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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속의 섬’ 경북 영양 오무마을 이야기

    ‘육지속의 섬’ 경북 영양 오무마을 이야기

    경북의 3대 오지로 불리는 봉화, 영양, 청송. 그중 한 곳인 영양은 높은 산마루에 갇혀 있는 심심산천의 고장이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탓에 찾아가는 길 또한 멀고도 힘든 영양은 면적이 서울의 2.5배나 되지만, 울릉도 다음으로 적은 인구 2만 명이 사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7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밤 9시 30분에 방영되는 EBS 한국기행에선 척박한 환경을 일구며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을 간직한 영양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8일 방송에선 육지 속의 섬, 오무마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지 중의 오지 영양군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립무원으로 손꼽히는 오무마을. 끝없이 펼쳐진 산속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이 마치 외로이 떠있는 섬과도 같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디딜방아는 쌀이 없던 가난한 시절 할머니들이 보리나 쌀을 빻아 먹던 추억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오무마을에는 디딜방아와 함께 세월을 간직한 집이 있다. 200년 된 초가집을 지키는 김통분 할머니다. 열아홉 살에 시집 와서 평생을 함께한 초가집은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일까. 세월의 흔적을 피해 옛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오무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9일 방영되는 3부에선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소개한다. 영양의 또 다른 수식어는 바로 ‘문향의 고장’이다. 이 수식어를 대변해주는 영양군 석보면의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이 세운 재령이씨의 집성촌이다.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의 두들마을은 겨우내 낡은 고택의 문풍지를 새로 고쳐 바르고, 한 해 요리에 사용될 된장을 뜨는 등, 고운 봄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영양에는 340년 전의 요리법과 음식 저장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이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한글 조리서로, 146가지의 요리법과 음식 저장법이 기록돼 있다. 양반가의 음식이 후대에도 전해지길 바랐던 장계향 선생의 마음을 잇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현재 재령이씨 13대 종부 조귀분씨이다. 그는 음식디미방 회원들과 함께 맛을 재현해내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전통을 지키며 사는 두들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10일 방송에선 일월산이 품은 맛, 각종 산나물을, 11일 방송에선 씨름인 이봉걸씨와 함께 시골 오일장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영양장의 모습을 전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퇴출 끝? 못 믿어!… 들쭉날쭉 기준에 예금자만 혼란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퇴출 끝? 못 믿어!… 들쭉날쭉 기준에 예금자만 혼란

    정부는 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로 1년여에 걸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무더기로 저축은행의 ‘셔터’를 내리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정기 검사 및 감독을 통해서 부실 저축은행을 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저축은행은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뢰를 잃어버렸다. ‘돈 맡기면 망하기 십상’인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가 잣대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상처만 남긴,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라는 평가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마무리됐다.”면서 “상시 구조조정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1차 구조조정을 통해 7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켰다. 하반기에는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7주에 거쳐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라 적기시정조치 대상 13곳 가운데 7곳을 영업정지 조치했다. 나머지 6곳은 대주주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받아들이고 이행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상이 2차 구조조정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유예 조치를 받은 6곳에 대해 지난 3월까지 경영개선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했고 결과를 금융위에 보고했다. 금융위는 최종 4곳을 퇴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3차에 걸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상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추가 구조조정의 여지를 남겼다. 정기적으로 저축은행 검사를 통해 자본적정성,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자본증자를 권유한 뒤 저축은행의 자구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의 업황이 좋지 않아 퇴출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고금리 수신으로 성장기반을 닦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일련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금 이탈로 영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계열사도 불안한 예금자들의 인출사태로 유동성이 부족해져 추가 영업정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나머지 2곳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은 지난주말부터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갖고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이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을 인정하지도 않고 평가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제멋대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검사 과정에서 해당 저축은행의 자본이 89% 잠식된 것이 드러났는데 재산 실사를 하지 않는다면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또 사옥 매각 효과를 인정해달라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매각 조건이 저축은행 측에 크게 불리해서 자본을 확충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평가기준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의 입씨름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한모(76)씨는 “4700만원을 저금해뒀는데 3일전에도 은행 직원이 믿고 맡기라고 해서 안심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금융당국 공무원들도 저축은행의 상황을 미리 알리지 않고 예금자를 속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달란·이성원기자 dallan@seoul.co.kr
  • 김치·아리랑·해녀 등 무형문화유산 된다

