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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계동 “아나운서 출신 장관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 참석, 북한의 핵 보유 여부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치열한 논리 대결은 말싸움으로 옮겨붙으면서 ‘기자 출신’이냐, 아니냐를 놓고 감정 싸움으로 옮아갔다. 1차전 포문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열었다. 전 의원은 “정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 외무성 성명의 국문·영문 제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핵무기 보유 선언을)‘북한 주장’이라고 했는데 ‘기자’ 출신인 장관이 어떻게 제목만 보느냐.”면서 “영문 성명에도 ‘have manufactured(제조했다)’라는 표현이 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미 몇 차례 이어진 설전(舌戰)으로 잔뜩 얼굴이 상기된 정 장관은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질문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같은 당 박계동 의원이 바통을 넘겨 받아 “아나운서 출신인 장관이 다보스 포럼에 다녀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구두 합의’만 된 것을 무책임하게 기자간담회를 열면 되느냐.”고 추궁하면서 정 장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 장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의원이 장관을 모욕하는 것은 좋고, 장관은 항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박 의원이 “이만 발언을 마치겠다.”고 물러나자 “저는 더 말씀드려야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서 “저는 기자 생활을 18년 했다.”고 반박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말아톤

    180㎏의 매머드씨와 48㎏의 모기씨와의 씨름 한판. 결과는 뻔하다. 그러나 일본의 스모 챔피언과 한국의 씨름 챔피언의 승부에는 관객이 몰릴 게 뻔하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경기 결과를 짐작할 수 없으면 없을수록 그 경기는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생각해 보자. 손발이 불편한 사람과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면 멀쩡한 사람이 승리할 게 뻔하지 않은가. 이런 경기는 흥미도 없을 뿐더러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조건이 불리한 이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준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힘이나 체력에서 열세에 있는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우위에 있는 사람과 그들이 승부를 겨룰 때,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사회보장의 원리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결과의 불확정성’만이 공정하고 흥미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바둑을 둘 때 하수는 몇 점을 놓고 둔다거나 힘센 어른이 팔씨름에서 아이의 손목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장애인, 그들은 사회적 소수다. 그들과 똑같은 출발점에 서서 경기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불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럴 때,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라면 마땅히 정부가 나서서 장애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장애인 특별법’ 등을 만들어 그들에게 사회적 어드밴티지를 줘야 한다. 영화 ‘말아톤’에서도 엄마 경숙은 두 형제 중 장애가 있는 형 ‘초원’을 편애한다. 편애라니, 엄마는 형이나 너나 똑같이 사랑한단다. 하지만 형은 너와 다르지 않니? 그러니 엄마는 너보다는 부족한 형에게 더 많은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란다. 그러나 동생은 불만이다. 왜 형에게 주는 것을 나에게 주지 않지. 형만 자식인가. 엄마가 너무 심한 거 아냐? 전철을 타도 노약자 보호석이 있지 않던가. 노약자 보호석은 그들을 동정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리를 마련해야 강자와 약자가 동등해질 수 있다는 것이 ‘노약자 보호석’에 함축된 논리다.‘초원’에 대한 엄마의 지극한 정성은 곧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과보호, 즉 너무 많은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또 다른 장해요인이 될 수 있다. 경숙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초원에게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과보호는 개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드밴티지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적은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게임이 보다 정의롭고 흥미롭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수와 약자를 위하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겠다. 김보일 서울 휘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스포츠 라운지] 현대삼호중공업 코끼리씨름단 이연재 단주

