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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도호쿠는 지금] “올해 굴 생산량 0… ‘방사성 수산물’ 불신 벽 더 막막합니다”

    [日 도호쿠는 지금] “올해 굴 생산량 0… ‘방사성 수산물’ 불신 벽 더 막막합니다”

    “저 바다를 바라보면 눈물밖에 나오지 않아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먹고살아 가야 하는데. 쓰나미에 용케 살아난 우리라도 다시 힘을 내는 게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굴양식의 명소 마쓰시마, 희망을 심는다 미야기현 히가시 마쓰시마시에서 양식업을 하고 있는 와타나베 시게루는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휩쓸어 버린 잔해가 아직도 여기저기 떠다니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8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느라 자위대 헬기가 바다 위에서 저공 비행하며 요란한 프로펠러의 굉음을 내고 있었다. 이곳은 굴 양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 최대의 굴 생산지인 히로시마에 이어 가족 단위의 양식업이 성행한다. 1년에 약 5000t을 생산해 일본 굴 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로 인해 모든 게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와타나베가 생산자부 회장으로 있는 미야기현 어업협동조합 나르세지부는 양식작업을 하기 위한 배의 절반인 20여척이 파손됐고, 인근 바다에 설치된 250개의 굴 양식 시설은 모두 부서졌다. 하지만 지난 25일 기자가 찾아간 미야기현어협 나르세지부의 회원들은 바다에 다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 지부의 회원 27명 중 3명이 이번 쓰나미로 사망해 24명만 남았지만 여성 근로자 11명을 새로 고용해 굴 양식 시설 설치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올해에 굴 양식 설치물을 기존의 10%인 25개 정도밖에 설치하지 못한다. 내년이 돼야 수확이 가능해 당연히 올해에는 생산량이 제로가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내년 이후에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인해 생긴 미야기현의 수산물에 대한 불신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돼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실제로 쓰나미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어부들은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어업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야기현 어협이 최근 조합원 9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8.5%에 이르는 2706명이 폐업을 결정했고, 884명(9.3%)이 폐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야기·이와테현 실업자 7만명 육박 이와테현의 산리쿠 철도 회사도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와테현의 태평양 연안 철도 108㎞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산리쿠 철도회사는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철도역과 철도 고가 대부분이 파손돼 아직도 71㎞ 정도를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이 격감하면서 파트타임(계약직) 종업원 14명을 해고했고, 남아 있는 종업원 80여명도 업무가 없어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잖아도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 대지진으로 317곳이 피해를 봐 약 180억엔(약 2400억원)의 복구비가 필요하다. 일부 직원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일반 단체 관계자들을 피해지 곳곳으로 안내하며 1인당 2만 2000엔에서 2만 7000엔의 비용을 받는 식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피해지역에는 대지진 이후 직업을 잃어 살길이 막막한 실업자들도 크게 늘었다.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현재 피해지역의 실업자수가 미야기현 4만 6194명, 이와테현 2만 285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농업이나 어업 등의 개인 사업자들은 포함하지 않아 실업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관광업계도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근해 26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마쓰시마는 경관이 빼어나 ‘일본 3경’으로 불리는 관광명소다. 하지만 대지진 이후 관광객이 급감했다. 매년 골든위크가 지속되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10여일간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지만 올해는 5000명으로 줄었다. 마쓰시마 관광선기업조합 이토 아키라 이사장은 “마쓰시마는 만과 만 사이에 움푹 들어간 지형적 특성 때문에 이번 쓰나미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며 “후쿠시마 원전과도 거리가 멀어 방사선량도 극히 미량이어서 한국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와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기자의 손을 꽉 쥐었다. 마쓰시마·히라주미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쓰나미 공포 일본 ‘노아의 방주’시판

    쓰나미 공포 일본 ‘노아의 방주’시판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공포를 겪은 일본에서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시판된다. 일본의 이세산업이 만든 ‘이세 방주’는 대홍수로부터 노아의 목숨을 구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 속 노아의 방주처럼 쓰나미가 덮쳤을 때 탑승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소 2인용에서 최대 25인용까지 종류가 다양한 방주는 다음 달부터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종류별 가격은 원화로 510만원에서 2700만원대이다. 강철로 된 방주는 20초 안에 수면에 뜨도록 설계됐으며, 2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산소 탱크가 장착돼 있다. 회사 측은 “누구나 탑승할 수 있지만, 특히 고지대로 피신하기 어려운 노약자와 어린이들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내 정치를 말한다] 공공성 외면한 경쟁체제 동의 안해…혁명?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게 낫다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개인적인 문제보다 공공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양극화와 저출산 등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자유시장경제 위협 요소를 정치가 제거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를 하고 싶은가. -재선은 하고 싶다. 많이 떨어져 봐서 초조함은 없다. 다만 재선을 한다면 강물을 거스르는 한 마리 연어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보수가 신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재선이 가능하다고 보나. -내년 총선이 정당 대결 투표로 가면 힘들다. 능력 있는 국회의원은 살려 놓자는 기류가 형성된다면 기대해 볼 수 있다.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중도 실용론자다. 자유민주주를 강조하는 게 보수이고,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게 진보라면 보수에 가깝다. 하지만 공공성을 외면한 채 개인의 경쟁만 강조하는 보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나. -아내 덕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투옥·낙선 등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지만 아내는 “당신은 공공적 인간”이라며 배려해 줬다(김 의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 고졸의 구로공단 노동자 출신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할 때의 신념이 변했나. -운동할 때는 혁명을 꿈꿨다. 하지만 정치는 긍정적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작은 한 걸음이 선명하기만 한 정체보다 낫다. →어떤 정치를 꿈꾸나 -정치 축제를 벌이고 싶다. 6·25 참전 용사, 구로공단 여공들, 중동의 건설 노동자, 민주화 투사들이 모두 어우러지는 축제 말이다. →정치적 스승은 누구인가. -정치인의 길로 인도한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을 존경한다. 장기표 선배님은 나의 경직된 사고를 깨웠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선 한국 경제를 보는 안목과 지식을 배웠다. 요즘은 안철수 교수로부터 자양분을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지 않았나. -한 분을 택했으면 아마 3선 의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제정구 전 의원의 가르침대로 지역 정치·보스 정치를 깨기 위해 민중당에 참여했다. →한나라당과 잘 맞는다고 보나.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바꿔 나가면 된다. 한나라당을 개혁하는 게 정치 개혁의 지름길이다. →한나라당을 얼마나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나. -이제 시작이다. 건강한 보수는 항상 변방에 있었다. 진보와 대화할 수 있는 건강한 보수가 힘을 얻어야 한다. →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관료들에게 막힌 장벽을 뚫는 정치를 하고 싶다. 좋은 대통령을 만나 내가 설계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실현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정책위 부의장으로서 뭘 할 수 있나. -국민이 진짜 믿을 수 있는 서민 정책을 만들고 싶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는 예산을 짜고 싶다. →한나라당의 쇄신이 가능하다고 보나. -원내대표 경선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변화를 이끌 리더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전당대회 투표 인원을 20만명 이상으로 늘려 줄 세우기를 차단하면 당 중심 세력 교체가 가능하다. →쇄신파들이 당권 투쟁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치는 권력을 누가 수임받느냐를 놓고 벌이는 경합이다. 당권 투쟁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편협한 비난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21일 대지진·휴거”…기독교 단체 지구종말설 화제