    김치·아리랑·해녀 등 무형문화유산 된다

    김치(왼쪽), 아리랑, 한글(가운데), 해녀(오른쪽) 등 한국인들의 삶과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어온 무형 자산들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아리랑, 씨름, 가야금, 판소리, 회갑연·회혼례 등 조선족의 16개 무형 문화유산을 국가급 대표목록으로 선정, 공포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중국은 농악무를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킨 바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문화적 대응의 하나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무형문화재의 중앙아시아 정기공연도 추진한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3일 서울 효자동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요무형문화재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 연말까지 유형문화재 중심의 문화재보호법을 쪼개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키로 했다. 또한 무형문화유산 진흥·발전 정책의 실행기구로 내년 상반기 전주에 개관하는 국립무형유산원 외에 한국무형문화유산진흥원도 설립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도시화·산업화 등의 격랑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전통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보전과 진흥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전승체계 마련, 국민 문화향유권 신장, 무형문화재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들을 발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주요 추진 내용은 ▲무형문화재 공연 활성화 ▲전통공예 진흥기반 조성 ▲전수교육관 활성화 ▲전승자 보전·전승 지원 확대 ▲법적기반·실행기구 마련 등 5가지 핵심전략을 바탕으로 22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으며 2017년까지 총 4459억원을 투입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요즘 금융권의 최고 화제는 KDB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예금이다. 파격적인 고금리로 시중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초저금리로 대출해 주며 최근 가장 뜨거운 영역인 ‘기업 고객 쟁탈전’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국책은행들은 “금융의 사회공헌이자 발상의 전환”이라고 맞선다. ●KDB예금 7개월 만에 1조원 흡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다이렉트 예금은 1일 현재 9800억원(4만 2000계좌)을 유치했다. 출시 7개월 만에 1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것이다. 덕분에 산은 예수금은 올 들어 3월까지 2조 5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5조 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한 ‘다이렉트 상품’은 점포 없이 운영된다. 고객이 직접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한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3~4.5%다.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에도 이자를 연 3.5%나 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중 예금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1%다. 최대한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4% 초반 수준인 시중은행 상품보다 이자가 높다 보니 뭉칫돈들이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銀 3% 후반 금리 대출로 ‘우위’ 기업은행도 우량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3% 후반대까지 낮췄다. 강력한 경쟁자인 농협(4.11%), 외환(4% 초중반), 국민(4.8%) 은행의 최저 금리보다 훨씬 낮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산은이나 기은 모두 정상적인 금리 체계가 아니다.”라며 “국책은행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니 시중은행들이 죽을 맛”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낚시꾼이 떡밥 던지듯 (국책은행들이) 비상식적인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비상식적 금리로 고객 유인” 시중은행들의 계속되는 공격에 산은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이렉트 예금이 무점포 상품이다 보니 점포 개설에 드는 비용(1곳당 연간 15억~20억원)을 고객에게 이자로 돌려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No)마진이 아니라 저(低)마진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렇게 조달한 돈은 영세 상인이나 청년창업가 등 금융 약자의 대출 재원으로 쓰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56.7%)이 시중은행 평균(22.0%)보다 높고, 유동성 비율(LCR)도 개선해야 해 개인예금 확대가 절실한 산은의 속사정도 있다. ●산은 “무점포 상품”·기은 “정책자금 활용” 산은 관계자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익) 장사에 안주해 온 시중은행들로서는 아차 싶을 것”이라면서 “앞에서는 공격하고 뒤에서는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역공했다. 시중은행들은 무점포 뱅킹인 스마트 브랜치 개설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여신지원본부 관계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진흥자금 등 값싼 정책자금 덕분에 3% 후반대의 중기 대출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시중은행들도 얼마든지 정책자금을 취급할 수 있는데 마진이 박해 외면해 놓고는 이제 와 딴소리”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오히려 초저금리로 기업은행의 우량 기업고객을 빼내 가고 있어 우리가 죽을 맛”이라고 반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현장 행정] 강서, 10월까지 둘레길 체험 프로그램

