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씨름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무더위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단식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가난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세습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63
  • [독박(讀博) 육아일기] (11) ‘아빠 육아’ 예능 프로를 끊은 이유는

    [독박(讀博) 육아일기] (11) ‘아빠 육아’ 예능 프로를 끊은 이유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퇴근길,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한다. 현관문을 열면 앞치마를 두른 예쁜 아내가 상냥하게 맞아준다. “잘 다녀왔어요?” 집 안엔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풍긴다. 피로가 싹 녹는 듯 하다. 귀여운 아기를 번쩍 들어올린다. ‘꺄르르’ 행복한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마도 많은 아빠들의 머릿 속에는 이런 로망이 있지 않을까. 깨끗한 집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 단란한 가정. 가장의 책임이란 게 거기서 나온다고 믿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런데 현실은 거의 이랬다. -현관문을 열고 퇴근했는데 아내의 눈은 ‘백안시’가 되어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쏘아붙이는 아내 뒤로 보이는 집안 꼴이 가관이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온갖 잡동사니가 거실에 늘어놓여 있고 설거지 거리는 쌓여 있다. 아내의 우울한 얼굴은 또 어떻고. 연애할 때 수줍고 예쁘던 여인은 어디로 갔을까. 아기가 보챈다. 순간 짜증이 몰려온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자들 누구나 갖고 있다고 알려진, 이 로망이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물론 남편이 내게 이런 꿈 같은 상황을 요구하진 않았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있다고 해서 타박을 하거나 발 디딜 틈이 없는 거실을 보며 “집안 꼴이 이게 뭐냐”고 짜증을 낸 적도 없다. 다 이해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눈치가 보였다. “과연 나를 다 이해했을까?” 늘 의문이 들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접점을 찾아서 아빠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남편이 무척 가엾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난 뒤부터 나에게 1순위는 무조건 아이다. 남편은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나를 도와주는 존재,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 엄마들은 남편을 ‘큰 아들’이라고 종종 표현한다. 분명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하는 짓은 꼭 아이 같다. 눈이 한참 나쁘면서도 아침에 일어나서 “내 안경 어딨지?”하고 왜 나한테 묻는 걸까. 만날 신는 양말, 짝도 다 맞춰 놨는데 왜 못 찾고, 용케 구멍난 걸 찾아 신고 가는 건지. 정말 아직도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아이 같기만 하다. 아무튼 이런 남편이 아이에게 완전히 밀렸다. 내 손길이 남편에게까지 뻗칠 겨를은 없었다.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남편에게 제대로 된 저녁상을 차려준 것도 일주일에 사나흘 뿐이었다. 뭔가를 차릴 여력도, 의지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김치 한 종지만 내놓을 수는 없으니 그냥 시켜먹자고 하면서 연신 미안했다. ‘도대체 하루종일 집에서 뭘 하길래 밥도 안 해놓았을까’라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반면 아기에게는 1++등급 한우만 먹였다. 어느 날 이유식 육수를 끓이고 있었는데 퇴근한 남편이 자기를 위해 사골이라도 끓이는 줄 알고 들뜬 마음으로 냄비를 열었다. “그거 OO이 먹일 육수야”라고 했을 때 실망스런 표정이 지금도 미안하긴 하다. 겨우 저녁을 먹고 나서도 남편이 쉴 시간은 별로 없다.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 몇 가지 집안일을 도와준다. 퇴근하고 잠들기 전까지 집에서 약 3시간 동안 쇼파에 제대로 앉아 보지도 못하고 바쁘다. 오랜 취미생활도 딱 끊었다. 결혼 전에는 매주 일요일 오전 사회인 야구 경기를 하러 나갔지만, 아기가 태어난 뒤로 그런 일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를 둘러보는 게 취미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턴가 유독 화장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혹시나 집에서 유일한 도피처로 화장실을 찾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주말이라고 늦잠 한 번 제대로 자기 어렵다. 평일 내내 아기와 씨름했던 나는 남편에게 외출하자고 조른다. 맛있는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라도 한 주의 피로를 풀고 싶다. 바깥 공기도 쏘이고 사람 구경도 좀 해야겠다. 남편의 피로는 더 쌓였을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아빠 육아’ 예능 프로그램들의 영향으로 아빠들이 주말에 낮잠을 자거나 쇼파에 누워 TV를 보는 것은 ‘간 큰’ 행동이 됐다. 발 뻗고 쉬지도 못하고 바쁜데 마음도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을 거다. 가끔은 내가 남편이라면 집에 들어오기가 참 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종일 남편이 오는 시간만 기다리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게 되면 이상하게 짜증이 밀려왔다. 씻지도 못하고 있다가 남편이 온다고 겨우 세수를 하며 기다리는데도 문을 여는 순간, 하루의 설움이 복받쳤다. 육아 스트레스를 풀 데가 남편이 유일했고, 내가 이렇게 힘든 게 모두 남편 탓이라는 유치한 생각도 들었다. 그냥 미웠다. 냉랭한 분위기가 느껴지면 남편은 말 없이 집안일에 더 열중했다. ●”고된 퇴근길, 웃어주지도 않는 아내” vs “입꼬리 올릴 힘도 없어”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쌍둥이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에게 “퇴근하고 돌아오는 나를 웃으며 반겨줄 수는 없냐”고 따졌다가 크게 다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정말 뜨끔했다. 그런데 그 글을 쓴 남편은 육아의 어려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마주치기 싫은 상사들과 하루종일 시달리면서도 억지로 웃으며 사회생활을 한다, 너는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웃어주지도 않느냐”는 식으로 아내에게 따졌다고 해 수많은 엄마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비판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1000여개가 넘었다. 남편이 나의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듯이 나 역시 남편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느 정도인지 추측만 할 뿐이다.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지만, 아마 남편이 체감하는 정도가 더 무거울 수도 있다.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남편 통장에 들어가는 돈이 더 빠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왜 유독 육아만 힘든 것처럼,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처럼” 이야기하냐고 묻는 남편들의 질문에 단호하게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매일 도저히 몇 시에 잤는지, 몇 시에 일어난 건지도 모르도록 밤새 잠을 설치며 모유 수유를 하고, 날이 밝으면 또 이유식을 만들어 세 끼를 챙겨 먹여야 했다. 밥 한 끼 먹이는 것도 전쟁. 요즘도 입에 밥 한 숟가락 넣으려고 온갖 애교와 굽신거림으로 “제발 한 입만 먹자”를 연발해야 하고, 마치내 입을 “아~”하고 벌려주면 황송하기 그지 없다. 17개월이 된 지금도 안아서 재워야 할 만큼 잠에 대해서는 예민한 아기다. 겨우 다 재워놓고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면 어느새 침대 위에 벌떡 앉아 있는 아기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분명히 5분도 안 잤는데, 그럼 다시 잠 들어야 하는데, 언제 졸렸냐는 듯 다시 놀기 시작한다. 아이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급속 방전’이 돼버렸다. 기본적으로 피곤함을 달고 외로움과 우울함과도 싸우며, ‘나’라는 존재는 철저히 감추고 아이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생활.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남편을 봐도 도저히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 마주친 내 모습이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됐다. 그래서 몇 번이나 남편에게 세뇌를 시키기도 했다. “나는 지금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심지어 한 번은 “나를 그냥 정신병에 걸린 환자로 생각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직도 남편에게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그런 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 심정은 참담했다. “그러니 제발 나를 이해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밤마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 집 앞에서 손을 꼭 붙잡고 놓지 못하던 연인에게 불과 3년 만에 닥친 현실은 이랬다. 물론 여전히 사랑하고, 오히려 아기가 생긴 뒤부터는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깊은 사랑이 생겼고 둘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쉽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찾는 여정은 어렵기만 했다. 엄마들은 아이를 낳음으로써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도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빠들은 온종일 집에서 아이와 ‘노는’ 엄마들이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빠들도 눈치 보며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잔소리 뿐이다. ’아빠 육아’의 필요성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빠 육아’ 콘셉트가 넘쳐난다. 물론 ‘아빠 육아’의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고 아빠들에게 육아에 대한 일정 부분의 의무나 책임감을 안겨준 것은 매우 반길 일이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879명으로 지난해(564명)에 비해 55.9%나 증가했다고 한다. ●’아빠 육아’ 예능 프로를 끊게 된 이유 육아휴직을 하고 제대로 된 육아를 해본다면 분명 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남편들에게는 ‘아빠 육아’라는 것이 TV에서 하듯이 아이와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체험, 이벤트를 하는 것, 또는 몸으로 격하게 놀아주는 수준으로 좁혀지는 게 아닌가 우려도 된다. 어쩌다 한 번 아이를 ‘봐주는 것’, 엄마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빠 육아인 것처럼 되는 게 오히려 아쉽다. 어찌보면 출산하고 딱 사흘만 같이 있어주는 아빠에게 육아에 대한 공감을 해달라는 게 더 말이 안 되기도 하다. 하루에 3~4시간 겨우 집에 있는 아빠에게 나와 아이가 갖고 있는 만큼의 친밀감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즐겨 보던 아빠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보지 않게 된 것은 이런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다. 엄마들이 매일 겪는 일상은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걸 아빠도 경험하고 느끼는 게 진짜 아빠 육아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주말 하루, 몇 시간 함께 해서는 알 수가 없다. 놀이터에서 한 두시간 뛰어 놀아준 것으로는 부족하다. 연예인 아빠들은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내 남편도 일을 잠깐 쉬고 육아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나도 육아휴직할까?”라고 농담이라도 하면 곧바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나무라게 된다. 일단 생활을 이어가려면 지금 수준의 월급을 꾸준히 벌어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을 아무도 쓰지 않는 회사에서 남편이 굳이 눈초리를 받아가며 총대를 메게 하고 싶지도 않다. 꼭 ‘휴직’이라거나 ‘아빠의 달’이라는 등의 특별한 제도, 있어도 쓸 수 없는 제도가 아니더라도 아빠들이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갖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엄마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TV 속 연예인들처럼 ‘슈퍼맨’인 아빠가 아니다. 연애할 때 내 이야기를 실컷 들어주고 내 편만 들어주었듯이, 육아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는 나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아이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가고 기억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밖에서 공 한 번 차고 놀아주는 것보다 힘이 된다. 돈도 잘 벌고 집안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완벽한 아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엄마가 혼자가 아님을,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 “단오제 주신 ‘국사성황신’ 인간세계로 모십니다”