    “21일 대지진·휴거”…기독교 단체 지구종말설 화제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미국의 대홍수와 토네이도 등 각종 자연재해로 전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21일 최악의 지진과 함께 진실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하늘로 들어올려지는 이른바 ‘휴거’(携擧)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자 기독교 종교집단인 ‘패밀리 라디오’의 회장 해롤드 캠핑(89)은 자신이 성경을 꼼꼼히 분석해본 결과 2011년 5월 21일이 ‘심판의 날’이며 상상도 못할 최악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약 2억명의 신도가 이날 천국으로 올라갈 것이고 그 후로 153일 동안 공포와 혼돈이 이어지다 10월 21일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캠핑은 “성경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라면서 “하느님이 무언가를 예상하고 예언했던 일은 실현 불가능해 보였지만 항상 그대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캠핑은 앞서 15년 전인 1994년에도 “올 9월 6일 하늘이 열리고 천국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아 비웃음을 샀었다. 당시 계산에 착오가 있다고 해명했던 캠핑은 “이번에는 정확히 계산했기 때문에 틀릴 리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패밀리 라디오의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사람들에게 종말이 임박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인터넷과 언론광고를 통해 휴거설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미국 내에서도 캠핑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21일 대지진·휴거”…기독교 단체 지구종말설 화제

    “21일 대지진·휴거”…기독교 단체 지구종말설 화제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미국의 대홍수와 토네이도 등 각종 자연재해로 전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21일 최악의 지진과 함께 진실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하늘로 들어올려지는 이른바 ‘휴거’(携擧)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자 기독교 종교집단인 ‘패밀리 라디오’의 회장 해롤드 캠핑(89)은 자신이 성경을 꼼꼼히 분석해본 결과 2011년 5월 21일이 ‘심판의 날’이며 상상도 못할 최악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약 2억명의 신도가 이날 천국으로 올라갈 것이고 그 후로 153일 동안 공포와 혼돈이 이어지다 10월 21일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캠핑은 “성경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라면서 “하느님이 무언가를 예상하고 예언했던 일은 실현 불가능해 보였지만 항상 그대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캠핑은 앞서 15년 전인 1994년에도 “올 9월 6일 하늘이 열리고 천국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아 비웃음을 샀었다. 당시 계산에 착오가 있다고 해명했던 캠핑은 “이번에는 정확히 계산했기 때문에 틀릴 리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패밀리 라디오의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사람들에게 종말이 임박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인터넷과 언론광고를 통해 휴거설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미국 내에서도 캠핑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수몰 앞둔 美 남부 ‘케이 준 컨트리’의 비극

    1750년대 영국군이 캐나다의 아카디아(지금의 노바스코샤주)를 점령하면서 그곳에 살던 프랑스 사람들이 당시 프랑스 땅이었던 미국 루이지애나로 쫓겨 온다. 함께 죽을 고비를 겪은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프랑스어 방언을 쓸 만큼 유대감이 강했다. 아카디아라는 말이 미국 인디언들에 의해 케이준(Cajun)으로 잘못 전해지면서 이들이 사는 수천 제곱마일의 지역이 케이준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마치 나라 이름처럼 ‘케이준 컨트리’로 불린다. 연방정부는 1980년 케이준을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공식 인정했다. 케이준들은 자신들만의 ‘국기’(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고, ‘케이준 치킨 샐러드’와 같은 독특한 음식 문화로 이름을 떨쳐 왔다. ●260년 민족공동체 최대 위기에 이 케이준 지역이 지금 일시 수몰 직전의 위기에 있다. 미 정부가 뉴올리언스 등 인구 밀집 지역을 구하기 위해 홍수로 불어난 미시시피강의 물줄기를 케이준 쪽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호마, 모건시티 등의 도시가 바로 케이준 안에 있다. 미 공병대는 15일(현지시간) 저녁까지 케이준 주민들에게 대피를 완료하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끝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케이준 사람들은 “수몰되더라도 집이 크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 공병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버트라로즈 마을에 사는 랜디 몬그리프는 이날 오후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데도 집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는 “이 집을 리모델링하느라 너무나 공을 많이 들여 떠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여차하면 타고 갈 작은 보트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주민 피에르 워터마이어는 자신의 집 외벽을 비닐로 두른 뒤 모래주머니를 덧대고 있었다. 그는 “이것들이 집을 보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크로츠 스프링 마을에 사는 제이크 놀런은 지난 며칠간 살림살이와 가구를 안전 지역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으로 가게에 가서 케이크를 사왔다. 딸 마야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놀런은 “마야한테 이 사태를 설명하기 힘들어 그저 강물이 불어나 뱀과 악어가 많아졌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줬다.”고 했다. 그는 물이 빠질 때까지 누이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공병대가 이날 예고했던 대로 수문 4개를 모두 열자 1초당 7만 5000갤런의 물이 쏟아졌다. 9초마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한 개를 채울 만큼의 물이 케이준 쪽으로 퍼부어진 셈이다. 공병대는 수문 개방으로 4000여 명의 주민이 직접적 피해 영향권에 들게 된다고 밝혔다. 미시시피 제방위원회 수석 엔지니어인 피터 님로드는 “수압이 높아지면 제방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면서 “모두가 잠 못 이루는 밤이 며칠은 갈 것”이라고 했다. ●4000여 주민 직접 피해 영향권에 크로츠 스프링 주민 브레트 앤슬리(24)는 “증조할머니는 1927년에 246명의 사망자와 60만 명의 이재민을 낸 대홍수를 겪었고 할머니는 1937년 대홍수를 겪었지만, 나로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정말 이건 미친 짓이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쓰나미처럼 어떻게 해 볼 틈도 없이 당하는 재난도 비극적이지만, 보금자리의 수몰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문에 가깝다. 260여 년 전 시작된 케이준의 고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위기의 간, 손정의에 ‘원전 이후 길’ 묻다