    [스포츠 라운지] 현대삼호중공업 코끼리씨름단 이연재 단주

    LG씨름단 해체 등으로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민속씨름에 또 한 명의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그는 지난 9일 설날장사대회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을 찾아 장사들의 격돌을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봤다. 평생을 ‘중공업 맨’으로 살아온 그에게 ‘씨름단 단주’라는 직함이 새로 생긴 것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코끼리씨름단을 넘겨 받아 새출발 시킨 현대삼호중공업의 이연재(63)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사장은 “씨름처럼 생동감 있는 스포츠도 없다.”면서 “한민족 고유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한몫하겠다.”고 다짐한다. ●전라도 지역스포츠 활성화 위해 씨름단 이전 중학교 때 태권도를 잠시 배우기도 했지만 운동과는 인연이 멀었던 편이다. 요즘 들어서는 등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정도. 그러나 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민속씨름대회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을 정도로 숨은 열성 팬이다. 코끼리씨름단이 울산을 떠나 전라도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잠시 마음고생을 했다. 그동안 민속씨름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현대가 LG씨름단 해체에 영향을 받아 모래판에서 떠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오해를 부른 것. 이 사장은 “전라도 지역 스포츠 활성화와 기업 홍보를 위해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 강력히 요청했던 일”이라면서 “씨름 중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면 붙였지, 이를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억달러 매출을 달성, 세계 조선 부문 5위에 오를 정도의 건실한 기업. 하지만 국내 인지도는 떨어져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씨름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명가 재건을 위해 연습장 헬스장 물리치료실 등을 완비한 240평 규모의 국내 최고 ‘씨름센터’를 갖춘 것은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프로씨름단 4~5개는 돼야 인기회복” 설날대회 마지막날 현대 소속 선수로서는 박영배가 16개월 만에 백두장사에 오르는 기쁨도 맛봤다. 선수들이 바깥 나들이를 할 때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환대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암군에만 초·중·고·대학 등 아마추어 씨름단이 25개나 있지만 씨름의 인기가 높은 경상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기는 미지근하다. 현대삼호중공업 선수들의 활약은 전라도 지역 씨름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 반면 프로씨름단이 2개밖에 남지 않은 민속씨름 상황은 더 없이 안타깝다. 적어도 4∼5개 팀은 유지돼야 옛 인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민속씨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야” 그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신생팀 창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뜻있는 기업이 나서야겠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스모처럼 씨름이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로 세계 속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재 사장은 “씨름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전통인 만큼 이해타산을 떠나 모든 씨름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현대삼호중공업 코끼리씨름단은… ▲1983년 4월 현대중공업 실업팀으로 민속씨름 참가 ▲1985년 12월10일 현대중공업을 모기업으로 프로팀 창단 ▲2005년 1월1일 모기업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바꾸며 재창단 ▲역대 씨름단 최다 193회 우승(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50회, 한라 장사 37회, 금강장사 23회 등) ▲현대씨름단 소속 역대 천하장사-이만기(5회) 김칠규(1회) 신봉 민 이태현(이상 2회) ▲역대 감독-권석조(83∼84년) 황경수(85∼95년) 박진태(96∼2001 년) 김칠규(2002년∼현재) ▲현 소속 선수 신봉민 이태현 하상록 박영배 권오식 이경환(이상 백두급)김용대 김종진 천홍준 문찬식 장윤호 채희관(이상 한라 급)장정일 김유황 김형규 허상훈 하성우(이상 금강급)
  • 홍준표 의원 이해찬 총리 과거사 규명도 설전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판 입씨름을 벌였다. 화두는 자연스레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으로 시작됐지만, 설전(舌戰)은 과거사 규명 문제로도 이어지면서 치열하게 확대됐다. 홍 의원은 우선 “‘우리 총리’ 나오세요.”라며 ‘살가운’ 단어로 이 총리를 호명한 뒤 “살풀이해야 되겠죠.”라고 농담부터 건넸다. 홍 의원은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행정부를 아우르면서 야당을 존중해야 할 총리가 ‘차떼기당’ 발언을 한 것이 옳은 일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총리는 “그 건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다 말씀드렸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홍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에도 총리가 이렇게 야당을 폄하한 적이 있는가.”라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이 총리는 “5·16 군사 정권 때는 총리가 의원들을 붙잡아가고 야단도 치고 그랬다.”고 쏘아붙였다. 홍 의원은 “아, 그랬냐.”고 받아넘기며 “차떼기당의 원조는 2000년 총선 때 권노갑 고문이 200억원을 받은 것인데, 우리는 한번도 총리의 당을 차떼기로 부르지 않았다.”,“여당 대통령후보가 사상 최초로 감세청탁에 연루됐을 때도 우리는 감세청탁당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얼굴이 잔뜩 굳어진 이 총리는 “대정부 정책을 질문해달라.”는 답을 되풀이했다. 홍 의원은 태연하게 “총리 발언에 대해 묻는 것이 대정부질문”이라면서 이 총리의 특정 언론 폄하 발언을 추궁해 들어갔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로 넘어가면서 이 총리도 공세를 취했다. 홍 의원이 “이미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인데 국정원이 조사하면 결국 대권을 앞두고 여권이 ‘공작’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자, 이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오히려 공과(功過)를 인정받는 분이니 같이 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연수원서 만난 초교동창 부부검사로

    법무부는 14일 부부장검사 및 일반검사 371명을 승진·전보하고, 검사 95명을 신규임용하는 내용의 검사 인사를 21일자로 단행했다. 명단 29면 신규임용 검사 95명 중 여성은 36명으로 이로써 여성검사는 139명으로 늘었다. 전체 검사 1559명의 8.9% 수준이다. 지금까지 소규모 지청에는 여성검사를 배치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여성검사도 일반 인사원칙을 적용, 영월·제천·상주 등 소규모 지청에 예외없이 배치됐다. 새로 임용된 여성검사 가운데 초등학교 동기동창을 사법연수원 동기로 만나 결혼, 부부가 함께 검사로 임용돼 ‘겹경사’를 맞은 주인공이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각각 발령난 김민아(32·여)검사와 조만래(32) 검사가 그들. 부산 출신인 김씨는 2002년 999명을 뽑은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이듬해 3월 연수원에 입교했다.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에 벅차던 김씨에게 또 하나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반 같은 조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조씨를 만난 것. 한달 뒤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연수원 입교 후에도 임용을 위해 눈코뜰새 없이 법전과 씨름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도서관에서 밤을 잊은 채 함께 한 숙제와 토론이 곧 데이트였다. 처음부터 검사가 되고자 했던 남편 조씨와 달리 지난해 5∼6월 검찰에서 시보 교육을 받는 동안 검사직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 김씨는 이후 ‘일심동체’가 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다. 지난달 23일 결혼한 두 사람은 나란히 경기도 지청에 첫 발령이 나 신혼 때부터 주말부부가 되는 신세는 면하게 됐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클릭 세상속으로] 김도윤 의료사회복지사의 병동24시

