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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수능 치르는 사랑하는 딸에게/천세영 충남대 교육학 교수

    [시론] 수능 치르는 사랑하는 딸에게/천세영 충남대 교육학 교수

    사랑하는 딸 예은아, 정말 고생 많았지? 삼백 몇 날 전부터 날을 세기 훨씬 전 어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그날부터 쌓아 온 너의 모든 수고가 오늘 드디어 한 판 씨름으로 결판이 나는구나. 그래도 우리네 씨름판은 아무리 못해도 삼세판까지는 가는데 오늘의 수능판은 단판 승부로 끝나버리는구나. 정말이지 어제도 다짐하고 기도했듯이 평소에 준비하고 닦아 온 만큼만 결과가 좋게 나오면 얼마나 좋겠니. 꼭 그럴거야. 조금도 걱정 말고 편한 마음으로 수험장에 들어가거라. 아빠와 엄마가, 그리고 선생님을 비롯하여 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도를 해줄 테니 조금도 불안해하지 말고 너의 모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거라. 시험지를 받으면 일단 길게 호흡을 한 번 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문제를 대해야 한다.‘아, 너 그 때 본 친구구나.’하고 말이다. 혹 처음 봤거나 너무 무섭거나 싫은 놈이면 잠시 피했다가 다른 친구들하고 놀다가 나중에 보거라. 좀 나아질 거다. 우리 딸 파이팅! 예은아. 사실 어른인 아빠는 그동안 너의 수고를 지켜보면서 늘 미안해했단다. 너도 알다시피 뭐 이런 시험제도가 다 있나 모르겠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안 그런다는데 이 나라에서만 유독 이 엄청난 짐을 어린 너희들에게 맡기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한 판 혹 잘못되면 인생이 몽땅 잘못될 것 같은 중압감에 짓눌린 채로 해맑게 맘껏 날아야 할 젊은 날들을 가두는 너를 볼 때마다 정말이지 화가 났단다. 어찌되었든 오늘 저녁이면 해방이구나. 이제 그동안 못 다녔던 콘서트도 가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만화책도 보고 인터넷도 실컷 할 수 있겠구나. 그래 오늘 저녁은 아빠가 최고로 신나게 해줄 테니 하고픈 거 몽땅 털어 놓아라. 예은아. 그래도 지금 무섭고 떨리지? 혹 ‘점수가 기대했던 만큼 안 나오면 어쩌지.’하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좀 더 살아 본 아빠가 돌아보니 그거 꼭 그런 거 아니더라. 인생은 절대로 단판 승부가 아니더구나. 하늘은 참으로 공평해서 씨름판처럼 삼세판 기회를 주는 것 같구나. 새옹지마이니 전화위복이니 하는 고사성어도 있잖니? 정말 옛말 틀린 말 하나 없단다. 솔직히 말하면 점수가 조금 더 나오고 덜 나온 거 꼭 네 책임만도 아니란다. 실상 오늘 네가 치르는 수능 같은 것들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여러 차례 맞닥뜨려야 하는 시험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한 시험들마다 사실 완벽하지 못해서 똑같은 사람이 두 번 치러도 점수가 다를 수 있단다. 그러니 시험 결과에서 드러나는 한 점 두 점의 점수 차이가 너의 모든 것을 재는 것은 절대로 아니란다. 너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것으로도 인생의 첫째 관문을 잘 통과한 것이며, 그만큼 너는 오늘 축하를 받을 권리가 있단다. 아빠와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서 오늘 같은 중압감을 조금만 덜어내는 시험제도를 만들었더라면 이런 변명을 굳이 안 늘어 놓았을 텐데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는 이 일도 너희들의 몫이 되었구나. 아마 너희들은 우리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마음껏 하늘을 향해 날아라!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 교수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사라지는 연말 골프모임

    한 해를 마무리짓는 연말. 예년 같으면 해가 바뀌기 전에 납회를 위한 골프장 부킹 때문에 동호회 총무들이 전화통과 씨름 깨나 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월례모임에 나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납회 없이 해를 넘기는 동호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 정도. 비용 부담으로 월례모임이 외면받는 한편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활성화됐고 해외 골프투어가 일반화되면서 겨울이라고 골프백을 처박아 두는 일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같은 연습장에 다니는 회원들과 가까운 골프장에서 매월 한 두 차례 모임을 갖는 골프 애호가들이 많았다. 또한 90년대 후반 포털사이트 골프 동호회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월례모임이 가능하던 골프장 문턱이 높아졌다. 연부킹 자격이 골프장 회원으로 제한됐고 1인당 5만원에서 7만원의 식사와 시상품 구입 요구가 뒤따랐다. 또 많은 회원을 밑천삼아 용품회사에 시상품 협찬을 의뢰해 푸짐한 참가상을 안겨주던 포털사이트 골프모임도 회원들의 참여 열기도 식은 지 오래됐다. 부담은 늘고 나오는 사람이 줄어드니 모임이 꾸려질 수가 없다. 잦은 멤버 교체와 크고 작은 잡음 역시 월례모임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대여섯 팀에서 서너 팀, 다시 한 두 팀으로 줄어드는 것이 요즘 월례모임의 모습이다. 월례모임 쇠퇴의 이면에는 최근 붐을 이루는 아마추어 골프대회도 한 몫 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아마추어 대회가 올해 열 두해를 맞이했듯 최근 주류, 카드, 자동차, 골프용품 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아마추어 대회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을 잘 보고 주변에 소식 빠른 사람이 있으면 굳이 동호회에 나가지 않아도 푸짐한 참가상이 걸린 대회에 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일부 대회는 핸디캡 제약이 있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고 굳이 확인하는 경우도 없다. 그 날의 경기 내용을 바탕으로 핸디캡을 결정하는 신페리어 방식이라면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임자다. 굳이 모임에 소속돼야 골프장을 찾을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난 셈이다. 골프투어 자유화 이전, 서리가 내리면 한 해 골프 농사는 끝이었다. 기를 쓰고라도 귀한 벗들과 골프장 연말 모임을 갖고 서너 달 방학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이젠 시간과 돈만 있으면 언제든 따뜻한 동남아 등지를 찾아 하루 36홀 라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결국 세태의 변화가 한 해를 뒤돌아 보고 내년을 기약하던 연말 골프모임, 납회를 사라지게 한 것이다.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쉴곳없는 ‘귀’…국민 2명중 1명 소음에 시달려

