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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난개발과 경춘선

    사람은 가끔 나를 알기 위해 나를 떠날 필요가 있다.내가 살던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비운 채 어디론가 한동안 사라지는 것이다.그리고 얼마 후 이미사라져버린 시간과 공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긴 여행의 마지막 묘미는 돌아 본 자리보다는 돌아 온 자리의 모습을 다시 볼 때가 아닌가 싶다.이때 우리는 판단이 정지되었던 시간과 장소의 변화를 새롭게 보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약 1년 가까이 내가 주로 오가던 춘천과 서울의 공간,경춘선을거의 비운 적이 있었다.그리고 미국에서 짧은 연구년을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의 1년 만에 경춘선을 탄 것이다.느려 터지고 환기도 안되는단선 철도 경춘선을 탄 이유는 오직 한가지 수많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의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낡고 덜컹대는 열차에 이끌려 몸을 맡기듯이 이어진 청량리에서 춘천까지의 2시간 기차 속에서 나는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경춘선의 주변에는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복선화 공사보다 훨씬 빠른 환경 파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청량리를 벗어나 남양주,대성리를 거쳐 청평,가평,춘천으로 이어지는 두시간의 기찻길 주변은 봄의 진달래,여름의 숲,가을의 낙엽,겨울의 눈꽃 대신 시커먼 시멘트 아파트,공사판의 철골과 먼지,파헤쳐진 스키장과 골프장,무질서한 음식점과 여관 간판들로 뒤바뀌고 있었다.낭만과 추억의 상징이던 경춘선의 아름다운 얼굴은 벌레가 사과를 파먹듯이 급속도로 파괴되는 주변의 공간들에 의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이 온통 시커멓게 멍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위한 개발만이 유일,절대의 가치가 된 지금 난개발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공사판의 소음에 파묻힌 채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무절제한 개발과 파괴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얼마 안 가 경춘선의 아름다운이미지는 복선 전철과 함께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낭만의 경춘선은 사라지고 서울을 위해 바쁘고 무표정하며,피곤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위성도시 통근철도 경춘선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우리는 얼마 안 가 경춘선이 복선화될것을 안다.수십년 동안 발전의 혜택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개발만큼 절실한 말은 없을 것이다.사람들의 소망이 절실한 만큼 개발의그늘 속에 신음해 온 사람들이 그 혜택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권리일 수 있다.정치인들이 이러한 사람들의 절실함을 모를 리 없다.그래서선거철만 되면 허기진 유권자들을 낚기 위한 개발 공약들이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복선 철도 경춘선이 그처럼 무분별한 개발의 논리에 끌려 경인선,경수선,안산선,일산선,분당선 같은 것들을 따라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졌던 경춘선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도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경춘선이 회색 철도가 아닌 푸른 철도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존하고,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은 대학 강단을 떠나셨지만 평소 존경하던 모교의 교수님께서 정년 퇴임을 하시기 한해 전 우연히 교수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교수님 책상 위에는 조교 시절 보았던 망가진 초창기 애플 컴퓨터가 아직도 놓여 있었다.타자기로도 쓰기힘든,20년 가까이 된 컴퓨터였지만,그 낡고 고장난 컴퓨터가너무 좋아 보였다.“교수님,아직도 컴퓨터를 갖고 계시네요?” “무엇이든지 함부로 버리면 안 되지.낡은 것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쓰일 때가 있거든.” ‘사라지는 것들의 슬픔’을 이야기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한없이 올라가고 끝없이 펼쳐지는 욕심과 욕망의 끝자락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확실히 보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지금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반성이 없이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소유,과시,격차,탐욕,냉소의 삶을끝없이 부채질하는 정치와 경제의 논리만이 이 사회를 지배한다면,미래를 책임질 창조적 문화와 가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고,이 땅의 모든 낭만은 다 사라질 것이다.무지막지하게 진행되는 난개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 교수
  • KBS ‘장희빈’ 띄우기 빈축

    KBS 정통역사 다큐 프로그램인 ‘역사스페셜’(KBS1,토 오후8시)이 같은 방송사 드라마 ‘장희빈’(KBS2,수·목 오후9시50분) 띄우기에 동원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도 아닌 역사다큐 프로그램에서까지 드라마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큐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항의다. ‘역사 스페셜’은 지난 23일 ‘장희빈은 재벌가의 딸이었다’편을 방송,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장희빈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최근 시작한 자사 드라마 ‘장희빈’이 기존의 선악 이분법을 탈피하고 제시한 색다른 시각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방송에서는 “장희빈은 중인에 해당되는 재벌가의 딸로 호구지책을 위해 궁녀가 된 것이 아니다.요부·악녀로 알려진 기존의 ‘장희빈’은 해방 후까지 우리 지식인 사회와 학계의 중심세력으로 작용했던,그의 반대파 서인들에의해 쓰여진 역사이며,시대흐름의 희생양”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도 역대 ‘장희빈’과 달리,서인과 대치하던 남인의 역모에 뒷돈을 대던 중인계급의 갑부 삼촌 장현의 몰락을 계기로 옥정(김혜수)이 궁녀가 될 것을 결심하는 것으로 묘사한다.‘장희빈은 재벌가의 딸이었다’는 다큐 제목은 극중 장희빈이 몸종까지 부리는 부잣집 딸로 나오는 부분과 일치한다. 