    [클릭 세상속으로] 김도윤 의료사회복지사의 병동24시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것은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 나쁜 병이 없어지면서 발악하는 치료과정입니다. 겁내지 말고 용기를 가지세요.”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이 병원 사회사업실에서 일하는 김도윤(30) 의료사회복지사가 폐암으로 막 입원한 30대 남성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료진이 구토나 탈모, 어지럼증 등 치료과정에서 예상되는 증상과 ‘만일의 사태’까지 설명한 뒤끝이라 환자의 얼굴엔 불안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항암치료의 과정과 효과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자 환자는 30분 만에 “치료를 잘 받아보겠다.”며 잔뜩 긴장했던 얼굴을 폈다. ●“아픔 참지 말고 펑펑 우세요” 김씨는 “몸의 병보다 더 깊은 마음의 병을 돌보고 어루만지는 것이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이 자신들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날 오후 김씨는 40대 간암 환자와 마주 앉았다. 이 환자는 항암치료에 힘들어하면서도 꾹 참기만 하고 있었다. 김씨는 “울고 싶으면 울고, 악쓰고 싶으면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야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종합병원에는…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환자의 갱생·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상담·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요원을 1인 이상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1973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이 명시된 뒤 1983년 사회복지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12월 퇴원한 30대 다발성 골수종 환자는 지체장애 5급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골수이식에는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이 환자는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환자처럼 사회사업실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은 금액은 지난해 이 병원에서만 20억원을 웃돌았다. 지원을 원하는 환자는 복지사와 상담을 거쳐 소득 규모나 주거상황, 부채규모, 장애급수, 희귀난치성 여부 등을 담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사회사업실은 심사를 거쳐 각종 후원자나 단체, 관련 기관과 연결해 준다. ●“산소호흡기 떼겠다는 보호자 설득도” 김씨의 한달 평균 상담 건수는 130∼150건이다. 환자의 질병이나 고민에 따라 상담 방법도 다양하다.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김씨는 “한 아버지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못 키우겠다며 산소호흡기를 떼겠다고 고집을 피운 적이 있다.”면서 “몇 차례에 걸쳐 입씨름을 하며 설득한 끝에 결국 그 아버지는 건강해진 아이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퇴원했다.”고 돌아봤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 주고 싶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산하단체인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에 등록된 회원은 350명을 넘는다. 비회원까지 합치면 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의료사회복지사가 되려면 각 대학 사회복지학과에서 실습과정을 수료한 뒤 병원에서 1년 동안의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3월 삼성서울병원이 1명의 인턴을 모집하자 50명이나 몰려들었다. 현재 이 병원 사회사업실에는 김씨를 비롯,7명의 의료사회복지사가 일하고 있다. 급여는 4년제 대졸자의 초임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 아무리 경험 많은 의료사회복지사라도 고통스러운 환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진심으로 밝은 표정을 지을 자신이 없으면 병동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험 혜택 하나도 아쉬운 환자에게 의료사회복지사를 통한 사회사업실의 지원제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미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길섶에서] 3원짜리 팥칼국수/김용수 공공정책부 차장

    어머니께서 용돈으로 5원씩 주시면 초등학생인 형과 나는 장터로 내달립니다. 팥칼국수를 사 먹기 위해서입니다. 장터 난전에 앉아 나는 5원짜리 팥칼국수를 시킵니다. 형은 3원짜리를 주문합니다.5원짜리는 양도 많고 설탕도 한 숟갈 넣어 줍니다. 그러나 3원짜리는 양도 많지 않고 설탕 대신 사카린을 줍니다. 달콤한 맛이 덜하지요. 그런데도 형은 3원짜리를 먹고 2원을 저금합니다. 형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동생에게 곧잘 선물을 사주곤 했습니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팥칼국수가 소개되는 것을 보고 군침이 돌아 집에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내를 조수 삼아 몇 시간을 씨름한 끝에 만들어 냈지만 팥국물은 너무 걸쭉했고, 면은 쫄깃하지 못했습니다. 두 아들은 아빠의 성의를 봐서 맛있게 먹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다 먹고 나서 큰 녀석이 한마디 합니다.“아빠, 맛있긴 맛있는데요. 솔직히 우리 취향은 아닌 것 같네요.” 맛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합니다. 나는 말없이 먹기만 합니다.3원짜리 팥칼국수를 먹고 나머지는 저금을 했던 형과,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서 팥칼국수를 만들어 주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아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김용수 공공정책부 차장 dragon@seoul.co.kr
  • [2005설날장사씨름대회] 다윗 박영배 “으랏차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던 승부는 그러나 다윗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1일 2005설날장사씨름대회 마지막날 백두장사 결정전(3판 다선승제)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무서운 아이’ 박영배(23·현대삼호중공업)와 ‘원조 골리앗’ 김영현(29·신창건설)이 맞붙었다. 유연한 허리를 바탕으로 대학시절 뿐 아니라 프로에서도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5)을 거푸 꺾어 ‘골리앗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박영배였지만 김영현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1승8패로 절대 열세였다. 키도 184㎝로 백두급 최단신. 김영현의 217㎝와는 무려 33㎝ 차이. 하지만 박영배는 첫 째판 시작과 동시에 과감하게 들배지기를 시도,3초 만에 김영현을 모래판에 뉘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체육관을 흔들었다. 이어 둘 째판. 첫판을 내준 골리앗 김영현은 작심한 듯 압도적인 신장으로 박영배를 내리눌렀다. 하지만 다윗의 허리는 꺾이지 않았고 단단히 균형을 잡았다. 끈질기게 버텨낸 결과는 무승부. 결국 1-0(1무)의 극적인 승리를 움켜쥐었다. 올해 프로데뷔 3년 차가 된 박영배는 이로써 생애 처음으로 민속씨름 꽃가마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박영배는 “프로 데뷔하기 직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올해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해 연말 천하장사에 도전장을 내는 것은 물론, 현대씨름단의 명가 재건에 앞장 서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백승일 8강서 계체패 백승일(29)과 최병두(21·현대삼호중공업)가 마주친 설날 백두장사 8강전. 지난해 말 LG씨름단의 해체로 무소속으로 출전한 백승일은 같은 처지의 염원준(29)이 16강전에서 실업팀 장성복(25·동작구청)에게 불의의 배지기를 당하며 탈락하는 바람에 고독한 싸움을 치러야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함께 훈련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다짐으로 안간힘을 다했지만 2분짜리 단판 경기는 결국 무승부.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에게 승리가 돌아갈 터. 먼저 최병두가 체중계에 올라갔다.144.8㎏을 가리켰다. 백승일은 145.5㎏. 불과 700g 차. 백승일의 계체패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한국씨름연맹 측에 재계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경만 전 LG감독은 쓸쓸히 머리를 떨구고 돌아서는 왕년 천하장사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야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하프타임] 모제욱 설날 한라장사 등극

