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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탐 어려워 이공계 울상

    2004학년도 수능시험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그러나 정답을 확인한 결과 생각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정답 맞춰 보며 희비 엇갈려 1교시를 마친 수험생들은 한결같이 “평이하고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정답을 맞춰본 뒤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경기고 박지원(18)군은 “쓰기와 듣기는 평이했지만,비문학과 고전쪽이 어려웠다.”고 밝혔다.정신여고 이모(18)양은 “언어영역이 어렵지 않아 기대했던 점수를 맞을 것 같다.”며 낙관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언어영역의 문제에 함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평이해 보이는 문제지만 보기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운 문제 유형이 많다는 지적이었다.서울 화곡고 이석록 교사는 “수험생들이 ‘척 보면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문제풀이에 나섰다면 예상보다 점수가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접근한 수험생들은 오히려 점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대체로 평이했다” 희비가 갈린 언어영역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의 전체적인 반응은 ‘평이했다.’는 것이었다.특히 상위권 학생들과 재수생들은 예상 점수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의고사 370점대의 재수생 이종대(19)군은 “과탐이 약간 어려웠지만 총점은 지난해보다 조금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330점대의 서초고 윤성준(18)군도 “수리가 쉬워서 전체적으로 조금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까다로운 과학탐구 영역 수험생들은 “사회탐구는 평이했던 반면,과학탐구는 까다로웠다.”고 입을 모았다.특히 과학탐구의 성적이 중요한 이공계 학생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다.재수생 이현수(19)군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풀 수 있는 답을 두 개 고르는 객관식 문제가 많았다.”고 걱정했다. 입시 담당 교사들은 이에 대해 “사회탐구의 경우 선택과목에서 세계사 문제가 어려웠을 수 있으며,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을 비롯해 대체로 어려운 편”이라면서 “그러나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인문계 상위권유리”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쉬웠지만 상위권은 점수 상승폭이 크고 중하위권은 상승폭이 작아 수능 변별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쉬웠지만 큰 변화가 없어 상위권만 점수가 조금 오르고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점수는 그리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세영 이유종 유지혜기자 sylee@
  • 영역별 출제경향

    2004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의 특징은 교과과정 안에서 통합교과 유형의 문제를 통해 사고력을 측정하되 차등 배점의 폭을 확대,변별력을 강화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출제 기본방향 출제본부측은 “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외워서 푸는 문제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추리·분석·탐구과정을 거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는 설명이다.이를 위해 원칙상 참신한 소재를 발굴,출제하고 이미 출제됐더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나 변형한 문제를 출제했다. ●언어영역 교과서가 대폭 반영됐다.국정교과서에서 지문 2개가 출제됐으며,검인정 문학교과서에서도 현대시와 고전시가 작품이 나왔다.지문과 보기의 길이는 지난해에 비해 짧아진 반면,설계도와 그림 등 그래픽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차등배점도 눈에 띄었다.3점 5문항,1점 5문항,2점 50문항 등 배점을 달리해 변별력을 높였다.‘읽기’와 ‘비문학’에서는 철학,과학,예술 관련 지문이 나와 평소 독서량이 많은 수험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리영역 인문계는 공통수학과 수학Ⅰ의 비중이 7:3,자연계는 공통수학과 수학Ⅰ,수학Ⅱ의 비중이 5:2:3이 되도록 비율을 조정했다. 기본 개념과 원리,법칙의 이해 정도를 강조한 반면,복잡한 계산 문제는 제외됐다.기본 계산능력과 고차적인 사고력을 토대로 한 2∼3점의 차등 배점으로 변별력도 고려했다.단순한 공식을 적용하는 유형의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 기본 개념과 이론의 이해 정도와 의사결정 능력을 측정하는데 중점을 뒀다.사회탐구에서는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부동산 대책과 자살,이라크 파병,인사청문회,북한 응원단 등 시사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과학탐구 영역은 과거 출제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에서 유형과 내용이 바뀌어 출제됐다.실험을 다룬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나왔으며,금연과 건강,태풍 ‘매미’,6만년만의 화성 대접근 등 시사 문제도 있었다. ●외국어 영역 시사성 있는 참신한 소재를 활용,창의적인 영어 사용능력을 측정하는데 중점을 뒀다.지문의 길이는 지난해보다 다소 길어졌지만 어휘와 문법 수준은 지난해와 비슷했다.‘읽기’와 ‘쓰기’에서는 70∼110단어 안팎의 지문이 대부분이었지만 200단어 안팎의 긴 지문도 3개나 나왔다.난이도와 문장 구성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1∼2점으로 차등 배점했다. ●제2외국어 영역 6개 외국어 과목의 사용 어휘 수를 조정,과목간 난이도를 맞췄다.중요도와 난이도를 감안한 1∼2점 차등 배점이 적용됐으며,문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끝말 잇기나 어휘 퍼즐,일기 예보,수업 시간표,광고문 등 생활 주변의 소재를 다룬 문제가 출제된 것도 눈길을 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본 로빈슨 크루소/올 노벨상 수상 존 쿠체의 패러디作 ‘포’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그 이름값에 걸맞게 다양한 패러디 작품을 탄생시켰다.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여러 동화는 물론,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등 다양한 장르의 젖줄이었다.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금요일을 뜻하는 불어),태평양의 끝’처럼 원주민인 ‘프라이데이’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올 노벨상 수상작가 존 쿠체의 ‘포’(책세상 펴냄)는 아예 여성의 시각으로 소설을 다시 쓴다.소설 ‘포’(원작자의 성)는 어느날 크루소의 왕국에 표류해온 여성 수전 바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모두 4장으로 된 작품은 바턴이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출판하기 위해 원작자인 포에게 보낸 편지 형식을 빌려 크루소와 프라이데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또 섬에서 탈출한 그녀가 무인도 경험을 소설로 쓰기 위해 작가인 포를 찾아가 직접 대화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구성을 통해 쿠체는 여성의 눈으로 크루소라는 인물을 재구성한다.그가 원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타난 크루소는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도 내면에서는 사그라져 버렸어요”(18쪽)라고 묘사할 정도로 용기도 없다.또 성급하고 오만한 인물이다.하인인 프라이데이도 원작과는 달리 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는 인물로,크루소에게 일방적으로 지배받는다.또 작가는 작품에 원작자인 디포를 등장시켜 사실보다는 재미에 더 관심을 가진 그의 입장을 넌지시 비판한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쿠체가 패러디한 로빈슨 크루소는 투르니에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투르니에가 원주민 방드르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럽 중심의 시각을 교정시키려 의도했다면 쿠체는 그와 함께 남성 중심의 작가관에도 메스를 가한 것이다. 작품을 번역한 조규형씨는 “다른 패러디 작품보다 더 기발하면서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명상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 “기업 눈높이에 맞춘다” 교과과정 손질/ 대학 ‘콘텐츠 대혁명’

