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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저격 ‘수제 맥막’…신선한 맛에 취하다

    취향저격 ‘수제 맥막’…신선한 맛에 취하다

    대량 생산에 대량 소비 시대라지만 사람들 입맛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잔뜩 만들어낸 음식보다는 내 입맛에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좀더 맞는 음식을 찾는다. 술도 예외가 아니다. 그때그때 매장에서 조금씩 만드는 다양한 술이 좋다. 소규모 막걸리 생산자와 수제맥주가 뜨고 있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여기에 기여했다.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배상면주가 본사 1층 ‘느린마을양조장&펍’ 양재본점. 오후 6시가 지나자 막 퇴근한 회사 직원들이 들어온다. 간간이 연인도 보인다. 여성은 봄, 남성은 여름과 가을 막걸리를 주로 시켰다. 이곳에서 파는 막걸리는 이곳에서 담는다. 매장 안쪽에 막걸리 제조 시설이 있다. 일주일에 보통 쌀 320㎏을 이용해 2200ℓ의 막걸리를 빚는다. 인공첨가물인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고 쌀, 물, 누룩으로만 빚는다. 배상면주가 측은 쌀의 함량을 높여 다른 막걸리에 비해 쌀 비중이 2~3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빚은 지 1~3일 ‘봄’ 막걸리… 단맛 강해 빚은 지 1~3일 되는 막걸리가 봄, 4~6일이면 여름, 7~9일이면 가을, 10일이 지나면 겨울이다. 가끔 가을, 겨울 막걸리는 없다. 장은희 마케팅팀 주임은 “손님들이 봄과 여름 막걸리를 많이 찾을 때 가을과 겨울 막걸리를 위해 안 팔 수는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장 주임은 “날이 더워지면 봄과 여름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봄 막걸리는 단맛이 강하고 탄산이 없다. 막걸리가 숙성되면서 단맛은 사라지고 탄산이 강해진다. 처음 방문하는 손님의 선택을 위해 4계절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샘플러가 제공되는데 봄 막걸리와 겨울 막걸리를 마시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봄 막걸리는 가벼운 목넘김에 여성이, 겨울 막걸리는 묵직한 느낌에 남성이나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찾는다. 알코올 도수는 거의 비슷하다. 1ℓ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막걸리(3000원)를 사가는 손님도 있다. 일반 막걸리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꾸준히 손님이 늘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시설기준 완화로 ‘느린마을양조장’ 확대 수제 막걸리의 가능성을 본 배상면주가는 2016년 느린마을양조장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그해부터 음식점에서 탁주, 약주 등을 제조해 팔 수 있도록 시설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느린마을양조장&펍 양재본점에서 7년째 막걸리를 담근 황승하 주임은 “조리법은 같지만 미세한 온도 차이, 손맛 등으로 막걸리 맛이 매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달 ‘동네방네양조장’ 사업도 시작했다. 사업주가 각 지역 동네 이름을 내걸고 막걸리를 만들어 유통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 마포구 대흥동 ‘공덕동막걸리’, 경북 구미 봉곡동 ‘금오산막걸리’ 등 8개가 있다. 배상면주가는 올해 안에 양조장을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동네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하루 최대 600병이다. 하우스 막걸리라고도 불리는 수제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학교도 인기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막걸리 학교는 10주간의 입문과정(40명), 중급과정(20명), 상급과정(10명)이 있는데 상급과정은 창업하거나 심화학습을 위한 사람들을 위한 과정이다. 막걸리학교 측은 모든 과정이 결원 없이 진행돼 한 해 300명 정도가 수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막걸리 붐이 불었을 때 많이 늘었다가 줄어들었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수강생과 수강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수제 맥주 펍 ‘데블스도어’. 저녁 7시에도 젊은 직장인 20여명이 번호표를 들고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매장 안쪽에는 인근 메리어트호텔에서 온 듯한 외국인 관광객 손님도 제법 있다. 2014년 11월 문을 연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은 280여석 규모인데도 평일 저녁 7~8시면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요즘 회식문화가 가볍게 한 잔 즐기는 문화로 바뀌면서 취향에 맞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데블스도어를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데블스도어 매장 한쪽에 2㎘ 5개, 1㎘ 2개의 발효탱크와 1㎘의 저장탱크 6개가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4~5종의 수제 맥주와 해외 에일(밀) 맥주 20여종이 판매된다. 연간 생산능력이 200㎘다. 10m가 넘는 천장 높이와 2층으로 이뤄진 1300㎡(약 400평)의 매장 규모로 오래된 맥주공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의 인테리어도 손님들을 끄는 요인이다. 지난해 문을 연 데블스도어 부산센텀점과 스타필드하남점의 수제 맥주도 이곳에서 만들어 일주일에 세 번 배달한다. 2014년에는 매장 안에서 만들어진 맥주만 팔 수 있었는데 이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맥주 메뉴판에는 향, 묵직함, 쓴맛 수준 등이 표시돼 있다. 잔도 맥주별로 다르다.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IPA), 스타우트, 헬레스라거가 기본 4종류이며 올가을 인디아페일라거(IPL)가 추가된다. 이 중 세 가지 정도를 샘플러로 맛볼 수 있다. 양조 담당인 오진영 과장은 “쓴맛 수준이 낮은 거부터 마셔야 차이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2년부터 16년째 맥주를 제조해 온 오 과장은 맥아, 호모, 홉 등의 배합 비율을 결정해 조리법을 만든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 10도 정도인 배럴 에이징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발효 이후 오크통에 넣어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맥주로 미국 시카고의 수제 맥주사 구스아일랜드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 유명해진 맥주다.●전국 곳곳 수제 맥주 축제 ‘인산인해’ 데블스도어의 성공은 급성장하는 수제 맥주 시장이 이끌었다. 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일대에서 수제 맥주 축제가 열렸다. 2013년 시작됐는데 지난해 5월 행사에 22만명이 다녀갔다. 12일부터 14일에는 경기 가평에서 수제 맥주 축제가 열린다. 150여종의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지난해 8000명이 다녀갔다. 대형 유통·식품기업들도 수제 맥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진주햄은 2000년 2월 세워진 카브루를 2015년 인수했다. 카브루는 모자익IPA, 피치에일 등으로 유명하다. 올 1월에는 패션기업 LF가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 50%를 인수하고 맥주 증류소 시장을 세울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세븐브로이의 달서맥주와 강서맥주를, 편의점 CU는 더부스의 대동강페일에일과 국민IPA를 전국 지점에서 팔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발산동 수제 맥주 펍에서 시작한 세븐브로이는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와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가 1933년 조선총독부에서 맥주 제조 일반 면허를 받은 이후 77년 만인 2011년 맥주 제조 일반 면허를 받은 기업이다. 우리 정부 수립 이후 첫 맥주 제조 면허인 셈이다. 더부스는 2013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길에서 시작해 지난해 3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수제 맥주업계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지난해 2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4조원대인 일반 맥주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맛이 세분화되고 이를 만족시키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10년 뒤 2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세리키즈의 ‘매치 퀸’ 대관식

    세리키즈의 ‘매치 퀸’ 대관식

    고비마다 이글을 낚아 ‘이글 여왕’으로 불리는 김세영(24)이 어버이날 별명 값어치를 해냈다.김세영은 8일 멕시코시티의 멕시코 골프클럽(파72·680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1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6월 마이어클래식 이후 11개월 만에 들어올린 LPGA 투어 통산 6번째 우승컵이다. 아울러 직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4단계 오른 8위를 기록했다. 김세영은 지난 시즌을 6위로 마감했지만 올해 초반 부진으로 12위까지 하락했다. 앞선 4강전에서 허미정(28)을 꺾은 김세영은 결승전 승부를 ‘초반 몰아치기’로 갈랐다. 1번홀(파4) 버디로 리드를 잡은 뒤 3개홀 연속으로 쭈타누깐을 돌려세웠다. 특히 2번홀(파5)에서는 쭈타누깐 못지않은 먼 거리의 드라이버샷을 발판으로 이글을 잡았다. 쭈타누깐도 버디 퍼트를 떨궜지만 균형(올스퀘어·동률)을 맞추지는 못했다. 김세영이 세 홀 차 리드를 유지하던 14번홀(파3) 보기를 범해 격차를 2개홀로 좁히고 17번홀(파5) 쭈타누깐이 버디로 홀을 가져가 또 1홀 차로 좁혀졌지만 마지막 18번홀(파4) 둘 모두 파 세이브로 홀아웃해 김세영의 승리를 알렸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이후부터 시작된 부진을 단숨에 털어낸 우승이었다. 지난주 발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에서 컷 통과에 실패하기도 했던 김세영은 “최근 좋지 않은 성적 탓에 조금 실망했다”며 “그러나 (이날 우승이) 전환점을 맞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오늘처럼 어렵게 우승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 “저녁에 (멕시코의 칵테일인) 마가리타라도 마시면서 자축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4강전에서 김세영에게 쓴맛을 본 허미정은 3~4위전에서 미셸 위(미국)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3위에 올랐다. 허미정은 초반 5홀 차까지 리드를 당했지만 11번(파5)~12번홀(파4) 연속 버디로 추격전을 시작했다. 미셸 위가 보기를 범한 13번홀(파4) 2홀 차로 격차를 좁히고 상대가 다시 보기를 범한 15번(파4), 17번홀(파5)도 파로 막아 승부를 올스퀘어로 만든 뒤 연장 네 번째 홀 미셸 위가 30㎝짜리 짧은 파 퍼팅을 놓치면서 경기를 끝냈다. 세계랭킹에서 쭈타누깐은 2위로 한 계단 뛰었다. 리디아 고(20·뉴질랜드)는 1위를 지켰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축구] 부처님오신날, 무자비했던 제주