    ‘변칙 씨름의 달인’ 모제욱(30)이 10일 열린 2005설날장사대회 한라장사 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팀 해체의 설움을 날려버렸다. 준결승에서 재경기를 두번이나 벌이는 등 30분간의 혈투 끝에 ‘탱크’ 김용대(29·현대삼호중공업)에 계체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모제욱은 이준우(25·신창건설)를 맞아 감각적인 밀어치기로 1-0(1무) 승리를 거뒀다. 모제욱은 전 소속팀(LG투자증권)의 해체로 이번 대회에는 고향 경남 진주를 팀명으로 내걸고 출전했다. 전날 열린 금강장사결정전에서는 김경덕(27·신창)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 ‘인혁당 사건’ 다룬 소설 ‘푸른 혼’ 펴낸 김원일씨

    ‘인혁당 사건’ 다룬 소설 ‘푸른 혼’ 펴낸 김원일씨

    그건 서른세살에 시작된 푸른 고집이었다. 진실을 본 듯 했으되 펜을 들진 못했다. 부양가족 일곱명을 거느린 결손가정의 가난한 가장이던 그때는 “겁이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쓰리라, 각오를 품었었다. 그 검질긴 고집을 소설로 달래내는 데 30년이 걸렸다. 중진작가 김원일(63)이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푸른 혼’(이룸)을 냈다. 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다잡고도 2년을 꼬박 매달린 결실이다. 책이 묶여나온 요며칠 머릿속이 어찔어찔하다. 출간 마무리에 진이 빠진데다 술, 담배, 당뇨 때문에 설상가상 들솟아버린 부실한 치아 때문일까. 그런데 그 따위 시덥잖은 것들이 마음자리를 이렇게 자반뒤집기 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책 출간·과거사규명은 우연의 일치” “우연이요. 이런 게 아닐까 싶소. 죽은 영혼들의 간절한 기원, 그들이 내 소설에 보내는 강렬한 암시 같은 것. 나는 정치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고, 내 소설이 시사성을 갖출 이유도 없는 거라. 그냥 지금쯤 써도 되겠다 싶었던 것뿐이지.” 그가 “박정희 정권의 가장 치명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라 확언하는 인혁당 사건. 그것이 국정원 과거사 위원회의 진실규명 대상에 오른 시점과 책의 출간이 일치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희한한 우연”이다. ‘푸른 혼’은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된 8명의 희생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중편 6편이 모두 그들의 실화에서 발아했다.“소설을 쓰느라 한 박스가 넘는 관련 자료들과 몇년을 씨름했다.”는 그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사실(史實)들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무미건조한 르포가 되지 않게 글에 향기를 불어넣으려 애를 많이 썼다. 처절한 고문과 폭력장면을 묘사하지 않은 건 그래서였다. ●“역사적 사실 문학적 표현 노력”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등 희생자들은 이름을 바꿔 작품에 등장한다. 예컨대 여정남은 ‘여의남’이란 주인공이 되어 가려진 현대사의 진실을 고발한다. 헌헌장부였다가 모진 고문 끝에 만신창이가 된 여의남은 대처승의 아들로서 떳떳이 죽음을 맞는 것으로 묘사했다(‘여의남 평전’). 10년째 대구 팔공산에서 양봉일을 하다 느닷없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서울 서대문구치소에서 사형당하는 주인공(‘팔공산’),1960년대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가 10여년만에 다시 누명을 쓰고 숨지는 39세의 남자(‘청맹과니’),8명의 희생자들을 처형 순간에 한 자리에 모아 혼을 위로하는 남자(‘투명한 푸른 얼굴’)….“본디 현실에 일어나는 일이 곧 소설인 법”이라는 작가의 말에 새삼 육중한 무게가 실린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곧 소설” 200자 원고지 1600장을 훌쩍 넘는 소설. 작가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애착이 간다.”라며 보듬어 안는 소설에는 어쩌면 처음부터 태생적인 부채 같은 게 있었다. “희생자들의 연고지가 대부분 내 고향인 대구였고, 그들이 자주 만나 회포를 푼 약전골 일대가 내 가족이 전쟁 후 한 세월을 힘겹게 넘겼던 동네였다.”고 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터졌을 때 가난한 출판사 직원이었다는 그는 “나중엔 그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기도 했다.”며 돌이켰다. “소설 말고는 아무것도 말하기 싫어” 이번엔 그 흔한 얼굴사진조차 책날개에서 빼버렸다.30년 묵힌 고집을 풀었으니 다음엔 뭘까.“완전히 다른 스타일. 자유인 이야기가 될 거요. 폭력전과 5범과,6.25때 포로수용소 간수였던 조부의 이야기가 오락가락 엮이는. 마르케스처럼 과거와 현재가 혼융하는 그런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어.”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김명국 기자 daunso@seoul.co.kr
  • [하프타임] 민속씨름 이사들 이사회 보이콧

    LG 씨름단 해체 등의 사태를 겪은 한국씨름연맹이 김재기 총재에 대한 일부 이사들의 불신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연맹은 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원 선임, 설날대회 예선 집행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김 총재의 직무대행 중지를 요구하는 정인길 신창건설씨름단 단장 등 이사 3명이 불참,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 설날씨름 속전속결 승부