    대학들이 사회와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의 ‘콘텐츠 혁명’을 꾀하고 있다.백화점식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때와는 달리 학생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의 내실화에 힘을 쏟고 있다.대학 교육의 핵심인 교과과정까지 과감하게 손질하고 나섰다.여기에는 지적 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의 능력이 수준 미달이라는 대학 안팎의 끊임없는 지적도 반영됐다.교과과정 개편에 나선 곳은 건국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 등 전국적으로 10여개 대학에 이른다. ●기업의견 반영 포럼·다전공 시스템 도입 고려대는 2004학년도 신입생부터 전공을 두가지 이상 밟아야 졸업할 수 있는 ‘다(多)전공 시스템’을 도입했다.특히 2개 이상의 다른 전공 교수를 포함,4명 정도의 교수들이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연계전공’과 학생 개인이 학과에 관계없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전공을 신청하는 ‘학생설계전공’을 새로 시행,전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예컨대 A학생이 변리사가 되기 위해 여러 학과에 나뉘어져 있는 관련 과목을 조합해 수강을 신청하면 교내 교육과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공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21∼23일에는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79개 기업을 초청,‘수요자 중심 교육을 위한 기업·대학 공동포럼’을 열었다.전성기 교무처장은 “핵심은 학생들이 학교 간판에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기업 특강도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활성화해 해당 기업이 수강한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숭실대는 내년 5월 발표할 예정인 ‘숭실 비전 2010’에 기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과목을 교과과정에 대폭 포함시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현재 중소기업정보시스템 구축과 IBM 프로그램 등 3과목에 불과한 산학 협력 과목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연세대도 오는 12월 대학 교육의 변화를 원하는 기업들의 의견을 교과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기업 연계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교양 과목의 확대 개편 교양 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대학들의 일반적인 추세다.인성교육은 물론 졸업 후 어떤 환경에서도 맡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균관대는 내년부터 교양과목만을 담당하는 학부대학의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1·2학년 때 교양과목마다 까다로운 이수 요건을 내걸고 통과하지 못하면 전공과목 수강신청을 거부할 계획이다.사실상 유급제다.1·2학년 때 전원 기숙사 생활을 통해 교양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외국 대학들의 하우스 제도를 도입하는 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99년 학부대학을 설립한 이후 17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과개편에 나섰다.현재 글쓰기·영어·수학·물리 등 기초영역과 인간·자연·사회·문화·세계 등 필수영역,선택영역 등 세 영역으로 나눠 졸업할 때까지 모두 22학점을 이수토록 의무화했다. 건국대는 올해 초 교양 및 전공과정개편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과별로 전공과목 내실화와 교양과목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서강대도 2005학년도부터 전공을 줄이고 대신 교양 이수학점을 늘리는 쪽으로 교과과정을 바꿀 방침이다.연세대 민경찬 학부대 학장은 “그동안 대학의 개혁은 구조적인 부분에만 그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제 본업이 美學인 것 모르셨죠”진중권씨, EBS ‘미학‘ 진행

    ‘사이버 논객’으로 널리 알려진 문화비평가 진중권(40)이 새달 3일부터 한달 동안 EBS 기획시리즈 ‘미학의 눈으로 읽는 서양예술사’(월∼수 오후 9시)의 진행을 맡았다. 날카로운 독을 품은 그의 전방위적 글쓰기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뜻밖이겠으나 원래 그의 전공이 ‘미학’이고, 게다가 ‘미학 오딧세이’‘현대미학강의’등 이쪽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낸 저자라는 점을 기억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인터넷에 글쓰는 진중권과 ‘미학 오딧세이’의 저자 진중권이 동일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논객의 면모를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하실 지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본업’에 충실하게 강의할 생각입니다.” 독설을 서슴지 않는 그의 직설적인 ‘글발’에 지지를 보내는 팬들도 많지만 그를 싫어하는 안티세력 역시 만만찮은 게 현실.이 때문에 그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방송사 내부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정작 본인은 “미학을 강의하는데 정치나 다른 분야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두 1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예술과 미학의 기본 원리를 쉽게 풀어주는 첫 회를 시작으로 비례론 색채론 투시법 이상미 등 4가지 큰 주제를 다룬다.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미학입문의 성격이 강하지만 내용은 녹록지않다. 강의를 두차례 직접 듣고 섭외를 결정했다는 박찬모 프로듀서는 “어려운 내용을 위트와 유머로 쉽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면서 “지적인 갈증을 느끼는 20∼30대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진중권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전공했다.‘인물과 사상’‘아웃사이더’등에서 필명을 날렸고,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 학교식중독 예방 이렇게/ 관악구, 급식재료 전문가 점검

    “우리 지역에서는 학교 식중독 사고를 완전히 없애겠습니다.”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28일 지역내 학교납품 식재료 공급업소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올 상반기 전국의 학교와 회사 등 집단 급식소에서 발생한 79건의 식중독 사고로 5063명이 피해를 입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구는 어린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점검 가능한 지역내 6개 학교납품 식재료 공급업소를 집중적으로 점검,식중독 사고를 미리 차단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특히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각종 재료들의 유통기간과 허가제품 사용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정확한 판단을 위해 대상 제품을 수거,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등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을 통해 불량식품이 발견되면 유통경로를 추적,영업정지 등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이동구기자
  • 눈처럼 녹는 찰나속 내면의 인생…/윤대녕의 장편 ‘눈의 여행자’ 8년 구상한 눈 소재 소설 결실

    “그 때마다 낙타 한 마리가 눈 속을 뚫고 밤의 사막을 느리게 건너갔다.” 모래와 눈의 만남.8년 전 실크로드 여행에서 그 이질적 이미지의 겹침을 목도한 작가 윤대녕은 그 틈새에서 미지의 외침을 들었다.이미지를 중시하는 작가의 뇌리 속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졌다.이는 눈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작가는 밀린 빚을 갚듯 올해 1월5일 눈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 한달 동안 “눈 눈 눈”이라고 되내이며 눈 속을 걷고 쓰고 한 끝에 초고를 완성했다.이후 5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최근 장편 ‘눈의 여행자’(중앙 M&B 펴냄)를 탈고했다. 소설은 작가인 주인공의 눈여행으로 시작해 눈여행으로 끝난다.어느날 ‘그’의 작품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의 K가 한 재일교포 여인의 숫자놀이책과 편지를 주면서 작품기획을 제의한다.그 속엔 그녀의 눈여행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여행 내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작가가 그 아이를 찾아줬으면 한다는 사연이 적혀있었다. 3인칭 시점으로 시작한 작품은 여행이 시작되면서 내면의 이야기를술회하기에 유리한 1인칭으로 바뀐다.여행을 수락한 것은 ‘나’에게도 외사촌누이와의 근친 상간에서 낳은 ‘수’라는 아이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작품은 ‘나’의 니가타 등 일본 동북부 지역 ‘눈 여행’과 ‘수’에 얽힌 사연을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초대한 주인공 부부를 만난다.딸이 죽자 실어증에 걸린 부인이 어느날 눈여행을 하면서 갖고 있던 아이의 이빨 열개를 하나씩 묻으며 다녔다는 사연을 들려준다.결국 ‘나’를 눈여행에 초대한 것은 소설을 써서 눈속의 아이나 그 속에 함께 묻힌 것이나 다름없는 여인을 불러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라고 덧붙인다. ‘눈의 여행자’는 아이를 일찍 떠나보내고 가슴에 묻은 가족이야기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되는 과정을 다룬 ‘메타 소설’(소설쓰기의 소설)이다.그리고 그 슬픈 운명을 잠깐 내렸다 사라지는 백색의 이미지에 옮긴 것이다.그러나 외연은 더 넓다.‘눈 여행’을 통한 작가의 메시지는 퍼붓는 눈송이만큼이나 많다. 작가의 속내는 작품곳곳에 주인공 ‘나’의 독백을 통해서 감지된다.“나라는 존재도 이 무량히 퍼붓는 눈송이 중의 하나가 아닐까.(…)더불어 내가 한 송이 눈이 되어 떠돌 때 가슴에 품고 있는 상처나 고통도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인생도 잠깐 내렸다가 녹는 눈처럼 찰나 아닌가?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그 사이에 인간의 갈등과 번민을 담은 스토리를 넣었다.” 지난 4월 제주로 이사해 그토록 원하는 창작과 낚시에 푹 젖어 사는 그는 “묵은 마음의 짐을 턴 뒤 멍 한 상태”라고 말한다.내년 초 문학동네서 내놓을 창작집을 마무리하고 쉬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중)관절염 앓는 할머니 돌보는 이금미양

