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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세계박람회

    선진국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각종 축제·음악회·박람회와 미술전시회다.서로 엇비슷해 보이는 이벤트도많다. 도대체 무슨 메커니즘에 따라 이런 행사들은 돌아가는 것일까,의문도 든다.대개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며 인프라 투자도 별로 없다.남의 건물과 다른 지역 사람들을 ‘빌려’ 공연하고 전시한다.이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모여 들어 분위기를 돋운다.그들이 돈을 쓰기 때문에 콜라와 빵도팔린다.자동차와 지하철도 관람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매출액이 는다.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아이디어가 상품으로기획되는 것이 이런 이벤트 산업의 특징이다. 유형의 상품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일컬어경제의 ‘소프트화’, 경량화(輕量化)다.농사짓는 일이 세상 일의 기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제조업의 신화’도 한물 간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박람회는 다양한 물건들을 전시하는 행사로 흔히 엑스포(Expo),전시회(Exhibition),페어(Fair) 등으로 불린다.‘자동차쇼’는 자동차와 그 부품에 특화된 전시회다.사업가들은자신이 생산하거나 영업하는 품목의 유행과 조류를 알아보기 위해 박람회에 몰려든다.정보가 교환되고 즉석에서 상담이 이루어져 박람회장은 사고 파는 장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893년 미국 시카고 엑스포에 처음 참가해 8칸의 기와집에 도자기와 부채와 갑옷 등을 전시했다고 한다.9년 전에는 대전박람회가 열렸다.최근 수년간 한국은 박람회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도자기박람회와 꽃 박람회도 있다. 게다가 웬만한 행사에는 ‘세계’와 ‘국제’라는 말이 박람회 앞에 붙지만 실상을 따져 보면 초라한 국내 행사가 적지 않다. 명실상부한 ‘세계박람회’로 불리려면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인정하는 행사여야 한다.우리나라가 주최한 대전박람회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그러나 박람회가 너무 자주열려 가치가 떨어지자 지난 2000년까지 10년간 BIE가 박람회를 공인하지 않기로 결의한 적도 있다.오는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정부와 재계가 뛰고 있다.‘바다와땅의 만남’이란 주제의 이색적인 해양 박람회여서 눈길을끈다. 엊그제 내한한 BIE 실사단이 한국의 유치능력을 높이평가해 한국박람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인터넷 ‘줌마네’ 주부 자유기고가 프로그램

    아이 키우랴,집안 살림하랴 정신없이 살면서도 아줌마들의 가슴 한켠은 늘 허전하다.‘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초조하지만 막상 사회로 뛰어들 엄두를 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위해 반가운 돌파구가 생겼다.아줌마 전용인터넷 사이트 ‘줌마네’(www.zoomanet.co.kr)가 28일 개강하는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 프로그램이 바로그것. ‘글쓰기’프로는 직업적인 자유기고가를 꿈꾸는 이들을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기획됐다.4개월 과정의 강의에서는 추상적인 이론교육이 아니라 매체 성격 파악하기,자료 찾기,인터뷰 쓰기,취재 실습 등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줌마네 대표이자 ‘아줌마 페미니스트’ 이숙경씨는 “일상에서 낚은 생생한 기사와 아줌마 특유의 강인함이 갖는잠재력은 놀라울 정도”라면서 “지난해 1기를 수료한 김화숙씨 등 3명은 학교급식 문제 등을 지적한 글로 오마이뉴스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3시간 동안 월간 육아전문지 ‘앙쥬’ 편집장 김영미,전 ‘말’지 기자 노정환씨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과정을 마치면 웹진 ‘아줌마’,‘앙쥬’ 등에 기명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함께 개설되는 ‘마음의 힘 기르기’프로는 자화상 그리기,나의 몸 여행,문화탐험 등 주부의 자아 발견에 초점을맞춘다. 3개월 과정으로 매주 월요일에 실시되며,이안혜성(가족과성상담소 상담원),로리주희(여성운동가)씨가 이끈다.(02)335-1534
  • 학습부진아 대책없나

    새학기가 시작됐는데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들은 걱정스럽기도 하고 화가 앞서기도 한다.전문가들은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또 언젠가는 잘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얼마나되는지,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김모(11)군은 중1이지만 맞춤법도 잘 모르고 글쓰는 속도도 느리다.집에서 누나가 수학을 가르쳐 보지만 곧 짜증을 내고 지겨워한다.학교 진도도 못 따라가고 숙제도 하지않는다.그러다보니 성격도 소극적이 됐다. 지난해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전국초·중·고교생 600만여명 가운데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초학습’ 부진 학생은 5만여명에 이른다.전학년도 국어,수학에서 최저 학업성취 수준을이수하지 못한 ‘기본학습’ 부진학생도 22만여명이나 된다. 그러나 교육청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받아들일것을 염려해 부진 학생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부터 찾아라=학습부진의 종류와 원인은 다양하다.왜 공부를 못하는지 따져보고 원인에 따라 처방을 내려야 학습 능력이 오른다.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신성웅교수는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 것과 공부를 해도 안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아이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부부싸움이 잦거나 사소한 일에도 아이를 꾸중하는 등 가족 관계가 정상이 아닐 때 아이는 학업에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우울·불안·강박 증세를 보이는 등 정신에 문제가 있다면 더 심각하다. 5분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들락날락 거리는 아이는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장애(ADHD)일 가능성이높다.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노경선교수는 “아동·청소년의 3∼8%가 ADHD 환자”라면서 “어른이 돼서도 집중을 못하고 일을 쌓아놓는 등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말했다. ‘공부를 해도 안되는’경우는 우선 IQ 70 이하인 지능지체가 있는데 일상 생활에서 쉽게 판단할 수있다.머리는괜찮은 데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언어장애나 학습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언어장애는 ‘∼짜리,∼보다,나누면,빼면’등의 말을 못알아 듣는 경우다.학습장애를 겪는 아이는 말은 알아듣는데 ‘bd’를 ‘pq’로 인식하는 등 뇌에 문제가 있어 읽기·쓰기·셈하기가 어렵다.신 교수는 이 6가지 증상을 보이는 학습부진아가 학령기 아동의 2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언어·학습장애,ADHD 등 학습과관련된 각종 장애를 보이는 아이라면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빠를 수록 좋지만 성인이라도 치료가 가능하다.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는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상태를 파악,맞춤식으로 지도해야 한다. 지난해 학습부진아 지도 우수사례 교사로 뽑힌 서울 신강초 민영규교사는 “학교와 가정이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학부모들은 무조건 하라는 식이지 어떻게 지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월 1회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알리고 지도 과제를내줬더니 효과가있었다.”고 전했다. 교육부도 올해부터 7차교육과정의 수준별 교육과 연계해기본학습 부진 학생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또 기초학습부진 학생을 위해 전문강사를 초빙,오는 4∼5월부터 특기·적성수업 시간에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학습지 해약 거부하면 내용증명 보내야

