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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경기]

    ■ 프로야구 ●두산-롯데(잠실)●우리-한화(목동)●삼성-SK(대구)●KIA-LG(광주 이상 오후 6시30분) ■ 여자축구 2008전국선수권(오후 3시 경남 합천군 주경기장) ■ 씨름 전국선수권(오전 10시 경남 삼천포체) ■ 농구 전국남녀종별선수권(오전 11시 경북 김천체)
  • 더위 차라리 즐겨라

    대구 수성구는 수성못과 두산로 일대에서 ‘폭염축제’를 연다.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다.폭염을 피하지 말고 떨치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역발상의 행사다. 물과 얼음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수성못 북쪽 두산로(폭 18m, 길이 500m 구간)에서 열리는 ‘물 난장 퍼포먼스’에서는 참가자들이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터뜨리면 소방차가 물세례를 퍼붓는 행사가 준비된다. 또 초대형 얼음그릇에 화채를 만들어 먹고 몽골 천막 안에 설치한 얼음 위를 맨발로 걷는 행사도 마련된다. 공기를 불어 넣고 물을 채운 기구에서 하는 물씨름과 물풋살대회도 즐길거리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조선시대 천재화가 3인 재조명

    조선시대 천재화가 3인 재조명

    EBS ‘다큐프라임’은 조선시대 대표 화가 3인을 조명한다. 사실적인 풍속화로 천재성을 떨친 김홍도, 색(色)으로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한 신윤복,19세기 개화기의 운명을 기록한 김준근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는 것.‘조선의 프로페셔널-화인(畵人)’ 3부작은 28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오후 11시10분에 방영된다. 첫날 1부 ‘풍속화, 조선을 깨우다’는 단원 김홍도 편이다. 그는 18세기말 다양한 생활현장과 생생한 민중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조선에 본격적인 풍속화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행적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궁중 최고의 화가로 정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것. 그런 그가 어떻게 일반 서민들의 풍속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씨름도’ 등 작품의 화풍을 비교해보며 그의 천재성을 짚어본다. 29일 2부 ‘여인과 색깔, 조선을 흔들다’는 혜원 신윤복 편. 그의 대표작 ‘기방무사’는 갑작스레 외출에서 돌아온 기생 때문에 당황해, 무더운 날씨에 기생의 계집종과 함께 두꺼운 이불로 몸을 급하게 가린 우스꽝스러운 양반의 모습을 담았다. 또 ‘유곽쟁웅’은 기생을 놓고 웃통까지 벗은 채 싸움을 벌이는 양반의 모습을 희화화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 이같은 파격적 화풍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지금까지도 신윤복은 향락적인 풍속에만 주목한 화가로 비쳐져 왔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채색의 농담(濃淡)을 철저히 고려한 탁월한 미의식, 화려한 색채를 구사한 그만의 기법과 색재료의 정체, 근엄한 척하지만 기생들과의 유흥에 빠진 양반들의 이중성을 비판한 풍자정신 등도 함께 들여다본다. 30일 3부 ‘조선풍속화, 세계를 거닐다’는 19세기말 조선의 화가 기산 김준근의 세계를 다룬다. 단원이나 혜원에 비해서는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사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화가로 꼽힌다. 그의 그림은 세계 10여개국에 1190여점이 퍼져 있을 정도다. 그는 과연 누구이며, 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그의 풍속화는 세계가 조선을 알아가는 밑바탕이 됐다. 서양 사람들은 기산이란 낙인이 찍힌 그림을 사진보다 더 선호했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베일에 싸여 있다. 김준근이란 가명으로 여러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공동제작했다는 설, 근대 번역소설 ‘천로역정’의 삽화가라는 설 등이 난무하는 건 그래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호날두 몸이 마호가니 빛깔로 변해간다”

    “호날두 몸이 마호가니 빛깔로 변해간다”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호가니’ 몸매가 화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LA에서 휴가 중인 호날두의 몸매가 ‘마호가니’ 빛깔로 변해가고 있다.”며 “오히려 선수로 뛸 때보다 더 검게 그을렸다.”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적 문제로 씨름하던 중 LA로 발목 치료 겸 휴가 차 떠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수영장의 벤치에서 선탠을 하며 보내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게 변하고 있는 호날두의 사진들을 게재하고 “일주일에 10만 파운드(약 2억원)씩 버는 스타도 패션감각까지 살 수는 없었다.”며 “호날두는 금속색의 핫팬츠와 핑크색 티셔츠를 입어 80년대 조지마이클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호날두는 LA에 있는 동안 이탈리아 모델 레티치아 필리피와의 스캔들을 비롯해 여러 여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계속 목격돼 끊임없이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몸값이 7천만 파운드(약 1400억)정도 되는 호날두가 이적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저렇게 휴가를 즐긴다면 그가 나중에 탈의실로 들어섰을 때 팀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이 된다.”고 꼬집어 말했다. 사진= 데일리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지아 기자 skybabe8@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9) 엿 파는 아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9) 엿 파는 아이

