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씨름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고향사랑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7번가 피자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국가인권위원회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합동점검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53
  • 황태자 이태현, 10일 종합격투기 데뷔전

    “시작이 반이다.” ‘파이터’로 변신한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30·팀 이지스)이 종합격투기(MMA) 프라이드 데뷔전을 앞두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이태현은 10일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프라이드FC 무차별급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원매치 형식의 번외 경기에 나선다. 이날 준비된 9차례 매치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링에 오른다. 이태현은 최근 “컨디션은 좋다. 좋은 의미로서 긴장하고 있다.”면서 “시작이 반이라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필사적으로 이번 데뷔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라이스는 크고 강한 상대라고 전제한 뒤 “땀을 많이 쏟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며 따뜻하게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자리를 함께한 이태현의 첫 상대 히카르두 모라이스(오른쪽·39·브라질)는 “이태현이 보통 선수에 비해 크지만 내가 더 크다.”면서 “타격으로 KO시키거나 초크로 끝내버리는 등 내가 충분히 이길 것”이라고 말해 이태현을 자극했다. 이어 “이태현이 씨름 천하장사로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한국 팬들도 나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태현의 데뷔전은 케이블채널 XTM이 오후 2시부터 생중계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탐방] 국세청 기술연구소 짝퉁양주 분석팀

    [주말탐방] 국세청 기술연구소 짝퉁양주 분석팀

    “친구들이 근무시간에도 술을 마시냐고 물어보는데 실험 대상 술에는 일절 입도 안대요.” 국세청 기술연구소 ‘가짜양주 전담 분석팀’에 근무하는 이창수(46) 김용준(42) 문선희(31·여) 설관수(29) 세무연구관은 가짜 양주를 판독하는 ‘판관 포청천’들이다. ●가짜양주 발본색원, 우리 손에 지난 2000년부터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가짜양주를 제조해 유통시키거나 유흥주점에서 취객을 상대로 가짜양주를 판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세청 기술연구소는 2004년부터 전담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세무연구관은 국내·외 양주 분석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물론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가짜양주를 판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8월말까지 가짜양주로 의심되는 270여건의 신고건수 중 27건을 가짜양주로 판별해 냈다. 가짜 술을 귀신같이 가려내는 이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당(酒黨)’일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실제 술 실력은 평균 소주 1병 정도.‘홍일점’인 문 연구관은 소주 3잔 정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될 정도라고 한다. 술 연구가 직업이다 보니 술에 얽힌 일화들도 많다. 이 연구관은 “친구나 친척들이 연구소에서 술에 관한 연구를 한다면 무척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면서 “외부 사람들이 연구소를 방문할 때마다 술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양주, 밤에는 소주 가짜 양주 판별에 베테랑인 김 연구관은 연구소 문을 나서면 소주 애호가로 변신한다. 그는 “양주가 워낙 비싸서 내 돈내고 마시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낮에는 양주와 씨름하지만 저녁에는 소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며 웃는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연구소에 지원했다는 문 연구관은 “처음에는 하루종일 술을 다룬다는게 낯설었지만 이제는 술을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은 잘못 알고 있는 술 지식도 바로 잡았다. 설 연구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음한 이튿날 머리가 띵하고 아프면 가짜 양주를 마신 것으로 의심한다.”면서 “실제로 가짜양주는 현재 유통량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가짜 술을 마셨다기보다는 그날의 몸 컨디션에 따라 심한 두통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알코올이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의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라면서 “알코올 자체로는 체내에 축적성이 없지만 음주를 하면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알코올과 음식물로부터 신체에 필요 이상으로 칼로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살이 찌는데 간접 원인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부터 가짜양주 신고제가 시행된 뒤 신고에 얽힌 웃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생긴다. 올해초 한 50대 남성이 외국에서 마시던 로열 살루트와 밸런타인 30년산의 맛과 국내 한 업소에서 판매되던 똑같은 브랜드의 양주 맛이 다르다며 가짜 양주라고 신고해 왔다. 연구원들은 분석 결과 국내 업소에서 판매한 양주도 진품임을 확인해 주자 연구원들이 제시한 분석데이터를 못 믿겠다며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32명의 연구원, 술의 안전관리와 세원관리 맡아 기술연구소는 가짜 술 판독은 물론 술의 품질관리를 비롯해 안전관리, 세원관리를 맡고 있다. 총 32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며 전국 1300여곳에 있는 술 제조 공장의 품질관리와 영세 취약업체에 대한 제조 기술도 지도한다. 한국전쟁 이후 제조된 3000여점의 각종 술을 보관하고 있고 주류 관련 특허만 해도 32건을 보유중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는 주량에 상관없이 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 75년부터 31년째 재직중인 조성오 총무과장은 연구소의 산 증인. 그는 주류 전문잡지에 술 관련 글을 연재할 정도로 이 분야에는 정통하다. 김 과장은 “최근에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창고에서 정교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가짜양주를 제조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는 추세”라면서 “고객이 직접 캡실을 제거하고 캡을 열어 냄새를 맡아 정품과 비교해 보는 것이 위조주를 식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가짜양주 신고포상금은 가짜양주 제조사에 대한 신고는 1000만원, 가짜양주 중간 유통업자에 대한 신고는 500만원, 가짜양주 판매 유흥업소에 대한 신고는 100만원이다. 신고 접수처는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의 소비자감시고발센터나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신고 코너에서 접수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7)] 사회-생활상징(하)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7)] 사회-생활상징(하)