    쉴곳없는 ‘귀’…국민 2명중 1명 소음에 시달려

    “뒷집 개소리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받아 못살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미친 듯 짖어댑니다. 애기가 개소리에 놀라 경기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이에요.”(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 “서울 명동에 가면 호객행위한다고 길거리에 음악을 고래고래 틀어놓습니다. 버스를 타면 라디오 노랫소리는 귀를 피곤하게 하지요. 임자 없는 허공에 음파가 헤집고 다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데, 환경부는 어찌 생각하는지요.”(환경부 홈페이지) 아파트 층간 소음이나 길거리, 공사장, 도로 등 이른바 ‘생활 소음’이 큰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웃간의 분쟁 등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치닫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소음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밤시간대(오후 10시∼이튿날 오전 6시)에 법정기준치 이상의 도로교통 소음에 노출된 인구가 무려 2500만명(52%) 안팎인 것으로 추정됐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낮시간대(오전 6시∼오후 10시)엔 1000만명(21%) 수준이다. 낮엔 국민 10명 가운데 2명가량이, 밤엔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과도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주거지역의 법정 소음기준은 낮시간대 65㏈(데시벨) 이하, 밤시간대 55㏈ 이하로 규정돼 있다.40㏈부터 수면 깊이가 낮아지고 50㏈은 호흡·맥박수 증가 및 계산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데 이어 60㏈일 경우 수면장애가 본격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온종일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환경부에 ‘생활소음 줄이기 종합대책’ 연구용역 조사보고서를 제출한 홍익대 김정태 교수는 “2002년 이후 도로가 많이 깔렸고 고속철도가 운행되는 등 여건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생활공해과 전종철 사무관도 “갈수록 소음공해가 심각해져 시급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층간 소음, 공사장 소음, 확성기 소음 등 각종 생활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했다. 지난해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소음민원은 2만 9576건으로,2000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집계 결과,199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제기된 1354건의 환경분쟁 신청 가운데 소음·진동 건수는 86%(1159건)에 달했다. 대기오염 분쟁신청은 8%(115건), 수질오염은 54건(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아직은 극소수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최근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웃간 소음에 어떻게 대응했나.’란 질문에 ‘괴롭지만 참았다.’ 등 63%가 최소한의 항의 표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적·사회적 영역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대화나 수면방해, 청력장애 등 증상은 물론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위협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거리교통 소음이 심한 지역의 사람들은 심근경색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1.2∼1.3배 가량 높다거나, 소음이 극심한 지역 거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정신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울산대 의대 산업환경의학교실 이충렬 박사는 “신경성 불만, 두통, 입씨름하기 좋아하는 성향, 성적 무능력, 사회적 갈등 증가 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환경부는 현재 층간 소음이나 항공기, 유흥업소 등의 소음대책과 관련해선 건설교통·국방·보건복지부 등과 부처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 관계자는 “소음공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생활소음을 줄이는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막걸리통 싣고 찌리링 15만리