    “단오제 주신 ‘국사성황신’ 인간세계로 모십니다”

    인간과 신을 잇는 ‘천년축제’ 강원 강릉단오제가 막이 올랐다. 2일 강릉단오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대관령 일대에서 펼쳐진 대관령 산신제와 국사성황제, 구낭서낭제, 학산서낭제, 국사여성황사 봉안제가 시작됐고, 본 행사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면서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국사성황신을 인간 세계로 모시는 국사성황제는 강릉단오제의 백미로 꼽힌다. 대관령 산신제를 통해 국사성황신을 모셔간다고 산신에게 알리고 국사성황신께 함께 인간 세계로 가자는 의미의 제례를 지냈다. 18일 영신제와 영신행차를 시작으로 단오제 본 행사가 펼쳐진다. 영신제는 국사여성황사에 봉안된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을 단오장 굿당으로 옮겨가기 위해 지내는 제례로 유교식 제례에 이어 부정굿과 여성낭굿, 대맞이 굿이 행해진다. 영신제가 끝나면 일반시민들과 관광객 5000여명이 참여하는 홍제동 국사여성황사~단오장 제단까지 신목행렬을 앞세운 거리의 영신행차가 펼쳐진다. 영신행차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들이 단오등을 들거나 마을별 가장행렬을 만들어 따르며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19~ 23일 단오제 기간에는 아침마다 굿당에서 강릉지역 단체장들이 헌관으로 참여하는 조전제가 열려 풍년과 풍어, 안녕을 기원한다. 이 기간 단오굿당에서는 무년들과 악사들이 나와 매일 굿판을 벌인다. 16~ 23일 아리마당에서는 옛 관아의 노비들이 행하던 국내 유일의 무언가면극인 관노가면극이 펼쳐지고 단오제 마지막 날 저녁에는 성황신들을 대관령으로 다시 모시는 송신제가 열려 일정을 마무리한다. 단오제 동안 씨름대회, 그네대회, 투호대회,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는 물론이고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전통주선발대회, 시조경창대회 등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도 함께 열린다. 김동찬 상임이사는 “다양한 기획공연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미래 단오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여기저기서 ‘경단녀’를 채용한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관둔 엄마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한번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 어렵사리 끈을 다시 이었더라도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한국에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이 있다”며 냉소인 듯 희망인 듯한 진단을 내놓았겠는가. 여성 근로자들은 “최고의 경단녀 대책은 처음부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분위기를 구축)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글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육아와 경력을 맞바꾼 건 지금도 후회가 없어요. 다만 평생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신세는 서글픕니다.” 김인선(45·가명)씨는 A은행에서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산전후(産前後) 대체근무자’로 채용됐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 그 기간만큼 근무를 하게 된다.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나마 이곳은 조건이 나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최장 2년간 계약 연장이 가능해서다. #정규직은 꿈도 못 꾸는 그녀들… “정년까지 일할 수만 있다면” 김씨는 1989년 상업고등학교(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B은행에 취직했다. 만 13년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 퇴사했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비싼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도 고용해 봤지만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됐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0년 김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시중은행 시간제 경력직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를 내 봤지만 마흔이란 ‘적지 않은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이상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씨는 ‘운이 좋으면’ A은행에서 2016년 9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런 김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는 31일 “정규직 전환은 감히 꿈꾸지도 않는다”며 “남들이 정년퇴직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A은행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은행에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지금 근무하는 은행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영업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씨는 씁쓸하게 덧붙여 말했다. ‘경단녀’는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김씨처럼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실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기혼여성(15~54세)은 971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은 406만 3000명(41.83%)이고, 그중에서도 경단녀가 195만 500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pool)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2013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될 경우 1인당 6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무상보육(2013년)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2014년 2월),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2014년 10월) 등 경단녀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강한 의지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사회적 비용 15조 날린다는데 하지만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직장을 관두고 있는 것이 국내 고용시장의 현 주소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부족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여성 중심의 가사양육 활동 고착화 때문”(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다. 실제 경단녀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45.9%)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육아(29.2%),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2013년부터 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기업과 시중은행 계약직은 근무 여건과 처우가 좋은 곳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단순 서비스 직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가장 취업을 많이 하는 업종은 경영·회계·사무직(22.5%)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리, 사무, 행정보조, 콜센터상담원 등이다.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 직종(17.4%)이 두 번째로 많았다. 가사도우미나 산모·신생아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다. 음식서비스업(9.2%)이나 경비 및 청소(8.8%), 영업 및 판매(6.1%), 미용·숙박·여행·오락(4.1%) 등의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그마저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임시계약직(1년 미만)이 52.3%로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은 25.2%, 상용계약직(1년 이상)은 22.5%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계약조건 차별도 두드러진다. 30대 이하는 상용계약직(22.5%)이나 임시계약직(33.0%)보다 정규직 비율(36.1%)이 높다. 반면 40대(41.1%)와 50대(68.6%)는 임시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급여 수준도 취약하다. 재취업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92만원이다. 100만~150만원 미만(42.7%, 세전 기준)이 가장 많다. 50만~100만원 미만(38.2%), 50만원 미만(12.3%)을 받는 재취업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정부 “여성 고용 늘려야” 기업은 “국가가 할 일” 입씨름만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재취업 여성은 음식·숙박·복지 분야와 같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데, 근무 조건이 좋지 않고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겠다는 욕구가 떨어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단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체, 가정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사무국장은 “경단녀 등 고용취약계층은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 고용서비스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단녀 고용 유지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장려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현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여성노동 정책의 초점이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옮겨 가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권장 등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경단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여서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단녀 채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공재인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기업에 전가하는 규제”라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분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가정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경단녀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yium@seoul.co.kr
  • 9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서울·평양 남북 축구 추진

    9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서울·평양 남북 축구 추진

    정부가 오는 9월 중국 상하이의 임시정부 청사를 재개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총예산 112억원을 들여 부처별로 7대 분야에서 50개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역사의식 확립을 위해 오는 9월 3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재개관하기로 하고 현재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관일에는 충칭에서 상하이까지 1800㎞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한·중 청소년 자전거 대행진’ 참가팀이 합류한다.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11월 17일 문을 연다. 또 서대문 역사공원에 독립운동가 2만여명의 위패를 봉안할 수 있는 ‘독립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고 독립운동가 1만 6000여명의 활동을 정리한 ‘독립운동가 인명사전’도 편찬한다. 국내외 위안부 피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 위안부 피해 역사를 집대성하기로 했다. 광복 이후 70년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동대문구 홍릉 연구단지에 ‘한국경제발전관’을 건립하고 과학창조 한국대전, 광복70년 특별사진전 등도 연다. 정부는 또 광복절을 전후해 국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야제와 중앙경축식, 국민화합 대축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을 보여 준다는 취지에서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열차 편으로 오가는 ‘유라시아 친선 특급’ 행사도 열린다. 국민 모집 등을 통해 선발된 250여명은 10여일간의 여행을 통해 유라시아 철도와 남북한 종단철도가 서로 연결되기를 염원한다. 정부는 또 한반도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해 7월 말 ‘경원선 복원 착공식’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축구경기를 개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남북 축구경기는 1990년과 2002년 그리고 광복 60주년인 2005년에 열린 적이 있다. 이와 함께 남북 씨름 대회와 태권도 시범 행사 등 민족 스포츠 교류도 민간을 통해 북한 측에 제안할 계획이다. 정종욱 위원장은 “여러 기념사업을 통해 국민통합 및 화합, 통일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8)] 스마트폰 없으니 스마트한 생각해… SNS 단체 공지 못 받을 땐 불편해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8)] 스마트폰 없으니 스마트한 생각해… SNS 단체 공지 못 받을 땐 불편해