    후쿠시마 원전을 뒤덮은 방사능 누출 재앙으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저녁 조용히 도쿄 지요다구의 총리관저를 나섰다. 그러고는 시내의 한 일본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간 총리를 기다리고 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일본의 간판 통신업체 대표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전면에 서서 반대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후쿠야마 테츠로 관방 부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간 총리와 손 사장의 단독 대화는 무려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간 총리는 손 사장을 만나기 나흘 전인 지난 10일 일본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전력 생산 가운데 원전 비율을 현재 24%에서 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대신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방향 선회를 공식 선언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손 사장을 찾은 것은 결국 ‘원전 이후의 길’을 묻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날 저녁식사에서 손 사장은 하마오카 원전 가동을 정지하기로 한 간 총리의 결정을 “역사적인 영단”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에 간 총리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하며 “(손 사장으로부터) 매우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손 사장은 동일본 대지진 의연금으로 사재 100억엔(약 1350억원)을 쾌척해 일본을 놀라게 한 데 이어 지난달 10억엔(약 135억원)을 출자해 ‘자연에너지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자연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자연에너지를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 약 100명을 불러 모아 최신 연구 성과를 수집·소개하고, 일본 정부에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연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손 사장은 쓰나미 피해를 본 도호쿠(동북부) 지방의 부흥 계획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대대적으로 갖춘 ‘동일본 솔라벨트’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인의 성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계’ 경영인 손 사장에게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원전정책 등 사회에 대한 참여정신을 발휘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110만명의 팔로어를 이끄는 손 사장의 트위터에는 무능한 정부 관료들을 향한 직설적인 비난과 함께 일본 부흥을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손 사장은 1981년 자본금 1억엔과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창업한 소프트뱅크를 총자산 4조 5000억엔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키워내 가장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인정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활로를 제시해야 하는 간 총리도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번번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성공을 일궈 온 손 사장을 통해 해답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과학벨트·LH , 정부 돈주고 뺨맞는 꼴… 지역정치인 선동 자제를”

    “과학벨트·LH , 정부 돈주고 뺨맞는 꼴… 지역정치인 선동 자제를”

    “정부가 돈을 주고 뺨을 맞는 꼴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의 중진 김형오 의원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얻은 쪽은 고마워하지 않고, 잃은 쪽도 수긍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입지 선정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왜들 이러십니까’라는 제목의 성명도 발표, 각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소통 부족과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정치 풍토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억울할수록 목소리 낮춰야 김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지역 간 대결,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라면서 “정부는 용역 결과 등을 핑계로 책임을 전가하고, 정치권에서는 동료 의원들끼리 말조차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책임자들이 앞장서 과격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지역 정치인들이 선동적 구호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면서 “문제를 풀어야 할 사람들, 국민을 설득시켜야 할 사람들이 머리 깎고 단식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 말고 또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를 흔드는 것은 권력누수, 레임덕을 재촉하는 현상”이라면서 “억울할수록 목소리를 낮추고, 평상심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안심시키 려는 진 정성 필요 특히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표적 사례로 친이명박(친이)계를 꼽았다. 김 의원은 “대통령 측근이 뒤늦게 개헌을 주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대통령 뜻’이라고 했고, 4·27 재·보궐 선거 기간에 소집한 계보 의원 모임에 대해 구설수가 일자 이 또한 ‘대통령 뜻’이라고 했다.”면서 “잘못된 책임을 모두 대통령에게 덮어씌운다면 이것이야말로 레임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이 생겼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레임덕이 속도를 늦춘다.”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저 축銀 총리가 직접 나서라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주요 갈등 현안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경찰청이 추진하는 ‘3색 화살표 신호등’ 문제와 관련, “듣도 보도 못한 3색 신호등 때문에 운전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신호등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회사는 한두 개에 불과할 것이다. 이 회사들과 신호등 교체는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원점 재검토 및 금권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서는 “총리가 직접 나서 사건 관련자를 엄벌하고 선의의 피해자는 최대한 보상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공항 원점 재검토 주장은 소신 앞서 동남권 신공항 논란 때 부산이 지역구임에도 ‘원점 재검토’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김 의원은 “당시 발언으로 정치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할 뻔했다가 일본 쓰나미 덕에 용케 살아났다.”면서 “욕을 먹더라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5·11 대지진설’ 이탈리아·타이완 “휴 살았네~”

