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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 속 한자이야기](18)

    유림 76에 무소불위(無所不爲)가 나온다.無는 원래 기구를 가지고 춤추는 무녀(巫女)의 모습을 본 뜬 글자인데,‘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이에 ‘춤추다’라는 본 뜻을 살리기 위해 無자에 ‘춤추는 두 발을 본뜬 천(舛)’을 넣은 舞(춤출 무)자가 만들어졌다.無자가 들어간 한자는 憮(어루만질 무), (밟을 무) 등과 같이 대부분 음은 ‘무’이며 뜻은 나머지 부분이 된다.所는 ‘∼하는 바,것,곳’을 뜻하는데,所자 다음에는 대체로 소위(所謂),소행(所行)처럼 동사가 놓인다. 不는 나무나 풀의 뿌리를 본뜬 것 또는 아래로 늘어진 한 송이 꽃부리를 본뜬 것이라는 두 설(說)이 있다.흔히 마시는 주량(酒量)이 많은 경우를 주류불사(酒類不辭)라고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두주불사(斗酒不辭)라 해야 한다.왜냐하면 이는 다음 일화에서 유래된 관용어(慣用語)이기 때문이다.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은 공조 관계였는데,항우는 유방이 자기보다 먼저 진(秦)의 서울 함양을 함락시킨 것에 대해 화가 났다.이에 유방이 항우의 진영을 찾아가 해명하는데,그때 항우의 참모 범증(范增)이 유방을 죽이려 하였다.위급한 상황을 안 유방의 심복 번쾌가 방패와 칼을 들고는 그 자리로 뛰어 들어갔다.항우가 잠시 놀랐으나 유방의 참모임을 알고는 번쾌에게 술을 주도록 하니,번쾌는 한말의 술을 단숨에 마셨고,안주로 돼지 생고기를 방패 위에다 놓고 썰어 먹었다.이 모습에 감탄한 항우가 한잔 더 권하자 번쾌가 ‘죽음도 사양하지 않는 제가 어찌 말술(斗酒)을 사양하겠습니까(不辭),다만 유방이 먼저 입성하여 장군(항우)을 기다리려고 했던 것인데,그런 유방을 해치려 함은 장군답지 않은 처사입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爲는 ‘∼을 하다,∼이 되다,∼을 위하다,∼이라 여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진시황제(秦始皇帝)의 신하인 환관(宦官) 조고(趙高)는 진시황이 죽을때 태자(太子)인 부소(扶蘇)를 황제로 계승시키도록 유언하였으나,승상(丞相) 이사(李斯)와 함께 그 유언을 속여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진시황 둘째 아들인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웠다. 그 후 조고는 이사 등을 죽이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左之右之)했는데,어느 날 王에게 사슴(鹿)을 바치며 “이것은 말(馬)입니다(指鹿爲馬 지록위마)”라고 했다. 그러자 王이 웃으며 “사슴(鹿)을 말(馬)이라 합니까”라며 좌우를 둘러보자,신하들 중에 ‘말입니다’라고 말한 자가 있는가 하면 ‘사슴입니다’라고 말한 자가 있었다.이때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죄를 씌워 모두 죽였다.그래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을 ‘指鹿爲馬’라 하는데,훗날 그 뜻이 확대되어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이상으로 볼 때 무소불위(無所不爲)는‘어떠한 일도 하지 못함이 없다.즉 못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무소불능(無所不能)과 함께 흔히 절대적 권력을 쥔 사람과 연결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교선 ˝
  • [책꽂이]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이원규 지음,좋은생각 펴냄) ‘지리산 시인’이라 불리는 작가의 산문집.책에서 그는 낙동강·백두대간을 훑은 이유와 함께,‘생명 평화 탁발순례단’에 참여해 도법 스님과 매달 천리를 걷는 까닭을 밝히며 생명·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운다.9000원. ●박두진의 상상력 연구(김응교 지음,박이정 펴냄) 저자의 박두진에 대한 박사논문과 전기적 고찰을 합친 저서.박두진 시에 담긴 상상력의 핵심은 ‘빛의 힘’과 ‘돌의 꿈’인데 여기에 다양한 상징적 요소가 병치,혼합된다고 분석.1만 2000원. ●밥과 사랑(박덕규 지음,해토 펴냄) 시인·비평가로 활동한 저자가 지난 2월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해 통과된 소설로 화제가 된 작품.물질을 상징하는 ‘밥’의 논리만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신을 상징하는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본다.8500원. ●수요일의 여자 사우나(루트 리프 지음,이정언 옮김,시아출판사 펴냄) 갱년기를 맞은 두 여성과 ‘그녀’ 등 세명의 시선을 빌려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굴곡 많은 삶·사랑·우정 등을 되돌아본다.