    [현장 행정] 강서, 10월까지 둘레길 체험 프로그램

    강서구가 올초 새로 만든 강서둘레길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구는 오는 10월까지 강서둘레길을 찾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숲길여행프로그램과 자연생태체험교실, 주몽활쏘기교실 등 공원이용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숲길여행 프로그램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과 셋째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둘레길에서 진행된다. 첫째주 토요일은 가족단위 프로그램으로 숲해설가와 함께 둘레길을 걸으며, 생태해설과 함께 나뭇잎을 이용한 얼굴 만들기, 솔잎 씨름놀이, 숲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등으로 진행된다. 셋째주 금요일은 20명 내외의 단체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자연생태체험교실은 10월까지 둘째·넷째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운영되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시작한 이래 매년 4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주민만족도가 높다. 둘째주는 개화산, 넷째주는 궁산에서 진행되며, 참여 인원은 회당 30명이다. 주몽활쏘기교실은 우리나라 전통 무예인 국궁문화 체험을 통해 집중력을 강화하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으며, 국궁의 기본 자세와 발시 훈련, 사대예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다음 달까지 2개월 과정으로 우장산공원 내 공항정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운영되며, 모집인원은 25명으로 4일까지 예약을 받는다. 개인지도가 특별히 요구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소수의 성인을 대상으로 내실 있게 진행된다. 신청은 구홈페이지(gangseo.seoul.kr)나 전화(2600-4186)로 하면 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호텔현대경포대’ 40년만에 새로 짓는다

    ‘호텔현대경포대’ 40년만에 새로 짓는다

    동해안의 대표 격 호텔인 ‘호텔현대경포대’가 개관 후 40년 만에 고급 해변리조트호텔(조감도)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중공업은 강원 강릉시에 위치한 호텔현대경포대가 28일로 영업을 마치고 5월 1일부터 신축을 위한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호텔현대경포대는 오는 9월 중 신축에 들어가 2014년 5월에는 지하 3층, 지상 17층 건물에 컨벤션센터와 야외 공연장, 수영장, 한옥호텔 등을 갖춘 총 160실 규모의 호텔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1971년 ‘강릉비치호텔’로 문을 연 호텔현대경포대는 40년 8개월 동안 총 550만명이 이용하며 동해안의 대표 호텔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는 각별한 장소였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호텔현대경포대를 둘러보며 ‘명사십리 해당화보다 더 화려한 해당화가 핀다.’는 고향의 송전해수욕장을 추억하곤 했다고 한다. 또 매년 여름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열어 젊은 직원들과 씨름과 배구 등을 함께하고 시인 및 문학인들과 해변시인학교에 참가해 인생과 문학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새롭게 태어날 호텔현대경포대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로마의 주빌리 교회,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센터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와 세계적 조경설계자인 제임스 코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참여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새로 호텔이 들어서면 국제적인 이벤트와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문화마당] 너머의 세상/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너머의 세상/주원규 소설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할머니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할머니와 필자가 한 방을 사용하게 된 복잡한 사연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할머니가 홀몸이셨으며, 약간의 치매증상을 앓고 계셨던 것까지는 밝혀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약간 불편한 상태의 할머니와 가족 간엔 의사소통이나 감정전달, 어느 것도 수월하지 못했다. 필자는 그런 할머니를 어느 때부터인가 아주 조금은 성가신 존재로 생각했고, 그때의 성가신 감정은 작고하신 후로 오랫동안 부끄럽고 후회 가득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한 적잖은 시간 동안 할머니는 온전치 못한 기억의 저편을 떠올리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기억의 종착지는 일관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치매증세를 앓는 환자들의 공통된 특성처럼 쉼 없이 어디론가 갈 것을 요구했고, 장소도 꽤 구체적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가길 원하는 곳인 서울 인근의 동네 이름을 주문처럼 부르고 또 부르곤 했다. 필자는 어머니로부터 할머니가 말하는 동네의 기원을 듣고 난 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가고 싶어 하셨던 그곳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지난한 삶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요절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9남매였던 자식들 건사를 위해 온갖 바지런을 떨어야 했던 그곳, 지난한 삶의 애환과 고달픔이 묻어 있던 그 동네를 할머니는 필자의 방 창문가에 앉아 부르고 또 불렀더랬다. 신기한 것은 그 동네 이름을 부를 때 보여준 할머니의 표정이었다. 할머니의 얼굴엔 한가득 미소가 번져 있었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서글픈 가난과 씨름했던 그곳이 할머니의 희미한 정신 속에서 가장 찬란했던 추억의 한때로 복원되는 느낌이 담긴 표정을 볼 때, 필자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기억 속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기쁜 순간이 맞닿아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희망은 뼈저리게 힘들었던 순간을 복기하고 추억함으로써 저 너머의 희망을 더 강렬히 열망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건 아니었을까. 필자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희망은 그런 의미로 기억 한구석에 또렷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집단으로 치매를 앓는 것도 아닌데, 부러 자발적으로 치매환자가 되길 원하는 중증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음이 오늘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는 망각의 늪 속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 역사의 과오들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애써 떠올리고 싶은 것만 기억해 내어 확대 재생산하는 현실이 그렇다. 잊고 싶은 것은 쓰라린 패배요, 기억하고 싶은 것은 욕망과 성공, 이기주의로 점철된 승리뿐이리라. 경쟁의 논리가 우선이 되고 성공이 최상의 미덕으로 칭송되고 인정받고 있다. 더 많이 가지면, 더 높은 지위를 얻으면, 경쟁의 계급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만 하면, 과거 어떤 일을 벌였든 그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들은 말끔히 잊어버리고 제멋대로 면죄부를 남발하는 사회, 과연 이런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최소한 정상에 대해 말할 자격은 있는 걸까. 악의적인 집단 무의식의 힘을 빌려 우리들의 아픈 과거에 대한 망각을 변명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너머의 세상은 오늘의 비상식과 부조리를 혹독한 실감으로 체화하고 긍정하여 그 실감을 통해 싹을 틔우는 극복의지를 고양시키는 궁극의 희망을 염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의심의 여지없이 희망의 동물이다. 내일, 저 너머의 희망을 바라보며 오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것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권인지도 모른다. 부디 이러한 희망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둘러 잊고자 하는 망각의 아수라장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오늘의 슬픔과 고통이 너머의 세상에선 절대의 희망을 잉태해 내는 산파가 되어주길 갈망한다. 그 희망 하나로 오늘을 견뎌내는 것, 그것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엠블럼·영상물 26일 첫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엠블럼·영상물 26일 첫선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엠블럼과 마스코트,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가 제작한 영상물이 26일 처음 공개된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는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엠블럼 데이’를 갖는다고 25일 밝혔다. 이이남은 ‘예술과 스포츠의 만남, 디지털 화폭에 빚은 젊음의 축제’라는 주제로 미디어아트 ‘빛의 날개’를 제작했다. 이이남의 작품은 동서양 고전 명화를 예술과 스포츠로 재탄생시킨 것이 특징이다. 18세기 김홍도의 ‘무동’에 등장하는 춤꾼과 19세기 존 라버리의 ‘테니스 파티 귀부인’이 테니스 경기를 벌인다. 또 김홍도의 ‘씨름’에 나타나는 저잣거리 사람들과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과 벨라스케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마거릿 공주 등이 관객으로 이 경기를 지켜본다. 이 밖에도 이이남의 작품에는 대회 경기 종목들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작품 속에 숨어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주말의 경기]