    막걸리통 싣고 찌리링 15만리

    1969년 3월 30일. 서울·중부 지방은『최저 영상 3도, 최고 영상 12도, 북서풍, 차차 맑음』의 화사한 봄날을 맞아 상춘객들은 창경원으로 우이동으로 떼를 지어 몰려나갔다. 이 춘3월 좋은 날씨에 서울 비원(秘苑) 돈화문(敦化門) 앞에선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진기한 경기가 벌어졌으니 서울 탁주(濁酒) 도매업자 연합회가 주최한 제1회 실용자전거 경기대회가 바로 그것. 알기 쉽게 말하자면 막걸리통 배달꾼들의『누가누가 잘 달리나』대회다. 이 진기한 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올해 25세의 김창옥(金昌玉)씨. 앓다가 참가한 경기인데 출발할 때부터 선두 달려 정각 하오 1시 5분 전 돈화문 앞을 출발, 반환점인 의정부까지 갔다가 되돌아와「골인」한 것이 정각 2시 16분. 그러니까 꼭 1시간 21분 만에 달린 셈이다. 출발 때부터 선두를 달리기 시작한 선수가 바로「백·넘버」2번의 김창옥씨. 김씨는 시종 물에 축인 수건을 입에 물고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페이스」로「페달」을 밟았다. 『대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제일 먼저 출전신청을 한다고 달려갔죠. 그런데 가보니까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래 2번이 되었죠』하는 김씨는 경남 함양군 지북면 개평리 태생. 찢어지게 가난한 농군의 세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라났다. 가난한 속에서도 가까스로 국민학교를 졸업. 『공부를 특별히 잘 하진 못했어도 운동회 날만 되면 내 세상이었죠. 달리기, 씨름 등에서 꼭 1, 2등이었으니까요』 서울에 올라온 건 8년 전인 17살 때. 위로 두 형님이 있지만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형편. 김씨가 서울로 올라올 생각을 하게 된 건 당시 서울에서 술도가를 차리고 있던 사촌형의 권유에 따른 것.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안했습니꺼?』 8년 다린 거리 치면 부산~백두산 73번 서울 올라와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막걸리 한 말들이 통을 뒤에 싣고 동서남북으로 온 장안을 누비며 술을 배달했다. 배달 시작은 아침 7시부터 낮 12시께까지. 배달을 끝내고 나면 좀 한가해진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밤 9시 반쯤이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거래처를 한 바퀴 돌며 수금, 밤 11시가 지나야 하루 일과가 완전히 끝난다. 이런 일과를 꼬박 8년 동안 계속해왔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20km를 달렸다 치고 8년 동안 김씨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 거리는 총연장 58,400km(14만 6천리). 부산서 백두산까지의 거리를 73번 달린 셈이다. 그러니까 한 해에 부산서 백두산까지 9번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건각(健脚)의 소유자. 김씨는 막걸리통을 나르는 틈틈이 성동체육관에 나가며 유도를 익혔다. 2년 만에 초단을 땄다니 어지간히 운동신경이 발달된 모양. 이번 대회에 출전신청을 해놓은 뒤 김씨는 시간이 나면 대회「코스」인 돈화문 앞~의정부 간을 현지답사했다. 술통 나르던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니 별로 힘은 안드는데 제일 난관은 미아리고개인 것을 알았다고. 『그래 힘을 아껴두었다가 미아리고개에서「라스트·피치」를 뽑아야겠다고 계산해 뒀죠』 그러나 김씨는 대회 나흘 앞두고 독감에 걸렸다. 목이 부어 오르고 열이 올랐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 대회가 열리는 30일 아침에야 겨우 열이 내리고 움직일만 했으나 이미 우승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대회에 나간다고 새 자전거 사준 주인아저씨 성의를 생각하니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밥 한끼 굶은 채 나갔죠. 한창 달리다 보니 옆에서「코로나」차가 한 대 따라오는데 우리 집사람과 사촌형, 주인아저씨들이 목이 터져라고 응원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 힘을 내서 달렸죠. 응원 덕택에 1등 한 거죠, 뭐』 반환점을 돌아 수유리 검문소 앞을 지날 때 선두로 달리던 김씨의 뒤를 쫓던 선수는 약 4백m 가량 처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회 진행차량이 김씨의 바로 앞에서 기계고장으로 급정거. 미처「핸들」을 돌리지 못한 김씨는 그대로「지프」를 들이받았다. 앞바퀴가 박살이 났다. 아내를 재산 1호라 하면 상탄 텔레비는 재산 2호 다행히도 김씨는 다친 데가 없이 그 자리에서 딴 자전거로 갈아타고 다시 경기에 나섰으나 그 동안 뒤를 쫓던 선수가 선두로 나서 김씨는 약 2백m 가량 처져 있었다. 『미아리고개만 믿었죠. 그래서 거리를 약 1백m 가량으로 좁혀놓고는 미아리고개서 떨구어버릴 생각이었죠』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아 미아리고개를 넘을 때 여전히 50m 정도 김씨는 뒤떨어져 있었다. 김씨가 선두로 다시 나선 건 창경원 앞을 지날 때. 결승점을 선두로 들어서자 지친 김씨에게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김씨의 아내인 이영옥(李英玉)씨. 이씨는 수많은 구경꾼들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김씨의 품 안에 뛰어들었다. 곧이어 준비해 두었던 물통을 갖다 세수를 시켜주기도. 『우리 마누라, 그래 봬도 아주 착실한 살림꾼입니다』 하는 김씨가 이영옥씨를 만난 건 약 5개월 전 일. 김씨가 일하고 있는 묘동상회 앞 골목에서 밥장사를 하고 있던 이씨와「눈이 맞은」건 매일 점심을 이씨에게서 사먹었기 때문. 그러다 한 달 만에「냉수와 막걸리 떠놓고」결혼식을 올렸다. 일수로 갚기로 하고 가게 하나를 얻어 밤에는 거기서 자고 낮에는 아내 이씨가 계속 밥장사. 김씨는 자전거를 끌고 막걸리통을 나르고 있다. 이 맞벌이 부부의 한 달 수입은 1만 5천원 안팎. 살림 살고 일수 갚고 나면 겨우 계 하나 들 돈이 남는단다. 이런 빠듯한 생활 속에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싯가 6만원의 9「인치」짜리「텔레비」가 한 대 생겼다. 돈이 아쉬울텐데 팔아버리지 않겠느냐니까『이거 내 힘으로 얻은 건데 마누라한테 못해 준 결혼선물 대신 주어야죠. 어떻게 팝니까』란다. 마누라를 재산목록 1호로 친다면 재산목록 제2호로 단간방에 두고두고 보겠다는 것. 165cm의 키에 체중 68kg. 술은 많이 먹어야 막걸리 한 되. [ 선데이서울 69년 4/6 제2권 14호 통권 제28호 ]
  • 단원 풍속도첩/안대희 옮김

    “밤이면 밤마다 권마성이 들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귀 방울 소리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경마잡이가 말을 차며 일어나는 모습과 말을 뒤따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집안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막 잠이 들려 할 즈음에 몽롱하게 그 소리가 들려왔는데 병풍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속화(俗畵)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상히 여겨 병풍을 치워놓자 바로 고요해졌다. 그림이 신령과 통하는 것은 예로부터 그런 일이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유원(1814∼1888)은 단원의 풍속화에 대해 ‘임하필기’에서 이렇게 ‘명화는 신령과 통한다.’는 감상의 글을 남기고 있다. 단원이 ‘화성’(畵聖)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도 조선 후기 화가인 강세황의 지적대로 ‘물태(物態)를 곡진하게 그려낸’ 인물·풍속화 때문이다. 단원의 이같은 면모는 보물 527호로 지정되어 있는 화첩 ‘단원 풍속도첩’에서 두드러진다. 민음사에서 펴낸 ‘단원 풍속도첩’(안대회 옮김, 진준현 해설)은 보물 단원 풍속도첩을 원본 크기에 가깝게(90%) 전통 수제본으로 복원한 화첩이다. 서당, 논갈이, 활쏘기, 씨름, 행상, 무동, 기와이기, 대장간, 나룻배, 주막, 고기잡이, 벼타작, 장터길 등 25점의 그림이 담겨 있다. 그림에 더해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서유구, 유득공, 이덕무 등 18세기 단원이 활동하던 시기 조선조 최고 문인들이 당시 풍속을 재치있게 묘사한 글들을 옮겨 실었다. 책 말미에는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이 단원의 생애와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을 덧붙였다.4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하프타임] 기장장사씨름 새달7일 재개

    KBS의 중계 취소로 무산됐던 2005기장장사씨름대회가 새달 7일부터 4일 동안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한국씨름연맹은 7일 “지난 8월 취소됐던 기장씨름대회가 KBS측의 중계 복귀로 다시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7월 김천장사대회 이후 열리지 못했던 모래판이 5개월 만에 팬들 앞에 다시 선을 보이게 됐다.
  • [열린세상] ‘한국전쟁’의 한반도화/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 언론인

