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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인사추천 실명제로/인수위 부작용 우려 주민번호 확인 접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장관 등 고위직 인선 추천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받기로 함으로써 구체적 방법과 함께 부작용 예방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5일 “인터넷을 통한 추천을 받으면 공식적인 창구로는 알기 어려운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추천을 무작정 허용할 경우의 부작용도 예상된다.능력도 없는 경우의 추천도 문제지만,익명성을 무기로 해서 음해와 인신공격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인터넷 추천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오히려 신뢰도만 떨어지고 갈등만 증폭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정무분과위의 김병준 간사는 “벌써부터 음해성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이종오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은 “실명(實名)으로 추천하는 경우에만 접수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등 신원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추천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인수위는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추천하는 길도 열어놓았다. 인수위는 인터넷을 통한 추천은 국민참여센터에서 1차로 거른 뒤 추천위로 넘길 방침이다. 추천위에서 장관 등 고위직의 경우 복수로 노 당선자에게 추천하면,노 당선자는 지역안배 등 정치적인 요인까지 감안해 최종 선택하게 된다.인수위는 고위직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 인사는 중앙인사위의 인사파일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인수위가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보다 투명한 절차를 통해 널리 인재를 쓰기 위한 것이다.인수위원을 비롯한 공식채널만으로는 미처 알 수 없는 유능한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인터넷을 통한 추천을 하면 능력있는 인사들이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추천받을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인터넷을 통한 추천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말 송년간담회에서 공식적이고,공개적인 인사방침을 밝힌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노 당선자가 인터넷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곽태헌기자 tiger@
  • 네티즌 마당/신용불량자들의 우울한 새해

    대선,연말,새해….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늘 속에서 떨고있는 사람들도 많다.지하도의 노숙자,찾는 이 없는 양로원과 고아원….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250만이 넘는 신용불량자들 역시 희망보다 고통의 새해를 맞았다.‘경제활동인구 10명 중 1명이 신용불량’,‘신용카드 잠재 부실고객 40만 퇴출’,‘신용카드 연체액 9조’….연일 쏟아지는 살벌한 뉴스에 그들은 뼛속까지 시리다.그런 가운데 신용불량자들이 모여 체온을 나누려는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네띠앙 클럽(club.netian.com),다음카페(cafe.daum.net)등의 검색창에 ‘신용불량’을 입력하면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70∼80개가 넘는 관련모임이 검색된다.신용불량자 클럽,전국신용대책위원회 등 이름은 각각이지만 목적이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그들은 이곳에서 절박한 사정을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주고받으며 힘을 얻기도 한다. ■ 더 이상 헤쳐나갈 힘이 없어요 ●사기를 당하면서 사채를 쓰기 시작했어요.그래도 사채이자보다는 카드이자가 싸기 때문에 카드로 돌려 막아왔는데,한도가 줄어들면서 연체가 시작됐지요.50대인 우리 부부 합해서 모두 7000만원.아무리 발버둥쳐도 앞이 안 보이네요.한 곳은 아들이 보증서고, 한 곳은 60개월로 대환했는데 첫 번 불입도 못하니 보증세우고 다시 하라고….여기저기서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통지서가 날아오네요.석 달 연체에 50만원 넣었는데도 정해진 날짜까지 입금 안 되면 압류한다고 하고…. (ID 송이엄마) ●처음엔 외식비로 조금씩 카드를 썼죠.그러다가 아버지를 좀 도와드리고,동생들 데리고 사느라 살림살이를 카드로 썼어요.어쩌다 보니 2000만원이더라고요.낮엔 회사 다니고 밤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호프집 주인 언니가 가게 보증금 올려줘야 한다며 돈 좀 빌려달라고 했어요.울면서 말이죠.결국 카드로 10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사기였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씌었었나봐요.이거 막으려고 계속 론 받고 하다보니 지금은 6000만원이 넘습니다.누구 탓을 하겠습니까.어제 고수부지에 나갔는데,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모든 걸 정리하려고 합니다.더이상 헤쳐 나갈 힘이 없습니다.(ID wn9981) ■ 죽자사자 버티고는 있지만 ●어제 드디어 기업BC 대환했어요.정말 질긴 시간이었어요.하지만 또 다른 게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국민,주택BC,엘지,현대 캐피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죽어도 무보증은 안 된다 하고….직장을 다닌 지 5일.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9시부터 6시까지 죽어라 일을 하지만,전화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그것도 쉽지 않아요.얼마전 개인워크아웃 홈페이지에 가봤더니 자세한 건 와서 상담하라고 하는데….(ID ekdma) ●04시 기상 우유배달,08시 출근해서 70군데 식자재 배달,퇴근 후 20시부터 동생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이렇게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하루 운행하는 거리는 340㎞입니다.수면시간은 4시간정도.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신용불량자의 하루는 괴롭습니다.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야지요.자식들 얼굴을 보면서….(ID 감자소년) ■ 그나마 이 방법밖에는 ●시간이 갈수록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빨리 가족들과 상의해서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특히 사채를 끌어다 쓰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저는 제가 쓴 건 한푼도 없는데도 그렇게 되었습니다.결혼 전에 시작된 걸 숨기고 숨기다가 아내에게 고백해서 해결했습니다.님들도 걱정만 하지말고 빨리 도움을 청해서 이자라도 줄이길….(ID sissan) 이호준기자 sagang@
  • 연말특사 사전누설 의혹