    [주말의 경기]

    21일(토) ■프로야구 ●KIA-롯데(오후 1시 55분 광주, SBS) ●LG-SK(잠실, SBS ESPN) ●넥센-두산(목동, MBC 스포츠+) ●한화-삼성(청주, KBS N 스포츠) 이상 오후 5시) ■수영 제30회 동아수영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오전 8시 30분 울산 문수수영장) ※22일 계속 ■씨름 KBS N 전국대학 문경장사씨름대회(오후 1시 문경체) ※22일은 낮 12시 ■배구 한국실업배구연맹전(오전 9시 30분 부산 기장체) ※22일 계속 ■삼보 제9회 전국선수권 겸 2013 유니버시아드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오후 2시 진주 한국국제대 상문체) ※22일은 오전 10시 22일(일) ■프로야구 ●KIA-롯데(광주, KBS N 스포츠) ●LG-SK(잠실, MBC 스포츠+) ●넥센-두산(목동, XTM) ●한화-삼성(청주, SBS ESPN 이상 오후 2시) ■사이클 2012 투르드 코리아 1구간 경주(오전 10시 40분 인천~서울, KBS1) ■여자축구 제20회 여왕기 전국대회 결승(오전 10시 강진 영랑구장)
  • 신촌도 벚꽃만발