중년 이후에 겪는 내면의 상태도 그린다.8500원. ●국역 북산산고(北山散稿)(임규 지음,홍찬유 감수,정후수 역주,깊은샘 펴냄) 독립선언서를 일본에 전달한 독립운동가이자 한글학자인 저자의 문집.한학에 정통했으면서도 옛 사상에만 얽매이지 않은 실용주의 정신이 잘 드러난다.2만 5000원. ●메일 쓰는 여자(지니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본격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서 ‘중간문학’이라 불리는 범주의 소설.일괄적 서술을 탈피해 매맞는 아내인 주인공의 서술,그가 다른 남자와 주고 받는 메일 등으로 구성한 형식 실험이 눈길을 끈다.8500원. ●신탁의 밤(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열린책들 펴냄) 다방면의 글쓰기를 자랑하는 작가의 최신 장편.허구와 현실,시간의 본질 등을 주제로 글쓰는 것의 의미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적 분위기로 풀어간다.9500원. ●미시마 유키오를 만났다(오영주 지음,어드북스 펴냄) 군국주의의 부활을 호소하며 할복자살한 일본 작가를 모티프로 해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할 의도로 쓴 소설.8000원.˝
  • 儒林(8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8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과연 양팽손의 말은 사실이었을까.갖바치가 준 한 쪽은 검고,한 쪽은 흰,짝짝이의 태사혜는 김안로의 표현대로 꽃잎이 짙고,옅은 차이에 불과하였던 것일까. 갖바치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문장.‘천 층 물결 속에서 몸이 뒤집혀 나오고 천년세월도 검은 신은 희게 하지는 못하는구나’라는 참언 역시 단순히 매계 조위의 옛 고사를 빌려온 인용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요동의 점쟁이가 남긴 점술도 매계가 살아 생전에는 그 마지막 문장인 ‘바위 밑에서 사흘 밤 잠들기를 기다린다’라는 글을 해독하지 못하였다. 죽은 후 관이 쪼개어져 부관참시를 당한 후 연산군의 명에 의해서 사흘 동안이나 장례를 치르지 못한 후에야 사람들은 그 점괘의 정확함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그렇다면 ‘천년세월도 검은 신을 희게 하지는 못하는구나’라는 마지막 문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광조가 중종의 명에 의해서 사약을 받은 것은 12월16일.기록에 의하면 눈이 강산처럼 내리던 한겨울날이었다고 한다.조광조가 능주에 도착한 것이 11월26일이었으니,도착한지 한 달도 못되는 20여일 만에 금부도사 유엄이 갖고 온 사약을 받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도 갖바치가 남기고 간 참언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아니하였는데,‘정암집’에는 조광조의 최후를 다음과 같이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조광조는 ‘어찌하여 사사의 명만 있고 사사의 글은 없느냐’고 묻고 남곤이 그 동안 정승이 되고,금부당상에 심정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후 ‘그러면 나의 죽음이 의심이 없다’고 대답한 후 ‘죽는 것이 오늘을 지나치지 아니하면 될 것이 아닌가.편지를 써서 집으로 보내고 또 분부할 일이 있으니 이를 처리하고 죽는 것이 어떠한고’하고 물었다. 유엄이 이를 허락하자 조광조는 곧 집으로 들어와서 아내에게 조용히 편지쓰기를 마치고 마침내 그 유명한 절명시를 쓰기 시작한다.” “임금 사랑하기를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고 나라 걱정하기를 내 집 걱정하듯 하였노라. 하늘이 이 땅을 굽어보시니 내 일편단심 충정을 밝게 밝게 비추리.(愛君如愛父 憂國如憂家 白日臨下土 昭昭照丹衷)” 절명시를 다 쓰고 나서 제자 장잠을 불러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겼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으니 꼭 이를 실행하여다오.내가 죽거든 관은 얇은 것으로 해다오.무겁고 두꺼운 것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행여 무거운 것을 쓰면 먼 길에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반드시 얇은 것으로 장만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문 밖에 있는 양팽손을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이후부터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다만 야사로만 전하는데,뒤늦게 들어온 양팽손을 향해 조광조는 사기에 나오는 공자의 마지막 노래를 읊었다고 한다. “양공,어째서 이토록 늦게 오셨소이까. 