    1980년대 초만 해도 국내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자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전쟁 전황이나 전시의 사회상을 담은 공식 동영상이나 컬러 사진은 전혀 없고 초라한 흑백 사진첩 몇 점 있을 뿐이었다. 마침 80년대 들어 한국 신문들은 너도나도 컬러 윤전기를 들여오며 컬러화보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특파원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취재하던 필자는 6월 특집기획을 한국전 컬러 사진화보로 잡고 국방부를 두드렸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공보관실 통신담당 상사의 친절을 만나게 되어 펜타곤에 보관된 한국전 관련 사진과 동영상 필름들을 훑어보는 행운을 얻었었다. 한국관련 자료만도 수십평 사무실에 가득했다. 미군은 1차 세계대전 때부터 통신부대 소속 사진병을 전투 일선에 배속시켜 전투 상황, 후방 민간인들의 참상 등을 흑백과 컬러 사진으로 생생하게 기록해 놓고 있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처럼 미군 폭격기의 북한지역 폭격 모습도 동영상으로 담겨 있었다. 큰 건물 대부분이 허물어진 폐허 서울의 모습, 젖먹이 동생을 등에 업고 무너진 집터에 망연자실 서있는 8∼9세 소녀의 가슴 아픈 정경 등 컬러 사진 수십장을 복사해 지면에 보도했었다. 그 후 한국의 방송사 연구소 등이 동영상과 사진자료들을 복사해 서울로 가져갔지만 그때의 느낌은 우리 땅에서 빚어진 전쟁이지만 그것은 미국의 전쟁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문서나 자료는 1차,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 순서로 당연히 ‘그들의 전쟁’인 양 정리되어 있었다.81년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한국전쟁의 기원들’을 출간, 수정주의 바람을 일으켰고 한국전쟁은 한·미 양국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전쟁 전문가인 한 교수의 권유로 워싱턴 국립문서고 메릴랜드 분소에서 한국전쟁 중 미군이 북한에서 가져온 ‘압수해온 북한문서’들을 만나게 됐다. 한글로 제목만 정리해 놓은 마이크로 필름과 씨름을 하다 전시 북한 외무성의 미국담당과 업무일지를 발견, 특종기사를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흥분했던 기억이 새롭다. 일지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 불과 며칠 전까지 직원들은 미국의 행정·금융조직 등에 관한 책을 번역하고 그 진척도를 업무실적으로 적어 놓고 있었다. 흥분만큼의 큰 실망감과 함께 “한글로 된 이 북한 문서들이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군 병사들이 여기저기 북의 관공서에서 쓸어 담아온 잡지등 별 가치 없는 책자들이 많았지만 전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80년대 초 마침 30년 기한이 만료되어 공개된 미 국무부, 국방부의 비밀문서들은 역시 미국 주도의 상세한 한국전 상황을 담고 있다. 한국군은 미군에 예속된 소부대의 모습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수정주의 시각이 바람을 탈 소지를 주었다. 하지만 불과 10년후 90년대 들어 반대편인 러시아와 중국 측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이 소련, 중국의 합의를 얻어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전쟁, 혁명전쟁, 미국의 도발 유도 등 수정주의 시각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제 한국전쟁의 ‘평가’를 놓고 다시 대립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남북 어느 편에 서는 일이 되기 쉽다. 이념적 주장일 뿐 학문적 논쟁이 될 수 없다. 그보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남북한의 수집 가능한 전쟁 양측의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학문적으로 면밀히 재검토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도 찾아낼 진실들이 자료 곳곳에, 또 이면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갈등 대신 좌우를 떠나 한반도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학문적 연구로 한국전쟁을 한반도화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 언론인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기업 氣를 살리자] (3) 과제 산적한 재무팀

    [기업 氣를 살리자] (3) 과제 산적한 재무팀

    지난 8월 말 ‘잘나가던’ K사 재무책임자가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다. 재무관리 담당 상무도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이 재무통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국내 대기업 재무라인들의 현주소를 잘 말해 준다. 경영실적이 원화절상, 경기침체, 고유가 등 외부변수로 나빠졌다 하더라도 재무라인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관련법과 외부의 감시로 2세로의 지분승계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연착륙’을 달성해야 하는 것도 재무팀의 몫이다. 외국자본은 물론 국내기업까지 가세한 인수·합병(M&A)전에서 이기기 위한 ‘묘책’도 짜내야 한다. 강성노조와 인건비 상승, 투자환경 악화 등으로 더 이상 국내에는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데도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주저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과거 분식회계가 지적된 기업 재무팀들은 집단소송제 등과도 씨름 중이다. 해외비중이 높아지면서 통상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삼성구조본 재무팀 가장 바쁜 곳 요즘 재계에서 가장 바쁘고 힘든 곳중 하나가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의결권을 제한하는 개정 공정거래법과 헌법소원까지 내가며 싸워야 했고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 5%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도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등 ‘최소 투자로 최대 효율’을 내보려 했던 지분 승계 작업도 제동이 걸렸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원화절상, 원자재가 인상, 노사대립으로 인한 생산차질, 내수침체 등 각종 악재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보다 나은 경영실적을 짜야 하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집단소송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면서 “과거 장부를 일일이 뒤져 분식여부를 점검했지만 어디서 문제가 불거질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에 따른 자금조달 방안을 수립했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와 투자환경 변화로 1년여 만에 자금운용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재무팀의 고민과 달리 중소기업 재무담당자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돈가뭄´ 해소에 골치 산업은행이 지난 5월 국내 118개 벤처기업을 조사한 결과 국내 벤처기업은 자금부문(27.9%)에서 가장 큰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 주던 ‘전주’들이 사라진 데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쓰기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350개 신설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애로점을 조사한 결과 45.1%가 법인카드 발급조차 거절당하는 등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신설법인들이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1순위로 ‘신용보증 및 자금지원 확대’(43.2%)를 꼽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CFO협회 임우돈 사무총장은 “회계, 세무, 자금조달, 리스크관리 등 통상적인 재무팀 업무 외에 증권집단소송제, 기업회계개선, 내년도 세제개편방안 등 재무팀이 고민해야 할 사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女전용 피트니스센터엔 특별한 것이 있다