    이른바 ‘5·11 대지진 설’이 유럽과 아시아를 강타했다. 가까이 타이완은 이른바 ‘왕 선생’(王老師)의 대지진 예언으로, 멀리 이탈리아 로마는 이미 사망한 유명 지진학자 라파엘레 벤단디(Raffaele Bendandi)의 예언으로 피난민이 생기는 등 한동안 들썩였다. 타이완 유명블로거인 왕 선생 예언은 11일 11시 42분 37초(한국시간)에 규모 14 대지진이 일어나 높이 170m 쓰나미가 밀려오고 타이완이 남북으로 두 동강나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내용이 골자. 이같은 유언비어에 각종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가 뒤를 이었고 이는 곧 시민들의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1일 타이완은 아무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유럽의 이탈리아는 더 시끄러운 하루를 보냈다. 유명 지진학자 라파엘레 벤단디가 11일 로마에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예언이 있다는 소문 때문. 이같은 소문 여파로 11일 로마 회사원 20%가 휴가를 냈으며 상점들은 일시 휴업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고 해안가 등 로마 외곽으로 피난을 떠났다. 로마 역시 별일 없이 11일을 보냈으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바다 건너 스페인에 지진이 일어났다. 스페인은 이날 규모 5.2의 50여년 만의 최악의 지진이 발생해 1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명인들의 발언 등을 악용해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례가 많다.” 며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인터넷 상에서 이같은 불안이 재확산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방사성물질 계속 나오는데 원전 복구 작업은 ‘게걸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11일로 두 달을 맞는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짧으면 6개월, 길면 9개월 안에 원자로 냉각장치 복구작업을 마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진과 고농도 오염수 증가로 인해 여전히 복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 기능 정상화가 지체되면서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물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원전 근처의 바다와 토양, 대기 오염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로 3호기 안정화 총력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방출량은 지난 3월 15일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상 7등급 수준인 약 19만 t㏃(테라베크렐/테라=1조)을 넘어섰다. 3월 11일부터 4월 5일까지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은 최대 63만 t㏃로 추산되고 있다. 원전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방사성물질의 유출량이 감소되는 등 바다와 대기 오염은 다소 약화됐으나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슘 등 반감기가 30년인 방사성물질의 토양 오염은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누적 방사선량이 증가하면서 피난 구역도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2일 원전 반경 20㎞권 밖에 있는 5개 기초자치단체 주민 1만여명에게도 피난령을 내렸다. 도쿄전력은 1호기 원자로 냉각작업을 위해 냉각수를 다른 물로 식힌 뒤 그 물을 공기로 냉각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작업원을 원자로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 내부 공기를 정화하기 시작했고, 8일부터는 원자로 건물 이중문을 열어 놓았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빠르면 6월까지는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수위를 측정하는 계기와 열교환기 등을 설치하고, 외부 장착형 공기냉각 장치 설치까지 끝낼 전망이다. 1호기를 안정시키고 나면 같은 방법을 2, 3호기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2호기는 격납용기 아래쪽의 압력제어실(‘서프레션 풀’) 일부에 구멍이 난 것으로 추정돼 이 부분을 점착성 시멘트로 메워야 한다. 사고 전 정기검사 중이었던 4호기는 원자로에 연료봉이 없는 만큼 사용후 연료 저장조가 관심이다. 문제는 이달 들어 3호기 압력용기 온도가 치솟는 등 아직도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3호기 압력용기 위쪽 온도는 4월 말 80도였던 것이 지난 5일 오전에는 144도, 8일 저녁 217도까지 상승했다. 이 온도 자체는 원전 운전 시 압력용기 온도(약 280도)보다 낮지만 내부 상태에 따라서는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 냉각수를 보내는 배관을 바꾸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진이 잦은 일본이 원전을 54기나 가동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고조됐다. ●도쿄전력 화력발전 추가가동 검토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6일 도쿄 등 수도권과 가까운 시즈오카현의 하마오카 원전의 운영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원전을 대폭 축소하는 등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전체 전력 가운데 33%를 생산하는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간 총리는 “하마오카 원전 외에는 가동 중단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도쿄전력은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 대신 일단 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간 총리는 일본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발전 비율을 현재 30%대에서 앞으로 50%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기존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간 총리는 이날 TV 중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일본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율을 50%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기존 계획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 총리는 “재생에너지를 진흥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원전과 화석연료에 이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이 일본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근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 총리는 이와 함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책임을 지고 내달부터 원전 사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총리직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다만 의원직 급여는 계속 받기로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영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대표작 ‘가지 않은 길’에서 갈림길 앞에 선 한 사람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래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 묻기만 하면 수백만개의 답을 늘어놓는 인터넷. 정제된 ‘지식의 바다’였으면 좋겠는데 ‘자료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말해 주지 않고, 우리는 어떤 검색결과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때론 엉뚱한 결과와 지식을 가져다 준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순서에서는 이런 네티즌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검색창에 넌지시 그의 고향인 ‘실리콘밸리’를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실리콘밸리를 소개하는 무수한 글 중에 등장하는 새로운 궁금증을 재차 구글에 묻고 물었다. 1시간가량 검색과 검색결과에 대한 선택, 검색을 반복하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17세기 유럽 귀족의 유행과 교육법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와중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다. ‘아이비리그’(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의 통칭)에 버금가는 서부의 명문대 스탠퍼드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19세기 미국 서부를 달궜던 ‘골드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는 오늘날 ‘옐로 저널리즘’(선정주의 언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들을 가르치기 위한 광산 재벌의 유럽여행은 어떻게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을까. 