    학습지를 보겠다고 한번 계약을 한 다음 끊기란 그리 쉽지 않다.학습지 내용이 계약과 다르거나 개인 사정으로 해약하고 싶어도 학습지 회사와 실랑이를 벌이기가 귀찮아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학습지 회사에 항의를 해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시간을 끌기 일쑤다.전국 소비자 단체에 접수된 각종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해결책을 알아본다. ■학습지 피해 대처법. ▲학습지 업체에서 해약을 거부하는데. 해약할 수 없는 경우는 없다.단,계약을 해지할 때는 그 사실을 서면으로 밝혀야 한다. 우체국에서 해약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영수증을 증거로 남겨둬야 안심할 수 있다. ▲해약했을 때 위약금 수준. 위약금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계약할 때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판매원과 직접 만나 계약하는 방문판매라면 전체 계약 금액의 10% 수준이다.전화나 인터넷등 통신판매를 통해 계약했다면 30%로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위약금을 다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통신판매의경우 계약일로부터 20일(지로 납부)이나 7일(신용카드 납부) 안에 해약하면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방문판매라면 계약일로부터 10일(지로 납부)이나 7일(신용카드 납부) 안에 해약하면 된다. 해약할 때는 회사측에 그 사실을 전화로 알린 뒤 반드시내용증명을 통해 서면으로도 알려야 한다. ▲해약했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동안 구독한 비용과 위약금이 전부다. 예를 들어 매월 보내주는 학습지를 방문판매를 통해 1년간 60만원에 계약한 뒤 2달 동안 구독하다해지했다면 소비자는 2달간 구독한 비용 10만원[(60÷12)×2]에 위약금 6만원(60만원의 10%)을 합친 16만원을 뺀 나머지 돈 4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계약을 해지하면 사은품 값도 물어야 하나. 그렇다. 계약을 해지했을 때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것은 사은품 값 때문이다. 사은품을 사용한 흔적이 있거나포장을 뜯으면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특히 계약할 때 판매원이 사은품 포장을 뜯어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도록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이 때는 판매원에게‘당신이 포장을 뜯었기 때문에소비자는 책임이 없다.’라는 사실을 서면으로 분명하게 확인시켜 둬야 한다. ▲미성년인 자녀가 학교 앞에서 판매원을 만나 계약을 했는데.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 계약은 효력이 없으므로 해지가 가능하며 구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아이가 용돈으로 구독료를 일부 내고 학습지를 수차례 받았다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빼고 돌려받을 수 있다.사은품을 받아와 사용했다면 이에 대한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한 뒤 해약했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해약할 때는 7일 안에 해야 위약금부담이 없다.단,3개월 이상 할부로 총 2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했을 때만 보호받을 수 있다. 해약할 때는 학습지회사는 물론 신용카드 회사에 반드시 해약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한다.내용증명을 하지 않으면 카드회사에서할부금 지불 정지 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할부금이 계속 빠져나갈 수 있다. ▲대리점이 망해 본사에 항의했더니 본사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한다. 계약 해지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본사에 보내고 소비자 단체에 상담을 신청,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인터넷 학습지 해지를 요구했더니 안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학습지 회사들은 ID와 비밀번호를 이미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프로그램이나 학습 내용을 한꺼번에 내려받았을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돈은 다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런 경우는 소비자상담실의 도움을 받더라도 해약이 어려우므로 계약하기 전에 학습 내용과 운영 방식을 꼼꼼히 살펴보는 수 밖에 없다. ▲지방으로 이사갔다는 이유로 보내주기로 한 방문 교사가 오지 않는다. 해약이 가능하다.단 학습교재를 한꺼번에 미리 구입했다면사용 기간에 따라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계약일로부터 2달 이내는 부담이 거의 없지만 2달 이상 사용했다면사용 기간에 따라 교구 비용의 20∼40%를 부담해야 한다. ▲학습지 배달이 자주 끊긴다. 학습지는 정기간행물로 간주돼 보통 우편물로 배달되기 때문에 분실되기 쉽다. 회사측에 등기 우편을 요구하거나 소비자 상담실의 도움을 받아 등기 비용을 합의해야 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 ■학습지 이런점에 주의를. 학부모들은 일반 과외나 학원비보다 경비가 덜 든다는 점 때문에 학습지를 선호한다.하지만 판매원의 말이나 광고와는 달리 내용이 형편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계약할 때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학습지를 계약할 때 유의할 점을 정리한다. ◆장기계약은 금물=학습지 회사들은 온갖 고가 사은품과할인 혜택을 내세워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유도한다.하지만 학습지의 경우 기간이 1년을 넘기면 아이들이 흥미를잃기 쉽다.되도록 한 달이나 6개월 등 계약이 가능한 최소 기간만 계약한 뒤 마음에 들면 추가로 계약해도 늦지 않다.장기 계약을 하면 풀지 못하고 쌓이는 학습지 때문에싫증을 느끼기 쉽다. ◆판매원 말만 믿지 말자=판매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판매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상품을 팔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법이다.판매원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결정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아이의의견도 들어보고 견본 교재가 있으면 며칠이라도 학습해본 뒤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짜 사은품은 없다=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중하나가 사은품이다.어린이용 2층 침대나 김치냉장고,자전거,소파,음악 CD 전집,전자 피아노 등 학습지에 끼워파는고가 사은품에 눈이 멀어 계약해서는 안된다.받을 때는 공짜이지만 계약을 해지하면 시중 가격으로 전부 물어내야한다.사은품에 대한 마음을 비우자.‘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을 내세우는 업체들은 그만큼 학습지의 품질에자신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약서 작성은 신중하게=계약서를 쓰기 전에 미리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판매원의 말이 계약 내용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해약할 때 처리 방법이나 위약금 범위,피해 보상 등을 살펴야 한다.계약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은 서면으로 판매원의 약속을 받아놓아야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불이익에 대비할 수 있다. ◆인터넷 학습지는 미리 확인=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공부할 수 있는 인터넷 학습지를 고를 때는 학습 내용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새로운교과과정과 맞는 내용인지,학습 내용이 충실한지,내용에 대한 첨삭이나 교재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계약서의 내용도 서면으로 명시돼 있는지확인해야 한다. ◆일시불 결제는 위험=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때는 할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주 계약자인 학습지 대리점 업자들이 부도를 내고 잠적할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카드 할부는 수수료 부담은 있지만,문제가 생겼을 때 카드사에 항변권을 행사해 구제받을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도움말: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천기자
  • 강릉 전셋집 구하기 묘안 백출