    女전용 피트니스센터엔 특별한 것이 있다

    올 겨울을, 또 내년 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즐겁게 몸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피트니스센터들이 적지 않다. 부담스러운 남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여성만을 위한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비만 어린이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가 등장한 지도 오래다.K-1을 접목한 다양한 운동,38도의 더운 방에서 하는 요가, 물 좋은 나이트 클럽을 방불케 하는 곳 등 피트니스도 이제 골라갈 수 있게 됐다. 몸매가 예뻐지면 삶에도 활력이 생기는 법. 이제 자신만의 피트니스 센터를 골라 건강을 챙기고 인생의 여유도 찾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금남의 공간 줄리엣짐은 트레이너 몇명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이다. 묘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안고 강남 씨네시티 건너편 지하1층으로 들어갔다. 로비의 분위기가 재미있다. 마치 카페에 온 기분이다. 편안해 보이는 소파, 벽면에 전시중인 그림, 네일케어를 받을 수 있는 숍 등 여성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모여있다. 금남의 집임을 실감케 한다. 파워 크레프트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김수진(31)씨에게선 자신감이 넘쳤다.“여자들만 있어 정말 편안해요. 몸매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남들의 시선을 즐기지만 저 같은 경우는 매우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몇 번을 다른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다가 그만 두었어요.” 그렇다. 줄리엣짐의 최고 장점은 편안함이다. 남자들의 시선때문에 불편해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운동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25명의 트레이너들이 서면검사, 체력테스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신체 특성에 맞는 개인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특히 30분 동안 15개 기구를 돌며 하는 ‘슈퍼 서키트 트레이닝’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운동을 즐거운 음악와 다양한 기구를 이용, 최대의 운동 효과를 이끌어내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 줄리엣짐의 또 다른 장점은 원스톱으로 모든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헤어, 메이크업은 기본이고 스파와 마사지 등 여성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여기는 정말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트리트먼트와 스파 아로마 테라피, 슬림케어, 핸드케어, 풋케어 등 신선한 즐거움에 매일 찾게 된다.”고 말하는 오정미(29)씨는 자칭 줄리엣짐의 마니아다.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득하다. 매일 외부 강사를 초빙해 건강관리, 피부관리, 재테크, 패션쇼까지 생활의 모든 부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www.julietgym.com.(02)592-6888. ●어른은 가라, 애들만 와라 어린이 전용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하기야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뛰고 노는 것이 일이었지만 요즘 애들은 매일 집에서 게임만 하니 운동부족은 당연. 또한 잘못된 식습관으로 비만 어린이들이 양산되고 있다. 분당 이매동에 있는 리틀짐(031-781-8436,www.thelittlegym.co.kr) 을 찾았다. 역기나 덤벨 등이 있는 보통 피트니스센터와는 달리 평균대, 조그만 평행봉 등이 눈에 띈다. 한쪽에서 6살짜리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기석이 백보드 슛 해봐.”“와우, 나이스”를 외치며 가벼운 고무공으로 농구를 배우고 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규칙과 방법을 익혀보는 것이 중요하다. “민준이 너 퇴장이야. 나가!”라는 선생님의 말에 저쪽 구석으로 나가 앉는 민준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거나 규칙을 어기면 퇴장을 당한다. 퇴장 당한 아이는 잠시동안 구석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여기는 단순히 노는 곳이 아닙니다. 규칙을 어기면 벌칙을 받는다는 것을 가르쳐줘 약속이나 규칙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하지요.” “민준이 들어 올거야. 이젠 잘 할 수 있지.”라는 조세민(39·리틀짐원장)씨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한걸음에 경기장으로 들어온다. 리틀짐은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실패를 알고 스스로 도전해 성취하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생후 4개월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유아들에게는 바른 자세와 맛사지, 부모와의 스킨십에 중점을 둬 교육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스포츠, 체조, 게임을 이용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과 규율을 배우도록 하는 체험식 교육을 실시한다.“내성적이었던 아이가 밝아지고 활동적이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라고 신전숙(32·주부)씨는 말한다. 선생님들도 다르다. 모두 유아교육이나 유아체육을 전공자로 그 중에는 체조선수도 있다. 모든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안전장치가 되어있다. 서울 청담동과 구의동에 지점을 둔 루덴스 마이짐(www.my-gym.co.kr), 지그재그클럽(www.zigzagclub.co.kr), 삼성동 아해하제 (www.ahhj.com) 등도 추천할 만하다. ●어머나, 재미있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만 한다면 진정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고 말하지 마라. 요가와 필라테스는 기본이고 태보는 물론 K-1의 기본을 응용한 체조까지 너무나 재미있고 다양한 것이 많다. 인천 구월동의 SF휘트니스클럽(032-435-6788)에는 언제나 빠르고 경쾌한 음악소리가 클럽 내 에어로빅 강의실에서 울려퍼진다.“하나 둘 날리고, 둘 셋 로킥, 셋 넷 미들 킥”하며 리듬을 타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가벼운 스텝, 짧게 끊어치는 주먹 그리고 뒤돌아 발로 걷어차는 동작이 이어진다. 불과 10여분 만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이들이 하는 운동은 K-1에어로빅이다.SF휘트니스 클럽의 트레이너인 김정호(25)씨가 태보(복싱과 태권도)에다 민속씨름 선수출신인 최홍만의 가세로 인기를 끌고 있는 K-1격투기 동작을 응용해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하나 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당기면서 니킥을 하며 그 유명한 최홍만의 ‘살인 니킥´을 흉내낸다. 마치 K-1의 선수가 된 양 열심히 땀을 흘리는 그들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하나도 없다. 매일 무료하게 러닝머신만을 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펀치볼을 치면서 실전 스파링까지. 그들은 운동을 즐기고 있다. 동작의 반경이 짧아 빠르고, 힘있는 동작들이 반복돼 운동량이 엄청나다. 김영미(22ㆍ인하대 4년)씨는 “가볍게 뛰면서 편치와 킥 동작을 하는 유산소운동에다 근력운동까지 돼 온몸에 탄력이 생겼다.”며 “무엇보다 운동이 재미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SF휘트니스클럽에는 시간에 따라 방송댄스, 서킷트레이닝 등 다양한 그룹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넌 운동만 하니, 난 연애도 한다 강남에는 물좋기로 소문난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연예인들이 다닌다고 해 주변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압구정점은 재미있는 피트니스클럽이다. 처음 가본 사람들은 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취해 나이트 클럽에 온듯한 착각에 빠진다.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니 쭉쭉빵빵한 그녀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또 질투가 느껴질 만한 조각몸매의 남성들도 운동을 하고 있다. 일단 숨을 들이쉬며 배를 정리했다. 이 곳은 연예인이나 모델 회원이 늘어나면서 점차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이 찾아 ‘가장 물좋은 피트니스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여기는 단순히 운동만을 하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직업상 동료들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죠.” 엄지만(29·월간 싱글즈)씨는 “모델이나 관련업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라고 했다.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반쪽을 찾았어요 이런 곳에서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거든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커플이에요. 한 달에 한번 하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60∼70명이 참가하고 있어요.” 주부 강민정(27)씨의 말이다. 이밖에 강남역 발리피트니스도 물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이런 곳도 있어요 키가 작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사단법인 웰빙소사이어티(www.wellness.or.kr)는 키가 작아 고민하는 환자 및 가족들의 모임인 한국작은키모임(www.lpk.co.kr)과 함께 바른체형 운동법을 매주 금요일 무료로 강의한다. 또 운동기구와 프로그램은 작은 키와 작은 체형에 맞게 만든 특수 피트니스센터다.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日씨름대회 태백·금강급 통합장사 이성원

