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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禮로 마시는 차 한 잔… 道를 지키는 술 두 잔

    禮로 마시는 차 한 잔… 道를 지키는 술 두 잔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만,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 이야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역명사 여행’은 전국의 숨은 이야기꾼들의 삶을 끄집어내 소개하는 한 편의 ‘인간극장’이다. 올해 새로 지역명사 여행지 6건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경북 봉화 달실마을의 권용철·권재정 종손 부부와 충북 충주 세계술박물관의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를 각각 만나 봤다.●전통차를 마시며 듣는 종가의 삶 “흔히 다도(茶道)라고 하면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진정한 다도는 대화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봉화 달실마을 청암정에서 만난 권용철씨는 다과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오미자 차와 함께 한과, 비스킷 등이 단출하게 마련된 다과는 부인 권재정씨가 준비했다. 부부의 성은 같지만 본관은 각각 안동과 예천으로 다르다.달실마을은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선비인 충재 권벌의 종가 마을로, 권씨 부부는 충재 고택을 지키고 있는 40대의 젊은 종손 종부다. 종가문화를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다양한 전통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전통을 현대의 가치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연못 위에 떠 있듯 자리한 청암정은 권벌이 시문을 즐기던 정자다. 이곳에 앉아 정자를 둘러싸고 흐르는 물과 왕버드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주변 정취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세상 번민을 잊게 된다. 널찍한 거북이 등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듬직하게 정자를 받치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거북이 등 위에서 잠시나마 ‘느림’의 의미를 찾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명 조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청암정 현판과 퇴계 이황, 미수 허목 등 당대 유명한 문인들이 쓴 편액이 눈에 보인다. 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가 멀리 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씨름이라도 했을 법한 건장한 체격의 권씨는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스스로를 ‘종가의 좌파’라고 칭할 만큼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유교의 허례허식을 반대하는 그는 “제사상 위에 20~30장씩 전을 올릴 필요가 없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식사를 준비하듯이 제사를 지내면 된다”고 강조한다. ‘좌포우혜·홍동백서’와 같은 예법도 1960년대에나 대중에 퍼진 것으로 원래 우리 전통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달실마을에서는 안동 권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제례체험과 다도체험, 민화 그리기 등 예절과 문화를 가르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한자 공부 등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권씨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유교문화를 따분하게 느끼게 한다고 보고 프로그램을 체험 위주로 다양화했다.●탄금호 바라보며… 국산 와인 오미자술 한잔 “술을 마실 때는 예로부터 상대에게 세 번을 권하고 세 번을 사양한다고 하지요.”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주도(酒道), 향음주례(鄕飮酒禮)에 대한 설명이다. 이 대표는 15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며 문경의 오미자를 원료로 하는 국산 와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오미자 와인 등을 제조하는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와 충북 충주의 술박물관 ‘리쿼리움’을 오가며 명주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오미나라는 겉보기에 중소 업체의 평범한 공장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발효실과 숙성실, 증류실 등 와인 제조 과정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숙성실에 쌓여 있는 수천개의 와인병은 국내와 해외의 술상 위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이들 와인은 세계핵안보정상회의와 평창패럴림픽 등의 만찬장에 건배주로 올랐다. 충주 탄금호 중앙탑공원에 자리한 리쿼리움에서는 이 대표가 수집한 세계의 술과 관련 문화재 등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와인과 차 등을 시음할 수 있고, 전통주 빚기, 나만의 와인 만들기 등 ‘손맛’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그가 스코틀랜드에서 공수한 오크통은 술이 실제 숙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술이 숙성될 때 공기 중으로 아주 적은 양이 날아가며 사라지는, 이른바 ‘천사의 몫’(Angel’s share) 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에 적합하면 지역 명사로 선정 지역명사는 나이나 직업과 상관없이 지역과 스토리텔링이 맞아떨어지면 누구나 선정될 수 있다. 충남 당진의 김금순 할머니는 백석올미마을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매실한과 체험 등 30여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베트남, 가나 등의 농업인들에게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인문학 여행은 전북 임실을 배경으로 인문학 강의를 운영하는 지역명사 프로그램이다.경북 상주의 허호 장인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명주)을 짜는 현장을 평생 지켜 오고 있다. 허호 장인을 중심으로 인근 누에고치체험학습관, 나비생태원, 옹기촌 등을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비단 관광’의 경험을 선사한다.경기 남양주 이하연 명인의 ‘맛있는 김치 만들기’ 프로그램은 우리의 대표 음식 김치를 소재로 한 관광프로그램이다. 김치 연구가 이하연 명인이 직접 강좌에 나서 명품 김치를 만드는 ‘7대3 법칙’ 등을 소개한다. 글 사진 봉화·충주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페더러-나달-윌리엄스 줄줄이 오늘은 ‘월드컵 걱정’ 없는 날