    지난 연말 단행된 특별사면이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단행한 122명의 사면대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IMF환란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어서 정권말 인심쓰기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뒤이어 특사 대상자들 가운데 일부는 특사 발표 직전에 항소·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특사는 형이 확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특사를 한다는 정보가 누설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상소의 의사가 있지만 특사를 해준다는 정보를 미리 듣고 포기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 당시 모 증권사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영재씨는 사면 9일 전인 지난달 21일 항소를 취하했다.김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기소됐던 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장 서형석씨 등 3명도 사면 6일 전인 지난달 24일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 ‘최규선 게이트’ 당시 돈을 받은사실이 드러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최일홍씨 역시 지난해 8월 항소심 판결 뒤 상고를 포기,형이 확정됐다. 지난 99년 7월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8·15특사를 염두에 두고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한 것과 똑같은 경우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정권말과 연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서로 눈치껏 행동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것이 우리 법 집행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인수위 새방안 추진 의미/대북 정책 기조는 승계 방법은 보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어갈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대화를 통한 화해협력’이라는 큰 틀에서는 현 김대중 정부의 기조와 같지만,방법론에 있어서는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상당부분 보완해나가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하지만 당면한 북한 핵 문제 해법 마련과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다. ●새 대북정책 인수위는 1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국방분야 등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 등의 ‘대북 퍼주기’ 비판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국방분야의 불안정성이라 하면 햇볕정책에 따른 안보 위기의식을 의미한다. 즉,국민의 정부에서 문제가 된 서해교전 등 일련의 무력충돌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와 불안감을 들 수 있다.동해로 금강산관광선이 오갈 때 서해에서 우리 병사가 사살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새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중대기로에 봉착할 우려가 있음을 인수위측이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경제협력 등 대북 지원조치를 계속 유지하되,군사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전에 북측으로부터 방지대책을 확약받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시킬 것으로 보인다.핵,미사일은 물론,경의선 연결공사 과정에서의 휴전선 부근 안보에 대한 입장정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결과적으로,새 정부는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상호주의’를 적든 많든 수용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 인수위는 무엇보다 현 정부에서 공공연히 사용돼온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폐기할 뜻을 밝혀 주목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새 정부는 무슨무슨 용어를 짓는 등 외양에 신경쓰기보다는 내실에 힘을 쏟겠다.”며 새로운 용어 개발에 급급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북핵 고민과 인식 인수위는 “시간은 없고 운신의 폭은 좁은데,인수위는 이제 막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인수위 관계자는 “지금은 위험한 상황임은 분명하지만,연일 대서특필되면서 불안이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라며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북한이 일단 이 문제를 촉발했을 때는 NPT 탈퇴까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북한의 의도는 체제전복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미협상용 발상이 뒤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며 “위기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그들의 의도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예컨대 고층 빌딩에 불이 나 죽을 지경인데,뛰어내리면 살 확률이 5%일 때 어떻게 할지를 놓고 (북한이) 고민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상연기자 carlos@
  • ‘北核한파’ 증시 당분간 꽁꽁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주로 납회해버릴 것을…” 올 마지막 개장일인 30일 증시가 폭락세로 마감하자 납회일의 들뜬 분위기는 간데없고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비명소리’만 가득했다.개장 10분만에 650선이 무너진 종합주가지수는 30분만에 640선,2시간여만에 630선을 뚫고 내려간 뒤 곧바로 613선대까지 낙하하는 급행 미끄럼틀을 탔다. ◆갑작스레 커보이게 된 북핵 리스크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미국간 공방전 수위가 갈수록 강경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지난 주말 전세계 시장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북핵 위기감이 지난 주말 2개월째 랠리를 계속해오던 글로벌 증시를 일제히 끌어내린 것을 비롯,유가급등,원자재가격 상승,달러 약세 등 국제적 경제지표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이에 영향받은 국내 투자심리는 급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북핵 공방이란 하루아침에 가닥이 잡힐 수 있는문제가 아닌 만큼 폭락세가 멈춘다 해도 당분간 지지부진한 횡보국면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까지 가세한 수급불안 대선 이후 잇단 하락장세에서도 꿋꿋이 매수 기조를 유지해온 외국인들이 30일 1500억원어치의 매물을 한꺼번에 팔면서 시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팀장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연말이 휴가시즌이며,개인투자자들은 미수 잔고 정리에 급급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줄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주가예측 다시 써야 하나? 연말 장이 밑도 끝도 없이 폭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악재가 장기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마저 나오고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2·4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 뛰어오르리라는 경기·주가 전망을 고쳐쓰기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김지영 팀장은 “1월초 600선대 초반까지 밀릴 수도 있겠지만 주가가 단기간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의 가능성도 높다.”면서 “그러나 북핵문제가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현금 보유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유용한 독서 사이트/좋은책 알고싶으면 클릭!

    공부에 쫓겨 책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았던 학기중에 비해 방학은 마음껏 책 욕심을 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하지만 막상 방학을 맞아 나름대로 독서 계획을 세워보려 해도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인터넷 독서 사이트를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이트에 들어가 책을 골라보자. 문화관광부가 운영하는 독서사이트 ‘책으로 자라는 나무(www.book.go.kr)’에는 청소년 권장도서와 이달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소개돼 있다.자신이 읽었던 책중에 감명깊었던 책을 서로 교환하는 참여 코너에 들러 글을 남기는 것도 권할 만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www.childhook.org)’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학년별 책 고르는 요령과 겨울방학 추천 목록이 수록돼 있다.‘책으로 따듯한세상 만드는 교사들(www.readread.co.kr)’에는 중·고교생을 위한 겨울방학 추천 도서가 실려 있다. ‘어린이인터넷독서교실(www.bookfriend.com.net.kr)’에서는 책읽는 방법과 감상문 쓰기,독서 강좌 등에 관한 각종 정보를 얻을수 있다.자녀의 독서교육을 위해 부모가 알아둬야 할 자료를 따로 모아뒀다. 이름도 재미난 ‘엄지북(www.umjibook.co.kr)’은 ‘학교가기 싫어할 때’‘외모 때문에 고민할 때’ 등 상황에 따라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예를 들어 ‘미운 오리새끼’는 집단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자녀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아이와(www.iwaa.co.kr)’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학년별로 체계적인 독서지도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이다.책을 읽고 나서 이해력,표현력,사고력 등을 향상시키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이밖에 ‘책 읽어주는 선생님(www.mymei.pe.kr)’‘독서이야기(www.booklove.pe.kr)’ 등에서도 책읽기에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순녀기자
  • 아들과 ‘행복한 책읽기’펴낸 주부 이문순씨/아이가 읽는 책 부모도 읽어라