    [스포츠 라운지] 日씨름대회 태백·금강급 통합장사 이성원

    1986년 가을 충남 보령 청라초등학교 운동장. 다부진 체구의 한 아이가 또래 친구와 주먹다짐을 벌이는 걸 본 씨름 코치가 둘을 불렀다. 코치는 주먹질은 그만두고 모래판에서 씨름으로 승부를 가르는 건 어떠냐며 권했다. 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었던 아이는 이를 악문 채 밀어치기로 가볍게 친구를 꺾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아이를 바라보던 코치의 눈은 대어를 낚은 듯 번뜩였다.‘모래판의 재간둥이’ 이성원(29·구미시체육회)은 이렇게 해서 샅바를 잡았다. 이성원은 “그땐 한창 민속씨름 바람이 불 때이기도 했고 또래에 비해 몸도 약해서 운동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게 ‘7전8기’ 씨름 인생의 험로로 들어서는 첫걸음일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만년 ‘2등 인생’ ‘2등 인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5학년 때 충남도민체전에 나가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랐지만 대전에서 온 한살 위 선수를 만나 무릎을 꿇었다.5학년 내내 유독 그 선수에게만 지면서 2등만 했다. 그 선수가 졸업한 6학년 때 1등을 독차지하며 보령시 청라면 나원리에서 장사가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씁쓸함을 감추기는 힘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소년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균형을 쉽게 잃지 않을 만큼 몸이 유연하고 안다리 기술만은 국내 최고라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이성원은 1999년 2월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씨름에는 백두급(100㎏ 이상)과 한라급(100㎏ 이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177㎝,90㎏의 왜소한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기술은 ‘탱크’ 김용대(29·현대삼호)와 모제욱(30·LG) 등 10㎏가량 무거운 상대들에게 통하지 않았다.2000년 5월 하동대회부터 이듬해 8월 진안 올스타전까지 무려 5차례 연속 준우승. 이성원은 “하루 대여섯 끼를 억지로 꾸역꾸역 먹으며 8㎏가량 불리기도 했지만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상에 오르니 이번엔 팀 해체 2003년 2월 금강급(80.1∼90㎏)이 부활됐다. 씨름인들은 모두 이제 이성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니었다.‘기술의 달인’ 장정일(28·현대삼호)이 혜성같이 등장한 것. 같은 해 3월과 4월 영천과 진안에서 장정일에 이어 다시 2위에 머물렀다. 이성원은 장정일의 작은 버릇 하나까지 공책에 적어두며 연구했고 마침내 6월 장성대회에서 생애 첫 꽃가마에 올랐다. 이성원은 두 뺨위로 흘러내린 눈물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독한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이듬해 6월 의정부대회를 제패하며 전성기를 열었던 이성원에게 12월 팀 해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프라이드 진출할까, 아르바이트 할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작은 체구도 통하는 격투기 프라이드 무대로 가볼까 하다 나이 탓에 고개를 저었고 상자 나르기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고민까지 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곳은 모래판뿐이라는 생각에 담금질을 계속했다. 지난해 7월 이성원을 눈여겨봤던 김종화 감독이 불러줘 월급 500만원의 조건으로 구미시체육회에 입단했고, 다시 땀을 흘린 지 석달 만인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장사대회 태백·금강급에서 통합장사에 오르며 끝모르던 시련과 이별을 고했다. 이성원은 “상금 500만원으로 가족과 함께 동해안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모든 불운을 바다에 버리고 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日문화 계승 스모선수들 인간문화재로 존경받아”