    그림(1)은 기산(箕山) 김준근의 ‘엿 파는 아이’다. 그림(2)는 김홍도의 ‘씨름’의 일부분으로 역시 엿을 파는 아이를 그린 것이다. 엿을 파는 아이가 나오는 풍속화는 더러 있지만, 엿 파는 아이만을 그린 것은 오직 김준근의 것만 남아 있다. 그림(1)의 두 소년은 엿 목판을 메고 있는데, 왼쪽 소년은 떼어서 파는 판엿을 팔고, 오른쪽 소년은 긴 가래엿을 판다. 그림(2)에서 팔고 있는 엿도 가래엿이다. 그림(1)에서 나는 오래된 의문을 풀었다. 나는 엿장수의 가위는 언제부터 있었던가 늘 궁금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적어도 19세기 말에는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왜냐면 김준근은 주로 19세기 말에 활동했기 때문이다. ●엿은 이따금 맛보던 특별한 기호품 각설하고. 엿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인간에게 단것은 가장 원초적인 맛이다. 맛을 느끼는 데도 여러 경지가 있어, 오랜 훈련 끝에 느끼는 그런 맛도 있다. 하지만 단맛은 타고 나는 맛이다. 아이들이 유난히 단맛에 끌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엿은 그 단맛 때문에 먹는 식품이다. 물론 단맛의 제왕으로 꿀이 있지만, 그것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단맛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이고, 그 노력이 곡물의 당화(糖化) 과정을 발견토록 했을 것이다. 한데 한국에서 엿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에 한식날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면서 행당(杏塘)과 맥락(麥酪)이 모두 자기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시의 행당과 맥락을 엿으로 보기도 한다. 원래 중국에서는 한식날 은행을 갈아 쑨 죽에 엿을 넣어 먹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규보의 시에 나오는 행당을 엿을 넣은 은행죽으로 보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시를 고려 시대에 엿이 있었다는 증거로 본다. 엿은 귀한 꿀을 대신하는 조선시대의 유일한 단것이었다. 설탕은 고려시대 때 송나라에서 전해진 이후 귀족과 양반들이나 겨우 맛볼 수 있었고, 일반 백성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귀한 물건이었다. 엿이 거의 유일한 단맛이었던 것이다. 또 엿은 이따금 맛보는 별미였다. 조선중기의 문인 이식의 ‘한식 때의 일을 쓴다’라는 시를 보자. “한식에도 불 피우는 것을 금하지 않고/ 부엌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기가 피어오른다/ 엿을 고아 늙으신 어머님께 올리고/ 술을 걸러 선영 찾아 절을 올리노라” 한식날에야 특별히 엿을 고아서 부모에게 올렸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덕무는 친구 박제가에게 부치는 편지에서 “보내 온 엿과 포는 아버지께 올렸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엿은 노인들에게나 올리는 특별한 기호품이었던 것이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자. 엿 파는 아이들이 파는 엿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유본예가 쓴 ‘한경지략’을 보면 백당전(白糖篆)이란 가게가 있다. 유본예는 백당전은 서울 각처에 있으며, 엿과 사탕을 판다고 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기록이다.“아이들이 목판을 메고 다니며 팔기도 한다.” 즉 김홍도의 풍속화에 나오는 엿장수는 곧 백당전에서 엿을 받아 파는 소년 중 하나인 것이다. ●영조때 과거시험장서도 엿 팔았다는 기록 엿을 파는 곳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다. 씨름하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가 있다.‘영조실록’ 49년(1773) 4월 9일조에 의하면 지평 이한일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이번 과거 시험장은 엄숙하지 못해 떡과 엿, 술이며 담배를 등불을 켜 놓고 일산 아래서 거리낌 없이 팔았다.”라고 과거장의 질서를 단속하는 금난관을 파면시킬 것을 청하고 있다.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과거장에서도 요긴한 주전부리는 엿이었던 것이다. 엿도 잘 만드는 지방이 있다. 조선후기의 문인 이하곤은 1722년 전라도 일대를 유람하는 길에 전주에 들러 시장을 본 기록을 남기고 있다. 12월12일 박지수와 경기전(慶基殿)에 갔다. 민지수도 왔다.…회경루에 올라 시장을 바라보았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빽빽이 모인 것이 흡사 서울의 종로의 오시(午市) 같았다. 잡화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패랭이와 박산이 반을 차지했다. 박산은 기름으로 찹쌀을 볶아서 엿으로 버무려 만든다. 목판으로 눌러 종이처럼 얇게 펴서 네모로 약간 길쭉하게 자른 것이다. 네댓 조각을 겹쳐서 한 덩이로 만든다. 공사의 잔치와 제사상 접시에 괴어 올려 쓴다. 오직 전주 사람들이 잘 만든다. 전주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박산은 요즘 말로 하자면 쌀강정이다. 박산을 전주에서 잘 만드는 것은 엿이 좋기 때문이다. 허균은 자신이 먹어본 음식 중에서 맛있는 음식을 모두 모아서 ‘도문대작’이란 글을 썼는데, 이 글에서 “개성 엿이 상품이고 전주 엿이 그 다음이다. 요즘은 서울 송침교 부근에서도 잘 만든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주의 엿은 전국에서 두 번째였던 것이다. 그는 또 ‘백산자’를 소개하면서 속명은 ‘박산’으로 전주 지방에서만 만든다 하고 있다. 역시 전주가 품질이 좋은 엿의 생산지였기 때문이다.‘세종실록’ 3년(1421) 1월13일조에 의하면, 예조에서 진상하는 물목을 아뢰면서 ‘백산엿은 오직 전주에서만 만드는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전주 엿의 전통은 오래된 것이다. ●개성 엿이 상품… 전주 엿이 그 다음 이제 궁금한 것은 엿장수다. 그림(1)과 그림(2)의 엿장수 소년은 역사 기록에 남을 수 없다. 문헌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단 한 사람의 이름을 발견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등장하는 신착실이다. 황주의 백성 신착실은 엿장수다. 모갑이가 외상으로 그의 엿을 두 개 먹고 당최 갚지 않는다. 그 해 말 착실은 모갑이의 집에 가서 엿값을 달라고 재촉하다가 시비가 붙어 손으로 모갑을 떠밀었다. 그때 마침 뒤에 있던 지게 가지가 공교롭게도 모갑이의 항문을 통과해 복부까지 치밀고 올라왔다. 모갑이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엿값 2푼 때문에 살인을 했으니, 사형에 해당한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다산은 지나친 형이라 주장했고, 이듬해 정조에게 아뢰어 정조의 동의를 얻어낸다. 정조 역시 살인의도가 작용하지 않은 공교로운 죽음이라 하여 신착실을 석방한다. 신착실은 아마도 기록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엿장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한 예외일 뿐이다. 누가 엿장수 따위를 거룩한 문자로 남긴단 말인가. 그러면 가공의 세계, 곧 문학작품에서 엿장수를 찾아보자. 가사 작품 중 ‘덴동어미 화전가’란 작품이 있다. 화전(花煎)은 꽃지짐이다. 진달래꽃으로 지짐을 해 먹으면서 여자들이 하루를 즐긴다. 어느 날 여자들이 모여 꽃지짐을 하던 중 한 청상과부가 신세타령을 하며 개가 여부를 고민한다. 이에 ‘덴동어미’가 개가하지 말고 수절을 하라고 하면서 고난에 찬 자신의 일생을 회고한다. 덴동어미는 네 번 결혼한 여자다. 남편 셋을 잃고 마지막으로 결혼한 남자가 바로 홀아비 엿장수 조첨지다. 조첨지와 살면서 잠시 행복이 찾아온다. 아들을 낳았고, 부부는 어리장고리장 사랑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그 행복은 정말 잠시였다. 별신굿에 팔 엿을 고다가 불이 나서 조첨지는 죽고 아이는 불에 데어 병신이 된다. 덴동어미란 이름은 불에 덴 아이의 어미이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덴동어미는 이후 덴동이를 데리고 홀로 산다. 불쌍한 조첨지는 어떻게 엿장수를 했던가. 작품을 직접 읽어보자.“그날부터 양주(兩主)되어 영감 할미 살림한다/ 나는 집에서 살림 살고 영감은 다니며 엿장사라/ 호두약엿 잣박산에 참깨박산 콩박산에/ 산사과 질빈사과를 갖추갖추 하여 주면/ 상자 고리에 담아 지고 장마다 다니며 매매한다/ 의성장 안동장 풍산장과 노루골 내성장 풍기장에/ 한 달 육 장 매장 보니 엿장사 조첨지 별호되네.” 여자는 엿을 갖추갖추 만들고 남자는 그것을 지고 경상북도 안동 일대의 시장 여섯 곳을 돌아다니며 팔았던 것이다. 이 부분이 아마도 조선시대 엿장수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보고서일 것이다. 엿의 단맛을 설탕이 대신한 지 오래다. 설탕도 건강에 나쁘다 하여 잘 먹으려 들지 않는다. 하물며 엿이랴. 이따금 예쁘게 포장한 엿을 보면 엿장수의 가위소리, 엿 사라는 엿단쇠 소리, 엿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비추던 카바이드 불빛이 문득 그리워진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흔히 연인의 사랑을 ‘달곰쌉쌀함’에 비유한다. 이런 사랑을 수학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고 하니 귀가 절로 솔깃해진다. #상황 1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남녀가 있다.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하찮은 일로 싸운다. 