    입고, 먹고 자는 것을 의(衣)식(食)주(住)라 한다. 프랑스에서는 먹는 것을 앞세워 식의주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식주라 한다. 그것은 먹고 자는 것에 비해 의생활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입어온 우리의 옷, 한복은 이미 철 지난 패션이 되어 설이나 추석과 같은 특별한 날 입는 옷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삶과 온기가 스며 있는 한복과 온돌같이 자꾸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가 한국의 100대 상징 사업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돼 반갑기 그지없다. 한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왠지 고와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한마디로 매력 만점이다. 우리 옷의 가장 큰 특징은 품새가 넉넉하다는 점이다. 한복은 느슨함이 구조적 생명이다. 풍성하고 헐렁해 한번 입어 맛 들이면 한복만큼 편안한 옷도 없다. 한복은 단순한 옷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서구가 서는 입식문화라면 우리는 앉는 좌식문화이다. 양복은 서는 문화권의 옷이다. 서는 문화권의 옷은 몸에 꽉 끼게 만들어진다. 한복은 그렇지 않다. 옷이 몸에 꽉 맞으면 앉는데 불편하기가 그지없다. 옷 자체의 구조가 좌식생활에 편리하도록 돼 있다. 양복이 입체 재단하는 옷이라면 한복은 평면 재단이다. 양복은 몸에 맞춰 재단을 하기 때문에 몸이 뚱뚱하거나 키가 커지면 체형이 바뀌어 입지 못한다. 하지만 한복은 체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체형에 따라 맵시가 달라질 뿐이다. 양복이 디자이너에 의해 맵시가 결정되는 옷이라면, 한복은 철저하게 입는 사람 중심의 옷이다. 또한 여성의 한복은 삼각형 라인이다. 삼각 형태는 동양에서 천지인의 완전한 조화를 상징한다. 더욱이 색동옷은 우리만의 독특한 옷이다. 상생의 원리로 배합된 색동옷은 한국인의 뛰어난 색채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겨운 다듬이질’ 한국의 참소리 한복과 다듬이질은 불가분의 관계다. 단순히 옷감을 손질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밤늦도록 다듬이질을 하는 아낙의 정겨운 방망이 소리와 창가에 비친 모습, 달 밝은 가을 밤, 풀벌레 소리와 함께 창살에 어린 그림자로부터 흘러나오는 청아한 다듬이 방망이 소리는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정겨운 한국의 소리이다. 거기에 아낙들의 고달픈 시집살이의 한을 달래는 분출구로서도 훌륭했다. 여자는 어머니가 되면 강해진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세계 어느 나라 부모들보다도 교육열과 모성애가 강하다고 한다.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는 ‘맹모삼천지교’와 비견되는 한국 어머니의 올바른 교육상과 자식사랑을 상징한다. 조선 중기에 활약한 석봉은 집이 가난하여 종이가 없어 집을 나가서는 돌다리에 글씨를 쓰고 집에서는 질그릇이나 항아리에다 글씨 연습을 했다. 특히 그가 1583년에 완성한 ‘석봉천자문’은 조선 천자문의 표준이 됐고 왕실과 사대부가 뿐 아니라 전국 각지 서당으로 퍼져 나갔다. 그 뒤에는 끼니를 거를망정 자식의 재질을 키워주기 위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이것이 한국의 어머니 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석봉 천자문은 서당에서도 필수과목이었다. 서당은 향촌사회의 사설 교육기관으로서 초등단계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서당은 훈장을 초빙하여 자제교육을 맡기는 사숙 또는 독서당의 형태, 문중에서 학계나 학전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동계서당의 형태 등 다양했다. 서당은 책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힘쓰는 한국인의 교육적 정서를 잘 보여주는 기초교육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윷놀이·씨름 민족화합 이끌어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 놀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가 바로 윷놀이다. 윷놀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실외든 실내든 어디서도 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와 승부를 함께 맛볼 수 있어 그야말로 신명 나는 놀이이다. 때문에 마을축제로서,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는 데도 으뜸이다. 또한 정초에 윷놀이를 통해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고 개인의 운수를 보기도 한다. 윷은 도, 개, 걸, 윷, 모로 각각 돼지, 개, 양, 소, 말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의 생활에서 친밀성과 경제적인 가치를 지녔던 동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윷판은 윷말이 돌아 나오는 양상을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사계절에 비유하고, 윷판은 음양을 나타내는 천원지방(天園地方)의 우주적인 구조를 표현하는 동시에 28수의 순환을 보여주는 우주관을 담고 있다. 우리 놀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씨름이다. 씨름은 한자어로는 각저(角抵), 각력(角力), 각희(角戱), 상박(相撲)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스모는 씨름을 의미하는 한자어 상박(相撲)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이다. 씨름은 그 역사가 깊어 이미 4세기 고구려 각저총고분에 씨름하는 장면이 묘사되었으며, 고려시대에는 굉장한 구경거리로 정착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씨름이 훨씬 대중화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의 씨름은 경쟁 요소와 전통적인 수련의 의미가 강한 놀이로서 오늘날에도 전승시켜야 할 대표적인 문화상징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태권도와 인삼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태권도는 심신을 단련하고 강인한 체력과 굳센 의지로 자신감을 길러 강자에게 강(强)하고 약자에게 유(柔)하게 하는 그야말로 지덕체와 예가 겸비된 스포츠이다. 그러나 올림픽의 정식 경기종목임에도 태권도는 일본의 스모나 중국의 쿵후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개발하여 세계인이 즐기는 태권도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인삼’ 건강·활력·지혜 코드로 인삼(人蔘)은 그 뿌리가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으로 일찍이 국제화되어 불로장수의 명약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호주의 일간지 ‘더 에이지(The Age)’에서 한국산 인삼이 건강·활력·지혜·남성다움의 원천이라고 집중 소개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문화상징 선정으로 한국인삼은 ‘서양의 명약 알로에’에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웰빙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TV 드라마 주몽이 대인기이다.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고주몽은 활 잘 쏘는 신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스포츠에서 양궁은 한국의 메달밭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천부적인 활쏘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 우리 민족의 활쏘기는 그 역사가 깊다. 전쟁무기로, 사냥도구로, 나아가서 건전한 신체단련과 오락도구로 사랑을 받아왔다.100대 문화상징 계기로 이제는 건전한 국민스포츠로, 정신 수양의 도구로서도 국궁이 널리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돌은 좌식문화의 산물 지금은 거의 잊혀가고 있는 것 중 우리 의식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돌문화이다.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물 중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김치와 구들로 된 초가이다.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난방을 하며, 음식은 어디서 무엇으로 조리를 하는가에 대해 매우 궁금해한다.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한다. 난방과 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우리 온돌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온돌문화는 의식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초현대적 생활에까지 이어져 온 우리만의 고유 주거문화이다. 온돌은 입식문화를 좌식문화로 바꾸었고, 집안을 보다 청결하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좌식문화는 신발을 벗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내부가 깨끗해진다. 온돌의 문화상징화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탯자리를 부활시키는 시도이다.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 ‘만성 골반통’ 치료 선구자 허주엽 박사