다큐는 또 숙종이 당시 한없이 약해져 있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술을 발휘했다는 부분도 자세히 다뤘다.이 역시 드라마가 기존의 장희빈과 달리숙종을 기존의 ‘유약한 왕’이 아닌 ‘카리스마 강한 왕’으로 묘사하겠다는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이밖에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유인촌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빈축을샀다.유인촌은 장희빈(김혜수)을 궁녀로 입궐시키고,꾸준히 도와 남인의 훗일을 도모하는 동평군 역이다. 제작진은 “역사스페셜이 역사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것을 모토로 삼는 프로그램인 만큼 TV에서 방송되는 사극의 소재를 주제로 택한 것은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역사스페셜’은 지난 2월에도 ‘고려 광종,제국의 아침을 열다’편을 통해 자사 드라마 ‘제국의 아침’ 북한 촬영기와 주인공 인터뷰 등을 방송,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주현진기자 jhj@
  • 문학사상 신인상 김연숙씨

    제8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으로 이해경의 장편소설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가 22일 선정됐다.또 제51회 문학사상 신인상에는 시 부문에 김연숙씨의 ‘사해에서' 외 2편과 최을원씨의 ‘오래된 항아리' 외 2편 등이 뽑혔다.중·단편 소설 부문은 박지나씨의 ‘미미(美美)'와 최준석씨의 ‘흔적'이,평론부문은 이봉일씨의 ‘서사의 개방과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가 각각 받았다.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벤처 지원펀드 1억弗 내년 조성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중에 1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스타펀드와 올해 안에 500억원 규모의 프리코스닥펀드가 각각 조성된다. 정부는 21일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위원장 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를 열고 이런 내용의 ‘벤처기업 재도약 방안’을 확정했다.벤처기업의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1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스타펀드를 내년에 조성,해외에 진출하는 벤처기업의 투자에 쓰기로 했다.재원의 20∼30%를 중소기업청 예산에서 마련하고,나머지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안정적인 벤처투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투자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프리코스닥유동화펀드가 올해 안에 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김성수기자 sskim@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신라木簡 대량 발굴

    경남 함안군 가야읍 사적 제67호인 성산산성에서 6세기 중·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시대 목간(木簡)65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이같은 목간 출토량은 단일 유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것이며,이 가운데 51점에서 모두 313개의 먹글자가 판독됐다. 특히 당시의 지명과 관직명·인명 등이 여럿 확인됨에 따라 가야와 신라를 둘러싼 고대사를 규명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성산산성을 발굴하고 있는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선태)는 15일 발굴현장에서 지도위원회를 열고 목간을 비롯한 발굴유물을 공개했다. 발굴현장에서는 또 원목을 다듬거나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쓰기 위한 작은 손칼,목간에 글씨를 쓴 것으로 보이는 붓이 함께 나와 목간 제작과정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이밖에 방망이와 송곳,자귀자루 등의 도구와 숟가락·젓가락·주걱 등 식기,배에서 물 퍼내는 용기 등 나무로 만든 작은 유물 137점이 함께 발굴됨에 따라 연구소 측은 이곳이 목공소 자리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함안 서동철기자 dcsuh@
  • [21세기 이혼풍속도] (1) “”그냥…같이 살기 싫어요””

    요즘 “마누라(남편) 잘 있냐.”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결혼한 부부 세쌍중 한쌍이 이혼한다는 세태에 맞춰 친척·선후배 모임 등에서 ‘지뢰 밟기’수준인 사생활 질문은 가능한 한 피해가자는 것이다.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2.8쌍(5.6명)이 이혼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이혼율이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이혼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4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젊은 부부들 ‘그냥 갈라서기' 많다 “이혼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손석봉(37)변호사는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목젖까지 올라오는 것을 꿀꺽 삼키기 일쑤라고 한다.그가 최근 맡은 이혼 변론 3건은 모두 결혼 1∼2년째인 20∼30대 남자와 여자.이들 모두 특별한 사유 없이 “그 남자(여자)와 살기 싫다.”며 이혼소송을 의뢰했다.손 변호사는 “그렇게 막연한 이유는 소송거리가 아니다.”라면서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보라.”고 권하지만 당사자들은 막무가내다.소송에서 이길 수없더라도 소송을 내 이혼하겠다는 의지를 상대방에게 보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 변호사는 의뢰자의 배우자 쪽 꼬투리를 잡아서,즉 법률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에 꿰어맞춘 뒤 소송을 제기하고 상대방의 협의을 이끌어내 사건을 종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화가인 최정원(33·가명)씨가 그랬다.그는 치과의사인 남편과 결혼 2개월만에 각방을 쓰기 시작했고,결혼 1년6개월만에 이혼했다.최씨는 “소개로 만나 사귀는 동안은 사이가 좋았다.그런데 결혼한 직후 남편은 ‘너랑 살기 싫다.’며 별거에 들어갔다.”고 말한다.친정오빠는 다른 여자가 생겼나 하는 의심에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6개월 넘게 뒷조사까지 했지만 ‘이상 증후’는 없었다.남편의 이혼소송에 ‘갈 때까지 가 보자.’며 버티던 그녀는 결국 협의이혼하고 말았다. 