    [프로축구] 부처님오신날, 무자비했던 제주

    프로축구 제주가 부처님오신날 전북에 ‘무자비한 하루’를 선물했다.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3일 전주종합운동장을 찾아 벌인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대결에서 마르셀로의 두 골과 마그노와 멘디의 한 골씩을 엮어 전북을 4-0으로 격침시켰다. 제주는 전북과 5승2무2패(승점 17)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18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전북이 4점 차로 진 것은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1-5로 진 뒤 5년 만의 일이다. 지난 시즌 무려 33연속 무패를 달리던 전북에 첫 재갈을 물렸던 제주는 올 시즌엔 지난 8라운드에서 5승2무 끝에 광주에 첫 덜미를 잡혔던 전북에 시즌 2패째를 안기며 ‘전북 킬러’ 악명을 떨쳤다. 마르셀로는 전반 9분 선제골과 후반 3분 추가골로 전북의 힘을 빼놓았다. 마르셀로의 추가골 직후 전북 김신욱이 가슴으로 떨궈 준 공을 에두가 감각적인 킥으로 연결했으나 제주 골키퍼 김호준이 왼쪽으로 넘어지며 쳐내 실점하지 않았다. 2분도 지나지 않아 마그노가 미드필드 근처에서 상대 수비수를 떨궈내고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여유롭게 그물을 출렁였다. 역력하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최강희 전북 감독은 후반 15분 김신욱과 에두 대신 이동국과 이승기를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정혁이 2분 뒤 그물을 출렁이고도 핸드볼 파울을 지적당해 노골 선언된 게 뼈아팠다. 수비진은 물론 미드필드진마저 와해된 전북은 후반 30분 멘디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지난 광주전 세 차례나 골대를 맞혔던 전북은 이날도 두 차례나 ‘골대 불운’에 울었다.지난 경기에서 ‘대어’ 전북을 잡았던 광주는 2년 6개월 만에 클래식에서 만난 강원FC와 1-1로 비겼다. 또 지난 시즌 포항과의 네 차례 맞대결을 모두 무승부로 장식하며 포항과 함께 ‘수포동맹’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수원은 후반 33분 산토스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꺾어 3연승을 내달렸다. 반면 초반 잘나가던 포항은 최근 3연패로 최순호 감독의 얼굴에 주름살이 짙어졌다. 대구FC에 1-2로 쓴맛을 봤던 FC서울은 전반 12분 오스마르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인천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8전9기’에 웃었다. 후반 38분 한석종의 골을 앞세워 상주를 1-0으로 따돌리고 8경기 무승(3무5패)을 끝내며 한번에 승점 3을 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행정명령·힘의 외교로 보여준 ‘美 우선주의’

    행정명령·힘의 외교로 보여준 ‘美 우선주의’

    최초의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의 100일간 활동을 요약하면 ‘주류 언론과의 전쟁’과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행정명령 발동, 힘을 통한 외교 등으로 좌충우돌의 극치를 보여 줬다는 것이 미 언론의 평가다.그는 대선 캠페인 때부터 자신을 비판해 온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매일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뉴스’를 올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미국을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는 지난 100일간 무수한 행정명령과 법안으로 표출됐다. 그렇지만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등 좌절을 맛봤다. 북핵·미사일 문제와 시리아 문제 개입, 대테러 활동 강화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신(新)고립주의라기보다 국익을 앞세운 ‘힘의 외교’를 보여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8가지 치적’ 이메일 공개… 행정명령 강행은 쓴맛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100일 치적은 자신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공화당의 ‘핵 옵션’을 통해 상원 인준을 받아 취임한 것이다. 고서치 대법관의 대법원 입성으로 대법원은 보수 우위로 기울어져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전국위원회(RNC)를 통해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지난 100일간 달성한 ‘8가지 치적’을 열거하며 고서치 대법관 지명과 그의 활동을 두 번째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내가 첫 100일간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더라도 대법관 임명을 포함해 실제 많이 했지만 언론은 깔아뭉갤 것”이라며 고서치 대법관 지명을 대표적 성취로 내세우며 이를 경시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미국 언론은 “미·중 정상회담에 가려 공화당의 핵 옵션으로 겨우 이뤄진 고서치 대법관 임명은 100일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메일에서 가장 먼저 밝힌 치적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설치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미국이 먼저 장벽 설치 비용을 낸 뒤 멕시코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그의 계획은 미 의회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 실제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산을 사라’ 행정명령 ▲키스톤·다코타 송유관 사업 승인 ▲낙태지원단체 예산 지원 금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총기 규제 완화 추진 ▲과격 이슬람 테러 관련 국가로부터의 이민 제한 명령 ▲미국 공장 및 중소기업 대상 규제 철폐 등을 나열했다.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또는 메모를 통해 추진한 것들이다. 그러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비롯해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한 ‘트럼프케어’ 입법화는 모두 법원과 의회에서 막혀 이뤄지지 못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29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지시 현황은 행정명령이 30건, 대통령 메모가 28건, 대통령포고 19건으로 미국의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첫 100일 사이 이례적으로 많은 행정지시를 남발했다는 평가다. 스콧 시맨 유라시아그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나 법원 협조 없이는 혼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행정명령만 남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쏟아질 행정명령도 의회에서 예산 통과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北·中·시리아 등 외교정책 평가는 엇갈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맞닥뜨린 시련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서 그를 도왔다는 ‘러시아 커넥션’이었다. 자신의 측근이 러시아와 내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을 한 시리아 정권을 상대로 미사일 폭격을 단행,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러 간 갈등 구도를 형성했다. 시리아 내전 불개입과 친러 성향 기존 입장을 한꺼번에 뒤집은 것이다. 오바마 전 정부 때 망설였던 시리아 공격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말 바꾸기 정책 선회가 됐지만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제서야 트럼프가 현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고 개입주의 외교를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정책 선회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막고자 중국을 끌어들이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자신의 대선 캠페인 공약에서 물러서는 등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도 버리고 나토와 함께 대테러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폭격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폭탄을 투하한 것은 ‘트럼프 독트린’이 불(不)개입을 골자로 한 신(新)고립주의가 아니라 국방비와 군사력 증강을 통한 ‘힘에 의한 외교’를 보여 준다는 평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 건강보험, 이민, 무역 등을 진전시킬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둔 첫 100일”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100일 성과에 대해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형태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계획을 지켰지만 변화와 융통성,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불안한 좌충우돌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첫 임기 4년에 대한 평가는 훗날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류현진, 안방서 홈런포 세 방 포함 4실점…시즌 3패째

    류현진, 안방서 홈런포 세 방 포함 4실점…시즌 3패째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30)이 안방에서도 홈런포에 눈물을 삼켰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17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포함한 7안타를 내주고 4실점했다. 볼넷과 몸에맞는공을 하나씩 허용했고 삼진은 7개를 빼앗았다. 시즌 세 번째 등판이자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286일 만에 홈경기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다저스가 1-4로 끌려가던 6회말 2사후 타석 때 롭 세게딘과 교체됐다. 다저스는 이후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3-4로 패했고, 류현진은 다시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지난 2년 동안 왼쪽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올해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87로 조금 더 나빠졌다. 시즌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얻어맞았고, 피홈런은 6개로 늘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이날 처음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4⅔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이 이닝과 투구 수(97개)를 시즌 최다로 늘린 것은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가 나왔다. 지난 8일 시즌 첫 등판에서 패배를 안긴 콜로라도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정규리그에서 개인 통산 60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이날도 1회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인 좌타자 찰리 블랙먼이 방망이를 툭 갖다 댄 공이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가 되면서 기분 나쁘게 출발했다. 후속타자 DJ 르메이유는 3루 땅볼로 잡았으나 놀런 아레나도에게 0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졌다가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고 선제점을 내줬다. 2사 후 마크 레이놀즈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는 등 1회에만 24개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바로 안정을 찾는 듯했다. 2회 스티븐 카둘로와 더스틴 가노에게 잇달아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등 공 10개로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3회에는 첫타자 블랙먼의 1루수 방면 내야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글러브 토스를 하자 1루수 애드리안 곤살레스가 맨손으로 잡아 아웃시키는 호수비를 합작했다. 2사 후 아레나도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곤살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몰아내고 더는 진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4회 홈런으로 추가 실점했다. 1사 후 트레버 스토리에게 1볼-0스트라이크에서 146㎞의 공을 던졌다가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아 석 점째를 줬다. 다저스 타선은 시즌 첫 맞대결에서 패배를 안긴 콜로라도 왼손 투수 카일 프리랜드와 다시 만났으나 이날도 공략에 실패했다. 3회말에는 첫 타자 족 피더슨이 볼넷을 고르자 류현진이 보내기번트로 착실하게 2루로 보내놨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4회말 다저스가 1-3으로 추격한 뒤 2사 1,2루에서 깨끗한 우전안타로 시즌 첫 안타까지 기록하며 만루로 찬스를 살려갔다. 하지만 스콧 반 슬라이크가 3루 땅볼로 물러나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류현진은 5회 2사 후 아레나도에게 다시 좌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2안타를 내주고 1사 1,2루에 몰렸지만 가노를 유격수 직선타로 병살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다저스 불펜은 류현진이 물러난 뒤 3이닝을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다저스 타선은 9회말 저스틴 터너와 대타 야스마니 그란달 연속 적시타로 한 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다저스는 3연패에 빠졌고, 콜로라도는 3연승을 달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차고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26조원 대박 축배 들다

