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동화] 하마의 팔자 타령
수영이 필요한 동물들은 모두 그걸 배워 잘 할 수 있게 되었단다.남은 것은 바다표범과 하마와 펭귄,이렇게 셋이었어.그들은 뒤늦게나마 수영을 시작해야 했지.
“에이,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아.뭔가….”
수영 강습을 가는 첫날,하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어.그때 펭귄이 다가왔지.
“아니,너도 수영을 하려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몸집으로?”
펭귄이 하마의 덩치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
하마는 순간적으로,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분 나쁜 일이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지.그래서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어.
“네 걱정이나 해! 사실,넌 새잖아? 날지도 못하면서 이젠 헤엄까지 치려고?”
하마는 펭귄의 말을 되받아쳤지.펭귄도 화를 벌컥 냈어.
“별꼴이야! 너야말로 남의 걱정 마.내가 걷든,날든,헤엄치든 무슨 상관이야?”
“자,자,입씨름은 그만하시고 수영 강습을 시작합니다!”
돌고래 선생님이 소리쳤어.첫 시간은 우선 물속에서 걷는 연습을 시켰지.하마는 오히려 불안했어.첫번째 과정이 지나치게 쉬웠거든.
“아침부터 기분이 찜찜하더니만,펭귄과의 싸움질로 액땜이 되려나?아직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저 녀석 때문에 어쩐지 맥이 빠지는 느낌이야.”
하마와는 달리,펭귄은 겅중겅중 물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지.하지만 바다표범은 키가 작아서 고개만 물 위로 내놓은 채,엉거주춤 뛰어올라 앞으로 나아갔어.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서 삐뚤삐뚤 엉망이 되었지.
한 서른 번쯤 저쪽 끝까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한 다음 강습이 끝났지.
둘째 날은 입장이 바뀌었어.돌고래가 뒤로 돌아 뛰기를 시켰거든.그것은 펭귄이 제일 잘했고 그 다음이 바다표범.뚱뚱한 하마는 눈에 띄게 숨을 몰아쉬었지.
‘내 이럴 줄 알았어.어쩐지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지겨워.’
하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어.자기도 모르게 지겹다는 말을 되뇌어 놓고는,대번에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던 거야.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보니,수영이 정말 지겨워졌어.
셋째 날이 되었어.
그 날은 얼굴을 물속에 담갔다가 꺼내는 연습을 했어.물론 물속에 있을 때는 입을 아주 조금만 벌리고 음-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쉬고,고개를 든 후에는 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짧고 힘차게 숨을 들이쉬어야 했지.
“음 ~ 파!”
“음 ~ 파!”
하지만 하마는 말을 듣지 않았어.
‘숨을 어떻게 참아? 난 못 해!’
기껏 두어 번 숨쉬기 연습을 한 하마는,고개를 흔들며 요란하게 물을 털어 냈지.그러고는 물 속에서는 콧구멍 귓구멍을 아예 닫아 버리기로 마음먹었어.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물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었지.
“아이구,지겨워! 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되잖아? 난 물 먹는 게 싫다고,더러운 물을 먹는 게 진짜 싫어!”
하마는 수영에 대해 더욱 정이 떨어져 버렸지.자꾸만 저절로 ‘지겨워’ 소리가 나왔어.어거지로,어거지로 강습 시간을 때운 뒤에,하마는 부리나케 돌아가 버렸어.
그러고는….
그 다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영원히.바다표범과 펭귄이,물고기가 부럽지 않을 만큼 아주 멋지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만큼 날이 흘렀는데도.
어쩌다,하루종일 물 속에 살면서 왜 그리 수영이 서투르냐고 누군가가 물으면,하마는 이렇게 대답을 하지.
“아,배우려고 했었지요.그런데….”
여기까지 말하고 하마는 멋쩍게 한 번 씨익 웃어.
“아,글쎄 수영 강습 첫날,가는 길에서부터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영락없이 펭귄이란 녀석이 시비를 걸고….그 친구와 옥신각신하다 보니 왠지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내가 수영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아니나 달라? 연습하는 과정이 나한테는 영 안 맞는 거예요.그래서 걷어치워 버렸어요.그때 꾹 참고 수영을 완전히 익혀 놓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만,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 때 내가 지겹다는 단어 대신에,일부러라도 재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허허,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다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지.안 그렇습니까?”
글 이윤희 그림 이정아
작가의 말 속담중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습니다.좋은 말,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이 생기더군요.수영을 배우면서 이 이야기를 썼는데,이 봄에 다시 수영을 시작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