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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장 모르는 교육·환경 장관, 참기 힘들다

    정부 부처들의 무능에 민생이 날마다 더 고달프다. 마음 놓고 숨을 쉴 수가 있나, 애써 재활용품을 분리한들 내놓을 데가 있나, 교육 정책을 밤새 뒤집어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지 않나 기가 막힌다. 민생을 달래 줘도 모자랄 판에 걱정을 보태 주고들 있다. “이런 정부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원색적인 불만이 도처에서 터진다. 미세먼지 문제가 하루 이틀이 아닌데 환경부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손 놓고 앉았다. 그 와중에 쓰레기 사태까지 겹치니 뒷수습은커녕 일머리를 어떻게 틀어야 할지 몰라 ‘멘붕’에 빠진 모양새다. 폐기물 수출입 규제 강화에 대비하자는 보고서를 2년 전에 받고도 눈감았다는 환경부다.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이 폐기물 수입 중단을 선언했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다. 사회적 논의는 고사하고 빤히 두 눈 뜨고 국민들을 쓰레기 대란으로 몰아넣은 형국이다. 쓰레기는 갈 곳이 없는데 수거 업체들과 수거 약속을 했네, 안 했네 연일 입씨름이나 하고 있다. 이러니 입이 험한 어느 야당 대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분리수거 대상”이라고 공격한다. 더 대책 없어 보이는 곳은 교육부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전화를 걸어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구한 사태는 단순한 정책 뒤집기 문제가 아니다. 차관이 암암리에 총장들을 접촉한 납득 못할 일을 두고 “김상곤 장관 패싱”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며칠 전에는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하겠다며 학부모들 속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게 교육부다. 수능 자체를 최대한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김 부총리의 소문난 소신이다. 그런 기조와 정반대인 정시 확대를 차관이 비공식적으로 요구했으니 해설이 분분한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표심을 노려 청와대와 여당이 뒷문으로 꼼수 카드를 썼다는 의심이 많다. 진위를 떠나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 폐지론이 들끓고 있는 현실이다. 무대책에 앞뒤 안 맞는 정책으로 국민 혼란을 부추기는 장관들은 누구 한 사람도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가 없다. 만기친람이 지나쳐서 탈인 청와대는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는 이런 장관들은 왜 두고만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예 존재감이 없거나 개인 고집으로 일방 정책을 펴는 ‘불통’ 장관을 참아 내기가 힘들다. 한창 개혁에 탄력을 붙여야 할 정부의 수장들이 외려 걸림돌이 돼서야 되겠나. 민생의 요구를 듣지 않거나 능력이 모자라 듣지 못하는 장관들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가려 봐야 한다.
  • 어쩜 이렇게 똑같은 얘기가, ‘쌍둥이 영화’ 나오는 이유들

    어쩜 이렇게 똑같은 얘기가, ‘쌍둥이 영화’ 나오는 이유들

    ‘정말 좋은 얘기라면 베껴도 좋다.’ 할리우드에서는 통하는 진리인데 이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 똑같은 얘기를, 그것도 거의 동시에 배포하는 ‘쌍둥이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2월 개봉된 콜린 퍼스 주연의 ‘The Mercy’는 1968년 세계일주 요트 레이스에 참여한 영국의 아마추어 선원 도널드 크로허스트가 가짜 네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해 거짓말을 하다가 배에서 의문스럽게 사라진 실화를 다루고 있다. 너무 각별한 스토리라 그럴까, 제임스 마시와 사이먼 럼블리 감독이 각자 만들었다. 퍼스가 주연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던 스튜디오카날은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고 다른 작품의 판권을 사들였다. 인터넷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의 시니어 에디터인 키스 시만턴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 똑닮은 영화가 제작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둘셋, 더 많은 각본을 발견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다만 제작되지 않을 뿐”이라며 “예를 들어 덩케르크 철수에 대해 다룬 영화가 하나도 없다가 지난해 두 메이저영화사가 제작한 ‘Darkest Hour’와 ‘덩케르크’를 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마크 월버그와 윌 페럴은 경찰 버디 영화에 의기투합해 ‘Cop Out’을 만들기로 했다가 약간 느낌만 다른 각본을 제작 중이던 다른 스튜디오로 옮겨 ‘The Other Guys’에 함께 출연했다. 시만턴은 왜 이렇게 닮은꼴 영화가 자주 등장하는지 이유를 묻자 “시장에 먼저 이유를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드웨인 존스가 헤라클레스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스튜디오는 ‘우리는 다른 헤라클레스 영화에 우리는 각본을 판매할 권리를 갖고 있다. 헤라클레스 전설은 누구나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이 하기 전에 우리가 하면 대단한 일이지 않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나은 것인지는 결국 시장이 답할 수밖에 없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는 내용의 영화가 쏟아졌던 1980년대 말이 그랬다. 처음에 더들리 무어가 주연한 ‘Like Father Like Son’이 나오자 저지 레인홀드의 ‘Vice Versa’가, 조지 번스의 ‘18 Again’에 이어 톰 행크스가 주연한 ‘Big’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하지만 ‘Big’이 1억달러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려 페니 마셜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 이 기록을 돌파한 영예를 차지했다. 돈도 들이지 않고, 세 편의 전작을 재탕했지만 마지막 작품이 가장 낫다는 평가를 들었다. 다음은 판박이라 할 정도로 닮은 영화들의 사례다.왼쪽이 2013년 3월, 오른쪽이 3개월 뒤에 개봉됐다. 왼쪽은 1억 7000만달러, 오른쪽은 2억 500만달러를 벌었다. 흥행은 오른쪽이 더 됐지만 왼쪽은 두 편의 속편이 제작돼 2016년 ‘London Has Fallen’에 두 주연이 그대로 출연했고, 세 번째 ‘Angel Has Fallen’이 내년 개봉된다.‘No Strings Attached’이 2011년 1월, ‘Friends With Benefits’이 6개월 뒤 세상에 나왔다. 놀랍게도 두 작품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억 4900만달러로 똑같았다. 두 여자 주인공은 영화들이 개봉하기도 전에 ‘Black Swan’에서 호흡을 맞췄다.왼쪽이 1998년 10월, 오른쪽이 불과 한달 뒤 개봉됐다. 왼쪽이 1억 7100만달러를, 오른쪽이 3억 6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가족 친화적인 영화였지만 픽사의 스티브 잡스와 존 라세터가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첸버그가 디즈니 영화 부문을 떠나면서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비난하며 거센 입씨름을 벌였다. 카첸버그가 6개월 먼저 개봉하려고 온갖 수작을 다한다고 언론이 또 싸움을 부추겼다.프랑스어로 제작된 왼쪽이 2015년 9월, 영어로 만든 오른쪽이 이듬해 5월 나왔다. 왼쪽이 49만 7000달러, 오른쪽이 4900만달러의 박스 수입을 올렸다. 재비어 지아놀리(프랑스) 감독은 2016년 3월 인터뷰를 통해 “촬영에 들어가기 한달 전에 그 영화가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게 그 얘기는 끔찍했다”고 털어놓았다.1998년 5월 제작된 왼쪽이 3억 4900만달러를, 2개월 뒤 만들어진 오른쪽이 5억 5300만달러를 벌었다. 당시 인기 절정의 TV 시트콤 ‘Friends’ 한 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챈들러가 잠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니카에게 “어느 게 Deep Impact이고 어느 게 Armageddon이야?”라고 물으니 “로버트 듀발 나오는 게 Deep Impact야. Armageddon은 네가 내일 아침 일어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를 다룬 거야”라고 답한다.왼쪽이 2006년 2월 개봉됐고 오른쪽은 같은 해 10월 공개됐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각각 4900만달러와 260만달러였다. 각본을 다 썼다고 오른쪽 영화 각본가인 더글래스 맥그래스가 제작자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전화한 것이 2003년이었는데 제작자인 빙엄 레이는 “이미 내 책상 위에 있는데”라고 답했다. 맥그래스는 “그럴리가요? 이제 막 끝냈는데”라고 대꾸했는데 나중에 보니 왼쪽 작품 극본이었다.1997년 2월 제작된 왼쪽이 1억 7800만달러를, 2개월 뒤 개봉된 오른쪽이 1억 2200만달러로 조금 못 미쳤다. 왼쪽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은 직전에 007 시리즈의 주연을 낙점받았는데 그의 배역이 해리 달튼이라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공유하게 된 티모시 탈튼과 같은 라스트네임이란 이유로 주목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런닝맨’ 김종국 VS 윤성빈, 허벅지 씨름 빅매치 “일그러진 표정”