    LG씨름단 해체로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민속씨름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오는 9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05년 첫 대회인 설날장사씨름대회가 막을 올리는 것. 금강·한라 통합장사와 백두장사전으로 이틀 동안 펼쳐졌던 이전 대회와는 달리, 사흘 동안 금강·한라·백두 등 3체급 장사전을 따로 치르게 된다. 일종의 오픈대회로 아마추어 장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이번 설날대회에는 현대삼호중공업·신창건설 등 2개 프로씨름단과 구 LG씨름단,14개 지자체씨름팀 등에서 선발된 각 체급당 16명(프로 8, 지자체 8)의 장사들이 출전해 황소 트로피를 다툰다. 특히 공격 씨름을 유도하고,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경기 방식이 달라진 점이 눈길을 끈다.16강전과 8강전을 기존 3판 다선승제에서 단판 승부로 바꿨고, 결승전도 5판 다선승제에서 3판제로 축소했다. 자칫 지루한 승부의 연속으로 씨름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소지를 없애고 박진감을 보태기 위한 것. 또 단판 승부는 프로 선수에 비해 체력과 기술, 경기 운영 면에서 처지는 실업 선수들에게 이변을 연출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 LG씨름단 소속 선수들이 보여줄 ‘헝그리 투혼’의 결과도 관심이다. 현재 인수 기업을 찾으며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구 LG씨름단에서는 ‘영원한 소년 장사’ 백승일을 포함,‘왕눈이’ 염원준(이상 백두급) 남동우 모제욱(이상 한라급) 이성원 최성남(이상 금강급) 등 6명이 다시 샅바를 맨다. 일단 연맹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하게됐으나 팀 명칭을 상비군으로 하지 않고 백승일은 전남 순천, 염원준은 강원 평창 등 출신 지역의 이름을 달고 모래판에 나서게 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MBC ESPN ‘최홍만의 모든것’

    MBC ESPN(대표 장근복)은 28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스포츠 매거진 ‘스포츠원’을 통해 모래판의 천하장사에서 ‘사각의 링’을 누비는 파이터가 되기 위해 이종격투기 K-1에 도전장을 내민 최홍만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최홍만은 이 프로그램에서 K-1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주변 환경과 씨름계를 떠나면서 겪은 아픔 등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본다. 최홍만은 3월19일 K-1 서울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며 일본 선수 아케보노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CEO 칼럼] 10년후 CEO가 할 일/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CEO 칼럼] 10년후 CEO가 할 일/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세계적인 성공기업 사례로 곧잘 인용되는 회사 중에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있다. 아주 알차고 재미있는 회사인데 창업주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허버트 켈러는 점잖은 만찬장에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한번은 경쟁사와 광고카피 표절시비가 붙었다. 켈러는 상대 회사에 “사장끼리 팔씨름을 해 잘잘못을 가리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상대는 이 해괴한 제안을 받아들였고 켈러는 팔씨름에서 졌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이미 ‘사우스웨스트’란 회사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피말리는 기업전쟁을 홍보전으로 연결시킨 기발한 전략이었다. 그는 출근할 때마다 회사 정문에서부터 집무실까지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나 업무 관련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회사를 “일하기에 좋은 미국의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비결은 간단하다. 종업원들이 회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왜 좋아하는가.CEO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자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한 걸음 나아가 자신들의 꿈을 ‘키워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10년후의 세계-기업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 때 다뤄진 내용 중의 하나가 지금의 CEO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일들, 예컨대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든지 ‘노사문제’라든지 등의 처리과정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살펴본 것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앞으로는 많은 우수한 전문인력들이 프리랜서화되어 컨설팅회사 등과 같은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렇게 되면 CEO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컨설팅회사에 ‘아웃소싱’해 처리하면 된다. 노사문제도 회사내에서의 개별교섭보다는 범국가적 또는 범세계적인 단체간의 교섭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마디로 지금 CEO들이 하는 일은 ‘일’ 축에도 못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후에는 CEO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바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버트 켈러는 이미 30년전부터 그 일을 시작했고, 전설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켈러뿐만이 아니다. 당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휴렛패커드사의 CEO 칼리 피오리나는 “기업의 가치는 유형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지적 재산권과 경쟁력 있는 고급인력을 갖고 있는가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네슬레사의 CEO 피터 브라벡도 “10년후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의 능력을 현실화시켜 주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나같이 ‘사람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요즘 기업현장의 최대 화두는 ‘인재를 어떻게 확보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Human Resource:HR)’이다. 물론 직원들이 회사에 최대한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잘 다듬어진, 즉 각자의 기업조직 체질에 맞는 인재경영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이같은 ‘기본’은 당연히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알파(α)가 한가지 더 얹어져야 한다. 바로 CEO의 역할이다.CEO가 직원들을 한가족 같은 사랑의 가슴으로 껴안을 때,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귀를 열어놓을 때 조직의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 [하프타임] LG씨름단 설날대회 출전