화가 난 여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남자는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냈다. 여자는 감동했다. 둘은 다시 뜨거워졌고 예전보다 더욱 깊은 사랑을 하게 됐다. 이 전개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래프를 그려 본다. 수평좌표는 둘의 만남을 유지하는 시간이고 수직좌표는 사랑의 양으로 정한다. 처음에는 연속적으로 변하던 상승곡선이 말다툼을 하고 난 후에는 갑자기 하락했고 다시 뜨거워지면서 곡선이 올라간다. 이런 현상을 어떤 곡면 위에 모두 나타낼 수 있으며 그 성질로부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자들이 말하는 ‘파국이론(Catastrophe Theory )’이다. #상황 2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느날 수업 도중 사랑도 방정식으로 풀 수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잠시 생각하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칠판에 썼다.Love=2□+2△+2○+2∨+8< (그림 참조). 그런 다음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을 마지 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되돌아 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재치있는 사랑 방정식은 사랑의 감성적인 면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 수학자들은 ‘위상수학(位相數學)’에서 사랑도 수학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은 적분으로 뜁니다. 혈액은 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가 폐동맥을 거쳐 폐에서 산소와 결합하지요. 그리고 폐정맥에서 좌심방으로 들어가서 대동맥을 거쳐 다시 몸전체로 전달됩니다. 이때 심장 박출량은 적분법을 이용해 계산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만날 때의 심장은 당연히 더 뛰겠죠. 적분을 모른다고 해도 우리의 혈관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설계돼 있습니다.” ‘웃기는 수학자’로 유명한 이광연(45·한서대 수학과)교수. 수학을 알고 나면 온세상이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주창하는 수학 전도사다.‘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밥상에 오른 수학’‘신화속 수학 이야기’ 등 색다른 수학관련 저서만 10여권을 펴내 20여만명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다들 골치 아프게 여기는 수학을 재미있는 말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웃기는 수학자’라는 별명도 여기에서 생겼다. 최근에는 ‘수학 블로그’라는 또 하나의 저서를 펴냈다. 여기에서 ‘게임의 법칙’‘자연의 비밀’‘역사의 명장면’‘생활의 발견’ 등 생활주변을 흥미로운 수학적 각도로 풀이해 눈길을 끈다. 이런 그가 요즘 방학을 맞아 집에서 새로운 집필을 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서적 50여권은 더 낼 작정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더운 날씨로 냉장고에서 과일과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온다. “수박을 비롯해 모든 과일이 왜 둥근 모양을 하는지 아세요?” 이 교수의 느닷없는 질문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과일을 맛있게만 먹을 줄 알았지 한번도 그 의문을 안가져 봤으니까. 주저하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연은 항상 뛰어난 수학자입니다. 자연이라는 수학자는, 과일이 과육에 품고 있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물체의 수분 손실은 그 물체의 겉넓이에 비례하지요. 즉 표피가 넓으면 넓을수록 더많은 수분이 증발됩니다. 따라서 모든 과일은 과육의 부피를 최대로 하면서 겉넓이를 가장 작게 하는 쪽으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그 답이 바로 둥근 모양의 과일입니다. 이 것을 우리는 디도의 문제(Dido’s Problem)라고 하지요.” 그는 또 겨울날 내리는 눈이 왜 육각형이고, 하루는 왜 24시간인지 등도 얼마든지 수학적으로 풀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학은 우리가 매일 걸어다니는 보도블록에도,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하는 윷놀이와 화투에도 있다고 했다.48장인 화투놀이 중 고스톱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수학을 소개한다. 고스톱은 몇 명이 치느냐에 따라 나누어 주는 화투의 장수와 바닥에 까는 장수가 달라진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장수를 x라 하고 바닥에 까는 장수를 y라 할 때 뒤집는 장수가 나누어 주는 장수와 같아야 꺼내는 것과 뒤집는 것이 같이 끝나게 된다. 2명이 치는 일명 ‘맞고’일 때는 나누어 주는 장수가 2x이고, 바닥에 까는 장수는 y, 또 뒤집는 장수도 2x이므로 이들을 모두 더하면 48이 되어야 한다. 즉 2x+y+2x=4x+y=48. 이 식을 만족시키는 x,y를 각각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1,44),(2,40),(3,36)∼(11,4) 등이다.3명이 칠 때는 3x+3x+y=6x+y=48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또 4명이 칠 때는 5장씩 나누어 가진 후 5×4=20장을 뒤집어 놓고 8장을 깔면 된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따지면 고스톱은 무려 24명까지 함께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수학은 자연, 역사, 생활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까닭입니다. 수학을 통해 인류문명을 발전시키고 역경을 극복하고 또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수학이 어려워져 3분의2는 중도 포기한다는 것. 이를 안타까워해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온통 ‘수학밭’이며 그걸 자각시키고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남다른 저술활동에 전념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어려운 문제와 10∼20분 씨름하다가 어느 순간 정답을 맞혔을 때 느껴지는 쾌감과 감동 때문에 수학을 점점 더 좋아했다. 1983년 경문고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수학과에 지원, 합격했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와이오밍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 등을 마쳤다. 슬하에 아들 딸 둘을 두었으며 부인과는 같은 대학 수학과 선후배 사이. 식구들끼리 신문이나 영화를 볼 때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수학으로 가득차 있는 ‘수학집안’이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삼국지와 세종대왕에 대한 구상을 다 마쳤다.”며 웃는다.2009년 7차 개정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 집필자이도 한 그는 “수학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하며 따라서 아이들에게 수학 알레르기를 없애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그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체스와 바둑, 윷놀이를 자주 시켜라. 두뇌회전에 좋기 때문이다. 종이접기도 좋다.▲수학을 이야기로 들려 줘라. 종이접기를 응용해 미 항공우주국 첨단 망원경을 72조각으로 만들어 우주로 운반한 사례, 그리고 뫼비우스의 띠로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낸 것, 수학을 통해 최초로 시간을 나누었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얘기 등이다.▲추리소설과 만화책이라도 읽게 하라. 다독은 최고의 수학공부 방법이며, 수학을 잘 하려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64년 충남 서산 출생 ▲83년 서울 경문고 졸업 ▲87년 성균관대 수학과 졸업 ▲93년 성균관대 수학과 박사과정 졸업 ▲94∼96년 한서대학교 수학과 학과장 ▲96∼97년 와이오밍대학교 수학과 포스트닥터.(한국과학재단지원) ▲98년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선제위원. 독학사 전공심화과정 문항개발위원,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문항개발위원 ▲현재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 ●주요 저서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0년), 또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2년), 신화 속 수학이야기(2004년), 밥상에 오른 수학(2004년), 피타고라스가 보여 주는 조화로운 세계(2006년), 자연의 수학적 열쇠 피보나치 수열(2006년), 수학자들의 전쟁(2007년). 이광연의 수학블로그(2008년)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3년 발품 들인 국토백과전서