    “항공권 제공,이사비용 지원,수수료 후사합니다.” 전국적으로 전세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에서는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각종 묘안이 속출,관심을끌고 있다. 3∼4년 전부터 높은 전세 가격에도 연중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강릉지역에서는 요즘 집을 구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다.. 부동산업소나 생활정보지에 전셋집이 나오기 무섭게 거래가 이뤄지자 ‘집을 깨끗이 사용하겠으니 전세 놓으실 분은 연락 바람’ 등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각 아파트마다 붙이기 위해 일일이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이다. 더 급한 사람은 ‘항공권 제공’등 파격적인 뇌물(?)을쓰기도 한다. 최근 강릉시내 모아파트 각 통로에는 ‘전세 급구,집 비워주는 사람에게 이사비용 지원’이란 문구와 전화번호가실린 호소문(?)이 나붙어 집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실감케 하고 있다.또 최근 강릉 포남동 C아파트에 6000만원에 입주키로 계약한 박모(37)씨는 입주 직전 1000만원을 더 내겠다는 입주 희망자가 나타나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추세는 춘천지역도 마찬가지다.춘천시 퇴계동 W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는 ‘전세가격 불문,연락주세요.’라는 전단지가 붙어 있어 전세대란을 반영하고 있다. 강원도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은 “강릉·춘천 등 도내 주요 지역에서는 몇년 전부터 전세 물량은 거의 없고 찾는사람만 있어 품귀현상으로 인해 당분간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외국인도 인터넷 쉽게 한다

    올 하반기부터 외국인들도 국내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정보통신부는 15일부터 ‘외국인 등록번호’인식 프로그램을 보급한다.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된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는 ‘외국인 등록번호’를부여하고 있다.주민등록 번호 대신 쓸 수 있도록 13자리로 되어 있다.원칙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이 번호를 입력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인터넷 사이트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경우가 많아 일부 외국인들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정통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와 공동으로 외국인 등록번호 인식프로그램 보급에 나섰다. 박대출기자
  • [저자와의 대화] ‘콜라 독립을 넘어서’ 펴낸 최준식 교수

    ***“美로부터 정신적 독립 이뤄야”. 2주전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소나무)란 책을통해서 난장과 파격의 한국미학을 분석해 보였던 최준식(46) 이대 한국학과 교수가 이번엔 한국 문화의 미국 종속현상을 신랄히 비판한 ‘콜라 독립을 넘어서’(9000원)를 사계절에서 펴냈다.이번 책은 처음부터 학문적 접근을 배제하고 “술자리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듯이 그저 편하게 풀어 본 것”이라는 저자의 말마따나 직설적인 비판과 파격적인 표현이 때론 손쉽고 뜨거운 공감을,때론 아슬아슬한느낌을 일으키며 흥미롭게 읽힌다.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보면 손끝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가 없어요.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한국인의 미국관으로 주제가 모아졌고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콜라독립’도 좋지만 정말로 정신적인 독립을 해야겠다는 논지로이 책을 내게 됐죠.”책은 ‘한국인들의 웃기지도 않는 영어 사대열’을 낱낱이 들추는 데서 시작해 스포츠도 꼭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야구와 농구에 열광하고 박찬호 김병현의 일거수일투족에 민족위상을연계시키는 ‘촌스러운’ 작태를 도마 위에 올린다. “한국 종교계에 대해 말할 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서도 ‘성역’건들기도 피하지 않는다.한국기독교의 예외적인 팽창현상은 우리나라의 미국화현상에 원인이 있으며국내에 여러 종교가 있는 데도 유독 기독교경전을 ‘성경’,기독탄일을 ‘성탄절’이라 부르고 가장 먼저 공휴일로 만든 것부터 기독교 보편화,미국사대주의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이다.문제는 이런 식의 문화 종속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2류국가 취급을 당하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 창출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 새로운 것을창조해야 합니다.무조건 교육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고려청자의 전통에서 조선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백자를 창조해 낸 것을 가장 좋은 사례로 제시한 그는 한국의 예술전통은 너무나 깊고 풍부해 상상력은 물론 자긍심을 절로 갖게 될 거라고 강조한다.특유의 가벼운 글쓰기 때문에 ‘대중문필가’란 소리도 듣는 그는 “나는 어차피 학자가 아니다.”면서 “너무나 답답하고,급하게 알리고 싶은게 많아 이런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전작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한국의 종교,문화로 읽는다 1·2’ 등도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신연숙기자 yshin@
  • 갈수록 요동치는 판도/ 與경선레이스 ‘광주 갈림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구도가 크게 요동칠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특히 13일 한여론조사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1대 1 대결구도에서 처음으로 이기고,이인제(李仁濟) 후보는 이 총재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후보의 ‘대세론’보다 노 후보의 ‘대안론’이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노 후보는 이 총재와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포함한 3자대결 구도에서도 이인제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집계됐다. 물론 비슷한 시점에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여전히 이 후보보다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대안론의 우위를 주장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이에 따라 두 사람간 명운을 건 1위 쟁탈전이 치열해질전망이다.이들과 함께 4강을 형성하고 있는 김중권(金重權)·한화갑(韓和甲) 후보도 1위로 치고올라갈 비상대책을강구 중이다.아울러 5위로 처져 있는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유종근(柳鍾根) 후보마저 수뢰설에 휘말려 중도사퇴설이 나돌자 ‘죽느냐,사느냐’의 정치생명을 건 반전책을모색하고 있다. 긴장감이 높아지자 후보들은 이날 앞으로 남은 경선 분위기를 판가름할 광주경선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일제히광주를 찾아 조직을 점검하고,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제주·울산에서 조직표 및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절감,선거인단과의 직접 접촉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지구당 순회방문 등 조직을 통해 부동층을 공략했다. 노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도 대안론 돌풍을 재연,대전·충남·강원 등지에서 차례로 선전한 뒤 텃밭인 경남 경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해 대안론을 재점화한다는 전략에따라 광주 남구,서구지구당을 방문,밑바닥 민심을 훑었다. 특히 김근태(金槿泰) 후보의 중도 사퇴로 개혁표가 결집되길 기대했다. 이 후보 진영은 초비상이 걸렸다.대세론이 중대위기를 맞았다는 점도 인정했다.따라서 광주에서는 1등이나 2등을한 뒤,대전으로 가 최소 5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로 대세론을 재점화시키기 위한 비책 가동에 들어갔다.특히 대전에 이어 충남,강원지역으로 경선이 이어질 때 최대한 노후보와의 표차를 벌려놓기 위해 ‘투표율 제고’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 김 후보는 전북 경선까지는 대안론에 불이 붙지 않을 정도로 득표력을 유지한 뒤 4월5일 대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인천과 경북에서 이변을 연출하겠다고 벼른다.한 후보는 ‘호남지역 차기인물’론으로 최소한 대선 본선이 다자구도로 갈 경우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지자체, 행자부 권고안 반발