태산이 무너지는가. 양주(梁柱)는 꺾이는가. 철인(哲人)은 시드는가.”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공자가 남긴 유언을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아아,천하에는 도가 없구나.” 이 말을 들은 양팽손이 왈칵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조광조는 양팽손의 손을 잡고 ‘양공,안녕히 계십시오.신이 먼저 갑니다’라고 위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부탁이 있소이다.양공,나 죽은 후에 반드시 걸망 속에 들어 있는 태사혜를 신겨주시오.내 두 발에 신발을 신긴 채 매장시켜 주시오.”
  • 儒林(8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과연 양팽손의 말은 사실이었을까.갖바치가 준 한 쪽은 검고,한 쪽은 흰,짝짝이의 태사혜는 김안로의 표현대로 꽃잎이 짙고,옅은 차이에 불과하였던 것일까. 갖바치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문장.‘천 층 물결 속에서 몸이 뒤집혀 나오고 천년세월도 검은 신은 희게 하지는 못하는구나’라는 참언 역시 단순히 매계 조위의 옛 고사를 빌려온 인용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요동의 점쟁이가 남긴 점술도 매계가 살아 생전에는 그 마지막 문장인 ‘바위 밑에서 사흘 밤 잠들기를 기다린다’라는 글을 해독하지 못하였다. 죽은 후 관이 쪼개어져 부관참시를 당한 후 연산군의 명에 의해서 사흘 동안이나 장례를 치르지 못한 후에야 사람들은 그 점괘의 정확함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그렇다면 ‘천년세월도 검은 신을 희게 하지는 못하는구나’라는 마지막 문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광조가 중종의 명에 의해서 사약을 받은 것은 12월16일.기록에 의하면 눈이 강산처럼 내리던 한겨울날이었다고 한다.조광조가 능주에 도착한 것이 11월26일이었으니,도착한지 한 달도 못되는 20여일 만에 금부도사 유엄이 갖고 온 사약을 받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도 갖바치가 남기고 간 참언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아니하였는데,‘정암집’에는 조광조의 최후를 다음과 같이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조광조는 ‘어찌하여 사사의 명만 있고 사사의 글은 없느냐’고 묻고 남곤이 그 동안 정승이 되고,금부당상에 심정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후 ‘그러면 나의 죽음이 의심이 없다’고 대답한 후 ‘죽는 것이 오늘을 지나치지 아니하면 될 것이 아닌가.편지를 써서 집으로 보내고 또 분부할 일이 있으니 이를 처리하고 죽는 것이 어떠한고’하고 물었다. 유엄이 이를 허락하자 조광조는 곧 집으로 들어와서 아내에게 조용히 편지쓰기를 마치고 마침내 그 유명한 절명시를 쓰기 시작한다.” “임금 사랑하기를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고 나라 걱정하기를 내 집 걱정하듯 하였노라. 하늘이 이 땅을 굽어보시니 내 일편단심 충정을 밝게 밝게 비추리.(愛君如愛父 憂國如憂家 白日臨下土 昭昭照丹衷)” 절명시를 다 쓰고 나서 제자 장잠을 불러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겼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으니 꼭 이를 실행하여다오.내가 죽거든 관은 얇은 것으로 해다오.무겁고 두꺼운 것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행여 무거운 것을 쓰면 먼 길에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반드시 얇은 것으로 장만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문 밖에 있는 양팽손을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이후부터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다만 야사로만 전하는데,뒤늦게 들어온 양팽손을 향해 조광조는 사기에 나오는 공자의 마지막 노래를 읊었다고 한다. “양공,어째서 이토록 늦게 오셨소이까. 태산이 무너지는가. 양주(梁柱)는 꺾이는가. 철인(哲人)은 시드는가.”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공자가 남긴 유언을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아아,천하에는 도가 없구나.” 이 말을 들은 양팽손이 왈칵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조광조는 양팽손의 손을 잡고 ‘양공,안녕히 계십시오.신이 먼저 갑니다’라고 위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부탁이 있소이다.양공,나 죽은 후에 반드시 걸망 속에 들어 있는 태사혜를 신겨주시오.내 두 발에 신발을 신긴 채 매장시켜 주시오.”˝