    ‘런닝맨’ 김종국 VS 윤성빈, 허벅지 씨름 빅매치 “일그러진 표정”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와 가수 김종국의 허벅지 씨름 빅매치가 성사됐다.1일 오후 방송된 ‘런닝맨’은 20세-49세(이하 ‘2049’) 시청률 1부 3.1%, 2부 5.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해피선데이’(4.3%), ‘복면가왕’(2.3%/3.4%) 등을 가볍게 제쳤다. 평균 시청률은 1부 5.4%, 2부 8,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주에 이은 ‘2018 글로벌 프로젝트-로맨스 뺏기지 2탄’으로 꾸며져 배우 이다희, 이상엽, 강한나, 가수 홍진영이 함께한 가운데, ‘올림픽 스타’들을 패러디하는 깜짝 오프닝 쇼로 ‘36계 올림픽’ 시작을 알렸다. 하이라이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와 김지수 선수의 등장이었다. 두 선수는 팀을 나눠 펼쳐진 스포츠 게임 대결에서 ‘올림픽 국가대표’다운 특급 운동신경으로 ‘런닝맨’ 멤버들을 제압했다. 윤성빈은 본인이 제안한 제자리높이뛰기에서 스프링처럼 뛰어오르며 독보적인 실력으로 1위를 거머쥐었다. 아무도 넘지 못한 1m 20cm에 더해 1m 30cm까지 뛰어올랐다. 김지수 선수는 ‘10m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00m를 10초대에 주파한다”는 김 선수는 예선에서 엄청난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하더니, 결승전에서는 김종국마저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이날 방송의 메인이벤트는 윤 선수와 김종국의 ‘허벅지 씨름’이었다. 사실상 모든 출연진이 기대해온 ‘드림 매치’였고 두 사람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윤 선수는 처음으로 표정이 일그러졌고, 김종국 역시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첫 경기는 무승부였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김종국의 다리가 조금 움직이면서 윤 선수가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마치 올림픽을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한 이 경기는 분당 최고 시청률 10.1%까지 치솟으며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런닝맨’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챔피언’ 마동석 “팔씨름 영화 10년간 준비..팔뚝 둘레 20인치”

    ‘챔피언’ 마동석 “팔씨름 영화 10년간 준비..팔뚝 둘레 20인치”

    배우 마동석(47)이 팔씨름 선수로 돌아왔다.마동석은 5월 개봉 예정인 ‘챔피언’(김용완 감독)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팔씨름 선수 마크 역을 맡았다. 마크는 우연히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 분)를 만나고, 그의 설득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여동생(한예리)을 만나게 된다. 마동석은 2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어렸을 때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팔씨름 영화 ‘오버 더 톱’을 보고 저도 그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면서 “10년 정도 준비해 운 좋게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이 작품을 위해 프로 선수들로부터 전문적인 팔씨름 교육을 받았다. 또 운동량을 늘려 팔뚝 둘레를 20인치까지 늘렸다. 극 중 마크는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된 뒤 주변의 편견을 딛고 팔씨름 선수가 되지만, 지금은 클럽 보안요원 등으로 일한다. 마동석은 “제가 과거 미국에서 살면서 보고 경험한 에피소드가 영화 속에 많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김용완 감독은 “마동석이 팔씨름하면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입양아, 싱글맘,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에이전트 등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나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챔피언’은 오는 5월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사람의 가치 정책의 가치

    대학을 갓 졸업 후 취직한 나에게 회사는 노동을 넣어주면 월급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느껴졌다. 1년쯤 지나 특별한 의미 없이 허우적대고 있을 즈음, 술자리에서 얼큰해진 선배가 한마디를 던져줬다. “난 내 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면, 가끔 일이 즐겁고 설렐 때가 있어.” 그 말의 각별함을 모른 채 시간은 흘렀고 회사를 그만 둔 후 공무원이 되었다. # 공무원도 ‘사회적’ 직업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우 듯 직업이란 대단히 ‘사회적’인 것이다. ‘사회적’이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요리사와 건축가라는 직업을 좋아한다. 이들의 손끝은 곧장 실제적인 편의와 행복을 불러온다. 다른 사람들의 피와 살이 되며, 안식처가 된다. 누구나 공무원이 ‘사회적’인 직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영향을 미치는 ‘관계의 직접성’뿐 아니라 ‘관계의 규모’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좋은 정책 결정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각을 전환시키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남는 학교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참 좋은 정책 결정이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어린이집을 늘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혜택을 주고, 교육부와 복지부로 이원화된 국가적 교육자원을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향후 많은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이 함께 운영된다면 미래의 교육적 내용과 학업제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한 정책 결정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많았을 유혹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사람이 중심인 정책 만들기 고민 그러나 같은 이유로 정책 결정에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로 개입되면 결과는 비극적이다. 굳이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머릿속에는 주마등처럼 많은 일들이 스쳐간다. 나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고 보고서와 씨름하며 열심히 일한다. 사람들이 다 알아줄까 싶을 만큼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그동안 나의 보고서에 ‘사람’의 가치가 있었는가 자문해 보면 자신할 수 없다. 그들은 멀리 있어 보이지 않고, 그 수도 너무 많아서 특정한 개념으로만 인식된다. 직업에서 ‘사람’의 가치를 찾으려는 건 어쩌면 매우 당연한 마음가짐이다. 매년 약 20만명의 사람들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도 그들의 마음과 같았다. 내가 그들의 기회를 나눠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조금 더 노력해 볼 일이다. 따뜻한 봄이 가기 전에 15년 전 선배에게 대포 한잔 청해야겠다. 중앙부처 주무관
  • 아이 돌보며 진땀·퇴근 후에도 업무…“긴 근무시간·적은 임금에 힘들어요”