    한국씨름연맹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전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의 설날장사대회 출전을 의결했다. 연맹 규정상 무적 선수는 대회에 나올 수 없으나 현재 제3자 인수를 추진하면서 훈련중인 점을 고려, 이번 설 대회에 한해 출전을 허용키로 했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정도령과 진인 ‘정감록’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계룡산 밑에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다는 ‘정도령’이다. 달리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빤히 아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따져들면 실체가 애매한 것이 바로 그 진인이고 정도령이다.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정도령에게 제법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전 일이었다. 대기업 총수 정모씨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는데 당시 칠순 노인이던 그를 가리켜 ‘정도령이 나왔다.’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도령치곤 참 늙은 도령이었다. 맨손으로 일어나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사람이었던 만큼 그 뚝심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봤던 것일까. 하여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정도령 감은 몇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도령이란 칭호는 ‘정감록’에 안 보인다. 고작 ‘정성(鄭姓)’ 또는 ‘진인(眞人)’이 언급되는 정도다. 때론 그 정씨와 진인이 같은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민중들이 쉬쉬하며 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됐고, 한참 뒤 그 진인이 정씨라는 예언이 등장했다.18세기 후반 들어 ‘왕조실록’에 ‘정성진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물론 체통 있는 양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정감록’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섞인 단어다. 그런데 정진인이 난데없이 웬 도령인가? 알다시피 도령은 양반집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령은 정진인에 대한 일종의 애칭이다. 도령이란 호칭을 달리 풀이할 수도 있다. 진인이 초능력자라 해도 정식으로 민중 앞에 나서기 전엔 아직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딱지를 못 뗀 일종의 미성년이다. 진인으로 검증을 받을 때까진 정도령, 검증이 끝난 한참 뒤에는 성스러운 임금이다. 진인이 정씨라는 수사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감록에 그 답이 있다. 이 예언서는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 정감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돼 있으나 3인이 두 집안의 실제 조상은 아니었다.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민중은 유독 정감을 더 사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선 책 제목을 3인의 대담집이라 해야 옳을 테고 실제로 ‘정이문답(鄭李問答)’이라 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고 대개는 ‘정감의 기록’이란 뜻에서 ‘정감록’이라 불렀다. 그 제목엔 역사의 승리자는 조선왕조의 적대자들, 즉 정씨 성을 가진 진인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런데 새 왕은 왜 하필 정씨여야 하는가? 정씨는 ‘정감록’의 맥락에서 볼 때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표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의 배후엔 민중들의 집단적 기억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중은 조선태조 이성계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은 정몽주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이었으나 태종에게 제거된 정도전, 선조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여립, 영조 때 일어난 반란 사건에 연루된 정희량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相剋)이므로, 새 나라는 반드시 정씨가 왕이 돼야 한다는 민중의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씨, 이씨, 박씨 등 다른 성씨 중에도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그런 점에서 정씨 자손이 다음 세상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논법은 너무 순박하다. 진인이 반드시 정씨 집안에서 출생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20세기 전반 어느 종교 운동가는 ‘정(鄭)도령’은 ‘정(正)도령’이라고 했다. 정씨 진인설의 핵심을 찔렀다고 본다. 정도령은 성씨가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 믿고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최고 검증요건이었다. ●진인이란? 조선시대엔 성리학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고, 그에 따르면 ‘도덕군자’가 제일이었다. 그 군자를 제쳐 두고 갑자기 왜 진인이란 생소한 존재가 나타나 왕조를 뒤엎는가? 그 이유를 나는 민중의 숨은 뜻에서 찾는다. 새 시대는 군자 되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민중의 노여움이 느껴진다. 성리학을 아주 폐기처분하지는 못할망정, 민중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뜻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진인(眞人)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도(道)를 깨달은 사람, 또는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다. 진인이란 표현은 본래 도교 용어다. 영어로 된 도교전문 서적을 뒤적여 봤더니 ‘완벽한 인간 존재(perfect human-being)’라고 한다. 인간적 한계를 초월한, 신선과 비슷한 존재가 도교의 진인이다. 불교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현대의 임제선에선 진인을 핵심개념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기자가 서옹 스님(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에게 진인의 개념을 물었다. 그때 서옹의 답은 이러했다. “거짓말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지. 거짓이 없으면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고, 양심이 깨끗하면 절대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정치인, 경제인, 관리들 정말 거짓말 너무 많이 하더군.” 서옹 덕분에 현대 불교의 진인 개념이 명료해졌다. 진인은 절대자유인이라 불릴 만한 참사람, 수행의 최고단계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후기 민중은 그런 진인이 나와서 세상을 확 뒤집어 놓기를 바랐다. 정감록에 함께 실린 예언서 ‘동차결(東車訣)’에는 진인왕이 건국한 뒤엔 불교신자가 대접받는다고도 되어 있다. 불교적 진인관이 맥맥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말고 잠시 나는 호남지방에 퍼져 있는 진묵 대사 설화를 떠올렸다. 진묵은 석가모니의 현신이었다는 전설도 있긴 한데, 그는 발달된 기계기술 문명을 가져다 백성들의 고생을 덜어주려고 잠시 서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육신은 절간에 두고 진묵의 영혼만 잠시 떠났던 것인데, 속된 유학자 김봉국이 그 육신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만 개화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사실 진묵은 17세기 인물이었고 문명개화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민중은 유교가 못 이룬 개화의 꿈을 진묵이라면 이룰 수 있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민중이 기다리던 진인은 도덕적으로 특출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통치자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생각은 양반들의 정치관을 닮았다. 유교의 성현(聖賢)이 진인으로 대체되고 만 느낌이다. 민중은 기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제도가 아니라 인물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교적 사유의 틀에 갇혀 버렸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도 민중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대안을 궁리하였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민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진인은 구원자라는 점에서 미륵불 또는 기독교의 재림 예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에 앞서 벌어질 아마게돈에서의 선악의 일대결전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진인의 출현과 무관하다. 진인이 세상에 나올 때 전쟁과 환난이 예정되어 있긴 해도 그것으로 역사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예수는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도 불러다 영생을 준다지만 진인은 산 사람들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 따름이다. 진인은 미륵불처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성불시키지도 못한다. 진인의 문제해결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진인은 예수나 미륵불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때가 이르면 환상의 섬에서 나올 진인 현대의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조선후기 민중은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고 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한 동굴도, 오랜 암자도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이상향으로 상정된 섬이 있고, 거기서 때가 되면 진인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상향을 말하다 보니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시작되는 제주의 이어도 타령이 생각난다. 그 노래에는 이어도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어도는 파랑도라고도 하는데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수중섬(水中島)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초(暗礁)다. 해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어 파도가 몹시 심할 때만 모습이 잠깐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이어도는 예부터 이상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서양에서도 미지의 섬을 이상향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1478∼1535)는 1516년 정치 공상소설 ‘유토피아(아무 데도 없는 나라란 뜻)’를 발표했다. 모어는 히스로디라는 뱃사람에게 어떤 신기한 섬나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유토피아’인데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를 호되게 비판하고 저자가 동경하던 이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섬은 공화국이고, 모든 시민은 하루 6시간만 노동하면 된다고 했다. 거기선 남녀 모두 교육 혜택을 받아 교양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다툼도 전혀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평등하다. 누구나 이상향에 가보고 싶겠지만 그곳을 찾아가긴 불가능하다. 토머스 모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자고 했다. 조선시대 민중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민중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치적·사상적 통제력은 그 시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그래서였을 테지만 민중은 이상향에서 구원자를 불러오고자 했다. 모어의 유토피아엔 법과 제도가 구원을 보장해 주었다. 그곳엔 구원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의 이상향은 그 반대였다. 사람이 문제를 푸는 열쇠였다. 민중은 진인이란 구원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풀려 했다.17세기 후반부터 역사기록에 나타난 해도진인(海島眞人)이 그것이다. 섬에 희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 바다는 신화시대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희망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민중은 대부분 뭍에 살며 농사에 종사했다. 그런 판국인데 진인이 낯선 섬에서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씨름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진인을 하필 섬에서 찾는 이유는 민중을 괴롭혀온 조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 지대는 음모와 꿈이 무르익을 수 있다. 게다가 17세기부터 먼 바다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낯선 서양 선박(황당선, 이양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외의 사건소식을 접한 민중은 바다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해도진인설로 굳어졌다고 본다. 서양 선박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그때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의 나가사키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들은 조선 배보다 수백 배나 큰 거함을 타고 대서양·인도양을 가로질러, 대만을 지나 제주 남쪽 해상을 통과하여 일본을 오갔다.18세기 후반이 되면 그 큰 서양 선박들이 가끔 서남해에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실학자 박제가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배 안에는 생김새, 언어, 습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양 선박은 조선 해안에 표류하기도 했다. 박연, 하멜 등이 그들인데 훗날 하멜은 도망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그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각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조선후기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은 외계인이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조차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큰 대포를 장착한, 초대형 선박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선박의 출현은 민중의 공포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까지 아직 서양 함대가 조선을 침략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 못지않게 신비스러움이 컸다. 이양선이 출몰하는 서남해는 경이로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서양 선박이 나타난 것이 전혀 뜻밖이었듯, 언제 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할지 호기심 많은 민중으로선 귀추가 주목되었다. 동해나 서해에도 이상향이 있다는 소문이 가끔 떠돌았지만 남해설은 좀더 유력했다. 어느덧 서남해는 진인의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물론 서양배의 출현만 가지고 해도진인설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선후기엔 무인도가 이주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 당시는 육지의 개발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가난한 민중은 삶의 터전을 섬에서 일구기 시작했다. 한번 민중의 눈길이 바다 쪽으로 쏠리자 수십의 무인도가 유인도로 바뀌었고, 율도·무석국 등 상상의 섬들이 인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진인(眞人)이 남해에서 계룡(산)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 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가운데 민중은 해도진인의 출현을 동경했던 것이다. 육지로 나온 진인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진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의 탐구는 다음 호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IPTV “통신이다” “방송이다”