    충남 천안시 풍세초등학교 6학년 이금미(12)양은 요즘 다리가 아픈 할머니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다.관절염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66)마저 몸을 가누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돼서다.철없는 개구쟁이 동생 희응(10·풍세초 4년)이는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지만 금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아빠 이어 할아버지도 하늘나라로… 금미가 할머니,동생과 함께 외로운 가족으로 살기는 올 3월부터다.소주공장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가 길가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다. 금미는 4살때 부모와 헤어졌다.천안시내에서 살 적에 엄마는 아빠와 사소한 싸움 끝에 집을 나갔다.당시 아빠는 철물공장에 다녔고 동생은 두살배기였다.‘우유 사오겠다.’고 나간 뒤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아빠는 그 해 고혈압으로 숨졌다.할머니는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며느리를 탓했다.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금미는 동생과 함께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맡겨졌다.졸지에 손주들을 떠맡은 할아버지는 집 근처 소주공장에 다니다 6년 전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세를 전전하다가 보상금으로 한시도 차 소리가 그치지 않는 지금의 10평도 안 되는 방 2개짜리 허름한 도로변 연립주택을 장만해 보금자리를 꾸몄다. 할머니는 “면에서 매달 얼마씩 나오고 있지만 자나깨나 ‘내가 죽으면 손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고 말한다.할머니에게는 2남4녀의 자녀가 있다.금미 아빠는 맏아들이었다. 할머니는 “작은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어디에 사는지 행방을 모르고,딸들도 형편이 딱해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가출한 엄마, 보고싶지 않아요 금미는 아침에 동생과 함께 400m쯤 떨어진 학교에 간다.학교생활이 재미있단다.친구들이 ‘아빠·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른바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시골 아이들이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가을운동회 때면 서럽다고 했다.금미는 “할머니가 오시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얘기한다.또 엄마·아빠와 외식하러 가거나 동물원 구경을 가는 친구를 보면 무척 부럽다고 했다. 금미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한 엄마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지금은 “밉지않다.보고 싶지도 않고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애써 감췄다. 아빠에 대해서는 “보고 싶다.”고 말한다.할머니는 “우리 손주들이 에미·애비가 없어서 주눅이 조금 들어 있지만 아직까지 삐딱하게 자라지 않아 다행”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위탁아동’들 가운데는 가출을 밥먹듯 하고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불량한 친구들과 사귀며 물건을 훔치는 어린이들도 더러 있다.도시보다 덜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자 아이가 돈을 벌려고 ‘원조교제’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미 할머니와 달리 일부 할머니,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 등에 나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미취학 등 어린 아동에게는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미는 오후 3시나 5시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한다. ●할머니마저 누우시면 어쩌나 걱정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면서도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사먹지도 못하고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사기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은 금미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이고 학습지 회사에서 무료로 보내주는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동생 희응이도 마찬가지다.성적은 학년마다 한 반에 20여명밖에 안 되지만 “중간 정도”라며 웃는다. 학교 수업만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는 동생에 대해 금미는 “엄마·아빠 없이 커 가엽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한다.금미는 돈을 벌면 동생에게 예쁜 옷과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단다.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소원이다. ●“가난한 아이들 가르치고파” 명절이나 아빠 제삿날이 되면 더욱 쓸쓸하다는 금미.할머니와 단촐히 지내는 아빠 제사 때면 “아빠가 더 보고싶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금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고아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장래 희망은 선생님,희응이는 경찰관이다.금미는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고,희응이는 “힘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특별취재반 ■정부 어떻게 관리하나 위탁아동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다.현재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기초생활보장수급자(과거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친·인척에 맡겨진 아이나,남에게 맡겨진 아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탁아동은 1명당 월 31만 4000원,2명일 경우 51만 9000원의 생계·주거비를 받는다.이와는 별도로 역시 1명당 월 6만 5000원의 양육보조금도 나온다. 또 대부분 의료급여 1종대상자로 건강보험을 이용할때 본인부담금이 없고,고등학교까지는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금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돈인 만큼 보호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나,친·인척의 경제적인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정부도 그러나 이런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고있다.생계·주거비나 교육·의료비 등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실제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예컨대 학원을 한번 보내려고 해도 그렇고,보험이 안 되는 의료비를 내야 할 경우 등 매달 수십만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앞으로 지원액을 늘리고,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또 위탁아동과 관련,아이들끼리만 사는 소년·소녀가장을 친척이든 남이든 일반가정에 위탁해 키우거나,국내·외 입양을 통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올해부터 처음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17개(경기도만 2곳)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여기서는 혼자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일반가정에 위탁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선생님이 바라보는 아이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최수민(12·6년)군은 전남 화순군에서도 벽지인 한천초등학교에 다닌다.전교생이라야 33명이고 이 가운데 부모의 사망,이혼,가출로 친조부나 외조부 밑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6명이다. 담임 김병수(49) 선생님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명랑하고 착하며 구김살이 없지만 한결같이 매사에 아주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덜하지만 수민이처럼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겨울옷을 여름에도 입고 다닐 정도여서 정말 안쓰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그래서 자칫 ‘동정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요령있게 지도하는 게 교사의 첫번째 임무라고 귀띔한다. 집에서 돌보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마음이 상할까봐 엄하게 혼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 선생님은 “결손가정 어린이들은 돈 1만원이 없어 컴퓨터 워드 시험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그는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명세환 교감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중 ‘아빠,엄마’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렵다.”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학습준비가 잘 안되고 있지만 기죽지 않도록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초등학교 봉성분교 한진희(31·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내성적이고 주눅이 들어 있으며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또래들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면서 “결석도 가끔 하는 등 학교오길 싫어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최모(37) 선생님은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육에 눌려 치일 정도인 반면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해 학습부진과 특기·적성개발에도 한계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경북 군위군 G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박모(37) 선생님은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김모(13)군의 일기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며 김군의 일기 하나를 소개했다. “나는 세상에서 운동회 날이 가장 싫다.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김밥도 못 먹고,아빠와손잡고 달릴 수도 없다.몸이 아픈 할머니는 온종일 눈물만 흘리셨다.할머니는 때론 엄마나 아빠가 된다.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길 매일 기도한다.” 박 선생님은 “김군은 1학기 전교 부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뒷바라지가 안돼 학습능력이 좀 처진다.”며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애태웠다. 특별취재반
  • [열린세상] 말(言語)의 돌연변이