  • 日 베스트셀러 ‘꼬리내린 개의‘ 저자 사카이 준코

    |도쿄 황성기특파원|출판 불황의 일본에 대박이 터졌다.작년 10월 1판을 낸 지 지금까지 18만부를 찍었다.‘꼬리내린 개의 울음소리(負け犬の遠吠え)’란 제목이 우선 눈을 끈다. 꼬리내린 개란 결혼하지 않은 독신녀를 가리킨다.저자 사카이 준코(酒井順子)의 분류법에 따르면 “30대,미혼에 무자식인” 여성이 그들이다.느낌이 꼭 들어맞진 않지만 ‘서른 독신녀’,혹은 ‘노처녀’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晩婚) 추세는 지구촌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일본은 가히 세계 수위를 달린다.도쿄에 사는 30대 초반 여성의 미혼율이 38%에 이른다.그녀의 책은 일본에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독신녀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응원가다. ●독신녀 ‘모험·안정’ 두 유형으로 분석 “꼬리내린 개란 모험과 안정의 두 가지 길이 있을 때 재미있는 모험 쪽을 선택하는 여성이에요.호기심에 저항 못하는 사람인 거죠.괜히 창피해서 남자를 붙잡지 못한다거나,동성인 여성에게는 인기가 있는 사람이죠.” 사카이는 그의 책에서 모험과 안정의 예를 이렇게 든다.미혼 직장여성이 2명의 남성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는다고 하자. 한 명은 소박하고 성실한 동갑내기이지만 화제가 빈곤하고,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모르는 탓에 잡지에 소개된 싸구려 술집으로 초대한다.다른 한 명은 경험이 풍부한 연상의 기혼남으로 그녀를 고급 복집에 데리고 간다.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복 요리에 호기심이 생겨 기혼남과의 모험을 택하는 것이 꼬리내린 개,독신녀다. 안정을 택하는 여성은 비록 얘기가 재미없고 싸구려 술집이더라도,동갑내기(안정)를 택해 결혼으로 골인한다는 즉 ‘싸움에 이긴 개’라는 것이 사카이의 논법이다.그녀의 책을 사보는 층은 누구일까. “압도적으로 꼬리내린 개(독신녀)들이 많이 읽어요.그렇지만 의외로 이긴 개(기혼녀)들도 ‘실은 나도 꼬리내린 개 체질이지만 결혼해버렸다.’는 반응이 오곤 해요.”그녀의 책을 사는 독신녀들은 “그래,그렇지.”라고 탄복하면서 읽는다.공감하는 대목이 많아서이다. “독신녀라는 게 옛날에는 특수한 존재였어요.미혼자들은 어느 쪽인가 하면 신념을 갖고 결혼하지 않거나,전쟁에 나가 남성들이 많이 죽어서 결혼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가 확실히 있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이유가 없어요.왠지 결혼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이지요.그렇다고 결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없는 것도 아니예요.결혼하고 싶지만 생각대로 안되는 거예요.그래서 독신녀들은 번식해 가는 것입니다.” ●독신녀의 독특한 심리·행동패턴 담아 사카이 그녀 자신도 37세의 독신녀다.책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기혼에다,아이까지 있는 여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거리기보다,‘졌다.’고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배를 내보이는 편이 살아가기 편한 것 아닌가요.게다가 미혼이더라도 (자유자재로 일하고 돈쓰고)행복하다고 어필하기보다는 ‘난 이렇게 불행해요.’라고 꼬리를 내려버리면 괜한 다툼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독신녀들이 그녀의 이런 논리에 100% 찬성하지는 않더라도,독신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심리,행동패턴을 소프트터치로 그려 호감을 샀다. 그녀는 일본의 만혼,특히 여성의 만혼을 이렇게 분석한다.“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돼 생활을 위한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된 점이 있어요.부모나 이웃사람의 눈이나 ‘압력’을 의식하지 않게 된 것도 꼽을 수 있고요.독신보다는 결혼 쪽이 훨씬 집안 일이나 노동량이 많아서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면 결혼할 기분이 안드는 거죠.” 