    신촌도 벚꽃만발

    벚꽃의 계절 4월 서울의 대표적 상권인 신촌이 축제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서대문구는 주민 주도로 21일 신촌동 명물거리에서 ‘제1회 신촌벚꽃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약 150m 구간에 활짝 핀 벚꽃이 주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들 전망이다. 행사는 신촌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최하고 ‘신촌뉴컬처통합위원회’가 주관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명물거리 축제구간에는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오후 2시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축제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거리 행사인 비보이 공연과 퍼포먼스, 서양악기인 크로마하프 공연으로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화합을 다지는 자리가 마련된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지역 노래자랑 ‘나도 가수다’ 무대에 올라 숨겨운 끼와 장기를 선보이는 행사도 진행, 신촌을 찾는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밖에 여성 팔씨름대회 ‘천하여장부’와 여러 사람이 줄지어 춤을 추는 ‘라인댄스’, 칵테일 묘기도 선보인다. 명물거리에서는 각종 공연 외에도 생활창작품을 전시해 판매하는 프리마켓이 열려 봄맞이 손님들을 유혹한다. 색소폰 공연과 카페 동아리 ‘통키타 친구’의 연주는 오후 6시 45분부터 8시까지 이어져 벚꽃이 흐드러진 봄 밤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선규 신촌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신촌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신촌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데 징검다리를 놓는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유엔 안보리 결국 ‘의장성명’ 채택할 듯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는 ‘결의안’보다 강도가 약한 ‘의장성명’ 채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켓 발사가 실패해 ‘죄질’이 약해진 점,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 결의안이 워낙 강력해 추가할 제재가 마땅치 않은 점, 실익이 희박한 결의안 채택을 위해 중국, 러시아와 씨름하느라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있는 점, 결의안 채택이 북한을 자극해 3차 핵실험을 촉발할 우려가 있는 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 사용할 회초리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점 등이 미국으로 하여금 의장성명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시급한 문제인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나 이란 제재 문제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북한 로켓 발사 문제를 미국이 ‘느슨하게’ 다루려 한다는 관측도 곁들여진다. 13일(현지시간) 열린 북한 로켓 발사 관련 첫 안보리 회의가 끝난 뒤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가 언론 브리핑에서 “회원국들이 북한의 로켓 발사가 대북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위반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개탄(deplore)했다.”고 밝힌 것은 중국과 러시아도 로켓 발사에 비판적 시각을 표명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는 새로운 결의안 채택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 채택 정도로 안보리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안보리 논의 결과는 이번 주중 나올 전망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강따라 핀 봄꽃터널 그대를 부르네

    한강따라 핀 봄꽃터널 그대를 부르네

    여의도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축제의 도시로 변한다. 영등포구는 이 기간 동안 국회 뒤편 여의서로 일대(서강대교 남단~여의2교 북단)에서 ‘제8회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축제 기간에 여의서로에는 1641그루의 왕벚나무·진달래·개나리·철쭉·조팝나무·목련 등이 봄꽃터널을 만들어 장관을 이룬다. ●국내외 예술가 거리공연·조각 작품전 등 행사 다채 봄꽃 외에도 풍부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국내외 예술가의 거리 공연인 비아 페스티벌(13~15일)을 비롯해 아프리카 짐바브웨 쇼나 부족 조각 작품전(13~17일), 현대작가 초대전(13~17일), 봄꽃 축제 한마당(16일), 우수 중소기업 박람회(13~16일) 등이 잇따라 열린다. 주민 소통과 참여를 목표로 봄나들이 가훈 써주기(13~14일), 시민노래자랑·사랑의 봄꽃길 걷기대회(15일), 백일장(14일), 공예체험(13~15일), 전통 가양주 만들기(16~17일), 팔씨름 대회(17일) 등의 행사도 축제 기간에 진행된다. ●구 문화관광 홈피서 한강 유람선 할인권 등 제공 구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ydp.go.kr)에서 할인권을 출력하면 주변의 대표 명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씨앤 한강랜드의 벚꽃 런치 크루즈와 한강 유람선 10% 할인권을 비롯해 63시티 BIG3 이용권 30% 할인권, 코트 야드바이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모모카페 20% 할인권, 타임스퀘어 18개 입점 상점 할인권 등이 제공된다. 한편 행사 기간 동안 여의서로 1.7㎞ 구간과 순복음교회 앞 둔치 도로 진입로에서 여의하류 IC 시점부 1.5㎞ 구간의 승용차 운행이 전면 통제된다. 따라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통해 행사장으로 가는 게 좋다. 13일부터 15일까지 여의도 일대를 운행하는 27개 시내버스는 막차 시간을 연장해 운행할 예정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英 왕위 버리고 美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한 윈저공 “부부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듯”