    행정자치부가 시금고 선정의 대가로 은행과 지자체간에약정된 기부채납 자제를 요청하자 지자체가 반발하는 등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행자부는 연초에 ‘시·도금고 선정을 대가로 시중은행으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권고안을 보냈다. 이는 은행측이 시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지자체에 제공하는 기부채납이 은행법에 저촉된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에따른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한미은행이 2001년 1월부터 3년간 시금고를 맡는 조건으로 시에 현금 150억원을 3년간 분납하고 15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증하기로 약정했다.서울·부산시등도 한빛은행과 농협에 각각 시금고를 맡기면서 기부채납을 약속받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은 행자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기부채납 계획을 수정할 경우 세외수입이 크게 줄고 시금고 은행에 대한 특혜주장이 또다시 제기,파장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행자부에 이같은 권고안의 법적 성격을 묻는 질의를 내는 등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인천시도 은행측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약속한 기부채납을 공공복리를 위해 쓰기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기부채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은행법이 자자체와 은행간에 적법하게 이루어진 약정을 구속할 수 없다.”면서 “가뜩이나 현물 기부채납 방식을 놓고 논란을 겪고 있는 판에 행자부의 권고안으로 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내밀한 인간삶 글쓰기 축제

    ▲사생활의 역사 1·3·4-아리에스·뒤비 엮음/새물결 펴냄. 80년대 이후 세계 역사학계는 역사연구에 대한 고정관념을깨뜨리는 기발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글쓰기로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정치,왕조,민족,국가 같은 거대담론에 역사의 조명을 맞추는 대신 지금까지는 잊혀져 왔던 개인,민중,그리고인간 삶의 내밀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재현해냄으로써 인간과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것이다.10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5년부터 프랑스에서 발표되기 시작한 ‘사생활의 역사’ 전 5권(필립 아리에스·조르주 뒤비 엮음,새물결)은 이러한 ‘새로운 역사’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저서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사생활’이란 내밀하고도 표준화되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사적인고찰을 시도했다는 점,책임편집을 맡은 프랑스의 두 역사가를 비롯해서 각국에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40여명의역사학자가 참여해 거대한 학문의 소통공간이 되었다는 점,사회경제사의 고전적 방식은 물론 인구학,역사인류학,심성사,미시사,문화사회학,여성학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망라해 학문의 교향곡을 연주해냈다는 점 등 화제거리가 많다.또한 주제가 주제인 만큼 사용한 자료도 공적인 문서 뿐만 아니라사적인 편지,일기,낙서,그림,소설,심지어 개인 집의 주춧돌에 씌어진 글씨에 이르기까지 내밀성의 벽을 뚫고 들어가기위한 노력이 총동원됐으며 이를 풍부한 컬러도판으로 수록,‘눈을 위한 화려한 축제’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참여자가 많은 대신 학자에 따른 시각과 글맛의 편차가 좀있다.그러나 신선한 발상,다양한 주제,방법론의 차이는 획일적인 시각만을 강요받아 온 우리에게 역으로 시사하는 바가크다고 할 수 있다.예를 들어 필립 아리에스는 중세 사회는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었으나 19세기가 되자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기 시작했다며 그 원인을 국가의 새로운 역할과 문자해독률의 증가,종교의 새로운 형태 등에서 찾는다.즉 국가가 사법권을 갖춤으로써 개인에게 사적 공간이 주어졌고 독서를 통해 ‘고독한 성찰’이 가능해졌으며 ‘내면적인 신앙심’의 형태 또한 고독한 명상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그는 또 이러한 사태들이집단적으로 침투한 지표들로 타인과의 거리를 강조하기 시작한 예절서,글쓰기 습관,고독 취향,일상생활에서 멋 찾기,사생활이 가능해진 가옥 구조 변화 등을 지목하며 독특한 접근을 계속해간다.이번에 나온 책은 1권 ’로마 제국부터 천년까지’(주명철·전수연 옮김),3권 ‘르네상스부터 계몽주의까지’(이영림 옮김),4권 ‘프랑스 혁명부터 제1차세계대전까지’(전수연 옮김) 등 3권이다.2권과 5권은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다.각권 4만3000원. 신연숙기자 yshin@
  • ‘주차장 나눠쓰기’ 광고 시민운동 확산