    페더러-나달-윌리엄스 줄줄이 오늘은 ‘월드컵 걱정’ 없는 날

    러시아월드컵 때문에 윔블던 흥행이 안된다는 걱정이 많은데 적어도 9일(이하 한국시간)은 붙들어매도 좋을 것 같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등 톱 랭커들이 일제히 코트에 나서는 데다 월드컵은 11일 시작하는 4강 대결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기 때문이다. 남녀 단식 16강전이 시작되는데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화끈한 매치업이 나열된 날 중 하루가 될 것이라고 BBC가 전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1번 시드 페더러는 22번 시드 아드리안 만나리노(프랑스)와 대결하고 두 차례 챔피언을 지낸 2번 시드 나달은 지리 베슬리(체코)와 만난다. 세 차례나 챔피언에 오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12번 시드 카렌 카차노프(러시아)와, 가일 몽피스(프랑스)는 8번 시드 케빈 앤더슨(남아공)과 맞닥뜨린다. 일곱 차례나 우승한 데다 톱 시드 10 안의 선수들이 탈락한 여자 단식 우승이 유력한 윌리엄스는 예선을 통과한 에브게니야 로디나(러시아)를 상대한다. 톱 10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는 세계랭킹 20위 키키 베르텐스와 대결한다. 센터 코트에서는 밤 9시 페더러-만나리노 경기를 시작으로 윌리엄스-로디나, 나달-베슬리 순으로 경기가 열린다. 아홉 번째 우승을 겨냥하는 페더러는 대회 앞선 세 차례 경기를 통해 29세트 연승을 올리고 있다. 그는 “대회 첫 주 다양한 유형의 상대를 만나 좋고 그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좋다”며 “이건 늘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음 라운드 상대는 왼손잡이인데 조금 더 전략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자단식에서는 올해 32번 시드 안의 선수들이 7명 밖에 두 번째 주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충격적인 기록이 나왔다. 윔블던 개막을 앞두고 랭킹이 181위에 불과한 윌리엄스에게 시드를 부여하는 것이 옳은지를 둘러싸고 한창 입씨름이 벌어졌다. 곡절 끝에 25번 시드가 주어졌고 이제 윌리엄스는 8번째 우승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그녀는 잃을게 없다는 입장이다. 윌리엄스는 “절대적으로 증명해야 할 게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덤이다. 내가 발을 디딜 때마다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그랜드슬램 대회를 안다. 다 우승해봤고 지금도 거기 나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페더러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나달도 왼손잡이이며 세계랭킹 93위 베슬리와 만난다. 1번 코트에서는 밤 9시 11번 시드 안젤리크 케르버(독일)-벨린다 벤치치(스위스), 몽피스-앤더슨, 카차노프-조코비치 순으로 경기가 열린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6월 이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우릴 직접 만나 보면 소박하고 좋은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될 겁니다.” 스파이 독살로 외교 관계가 최악이던 영국의 BBC 방송이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전한 러시아인들의 목소리에 긴가민가했다.지난달 12일부터 28일까지 신태용호의 대회 여정을 함께했다. 물론 러시아인 태반은 영어를 몰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의미와 감정을 공유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차려졌으니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에르미타주에 택시를 타고 가지 않았다. 첫날 바가지를 쓴 탓도 있었지만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며 많은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다. 17번 트롤리 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충전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여자 차장이 손짓 발짓으로 앞 버스로 갈아타라고 알려 줬다. 학생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갈아탄 버스 안에서 자신이 내릴 곳에서 몇 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 일러 줬다. 하루는 에르미타주 앞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는데 영어를 조금 하는 아주머니와 할아버지 차장이 입씨름을 했다. 기자의 호텔이 있는 동네를 뭐라고 말하면 가장 알아듣기 편한지를 놓고 5분을 다퉜다. 그 할배 차장은 기자가 엉뚱한 정류장에 내리지 않는지 연신 살폈다. 상트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에르미타주를 오갔는데 타는 방향을 헷갈려 하는 기자에게 일부러 다가와 알려 주는 이도 적지 않았다.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니즈니노브고로드의 호텔에 들어간 것은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였다. 피곤과 짜증이 밀려와 샤워나 해야겠다 했는데 똑똑, 문을 여니 커피와 초콜릿, 주전부리가 담긴 쟁반을 건네며 소녀가 미소 지었다. 샌드위치 기내식 먹은 게 고작이었는데 참 흔감했다. 새벽 공항으로 떠날 때는 빵과 사과, 호박 케이크를 담은 봉지를 미리 챙겨 건넸다.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카잔 호텔에서도 타타르 전통 과자 ‘착착’을 내왔다. 멕시코와 맞붙은 로스토프나도누의 레스토랑 직원은 영어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몸을 흔들며 안간힘을 쓰는 게 느껴졌다. 러시아에서는 손님 잔에 손수 술을 따라 준다. 그가 쑥스럽게 건넨 흑맥주의 상큼한 첫맛이 그립기만 하다. 사진 찍자고 해 그러자고 했더니 주방에 있던 이들과 손님들까지 수줍게 어깨를 겯고 “치즈”를 했다. 독일을 격파한 다음날 카잔 크렘린(성채) 주변을 조깅하는데 사람들이 카레이(한국인)냐고 묻고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손뼉을 쳐 줬다. 부러운 것은 정말 많은 숲이었다. 어느 도시나 동네에 좋은 공원이 널렸다. 유모차를 끄는 여성이나 담배 연기를 내뿜던 청년 모두 낯선 동양인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푸틴의 근육질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생활 18년째인 곽병준(42)씨는 “여기 사람들은 정치 체제나 푸틴의 네 번째 연임이나 별반 관심이 없어요. 내 가족만 행복하고,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주의”라고 말했다. 뱀의 발, 영어 좀 하는 택시기사는 조심해야 한다. 미터기로 간다는 말을 믿었는데 4200루블(약 7만 4000원)이 나왔다. 정상 요금의 다섯 배쯤 털렸다. bsnim@seoul.co.kr
  • 커제 9단, 한국 축구 옹호했다가 중국 팬과 설전

    커제 9단, 한국 축구 옹호했다가 중국 팬과 설전

    중국을 대표하는 바둑 기사 커제 9단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한국 축구를 칭찬했다가 자국 팬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중국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커제 9단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긴 경기를 보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빛”이라며 한국 축구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중국 팬들은 “한국을 칭찬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커제 9단도 “남을 비하하지 말자”고 맞서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중국 팬들은 원성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커제 9단은 해당 글을 지웠다. 이후 커제 9단은 새로운 웨이보 계정을 열어 짧은 사과문을 올리고 논쟁을 끝냈다.올해 21살인 커제 9단은 11살에 입단해 2015년 세계대회인 백령배에서 우승하며 4단에서 9단으로 승단하며 이름을 알렸다. 온라인 바둑인 타이젬을 통해 실력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앞서 이세돌 9단의 승률을 100%로 예측하기도 했다. 커제는 지난해 5월 진화된 알파고 2.0과의 대국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카트쇼2’ 문가비 폭로 “줄리엔 강, 나 좋아했다...클럽에서 만난 사이”

    ‘카트쇼2’ 문가비 폭로 “줄리엔 강, 나 좋아했다...클럽에서 만난 사이”

    ‘카트쇼2’ 모델 문가비가 줄리엔 강과 과거 인연을 고백했다. 28일 방송되는 MBN ‘리얼 마켓 토크-카트쇼2’(이하 ‘카트쇼2’)에는 문가비와 줄리엔 강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이날 우월한 신체 비율과 외모를 자랑,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이날 방송에서 문가비는 과거 줄리엔 강과 특별한 인연을 공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문가비는 “줄리엔 강 오빠를 클럽에서 만나 친해졌다. 그때 오빠가 저를 좋아했던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서장훈은 “그럼 두 분이 특별한 관계였냐”고 묻자, 문가비는 “아니다. 제겐 그저 키 큰 오빠였다. 찌릿찌릿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를 들은 줄리엔 강은 “아니다. 무슨 소리냐. 너가 나 좋아했잖아!”라고 맞받아쳐 문가비를 당황하게 했다. 두 사람은 상대가 서로 먼저 대시했다며 불꽃 튀는 말씨름을 이어갔다. 한편 문가비, 줄리엔 강의 과거 인연이 공개되는 ‘카트쇼2’는 이날(28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사진=MB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여덟번의 오르내림 … 인생이다