    英 왕위 버리고 美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한 윈저공 “부부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듯”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뒷받침 없이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1936년 영국 왕이었던 에드워드 8세(오른쪽·윈저공)는 국민들에게 이 유명한 말을 남기고 이혼 경력이 있는 심슨(왼쪽)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렇다면 세기의 로맨스로 주목받았던 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심슨 부인은 타고난 요부” 영국 전기작가 앤 세바가 2일 미국 등에서 펴낸 책 ‘그 여자’(That Woman)에 따르면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했던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각종 사료를 통해 심슨의 일대기를 분석한 것으로, 제목인 ‘그 여자’는 윈저공의 어머니 메리 여왕이 심슨을 못마땅한 심정으로 호칭한 말이다. 책에 따르면 미국 볼티모어의 중상류층 가정 출신인 심슨은 타고난 ‘요부’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심슨이 아주 어릴 적부터 남자들을 유혹하는 법을 알았다고 밝혔다. 단순히 매력적인 외모로 눈에 띄는 차원을 넘어 주도적으로 남자들을 끌어당기는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심슨은 두번째 남편과 결혼한 상태에서 윈저공과 외도를 하면서도 남편을 속이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윈저공에게 폭언 일삼고 돈에 집착” 결국 두 사람은 만인의 부러움을 사며 결혼했지만, 윈저공은 심슨의 조울증적인 성격과 씨름해야 했다. 심슨은 윈저공에게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몸무게와 돈에 집착했다. 책에 따르면 심슨은 양성애자 내지 변태성욕자였다. 저자는 그 근거로 심슨이 아이를 갖지 않았고 비정상적일 만큼 공격적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점을 들었다. 저자는 윈저공과 심슨의 열정이 주로 심슨의 성적인 대담함에 의해 주도됐다고도 주장했다. 심슨은 부와 안정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결혼했지만, 끝내 진정한 행복을 찾은 것 같지는 않다. 윈저공이 사망한 뒤 그녀는 파리의 낡은 집에서 술과 외로움으로 말년을 보냈다. 저자는 “심슨은 말년에 지극히 절망적이어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민중의 삶·풍속으로 풀어낸 ‘격랑의 근대사’

    민중의 삶·풍속으로 풀어낸 ‘격랑의 근대사’

    작가 문순태(71)에게 강은 “본디 모습 그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고 또 다른 생명과 교섭하면서 힘의 원천이 되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영산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핏줄이고, 한과 희망,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빛과 그림자를 안고 흘렀고, 지금도 그렇게 흐르는” 삶의 터전, 그 자체다. 작가가 영산강을 배경으로 격랑의 한국 근대사를 풀어낸 ‘타오르는 강’(소명출판 펴냄)이 전 9권으로 끝을 맺었다. 37년을 이어온 역작이 마무리됐으니 작가의 홀가분함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작가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40년 가까이 붙들고 씨름해 온 책을 드디어 완간했으니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식민사관에 휘둘려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많은 사료를 근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타오르는 강’은 1975년 작가가 전남매일신문에 연재한 ‘전라도 땅’에서 시작됐다. 당시 기자였던 작가는 취재차 만난 전남 나주 양반집 할머니에게 노비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노비를 꽤 많이 둔 양반집이었는데,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면서 노비들에게 문서를 나눠 주었더니 매달리면서 ‘제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단 한번도 주체적으로 살아 본 적이 없는 노비들이 갑작스러운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삶을 따라가 보니 당시 버려진 땅이 많았던 영산강에 몰려 터를 닦고, 한(恨)의 민중사를 만들어 낸 거죠.” 전남매일 연재는 2년 후 중단했고, 1981년 한 월간지로 옮겨 다시 소설을 이어 갔다. 이후 주간지와 일간지를 옮겨 가며 연재하다 198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전 7권으로 묶어 냈다. 1886년부터 1911년까지 이야기로, 노비인 장웅보 가족사를 중심으로 19세기 말 노비 세습제 폐지부터 동학농민전쟁, 개항과 부두 노동자의 쟁의 등 민중운동 속에 휘말린 민초들의 삶을 다뤘다. 8권과 9권은 작가가 그토록 쓰고 싶어 한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객관적으로 서술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독립운동 중심 인물이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그나마도 식민사관에 기초해 한·일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우발적 단순 사건으로 비춰졌죠.” 참여정부 들어 이들의 역사적 공적이 인정받았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면서 집필이 가능해졌다. “7권까지는 역사적 사실 위에 대부분 상상력으로 채웠지만,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사료를 많이 참고했다.”는 작가는 “이 독립운동이 광주청년학원과 광주고보를 비롯한 학생들이 오랫동안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해 온 사건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소설에 당시 노비들의 질박한 생활과 풍속사도 그대로 녹여 냈다. 특히 “작가는 언어의 채굴자이고 특히 죽어 있는 언어의 활용도를 높여 다시 살려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전라도 토박이말을 원형대로 살렸다. 소설의 별권으로 이 작품의 우리말 사전을 준비 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LG(잠실, XTM) ●KIA-삼성(대구, MBC스포츠플러스·SBS ESPN) ●넥센-롯데(사직, KBS N 스포츠) ●두산-SK(문학 이상 오후 1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 동부-KGC인삼공사(오후 7시 원주치악체) ■씨름 제42회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오후 4시 안동체)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SK(문학, KBS N) ●LG-기아(광주, SBS ESPN·MBC 스포츠플러스) ●롯데-삼성(대구, XTM) ●넥센-두산(잠실 이상 오후 1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 동부-KGC인삼공사(오후 7시 원주치악체) ■여자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 국민은행-신한은행(오후 5시 청주체) ■씨름 제42회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오후 4시 안동체)
  • “어려운 환율? 재미있게 익히세요”