또 경제학의 기본원리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왜 여기에 등장한 것일까. 구글 검색창이 말하는 스스로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했다. 다만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이자 더 이상 묻지 않으면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결과였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인물과 사건의 등장으로 이어졌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구글 검색창은 제자의 대답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 결국 ‘진리’에 이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인터넷의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색의 순서에 충실한 덕분에 기사는 역사를 거꾸로 올라간다. ☞실리콘밸리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탠퍼드대 교수 윌리엄 쇼클리. 그는 1956년 당시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이던 프레드릭 터먼의 제안을 받는다. 부지와 학생을 제공할 테니 ‘쇼클리 트랜지스터 연구소’를 만들어 보라는 것.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설립된 연구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쇼클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나 둘씩 팔로알토 부근에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65개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당시 연구원 중에는 1968년 인텔(현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도 있었다. 터먼 학장은 쇼클리 연구소와 함께 이스트만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유치했고, 과수원 마을에 불과했던 팔로알토는 이후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IT 혁명의 중심지가 되어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터먼 19세기 말 이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 서부의 명문으로 떠오른 스탠퍼드대의 고민은 ‘두뇌 유출’이었다. 당시 스탠퍼드대가 자리 잡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주 산업은 광업과 농업이었다. 고급교육을 받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은 다들 대기업들의 거점인 동부로 떠났다. 터먼 학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졸업생들에게 모교 캠퍼스 안에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팔로알토는 빠르게 산학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오늘날 ‘벤처’의 모태다. 초기 설립된 회사 중에 터먼의 제자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9년 창업한 ‘휼렛패커드’가 있었다. 터먼은 나중에 휼렛패커드의 이사를 지냈다. ☞스탠퍼드 조지 허스트, 헨리 헌팅턴, 릴런드 스탠퍼드 등은 골드러시에 편승해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1862년 38세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스탠퍼드는 26세에 결혼했지만 44세(1868년)에야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16세가 됐을 때 온 가족이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데, 여행 도중 아들이 갑자기 장티푸스로 죽고 만다. 스탠퍼드 부부는 당대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아들을 기리는 건물을 짓기 위해 보스턴을 찾았다. 그러나 총장과 면담을 하다 뜻밖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산이면 하버드에 버금가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부부는 1891년 팔로알토에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대학’이라는 이름의 대학을 설립했다. 사람들은 줄여서 ‘스탠퍼드대’라고 불렀다. 아들을 기리기 위한 부부의 유지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아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개교 초창기에는 모든 학생의 학비가 면제됐다. 스탠퍼드의 첫 입학생 중에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당시 17세의 허버트 후버가 있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던 광부가 되기 위해 지질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골드러시 1800년대 중반 미 서부는 금광을 찾기 위한 골드러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자들만 영광을 누렸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영국의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리길 원했으며 저택과 자녀교육 등에 ‘신 귀족문화’를 도입했다. 1820년생인 조지 허스트는 이런 ‘골드러시’의 일원이었고 40세가 넘어 은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됐다. 이후 그는 릴런드 스탠퍼드 등과 함께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는 42세에 18세 여성과 결혼, 43세에 아들(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을 낳았다. 허스트는 188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라는 신문사를 인수했고, 1887년 아들에게 이 회사를 물려줬다. 아버지의 광산사업을 정리한 윌리엄 허스트는 언론사업에 치중했고 1920년대에 3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최초의 언론재벌이 됐다. ‘뉴욕저널’, ‘저널아메리칸’을 운영했다. 그가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를 상대로 벌인 치열한 언론전쟁은 부정확한 보도를 양산하면서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윌리엄 허스트 19세기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유행했던 그랜드투어가 급속히 확산됐다. 윌리엄 허스트 역시 그 수혜자였다. 갑부 아버지를 둔 덕에 그는 10세에 어머니와 그랜드투어를 시작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럽 골동품 수집이었다. 윌리엄 허스트는 도자기나 귀금속 같은 골동품 대신 거대한 유적에 유독 집착했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중세의 성 등이 수집대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적의 벽이나 기둥을 통째로 뜯어오는 데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자 허스트는 수집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고민에 빠진다. 결국 캘리포니아 샌시메온 일대 25만 에이커(1012㎢·서울 면적의 1.7배)의 땅에 수집품의 일부를 전시했고 이는 미국 최대의 인공공원인 ‘허스트 캐슬’이 됐다. ☞그랜드투어 18세기 영국의 부유층에서는 자제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최고의 지식인을 가정교사로 동행시켜 세계여행을 하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를 ‘그랜드투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헨리 스콧과 그의 가정교사가 떠난 여행이다. 스콧의 의붓아버지 톤젠드는 1759년 ‘도덕감정론’을 출간해 유명해진 글래스고의 한 교수에게 가정교사 역할을 부탁했다. 톤젠드는 그에게 여행의 모든 경비와 별도로 당시 교수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300파운드를 평생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스콧은 교수와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녔고 벤저민 프랭클린, 볼테르 등 당대의 철학가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혀갔다. 이 여행은 1766년 스콧의 동생이 프랑스 파리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되면서 어이없이 끝을 맺었다. 가정교사를 맡았던 교수는 평생 연금이 보장됐기 때문에 복직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행에서 배운 식견을 10년 동안 집대성한다. 이 책이 저 유명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었고 교수의 이름은 바로 애덤 스미스였다. ☞찰스 톤젠드 찰스 톤젠드는 영국의 귀족이자 정치가다. 네덜란드의 대학과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아들 하나를 둔 버클루 공작의 미망인 댈키스 백작부인과 결혼했고, 하원의원을 거친 후 재무장관이 됐다. 그는 북아메리카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톤젠드 조례’를 만들어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의붓아들인 헨리 스콧을 ‘그랜드투어’에 보내면서 현대 경제학의 탄생에도 이바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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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원전사고는 人災… 주변국 피해 배상해야”

