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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성균관 스캔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성균관 스캔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한국 유림의 수장’인 최근덕 성균관장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오랫동안 종교를 담당해 왔던 기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른바 ‘7대 종단’의 현직 수장이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국고보조금 유용 지시와 공금 유용 혐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10년 화제의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타이틀을 놓고 당시 최 관장이 했던 말을 떠올리자니 실소마저 나온다. ‘우리 전통사회 유일한 국립대학이며 국가를 경영한 인재를 양성한 성균관에 왜 스캔들이란 이름을 붙이느냐’고 항의했던 최 관장이다. 최 관장의 구속 사태를 살펴보면 일단 내부 갈등의 소산으로 보인다. 최 관장은 잘 알려졌듯이 최장수 성균관장이다. 지난 1994∼98년 관장직을 맡은 데 이어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관장직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잇따른 연임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문제 제기를 해왔던 터다. 실제로 지난해 부관장이 자금 유용 사실을 들어 최 관장을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이번 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혐의는 법정에서 가리겠지만 최 관장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관장의 구속으로 사회 일반이 종교계를 보는 시선은 한층 더 삐딱해질 전망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이 괜한 게 아닐 듯싶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는 비아냥조의 쑤군거림 말이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내분과 분열만 해도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이어졌던 금권타락 선거가 원인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백양사 승려 도박’사태 이후 이어졌던 불교계의 은처승이며 룸살롱 출입 승려들에 대한 의혹 제기가 여전히 무성하다.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김수환 추기경만 해도 독재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도마에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여 배신자라는 눈총을 받았고, 서울대교구장 은퇴 후 구설수에 올랐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천명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예외는 아니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이 정권 반대자들을 탄압해 3만여명이 실종·살해된 이른바 ‘더러운 전쟁’에서 당시 아르헨티나 예수회 총장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군에 끌려가 고문당한 사제들을 방조해 인권단체들로부터 고발당했다. 지금 전국 선방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기치를 걸고 뼈를 깎는 수행에 매진하는 부처님 제자들이 넘쳐난다.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나를 따르라’고 외쳤던 예수님의 뜻을 따라 청빈한 사목과 나눔의 봉사에 목숨을 거는 목회자와 사제들이 부지기수다. ‘종교는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믿음 아래 ‘빛과 소금’이 되려는 일반의 신도도 태반이다. 그래서 종교 지도자들은 더욱 떳떳해야 한다. ‘조고각하’(照顧脚下·머리 숙여 자신의 발밑을 살핀다)라는 좋은 경계도 있지 않은가. 이제 ‘성균관 스캔들’같은 참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 곁에 ‘노 특보’를 둬라/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 곁에 ‘노 특보’를 둬라/최광숙 논설위원

    1961년 4월 쿠바 카스트로 정권이 사회주의국가를 선언하자 미 정부는 쿠바의 피그만 침공을 결정했다. 하지만 고위 관료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그 정책 판단의 결과는 미국의 참패였다. 이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는 형에게 “어떤 사안에 이견이 없는 경우 반대 의견을 말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둘 것”을 제안했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중세 로마 가톨릭에서 추기경을 뽑을 때 실질적 검증을 위해 의도적으로 후보자의 약점을 말했던 이다. 동생의 직언 덕분인지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의 위기 대응방식은 180도 달라졌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알고 난 뒤 미사일 철수 선언을 이끌어 내기까지 13일 동안 케네디는 주요 부처의 보고만 받은 것이 아니라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전문가들이 회의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고는 다음 회의에는 꼭 그들을 참석시켰다. 자신은 물론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장관 후보자 여럿이 낙마하는 등 ‘인사 참사’를 겪으면서 직언하는 참모들이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틀렸다”, “안 된다”고 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가부장적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의 기에 눌려 위축되기 마련이다.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쓴소리를 들으려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참모들은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에게 ‘악마의 대변인’을 두라고 한 이유 역시 백악관 참모들이 진실이 아니라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사전에 한 장관과 대통령에게 건의할 사안을 합의했지만 정작 회의에서 그 장관이 당초 사전 협의와는 정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장관은 회의 진행과정에서 대통령의 생각에 맞춰 자신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바꾼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토론과 대화를 즐긴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 전직 장관도 “회의 전 미리 의견을 조율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장관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 앞에 서면 참모들은 ‘작아지고’, 대통령 생각에 ‘주파수’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조선시대 간언(諫言)을 업으로 했던 사간원 간관(諫官)처럼 청와대에 간언만 담당하는 특보를 둘 것을 제안한다. 그 직책은 ‘노(No)특보’로 칭하면 어떨까. 어떤 경우든 그는 대통령 앞에서 ‘아니되옵니다’라는 말만 해야 한다. 그의 입에서 ‘예스’(Yes)라는 말이 나와선 절대 안 된다. 국정 전반에 관해 무조건 ‘쓴소리’, ‘No’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물론 그는 반대 논리를 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정부가 어떤 정책 추진을 검토한다면, 그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일부러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중책을 맡길 생각이라면 그 특보로 하여금 후보자의 단점을 찾아내 적임자가 아니라는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대도록 한다. 그런 ‘악마의 대변인’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기 검증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검토할 수 있기에 종합적이고도 균형 잡힌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간언을 전문적으로 하는 간관의 역할을 강화했던 당 태종은 정치의 황금시기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성군으로 기록되고, 반면 간관을 없애 버린 수양제 곁에는 간신들만 득실거려 희대의 폭군으로 남은 사실을 오늘 다시금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bori@seoul.co.kr
  • 소렌스탐 “미셸 위, 재능 잃었다”