    여덟번의 오르내림 … 인생이다

    해발 327.4m 단출한 듯 가파른 봉우리… 숨이 차오르면 쉼과 절경을 내준다오… ‘8폭 병풍’ 아래 홍천강은 더없는 벗이라오등산로에서 인생을 보았다고 한다면 거창한 해석일까요. 아득한 봉우리를 목표 삼아 길을 오르고, 정상에서 청량한 바람 한 줄기에 좋아라 하다가, 넘어질세라 노심초사하며 길을 내려옵니다. 평탄한 지형에서 숨을 고르기도 잠시, 또다시 육중한 암벽이 앞을 막아섭니다. 암벽과 씨름하다가 걸음이 멈칫할 때도 있지요. 몇 걸음 앞에 보이는 건 제 몸집만 한 바위뿐.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뒤로 철 계단이 있습니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는데 길이 이어질 때의 안도감이란. 이 모든 게 어찌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까요. 오르락내리락을 여덟 번 되풀이하는 홍천 팔봉산은 고되다 즐겁다 파고를 이루는 인생과 닮았습니다.팔봉산은 해발 327.4m다. 높이가 동네 뒷산처럼 낮지만 2002년에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팔봉산이 명산이 된 건 홍천강 위로 봉우리들이 솟은 풍경과 암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산을 타는 재미 때문이다. 봉우리 여덟 개를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낑낑대며 옮겨가거나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손바닥만 한 철 발판에 몸을 맡겨야 한다. 여덟 번의 정상에서 맞는 초여름 바람은 선풍기 바람보다 시원하다. 산을 감싸 흐르는 홍천강에선 산행의 땀과 더위를 씻어낼 수 있다. 여름날 풍류를 즐기기 위한 조건들을 두루 갖춘 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클라이밍처럼 역동적인 산 봉우리가 여덟 개여서 팔봉산이다. 흙이 아니라 바위 봉우리다. 300m를 조금 넘는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1봉에서 8봉까지는 2.6㎞. 길이는 짧지만 암벽 사이로 등산로가 난 데다 오르내림이 많은 산세다. 바위 타기를 하거나 밧줄을 잡는 일의 연속이다 보니 등산객들의 얼굴에는 암벽 등반에 나선 산악인이 된 듯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클라이밍을 방불케 하는 팔봉산 등산로는 단출하다. 오르는 길은 등산 들머리에서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길도 일방통행이라 봉우리까지 올랐다가 내려오고 다시 다음 봉우리로 오르기를 반복하면 된다. 그에 비해 하산로는 네 개나 된다. 8봉으로 내려오는 게 정석이지만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에도 하산로가 있다. 바위를 잡을 일이 많으니 등산 장갑은 필수다. 1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40여분. 안내 표지판에는 여덟 봉우리를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먼저 다녀간 이들의 인터넷 후기에는 3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첫 봉우리부터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나 싶지만 평지부터 올랐으니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마주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는 15분 내외면 오를 수 있다. 지척에 있는 듯 보여도 다음 봉우리까지의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위 절벽에 밧줄과 발 받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팔봉산 최고봉인 2봉 정상에는 아담한 당집, 삼부인당이 있다. 조선 선조 때인 1590년대부터 팔봉산 일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을 빌며 당굿을 해오던 곳이란다. 당집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속이 트이는 정도가 아니라 뻥 뚫린다. 바람을 가로막는 바위가 없어 강바람에 땀이 식는다. 3봉은 철제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오르기 편하다. 지나온 2봉과 가야 할 4봉이 양옆에 우뚝 솟아 있고 곡선을 그리는 홍천강이 보인다. 지금까지 언뜻언뜻 보이던 홍천강이 제 모습을 확 펼쳐 보이는 구간이 이곳이다. 홍천강 일대를 완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300m가 조금 넘는 산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풍경 그 이상이다. 물은 여기에 산은 저기에, 누군가 정성껏 배치한 듯 짜임새 있는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다. 겹겹이 이어진 능선은 진초록, 산 따라 흐르는 강물은 연청빛이다. 한껏 물오른 초록과 파랑에 눈이 시원하다. ●보물찾기하듯 숨은 비석 찾기 ‘인증샷’ 4봉은 봉우리보다 오르는 길에 난 굴 때문에 유명하다. 바위틈 구멍을 빠져나오는 어려움이 출산하는 고통과 같다고 ‘해산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 하나 들락날락할 정도로 비좁아 밑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주지 않으면 산행 초보자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굴을 통과할 엄두가 안 난다면 옆에 난 우회 다리를 건넌다. 5봉부터 7봉까지도 해 볼 만하다. 길이 험하긴 하지만 도저히 닿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산을 오르는 또 다른 즐거움은 보물찾기하듯 각 봉우리의 비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크기가 크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이도 여럿이다. ●고통스럽던 오르막도 쉬어가는 내리막도 인생길 8봉 앞에서는 많은 등산객이 머뭇거린다. 8봉은 가장 위험한 코스니 등산 경험이 적다면 하산하라는 경고판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 악물고 마지막 봉을 오른 이에게는 고생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 수직 절벽 아래로 홍천강이 돌아나가는 수려한 풍경도 그러하지만,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며 드는 성취감은 아찔한 쾌감에 가깝다. 내려갈 때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 것. 내리막길이 급경사이긴 하지만 밧줄과 발판, 철 손잡이가 있어 위험하진 않다. 산행은 숨찬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을 반복한다. 길이라고 할 수 없는 바위 사이를 더듬어 가며 오르고, 밧줄이 있으니 이 길이겠거니 짐작하며 내려온다. 이 길과 저 길 사이에서 헤맬 때는 앞서간 이들의 리본이 길잡이가 돼 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에는 누군가의 도움도 받는다. 팔봉산 등산로가 인생길의 축소판 같다고 하면 과장된 해석일까. 인생길은 혼자만의 등정이 아니라 길 앞에서 머뭇대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정일 수 있다. 외려 그 편이 삶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펴보기에 더 낫지 싶다.●물놀이·낚시… 홍천강서 즐기는 여름날 풍류 등산으로 땀을 흠뻑 흘렸다면 차가운 강물에서 쉬어 갈 차례다. 강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산로에서 마주하는 강을 가로지르거나, 팔봉교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걸어와 강변으로 내려가거나. 방법이 어찌 됐든 산을 오른 뒤 땀을 식히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여덟 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팔봉산 아래, 강물이 휘감아 돈다. 고개를 들면 산자락이 펼쳐지고 앞을 보면 물줄기가 유유히 흘러가니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에서도 이만하면 풍경으로 뒤지지 않는다. 홍천강이 인기 있는 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낚시터이자 수심이 얕아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훌륭한 물놀이장이다. 팔봉산관광지 앞쪽 강물은 어른 허벅지 정도 깊이라 아이들도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다. 강변에는 손맛을 느끼고픈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운다. 견지나 투망 같은 간단한 낚시 도구로도 메기, 쏘가리, 모래무지 같은 민물고기가 잘 낚인단다. 강줄기를 따라 팔봉산, 밤벌, 반곡 등 10여 개의 오토캠핑장이 늘어서 있어 캠핑족도 많다. 강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경치를 즐긴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탁족하는 이들, 물가에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 강변 조약돌이 내는 달그락달그락 소리에 푹 빠진 사람들…. 산자락 아래, 홍천강에서 여름날 풍류가 한창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IC삼거리에서 ‘양평, 춘천, 비발디파크’ 방면으로 우회전, 광판삼거리에서 ‘양평, 남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팔봉산로에서 팔봉산 방면 왼쪽 길로 향하면 주차장 입구다. 팔봉산 매표소와 들머리는 팔봉교 건너편에 있다. →맛집:팔봉산 관광지에 식당이 몰려 있다. 주차장 옆 팔봉산 오뚜기식당(434-7666)은 쏘가리, 송어 등 민물고기 회와 잡고기 매운탕을 판다. 팔봉산 매표소 옆 오동나무집(434-0537)은 막국수와 산채비빔밥을 낸다. 홍천 하면 화로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고추장 양념을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로 구워낸 음식이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화로구이 골목이 있는데, 양지말 화로구이(435-7533)가 원조다. →잘 곳:홍천강 물길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즐비하다. 펜션푸름(432-9411)은 리조트형 풀빌라 펜션으로 야외 수영장, 스파, 개별 바비큐 시설을 갖췄다. 밤벌 오토캠핑장(434-8971)은 밤나무가 많아 여름에도 무덥지 않은 오토캠핑장이다. 휴토피아 글램핑(1599-7130)은 깨끗한 시설을 자랑하는 글램핑장이다. 침대형 글램핑과 온돌형 글램핑, 두 가지 타입의 객실이 있다.
  • 매달 마지막 불금엔 ‘심야책방’ 놀러와