    박경태(54)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은커녕 휴대전화 자체가 없다. ‘80학번’인 그는 지금껏 살면서 한번도 이동통신 기기를 가져 본 적이 없다. 휴대전화 없이 살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급한 연락은 대학 연구실 유선전화를 이용하고 덜 급하면 이메일을 쓴다. 연구실 전화에는 자동응답 기능이 있어 중요한 연락을 놓치는 일은 거의 없다. 박 교수보다 지인들이 더 불편한지 “내가 쓰던 스마트폰을 그냥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 적도 있지만 매번 거절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또래를 ‘휴대전화 없이도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음을 체험한 세대’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커피숍 알림판에 메모를 남겨 친구와 약속을 잡는 아날로그식 삶을 경험한 세대라는 것이다. 그는 “그 기억 덕에 이동전화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스마트폰이 없다고 인생이 재미없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동료 교수들과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공연하고 축구회 회원들과 공을 차며, 간간이 마라톤도 뛴다.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서울 구로구의 학교까지 매일 1시간 20분가량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그는 주로 책을 읽는다. 휴대전화 없이 생활하다 보니 박 교수에게는 원칙이 생겼다. 약속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절대 늦지 않는 것. 그는 “얼마 전 대학생인 아들이 친구와 약속을 잡으며 ‘대략 오후 1시쯤 학교 근처에서 보자’고 하더라”면서 “나는 스마트폰이 없는데 약속 장소에서 엇갈리면 큰일이니 약속 장소를 아주 구체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자신을 연사로 초청한 강연 주최 측에는 “절대 늦지 않을 테니 연락이 닿지 않아도 노심초사하지 마시라”라고 미리 안심시키는 게 일이 됐다. 그는 “카카오톡(카톡) 등을 안 하니 동창회 모임 소식 등을 간혹 못 받을 때도 있지만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책과 같은 텍스트 대신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영상, 사진, 그래픽, 짧은 글 등 이미지 중심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면서 “텍스트 없이 이미지만 본다면 깊이있는 사고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처럼 ‘반(反)휴대전화 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을 고집하는 사람도 예상 외로 많다. 휴대전화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피처폰 이용자 수는 1300만명(2014년 말 기준)이나 된다. 출판 회사에서 정보기술 (IT) 업무를 맡는 심은희(46·가명)씨는 부서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그의 통신 수단은 4년 된 피처폰이 전부다. 회사에서 종일 PC와 씨름하는데 여가 시간마저 디지털 기기에 매여 있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직장 동료들이 SNS에 떠도는 가십을 얘기하거나 친구들이 단체 여행 계획을 카톡으로 논의할 때 대화에 낄 수 없어 소외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피처폰족(族)으로서 누리는 장점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퇴근 뒤에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을 수 있고 사람을 만나 차 한잔 마실 때도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그는 “친구들이 ‘카톡 좀 하라’고 닦달하지만 아직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업무 목적상 스마트폰을 쓸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절제하는 경우도 있다. 문송천(63)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 교수는 전공상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할 것 같지만 실은 급한 전화나 문자메시지(SMS) 송수신 용도로 한정해 사용한다. SNS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은 하루 20~30분에 불과하다. 대신 이메일과 팩스를 많이 쓴다. 업무상 필요한 IT 관련 정보나 뉴스 등은 스마트폰 대신 데스크톱 컴퓨터를 통해 검색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온라인 보안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문 교수는 최첨단 스마트 기술의 동향을 분석하는 게 업무인 터라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사용하는 ‘얼리어댑터’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첨단 디지털 기기의 역효과에 더 빨리 주목하게 됐는지 모른다. 그는 인간이 스마트폰에 의지하다 보면 생각하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게 돼 사고·판단 능력이 퇴화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택시 기사도 내비게이션을 안 켜면 길을 못 찾아가는 시대가 된 것을 단적인 예로 든다. 그는 하루 12시간만 스마트폰을 켜 놓는다. 오전 8시 전원을 켜고는 귀가 뒤인 오후 8시 스마트폰을 끈다. 이후에는 가족과의 대화나 사색을 즐긴다. 일부 교수들은 카톡 등으로 학생들과 밤낮없이 소통하지만 문 교수와 면담을 하려는 학생은 1주일 전 허락을 받고 직접 연구실을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스승과 제자 간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날로그적 삶을 위해 아예 도시를 뜨는 이들도 있다. 목공예 작가이자 시인인 정한별(42)씨는 7년 전 서울에서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집에는 TV 한 대 없다. 스마트폰은 사용하지만 통화 외에 인터넷 기능을 활용하는 시간은 하루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아날로그적 삶이 지루할 틈은 없다. 아내는 천연직물을 재봉틀로 돌려 옷을 만드는 일을 주부들에게 가르치고 국문과 교수였던 정씨의 아버지는 동네 학생, 주부들과 책읽기 모임을 한다. 일곱 살배기 딸은 ‘숲 유치원’에서 뛰어노는 게 주요 일과다. 정씨는 “숲 유치원을 보내는 부모들은 IT 계통 등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일하며 숨가쁜 삶의 부작용을 느낀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 중국 지사장 자리까지 제안받았지만 사양했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날로그적 삶으로의 탈출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들은 잠시 짬을 내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해방돼 휴식하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에 만족한다. 강원 홍천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H리조트’ 안에서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일절 쓸 수 없다. 리조트 안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주말(1박2일)을 나는 비용은 1인당 20만원 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자발적 불편을 체험하겠다며 이곳을 찾는 이용객이 연간 3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가벼운 산행과 명상, 느리게 책읽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 리조트에서 만난 성인영(31·여·가명)씨는 기자에게 “퇴근 뒤 스마트폰과 TV를 멍하니 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 허무했다”면서 “디지털 기기 없이 지내 보니 저녁이 참 길더라”고 했다. H리조트 관계자는 “쉼은 일상에서 떨어져야 가능한데 요즘 스마트폰이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스트레스가 된다”면서 “업무상 급히 인터넷을 써야 하는 방문객을 위해 PC 2대가 놓인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름을 ‘스트레스존’이라고 붙였다”고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알리바바도 바이두도 모두 여기서 태어났죠

    [글로벌 인사이트] 알리바바도 바이두도 모두 여기서 태어났죠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 여의도 면적의 50배 규모인 이곳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의 메카이자 금융산업의 중심지이다. 세계적인 기업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하이얼, 레노버 등이 모두 여기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도 품고 있다. 중국 발전의 두뇌이자 심장인 중관춘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중관춘 창업 거리’이다. ‘창신(創新)·창업(創業)’ 전도사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종종 이곳을 찾아 에너지를 충전해 가곤 한다. 지난 7일에도 방문해 “촹커(創客·창업자)들만 보며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만 지난해 1300여개 기업이 새로 생겨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리 총리가 그날 커피를 마신 ‘처쿠(車庫·차고) 카페’를 지난 15일 찾아갔다. 주말을 앞둔 늦은 오후였지만 제법 붐볐다. 창업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창업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이다. 좌석 하나가 곧 창업자 한 명의 사무공간이자 휴식공간인 셈이다. 컴퓨터와 씨름하는 사람, 갓 만들어진 시제품을 만지작거리는 사람,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리는 사람,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는 사람. 이들이 바로 리 총리가 말한 촹커들이었다. 카페 매니저인 판제(潘杰·29)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투자자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이곳은 창업자들이 공유하고 공생하는 창업 생태계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동료 4명과 열띤 토론을 벌이는 류환칭(劉環靑·47)에게 말을 걸었다. 세 식구의 가장인 그는 4년 전 ‘다오치 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을 창업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나. -집을 살 때나 차를 살 때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과 차 내부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느낌을 펼쳐보이는 가상현실을 개발하고 있다. →창업자금은 얼마나 들었나. -친구들로부터 100만 위안(약 1억 7500만원)을 투자받았다. 500만 위안을 더 모을 생각이다.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이동통신사에 다녔다. →창업을 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창업과 나이는 상관없다. 비전과 기술만 있으면 된다. 이 카페엔 70세 노인도 있다. →카페가 도움이 되나. -사무실 임대료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왜 창업에 나섰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다. →여기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은가. -망하지 않는 게 성공이라면 꽤 많다. 나는 살아남는 것 이상을 원한다. 1㎞ 남짓 계속되는 창업 거리에는 창업 카페가 10여개나 있었다. 카페별로 모이는 사람들의 특성도 약간씩 달라 보였다. ‘처쿠 카페’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0대 이상의 촹커들이 주로 이용했다. 인근 ‘3W 카페’는 20대가 주로 찾았는데, 이들의 창업 분야는 인터넷과 IT 쪽이 많았다. ‘빙고 카페’는 외국인들과 유학파들의 보금자리 같았다. ‘3W 카페’에서 만난 왕젠(王劍·29)은 칭화대에서 공상관리를 전공하고 국유은행에서 일하다 지난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 금융회사에 파는 것이 왕젠의 수익모델이다. 현재 은행 3곳, 증권사 2곳과 계약을 맺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금융회사나 소비자 모두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인들도 재테크에 관심이 높고, 금융회사들도 중간 판매 회사를 없애려는 추세여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젠은 동료 3명과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혼자다. 동료들이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분사했기 때문이다. 개방된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동료가 훔친 것 아니냐”고 물으니 왕젠은 노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쪽지들이에요. 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빌릴 수 있어요. 아이디어는 공유하고, 사업은 개척하는 게 이곳의 생존원리입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주말에도 소파 위가 침대인 아빠! 성적만 묻지말고 우리 대화해요~