    차고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26조원 대박 축배 들다

     시작은 ‘엄마 집’에 딸린 작은 차고(Garage)였다. 스코틀랜드 맥주회사 ‘브루독’(Brewdog)의 공동창업자 제임스 와트(35)는 23살 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자퇴하고 죽마고우인 마틴 디키와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 스코틀랜드 남동 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 출신인 와트는 13세 때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수영 대회에 출전하면서 친구와 몰래 맥주를 숨겨 가져갔을 정도로 일찍이 맥주 맛에 눈뜬 타고난 ‘맥주광’이다.  와트는 ‘고루하고 진부한 영국 맥주’가 늘 불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영국 맥주는 전통 맥주인 ‘캐스크 에일’(Cask ale)과 헤이네컨류의 ‘라거’(Lager) 맥주 일색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에 목말랐던 와트는 에든버러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로 어선에서 고기를 잡는 일을 하면서 디키와 틈틈이 맥주를 만들어 마시곤 했다. 에든버러의 헤리엇와트 대학에서 양조·증류학을 공부한 디키 덕분에 둘은 수준급 홈브루잉(Homebrewing)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 와트와 디키는 와트 어머니의 집 창고에서 맥주를 만들어 주말에 열리는 장에 내다 팔았다. 일반 맥주와 달리 주로 홉에서 내뿜는 과일향과 쓴맛이 두드러지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를 표방한 맥주로 상품을 차별화했다.  이듬해 와트와 디키는 은행에서 3만 파운드(약 4200만원)를 대출받아 프레이저버그의 한 건물을 임대해 양조장을 차렸다. 브루독이라는 브랜드도 론칭했다. 양조장 직원이라곤 와트와 디키, 그리고 와트가 키우는 골든 래브라도 개 한 마리가 전부인 ‘초미니 회사’였다.  이들이 만든 ‘펑크IPA’라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는 에일 맥주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영국 사람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특히 2008년 대형마트인 테스코에 맥주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브루독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5만 6000여명에게 투자를 받아 양조장과 펍을 확장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창업 첫해 14만 파운드(약 1억 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브루독은 지난해 세계 55개국에 맥주를 수출하면서 직원 약 650명에 718만 파운드(약 9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초기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던 1300여명의 투자자는 2800%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됐다고 CNN머니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사모펀드 회사인 TSG 컨슈머파트너스는 2억 6500만 달러(약 2980억원)를 투자해 브루독의 주식 23%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현재 브루독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3770억원)로 평가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차고에서 시작한 소규모 맥주 회사가 불과 10년 만에 시장 가치 10억 파운드에 달하는 놀라운 회사가 됐다”면서 지난 9일 브루독의 성공스토리를 전했다.●제2의 IT 신화 연상케 하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란 지역에서 소규모로 양조해 다양한 레시피를 구현하는 맥주를 뜻한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정부가 자가양조를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1980년대부터 미국 각 지역의 마을에서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겨난 것이 기원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비슷한 맛의 라거 맥주만 생산하는 대기업 맥주와 달리 여러 가지 홉과 맥아, 부재료를 조합해 기존에 없는 맥주 스타일을 창안하고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맥주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맥주 신화’를 쓴 주인공도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적은 돈으로 집 앞 차고나 허름한 건물에서 양조장을 시작해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됐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처럼 집에 딸린 차고에서 컴퓨터 몇 대로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전의 ‘IT 신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선 스코틀랜드의 브루독 성공스토리가 특별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5년 11월 미국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밸라스트포인트(Ballastpoint)를 10억 달러(약 1조 1420억원)에 인수했다. 창업자 잭 화이트도 대학시절 맥주 만들기에 매료돼 1992년 홈브루잉 장비를 파는 작은 가게로 맥주 비즈니스를 시작, 4년 뒤 양조장을 열었다.  이후 크래프트 맥주 열풍에 맞물려 밸라스트포인트는 한 해에 1억 1500만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맥주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 화이트는 5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챙겨 샌디에이고, 하와이 등에 대저택을 구입해 초호화 요트에서 낚시하며 화려한 ‘백만장자의 삶’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크래프트 맥주 회사 ‘시에라네바다’의 창업자 켄 그로스맨(62)도 수년 연속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오르고 있다.●소비자들 취향 저격…식을 줄 모르는 인기  ‘소규모’가 특징인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년째 식을 줄 모르는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행이라기보다는 대기업 라거 맥주가 지배했던 기존 해당 산업의 판도가 뒤바뀐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크래프트 맥주가 채워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크래프트맥주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236억 달러(약 26조 8000억원)로 전체 맥주 시장(1076억 달러·약 122조원)의 약 12.6%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15년까지 5년간 평균 20%라는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성장률은 10% 이하로 주춤했지만 이는 그동안의 매서운 성장세가 안정기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20년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전체의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BC는 보도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양조장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전역의 양조장 수는 5000개가 넘는다.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12시간마다 한 개씩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국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열풍으로 1700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성행하고 있다.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영미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베이징, 상하이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글로벌 열기가 계속되자 기존의 대규모 맥주 회사는 공격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맥주회사 헤이네컨은 2015년 9월 캘리포니아 크래프트 맥주양조장인 라구니타스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 8억 달러(약 9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맥주 업체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는 2011년 시카고의 크래프트 맥주회사인 구스아일랜드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무려 9개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 지분을 샀다.  현재 미국에선 크래프트 맥주 상위 50개 회사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일부 지분을 판 상태다. 장인 정신과 지역성, 독립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크래프트 맥주업계에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크래프트 맥주 고유의 본질을 잃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현재 가장 ‘돈이 되는’ 산업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2014년 4월 주류법 개정안이 시행돼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크래프트 맥주 업체 수는 현재 약 80여개에 달한다. ‘더 부스’처럼 자본금 1억원, 직원 2명으로 시작해 창업 4년 만에 직원 90여명에 연매출 약 80억원을 달성하는 크래프트 맥주 업체도 나왔다.  아직 시장 규모는 전체 맥주 시장 5조원에서 약 1%에 해당하는 500억원에 불과하지만 수년 내 점유율 5~6%까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한국의 ‘브루독’을 꿈꾼다. ‘더 부스’ 양성후 대표  “사람 사이에서 가장 강한 형태의 신뢰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믿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잖아요. 그런데 더부스 크라우트 펀딩에선 불과 24분 만에 10억이 채워졌어요. 한국에서도 크래프트맥주가 그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거죠”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의 더부스 캠퍼스(사무실)에서 만난 양성후(30) 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터뷰 전후로도 모두 미팅이 잡혀 있었고, 일정을 마친 이후엔 당장 더부스 맥주공장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유레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더부스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투자회사에 다니던 양 대표가 ‘맥주가 너무 좋아’ 2013년 당시 여자친구였던 부인 김희윤(30) 대표와 공동 창업한 크래프트맥주 회사다. 김희윤 대표도 한의사로 일하다 더부스를 창업한 뒤 최고경영자(CEO)로 ‘전직’했다.  둘은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과 함께 자본금 1억 1000만원으로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근처에 펍 ‘더부스’를 차렸다. 피자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컨셉의 이 펍은 오픈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이후 더부스는 맥주 수입사, 양조장, 미국 진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창업 4년 만에 직원 90명, 매출 80억 이상을 달성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더부스가 덴마크 맥주회사 미켈러와 만든 ‘대동강 페일에일’은 현재 전국 1000여 곳의 마트와 펍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크래프트맥주가 됐다. 더부스가 지난 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치한 크라우드펀딩은 24분 만에 목표 금액 10억을 달성해 큰 관심을 모았다.  “운이 좋았던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크래프트 맥주 성장기에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맥주 회사가 아닌, 정말 맛있는 맥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수출도 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장도 관두고 여기에 올인했죠.”  지난해 스타트업 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기관투자 30억을 받은 더부스는 투자금을 모두 미국 양조장에 쏟아 부었다. 현재 더부스는 주력 맥주 국민IPA의 드래프트(생)맥주를 판교 양조장에서 만들고, 미국 유레카 공장에선 병맥주로 만들어 한국에 역수입해 팔고 있다. 한국 맥주 회사가 미국에 양조장을 연 것은 더부스가 처음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각종 규제 때문에 미국 진출을 타진했는데, 지금은 크래프트 맥주가 탄생한 미국에서 맥주를 만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홉, 몰트(맥아), 효모 등 신선한 맥주 원료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맥주를 만든다는 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점이거든요. 재료의 신선함은 당연히 맥주 맛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죠”  이 정도 사업 규모면 돈을 벌만큼 벌지 않았냐고 묻자 양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되는 기업들을 보면, 초기에 수익보다 품질에 더 투자하더라고요. 저희도 지금은 돈 보다는 맥주 품질에 더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콜드체인’(냉장배송)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콜드체인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더부스 맥주는 맛있고, 관리도 잘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더부스의 최종목표는 미국,유럽의 크래프트맥주 회사처럼 더부스의 맥주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양 대표는 “최근 동남아 국가들을 다녀왔는데, 크래프트맥주가 여기서도 유행이더라. 동남아 시장이 한국 크래프트맥주계엔 큰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며 “언젠가는 동남아 진출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브루독 같은 회사요? 당연히 닮고 싶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장기적으론 브루독을 뛰어 넘어 세계 곳곳에서 더부스 맥주를 마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겁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커피전문점도 ‘부익부 빈익빈’