사카이 본인은 왜 아직까지 독신인가.“결혼하고 싶다는 기분은 있지만,상대가 없어요.결혼을 해달라고 하는 상대와는 하고 싶지 않아요.”더 캐묻자 “결혼했다는 경력은 필요해요.결혼해서 남자가 뭔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어요.아마 결혼하면 곧바로 이혼할지 몰라요.(웃음)”라고 털어놓는다. 그녀의 책 말미에는 꼬리내린 개가 되지 않기 위한 10계명이 나온다.제1조가 “불륜을 저지르지 말 것”이다.“주위에 불륜을 저지르는 독신녀들이 너무나 많아요.간통죄가 있다면 줄어들까요.왜 불륜으로 치닫는가 하면 모험,안정 가운데 모험을 택하기 때문이죠.” 생생한 경험이 없었다면,10계명의 제1조로 쓰기 힘들 것 같다.“그래요,(불륜 경험이)있어요.어느 순간부터 불륜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작정했어요.지금은 남자친구도 없고,불륜도 저지르지 않고 있지만요.” “남자 말투를 쓰지 말 것(2조)”,“여성지를 읽을 것(4조)”,“여자들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7조)” 등도 10계명 중 눈에 띈다. 비판은 있다.여성을 결혼 여부로 간단히 ‘이긴 개’,‘진 개’로 나누는 구분법은 경박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기혼여성으로부터는 의외로 비판이 없지만,독신녀에게선 가끔 비판을 들어요.‘난 미혼이지만 예쁘니까 괜찮아.’라든가,‘일을 잘하니까,지지 않았다.’라든가.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패배를 인정한 셈이에요.” ●‘독신녀 10계명’ 공감·비판 동시에 ‘꼬리내린 개’가 화두로 뜨면서 바빠졌다.일본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의 취재 요청도 적지 않다.주목할 일본의 사회현상으로 본 때문이다. “CNN,뉴스위크,브라질 잡지 등이 취재했는데,놀랍게도 많은 세계 대도시가 비슷했어요.결혼하지 않고 30대가 된다는 것은 장소가 달라도 심정적으로는 똑같다는 점이에요.” 사회 곳곳에 진출한 독신녀들이 일본 사회,소비 진작에 공헌했다는 자부가 적지 않고,언론이나 경제학자들도 그들의 공헌을 부추긴다. “그럴까요.지금 세금을 내고 있고,이들 꼬리내린 개들이 사라진다면 당장 곤란해질 사람은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죄는 큰 것 같아요.소비만 해도 차세대로 이어지는 소비가 아닌,자신 세대에서 끝나는 거잖아요.” 향후 독신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대답.거품경제를 경험한 30,40대와는 달리 지금의 10,20대 여성은 성장기부터 불황을 겪은 탓에 생활을 위해 결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하는 사카이.말미에 결혼 가능성을 묻자 “안할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전망이다. ■걸어온 길 1966년 도쿄 출생.일본 릿쿄(立敎)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에서 3년간 일하다,프리랜서로 독립해 집필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교 재학시절부터 여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해 이름을 알렸다.‘소자(少子)’,‘번뇌 카페’ 등 다수의 에세이집을 출판했다. marry04@seoul.co.kr˝
  • [화제의 사이트] 패밀리 21(www.family21.or.kr)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포털사이트 ‘패밀리 21’(www.family21.or.kr)이 문을 열었다. 이 사이트는 ‘가정 경영의 주체’인 주부들의 커뮤니티인 ‘주부21넷’(www.jubu21.net)을 확대한 것으로, 가족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자녀 세대의 정보활용을 지원해 건전한 정보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패밀리 투게더’ 코너에서는 회원들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가족 방송국’이 눈에 띈다.집에 핀 꽃 풍경,애완견 ‘순심이’의 모습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모습을 통해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들이 게재되고 있다.‘가족 홈 갤러리’에서는 가족 단위로 만든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있고,‘패밀리 한마당’은 가족 사진과 자랑 글로 구성돼 있다. 이어 ‘콘텐츠 채널’ 코너에서는 레저,육아,교육,재테크 등 가족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다음으로 ‘IT세상’ 메뉴에서는 자녀들이 음란물을 접하지 않게 하는 방법 등 정보화 문제에 대한 상담과 IT 소식 등을 만나볼 수 있다.‘이벤트 존’에서는 편지쓰기 대회,백일장,정보퀴즈 대회 등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축,가족간의 대화 단절 등 사회병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 [녹색공간] 에너지 위기는 환경위기다/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

