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 다음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만 2010년 기준으로 최대 246조원이라고 한다. 얼마나 정확한 추정인지 모르나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송전탑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선진국 문턱에서 십수년째 맴도는 ‘갈등공화국’의 시민일 뿐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갈등이 수렴이 안 되고 확산만 될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검찰 수사가 끝나면 사법부의 심판에 맡기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여야의 평행선 대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정조사 청문회는 “국기를 흔든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 “전·현직 직원을 동원한 야권의 제2 김대업 공작”이라는 식의 입씨름으로 마감했다. 그러고도 ”특검 하자”, “대선불복 아닌가”라는 등 하릴없이 장외 설전만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외국인 투자촉진법이 표류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법 통과를 전제로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 등이 일본기업과의 합작투자로 각기 1조원과 1조 3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데도 말이다. 여수·울산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여야 정책위 의장단을 만나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직접고용효과만 해도 1100명이라는데 기업 측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컨센서스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금의 여야의 행태는 발밑이 꺼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뻘밭에서 드잡이를 하는 꼴이다.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도 의견의 평행선이 막말공방을 거치면서 감정의 평행선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본질은 실종되고 상호 고소·고발전이란 후유증만 남지 않았는가. 결국 정치가 문제다. 정치가 사회 각 부문의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외려 진원지가 되고 있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최근 한국식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 대상의 특강에서였다. 숙의가 “서로 경청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대의민주주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계기로 여야가 “내 생각이 늘 옳을 순 없다”는 열린 자세로 차원 높은 타협을 추구하는 새 정치를 폈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 [주말인사이드] 신제품 개발자들의 희로애락 24시

    [주말인사이드] 신제품 개발자들의 희로애락 24시

    애경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인 박윤철(34)씨는 매일 아침 머리를 감지 않고 출근한다. 머리가 떡 지고 까치가 집이라도 지은 듯 뻗쳐 있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연구소 한쪽에 있는 ‘헤어살롱’에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샤워기 2대와 드라이어, 화장대 거울과 의자가 3개씩 놓여 있는 이곳은 작은 동네 미용실처럼 생겼다. 박씨는 40여종의 샴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머리를 감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말리고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책상에 앉는다. 2006년 12월 입사 후 이런 생활을 7년째 하고 있다. 박씨는 헤어케어 제품 개발자다. 말 그대로 ‘샴푸의 요정’이다. 애경의 인기 제품인 케라시스, 에스따르, 하나로, 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제품을 만들고 직접 머리를 감으면서 효능을 시험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 “하루에 15번 머리를 감고 드라이어로 말린 적도 있어요. 원료를 섞는 비율을 미세하게 달리해도 효능이 확 달라질 수 있어서요.” 머리를 못살게 굴다 보니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박씨는 “손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모발을 비비다 보면 탈모 증세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샴푸 연구원들의 고질적인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또 최대한 여성의 모발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려고 1년에 두세 번가량 정기적으로 염색이나 파마를 한다. 손상모발용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박씨가 가장 최근 개발한 헤어제품 ‘현’은 농협한삼인의 국내산 6년근 홍삼농축액과 우리 땅에서 자란 씨앗 성분이 들어갔다. 가루 형태인 씨앗을 샴푸용액에 섞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씨앗이 분말이어서 잘 풀리지 않고 뭉쳐서 떠다니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다른 제품에 쓰지 않던 새로운 용해제를 찾아 넣고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되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퇴근 직전 박씨가 하는 일은 역시 머리 감기. “집에 가면 머리 감기가 싫어요. 그래서 집 화장실에는 최대한 줄여서 8종류의 샴푸만 갖다 두었죠.” “병 주고 약 주는 건가요.” 김동구(54) 하이트진료음료 수석연구원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술 만드는 회사에서 김씨는 지난 1년간 숙취해소제 ‘술깨비’(술 깨는 비밀) 개발에 매달렸다. 이에 앞서 3년 동안은 한방원료 100가지와 씨름했다. 숙취와 취기를 유발하는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를 가장 잘 분해해 주는 성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자체 실험을 통해 물 위에 떠서 자라는 풀 열매인 마름의 효능이 헛개나무 열매보다 두 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마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국내에서는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어서 많은 양을 구할 수 없었다. 김씨는 베트남과 중국 산골을 찾아다니며 마름의 성분을 비교해 보고 수확 상태도 두 눈으로 확인해 재료를 받아왔다. 다음 단계는 직접 마셔보는 것. 마름을 주원료로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L아스파라긴 등의 재료를 섞어서 숙취해소 효과가 가장 좋은 ‘황금 비율’을 찾아야 했다. 1년여간 김씨를 비롯한 연구원 15명의 회식자리에는 소주와 술깨비가 빠지지 않았다. 안주 없이 소주 0.5~1병과 술깨비 1병을 마시고 30분~1시간 간격으로 음주상태를 확인했다. 교통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도 두 대 구입했다. 연구소 앞 삼겹살집은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당 삼겹살 200g을 구워 먹으며 소주를 곁들였고 술깨비의 효능을 실험했다. “처음에는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30분 간격으로 5시간 동안 음주 측정을 하고 일일이 기록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들 지쳐 버리죠.” 좋은 약재추출물을 많이 첨가할수록 제품색이 탁해지고 가라앉는 물질이 많아지는 것도 고민이었다. 김씨는 “약재를 저온에서 전처리하고 꼼꼼히 걸러냈다”면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원액을 빨리 돌려주면 찌꺼기는 가라앉고 맑은 액체만 위로 떠오르는데 이 방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의 제품 가운데 씁쓸한 인삼 맛이 나지 않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어린이 음료인 ‘정관장 아이키커’다. 홍삼 성분이 0.15% 이상 들어가면 제품명에 홍삼을 쓸 수 있다. 그런데 홍삼은 0.1%만 들어가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쓴맛이 느껴진다. 아이키커는 홍삼을 0.2% 넣었는데 쓴맛이 없다. 포도, 사과, 오렌지, 제주감귤 등 과즙향과 단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키커는 경기 불황 중에도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어린이 음료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음료는 늦둥이 아들을 둔 서장호(51) 인삼공사 인삼연구소 제품개발2부 팀장이 개발했다. 그는 2006년까지 웅진식품에서 아침햇살, 초록매실, 자연은, 하늘보리 등을 만든 히트상품 제조자이기도 하다. 서 팀장은 2009년 당시 일곱 살이었던 막내아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음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키커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초기부터 서 팀장은 천연재료만 쓰겠다고 선언했다. 과일음료에는 과즙과 향이 들어간다. 진짜 과일을 가열할 때 나오는 향을 포집해 만든 천연향은 20~30개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합성향보다 가격이 2~3배 비싸다. 감귤, 오렌지,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은 오일 성분이 있어서 착향이 쉽지만, 포도나 사과는 가열하면 맛과 향이 변해버려 가공이 어렵다. 과일의 원래 향과 가장 가까운 재료를 찾으려고 서 팀장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 50~60개 표본을 받아 분석했다. “음료에서 향이란 그림 그릴 때 낙관을 찍는 것과 같아요. 향이 맛을 좌우하죠. 실제 과일 향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여러 원산지의 향 재료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정태영(41) 피자헛 연구·개발(R&D)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폴 셰프’로 불린다. 피자헛의 메뉴인 파스타, 코제(홍합요리)를 시연하는 쿠킹클래스를 피자헛 페이스북에 중계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2000년 입사한 그는 4년 뒤 R&D팀이 생기자마자 합류해 치즈바이트, 더스페셜, 치즈킹 피자 등 대표메뉴를 내놨다. 그가 개발한 피자는 모두 1000만판이 팔렸다. 정 팀장과 R&D 팀원들은 하루 50판 이상의 피자를 먹는다. “피자가 주식이고 밥이 간식”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1년 동안 개발한 더스페셜 피자는 팀원들이 1만 5000판을 굽고 먹었다. 올해 초 개발한 치즈바삭 피자는 빵 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고구마, 무, 파인애플, 소고기칩 등 30여 가지가 넘는 식재료를 번갈아 넣으며 실험했다. “치즈의 양을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하루 50~70판을 질리도록 먹었어요. 바삭한 맛을 만들려다 보니 입천장이 까지고 허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감자칩과 체다치즈의 궁합이 좋다는 결론을 얻기까지 6개월 넘게 걸렸어요.” CJ제일제당이 최근 내놓은 ‘식후 혈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은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을 첨가한 건강기능성 즉석밥(햇반)이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도 즐길 수 있는 흰쌀밥을 목표로 2007년 개발에 착수했다. 정효영(37)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전통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기능성 원료를 쌀에 섞어 밥을 지으면 간단하다고 여겼던 것. 하지만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의 누런색 때문에 흰쌀밥 색깔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는 “밥의 색이 어둡고 식감도 차지지 않았다”면서 “수분함량, 쌀 불리는 시간, 살균 조건 등 제조공정을 바꿔가면서 맛과 품질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은 유지하는 밥을 짓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 정씨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했다. 연구소에 오자마자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체크하고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반찬은 간장 반 숟갈, 참기름 한 방울이 전부였다. 혈당 조절 햇반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맨밥을 먹고 식후 30, 60, 90, 120분에 자가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 피를 뽑아 당 수치를 쟀다. 지금도 연구소에서는 ‘맨밥 조찬 회동’이 열린다. 정씨는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은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당뇨 위험군 요소를 가진 잠재적 환자들에게 좋은 제품”이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기능성 즉석밥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방학동안 얼마나 힘 세졌나