    “日문화 계승 스모선수들 인간문화재로 존경받아”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2005씨름 일본대회가 열린 도쿄 국기관의 후지모토 히데유키(48) 시설관리실장은 ‘스모의 산 증인’이다. 그는 스무살 때 스모의 도장 격인 ‘베야’(部屋)의 매니저로 스모와 인연을 맺기 시작,8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동안 ‘스모의 전당’ 국기관을 내 몸처럼 관리하며 스모와 삶을 함께 했다. 후지모토는 스모를 통해 일본의 민속문화가 살아 숨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키시(스모 선수)들은 머리 따는 방식인 모토유이와 스모 복장인 마와시를 묶는 방식 등을 행동으로 계승하는 인간 문화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일본인들은 15살부터 베야에서 종교적인 단체 생활을 하는 리키시들을 신성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씨름 역시 선수들이 복장과 생활 태도 등에서 형식을 갖춰 사람들에게 외경심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기술이 뛰어난 한국의 씨름이 좀 더 팬들을 흡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는 “스모 선수들은 시합 전 도효를 여러 바퀴 돌며 상대를 탐색하고 물로 입을 헹군 뒤 소금을 뿌리는 등의 기싸움으로 팬들을 서서히 경기에 몰입시킨다.”면서 “씨름은 재미있지만 너무 빨리 끝나고 선수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nomad@seoul.co.kr
  • [스포츠 포커스] 위기의 씨름, 스모서 배우자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닮은꼴 스포츠 일본의 스모와 한국의 씨름이 처한 대조적인 현주소다. 내분과 KBS의 중계 취소로 넉달 동안 국내 대회를 열지 못하며 고사 위기에 내몰려 있는 씨름이 나아갈 길을 스모를 통해 찾아본다. ●기업의 지원과 스포츠마케팅으로 위기 탈출구 찾아야 스모에도 위기는 있었다.1990년대 중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심각한 불황이 찾아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이때 스모협회는 기업의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용과 거래처 선물용 등으로 스모 입장권을 구입하길 적극 장려한 것. 기업은 기업대로 전통 문화를 선물하며 체면을 세우고 스모협회는 협회대로 불황을 이기는 치유책이 됐다. 스포츠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스모협회는 ‘리키시’(스모 선수)들의 초상권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수건과 과자, 도자기와 부채 등 리키시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때문에 스모협회는 1927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적자운영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층 관심 이끌어야 전통 문화에서 멀어져 가는 젊은 세대의 관심은 어린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식으로 이끌어냈다. 스모협회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자주 방문해 스모가 어떤 스포츠인지 직접 시범을 보이고 학교에 ‘도효’(씨름판)를 기부하거나 국기관에서 무료로 대회를 열어줘 자연스레 미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중·장년층 관중이 대부분인 씨름과 달리 스모장을 찾는 팬층은 젊은 세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존경받는 스모 선수, 무시당하는 씨름 선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씨름과 스모에 대한 인식의 차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 탓에 모래판을 외면하는 한국의 씨름팬들과 달리 일본에서는 스모가 소중한 문화 유산이라는 인식과 함께 스모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도 높다. 때문에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기관을 찾는 팬들의 입장권 판매 수익으로 충당,54개 팀을 직접 먹여 살리는 스모협회와 달리 씨름연맹은 TV 중계권료에 운영비의 40%가량을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씨름 관계자는 “스모 선수를 존경하는 문화를 가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씨름 선수들은 둔하다고 지레짐작하거나 씨름은 촌스럽다며 은근히 무시되는 점 등이 씨름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라며 안타까워했다. #장면 1. 전국 54개 팀에 소속 선수 750∼800명.1만 1000명 수용 규모의 전용 경기장이 있고 1만 1300엔(약 10만 3000원)이나 하는 입장권이 평균 70% 정도 꾸준히 팔리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문화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 기업이 다량의 입장권 구입으로 ‘지킴이’에 앞장서는 공동 책임의식. 시간당 2000만엔(약 1억 8000만원)의 중계료를 꼬박 지불하며 전세계 안방에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영방송. #장면 2. 프로 팀 2개에 연맹 소속 선수 40여명. 전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떠돌아 다니며 경기를 열고 단돈 5000원 짜리 입장권도 제대로 팔리지 않는, 달아오를 줄 모르는 관심. 경기 불황을 이유로 있던 팀도 책임감없이 해체하는 기업과 연간 12억원의 중계권료를 내지 못한다며 중계를 포기한 공영방송. nomad@seoul.co.kr
  • 한국씨름, 16년만에 열도 녹였다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간코쿠노 씨르므 스고이(한국 씨름 멋집니다).” 탄탄한 근육의 두 어깨가 동시에 뭉쳐진 순간,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과 함께 4200여 일본 관중들의 환호성이 모랫바닥을 뒤흔들었다. 들배지기와 뒤집기, 차돌리기와 호미걸이 등 손과 다리, 허리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현란한 기술이 쏟아지자 ‘밀어내기 싸움’인 스모에만 익숙해 있던 일본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의 16명 씨름꾼들이 지난 1989년 이후 16년 만에 열도 심장부에서 펼친 힘과 기술의 향연은 한국 씨름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23일 일본 도쿄 료고구에 위치한 ‘스모의 전당’ 국기관에서 벌어진 2005일본장사대회 한라·백두 통합장사결정전(3판2선승제).‘코뿔소’ 하상록(26)이 ‘슈퍼베이비’ 박영배(23·이상 현대삼호중공업)를 2-1로 제압하고 꽃가마에 올랐다. 기습적인 안다리로 첫 판을 따낸 하상록은 박영배의 화려한 들어뒤집기에 둘째 판을 내줬지만 셋째 판 힘을 앞세워 돌진하던 박영배를 지능적인 차돌리기로 역습, 생애 첫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앞서 하상록은 16강전에서 송두현(의성군청)을 들배지기로 가볍게 제친 데 이어 ‘황태자’ 이태현(현대삼호)과 노장 강성찬(구미체육회)까지 모래판에 누이며 반란을 준비했다. 전날 벌어진 태백·금강 통합장사전에서는 ‘재간둥이’ 이성원(29·구미시체육회)이 왼무릎짚기로 한 판을 따낸 뒤 ‘악바리’ 김유황(24·현대삼호)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 지난해 의정부대회 이후 16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 씨름에 대한 일본 스모팬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높았다. 친구와 국기관을 찾았다는 마쓰 유야(21)는 “스모에 견줘 한국 씨름 선수들의 체격이 훨씬 더 단단하고 움직임이 빨라 재미있다.”고 말했다.nomad@seoul.co.kr
  • 민속씨름 일본안방서 ‘으랏차차’