    커피전문점도 ‘부익부 빈익빈’

    5조원을 넘어선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 전문점이나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브랜드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차별화에 실패한 토종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은 3월 말 기준 9만 80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세계그룹 계열인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올랐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해 2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디저트 카페’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에, 해외 진출 등에 CJ푸드빌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점 등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2009년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매일유업의 폴바셋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53억원으로 전년(484억원)보다 34.9%가 늘었다. 영업이익도 2015년 적자(-1억 3000만원)에서 지난해엔 흑자(3억 1000만원)로 돌아섰다. 가성비를 앞세운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곳도 있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전국 매장 수 20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35억원으로 전년(1355억원) 대비 13.2%가 늘었다. 시내 중심지 한 블록 들어간 곳에 매장이 있지만 매장 면적을 줄이면서 커피 가격을 내린 정책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연구·개발(R&D)센터인 ‘이디야커피랩’을 문열 고 신메뉴 개발에 주력한 것도 효과를 봤다. 이 과정을 거쳐 지난해 선보인 3000원대 후반의 저렴한 질소커피 ‘리얼 니트로’는 출시 20일 만에 무려 20만잔이나 팔렸다. 반면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들중 ‘수난’을 겪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카페베네는 과도한 사업 확장과 해외 투자 실패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0년 진출한 미국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지난해엔 13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중국에서도 합작 투자를 했으나 수십억원의 손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빵집 마인츠돔 등 국내 신규브랜드 사업도 쓴맛을 봤다. 탐앤탐스도 영업이익이 2014년 65억에서 2015년 43억원으로 하락하는 등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엔 강원 춘천 커피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 반 만에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몸 불리기’에 집중하다 가맹점·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포화된 시장에서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제조된 지 100년 된 맥주 3병 발견…무슨 맛일까?

    제조된 지 100년 된 맥주 3병 발견…무슨 맛일까?

    제조된 지 적어도 100년은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맥주 3병이 체코의 한 오래된 양조장에서 발견됐다. 이 맥주 3병은 오래된 양조장을 재건축하기 위해 창고를 정리하던 중, 양조장 내 지하 저장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관계자가 발견하면서 100여년 만에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저장고 내부가 어둡고 먼지도 많은 상태였지만, 맥주 3병 모두 진한 색의 병에 담겨져 밀봉돼 있었던 까닭에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이 맥주 3병을 분석한 양조 및 맥아 제조 연구센터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3병 모두 거품이 많고 연한 색을 띠는 라거 타입의 맥주이며, 화학성분 분석 결과 적어도 1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센터의 한 전문가는 “100년 된 맥주의 정확한 맛과 향을 분석하기 위해 병뚜껑을 열자마자 곧바로 시음‧시향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식품, 의약품검사에 사용되는 고속액체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이용해 구성성분 등을 분석한 결과, 현대에 시판되는 맥주들에 비해 쓴맛은 적고 알코올 함량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분과 아연, 망간 등의 함유량도 현대의 맥주에 비해 더 높았다. 맥주 3병을 각각 A, B, C로 구분했을 때, A맥주의 경우 색이 밝고 다소 뿌옇게 흐린 액체 형태였으며, 그 맛은 식품으로 섭취하기는 비교적 어려운 배설물의 냄새가 났다. B맥주는 벨기에산 에일맥주인 ‘램빅 비어’와 매우 유사했다. 색깔이 짙고 신 맛이 있었으며, 포도향이 풍부했다. 마지막 C맥주는 이스트와 박테리아의 DNA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밝은 갈색빛이 돌았다. 또 이산화탄소 거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남아있는 거품은 없었지만, 쓴맛은 적고 단맛이 있는 전형적인 맥주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C맥주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C맥주의 코르크 마개 훼손 정도가 가장 낮았고 저장고 내에서도 가장 적정한 온도에서 보존됐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맥주들의 발견을 통해 선조들 역시 지금과 비슷한 방법으로 맥주를 제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진구 “인간답지 않은 일 인간답게 하는 역 표현…영화표 값 아깝지 않은 배우 되고 싶어요”

    진구 “인간답지 않은 일 인간답게 하는 역 표현…영화표 값 아깝지 않은 배우 되고 싶어요”

    “원톱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직 100% 자신감이 없어 좀 민망할 것 같아요. 3~4년 정도 내공이 쌓이면 어른 냄새 나는, 표값이 아깝지 않은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라면 저 혼자 나오는 포스터도 찍어 보고 싶습니다.”●누군가의 이야기 연기해 관객 웃길 자신 없어 배우 진구(37)가 29일 개봉하는 범죄 오락물 ‘원라인’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연평해전’ 이후 2년 만이다. 그사이 안방극장에서 ‘태양의 후예’의 서대영 상사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고, 후속 드라마 ‘불야성’으로는 쓴맛을 보기도 했던 그다.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원라인’에서는 일명 작업 대출 사기의 베테랑 장 과장을 연기한다. 사기에 재능이 있는 대학생 민재(임시완)를 발굴해 업계의 샛별로 키우는 역할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울리는 저열한 사기는 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캐릭터다. “양경모 감독님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저를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함께하면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연기가 나오겠다 싶었죠. 감독님만 믿고 작품을 선택한 것은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 조근현 감독님의 ‘26년’을 포함해 세 번째예요. 감독님 말씀을 좇아 평소 쓰는 말투와 동작들을 장 과장에 그대로 녹였는데 인간답지 않은 일을 인간답게 하는 재주가 있는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그간 묵직한 작품과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면 최근 밝은 터치의 작품도 조금씩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원라인’도 무척 경쾌한 느낌인데, 진구는 코미디 연기는 아직 버겁다고 털어놨다. “데뷔 초 코미디 연기를 한 작품의 결과가 좋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는 남들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있는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연기해 관객들을 웃길 자신이 없어요.” 임시완과 처음 호흡을 맞춘 그는 피규어, 만화책,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등 둘 다 소년 취향이라 이야기가 잘 통했다며 웃었다. “시완이를 보면 제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무모할 정도로 대본을 연구하며 자신을 혹사해요. 즐기면서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낮은 계단으로 천천히 주변 구경하며 오를 것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신인 시절 2년 정도 조바심을 내며 오디션만 70~80번 봤어요. 모두 떨어졌죠. 자포자기 심정으로 도전했다가 붙은 게 ‘비열한 거리’였어요. 밤새도록 캐릭터를 연구해 가면 늘 혼났어요. 비우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됐죠. 연기하며 감독님에게 욕먹은 작품은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사실 지금도 100% 즐기지는 못해요. 그래도 ‘마더’ 때부터는 어느 정도 비우게 됐던 것 같아요. 감독님을 밑고 모든 것을 맡겼더니 숙제를 해가지 않았는데도 성적은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랄까요.”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 아역으로 덜컥 데뷔한 뒤 벌써 연기 생활 15년째.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 반열에 올랐지만 화면의 정중앙보다는 주인공 옆에 서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급할 게 없다고 했다. “데뷔 시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좋은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은 확실해요. 천천히 낮은 계단으로 올라왔는데 이 정도까지 왔죠. 앞으로도 천천히 천천히 주변 구경을 하며 올라가려고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춘곤증 날리는 비타민C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타민을 찾는 이도 많다. 특히 면역력 회복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C가 인기다. 비타민C는 혈관과 조직세포 재생을 돕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먹는 비타민C 제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많다. 가공 전 비타민C 원료는 강한 향 때문에 신맛을 넘어 쓴맛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제품을 제조할 때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설탕이나 과일향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다. 특히 씹어 먹는 형태의 어린이용 비타민C는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 당분의 함량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C 제품의 당분은 치아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입안에서 당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충치를 유발하기도 한다. 진세식 유디치과 강남역점 대표원장은 “유치는 충치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린이가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충치가 치아 속에 생기면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기고 신경까지 상해 치아가 까맣게 변색되는데 불편한 증상이 없으면 충치가 생긴 것을 모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성 성분이 강한 비타민C는 체내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음료 형태로 섭취하기도 한다. 음료 형태의 비타민C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일반적인 비타민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맛이 좋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약 형태의 비타민C보다 상대적으로 입안에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고 치아에 닿는 면적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비타민 평균 산도는 PH 2.5~3 정도로 높아 습관적으로 마시면 치아의 에나멜층이 산과 반응해 녹기 시작한다. 진 원장은 비타민C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진 원장은 “치아의 에나멜층이 약하거나 입안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알약 형태의 비타민C를 삼키는 방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알약을 먹는 것이 힘든 사람은 음료 형태의 비타민C를 선택하되 빨대를 사용해 비타민C가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씹어 먹는 비타민을 먹고 난 뒤에는 가능하면 물로 입안을 헹궈야 한다. 하지만 곧바로 양치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진 원장은 지적했다. 진 원장은 “비타민C를 먹은 다음 20~30분을 기다린 뒤에 양치질을 해야 한다”며 “산성도가 높은 비타민C를 먹고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의 겉면을 구성하고 있는 법랑질이 쉽게 마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목마른 둘… 챔피언은 하나