    자녀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면서 자녀에게만 ‘왜 책을 안 읽느냐.’고 야단을 치는 건 아닌지.최근 고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진성이와 엄마의 행복한 책읽기’(인간과 자연사)를 펴낸 주부 이문순(45)씨의 자녀 독서지도법은 부모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하다. 경기도 부천시 도당고교에 재학중인 노진성(17)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주최한 독서왕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이듬해 ‘독서새물결추진위원회’ 주최의 독서대회 금상,문화관광부 장관상 등 교내외 각종 독서관련 상을 휩쓴 ‘책벌레’이다.글자를 깨우친 뒤 지금까지 읽은 책은 대략 3000여권.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통독한 이문열의 ‘삼국지’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읽었다. 진성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게 된 데는 이씨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숨어 있다.“백일 때부터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줬어요.알아듣지는 못해도 무의식중에 책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죠.조금 커서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잘 살아있는 창작동화를 주로 읽어줬습니다.”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분씩 책을 읽어주는 것은 빠뜨리지 않았다.힘들 때도 있었지만 하루중 엄마가 책 읽어주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한글을 깨우치면서부터 진성이는 엄마도 못 말릴 만큼 책에 몰두했다.이때부터 이씨는 책을 읽은 뒤에 꼭 감상을 남기도록 했다.그림이든 글이든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게 한 것.“책읽기는 좋아해도 독후감 쓰기는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써라,저렇게 써라 주문이 많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독후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을 남기는 게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책은 항상 진성이와 함께 서점에서 골랐다.도서단체나 신문 서평에서 권하는 책이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는 걸 원칙으로 했다.내용 뿐만 아니라 삽화,글자크기,제본 상태까지 꼼꼼히 따져서 책을 고른다.이씨는 아들이 편독하지 않도록 다양한 책을권하는 데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초등학교 때 과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진성이를 위해 이씨는 먼저 과학관련책을 읽은 뒤 재미있게 내용을 설명해 스스로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씨의 독서지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포인트는 책에 대한 토론.이씨는 아들이 읽는 책을 항상 함께 읽는다.그래야 책을 읽은 뒤에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책을 매개로 한 가족간 토론은 자녀의 표현력과 사고력 향상에 영향을 줄 뿐더러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아닌게 아니라 이씨 가족 모두 독서에 관한 한 ‘도사’들이다.결혼 전 책과 거리가 멀었던 남편 노재일(49·인천 상수도사업본부)씨는 아내 대신 가끔 진성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글쓰기에 취미를 들여 얼마전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수필 부문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받는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역곡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혜성(10)군의 독서량도 벌써 1000권을 돌파했다.저녁식사를 끝낸 후 TV를 보는 대신 다같이 모여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이들 가족의 오래된 일상이다. “책 한권을 사면 가족 모두가 돌려가며 읽으니까 본전을 톡톡히 뽑는 셈이지요.지금 소장하고 있는 책이 3000권 정도인데 책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갈 엄두를 못내요.”이 씨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20평 남짓 되는 연립주택 1층 집은 방마다 책들로 가득하다.거실로도 모자라 지하에 8평 규모의 책방을 따로 만들었다. 진성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좀더 체계적인 독서지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딴 이씨는 요즘 이곳을 동네 도서실로 개방했다.두 아들을 키우면서 쌓은 독서지도 경험을 지역주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다. 폭넓은 독서덕에 진성이는 지금껏 별다른 과외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어와 사회탐구 과목은 선생님들도 놀랄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요즘도 하루에 한권 꼴로 책을 읽는다는 진성이.대학입시를 준비하려면 앞으로책 읽는 시간을 좀 줄여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씨가 명쾌한 답변을 들려준다. “책을 읽는 목적은 책속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깨닫는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입니다.이런 과정이 진성이의 인생에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순녀기자 coral@ ◆이문순씨의 독서지도 노하우 이문순씨가 권하는 효과적인 자녀 독서지도 노하우 다섯가지를 소개한다. ◆책읽는 재미를 유발시켜라. 부모의 기준으로 책을 골라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로봇이나 게임,스포츠 등 자녀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한다.일단 책읽는 재미를 들이면 저절로 책에 손이 간다. ◆하루에 30분씩 책 읽는 여유를 갖게 하라. 방과후 여러 곳의 학원을 쳇바퀴처럼 오가다보면 책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30분씩 꼭 책을 읽도록 한다.독서는 습관이다.어릴 때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성장해서도 책을 멀리하게 된다. ◆독후감은 반드시 쓰게 하되,원하는 대로. 스스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마음껏 표현하게 한다.그림을 그리든,글을 쓰든 간섭하지 않는다.아이가 표현한 내용중에서 독특한 부분을 찾아내 칭찬해주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자녀가 읽을 책은 부모도 함께 읽어라. 모범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고,책을 읽은 뒤에 자녀와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좋다. ◆책의 배경이 국내라면 그곳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라 예를 들어 박경리의 ‘토지’를 읽은 뒤에는 평사리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자녀들에게 이보다 좋은 체험학습이 없다.
  • 네티즌 마당/새 대통령의 숙제