    산과 언덕의 나무와 풀,심지어 도로와 건물들 사이 비좁은 공간에 뿌리내린 생명들조차 키와 푸르름을 더해가는 모습이 눈부시게 화사한 때이다.온누리가 평화로워 보이는 이 5월엔 별다른 기상이변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사실,지난 4월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다.4월 막바지에 폭우와 폭설이 지역을 달리하며 함께 왔다.흔치 않은 일이었다.한라산의 폭우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강원 산간지방의 폭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지난 3월엔 100년만의 폭설로 경부고속도로가 마비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차에 갇혀 추위와 굶주림에 떨기도 했다.나날이 기록을 경신하는 기상이변으로 기후와 날씨의 일관성과 규칙성이 깨어지고 있다.참으로 혼란스럽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다.지구온난화란 지구표면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인류가 산업화의 궤도로 진입한 이후 온실가스를 과도하게 배출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지난 100년간 지구평균온도는 0.6도 가량 높아졌다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1.5도라는 더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한 세기만에 한반도에선 겨울이 한 달이나 짧아지고,첫 꽃 피는 시기도 20여일이나 앞당겨졌으며,바다의 온도가 오르면서 명태 같은 한류성 어종보다 오징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더 많이 잡히고 있다.평균적으로 따뜻해졌으니 더 살기 좋아진 걸까? 그렇지 않다.기후의 안정성이 깨어져 우리가 예측하거나 감당하기에 벅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전체 가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인데 주로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발생한다.즉,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우리의 일상생활은 에너지 없이 이루어지기 힘들다.취사와 조명,냉난방,수송,산업활동 등 모든 사회경제활동은 물론 먹을거리,입을거리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 모두 에너지를 소비하여 이루어진다.갈수록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통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를 누리고 있지만 그건 자연에 엄청난 부담을 주기에 대가를 요구한다. 이제껏 에너지 위기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공급의 위기로 이해되었다.하지만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의 오염과 파괴를 포함한다.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이다.에너지 위기는 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이고 절약하여 소비량 자체를 줄이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함으로써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에너지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해야 할 일도 많다.대중교통 이용하기,자동차 운행거리 줄이기,공회전 금지,제철음식 먹기,물 아껴쓰기,쓰레기 줄이기,에너지고효율제품과 절전기기 사용하기,생활의 규모에 맞는 적정용량 제품 쓰기 등등.이제는 식상한 것처럼 들리지만 정말 필요한 기본적인 일들이다. 이런 일들이 제대로 되려면 에너지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소비자로서야 에너지가격 인상이 당장은 부담스럽겠지만 환경을 살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아니 되돌려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그래야 에너지 비효율적인 기업도 소비를 줄이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정부는 환경세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에너지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동시에 언제 닥칠지 모를 기후재난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우리 아직도 꿈꾸고 있는 건 아닌가? 자연의 용량을 넘어서는 삶이 가능한 것처럼.˝