    방학동안 얼마나 힘 세졌나

    서울 지역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개학한 가운데 서울 중구 충무초교 아이들이 19일 교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팔씨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NC-두산(잠실 KBSN스포츠) ●LG-넥센(목동 MBC스포츠+·SPOTV2) ●롯데-한화(대전 SBS-ESPN·IPSN) ●SK-삼성(대구 XTM·SPOTV 이상 오후 6시 30분) ■농구 프로-아마 최강전 8강 ●KGC인삼공사-상무(오후 2시) ●경희대-모비스(오후 4시 SBS-ESPN 이상 잠실학생체육관) ■씨름 제27회 전국시도대항 장사대회(보은국민체육센터, 오후 2시 초등부 체급별 결승 KBSN스포츠)
  • 국정원 국조특위, 증인 26명 불러다 놓고 한시간 넘게 막말만

    국정원 국조특위, 증인 26명 불러다 놓고 한시간 넘게 막말만

    국가정보원의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19일 국정원 전·현직 직원과 경찰 관계자 등 증인 26명을 대상으로 2차 청문회를 열었지만 1시간 넘게 회의 진행도 못한 채 입씨름만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쯤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을 하면서 공방을 벌여 증인 신문에 돌입하기까지 한시간 이상 소요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서로 막말을 일삼으며 고성을 주고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의사진행발언 공방은 정청래 민주당 간사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전날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아 “제가 김무성·권영세를 증인으로 요청하지 않았고, 증인요청은 협상용 카드였다고 얘기하는데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면서 “윤 수석은 당장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가 “그 발언의 시작은 나”라면서 “책임을 물으려면 나에게 묻어야 한다. 협상 파트너인 정 간사가 곤란한 상황이 될 것 같아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협상용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맞받았다. 권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은 “뻔뻔하다”, “다 이야기 해봐라”는 등 소리를 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듭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제는 김무성, 권영세에 대해 오전 중 증인채택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오늘 오전 증인채택 합의가 안 되면 국조 의미가 없다”고 촉구했다. 또 이날 국정원 직원들의 신분노출 금지 규정에 따라 4명의 증인에 대해 가림막이 쳐진 것도 논란을 불렀다. 정 간사는 “박원동·민병주 증인은 현재 국정원에 출근하지 않아 전직 직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림막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림막 안의 증인들이 서로 증언 내용을 짜거나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가림막이 전신을 가리도록 돼 있어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롭게 들락날락한다. 혹시 오더를 받아 증언할 수 있는 등 증언의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권 간사는 “가림막 설치는 여야의 합의사항이었고 특히 야당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제 와서 합의사항을 깨고 가림막을 문제삼으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면서 여야 의원들 모두 격앙됐고, 잇따라 발언 신청이 들어오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특히 상대 당 의원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다른 국조특위 위원들과 방청석에 있던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감정이 더욱 격화됐다. 의원들은 서로에게 “막말 대마왕”, “거짓말 하지 말라”, “말 끊지 말라, 조용히 해”, “말조심 하라” “가는 귀 먹었냐”는 등 반말을 주고받았다. 정 간사는 계속해서 발언에 끼어드는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에게 “선천적으로 구제불능한 ‘선구자’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체회의가 열린 1시간 30분 남짓이 됐지만 여야는 결국 증인 신문은 시작도 하지 못했고, 회의 진행방식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정회했다. 결국 특위는 2명의 증인을 가림막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등의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다 30분 만에 속개됐으나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의 전원 퇴장으로 파행을 빚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라크, DJ에 “외규장각 의궤문제 지긋지긋 신물 나”

    시라크, DJ에 “외규장각 의궤문제 지긋지긋 신물 나”