    ‘일본의 심장부에서 들배지기’ 한국 고유의 민속씨름이 ‘스모의 나라’ 일본에서 모래판 잔치를 연다.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오는 22일부터 이틀동안 일본 도쿄의 국기관에서 사상 최초로 외국 팬들을 대상으로 한 ‘2005씨름 일본대회’를 치르는 것. 지난 83년 출범한 민속씨름은 85년 천하장사씨름미주대회를 시작으로 2003뉴욕장사씨름대회까지 모두 13차례의 대회를 해외에서 열었다. 하지만 모두 동포들을 대상으로 열린 성격이 짙었고 실제 모래판을 찾은 팬들도 대부분 동포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특히 89년 제3회 천하장사일본대회 이후 16년만에 국기관에서 대회가 열린다.1909년 도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료고구에 1만3000명 수용 규모로 지어진 국기관은 일본 스모 전용구장으로 일본인들에게는 ‘스모의 전당’과 같은 장소다. 성격이 비슷한 스포츠이지만 훨씬 더 다채로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의 씨름이 일본 스모의 심장부에서 열린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때문에 씨름연맹도 이달초 도쿄에서 대회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팬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또 대회 식전행사로 난타와 비나리, 판굿과 민요 등 다채로운 민속문화행사를 열어 스포츠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를 선보이는 역할도 함께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는 이태현(29)과 박영배(23·이상 현대), 김경수(33·기장) 등 현대삼호중공업과 구미시체육회, 기장철마한우씨름단에서 12명,10개 지자체 및 실업팀에서 20명 등 모두 32명의 씨름꾼들이 자웅을 겨룬다.이들은 22일 태백·금강급,23일 한라·백두급으로 나눠 16강에서는 단판제,8강부터는 3판2선승제를 펼친 뒤 2명의 통합장사를 가린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미스터 굿빠이’ 30일까지

    씨름선수 출신의 시골청년 차일봉.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 그는 고향의 애인에게 돈 벌어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무작정 상경한다. 하지만 체격만 건장했지 세상물정 모르는 차일봉에게 서울살이는 고난의 연속이다. 스파링 파트너, 때밀이, 포르노 영화배우, 러브호텔 주차원 등등을 전전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고, 결국 몸을 파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연극 ‘미스터 굿빠이’의 원작은 1970년대 발표된 황석영의 소설 ‘장사의 꿈’이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웠지만 현실의 부조리와 억압속에서도 건강한 생명력을 잃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80년대 극단 연우무대를 이끌었던 극작가 겸 연출가 오인두가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차일봉역의 신인 배우 이협을 비롯해 1인13역의 연기파 배우 정석용,1인8역의 여배우 이유선 등 배우들의 열연이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다.30일까지. 아룽구지소극장.(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005씨름 일본대회 개최

    한국씨름연맹 김재기 총재는 20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오는 22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수교 40주년 기념 ‘2005씨름 일본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결단식을 갖고 80여명의 선수단과 함께 출국한다.
  • [박은영의 DVD레서피] 깨물어주고 싶은 익살

    김홍도 풍속화의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의 앞뒤나 좌우가 바뀐 경우가 있다. 주로 씨름판 구경꾼들이나 악기 연주자들의 손 방향이 잘못되어 있는데, 혹자는 이를 화가의 실수라고 하고 의도적인 것이라는 이들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는 화가만이 알겠지만 이런 허점이 발견될수록 김홍도의 풍속화는 한층 더 익살스러워 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들 중에는 매번 실수를 저지르는 캐릭터가 있다. 얼짱이나 몸짱과 거리가 멀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한 데다 하는 일마다 꼬인다.‘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예쁘지 않아도 심지어 뚱뚱해도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21세기에 접어들면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유형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이를 주도한 캐릭터다. 얼마 전 신드롬을 일으킨 파티셰 김삼순도 브리짓의 계보 안에 있는데 인형 같은 여배우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CIA 출신의 무서운 장인을 대책 없이 자유롭게 사는 부모에게 소개해야 하는 사위도 허점투성이긴 마찬가지다.‘미트 페어런츠’에서 머피의 법칙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줬던 벤 스틸러는 2편에서 부모와 장인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짐까지 떠안는다. 더스틴 호프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가세해 펼치는 중후한 코미디 연기도 눈에 띄지만, 장인 앞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남자 간호사 사위의 고군분투가 단연 최고다. ●미트 페어런츠 2 전편에 버금가는 포복절도의 웃음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1디스크지만 DVD 구성은 제법 알차다.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NG 장면,1편부터 출연한 고양이 징크스에 대한 영상과 인터뷰, 캐릭터 소개, 전출연자가 함께 토크쇼에 출연한 장면도 실려 있다. 화질과 사운드도 산뜻하다. 전편이 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하와이풍의 원색적인 색조가 돋보이며 대사를 중심으로 디자인된 사운드도 깔끔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사랑과 열정 전편과 마찬가지로 헬렌 필딩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두 명의 바람둥이 사이에서 방황하던 브리짓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골인하는 과정인데 이번에는 영국을 넘어 태국 로케까지 감행했다. 영화가 지난 연말에 개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DVD 출시는 꽤 늦은 편이다. 그러나 11개월 만에 만난 DVD는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사의 영화답게 아기자기한 스페셜 피처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삭제 장면’은 당장 영화에 그대로 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감독 비번 키드론의 음성해설과 영화 뒷이야기도 꽤 흥미로우며, 소설 속에 등장한 영화배우 콜린 퍼스와 브리짓이 능청스럽게 인터뷰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mlue@naver.com
  • “한국형 게임스토리 세계 평정할 것”

    ‘영원한 제국’의 작가인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이인화 교수가 13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이날 오후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좌-한국형 온라인 게임스토리’에서 이 교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반영하는 한국형 온라인 게임스토리가 한국 문화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선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 이야기’에서 한국형 게임스토리의 특성을 찾았다. 이 교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웅 이야기는 전형적인 ‘희생양’형으로 사랑하는 여성을 죽여야 하는 ‘쉬리’나 전장에서 동생과 총을 겨누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가 그 전형적인 예”라면서 “영웅의 희생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풍요를 회복해 대안적 유토피아를 꿈꾸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형식은 용을 죽이면 공주를 얻는 서구의 ‘탐사(Mission & Reward)’형 영웅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 형식이 온라인 게임에 반영돼 한국형 게임스토리가 전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원고지를 붙잡고 씨름을 하다 온라인 게임 스토리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에 대해 “작가는 시대의 욕망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용자수가 2000만 명에 이른다는 리니지를 해보게 됐다.”면서 “하지만 서사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니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문화개념으로 자리잡은 온라인 게임이 우리나라가 ‘바람의 나라’를 내놓으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더이상 서구를 모방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근거, 스토리 텔링 등에 있어 무한한 상상력의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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