    “지금 미셸 위에게서 어떠한 재능도 찾을 수 없다.” 은퇴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3·스웨덴)이 최근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미셸 위(24·나이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소렌스탐은 5월 발간될 미국 ‘골프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미셸 위는 10년 전 골프대회에 등장할 당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골프 천재’였지만 지금은 그에게서 더 이상 그런 재능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미셸 위의 잇단 남자대회 도전이 낭패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LPGA는 미셸 위와 같은 스타들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미셸 위가 세계 톱 랭커로 발돋움하려면 길게 보면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하우스·렌트 푸어 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우스푸어(내집 소유 빈곤층)에게 여러 가지 선택권을 줬다고는 하지만 근본처방전이 아닌 데다 효과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들여 주는 부실채권 규모가 작고, 리츠(부동산 전문회사) 등이 참여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판별하는 기준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금융공사가 (연체)문제도 안 생긴 주택 소유주에게 10년간 원금 상환을 미뤄주고 싼 금리로 바꿔주는 것은 정부가 부도나기 전 가계의 생명을 연장만 해주는 결과”라면서 전형적인 ‘에버그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채무조정을 해줬을 때 갚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소득과 집 요건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뒤 원금을 갚을 능력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갑자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박 교수의 우려다. 집을 팔기를 원하는 하우스푸어에게는 리츠에 ‘지분 일부 매각’ 방안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리츠 입장에서 굳이 복잡한 공동소유 구조를 떠안은 채 상대방에게 재매입 우선권까지 줘가며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방안도 딜레마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매입 규모는 1000억원에 불과해 수혜대상(최대 1500가구)이 미미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매입 규모를 확대하면 국민혈세로 ‘쓰레기채권’을 사들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캠코와 주택금융공사가 사들이는 매입가격도 쟁점”이라면서 “자칫 곪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그냥 덮어두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분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임차했는데 집값이 나중에 올라가면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전반의 기본방향을 세우고 단계별로 나아가야 하는데 당장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한 임시방편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의 집주인 유인책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주인에게 주는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입자가 (집주인이 빌린 전세자금의) 대출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구제책이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전세)소득이 노출될 수 있어 아무리 세제 혜택을 많이 줘도 집주인이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용어 클릭] ■에버그린(Evergreen) 은행권에서 쓰는 용어로 실제로는 부실채권인데 교묘한 수법으로 정상채권과 뒤섞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항상 푸르게 만드는 수법을 뜻한다. 흔히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끌어들여 선순위 채권자로 앉히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부실대출은 후순위로 돌려 정상여신처럼 보이게 만든다.
  •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이번에는 배우, 평단 등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현장을 즐기던 신인 감독 시절로 돌아가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 결과도 제가 받아들여야겠죠.” ‘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53) 감독. 지난 2008년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10일 개봉)으로 감독으로서의 승부수를 띄웠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연출자이자 ‘왕의 남자’의 제작자인 그는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인공이다. 하지만 최근 충무로의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 감독은 ‘강철중’ 이후 5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영화 ‘이끼’로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지만 답답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강철중’을 만들어 놓고도 ‘공공의 적’ 1편을 우려먹는다는 생각에 답답했습니다. 발전하고 변신해야 하는 시기에 시리즈를 이용해 돈벌이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죠. 점차 전투력을 잃어버리고 평단의 눈치와 결과에 연연해 자신을 검증하고 현장에 짓눌린 제 모습을 보았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했던 거죠.” 두통약을 먹을 정도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강 감독은 ‘내려놓음’에서 해답을 찾았다. 점점 엄숙해지던 그는 자신에게 ‘영화는 흘러가고 지나가는 것인데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남들이 어떻게 보건 말건 내가 재밌고 내 식대로 영화를 찍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2년 전 자신의 치유를 위해 휴머니즘 영화 ‘글러브’를 연출했다는 강 감독은 ‘전설의 주먹’을 통해 그동안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를 웃기고 직접적인 소통을 즐겼던 예전 ‘강우석’으로 돌아갔다. 배우들에게도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지도 않고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전설의 주먹’은 강우석 감독 특유의 돌직구형 연출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이 덧입혀졌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학창 시절 전설적인 존재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 친구가 TV로 중계되는 ‘파이트쇼’에 출전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다. 한때 복싱 챔피언을 꿈꿨지만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임덕규(황정민), 가족과 성공을 위해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대기업 샐러리맨 이상훈(유준상), 남다른 독기와 근성이 있었지만, 삼류 건달로 전락한 신재석(윤제문) 등 세 명이 주인공이다.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써니’의 남성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 감독은 이 영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을 위로하는 만큼 자녀 세대가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시사회 때 눈물을 흘리는 남성 관객들을 많이 봤습니다. 극 중 인물들은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권력이나 돈으로부터 할큄당하고 밟히는 4050세대를 대표합니다.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자본과 직위에 눌리고 집에서는 점점 존재감이 없고 무력해지는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인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나오는 것처럼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고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 영화에 아버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자신의 모습도 투영했다고 말한다. 강 감독은 올해로 20년을 맞은 영화 제작·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대표이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들려면 자본에 무릎을 꿇어서라도 투자를 받아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돈의 횡포에 대해서 잘 압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외로움도 영화에 담았죠.” 강 감독은 한 해에 1000만 관객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가 성장하는 데 대해 “20년 전 ‘투캅스’를 보면서 한국 영화가 외화 못지않은 재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시 2030세대들이 4050세대가 된 지금도 영화를 즐기면서 관객층이 넓어졌다”면서 “앞으로 1000만명 돌파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요즘 영화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웰메이드(well-made)영화가 많지만 두루뭉술하고 도식화된 작품들뿐입니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끝까지 감정을 물고 늘어지는 날카롭고 튀는 감각의 독특한 영화가 없어요. 관객을 콱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집요함이 부족한 것 같아요.” ‘투캅스’와 ‘실미도’를 연출하고 ‘왕의 남자’의 제작자로서 번 돈을 20여편의 영화의 제작에 원 없이 쏟아부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강 감독. 최근 유아인 주연의 ‘깡철이’의 제작을 마친 그는 “앞으로 배급보다 좋은 영화의 제작과 투자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한달음에 극장을 찾는다는 그가 여전히 현역을 누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고 30년간 영화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그동안 200번이 넘게 대학 강단에 서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어요. 현장을 지키는 감독이 있는 한 그 분야는 죽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죠. 전 아직도 제가 만족하는 영화를 못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충무로에서 버틸 겁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朴의 복심’ 이정현 수석 면전에서 새누리 초선 20여명이 쏟아낸 불통·분통·화통의 목소리