현재 법률(민법 840조)상으로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구체적인 다섯 가지 행위와 ‘기타 사유’로 한정해 놓고 있다.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배우자의 악의적 유기,폭력행위 등 배우자(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자신의 직계존속이 받은 부당한 대우,3년 이상 배우자의 생사 불분명,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다.구체적인 행위가 없을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호소하는데 경제적 무능력,성격 불일치,배우자의 범죄,부당한 피임,성관계 거부,애정상실 등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상담통계(2002년 3월)에 따르면,전체 이혼상담의 43.5%가 ‘기타 사유’로,남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변호사들은 재판에서 이혼이 결정되는 사례는 대부분 배우자 외도,폭력,악의적 유기 등의 원인이 압도적이라고 말한다.하지만 그들도 20∼30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그냥,싫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 이혼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이명숙(40)변호사는 “계류 중인 100여건의 이혼 소송을 살펴 보면,외도나 가정폭력 등 전형적인 이혼사유가 주가 된다.”면서 “그러나 협의이혼에 이르지 못하는 부부들의 경우,양육권이나 재산분할청구 등 변호사를 찾는 절박한 사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협의이혼이 11만 9005건으로,재판이혼 2만 3025건을 5배(사법연감,2001년)나 웃도는 상황에서 법원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평가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싫어서 못 살겠다는 젊은 부부의 주장에는 불평등한 사회적 환경이 뒤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결혼이 과거에는 누구나 다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었다면,최근엔 선택사항이 됐다.또 과거에는 부부관계나 정서적 친밀도에 관한 여성(남성)의 기대치가 낮았지만,요즘은 대단히 높다.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면 기대하던 사랑은 오간데 없고,시집·처가 등 가족·사회관계는 억압으로 느끼기 때문에 이혼이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그는 결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가족적 책임과 의무는 피해 보려는 20∼30대의 이기적인 성향도 한몫을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함 교수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결혼의 가치관이나 규범이 젊은 층에게는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시집간다.’는 가부장제적 결혼제도에 여성의 거부감이 점차 커진다는 것이다. 시집·처가 등 가족이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박동섭(60)변호사는 “장인이 사위 뺨을 때리는 세상이 왔다.”며,미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한 자녀(마마걸·마마보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시집이나 처가가 끼어들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말한다.이를 테면 아내가 아침밥을 안 해준다든지,남편이 외박했다든지 하는 문제를 각자의 부모에게 고자질하듯 알려 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감정이 상한 당사자들은 “가족인 줄 알았더니,남이구나.”하는 소외감을 느끼고 쉽게 이혼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 ■‘동거' 결혼의 탈출구 될수 있나? “20∼30대 부부의 이혼 증가는 현 결혼제도로부터의 탈출이지만,대안이 없는 위태로운 움직임”이라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말한다. 함 교수는 지난 5월 공동저자로 ‘우리 동거할까요’라는 책까지 펴냈지만,결혼제도의 대안으로서의 동거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동거문화는 남자가,이혼할 경우 알거지가 되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반면 우리는 시집 등 가족관계가 부담스러운 여성이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결혼제도가 남녀 평등한 쪽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동거의 사회적 필요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35세 이상 미혼 여성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연구한 여성학의 박사논문에는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제도’에 대한 불만과 함께 ‘결혼이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여성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실리기도 했다.박동섭 변호사는 “동거를 선량한 풍속에 위반되는 풍속사범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가능하겠느냐.”며 “양가 부모가 인정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과연 딸 가진 집에서 허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을 던진다.특히 경제적·정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실험 동거’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현재의 결혼제도에서 당사자(부부)들의 문제에 부모가 끼어들 수 있는 틈새가 바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인터넷 동거사이트를 운영하는장기홍씨도 “동거는 주거공간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동거의 성공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성격 차이를 서로 인정하는 성실한 자세에 달렸다.”고 말한다. 문소영기자
  • ‘친구’ 5억 갈취 부산 조폭 수사