    주말에도 소파 위가 침대인 아빠! 성적만 묻지말고 우리 대화해요~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두 아들을 둔 43세 최모씨. 퇴근 후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자 아들 둘이 달려온다. 얼굴을 비벼대고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지만, 몸은 천근만근. “아빠 좀 쉬자”며 아이들을 밀치고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진다. ‘주말엔 조금이라도 놀아줘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잠시. 눈을 떠보니 벌써 해는 중천에 걸려 있다. 일찌감치 일어난 아이들은 PC에 매달려 게임 삼매경이다. 아내가 보여준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내와 한바탕 싸우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결국 아이들을 불러다 앉혀 놓고 잔소리를 해댄다. “이 녀석들아, 성적이 이게 뭐냐!” 화가 난 큰아들은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초등교육업체인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가 초등학생 2만 28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8일 발표한 ‘초등학생이 느끼는 가족 간 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주로 대화를 하는 대상이 ‘엄마’라는 초등학생이 85%로 압도적이었다. ‘아빠’라고 답한 어린이들은 15%에 불과했다. 부모와의 대화 주제는 ‘학교생활’이 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우관계’ 15%, ‘공부·성적·장래희망’이 9%였다. ‘가족’을 주제로 대화한다는 응답은 겨우 4%였다. 대화를 피하고 싶은 주제는 ‘게임·인터넷·모바일 사용에 대한 제한’이 26%로 가장 많았다. ‘공부·성적·장래희망’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각각 22%를 차지했다.‘ 연예인·방송과 관련된 팬 문화’는 10%였다. 초등학생 2명 중 1명은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대화 시간이 ‘10~30분 미만’에 불과한 학생이 15%나 되는 가운데 ‘30분~1시간 미만’이 18%였다. 특히 ‘가족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하루 10분 미만)’고 한 학생이 3691명으로 16%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하루에 10분 미만’이 2058명이었고 ‘전혀 하지 않는다’가 1633명이었다. 자녀는 부모와 대화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교우관계, 사회 적응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많아질수록 자녀의 부정적인 생각이 완화돼 문제 행동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은 아빠보다는 엄마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따라서 엄마와의 대화 주제나 화법이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는 대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아빠는 자녀와 부족한 대화 시간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 최형순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은 “엄마와 아빠가 각각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다르므로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아빠는 평소 자녀의 가정통신문을 자세히 확인하고, 자녀와 대화할 때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면 좋다”고 말했다. 엄마는 자녀의 교우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아빠와 공유하며, 아빠와 자녀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특히 자녀가 부모와의 대화를 꺼릴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좋다. 최 소장은 “부모와 대화를 피하고 싶은 주제로 게임, 외모, 연예인 등이 많은 이유는 부모가 초등학생의 또래 문화에 대해 무조건 제재를 하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고, 또래 안에서 공유되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는 초등학생 자녀의 심리를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출간한 ‘학부모 자녀교육 가이드북’에 따르면 자녀와의 대화 시간이 항상 길 필요는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출근하기 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대화의 주제는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택하는 게 좋다. 이 밖에 둘만의 시간을 갖는 일, 신체접촉을 자주 하는 일도 권한다. 무작정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우선 자녀와 친해지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이동순 한국부모교육센터 소장은 “자녀와 충분히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하면 결국 잔소리나 훈계만 하는 ‘교장선생님 스타일’의 아빠가 돼 버리기 십상”이라면서 “자녀와의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우선 함께 노는 시간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대부분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주말을 활용하길 권한다. 특히 주말에 시간을 보낼 때에는 ‘2시간 이상 함께 보낸다’는 식으로 강력한 원칙을 세워두면 좋다. 다만 이때는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함께 즐긴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억지로 자녀와 놀아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결국 아빠는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놀이공원에 가보면 자녀 혼자 놀이기구를 타고 즐기고, 아빠는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사례도 흔하다. 함께 즐기려면 아빠와 자녀가 공통으로 즐길 만한 놀이를 적극적으로 찾는 게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주로 몸을 쓰는 운동을 함께하는 게 좋다. 이 소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공놀이, 레슬링, 씨름 등 몸을 쓰는 운동, 4학년 이상의 고학년은 자전거 타기나 캠핑 등 모험을 함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대급 지도자, 비리도 ‘국대급’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직폭력배 출신 레슬링협회 임원 등 스포츠 지도자들이 훈련비 등을 허위로 청구하거나 선수지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가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쇼트트랙, 레슬링, 스키, 씨름 등 4개 종목 스포츠 비리와 관련해 전·현직 감독과 코치 등 9명을 횡령 및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7년부터 한 시청 쇼트트랙 실업팀 코치로 활동해 온 L(37)씨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 등을 허위·과다 청구해 남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 챙기는 방법으로 약 802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촉망받는 지도자였던 그는 시청 빙상팀 예산 담당 공무원인 최모(54)씨와 결탁해 시와 체육회로부터 우수 선수 영입 비용 명목으로 지원받은 4000만원을 챙기고 지역 빙상장의 대관료도 과다 청구해 8818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광역시의 레슬링협회 전무이사로 16년간 협회 행정을 좌지우지해 온 L(45)씨도 적발됐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소속 선수들 앞으로 나오는 ‘우수선수 관리 지원금’ 총 1억 5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전국체전 참가비를 받으려면 통장이 필요하다”며 선수들로부터 통장과 도장을 받아 여기에 입금된 돈을 몰래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L씨는 1993년쯤 지역 범죄조직인 ‘왕가파’의 행동대장으로 2001~2009년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협회 전무이사직을 16년간 맡으며 행정을 총괄해 왔다.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 전 스키 국가대표 감독인 L(38)씨와 K(54)씨는 2010년 미국과 핀란드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거짓 영수증을 만들어 720여만원과 511만원을 각각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대한씨름협회의 전 사무국장 S(58)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지급해 8470만원의 손해를 끼치고 기업 후원금 4000만원 중 800만원을 성과급 명목으로 자신에게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기능직 공무원 1명이 실업팀 예산을 7년간 담당하는 동안 제대로 된 감사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라디오스타 황석정, 닮은꼴 이용녀? “유기견 60마리랑 산다” 누군지 보니?

    라디오스타 황석정, 닮은꼴 이용녀? “유기견 60마리랑 산다” 누군지 보니?