    3년 발품 들인 국토백과전서

    1964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과 함께 등단한 소설가 박태순(66)은 타고난 여행문학 작가이다. 국토기행(紀行) 문집으로 ‘작가 기행’ ‘국토와 민중’ 등을 펴냈고, 역사인물기행 ‘인간과 역사’, 한국기층문화 기행 ‘사상의 고향’ 등을 발표했다.1991년에는 서울신문에 중국기행 ‘신 열하일기’를 연재했다. 작가들에게 여행은 사실 떼내버리기 힘든 몸속의 장기 같은 것이긴 하지만 도대체가 그의 타고난 여행벽은 세월의 무게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까지 왕성하다. ●인문지리·사회상·인물 등 아울러 작가는 3년 전 또다시 배낭과 펜을 챙겨들고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국토문화대계, 국토백과전서라고 할 만한 살아 움직이는 국토인문학의 결과물을 내놓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발벗고 길에 나서는 일’과 ‘문닫고 글과 씨름을 벌이는 작업’에 꼬박 3년 동안 외곬으로 매달렸다. 최근 출간된 ‘나의 국토 나의 산하’(전3권, 한길사 펴냄)에는 이처럼 그가 발벗고 길에 나서서 찾아낸 우리 국토 39군데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작가의 기존 기행문집과 마찬가지로 자연예찬이나 주관적인 감상문 형태의 여행기와는 사뭇 다르다. 국토의 인문지리와 사회변동 양상, 그 역사속의 인물과 문학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국토백과전서라고 할까. “백두산은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과연 무엇일까. 앞전도 아닌 뒷전에서 알현하는 송구스러움을 뭐라 여쭐지 참으로 민망하다. 이육사의 ‘광야’를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숙인다.‘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나는 초라하고 남루하며 궁색하다.…시인은 나를 꾸짖는다. 너는 이 산을 오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인즉 범하고 있는 게 아닌지 느끼기나 해보는가.”(제1권 113∼114쪽,‘거대한 뿌리 백두산’ 가운데) 기행문들은 성격에 따라 세 권에 나뉘어 수록돼 있다.‘나의 국토인문지리지’라는 부제가 붙은 1권은 청계천, 백두산, 지리산, 임진강 등을 탐방한 내용을 토대로 거대담론으로서의 ‘서사국토’를 담고 있다. “오오 거리는 나의 모든 설움이다”로 마무리되는 김수영의 시 ‘거리’를 텍스트 삼아 청계천을 산책한 작가는 도시화(복개)와 역도시화(복원)를 거듭한 ‘천변풍경’을 보여주면서 그 안의 사람들을 ‘고독한 군중’으로 명명했다. ●지리산 등 39곳 진면목 재발견 2권 ‘시인의 마음으로’에서는 국토가 들려주는 미시담론을 알록달록 색깔있게 들려주고 있다.‘무진기행’ 등의 문학작품이나 옛 선비들의 문예기행을 뒤좇아 국토의 동남해안-중남해안-서남해안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순례기행에서는 우리 국토의 맛깔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마지막 3권 ‘인간의 길 시대의 풍경’에서는 동해안 종단기행과 중부내륙 횡단기행의 두 코스를 따라가며 길에서 건져 올린 인간과 시대, 길과 풍경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작가는 종횡무진 발품을 판 이번 국토기행에서 과연 새로운 무엇을 발견했을까. 작가는 “국토 언어는 기본적으로 희망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국토체험의 의미를 ‘부드러운 국토의 발견’으로 요약했다. 국토를 알면 알수록 자신의 인생이 충실해지고 생활이 넓어진다는 작가는 도시문학, 농촌문학, 향토문학, 역사문학이 있는 것처럼 ‘국토문학’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이번 작업은 ‘국토기행문학’의 형태일 수 있다고 했다. 책 속에는 ‘장승’ ‘초가’ 등 민속적 피사체에 천착한 베테탕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작가와 함께 다니며 촬영한 국토사진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각권 1만 8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Local] 보령머드축제 12일 개막

    충남 보령 머드축제가 12일 개막돼 20일까지 대천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행사는 세계미용대회, 외국인 가요제, 머드커플 슬라이더, 머드스키 체험, 머드 씨름대회 등 기존 것과 올해 새로 선보이는 머드마사지 탕, 머드판타지 폭포가 있다. 오는 19일에는 갯벌에서 10㎞ 단축마라톤 대회와 머드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20일 머드 대학가요제가 벌어진다. 축제기간 대천해수욕장∼석탄박물관∼성주사지∼냉풍욕장∼갯벌 체험장을 돌아보는 3시간 코스의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머드축제에는 지난해 외국인 7만명을 포함,217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올해는 250만명이 올 것으로 보인다.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교과서에서 배운 단원 김홍도 고누도 알고 보니 윷놀이 그림”

    “교과서에서 배운 단원 김홍도 고누도 알고 보니 윷놀이 그림”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에 들어있는 ‘고누놀이’는 고누놀이가 아니라 윷놀이 장면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초등학교 국어과 ‘읽기’ 교과서는 이 그림을 ‘고누놀이’로 설명하고 있는 만큼 학계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속학자인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발간된 월간 ‘민속소식’ 7월호의 ‘단원의 고누도(圖), 정말로 고누놀이를 그린 것일까’라는 글에서 이 그림의 제목을 ‘윷놀이’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본지 그림있는 풍속사에서도 지적 앞서, 서울신문에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를 연재하고 있는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도 이 그림을 다룬 지난 4월7일자 ‘고누와 나무하기’편에 같은 생각을 담았다. 김홍도가 37세되던 1781년 무렵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단원풍속도첩은 모두 25폭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 후기 민중의 진솔한 삶을 과감한 붓질로 생동감있게 화폭에 담아냈다.‘무동(舞童)’,‘씨름’,‘서당’,‘벼타작’을 비롯하여 하나하나의 그림이 모두 조선시대 풍속화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보물 제527호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장 연구관은 당초 풍속도첩에는 낙관이나 제목이 없다가 근대에 와서 제목이 붙기 시작했고,13번째 그림인 나무꾼들의 놀이장면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1891∼1968)이 ‘지기지도(地碁之圖)’라고 이름을 붙인 뒤 그동안 의심없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고누놀이를 한자로 옮길 때는 흔히 땅장기라는 뜻으로 지기(地碁)라고 쓴다. 하지만 장 연구관은 그림에 등장하는 말판의 생김새가 눈이 5개인 ‘우물고누’와는 달리 지금의 윷판과 똑같은 데다, 던져진 기물도 4개라는 점에서 명백히 크기가 작은 ‘밤윷’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그림의 제목은 ‘윷놀이’이어야 하며, 좀더 구체적으로는 ‘밤윷놀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명관 교수는 “이 그림의 고누판은 둥근 원을 그리고 그 속에 다시 십자를 그리고 있는데 이런 고누판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둥근 원형 안에 작은 물건 넷이 보인다. 이것이 윷일 수 있다. 윷은 꼭 나무로 길게 만든 것이 아니라도 된다.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작은 고동 껍데기를 윷가락 대신 쓰는 것을 보았다.”면서 “이 그림은 윷판으로 보인다.”고 같은 견해를 밝혔다. 장 연구관은 이 그림이 2001년 이후 7년동안 교과서에 실렸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8차 교육과정에서도 유지된다는 소식에 지난해 12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구두로 이의를 제기했고, 이번에도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다. ●교과부 “교과서 내용 수정 계획 없어” 하지만 교과부는 ▲이 그림이 고누놀이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에서 통용되는 의견이 아니고 ▲학생들이 고누놀이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고누놀이 장면이 아니라고 해도 대체할 수 있는 고누그림이 없는 만큼 현재의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왔다고 한다. 장 연구관은 “그동안 잘잘못을 가리려는 인식이 없었던 것은 관행적으로 이어온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암묵적 동의에 기존의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순종적 태도 때문”이라면서 “어쩌면 그림은 알되 놀이를 모르고, 놀이는 알되 그림에 접근할 수 없는 미술사학과 민속학의 연구 영역 한계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그림이 윷놀이임을 밝힌 나의 글이 좀더 비판적으로 검토되기를 바라며, 그 결과 윷놀이 그림이 옳다면 오류를 시정하는 데 주저할 까닭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연구관은 ‘민속소식’에 실린 글을 보완한 정식 논문을 역시 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생활문물’에 게재를 요청해놓고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용어클릭 ●고누란? 선조들이 즐기던 놀이의 하나로 지역별로 고니, 꼬니, 꼰, 꼰질이, 고누로 이름이 다르고,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놀이판 위에서 상대방의 말을 다 잡아내거나, 못 움직이게 가두거나, 상대방의 집을 먼저 차지하면 이긴다. 옛날에는 땅바닥에 줄을 그어 고누판을 만들고, 작은 돌멩이나 나무 조각을 말 삼아 놀기도 했다.
  • 프라이팬·압력밥솥은 마술사? 과자도 케이크도 ‘뚝딱’

    프라이팬·압력밥솥은 마술사? 과자도 케이크도 ‘뚝딱’