    “어려운 환율? 재미있게 익히세요”

    20년 넘게 외환시장의 한복판에 있던 ‘외환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율’ 책을 썼다. ‘환율의 이해와 예측’(삶과지식 펴냄)을 내놓은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00년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 큰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환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론서가 부족한 것 같아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22년 동안 한은에 몸담았다. 이 가운데 절반은 외환정책 기획, 외환시장 운용 등 환율과 씨름하며 보냈다. 어려워 보이는 환율 문제를 딱딱한 이론보다는 생생한 사례와 함께 재미있게 풀어낸 비결이기도 하다. 이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자로 근무하면서 체득한 가장 큰 깨달음은 국제수지나 물가, 경제성장률 등 기초 경제여건만으로는 환율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면서 “국내외 환율변동 사례를 가급적 많이 소개한 것도 종합적인 직관력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또 키워 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에서 환율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6년부터 3년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도 활동했다. 최도성 금융통화위원은 “환율에 관한 책은 많지만 실무경험과 맞물린 책은 많지 않다.”며 “(책을) 읽다 보면 외환시장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지자체-학계 ‘지방자치의 날’ 입씨름

    ‘자치단체장 직선제를 도입한 11월 1일로 정하자.’ ‘아니다.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7월 4일로 정하자.’ 올해 제정하기로 한 ‘지방자치의 날’을 두고 지자체와 학계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올리는 한편 지방자치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지만 의견 차이를 쉬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7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 지방4대협의체 대표와 함께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지방자치법학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 학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의견들을 모을 예정이다. 행안부는 두 날짜 외에도 ▲자치단체장 민선1기 출범일(1995년 7월 1일) ▲지방의회 개원일(기초 1991년 4월 15일·광역 7월 8일) ▲지방자치 부활을 위한 헌법 개정일(1987년 10월 29일) 등 모두 다섯 가지 안을 놓고 지난 1월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10월 ‘11월 1일 안’을 건의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해에는 7월이 자치단체장 취임 직후인 데다 지방의회가 구성되지 않아 일정상 무리가 있는 반면 11월 1일로 정할 경우 연말 결산 성격의 행사와 맞물려 더 낫다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학계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월 1일 안’(37.4%)과 ‘7월 4일 안’(41.3%)이 합쳐서 78.7%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고질민원인들은 타인 불신 강해…무조건 얘기 들어주는 인내 필요”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고질민원인들은 타인 불신 강해…무조건 얘기 들어주는 인내 필요”