    “외규장각 의궤 문제가 지긋지긋해 신물이 난다.” 한국과 프랑스의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2000년 10월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뜸 “신물 난다”고 말했다. 그는 “타결 때까지 양국 협상 전문가들을 (청와대) 방에 가둬 두자”는 농담도 건넸다. 프랑스군이 1866년 강화도에서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놓고 양국이 얼마나 씨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 협상은 우리 정부가 1991년 11월 프랑스에 공식 반환을 요청한 후 2011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종 합의안에 서명할 때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유복렬 미국 애틀랜타 부총영사는 14일 펴낸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양국 간의 협상 비화를 공개했다. 유 부총영사는 한·프랑스 정상회담의 통역을 담당했으며 반환 협상에도 참여했다.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수빈휘경원원소도감의궤’도 당초 우리 측에 열람만 허용했던 것을 미테랑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반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국은 1998년 민간 전문가 협상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프랑스 여론은 격렬하게 반환에 반대했다. 프랑스 정부는 우리 정부가 작성한 반환 도서 목록에 대해 “서울 인사동에서 수백 프랑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2001년에 의궤와 다른 도서를 맞교환하는 방식이 논의되자 국내의 반대 여론도 비등했다. 20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양국은 2010년 5년 단위로 대여를 갱신하는 방식에 합의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마지막까지 주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 부총영사는 영구 반환이 아닌 대여 형식으로 합의한 데 대해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주기 위해 자국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군대가 무력으로 빼앗지 않는 한 반환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5·7·9급 3종 다봤다”… 더위가 독하나, 내가 독하나

    [주말 인사이드] “5·7·9급 3종 다봤다”… 더위가 독하나, 내가 독하나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외롭다.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책상에 앉아 합격을 위해 담금질을 반복한다. 고시학원에서 여러 수험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경우에도 결국 자신과의 싸움과 마주해야 한다. 공시족은 날씨가 춥든 덥든 묵묵히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매일 10시간이 넘는 공부 시간을 감내하는 수험생도 많다. 가뜩이나 공부량도 많은데, 올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가 공시족을 특히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참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공시족은 펜을 놓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서초구 양재고는 고요했다. 여느 토요일과 사뭇 다른, 적막 속에 묘한 긴장감이 교내에 감돌았다. 이 이른 시간에, 학교 후문 앞 벤치에서 책을 뚫어져라 보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였다. 휴게 공간을 지나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에는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해 본인 자리에 앉아 책을 훑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은 시험 시행 후 역대 최다 인원인 20만 4698명이 원서를 접수해 화제가 됐던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열린 날이었다. 올해부터 고교 이수과목(사회, 수학, 과학)이 일반행정직을 포함한 일부 직렬 선택과목 목록에 추가됐다. 고졸 출신에게도 공무원 시험 응시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다. 그렇다 보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더욱 많아졌다. 교실 복도 계단에서 만난 대학생 이지숙(21·여·가명)씨는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쏠린 관심이 신경 쓰이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처음 보는 공무원 시험이라 긴장되는 마당에 지원자가 대폭 늘었으니 이씨는 고교 과목이 추가된 일이 “솔직히 반갑지는 않다”고 털어놓고는 시험장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입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부채질을 하면서 시험장에 들어서는 응시생 수가 많아졌다. 어느덧 시곗바늘은 오전 9시 50분을 가리켰다. 김일재 안전행정부 인력개발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시험 중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겠지만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을 보러 오는 학생들은 굉장히 민감해요. 예전에 한 여자 수험생이 하이힐을 신고 왔는데 시험일 다음 주 평일에 저희에게 항의 민원이 엄청 들어온 적이 있어요.” 굽에서 나는 또각또각 소리가 수험생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시험 감독관이 향수를 뿌렸거나 다소 짧은 길이의 치마를 입어 문제를 푸는 데 방해받았다고 하소연한 수험생도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험을 진행하면서 항상 조심스럽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길지 않은 100분이 흘렀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서 응시생들이 학교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걸음을 재촉하는 수험생들,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수험생들을 멈춰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인터뷰를 거절하던 최미선(28·여·가명)씨도 계속 물어보자 가던 길을 멈추고 간단히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 5급 공채시험부터 7급, 9급 시험까지 공시 3종 세트를 모두 봤다는 것, 시험을 치른 오늘만 잠시 휴식을 가질 참이라는 것 등. 다시 펜을 잡고 구슬땀을 흘릴 계획인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1시 최씨를 다시 만났다. 평범한 반소매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공시족’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복장이다. 최씨는 집 앞 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했다. 지난달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을 마치자마자 다음 달 7일에 있을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대학을 다니면서 ‘행정고시’ 준비를 틈틈이 했어요. 지난해까지 5급 공채시험에 응시하다가 올해부터 7, 9급 공채시험을 모두 봤죠. 이유요? 당연히 공무원이 되고 싶으니까요.” 최씨는 “정말 간절히”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씨의 일일 공부 시간은 약 13시간. 하루 24시간의 절반 이상을 독서실에서 보낸다. 공무원 시험이 보통 1년 이상 준비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인 만큼 체력 관리는 필수라 오전 7~9시에는 운동을 한다. 이후부터는 국어, 영어, 행정학, 행정법, 헌법 등 수험서와 계속 씨름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서 독서실로 향해요. 집에 있으면 가족들 눈치를 보게 되거든요. 최대한 집에 늦게 들어가요. 공부하다가 피곤해서 낮잠을 잘 때도 있지만, 집보다는 독서실에서 자는 게 한결 마음이 편해요. 아마 다른 수험생들도 다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머릿속은 온통 공부 생각뿐이다.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다. “평소에 답답한 점이라면 마음 놓고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 좋아하는 탁구를 칠 시간이 없다는 것 정도. 영화, 연극도 당연히 끌리지만 갈 수 있는 상황이 돼도 선뜻 보러 갈 마음이 안 날 것 같아요. 가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싶어도 편한 마음은 아니겠죠.” 성준모(28·가명)씨 역시 최씨처럼 5급부터 9급 국가공무원 시험 준비에 땀을 쏟았다. 성씨는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시험 때문에 집에 더 이상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부 폭을 넓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오전 7시에 독서실에 도착한다. 점심, 저녁 식사 시간과 운동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공부에 투자한다. 수험 생활이 길어지면서 성씨는 자연스럽게 누가 유명 학원 강사인지, 어떤 교재가 좋은지, 어떤 독서실이 쾌적한지 등 쏠쏠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주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성씨는 “아, 나도 이제 공시생이 다 됐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성씨는 예년보다 정도가 심해진 무더위 때문에 적잖게 고생했다. 2~3년 전 버틸 만했던 더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나마 독서실에는 냉방 시설이 있으니 환경이 좋은 편인데, 성씨의 상황은 다르다. “올해는 특히나 공부할 때 진이 빠져서 혼났어요. 노량진 고시원에 살고 있는데, 독서실까지 가는 거리가 가까워 거리를 오가면서 큰 체력 소모는 없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제 독서실 자리가 에어컨 바람이 잘 안 오는 곳이라서 냉방 혜택을 못 받고 있어요.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했습니다.” 학원에서 공시족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 눈에도 찜통더위로 지친 수험생들이 염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한 학원의 박훈 강사는 “20대 초중반 나이의 수험생들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30대 수험생들은 더위로 고생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더운 날씨에 지치지 않으려고 홍삼을 달고 사는 수험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곽민정(25·여·가명)씨도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당장 오는 24일에 시·도 교육청 교육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곽씨도 숨 막힐 듯한 더위로 고생 중이었다. “날씨가 더워 죽겠는데, 집에서 독서실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죠. 여름은 아무래도 이런 게 제일 힘든데, 이번 여름은 더하네요. 그나마 독서실에 가면 에어컨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동안 곽씨는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계속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동안 어깨는 축 처지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졌다. 트레이닝복을 닳도록 입는 처지가 됐다. 시험 준비 전에 들었던 ‘공시생’의 생활이 어느덧 자신의 일상이 됐다. “이제는 민낯으로 돌아다녀도 창피하지도 않은 경지에 이르렀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당당하게 이 생활을 얼른 탈출해야죠.” 비장미까지 보인 곽씨에게 시험이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소박했다. 평상시 즐기지 못한 일들에 대한 소망이었다. “막상 합격하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고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이에요. 어디로든 그동안의 답답함을 풀 수 있는 곳으로요. 합격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기대에 부푼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책에 파고들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울릉도 해중 전망대 개방 시기 ‘입씨름’