    박기원(66)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과 최태웅(41) 감독의 현대캐피탈이 25일부터 5전3승제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대한항공은 2010~1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거푸 컵을 놓쳤다. V리그 초반 삼성화재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현대캐피탈은 2005~06시즌 이후 두 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게 마지막이다. 두 감독은 모두 우승이 간절하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의 우승은 내 배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이라고까지 했다. 이탈리아, 이란에서 한국 배구를 전파하고 돌아와 국가대표팀까지 맡은 ‘베테랑’ 감독이지만 정작 한국 클럽팀에선 우승을 즐기지 못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지만 OK저축은행에 1승3패로 쓴맛을 봤다. 지난 12차례 챔프전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아 ‘그림’을 예상하기 어렵다. 두 팀 모두 세터를 중심으로 정교한 배구를 펼친다. 전통적으로 높이가 출중한 센터진을 활용해 빠르고 한 뼘 높은 배구를 구사하고 속공과 퀵 오픈을 자주 동원하는 점도 비슷하다. 주변에서는 상대전적 4승2패, 공격성공률에서 53.92%로 현대캐피탈(50.94%)을 제친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의 우세를 점친다. 그러나 세트당 서브 득점에선 현대캐피탈이 1.43개로 대한항공(0.81개)을 앞섰다. 또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펼치며 두 경기 연속 3-0 승리를 거둬 상승세를 탔다. 대한항공은 ‘공격 투톱’ 밋차 가스파리니-김학민과 신영수, 정지석, 곽승석 등 레프트 자원에 기대한다. 김형우, 진상헌 등 4명의 센터진은 주전과 백업을 두루 소화할 정도로 두텁다. 현대캐피탈은 라이트 문성민과 레프트 박주형, 송준호의 화력을 내세운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GC인삼공사를 3-1(23-25 25-16 25-11 25-14)로 따돌리고 24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과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비주얼보다 ‘재미’로 승부수… 웹 애니 시대 마중물 되고파”

    “비주얼보다 ‘재미’로 승부수… 웹 애니 시대 마중물 되고파”

    “장편을 극장에 거는 건 20대부터 꾸었던 꿈이에요. 마흔에 꿈을 이루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혁군) “국산 극장판 애니가 고사한 상황이죠. 유아용을 제외하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요. 웹 애니로 가능성을 열었으면 합니다.”(데빌)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전설, 오인용(五人用)이 극장판 장편을 갖고 돌아왔다. 막장 개그 무협물 ‘만담강호’(22일 개봉)다. 만화책으로 치면 혁군(정지혁)이 글을 쓰고, 데빌(장석조)이 그렸다. 점룡혈객 일당, 소소할배, 화화공자 등 강호 고수들이 한 무림객잔에서 무공비급을 놓고 현란한 무예, 아니 ‘말빨’ 대결을 펼친다. “고수들이 휙휙 담장을 넘고 장풍을 날렸던 게 아니라 입으로 허세만 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에요.”(혁군) “10여년 전 1화를 만든 뒤 작업이 어려워 중단했어요. 지난해 24부작 웹 애니로 만들었다가 이번에 극장판으로 압축했죠.”(데빌) 엽기 코드로 물들었던 2000년대 초·중반 플래시라는 소프트웨어로 만든 짧은 애니들이 인터넷(웹)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엽기토끼 마시마로, 졸라맨, 홍스구락부, 달묘전설 등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오인용의 작품이 발군이었다. 신랄한 사회 풍자에 걸쭉한 입담과 육두문자를 버무린 ‘연예인 지옥’, ‘중년 탐정 김전일’ 등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오인용은 계원예술대 동기인 혁군, 데빌, 씨드락(장동혁), 씩맨(민상식) 등을 주축으로 한 창작 그룹. 백건(지정훈), 기몽(김홍석)까지 6인 시절이 최고 절정기였다. “같은 회사를 다니던 5명이 세계 4대 애니 페스티벌 입상을 목표로 뛰쳐나와 만든 팀이에요. 플래시 광고 등 일감을 따내려면 인지도를 높여야 했어요. 얼마 안되는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펼쳤죠.”(데빌) “공동 창작보다는 각자 기획, 제작하고 목소리 연기는 분담했어요. 열 평 남짓 지하에서 팬티만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일주일에 세 편씩 오인용 이름으로 업데이트했죠. 유튜브가 없어 직접 서버를 운용했는데 한창 때는 한 달 유지비만 1000만원에 육박할 정도였어요.”(혁군) 당시도 국산 극장판 애니 시장은 좁디 좁았다. 누적 조회 2억건이 넘을 정도로 팬덤을 형성한 오인용도 쓴맛을 봐야 했다. “장편에 도전한다니까 어디 가서 애니 한다고 말하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받았어요. 사기꾼 소리나 들을 거라는 거죠. 12억원만 투자하면 6명이 눈썹 밀고 1년간 산에 들어가 최고를 내놓겠다고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죠. 나중에 5억, 2억원으로 규모를 점점 줄이다가 없던 일이 됐어요.”(혁군) 장편 프로젝트가 어그러지고, 또 멤버들이 각자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오인용은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2009년 씩맨은 직장인이 됐고, 데빌은 독립했다. 2011년에는 씨드락마저 씩맨을 따라가며 혁군이 홀로 오인용의 명맥을 유지해야 했다. 2012년 데빌이 다시 합류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지만 이듬해 씨드락이 암투병 끝에 세상을 뜨는 아픔을 겪었다. “독립했을 때 병무청 홍보 영상을 외주 제작하고 만화책도 내는 등 벌이가 더 좋았어요. 하하하. 어느 날 ‘오인용, 망한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욱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다시 돌아왔죠.”(데빌)화려하기 그지없는 디즈니, 일본 애니에 견주면 이들의 작품은 빈약해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쳐났다. “비주얼은 돈을 들이면 해결돼요. 하지만 재미는 돈과 비례하지 않죠. 작품 퀄리티는 비주얼이 아니라 재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데빌) “플래시 애니를 저급하다고 보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플래시로도 화려하게 만들 수 있어요. 상황이 허락하지 않을 뿐이죠. 작품에 액션보다 입담이 많은 것도 그런 고충이 있어서에요.”(혁군) 이들은 웹 애니에 천착해 온 자신들은 정파가 아닌 사파라며 웃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성공해 좋은 후배들이 영화나 TV, 게임, 웹툰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웹 애니로 오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은 웹 애니가 일찍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즐기려면 데이터 비용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죠. 지금까지 15년 해 왔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해서 웹 애니 시대의 마중물이 되고 싶어요.”(혁군) “내심 만 명 정도가 목표인데 몇 백명만 보더라도 괜찮아요.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이번 ‘만담강호’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은데 오리지널 극장판 기획도 걸어 봐야죠.”(데빌)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박삼구 ‘금호그룹 완전체의 꿈’ 무너지나

    박삼구 ‘금호그룹 완전체의 꿈’ 무너지나

    “승자의 저주 피하자” 배수의 진 채권단은 “불가하다” 못 박아 양측 입장 고수 땐 中 업체 품에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 방법을 놓고 박 회장과 채권단이 갈등하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은 13일 설명회를 갖고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를 허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채권단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재계에선 결국 금호타이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로만 인수자금을 100% 마련하기에는 큰 부담이 있다”면서 “컨소시엄을 통해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는 방안을 열어 주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요구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FI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결국 빚이기 때문에 투자금 상환과 이익금 지급 등이 부담이 된다. 이미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FI 자금을 끌어들였다가 쓴맛을 본 박 회장 입장에선 일종의 지분 투자를 받는 컨소시엄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황은 쉽지 않다. 채권단은 우선매수청구권 약정서에 적힌 대로 박 회장 개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인정하지만, 제3의 기업이나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 조달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채권단 구성원들이 협의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에 금호타이어 같은 알짜기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채권단에 부담스러울 수 있어 재논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미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의 성격을 명확하게 한 뒤 절차가 진행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논의가 어렵다”면서 “또 박 회장의 요구대로 하면 더블스타 쪽에서 매각 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손해배상 등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인수 방식을 놓고 박 회장과 채권단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금호타이어는 결국 더블스타에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컨소시엄 형태가 아니면 인수전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강수를 뒀지만, 채권단도 굳이 조건을 변경할 명분이 없다”면서 “현재 상태로는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볼만 내줬다, 속만 터졌다

    볼만 내줬다, 속만 터졌다

    투수 9명이 볼넷 9개 던져 자멸 김태균·이대호 방망이도 침묵대한민국이 이스라엘에 충격패를 당하며 2라운드 진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국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피 말리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졌다. WBC 개막전에서 쓴맛을 본 한국은 2라운드(일본 도쿄)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한국은 7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선발 등판한 장원준(두산)은 4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2안타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1라운드 제한 투구 수 65개를 꽉 채웠다. 하지만 2회 볼넷 3개를 헌납하며 1실점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9명의 투수가 나서 무려 9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숙제를 남겼다. 이스라엘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도 3이닝(투구 수 45개)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빅리그에서 124승을 챙긴 마르키스의 예리한 변화구에 한국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김인식 감독은 평가전에서 부진한 최형우(KIA) 대신 민병헌(두산)을 6번 좌익수로, 부상에 시달리는 박석민(NC) 대신 허경민(두산)을 8번 3루수로 선발 투입해 변화를 줬다.그러나 한국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11명이 포진한 이스라엘에 고전했다. 매 이닝 출루하고도 집중력 부재에 시달렸고 기선도 빼앗겼다. 이스라엘은 0-0이던 2회 잭 보렌스타인의 2루타와 2볼넷으로 잡은 1사 만루에서 타일러 크리거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선취점을 뽑았다. 장원준이 볼넷 3개를 남발했지만 다행히 1실점에 그쳤다.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5회 반격했다. 허경민과 김재호(두산)가 상대 두 번째 투수 잭 손튼으로부터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얻어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용규(한화)가 세 번째 투수 블라이시에게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서건창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1-1 동점을 일궜다. 하지만 기대했던 김태균(한화)과 이대호(롯데)가 삼진과 파울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나 역전에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1-1이던 8회 1사 1루에서 대타 아이크 데이비스의 2루타로 2, 3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 위기감을 느낀 한국은 특급 마무리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올렸고 오승환은 ‘돌직구’로 삼진을 낚아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승환은 9회에도 무실점으로 막아 1과 3분의1이닝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10회 2사 1, 2루에서 임창용(KIA)이 스콧 배챔에게 내야 안타를 내줘 1-2로 무너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노래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노래