    국민권익위원회 장태동(54)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장은 ‘해결사’로 통한다. 부처 내 내로라하는 조사관들조차 두 손 두 발 다 든 고질민원도 그가 나서면 해답이 찾아질 때가 많다. 지금의 특별조사팀으로 자리를 옮긴 건 그런 자신감 덕분이기도 했다. “특별민원은 엄청난 행정력을 소모하게 만들고 업무담당자에게는 말 못할 스트레스를 안기는 행정현장의 고질입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결국 양질의 민원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보통의 민원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권익위 내에 고충 민원 특별조사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해 7월. 정부 부처 가운데는 최초의 시도로, 악성 민원을 전담할 별도의 전문팀이 절실하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서였다. 권익위 내 160여명의 조사관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거쳐 팀장인 그를 포함해 3명의 ‘소수정예’ 악성 민원 전담반이 조직됐다. 그가 말하는 악성 민원 처리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했다. ‘고질’이나 ‘악성’이란 편견을 깨고 그저 ‘특별한’ 민원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 “특별민원인은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특성이 있는 만큼 일단은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인내가 필요한 거죠.” 민원인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허무맹랑한 얘기만 늘어놓더라도 조사관은 흥분하면 안 된다는 게 그가 전하는 비법이다. 억지를 부린다고 “법대로 처리하자.”는 말을 조사관이 내뱉는 순간 민원인은 반감을 갖게 돼 자칫 악성 민원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커진다고 귀띔했다. 특별조사팀이 가동된 이후 지금까지 접수된 악성·반복 민원은 모두 30건. 6개월여 만에 19건을 처리하는 성적을 올렸다. 군 복무 시절의 사고를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민원을 지난 6년간 권익위에 4300여 차례나 반복한 광주의 50대 남성을 설득한 성과는 무엇보다 컸다. 장 팀장은 “민원인 입장에서는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조사에 들어갔다.”면서 “과거 군 부대에서의 사고·치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유공자 인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갈 때마다 일일이 민원인을 대동해 신뢰를 쌓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제아무리 베테랑이라지만 억지 주장을 듣고 대응하는 게 일인 그에게도 스트레스는 산처럼 쌓인다. 업무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묘책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날 민원인과 입씨름했던 얘기를 머릿속에서 무조건 지워버리는 것”이라며 웃었다. 공직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32년째. 1980년 충북 보은군 수한면에서 9급 서기로 출발했다. 이후 보은군청, 충북도청, 내무부, 인천 계양구청 등으로 적을 옮기며 공직 이력을 착실하게 쌓아왔다. “책상물림으로 법대로만 일을 처리하면 된다는 식의 경직된 사고로는 민원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공무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는 그는 “머리와 머리가 부딪치면 ‘두통’이 생기지만, 가슴과 가슴이 맞닿으면 ‘소통’이 가능해지는 법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부에 4300번 같은 민원 제기한 50대남 결국..

     국민권익위원회 장태동(54)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장은 ‘해결사’로 통한다. 부처내 내로라 하는 조사관들조차 두손 두발 다 들고만 고질민원도 그가 나서면 해답이 찾아질 때가 많다. 지금의 특별조사팀으로 자리를 옮긴 건 그런 자신감 덕분이기도 했다.  “특별민원은 엄청난 행정력을 소모하게 만들고 업무담당자에게는 말 못할 스트레스를 안기는 행정현장의 고질입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결국 양질의 민원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보통의 민원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권익위 내에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해 7월. 정부 부처 가운데는 최초의 시도로, 악성민원을 전담할 별도의 전문팀이 절실하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서였다. 권익위 내 160여명의 조사관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거쳐 팀장인 그를 포함해 3명의 ‘소수정예’ 악성민원 전담반이 조직됐다.  그가 말하는 악성민원 처리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했다. ‘고질’이나 ‘악성’이란 편견을 깨고 그저 ‘특별한’ 민원으로 바라보라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 “특별민원인은 어린 아이 다루듯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특성이 있는 만큼 일단은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가 필요한 거죠.”  민원인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허무맹랑한 얘기만 늘어놓더라도 조사관은 흥분하면 안 된다는 게 그가 전하는 비법이다. 억지를 부린다고 “법대로 처리하자.”는 말을 조사관이 내뱉는 순간 민원인은 반감을 갖게 돼 자칫 악성민원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커진다고 귀띔했다.  특별조사팀이 가동된 이후 지금까지 접수된 악성·반복 민원은 모두 30건. 6개월여 만에 19건을 처리하는 성적을 보였다. 군 복무 시절의 사고를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게 해달라는 민원을 지난 6년간 권익위에 4300여차례나 반복한 광주의 50대 남성을 설득한 성과는 무엇보다 컸다. 장 팀장은 “민원인 입장에서는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조사에 들어갔다.”면서 “과거 군 부대에서의 사고·치료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유공자 인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갈 때마다 일일이 민원인을 대동해 신뢰를 쌓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제아무리 베테랑이라지만 억지주장을 듣고 대응하는 게 일인 그에게도 스트레스는 산처럼 쌓인다. 업무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묘책이 있냐는 물음에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날 민원인과 입씨름했던 얘기를 머릿속에서 무조건 지워버리는 것”이라며 웃었다.  공직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32년째. 1980년 충북 보은군 수한면에서 9급 서기로 출발했다. 이후 보은군청, 충북도청, 내무부, 인천 계양구청 등으로 적을 옮기며 공직 이력을 착실하게 쌓아왔다. “책상물림으로 법대로만 일을 처리하면 된다는 식의 경직된 사고로는 민원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공무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는 그는 “머리와 머리가 부딪치면 ‘두통’이 생기지만, 가슴과 가슴이 맞닿으면 ‘소통’이 가능해지는 법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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