    “日 원전사고는 人災… 주변국 피해 배상해야”

    일본 정부가 지난 6일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일본 내 반(反)원전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에서 반원전 운동을 활발히 벌이는 기무라 고이치(64) 목사는 하루 전인 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마오카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30년 이상 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인간방패’를 자처하기도 한 그는 현재 ‘핵·우라늄핵무기 폐기 캠페인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기무라 목사는 “일본 정부는 한국 등 주변 국가의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한국 어민 등 피해자들의 배상운동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 日 정부·기업에 책임 추궁해야”→일본 내 반원전 운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1980년 이후 일본에서 데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정신이 사라졌다. 이번 원전 사건으로 젊은이들이 변화를 보였다. 4월 10일 원전 반대 시위에 도쿄에서만 1만명이 모였다. 후쿠오카에서는 젊은 엄마들의 모임인 ‘마마(엄마)는 원전 필요 없어’라는 조직(200~300명)이 구성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아사히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전에는 원전에 반대하는 의견이 28%였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41%로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13%에서 5%로 크게 줄었다. →일본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원전을 만들면 만들수록 전력회사가 돈을 버는 법 구조로 돼 있다. 총비용의 3.5%를 전력회사가 갖게 돼 있다. 둘째,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활단층(活斷層) 위에 원전이 지어져 있다. 셋째, 언제든지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정치계 내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주변 국가에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지 않아 미움을 샀다. -일본이 한국에서 전문가를 파견하려고 할 때 “필요없다.”고 한 것은 일본 원전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 ‘아레바’라는 회사의 직원이 왔는데 “도저히 볼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본의 원전기술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이번에 들킨 셈이다. →기술자들은 이번 지진·쓰나미가 상정했던 것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널리스트나 학자들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인재(人災)다.”라고 지적한다. 1987년 가쓰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부장(현 회장)은 “쓰나미 발생으로 후쿠시마 원전에 해수가 들어가면 멜트다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체르노빌 사건을 보고 쓴 소설”이라고 강변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나. 한국은 일본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에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 무과실 책임주의는 역사의 흐름이다. 정부의 관리 부족에 의해 일어난 인재에 대한 책임도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 등 주변국이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구해야 할까. -현재 일본의 어업·농업단체가 일본 정부와 배상문제를 교섭하고 있다. 바다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피해를 봤으면 똑같이 차별 없이 배상해야 한다. 피해 배상 요구는 정부뿐 아니라 도쿄전력에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절반이 30년 넘은 원전… 가동 멈춰야” →일본의 원전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30년이 넘은 위험한 원전이 절반이다. 30년 넘은 원전은 멈춰야 한다. 새로운 원전을 짓지 말고 남는 예산으로 풍력, 지열, 해수 등을 이용한 클린에너지 발전을 늘려야 한다. 최근 환경청은 풍력발전으로 원전 40기의 발전량을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열린세상] 원전산업 거듭날 시점에 와 있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원전산업 거듭날 시점에 와 있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지난 2009년 말에 날아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 수출’이라는 낭보는 원전 후발국인 우리가 프랑스,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경쟁해 이겼다는 사실로 인해 온 국민들을 가슴 뿌듯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원전 수출을 기반으로 장차 원전 산업이 후손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도 키웠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른 원전 사고를 보면서 원전 산업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오뉴월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원전에 대한 국민적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UAE에서 개최된 원전 기공식도 토막소식으로 묻히고 말았고, 이제는 수출은 물론 국내에서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때 원자력 르네상스를 예측했던 에너지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이제 원자력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50~6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려던 정부는 더욱 혼란에 빠진 것 같다. 반핵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원자력에 대해 포문을 열고 있다. 연일 TV에서는 원전 폭발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 온 까닭에 원전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더욱 증가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해 신고리발전소와 올해 원자력연구소에서 발생한 백색 비상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계속해서 반핵단체들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원전 산업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원자력 산업체 관계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원전 산업 전반에 걸쳐 확고히 안전책을 마련하는 등 스스로 개혁을 주도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원자력발전회사의 설계·제작·운전이 독점으로 유지되는 현재의 산업구조 진단에서부터 안전에 가장 중요한 운영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 등 원전 산업 전반에 대한 체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원전 산업이 지금처럼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옳은지 여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는 공기업 구조로 원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원자력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레버리지로 계속 사용되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주목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원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의 구조변화이다. 원전 안전운전의 지렛대 역할을 해 왔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에 들어갔다. 그 대신 자유분방함과 디지털식 사고를 가진 뉴밀레니엄 세대가 원전 설계·운영 등 모든 원전 공급 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운영 구조변화가 기술이나 노하우 경험 면에서 초래하는 효과와 그로 인한 생산성 문제에 해당 산업체가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교한 분석도 필요하다. 특히 원전 사고의 약 60%가 운전원의 실수로 인한 인재인 점을 고려하면, 운영 회사의 인력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검토하는 일은 중요하다. 원자력 분야의 기술개발 방향에서도 큰 변화가 요구된다.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 방향의 경우, 원전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형화 연구에만 몰두하기보다 쓰나미와 같은 상상을 넘어선 최악의 사고에 대응을 할 수 있는 안전성 향상 분야의 연구개발에도 초점을 두어야 한다. 더불어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형이면서 냉각 펌프의 도움 없이도 자연적으로 냉각을 할 수 있는 분산형·전원형의 차세대 원전 개발로 조속히 방향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원자력 산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본 원전 사고 이전까지 우리의 원자력 산업계는 원전 수출로 인해 다소 들떠 있는 듯한 상황이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해왔는데, 이번 일본 원전사고는 오히려 이러한 원자력 산업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획기적인 변화를 보일 때 국민들은 새로운 지지를 보내 줄 것이다.
  • 日총리, 하마오카 원전 가동 중단 지시