    하루에도 수십권씩 신문사로 날아드는 신간 서적 가운데 요리책이 눈길을 받기란 여간해서 어렵다. 이 문구만 아니었다면 ‘숨은 고수’를 몰라볼 뻔했다.‘과자는 프라이팬에 케이크는 밥솥에’. 평소 과자 좀 구워 봤다는 이들을 혹하게 할 만하다. ●‘특별한 레시피´ 160여가지 담고있어 책 제목은 ‘콩지의 착한 베이킹(멘토 프레스 펴냄)’. 책장을 넘겨 보면서 “이게 정말 돼?”라는 감탄이 나온다. 책은 ‘달콤한 보물’이다. 평범한 프라이팬과 압력 밭솥에 꼭 맞춘 아주 특별한 레시피 160여개가 담겨 있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도, 왕초보라는 두려움도 이 책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요즘같이 먹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가족을 위한 간식거리를 직접, 쉽게 챙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이다. 베이킹을 만만하게 만든 이는 박현진(사진 왼쪽)씨,31살의 미혼 여성이다. 매인 몸도 아닌 그녀가 베이킹에 심취한 이유는 책 제목처럼 아주 ‘착하다’. 편찮은 할머니에게 맛나면서 해롭지 않은 간식거리를 해드리기 위해서였다.“할머니(오른쪽)가 몸이 좀 좋아지면서 빵을 찾으시더라고요. 우유, 버터, 첨가물 등 가려야 할 것이 많아서 내가 한번 해보자 했죠.” 처음엔 의외로 성공. 두 번째, 세 번째 번번이 떡이 되면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밀가루, 계란, 버터와의 씨름이 시작됐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니 서서히 눈이 떠졌다. 나중을 생각해 기록해둘 요량으로 2년 전 ‘콩지의 음식발기(blog.naver.com/ohmytotoro)’라는 블로그를 열었다. 그런데 이게 일을 냈다. 진한 체험에서 나온 그녀의 ‘생활 밀착형 레서피’에 이웃 블로거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책을 출판한 멘토 프레스 대표의 딸도 그녀의 열혈 팬으로 이번 책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펀지 케이크의 기본이 되는 머랭(계란 흰자를 거품 내어 생크림처럼 단단하게 만든 것)을 단 5분 만에 완성하는 방법이나 종이컵을 계량컵으로 활용하는 방법, 다 쓰고난 랩이나 위생비닐의 심을 밀대로, 케이크를 식히는 데는 전용 식힘망보다 둥근 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 등 그녀의 발견은 사소하지만 재치가 번뜩인다. 움푹 파인 밥솥에서 작은 냄비 뚜껑과 둥근 체만을 이용해 케이크를 흠집 없이 꺼내는 방법은 ‘히트 아이디어’다. 그녀의 좁은 부엌 한쪽에는 10인용,6인용 2개의 압력 밥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설문을 해봤더니 10인용 밥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10인용짜리를 하나 더 구입하고 모든 레서피를 여기에 맞췄어요.” 대각선 맞은편은 조리대 겸 촬영 공간이다. 책에 담긴 모든 사진과 글은 모두 그녀가 작업한 것이다. 뜨개질, 그림에도 재주가 있지만 베이킹처럼 가슴 뛰게 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녀의 발견은 사소하지만 재치가 번뜩 7분 만에 당근·아몬드 케이크 반죽을 만들어 압력 밭솥에 넣었다. 메뉴를 찜기능에 놓고 타이머를 50분에 맞춘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 초코칩 쿠키 반죽을 빚어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떠 7개를 놓았다. 가스레인지의 불꽃 모양으로 온도를 가늠한다.“점화 손잡이를 약불과 중간불 사이에 놓아야 해요.” 그녀가 말하는 ‘2분의1 약불’이다. 잠시 후 집안은 온통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흐뭇해진 건 먹음직스런 결과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방 두 칸짜리 좁은 집(서울 봉천동)도 궁전처럼 여기고, 자신이 만든 과자를 열심히 먹어줘 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 동생, 직장 동료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는 그녀는 행복을 빚는 귀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반죽을 빚다 말고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드렸고 일을 하면서 방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문득 ‘콩지’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대놓고 ‘콩쥐’라고 하기가 뭣해서였을까? 고향 광주에 어머니가 계신데도 7년 전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모실 사람은 “바로 나”라며 손을 번쩍 들고 다니던 직장도 관둔 그녀다.“주변 분들이 제가 할머니를 너무 좋아한다고 무슨 콩깍지가 껴서 그러느냐고 해요. 거기서 가운데 글자만 뺀 거예요.” 한창 나이인 스물 다섯에 직장에서 나와 할머니 곁에 머무는 그녀를 보고 남들은 때론 걱정으로, 때론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 책은 그러한 주변의 시선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무기다.“할머니가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어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이 증명해 준 거죠. 할머니 때문에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은 거니까요. 제가 할머니를 도운 게 아니라 할머니가 저를 도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폭염 동해안 주민 ‘파김치’

    폭염 동해안 주민 ‘파김치’

    “푹푹 찐다 져. 이러다 올여름 더위에 쓰러지지 않을까….” 예년보다 폭염이 20일 정도 일찍 시작된 강원과 경북 동해안 지역의 주민들은 6일 연일 32∼37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파김치가 된 모습이었다. 열대야현상도 이어져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민들의 ‘탈도심 현상’도 빚어졌다. 폭염을 식히려 팔공산을 찾은 김모(46·대구 동구 불로동)씨는 이날 “일찌감치 가족과 함께 지낼 텐트를 쳤다.”면서 “무더위 예보와 초고유가 영향으로 이곳에 텐트족들의 자리 확보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연일 32~37℃에 열대야까지 기상청은 5일 강원 강릉 등 동해안과 영덕·울진 등 경북지역, 의령 등 경남지역 등에 올 들어 첫 폭염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어 6일 강원 양양군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폭염주의보 제도는 지난해 첫 도입됐으며, 지난해에는 7월25일 전남 나주·순천지역에 첫 발령됐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일 빨리 발령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찜통 더위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면서 고온다습한 남서 기류가 유입돼 시작됐다.”면서 “9일까지 동해안을 중심으로 폭염이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시민들은 “폭염도 폭염이지만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 행진 속에 에어컨을 제대로 켤 수나 있을런지, 올여름 지내기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속의 무더위로 시민들의 생활 패턴도 일찌감치 바뀌고 있다. 예년과는 달리 돈이 적게 드는 ‘자린고비형’ 피서 방법을 찾고 있다. 시민들은 가까운 산과 계곡을 찾아 부채질로 더위를 쫓거나 해수욕장을 찾았고 시내 차량 통행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트도 야외용 취사도구 잘 팔려 대구에서는 열대야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팔공산과 비슬산 등지로 몰렸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나 도로주변 공터, 대관령 옛길 주변 등에는 텐트까지 동원해 며칠씩 머무는 가족까지 생겼다. 이로 인해 대형 마트에서는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숯이나 번개탄, 삼겹살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경남 밀양·합천 등지에서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을 내린 채 운행하는 차량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파트 단지에도 창문을 열어 놓은 집이 많아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찜통더위가 전국에 걸쳐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공공 기관들도 지혜를 짜내고 있다. 대전시는 폭염 피해 줄이기 대책을 마련,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는 노약자 등을 위해 5개 자치구를 중심으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혼자 사는 노인 등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도우미를 배치키로 했다. 시는 또 폭염 예보 발령시 신속한 전파를 위해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활용하고 폭염 피해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 폭염 발생시 신속히 대처키로 했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하루 최고 열지수가 41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하루 최고 열지수가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대구 김상화·강릉 조한종·창원 강원식기자 shkim@seoul.co.kr ■폭염·열대야 대처법 ▲갈증이 안 나더라도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바깥 농사일 또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농사일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물병을 챙겨야 한다. ▲열사병으로 구토·발열·어지럼증을 느낄 때는 그늘 등으로 이동해 찬 물수건 등으로 체온을 낮춘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려는 행동은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잠들기 전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야 숙면을 할 수 있다. ▲정전 등에 대비해 부채 등을 준비하고 커피·홍차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피해야 한다. ▲4세 이하 영·유아·고령의 심혈관 질환자에겐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 [사설] 거리의 무한대치 국회가 함께 풀어라