    ‘朴의 복심’ 이정현 수석 면전에서 새누리 초선 20여명이 쏟아낸 불통·분통·화통의 목소리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어 초선 의원들이 3일 당·청 간 ‘소통 부재’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의 초선 의원 모임인 ‘초정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월례 조찬모임에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새 정부 들어 초선 의원들과 청와대 핵심 인사가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이 수석은 비공개 강연에서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소통 부족) 얘기가 나왔는데 달게 받는다”며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도록 시스템을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수석은 또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의원들이 중간에 나와 ‘내가 무엇을 이렇게 저렇게 깼다’고 하니까 안 좋더라”며 당이 불통 논란을 키우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 후 토론이 시작되자 의원들은 “여태까지 왜 이런 자리가 없었는가”라는 지적을 시작으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잇달아 제기했다. 지난 1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당정 협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국회 상임위와 사전 조율이 안 됐다”, “해당 상임위 의원들도 내용을 모른다” 는 등의 비판도 나왔다. 한 의원은 “당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은 “현 시스템은 폐쇄적이고 소통이 잘 안 된다.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모임에는 초선 의원 20여명 외에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이주영·최경환 의원도 참석,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최 의원은 “의원들이 제기하는 소통 문제를 청와대에서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의원들이 말한 것을 잘 전달해 당·청 소통이 잘 되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들 두 의원이 모임에 참석한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른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경선을 하루 앞두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한구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진영 의원의 지역구를 찾아 ‘박심(朴心·박근혜 의중)’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임의 간사인 이현재 의원은 “이 수석의 강연은 모임에서 한 달 전에 요청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 의원 측도 “초선 의원들 모임에 인사하러 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與 원내대표 선거 ‘권력 지형’ 흔드나

    與 원내대표 선거 ‘권력 지형’ 흔드나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가 여권의 권력 지형을 바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후보들이 어떤 경쟁 구도를 만드느냐도 관심사다. 당청 관계 변화는 물론 친박(친박근혜)계 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남경필(5선), 이주영(4선), 김기현·최경환(3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최 의원은 친박계, 남·김 의원은 비박(非朴)계로 분류된다. 경쟁 구도만 놓고 보면 후보 간 경선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당내에서는 ‘추대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추대론은 또 각 진영 후보끼리의 단일화론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이·최 의원의 단일화에 관심이 쏠린다. 원내대표 선거가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이뤄지고 의원의 절대 다수가 친박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박계가 단일 후보를 낼 경우 추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5년 전에도 당시 주류였던 친이(친이명박)계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단독 출마해 사실상 추대됐다. 다만 이·최 의원 모두 출마 의지가 강해 실제로 단일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친박계 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한 영남권 의원은 “정권 초부터 권력 투쟁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추대에, 한 수도권 의원은 “경선 없이 추대한다면 ‘박심’(朴心·박근혜 의중)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경선에 각각 힘을 실어 줬다. 두 의원이 경선에 나서면 지지 세력이 갈리고, 이는 당내 세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오랜 기간 할동해 온 ‘구박’(舊朴), 이 의원은 지난해 총·대선 국면에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신박’(新朴)으로 분류된다. 남·김 의원의 단일화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남 의원은 쇄신파, 김 의원은 중도파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비박 진영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두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동반 출마한 바 있다. 또 누가 차기 원내대표에 오르느냐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당청 관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원내대표 선거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차기 원내대표가 새 정부의 성공적 안착을 뒷받침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늑장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무력증과 맥이 닿아 있고, 이는 친박계 원내대표론의 논리적 근거로 작용한다. 반면 수평적 당청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청와대에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잇단 인사 파행 논란과 연결된다. 계파를 떠나 출마 후보군이 한목소리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한선교, 유승민, 김재원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우군이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낸 데 이어 서병수 사무총장이 지난 1일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면서 이들을 다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러한 복잡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핫이슈 ‘창조경제’] 黨 “창조경제 구체성 없다”… 작심한 듯 靑에 쓴소리 쏟아내