    매달 마지막 불금엔 ‘심야책방’ 놀러와

    서점주인과 팔씨름 대회, 작가와 고등어구이 막걸리 파티, 읽다 포기한 책 남에게 읽히기, 동네 빵집·국숫집과 컬래버…. 오는 29일 전국 책방에서 무더위를 식혀 줄 이색 행사가 밤새 열린다. 잠 오지 않는 여름밤, 심야책방 산책은 어떨까.‘2018 책의 해’를 맞아 연말까지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 전국 동네서점에서 ‘심야책방의 날’(포스터) 행사가 열린다. 심야책방의 날은 서점이 정규 영업시간보다 연장해 문을 열고 독자와 소통하는 행사다. 보통 서점은 밤 9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날만큼은 밤 12시 넘어, 혹은 24시간 문을 열고 독자를 맞는다. 첫 행사는 오는 29일이다. B-platform, 땡스북스, 서촌 그책방, 이재서고, 책인감, 헬로인디북스를 비롯한 서울 24곳, 광주 9곳, 제주 5곳 등 전국 77곳의 개성 있는 서점이 동참한다. 손님이 ‘책, 밤, 서점’ 가운데 하나의 키워드를 택해 매력적인 카피를 뽑아 서점 주인에게 제출하고, 그중 일부를 선정해 작가에게 글을 청탁한 뒤 책을 만드는 ‘심야의 원고 청탁’이 77개 서점 공통 행사로 진행된다. 초성 듣고 책 제목 맞히기처럼 퀴즈를 내고 맞힌 손님들에게 쿠폰을 주거나(책방서로), 독자가 고민편지를 책방 내 우체통에 넣으면 책방주인, 작가 등이 답장을 독자의 집으로 우편 발송(연지책방)하고, 문학작품 속 음식 묘사 부분을 다 같이 읽고 각자 마음에 드는 요리를 만드는(서른 책방) 등 서점마다 재기 발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참여 서점 명단은 책의 해 홈페이지(www.book2018.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풍운아 JP의 말말말… ‘춘래불사춘부터 몽니까지’

    풍운아 JP의 말말말… ‘춘래불사춘부터 몽니까지’

    23일 별세한 JP는 화려한 정치이력 만큼이나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답답한 심경과 정치 현실을 은유적이고 시적인 용어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그의 말 중에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공격은 드물었다. 혹자는 그의 말에 산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다고도 했다.1980년의 ‘서울의 봄’을 두고 JP는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상당수 국민들은 어둡고 긴 유신의 터널이 끝났다고 믿었다. JP는 박 전 대통령을 이을 2인자로 주목받았고 이윽고 3김씨가 정치의 전면에 다시 나서면서 민주주의 시대가 온 듯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신군부는 3김씨의 정치 활동을 금지시켰다. JP는 부정축재 혐의로 연행됐다. DJ도 소요 조종 혐의로 잡혀 갔다. YS는 공직을 박탈당하고 가택연금됐다. 당시 연행에 앞서 이미 시대현실을 직시하고 표현한 JP의 ‘춘래불사춘’은 그의 수많의 명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1990년 3당 합당 뒤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이른바 ‘마산파동’을 일으키자 JP는 이를 “틀물레짓”이라고 빗대어 비난했다. 행동이 어린애같이 서투르고 유치하다는 충청도 사투리다. 그러나 YS는 그냥 넘어갔다. 비난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생소하고 왠지 구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5년 설움을 딛고 민자당에서 탈당해 거대 야당인 자민련으로 재기한 뒤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발언도 대히트였다. 대권을 거머쥔 뒤 자신을 팽했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 대한 절절한 질책과 충고 뒤에 나온 연설로 상대인 민자당 의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JP는 중학 3,4학년 때 독서의 절정기를 맞았다고 한다. 1야1권 독파주의라는 목표로 매일밤 하루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자신의 독서 버릇을 가리켜 난독(亂讀)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닥치는대로 읽은 것이다. 주로 읽은 책은 역사와 전기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수시로 사전을 뒤적이면서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그 뜻을 검토하는 세심한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JP의 말 중 압권으로는 ‘몽니’가 꼽힌다. 1998년 12월 15일 당시 박준규 국회의장이 ‘내각제 개헌연기론’을 제기하고 국민회의 측이 ‘내각제 개헌 유보’ 움직임을 보이자 그는 “참을 때 까지 참는 게 지성이지만 그래도 안 되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 기자들은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을 부리는 성질’이라는 몽니의 뜻을 몰라 해석을 부탁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이후 JP에게 ‘몽니 정치’는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다음은 생전에 고인이 남긴 주요 어록. ▲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1963년. 일본과 비밀협상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 자의 반 타의 반(1963년 2월. 증권파동 등 4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외유에 나서면서) ▲ 파국 직전의 조국을 구하고 조국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5·16 혁명과 1963년 공화당 창당이라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됐다(1987년. 저서 ‘새 역사의 고동’) ▲ 5·16이 형님이고 5·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1987년 11월 3일. 관훈토론회) ▲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1990년 10월.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며) ▲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1995년 1월 1일. 민자당 대표시절 민주계의 대표퇴진론을 거론하는 세배객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덕담하자) ▲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1995년 6년 13일. 지방선거 천안역 지원유세) ▲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그냥 거기서 배우는 것이다(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해) ▲ 줄탁동기(1997년 자신의 대선 후원조직인 민족중흥회 회보에 사용한 신년휘호. 중국 송나라 선종의 대표적 전적인 벽암록 글귀. 병아리가 건강하게 부화하고자 알 속에서 두드려 나갈 때가 됐음을 알리고 어미닭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밖에서 알을 쪼아 껍데기를 깨줘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시기가 적절히 맞아야 한다는 뜻. 당시 대선 정국에서 적절한 시기의 결단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는 해석) ▲ 내가 제일 보기 싫은 것은 타다 남은 장작이다. 나는 완전히 연소해 재가 되고 싶다(1997년 5월 29일. 자민련 중앙위원회 운영위) ▲ 이인제 후보가 우리를 늙었다고 하는데 나와 함께 씨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결코 이 후보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젊다(1997년 12월 3일. 충북 괴산 정당연설회에서) ▲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슬금슬금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1998년 6월 27일. 총리 서리 당시 ‘서리’ 꼬리가 언제 덜어질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 시인 프로스트가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있다’고 한 것처럼 저도 앞으로 가야 할 몇 마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겠다(1998년 10월 16일. 동의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특강) ▲ 미리 왕성한 상상력과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보를 좁히거나 의지를 약화시키는 일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때를 맞춰야 하고 그러고도 안 될 때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1998년 12월 15일. 자민련 중앙위원회 연수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내각제 약속 불이행을 우려하면서 발언) ▲ 백날을 물어봐, 내가 대답하나(2000년 5월 2일. 일주일만에 당사에 출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묻자) ▲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다(2001년 1월 9일.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4·13 총선 때 자신을 ‘서산에 지는 해’로 표현한 것을 두고)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800시간 수업 대장정… 24시간도 모자란 ‘사무관 사관학교’