    ‘만성 골반통’ 치료 선구자 허주엽 박사

    골반통, 특히 만성 골반통은 애를 낳아 키워야 하는 여성에게 ‘삶의 족쇄’같은 질환이다. 이 질환이 ‘족쇄’인 이유는 많다. 우선, 골반통 환자가 찾아오면 산부인과든 비뇨기과든 의사들이 난감하다. 발병 원인과 경로가 다양하고, 증상이 복합적이며, 아직 이렇다 할 표준치료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엉뚱하게 항생제를 처방해 병을 키우는가 하면 병과는 전혀 상관없는 원인을 붙잡고 치료한다고 대드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만성 골반통이 의학교과서에 처음 등재된 게 1997년이니 그 전에 의학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 질병에 대한 구체적 진단이나 치료지침이 없어 미국에서는 만성골반통, 유럽에서는 골반울혈증후군이나 테일러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막막한’ 질환인 만성 골반통을 벌써 11년째 붙잡고 씨름 중인 허주엽(경희대의대 부속병원장·산부인과학교실) 박사는 이런 만성 골반통을 ‘산부인과 영역의 난제이자 주요 현안’이라고 말한다.“지난해 7월 국내 첫 연구회를 발족시켜 상당한 성과를 축적하고 있지만 학회에 보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기존 의학상식을 뒤집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만성 골반통을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규정한다.“여성들에게 주는 고통이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부 갈등과 이혼 등 가정해체의 원인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관련 분야 의사들이 골반통의 원인과 진단, 치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허 박사가 말하는 만성 골반통은 틀림없는 난치질환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제가 11년째 이 질환을 연구해 오면서 터득한 가장 값진 소득은 환자와 오래, 그리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는 이게 가장 어려운 주문이기도 한데 내면을 터놓는 교감 없이는 상당 부분 치료가 어렵다는 게 제가 얻은 결론입니다.” 흔히 요통과 헷갈리는 만성 골반통은 신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치료가 먹히지 않은 통증이 행동 혹은 정서적인 변화와 연관돼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이른다.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3분의 1이 골반통 환자들일 만큼 발병 빈도도 높다.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대부분의 경우 3∼12개월 사이에 재발하는 것도 문제다.“통증의 유형도 무척 다양합니다. 생리통과 흡사한 하복부 통증은 물론 자궁과 난소 부위의 통증, 요통, 월경통, 성교통,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과 만성피로, 과민성 대장증후군, 배뇨통 등 일률성을 부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골반통의 경우 배란기에 시작돼 생리 기간 중 계속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신체적으로 원인이 잡힌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신적 원인을 가진 경우에는 진단에서부터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환자 중에 정신과적인 문제로 불안·우울증 등 정서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런 경우 철저한 병력 파악과 인성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러는 유년기의 신체 및 성적 학대가 원인인 경우도 많아 환자의 일상적 생활을 알아야만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신적 원인 말고도 크게 봐 부인과적 원인, 위장관 계통의 원인, 비뇨기 계통의 원인, 신경 및 근골격계 원인 등이 작용합니다. 특히 부인과적 원인인 골반 울혈증후군은 테일러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질환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원인질환이기도 합니다.” 만성 골반통의 문제 중 하나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요통으로 오진하는가 하면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처방해 환자들에게 ‘불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진단을 위해서는 문진 등 일반적인 검사 외에 심리적 원인을 캐내기 위한 병력 청취가 중요합니다. 통증과 관련된 안팎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 등 통증과 관련있는 요인을 세세히 파악해야 하고, 이를 근거로 내과적이거나 수술 등 상세한 치료법이 결정되게 됩니다.”허 박사는 이 질환을 가진 환자 중에 다른 치료없이 병력을 청취하고 환자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허 박사의 노력으로 진단을 위한 검사법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국내 학계에서도 그를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는다.“안타까운 것은 국내 의료계의 실정으로 볼 때 외국과 달리 상담료도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마주 앉아 몇 시간씩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병인을 추적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오진이 많고, 엉뚱한 처방도 많을 수밖에 없지요. 환자들은 이곳저곳 다니는 동안 삶이 피폐해지고, 나중에는 이 질환을 숙명으로 알고 살게 되는 거지요. 결국 우리나라의 진료 환경이 정확한 진단의 최대 장애가 되는 셈입니다.” 만성 골반통은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갈수록 여성들의 신체적 조건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스트레스다. 허 박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결코 간단하게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체가 없다고 스트레스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삶을 가볍게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특히 골반통과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인과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이런 시각에서 병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한 40대 직장 여성이 골반통을 앓고 있었습니다. 신체적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정밀 상담을 시도했는데, 문제는 이 여성이 가진 ‘이제 직장 그만두고 가정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상충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병증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 여성, 지금 건강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번 협상은 ‘힘쓰기’… ‘배지기’는 다음에”

    |시애틀 연합뉴스|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4일 낮(현지시간) “한·미 FTA 3차 본협상은 씨름으로 치면 ‘힘쓰기’”라며 힘겨운 협상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 수석대표는 관세 개방안의 쟁점과 관련,“우리측은 제조업이 경쟁력이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미국은 농업시장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와의 일문일답. ▶3차 협상의 주요 현안은. -3개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교환한 관세 개방안(양허안)을 양국의 이익이 서로 균형되게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안은 상대방의 진의 타진 등 확인할 부분이 많다.2차때 의약품 분야 협상이 열리지 못한 만큼 이번 협상에서는 서비스 분야 협상을 열심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1·2차 협상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통합협정문의 일부 쟁점을 합의해야 하는데 큰 진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세 개방안과 서비스·투자유보안 협상에 주력할 것이다. ▶미국이 공기업 분야에 대해 집요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양국이 서로 독점적 권리를 가진 공기업을 지정할 권리를 인정하고 공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의견이 같다. 하지만 공기업의 상업적 지위와 독점적 지위 남용 방지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2차 협상을 씨름에서 ‘샅바싸움’으로 비유했는데 3차 협상은. -지금은 ‘힘쓰기’ 단계다.‘배지기’는 다음 협상이 될 것이다.
  • 새해첫날밤에 첫날밤을 꾸민한쌍