    한 시간만이라도 케이블 텔레비전 음악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화면아래 무수히 깔리는 낯선 외래어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이른바 외계어로 지칭되는 ‘ㅊㅋㅊㅋ’ ‘감소ㅑ’는 일상적인 용어가 돼버렸고 머리가 허연 장년들도 “반갑다”는 말을 ‘방가방가’ 해야만 시대감각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최근 한 대학교수가 내놓은 TV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언어사용 분석에 보면 그들은 외래어 비속어 은어 사투리 차별적 언어와 비난언어,비격식언어와 극단적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가뜩이나 TV에 자막으로 찍히는 알파벳과 혼란스러운 단어들이 국어 말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잘못된 방송 언어,인터넷 언어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청자들의 의식에 교묘하게 작용해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혼란시킨다는 것이 문제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그들만의 특이한 공간을 만들고 그 재미안에 몰두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특정 문자를 무작위로 만들어 내고 있다.영어한자 일본어까지 합세한 말들은 반말도 존칭도 아닌 일그러진 기형언어들이 주류를 이룬다.작은 미꾸라지 한마리가 잔잔한 호수를 흙탕물로 만들듯이 철자법도 띄어쓰기도 받침도 무시한 국적 모를 합성 부호들이 우리 언어의 정연한 질서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놓는 것이다.지적 능력과 변별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인터넷 통신체제는 온라인 특유의 익명성에 기댄 채 언어폭력,한글파괴,음란물,폭력물을 빠르게 전파시키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접근을 완강하게 따돌리고 싶어한다.철자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청소년들의 외계어 남발은 더이상 한때의 열병으로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비속어 유행어 욕설은 있었고 때와 장소에 따라 재치있는 유행어 한마디는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그러나 뻔뻔스러운 것이 솔직한 것처럼 오도되어 전에는 입에 담지 않았던 오물이나 목숨을 내건 극단적인 표현들이 영화제목으로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내용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말끝마다 수식되고화면 가득히 토하는 장면,더러운 발바닥을 객석에 흔들거나 벌거벗고 헐떡거리는 장면이 빈번하게 자행된다.대학생은 물론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등장하는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나라는 욕설밖에는 다른 언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욕설이 등장하면 폭력이 등장하고 욕설이 심해질수록 폭력은 가중되기 마련이다.상스럽고 천박한 것이 리얼리즘인가.우리 사회가 사납고 횡포한 쪽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말이면 다 말은 아니다.말은 옥구슬처럼 영롱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시궁창의 오물처럼 더럽고 추악해진다.넘치는 말의 파도속에서 우리의 정신은 말의 폭력과 난무에 짓밟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지 오래다.이제 어느 특정 사회를 지칭하지 않더라도 언어 폭력은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드는 새로운 악이 되어 스펀지 같은 흡수력으로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한 나라의 국어의 힘은 그 민족을 일시에 단결시킬 뿐만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으로서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중요한 표지가 된다. 따라서 한민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와 운명을 같이하게 되는 것이다.시궁창 같은 오물언어와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면 그것은 크게 불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때마침 독서의 계절이다.병영언어 폭력,교단언어 폭력에 대한 제재가 있은 후 서울 서초구에서는 공무원들에게 ‘고운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최근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의 욕설,고성이 제소되기도 했다.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고전을 읽히고 반듯하고 바르고 당당하게 말하는 법과 글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꼬이고 비틀린 말은 그 심성이 병들고 비뚤어져 있음을 일깨워 아름다운 말과 글로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 중요하다.외계어로 지칭되는 돌연변이 언어는 또 다른 형태로 세대간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세 기 영상등급위원회 위원 前대한매일 논설위원
  • ‘최돈웅 100억’ 파장 / 昌 향하는 ‘檢’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정적인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100억원 사용처와 관련,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핵심 인물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0억원의 사용처 조사는 쉽지 않다.시기가 대선에 임박한 지난해 11월인데다 빼내 쓰기 쉽도록 현금 1억원 단위로 비닐봉투에 담겨 전달됐다.이는 계좌추적 등 다른 수사기법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한 것이다.최 의원이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는 우회를 거듭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멍뚫린 허술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러나 충분한 정황조사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최 의원의 입을 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최 의원의 운전사 등을 통한 비자금 전달 루트를 추적하거나 최 의원 본인과 주변인사들의 계좌추적 등으로 최 의원을 계속 죄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최 의원이 진술 안 한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치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최 의원이 한나라당측에 SOS신호는 수차례 보냈으나 한나라당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검찰에게 유리한 환경이다.한나라당으로서도 최 의원을 비호하거나 두둔할 수 없는 처지다.기껏해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300억원 수수설을 제기하는 등 형평성있는 수사를 촉구하는 정도다.더 기댈 곳이 없는 최 의원으로서는 돈 받은 사실을 시인한 이상 사용처도 진술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의 탈세 혐의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의 고발사건을 접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검찰의 탈세사건 수사는 국세청의 고발이 있어야 이뤄진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탈세혐의를 포착,국세청에 고발절차를 밟으라고 통보한 뒤 고발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계속된 수사로 SK그룹 관련 자료들이 검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고발건도 사실상 검찰 작품으로 봐야 한다.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뇌물 혹은 정치자금 공여자 입장인 SK그룹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SK가 100억원의 비자금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뒤 당시 비자금의 최종 수령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확인했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이 규명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100억원의 사용처와 100억원 수수사실을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느냐이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 시험때만 되면 소화불량 두통?