    온 나라를 긴장과 흥분으로 몰아넣었던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열흘.잔치가열렸던 집 마당의 화톳불이 꺼지듯 뜨거웠던 열기는 서서히 식고 있다.그러나 잔치가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거기에서 생성된 에너지를모아 새 시대를 여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와 관련,지금 각계에서는 저마다 새 대통령에 바라는 기대를 쏟아놓고 있다.물론 대권의 향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높다.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은 ‘당선자에게 바란다’라는 기획특집을 마련,주요 현안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문항에 따라서는 2만 명이 넘게 응답한 이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이 가진 생각의 일단을 읽어본다. ◆SOFA개정 시급한 과제 ‘대미 관계에 대한 정책 방향은?’이라는 설문에 대한 응답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70.7%,주한 미군 단계적 철수 20.8%,현재의 한·미 관계 유지 5.8%,주한미군 전력 증강 1.7%,기타 1.0%로 나타나 네티즌 10명 중7명이 SOFA개정을 대미 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의견쓰기난에 “지금 우리의 현실은 북한보다 미국에 더 오금을 못 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어떤 나라에도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ID 꼬장)고 촉구했다.반면에 “미국에 대한 적대가 아니라 우리의권리를 찾자는 것인데 흐름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며 “모두가 냉철한 분별력을 갖자.”(ID 빠다)는 의견도 많았다. ◆분배정의 실현에 최우선을 ‘가장 시급한 경제관련 현안은?’이라는 설문에는 분배정의 실현 42.5%,높은 경제성장 20.0%,부동산가격 안정 19.0%,신용불량자 축소 16.3%,기타 2.2%의 응답이 나와 절반 가까이가 분배정의의 실현을 절실하게 기대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기업주나 재벌들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구조조정이나 원가절감은 항상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의 몫이었다.”며 “이제부터는 이익의 분배도 선진국형으로 달라져야 한다.”(ID 신나라)고 밝혔다. ◆정부조직부터 개혁을 ‘최우선 개혁 대상은?’이란 설문의 답변은 정부조직 59.4%,재벌 20.1%,언론 13.8%,노동조합 5.0%,기타 1.7%로 나와 절반 이상이 정부조직의 개혁을급선무로 꼽았다. 한 네티즌은 “우리 공직자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모든 분야의 공직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영원히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ID 요술방망이)고 주장했다.또 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대통령이 잘해도 언론이 왜곡보도하고 국민분열을 조장하면 될 일도 안 된다.”(ID 통합)며 언론개혁을 촉구했다. ◆민간교류로 남북관계 물꼬 ‘대북한 관련 최우선 과제는?’이라는 설문에는 남북 민간교류 강화 38.2%,북한의 경제문제 공동해결 25.7%,북한의 군비확장 및 무기수출 견제 24.7%,김정일 위원장 답방성사 10.2%,기타 1.2%로 응답해 남북문제는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핵문제 등 긴장국면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미국이 중유공급을 중단시킨조치가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다.”(ID 남일선생)며 유화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많았다.하지만 “대화로 북한을 잡아두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이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ID 대한민국)는 강경론도 상당수 쏟아졌다. ◆부정부패 없는 ‘클린 대통령’ ‘우리가 바라는 새 대통령의 이미지는?’이라는 설문에는 부정부패 없는클린 대통령 55.5%,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한 경제대통령 27.7%,외교·안보에능한 파워대통령 13.6%,예술·문화에 관심있는 문화대통령 1.9%,기타 1.3%의 답변이 나와 절반 이상이 부정부패 일소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다. 네티즌들은 의견쓰기에서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달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ID 원칙과상식)이라고 주문했다. 이호준기자 sagang@
  • 서울대총장 “고교입시 부활을”

    정운찬(鄭雲燦·56) 서울대 총장은 오는 2005년부터 지역할당제를 시행할방침이며,대학 내 연구팀이 마련중인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 단계에 있다고 26일 밝혔다.[대한매일 11월13일자 1면 보도] 정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정 총장은 “개인적으로 지역할당제보다 지역배려제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배려제는 서울대 안에서도 아직 50%를 넘는 찬성을 못 얻고 있지만 이는 제 소신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고교 평준화가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고교입시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입시제도가 부활하면 지역배려제도 필요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대해 “고교 평준화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공약에서 밝혔듯이 현행 틀을 유지하면서 수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정 총장의 발언이 사적인 것인 만큼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정 총장은대학원 중심 대학 육성과 관련,“외적인 양적 팽창을 제한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서울대가 더 이상팽창하지 않도록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재 양성 투자에 대해서는 2억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글쓰기 센터를설립하고,30억원의 ‘시드머니’(종자돈)를 마련해 신임교수의 연구활동과생명공학센터 설립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현대문학상 수상작 조경란 소설 ‘좁은문’