    울릉도 해중 전망대 개방 시기 ‘입씨름’

    국내 최초로 울릉도 앞바다에 설치를 마친 ‘해중 전망대’의 개방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들은 전망대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는 반면 운영 주체인 울릉군은 부대 공사를 이유로 내년 3월 개방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7일 울릉군에 따르면 북면 천부리 천부항 주변 앞바다에 총 200억원을 투입해 해중 전망대가 지어지고 있다. 현재 천부마을 해안과 해중 전망대를 잇는 길이 107m의 다리와 바닷속 전망대 설치 작업은 준공됐다. 하지만 가로등과 관리사무소 설치, 해수풀장 리모델링 작업은 진행 중이다. 특히 시설의 핵심인 전망대는 높이 22.2m(기초부 포함)의 탑으로, 수상 및 수중 전망대(각 6m)로 나뉘어 있다. 30명이 동시 이용할 수 있는 수중 전망대의 경우 가로·세로 1m 크기의 전망창 20개를 통해 바닷속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수상 전망대에는 울릉도 3대 해상 비경인 공암과 삼선암 등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가로·세로 2m 크기의 전망창 10개가 설치됐다. 볼락·노래미·쥐치 등 울릉도·독도 해역에서 서식하는 10여종의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수상 전망대에서 수중 전망대로 내려가는 계단과 10인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피서철을 맞아 울릉도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울릉군에 전망대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군이 관광객들을 유치해 놓고 정작 관광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울릉도를 어렵게 찾은 관광객을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못마땅해했다. 울릉 주민들도 “피서철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망대의 조기 개방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중 전망대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보니 관광객들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전망대 매표소 설치 등 개방까지 준비 작업이 남은 관계로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휴가 마친 朴대통령 숙제 3개와 씨름 중