    ■시험불안증 어떻게 극복할까 다음달 5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앞으로 10여일.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제 실력을 발휘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같다.그러나 예기치 않는 ‘복병’이 있다.바로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다.답안을 밀려 쓰거나 두통을 호소하고 아예 시험을 도중에 포기하는 수험생들도 적지않다.시험불안에 따른 수험생들의 증상, 경험 사례와 함께 자가진단법,대처요령 등을 소개한다. 재수생 이모(20)양은 요즘 불안하기만 하다.지난해 ‘수능 악몽’이 자꾸만 떠오르는 탓이다.이양은 지난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수능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망쳐 남은 시험을 포기했다.이후 아예 학원 모의고사도 치르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다.시험일이 다가올수록 남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그는 “약을 먹지 않으면 시험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모(20)군은 시험 때만 되면 소화불량과 설사에 시달린다.시험에서 어려문 문제에 부딪치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시험지가 땀에 젖을 정도로 긴장한다.김모(19)양은 시험이 가까워지면 감정 기복이 커지고 두통이 심해졌다.지난 두달 사이 5㎏이나 줄었다.지난 9월 초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외국어영역에서 8문제나 답을 내려쓰기도 했다. 정모(19)군은 시험을 앞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시간이 유독 많아졌다.불안감 때문이다.그는 “최근에는 실수가 많아져 30점 이상 점수를 까먹기도 했다.”면서 “수능 때도 실수를 할까봐 걱정”이라며 답답해했다. ●불안하면 최대 9점 하락 이같은 시험불안은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불안 정도에 따라 수능 성적이 최대 9점까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채정호 교수팀과 신경정신과 ‘마음누리’는 최근 서울 중앙학원의 재수생 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험불안 정도와 수능성적 관계’에 대한 결과를 내놓았다.시험불안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처음이다. 재수생들의 지난해 수능 성적과 올 3·4·5월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분석한 결과,시험 불안이 심한 학생들은 모의고사에서 불안 정도가 낮은 학생들에 비해 10.5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그러나 실전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에서는 불안 정도가 낮은 학생들에 비해 9점 이상 떨어졌다. 493명 전체의 지난해 수능 성적 평균은 467.0점이었으나 ▲시험 불안이 높은 학생들은 262.0점 ▲시험불안이 낮은 학생들은 269.2점으로 불안감이 큰 학생들의 평균이 7.2점 낮았다.특히 예체능계를 제외한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들의 성적만 비교한 결과 시험불안이 높은 학생들의 평균은 266.1점,시험불안이 낮은 학생들은 275.4점으로 9.3점까지 벌어졌다. 또 가벼운 시험불안을 느끼는 경우는 34%였으며,중간 정도의 불안은 11%,심한 시험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한 수험생은 2%로 절반에 가까운 47%의 학생들이 크고 작은 시험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 전문가들은 시험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이를 위해 수시로 스스로 “나는 잘 하고 있어.”“나는 충분히 공부했어.”“나는 나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라는 긍정적인혼잣말을 일부러 내뱉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응도 중요하다.“공부하기 싫으니 또 시작이다.”“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하면 돼.”라는 식의 말은 도움이 안된다.대신 “늘 긴장 속에 사니 힘들 거야.좀 쉬어라.”는 식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좋다. 김영일교육컨설팅 김영일 원장은 “성공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구체적인 모습을 마음 속으로 실감나게 그려보면 도움이 된다.”면서 “학부모들도 사소한 일이라도 칭찬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마음누리’ 정찬호 원장은 “시험불안 정도가 높은 학생들은 우울감,스트레스 지각 정도가 높은 반면,집중력은 떨어져 실제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능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간단한 긴장해소 방법을 익혀두고,심각할 때에는 청소년상담원이나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간단하게 긴장 푸는 방법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손쉽게 활용할수 있는 긴장해소 방법이다. ●점진적 근이완법 이마 눈썹을 위로 올리면 이마근육이 위쪽으로 당겨지며 주름살이 생긴다.이를 10초쯤 유지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20초 동안 서서히 힘을 빼면서 긴장을 푼다. 눈 5초 동안 꼬옥 감았다가 눈 주변의 근육 힘을 빼고 서서히 뜬다.다시 한번 되풀이한다. 입·턱 이를 악 물고 양쪽 입가를 웃을 때처럼 귀쪽으로 올린다.10초쯤 유지한 뒤 20초 동안 서서히 긴장을 풀면 입이 약간 벌어지고 목과 턱 주변 근육이 편안해진다. 목 턱을 가슴쪽으로 당겨 목 주변 근육을 뻣뻣하게 10초 동안 긴장시킨 뒤 20초 동안 서서히 푼다. 어깨 팔 위쪽을 양 옆구리에 바짝 붙이면서 두 어깻죽지를 머리 쪽으로 당기면서 10초 동안 어깨를 긴장시켰다가 서서히 힘을 뺀다. 가슴·배 숨을 깊이 들어마셨다가 10초간 숨을 참아 가슴 주변과 배 근육을 신장시킨 뒤 숨을 내쉬면서 힘을 뺀다. 팔·손 두 주먹을 꼬옥 쥔 뒤 손목을 돌려 손목의 아래,위쪽의 팔과 손의 근육들을 10초 동안 긴장시켰다가 힘을 뺀다. 다리 무릎,허벅지,엉덩이에 10초 동안 힘을 줬다가 20초 동안 서서히 푼다.발목과 발가락을 위로 굽히면서 종아리 근육과 함께 10초 동안 긴장시킨 뒤 20초 동안 이완시킨다. ●호흡법 복식호흡 긴장하고 불안해지면 어깨가 들썩거리는 가슴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는 불안을 가중시킨다.반면 배로 하는 복식호흡은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해준다.두 손을 가슴에 얹고 가슴을 움직이지 않도록 한 채 배로만 숨을 쉰다.들숨과 날숨의 비율을 1대5로 하되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잠시 참았다가 입으로 뱉는 것이 좋다. 대안호흡 복식호흡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호흡할 수 있다. 1.좋은 자세로 편안하게 앉는다. 2.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이마에 둔다. 3.오른손 엄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는다. 4.왼쪽 콧구멍으로 천천히 소리없이 숨을 마신다. 5.오른쪽 넷째 손가락으로 왼쪽 콧구멍을 막고 동시에 엄지를 떼 오른쪽 콧구멍을 열어 소리없이 숨을 내쉰다. 6.다시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마신 뒤 엄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내쉰다. 7.이런 주기를 계속 반복한다. ■ 자료제공 신경정신과 ‘마음누리’
  • 책 / 한자에 도전한 중국

    /오시마 쇼지 지음 /장원철 옮김/산처럼 펴냄 중국 근대문학의 원조로 불리는 작가 루신은 “한자를 폐지하지 않으면 중국은 망한다.”고 했다.그런가하면 마오쩌둥은 1940년 ‘신민주주의론’을 발표하면서 “문자는 반드시 일정한 조건에서 개혁되지 않으면 안되고,말은 민중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마오쩌둥은 그 후에도 한자를 점차 폐지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로마자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표음화운동을 추진했다.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 중국에서는 한자의 자체(字體)를 간략화해 획을 줄인 간체자(簡體字)가 쓰이며,한자를 대신하는 표음문자로 로마자가 통용되고 있다.중국문화의 핵심인 한자는 역사의 부침 속에 어떤 도전을 받아왔으며 또 그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한자는 누가 만들었는가 ‘한자에 도전한 중국’(오시마 쇼지 지음,장원철 옮김,산처럼 펴냄)은 은나라 도읍 은허에서 갑골문이 발견된 이래 3000여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거쳐 정립돼 온 한자의 면면한 전통을 통사적으로 살핀 인문교양서다.중국어학을 전공한 저자(니쇼가쿠샤대 교수)는 먼저 ‘한자는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해묵은 문제부터 짚어나간다.한자의 창조와 관련된 이야기로는 새끼줄로 매듭을 지어 의사소통을 하다 일이 점차 복잡해지자 성인이 문자를 만들었다는 ‘성인설’과 눈이 넷 달린 황제의 사관(史官)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한자를 만들었다는 ‘창힐설’ 등을 들 수 있다.하지만 이것은 조자(造字)전설에 불과하며 실제로 누가 한자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시대에 따라 한자도 진화 한자는 시대에 따라 여러 진화 단계를 거쳤다.천하를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는 이사의 건의에 따라 나라마다 각양각색이던 한자의 서체를 통일,소전(小篆)이라는 국가 공식서체를 제정했다.그러나 진전(秦篆)이라고도 불린 소전은 곡선의 획이 지나치게 많아 관청에서 사무를 처리하기에 불편했다.때문에 직선을 기본으로 한 보다 실용적인 예서(隸書)가 관리들의 문자로 쓰이게 됐다.국가에서 정한 ‘황제의 문자’인 소전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민간의 문자’인 예서가 나란히 공인된 것이다.갑골문으로부터 130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한자가 비로소 지배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 예서는 시대가 바뀌면서 다시 해서(楷書)로 옮겨가는데 이 과정에서 한자의 자형은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자획과 편방(偏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온갖 난잡한 자체가 통용됐다.남북조시대의 학자인 안지추는 그의 저서 ‘안씨가훈’에서 당시 ‘한자의 아노미상태’를 소상히 밝힌다.“…북조에서도 쟁란의 영향으로 서풍이 비루해지고 게다가 멋대로 만든 조자(造字)도 횡행해 그 난잡함은 남조보다도 심했다.…경(更)자와 생(生)자를 붙여 소(蘇)자로 쓰고,선(先)자와 인(人)자를 붙여 노(老)자로 썼던 예가 경서나 그 주석서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하다.” 중국 문화의 정점으로 부동의 지위를 누려온 한자는 청조가 멸망을 눈앞에 둔 시점부터 위기를 맞는다.외국문화를 접하고 근대에 눈을 뜨게 되면서 한자개혁론이 제기된 것이다.한자의 표음화 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청말에서 중화민국 초에 걸쳐 한자의 표음 신문자 운동에 커다란 공헌을 한 인물로는 단연 왕조가 꼽힌다.그는 일본의 가나를 본떠 한자의 일부분을 채택한 ‘관화자모(官話字母)’란 표음문자를 만들었지만 후원자인 원세개가 실각하면서 전습되지 못했다.한자를 표음화하려는 시도는 한자에 음주(音注)를 달도록 한 ‘주음자모(注音字母)’로 이어졌으나 이 또한 타이완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문화혁명 이후 한자개혁론은 에스페란토화운동,라틴화 신문자(로마자화)운동 등 한층 급진적인 양상을 띠었다. ●구시대적 유물인가, 미래형 문자인가 한자는 이미 진나라 시황제 때부터 쓰기 어렵고,독음을 알 수 없으며,글자 수가 많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한자는 과연 청산되어야 할 문자인가,아니면 그 어떤 문자체계보다도 억센 생명력과 장점을 지닌 ‘미래형’문자인가.현재 사용되고 있는 최고(最古)의 언어인 한자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매일신보등서 찾은 근대 계몽기 문학적 양식/정선태박사 연구서 ‘심연을‘