    [핫이슈 ‘창조경제’] 黨 “창조경제 구체성 없다”… 작심한 듯 靑에 쓴소리 쏟아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론’은 지난 30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창조적 발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는 각론 부재의 문제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을 다그쳤다. 이날 워크숍에서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창조경제론 등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고하자 국회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한선교 위원장은 “너무 학구적이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수석이 “창조경제는 결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자 한 위원장은 “됐습니다. 그만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청와대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유 수석에 이어 부연 설명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이군현 의원이 “창조경제에 대한 대표 산업이 없다. 누가 어떤 산업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우리도 국민을 설득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급기야 이한구 원내대표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당장 서류로 준비해서 제출하라”고 청와대 측에 요구했다. 유 수석은 또 보고 도중 “박 대통령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박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언급하자 의원들은 “에피소드가 어떻게 국정철학인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박 대통령과 10년 이상 일해 본 사람들이라 얘기 안 해도 다 안다”는 등 고성을 쏟아냈다. 의원들은 이 밖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소통, 잇따른 인사 검증 실패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 갔다. 조해진 의원은 인사 검증 실패와 관련, “박 대통령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닌데, 최근 낙마 사건은 주변에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재원 의원도 “인사 참사가 일어났는데, 비서관들이 인사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고 인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서 “이게 무슨 비서인가. 비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곽상도 민정수석은 “다시는 인사상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력을 보강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새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 방안도 쟁점이 됐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증세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재철 최고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강경 발언과 태도는 ‘불협화음’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군기 잡기’로 해석된다. 당·정·청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당·정·청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고위 당·정·청 워크숍’을 연초와 9월 임시국회 전 등 연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한편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첫 당·정·청 워크숍에는 이례적으로 당 지도부와 각 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수석비서관 전원이 참석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민주 “진심 없는 대독사과” 맹비난

    민주통합당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30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사과문을 통해 잇따른 장·차관 낙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인사검증 체계 강화를 약속한 데 대해 “진심 없는 대독사과”라고 맹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인사책임 라인의 문책 및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과에 의미가 없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생산적 정치 대신 상투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을 의식, 31일 새누리당과의 대선 공통공약 법안화 작업 착수 의지를 밝히는 등 협력하는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예상보다 일찍 보궐선거에 참여, 신당설이 나돌면서 당 일각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단속을 위해 대여 강경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과 소통하려면 ‘17초 대독 반성문’으로 얼렁뚱땅 넘기려 들지 말고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사상초유의 인사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참모 하나 없는 점은 답답하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첫 당·정·청 워크숍이 쓴소리로 가득했던 것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불통인사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는 청와대의 사과에 대해 “진심 없는 대독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마지못해 하는 요식적 사과로 청와대의 인사 논란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 글을 통해 “인사 참사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대변인 대독발표는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라며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인사라인의 문책·해임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41%의 박 대통령 지지도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당정, 창조경제의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하라

    그저께 열린 새 정부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론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창조경제론을 중심으로 국정철학을 보고하자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누가 어떤 산업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우리도 국민을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당장 서류로 준비해서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권이 창조경제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다. 당정은 차제에 창조경제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공유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은 정부가 국정철학이나 국정과제 등과 관련해 그만큼 당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정은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긴밀한 사전 조율을 통해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유 수석은 “창조경제의 개념이 잘 서지 않는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한 달 정도 내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조속히 머리를 맞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에서 실행할 수 있는 창조경제론의 구체적인 각론을 설계하기 바란다. 창조경제는 창의력, 즉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등 창업을 활성화하고, 그 결과로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되는 기업 생태계를 추구한다. 그런 만큼 창조경제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클 것이다. 재계에서도 삼성그룹이 ‘통섭형 인재’ 채용 방식을 택하기로 하는 등 창조경제에 적극 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재계의 발빠른 대응으로 경기 회복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창조경제는 문화·의료·관광산업 등에서도 추진돼야 한다. 창조경제의 주창자인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정보통신기술(ICT)은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 ‘장미’ 건넸던 관료들, 그 장미 손수 버렸다