    새해첫날밤에 첫날밤을 꾸민한쌍

    『1970연대의 첫 발을 내딛는 오늘 1월1일 정초의 뜻 깊은 순간에 새로운 삶의 항로에 나서는 신랑·신부에게 축복을 드려 마지않습니다』- 주례를 맡은 사람도 이 이상 반가운 일이 없다는 듯. 70년 1월1일을 골라서 식을 올린 어느 결혼식장의 어느 신랑·신부. 문닫은 상가 한복판에서 설잔치 아닌 결혼잔치가 그토록 붐비던 서울시내의 여러 결혼예식장도 이날 만은 조용했다. 「셔터」를 내리고 직원들은 연휴를 즐기려는 태세에 들어갔다. 사실 1월1일 남들이 일손을 쉬고 새해를 맞는 이날에 결혼식을 올리려는 엉뚱한 신랑·신부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세상은 넓다. 「웨딩·마치」를 울린 젊은이가 서울에 있었다. 결혼예식장 경영자의 처지로서도 달가운 날이 못된다. 아무리 「서비스」업이라지만 남이 놀 때는 놀고 싶다. 단한쌍의 결혼식을 위해 직원들을 특근시킨다면 적자를 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정초의 결혼식은 반가운 일이고 새해의 행사 치고는 운수대통의 조짐이라고 해서 선뜻 그날을 받아들였다. 말하자면 신랑·신부도, 예식장 주인도 정월 초하루라는 날짜에 혹해서 잔치를 벌인 셈이다. 식은 서울 종로5가에 자리잡은 이화예식장에서 올려졌다. 신랑은 박응준씨이 장남 주섭군(27·농업·경기(京畿)도 광주(廣州)군 오포면 문현1리), 신부는 이용애씨의 질녀 연숙양(23·무직·서울 동암동), 주례는 김동모씨(전대한「메리야스」협회이사장).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이날의 예식을 받기로 했다는 예식장쪽의 말대로 이날은 신랑·신부, 하객, 그리고 예식장의 3자가 모두 2중의 축하기분에 들떴고 순전히 그 기분 하나로 만족한 것이다. 이날의 예식을 무사히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저 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신랑쪽 이유의 제일 큰 것은 새 가정을 꾸미는데 있어서 70연대의 시발점인 1월1일을 택하면 온누리의 보이지 않는 축복을 받을 것이고 평생토록 결혼 날짜를 잊지 않을 것이니 경삿날로는 얼마나 안성맞춤이냐는 것이다. 농촌근대화 앞장선 신랑 부모와 처가를 설득시켜 신랑 박주섭군은 현주소에서 태어나 광주(廣州)고교를 졸업하자 부모를 모시고 약 4천평의 논밭과 약 1천평의 과수원과 씨름하는 농군이 됐다. 요즘은 과수원 3백평을 헐어서 「비닐 · 하우스」를 만들고 상치를 심어서 전통적인 주곡(主穀)생산에서 부업에 의한 농가소득증대의 한 「모델·케이스」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농촌근대화 전위부대의 일원. 그만큼 그로서는 아버지 박응준(50)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고향에서 돼지잡고 소잡는 결혼식에는 반대였다. 근대화와 간소화의 바람이 부는 시대에 자기 결혼식 하나만이라도 모범을 보여 경비를 절약하고 합리적으로 올려보자고 생각했다. 신랑·신부는 맞선을 보고 69년9월에 알게 됐다. 12월에 식을 올리기로 했지만 식장의 예약이 잘 안되는 동안에 신랑에게 명안이 떠올라 1월1일로 잡았다는 얘기. 설마 1월1일에는 식장이 만원이 아니겠지… 자기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고 혼자 좋아했다. 그러나 넘어가야 할 벽이 또한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첫째가 부모를 설득하는 것. 부모, 특히 어머니는 맏며느를 보는데 신이 나서 사주장이에게 음력 날짜를 받아왔는데 아들에게 거부권을 행사당해서 불만. 약 70호가 사는 동네에서는 국수를 못먹게 됐다고 야단. 신부집에서는 1년 열두달 하고많은 날 중에서 남들이 다 쉬는 날을 택할 것이 무엇이냐고 반대. 청첩장을 돌려도 올 사람이 적을 것이니 자연 결혼식이 쓸쓸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신부쪽 반대의 제일 큰 이유였다. 이 3자를 다 납득시키는 데도 무진 힘이 들었지만 그다음에는 식장을 잡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결혼예식장은 예식장이라기 보다 젊은 부부를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콤베어·벨트」에 싣고 대량생산해 내는 공장과 같다고 해도 과연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10쌍의 부부를 마구 「찍어내야」수지가 맞는다. 이 부부 한 쌍만을 위해서 선뜻 식을 올려 주겠다는 장소가 서울시내 예식장이 많다해도 그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몇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이화예식장. 여기는 실내 주차장이 있어서 이 날 전세 「버스」로 상경할 고향사람들을 위해서도 편리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예약교섭을 벌인 결과 처음에는접수담당의 아가씨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그 날은 다 노는 날인데요』 - 여러 예식장에서 들은 소리를 또 들은 것이다. 예식장측선 큰 경사라고 식장비 안받고 무료봉사 그가 요구한 「홀」은 1백50명을 수용하는 5천원짜리. 예식장쪽이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5천원을 위해 4층까지 있는 「빌딩」의 전 기능을 움직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예식장이 그 혼례를 받기로 한 것은 채산을 도외시한 사장 백낙균(白樂均)씨의 용단에서였다. 白씩의 설명을 들어보면 - 『이 한 건의 결혼식을 올려서는 수지는 맞지 않습니다. 그 식을 올려 드리기로 한 것은 정초에 반가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예식장 경영 20년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서비스」를 하기로 결심했죠』 그래서 「홀」사용료를 안받고 무룡봉사하기로 했다. 『새신랑·신부는 복을 갖다 주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얼마나 반가운 일입니까?』 이렇게 해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결혼당일 낮12시 30분 전에 광주에서 신랑의 친척과 하객을 싣고 전세「버스」가 도착했다. 신부의 화장도 특별봉사하는 예식장 전속 미용사에 의해 깨끗이 끝났다. 정오, 예식장의 3층 2호실에 특별출근한 예식장의 전속 「피아니스트」의 부드러운 손길로 「웨딩·마치」가 울려 펴졌다. 식이 끝난 뒤 신랑·신부는 절약한 돈 5천원을 살려 더 여유있는 신혼여행을 유성온천으로 떠났다. 이 결혼식을 제일 반가와 한 사람은 무료봉사로 손해를 본 예식장 사람들이지도 모른다. 이들은 경사 치르는 우리집에 2중경사가 겹쳤다고 신랑·신부를 신주 모시듯 했다. 예식장주인 白씨는 신랑·신부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빌딩」입구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그것은 70년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흐믓한 잔치였다.[선데이서울 70년 1월11일호 제3권 2호 통권 제 67호]
  • 이만기 모래판에 묻히나

    ‘씨름의 상징, 모래판에 묻히나?’ 한국씨름연맹(총재 김재기)이 이만기(43) 인제대 교수를 영구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맹은 “이 교수가 그동안 연맹 행정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비난해 왔다.”며 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1983년 씨름연맹이 출범한 이후 영구제명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이 교수가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프로씨름이 사실상 붕괴된 이후 지방자치단체 팀들과 손잡고 힘겹게 꾸려지고 있는 민속씨름판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특히 연맹과 재야 씨름계 사이에 놓인 반목과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김수용 연맹 상벌위원장은 이날 “이 교수를 불러 소명의 기회를 줬으나 사실을 부정하고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뉘우침이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씨름발전을 위해 연맹을 비판한 것일 뿐”이라면서 “연맹이 해명을 요구한 부분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도 있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천하장사(10차례) 출신으로 민속씨름이 배출한 최고 스타다. 은퇴 이후에도 대학 교수 등으로 후학 양성을 하고 있는 그는 현재 민속씨름 동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04년 말 즈음부터 LG씨름단 등 팀이 잇달아 해체되고 대회 개최가 무산되는 등 씨름계가 침체되자 연맹의 행정 부재를 강하게 성토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연맹은 지난달 말 이 교수를 총재에 대한 명예 훼손과 씨름인으로서의 품위 손상 등을 사유로 상벌위에 회부했다. 연맹은 앞서 지난해 김천장사대회 당시 김 총재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교수와 이기수 전 LG 코치, 김선창 전 신창건설 선수 겸 코치 등 3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모래판 황태자’ 이태현 10일 프라이드 데뷔전

    “자신 있다!” ‘모래판의 황태자’에서 파이터로 변신한 이태현(30·팀 이지스)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에 조기 데뷔한다. 지난달 8일 프라이드 전향을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무대는 오는 10일 일본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파이널. 이태현은 슈퍼파이트 형식으로 나서 이날 4강 토너먼트전을 벌이는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 반달레이 실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이상 브라질), 조시 바넷(미국) 등 정상급 파이터들과 같은 링에 서게 된다. 상대는 ‘삼바의 거인’ 히카르도 모라이스(205㎝ 123㎏)로, 체격적으로나 경험 면에서나 이태현(197㎝)보다 우위에 있다. 프라이드 전적은 2전 2패. 나이는 39세로 노장 파이터이지만 주짓수를 베이스로 해 그래플링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태현으로선 경계해야 한다. 성급히 데뷔전을 치른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태현은 “당초 연말 데뷔전을 고려했으나 미리 큰 무대를 경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요즘 하루 10시간 이상 맹훈련 중이며 컨디션이 최상이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태현은 프라이드 진출 선언 이전에도 꾸준히 씨름을 해와 적정 몸 상태를 유지해온 것이 강점. 처음에는 스태미나를 다지는 데 주력했으나 2주 전부터는 일본의 베테랑 파이터 쇼지 아키라와 대구에서 스파링을 함께 하며 그라운드 기술을 익히고 있다. 특히 일본의 유도 영웅이며 프라이드 미들급 간판스타인 요시다 히데히코가 이태현의 훈련 과정을 모니터하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현은 이르면 6일 일본으로 출국, 현지 적응에 돌입할 예정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지혜·울림 가득한 문화칼럼