    지난 5월2일 발화된 쇠고기 촛불집회가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끝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당장 오늘 오후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측은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 참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계는 물론 노동계와 야당도 적극 합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요 며칠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참여로 폭력시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다중이 모이다 보면 또다시 시위대와 공권력간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는 폭력을 자제하길 양측에 간곡히 호소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국회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알력과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장이 바로 국회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취지이기도 하다. 이번 18대 국회는 어떤가. 임시국회 소집 종료일인 어제까지 입씨름만 거듭했다. 국회의장단마저 선출하지 못해 헌법정지상황을 불러왔다.60년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당리당략에 얽혀 여야가 기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지 묻고 싶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촛불시위에 빠진 한국이 아시아의 ‘이 빠진 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경제살리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부터 열어야 한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치의 중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회다.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도 내일 새 지도부를 뽑는다. 손학규 대표 역시 “이제 민주당이 결단을 내릴 때”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국회를 정상화해 민생을 살피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난국을 극복하는 진정한 해법이다.
  • 6일 의정부서 몽골전통축제

    주말에 작고 앙증맞은 미니축제가 두 곳에서 열린다. 의정부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6일 의정부시청 앞 야외무대에서 몽골 최대 전통축제인 ‘나담축제’를 개최한다.‘나담’은 몽골어로 ‘게임’을 뜻한다. 이날 축제에는 몽골 씨름인 ‘바흐’와 양의 복사뼈를 이용한 ‘샤가하로하’ 등 전통 놀이가 펼쳐지며 전통의상·음식 체험, 이주민노래자랑, 왈츠경연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특히 ‘바흐’는 32명이 동시에 참가해 박진감 있게 진행되며 경기 전에 스트레칭을 위해 추는 ‘독수리 춤’ 같은 이색 볼거리도 제공된다. 이천에서는 별빛축제가 마련된다. 한여름밤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꾸며보는 ‘2008(제5회) 설봉산 별빛축제’로 5일 설봉공원 대공연장에서 열려 다음달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면 꼬박꼬박 열린다.의정부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변혁의 중동을 가다] (하) 아부다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변혁의 중동을 가다] (하) 아부다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아부다비 최종찬특파원|아랍에미리트(UAE)의 제1도시이며 수도인 아부다비는 두바이에서 서쪽으로 160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1시간30분밖에 안 되는 거리다. 두바이에서 시작하는 8차선 고속도로인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타고 가면 아부다비가 나온다. 국경표지판은 없지만 나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부다비 땅에 들어온 것이다. 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는 2m 간격으로 나무들이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야자나무와 어린 묘목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무를 관리하는 인부들이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다. 풀 한포기 나지 않는다는 사막 한가운데서 보는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검정호스가 깔려 있었다. 그 호스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구멍을 통해 아침과 저녁에 물을 공급한다.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물을 인위적으로 주지않으면 나무들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 정영미(35)씨는 “이 물은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UAE 초대국왕인 세이크 자이드의 국토 녹지화 프로젝트에 따른 결과다. 그는 오일머니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1억 5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현재 국토 전체의 80%에 관목, 나무,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나무 많고 차량소통 원활한 ‘인간적인 도시´ 아부다비 도심에 들어서자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20년 이상된 건물들도 많고 고층빌딩들도 두바이에 비하면 절반 크기였다. 대신 나무들은 몇배나 많고 차량소통도 원활했다. 번잡하고 어수선한 두바이에 비하면 조용하고 정돈돼 있었다. 또한 도심 가까이에 에메랄드빛 아라비아걸프해가 있어 녹색의 가로수들과 조화를 이뤄 이국적인 멋을 내고 있었다. 8성급 호텔인 에미리트호텔에서 18개월째 객실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송이(25)씨는 “한국 사람들은 두바이를 보지 않으면 중동구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아부다비가 휠씬 정이 간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유일의 한국음식점인 한국관 주인 황긍순(73)씨는 “아부다비는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도 한국 돈으로 2만원정도면 충분하다.”며 “교통체증도 범죄도 없어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고 거들었다. 물론 아부다비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곳곳에서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높이 경쟁하듯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전망 좋은 집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연섬을 개발하고 고속도로와 항구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바이처럼 개발만을 우선시하지 않았다.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아부다비 공기업인 TDIC는 이런 개발전략을 수행한다. 자연자원을 보존하면서 아부다비의 유산과 문화를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식 ‘개발 지상주의´ 지양 바셈 데르카위(35) TDIC 홍보담당 부이사는 “두바이의 발전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부다비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 안전, 에너지 등을 고려한 발전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TDIC는 2개의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섬을 통째로 개발하는 사디야트 아일랜드 프로젝트다. 아부다비 본토에서 500m 떨어진 사디야트는 버뮤다의 절반크기로 27㎢의 자연섬이다. 총 공사비 27억달러를 들여 2018년까지 레저, 문화, 주거 삼박자를 갖춘 복합문화주거단지를 건립한다. 특히 7개구역 가운데 하나인 문화구역에는 세계최대 규모의 루브르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이상 2012∼2013년 오픈), 파리 소르본 대학 분교를 유치한다. ●“속도 꽉찬 알토란 도시 될 것” 또 하나는 8개의 섬을 복합휴양단지로 개발하는 데저트 아일랜즈 프로젝트다. 30억달러를 투입해 환경생태학적 개념으로 개발된다. 예컨대 도심으로부터 250㎞ 떨어져 있는 시르 바스 야니 섬은 여러 야생동물과 350만그루가 넘는 나무들로 우거져 있는 점을 고려해 카약과 등반, 하이킹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같은 회사 직원인 마라 칼리드 알 카시미(30)도 “두바이는 최고점에 달했지만 아부다비는 이제 기지개를 켠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도심에서 만난 사미라 요니스 알-가페리(28)는 “두바이가 콘텐츠를 바탕으로 외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아부다비는 풍부한 재산을 지렛대로 한 고품질 전략을 쓰고 있다.”며 “겉만 화려한 두바이보다 속도 알토란 같이 만드는 아부다비의 앞날이 더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UAE 원유생산의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인당 GDP가 4만 5000달러로 세계 최고 갑부도시인 아부다비가 형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동생인 두바이의 그늘을 벗어나 세계문화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꿈을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siinjc@seoul.co.kr ■스카이라인 화려한 두바이의 두 얼굴 “부자들 쇼핑의 천국” vs “허상 덩어리… 비싼물가 문제” |두바이 최종찬특파원|두바이 하늘은 모래바람으로 뒤덮여 있었다.5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모래바람은 2월에 잦은데 최근 기상이변으로 6월에도 나타난 것이었다. 두바이도 기상이변을 못 비켜가는 모양이었다. 모래바람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은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7성급인 버드 알 아랍 호텔의 위용은 간 곳이 없었다. 인간의 기술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서울의 6배 크기인 두바이 거리는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주요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고급 빌라들은 거의 같은 모양 같은 크기였다. 