    IPTV “통신이다” “방송이다”

    “인터넷이 TV를 점령할 것인가, 아니면 TV가 인터넷을 접수할 것인가.”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에 이어 IPTV(Internet Protocol·인터넷 방송)가 디지털화에 따른 방송·통신융합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전화사업자들이 시작한 사업이 DMB라면 IPTV는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통신사업자들이 ‘부가서비스’ 혹은 ‘통합서비스’라는 개념으로 방송사업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DMB와 IPTV는 비슷하다. 그러나 DMB 개념은 방송으로 교통정리가 된 반면 IPTV를 두고는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두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케이블TV사업자들은 “어쨌든 콘텐츠를 전달하는 만큼 방송”이라는 반면, 인터넷사업자들은 “인터넷망을 통한 쌍방향 서비스이기에 통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양쪽 사업자들을 각각 뒷받침하면서 정부기관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새로운 먹을거리다” 정통부는 IPTV를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IPTV는 장기적으로 전화·인터넷·방송이 하나로 묶이는 TPS(Triple Play Service)로 간다.”면서 “IT기반이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를 먼저 치고 나가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정책은 국가 부강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아직도 ‘방송이냐 통신이냐.’는 논란에 매달려 있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라는 비판까지 곁들였다. 정통부가 총대를 메서인지 IPTV사업에 관심을 가질 법한 인터넷사업자들은 조심스럽다. 이미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으면서도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언급마저 자제하고 있다.KT관계자는 “사업 기회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아직 IPTV에 대한 정책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사업자들은 IPTV가 빨리 도입, 정착된다면 인터넷망의 고도화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나 운용 노하우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낳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공정 경쟁을 보장하라” 케이블TV업계가 IPTV에 민감한 것은 자신들은 ‘방송’이라는 이유로 전체시장의 20%를 한 사업자가 차지할 수 없는 등 편성·지역채널·출자제한에 있어서 각종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IPTV가 ‘통신’으로 규정되면 이런 방송법에 따른 규제가 없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인터넷사업자들이 규제도 받지 않고 시장에 진입할 경우 케이블TV업계는 망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유삼렬 회장 등 케이블TV협회 간부진이 “차라리 사업권을 반납해버리겠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도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 태광이나 CJ 같은 덩치 큰 사업자들은 TV 리모컨 조작으로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면서 결제하고, 공과금을 내고, 전화도 할 수 있는 T-커머스나 T-거버먼트,VoIP 등의 서비스를 늦어도 올해 중반부터는 시작할 계획이다. 케이블TV협회 이덕선 방송통신융합위원장은 “인터넷사업자보다 기술도입이 늦었다기보다 기술표준 등의 문제로 디지털화 작업이 다소 지체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TPS니 홈네트워크니 하는 것들이 인터넷사업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해법은 서비스 유예? 양측간 물밑싸움도 치열하다. 정통부나 인터넷사업자들은 통신사업으로 축적된 자본과 기술에서 우위에 서있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과 양적인 면에서는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반면 방송위나 케이블TV업계는 1200만 가구라는 기존 가입자와 공정경쟁이라는 명분이 든든한 자산이다. 또 은근히 인터넷사업자들은 이윤추구를 위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과점사업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서비스가 좋을지는 몰라도 비싼 가격으로 결국 국민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 싸움에도 불구하고 방통융합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양측 모두 동의한다. 어쨌든 방송통신이 합쳐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이제 방송은 더 이상 ‘문화’가 아니라 ‘산업’”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PTV 서비스유예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IPTV 같은 신규 서비스의 경우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끼어드는 것보다 경쟁의 틀만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다만 자본이나 기술에서 각종 규제 때문에 케이블TV쪽이 불리한 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의 규제완화와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통부와 인터넷사업자들의 IPTV 도입 움직임을 두고 전국언론노조가 ‘방송의 난개발’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방송법에 ‘별정방송사업자’ 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는 25일 열리는 국무조정실 산하 ‘멀티미디어 정책협의회’ 3차 회의에서 이같은 각 사업자들과 정부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리꾼 김용우와 세계음악 여행을