    노래(Song) -크리스티나 로세티(1830~1894)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내 머리맡에 장미꽃도 심지 마시고, 그늘진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세요: 내 위에 푸른 잔디가 비와 이슬방울에 젖게 해주세요: 그리고 생각이 나시면, 기억하시고, 잊고 싶으면, 잊어 주세요. 나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비가 내리는 것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고통스러운 듯 노래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도 듣지 못할 거예요: 해가 뜨거나 저물지도 않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나는 기억하겠지요,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지요 When I am dead,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I shall not see the shadows, I shall not feel the rain;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Sing on as if in pain: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hat doth not rise nor set,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 이런 시에는 해설을 쓰고 싶지 않다. 그냥 스치듯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슬픈 노래 같은 시. 제목도 간단히 ‘노래’(Song)이다. 내 인생의 노래를 부른다는 심정으로 지은 시일 게다. 시를 다 지어놓고 죽 읽어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각운과 박자를 맞추느라 감상에 빠질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자신의 묘비명 같은 노래를 썼을 때, 로세티의 나이는 서른두 살. 인생의 단맛 쓴맛을 맛보았겠지만 아직 파릇파릇, 상처도 싱싱할 때다. 푸른 잔디가 우거지고 이슬에 젖은 그녀의 ‘노래’는 슬프면서도 달콤하다. 장미의 붉은빛, 사이프러스의 침침함, 푸른 잔디…붉고 푸른 색채의 대비도 눈부시다. 장미는 사랑, 사이프러스 나무는 상중(喪中)임을 상징하는 목재로 장례식에 사용됐다. 장미도 사이프러스도 필요 없다고 선언하며 시인은 그녀의 연인이 사랑과 죽음에 얽매이지 말고 그의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데, 잊고 싶으면 잊으세요라는 말투가 사뭇 간절하다. 나이팅게일은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새로 기쁨, 음악, 불멸과 관련된 상징이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기쁨이 아니라 고통과 연관시키며, 로세티는 자연이 순수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세계라는 기존의 통념을 부정한다. *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내가 죽거든 When I am dead”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연상됐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1 내가 죽거든 싸늘하고 음산한 종소리(弔鐘)를 듣고 종소리보다 오래 애도하지 마세요 가장 역겨운 구더기와 살려고 내가 이 역겨운 세상을 떠났다고, 세상에 경고하세요. 이 시구를 읽어도 시를 쓴 손을 기억하지 마세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그대의 향기로운 머리에서 잊혀지길 바라니까요. (후략) 기억과 망각의 또렷한 대비에서 셰익스피어의 영향이 감지된다. 기억과 망각, 생과 사의 차이를 즐기는 듯한 태도, 그 넘치는 자의식이야말로 현대성의 증거이며 수백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시가 살아남은 이유이다. *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1830년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 혈통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도 시인이었고, 오빠는 저 유명한 라파엘전파의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이다. 문학과 예술에 둘러싸여 자란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열두살 되던 해부터 시를 지었고, 스무살인 1850년 그녀의 오빠와 친구들이 만든 라파엘전파의 잡지에 7편의 시가 실렸다. 신비스럽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그녀의 시 세계는 같은 해에 태어난 미국의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종종 비교되는데, 초자연적인 주제를 선호하는 경향은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은 상이하다. 디킨슨이 자신의 방에 갇혀 당대 어느 시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시를 썼다면, 로세티는 그녀에게 익숙한 영국의 시적 전통 안에서 세련된 기술을 구사한 시인이었다. 디킨슨처럼 로세티도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로세티가 열네 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병을 앓아 킹스 칼리지 교수직을 잃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어머니는 밖에 나가 교사로 일했다. 그녀의 언니도 입주 가정교사가 되어 집을 나가고 낮에 홀로 남겨진 로세티는 고독을 견디지 못해 신경쇠약에 걸려 학교를 그만두었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로세티 집안의 여자들-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로세티는 영국 성공회에 심취했고, 이후 그녀의 인생에서 종교적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오빠의 친구인 젊은 화가와 약혼했던 로세티는 약혼자가 가톨릭으로 개종하자 파혼을 선언했다. 혼자 살던 로세티의 생계는 오빠 윌리엄이 챙겨주었다. 오십대에 이르러 가정교사를 꿈꾸던 로세티는 갑상선 질환에 걸려 가정교사의 꿈을 접고 집안에 틀어박혀 종교적인 시와 산문을 집필했다. 암을 앓던 로세티는 64세에 런던에서 사망했다. 서른살에 ‘내가 죽거든’으로 시작하는 시를 쓴 시인치고는 오래 살았다.
  • 드디어 베일 벗은 LG G6…눈에 띄는 18대 9 대화면

    드디어 베일 벗은 LG G6…눈에 띄는 18대 9 대화면

    LG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G6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 호르디 클럽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LG G6’ 실물을 공개했다. G6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미디어·정보통신(IT) 관계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완성도와 세련미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G6는 디스플레이를 키우면서도 가로 폭을 줄여 그립감을 개선했다. 기존 LG폰과 다르게 방수·방진 기능과 일체형 배터리, 메탈(금속) 테두리를 도입했다. 인공지능(AI) 가상비서도 탑재했다. 특히 LG는 스마트폰 화면이 더 커지고, 본체가 더 작아지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 몰입도 높은 대화면 ‘풀비전’(Full Vision)을 내놓았다.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전에 없던 18대 9 비율의 모바일용 패널을 개발해 풀비전이라 명명했다. 시중 10대 9 비율 스마트폰 화면에서 비율을 세로로 10% 이상 늘린 셈이다. 풀비전 면적은 5.7인치로,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수준이다. 화면이 세로로 길어지면서 한 손으로 잡기는 더 편해졌다. 화면 사방의 베젤을 크게 줄인 덕분이다. G6의 가로, 세로, 두께는 각각 71.9㎜, 148.9㎜, 7.9㎜로 손이 작은 이용자도 엄지손가락만으로 아이콘을 누르기 어색하지 않다. LG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안드리스 프레이벌스(Andris Freivalds) 연구팀에 의뢰해 G6 그립감을 검증했는데, 안정감, 편의성, 손 근육 피로도 등 모든 부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남다른 혁신으로 승부한 G5 흥행에서 쓴맛을 본 LG전자가 혁신보다 안정을, 고집보다 융통성을 선택한 G6로 구사일생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⑨ 홈브루잉, 크래프트맥주를 이끌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⑨ 홈브루잉, 크래프트맥주를 이끌다.