    휴가 마친 朴대통령 숙제 3개와 씨름 중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2일 4박 5일 동안의 여름휴가를 마쳤다. 박 대통령은 휴가 초반 부친과의 추억이 서린 경남 거제시 저도를 다녀온 뒤 청와대에서 조용히 하반기 정국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지에서 입은 2만~3만원대 ‘냉장고 치마’는 올여름 유행 아이템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업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중대 결단’을 해야 하는 시점이 임박했다.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북한이 이날까지 닷새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박 대통령의 휴가 복귀 후 첫 번째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선이 늦어져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공기관장 인선 조치도 주목된다. 이미 주요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을 제시했고, 그 결과 과거 정권에서 횡행하던 선거 보은 차원의 ‘정치권 낙하산’은 감소했다. 이후 그 빈틈을 공공기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보유한 ‘관료 낙하산’들이 메우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선에 제동이 걸렸던 만큼 박 대통령이 꺼내 들 인선안에 관심이 쏠린다. 두 달째 공석인 정무수석 임명도 결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이 경색된 데다 다음 달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있어 정무수석의 역할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많다. 최근 망언을 잇달아 쏟아내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지도 주목된다. 이미 청와대는 관련 부처들과 경축사 문구 작성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3·1절 기념사보다 표현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우리와 동반자가 되어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래서 하는 얘긴데… 단돈 몇 푼이라도 노잣돈을 구처할 수 없겠는가?” 그때서야 모꺾어 앉아 있던 계집은 고개만 돌리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길세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요? 나더러 노잣돈 내놓으란 것이요?” “몇 푼이나마 있으면 발굽이라도 뗄 수 있지 않겠나.” “진서 글도 잘하시고 대국 일도 잘 아시는 분이 좆 같은 소리 그만하시오. 지금까지 공다지로 먹은 식대부터 내놓고 노잣돈 타령하시오. 갖은 갈롱을 떨어가며 잔허리가 부러져라 하고 삭숭이를 받쳐준 해우채는 언제 건네줄 텨?” 처음 만날 때부터, 계집의 얼굴이 동글납작하고 콧등 주위에 깨알 같은 점들이 오종종하게 박히고 입술도 얇아 심지가 깊지 못하고 수다스러울 것 같았으나, 며칠 데리고 놀 계집에게 별 주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이 이런 행티를 부리게 된 것이었다. “허어… 이 사람 보게.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소리라더니 천생 그 짝일세. 임자 그 시답잖은 불두덩 아랫구멍으로 들어간 돈이 얼만데 지금 와서 염치없게 해우채 타령인가. 올곧은 정신 가진 계집이라면 내 앞에서 그런 악증 부리는 게 아닐세. 하긴 내가 자기 단속이 부족하고 대가 물러서 못 쓰겠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일세. 그로써 갈보한테 노잣돈 구걸하는 하찮은 신세가 되었지만, 자네가 지금까지 끽소리 한마디 없이 밑엣품을 팔아온 날 업신여기고 되반들거리는 낯짝을 쳐들고 방색하는 꼴을 보자 하니 지금 당장 칼을 물고 엎어지고 싶구먼. 달포 가까이 서로 격의 없이 나누었던 정분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때였다. 계집이 발딱 몸을 일으키더니, 부엌으로 내달았다. 그리고 금방 봉노로 돌아왔는데 손에는 어느새 식칼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길세만의 턱밑에 바싹 들이대고 들까불면서 쏘아붙였다. “어디 칼 물고 엎어지는 꼴을 구경 한번 해봅시다.” 계집의 태도가 부글거리던 가슴속에 불을 댕기고 말았다. 눈에 불꽃이 튀는 듯했던 길세만은 더이상 입씨름을 참지 못하고 계집의 귀쌈을 찢어져라 후려치고 말았고, 그 사품에 계집은 칼질을 당한 갈대처럼 풀썩 꺾이어 주저앉고 말았다. 따귀 한 대에 기절을 해버렸는지 한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부들자리 위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계집편성에 또 무슨 소동을 벌일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슬히 바라보는데, 어느덧 계집의 어깨가 겨울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폐부를 파고들었다. 중놈의 바랑 속에 들어 있는 빗처럼 쓸모없는 목숨, 티끌 같은 목숨을 부지하자고 이토록 팍팍한 세상을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신세는 계집이나 길세만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새우는 대대로 곱사등이더라고, 알고 보면 세상으로부터 업신여김 당하면서 살아가긴 매한가지가 아닌가. 못된 소행머리로 기광을 부렸다 하지만, 손찌검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가슴을 쳤다. 행렬 잃고 땅에 떨어진 기러기도 매한가지, 성깔이 어긋나서 식칼을 들고 들어와 턱밑에 들이댄 것도 모두가 이처럼 각박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려 했으니 얻어진 악증이 아니던가. 마음이 흔들비쭉하여 죽이라고 악지를 부리며 지다위하고 대들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투전판에서 전대를 털린 것도 모두가 미련했던 자신의 탓이었지, 정분을 나누었던 계집이 사주해서 얻은 횡액은 아니었지 않은가. 잠깐 부린 소행머리가 괘씸하다 해서 손찌검을 한 것은 백번 돌이켜보아도 잘못된 일이었다. 길세만은 계집의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요사이 이르러 기운도 탈진하고 형세가 기울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네. 이제 진정하고 일어나 앉게. 두 번 다시는 데데하게 노잣돈 구처해 달라는 얘기는 않겠네.” “기운이 남았거든 더 때리세요. 투전판에서 돈 잃고 뜨내기 계집에게 노잣돈 구걸하는 사내가 부끄럽지도 않소?” “어허… 겸연쩍게 왜 또 그러나. 내 그럴 의향이 없다니까 그러네.” “그동안 거웃이 쓰리고 아파도 군소리 한마디 없이 육공양을 암팡지게 대접해온 터에 이런 괄시가 없소. 그동안 건네준 해우채가 분수에 넘치도록 과람했다 하나 내가 생트집으로 주머니를 발긴 적은 없지 않소.” “잘 알고 있네. 얼혼이 빠진 내가 형장 맞을 짓을 하였네.” “해우채로 건네준 돈은 벌써 똥 된 지 오래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뒷간에 오래도록 앉아 살펴보지 않았소. 뒷간에서 뭘 찾느라고 그토록 오래 앉아 있었소?” “이제 그만하게. 뒷간에 똥밖에 더 있었겠나.” 길세만이 몇 번이나 다짐을 두고 사죄한 덕분인지 계집은 더이상 모질게 파고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은 오줄없는 계집처럼 육공양을 해서 길세만을 아주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다. 침통하고 소슬하여 심신이 지친 터라, 평소와는 달리 일합을 치른 후에는 녹아떨어져 코까지 골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가슴을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거북함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섬뜩하여 눈을 떠보니 어섯눈에도 시꺼멓게 보이는 한 장정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게 어인 도깨비인가 싶어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는데, 가슴을 타고 앉은 자가 반사적으로 목덜미를 누르고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 잡도리하였는지 아갈잡이까지 되어 있었다. 적당을 모두 소탕하였다는데,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산적이며 무뢰배인가 싶었다. 수시로 드나들었던 투전판의 타짜꾼들은 아닐 것이었다.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는 냄새로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뱃구레를 깔고 앉은 위인은 길세만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인데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그때 문득 뒤통수를 치는 상념이 있었다.
  • 내가 만든 3D 자동차 보실래요 제가 지은 잡스 스토리는 어때요

    내가 만든 3D 자동차 보실래요 제가 지은 잡스 스토리는 어때요

    지난 주말 혹시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타는 자녀를 위해 롤러코스터 대기 줄을 섰다면, 한 주만 더 수고해 보자. 아마 이번에는 자녀가 영국에서 온 과학자 4명과 공연예술가 1명이 함께 펼치는 ‘과학 강의쇼’를 보는 동안 로봇 씨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것이다. 아이 스스로 설계해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 모형 시제품을 들고 돌아오는 길, “내년에 또 올 거죠?”라는 말에 벌써부터 진이 빠질 수도 있다. 그래도 “과학이 재미있어요”라는 웃음소리에 피로는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모든 프로그램이 공짜이고, 학교에 제출할 창의체험 활동 확인서도 받을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3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엿새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인 이번 축전은 ‘과학, 상상의 날개를 달다’라는 주제로 300여개 기관이 참여해 40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 체험 행사이다. 올해에는 ▲무한상상월드 ▲창의도전 콘서트 ▲스타트업 워크숍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돼 과학체험 프로그램과 강의, 이벤트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정보통신 ▲에너지·재료 ▲환경·생명 ▲기초과학 ▲국방·기계·건설·교통 ▲수학 ▲융합 등 7개 분야에 맞춰 관련 연구기관과 프로그램을 묶어서 전시한 게 이번 축전의 특징이다. 요일별 행사일정은 과학축전 홈페이지(http://festa2013.kofac.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흥서 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실장은 29일 “참가자들의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직접 화학 실험을 하고 로봇을 작동시키고, 국내외 유명인들의 강의를 들으며 과학과 창조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과학축전의 백미 중 하나인 무한상상월드의 무한상상공작소는 참가자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3D프린터와 레이더커터 등 첨단 디지털기기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공학도들이 즉석에서 공학설계를 한 뒤 시제품까지 함께 제작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OSEP연구소가 3D프린터로 안경이나 미니자동차 설계를 도와주고, 전기자동차와 전자책(e북), 인터렉티브 LED 조명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이 밖에 박사 4명과 예술가 1명으로 구성된 영국 NTU팀이 과학 강의쇼를 선보이고,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소재로 성공·실패의 순간을 관객들이 직접 선택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학연극 ‘내가 만드는 스티브 잡스’에 참여할 수 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이용주 감독과 가수 강원래가 성공담을 들려주는 스타트업 토크콘서트 강사로 나서고, 영화 아이언맨을 소재로 과학자·개그맨·평론가가 과학토크 배틀을 펼치는 과학기술앰배서더 꿈틀 과학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정전 60년… 북, 현실 직시하고 멀리 내다보라