    “정치지도자는 국민의 원형적인 정서를 완전히 외면해서도 안되겠지만, 그것에 함몰되거나 끌려다녀서도 안된다. 대중의 원시적 정서는 국가를 관리하는 정치적 지혜와 결코 일치할 수 없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감상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3년 이태동(67) 서강대 명예교수가 쓴 ‘대통령의 눈물’이란 칼럼의 한 대목이다.영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 평생을 문학과 씨름해온 그이지만 그의 정치 칼럼은 어느 대논객의 현장정치평보다 큰 울림이 있다. 문화 칼럼은 그의 ‘전공’. 최근 출간된 ‘대통령의 눈물’(이태동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에는 저자가 지난 10년간 각종 매체에 발표한 정치·사회·문화 칼럼 90여편이 실려 있다.저자의 글은 결코 만만찮은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현학의 기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쉽다.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얘기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배우나 작품 자체만큼 감독이 주목받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톱스타에게 쏠리는 현상이 유별난 충무로에서라면 더욱이나 그렇다.31일 ‘천하장사 마돈나’(제작 싸이더스FNH·반짝반짝)를 개봉시키며 입봉 감독이 된 시나리오 작가 이해영·이해준 커플 이야기다. 커플이라니?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의 성 정체성 고민을 코믹화법으로 에두른 영화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 동갑내기 남자감독 커플은 어째 더 수상해진다. 같은 대학(서울예대) 같은 학과(광고창작)의 동기생에서 출발해 둘의 프로필은 완벽하게 일치해 왔다.▲2000년 인터넷 디지털 단편 ‘커밍아웃’각본 ▲2001년 ‘신라의 달밤’원안 ▲2002년 ‘품행제로’각본 ▲2004년 ‘안녕 UFO’각본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각색. 여기에 이름까지 닮은꼴이니 그들의 ‘기묘한 동거’(실제로도 같은 집에 산다)가 궁금할 밖에. “커밍아웃할 사이 아닌가 싶죠? 그런 사이는 절대 아니구요.(웃음)”(이해영, 이하 영) “공동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한 집에 살지만, 그래서 더 철저히 서로의 사생활엔 무관심해요. 그래야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으니까.”(이해준, 이하 준) 대학시절 둘이 의기투합한 배경은 간단했다.“전공에는 관심없고 영화에만 관심있는 취향이 일치했고,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게 시나리오 같아서” 무작정 덤벼들었다.2,3년 습작기간을 거쳐 비교적 순탄하게 충무로에 안착할 수 있었던 행운남들이었다. 3년 전 TV에서 여고생 씨름부 이야기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여자가 되고 싶어 누구보다 ‘남자답게’ 모래판을 뒹구는 남자아이 이야기(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왜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했을까.“소재가 소재인 만큼 극중의 아주 작은 뉘앙스에 따라 작품의 질감이 달라질 테니까요. 본연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건 우리 밖에 없다고 판단했죠.”(준) “우리에겐 ‘감독’이 아니라 ‘…마돈나’가 먼저였던 거죠. 취향으로 밀고나갈 영화인데 아무한테나 우리 취향을 강요할 순 없잖아요?”(영) 이번 만큼은 남주기 아까웠다는 완곡어법이다.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의 소년병사 류덕환을 뚱보 씨름장사로 만들었다. 코미디 계보에 줄서는 드라마이긴 한데 뒷맛이 평범하지 않다.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 씨름판에 뛰어든 소년의 이야기에는 코믹하되 낯선 ‘공기’로 꽉 차 있다. 한국 코미디의 방식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기에 때리고 욕하는 극성맞은 전형들을 자제했다. 그런데 시사회장의 관객반응에 놀랐다.“남자주인공이 립스틱을 칠하거나 여자속옷을 입을 때 싸해지는 보수적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구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대목에서 폭소가 나올 땐 당황스러워요.”(영) “웃음이나 감동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준)는 연출의도가 ‘…마돈나’를 적잖이 낯선 코미디로 만들었다. 과장된 음향효과를 의도적으로 걷어내 좀 심심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극히 비주류적 소재가 범대중적 코믹 드라마로 인정받는 성취를 맛보고 싶었거든요.”(영) 첫 연출작에 거창한 바람은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있는 한국형 코미디의 새 전형이 됐음 좋겠다는 것, 그뿐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솟대-장승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솟대-장승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을 뒷산에는 수호신을 모신 산신당이 있고, 마을 입구에는 장승과 솟대가 있다. 장승과 솟대는 마을 공동체 신앙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촌락의 역사와 민중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오랜 비바람의 풍파에도 아랑곳없이 오직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나그네에게는 이정표를, 사찰에서는 경계표를 자임한 장승. 민초들의 소박한 정서가 담긴 장승은 무섭기도 하지만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감을 주며 해학적이다. 마치 선량한 서민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더욱 정겹다. 툭 튀어 나온 퉁방울 눈, 무뚝뚝한 코, 약간 삐뚤어진 듯한 얼굴, 거기에 살짝 벙거지를 올려 쓴 제주도의 돌하르방. 영락없이 불끈 솟은 남근이다. 살짝 비껴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어느 조각가가 이만큼 깎을 수 있을까. 그것은 비록 이름 없는 석수장이의 솜씨지만 하나의 예술품이다. 거기에 빌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속신이 보태지면 그것은 단순한 석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체로 다가온다. 솟대는 장승과 함께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신앙의 대상물이었다. 짐대, 기러기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솟대는 그 자체가 우주목(Worl Tree)으로 성역의 표시였다. 또 과거급제자의 표시와 가문의 행운을 비는 기념물로, 솟대 위에 앉혀진 물새로 화마를 막는 상징물이었다.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솟대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종교, 민속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있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전국곳곳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나 장승제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줄다리기는 원래 정월 대보름에 행했으나 현재는 3·1 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하고 있다. 길이가 100m가 넘고 지름이 1m가 넘어 줄을 타고 앉아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거대한 줄은 10여일에 걸쳐 만든다. 평소 농사일에 묻혀 흩어져 살던 농민들이 요란한 풍물소리와 함께 풍물패를 앞세우고 결집하는 모습,1만명이 넘는 남녀노소가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으∼샤, 으∼샤’하며 흙먼지를 부옇게 일으키며 당기는 모습. 놀이와 제의, 화합과 축제가 어우러진 줄다리기.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줄다리기는 놀이 자체로서도 재미있지만 미리 풍흉을 점치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즉 다산을 위한 성교를 상징하듯 암줄과 숫줄을 결합하여 풍년에 대한 염원과 화합을 기원한다.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 하여 편을 가를 때도 남자, 여자로 가른다. 때문에 남자편이 일부러 져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깊고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는 단연 강릉단오제이다. 단오는 음력 5월5일로 일명 수릿날, 중오절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다. 단오의 ‘단(端)’자는 처음 곧 첫 번째를 뜻하고,‘오(午’)자는 오(五), 곧 다섯의 뜻인 초닷새를 이른다. 음력 4월15일 대관령 산신제로 시작된 강릉단오제는 대관령 성황신을 모셔와 강릉시내의 여성황사에 봉안하고 5월5일까지 계속된다. 본격적인 행사는 5월1일부터 대관령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나가는 남대천변 단오장에서 닷새간 열린다. 아침, 저녁으로 제를 올리고 굿을 하며 한마음으로 풍년과 풍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행사기간동안에는 그네타기, 씨름, 농악, 무언극인 관노가면극 등 각종행사가 벌어져 수많은 예능인과 군중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긴 행렬의 난장이 이어진다. 강릉단오제는 무속과 신화, 유불선이 습합된 우리 고유의 향토축제다. 주민의 화합과 단결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제 관광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한마디로 현대축제가 갖추어야 할 전형을 보여준다. 강릉단오제는 이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축제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에서는 항시 서로 돕고 돕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생활하였다. 두레는 상부상조하는 미풍양속 중에서도 으뜸이다. 동제가 동심결취적 성격을 지닌 신앙적 결합이라면, 두레는 노동을 제공하거나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촌락사회의 결속을 다져온 협동체이다. 두레는 농작물의 생장기인 농번기에 구체화되어 모내기에서 김매기를 마칠 때까지 시행된다. 두레는 고통스럽고 힘든 일을 협동과 신명으로 풀어내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체계였다. 일명 ‘농악’이라 하는 것도 바로 두레에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두레는 일과 놀이를 겸비한 상부상조 문화의 상징이요, 풀뿌리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현장이다. 우리 고향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야트막한 동산아래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마을 동구를 가로질러 서 있는 정자나무, 그것이 고향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자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여름철에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로써,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장으로 함께 해왔다. 정자나무 밑에는 들돌이 놓여져 있어,7월 백중엔 마을 청년들이 시원한 나무 밑에 모여 들돌을 들어 힘을 겨루고 장사를 뽑았다. 이를 ‘들돌들기’라 하였다. 양반 자제들의 성년식이 관례라면,‘들돌들기’는 서민들의 성년식으로 들돌을 들어 체력을 인정받아 당당히 어른의 품삯을 받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이렇듯 마을의 정자나무는 휴식과 신앙과 회합이 이루어지는 공동의 문화공간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산이 높으면 건물은 낮게, 반면 산이 낮으면 건물은 높게 지어 음양의 조화를 꾀하였다.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룬 것이 우리네 건축 정서이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마치 암탉 둥지처럼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선을 자아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초가와 기와집들은 현대적 건물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옥은 구조에서부터 만드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적이다. 마루를 중심으로 그 둘레에 방이 있고, 부엌과 화장실은 마루를 통과하여 갈 수 있거나 별채를 따로 두었다. 방이 개인을 위한 닫힌 공간이라면, 서양엔 없는 대청은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고, 마당은 큰일을 치르는 공간이다. 서양 가옥이 바람을 막는 닫힌 집이라면 한옥은 지나는 바람을 막지 않는 열린 공간이다. 때문에 우리네 집은 자연과 하나 되어 바람소리, 물소리, 흙냄새, 나무냄새를 느낄 수 있다. 흔히 한국의 미는 선(線)에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용마루나 처마 끝선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양 삼국의 기와집을 보면 금세 구별이 된다. 중국은 처마와 추녀 끝이 너무 올라가 왠지 방정맞고, 일본은 처마가 직선으로 마치 무를 잘라낸 듯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달리 한국의 처마는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다. 마치 여인네의 살짝 올라간 버선코처럼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부챗살 모양으로 배치한 서까래의 처마 곡선은 장중한 모양의 지붕을 사뿐히 나는 듯 보이게 하며 우아한 자태를 느끼게 한다. 우리네 대문은 밖에서 안으로 밀도록 되어 있는데 반해 서양의 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도록 되어 있다. 밖에서 안으로 밀어 열도록 한 것은 바깥으로부터 복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반면 방문을 대문과는 달리 안에서 밖으로 열도록 한 것은 들어온 복을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어찌 서양의 기능적 면만 강조한 문과 비교되겠는가. 집의 얼굴이 문이라면, 창문은 집의 눈이요 표정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의 창은 유리로 막아 안과 밖의 공기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소리도 차단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속내를 훤히 드러내어 은근한 멋이 없다. 하지만 우리네의 창은 창살에 한지를 발라 숨을 쉬도록 하였다. 우리의 창은 마음을 담아낸다. 밤늦도록 다듬이질을 하는 아낙의 정겨운 방망이 소리와 창가에 비친 모습, 이제나 저제나 오실까 숨죽여 애타게 님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여인의 설렘도 창가에 서린다. 한옥 마을이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소박한 곡선과 우아한 돌담이 사이사이 이어주기 때문이다. 담은 한옥의 완결체이다. 제주도는 한마디로 돌담의 세계이다. 산과 들에는 산담, 집에는 집담, 바다에는 바당빌레, 고기를 잡는 원담, 심지어 무덤에도 담을 쌓았다. 제주사람들의 문화와 정서, 애환이 녹아있는 돌담은 무한한 관광자원 가치와 함께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100대 상징 작업은 우리 것에 대한 재발견이요 혼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타인을 이해하는 두가지 방법