    영화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의 소재가 된 부산의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감독인 곽경택(36)씨를 협박,제작사로부터 거액을 뜯어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K씨 등 칠성파 조직원들이 지난해 “우리 조직원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으니 대가를 달라.”고 곽 감독을 협박했고,곽 감독이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부터 5억원을 받아 조직원에게 건넸다는 제보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이에 대해 곽 감독은 “조직폭력배로부터 협박받은 적은 전혀 없으며,관례상 영화사로부터 받은 흥행 보너스 5억원 중 절반을 실제 모델이자 시나리오 집필에 도움을 준 초등학교 동창(정모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스스로 줬다.”고 주장했다. 곽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복역중인 친구를 면회해 주변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었고 영화 개봉 직후 다시 면회해 ‘네 덕분에 히트했으니 네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친구의 아내에게 주려고 했으나 선배에게 주라는 간곡한 요청에따라 지난해 9월 그의 조직 선배에게 돈을 건넸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해 개봉돼 2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 ‘친구’에서 칠성파 행동대장(영화속 ‘준석’)의 실제 모델로,신20세기파 행동대장(영화속 ‘동수’)을 93년 살해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다.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곽 감독은 뮤직비디오 촬영차 미국에 갔다가 지난달 돌아와 다음주말쯤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가계대출 힘들어진다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에서 돈 빌려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은행이 가계대출을 해준 만큼 대출잔액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현행 50%에서 최고 70%로 상향 조정된다.상호저축은행의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현행 50%에서 100%로 단계별로 상향 조정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1일 이같은 내용의 가계대출 억제 후속대책을 발표했다.▶대한매일 11월7일자 참조,관련기사 10면 집값에 비해 담보대출비율이 높은 우리·제일·조흥 등 7개 은행에 대해서는 경고성 행정지도가 내려졌다.이에 따라 개인들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다소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시론] 진정한 인터넷 선진국의 길

    한국이 불과 4년만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하는 일을 해냈다.일을 내도 기적 같은 일을 낸 것이다.우리가 아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그렇다고 하고,OECD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적이다.얼마 전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미국과 일본은 빨리 한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소니의 이데이 회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기적은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보급률로 보면,우리 나라는 캐나다의 2배,미국의 4배,일본의 8배에 달한다.가입자당 월 4만여원이라 할 때,연간 매출액이 5조원에 이른다. 세계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적자에 신음할 때,유독 우리 사업자들만이 흑자행진하는 이유가 바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우선 기분 좋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 까닭을 되새김해보자. 이 일은 참으로 안개와 같은 불확실성과 사업자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시작한 정책이었다.초고속 기간망을 완성한 당시 정부는 세계 어느 국가도 해결하지 못한 소위 ‘최종 1마일(last one mile)’문제,즉 초고속망을 전화국에서부터 가정이나 사무실까지 잇는 문제를 기존의 전화선이나 케이블을 통해 해결하되,우리의 기술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물론 교육 등 이용 활성화 영역과 서비스 가격을 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서비스 업체는 응당 표준의 미확정,이용료 문제,예상 가입자 수 등을 고려한 불확실한 수익성을 들어 사업 추진에 회의적이었다. 돌이켜 보면,그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애국은 공직자가,사업은 기업인이’라는 생각으로 한푼의 보조금 지급 없이,기업 스스로 사업적 차원에서만 참여토록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이용 요금,사업자간 자유로운 경쟁,예상을 넘는 PC방 및 교육 수요 등이 어우러져 오늘의 기적을 이루게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사업자와 함께 오는 2005년까지 가입자를 1350만명으로 늘리고,평균 속도도 지금보다 10배까지 늘릴 계획이다.왜 그래야 하는가.결론적으로 말하면,우리나라가 명실공히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길이기 때문이다.우리 나라는 지난 40년의 단기간 성장만으로 산업화에 성공,신흥 공업국에는 진입했지만 선진국에는 끼지 못했다. 초고속 통신망은 정보통신산업을 통한 경제 성장의 핵심이다.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시민들이 안방과 사무실에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초고속통신망이 해결해준다.창조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기도 하다.우리 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인자(因子)일 뿐만 아니라,외국 최고기업 유치인자도 된다.우리 기업과 정부,국민의 삶을 선진형으로 바꾸는 인자가 바로 초고속망 사업인 것이다. 이제는 훌륭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놓고 따져볼 때다.초고속 가입자망이 아이들에게는 게임이나 하고,어른들은 이상한 영화나 오락을 즐기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백해무익해 보이기까지 했을지도 모른다.우리가 누구보다 먼저 초고속 가입자망을 만든 까닭이 놀자고만 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 망을 다양한 가치 창출의 터전으로 만들고,변화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초고속망을 한 사람이 쓰기에도 유용하고,수많은 사람이 쓰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길(道)로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명이다. 서삼영 한국전산원장
  • 책/ 알코올과 예술가 - 취기가 걸작을 만든다?