    오늘로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만 60년이 됐다. 북의 무모한 남침으로 인해 3년 1개월 하고도 이틀, 1127일간 무려 200만명 안팎이 산화한 끝에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992㎢를 사이에 두고 전쟁도, 평화도 아닌 무력 대치의 60년 세월을 보냈다. 포연(砲煙)은 가셨으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공식집계가 이뤄진 1994년 말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42만 5271건에 이르고, 지금까지 따지면 50만건이 넘는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하루에 30여건씩 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했고, 1주일에 한번꼴로 무력 도발이나 간첩침투 도발을 자행했다는 얘기다. 분단 65년, 정전 60년이 만든 남북의 위상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 규모 8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와 달리 북은 지구촌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25에 참전했던 외국의 노병들이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가 이토록 발전한 것이 마냥 고맙다”고 할 만큼 한국은 눈부신 성장의 역사를 써왔으나, 북은 핵과 미사일을 끌어안은 채 고립무원의 폐쇄적 체제에서 가난과 씨름하고 있다. 경제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도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우리 군 전력(주한미군 제외)이 북한군을 10% 남짓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의 국력 차는 근본적으로 북한의 공산체제에서 비롯됐겠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시대의 흐름을 저버린 북의 지도력 실패가 주된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옛 소련과 중국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이 20세기 말 냉전 해체와 함께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일으켰으나 북은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에 매달리며 퇴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젠 중국의 지원 없이는 온전히 버텨낼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북이 택할 유일한 출구는 한국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민 손을 잡고 남북 간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만이 북한 자신을 살리는 길이다. 그제 개성공단 정상화의 문턱에서 북이 발을 돌린 것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대책을 내놓는 용기를 끝내 내보이지 못한 것이 마냥 딱하다. 정전 60년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60년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후손을 위한 이 시대의 책무다. 북은 항구적인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에 응해야 한다. 눈앞의 소리(小利)를 위해 대화하는 시늉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을 담은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첫 관문이다. 그 뒤에 남북 간 협력시대가 놓여 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우리네처럼 경향의 저잣거리를 섭렵하며 살다보면 그네들은 겪지 않아도 될 봉변을 당할 때가 허다하답니다. 시전 상인들은 우리네 행상이 저잣거리에서 겪는 속 쓰린 고초는 겪지 않겠지요. 이생이란 아주 영민한 상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안의 눈치 빠른 장사치라 한들 자기는 속이지 못하리란 것을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상인이 저잣거리 가게 앞을 지나갔더랍니다. 그 가게 앞에서 한 아이가 늙은이와 서로 입씨름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어린 아이와 늙은이의 다툼이어서 수상하게 여기고 가만히 곁으로 가서 귀동냥으로 엿들어보니, 늙은이가 그 아이가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10냥을 줄 것이니 그 물건을 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눈을 흰자투성이로 치뜨고, 이 물건이 겨우 10냥밖에 안 된단 말이오 하면서 물건을 내놓으려 하지 않더랍니다. 그러자 늙은이는 아이를 보고 이 물건은 필경 훔친 물건이 틀림없는데 어찌 여러 총중이 눈치채기 전에 냉큼 넘기지 않고 백주대로에서 감히 흥정하려 드느냐고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어요. 자기가 훔치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으면서 날강도같이 물건을 빼앗으려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들었습니다. 흥분한 늙은이가 참지 못하고 한 대 쥐어박으려 하자, 아이는 순식간에 줄행랑을 놓으며 욕설이 입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구경꾼이었던 상인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어서 아이가 가진 물건을 훔쳐보았더니 화대모가 틀림없었지요. 유리처럼 맑고, 순금처럼 빛나고, 박처럼 단단하고, 닭의 눈처럼 동그랗고, 고리 위에 오화(烏花)들이 제자리에 박혀 있었지요. 아차 했던 상인은 똥줄이 빠지게 아이를 뒤따라가서 체통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등 두드리고 배 문질러서 30냥에 그 물건을 사게 되었지요. 물론 아이가 들을까 해서 대모라는 대짜 소리도 않았지요. 가까스로 물건을 사 가지고 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하찮은 염소 뿔이라고 하더랍니다. 상인이 그 아이의 뒤를 몰래 밟아 알아보았더니, 아이는 늙은이의 아들이었고, 늙은이는 저자에서 물건을 위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였다고 합니다. 경강상인, 개성상인, 의주상인(혹은 灣商), 동래상인같이 내로라하는 부상대고(富商大)들도 당초부터 뒷다리를 걸자고 작심하고 접근하는 그런 철부지들에게는 곱다시 당하고 말 테지요.” 모두 그런 사기는 한두 번씩 당해본 경험들이 있는 터라, 서로 옆구리를 찔러가며 박장대소하였다. “3년 전 초겨울인가요,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요…… 우리 상단도 무명 짐을 꾸려서 내성에서부터 십이령길을 넘어 흥부장에 무사히 도착했습지요. 회정길에 소금 짐은 언감생심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고포미역과 건어물로 물교를 해서 다시 안동으로 돌아왔는데, 험구를 넘나들며 갖은 고초를 겪었던 만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길미를 챙겼지요. 길미가 짭짤하게 돌아간다는 것에 맛들인 상단이 또다시 되짚어 십이령길에 덤벼들었습니다. 역시 무명 짐과 유기 짐이었지요. 난리는 돌아오던 길에 겪었습니다. 발행 때는 멀쩡하던 날씨가 빛내골에서부터 난데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을 새워도 멈추지를 않네요. 그럴수록 마음은 바빠져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데 눈앞이 아득할 지경으로 내리 퍼붓는 통에 도무지 길이 불어나야 말이지요. 종국에 가서는 넓재 아래 숫막에서 갇히고 말았습니다. 며칠인지 아십니까. 일행 아홉이 그 숫막에서 굽도 떼지 못하고 곱다시 보름을 갇혀 있었지요. 지난 파수 때 얻은 이문까지 죄다 털어먹고 빈털터리로 회정하고 나니까. 머리가 하얗게 세고 말았습디다. 그 이후로 십이령 고개로는 두 번 다시는 고개도 돌리기 싫습디다.” 하소연하는데, 곁에서 턱살을 고이고 앉아 히죽이죽 웃고 있던 동무 하나가 거들었다. “그 와중에 숫막 근처에서 빈둥거리던 들병이를 물색 모르고 집적거렸다가 패가망신한 축도 없지 않았지요. 그 육실할 년이 색을 얼마나 밝히는지 동사하던 동무가 보름 동안을 끌려다니며 시달리고 나니까, 육탈이 되어 살이 서 근이나 빠져버렸어요. 그뿐만 아닙니다. 독풍을 맞았는지 젊은 놈이 입귀까지 비뚤어져서 가만 앉아 있어도 주둥이가 된비알 올라가는 당나귀 씹처럼 실룩거립디다.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더라고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년의 색사가 그토록 지독할 줄 누가 알았겠소. 그 동무 그 길로 돌아가서 굴신을 못 하고 꼬박 두 달포 동안 몸져누워 있었지요. 색에 미쳐 독을 마신 겝니다.” “돈 버리고 몸 버리고 신세까지 망치려면 일찌감치 계집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술은 마시지 않고 쇄골에 모가지를 삐딱하게 꼽고 유독 천봉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늙은이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서 한두 번 만난 듯 외양이 낯설지 않소이다?” 천봉삼이 그 말을 척 받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얼버무렸다. “지난날 안동에도 발걸음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겠소.” “그런데 스님도 아닌 터에 배코는 왜 쳤소?” “숱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봉노에서 숙식하다보니, 상투에 가랑니와 서캐가 들끓어 배코를 쳐버렸더니, 그렇게 속시원합디다.” “성미 한번 급하시오. 그게 똬리로 불두덩 가리기지, 머리가 자라면 물컷들이 또다시 창궐하겠지요.” “그땐 또다시 배코를 치리다.” “동무께선 말씀 한번 시원시원하십니다.”
  • [오늘의 경기]