    800시간 수업 대장정… 24시간도 모자란 ‘사무관 사관학교’

    공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에 청춘을 바친 고시생. ‘합격’은 꿈에 그리던 목표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고 바로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시생의 ‘때’를 벗고 ‘사무관’의 직함을 달기 위해선 여전히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격자는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향한다. 5개월간 빼곡히 짜인 교육 일정을 소화하며 조금씩 공무원이 돼 간다. ‘사관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쉴 틈 없이 혹독한 시간. 하지만 장차 국가를 이끌어 갈 리더가 되려면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버텨낼 수 있는 건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자부심 때문이다. 예비 사무관들은 어떤 교육을 받을까. 일일 교육생으로 이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다.“‘커피 핸드드립’을 주제로 발표하겠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캡슐 커피는 간편하고 맛이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죠.” 지난 15일 오전 9시 인재원 3층의 강의실에선 교육생 손경국(재경직)씨의 ‘커피 강의’가 시작됐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 ‘워밍업’ 차원에서 교육생들은 30분 정도 ‘테드’(TED)식 강연을 한다. 저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동기 앞에서 발표한다. 본 수업은 아니지만, 교육생들의 자세는 진지하다. 만날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했던 고시생에겐 다소 색다른 경험. 하지만 교육이 끝나면 각 부처에서 관리자가 될 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날 오전은 윤병수 인재원 교수의 ‘정책학 이론’ 수업으로 채워졌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교육생들은 2층 대강당에 모여 윤 교수의 설명을 경청했다. ‘합리 모형’, ‘만족 모형’ 등 정책 결정 유형에 대한 윤 교수의 이론 강의가 이어졌다. 강사의 일방적인 전달에서 그치진 않는다. 교육생들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을 때 국가 대응이 어땠는지를 되짚었다.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지 옆사람과 간단한 토론도 했다. 학습의 농도는 점점 짙어진다. 점심 시간이 끝난 교육생들에겐 ‘포이즌-엠(Poison-M)’ 상황이 주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중국 신문에서 “중국 수산물에 금지 약물인 Poison-M이 사용됐다”는 기사를 확인했다는 가정이다. 교육생들에겐 1·2·3차에 걸쳐 제한된 정보가 제공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국내산 양식어에도 관련된 검사를 해야 하는가’, ‘어느 정도의 양식장을 검사한 다음 발표를 해야 하나’, ‘발표 시점은 언제가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담당 교수가 “쉬어 가면서 하라”고 지시했지만, 아무도 쉬 지 않았다. 주어진 사례를 꼼꼼히 정독하며 저마다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답을 찾았다.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으려는 양식장에는 검사를 해 주고, 이 결과를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해당 양식장과 짜고 친다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은 없나.”교육생들은 자유롭게 대안을 제시했고, 교수는 교육생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교육은 총 20주간 진행된다. 이수하는 과목만 163개다. 수업 시간은 800여 시간에 이른다. 인재원 담당자들이 ‘대장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교육 초반 3주엔 합숙도 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케줄이 빼곡히 짜였다. 주로 공직 가치와 국가관을 함양하는 기간이다. ‘올바른 공직자상’, ‘헌법의 의미와 가치’ 등 과목명은 딱딱하지만, 내용까지 딱딱한 건 아니다. 공직 가치를 주제로 교육생들끼리 영화를 만들거나 ‘공직가치 퍼포먼스’ 발표도 한다. 다양한 직렬로 합격한 공무원들이 한 조가 돼 ‘공직 가치’를 주제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정보보호직 윤승용(27) 교육생은 “합숙 때 같은 조였던 교육생들과 ‘단톡방’(메신저 단체 대화방)도 만들었다”면서 “나중에 각 부처에 가서도 좋은 인연이 돼 공직 활동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직 손태빈(28) 교육생은 “직접 참여한 공직 가치 퍼포먼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자칫 딱딱하고 원론적으로 흐를 수 있는 분야지만, 체험형 교육을 통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고 전했다. 비합숙 기간엔 오후 6시면 정규 교육을 끝낸다. 그렇다고 마냥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주일에 2~3번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 종류는 상황, 요약, 보도 자료, 개선 등이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기숙사 또는 진천 인근 숙소로 돌아가는 교육생들은 자정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교육 담당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저녁만 먹고 눈 돌릴 새도 없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느라 골몰한다. ‘어차피 합격했는데, 대충 수업만 따라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이곳의 모든 교육과정은 그대로 평가로 이어진다. 개인평가(55점)와 단체평가(45)를 합산해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지 못하면 수료할 수 없다. 합격이 취소되는 건 아니지만 실무에 투입되지 못하고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객관식 평가가 있으며, 개인평가 점수에 들어간다. 여기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야 추후 원하는 부처에 갈 확률이 높다. 고시 생활은 마감했지만, 공부하는 생활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합숙 땐 직군을 혼합했지만, 비합숙 땐 운영 편의상 A(일반행정·소수직렬), B(재경·통상), C(기술)로 반을 나눈다. 17주간 직군에 걸맞은 교육을 받는다. 공통 교과는 4개 분야다. 국정철학·가치, 직무 전문성, 공직 리더십, 글로벌역량 등이다. 주로 합숙 때 공직가치 관련 수업이 진행되고 반이 나뉘는 4주차부터 본격적인 직무 교육이 시작된다. 인재원에서 교육만 전담하는 교수는 5~6명. 필요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다. 현직에 있는 공무원이 직접 강의를 하는 일도 잦다. 조직 업무를 하는 행정안전부 직원이 직접 ‘조직 실무’ 강의를 맡는다. 국회 법제관은 ‘국회 실무’를 강의한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 공무원은 ‘보도자료 실습’이나 ‘홍보기획안 작성’ 과목을 지도한다. 공무원으로서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도록 국립국어원 위원이 직접 출강한다. 이외에 ‘행정 절차’, ‘징계 제도’, ‘보안 실무’ 등 공직 관련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열린다. 짜여진 교육 과정을 잘 이수하는 것은 ‘기본’에 불과하다. 인재원 이수 조건에는 ‘개인별 과제’도 있다. 먼저 ‘e러닝’을 총 72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인터넷 강의라 틀어만 놓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이 중 몇 과목은 따로 필기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 독서감상문(4회), 제2외국어 초급 단계 자격 취득도 인재원을 이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역량개발(학습동아리 활동), 취미소양(악기 배우기 등), 건강관리(등산, 금연 등), 교육자세 등 4가지 항목에서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정규교육 과정만으로도 벅차 언제 개인 과제를 할까 싶지만 대부분 교육생이 빠짐없이 해내고 있다. 교육 과정은 1·2학기로 나뉜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해 오는 9월 21일 교육이 마무리된다. 학기 사이에 일주일 정도 휴식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때도 마냥 쉬게 두진 않는다. 일주일 동안 국정과제 실천 방안에 대한 개인 연구보고서를 구상해 제출해야 한다. 이것도 개인평가에 포함돼 대충 낼 수 없다. 교육 마지막에는 합숙 때 다양한 직렬로 꾸려졌던 조원들이 함께 해외 정책연수 프로그램을 짠다. 외국의 정책 사례 중 본받을 만한 점이 있는 곳을 교육생 스스로 선정해 직접 다녀온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한 과정. 하지만 장차 국가를 책임질 공무원을 양성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 당장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이 ‘대충’ 양성될 순 없는 노릇이다. 오동호 국가공무원 인재원장은 ‘교육생 입장에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힘들겠지만,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힘든 건 당연하다”며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공무원은 죽어서 ‘정책’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수습 사무관들이 잘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천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축구대표팀이 스웨덴에 분패한 현장은 과거 러시아제국의 ‘주머니’로 불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였다. 13세기에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일찍이 우랄과 페르시아를 잇는 활발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볼가강과 오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던 옛 경기장을 폭파하고 새로 스타디움을 지으며 이웃 주에서까지 근로자들을 징발해 값싼 임금으로 착취했다고 말들이 많았다. 옛사람들이 교역의 터전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크렘린(성채) 위에 동상 하나가 두 강이 유유히 합류하는 것을 고즈넉이 굽어보고 있다. 대문호 막심 고리키다. 숱한 저작들로 러시아의 양심을 깨운 그가 강의 역사, 교역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대표팀은 23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도누로 21일 다시 떠난다. 1980년대 많은 이들의 눈을 밝혔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다. 신태용호의 발걸음이 몽골의 유럽 침공 루트였으며 중국의 종이 제조술이 전해진 경로였던 고리키의 고향에서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향을 거쳐 27일 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족의 터전인 카잔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연치곤 흥미롭다. 러시아제국의 저력과 숨결, 웅혼함이 느껴지는 여정이다. 지난 12일 대표팀이 러시아에 입성한 뒤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기자를 매번 놀라게 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면 자동차가 먼저 멈춰 선다. 운전자들은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버스에 오른 이방인에게 서로 길 안내를 하겠다며 승객들과 차장이 입씨름을 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기자단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지난 16일 밤 10시 30분이었다.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여성 콘시어지가 커피와 호박케이크, 초콜릿 등을 담은 쟁반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19일 이른 새벽 공항으로 떠나는 일행에게 호박케이크, 샌드위치, 과일 등이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 도시의 어느 레스토랑 매니저는 생각이 안 나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느라 연신 몸을 흔들어 대면서 우리 일행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크렘린, KGB, 체첸이나 크림반도 진압과 같은 근육질 이미지의 정부, 체제와 길거리에서 만난 장삼이사 러시아인들은 많이 달랐다. 근엄한 얼굴로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슬쩍 알려 주는 친절을 경험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월드컵이 러 이미지 바꾸고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일주일여 러시아의 서부를 조금 돌아보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러시아 어디에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폭압적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 러시아월드컵이 다른 어느 곳보다 러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다. bsnim@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탈분단 시대의 문학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탈분단 시대의 문학