    어른이 된다고해서 짐작처럼 그렇게 여유롭지도 폭이 넓어 지지도 대단한 아량을 갖게 되지도 못한다. 되레 자신의 생각과 살아 온 정도에 미루어 딱 그만큼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흡수하고 또는 내뱉는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자신의 판단에 기준하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포기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거나 대개는 무시하고 등 돌리거나 침묵한다. 나름의 한 시대를 거쳐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 하나씩 얻어가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꼬집어 나무랄 일도,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나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삶의 방식과 가치관, 태도, 모양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잣대를 견주어 잘잘못을 따지는 어리석음이 고민 없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에 대해선 견제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어느 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 앞으로 젊고 아름다운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하는 영화 ‘메종 드 히미코’(2005). 오래 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사오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녀를 찾아 온 청년은 아버지의 연인 하루히코다. 그는 사오리의 아버지 히미코가 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그녀에게 아버지가 만든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에 와서 일을 도울 것을 부탁한다. 유산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얘기에 매주 한 번씩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으로 그들에게서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사오리는, 점차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과 그 이면에 숨은 외로움과 고민을 접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끝에 고민 없는 타협과 무작정의 이해는 없다. 몇 번의 앞서 보낸 죽음과 눈물과 갈등 속에서만이 얻어질 수 있었던 그들의 미소가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유이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는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오동구의 파란만장 성장기를 담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뚱보소년 동구의 장래희망은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일어 선생님 앞에 당당히 서는 것! 그런 동구에겐 여자가 되기 위한 수술비가 필요한데 고작 가진 거라곤 엄청나게 센 힘 하나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날아든 낭보.‘인천시배 고등부 씨름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장학금 500만원. 자, 이제 뒤집기 한판이면 마침내 여자가 될 수 있다. 마돈나가 되기 위해, 천하장사부터 되어야 하는 오동구의 ‘여자가 되는 길’은 험하고 아찔하기만 하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길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며 흐느끼던 모습이 어디 남성에서 여성이 되고 싶은 자만의 것이겠는가. 이 글을 준비하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의 목록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그것들 앞에 절대로, 기어코, 도저히라는 것을 붙여가며 하나씩 지워나갔다. 반대로 내가 타인들에게 이해되지 못할 것들에 대해서도 적어보았고 앞서와 같이 똑같은 방법으로 하나씩 지워보았다. 어느 것은 절대로란 말을 떼게 되었고 어느 것은 실소를 하게도 했다. 내가 참 벽이 높고, 이해가 좁고, 타인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해와 소통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갈등할 것이지만 최소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잘못된 삶이라고 말하는 실수는 줄여 나가며 나이 들어가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
  • “한국음식 먹으면 힘 펄펄 나요”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0·러시아)가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은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CF 촬영을 위해서다. 종합격투기대회 프라이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표도르는 28일 팬들의 환호 속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이렇게 많은 팬들이 반겨줘서 고맙다.”면서 “한국 음식(개고기와 마늘)을 먹고 힘이 났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계 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29·스피릿MC)에 대해 “프라이드에서 충분히 대성할 선수”라면서 “앞으로 프라이드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표도르는 지난 26일 프라이드 무사도12 웰터급 8강전에서 데니스 강과 맞붙어 무릎을 꿇은 같은 팀 소속 아마르 슬로예프의 세컨드를 맡았다. 최근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한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에 대해선 “미안하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미르코 크로캅, 반달레이 실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조시 바넷 등이 나오는 다음달 무차별급 4강전과 관련해선 “모두 훌륭한 선수”라면서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오는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라이드32에서 미국 파이터 마크 콜먼과 복귀전을 치르는 표도르는 무차별급 승자와는 연말에 격돌하게 된다.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표도르는 CF 촬영 외에도 국내 오락프로그램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데니스 강은 “나의 영웅인 표도르와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다.”면서 “평소 만날 기회가 적은 탓에 여행 등 가벼운 얘기만 나눴다.”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공직 초대석] 정부효 인사위 균형인사과 서기관