    ‘주차하세요.제 차는 저녁 8시에 들어옵니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나눠 쓰자는 TV 광고가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과 SK텔레콤은 7일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정신과 올바른 주차 문화를 권장하는 ‘주차장 나눠 쓰기’공동 캠페인에 들어갔다.주차 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주먹다짐을 벌이고,상대 차의 바퀴를 펑크내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는 뒷골목 주차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주차장 나눠 쓰기’ 캠페인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본인이 사용하지 않을 때 이웃 주민이 대신 쓸 수 있도록 귀가 시간을 적은 쪽지를 담벽이나 바닥 등에 붙여놓자는 것이다.아울러 주차 구역을 빌려 쓰는 사람은 거주자가언제든지 주차할 수 있도록 자동차에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SK텔레콤과 송파구청은 이날 ‘주차장을 나눠 쓰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제목의 유인물 5만장을 송파 주민들에게나눠줬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주부 김희미(50)씨는 “다른 동네에서 주차할 때 공간을 찾지 못해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거주자 우선 주차제라고 하지만 개인소유로 여기지 않고 필요할 때 나눠 쓴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고 반겼다. 송파구청 교통관리과 김진세(55) 과장은 “낮에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가운데 빈 곳이 많은 데도 거주자가 경찰에 고발할까봐 주차를 못한다.”면서 “주차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웃끼리 서로 배려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신영철(48) 상무는 “일부 지역의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돼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지자체들이 협조를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41) 대표는 “주차할 곳은 한정돼 있는 반면 자동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주차분쟁이 늘고 있다.”면서 “정부가 주차장 나눠 쓰기 운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준규기자 hihi@
  • 전남도청 양회성씨 ‘겨울참새’ 동시 초등생 교과서 또 실려

    콧등 꽁꽁/ 귓불 꽁꽁/ 겨울아침/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해님과 숨바꼭질/ 그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재잘대는/ 참새떼/ 지난/가을날이 그리워/ 총총총/ 종종걸음. 전남도청 공무원이 지은 동시가 교육부가 펴낸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잇따라 실려 화제다. 도의회 사무처에 근무하는 양회성(45·6급)씨가 지은 동시‘겨울참새’가 올해 발행된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읽기)교과서에 실렸다.이 동시는 양씨가 지난 94년 눈내린 겨울 아침 출근길에 추위에 떨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참새떼들의 앙증맞고 안쓰러운 모습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정감있게표현한 것이다. 지난 96년에도 그가 쓴 ‘산골집 꽃밭’이 초등학교 4학년2학기 국어(쓰기)교과서에 수록돼 관심을 끌었다. 양씨의 동시 2편이 연거푸 교과서에 실린 것은 고등학교(전남 목포고) 때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시작활동을 하면서 문학전문지인 ‘아동문예(85년)’와 ‘월간문학(87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씨줄날줄] 처복

    사마천(司馬遷)은 탁월한 기자다.그는 인물을 기술하되 단순한 영웅이나 유세가가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그렸다.그의사기(史記)에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그러나 그 역사를움직인 인물의 내면을 가늠할 수 있는 삽화가 가끔 등장한다.‘안자(晏子)의 전기’에 나오는 ‘마부의 아내’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안자가 제(齊)나라 재상으로 있던 어느날 외출을 하는데,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엿보았다.남편은 사두마차의 채찍을 휘두르며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그날 저녁 마부의 아내는남편에게 ‘인연을 끊자’며 이렇게 말했다.‘안자는 제나라 재상으로 제후들 사이에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그러나 언제나 겸손하고 사려 깊은 태도였습니다.그런데 당신은 고작남의 마부이면서도 대단히 잘난 척했습니다.’ 그 날 이후마부는 몸을 낮추고 겸손해졌다.이를 이상히 여긴 안자가 연유를 묻자 마부가 사실대로 얘기했다.이에 안자는 느낀 바있어 마부를 대부로 올려주었다.” 사마천이 필생의 작업인 역사의 기록에 이 이야기를 넣은것은 적어도 ‘마부의 처복’을 말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것이다.아마도 역사를 움직이는 인물,그 인물을 움직이는 주변 인물이 벌이는 작은 사건들이 역사에 미치는 ‘나비의 효과’를 말하고 싶었으리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비서관 데이비드 프럼의 사임을 두고 그 ‘아내의 입'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프럼의 부인 클린튼든이 “‘악의 축’이라는 단어는 내 남편작품”이라고 자랑한 사실이 알려져 부시 대통령의 눈 밖에났을 것이라는 소문이 돈 것이다.클린튼든은 친지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헤드라인으로 등장하는 것을보며 아내로서 긍지를 갖는다.”고 자랑했다.물론 당사자인프럼은 “사직서는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전인 지난달에제출했다.”고 해명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않아 보인다.더구나 이로 인해 프럼은 자신이 집필한 원고에는 ‘증오(hate) 의 축’이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악(evil)으로 바꿨다고 했으니 또 한번 천기가 누설된 셈이다.사마천이 살아서 역사를 기록한다면 ‘프럼의 아내’ 이야기도 ‘역사의 본기’에 넣을 성싶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불우노인 눈뜨게한 ‘현대판 공양미 삼백석’