    日총리, 하마오카 원전 가동 중단 지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6일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시에 있는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의 모든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라고 원전 운영주체인 중부(中部)전력에 지시했다. 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하마오카 원전이 자리 잡은 지역이 단층선 주변이어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 중부 전력에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가동 중단 요청은 사실상 지시다. 간 총리는 하마오카 원전의 경우 제방과 같은 중·장기 방재수단이 확보돼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가동 중단은 일단 지진해일인 쓰나미를 막을 방파벽 건설 등이 이뤄질 때까지다. 중부전력은 방파벽 등 지진해일 대비시설 건설에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력 부족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5기의 원전이 있는 하마오카 원전은 현재 4, 5호기만을 가동하고 있다. 3호기는 당초 3월에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재가동이 연기됐다. 1, 2호기는 폐로(廢爐)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말 미즈노 아키히사 중부전력 사장은 3호기를 오는 7월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었다. 하마오카 원전은 일본의 인구 밀집 지역인 도쿄 남쪽 200㎞ 지점에 위치해 있어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2000만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돼 왔다. 하마오카 반경 200㎞ 안에는 도쿄(874만명), 요코하마(368만명), 나고야(225만명), 사이타마(123만명) 등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들이 줄지어 있다. 또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등 지각대가 서로 엇갈리는 지역에 위치해 지질학자들은 대지진의 우려가 높은 곳으로 지목해 왔었다. 일본 기상청은 앞서 하마오카 원전 인근 바다에서 규모 8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높이 5~10m의 쓰나미가 일어나고 이 지진해일이 원전으로 밀어닥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진 전문가들은 하마오카 원전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해 왔었다. 앞서 일본 지진전문가들은 지진이 계속 남하하고 있다면서 하마오카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이와 관련, 중부전력은 지난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쓰나미로부터 하마오카 원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앞으로 2~3년 내에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일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간 총리는 중부전력이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서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un88@seoul.co.kr
  • 쓰나미에 日기업도 침몰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내 기업들의 도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리서치 회사인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재해 관련 도산 기업은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말까지 약 1개월 반 만에 무려 57건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의 두배가 넘는 속도다. 특히 거래처가 재해를 입어 도산하는 등 간접 피해를 겪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문을 닫는 기업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도산한 57개 기업 중 도호쿠(동북부) 지방 기업의 파산이 13건이었다. 쓰나미로 본사가 파괴되거나 상품이 소실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이 밖에 44개 기업은 피해지로부터 부품 조달이 늦어지거나 ‘자숙 분위기’로 소비가 위축되는 등 간접 피해로 인해 도산했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이 가장 많은 17건을 기록했고, 북부 지역과 홋카이도가 각 7건, 규슈가 3건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1995년 1월 17일 발생했던 고베 대지진의 영향으로 도산한 기업은 사태 발생 후 한달 반 동안 22건, 1997년 말까지 3년간 394건이었다.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210건이 직접 피해에 의한 도산이었다. 대기업들도 대지진으로 인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의 지난달 새 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 4월보다 47.3% 급감한 18만 5673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68년 1월 이후 최저다. 하락률도 제1차 석유위기 영향으로 최대폭을 기록했던 지난 1974년 5월의 40.7%를 경신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토네이도/박홍기 논설위원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은 미국 중부 캔자스주의 조용한 시골 농장이다. 어느 날 엄청난 회오리 바람은 주인공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 그리고 집을 통째로 휘감아 이상한 마법의 나라 오즈로 날려보낸다. 도로시와 오즈를 연결한 바람이 ‘토네이도’(tornado)다. 1939년 제작된 고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역시 토네이도는 위협적이라기보다 무지개 너머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는 낭만적인 매개체로 비춰졌다. 1996년 재난영화 ‘트위스터’는 토네이도의 가공할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캔자스주 아래 오클라호마주를 근거지로 몇분이라도 빨리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를 추적·연구하는 ‘스톰체이서’(stormchaser)를 다뤘다. 토네이도는 미국 중남부에서 주로 봄과 여름에 나타나고 있다. 연간 500~900개가 발생한다. 저기압 중심부를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반시계 방향의 강한 소용돌이 바람이다. 폭풍 가운데 가장 변덕스러운 데다 태풍과는 달리 수평방향보다 수직방향의 규모가 크다. 때문에 ‘이동성 선형풍(旋衡風)’이라고 일컫는다. 스페인어로 뇌우(雨)를 뜻하는 ‘트로나다’(tronada)가 어원이다. 토네이도 중심 부근의 순간 풍속은 초당 100~200m로 무시무시하다. 회오리 기둥의 지름은 대체로 200m 정도인데 3.2㎞나 되는 것도 있었다. 평균 속도는 시속 300~800㎞이다. 1931년 미네소타주에서는 117명을 실은 83t 객차를 휘감아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지녔다. 토네이도는 순간적인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은 2007년 6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시 정계개편과 관련해 순식간에 정치지형을 완전히 새로 짜는 ‘토네이도론’을 피력해 ‘토네이도 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미국 앨라배마·미시시피 등 6개주에 그제 37년 만에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가 강타해 300명가량이 희생됐다. 앨라배마주에선 원자력발전소가 전력 공급 중단으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피해지역은 쓰나미가 휩쓴 일본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현의 해안가 마을처럼 쑥대밭으로 변했다. 바람의 분노다. 피해지역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세계가 또다시 자연 재앙 앞에서 경악했다. 재난안전지대란 없다. 전세계가 함께 지구 환경을 지키며 재앙에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해결책인 것 같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현대重, 한·일우호 불 밝힌다

    현대重, 한·일우호 불 밝힌다

    현대중공업이 일본에 지원한 이동식 발전기(PPS) 네대가 27일 지바현의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화력발전소에서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이은 침수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빚어진 도쿄 등 수도권의 전력난을 덜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정부가 총 50억원 상당의 이동식 발전 설비 4기를 일본에 긴급 지원했다. 발전기 네대의 총발전 용량은 5600㎾로,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도쿄·지바 등지의 약 1만 가구에 공급된다. 비용 중 3분의2는 현대중공업이, 나머지는 정부가 대한적십자사의 모금액으로 부담할 계획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준공식에서 “일본이 전력난을 극복하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에 촉매제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기자들에게 “자존심 강한 일본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면서 “이동식 발전기 부문도 5년 전만 해도 모든 게 일본 제품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준공식에는 민 회장 외에 고바야시 다카시 도쿄전력 동화력사업소장, 나오타카 마스다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발전소장 등 양국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발전 설비 지원은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전 대표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디젤 발전 설비를 일본에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김 총리에게 “미국의 발전 설비는 제작, 수송 등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 설비를 일본에 긴급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성사됐다. 이동식 발전 설비(60㎐)를 일본 현지의 전력 주파수인 50㎐에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데는 보통 한달 이상 걸리지만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시급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철야 작업으로 이를 단 7일 만에 끝냈다. 또한 3개월가량 소요되는 설치 작업도 4주 만에 마무리 지었다. 현대중공업이 2000년에 개발한 이동식 발전기는 설치와 이동이 쉽고 정규 발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쿠바와 아이티 등 세계 22개국에 1000여대, 27억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원전 1·3호기 주변 방사선량 여전