    아이 돌보며 진땀·퇴근 후에도 업무…“긴 근무시간·적은 임금에 힘들어요”

    인력 부족·시간 외 근무 평균 급여 200만원 미만“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지난달 28일 오전 9시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에 등원한 지 얼마 안 된 여자아이가 울며 말했다. 만 1세 아이들이 모인 반의 정원은 10명. 담당 보육교사는 보건복지부 기준(만 1세는 교사 1명당 5명)에 맞춰 2명이다. 해당 어린이집은 2015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증받았고 4층 건물 전체가 어린이집이다. 일일 보조교사로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는 동안 다른 아이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쫓아가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한참이나 만지고 있다. 우는 아이 돌보랴,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를 달래다 보니 찰나의 순간에 다른 아이들끼리 투닥거리다 사고가 났다. “으앙!” 제지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한 아이 얼굴에 가느다란 생채기가 났다. 긁은 아이에게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니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먹였다. 학기 초 어린이집은 부모로부터 떨어져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 아직 행동교정이 안 된 아이들이 많아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정오 무렵 아이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점심 메뉴는 달래간장영양밥과 바지락순두붓국, 어묵조림, 샐러드다. 아이들 중엔 혼자 잘 먹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았다. 숟가락을 쥐여 줘도 손으로 순두부를 떠먹는 아이, 졸린 탓에 밥은커녕 울기만 하는 아이를 돌보다 보니 자연스레 온몸에 땀이 났다.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밥을 다 먹은 아이 하나가 앞치마를 끌더니 오전에 새로 찬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보챘다. 오후가 돼 일찍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이 채비를 하자 남아야 할 아이들도 자신의 옷과 가방을 들고 왔다. “집에, 나두!” 각기 다른 하원 시간 때마다 남아야 할 아이들 시선을 장난감으로 돌려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6시가 됐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대표적인 고충은 긴 근무시간과 적은 임금이다. 겉으로 보기엔 하루 8~9시간 정도 일하지만 실제 집에 돌아가서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보육일지, 관찰일지를 써야 하고 다음날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전국 어린이집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일평균 근무시간은 8시간 42분이다. 이 중 시간외 근무가 있는 기관은 전체의 70.8%이며, 이 중 시간외 수당을 주는 경우는 61.2%다. 임금 수준도 국공립과 직장 어린이집에 비해 민간과 가정은 크게 낮다. 국가에서 인건비를 지급받는 국공립의 경우 수당을 제외한 월평균 급여가 173만 6000원이지만 민간은 128만 4000원, 가정은 이보다도 적은 118만 4000원이다. 월평균 30만~40만원의 수당이 붙어도 민간과 가정은 월평균 200만원이 안 된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민간은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보육료 대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가지만, 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무한도전’ 양세형, 박나래 조부모에 인사 ‘영농 후계자 등극’

    ‘무한도전’ 양세형, 박나래 조부모에 인사 ‘영농 후계자 등극’

    ‘무한도전’ 양세형이 박나래의 고향에서 영농 후계자로 등극했다.31일 방송되는 MBC ‘무한도전’에서는 박나래의 소원 풀이를 위해 양세형이 박나래의 할머니댁인 전남 무안을 찾아가는 모습이 공개된다. 사진 속 양세형은 목공용 장갑을 끼고 자신보다 커다란 나무와 씨름을 하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양세형은 두 손 가득 선물을 사들고 박나래의 할머니댁을 찾았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진수성찬을 받은 양세형은 이에 보답하기 위해 손발을 걷어붙이고 박나래 할아버지의 일을 대신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곳곳에 일손이 필요한 현장을 방문했다. 양세형은 작은 작업가방 하나를 무기로 뭐든지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보여줬다고 전해졌다. 특히 양세형이 문고리를 들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과 뒤에서 그의 모습을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는 어르신의 모습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양세형은 이때 “저도 할 수 있는데”라며 숨겨뒀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MBC ‘무한도전’은 이날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국내최초 팔뚝액션 ‘챔피언’, 티저 예고편 공개

    국내최초 팔뚝액션 ‘챔피언’, 티저 예고편 공개

    팔씨름 대회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영화 ‘챔피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챔피언’은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 여동생 ‘수진’(한예리)의 도움을 받아 챔피언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챔피언을 꿈꾸는 팔씨름 선수 ‘마크’ 역은 마동석이, 두뇌 회전이 빠른 눈치 100단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 역은 권율이, 하루아침에 객식구 두 명을 얻게 된 생활력 100단 싱글맘 ‘수진’ 역은 한예리가 맡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관객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팔씨름 현장에서 시작한다. 이후 “그의 팔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잡히면 무조건 넘긴다”라는 카피는 팔씨름 선수 ‘마크’ 역에 도전한 마동석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예고한다. 특히 본인의 몸만큼 큰 덤벨을 들어 올리고 상대방의 손을 잡아 순식간에 넘기는 모습, 위풍당당 링 위에 올라서는 그의 모습 등은 마동석이 선보일 특별한 팔뚝액션을 기대케 한다. 또한 “팔씨름 딱 한 판만 하자”며 마동석을 설득하는 권율과 두 손을 모으고 마동석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한예리의 모습은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결말을 궁금케 한다. 팔뚝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 ‘챔피언’은 5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박원순 압박 나선 박영선 “경선에서 결선투표 하자”

    박원순 압박 나선 박영선 “경선에서 결선투표 하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 도입을 재차 주장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이날부터 광역단체장 선거 후보자 공모를 받으면서 당내 경선이 가시화되자 선두주자와 후발주자들의 기 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결선투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1월 12일 박 시장 관련 기사를 보면 박 시장이 결선투표제를 제안했다”며 “당시 박 시장이 ‘씨름에서 가장 묘미가 있는 승부는 뒤집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뒤집기를 통해 정치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결선투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50% 이상의 지지를 끌어내 단합된 힘으로 국가나 서울시를 끌고 가자는 것”이라며 “서울시를 통합적인 차원에서 끌고 간다는 의미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역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우상호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에 결선투표와 TV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현역의원에게는 득표의 10%를 감산하는 상황에서 결선투표 도입이 무산되면 사실상 ‘박원순 전략공천’이라며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현재 두 후보의 주장에도 박 시장은 “당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따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의 다섯 번째 공약으로 ‘5세 이하 아동의 무상의료’를 발표했다. 그는 공약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서울시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2010년 이후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했다”며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2030세대가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공약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 외에도 야간진료와 휴일진료가 가능한 어린이병원 의료서비스 제공, 민간병원과 차별화된 공공의료 구현, 서울시립병원을 전문화된 특화 병원으로 탈바꿈, ‘간호간병서비스’ 전면 도입과 ‘노인전문 진료서비스’ 체계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英경찰이 근무시간에 쓰레기 주웠다가 욕 먹은 이유