    6ㆍ13 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 국민이 ‘분단ㆍ냉전’에서 ‘통합ㆍ탈냉전’으로 이월돼 가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힌 점일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민족 전체를 강력하게 지배했던 이른바 분단 체제는 그 점에서 명실상부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갈등과 상쟁으로 얼룩졌던 분단의 현대사가 이제 화해와 상생으로 전환되는 이행기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현대사 곳곳에 우리가 치러 낸 중대한 이행기적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가 겪는 상황은 이전 시기의 경험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것임이 틀림없다.문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분단 체제의 남쪽에서 생산돼 반체제적이라고 배척당해 왔던 이른바 분단 극복 지향의 작품들이 최근 제도교육 과정에서도 활력 있게 핵심적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에서 생산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확연한 것은 중등 국어 교육에서 채택하고 있는 문학 작품의 내용이 지난 시대보다 상당 부분 분단 극복의 지향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시대의 문학 교과 과정이 반공 일색으로 편제돼 있던 것과는 첨예하게 달라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인 공교육 분야에서조차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분단 이후 펼쳐진 현대문학은 거대한 분단의 벽과 씨름해 온 흔적들로 충일하다. 아마도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세계를 담은 문학 작품을 모두 거론한다면, 그 목록만으로도 이 지면은 차고 넘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 이념적 차원에서 남북 간의 상생과 평화 공존이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예술을 통해 분단 체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던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정당한 역사적 가치 평가를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무의식까지 철저하게 검열했던 냉전 이념과 피해 의식을 떨치고 탈분단의 도정을 묵묵히 지속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지워진 역사적 몫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문학적 형상 속에 나타난 분단 극복, 통일 지향의 속성들을 온전하게 귀납해 우리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통일 교육보다는 문학 작품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상처와 열망에 공감하게끔 하는 교육을 진행해 가야 한다. 아울러 그 연장선에서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남북이 축적해 온 역사적 상흔이 결국 남북 모두에게 상처와 멍에가 될 뿐이라는 것과 통일이 가치 있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동시에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70년이 가까워 오도록 상호 적의와 괴리감을 확대해 온 상황에서 문화나 문학을 통해 접점의 가능성을 키우고 그 부문에서 상호 교류를 넓힘으로써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제 교류나 군사 협약 같은 결정적 부분에 대한 접근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화적 소통도 서둘러 개진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야를 넓혀 재일(在日) 조선인 문학, 재러시아 고려인 문학, 연변 조선족 문학, 미국이나 유럽의 한인 문학 등 한민족 문화권 전반과의 포괄적인 관련 아래 남북한 문학의 접점을 찾아볼 필요도 느끼게 된다. 자료의 영성함과 유실이 걱정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노력이 곧 남북의 문학적 통합을 궁극적으로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단 체제의 변화와 남북 문학의 과제를 복합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는 일은 모처럼 맞이하는 탈분단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실존적, 역사적 부채일 것이다.
  • 장사정포 철수 가장 극적 긴장 완화… “비핵화 걸림돌 돼선 안돼”