    근대, 특히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한 이 근대성을 문학이란 마당에서 천착해온 신진 국문학자 정선태 박사(이화여대)가 두번째 연구서 ‘심연을 탐색하는 고래의 눈’(소명출판 펴냄)을 내놓았다. 저자의 시각은 먼저 ‘근대 계몽기 서사문학의 스펙트럼’으로 향한다.박사학위논문인 ‘개화기 신문논설의 서사 수용 양상’에서처럼 그는 이 시기 문학텍스트에서 근대성의 맹아를 발견하고자 한다.전근대와 근대성이 충돌한 당대를 지배한 시대정신을 ‘계몽’으로 정의한 뒤 그 문학적 양식을 대한매일신보와 제국신문 등의 토론·문답체 ‘논설’과 신채호의 을지문덕전 등 역사전기서사체,그리고 이인직의 ‘혈의 루’ 등 신소설에서 찾는다. 2부에서 저자는 분석 대상을 동아시아로 넓힌다.일본 격변기의 작가 나츠메 소세키(1867∼1916)의 3부작을 통해 일본식 근대에 담긴 불안과 권태속 반근대적 사유를,근대 중국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뚫고 헤쳐온 루신 작품에서는 전통도 근대도 아닌 제3의 삶을 향한 예언자적 정신을 끄집어낸다.지은이는 또 동아시아 근대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가로 입센의 의미를 강조한다.그의 문제작인 ‘인형의 집’이 불러 일으킨 ‘노라 신드롬’이 중국과 한국에 드리운 그림자를 통해 양국 근대성의 단초를 분석한다. 이런 저자의 지적 탐색은 “한국 근대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한국문학만을 붙들고 있어서는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좁히고마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라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근대성을 향한 지은이의 항해는 3부에서 ‘번역의 문제’로 닿는다.1,2부에서 시도한 동아시아 담론구성이 근대적 사유의 부정적 측면을 탐색하는 탈근대적 사유의 하나인데,그를 위한 기초작업이 바로 번역이라는 지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번역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사유의 운동’이 낳은 다시 쓰기”(308쪽)이다. 이종수기자
  •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초등교 현장/ 뮤지컬·컴퓨터… 방과후 더 많이 배워요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A초등학교.수업은 끝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학교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운동장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축구경기에 한창이었다.2층 다목적관에서는 4∼5학년 9명이 두 조로 나눠 배드민턴을 즐겼다.방과후 교정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정규 수업시간 때보다 훨씬 활기차 보였다.교육인적자원부 지정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대상학교인 이 곳에서는 교육복지의 ‘획기적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선생님.이렇게 하면 되요?” “선생님.잘 안돼요.” 15일 오후 A초등학교 2층 과학실.1∼3학년 학생 15명이 옹기종기 앉아 종이접기에 열중하고 있었다.이날 주제는 나팔꽃 접기.아이들은 강사의 손동작을 따라하느라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조차 몰랐다.스스로 만든 나팔꽃이 제 모습을 찾아가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한 아이는 자신의 작품이 못마땅한지 입을 삐죽 내밀고 선생님에게 ‘SOS’를 요청했다. 4층에서는 영어 수업으로 떠들썩했다.사물의 위치를 영어로 설명하는 수업이다.4층 반대쪽 교실에서는 글쓰기 수업이 진행됐다.사물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는 이날 수업에 학생은 모두 4명.글을 쓰고 토론하는 모습이 사설 학원 못지 않다.같은 시간 학교에서 50여m 떨어진 D복지관에서는 초등학생 20여명이 학교 숙제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이른바 별초록교실.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춘 교사는 아이들의 각기 다른 숙제를 일일이 지도했다. ●학교·지자체·지역사회가 하나로 이 프로그램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올 초 시작한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지난 7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학교는 기존의 특기적성교육을 확대·지원하고,지역자치단체와 지역사회는 방과후 활동과 야간보호(night care)를 담당해 학교와 지역이 연계,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문화생활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별,정도에 따라 무료 또는 싼 값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점심과 저녁식사까지 무료 지원한다. 현재 이 학교 학생 72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가정형편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곳에 배치된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나미영(29)씨는 “학교와 지역을 총괄해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는 물론 복지와 문화적인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이를 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살피고 학부모에게 전화·방문 상담을 한다. 특기적성 수업강사는 모두 21명.모두 인근 민간기관의 전문 강사들이다.모든 과목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된다.현재 영어와 논술·레고·바둑·종이접기·축구·뮤지컬·스포츠댄스 등 16개 과목,35개 반에서 매주 두 차례 1∼2시간씩 수업이 이뤄진다.연간 2억 6000여만원에 이르는 비용은 교육부가 부담하고 있다. 인근 D복지관에서는 5시 이후에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밤 9시까지 돌본다.현재 25명의 학생들이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다.서울시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는다.박상신 관장은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전에는 한때 예산 부족으로 야간보호 프로그램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제는 걱정을 한결 덜게 됐다.”며 반겼다. ●아이들이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생활이다.학생들은 방과후 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집을 지키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를 돌아다녀야 했던 것이 불과 6개월 전이었다.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 모두 일을 나가야 하는 탓이다.사설 학원은 사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방과후 친구들과 학교와 복지관을 오가며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축구강사 김용진(36)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말도 없던 3학년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활발해지고 어떤 일이든지 앞장서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회복지사 이은영(25)씨는 “항상 거짓말만 하고 말대꾸하면서 마음을 열지 않던 6학년 여학생이 요즘에는 자주 찾아와 고민도 얘기하고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5학년 김모(12)군은 “엄마가 학원비 때문에 끊으라고 해서 그만뒀던 바둑을 다시 배우게 된 것이 가장 즐겁다.”고했다.2학년 이철수(9·가명)군의 어머니 박모(45)씨는 학교와 복지관이 고맙기만 하다.매일 밤 9시까지 철수를 책임지고 돌봐주기 때문이다.8년 전 남편과 헤어진 뒤 철수와 고교생인 딸을 키우고 있지만 항상 나이 어린 철수가 마음에 걸린 터였다.박씨는 “밤에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일하는 음식점에 와서 기다리게 하거나 저녁을 혼자 챙겨먹지 못해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이를 볼 때는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복지관과 학교가 없었더라면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학년 최인성(9·가명)군의 하루는 집-학교-복지관-학교-복지관-집으로 이어진다.학교 수업이 끝나면 특기적성과목 수업을 받을 때까지 복지관에서 숙제를 한다.다시 학교에 와 특기적성 수업을 들은 뒤에는 복지관에서 밤 9시까지 컴퓨터도 배우고 책도 읽는다. 학교와 복지관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셈이다.학교와 복지관 양쪽의 보호를 받으면서 최군의 성격도 밝아졌다.어머니 김모(44)씨는 “요즘에는 성격이 적극적인 것을 넘어 너무 까부는 것이 탈”이라며 흐뭇해했다. 김재천 기자 patrick@ ■어떤 프로그램인가 방과후 학생들을 학교와 지자체·지역사회가 연계해 함께 돌볼 수 있는 것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학교와 지역이 함께 학생들의 교육과 보육·문화활동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결책을 찾는 제도는 처음이다.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지난 3월부터 풍요한 도심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생들에게 교육·문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했다.사회계층간 불균형의 결과로 일부 학생들이 출발부터 교육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프로젝트 조정자(PC·Project Coordinator)와 지역사회교육전문가다.PC는 각 지역 교육청별로 배치돼 관내 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학교와 지자체,민간지역사회와 연계시키는 실무 운영을 맡는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각 학교마다 1명씩 배치돼 학생 개개인의 생활을 파악하며,이를 토대로 상담·문화활동·부적응학생 예방활동 등을 하면서 지역 특성을 살려 현장 운영을 돕는다.구체적인 논의는 학교·교육청별로 학교-지자체-지역사회를 연결시키는 사업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현재 프로그램은 서울과 부산 지역의 초등학교 40개교와 중학교 17개교 등 모두 57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김주미(31) PC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학교와 지역간에 의사소통체계를 갖추고 학생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함께 논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D복지관 박상신(61) 관장은 “복지는 자선이나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라면서 “늦게나마 도입된 체계적인 교육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 ‘권노갑씨 400억 수수’ 자금성격·파장/産銀 해외지점 역외자금 가능성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측에 전달했다는 3000만달러는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해외지점으로부터 편법 대출받은 역외자금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추적하고 있는 권씨의 해외 비자금 3000만달러의 제공 시점과 자금 조성 명목이 현대상선이 2000년 4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000만달러의 역외자금 명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대북송금 특검팀은 현대상선의 대출 배경 및 용처를 추적했으며 특검수사가 중단된 지난 6월 관련 자료를 대검으로 이첩했었다. ●대한매일 지난 5월 단독보도 대한매일이 지난 5월 단독 입수해 보도한 ‘98년 1월∼2003년 2월 산업은행 해외지점의 현대 신용공여현황’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000년 1월 한도승인을 받아 같은해 4월 상하이·싱가포르·도쿄 3개 해외지점에서 3000만달러를 역외금융 지원방식으로 대출받았다.현대상선은 앞서 같은해 1월13일 도쿄 지점에서 500만달러를 대출받아 2000년 초 역외자금 규모만 3500만달러로 확인됐다.현대상선은 당시 상하이(1500만달러),싱가포르(1000만달러),도쿄(500만달러) 지점에서 만기 1년 조건의 대출금을 받았다.역외 대출금의 용처가 불명확해 대북송금 특검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었다. ●대출계정 용처 불명확한 ‘해외운영자금’ 의혹 정 회장과 이익치씨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00년 2월 김영완씨의 해외계좌로 3000만달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현대상선은 같은해 1월 산은 도쿄 지점 500만달러,석달 뒤 3개 지점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대출해 돈 전달 시기와 겹치고 있다.2000년 초부터 현대상선 재정부의 비밀계좌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수시로 입출금됐다는 점에서 1월 이후 3000만달러가 쪼개져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현대상선 임원들의 법정 증언에 따른 비자금 조성 방식도 유사하다.현대상선 회계담당 임원 최모씨는 법정에서 “용선료와 화물선적비 등의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허위 전산전표를 작성해 재정부에 넘겼다.”고 진술했다.현대상선이 산은 해외지점으로부터 받은 ‘3000만달러+500만달러’의 대출 계정이 모두 용처가불명확한 ‘해외운영자금’이어서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현대상선 해외 비자금 조성방식 현대상선 임원들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회계담당 임원 최모씨는 “2000년 3월초 박재영 당시 상무로부터 ‘김충식 사장 지시로 재정부에 200억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 200억원 상당의 용선료와 화물선적비 등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허위 전산전표를 작성해 재정부에 넘겼고 외환계좌에서 별단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현대상선측은 “3000만달러는 경상운항경비로 쓰기 위해 해외 역외금융 방식에 따라 조달한 것이며 권씨측에게 전달된 3000만달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안동환 정은주기자 sunstory@
  • “뜨거운 탕속에서 혼자서 45분 이번엔 꼭 메달… 이틀만 참자”/감량중 숨진 고교레슬러 종두의 마지막 일기