    ‘라디오스타 황석정’ 배우 황석정이 동료배우 이용녀와 닮은꼴로 화제다. 1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자취하는 남자! 잘 취하는 여자!’ 특집으로 꾸며져 신화 김동완, 장미여관 육중완, M.I.B 강남, 배우 황석정이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이날 MC 규현은 “황석정을 처음 본 김동완이 ‘신의 한 수’에 나온 할머니냐고 물었다더라”며 이용녀와 황석정의 닮은꼴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김구라는 “이용녀는 유기견 60마리랑 사는 분이다”라며 “집이 굉장히 부유해서 1970년대 말 YWCA 규수 학당 1기 출신이다”라고 이색 이력을 설명했다. 또 김구라는 “이분도 몇 달 뒤에 ‘나 혼자 산다’에 특별출연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들은 황석정은 “이용녀와 드라마 ‘영덕 우먼스 씨름단’을 같이 찍었는데 정말 좋은 분이다”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황석정이 서울대 음대-한예종 출신이라는 사실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라디오스타 황석정 방송을 접한 네티즌은 “라디오스타 황석정..안 닮았는데?”, “라디오스타 황석정..이용녀도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으면 좋겠다”, “라디오스타 황석정..너무 웃겨”, “라디오스타 황석정..독특한 캐릭터다”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라디오스타 황석정)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8) 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8) 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출산의 고통 뒤에 모유수유와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힘들다고 안 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등 떠밀리다시피 할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뭘 알고, 마음의 준비라도 했다면 한결 가볍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눈물을 흘렸을 ‘모유’ 이야기를 조금 민망하지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해보고 싶다. 13개월을 꽉 채워 먹였으니 나의 지난 1년간 육아의 팔할은 단연 모유수유였다. 주변에 완모(완전 모유수유·아기에게 모유만 먹이는 것)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나 역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새 머릿 속에는 모유를 반드시 먹여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 모유수유가 아니면 마치 실패를 하는 것 같은 시선들을 일찌감치 느꼈다. 모유를 먹이지 않으면 모성이 부족한 것처럼 여겨지는 듯 했다. 출산 시 수유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모유수유”를 외쳤다. 아기를 낳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초유를 먹이는 것이었고, 두번째도 세번째도. 아기를 키우는 내내 가장 중요한 임무도 젖을 충분히 먹이는 것이었다. 모유수유가 좋다는 것,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은 익히 들었다. 엄마라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포유류의 당연한 임무라고도 생각했다. 영양학적으로도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는 모유를 꼭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있는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다. 모유수유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성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직접 부딪히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엄마들의 절반 만이 임신 중에 모유수유 교육 경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 조사’에 따르면 엄마들의 절반(50.1%) 만이 임신 중에 모유수유 교육을 경험했다. 모유수유 교육을 받은 곳은 병의원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는 보건소, 분유회사, 문화센터, 민간단체 등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누구나 당연히 해야할 것처럼 여겨지면서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엄마들의 78.8%는 출산 뒤에 모유수유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출산하자마자 아기 얼굴을 무작정 가슴에 파묻고, 몇시간 뒤 인형을 안고 자세를 잡아본 것만으로 모유수유는 시작됐다. 임신해서도 일을 하느라 산모교실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터라 더욱 무지했다. 출산과 동시에 초유가 나오는 줄 알았다. 그것도 콸콸. 또 아기는 본능적으로 젖을 찾아 물고, 잘 빨고, 알아서 배를 채우는 줄 알았다. 슬프게도 그건 엄청난 착각들이었다. 어설프게 다른 엄마들을 따라 폼을 잡았지만, 초유가 나올 리도 없었고 아기는 젖을 빨기는 커녕 입도 제대로 못 댔다. 발만 동동 굴렀다. 간호사가 아직은 연습을 하는 단계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조바심이 났다.  사흘 뒤 산후조리원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짐을 풀자마자부터 나를 반기는 조리원 선생님들이 모두 내 가슴을 한번씩 만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가씨 소리를 들으며 도도하게 굴었던 서른 살 여성의 가슴이, 아무나 만져보는 것이 되었다.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저 “젖이 잘 나오는 산모냐, 아니냐”로 평가됐다. 며칠이 지나서야 서서히 모유가 돌기 시작했다. 아기는 여전히 빠는 힘을 내지 못했다. 가슴에 돌덩이가 굳는 느낌이 들면서 괴로워졌다. 유축기를 처음 사용했던 순간이 생생하다. 조리원 가운을 젖히고 웬 깔대기를 내 가슴에 대던 장면.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이라곤 모두 땅바닥에 내려놓는 의식 같았다. 아기를 먹이는, 너무나 숭고한 일이라 미안한 말이지만, 그 때의 솔직한 심정은 그냥 딱 젖소가 된 것 같았다. 가슴이 딱딱해지면서 아픔이 뒤따랐다. 커다란 양배추 잎을 떼어 양쪽 가슴에 붙이고 누웠을 때에는 원시인이 된 느낌이었다. 이 때 처음으로 ‘아, 내가 엄마가 됐구나’를 제대로 실감한 것 같다. 조리원에 함께 있었던 엄마들 사이에서 단연 ‘1등’은 모유 양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한참을 짜서 50~60ml의 눈금을 맞췄는데, 150ml의 젖병 한 병을 거뜬히 채운 엄마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하루 삼시 세끼에 간식 두 번을 열심히 챙겨먹고 끼니마다 두유를 쪽쪽 마시고, 가슴마사지를 하면서 나도 실력이 늘었다. 100ml를 채웠을 때 어깨가 으쓱했다. 매일 1~2시간 간격으로 아기를 만나 젖을 물려보고, 한참 씨름했다. 아기를 돌려보내면 유축을 했다. 과연 산후조리는 언제 할 수 있는 것인가, 두 시간만 잠을 푹 자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며칠 밤을 꼬박 세우다 겨우 한 마디 용기내서 했다. “보충해 주세요” 죄책감, 미안함, 자괴감, 그러면서도 의외의 해방감까지. 만감이 교차했다. 2주 뒤 집으로 돌아오자 조리원에서 거의 한번도 직수를 하지 못했던 아기가 갑자기 젖을 잘 물기 시작했다. 너무 고마운 일이었지만 조리원에서처럼 밥을 해주는 이도, 마사지를 해주는 이도 없이 혼자 온종일 사투를 벌이니 정말 버거웠다. 거의 30분~1시간 단위로 젖을 물렸다. 양이 부족한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내가 먹는 밥이 부실해서 아기에게 영향을 주나. 별별 생각이 스쳤다. 육아 카페에서 ‘돼지 족(足)’이 좋다는 말을 주워 듣고 난생 처음 인터넷을 통해 ‘돼지족즙’을 몇 박스 사서 냉장고에 고이 쟁여두고 마셨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남편이 사다주는 족발을 우걱우걱 먹었다. “아빠에게도 모유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 엄마들과 실없는 농담을 했지만, 정말 그런다면 나 혼자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유치하지만 왠지 야속함까지 들 정도로 힘이 들었다. 실전에 부딪히니 더 막막했다. 신생아를 혼자 데리고 모유수유 클리닉이나 보건소 같은 곳에 갈 수 없었다. 육아 관련 카페에 질문을 올리면 어느 정도 답이 되는 것 같아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었다. 모유수유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 100일쯤 가장 큰 고비가 찾아왔다. 아기가 점점 힘이 생기고 너무 수시로 모유를 찾다 보니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에게는 유두균열, 유선염 등이 자주 발생한다. 병원에 가지 못해 정확한 진단은 모르지만 나는 유두균열인 것 같았다. 옷깃만 스쳐도 칼에 베이는 듯한 아픔이 있었는데, 아기가 배고파 울고 젖을 물려고 입을 벌리는 것이 무서웠다. 출산시 진통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친정 엄마를 비롯한 육아 선배들은 “굳은 살이 배겨야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끔찍했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악을 질러가며 아기를 먹여야 했다. 아기를 키우는 일과와 외출 계획 등이 모두 모유수유의 영향을 받았다. 아기가 실컷 먹고 잠이 들어야 나도 잘 수 있었다. 외출 장소는 무조건 수유실이 갖춰진 곳. 아기가 5개월 때 친정이 있는 미국에 함께 갔는데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마트들의 수유시설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있다가도 수유실이 있는 역을 찾아 내려서 급히 먹일 수 있지만, 거기선 상상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 외출을 하면 차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수유를 했고,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애를 먹었다. 레스토랑 제일 구석 자리에 앉아 몰래 젖을 먹이기까지 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지만, 이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다. 모유수유를 시도해 본 모든 엄마가 모유가 도는 통증에 아파하고, 수유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잠도 못자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며 많은 것을 참아낸다. 그나마 육아휴직 기간이 주어져 편하게 수유를 했지, 회사 휴게실이나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는 직장맘들도 많다. 그러다 정해놓은 기간에 맞춰 그만 먹이겠다고 결심하기도 하고 또는 눈물을 머금고 수유를 포기하기도 한다. 모유수유를 얼마나, 어떻게 했든지 간에 그 자체가 모성애를 측정하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유수유가 마땅히 해야할 일인 건 맞지만, 이토록 어려움이 많으니 무작정 강요만 한다거나 또는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엄마라면 당연히 젖을 먹여야 하고 완모에 성공해야 엄마로서도 성공하는 것 같은, 모유수유의 결과가 육아 1년의 성적표로 매겨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버텼는지도 모른다. ●모유수유 비율 생후 5~6개월 30%대로 줄어 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조사 결과 모유수유 비율은 아기 생후 1~2개월에 가장 높은 56.7%였다가 3~4개월 미만 50.0%, 5~6개월에는 32.3%로 낮아졌다. 모유를 전혀 먹이지 않은 이유 51.0%가 모유량 부족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엄마의 취업(16.3%), 유두 및 유방 통증(10.2%), 아기가 모유를 싫어하거나 젖을 빨지 않아서(8.2%) 등의 이유가 있었다. 자의로 처음부터 모유를 아예 먹이지 않는 엄마는 드물다. 설사 그렇다 한다해도 그걸 나쁘다고 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육아 관련 카페에도 하루에 모유수유 관련 글이 수십개씩 올라온다. 모유수유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엄마들 사이에선 이른바 ‘젖 타령’이라고 부른다. “젖이 잘 나오느냐, 왜 젖이 안 나오는 거냐”는 물음부터 시부모님 앞에서 젖을 먹여보라는 등에 시달려야 한다. 사소한 일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기 엄마들에겐 전부와 다름 없다.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에게는 “애가 모유를 안 먹어서 아프다”고 툭 던지는 말이 두고두고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모유를 먹이는 엄마들에게 “모유가 부실한가보다”라거나 “참젖이 아니라 물젖을 먹이고 있다”는 등의 말은 근거도 없이 무거운 죄책감만 안겨준다. 모유가 엄마와 아기의 완벽한 연결고리가 되어 주긴 하지만, 각각의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조건적인 강요는 ‘완모맘’에게도 상당히 불편했다.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도 단순히 모유수유를 꼭 해야한다고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려주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으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사설 모유수유 클리닉에서 한 번에 8만원씩, 총 40만원을 내고 가슴 마사지를 받고 젖을 떼면서 절실히 느꼈다. 수유실 하나 더 늘리는 정책도 좋지만 좀 더 실질적으로 모유수유를 알리고, 지원할 방안들은 없는 걸까 하는 걸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모유수유를 조롱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눈초리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유축기를 사용하면서 스스로를 젖소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기가 다니는 병원의 수유실 입구에 버젓이 젖소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보고 상당히 불쾌했다. (심지어 젖소의 귀여운 얼굴도 없이 몸뚱이와 젖만 그려져 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이 초보 엄마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그저 ‘젖 주는 기계’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화가 났다. 여러 차례 벽을 거치다 보니 나중에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때가 가장 행복한 때가 왔다. 엄마인 나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주변의 임산부 친구들에게 모유수유를 권장하고는 있다. 아기가 젖을 먹으며 한쪽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나를 만지며 장난치는 모습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에게만 의지하며 자라고 있는 아기에게 부족하지만 내 모든 것을 주는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내가 느꼈던 모유수유의 기쁨을 더 많은 엄마들이 느꼈으면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자기 자식 먹이는 일이라지만 엄마들 혼자서만 이 모든 걸 떠안으라는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다. 엄마와 아기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도움과 배려는 넘치면 넘칠 수록 좋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 [길섶에서] 박하/문소영 논설위원