    英경찰이 근무시간에 쓰레기 주웠다가 욕 먹은 이유

    경찰들이 근무 중에 범죄 소탕과 씨름하는 대신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웠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스탠퍼드셔주 경찰관들은 롱턴의 한 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넣는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 사진에는 자랑스럽게 쓰레기를 줍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그들은 일주일 간 계속된 쓰레기 수거가 지역 사회에 참여하는 공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을 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당신들이 의회의 일을 하고 있는 사이 누가 경찰 활동을 하나? 면목없는 시간낭비”라거나 “쓰레기 관련 법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경찰관 네이던 허프는 “우리 경찰들은 범죄자 검거에 집중하는 동시에 공동체가 가진 걱정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 중 한가지가 쓰레기였다. 그래서 함께 쓰레기를 수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지언론은 해당 지역 범죄가 지난 1년 사이에 13%까지 증가했고, 발생한 범죄 중 41%가 용의자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5년 동안 4분의 1의 경찰 병력을 잃은 스태퍼드셔주는 내년에 1370만 파운드(약 204억원) 예산 삭감을 할 계획이다. 사진=트위터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동욱, 평창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경기 1000석 자비로 구입

    이동욱, 평창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경기 1000석 자비로 구입

    배우 이동욱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팬미팅으로 분위기를 한층 상승시켰다.지난 13일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강릉 아트센터에서 ‘GO 평창 2018 with 이동욱’ 팬미팅이 진행되었다. 이 날 열린 팬미팅은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주최하는 ‘3월의 스노우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앞서 배우 장근석이 패럴림픽 개막에 맞춰 춘천 팬미팅을 진행한데 이어 이동욱이 바통을 받았다. 이동욱은 ‘GO 평창 2018 with 이동욱’ 팬미팅에서 별도의 진행자 없이 능숙하고 센스 넘치는 셀프 진행 실력을 선보였다. 국내외 팬들이 자리한 만큼 그는달 콤한 보이스로 장내를 사로잡았다. 또, 기존의 평범한 팬미팅과 달리 OX 퀴즈, 손잡고 눈싸움, 손바닥 씨름, 셀카 촬영, 캔디 증정 등 랜덤 추첨된 팬들이 무대 위로 직접 올라 참여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참석한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특히 수시로 팬들과 눈을 맞추고 의견을 주고받는 그의 다정함에 팬미팅 분위기는 물론 호응도 또한 고조되었다. 팬미팅 종료 후에는 이동욱이 사전에 자비로 구입한 아이스하키 경기 1000석에 팬들을 초대해 함께 관람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강원관광’ 홍보대사의 면모를 보였다. 이동욱은 마지막으로 멀리 강릉까지 찾아 준 팬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미로 ‘FOR MY DEAR 아시아 투어 화보집’과 한정수량으로 특별 제작된 홍보대사 명함을 선물로 증정하는 등 애정을 아낌없이 담아 전했다. 평소 드라마와 국내외 패션 행사, 화보 활동에서 품절사태를 일으키는 이동욱의 막강한 파급력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강원관광’ 홍보대사로서의 맹활약이 더해져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사진=킹콩by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기름기 쫙 뺀 지구대 경찰의 팍팍한 현실

    기름기 쫙 뺀 지구대 경찰의 팍팍한 현실

    “오늘 나 진압 나갔다. 진압이 뭐냐고? 경찰이 열라 맞는 거야. 왜 경찰이 안 패고 처맞았냐고? 나도 몰라. 그런데 선배들 말이 경찰이 맞는 게 그게 맞대. 경찰이 무슨 짓을 하면 그게 정말 큰일 나는 거라나. 아무튼 그래서 오늘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열라 까여도, 짓밟혀도.”경찰들을 향해 계란이 날아오고 동료가 시위대에게 맞고 쓰러져도 방패만 들고 버티는 장면과 함께 형에게 편지를 보내는 경찰 훈련생 염상수(이광수)의 내레이션이 겹친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화제 속에 지난 10일 처음 전파를 탄 tvN의 새 주말드라마 ‘라이브’의 한 장면이다. 경찰 이야기라고 하면 으레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강력계 형사가 멋지게 범인을 때려눕히거나 번뜩이는 추리력으로 진범을 찾아내는 식의 ‘드라마’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노희경의 경찰 드라마는 기름기를 쫙 뺀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노작가 1년 넘게 지구대 근무자 인터뷰 첫회에서 지방대 출신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입사 시험에 고배를 마시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찰 시험에 응시한 한정오(정유미)나, 다단계 생수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사기를 당한 뒤 경찰이 되기로 마음먹는 염상수의 모습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한국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며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어렵게 경찰학교에 들어온 이들은 하루 종일 화장실도 못 가고 시위대와 대치하다 눈 오는 길거리에서 언 밥을 국에 말아 먹는가 하면, 때로는 총장실을 점거한 여학생들을 끌어내는 데 투입되기도 한다. 마침내 발령받은 지구대에서 일주일 내내 주취자들과 씨름하면서 보내고 받은 첫 월급은 140만원. 이들의 모습은 공권력의 집행자가 아닌 그저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로 그려진다. ●시위현장 장면 첫 회부터 논란 노 작가는 실제 경찰들의 삶과 애환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1년 넘게 지구대 경찰들을 인터뷰하며 ‘라이브’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건 절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이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풀뿌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름기를 뺀 탓인지 다소 퍽퍽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감정이입해 전개한 부분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첫회 시청률은 4.3%(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2회 시청률은 3.3%로 전작 ‘화유기’(첫회 6.9%)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생활임금·동행·건강주치의제…‘성북 공동체 복지’ 잰걸음