    ‘현대판 공양미 삼백석’이 화제다. 전남 곡성군은 지난해 ‘곡성 심청축제’에서 부대행사의 하나로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를 범 군민운동으로 전개,모두 3122만 4520원을 모았다고 26일 밝혔다. 곡성 심청축제 추진위원회는 이렇게 모은 돈을 효녀 심청의 효심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불우노인 80∼90명을 선정해 개안 수술비로 쓰기로 했다.지난해 10월10일부터 11월10일까지 한달동안 각계로부터 110명이 성금을 냈다. 첫번째 결실은 27일 전남대병원에서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김연단(74)할머니 등 곡성군 주민 4명이 개안수술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대상자 가운데 절반은 곡성군 주민으로,나머지는 도내 22개 시·군에서 2명씩 지정해 도움을주기로 했다. 학계 고증을 거쳐 심청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곡성군오곡면 송정리에서는 심청 우물 등 유적지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심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만고 효녀 심청의 정신을 되살려 어려운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개안수술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곡성 남기창기자 kcnam@
  • 국회 부분정상화 안팎/ 여론에 떼밀려 일단 등원화

    지난 18일부터 파행하던 국회가 26일 부분 정상화됐다.철도 등 공공부문 파업사태로 국민 불편이 극심한 상황에서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데 따른 비판여론에 떠밀려 여야가 일단 머리를 맞댄 셈이다. ▲국회 정상화 안팎=이날 오전 여야 총무들이 부분 정상화에 합의했다.쟁점인 대정부질문은 3월 임시국회를 열어 실시키로 하고 28일까지 상임위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 뒤 2월 국회를 매듭짓는다는 내용이다.권력층 비리등 야당의 폭로공세가 예상되는 대정부질문을 피하고 싶은 민주당과 ‘선(先) 대정부질문’을 고집하며 상임위를 거부할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이 부담스러운 한나라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부분정상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파행에 대한 비난전은 계속됐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원발언을 폭력으로 저지하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이회창(李會昌) 총재나 그 가족을 성역처럼 여기기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반면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생떼쓰기로 민생을 걱정해야 할 국회가 파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건설교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철도부문 파업사태에 대한 현안질의를 벌였다.정보위에서는 탈북자 유태준(劉泰俊)씨의 행적과 수도방위사령부 총기탈취사건 등이 논의됐다.여야 의원들은 “총기탈취사건은 군의 기강해이를 보여준 것”이라며 경계근무 강화를 주문했고,특히 야당의원들은 유씨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함께 탈북자 관리체계를 일원화할 것을 촉구했다. ▲3월 국회 전망=쟁점인 대정부질문 재개여부가 타결되지않은 만큼 3월 국회도 순탄치 않을 듯하다.이날 총무회담에서도 한나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을 속개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민주당은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려면 야당이 폭력행위부터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음달 9일부터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야가 국회에 당력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가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이유로 조만간 사임할 예정인 데다 시급한현안들도 2월 국회에 집중돼 있는 점도 3월 국회를 굼뜨게 만들 요인이다.결국 3월 국회는 여야간 공방 속에 상당기간 공전될 공산이큰 셈이다. 진경호 홍원상기자 jade@
  • CLEAN 3D/ 전국 우수 클린사업장 5곳

    지난해 9월21일 대장정에 오른 5개월 만에 클린 3D 사업이 22일 100호 사업장을 배출했다.클린사업장 선정부터 작업환경 개선,최종 마무리까지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흘린 땀으로 극복해 왔다.이번에 소개되는 클린 사업장들은 전국산업안전공단 본부와 지도원에서 선정한 모범 사업장들이다. 디유티 코리아는 부산·경남권 클린 사업장 1호다. 디유티 코리아는 지난 92년 설립됐지만 정밀부품의 국산화를 앞세워 무섭게 성장 중이다.직원은 18명에불과하지만 지난해 매출 7억8000만원에서 올해는 두배에육박하는 14억원으로 잡았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폴리우레탄 고압 발포기의 믹싱헤더나 커풀러(유압관련기계 부품) 등이 주력상품이다.개당 5000∼8000달러인 고가품으로 불과 몇년전만 해도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고 한다. 내수와 수출 비율이 7대 3정도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싱가포르 등으로 수출이 상승,바이어들의 방문도 잦아졌다.하지만 작업환경은 정용채(47) 사장의말처럼 ‘말도 못하게 지저분’했다고 한다.특히 지난해 8월 미국 바이어가 공장을 방문한 이후 작업환경 개선을 결심했다.외국 바이어들이 대놓고 표시는 안하지만 ‘더러운 작업 환경 속에서고품질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하는따가운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올 초 클린 사업장 지정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녹색으로코팅된 산뜻한 바닥과 2배 이상 밝아진 조명시설로 편안한 작업장으로 변했다.중량물 이동기도 새로 추가돼 직원들의 만성 요통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렸다. 클린 사업장 인정에 따른 ‘부수효과’도 있었다.바로 직원들의 자부심이다.박종희 관리부장(37)은 “클린 사업장지정 이후 직원들이 스스로 기계설비 청소나 정리정돈에나서는 등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귀띔했다.(051)264-5586 군산 외곽 서수 농공단지에 위치한 화과방은 클린 사업장 전북 1호점이다.정문에 들어서면 정결한 분위기 속에서 하얀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공장 내부도 자동화 시설을 완비,주변 50개 공장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떡·과자 전문생산업체로 2000년 에 설립됐다.10년 이상 대두식품을 이끌어 온 조성룡(47) 사장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했다.올 매출은 25억원으로 지난해의 두배로 잡았다.갈수록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청결 제일주의’를 표방했지만 지난해까지도 전분이나 밀가루 가루가 날려 작업에 많은 지장을주었다고 한다.인체에 해는 없지만 직원들이 하얀 가루를뒤집어 쓰기 일쑤라 불만이 적지않았다.하지만 지난해 10월 클린 3D 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쾌적한 작업장으로 변모했다.국소 배기장치와 집진기 시설이 완비,작업장에 날리는 전분 가루가 사라졌다.산업안전 측면에서 펼친 정리정돈 생활화,청결운동 등도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직장을 옮긴 양진구(43)씨는 “기계설비 전문가로 다른 업종에서도 일했지만 깨끗한 작업환경에 끌려 직장을 선택했다”며 “요즘엔 임금도 중요하지만 작업장 환경이 나쁘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클린 사업장으로 지정된 이후 대외적 이미지가 좋아져 상품 주문이 서서히 늘고 있다”며 “무엇보다클린 사업장에 근무한다는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져 기분좋다”고 밝혔다.(063)451-1335 광주권에서 우수 안전 업체로 선정됐다.지난 97년 설립된 냉장고 부품업체로 올 매출 목표액이 50억원이다.지난 99년 실린더 협착사고가 나 이번 환경개선에서 안전장치 설치에 중점을 뒀다.이외에 세척기에 국소배기장치를 달았고 탁상용 드릴기의 드릴척과 드릴 전면에 방호망을 설치하는 등 위험기계 기구 및 방호문제가 해결됐다.소재지는 전남 장성군 황룡면 신호리이며 연락처는 (061)393-3114. 대구권 우수 안전업체다.금형 및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근로자 4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마찰식 프레스 기계에 광전자식 안전장치가 설치됐고 연삭기에 안전덮개를 씌어 손가락 절단 등의 사고 예방이 가능해졌다. 이외에 금형교환자에게 안전화 및 귀마개를 지급,안전사고 예방에 중점을 뒀다.소재지는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2차 3단지이며 연락처는 (053)583-3244. 자동차 정비·수리업체로 대전권에서 우수클린 사업장이 됐다.사업장 위험제거 및 청결유지,공정개선에 중점을 뒀다. 특히 고장 차량 견인시 요통이 자주 발생하는 점을 감안,사고차량 견인장비와 엔진·미션 탈부착 장비,판금 차량이동장비 등을 지원받는 등 직업병 예방에 획기적 개선이됐다.소재지는 대전 서구 관저동이며 연락처는 (042)545-7183. 부산 군산 오일만기자 oilman@
  • 수돗물 사용 증가세 ‘주춤’