    무리한 감량을 시도하다 숨진 전국체전 레슬링전북대표 선수 김종두(17·전북체고 2년)군이 쓰러지기 사흘전까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일기가 13일 공개됐다. ‘다모임(www.damoim.net)’이라는 사이트에 개설된 김군의 홈페이지에는 체전을 앞두고 살인적인 감량에 대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김군은 지난달 24일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목표 중량’과 ‘현재 중량’,‘남은 중량’ 등을 정확히 기재해 놓았다.체중 감량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24일 일기에서는 ‘남은 중량’을 8㎏으로 적은 뒤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겠지만 이번만 끝나면 모든 게 끝이다.이번엔 뭔가 해보자.시합만 끝나면 못했던 것들 모두 해보자.”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합,정말로 잘해보고 싶다.메달도 꼭 따고 싶다.힘들다.하지만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다.파이팅!!!”이라며 희망을 담았다. 그러다가 지난달 29일부터 김군은 “힘들지만 참는다.참고 또 참을 것이다.”,30일에는 “너무 힘들다.너무나”라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김군은 7일 마지막으로 쓴 일기에서 “오늘 운동 끝나고 2㎏ 200g 오버다.이짓거리도 이틀이면 끝난다.오늘 목욕탕에서 죽는 줄 알았는데, 혼자 45분 동안 뜨거운 물에서…, 파이팅 하자.조금만.”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김군의 친구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김군의 홈페이지에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만날 운동하기 싫다고 했는데 차라리 그만두지”,“차라리 운동하지 말지”와 같은 댓글을 남겨 유족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準문맹 실태 집중분석’/강의때 멀뚱 멀뚱 ‘까막눈 대학생’ 수두룩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한 서울시립대 성기철(66·국문과) 교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학생들의 학습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강의 내용은 물론 기본 교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책을 읽고 내는 과제물조차 수준 미달이었다. 그는 “시험 답안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지는 못하더라도 말도 안되는 문장을 쓰는데는 할 말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취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되도록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하지만 그것도 나름이었다.지난해에는 핵심과목인 ‘국어의미론’을 폐강해야 했다.교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외면을 받았다.그는 “정말 가슴아픈 일은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대 지구환경 공학부 홍승수 교수는 지난 학기 ‘천문학개론’을 강의하면서 학생들 가르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H 교수는 “시험에서 자기 생각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만 적으려고 한다.”면서 “고교 때 아무리 논술공부를 한다고 해도 사고력을 키우지는 못했다.”고 답답해했다.논술공부도 공식에 맞춰 했을 뿐 글쓰기의 기본인 논리전개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새로운 문맹,준(準)문맹 학계에서는 학생들의 이러한 현상을 ‘준(準)문맹’(Functional Illiteracy)으로 파악한다.준문맹은 글자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과는 달리,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한 집단에 소속돼 일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글 종류를 빠르고 바르게 읽어 그 결과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독서력을 갖추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예를 들어 대학생이 공부에 필수적인 강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교재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준문맹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준문맹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지난 1962년 소개하면서 국가와 집단마다 읽고 쓰는 능력을 기능화할 것을 권장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낯설다. ●심각한 준문맹 실태 우리나라 학생들의 준문맹 수준은 심각한 수준이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3학년도 대입 수능 언어영역의성적을 분석한 결과,전체 수험생 65만 5384명의 성적 평균은 100점 만점에 56.5점에 불과했다.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위 50%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69.3점으로 영어 성적 평균인 71.3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박철원 회장은 “대학에서 강의를 이해하고 제대로 공부하려면 70점은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대학에서의 수학(修學)능력을 평가한다는 수능시험의 당초 취지로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 수학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포항공대가 지난 98년 인문사회학부 2개반 3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도 준문맹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대학에서 요구하는 언어사용능력을 검사하는 이 평가에서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비판독서’가 가능한 학생들은 24%에 그쳤다.‘토론전개 능력’이나 ‘구심점 표현력’이 가능한 학생들은 각 39.3%,42.4%로 낮게 나타났다.특히 자신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이유 밝히기’가 가능한 학생은 겨우 6%에 불과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무방비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준문맹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대학들도 논술과 면접을 대입 전형에 도입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논술은 국어나 작문시간을 활용해 가르치고 있지만 ‘써보라.’는 식의 지도가 대부분이다.대전 A고의 한 교사는 “현재 고교 논술교육은 글을 한두번 써보게 하고 큰 틀만 지도하는 데 불과해 깊이있는 지도가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교사들조차 논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논술지도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그는 “일선 학교에 논술과 면접을 가르칠 만한 역량있는 교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진주 B고는 최근 수시모집 지원자들을 위해 아예 외부 강사를 초빙해 2시간 동안 논술 특강을 했다.하지만 학생들은 짧은 시간 동안 원론적인 얘기만 들어야 했다. 충남교육청에서는 일선 교사들의 호소가 잇따르자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관심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수와 교사,논술강사까지 초빙해 60시간짜리 직무연수를 실시했다. 서울 화곡고 이석록(45) 교사는 “학교에서 논술과 독서를 강조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입시과목으로만 취급해 평소 교육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등 교사들의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구책 마련하는 대학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뒤늦게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끌어올리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서울대는 지난 4월부터 교수학습개발센터에 ‘글쓰기 교실’을 열고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과제물이나 학습계획서,수업 발표문 등에 대해 일대일 상담을 거쳐 글쓰기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서울대 빨간펜 선생님’인 셈이다.이번 학기부터는 82개 핵심교양과목에 전담 조교 1명씩이 배치돼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한다. 연세대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학습기술 워크숍을 개최했다.효과적인 독서기술과 프리젠테이션 기술,학습방법 등 3가지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수백명의학생이 몰려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했다.교육개발센터 전명남(38·여) 학습지원부장은 “학생들이 고교 교육과 크게 달라진 대학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번 행사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가톨릭대와 숙명여대,중앙대,명지대,상명대 등 전국 40여개 대학들도 교수학습개발센터에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허경철(57) 교육과정연구본부장은 “어려서부터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대학에서 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점차 강화하고,일선 학교에서도 수행평가를 내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 기자 patrick@
  • 가정에서 하는 기능독서 요령