    생활임금·동행·건강주치의제…‘성북 공동체 복지’ 잰걸음

    “주민자치회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고 ‘건강주치의제’를 중심으로 ‘마을 복지’가 ‘공동체 복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1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구상을 이야기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1월 구청 시무식에서 3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그의 보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달 8일, 김 구청장은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취약 계층 노인의 집 근처에 있는 병원 의사를 주치의로 선정해서 보건소 및 동주민센터와 연결하는 건강주치의제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3박 4일간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 행정협의회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안전대진단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자치분권 개헌에도 매진 중이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올해의 구정 운영 방향은. -건강주치의제 등이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민선 5~6기를 지내며 해 왔던 핵심적인 일의 성과가 잘 축적될 수 있도록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마무리라는 것은 결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다듬는 것이다. 핵심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마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바꿔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드는 것, 건강주치의제를 축으로 해서 마을 복지가 공동체 복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건강주치의제는 이제까지 해 왔던 정책이 실제로 주민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완성형으로 만드는 제도다.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안전 문제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성북구는 제도개선과 안전 현장점검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의 핵심은 단건 위주의 단속이나 점검이 아니라 이제는 근본적인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을 재설계한다면 건축설계 단계부터 준공, 관리, 건축 전반을 재검토하고 재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돈이 아닌 사람 위주가 돼야 한다. 이번에 서울시와 정부에 현장 위주의 규제 재설계와 업무시스템 재설계에 관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규제 재설계와 관련해서는 ‘공동체 참여형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위험을 외주화해 놓은 상태에 불과하다. 이를 공동체 참여형으로 바꿔 공동체 내에서 안전관리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중이용시설 근처에 사는 시민이 감시원이 되는 것이다. 건물주가 일정한 점검 비용을 감당하고 그 돈을 시민 감시원에게 주면서 일상적인 점검을 맡기는 것이다. 시민 감시원들은 지나가면서 그 건물을 늘 볼 수 있으니까 일상적인 감시 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공동체 참여형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또 업무시스템 재설계를 위해서는 자치구와 소방서의 업무 분담과 연결이 필요하다. 현재는 두 기관이 유관기관일 뿐 업무 관계가 밀접하지 못하다. 분권하고도 직결된 문제지만, 소방을 담당하는 서울시는 지역 현장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소방서 입장에서는 소방 행정도 해야 하고 불 끄는 업무도 해야 한다. 구에서 소방 행정의 상당 부분을 자치 행정과 연결해서 처리하고 소방서는 불을 끄는 실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서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서울시가 중앙기관과 지방기관을 다 합쳐서 가장 관료적이라고 생각한다. 재정과 인력 면에서 가장 중앙집권적이다. 서울시는 늘 중앙정부에 분권을 주장한다. 하지만 자치구의 마을버스 노선을 정하는 권한까지도 서울시가 다 가지고 있다. 서울시야말로 스스로 분권하지 않고서는 지방자치 시대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관리할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서울시가 관리하는 측면이 있다. 진짜 필요한 것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 물론 서울 시민 전체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기획은 서울시가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역마다 생활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의 경우에는 생활 단위 내에서 처리돼야 한다.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설계를 하고, 정책의 기획 역량에 집중된 것은 서울시가 직접 담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민선 5~6기를 돌이켜 볼 때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생활임금을 도입한 것이고 두 번째는 도전숙(宿), 세 번째는 ‘동행’(同幸)이다. 생활임금은 물가상승률과 가계소득, 지출을 고려해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으로 2013년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최초로 도입한 후 여러 자치단체로 확대된 제도다. 최근에 최저임금 논란이 있긴 하지만, 노동이 정상적 보상을 받을 때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경제는 약탈적 경제가 된다. 도전숙의 경우, 지금 대한민국 청년 문제의 해결 키워드는 일자리와 주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전숙은 ‘직장·주거 혼합형’이라는 데 초점이 있다. 일자리와 주거를 동시에 잡는 방법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북구의 핵심 가치가 된 ‘동행’은 2015년 성북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 경비원이 체결한 계약서의 이름에서 나왔다. 당시 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부담이 늘면서 곳곳에서 경비원을 해고했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반대로 입주민 주도로 전기료 절감 등을 통해 경비원 고용을 보장했다. →반면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도시계획 권한과 재정이 너무 부족했다. 특히 도시계획 부분에서 성북구에는 뉴타운 재개발이 넘쳐 나는데, 지난 8년간 그것을 해결하고 붙들고 씨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힘들었다. 기존의 개발 열풍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성북구민을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 권한이 전혀 없었다. 모든 도시계획 권한이 서울시에 집중돼 있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주민 위주의 행정이 안 됐다. 두 번째 재정 문제에서는 업무상으로 가용한 자원 자체가 50억원이 안 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늘어나는 복지의 수요를 전부 지방 정부에 떠넘기면서 서울시 자치구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구청장 이후의 행보는 무엇인가. -자치분권 시대의 개막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헌, 자치분권 제도의 확산, 민선 5~6기의 좋은 정책을 확산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나라 정치권 전체를 혁신하는 데 밀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정책 플랫폼을 만들어서 인재양성, 정책지원을 하는 그룹을 형성하려 한다. 연구재단, 교육재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좋은 지역 활동가, 지역 정치인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는 ‘정책뱅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8년간 제 마음과 두 주먹밖에 없었는데 (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많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한 시기였다. 제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지금의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영원히 ‘성북구맨’으로 살아가겠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김영배 구청장은 누구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1967년 부산에서 출생해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박사를 수료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2007년 행사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2010년 민선 5~6기 성북구청장으로 당선된 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의 1, 2기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상임대표, 12월부터는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월 성북구청 시무식에서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치분권개헌에 매진하고 있다. ■성북구는 어떤 곳 대사관저 41개 관내에 세계 문화 어울려 공존 성북구는 서울시의 도심과 동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요지로 문자 그대로 도성의 북쪽에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 북서로는 북한산이, 동서로는 정릉천과 성북천이 흐르고 있으며 서울성곽, 간송미술관 등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8개의 대학교와 41개의 대사관저가 위치해 지성과 교양이 가득한 교육도시인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가 섞여 있는 흥미로운 지역이기도 하다. 모든 주민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동행’(同幸)의 가치와 사람 중심의 가치에 투자함으로써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 혼자 못자는 아들 위해 ‘스타워즈 침대’ 만든 부모

    혼자 못자는 아들 위해 ‘스타워즈 침대’ 만든 부모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일이 부모에게는 큰 고민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한 부모는 아들이 혼자서도 잘 수 있게 하려고 좀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데릭과 켄드라 윈셋 부부가 아들 마브릭(5)을 위해 아들 방에 스타워즈 우주선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윈셋 부부는 혼자 잠못드는 아들을 위해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Millennium Falcon)을 본떠서 수면캡슐을 만들었다. 작은 아들 방에 우주선 전체를 구현해낼 수 없어 한 부분만 조립했지만 1.5m 높이에 수면캡슐을 매달고, 그 뒤에 우주 벽화를 그려 마치 벽을 뚫고 4차원 공간에 난입한 우주선처럼 보이게 했다. 내부는 2인용 크기의 침대와 공기 순환을 위한 환풍기, 색이 바뀌는 전등이 배치돼 있다. 위트 넘치는 부부는 아들이 밤 중에 적(?)들을 물리칠지도 모를 경우에 대비해 장난감 총 너프건(NERF guns)과 광선검인 라이트세이버(lightsabres)도 준비해뒀다. 데릭은 “아들은 우리 방을 떠나지 않거나 침실 TV를 일주일 내내 디즈니 채널에 돌려놓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방으로 가고 싶어한다. 자기 침대에서도 잘잔다”며 “아들과 우리 부부 모두에게 잘 된 일”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제 우리 막내 딸 방을 새롭게 디자인해줄 생각이다. 딸아이 방이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된다”며 의욕을 보였다. 사진=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은 문학적 에너지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은 문학적 에너지