    최근 시인 고은은 “근래 들어 술 마시는 문인들이 줄고 있다.”고 개탄하는 글을 발표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예술가 혹은 작가에게 술은 영감의 묘약인가,파멸의 독약인가.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의 ‘알코올과 예술가’(백선희 옮김,마음산책 펴냄)는 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술과 예술가의 유기적이고 신비로운 관계를 규명한다. 술은 수많은 예술가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다.글쓰기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120피트의 종이를 이어 타자를 치고 밥(bop)이란 재즈양식을 도입해 즉흥성을 살리려 했던 잭 케루악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술에 취해 책상에 앉을 것을 권했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가진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보름 동안 만취와 숙취를 거듭하는 가운데 걸작을 완성했다.신이 없는 공허함을 이기려고 술을 마신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소설 ‘죽음의 병’을 쓸 때 포도주를 하루에 6ℓ씩 마셨다고 고백했다.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의미심장한 비유를 동원해 술을 예찬했다.“푸른빛이 도는 화주(火酒) 압생트가 피워올리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다.” 비상과 추락을 거듭하며 ‘인공낙원’을 건설한 예술가들.그들은 술에 얼마나 빚을 지고 있을까. 저자는 에드거 앨런 포,제임스 조이스,스콧 피츠제럴드,딜런 토머스처럼 생명을 재촉할 정도로 지독하게 술에 탐닉한 작가들과 앙투안 블롱댕,뒤라스,베이컨처럼 취기를 빌려 창작한 이들,제임스 엘로이나 윌리엄 스타이런처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가 금주로 가는 힘겨운 여정을 걸은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생생하게 다룬다. 이들에게 술이 묘약인지 독약인지를 묻는 것은 작가의 지적대로 부질없는 일인지 모른다.다만 분명한 사실은 술은 보들레르 이후 문학의 혁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동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남과여/ 남 앞에선 잉꼬… 실제론 남남 ‘디스플레이 부부’ 는다

    대기업 중역인 양모(54)씨와 전업주부 김모(50)씨는 1남1녀를 둔 평범한 부부.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시댁이나 친정 행사에도 같이 얼굴을 내민다.그러나 이 부부는 7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다.자식이 모두 결혼하면 이혼하기로 각서까지 작성해 두었다.전형적인 ‘디스플레이(Display) 부부’의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부부’란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외관상으로만의 부부를 뜻한다.사회적 지위와 체면,자식의 미래,부모의 반대 때문에 이혼을 미루고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아갈 뿐이다.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부부관계는 물론 없다. 미국사회에서 2∼3년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고,일본의 도쿄 일대에서 나타났다는 ‘가면부부’와도 맥이 닿는다. 자녀의 조기유학,남편의 장기적인 유학·해외근무,사회적 성취를 이루려는 아내의 욕구 등 사회적인 변화가 디스플레이 부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특히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미혼 때 즐긴 사생활을 결혼해서도 누리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유의 하나.때문에 일부 젊은층에서는 남편(아내)의 여자친구(남자친구)의 존재를,이혼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기전까지는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부부는 결혼생활이 오래된 부부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20,30대 부부에게도 ‘이혼의 전주곡’처럼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신모(31)씨는 결혼 4개월만에 남편과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남편은 직장 일로 거의 매일 늦게 들어왔고,집안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했다.맞벌이 부부였지만 집안 일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몽땅 떠넘기는 남편의 태도를 신씨는 용납하기 어려웠다.신씨는 “3년이나 연애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가부장적인 행세를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냉각기를 가지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남편은 그저 그러려니 생각해 이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평론 박사과정에 있는 최모(29)씨는 남편과 벌써 5년째 떨어져 각자의 인생을 산다.미국에서 박사를 딴 남편은 그곳에서 교수로 자리잡았다.신혼초 최씨는 미국의 남편 곁에서 6개월간 살았지만,자신도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할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왔다.꾸준히 남자친구들과 사귀는 그는 “방학에 잠깐 서울에 오는 남편을 믿고 독수공방을 해야 하느냐.”면서 “남편도 내생활을 눈치챈 듯하지만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시댁이며 친정에서는 남편을 기다리며 공부에 전념하는 줄 알고 있다. 최근 4∼5년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이모(39·의사)씨는 지난해 7월자녀 둘을 캐나다로 조기유학보내며 결국 ‘기러기 아빠’를 택했다.그는 “한때 국제학회에 참석해서 낯선 외국인 교수를 붙들고 이혼을 할까 말까를 의논할 정도로 심각했다.”며 “그러나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해 내가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아내와의 불화를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가끔 캐나다로 가고,처가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해 금실을‘과시’하기도 한다.그는 “캐나다와 미국 LA·뉴욕의 교포사회에서 ‘기러기 엄마’들이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부부의 문제점은 남편(아내)이 디스플레이 부부라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전통적인 남편(아내)의 역할에만 안주한 채 대화 없이 살아가는 부부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집을 나간 아내에게 이유를 묻던 김모(42)씨는 “당신이 언제 과일이라도 한번 깎아준 적 있어?”라는 반문에 충격을 받았다.