    재래종 박하와 서양의 애플민트가 텃밭 여기저기서 자란다. 20평 되는 땅을 혼자 힘으로 삽질할 자신이 없어서 기계로 개간했는데, 지난해 봄 한 포기씩 심었으나 가을에는 군락을 형성할 정도로 세를 과시하던 박하와 애플민트의 뿌리들이 월동을 무사히 마친 뒤 기계에 붙어 사방으로 흩어진 탓이다. 상추나 쑥갓 싹이 올라와야 할 자리에 푸른 싹이 보여 반가워 가 보면 앙증맞은 박하와 민트 싹들이다. 5월 말부터 강인한 생명력의 들깨와 잡초를 뽑느라 씨름해야 하는데, 올해 박하·민트가 추가됐다. 한국어로 박하, 영어로 민트인 줄 알았더니, 이 식물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이란성이다. 텃밭에서 보면 박하 잎사귀는 진초록에 가깝고 다소 뾰족한 형태에 줄기는 붉은빛이다. 반면 애플민트는 연녹색에 잎사귀 끝이 동글하고 줄기도 연녹색이다. 향은 박하가 민트보다 더 강렬하다. 재래종 박하가 서양 박하인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페퍼민트 등보다 장마철을 더 잘 견딘다. 무성해지는 박하·민트도 생명인지라 뽑지도 못해 속앓이를 하는데, 텃밭 어디를 가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박하향이 나 복잡한 머릿속이 시원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재원 조달 방법 가운데 하나인 ‘부과 방식’을 “세대 간 도적질”에 비유했다. 부과 방식이란 적립 기금이 소진됐을 때 매년 노인 세대(현재 부모 세대)에 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후세대(현재 자식 세대)로부터 걷는 것이다. 세대 간 도적질을 막으려면 현재의 ‘부분 적립방식’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재원 소진과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으니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장 반론이 나왔다. 한 예로 현재 부모 세대의 노후 생활이 안정적일수록 이들을 부양하는 자식 세대의 부담과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시시비비는 둘째치고라도 공적 연금을 담당하는 부처 수장이 세대 간 타협과 공존이라는 공적 연금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을 일삼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 장관의 태도는 2013년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맞서 ‘양심에 관련된 문제’라며 스스로 물러난 전임 진영 장관의 소신 행보와 뚜렷이 대비된다. 학자 출신으로서의 양심, 공인으로서의 책임감보다 자리 보전과 개인의 입신이 더한 가치라 할 수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돌아보면 2007년 국민연금 2차 개혁에서는 명목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되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사실상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도록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제 와서 소득대체율이 40%니 50%니 입씨름을 할 일도, 노후소득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던 2차 개혁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도 없었을 테다. 이 점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현 여권은 국민연금제도를 이토록 혼란에 빠뜨린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상황별 시나리오를 배제한 채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1702조원 세금폭탄’을 공언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에 ‘증세 프레임’을 덧칠하면서 반대론자와 국민을 겁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적 연금의 담론을 정부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여론을 옥죄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민연금법 제4조 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의 조정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2013년에 이어 5년 뒤인 2018년 열리게 된다. 이처럼 법에 정한 국민연금 논의의 틀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며 의무라 할 수 있다. 심의위에서 논의된 재정추계의 구체적이고 민감한 내용들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두절미한 채 해석하거나 부각시키는 행위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공적 연금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나 다름없다. 공적 연금 제도는 합의의 산물이며 공존의 틀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타협의 논의 구조를 이끌어 가려 하는지 그 진정성을 묻고 싶다. ckpark@seoul.co.kr
  • 공공 아이핀 해외선 ‘산 넘어 산’… 재외국민엔 머나먼 IT 강국

    공공 아이핀 해외선 ‘산 넘어 산’… 재외국민엔 머나먼 IT 강국

    한때 한국을 일컬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재외국민들이 이제는 한국 인터넷에는 접속조차 잘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든다. 각종 액티브X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결제도 안 된다.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며 만든 아이핀(I-PIN)은 접근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에 개탄한 한 블로거(www.deulpul.net)가 올린 글에 공감한다고 밝힌 댓글 130여건을 대상으로 ‘의미 연결망 분석’을 했다. 재외국민들이 제기하는 불만을 통해 한국 인터넷 제도의 실상을 짚어본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모씨와 스페인에 사는 김모씨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호소한다. 한국의 공공기관이 발급하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아이핀(I-PIN)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한씨는 아예 필요한 공공서류가 있으면 한국에 있는 부모가 우편으로 보내줘야 한다. 한씨는 “미국 휴대전화밖에 없는 내게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있어야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김씨는 아예 한국에 있는 가족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은 뒤에야 겨우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재외국민에게 한국 인터넷 환경은 ‘악몽’ 그 자체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심해지자 아이핀이라는 대체수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이핀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가 있거나 직접 국내 관공서를 방문해야 한다. 재외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 유학생인 블로거 ‘들풀’은 2013년 아이핀 발급을 위해 “연락하고 기다리고 씨름하면서 닷새째” 고생하다 결국 아이핀 발급받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들풀’은 ‘아이핀 발급 분투기’라는 경험담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다.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재외국민이 이 글을 보고 10일 현재 136건이나 되는 댓글을 꾸준히 올리며 공감을 표시했다. 댓글은 하나같이 아이핀 발급을 받느라 겪은 고생을 언급하면서 한국 인터넷 환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지난 6일 댓글은 “정말 대한민국 답 없네요”라며 “우물 속에 들어가 하늘만 바라보는 개구리”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환경에 대한 불만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난다. “재외국민을 위한 아이핀이라고 하면서 정작 해외에서는 접속조차 안 되는 현실”이라거나 “우리는 국민이 아닌 거죠?”라는 댓글도 있다. 일반 아이핀과 달리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공공 아이핀은 휴대전화인증을 요구하지 않고,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증 확인, 방문신청 등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여권정보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학생, 주재원, 방문자 등이 소지한 방문(PM) 여권은 안 되고 영주권자 등에게 발급되는 거주(PR) 여권만 가능하다. 게다가 주민등록증이 있더라도 단독 세대원은 공공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남는 건 공인인증서밖에 없다. 결국 한국에서 직접 발급받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인터넷 이용이 가장 활발하고 인터넷을 통한 한국 공공서비스 이용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유학생이나 직장 때문에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때문에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게 현실이다. 가령 한 유학생은 군대 입영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이핀 발급이 안 돼 며칠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들풀’은 이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터넷 활동을 실명제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정부의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댓글을 관통하는 핵심 맥락을 좀 더 정교하게 파악하기 위해 ‘의미 연결망 분석’을 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미 연결망 분석은 언어표현과 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구조를 파악하는 분석방법이다. 텍스트 속에 감춰진 문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의미 연결망 분석에선 어떤 단어가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지, 즉 문맥의 핵심에 어떤 단어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분석 결과 아이핀으로 인한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주목을 받았다. ‘포기하다’, ‘짜증나다’, ‘답답하다’, ‘불편하다’ 같은 단어가 두드러졌다. 의미 연결망 분석에 참여한 최정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본인인증이 되질 않으니 고생만 하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고 한국 정부와 한국 인터넷 환경에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재외국민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자체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 거주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한화-두산(잠실) ●KIA-넥센(목동) ●삼성-SK(문학) ●롯데-NC(마산) ●LG-kt(수원 이상 오후 6시30분) ■핸드볼 ●SK코리아리그 충남체육회-신협상무(오후 5시) ●경남개발공사-부산시설관리공단(오후 6시30분 이상 문경상무실내체육관) ■실업축구 ●김해-창원(김해종합운동장) ●목포-대전(목포축구센터 이상 오후 7시) ■테니스 ●부산오픈(부산 스포원파크테니스장) ■골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경북 경산 인터불고 골프장) ■씨름 ●증평인삼배 전국장사대회(오전 10시 충북 증평종합스포츠센터)
  • 내일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 무슨 날일까