    ‘남자는 안개를 본다.여자는 구름이라고 한다.남자는 구름을 본다.여자는 그걸 안개라고 말할 것이다.여자와 남자는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이름으로 그것을 부를 것이다.’ 지독한 안개와 자폐적인 안개 탐닉,그리고 언제나 어긋나는 소통의 고독이눅진하게 엉겨붙은 소설가 조경란의 ‘좁은 문’(현대문학).올해 현대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표제작인 이 단편은 실상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좁은 문’의 개념에서 상당히 비켜난 곳에 있다.그것은 좁은 문이라기보다는누구도 들어설 수 없는 단절된 폐쇄의 문,운명의 문이라는 게 옳을는지도 모른다. 감각적이어서 오히려 감각을 마비시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커다란 물방울 하나가 남자의 이마 위로 떨어졌다.’고 도입부를 이끈 작가는 작품 전체에다 안개,다소간 몽환적이되 결코 낭만적 소재로 차용되기를 거부하는 독특한 질감의 소재를 깔아놓는다. 집주인에게서 3개월 후에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은 젊은 전당포 주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는 다른 시각에서또다른 고독을 안개처럼 피워올린다.그는 전당포에만 갇혀 단절의 세상을 사는사람이다.‘남자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뜨거운 햇살이 남자의 얼굴로 쏟아져내렸다.남자는 기겁하듯 얼른 창문 아래로 몸을 숨겼다가 다시 기웃기웃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았다.’는 식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언제나 의도와 달리 불가해의 각도로 어긋나는 생활의 실제성”을 말하고 싶어한다.작가의 말처럼 모든 인간이 가진 불안감,이를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렸다는 생각과 그 길이 어쩌면 길이 아닐지모른다는 불안”에 프로이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주인공 ‘그’와 소통 부재의 교감을 나누는,그것도 끝까지 단 한마디의 직설적인 교감이 이뤄지지 않는 ‘막막한 사랑’을 나누는 여자는 딱히 고상하달 것도 없는 카페에서 매일 밤 두시간씩 그네타기 이벤트를 연출하는 그렇고 그런 직업여성. 처음 전당포에 금붙이를 가져갔다 퇴짜를 맞은 그 여자가 ‘생업’의 그네를 탈 때면 남자는 ‘한 순간 아주 가까워졌다가 아주 멀어지곤 하는’진자의 반복같은 감정의 교란을 느껴야 했다.‘여자를 볼 때마다 몸피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누군가 여자 몸에 긴 막대를 꽂고 위에서부터 한 입씩 핥아대는 것처럼…’.그네를 타는,그러면서도 전당포에 돈나가는 뭔가를 맡겨 구멍난 생활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여자에게서 남자는 이런 실낱같은 연민을 느끼며 산다.어쩌면 그것은 생명의 구원을 향한 절박한 몸짓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의 생활은 자폐적이다.‘안개 낀 날은 외출을 삼가야 된다.’고 믿는그는 안개가 피어 열정 혹은 열망처럼 세상을 옥죌 때면 ‘비좁은 전당포 내실에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개수대는 막히고 손님은오지 않고 맡긴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 또한 없는’그의 일상에 어느날 아주 느리게 굵고,낮고,힘있는 변화가 찾아온다.그네 타는 여자를 향한 구체적인 연민이다. 그러나 그들의 몸짓은 한사코 코를 꿰지 못하는 뜨개바늘처럼 겉돌다가 이내 지쳐버린다.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원초적인 고독의 원형질 같은 것.작가는 바로 이 정답이 없는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문학평론가 김화영은 “소설은 매우 다양한 질료와 느낌과 감각과 인물,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욕망의 흐름을 상감기법으로 정교하게 짜맞춘 기이한 ‘오리무중’의 보석”이라고 평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조경란의 작품세계를 두가지 패턴으로 읽어낸다.하나는 ‘코끼리를 찾아서’(2001)에서 보이는 자전적 글쓰기이고,다른 하나는이 소설처럼 자전적 경계를 넘어서는 또다른 탐색의 소산이다. “한번도 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으나 단 한번쯤 내심 기다렸던 순간”이라며 인간적인 수상 소감을 밝히는 그가 “치열한 작가“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그런 노력의 결실일까.김윤식은 “그가 확실한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는,늦었지만 아니 언제라도 절대 늦지 않을 법한 찬사를 더해 주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198개 금융용어 쉽게 바꾼다

    ‘권원보험’,‘감채기금’,‘롤오버’ 등 이해하기 어렵고 전문적인 금융용어가 알기 쉽게 바뀐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금융거래약관과 공시자료에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용어,한자용어,외국어 등 어려운 용어 198개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 쓰기로하고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반인에 익숙해진 용어나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외국어·한자용어 등은우리말과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권원보험,개호비,내입,단생보험,연생보험,출재,수재 등 일본식 용어는 부동산권리보험,(가정)간병비,일부상환,1인 생명보험,다수생명보험,재보험가입,재보험인수 등으로 각각 바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개선한 알기 쉬운 금융용어는 책자와 홈페이지(fss.or.kr)를 통해 일반에 홍보하고,앞으로 각종 법규,약관,설명서,연수자료등을 만들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 [공직자에세이]글쓰기교육,문예교육,국어교육

    서울대가 내년부터 별도의 글쓰기 교육을 한다고 한다.일부 교수들은 대학에서 무슨 글쓰기 교육이냐고 반대했다고 한다.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경우초·중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글쓰기 교육이고,대학에서도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다.이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서울대의 결단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글을읽을 줄 앎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읽을 줄 알고,글을 쓸 줄 앎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쓸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글쓰기 교육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고,창의적 사고와 올바른 세계인식 및 판단의 필수적 기초가 된다.이것은 세계화,정보화,문화의 세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글쓰기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을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좋은 글을 읽으면 좋은 글을 쓰게 되지만 나쁜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쓰려고 하면 무엇이 좋은 글인지 몰라 잘 쓸 수 없게 된다.따라서 글쓰기 교육은 문법 교정이 아니다.이런 의미에서 글쓰기 교육은 문예교육이어야 한다.좋은 문학작품을 읽고,좋은 음악과 공연예술을 듣고 보고,좋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그러므로 글쓰기 교육은 창의적 사고와 올바른 세계인식 능력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문예를 통한 최고선의인간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기도 하다.구미국가에서 문예교육을 통해글쓰기 교육만이 아니라 도덕교육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가 염려하는 공교육의 위기도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이 입시위주 교육으로 전락하여 입시학원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데 있다.따라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은 교육의 기본을 회복하는 것이다.그것은 바로 글쓰기 교육과 문예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글쓰기 교육을 잘 하려면 국어교육을 올바로 해야 한다.한글은자랑스럽게도 세계의 많은 문자 중 유네스코에 의해 유일하게 그것을 해설한 책이 기록문자 유산으로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다.또한 우리나라의 국제적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 전 세계54개국 394개 대학에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너무 경시하고 있다.학교에서의 국어교육도 문법과 입시위주로 되어 있고,국적 불명의 인터넷 통신언어와 외래어 남용,무분별한 방송 신문언어가 우리의 언어를 훼손시키고 있다.이런현실이 더 계속되면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실제로 유네스코는 세계화에 따라 개별국가 및 개별 언어에 대한 관심이 퇴조하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언어 중 절반 이상이 100년 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표현 기능이 아니라 존재의 집이다.언어는 개인의 의식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민족,국가의 정신과 양식을 반영한다.이런 의미에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언어정책이 국가와 민족의 존립과 직결된 주요정책이라는 인식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자국어 보호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따라서 우리 말과 글을 올바로 사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일회성 내지 캠페인 중심의 국어 순화운동을 벌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우리 국어는 세계최고의 문자문화유산이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어 기본법’의 제정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김성재 문화관광부장관
  • 노 당선자 아들 오늘 결혼“축의금·화환 안받습니다”