    ‘장미’ 건넸던 관료들, 그 장미 손수 버렸다

    “내년에 4%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가 이야기할 때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다.”(2012년 9월) “올해 추가경정예산은 지난해 (예산안 책정 때 높은 성장률로) 과다 계상된 것을 바로잡는 작업이다.”(2013년 3월) 두 발언 모두 올해 우리 경제를 겨냥한 얘기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앞의 얘기는 올해 4%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고 뒤의 발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 지난해 9월 나라살림을 짠 당사자도 당시 예산실장이었던 이 차관이었다. 이 차관뿐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잇따라 “세수 부족을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판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 세수를 추계한 당사자들이나 경고를 내놓은 사람들이나 거의 같은 사람이다. 주관적인 정책 판단은 정권 교체 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바뀔 수 있다고 치더라도 경제 전망과 세수 추계와 같은 객관적인 작업이 이렇게 널을 뛰는 것은 ‘한 나라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아무리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냉소와 “정부가 되레 시장 혼선을 키운다”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는 올해 12조원의 세입 부족 예상치 가운데 6조원은 석 달 전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성장률 전망치(지난해 3.3%, 올해 4.0%)를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편성 당시 책임자 라인은 박재완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주형환 차관보, 이석준 예산실장, 백운찬 세제실장, 최상목 경제정책국장 등이다. 이 차관은 최 국장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4.0% 안팎에서 2.3%로 거의 ‘반토막’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0.7% 포인트나 깎았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심각한 돌발 악재가 새로 발생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9월과 연말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어서 세수 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으나 경제정책 책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말이 180도 바뀐 것이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매각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예산안 발표 때는 “공공기관 선진화(매각) 계획은 변화가 없다”(당시 김동연 재정부 2차관)고 했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에도 매각 예상 대금을 수입으로 잡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균형재정에 목을 매 씀씀이에 수입을 끼워 맞췄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김 차관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영전했다. 당시 정책 결정 라인에 있지 않았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말 바꾸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당시 각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연구원의 수장으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는 실무 라인들이 (국정철학 변화 등에 따라) 마음고생이 많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대선을 의식해 장밋빛 전망을 했다는 점에 대해 경제관료들이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해야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일관돼야 할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과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제대로 된 경제 철학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실패에서 찾는 기업 생태계 진화