    지난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최근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적대적 무한대치 상황을 견고하게 유지해 오던 남북 관계가 여러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해방 이후 물리적, 이념적으로 남북을 강하게 규율하고 억압했던 분단체제는 그동안 갈등과 상쟁으로 우리 현대사를 숨 가쁘게 몰아왔던 터였다. 그러다가 우리는 6·15와 10·4공동선언을 통해 커다란 이행기를 맞이한 바 있고, 다시 이러저러한 맥락에 따라 관계가 경색됐다가 최근 새로운 해빙(解氷)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분단체제를 허물어뜨리고 민족 통합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은 매우 지속적으로 우리 현대사를 채워 왔다. 휴전 후 내내 분출됐던 평화통일의 열망이나 민족 동질성 회복 요구, 점증된 통일운동의 가속화와 그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간헐적인 정치적, 문화적 교류 등은 저마다 굵은 줄기를 형성하면서 분단체제를 허물어 가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흔적들이 쌓여 이산가족 방문단 상호교류, 남북 단일팀 구성, 문화예술 상호교류 등을 통해 이른바 탈(脫)분단의 분위기를 그 정점에 올려놓은 바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70년이 넘는 시간을 두루 관통해 왔던 뚜렷한 적의(敵意), 그리고 일상생활과 잠재의식까지 점령해 버린 레드 콤플렉스 같은 것들을 말끔히 씻어 내고 단시간에 새로운 상생적 제도와 관행을 구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의식이 일정한 시간의 흐름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다는 사실에 비추더라도 이러한 과정은 적지 않은 시간의 경과 후에나 얻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특유의 냄비 기질을 반성하면서 이번에는 결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합리적으로 우리가 망각했던 유산들을 복원하고 평가해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비하는 의식과 관행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남북 간의 화해와 상생은 역사적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분단은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무의식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다. 따라서 우리의 무의식까지 철저하게 검열했던 냉전의식을 떨치고 탈분단의 도정을 지속해 가는 것이 우리 시대에 지워진 역사적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분단에서 통일로 도약하는 급진적 관념보다는 ‘평화공존-상호교류’를 통한 오랜 점진적 화해라는 신중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현대문학사에서 제국주의에 맞서 존재값을 지켰던 ‘저항문학’을 소중한 유산으로 기억하고 있듯이 이제 우리는 분단 극복의 정신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기념비적으로 간직해야 한다. 물론 우리 현대문학사는 거대한 분단의 벽과 씨름해 온 흔적으로 충일하다. 해방 후 펼쳐진 분단 극복의 문학적 성과들은 그 목록만으로도 이 지면을 채우고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북한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찰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발표 60년을 앞둔 시점에서 분단의 비극성을 증언하고, 나아가 분단체제의 벽을 무너뜨리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나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해석과 평가를 꼼꼼하고 열린 마음으로 진행해 가야 한다. 그 사례로 우리는 이번에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사건을 형상화한 것들을 우선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제1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나 현기영의 ‘순이삼촌’ 이후의 지속적 성취 등은 일차적으로는 제주 역사의 사실 복원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화해와 상생을 통해 분단 극복을 추구하려 했던 문학적 에너지의 소산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순이삼촌’ 발표 40주년이 되기도 한다. 제주의 아름다운 봄 풍경처럼 어둑했던 상처의 기억을 건너 우리 역사에도 화해와 상생이라는 봄의 길목이 다가오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가끔 내가 아이들 가르치려고 교사가 됐는지, 공문 만들려고 됐는지 헷갈릴 정도예요.” 서울 강남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김경혜(여·가명)씨는 1년 내내 공문과 씨름한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국정감사를 앞둔 9월은 폭탄 수준의 공문이 학교에 투하된다. 김씨가 지난 한 해 국회의원실로부터 받은 공문은 70여개였다. 그는 “체육관 천장에 어떤 조명 장치가 달렸는지 알려 달라거나 체육관 개방 현황을 보고하라는 등 교육과 관련없는 자료 요청도 많다”면서 “‘살충제 계란’ 등 사회 이슈가 터지면 비슷한 자료를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각 의원실 공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 등으로부터 이미 자료를 받고도 새로운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업 준비하는 데 몰두해야 할 교사들이 김씨처럼 잡무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 “공문에 답하느라 정신없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은 교직 사회에서 흔한 푸념이 됐다. 평균 10대1의 경쟁률(2018학년도 서울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기준)을 뚫고 교단에 선 교육 공무원들은 잡무 탓에 토론 수업 등 새로운 시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잡무 폭탄’은 공교육의 비극이 시작되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수업보다 서류작성 능력으로 승진” 불만도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신문이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원 9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7.9%가 ‘학기초나 학기 중 행정업무 탓에 수업 준비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교사 10명 중 8명 이상(82.7%)은 ‘담당 업무 중 교육(수업·학생 관리)이 아닌 행정업무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답했다. 특히 학기 초인 3월에 행정업무 집중도는 다른 달에 비해 절반 이상 증가한다는 대답이 50%에 달했다. ‘학기 초(3월) 행정업무는 학기 중 다른 달에 비해 얼마나 늘어나느냐’는 질문에 47.9%가 ‘50% 이상 늘어난다’고 답한 것이다. 가장 큰 잡무 원인은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등에서 쏟아지는 공문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사들이 업무 과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을 묻자 가장 많은 421명(45.5%)이 ‘불필요한 공문 등 행정업무 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 1307곳이 접수한 공문은 729만 2972개다. 