    장사정포 철수 가장 극적 긴장 완화… “비핵화 걸림돌 돼선 안돼”

    당국, 후방배치 논의 안 했다지만 “DMZ 평화지대 후 순차적” 여지 28일 방한 매티스 훈련중단 발표때 장사정포 후퇴도 언급할지 주목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 당국 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북측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합의된다면 종전 65년 만에 가장 극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장사정포 후퇴 여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인근 장사정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철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향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여하에 따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는 배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 비무장화하는 부분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의 최전방 경계초소(GP) 철수 논의가 먼저 돼야 한다”며 “DMZ가 평화지대화되고 나면 그 이후 점차적으로 확대해서 장사정포나 그 주변의 여러 가지 화기들을 뒤로 물리는 문제도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NLL의 평화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있었으니까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한 함정 간의 통화를 재개하는 것부터 시작한 상황”이라며 아직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의 초보적 수준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이견을 조율한 이후에 남북 장관급 군사회담을 통해 장사정포 후방 배치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측 장사정포의 서울·수도권에 대한 위협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강조해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 2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보고서에서 북한이 사실상 경고 없이 서울·수도권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장사정포의 위협을 자세히 지적했다. 오는 28일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한 발표를 하면서 장사정포와 관련한 언급을 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장사정포의 후퇴 여부가 비핵화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현 국면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반대 급부로 장사정포 후퇴를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도발을 제거하자고 한다면 김정은에게 DMZ의 북한 병력을 후퇴시켜 서울이 장사정포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는 게 어떤가”라며 “그것은 선의의 제안으로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전 이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번도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1000여문의 장사정포 후퇴와 잠정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동급으로 놓고 해결하자는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사정포를 30~40㎞ 후방 배치하면 수도권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남북 군 당국이 상호 신뢰를 쌓은 다음에 차근차근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포토] ‘당찬 꼬마소녀장사’

    [포토] ‘당찬 꼬마소녀장사’

    15일 강원 강릉시 단오장에서 어린이 씨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의왕시,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감아 보세요!”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감아 보세요!” 경기 의왕문화원은 오는 16일 민속 고유 명절인 단옷날을 앞두고 제16회 의왕 단오축제’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고천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잔치는 가족과 함께 다양한 세시 풍속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한다. 18일(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이틀 앞두고 열리는 행사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단오부채 만들기, 가훈 써주기 등 다양한 세시 풍속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속은 어디서나 흔히 구할 수 있었던 창포를 이용해 머릿결을 가꾸던 옛 조상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다. 그네뛰기, 씨름대회, 가족윷놀이, 새끼꼬기,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대회도 열린다. 이와 함께 공중줄타기, 동춘서커스, 퓨전국악 공연팀 ‘타고’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준비돼 있다. 단오는 한 해의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자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평안과 오곡의 풍년을 기원하며 단오제나 단오고사를 지내고 단오 부적을 쓰기도 한다. 또 선물로 부채를 주고받거나 단오절을 축하하는 시를 지어 올리는 단오 첩을 썼다. 지역 전통문화축제로 자리 잡은 의왕 단오잔치는 지역 주민의 단오고사에서 유래, 지난 2000년 단오제를 시작으로 올해 16번째를 맞이했다. 한봉구 의왕문화원장은 “이번 단오 축제는 우리 전통의 멋과 흥을 함께 느끼고, 즐겨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파도와 씨름하는 여성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파도와 씨름하는 여성

    거친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젊은 여성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는 지난 4월 29일 미국 하와이 나필리비치에서 포착됐다. 공개된 영상 속 여성은 높은 파도에 떠밀려 넘어진다. 물 밖으로 밀려나와 간신히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파도는 또다시 그녀를 덮친다.그렇게 파도에 두 번의 봉변을 당한 여성이 균형을 잡고 조심조심 걸어 나오려는 순간, 또다시 파도가 그녀를 덮친다. 파도 공세에 반복적으로 균형을 잃는 여성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한편, 올 초 아르헨티나 미라마 해안에서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귀여운 할머니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사진 영상=ViralHog/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신태용호 “문제는 체력이야”

    신태용호 “문제는 체력이야”

    손흥민 1등 펄펄·이승우 고통 호소 “생체리듬 같아져 체력 훈련 집중” 전날 미니게임과 족구 등으로 선수들을 ‘놀렸던’ 축구대표팀이 5일 셔틀런으로 훈련 강도를 높였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사전 캠프가 차려진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의 이틀째 오전 훈련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선수들은 현지시간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50분 동안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했다. 대다수 선수가 숨이 차 헉헉거릴 정도였다. 두 선수가 한 조를 이뤄 높이 몸을 솟구친 뒤 충돌하는 훈련을 시작으로 씨름을 연상케 하는 몸싸움 훈련도 소화했다. 두 선수가 공 하나를 두고 공격수와 수비수 역할을 맡는 치열한 몸싸움도 이어졌다. 고요한(서울)은 김민우(상주)와 몸싸움을 하다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껴 잠시 이탈하기도 했다. 막내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는 무릎에 두 손을 짚은 채 고통을 호소했다. 선수들은 5대5 미니게임과 일정한 거리를 왕복으로 뛰는 ‘셔틀런’ 훈련을 마지막으로 소화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셔틀런 훈련에서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훈련 도중 얼음물을 머리 위에 쏟아낸 뒤 합류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신태용 감독과 코치진은 어젯밤 회의에서 체력 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파워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전날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걱정된다”고 밝힌 뒤 “시즌을 끝낸 뒤 합류한 선수와 시즌 도중 온 선수 간에 체력 불균형이 있어 국내 소집 기간에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지 못했다”면서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후 선수들의 생체리듬이 같아져 본격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비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독일과 스웨덴 대표팀 관계자들이 찾는다는 정보가 있어 이를 차단하고 전술 담금질에 열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인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훈련을 살펴보며 본선까지 보장된 신 감독의 평가 작업을 시작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과도한 의전은 그만… 쓴소리해 주는 조언자 필요”