    2005년, 하이트그룹이 진로를 인수한 뒤 가졌던 첫 번째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이트 그룹 측 최고위 관계자가 돌연 진로 측 임원들을 향해 듣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제 진로에서 체득한 습관들은 버리라는 요지의 쓴소리였지만, 듣기에 따라선 모욕이라 느낄 만한 언사였다.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를 섞어서 폭탄주를 마시려던 양 사 임원들은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날 술자리는 점령군 하이트와 피정복자였던 진로 간의 심리적 격차를 줄여보자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진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승자와 패자 간 간극은 이전 보다 더 벌어졌다.  ‘사라진 실패’(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가 전하는 당시 풍경이다. 두 회사 간 결합은 당시 주류 시장의 태풍의 눈이었다. 하이트는 맥주 시장에서, 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1등이었다. 시장 점유율도 각각 50%가 넘었다. 경쟁업체들은 양사 영업망이 합쳐지면 역대 최강의 공룡 주류 기업이 탄생할 거라며 긴장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조직은 사사건건 반목했다. 진로의 정예 인력들이 줄줄이 새 나갔다. 당연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올 리 없다. 옛 조선맥주 시절부터 오비맥주에 끌려다니다 가까스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하이트였지만, 결국 시장 지배자의 지위를 다시 오비맥주에 넘겨주고 만다.  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도 진화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봉건적이고 제왕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참담한 실패 사례를 지우고, 승리의 기록만 남기려 애쓴다. 미화를 거듭하면서 한국 기업은 실패를 모른다는 그릇된 신화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됐다.  책이 전하는 기업의 실패사는 놀라울 만큼 세밀하다. 경영진의 치부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던 오리온 그룹을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왕국’으로, 국내 소비재 사업의 강자였다가 난데없이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했던 웅진그룹을 두고 ‘한국 기업 생태계가 빚어낸 실패’로 묘사하는 등, 한때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을 장식했던 기업들의 ‘실패의 추억’을 마치 ‘핵심 관계자’처럼 꿰뚫고 있다. 책은 흔히 진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NHN조차 ‘삼성이 버린 가치 체계를 들고 삼성처럼 추격자의 길을 걷는 기업’으로 혹평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 간 경쟁은 이제 정부와 정부 간 대결이 아니라 기업을 통한 대리전 양상으로 변화됐다”며 “더욱 진화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국가와 사회라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與 “靑과 협조·견제 黨리더십 확보를” 쓴소리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 실패를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한 전면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검증 실무라인 문책에서 그칠 게 아니라 청와대가 기본적인 인사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팀이 우선 자리를 잡아야 하고 내부(검증)기구가 잘 작동해야 된다. 아직 임기 초반이라 일이 손에 딱 붙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인사 대상자들에게 진실고지의무가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여러 사람 인사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박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오는 30일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민정수석은 물론 각 부처 장관까지 한번 다잡아야 한다”고 말해 여당의 우려를 전달할 뜻을 내비쳤다. 이상일 대변인 역시 전날 브리핑에서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책임자 문책론도 제기했다. 여당 역시 청와대 ‘인사참사’에 공동책임론이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비박(비박근혜)계인 남경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한 당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있어야 한다”면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협조와 견제를 병행하는 당내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하고 그것을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이라면 검증팀 무능은 둘째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위에서 내리는 시스템이라면 (청와대) 인사위원회와 국무총리의 인사권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정당이란 데가 여론을 먹고 사는 곳인데 청와대가 임기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해버리면 여당이 설 곳이 없어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더 이상의 인사 실패가 없도록 당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인사검증 실무를 맡는 행정관급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6개월 정도는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많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반을 생활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겉으론 입주 초기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을 뿐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들 한다. 주거형태도 가족까지 몽땅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출퇴근자와 나홀로 둥지족들이 많다 보니 근무 형태나 여가문화 트렌드는 많이 달라졌다. 세종청사 출범 6개월, 이주 공무원들의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들만의 애환을 소개한다. 세종청사 입주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이동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청사주변에 먹거리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조치원이나 공주, 유성까지 가고오는 데만 40분~1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은 ‘원정 점심’까지 감안 하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원거리 출퇴근이나 원룸생활 등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회식이나 근무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천·인천·안양 등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셔틀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완전히 꼬인다. 출근 셔틀버스는 지역에 따라 출발 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 신도림이나 인천 등 수도권 한복판에서는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울 목동에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사무관은 “셔틀버스 출발지인 신도림까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버스에서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10~20분 전부터 하던 일을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와 과천시 인덕원 등 일부 노선은 오후 8시와 9시에도 출발하는 차량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번 떠나면 끝이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목 베개도 필수품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목 베개를 꺼내 두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만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KTX나 승용차 이용자를 제외하고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거리 출퇴근자들에게는 ‘야근’이나 ‘연장근무’란 말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그냥 남녀 휴게실에서 잔다. 휴게실은 부처별로 마련돼 있는데 이층침대 형태로 24명(남녀 각 12명)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 없어 휴게실을 이용하는 빈도는 사실상 매우 낮다. 나홀로 둥지족들도 많다. 가족이 내려오지 않은 공무원은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2~3명씩 공동생활을 한다. 이런 공무원들을 지칭해 ‘세종총각’ ‘세종댁’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거리 출퇴근자들 때문에 부서별 회식도 주로 점심으로 돌린다.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가는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면서 대신 여가 활동에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나홀로 둥지족들은 썰렁한 집에 일찍들어가기보다 처지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헬스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청사 체력단련실은 운동 마니아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가장 번거롭고 심란해 하는 게 국회 출장이다. 그런데도 부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행을 하게 하는 분위기다. 정책이나 법안을 충분히 이해시켜 각 부처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번거로운데 자료만 보내달라”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올라가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15일 출근길에 만난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국회에 가서 협의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는 중”이라며 “10분 설명하기 위해 오가며 하루 일과를 다 허비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이틀 전 10명의 본부 과장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가 설명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요즘 ‘취미’가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예약하기’”라며 웃었다. 그는 세종시에 숙소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회의가 있다 보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정부서울청사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렇다고 세종청사에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하루만 빠져도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가 된다. 얼마 전에는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 회의를 하고 저녁 때 약속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왔다가 다시 막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서 있는 조찬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종시에 내려온 지 이제 넉 달인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에 벌써 지쳐간다”면서 “국감 시즌이면 아예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를 담당하는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서울 출장이 너무 잦다 보니 연말까지 사용해야 할 출장비가 다음 달이면 바닥날 것 같다”며 “어떻게 예산을 전용해야 모자란 출장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안부와 조직·인원 협의나 청와대 보고, 타 부처와의 회의 등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을 오르내리는 ‘셔틀근무’가 피곤하다고들 하소연한다. 특히 조직·인사와 공무원들의 처우관리를 하는 행안부가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이래라저래라’한다며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국회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분원이나 서울출장소를 마련하고 화상회의 등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부처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선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사를 벗어나면 세종시는 대도시로서의 기본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청사 주변에서 의료시설이라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 소아과와 내과 딱 두 곳뿐이다. 종합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월요일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세종시에는 치과가 드물다고 하더라”면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생고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또 다른 여성 사무관은 최근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한밤중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해 난감했다”면서 “인근에 병원이 없어 아이를 싣고 무작정 대전시내 큰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급성 장염이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여러 날 오가느라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사에서는 이런 불편해소를 위해 청사 내 간이 진료실을 마련했다. 또 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순회 진료도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불만을 해소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청사 부처 노조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세종시 이전계획 원안 고수’를 고집했는데 요즘은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점이 부각될 때마다 ‘문제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세종시와 행안부 말만 믿고 언제까지 인내하며 생활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쇄신파, 靑·野 강경대치에 역풍 우려 침묵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여야 쇄신파의 소신 있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치 파행 국면에서 당의 공식 입장에 반론을 펴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 쇄신파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 처리 후폭풍, 선관위 디도스 공격 여파 등 당의 위기 상황이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등 고비 때마다 고언을 아끼지 않으며 ‘당이 죽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파행 국면에서는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새 정부 초기에 청와대와 야당이 ‘강대강’(强對强)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 봤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지도부 경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행하는 편이 낫다는 공감대도 의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 및 당 지도부 교체기에 구심점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쇄신파의 좌장 역할을 했던 남경필 의원을 비롯, 재선의 황영철·홍일표·김세연·박민식 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주도적으로 나설 ‘새 얼굴’이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이들은 국회에서의 법안 강행 처리를 원천 차단한 국회선진화법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에선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민주당 쇄신을 바라는 의원모임’(쇄신모임)이 최근 외연 확대를 위해 ‘새정치실천네트워크’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들이 당내 현안이나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협상 내용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당내에서 ‘계파정치’를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파벌 정치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쇄신모임 소속 의원은 7일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당내 현안, 안철수 전 교수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이라면서 “개인의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피력할 수는 있지만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기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데스크 시각] ‘토착비리 온상’ 지자체 체질개선 급하다/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토착비리 온상’ 지자체 체질개선 급하다/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며칠 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모처럼 반가운 보도자료 하나를 내놨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비리 관행을 방지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는 내용 모음이었다. 공공기관들에 이런저런 제도개선책을 들이밀며 쓴소리 훈수를 드는 게 평소 권익위의 역할이고 보면 이날 보도자료는 뜨악하기까지 했다. 모르쇠로 버티기라면 일가를 이뤄온 지자체들이 스스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니. 입이 쓰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해도 소귀에 경읽기일 때가 허다했던 터다. 몇몇만 추려 보자면 이렇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산하기관들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감사부서(경영감사과)를 새로 만들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10월 산하기관들에 대한 경영평가뿐만 아니라 조직, 회계 등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출연기관 등의 관리 및 운영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산하기관들에 대한 경영평가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정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인사비리를 불렀던 비공개 특채 규정을 완전폐지하고 임직원을 전원 공개경쟁방식으로 채용하기로 선언한 기관들도 꽤 많았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내놓은 개선책들이다. 물론 순도 100%의 자발적 움직임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권익위는 ‘예산 까먹는 하마’로 둔갑한 지자체 출자·출연기관들의 방만한 운영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이어 제도개선책을 만들어 지자체들에 일제히 권고했고, 일부 지자체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어지간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자체들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은 반갑다. 그러나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대목은 지자체 운영의 핵심인 지방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단속할 견제장치 마련에는 극도로 몸을 사린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들이 의원행동강령 제정에는 너나없이 고래심줄처럼 버티고 있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것은 2011년 2월. 기존의 공무원행동강령을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많아 지자체들이 각자 특성에 맞도록 조례로 정해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행동강령이 마련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들은 콧방귀만 뀐다. 현재까지 의원행동강령을 조례로 만들어 집안단속을 하기로 한 곳은 전국 244개 지방의회를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남짓이다. 이마저도 거의가 기초의회들이다. 강령의 조례 제정을 권고·독려하는 권익위의 관계자들은 “덩치가 큰 광역의회들이 먼저 움직여줘야 파급력이 클 텐데도 서로 눈치들만 살피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지방의회들의 한결같은 반대논리는 그저 옹색하게 ‘자치권 침해’일 뿐이다. 문제는 이 장치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 이상 비리 의원이 적발되더라도 자체 징계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자체=토착비리의 온상’이라는 민망한 등식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논문에 따르면 민선 지자체가 출범한 1995년 394건이었던 지방 공무원들의 범죄 건수는 2010년 1188건으로 16년 만에 세 배나 뛰었다. 지자체가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은 하나다.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앞다퉈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장 손쉬운 방책이 의원행동강령의 조례 제정이다. sjh@seoul.co.kr
  • “새정부 ‘분별있는 정책’ 펴라”