무뚝뚝한 편이지만 성실한 남편이라고 자부하던 그로서는 아내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외도나 폭력도 없었고,경제적으로 무능하지도 않았다는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강정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관계에서도 새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지만,여성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남성은 이를 외면하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소영·이송하기자 symun@ ■전문가 조언 “부부간 대화하면 문제 절반은 해결” ‘디스플레이 부부’가 이혼의 전 단계이지만 결코 종착역은 아니다.이런 상태에 빠지는 부부는 보통 이혼하기를 두려워하므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그러면 디스플레이 부부’를 극복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이옥 한국남성의전화 소장은 “부부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문제의 절반이 해결된다.”고 강조했다.이 소장은 “남편과 아내가 찾아와 상담을 받으면 이혼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부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면서, 아내가 원하는 것은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임을 강조했다. 남편은 아내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과,아내의 행복에 가정의 행복이 달렸음을 깨우쳐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시댁이나 자식과 관련해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애정표현과 돈문제에서 인색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김영우 정신과 의사는 “부부 사이의 문제라도 제3자가 개입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김씨는 그러나 제3자로 가족·친구 등 어느 한쪽에게만 친한 사람을 선정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발언대] 말을 바루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국어가 모진 학대를 받고 있다. 중학교 1·2 학년용 국어 교과서에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가 1000 건이 넘고,고등학교 국어와 문법 교과서는,일어와 영어를 모방한 문장과,모방하지는 않았어도 지극히 치졸한 문장으로 엮어서 그런 예문들을 뽑아 엮은 것이 300쪽이 넘는 책이 되고,3·4년 동안에 방송언어와,신문의 기사,사설,오피니언,문화 등 여러 난과 헌법에서 적발한 국어답지 못한 문장을 분류해 체계를 세워 정리한 것이 500쪽에 이르는 책이 되고,국립국어연구원에서 112 억원을 들여 엮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중심으로 만들어 쓸모없는 낡은 한자어와 외래어,일본인들도 안 쓰는 일어 찌꺼기까지를 폭넓게 긁어 모아 올림말로 실어 부피만 방대하게 늘려 나라말의 주체성을 짓밟고 있다.서울이나 시골을 가리지 않고 혼인예식장이 사라지고,웨딩홀,웨딩플라자,웨딩월드가 난립해 하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번화가의 간판 이름은 국적이 불명해 주인도 그 뜻을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 지도층 지식인과 위정자의 반응은 기가 막히도록 둔하다.방송사들은‘우리말 고운말’프로를 마련해 날마다 일반인들이 헷갈리게 쓰는 낱말을 하나씩 바로잡아 주지만,자기들이 치졸하게 쓰는 방송언어를 바로잡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신문들은 한글날을 맞으면 국어의 문제점을 요란하게 거론하지만 신문에서 영어와 일어,중국어를 닮았거나,국어의 본새를 파괴하는 졸문을 예사로 쓰며,교과서를 펴내는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나 편집자들에게는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 국어사전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상식에서부터 심오한 학문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문을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풀어 주는 민족문화의 보고이어야 하기 때문에,필자는 사전 편찬을 진행하는 중에 자신의 임기 안에 편찬을 마치라고 명령한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명령이니 철회하시라고 진정하고,국립국어연구원의 송민 원장에게는 대통령 명령에 쫓겨 사업을 졸속 진행하지 말고 십자가를 질 각오로 착실히 진행해 후세에 보배로 남을 사전을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편지를 보내고 그런 사전이 나오기를 바랐다.그런데,막상 나온 작품을 보고는 망연자실했다.사전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들을 정리해서 2000년 10월 마침 국정감사 중인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에게,2001년 1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냈으나 아직껏 시원스러운 반응이 없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문법은 규범문법이기 때문에,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교통규칙을 지키듯이,모든 국민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꼭 지켜야 한다.학창시절에 교육이 부실하거나 자신이 태만해서 잘 익히지 못했으면,늦게라도 노력해 배워서 지켜야 한다.위정자와 교수,작가,언론인이 이것을 소홀히 하면서 제멋대로 쓰는 것은 국민을 얕보고 우리의 소중한 언어질서를 교란하며 민족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범죄행위다. 이 모든 문제는 제왕 못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의식하고,프랑스처럼 법을 제정해 철저히 시행하면 가까운 장래에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세종대왕을 닮은 문화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일까? 이수열 국어순화운동가 명예논설위원
  • “11월은 에너지 절약의 달”은평, 10대 실천과제 선정

    은평구(구청장 노재동)가 11월을 ‘에너지 절약의 달’로 정하고 ‘10대 구민 실천 과제’를 선정,관심을 끌고 있다. 첫번째 실천 과제는 ‘가정에 온도계 달기’.집안에 온도계를 설치해 적정온도를 유지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것. 두번째는 가스레인지의 콕을 2분의1만 열면 38%의 연료가 절감된다며 ‘가스요금,이렇게 아껴요.’로 정했다. 세번째는 ‘수돗물 아껴쓰기’.물을 틀어놓은 채 음식이나 그릇을 닦지 말고 세차는 물을 받아서 하며 양치질은 컵에 물을 받아서 할 것과 화장실 수조에 페트병이나 벽돌을 한 개 넣어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네번째는 ‘세탁은 10분만 하자.’로 10분 이상 세탁하면 때가 빠지지 않고 옷감만 손상된다는 것. 또 텔레비전의 리모컨을 한번 쓰는 데 3w의 전기가 소요된다며 텔레비전 시청시간을 줄이고 리모컨 사용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빼 둘 것과 백열등을 고효율 조명 등으로 바꿀 것,냉장고 이용을 효율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조덕현기자