    25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아들 건호(29·LG전자근무)씨는 은행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고 혼수를 따로 장만하지 않는등 검소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연세대 후배인 신부 배정민(25)씨와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의 주례로 화촉을 밝히는 건호씨는 부모와 신부측에서 일부 자금을 부담하고 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20평대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했다. 신혼살림은 침대와 세탁기만 새로 장만하고 신부가 학생으로 자취하면서 사용한 가재도구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노 당선자측은 밝혔다. 양가 부모들에 대한 예단도 한복 1벌씩만 준비했고,신랑·신부 예물은 반지와 시계로 국한했다.노 당선자는 “결혼식이 가족행사로 조용히 치러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청첩장을 가진 양가 친척 및 신랑·신부 친구들에 한해 입장이 허용되며,화환 및 축의금은 접수하지 않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베토벤9번교향곡 유엔 세계유산 지정

    (베를린 AFP 연합) 독일이 낳은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원본 악보가 유엔의 세계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고 베를린 주립 도서관이 19일 밝혔다. 베를린 주립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200쪽 분량의 이 악보는 유네스코(UNESCO)의 공식 보호를 받는 첫 음악 악보가 된다.베토벤(1770∼1827)은 런던 로열필하모닉협회로부터 교향곡 작곡을 의뢰받은 뒤 1818년경 작품을 쓰기 시작해 1823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일명 ‘합창’으로 불리는 교향곡 9번은 182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으며 당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연주 후 우레와 같은 청중들의 박수 갈채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를 일주일 여행한 사람은 책을 한권 쓰고 일곱 달 머문 사람은 글을한편 쓰지만,인도에 7년동안 거주한 사람은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인도란 그렇게,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역설의 나라’다.때문에 인도의 이미지는 흔히 보는 이의 ‘전지전능한’시선에 의해 박제되고 복제되고 또 무의식적으로 수용된다.‘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옥순지음,푸른역사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인도신화 만들기’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인도 근대사 전공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먼저 류시화·강석경·송기원 등 내로라하는 ‘인도전문’작가들의 산문집과 소설을 텍스트로 택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베스트셀러 작가 류시화는 최근 출간된 산문집 ‘지구별 여행자’에서 인도에 관한 가장 ‘흔한’접근법을 보여줬다.신비와 명상,깨달음의 나라로서의인도.“…생은 어디에나 있었다.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 또 그 뜬구름 잡는깨달음 이야기인가.인도는 왜언제나 삶의 교훈과 각성을 안겨주는 곳이어야 하는가.‘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류시화의 시선은 인도를 지배한 식민주의자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그의 순수한 ‘인도 보기’ 역시 인도를 대상으로 여기고 ‘나와 다른’ 인도를 강조하며,10억 인구를 가진 광대한 인도의 다양한 층과 켜와 색채를 무시한 채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를테면 정신주의적인 측면만 골라 본다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류시화는 19세기에 득세한 수많은 ‘키플링 아류’와 같은 배를 탄 셈이다.저자에 따르면 류시화는 후진적인 인도와 일정한 사회적·심리적 거리를 두며 인도를 타자화한다는 점에서 강석경이나 송기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많은 소설가들에게 인도는 그저 추상으로 존재한다.‘실존하지 않는 그 무엇’이니까 그만큼 ‘무책임하게’ 그린다.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구원을 얻으려고 갑자기 인도로 떠난다.송기원 소설의 한 주인공은 이혼하고 잡지사를 그만둔 뒤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인도로가자!”고 외친다.그런가 하면 강석경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에서의 “허위적인 결혼생활을 탈피”하려고 인도로 간다.은희경의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의강선배도 갑자기 직장을 내버리고 캘커타로 떠난다.주인공들은 무력한 순간에 홀연히 인도로 향한다.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인도가 거기에 있으니까 하는 식이다.그야말로 모호하고 무력한 글쓰기의 전형이다. 강석경과 송기원의 소설에 나오는 인도는 더러움과 가난만 가득할 뿐,즐거운 일이나 사람다운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강석경은 ‘문명 이전의본능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송기원은 ‘굶주린 아귀’로 인도 사람을그렸다.“인도인은 동물적인 기능만 한다.…개나 코끼리,원숭이보다 낫지 않다.”고 한 200년전 헤이스팅스 인도 총독의 말과 어쩌면 그리 닮은 꼴인가.저자는 이러한 묘사는 20세기 초 “난 그들을 언제나 일종의 동물 같다고 여기지요.우스꽝스러운 염소나 예쁜 사슴 같다구요.절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라고 한 헤르만 헤세의 ‘냉철한’시선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한때 인도를 돌아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그는 인도를 가난하고 지저분한,구제불가능의 나라로 그릴 참이었다.그러나 글을 쓰기 전에 다시 돌아본 인도는 전혀 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트웨인이붓을 꺾은 것은 불문가지다.‘인도’를 들먹이기 좋아하는 작가라면 한번쯤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구잡이식’인도묘사는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작가들이 생산하는 텍스트들은 대부분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을 담고 있다.저자는 이를 입증하고자 19세기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상대로 만들어낸 ‘박제 오리엔탈리즘’의 뿌리를 파고든다.영국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인도의 이미지를 역사가 없고 야만적이며 비합리적이고 나약하고 열등한 것으로 왜곡했다.그 고착된 이미지 탓에 인도는 숱한 세월 박제 상태였다.그리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이미지를내면화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이러한 시선이 200년의시차를 건너뛰어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소비된다는 사실이다.‘지독하게 가난하고 더럽고 혼란스러운 인도,그래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애처럼 행복을 잃지 않는다.’이런 종류의 이미지야말로 영국 식민주의가 낳은 ‘오염된’ 지식인데,우리는 무심코 이를 복제하고 확대 재생산한다.저자는 문학이나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이같은 이미지를 ‘이중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서양이 구성한 동양이 아닌 ‘동양이 구성한 동양’이라는 중층적인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은 우리 안의 또 다른 파시즘이다.”라는 말로 끝을맺는다.시민사회를 규율하는 이념적 도구인 파시즘은 반공이나 전체주의 같은 데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남을 나와 다르게 보고 그것을 그대로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그러한 시선이야말로 파시즘의 출발점이다.이 책에는 우리의 의식 속에 강력하게 자리잡은 닫힌 의식체계 즉,일상적 파시즘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오피니언 중계석/장덕현교수 ‘사회비평’ 기고 - 학술지 등급화… 담론생산 억압