    ■축구 동아시안컵 여자부 일본-북한(오후 5시 15분 JTBC) 남자부 일본-호주(오후 8시 이상 화성종합경기타운) ■프로야구 ●KIA-LG(잠실 MBC스포츠+·SPOTV2) ●두산-넥센(목동 KBSN스포츠) ●롯데-한화(대전 SBS-ESPN·IPSN) ●NC-삼성(대구 XTM·SPOTV 이상 오후 6시 30분) ■프로배구 안산·우리카드컵대회 조별리그 ●KGC인삼공사-IBK기업은행(오후 4시 KBSN스포츠·SBS-ESPN) ●현대캐피탈-삼성화재(오후 7시 이상 안산 상록수체육관) ■씨름 제50회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오전 10시 30분 문경체육관) ■농구 전국남녀종별선수권(오전 10시 영광스포디움국민체육센터) ■여자축구 통일대기 종별대회(오전 10시 강릉 강북공설운동장, 주문진중학교, 성덕초) ■정구 대통령기전국대회 겸 2014 국가대표 2차 선발전(오전 9시 안성 국제정구장) ■사격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대회(오전 9시 15분 임실 전북종합사격장) ■스쿼시 제13회 회장배 전한국선수권대회(오전 9시 인천 케이스쿼시아카데미)
  •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남북한은 22일 개성공단에서 제5차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문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수정안과 재수정안을 주고받는 등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재발방지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양측은 25일 6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일부 협의가 진전된 부분도 있었지만 좀 더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방지 부분에 대한 입장 차가 가장 크다. 우리측은 재발방지 보장을 위해 북측의 확고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이날 제도적 보호장치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기구를 마련할지를 놓고도 논의를 진행했다. 김 단장은 “이 문제는 제도적 보상장치 항목에 포함할 수도 있고 따로 갈 수도 있다”며 “어떤 기구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북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에만 두 차례 전체회의를 여는 등 남북은 2~4차 회담에서 ‘밀린 진도’를 서둘렀다.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지난 3차 회담(15일)에서 북측이 제시한 합의서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낮 12시부터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북측은 재수정안을 제시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김 단장과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 단장은 회담 전망과 관련,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북이 국제화 문제 등 일부 항목에서는 견해차를 좁혔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6차 회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회담은 출발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측 대표단이 북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자 북측 관계자들은 소지한 책도 검색하는 등 한층 강화된 형태의 짐 검사를 했다. 회담에 앞서 박 부총국장이 먼저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는데 회담을 잘해서 어둠을 걷어내자”고 건넸다. 이에 김 단장은 “장마도 있지만 때가 되면 맑은 하늘 아래 곡식이 익는 철이 올 때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회담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김 단장과 박 부총국장은 선문답처럼 날씨에 빗댄 입씨름을 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제헌절과 법치사회/박현갑 논설위원

    17일로 우리나라 헌법이 만들어진 지 65주년이 됐다. 1948년 5월 10일 역사상 첫 총선거를 통해 탄생한 제헌국회에서 만든 헌법을 공포한 게 그해 7월 17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은 국가 운영의 기본틀이자 국민이 지켜야 할 가장 큰 약속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65주년 제헌절을 맞아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토록 자랑스럽게 발전한 데는 올바른 헌법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대한민국 발전은 헌법가치의 확장이었고 헌법을 올바르게 세워온 헌정사였다”고 강조했다. 옳은 지적이다. 분단 이후 북한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경제력이나 원조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국격이 올라간 것은 헌법정신이 제대로 꽃을 피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헌 65돌을 맞아 과연 주권재민의 시대가 얼마나 펼쳐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무엇보다 국가정보원의 궤도 이탈이 그렇다.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어지러뜨리는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행위 등은 누가 봐도 민주주의와 배치되는 일이다. 감사원은 어떤가. 헌법상 직무독립성을 보장받았으나 최근 나온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는 감사원 스스로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 또한 마찬가지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는 활동기간 45일 중 이미 16일을 입씨름으로 날려 버렸다. 국정조사의 궁극적 목적이 상대 당을 무너뜨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국정원 개혁에 있음을 잊은 처사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맞아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헌에 앞서 제헌의 의미를 입법부가 얼마나 지키려 했는지 반성하는 일이 우선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임에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원제도를 실질화하는 등 헌법정신을 지키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불필요한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대표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진정한 법치사회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헌법정신에 충실할 때 이뤄진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면 근로자들을 수몰시킨 노량진 참사 같은 일은 언제든지 또다시 터질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 실현, 시장경제 실현을 위해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기업인은 일자리 창출에 땀을 흘리면 된다. 국가부채 1000조원에 이어 가계부채마저 1000조원을 넘길 국가위기 시대다. 민생 회복과 준법정신 실천이 바로 제헌절에 고민해야 할 화두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南 “신변 안전” 北 “조속 재가동”… 7시간 기싸움