  • 편집자에게/ 정치권 이해 초월한 결단을

    -‘개혁입법 무더기 폐기 위기’(11월2일자 2면)를 읽고 개혁 법안이 정치권의 심의 지연으로 자동폐기될 위기에 처한 반면 각종 선심성 법안은 무더기로 상임위를 통과하고 있다는 2일자 대한매일 기사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즘 국회를 볼 때마다 대선을 의식한 선심 쓰기와 민원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국회의 각종 상임위가 서로 경쟁하듯 통과시킨 농·어촌 빚 경감,옥탑방 양성화,군인연금 인상 관련 법안은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졸속으로 제정된 것들이다. 반면 민주화보상법 개정안의 심의 지연으로 지금까지 민주화보상심의위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4584건 가운데 단 한건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도 의문사특별법 개정이 늦어져 조사관들을 소속단체로 복귀시키는 등 사실상의 청산절차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군사정권 시절의 희생자인유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마련된 각종 개혁법안에 대해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양심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연말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법안들은 설혹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더라도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그것만이 정치인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불명예와 오명을 씻고 진정한 선량(選良)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정치권이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정파와 정치적 이해를 초월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조은주 한국노총연구원 연구위원
  • [굄돌] 노후대책

    세상살이라는 게 마음은 가득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대책은 커녕,하루 하루를 고달프게 살고 있어 노후 운운하는 것은 남의 일처럼 들릴 뿐이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남편의 고집에 밀려 치악산 밑자락에 노후대책 겸 전원생활을 즐기겠다고 펜션을 지은 친구가 있어 주말에 단풍놀이 겸 찾아보았다.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은 상상한 그대로였다.하얀 이층집 테라스 앞에는 때늦은 장미가 새빨갛게 마지막 빛을 토하고 있었고 잔디로 잘 다듬어진 널찍한 뜰에는 원두막도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정작 평화스러워 보여야 할 친구는 요 몇 개월 사이에 완전히 늙어버린 듯 시골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사람을 잘못 만나 집을 짓는 데 무척 애를 태우고 큰 고생을 하였다고 한다.건축허가를 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나무를 심고 잔디를 입히는 일까지 쉬운 일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었고 모든 것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 한 개라도 모두 내 손으로 가꾸고 다듬어야 하니 일은 하고 또 하여도 끝이 없다고 한다. 처음이니 힘들겠지만 차츰차츰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왠지 마음은 편치 않았다.내가 늘 그려왔던 전원생활이 생각과는 달리 수월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했다.우리는 가끔 탑골 공원이나 등산로 입구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는 노인들을 본다.그런가 하면 자기 취미에 맞게 붓글씨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가하면 노래를 배우기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잘 활용하여 즐거운 생활을 하는 노인들도 볼 수 있다.모두가 나름의 생각과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차이가 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나의 노년을 상상해본다.음악이 흐르는 화실에서 먹을 갈고 붓을 휘두르는 모습도,노을진 창가에서 시를 쓰는 모습도,손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상한 할머니의 모습도 상상해 본다.그러나 아무래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하는 정열적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노후대책을 위한 전원생활의꿈은 점차 멀어질 테지. 김춘옥 전업미술가협 이사장
  • [사설] 지역구 예산 챙기기 안된다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이 대선 정국을 틈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하니 여간 볼썽사나운 일이 아니다.그렇지 않아도 16개 상임위에서 먼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원안보다 무려 4조원이나 늘려 예결특위에 넘긴 터다.선심성 예산 끼워넣기와 의원들간 담합이 극에 달해 통상적인 증액 비율보다 두배가 넘는 엄청난 액수이다.당연히 예결특위가 조정을 통해 삭감에 나서야 할 판인데,오히려 ‘제몫챙기기’에 열성이라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한나라당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니 모처럼 의원들이 의기투합하고 있는 꼴이다.국민혈세를 가지고 내 지역구 인심쓰기에 나서고 있는 부끄러운 우리 국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예결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위원 같은 이는 전날까지만 해도 상임위의 선심성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가 자기 지역구 방파제 사업비에 대해서는 증액을 요구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나라 살림살이야 어찌되건,지역 인심을 얻어 대선에 기여하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상술(商術)’과 다름없다. 올해는 대선의 해로 회기가 한달 가까이 짧아 심도있는 예산 심의가 어려운 처지다.그런 판에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예산안이 만신창이가 된다면 어떻게 국회를 믿고 나라를 맡기겠는가.예결특위 위원들은 지역구 사업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새해 나라 전체 살림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밀한 심사를 통해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거나 늦춰 국민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국민들은 건강한 나라살림을 위해 우리 지역 사업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당당히 밝히는 예결특위 위원들이 속출하길 고대하고 있다.