    “한국 홈브루잉이요? 이 정도면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의 크래프트맥주 브루펍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열린 ‘제 1회 어메이징홈브루잉대회’에서 만난 심사위원 빈센트 창(41·대만)은 심사를 마친 뒤 “서울의 홈브루잉(Homebrewing·맥주자가양조)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빈센트씨는 “홈브루잉 대회 심사를 여러번 해봤지만 이번 대회처럼 기본이 탄탄한 맥주들이 많이 출품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주말동안 서울 여행을 하고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벌써부터 한국의 크래프트맥주들을 맛볼 생각에 흥분된다”고 들떠했는데요. 빈센트 뿐만 아니라 이날 심사에 참여한 30명의 맥주 전문가들도 “보통 홈브루잉 대회를 하면 수준 이하의 맥주들이 절반 가까이 나오는데, 이번 대회는 거의 모든 맥주가 제 스타일에 적합한 상태로 양조된 것 같다”며 한국의 홈브루잉 수준이 향상된 것 같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실제로 총상금 1000만원이 걸린 이번 대회는 출품작이 158개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홈브루잉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출품작이 150개가 넘어가는 대회를 이른바 ‘메이저’급 대회로 칩니다. 크래프트맥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지 3년 남짓 된 한국에서 높은 수준의 규모 있는 홈브루잉 대회가 열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크래프트맥주 저변이 넓어졌음을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인기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지요. 전체 출품작 가운데 30%가 사우어 맥주(28개)와 인디안페일에일(IPA·26개)이어서 역시 사우어맥주 와 IPA맥주가 크래프트맥주의 대세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도 심사 중간 중간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맥주들을 맛보았는데, 훌륭한 맥주가 많아 한 모금씩 마시다보니 금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군요.   ●홈브루잉과 크래프트맥주의 관계  맥주 관계자를 비롯한 ‘맥주덕후’들이 이번 대회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바로 홈브루잉이 크래프트맥주 발전의 필요충분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트맥주의 사전적인 정의는 ‘독립적인 자본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사회와 연계된 소규모 양조장이 생산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소규모, 지역성(로컬), 다양성’ 정도가 될 수 있는데, 이 크래프트맥주 주요 특성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홈브루잉’입니다.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춘 대기업 맥주는 가장 인기가 많은 단일 종류의 맥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세계적인 맥주회사들이 모두 라거(Lager) 생산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첨단 생산 장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맥주 스타일에 도전하거나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는 손해가 큽니다.  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는 ‘사우어(Sour),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등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맥주를 생산해 ‘다양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이 소규모양조장의 양조사들은 ‘홈브루잉’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를 맥주에 넣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여기서 검증된 맥주들을 상업용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스타우트 맥주를 버번위스키통 숙성시킨 버번배럴스타우트, IPA에 야생효모(브렛)을 넣은 아메리칸와일드에일 등의 새로운 맥주 스타일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죠.   현재 세계적인 크래프트맥주회사로 성장한 양조장 대표나 유명 양조사들 대부분이 홈브루어 출신이었다는 점도 홈브루잉과 크래프트맥주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입증합니다. ‘보스턴라거’로 유명한 맥주회사 ‘사무엘아담스’의 짐 코크(미국) 회장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맥주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 오늘날의 사무엘아담스로 키운 장본인인데요. 양조장을 세우기 전 그는 유명 컨설팅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홈브루잉을 즐겼던 평범한 ‘맥덕’이었습니다. 어느날 집안 창고에서 증조할아버지의 맥주 레시피를 발견한 뒤 “바로 이거다”싶어 과감히 회사를 때려쳤고, 그 레시피는 ‘보스턴라거’가 되어 전 세계의 맥주 팬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크래프트맥주계에서도 짐 코크 회장과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은 넘쳐납니다. 이날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히든트랙의 정인용 대표도 홈브루잉을 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브루펍(매장에서 맥주를 양조해 판매하는 펍)을 차린 경우인데요. 그는 웃으면서 “홈브루잉을 하다보면 실력이 늘어 맛좋은 맥주를 만드는데, 여기에 꽂히면 대부분 사직서를 내고 상업양조사가 되거나 브루펍을 차리더라. 근데 다들 후회하고 있다”라며 장난섞인 농담을 던지더군요.   ●점점 올라가는 홈브루잉의 인기, 레시피만 최대 100만개 크래프트맥주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에서도 홈브루잉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홈브루잉에 대한 관심은 특히 2014년 4월 주세법 개정안 시행으로 소규모양조장 맥주의 외부유통이 허가된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국내 최대 맥주만들기동호회인 다음 카페 ‘맥만동’의 운영자 이형(44·회사원)씨는 “2013년까지 약 2만명이었던 회원수가 이듬해 1만 명이나 늘었다”고 돌아봤습니다. 크래프트맥주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맥주 스타일을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레 홈브루잉 인구도 늘어난 것입니다.  홈브루잉의 매력은 당연히 다양성에 있습니다. 이씨는 “홈브루잉으로 맥주를 만들면 100만 개 이상의 레시피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상에 없는 나만의 맥주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맥주의 쓴맛과 아로마를 좌우하는 홉(Hop) 종류는 150개가 조금 넘는데, 계속 교량을 하고 있어서 최대 수백가지 홉이 맥주에 쓰일 수 있다고 합니다. 홉은 나라별, 대륙별, 지역별로 각각 다른 특성을 띄고 있어 어떤 홉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맥주는 천차만별의 향과 맛을 냅니다. 맥주용 보리(몰트)와 발효를 담당하는 효모의 종류도 100여개에 달합니다. 여기에 과일과 각자 넣고 싶은 부재료를 조합하면 이씨 말대로 셀 수 없이 다양한 맥주가 탄생되는 것이죠.   홈브루잉을 하게 되면 맥주에 대한 전문성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결과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맥주 테이스팅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크래프트맥주 펍에서 상업맥주를 맛보면서 해당 맥주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죠. 양조자에 대한 존경심도 절로 우러나올테고요. 맥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홈브루잉만큼 좋은 학습이 없는 셈입니다.  집에서 맥주를 만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맥주전용 공방까지 생겨나 각종 장비 등을 구비하지 않아도 누구나 홈브루잉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씨는 “2013년 전까지 맥주 공방은 서울·경기권 통틀어 2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최근 2~3년간 4~5배는 증가했다”며 “예전에는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공방에서 맥주를 만드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습니다. 맥주공방 비어랩 구충섭 대표는 “11~2월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항상 예약이 꽉 찬다”며 “공방 손님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홈브루잉, 초보라면 페일에일에 도전하세요  홈브루잉에 도전하고 싶으시다고요? 처음부터 홈브루잉으로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홈브루잉을 200번 넘게 했다는 서형탁(32·한의사)씨는 “물을 먼저 데우고 곡물을 넣어야 되는데 곡물을 먼저 넣어서 아까운 곡물을 모두 버리는 참사가 일어났었다”고 자신의 첫 홈브루잉을 회상했습니다. 서씨는 “두번째 홈브루잉도 장비 소독을 제대로 안해 맥주가 오염돼 만든 맥주를 모두 버렸다”며 “세번째 홈브루잉에서야 비로소 ‘맥주’와 비슷한 액체가 나왔다”고 웃었습니다. 서씨의 세번째 홈브루잉은 커피를 넣은 스타우트였는데요. 커피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맥주를 맛본 주변인들이 “커피가 너무 도드라져 균형이 무너졌다”며 혹평을 했지만 정작 서씨는 커피가 강한 맥주를 의도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홈브루잉을 한 뒤 맥주를 완전히 버리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서씨는 “홈브루잉은 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다 나와 있고, 3~5시간 정도면 양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계속 하다보면 새로운 레시피, 나만의 레시피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새로운 맥주에 도전을 하다 결과물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며 “지금까지 만든 맥주의 절반 정도는 다 마시지도 못하고 버린 것 같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맥주는 20~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홈브루잉을 하는 이유는 “양조 작업 자체도 재미있지만, 맥주가 나온 이후에도 맥주 한 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좋기 때문”입니다. 서씨는 “홈브루잉의 마지막 단계는 맥주 병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완성된 맥주에 대해 토론하고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좋은 맥주는 여지없이 사람을 모이게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만든 맥주를 주변(지역) 사람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크래프트 맥주 정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홈브루잉 초보라면 페일에일(Pale ale)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씨는 “물론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는 게 홈브루잉 세계에도 있어 첫 맥주가 가끔 맛있을 수도 있지만 망칠 확률이 크다”며 “페일 에일 스타일은 비교적 레시피가 단순하고, 가장 비싼 재료인 홉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망쳐도 상처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웃으며 조언했습니다.  ●“홈브루잉을 즐긴다면 BJCP에도 도전해보세요” 대한민국 1호 BJCP(홈브루잉 공인 심사위원) 이상원씨  “홈브루잉 경험이 BJCP가 되는데 엄청난 자산이 됐어요.”  지난 4일 어메이징홈브루잉 대회에서 만난 대한민국 최초의 BJCP 이상원(43)씨는 BJCP가 될 수 있었던 비결 ‘0순위’로 다년 간의 홈브루잉 경험을 꼽았습니다. BJCP는 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맥주 심사·평가 자격 프로그램)의 준말로, 1985년 미국에서 홈브루워들이 홈브루잉 맥주를 평가하기 위해 만든 가이드를 뜻합니다.   이 BJCP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면 홈브루잉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출품작을 평가하고, 출품된 맥주를 맛본 뒤 평가서를 작성해 대회에 참가한 홈브루어에게 맥주에 대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현재 전 세계 이 자격을 갖춘 사람은 1만 128명이고, 6060명이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맥주가 워낙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보니 BJCP는 최근 아시아까지 확산됐는데요. 아시아에서는 홍콩, 대만, 중국 등을 중심으로 50명의 BJCP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평범한 회사원이자 ‘맥덕’인 이씨는 지난해 9월 베이징까지 날아가 자격 시험을 치르면서 한국 최초의 홈브루잉 공인 심사위원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홈브루잉을 해온 이씨도 초반 10배치(10번) 넘게 홈브루잉을 망친 화려한 전력을 자랑합니다. 마트에서 ‘세계맥주 골라먹기’가 취미였던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에 탐닉하면서 이듬해 야심차게 홈브루잉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계속됐고 어느 순간 “대체 나는 왜 이모양일까”이라는 환멸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맥주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이씨는 “11번째 배치부터 레포트 쓰듯 목표와 재료를 일일이 기록하면서 나만의 맥주를 만들려고 노력했더니 비로소 홈브루잉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며 “홈브루잉을 하면서 공부한 것이 결국 맥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데 굉장한 자산이 됐다”고 말합니다. 이후 그는 국내 홈브루잉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각종 홈브루잉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면서 평가 경험을 쌓았습니다.   “나름 맥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도 받고, 저도 ‘맥덕’으로서 즐겁게 홈브루잉 맥주들을 평가 했는데, 어느 순간 한계가 오더라고요. 좀 더 체계적으로 공신력을 갖고 심사를 하고 싶어 BJCP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씨는 2년 전부터 BJCP 시험을 준비했지만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순탄치 않았습니다. BJCP 자격 시험은 1차 온라인 필기시험, 2차 심사/테이스팅으로 구성돼 있는데, 2차 테스트가 한국에서 열리지 않아 자격증을 따려면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해외로 나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쪽에 세번이나 시험을 신청했지만 매번 사정이 생겨 먼 길을 떠나지 못했던 이씨는 최근 중국에서 BJCP 테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2차 테스트에서 통과해 드디어 BJCP가 되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BJCP이자 홈브루잉 맥주 전문가로서 “기쁘다”는 소감을 할 줄 알았는데 그는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크래프트맥주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중국에서 이미 시험도 볼 수 있고, BJCP 가이드라인도 중국어로 번역돼 있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해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BJCP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이에요.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합격, 불합격 시키는게 아니라 함께 발전하고 공부하자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도 BJCP에 도전한다면 한국 크래프트맥주가 더욱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이후 이씨는 한국에서도 BJCP 테스트가 곧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필명) 대표와 함께 BJCP ‘교재’라고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첫 BJCP 시험은 11일에 홈브루잉 대회가 열렸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열립니다.  이씨는 “한국인들이 취미에 대해 선을 많이 긋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BJCP들도 따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어 자격증? 내가 전문가될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가 번역 작업을 하는 이유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맥주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단지 상업맥주만 마셨다면 제가 이렇게 맥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홈브루잉을 하고 있다면, 맥주를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BJCP에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꿈꾸는 ‘덕후’들이 많아져야 한국 크래프트맥주도 발전할 수 있어요”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정규리그 MVP의 슈퍼볼 징크스, 맷 라이언이 깰까?