    소리꾼 김용우(37)는 노래만큼 말도 잘한다. 거침없고 당당하다. 그래서 오해를 살 듯도 싶다. 하지만 그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김용우의 자신감에 수긍하게 된다.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피리를 터득한 ‘신동’이었던 그가 본격적으로 소리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대학(서울대 국악과) 시절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12가사를 비롯, 진도·서도·남도 소리를 다 섭렵하고 1992년부터 4년간 전국을 돌며 소리 채집에 열중한 이력이 자신감의 바탕이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전통음악과 재즈, 보사노바, 삼바 등 서양음악의 접목을 시도했고 대중들은 귀를 기울였다.“방송사 시그널이나 씨름판에서 나오는 것만 국악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해 방법을 바꿔봐야겠다 생각했죠.” 민요를 시대 흐름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그가 21∼22일 오후 8시 정동극장 무대에 선다. 정동극장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획 공연 ‘아트 프런티어’의 두 번째 주자다. 이번 공연은 월드뮤직으로 개념을 잡고 만든 4집 앨범 ‘질꼬냉이’의 음악을 다시 한번 펼쳐보이는 자리.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민요를 담아 음악의 폭을 넓힌 그와 함께 관객들은 세계 음악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의 입담과 구수한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흥이 나고 신명이 나올 듯. 팬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제주도 민요 ‘용천검’을 비롯해 새롭게 다듬어진 우리 민요 ‘매화타령’, 일본 민요 ‘꽃’, 북한 창작 민요 ‘바다의 노래’ 등이 등장하고, 옛 시조에 곡을 붙인 ‘고가신조’도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북천이 맞닿거늘…”로 시작하는 서화담에 대한 황진이의 답가도 재즈풍으로 편곡해 재즈 보컬리스트 김여진과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25현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해금 연주자 꽃별, 기타리스트 이성우 등이 세션으로 참가한다. “국악계에 아이돌 스타가 나와야 된다.”는 농담 같은 그의 말에서 국악 대중화의 길을 혼자 걷는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그는 올 하반기(7∼8월)쯤 5집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02)751-15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쉬어가기˙˙˙

    민속씨름에서 승부가 나는 시간은 경기 시작 이후 20초에 지나지 않지만 준비 시간은 2분에 육박해 씨름의 흥미를 반감시킨 것으로 분석됐다.14일 한국씨름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구리대회에선 금강·한라·백두급을 통틀어 평균 20.3초 만에 승부가 났다는 것. 그러나 주심의 출전 신호에서 모래판에 앉기까지, 샅바를 잡기까지, 샅바를 잡고 일어나 자세를 잡은 뒤 시작 신호까지 등 준비 단계는 무려 1분45초가 걸렸다.
  • “우리가 1호” 휴대전화업계 입씨름

    ‘제품 경쟁도 진흙탕?’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계에 ‘세계 최초, 세계 최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업계 ‘빅3’의 첩보전도 치열해지는 느낌이다.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연속동작인식폰’ 세계 최초 개발,3월 제품 출시 입장을 밝히자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이 “터무니없는 발표”라며 반격했다. 연속동작인식 기술은 이미 널리 보급된 기술이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팬택&큐리텔은 “같은 기술을 적용한 제품(PH-S6500)을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 ‘PT엑스포컴 차이나 2004’에서 시연했다.”면서 “다음주 초 SK텔레콤을 통해 세계 최초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6축이란 기술이 보편화돼 있지만 연속동작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은 최초”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게임폰’의 폴리곤(Polygon:3차원 영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 문제로 충돌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11일 “기존 폴리곤 제품보다 5배 빠른 100만 폴리곤의 그래픽 가속칩을 세계 최초로 단말기에 탑재한 ‘3차원(3D) 게임폰’을 개발했으며 상반기에 국내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130만 폴리곤의 게임폰 G1000을 개발, 다음 달 KTF를 통해 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 및 제품개발 싸움은 지난해에 시작됐다. 지난해 7월에 300만화소폰 출시와 관련, 한판 선두 출시 싸움을 벌였고, 지난 연말과 최근엔 삼성과 LG는 위성 및 지상파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폰 세계 최초 개발로 신경전을 벌였다. 업계 주변에서는 “경쟁사의 정보를 미리 빼내 제품 발표때 김을 빼거나 제품 개발이 뒤지면 ‘적용 기술 최초 개발’ 등으로 최초를 강조하는 자존심 싸움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선두 싸움이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뜻이겠지만 싸움이 소비자 현혹과 함께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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