    수도권의 수돗물 사용량 증가세가 지난해 처음으로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강유역환경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이후매년 10%를 넘어섰던 서울과 인천,경기 등 한강수계 수돗물 사용량의 증가율이 지난해 3∼4%에 불과,10여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강수계 관리기금의 수입규모도 한강관리청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200억원이 적은 2300억원에 그쳤다. 수도권의 수돗물 사용량 증가세가 이처럼 둔화된 것은 무엇보다도 한강수계 상수도 요금이 지난해 평균 10%정도 인상됐기 때문으로 한강관리청은 풀이했다.또 장기적인 불황으로 공장의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중수도의 활용도는 높아지고 특히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수돗물 아껴쓰기 캠페인도 효과를 나타낸 덕분으로 지적됐다. 한강관리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물이용 부담금이 다시 인상되는 등 수돗물의 낭비를 억제하는 다양한 요인이계속 발생할 예정인 만큼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강수계관리위원회(위원장 환경부장관)는 현재 t당110원인 한강수계 물이용 부담금을 하반기부터 130원으로인상할 방침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편집자문위원 칼럼] 받아쓰는 신문과 바로쓰는 신문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devil) 발언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우리 언론에서도 여전히 중심 화두다.부시가 밝힌 ‘악의 축’인 북한의 혐의는 대체로 핵과 미사일 문제이다.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CIA 국장의 의회 증언,CIA 보고서,라이스 안보보좌관과 파월 국무장관이 나서서 북한이 ‘악의 축’ 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지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남북관계가 2001년을 지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하여 지금은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중대한 원인 중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자리한다.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천명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런데 우리나라 신문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시 행정부의 여러 발언에 대한 지나친 ‘받아쓰기’가 드러나 보인다.우리 신문은 부시의발언 이후,이를 대서특필하는 기민함은 보였지만 정작 ‘악의 축’이 의미하는 내용과 그 숨은 뜻을 밝히는 데에서는 그렇지 못해 왔다.오히려 일부 신문은 부시의 발언을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과대 포장까지하고 있다. 우리 신문들이 인용한 미국의 북한 미사일문제,특히 핵개발 문제는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의 숨가쁜 상황들을 조금만이라도 검토했다면 미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받아적는 안일한 대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이라도북한의 핵개발이 어느 지점에까지 도달해 있는지 당시의신문을 뒤져보길 바란다.또한 미국이 근거로 내세우는 CIA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았더라면별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CIA 보고서가 담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수출의 내용은 관찰기간도 짧을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수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는다.더구나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시험이 유예되고 있지 않은가. 대한매일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이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1억 달러 미만이라는 사실,이집트에 대한 수출도 사실이아니며,이란도 북한 미사일 수입에 시큰둥하다는 사실을사설을 통해 잘 지적해 놓고도(2월 8일자),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비판적인 기사 하나 제대로 싣지 못하고 있다.있다면 주필의 칼럼정도(2월 5일자)이다. 대한매일을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만화 한 컷이 한 면을다 채운 기사보다 더 명쾌하고,비판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부시 발언 이후 대한매일에 실린 만화 컷은부시 발언의 오만과 편견,세계인의 비판과 우리의 솔직한심정을 표현하고 있다.그러나 정작 기사를 통해서는 그러한 내용을 접할 수 없었다.민영화되어 독립언론으로서,공론지로서 새출발하고 있는 대한매일의 뜨뜻미지근함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신문은 사실의 전달,비판과 대안의 제시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그런면에서 대한매일은 여전히 받아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신문처럼 보인다.적어도 부시 발언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그렇다.민영화는 신문의 소유와 경영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1면에 실린 사장 구인 광고가 민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내용과 신문사의 올바른 가치판단의 정립을 보여줄 때 진정한 독립언론으로서 태어나는 것이다. 정영철 동국대강사·사회학박사
  • 새 장편소설 ‘멸치’펴낸 김주영