    정규리그 MVP의 슈퍼볼 징크스, 맷 라이언이 깰까?

    미국프로풋볼(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쿼터백 맷 라이언(32)이 슈퍼볼을 하루 앞두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생애 처음 뽑혔다. 그런데 애틀랜타 팬들은 징크스 때문에 달갑지 않아 한다. 새천년이 시작된 2000시즌 이후 NFL 정규리그 MVP가 슈퍼볼에서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16차례 슈퍼볼에 정규리그 MVP가 출전한 것은 7명이었지만 모두 패배의 쓴맛을 봤다. 희한하게도 1966년 슈퍼볼이 시작된 후 모두 10명의 정규리그 MVP들이 슈퍼볼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66년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바트 스타, 1978년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쿼터백 테리 브래드쇼, 1982년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키커 마크 모슬리, 1989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조 몬태나, 1996년 그린베이의 쿼터백 브렛 파, 1994년 샌프란시스코의 쿼터백 스티브 영, 1993년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러닝백 에밋 스미스, 1998년 덴버 브롱코스의 러닝백 데렐 데이비스, 1999년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 등이 정규리그 MVP로 슈퍼볼을 우승한 주역들이다. 그러니 라이언이 이끄는 애틀랜타가 슈퍼볼을 우승하면 라이언은 워너 이후 18년 만에 그 명맥을 잇게 된다. 라이언은 6일 오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하루 앞두고 워섬 센터에서 진행된 ´NFL 아너스´ 시상식에서 2016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AP통신이 미국 전역의 NFL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 라이언은 1위표 50표 중 25표를 얻어 생애 첫 MVP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2위는 라이언과 슈퍼볼에서 격돌하는 뉴잉글랜 쿼터백 톰 브래디(40)로 10표에 머물렀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러닝백 이지키엘 엘리엇,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쿼터백 데릭 카가 나란히 6표씩 챙겼고,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애런 로저스, 댈러스의 쿼터백 닥 프레스콧은 각각 2표와 1표에 그쳤다. 2015년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라이언이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라이언은 올 시즌 4944야드를 던져 터치다운 38개를 끌어내고 인터셉션은 7개에 그쳤다. 라이언의 ´패서 레이팅´이 117.1로 NFL 역대 5위에 해당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 덕에 팀은 리그 최다인 540득점, 창단 후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슈퍼볼에 진출했다. 라이언은 앞서 AP통신이 선정하는 올해의 공격수로도 뽑혀 기쁨을 더했다. 15. 5표를 얻어 로저스(11표)를 제쳤다. 전체 5순위로 드래프트에서 지명돼 2008년 신인상을 받은 것이 유일한 개인상 수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동영상으로만 동료들 덕분에 상을 수상했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남겼을 뿐이다. 이번이 아홉 시즌째였지만 라이언은 패싱 야드와 터치다운 등에서 구단의 단일 시즌 기록을 고쳐 쓴 것은 물론 패스 534개를 시도해 373개를 성공해 완성률(69.9%), 패서 레이팅, 25야드 이상 패스(42개) 등에서 구단 기록을 작성했다. 또 캐롤라이나 팬더스를 48-33으로 누를 때 503 패싱야드로 구단 한 경기 최다 패싱 야드를 기록했다. 엘리아스 스포츠 브류에 따르면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며 13명의 타깃에 터치다운 패스를 도달시킨 것도 NFL 사상 그가 최초였다. 그가 패스를 이어준 선수도 15명에 이르렀다. 또 시즌 막판 4연승을 달릴 때 11차례 터치다운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인터셉션을 당하지 않았는데 2015시즌에는 16차례 인터셉션과 5차례 펌블 등의 실책을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셈이다. 덕분에 두 시즌째를 맞고 있는 공격 코디네이터 카일 새너헌의 명성도 드높아졌다. 팀은 경기당 평균 33.8득점을 기록해 리그 최고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미각의 비밀/존 매퀘이드 지음/이충호 옮김/문학동네/380쪽/1만 6000원 맛의 시대다. 레시피부터 맛집 소개까지, 미식과 관련된 수많은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견줘 새 책 ‘미각의 비밀’은 맛을 다루는 일반적인 책들과 전혀 다른 궤적을 따라간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와 철학, 문학 등을 뒤섞어 미각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변화 과정 등을 풀어내고 있다. 맛의 전기이자 미각의 크로니클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책은 맛의 진화를 생명의 진화와 연계해 파악하고 있다. 미각의 탄생 과정을 지구상에 생물이 등장해 먹이를 잡기 시작한 단계부터 불을 사용해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단계로 합쳐지는 단계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 따라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맛을 여러 감각 중에서 가장 저속한 것으로 평가했다. 플라톤은 “배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우상과 욕망의 힘에 지배를 받는다”며 미각의 가치를 낮춰 봤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정의하는 핵심요소로서 미각은 시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엽충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채집과 사냥, 음식섭취는 생명의 끝없는 자동 갱신을 촉진했고, 결국 인간의 큰 뇌와 문화적 업적까지 이끌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4억 5000만년 전에 나타난 먹장어는 바다 동물의 사체를 먹이로 삼는다. 이는 아주 성공적인 진화 전략이었다. 다른 동물들이 역겨워할 것을 먹이로 택해 경쟁을 줄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산 생물의 자리를 꿰찼으니 말이다. 사람의 피가 더운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진화의 산물이다. 냉혈동물인 공룡은 주변 기온에 따라 에너지를 조절하며 쉴 수 있었지만 공룡을 피해 살아야 했던 포유류는 먹이를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소화시켜야 생존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기초 대사량이 늘고 피도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뇌 구조 역시 비슷한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달된 인간의 큰 뇌는 더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도록 도왔고, 우리 조상들은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냥꾼과 요리사가 되는 선순환을 일궈냄으로써 약한 인간으로서의 신체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과 2000년대 공인된 감칠맛까지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조만간 지방맛이 공인되면 인증 미각은 여섯 가지로 늘게 된다. 육식만 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단맛을 잃었다거나, 물고기를 통째 삼키는 돌고래가 짠맛만 느끼게 된 것과 견주면 미각이 얼마나 인간을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로 진화시켰는지 알게 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이승우 골맛…수비는 쓴맛

    “실점 장면에서 수비수들의 투쟁심이 부족한 게 특히 아쉬웠다. 볼을 너무 쉽게 뺏기는데, 꼭 고칠 부분이다. 경기할 때 집중력을 더 보여줘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47) 감독은 2일 이렇게 말하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5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대비해 포르투갈에서 전지훈련 중인 팀은 이날 평가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팀은 4일 포르투갈 3부 리그에 속한 헤알 스포르트 클루비와 평가전을 치른 뒤 7일 귀국한다. 신 감독은 FIFA A매치 기간 중에 치르는 3월 JS컵을 마친 뒤 전지훈련에 참가한 25명 가운데 최종 엔트리 21명을 확정한다. 대표팀은 2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스포르팅 B팀(포르투갈 2부 리그)과의 연습경기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상대가 성인 팀이다 보니 체력과 기량 모두 밀리는 속에서도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전지훈련에서 처음으로 골맛을 봤다. 대표팀은 첫 상대였던 에스토릴 U-20에 5-0 대승을 거뒀고 포르투갈 U-20 대표팀과는 1-1로 비겼다. 히우아베 U-20팀을 상대로는 3-2로 이겼다. 성적은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최전방에 조영욱(18·고려대)을 세우고 좌우 날개에 백승호(20·FC바르셀로나)와 이승우를 배치했다. 이승우는 0-1로 뒤진 전반 42분 동점 골을 터트렸다. 한찬희(20·전남)의 프리킥을 받은 이승모(19·포항)가 헤딩으로 떨궈주자 머리로 밀어 넣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신 감독도 “잘 만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공격수 이승우, 미드필더 백승호, 측면 수비수 장결희(19·바르셀로나 후베닐A)를 잇는 ‘이·백·장’ 라인의 안정에 위안을 찾는 모습이다. 신 감독은 또 이승우에 대해 “경기를 뛸수록 한층 좋아지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백승호에 대해선 “무언가를 해내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찬희에겐 더 강한 승리욕 발휘를 주문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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