누가 바벨탑이 될 것인가를 놓고 내기하는 듯한 고층 건물들의 색다른 디자인에서 그런 냄새는 더욱 풍겼다. 두바이는 한낮에 40도를 넘는 폭염 때문에 거리는 한산했다. 폭염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건축노동자들이었다. 인도나 파키스탄, 서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를 다지고 있었다. 반면 아라비아걸프해에 있는 해변에 가면 수영복을 입은 서양사람들이 파도와 씨름을 하며 다른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두바이 최대 쇼핑물인 에미리트몰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달동안 계속되는 쇼핑 페스티벌이라는 바겐세일 때문이다. 상점마다 60∼70%를 할인한다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바이 현지인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고가의 물건도 주저없이 산다. 실제로 전통옷을 차려입은 여성이 4000디르함(약 113만원)이 넘는 의류를 수십 벌을 사는 것을 목격했다. 이곳에서 만난 스코틀랜드인 알렉스 데이비드선(60)은 “두바이는 세상 만물의 전시장이며 쇼핑 천국”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에서 온 압둘라 알 몬디(40)는 “두바이 쇼핑몰은 중동 부자들의 친목잔치 장소”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두바이가 명성에 걸맞은 곳인가에 대한 견해는 갈렸다. 사막 사파리투어 전문가이드인 아크바드 칸(32)은 “두바이에는 범죄도 없고 사업하기도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면 부동산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는 호주 출신의 라네사(22)는 “두바이는 문화가 없으며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카르푸에서 만난 상사원부인인 정춘희(42)씨는 “두바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와 터무니없이 높은 주택 임대료 등 문제점이 많은데 세계 언론들이 장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전략문제연구소 미디어국장 “TV·신문 24시간 모니터링 대통령 등 최상부에 보고” |아부다비 최종찬특파원|“매일 아침 세계 주요 뉴스를 스크린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 대통령 등 최상층부 4명에게 보고합니다.” 아부다비 전략문제연구소 모하메드 압둘라 알-알리 미디어국장은 연구소의 중요 역할 하나를 이렇게 밝혔다.1994년 3월14일 설립된 이 연구소는 UAE와 걸프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사회, 경제 이슈와 주제,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한다. 그동안 40차례의 국제회의, 강연,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성과를 담은 570권의 책도 출간했다. 전체직원은 300명이며 그중 70명이 미디어국에서 일한다. 그는 “세계 주요 방송과 라디오를 모니터링한다.”며 “350개 TV채널과 179개 라디오채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해서 중요뉴스를 취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아침 350개 신문도 모니터링해 중요 내용을 간추린다.”고 덧붙였다. 지역정보 수집을 위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그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취합된 뉴스는 보고서로 만들어져 UAE 중요 인사 800명에게 페이퍼형태로 보내고 동시에 SMS메시지로도 보낸다.”고 강조했다. 상층부의 지시에 따라 여론조사도 가끔 한다는 그는 “한국관련 기사는 영어와 아랍어로 번역된 내용을 취합하며 동시에 한국에 있는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siinjc@seoul.co.kr
  • 남미 두 정상 ‘막말’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알란 가르시아(59) 페루 대통령은 1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49)만 생각하면 속이 느글거린다.”고 말했다.AP통신 보도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남미 7개국 공동시장 메르코수르(MERCOSUR)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투쿠만에서 돌아온 뒤다. 가르시아는 모랄레스를 겨냥해 “페루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면서 “그에게 ‘입닥쳐’라고 말하련다.”고 했다.“당신 나라 일이나 잘 하라.”고도 했다. 모랄레스가 “미국이 페루 영토에 군 기지를 세울 수 있으며, 이미 존재할지 모른다.”고 말한 데 대한 대꾸다. 모랄레스는 지난달 28일 “볼리비아와 에콰도르가 미군기지 설치를 거부했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모랄레스도 가르시아에 곧장 한방을 날렸다.“다른 사람에게 입을 닥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는 대화를 수용하지 않고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반민주적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뚱뚱해 보이는 (가르시아) 대통령이 제국주의에 아무런 반감도 표시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입씨름을 넘어 페루가 지난달 30일 페르난도 로하스 볼리비아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적 다툼으로 번졌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입심도 논란을 부추겼다. 그는 지난달 3일 이탈리아 로마 식량안보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은 곧 국제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돕는 ‘악마 국가인 미국도 파멸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최고 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자국의 핵 개발에 어깃장을 놓아온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이리 저리 비틀거리는 정신병자같다.”고 깎아내렸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란은 이웃에 사는 깡패”라면서 “막말을 되풀이하는 이 나라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방시대] 스포츠문화박람회 성공을 위하여/홍완식 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지방시대] 스포츠문화박람회 성공을 위하여/홍완식 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오는 9월26일부터 1주일간 부산에서 지구촌 최대의 전통스포츠문화올림픽인 ‘세계사회체육대회(World TreX-Games)’가 열린다. 이 대회는 올림픽처럼 정형화된 경기종목을 가지고 메달 경쟁을 벌이는 엘리트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각국의 전통 스포츠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스포츠의 문화적 가치를 느끼고 전통적 스포츠문화가 인류유산임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다. 네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후원한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의 지지를 얻어 대회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것은 이 대회가 전통스포츠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대회 이념으로 삼아 미래 세대들에게 전통스포츠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시키는 올림픽운동 실천대회이기 때문이다. IOC 자크로게 위원장은 부산대회를 후원하는 메시지에서 “이 행사가 모든 사람에게 스포츠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해 건강한 삶을 만들고 나아가 올림픽운동의 기본원칙인 사회체육을 보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회는 궁술, 연날리기, 전통민속춤, 탱고, 우슈, 삼보, 무에타이, 씨름, 기공, 즈루카네와 같은 전통스포츠 종목과 한국의 태껸과 같은 각 국가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되 신세대 문화를 상징하는 스포츠인 e게임과 X스포츠 종목도 가미돼 있다. 따라서 부산대회는 세계 각국의 전통 스포츠와 뉴(NEW) 스포츠가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스포츠문화축제의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전통의 의미를 미래에서 찾고 미래 또한 전통에서 그 존재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100여개국에서 7000여명이 참가해 스포츠 문화의 진수를 보여줄 이번 대회는 비록 규모면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스포츠문화 측면에서 볼 때 세계 스포츠계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해 7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IOC위원들과 스포츠 관계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다름아니라 과테말라의 전통 스포츠인 ‘마얀볼’ 시연이었다는 것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종목의 면면을 보면 각자 대륙별 문화성이 있다. 가령 ‘즈루카네’라는 종목은 고대 페르시아 지역에서 시작돼 지금은 아시아 지역과 북미까지 퍼져 있다. 탱고는 남미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다른 전통스포츠 종목들은 발원지의 민족적 문화를 함유하고 있다. 또 부산대회에서는 이른바 액션(ACTION)스포츠인 X스포츠 종목들도 참가하므로 신세대 스포츠문화도 선을 보인다. 이같이 부산대회는 시공을 초월하고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는 스포츠문화의 종합축제이며 스포츠문화박람회다. 이 행사에서 아프리카의 남단에서도 우리가 어릴 적에 즐겨하던 ‘공기놀이’와 같은 스포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세계 여러나라 국민이 한국씨름과 유사한 ‘벨트레슬링’을 예로부터 전통스포츠로 삼아왔다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무한도전의 젊은 기예도 접하게 된다. 특히 유네스코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 전통스포츠를 세계 인류문화유산으로 선포한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 전통스포츠인 씨름이나 태껸, 널뛰기, 그네타기 등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한국이 세계스포츠 문화유산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문화국가로 널리 인식됐으면 한다. 홍완식 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 [오늘의 경기]