    오늘날 학술담론은 무기력증에 빠져있다.그 원인의 한 가닥은 ‘지식인들의분노의 억압’을 유도하는 학술진흥책에서 찾을 수 있다.다시 말해 지식인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이것들을 평가·독려하는 제도적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와 관련,장덕현 부산대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계간 ‘사회비평’겨울호에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글쓰기-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란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장 교수는 이 글에서 현재 학술진흥재단의 SCI(Science CitationIndex·과학 인용 색인)평가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지식인들의 분노를 해방시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현실은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다볼 때 분통터지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그러나 우리 지식인들은 화를 내는 대신,객관적인 태도로 세상과 거리를두고 무미건조한 논평을 늘어놓는다.그들은 ‘나’를 내세워 ‘내 이야기’를 하는 법 없이,서양학자들의 권위에 의존한 안락한 글쓰기에 자족해 버린다.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렸을까. 지식인은 논문을 통해 담론·학술정보 생산을 주도한다.이 논문들을 유통과 수집,확산하는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도구가 되는 것이 바로 학술지다.그런데 한국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사업은 학술지를 등급화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그리고 그 결과물은 교수의 연구업적을 가늠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이것은 결국 올해 전격시행한 교수계약제·연봉제 등과 결합해 한국의 담론생산 구조에서 글쓰기를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는 미국 과학정보연구원의 SCI 방식을 지향한다.문제는,SCI가 연구업적을 평가하고자 고안한 장치가 아니라 논문 인용도와인용패턴 등을 분석해 연구동향을 파악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점에 있다.즉 SCI 본연의 목적은 평가가 아닌 학술정보 제공인 것이다.미국 과학정보연구원도 한국 학계가 SCI를 연구능력 평가기준으로 오용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방식은 학문의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SCI에등재되지 않은 저널에 수록된 논문은 ‘잡글’또는 ‘소설작품’쯤으로 취급돼 연구성과로 인정받지 못한다.때문에 신생·군소 학술지의 몰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이는 결국 새롭고 실험적인 성격의 연구를 가로막아 학문의보수화를 초래한다.또 대학논문집,기념논문집 등의 대중적 학술지가 제대로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그렇기에 현실을 무시하고 강단에만 안주하는아카데미 특유의 자폐성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또 학술지 등재 여부가 학회의 권위와 명예를 판가름하기 때문에,여러 학회는 학술지에 등재되고자 무리하게 회원 수를 늘리는 등 불필요한 외형 꾸미기에 신경을 쓰게 된다.이러한 세태는 결국 권위주의·관료주의적 학회 운영을 부추길 뿐이다.양적 평가가 물론 중요하지만,질적 평가도 함께 강화해야한다. 학문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심사기준도 개선돼야 한다.화학자와 체육학자의 학술활동이 같을 수 없다.그런 점에서 다양화하고 세분화한 연구분야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학자들이 마음놓고 세상에 대해 화를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그러나 학술지 평가 사업은 이러한 분노를 담은 글들이 소통될 수 있는채널을 점차 줄여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학술활동을 진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식인들이 열정을 제대로 발산해 사회를 올바로 세우도록 이끌어주는것이다.지식인들의 분노를 억압하는 장치로서의 학술진흥책은 곤란하다. 물론 평가는 필요하다.그러나 그 평가가 가져올 효과와 그 평가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려는 매우 중요하다.현행 학술지 평가사업이 한국 학술 담론의 생산과 유통에 개입해 창조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은 아닐까.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현실적인 담론 생산자로서의 지식인과 담론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장치로서의 학술진흥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정리 채수범기자 lokavid@
  • 中3 겨울방학 이렇게 공부하자

    고교 1학년 때 내신성적을 높이려면 중3 겨울방학이 중요하다. 1학기 수시모집에서는 고1 성적을 40%,고2 성적을 60% 반영하기 때문에 고1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2학기 수시에서는 1학년 30%,2학년 40%,3학년 1학기 성적을 30% 반영하고 있다.비중으로는 다소 작은 것 같지만 3학년이 되면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1학년 성적이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더욱이 1학기 수시모집의 비율이 2005년에는 올해와 비교해 10개 정도의 대학이 더 늘어나는 등 다소 높아지고 있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이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지만 내신성적의 비중이2005학년도에는 더 커질 예정이라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한 1학년 과정을 제대로 익혀야 다음의 심화과정을 잘 할 수 있는 만큼고1의 성적이 바로 대학입시까지 연결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중학교 과정보다 훨씬 어려워지는 고교과정에 익숙해지려면 1학기 과정은 선행학습이필요하다는 지적이다.그러나 대학입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인 만큼 지나친 부담감보다는 차분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자세다.공부하는 비결을 고려학원 평가연구소 유병화 실장에게 들었다. ◆언어영역 중학과정과 고교과정은 연계되어 있는 만큼 기초를 다져야 한다.교과서 핵심정리가 필요하고,소단원별로 지문의 개괄적인 내용과 핵심적인 교과지식을 학습해야 한다. 단순한 암기나 반복만으로는 논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학습목표와 주제를 먼저 파악하고 체계적 해설과 창의적 사고력을 위해 직접 써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수능에 대비하려면 교과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교과서 밖의 지문과 비교하여 목표와 주제의식이 동일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문법,띄어쓰기,맞춤법 등을 체계적으로 표현한 교과서 지문을 수시로 공부하고 고전문학,단편소설집,수필집,고전문학서를 읽어두는 것도 중요하다.서울대에서 논술이 2005년부터 부활하는 만큼 각 대학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리영역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학 수학보다 고교 수학 과정이 무척 어렵다고 한다.따라서 중학교 과정과 고교 과정이 무리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방학 동안에 고교과정 선행학습과 중학교 과정 중에서 핵심부분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수학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수학자,수학 각 영역이 발전하게 된 계기,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 책을 읽어보면 수학이라는 학문과 수학자들에 대해서 새로운부분을 알게 될 것이고 흥미를 갖게된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수학’등 서점에 수학관련 책들이 나와있다.또 수능 경향에 맞도록 계산력,이해력은 물론 문제해결력,추론능력을 배양해야 한다.특히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려면 생각하는 훈련,문제 해결 방법을 연구해야한다. 또 문제를 많이 풀어 보는 것도 좋지만 정확하게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한 문제 한 문제 신중하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이 필요하다.중학교 수학문제를다시 한번 훑어보는 것도 선행학습만큼 좋은 방법이다. ◆외국어영역 듣기,독해,기본적인 문법 이해,기초회화로 나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공부해야 한다.이때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 내용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남들이 어떤 책을 본다거나 어떤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따라할 필요는 없다는 것.특정한 문법책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고등학교에서 공부할 교재를 중심으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좀 더 실속있는선택이 될 수 있다. 영어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지 않은 학생들이 토익이나 토플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오히려 시간낭비만 할 가능성이 있다. 영어 동화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은 학습방법이 될 수 있다.동화는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들로 꾸며져 있어 영어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남주기자
  • 제10대 전교조위원장 선출된 원영만 교사“국민연대 공교육정상화 앞장서겠다”