    “새정부 ‘분별있는 정책’ 펴라”

    그의 이름을 말하면 안철수 전 대선 후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애매모호한 화법을 쓰는 안 전 후보의 ‘생각’을 비교적 상세히 들여다본 사람이 그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정임(49) 교수 얘기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펴냈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경제 진단서를 내놓았다. 도서출판 오월의봄에서 나온 ‘동네북 경제를 넘어’다. “바깥(해외)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경제는 왜 유독 더 심한 만신창이가 되는지, 어쩌다가 이런 글로벌 동네북 신세가 된 건지 짚어 보고 싶었다”는 제 교수는 그 원인을 ‘개방만이 살길’이라고 외친 역대 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그 결과 선진국 입맛에 맞는 세계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제 교수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국제 변수만 있으면 휘청거리는 것이 한국”이라면서 “역대 정부가 ‘우리는 수출을 해야 먹고산다’는 논리로 실력에 비해 과하게 문을 연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역주행을 고집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 가장 뼈아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무분별한 개방’이 아닌 중소기업과 노동자, 농민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생각하고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분별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 교수는 “지난 대선 결과가 달랐다면 지금쯤 그 새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른 정부가 들어섰기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전 후보가 사실상 대선 공약집인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로 별 친분이 없던 제 교수를 지목한 것은 그가 펴낸 ‘벼랑에 선 사람들’을 보고서였다고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부가세, 소비자가 직접 내면 연간 최대 7조원 더 걷혀”

    “부가세, 소비자가 직접 내면 연간 최대 7조원 더 걷혀”