    ■ 프로야구 ●두산-우리(잠실)●한화-KIA(청주)●삼성-LG(대구)●롯데-SK(마산·이상 오후 6시 30분) ■ 농구 전국대학연맹전(오후 2시 전주체) ■ 씨름 김성률배 전국장사대회(오전 10시 마산체) ■ 하키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중고대회(오전 11시 경북안강하키장)
  • [데스크시각] ‘시크릿’ & ‘여비서의 정사’/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시크릿’ & ‘여비서의 정사’/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자기 계발서 바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2005년 ‘마시멜로 이야기’로 시작된 자기 계발서 열풍은 요즘에도 ‘시크릿’과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를 베스트셀러 순위 1·2위에 올려 놓을 정도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특히 ‘시크릿’은 지난해 6월 출간된 이후 1년간 베스트셀러 1위를 독식하며 판매 부수가 130만부를 넘어섰다.‘크리스찬을 위한 시크릿’‘3분 시크릿’‘부의 비밀’ 등 16종의 아류까지 쏟아져 나와 온통 서점가를 뒤덮고 있다. 자기 계발서 바람이 지속되는 이유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보다 나은 미래와 경제적 풍요를 이루기 위한 욕망 때문이 아닐까. 미국·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대공황·버블붕괴 시기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기 계발서의 판매가 늘어난 것처럼, 우리 사회도 외환위기 이후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훈과 성공담을 담은 자기 계발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만큼 효과적이냐 하는 데 대해서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 점에서는 ‘시크릿’이 오히려 중국의 성애소설 ‘여비서의 정사’보다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책의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실천의 추동력으로 작용하는 효과는 그다지 큰 것 같지 않다. 물론 ‘시크릿’과 ‘여비서의 정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책이다. 기자가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지인 중 한 외국인은 중국어를 전공하지 않은 데다, 중국 연수 한번 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베이징 근무 명령을 받았다. 업무가 현지 신문이나 연구보고서 등을 신속하게 읽고 분석해 본국에 보고해야 하는 까닭에 높은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중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역사·경제·경영 등 딱딱한 내용의 전문 서적을 읽으려고 밤새 씨름했다. 하지만 금방 흥미를 잃어 번번이 몇쪽밖에 읽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결국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 ‘여비서의 정사’다. 속어 등 관용어가 많고 300쪽의 만만찮은 분량이어서 중국어 초보자가 읽기에는 쉽지 않지만, 내용이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흠뻑 빠져 ‘완독’을 경험하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자신감이 붙은 그는 이후 역사·경제·경영서적 등 폭넓게 읽게 돼 중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조선시대 문신 백곡 김득신은 유명한 독서광이었다. 부친이 감사를 역임한 명문가 집안이었지만 머리가 나빠 열살이 돼서야 글을 배운 그는 좋은 작품들을 반복해 읽고 또 읽었다. 한유의 ‘사설’ 등은 1만 3000번 읽었고 ‘노자전’과 ‘중용’의 서문도 각각 2만번 읽었다. 즐겨 읽은 사기의 ‘백이전’은 무려 11만번을 읽었다. 간단없이 노력한 결과 비록 머리는 아둔했지만,59살에 과거에 급제하고 한시의 대가로 조선 중기 대표 시인이라는 문명(文名)을 떨쳤다. 자기계발은 결코 자기 계발서 책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읽은 내용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새벽형 인간이 되어라’‘기쁘게 일하라’‘인간관계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어라’ 등은 모두 옳은 말이지만, 말로만 하지 말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말라/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렸을 뿐이다”(김득신이 스스로 지은 ‘묘갈명’(墓碣銘)에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피서를 떠나 쌓인 피로를 푸는 것도 괜찮을 테고 양서(良書)를 골라 읽는 것도 좋은 일이다. 진정코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저 책 읽는 데 연연할 게 아니라, 양서를 한권 읽고 교훈적인 한 구절만이라도 아금받게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khkim@seoul.co.kr
  • [기고] 난지골프장을 놀이형 체육공원으로/원영신 연세대 사회체육과 교수

    [기고] 난지골프장을 놀이형 체육공원으로/원영신 연세대 사회체육과 교수

    난지도 골프장 부지는 원래 서민들에게도 골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하여 조성된 공간으로 서울시민들의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교류의 기회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은 소수를 위한 공간’이므로 ‘다수를 위한 행정’을 위해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 하에 가족공원으로 탈바꿈시키려고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원래 추구하고자 했던 생활체육 인구의 저변확대 및 건강사회를 위한 복지구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며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믿고 싶다. 따라서 윈-윈의 측면에서 놀이개념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통해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형 체육테마 가족공원으로 조성해 줄 것을 건의하고자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여가복지를 위한 건강운동의 장과 어린이들의 자연친화 놀이공원을 조성하여 노인 관련 단체와 유소년 단체, 생활체육단체 등에 참여의 기회를 주면 주중 평일에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며 명실상부한 가족행복 마당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 조성 및 토지를 제공해주고, 후원 기업은 전반적인 편의시설 확충 및 체육공간에 로고 삽입 등으로 기업홍보를 하며 산학협동으로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을 맡는다면 서울시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시민의 행복을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난지골프장은 대중교통수단이 없고, 진입로의 경사면이 불안정하며 높이가 90m 이상의 가파른 상황이므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특별한 테마가 없이 화장실, 벤치, 안내판 등 공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설치한다면 주변에 이미 조성되어 있는 100만평의 공원과 다를 바가 없어 시민들이 구태여 그곳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구분된 주변의 다른 조건을 가진 공간들을 하나의 유기체로 이해하고, 공원 전체를 통합적인 개념으로 승화시키며, 특성화된 공간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그곳은 애초에 대중골프장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라 잔디밭으로 되어 있으며, 내부공간이 자연스럽게 9홀로 분리되어 있어서 효율적 배치를 한다면 다양한 놀이형 체육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인 시설을 놀이형 체육테마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가정 하에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을 한다면, 첫째, 가족행복 마당으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연날리기, 족구식 제기차기, 굴렁쇠, 활쏘기, 킨볼, 플라잉디스크, 낙하산 풍선놀이, 어린이 놀이터시설 등, 둘째, 노인건강놀이 마당으로 다양한 걷기 코스, 서비스볼,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투호, 구슬볼치기 등, 셋째, 민속놀이 마당으로 벙커를 이용한 씨름, 탈춤이나 태껸의 강습이나 공연장 등, 넷째, 꿈나무 골프마당으로 기존의 골프코스 3홀 정도를 이용한 놀이형 골프장 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조망 조건이 우수한 한강 방향의 남서쪽 경관은 매우 탁월하지만, 아래쪽에는 차가 많이 다니는 큰 도로이므로 움직임이 많은 놀이시설보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조각전 등을 유치하면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특히 노을공원의 경관과 지형의 특성 및 바람을 이용하여 연 모양의 접이식 지붕이나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접이식 벽을 설치하는 등 기능적 효용성과 우리 전통문화의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한강 르네상스와 함께 세계적 관광명소도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뉴스포츠의 적용 및 우리나라의 전통놀이개발은 스포츠 산업으로 이어지며 21세기 글로벌 문화산업으로도 성장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원영신 연세대 사회체육과 교수
  • 격투기 모두 졌다

    한국인 격투가들이 모두 패했다.‘유도왕’ 윤동식(36)은 1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드림4’ 미들급 그랑프리 8강전에서 게가드 무사시(23·네덜란드)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당하며 4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4연승 끝에 당한 첫 패배. 그라운드와 타격에서 시종일관 밀렸던 윤동식은 1라운드 종료 직전 시도한 암바가 거의 완벽하게 걸렸으나 무사시가 노련하게 빠져나가면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열린 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32)도 네덜란드 파이터 알리스테어 오버림(28)과 헤비급 원매치에서 1라운드 30여초만에 오른손 훅과 왼손 훅을 연달아 허용하며 실신,KO패했다.2006년 9월 프라이드를 통해 격투기에 데뷔한 이태현은 이로써 2패(1승)째를 당했다. 또한 ‘K1 전설’ 김태영(38)은 젤그 갈레시치(30)와 미들급 그랑프리 8강전 도중 팔골절 부상을 입어 기권패를 당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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