    학부모와 자녀들이 집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기능독서 실천 요령을 소개한다. ●읽고,쓰고,토론하기 좋은 책이나 신문기사,자료 등을 골라 읽되 쓰기와 토론으로 연결시켜 연습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좋은 책을 골라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데 그치지만 쓴 글을 부모와 함께 읽어보고 토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읽기 빨리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초등학생 고학년이라면 소리내어 읽지 말고 눈으로 읽도록 한다.일정한 분량을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읽는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처음에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점차 독서 속도가 빨라진다. ●6단 논법 글쓰기와 토론을 할 때는 안건-결론-이유-설명-반론-정리 등 6단계로 구성해 본다.읽은 글의 주제에 대한 이해를 하고(안건),자신의 생각을 밝히며(결론),자신의 생각의 이유를 설명하고(이유),자신의 주장이 왜 옳은지 설명한다(설명).다음 단계에서는 자신의 주장에 나올 수 있는 반론에 대해 반박해 꺾고(반론),자신의 의견과 반대 의견을 정리(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수준에 따른 학습 기능독서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다.글쓰기 분량은 초등학생의 경우 200자 원고지 3장 정도면 충분하다.중학생은 3∼4장,고교생은 4∼5장이 적당하다.동화나 문학작품을 읽을 경우 주인공의 행동이나 교훈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보고 토론한다.신문 기사나 비문학작품이라면 6단 논법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자료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부설 독서와언어사고연구소
  • 전국 초등 3학년 기초학력 평가/시기·방법은 교육청 자율결정

    초등학교 3학년의 읽기와 쓰기,기초수학 등의 기초학력을 보는 진단평가가 오는 15일 서울·대전 등 10개 시·도에서 일제히 실시된다.부산 등 6개 교육청은 15∼31일 학교 자율로 치를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9일 올해 초등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되 평가시기 및 방법·형태는 시·도 교육청이 자율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성적 분석은 3%의 표본집단 학생에 대해서만 시행한다. 성적분석 대상이 되는 표본집단으로는 전국 500∼600개 학교에서 학교당 1∼2학급씩,모두 2만 1000∼2만 2000명을 선정할 계획이다.시·도별 표집학교와 학급수 등은 나중에 결정할 방침이다. 평가 시기는 서울·대구·대전·울산·강원·충남·충북·전북·경북·경남은 15일이다.학교 자율로 결정하는 시·도는 부산(16∼31일)·인천(15∼18일)·광주(20∼24일)·경기(15∼18일)·전남(20∼24일)·제주(15∼18일) 등이다. 진단평가에서는 읽기와 쓰기,기초수학 등 3개 영역에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기초적 내용을다루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와 채점,분석을 맡는다. 교육부는 3% 표본평가 대상 학생들의 성적을 오는 12월까지 산출한 뒤 내년 6월까지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보고서를 완성,기초학력 미달 학생지도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처음 실시된 초등 3학년 진단평가의 영역별 평균(100점 만점)은 읽기 93.39점,쓰기 94.88점,기초수학 92.98점이었다.기초학력 기준점수(읽기 75점,쓰기 78점,기초수학 77점)에 못미치는 학생은 전국적으로 읽기의 경우 3.45%인 2만 4000여명,쓰기는 3.0%인 2만 1000여명,기초수학은 6.84%인 4만 8000여명이었다. 박홍기기자 hkpark@
  • 학부모들 중학교이후 입시에만 매달려 체계적 독서지도 뒷전… 사고력 떨어져/독서와 언어사고硏 김병원소장

    “학부모들도 이제 자녀들의 준문맹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부설 독서와언어사고연구소 김병원(66) 소장은 “학부모들이 입시에만 매달리다 보니 아이들이 준문맹이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입 전형에 논술과 면접이 포함됐지만 이를 입시과목의 하나로만 생각할 뿐 체계적인 지도를 위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력은 떨어지고 결국 준문맹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학부모들이 독서지도와 글쓰기에 관심을 갖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뒤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계적인 지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대입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야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준문맹을 퇴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독서’를 연구하고 있다. 기능독서는 목적에 따라 글읽기 실력을 기능화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학생이라면 수업이나 강의는 물론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읽기와 쓰기,토론을 ‘삼위일체’로 지도함으로써 과학적인 사고력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기능독서를 통해 수능 언어영역에서 수험생들의 평균 성적이 100점 만점에 70점을 ‘뛰어넘게’ 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지도한 결과 예상 외로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면서 “집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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