    [공직 초대석] 정부효 인사위 균형인사과 서기관

    “남성은 여성적 가치를, 여성은 남성적 가치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차세대 인재입니다. 우리가 양성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이유지요.” 지식 산업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른 요즘 지식의 ‘주체’인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재론’을 다룬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아름다운 인재혁명’을 최근 펴낸 중앙인사위원회 균형인사과 정부효(44) 서기관은 우리 사회의 공고한 남성 우월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면서 차별점을 분명히 했다. ●이준기와 이효리의 인기 비결은 양성성 정 서기관이 책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서서 오줌 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등 벌써 두 권의 스테디셀러를 냈다. 모두 다른 성의 장점을 흡수하는 양성형 인간을 소재로 담았다. 정 서기관은 “인재의 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양성성을 가진 양성형 인재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멀티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분류의 영역이 무너지고 서로의 장점이 결합된 ‘원 플러스 원’ 인재, 곧 ‘양성형 인재’가 사회적인 리더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이준기씨는 남성이면서도 여성보다 더 여성성을 지니고 있죠. 가수 이효리씨 역시 여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춤을 춥니다. 여성적 능력을 가진 남성과 남성적 능력을 가진 여성은 더욱 큰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양성성으로 권력이 이동함에 따라 학력과 연령, 국적 등에 자유로운 새로운 인재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드러운 정부 국민에게 어필 정 서기관의 고향은 경남 함안. 보수적인 지역이라 성평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 사무관으로 공직에 들어온 지 15년 만인 2000년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실에 발령이 난 뒤 ‘개안(開眼)’은 시작됐다. “5급 이상 여성 공직자는 8.4%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왜 양성평등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정부에서는 없더라고요. 여성학은 너무 어려우면서 남성을 적대시하는 시선이 여전하고요. 그래서 양성평등을 새롭게 공부하게 됐습니다.” 독학은 쉽지 않았다. 주말을 전문 서적과 씨름했다. 결국 2000년 말 ‘서서 오줌 누는’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대중적으로 풀어 쓴 까닭에 반향이 적지 않았다. 당시 영부인 이휘호 여사가 읽은 뒤 그를 청와대로 초청하고, 진중문고로도 뿌려졌다. 큰딸 한주(12)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억지로 여성답게 키우려 노력하지 않았다. 물론 여성 본연의 특성을 억누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이기 때문이다. 정 서기관은 “사회와 정부, 공무원들이 양성성을 흡수해 전체 국민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9월 한강엔 문화 넘~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별도 보고, 끼도 발산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한강에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27일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 따르면 다음달 1∼2일 여의도 수변마당에서 가을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대한민국 별축제’가 열린다.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태양계, 로켓, 우주선 등에 대한 천문학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이어 9∼10일 잠실지구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는 ‘2006 씨름왕 선발대회’가 열리며,10일 뚝섬지구 벽천공원에서는 고창 농악보존회의 ‘고창굿 한마당’이 펼쳐진다. 또 22일 저녁 7시 선유도 환경물 놀이터에서는 문화미래 이프가 주최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밤, 여성 전용 파티’가 열려 영화상영, 음악공연, 토론연극 등이 진행된다. 23∼24일 여의도 럭비구장에서는 ‘청소년 전국 대중예술 경연대회’가 열려 청소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3일 스윙댄스 공연(선유도공원 원형극장),14∼18일 단국대 환경조경학과 졸업작품전(선유도 기획전시실),22일 한강어린이그림그리기 대회(뚝섬 벽천마당) 등이 열린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9월 한강엔 문화 넘~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별도 보고, 끼도 발산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한강에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27일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 따르면 다음달 1∼2일 여의도 수변마당에서 가을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대한민국 별축제’가 열린다.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태양계, 로켓, 우주선 등에 대한 천문학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이어 9∼10일 잠실지구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는 ‘2006 씨름왕 선발대회’가 열리며,10일 뚝섬지구 벽천공원에서는 고창 농악보존회의 ‘고창굿 한마당’이 펼쳐진다. 또 22일 저녁 7시 선유도 환경물 놀이터에서는 문화미래 이프가 주최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밤, 여성 전용 파티’가 열려 영화상영, 음악공연, 토론연극 등이 진행된다. 23∼24일 여의도 럭비구장에서는 ‘청소년 전국 대중예술 경연대회’가 열려 청소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3일 스윙댄스 공연(선유도공원 원형극장),14∼18일 단국대 환경조경학과 졸업작품전(선유도 기획전시실),22일 한강어린이그림그리기 대회(뚝섬 벽천마당) 등이 열린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영화] 성숙한 코믹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천하장사와 섹스심벌 마돈나는 무엇을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까. 지극히 토속적인 캐릭터와 지극히 세계적인 캐릭터가 제목에서 언어조합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제작 싸이더스FNH, 반짝반짝·31일 개봉)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그 ‘진맛’을 상상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간추리자면 낯설어서 더 역설적인 제목만큼이나 영화는 비상한 뚝심이 돋보인다. 여자가 되고 싶은 가난한 고교생이 끊임없이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야기라면 영화의 비범함을 감잡을 수 있을까. 상식적이지 않은 주인공 캐릭터가 대단히 일상적인 공간(고등학교)에서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그 점에서 영화는 과잉유머와 신파에 기댄 ‘그렇고 그런’ 코미디 범주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려도 좋겠다. 몰래 치마를 입어보거나 빨간 립스틱을 발라보는 주인공 동구(류덕환)는 겉보기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 엄마(이상아)가 가출해버린 집은 아버지(김윤석)의 술주정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권 도시(인천)의 변두리 마을이 배경이지만, 영화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담담한 유머감각으로 풀어가는 재주를 부린다. 일본어 선생님(초난강)을 좋아하면서 여자가 되려는 동구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상금이 걸린 교내 씨름부에 들어간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며 울먹이는 범상찮은 주인공에게 관객이 점차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건 이 영화만의 특별한 요령이다. 공감하기엔 한계가 많은 주변적 소재임에도, 차분히 이야기를 살붙여가는 성숙한 화법이 코믹영화의 외연을 넓혔다. 주인공에게 있어 ‘여자되기’는 어쩌면 희망이 차단된 답답한 현실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 현실의 냉대에 자포자기한 아버지의 캐릭터를 통해 노동자와 실업문제 등 묵직한 사회적 함의까지 두루 껴안았다. 기교 부리지 않은 수수한 화면, 심심할 만큼 절제된 음향효과 등이 데뷔감독들(이해영·이해준)의 배짱을 말해주는 듯하다.15세 이상 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수하물 1만여개 실종 성냥 반입에 긴급 착륙