    방사성물질을 대량 방출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부의 방사선량 수치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이 지난 24일 공개한 ‘원전 부지 내 방사능 오염을 나타내는 지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지진 발생 직후에 수소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크게 파괴된 1, 3호기 주변의 공기 중 방사선량 수치가 특히 높았다. 지난 20일에는 3호기 건물 서쪽에서 시간당 900m㏜(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콘크리트 조각이, 외벽 건물 옆에서는 시간당 300m㏜를 내는 파편이 발견됐다. 2호기의 갱도로부터 고농도 오염수를 옮기고 있는 집중 폐기물 처리 시설 근처 배관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60m㏜였다. 최근에도 3호기 북서쪽의 방사선량 수치는 시간당 최고 70m㏜를 기록했다. 이는 주변에 4시간 정도 있기만 해도 이번 작업을 위해 올려 놓은 방사선 노출량 한도인 250m㏜를 넘게 되는 수준이다. 방사선 노출량이 이 수치에 이르면 근로자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이처럼 원전 부지 내의 방사선량 수치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수소 폭발 때 주변에 흩어진 건물 더미에 방사성물질이 다량 묻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19만T㏃(테라베크렐=1조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이미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악인 7등급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최대 높이가 38m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문부과학성은 쓰나미 당시 각 지역의 파도 높이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를 지도로 작성하기 위해 쓰나미 전문가 200여명을 피해 지역에 파견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정서린기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일본 대지진은 신의 징벌인가?/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 대지진은 신의 징벌인가?/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3·11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의 침몰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강진과 대형 쓰나미는 수만명의 인명피해와 후쿠시마 원전폭발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불러왔다. 이러한 대재앙에 대해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의 경고’로, 그리고 이시하라 도쿄 시장은 ‘천벌’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세인의 빈축을 샀다. 미국의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는 최면상태에서 LA, 샌프란시스코, 뉴욕이 초토화되는 것을 보았으며, 일본의 대부분도 물속에 가라앉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과 중국의 민주화를 예언한 바 있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의 풍수사상가인 남사고 선생이나 19세기 조선 헌종 때의 예언가인 송하노인도 일본 침몰을 거론한 바 있다. 특히 1983년 자신의 임종을 예고했던 탄허 스님은 일본의 3분의2 이상이 바다로 침몰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들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히구치 신지 감독이 2006년에 발표한 영화 ‘일본침몰’은 바로 그 같은 일본국민의 잠재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스루가만에서 진도 1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한 후 도쿄, 규슈 등 일본 전역에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나라 전체가 초토화되어 가라앉는다는 내용이다. 지금 그 영화의 내용은 일본인들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대형 자연재해는 도덕적 타락에 대한 신의 징벌일까? 이 물음은 1755년에 발생한 리스본 대지진에서도 핫이슈였다. 리스본 대지진은 가톨릭의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대축제인 만성절의 오전 미사 중에 발생했다. 당시 교회에서는 전염병이나 대형 자연재해를 신의 징벌로 인식했으며, 대다수의 교회 지도자들은 죄악에 물든 리스본이 신의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25만명의 리스본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으므로, 2만~3만명의 사망자를 낸 대지진은 동시에 가톨릭에 대한 심판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칸트와 볼테르를 비롯한 계몽주의자들은 다소 의견의 차이가 있었지만, 신의 징벌이 아닌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었다. 칸트조차도 말년의 저술 ‘만물의 종말’에서 자연재해와 같은 종말적 사건을 불의에 대한 징벌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500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침략을 당한 우리 국민들로서는 일본 대지진 ‘징벌론’을 연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런데 국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불편한 과거를 초월한 일본 돕기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까지 동참했다. 우리 국민들의 반응에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조차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속셈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대재앙 속에서도 독도를 자국 영토로 수록한 교과서 검정을 단행했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부장은 한국이 지진 참사를 당한 일본에 독도를 내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망언까지 했다. 자국 영토가 침몰하는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독도를 탐하는 후안무치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언론 지성인의 모습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본론’이라는 글에서 이토 진사이(伊藤仁齋), 오규 소라이(荻生 일본 정치인들이 3·11 대지진을 자신들의 부당행위에 대한 신의 징벌로 인식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 [데스크 시각] 미스라타와 후쿠시마 단상/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스라타와 후쿠시마 단상/박찬구 국제부 차장

    리비아 서북부의 지중해 항구도시 미스라타가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미스라타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대와 무장 시민군의 사활을 건 혈전과 카디피군의 무차별 학살로 외신의 국제면을 달구고 있다. 반군 근거지인 벵가지에서 긴급 투입된 지원병들이 채 48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철수할 정도로 전장은 처참하고 무자비하다고 외신은 전한다. 식품점 앞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이 포탄 세례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혁명의 ‘동력’인지, ‘도구’(툴·tool)인지를 두고 서방 언론에서 논쟁의 도마에 올랐던 소셜네트워크도, 전략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도 유령도시의 잔혹성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있다. 수주째 카다피군의 포위 공격을 받으며 최소한의 생존 조건도 보장되지 않는 곳, 포로로 붙잡힌 10대 카다피 병사가 ‘지옥’(hell)이라며 몸서리치는 곳, 그런 미스라타에서 무엇이 시민군의 저항을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리비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미스라타의 시민들은 42년 독재를 청산할 정치체제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좋은지, 유럽식 민주주의가 바람직한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카다피의 주장처럼 탈레반의 무장 세력이나 권력에 굶주린 폭도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반(反)독재와 체제 변혁을 향한 갈망과 의지, 행동하는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수도 트리폴리의 길목에서 카다피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피로 쟁취한 반독재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스라타의 참상이 숙연하게 와 닿는다. 리비아의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미스라타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은 유럽에 또 다른 불씨를 던지고 있다. 바로 포화와 혼란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엑소더스 행렬이다. 때마침 강경 우파의 부상과 맞물려 유럽 각국은 국경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유럽연합(EU) 이상주의자들이 설계한 다양성 속의 조화, 문화 이질성의 포용과 존중이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 복지 시스템의 과부하에 허덕이는 유럽 각국에서는 말 그대로 ‘이상’에 그치고 있다. 저출산과 부족한 노동력의 틈새를 메우던 이민 정책도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 진보의 염원과 민주화 투쟁의 이면에서 발생한 엑소더스 행렬이 불법 이민자로 전락하고, 선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유럽연합의 이상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 상황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북아프리카와 유럽의 사례에서처럼 한 지역의 격동과 위기는 이제 더 이상 지역적이지도, 제한적이지도 않다. 미스라타의 격전만큼이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전에서 새 나온 방사성물질이 한반도는 물론 지구 곳곳으로 퍼지고 있고, 대지진과 쓰나미로 생긴 ‘쓰레기 섬’은 태평양을 횡단해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까지 이를 전망이다. 후쿠시마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주 받은 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명에 의존하는 강도가 높을수록 후과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치명적이다. 관전자로 머문다면, 미스라타나 후쿠시마는 호기심이나 막연한 걱정거리, 아니면 무관심의 영역에 머물고 말 일이다. 반면 미스라타 시민의 의지와 후쿠시마 원전 근로자의 목숨 건 사투에서 실천과 행동의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반전(反戰)과 인도주의, 그린 에너지로 테제를 국한시킬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 여기 나부터 작은 의지와 힘을 모아 지역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그 힘이 초(超)국경의 위기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의 일부로 작용한다면, 적어도 지속가능한 지구 네트워크의 일원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진부한 문구를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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