    南 “신변 안전” 北 “조속 재가동”… 7시간 기싸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3차 실무회담이 15일 열렸지만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를 확인한 채 합의문 채택 없이 끝났다. 남북은 17일 개성공단에서 4차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해 앞으로의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북측이 보인 태도를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법이 바로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측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우리 측 인원의 신변 안전과 기업들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완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가동중단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을 보장, 국제적 공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은 재발방지책 등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촉구하는 등 기존 입장만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회담 당시 우리 측에 제시한 합의문 초안을 수정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에서 남북은 시종 냉랭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전체회의에 앞서 악수도 하지 않는 등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회담을 시작한 양측은 집중호우와 관련돼 뼈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입씨름을 벌였다. 박 수석대표는 “공업지구 회담 결과가 큰 기여를 한다면 비가 미래의 축복이 될 수 있고, 아니면 한철장(한철 장사)이 될 수 있다”고 우리 측을 압박했다. 이에 김 수석대표는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개성공단이 발전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남북 대표들이 분발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고 북측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양측 수석대표가 서로를 ‘회담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던 1차 실무회담 때의 화기애애한 덕담은 오가지 않았다. 우리 측은 지난 12일 수석대표를 김 단장으로 교체했고, 북측은 회담 직전 대표단 3명 가운데 허영호 평양법률사무소장을 남북경협 전문가인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로 교체하는 등 양측 모두 대표단 진용을 정비했다. 북한의 대남 협력사업을 총괄하는 민경협 소속인 황 참사는 2009년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 간 1~3차 실무회담에 북측 대표로 나오는 등 개성공단 실무에 밝은 인물로 알려졌다. 한편 통일부는 개성공단 물자 반출 사흘째인 이날 섬유·봉제업종 입주기업 48곳이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516t을 개성공단에서 반출했다고 밝혔다. 개성 공동취재단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에 아량 베풀라는 ‘형님론’은 편견”

    “北에 아량 베풀라는 ‘형님론’은 편견”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1일 우리 사회가 북한을 대하는 잘못된 편견 세 가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첫 번째로 북한에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형님론’의 문제를 제기했다. 류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북한정책포럼 조찬 강연에서 “‘우리가 형님이니까 조금 더 아량을 갖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형님론은 잘못된 편견”이라며 “우리를 (북한의) 형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우리 스스로를 너무 과대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편견으로는 ‘북한은 원래 그래’라는 인식을 들었다. 류 장관은 “그러면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도 갖는다”면서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말고 주관적 판단을 너무 객관화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편견은 ‘전략적 사고론’을 꼽았다. 그는 “왜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나, 좀 더 전략적으로 (북한에) 접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인데 남북 관계에 전략적 사고가 없어 지금까지 그렇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류 장관의 ‘세 가지 편견’ 비판은 과거 정부들의 대북 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 정부는 ‘원칙과 신뢰’의 대북 기조를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하에 이번 회담도 있었다”며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류 장관은 이와 함께 “통일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씨름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를 ‘통일 프렌들리(친화적)’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정원 國調 특위 파행… 실시계획서 채택 무산

    여야가 10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 위원 사퇴 문제로 충돌하면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이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측 특위 위원인 김현, 진선미 의원의 제척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조사 범위,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 합의한 후 오후에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실시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진 의원의 특위 위원 제척 문제를 두고 논쟁을 거듭하다 40여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권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두 의원을 제척하기 전까지 실시계획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 김·진 의원을 빼려고 하는 이유는 새누리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자료들이 폭로될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비판했고 김·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요구는 국정조사 물타기”라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야는 장외에서도 날카로운 입씨름을 이어 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당원 집회를 빙자한 장외 투쟁을 통해 막말과 억지 주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이젠 공당의 대권 후보였다는 분도 인식과 여론을 호도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문 의원이 전날 부산시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지난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 그 혜택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고 대통령 자신이 악용했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문 의원 측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권력기관을 선거에 동원하고 대화록을 불법 유출시키면서 나라를 망국의 길로 끌고 가고 있는 새누리당이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느냐”며 “문 의원의 발언이 망언이라면 새누리당이 한 짓은 망국”이라고 반격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1600도 열기와 싸우는 유리 제조공들의 뜨거운 삶

    1600도 열기와 싸우는 유리 제조공들의 뜨거운 삶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재래식 유리공장에서는 오늘도 힘겨운 작업이 이어진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유리 제조공은 1600℃가 넘는 가마 앞을 지키며 화상과 미세 먼지와의 사투를 벌인다. 10일과 11일 오후 10시 45분 2회에 걸쳐 전파를 타는 EBS ‘극한직업’은 유리를 평생의 업으로 삼으며 극한의 더위와 씨름하는 유리 제조공을 만난다. 10일 방영되는 1부에서는 유리 제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섬세하고 치열한 제조 공정을 따라간다. 유리공에게 유일한 도구는 자신의 키와 맞먹는 파이프다. 유리공은 1600℃의 열기를 내뿜는 도가니에 파이프를 넣어 유리물을 돌돌 말고 굴려 표면을 다듬고 모양을 만든다. 그 뒤 쉼 없이 숨을 불어 유리물의 크기를 키운다. 모든 공정은 철저히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유리 표면의 티끌은 물론 조그마한 흠집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무게 역시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불량품으로 판정된다. 유리공들은 모든 제품의 무게를 직접 재고, 흠집과 무게에서 불량으로 판정된 제품을 모두 폐기한다. 제작진이 찾은 공장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비커, 플라스크, 원통관 등 한 달에 5만개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기계로 찍어낸 제품보다 재래식 제품이 강도와 투명도가 높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1일 방영되는 2부에서는 이처럼 튼튼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기까지 유리공들이 벌이는 사투를 조명한다. 유리물을 녹이는 도가니는 수명이 짧아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해주어야 한다. 살이 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유리공들은 도가니 안에 들어있는 유리물을 꺼내고 도가니의 외벽을 부순다. 고온의 유리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유리 제조공은 상처를 달고 산다. 유리물이 튀어 화상을 입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됐다. 미세 먼지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파이프로 바람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미세 먼지는 자연스레 코와 입으로 들어온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유리공들은 적게는 30년, 많게는 50년까지 평생을 유리와 함께해 왔다. 유리 제품을 공장에서 손쉽게 찍어내는 현실 속에서도 이들이 포기할 수 없는 장인정신, 이들의 뜨거운 삶을 들여다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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