  • 책꽂이/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外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도완녀 지음,해냄 펴냄)-늦사랑에 빠져 꼬박 9년을 강원도 정선 된장마을에서 스님인 남편과 함께 사는 저자의 에세이.2700개가 넘는 된장 항아리에 담을 만큼 수많은 된장을 담그는 된장공장 일꾼,끊임없이 연주하지 않으면 음감을 잃고마는 첼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하루가 길고도 풍요롭다.8500원. ◆공산당선언(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이진우 옮김,책세상펴냄)-‘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만든 문건이자 마르크스 사상의 결정체다.그것은 이데올로기와 철학적 성찰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지닌다.마르크스주의가 현실 사회주의로 발전하면서 ‘공산당선언’은 이데올로기로 절대화했지만 사회주의 붕괴와 더불어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자 동맹을 위한 강령으로 함께 집필한 ‘공산당선언’과,그것을 쓰기 전에 엥겔스가 강령 초안으로 집필한 ‘공산주의 원칙’을 번역한 것이다.5900원. ◆침묵하는 소수(시오노 나나미 지음,이현진 옮김,한길사 펴냄)-다수가 곧정의이자 대세인 시대,주류가 곧 만사 오케이로 통용되는 시대는 얼마나 숨막히는가.이제는 소수의 창의성과 비주류의 혁신적인 발언을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그것은 다양성의 공존,건강한 다층적 비주류가 많은 시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하다.이 에세이집은 저자의 당당한 자기선언이다. 그러나 무작정 소수를 지향하지 않는다.주제넘은 메이저 지향과 곰팡내 나는 마이너리티 지향은 결국 동근이화(同根異花)라는 것.상식을 파괴하는 이성의 도전,이것이 바로 침묵하는 소수를 관통하는 정신이다.1만 2000원.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 지음,이은진 옮김,이마고 펴냄)-도발과 기행으로 점철된 삶을 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달리는 많은 시간을 미국에 체류하면서 ‘잡다한’방면에서 독창성을 발휘했다.이 점은 유럽 미술사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비판의 골자는 달리가 미국식 자본주의적 예술행태에 매몰돼 예술성을 달러와 바꿨다는 것이다.스페인 사람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와 자신감을 넘어 오만하기까지한 문체가 단숨에 읽어나가게 만든다.1만 5000원. ◆방콕 이야기(전대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현직 외교관이 본 방콕·방콕사람들.태국이 겉으로는 구질구질한 거리,숨막히게 겹쳐 흐르는 교통,홍등가가 전부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시간을 갖고 보면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역량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고 말한다.정신적 지주 구실을 해내는 왕가에 대한 충성심,외세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흔들림 없이 지켜온 정신과 문화,친절과 양보의 마음이 승화해 나오는 미소와 인내,내생을 기약하는 생활철학과 신앙등이 바로 태국의 힘이라고 강조한다.8000원. ◆연애처럼 달콤하게 전쟁처럼 치열하게(홍은옥 지음,선미디어 펴냄)-아동용 토털 캐릭터로 인테리어 시장을 이끄는 저자의 두번째 수필집.경쾌한 톤의 글을 실었다.8000원. ◆내 돈은 내가 번다(베른드 니쿠엣 지음,유혜자 옮김,휴머니스트 펴냄)-알기 쉽게 풀이한 청소년 경제교양서.요슈타인 가이더의 ‘소피의 세계’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주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풀어준 책이라면,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정글과 같은 증권시장을 탐험한다.1만 5000원. ◆조직의 성쇠(사카이야 다이치 지음,김순호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잃어버릴 10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은 곧 조직이 문제다.‘지식가치혁명’등의 책을 발표한 저자는,21세기 지식창조 사회는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아닌 재즈밴드형 조직을 원한다고 말한다.1만 3000원.
  • 검소해진 창립기념 행사

    ‘잘나갈수록 검소하게’ 기업체 창립기념일 행사가 간결,검소해지고 있다. 11월1일 창립 33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에서 장기근속 사원과 유공사원을 포상하는 외에 특별한 행사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또 반도체라인 등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공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휴무키로 했다.몇해 전만해도 직원들에게 10만∼20만원 상당의 창립기념 ‘선물’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사라졌다.올해 순익만 6조원대를 기록할 글로벌 업체의 창립기념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화는 아예 창립기념 행사조차 하지 않았다.지난 9일이 그룹 창립 50주년이었지만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뜻에 따라 행사를 취소했다.50주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당초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지만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화는 대신 행사 비용으로 예산에 책정했던 수억원 규모의 돈을 모두 북한 어린이돕기에 쓰기로 했다. 박홍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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