학교 1곳당 평균 600여개 의 공문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교육부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요구한 공문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 방과후 활동·각종 위원회 구성에 교과서 배포까지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잡무에는 공문 처리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내 각종 위원회 구성, 방과 후 학교 운영 지원, 교과서 선정·파본 확인·배포 등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특히 행정 일을 총괄하는 교무부 소속 교사들은 종일 잡무에 시달린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인 A씨는 “교무부가 매년 초 구성해야 하는 교내 위원회가 학교운영위원회 등 10개가 넘는다”면서 “최근에는 교육부에서 ‘외부 인사를 위원회에 많이 참여시키라’고 지시해 섭외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흔히 교사 하면 정시 출퇴근하는 ‘꿈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직을 맡은 교사들은 학기 초 매주 주말 근무해야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A씨는 “교무부장은 교감이나 교장 승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로 여겨져 그나마 하려는 선생님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승진 보장이 안 되는 다른 보직은 하려는 사람이 없어 매년 폭탄 돌리듯 맡긴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아닌 서류를 만드는 능력으로 승진 여부가 갈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장의 한 고교 교사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교육 당국에서 떨어지는 불필요한 잡무는 막아 줘야 하는데 승진에 영향을 받을까봐 그러지 못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 행정인력 부족한 지방선 교사가 컴퓨터까지 수리 학기 초에는 잡무가 배로 늘어난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이는 데다 신입생 등의 정보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정작 중요한 수업 준비나 학생과의 친밀감 형성, 생활 지도 등은 뒷전으로 밀린다. 수도권 고교에서 근무하는 9년차 교사 B씨는 “학기 초는 1년 수업 운영 계획을 짜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담임을 맡았다면 학생 중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급식 때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는지 등 세세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도 학기 초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 주겠다며 3월 한 달을 공문이 없는 ‘학생 집중의 달’로 지정하고 불필요한 공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편법만 난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교사들이 공문은 남기지 않으면서 하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폭력(학폭) 처리도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까지는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하도록 했었다. 이 때문에 학폭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행정 업무가 몰리고 학부모 민원까지 들어야 해 부담감을 호소해 왔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사소한 학폭 사안은 굳이 학폭위를 열지 않아도 되도록 했지만 업무량이 크게 감소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중학교 교감은 “학폭 외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에 대한 학부모 민원도 많다”고 말했다. 교원 인력이 적은 지방 학교는 더 열악하다. 경남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정보화 담당 교사가 교내 모든 컴퓨터 기자재를 관리하고, 학교 내 폐쇄회로(CC)TV 관리 업무도 한다. 이 학교의 31년차 교사 C씨는 “학교 내 행정실에서 쓰는 컴퓨터가 고장나면 관리자가 따로 없어 교사가 직접 수리한다”면서 “CCTV도 설치만 업체에서 할 뿐 관리나 제반 사항은 모두 교사 담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는 일도 교사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행정이 주업무고 수업은 부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지역·학교별 다른 교육환경도 고려해야 김인순 전남 목포여중 혁신부장은 “10년 전부터 주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수업 방식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 시간 수업을 위해 3~4시간씩 준비한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행정 업무 탓에 수업 준비를 학교에서 할 수 없어 퇴근 뒤나 주말에 따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는 잡무 탓에 학생 진학 자료로 쓰이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꼼꼼히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함승환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역·학교별로 교육 환경이나 여건의 차가 큰데도 모든 학교가 교사 1명당 가르쳐야 할 학생수를 똑같이 정하는 등 기준이 획일적”이라면서 “교육 여건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학교에서는 학생당 교사수를 늘리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교육정책은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기존에 진행 중인 불필요한 사업들을 어떻게 줄여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LA다저스 ‘감기 주의보‘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가 갑작스런 감기와 씨름하고 있다. 1일(한국시간) LA타임스와 NBC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다저스 선수 중 24~25명이 집단으로 오한, 피로, 현기증 증상을 일으키는 감기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수는 감염을 막기 위해 얼굴을 뒤덮는 커다란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공기 여과기 네 대가 클럽 하우스에 설치됐다. 다저스는 아직 감기에 걸리지 않은 선수들에게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을 투여하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46) 다저스 감독은 “이런 일을 여태까지 못 봤다”며 “전염성 있는 질병에 주의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에 감기로 인해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서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까 촌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감기는 이날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라인업에도 변화를 줬다. 당초 류현진(31)이 선발 등판해 1~2이닝 던지려고 했으나 감기 증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결국 우완 윌머 폰트(28)가 자리를 채웠다. 오스틴 반스(29), 코디 벨린저(23), 야시엘 푸이그(28), 카일 파머(28)를 비롯한 주전들도 감기로 빠졌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쓰레기통과 씨름하는 소녀의 사연?