    16일 런던 히스로 공항을 출발해 미국 워싱턴DC를 향해 비행하던 유나이티드 항공 923편이 한 수상한 승객 때문에 보스턴에 긴급 착륙했다. 182명의 승객과 12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이 여객기 한 승객은 기내 반입이 금지된 성냥과 스크루 드라이버, 바셀린, 알 카에다가 언급된 노트를 소지한 채 올라 기내에서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공항 관계자가 전했다. 조종사가 긴급착륙을 보고하자 전투기가 호위에 나서 보스턴 로간공항에 내렸다. 항공기 동시 테러 음모가 적발된 지 엿새가 흘렀지만 런던 히스로 공항을 비롯, 영국내 공항들은 여전히 100%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운항 취소와 지연이 잇따라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검색대 통과 직후 탑승구 앞에서 또 일일이 승객들의 휴대품에 대한 이중검색을 벌이는 미국 공항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바셀린등 반입금지물품 소지 테러 음모 적발 이후 엿새동안 700편의 운항을 취소했던 브리티시 에어웨이(BA)는 수하물 1만여개를 분실한 사실이 드러나 곤란한 지경에 몰려 있다.BA는 전날에만 미국행 4편 등 런던발 52편의 운항을 취소한 데 이어 이날도 46편을 취소했고 저가항공사인 라이언 에어도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출발하는 8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BA와 히스로 공항 등 영국내 7개 공항을 관리하는 공항관리국(BAA)은 서로 상대에 책임을 미루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BA는 아무리 보안 검색이 강화됐더라도 BAA가 잘 대처했으면 운항편 취소나 지연, 수하물 분실 같은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BA는 다른 항공사들과 연대해 BAA에 보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항 취소 등에 따른 영국 항공사의 하루 손실액은 5000만파운드(약 950억원)에 달해 전체 보상 요구액은 최고 3억파운드(약 5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언 에어도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가 여행객들의 인종, 종교, 출신 국가들을 기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더타임스 보도에 무슬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런던경시청 간부는 “(이런 식으로 하면) ‘무슬림 청년’만 집중 검색할 수 있어 공항에서의 혼잡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파문을 확대시켰다.●신발 폭탄 X레이 감지 못해 실랑이 미국 공항은 상대적으로 영국보다 평온한 편이다. 영국과 미국의 기내 반입 품목이 달라 혼동하는 승객들의 불만이 잇따르는 정도다. 그러나 물밑에선 공방이 치열하다. 승객들의 신발을 벗겨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의무화한 정부 지침의 실효성 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한창이다.AP통신이 입수한 지난해 4월 국토안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검색대는 전혀 폭발물을 감지해 내지 못했다.그러나 이 보고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들 검색대에 대한 보완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그러나 교통안전국(TSA)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고이즈미 8·15 도발] 盧대통령-고이즈미 총리 ‘애증의 세월’

    [고이즈미 8·15 도발] 盧대통령-고이즈미 총리 ‘애증의 세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관계는 ‘애증’으로 점철돼 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25일 취임식부터 다음달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와 3년 7개월간 끊임없이 ‘화해와 갈등의 곡예’를 벌였다. 그동안 가진 정상회담은 8차례나 된다. 하지만 교과서 왜곡과 독도를 둘러싼 해양조사, 북한 미사일 사태와 유엔 대북 결의문 채택 등 휘발성 높은 사안이 겹쳤고, 결국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마지막까지 냉기류를 걷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한일간 정상외교가 사실상 중단으로 이어졌으며, 고이즈미 총리 시대의 마지막 시점까지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우의의 상징인 셔틀 외교는 2004년 12월 이후 1년 9개월 동안 중단 상태다. 겨우 한달 남은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를 감안하면 두 정상은 ‘냉랭’한 상태로 공식 관계를 마감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두 정상 간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엔 ‘미래로 향하는 한·일 관계’에 주안점을 두었고, 고이즈미 총리 역시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을 외교적 화두로 삼았다. 미·일 동맹에 기대면서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최악의 외교 관계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카드’를 활용했고 노 대통령 역시 초강경으로 대응, 갈등이 최고조로 향했다. 두 정상의 ‘입씨름’도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25일 한·일 관계 특별담화를 통해 ‘독도는 우리땅’임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공개 선포했다. 이 땅의 바다의 주권 수호를 위해 어떤 희생과 비용도 감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이 담화발표 직후 “일·한 우호관계를 대전제로 냉정히 대처하고 싶다.”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나는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언제나 말하고 있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와 30분간 ‘냉랭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덕담도 생략한 채 처음부터 가시돋친 언사가 오갔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역사교육, 독도문제 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응수도 간단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한국을 겨냥,“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고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잘 보세요. 누드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천을 벗겨내는 변호인의 결연한 동작,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배심원들의 표정….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요?” 법의학자 문국진(81) 고대 명예교수는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작품인 ‘배심원 앞의 프리네’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에 법의학의 씨를 뿌리고 수많은 재판에 참여했던 그로선 고대 그리스의 한 법정 풍경이 담긴 이 그림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림의 배경은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한 법정. 아프로디테 신상(神像)의 제작 모델로 설 만큼 아름다웠던 프리네란 여인이 한 권세가의 모함에 의해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선다.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의 순간, 그녀의 애인이었던 변호인은 프리네를 알몸인 채 천만 씌워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마치 동상의 제막식을 하듯, 알몸을 덮고 있던 천을 벗겨버린다. 경악과 감탄의 탄성을 토해내는 배심원들. 변호인은 ‘자 신상에 자신의 형상을 빌려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꼭 죽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결국 배심원들은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란 결론을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물 각각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집단초상화 중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렘브란트의 ‘야경’보다도 그 가치를 더 높이 사고 싶습니다.” 문 박사는 예술이 자신에게 ‘인생 2모작’이라고 표현한다. 법의학자로서 최선을 다해 일군 삶이 1모작이었다면, 현재는 예술에 푹 빠져 2모작 삶을 살고 있다는 뜻. 그리고 후학들에게 늘 강조한다.‘과학은 보다 인간적이어야하고, 예술은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과학, 의학이 진정 중요한데, 여기에 바로 예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법의학자적 의식 때문인지 문 박사는 죽음과 관련된 예술, 예술가들에 관심이 많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흔적을 좇아다니며 그의 죽음을 분석한 책 ‘반 고흐, 죽음의 비밀’을 내기도 했다.‘바흐의 두개골을 열다’‘모차르트의 귀’, 명화와 의학의 만남’‘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속 나체’‘명화로 보는 사건’ 등 10여권의 예술 관련 책을 냈다. 다음 달에도 ‘미술과 범죄’란 책을 낼 예정. 예술에 눈 돌린 뒤 매일매일 새 삶을 사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는 문 박사. 과학도는 새로운 사실을 인준받기 위해 몇달, 몇년 동안 고달픈 씨름을 벌여야 하는 반면, 순간적 발상에 의한 예술작품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단다. 여든을 넘긴 노학자가 탄탄한 새 삶을 일구어가는 모습이 제롬의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여의도 문 박사 자택을 나선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