    내일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 무슨 날일까

    내일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 무슨 날일까 내일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가운데 북한에도 어린이날과 비슷한 성격의 기념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는 남한과 같은 ‘어린이날’은 없지만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지낸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민주여성연맹 이사회에서 매년 6월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의 명절이다. 매년 국제아동절이 되면 북한은 평양 만경대유희장에서 당·정 간부들과 평양 주재 외교관들, 해외동포 등을 초청해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연다. 지난해 국제아동절에도 평양에서는 친선모임이 마련돼 어린이들의 공연과 씨름, 달리기, 공 차넣기, 줄다리기 등 체육대회가 열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국제아동절에 고아원인 평양애육원을 찾아 ‘어린이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각지의 탁아소와 유치원에서도 국제아동절 맞이 행사가 열린다. 어린이들은 학예회를 통해 며칠동안 연습한 노래와 춤, 기악 등을 선보이고 체육·오락 행사를 즐긴다. 단체로 인근 공원이나 경치 좋은 곳에 소풍을 가는 경우도 있다. 남한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휴가를 내고 자녀의 학예회에 참석하고, 저녁에 고기나 과일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국제아동절이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명절이라면, 초·중학생에 해당하는 어린이를 위한 날도 있다. 북한은 만 7∼14세 학생이 가입하는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도 어린이 명절로 지낸다. 그러나 학예회나 운동회 등의 아기자기한 행사가 많은 국제아동절과 달리 이날은 각지 소학교에서 입단식을 열고 붉은 넥타이와 소년단 휘장 달아주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월 5일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언제?

    5월 5일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언제?

    5월 5일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다…언제?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가운데 북한에도 어린이날과 비슷한 성격의 기념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는 남한과 같은 ‘어린이날’은 없지만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지낸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민주여성연맹 이사회에서 매년 6월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의 명절이다. 매년 국제아동절이 되면 북한은 평양 만경대유희장에서 당·정 간부들과 평양 주재 외교관들, 해외동포 등을 초청해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연다. 지난해 국제아동절에도 평양에서는 친선모임이 마련돼 어린이들의 공연과 씨름, 달리기, 공 차넣기, 줄다리기 등 체육대회가 열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국제아동절에 고아원인 평양애육원을 찾아 ‘어린이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각지의 탁아소와 유치원에서도 국제아동절 맞이 행사가 열린다. 어린이들은 학예회를 통해 며칠동안 연습한 노래와 춤, 기악 등을 선보이고 체육·오락 행사를 즐긴다. 단체로 인근 공원이나 경치 좋은 곳에 소풍을 가는 경우도 있다. 남한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휴가를 내고 자녀의 학예회에 참석하고, 저녁에 고기나 과일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국제아동절이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명절이라면, 초·중학생에 해당하는 어린이를 위한 날도 있다. 북한은 만 7∼14세 학생이 가입하는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도 어린이 명절로 지낸다. 그러나 학예회나 운동회 등의 아기자기한 행사가 많은 국제아동절과 달리 이날은 각지 소학교에서 입단식을 열고 붉은 넥타이와 소년단 휘장 달아주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 악어가 ‘호로록’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 악어가 ‘호로록’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를 악어가 가로채는 희귀한 순간이 포착된 영상이 화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은 지난 23일 유튜브에 게재됐다. 이 영상에는 한 낚시꾼이 낚은 큰 물고기를 갑자기 악어가 등장해 가로채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대형 어종인 타폰을 낚아 올리고 있다. 힘이 센 타폰은 바늘을 빼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일명 ‘바늘 털기’를 시도하는 대형어종 중 하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손맛을 즐기는 낚시꾼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어종이다. 이날 역시 녀석의 묵직한 손맛을 한껏 즐기고 있는 한 남성 앞에 불청객이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악어는 남성과 씨름 중인 타폰을 덥석 물어 가로챈다. 이후 악어는 타폰을 입에 문 채 낚싯줄을 끊고 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한 이 낚시꾼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 조차 특별한 광경에 놀라워한다. 한편 악어가 가로챈 타폰은 개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 야생동물보호국에서는 보호어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때문에 낚시꾼들은 규정상 타폰을 낚은 뒤 곧바로 놓아줘야 한다. 사진 영상=Adventure 101 영상팀 seoultv@seoul.co.kr
  • [新 국토기행] <25> 강원 강릉시