    “가칭 ‘공교육살리기 범국민연대기구’를 설치해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10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원영만(元寧萬·48)교사는 “교육 불평등과 경쟁 논리만을 앞세운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 교육개방과 교육시장화 저지에 적극 나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원 신임위원장은 조합원 7만 4594명(투표율 79.9%)이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 54.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2004년 12월까지 2년간이다. 원 위원장은 “선거를 위해 지방을 돌면서 공교육이 무너지는데 대한 현장교사들의 위기감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조합원들이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의 표현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이를 위해 우선 자립형 사립고와 고교평준화 해제 등자본의 논리로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시장화 정책과 경제자유구역법,외국인학교 설립 등 교육개방정책을 적극 저지할 계획이다. 또한 교육현장의 민주화를 위해 교장선출보직제를 실현하고,임금인상 등 교원처우 개선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내 참교육연구소를 활발히 가동해 참교육에 맞는 새로운교육과정을 모색하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원 위원장은 1980년 강원 김화중에서 처음 교직을 시작했고,전교조 강원지부 초대 지부장으로 활동하던 1989년 해직됐다가 5년 뒤 복직했다.이후 제9,10대 강원지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철원 김화여중에 재직중이다.부위원장은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장혜옥(張惠玉·48) 영주여고 교사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문학동네 소설상 이해경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

    전혀 다른 지향을 드러내는 두 편의 소설이 눈길을 끈다.한 편은 현실에 발을 담그고 사는 지식인의 고뇌를 다루고 있고,다른 한 편은 무력한 한 개인의 소설쓰기를 그리고 있다.바로 중견작가 김영현의 ‘폭설’과 올해 문단에 이름을 내민 ‘늙다리 신예’ 이해경의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가 그것이다.외견상 전혀 상관없는 두 작품이 그러나 꼭 다른 것만은 아니다. 이 두 작품은 각각 80년대 리얼리즘의 복원과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대척점에 선 유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기억에 대한 문제,소설에서 우리가 공유했던 80년대 리얼리즘에 대한 회의랄까 문제의식이 예전부터 제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이해경(39)에게 제8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안겨준 작품은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문학동네)이다.‘소설쓰기를 다룬 소설’이랄 수 있는 ‘그녀는…’은 직장을 그만 둔 ‘그’가 아내의 강권에 못이겨 어거지로 소설쓰기를 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소설쓰기’라는 다소 이색적인 주제라얼핏 무거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주인공의 행태도 소시민적이고,곳곳에 위트와 해학이 섞여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가벼움이 결코 작품의 무게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오히려 전편을 통해 치밀한 의도가 짜임새있게 구성돼 있어 적당한 중량감을 담보하고 있다.‘그’가 맞닥뜨리는 세상은 늘상 이런 식이다. 회사의 사규를 존중해 매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퇴근하다 상사에게 찍히고,그런 상사의 눈초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두 퇴근한 뒤까지 남아 야근하다 동료들에게 찍히는 어리숙한 숙맥,그 자체다.결국 사표를 내고서도 며칠은유예기간이 있을 것이라 믿는 그에게 주어진 것은 ‘지체없는 사표 수리’였다.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아 들었던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그녀는…’을이렇게 평했다.“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얘기,이 남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건 구도도 비밀결사의 절대정신도 아닌 ‘소설’이라는 괴물이었다.말을 바꾸면 소설이 바로 절대정신이며 비밀결사이며 구도 자체”라며 “확실한 작품이다.아마 작가의 통제력덕분일 것이다.”라고. 이해경은 간단치 않은 경력을 가진 신예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는가 하면 이내 때려치우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를 전공,영화평을 몇편 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반듯한 직장으로 자리를옮겼다.그러다가 강신(降神)이라도 한 듯 다시 소설판으로 돌아온 그다.그는 “직장생활에서는 도저히 성취감을 가질 수 없어 결국 스스로 문학으로 도망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작품에서 소설가는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다.작가의 고뇌가 자리잡아야 할곳에는 작가가 되려는 한 소시민의 비루한 모습이 투영되고 이런 와중에 만난 ‘그녀’는 결국 그의 인생의 변수가 된다. 소설가 오정희는 이해경에 대해 “작품의 긴 호흡과 끈덕진 근성,건강한 해학성과 따뜻하고 넉넉한 시선이 저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희경,전경린,윤애순,김영래로 이어지다가 6·7회 수상자를 내지못해 건너뛴 뒤 8회째 문학동네 소설상의 계보를 잇게 된 그가 어떤 색깔,어떤 목소리를 낼지 자못 기대된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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