    부가가치세를 소비자가 내는 직접세 방식으로 바꾸면 연간 최대 7조원의 세수(稅收)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의 부가세는 공급자가 내는 간접세 방식이다.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가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일몰(한시혜택기간) 후 무조건 끝내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혜택을 받는 국세감면액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5조원 정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증세 없는 세수확보 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제안했다. 조세연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전까지 원장으로 있던 국책연구기관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에 부정적이어서 이날 나온 방안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재진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 도입 방안’을 통해 “이론적 부가세 징수액과 실제 징수액 간 차이인 ‘부가세 갭 비율’이 우리나라는 17.8%(2011년 기준)로 금액으로 치면 11조 20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누수를 막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부가세를 내는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입자납부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해마다 5조 3000억~7조 1000억원의 세수가 늘고, 법인·소득세수 증가와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도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지난해 걷힌 부가세는 55조 7000억원이다. 총국세 203조원의 27.4%다. 하지만 체납률은 2011년 기준 11.3%로 법인세(2.6%), 소득세(9.0%) 등 직접세보다 훨씬 높다. 간접세 특성상 소비자가 세금을 내더라도 판매자가 폐업이나 도산 등을 통해 부가세를 체납하거나 탈루하는 ‘배달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입자납부제도는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 관련 제품에 대해 2008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물품을 샀다면 카드사가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만 판매자에게 주고 나머지 부가세를 대신 납부하는 방식이다. 김학수 조세연 연구위원은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통한 세수확보 방안’에서 혜택기간이 끝나는 모든 비과세·감면 항목을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선별 폐지를 제안했다. 이는 일몰이 돌아오면 예외 없이 비과세·감면 조치를 끝내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 상충된다. 그는 고소득층과 대기업 지원 비중이 높은 일반 세법상의 감면 항목을 중심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료나 교육비, 개인기부금 등의 공제를 줄여야 한다”면서 “향후 5년간 발생할 국세감면액 150조원의 10%인 15조원 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형돈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부가세 체납은 경기 악화로 생기는 만큼, (매입자 납부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외국에서도 전면 도입한 사례가 없고,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스타의 자기 관리 뜨고 난 뒤가 관건

    “뜨고 싶습니다! 빅스!” 얼마 전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6명의 멤버들은 자리에 앉기 전 일렬로 서서 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구호를 외쳤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팀 소개법이라고 웃어넘겼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생존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고 싶어 하는 그들의 진심이 읽혔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혹독한 신인 시절이 있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뜨고 난 이후부터다. 신인 때는 스타가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실력과 스타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면 그 이후에는 얼마만큼 자기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사랑을 받고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에게 사생활 관리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숙명 같은 일이다. 힘든 무명 생활 끝에 좋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뜨는 스타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지만, 이내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면 못내 씁쓸하다. 지난해 주목받은 한 20대 청춘스타는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뒤로 스태프 및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40대의 나이에 뒤늦게 두 편의 영화로 성공을 거둔 중견 스타도 ‘뜨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전언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물론 스타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뜨고 나면 보는 눈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똑같이 행동했는데도 마치 변한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긴 무명 생활 끝에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오정세도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다. 예전에 독립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그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서 배우로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가 되고, 기존의 출연 스케줄 때문에 독립 영화 출연을 거절했는데 그쪽에서 상당히 섭섭해하더라”고 말했다. 평소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오정세는 요즘 만나는 영화 관계자들의 사진을 전화번호와 함께 저장하기 시작했다. 혹시 주변 사람을 못 알아봐 섭섭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이처럼 스타가 된 이후의 자기 관리는 더욱 중요하지만 막상 스타가 되고 나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금전적인 문제 등 주변의 유혹도 많아지는 데다 그동안 소속사의 눈치와 억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한때 연예계에서는 배우들이 ‘1인 기획사’를 차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론 불합리한 계약으로 배우에게 고통을 주는 일부 대형 기획사도 있다. 그러나 대개 가족들이 운영하는 1인 기획사는 배우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로 최근 전지현, 주진모 등 1인 기획사 소속이던 스타들이 대형 기획사로 유턴했다. 성폭행 혐의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배우 박시후도 가족과 함께 1인 기획사를 차리려던 시점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져 나와 10년 동안 공들였던 배우 인생이 흔들리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회사를 차리는 것이 모두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객관성을 잃고 배우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옹호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타가 성장하려면 옆에서 철저한 사생활 관리와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약속 연연말고 천천히·꾸준히 풀어가길”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향후 국정과제를 ‘천천히(Slow) 그리고 꾸준히(Steady)’ 풀어나갈 것을 주문했다.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넘쳐 급하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말은 원론적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약속에 지나치게 연연해하지 않고 애초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제시했지만 주어진 재원의 조달로는 실현이 어렵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보다 유연한 자세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김 교수는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후퇴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 횟수가 적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인선을 보면 이들이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만약 공약대로 국정과제를 풀어낸다면 한국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인 시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윤정길 건국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이미지를 지키려고 하다 보면 자꾸 엉뚱한 일만 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공약에 우선 순위를 둬 시급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실현이 어려우면 국민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두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정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두고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증세 부분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회와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와 조각 인선과 관련해 심지어 여당에 알려주지 않고 상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정과제도 어차피 국회를 통과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야당 측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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