    중진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새 장편소설 ‘멸치’(문이당)를 내놓았다. 앞뒤없고 맥락없는 편견이 앞선다.‘홍어’에서 이번엔‘멸치’라니….그의 새 소설 제목은 4년전 상재(上梓)했던 ‘홍어’쪽으로 훌쩍 시선을 건너뛰게 만든다.그러나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채 헤아려보기도 전에 소설은 들머리에서부터 궁금증을 풀어준다.옴니버스 소설집으로 둘을 한데 묶어도 좋았겠다 싶게 여러모로 닮은꼴의얼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풍정(風情)이 또 한번 구체적 배경이 됐다.어린 소년인 ‘나’가 작품의 화자이며,그리움과 원망으로집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나와 아버지(떠나버린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홍어’)의 관계설정이 또 그렇다. 작가의 얘기는 좀더 구체적이다.“‘홍어’니 ‘멸치’니 어류 등속을 작품의 중심 이미지로 끌어들인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요.그들이 가진 통념과 고정관념들을 빌리고싶었으니까.힘없고 사소하고 볼품없는,그러나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할 어떤 상징으로 멸치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오브제인 거죠.” 멸치는 소설의 기둥인물인 외삼촌의 육화된 이미지다.화자인 열네살 소년 대섭의 눈에 비친 외삼촌 달구는 기인같고 때로는 초인같다.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인 그는 외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그 집에 들어앉자 거처를 유수지의움막으로 옮겼다.작살 하나로 귀신같이 고기를 잡아오는가 하면,드러내놓고 곡기를 입에 대는 일 없이도 잘만 살아낸다.그런 외삼촌은,아버지의 불성실과 허세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가 2년전 집을 나간 뒤 달구의 유일한 위안처이자 바람막이다. ‘나’는 외삼촌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아버지와,거기에 이상하리만치 의연한 외삼촌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힘의 균형은 늘 기우뚱 아버지쪽으로 쏠려 있다. 하지만 ‘나’의 자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다.외삼촌을 일방적으로 동정하지도,아버지의 은근한 폭압에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터뜨리는 법도 없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멸치같은 존재”일 뿐인 외삼촌이세속과 동떨어진 초인처럼 묘사된 건 의도였을까.작가는“자극적이고 돌발적인 오늘 우리들의 삶이 달구의 진지함과 순수함을 기인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집나간 어머니는 소설이 끝나도록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작품 ‘거울속의 나’,‘홍어’가 그랬듯 한쪽 부모가 부재한 가정에 촉수를 들이미는 글쓰기 버릇은 분명 작가의 의도다.“전쟁과 사회적 격변에 휘둘린 우리들의 가족 울타리 안에는 다들 흉터가 하나씩은 있다.역사의 행간에 배제된 이들을 건져올려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작업은 앞으로도 내 글쓰기의 숙제다.” ‘멸치’는 지면에 연재되거나 발표된 적 없는,그에게는전작으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유난히 애착이 큰 건 그래서이다.새 소설을 쓰느라 꼬박 1년을 묻혀산 서울 장충동의작업실에서 그는 “이번처럼 원고를 많이 고친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이다. 황수정기자 sjh@
  • [대한광장] 대통령 脫정치화론 ‘미신과 현실’

    우리 사회에서 중립화론(中立化論)은 정부개혁 의제의 단골 메뉴로 되어 있다.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민초들도 정치적·행정적 실책을 볼 때마다 그 해결책으로 행정의 중립화를 생각하는 것 같다.이 경우 중립은 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마치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의미와수단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모호하고 다분히 미신적이다. 그러하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피곤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논쟁에서 자기에게 유리하면 중립이요 불리하면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펴기 일쑤이다.정치인들은 정권투쟁에서승리하기 위해 중립화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기도 한다. 중립화론의 명료하지 않은 의미와 극단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실천수단의 처방에 얽힌 미신을 걷어내고 현실성과 논리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정치적 중립은 부당한 정치적 정실이나 당파적 정쟁에 대한 중립을 뜻한다.행정 공무원이 정당적 특수이익과 결탁하여 직무수행의 공평성을 잃거나 정당세력간의정권획득 투쟁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규범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요구가 행정을 정치로부터 고립시키거나 행정의 정치적 역할을 완전히 봉쇄하라는 뜻은 아니다. 행정은 당파적 쟁투 이외의 정치적 역할 즉 국민대표,다양한 이익의 조정,정책결정 참여 등 정당하게 부여된 정치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정치적 중립이 당파적 이익으로부터의 중립을 뜻한다고 해서 정당정치로부터의 격리를 요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정치적 중립은 정당적 영향의 멸균 또는 불모화(不毛化) 상태에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행정의 정치적 중립은정당을 포함한 허다한 세력의 이익을 절충·조화함으로써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현실세계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갈등하는 파당적 세력들 사이에서 교묘하게 이어가는 줄타기라 할 수 있다. 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계층적 권력구조를 공격한다.대통령으로부터 차례로 이어지는 계층제 속에서 상급계층의 지시와 명령을 받지 않도록 해야 정치적 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행정개혁의 이상향은 계서제적 지배(階序制的 支配)의 폐지이다.모든 행동주체에게 힘이 실어지는 네트워크형의 국정관리,그리고 모든 이익중추간의 파트너십 구축이 이상이다.그러나 그와 같은이상향이 지금 구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명하복의 계서제가 행정의 책임을 확보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되어 있는 것은 지금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계서제의 정당화 근거는 상관이 부하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전제이다.그런 계서제적 관리체제를 유지한 채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자가당착적일 수 있다.상관은 나쁘고 부하는 옳다는 주장을 하는사람들은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하여 중용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활동금지에 관한 법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그러나 이미 있는 금지조항도 시대의 변화추세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리만큼 강경한 것이다.정치활동금지규범에 관해서는 입법의 문제보다 실천의 문제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행정의 중립화를 논할 때는 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청,행정관리자들의 리더십과 정책사업가적 역할을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인사행정의 융통성 제고와 신분보장 완화에 대한 요청 등을 함께 고려하여 조화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민주정치체제의 핵심축인 대통령의 정치적 기능을 완전히 박탈해야만 나라가 잘 된다는 미신을 신봉하는사람들이 많다.우리나라의 정치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기때문인 것 같다.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만약 입장이 바뀌는 경우 주워 담지못할 극단적인 중립화 주장을 피해야 할 것이다. ▲오석홍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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