    쓰레기통과 씨름하는 소녀의 사연?

    빙판이 된 길 위에서 쓰레기통을 옮기는 소녀 영상이 화제다. 지난 26일 호주 나인뉴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주택 앞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쓰레기통을 끄는 한 소녀 모습으로 시작한다. 커다란 쓰레기통을 끄는 소녀는 빙판이 된 주차장 경사면을 오르며 제자리걸음을 한다. 소녀는 몇 번이나 마음을 잡고 힘을 쓰며 쓰레기통을 끌어보지만, 쓰레기통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내내 쩔쩔매던 소녀는 결국 체력이 고갈되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한참 동안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던 소녀는 끝내 쓰레기통을 옮기는 데 성공하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된다. 영상을 게재한 이는 “딸들이 진입로에서 쓰레기통을 끌고 집으로 오기까지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 영상=ViralHog/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화마당] 마당엔 밤새 감이 떨어졌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마당엔 밤새 감이 떨어졌다/정종홍 작가

    툭! 거기, 떨어진 자리가 어디쯤인지 잠결에도 안다. 뒷마당에는 시골집이 그러하듯 탱자나무 높게 심어 가시 담장을 둘렀다. 뱀이 똬리 틀고 앉았는지 모를 그늘진 덤불에 손을 쑥 넣으면 잠결에 외워 둔 감이 놓였다. 그걸 그 자리서 앉아 먹는다. 허겁지겁 ‘내가 감을 그래 좋아한다.’ 한날 새벽엔 떨어진 감 주으러 가다 어머니는 손아래 시누이와 딱 마주쳤다. 먼저와 풀숲을 이래저래 뒤지던 시누이는 어머니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고 서로 멀뚱멀뚱 굳어 버렸다. ‘어째 요즘 떨어진 감이 다 오데 갔나 했더니….’ 그날 어머니는 당신 자식들 먹을 걸 축낸다 여기셨는지 “소금 단지에 넣을 땡감도 모자란다” 타박을 주셨다. 떨어진 감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래 지냈는데 하루는 왕할매가 어머니의 꽁꽁 언 손을 이래 쓰다듬으시며 “손부야 손부야 감 같은 거 옷 속에 넣어 두다 물들면 안 지워진다” 하시며 곶감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데 얼굴에 뜨거운 것이 확 몰려 냅다 뛰어가 탱자나무 덤불서 털썩! 설움이 터져 버렸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낫처럼 휘었다. 자식새끼 삼형제가 또 말썽 핀 날. 어머니는 우릴 설에만 입는 새 옷을 입혀 서울 소공동 미도파 백화점에 데려갔다. 지하층 음식 코너에선 작은 종지에 오징어무침을 팔았고 꽤 비싼 가격이었어도 어머니는 우리에게 “몇 접시든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 먹어라” 하셨다. 먹성 좋은 삼형제는 버쩍버쩍 접시를 비워 냈고 어머니는 묵묵히 “얼른 먹으라” 다독이셨다. 돌아오는 길. 그때는 국철인 1호선 전철은 줄곧 실내등을 끈 채 어둑어둑 달렸다. 철없던 우린 그저 한강 위를 지나는 것에 신기해 들떠 창문에 입김 붙을 만치 매달려 검은 강물을 내려다봤다. 문득 돌아본 어머니의 얼굴엔 한강 철교 기둥이 드리운 그림자가 휙휙 스쳤고 어머니의 눈매가 젖었기에 난 얼른 창밖을 보며 짐짓 까부는 척을 했다. 전철 역전 작은 중국집.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 우리 셋을 주르르 몸에 붙이고 들어서 엉거주춤 “아저씨 고량주 딱 한 잔만 파실 수 있어예? 안주는 없어도 되는데…” 물었고, 문 닫을 시간 들이닥친 해괴한 구성의 우릴 본 주인 아저씨의 멈칫한 기색에 어머니는 바로 “아닙니다. 됐어예. 죄송합니다” 하고 황급히 돌아 나오셨다. 순간 어머니의 표정은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고 그 애잔함이 내게도 전해져 명치끝이 시큰 욱신거렸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아 드릴 걸. 그러고 싶다. 설이면 어머니께서 가장 신경 쓰는 음식이 나물이었다. 고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나물 해오라 하지 다른 반찬 해오라 안 한다’ 할 만큼 다듬어 씻고 무쳐 내는 일이 예사 신경 써서 될 일이 아니었다. 흐르는 물에 씻고 헹구고 돋보기 쓰고 골라내는 어머니의 나물과의 씨름은 매년 반복이었다. 그저 상에 올린 것만 본 자식들은 무심히 뚝딱 비벼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올해는 고사리 향이 덜하네, 그래도 무나물은 달아 다행이다.” 어머니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남은 것들을 또 바리바리 싸서 안겨 주셨다. 늘 그런 푸근한 설날이었다. 고향 가는 길. 바라만 봐도 좋았던 감이 이젠 다 떨어지고 까치밥만 남았다. 소복이 눈 쌓인 가지에 붉은 홍시가 수줍게 비치면 처마 밑 주렁주렁 달린 곶감이 홍등처럼 빛나리라. 어머니의 그 가슴 아림을 간직하며.
  • [서울광장] 돈 되는 책방, 밥 되는 시/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돈 되는 책방, 밥 되는 시/황수정 논설위원

    어금니를 앙다물어도 아래턱이 소스라치던 지난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맹추위에 새파래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경기도 일산의 동네서점 ‘책방 이듬’. 열두 평 작은 공간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은 서로 초면이다. 시 읽기 모임이 있다는 페이스북의 정보를 함께 나눴을 뿐이다. 와야 할 황인숙 시인은 몸살로 두 시간째 지각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낯을 붉히지 않는다. 한쪽에 앉았던 말쑥한 노신사가 책방 주인(김이듬 시인)에게 기타를 청하더니 줄을 고르고 노래를 불러 준다. ‘모란동백’이다. 그제야 누군가 그를 알아봤다. 저쪽 구석에서 낮은 탄성이 터진다. “아, 이제하 선생님….” 딸 같은 시인의 책방을 응원해 주려고 이제하 시인이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찾아왔다. 스카프가 멋진 팔순의 신사가 시, 소설, 그림을 넘나드는 전방위 원로 작가인 줄을 사람들은 몰라봤다. “환갑 때 내가 짓고 부른 노래인데, (가수) 조영남이 하도 졸라서 줬더랬지.” 사람들의 손놀림이 부산해졌다. 탁자 아래로 휴대전화를 살짝 내려 멋쟁이 노시인의 이력을 빠르게 훑는 눈치다. 시가 스스로 날개를 달아 영토를 넓히는 순간이다. 골목 귀퉁이에 작은 책방들이 문 열고 있다. 서점은 사라진다는데, 책방은 싸목싸목 돌아온다. 서점과 책방은 한눈에도 차이가 있다. 목 좋은 자리에 기세등등 버틴 것은 기업형 서점. 동네 모퉁이에 소리 소문 없이 쓱 스며드는 것은 책방이다. 서점은 “책 읽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든다”며 초조해하고, 작은 책방들은 “책 읽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놀란다. 동네 책방이 올 들어 전국에 일주일에 한 개꼴로 생긴다는 통계가 있다. 책방에는 시중에서 잘나가는 베스트셀러가 없다. 힘센 출판사들이 물량 공세하는 기획서가 아니라 책방 주인의 독서 취향으로 ‘소심하게’ 서가가 채워진다. 김이듬 시인의 책방에는 시집만 꽂혀 있는 식이다. 책방들의 최근 동향에서 주목할 것은 단순한 산술적 증가세가 아니다. 유의미한 대목은 자발적 문학 인구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책방이 시나 소설 읽기 모임을 공지하면 2만~4만원짜리 티켓 수십 장은 금세 동난다. 책방 주인들을 기획취재로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은 “문학 이벤트를 찾는 사람들은 등단하려는 습작생이 아니다”라고 했다. 세탁소, 빵집이 평범한 동네 풍경이듯 그저 책방이 이웃집이라는 이유로 아마추어 탐서주의자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이것은 ‘동네발(發)’ 문학운동이다. 예민한 현업 작가들은 이런 조짐을 피부로 읽고 자극받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교통비만 달라며 동네 책방 책 읽기 모임을 자청하고들 있다. 구멍가게 같은 동네 책방들이 유명 작가들을 줄줄이 호출할 수 있는 숨은 진실이다. 이쯤에서 요령부득의 정책을 도마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동네 책방을 거점으로 문화운동의 싹이 맹렬한데, 정책의 손발은 답답할 만치 굼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동네 서점을 돕겠다는 청사진을 꺼냈다.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수준이다. 만나 본(입소문 높은) 책방 주인들 중에 정부의 정책 담당자가 한 번이라도 찾아왔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턱없이 낮은 마진을 강요당하는 유통 구조는 무엇보다 숨 막히는 벽이다. 반품을 할 수 없어 안 팔리는 책은 전부 책방 주인의 몫이다. 이런 문제를 정책으로 살펴 줘야 동네 책방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 반응이 없으면 처방을 바꿔야 한다. 성인 열 명 중 네 명이 지난해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고 문체부는 잊지도 않고 또 발표했다. 대책 없이 식상한 조사에 뭣 하러 자꾸 돈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책방 창업을 문의하는 전화가 현장에는 줄 잇는다. 동네 책방이 몇 개인지, 독점 출판 유통망에 멍들고 있지나 않은지 현황부터 빨리 짚어 줘야 한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어디에다 짓네, 어느 문학단체가 예산 지원을 얼마밖에 못 받았네, 이런 입씨름들을 지치지도 않고 하고 있다. 의미 없고 촌스럽다. 자생적 문학운동이 실핏줄로 퍼지는 동네 책방에서 보자니 정말 그렇다.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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