    [新 국토기행] <25> 강원 강릉시

    천년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청정한 자연자원, 풍성한 먹거리가 어우러진 강원 강릉시는 사람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간직한 고장이다. 동쪽으론 푸른 동해를 끼고 서쪽으론 장엄한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 관동팔경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빼어난 자연을 품고 있어서일까,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비롯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등 예부터 지금까지 뛰어난 문인 등 인재 배출이 끊이지 않는다. 아흔아홉 구비의 전설이 깃든 대관령과 대한민국 명승 1호인 소금강, 국내 첫 모자 화폐로 등장한 신사임당과 율곡의 오죽헌,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인 경포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정동진역,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 등 유구한 역사 흔적과 전통문화가 살아 있다. 최근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변혁을 꾀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과 1시간대의 복선전철이 놓인다.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면 세계 속의 도시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30분 거리의 양양국제공항까지 활성화되면 22만명에 머무르고 있는 인구도 급증할 전망이다. 전철 길과 비행기 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힐링 도시가 될 강릉의 속살을 들여다본다.[볼거리] ●시심 자극하는 관동팔경 중 으뜸 ‘경포호·경포대’ 바다와 맞닿은 잔잔한 경포호수는 경포대와 함께 많은 일화를 간직한 최고의 명승지다. 경포대 누각에 앉으면 낮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새들의 오가는 모습이 호수에 비쳐 신선들의 세계를 맛보게 하고 밤에는 달빛이 하늘과 바다, 호수, 술잔, 임의 눈동자에 비치며 시심(詩心)을 자극한다는 명소로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다. 호수 안에 외딴섬으로 떠 있는 월파정과 물 위로 꽃비를 내리는 아름드리 벚나무도 운치를 더한다. 경포호 둘레를 따라 조성된 4㎞ 남짓의 걷는길과 자전거길에는 언제나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2012년 조성을 끝낸 호수변 경포가시연습지는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특수한 지역의 생물서식지를 보호하고 관광자원화한 습지에는 희귀종인 가시연 군락지가 조성돼 생태탐방지로 인기다. 호수를 따라 잘 보존된 방해정 등 정자와 경포대 인근 참소리 축음기·에디슨박물관도 가 볼 만하다. ●신사임당·율곡의 흔적 고스란히 간직한 ‘오죽헌’ 우리나라 대표 어머니상인 신사임당과 율곡이 살았던 오죽헌(보물 제165호)을 빼고 강릉을 얘기할 수 없다. 당대 최고의 학자 율곡이 탄생한 집 주변에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 이름 붙였다. 건물은 바깥채와 안채, 어제각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조선 초기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관심을 더한다. 오죽헌 남쪽에는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있고 동쪽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주변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통 기와집촌까지 만들어진다. 오죽헌과 지척에서 마주한 곳에는 조선시대 아흔아홉 칸 전통한옥인 선교장이 잘 보존돼 있다. 아름드리 노송들이 빼곡히 둘러선 선교장은 300년 전통을 간직한 곳으로 족제비 무리를 쫓다가 이곳에 이르러 집을 지어 번창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경포해변 쪽으로 좀 더 가다 보면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여류시인 허난설헌 생가도 만날 수 있다. ●고려 숨결 배인 ‘강릉대도호부관아·강릉향교’ 고려 때 창건한 강릉대도호부관아(임영관)는 왕의 전패를 모시고 의례를 치르기도 하고 중앙 관료들이 강릉으로 내려오면 머물던 객사로 유명하다. 현존하는 목조건축물로는 가장 크고 배흘림 기둥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기둥과 지붕이 만나는 곳의 세련된 조각 솜씨는 고려 말,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물 솜씨가 살아 돋보인다. 지금은 국보(51호)로 보존된다. 1908년 일제에 의해 고등보통학교로 쓰이다 일부 철거된 것을 2012년 전대청, 중대청, 동대청 등 현재의 웅장한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강릉향교(보물 제214호)도 가 볼 만하다. 고려시대 세워진 강릉향교는 완벽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유교식 건축물로 분묘대성전을 비롯해 명륜당이 옛 그대로 남아 봄·가을 석전제를 지내며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나주향교, 장수향교와 함께 3대 향교로 꼽힌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정동진역’ ‘최고 동쪽 나루터’라는 뜻의 정동진역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고 해돋이 명소,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금도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을 잇는 기차가 해돋이 시각에 맞춰 운행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추억의 여행지로 찾는다. 특히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래시계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를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일출과 함께 열리는 모래시계 회전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모래시계공원에는 기차를 활용해 동서양의 다양한 시계 관련 유물을 선보이는 정동진 박물관이 있다. 주변에는 5.1㎞에 이르는 폐철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정동진 레일핸드바이크가 있고 산 위에 떠 있는 육상 유람선 모양의 썬쿠르즈리조트도 명물이다. 그닥 멀지 않은 곳에는 신라시대 수로부인의 전설을 간직한 헌화로가 있어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를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북한 무장공비 잠수함 보존된 ‘통일공원’ 1996년 바다로 침투한 북한잠수함과 해군 퇴역함(4000t급)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통일공원이 주변의 임해자연휴양림과 함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내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강동면 바닷가에 이르면 바닷가 쪽으로 함정과 잠수함이 전시돼 있고 산 쪽 언덕에는 각종 항공기 등이 전시돼 있다. 잠수함 내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전시관으로 개방된 이곳에는 국난극복사, 6·25전쟁, 이산가족 찾기, 통일환경 변화 등을 주제로 한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통일공원에서 임해자연휴양림으로 가다 보면 바다를 마주하며 새벽 일출을 보기에 좋은 등명락가사가 있다. 신라 때부터 이어져 왔다는 고찰로 오백나한상을 모신 영산전 등이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등명락가사 인근에는 또 자연환경을 이용한 10만여㎡ 넓이의 하슬라아트월드(피노키오미술관)가 있어 산책 코스로 인기다. ●천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단오제’ 천년을 이어져 오는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해마다 음력 5월 5일을 전후해 풍성한 전통행사가 펼쳐진다. 예부터 영동지역 사람들은 높은 대관령 고개의 신이 주민들 삶을 보호해 준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천년이 넘게 원형을 잘 보전하며 지역축제로 면면히 이어 오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단오 한 달 전 신에게 올릴 술을 담그는 신주빚기행사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대관령 산신에게 행사를 알린 뒤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여성황신이 있는 사당으로 모신다. 분위기는 행사 전날 성황신 부부를 남대천 임시제단으로 모시는 영신행차가 시작되면서 한껏 고조된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제례, 무당굿, 관노가면극, 씨름, 그네, 창포 머리감기 등 다채로운 행사와 공연을 만날 수 있어 인류학, 민속학, 역사학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전통축제로 자리 잡았다.[먹거리] ●‘강릉의 상징’ 감자옹심이 음식문화가 발달된 강릉지역에서 가장 대표음식으로 꼽히며 유명세를 타는 음식이 감자옹심이다. 다양한 감자요리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먹거리에 앞서 독특하고 재밌는 이름부터 사람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자극한다. 감자를 갈아 물기를 짜낸 뒤 가라앉은 녹말가루와 섞어 새알처럼 작고 동글동글하게 감자수제비로 빚어 끓여 낸 음식이 감자옹심이다. 삶아 낼 때 감자 전분을 적당히 섞어 만들어 쫄깃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메밀로 밀어 낸 메밀 손칼국수나 일반 칼국수를 넣어 함께 끓여도 좋다. ●바닷물로 간 맞춘 초당순부두 가장 자연에 가깝고 신선한 웰빙 두부하면 강릉 초당순두부가 떠오른다. 조선 광해군 때 강릉지역 삼척부사로 부임한 허엽이 집 앞의 맛 좋은 샘물로 콩을 갈고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게 한 게 초당두부의 기원으로 알려진다. 이때 만든 두부의 맛이 좋아 소문이 나자 허엽이 자신의 호인 ‘초당’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초당두부는 지금도 바닷물로 간수를 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강릉 경포해변 인근 초당마을에는 순두부, 모두부, 두부전골 등의 두부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초당두부 전문 음식마을이 성업 중이다. ●전통방식으로 정성 가득 ‘사천과줄’ 청정지역 사천마을에서 재배한 사천쌀과 조청 등으로 만들어 내는 사천과줄은 1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과줄은 쌀가루로 만들어 말린 얇은 바탕을 기름에 튀겨낸 뒤 꿀이나 조청을 발라 튀긴 쌀이나 깨알 등 온갖 영양 곡식을 붙여 만들어낸 달콤하며 영양이 풍부한 전통과자다. 워낙 정성과 시간이 많이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전통 기법 그대로 과줄을 만들어 내는 곳은 강릉 사천마을이 유일하다. 명절 등 수요가 많을 때 전통방식으로 한정 수량만을 생산한다. 사천마을에는 집집마다 과줄 생산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술꾼 유혹하는 문어 숙회·오징어 물회 주문진항과 사천항 등 항구를 끼고 있는 마을에는 싱싱한 횟감이 넘쳐난다. 오징어, 문어, 가자미, 가리비, 멍게, 해삼 등 동해안에서 나는 횟감은 모두 올라온다. 특히 오징어 철에는 쫀듯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오징어회와 오징어 물회 등이 술꾼들의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는 문어는 숙회로 만들어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뼈째 썰어 먹는 가자미회도 달짝지근하며 꼬득꼬득 씹히는 맛에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다. 동해안 양식으로 제법 물량이 많아진 가리비와 해삼, 멍게도 동해안의 빼놓을 수 없는 횟감이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공포의 파란 화면’에 질린 남자, 컴퓨터에 총격~

    ‘공포의 파란 화면’에 질린 남자, 컴퓨터에 총격~

    얼마나 짜증이 났으면 그랬을까. 걸핏하면 오류가 나는 컴퓨터에 총질을 한 남자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순간적인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걸 후회할 만도 하지만 남자는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사는 남자를 화나게 한 건 2012년에 구입한 컴퓨터다. 처음엔 문제가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현저하게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됐다. 그러면서 공포의 파란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오류가 점점 잦아지면서 걸핏하면 모니터에 파란 화면이 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 게 수개월. 결국 남자의 분노는 폭발했다. 모니터에 파란 화면이 뜨자 남자는 권총을 갖고 컴퓨터 본체를 조준, 8발을 쐈다. 본체 케이스에 뻥뻥 구멍이 뚫리는 걸 보면서 남자는 후련함을 만끽했다. 하지만 시원함도 잠깐. 남자는 총격을 금지한 현지법을 어긴 혐의로 경찰에 불려가는 신세가 됐다. 남자는 조사에서 "몇 개월 동안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총질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남자는 "매우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며 "천사들이 하늘에서 노래를 하는 듯했다"고 햇다. 현지 언론은 "남자에게 벌금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남자는 컴퓨터를 해치운(?) 뒤 심적 안정을 되찾았는지 경찰조사에서 매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콜로라도스프링스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 낚아채는 얄미운 악어 포착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 낚아채는 얄미운 악어 포착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를 악어가 가로채는 희귀한 순간이 포착된 영상이 화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은 지난 23일 유튜브에 게재됐다. 이 영상에는 한 낚시꾼이 낚은 큰 물고기를 갑자기 악어가 등장해 가로채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대형 어종인 타폰을 낚아 올리고 있다. 힘이 센 타폰은 바늘을 빼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일명 ‘바늘 털기’를 시도하는 대형어종 중 하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손맛을 즐기는 낚시꾼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어종이다. 이날 역시 녀석의 묵직한 손맛을 한껏 즐기고 있는 한 남성 앞에 불청객이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악어는 남성과 씨름 중인 타폰을 덥석 물어 가로챈다. 이후 악어는 타폰을 입에 문 채 낚싯줄을 끊고 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한 이 낚시꾼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 조차 특별한 광경에 놀라워한다. 한편 악어가 가로챈 타폰은 개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 야생동물보호국에서는 보호어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때문에 낚시꾼들은 규정상 타폰을 낚은 뒤 곧바로 놓아줘야 한다. 사진 영상=Adventure 101 영상팀 seoultv@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