    “비서진들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의전 문화가 느껴집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그 인력들이 의전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도한 의전이 지양됐으면 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 인사혁신처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인사처는 정부 기관장 비서진을 위한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자 지난 3월 15일부터 29일까지 김 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기관장 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관장들은 인터뷰에서 비서들이 직무 동반자로서의 비서 역할을 수립하고, 정무 감각 등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처는 지난달부터 전문비서 양성 과정과 비서실장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비서의 기능, 장관의 눈과 귀 돼야” 1일 인사처의 인터뷰 자료를 보면, 김 위원장은 비서의 기능을 ‘장관의 눈과 귀’로 규정했다. 조직 내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조직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장관의 숨겨진 눈과 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비서진 인력이 과도하게 배치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서 직무 수행 후 받는 보상에 비해 2년 동안 하는 업무의 난이도는 지나치게 기본적”이라고 말했다. 류 처장은 비서의 덕목 중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비서가 자신과 직원 간 소통 창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류 처장은 “기관장과 비서실 관계는 지나친 수직적 문화를 지양하고 유연하게 상사에게 직언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가 돼야 한다”며 “비서실에서 부처 내 여론을 차단시키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또 “식약처는 다양한 전문부서가 많으므로 행정·약무·수의직 등 다양한 직무 경험자로 비서진을 구성해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조언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 장관은 비서진의 임무와 목표가 명확히 정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역할 정의가 없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장관은 “손님 접대 등 기본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비서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받은 명함을 쌓아 놓는 게 아니라, 명함을 통해 장관이 특정 분야 사람들하고만 접촉이 많은 건 아닌지 보고하고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무·목표 명확히 정의됐으면” 김 처장은 “비서는 기관장과 정치적 파트너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상사가 국회, 언론과 늘 씨름하기에 정무·정치적 감각을 갖춰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비서의 역량이 중요함에도 공공기관 비서직에 대한 역할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중앙부처 모든 비서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이런 비서 교육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찰관들의 이색 ‘몸짱’ 선발대회 화제

    경찰관들의 이색 ‘몸짱’ 선발대회 화제

    경찰관들의 이색 ‘몸짱 선발대회’가 화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경찰관이면 누구나 갖춰야 할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최근 제2회 몸짱경찰 선발전을 가졌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해 12월 열린 제1회 대회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이번 행사에서는 강인한 몸매를 자랑하는 ‘몸짱’뿐 아니라, ‘팔씨름왕’ 등의 선발전도 치러졌다. 25명이 출전한 몸짱 선발전에서는 부천원미경찰서 계남지구대 소속 신동혁(32) 경장이 1위를 차지 했다. 남여로 나눠 열린 팔씨름황 선발전에서는 안양동안경찰서 인덕원지구대 권성민(34) 순경이 남자부 우승을, 같은 경찰서 범계파출소 소속 정윤진(32) 경장이 여자부 우승을 했다. 남녀 경찰관 3명이 한 팀을 이뤄 17개 팀이 겨룬 단체전에서는 의왕경찰서팀(신효철 경감, 박철홍 경장, 남궁리 경장)이 1위를 했다.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몸을 뒤로 젖혀 막대 밑을 통과하는 림보 경기에서는 화성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정성부(32) 경장이 55cm로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평택경찰서가 응원상을 수상했다. 이기창 청장은 “경찰관의 강인한 체력은 범죄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몸짱 선발 대회를 통해 든든하고 강인한 경찰의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공시 정보] 출제 합숙 땐 쓰레기도 반출 금지…사회 변화 맞게 시험과목 개편 고려

    [공시 정보] 출제 합숙 땐 쓰레기도 반출 금지…사회 변화 맞게 시험과목 개편 고려

    ‘공시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국 공시생들은 오늘도 학원과 독서실에서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채용은 인사혁신처에서 담당한다. 국가공무원 필기·면접시험 정책을 총괄하는 이인호(49) 인사혁신처 인재채용국장에게 20일 공무원 시험 전반에 대해 물었다.→공무원 시험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선정위원들이 2주간 합숙을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달리 공시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된다. 인사처는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출제위원으로 위촉해 과목별 문제은행을 구축한다. 시험에 앞서 위촉된 선정위원이 문제은행에서 적합한 문제를 선택해 출제한다. 출제위원과 선정위원을 구분한 것은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선정위원의 문제 선택은 외부와는 완전히 격리된 보안시설에서 이뤄진다. 합숙기간에는 휴대전화·노트북 등 모든 통신수단 반입이 통제된다. 선정위원이 합숙 시작하고 이틀 후에 들어가는 고교 교사, 대학원생 등 검토위원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나온 쓰레기도 시행일 전에는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다. →학원가에선 출제경향을 분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문제를 선택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선정위원에게 있다. 선정위원은 기존 출제된 문제유형·난도·영역별 출제비중을 검토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므로 시험문제가 동일한 경향성을 띤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종전과 과도하게 차이가 나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인사처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배제하는 등 문제 선택 작업에서 고려할 사항들을 선정위원에게 당부한다. →공채시험에서 면접을 강화한단 방침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면접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히 공무원 시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필기나 서류만으로는 인성, 태도, 직무역량을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시에선 구조화된 역량면접 도입과 함께 면접위원 수, 면접시간을 늘려 타당도를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인재보단 공직 가치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채용하고자 한다. →각 지역인재를 추천받아 채용하는 ‘지역인재추천채용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직 내부 평가는 어떤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인재로 채용된 공직자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다.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인재를 추천받아 뽑기 때문에 기본 자질과 태도가 좋다는 평가다. 2005년 도입된 이 제도의 역사는 짧지만 공직의 다양성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 차원에선 잘 정착되고 있다. 지역인재 9급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은 공직이 아니더라도 졸업 후 바로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9급 공채시험은 18세부터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연령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행정 환경과 시대적 요구가 끊임없이 바뀐다. 정부의 인재상도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발전에 헌신한다는 공무원의 자세는 기본이다. 급변하는 사회환경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쟁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자 업무에 대한 확고한 전문성,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감수성도 중요하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에 대한 요구가 앞으로 커질 것이다. →다음달 채용 과정이 시작되는 민간경력자채용(민경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공직 문화에 적응을 잘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경채가 공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구성원의 다양성이 조직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민경채는 일반 공채와는 다른 서구형 채용제도로 2011년 시행됐다. 채용된 사람들이 각 분야 전문가다 보니 부처에서도 전문성, 업무 성과에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이들이 민간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공직의 업무환경·문화에 생소하고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이는 신규 채용자도 마찬가지로, 조직을 옮기는 사람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부처에서는 이들이 공직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현장경험과 시각이 정책에 담기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전문지식과 아이디어 교류로 공직 사회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현재 공시가 암기 위주로 돼 있어 실제 업무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시험과 업무가 유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공직이 요구하는 역량과 지식은 사회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뀐다. 채용제도도 이런 흐름에 맞게 바뀌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알맞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차원에서 시험과목 개편 등을 고려하고 있다. 커다란 방향은 ‘직무역량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시험과목 개편은 수십만 수험생의 민감한 관심사다. 정부의 미래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다. 신중하게 방안을 마련하면서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것이다. →많은 공시생이 이른바 ‘고시낭인’으로 전락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해소할 방안은 있는지. -이른바 ‘장수생’이 생겨나는 원인은 공시 지원자의 약 2%만 합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측면이 크지만, 공시와 민간기업의 준비 내용이나 방법이 다른 것도 요인이다. 현재는 공시를 준비하면서 도중에 민간기업 취업 준비로 진로를 바꾸기가 어렵다. 직무역량을 제대로 검증하면서도 수험생의 이런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민간기업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 과목을 검정시험으로 대체하고 소양과목을 직무역량 중심 평가로 바꿔 민간기업 준비와의 호환성을 높이자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유의해서 보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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