  • 인터넷 가족신문 만들어볼까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무심코 지내는 사람이 많다.올해는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 가족 신문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그냥 말로 하기에는 쑥스럽고 서먹한 이야기도 온라인에서는 한결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터넷을 잘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굿패밀리넷’(www.goodfamily.net),‘큐레터’(www.qletter.net) 등 10여개 사이트에서 가족신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니면 유행을 타고 있는 ‘싸이월드’(cyworld.nate.com)에서 가족신문용 미니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먼저 가족신문 이름을 정한다.수많은 미니 홈페이지 가운데 눈에 띄려면 아무래도 이름이 생명이다.물론 우리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고르는 것이 기본.여행을 좋아한다면 ‘바람난 가족신문’,아이의 이름을 따서 ‘알콩달콩 다솜이네’ 등 개성을 충분히 살리자. 다음은 신문 속에 무슨 내용을 채워넣을지 정해야 한다.가족 구성원마다 관심분야의 글을 적을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해야 한다.‘요리 쿡 조리 쿡’처럼 자랑거리를 내세우는 것도 좋고,‘아빠의 나라’,‘소원 비는 방’,‘사진 가득,추억 가득’ 등 내용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다. 이제 가족 구성원은 모두 기자가 된다.모여서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논의한다.인터뷰 기사를 쓰기도 하고 정보를 모으거나 감상문,여행일지 등 다양한 양식의 글쓰기 연습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취재하고 사진도 찍고 관련 이미지를 모아 기사와 연결시킨다. 미니 홈페이지의 생명은 사진.기사에 올릴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찍거나 스캔을 한 뒤 ‘JPG’나 ‘GIF’ 파일로 변환해 홈페이지에 등록한다.기사는 다시 검토해 텍스트 파일로 편집해 게시판에 올리면 된다. 기사가 다 준비됐으면 가족 회의를 통해 주요 기사와 나머지 기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편집 작업을 하면 훌륭한 신문이 완성된다.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통해 가족간의 정은 새록새록 쌓이게 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클린턴 회고록 ‘나의 삶’ 6월 출간

    |뉴욕 AFP 연합|쓰기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이 오는 6월 출간된다고 앨프릿 A 크노프사가 27일 발표했다.제목은 ‘나의 삶 (My Life)’. 크노프사의 소니 메타 사장 겸 편집국장은 “회고록이 다사다난했던 클린턴 재임기간에 관해 생생하고도 솔직한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읽은 어떤 회고록보다도 의미깊고 뛰어난 것”이라고 찬양했다.메타 사장은 “클린턴은 자신의 성공 뿐만 아니라 좌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고 있으며 공직생활과 사생활을 동시에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회고록 집필료로 1000만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초판 150만부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나의 삶’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해 펴낸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 (Living History)’와 비교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힐러리는 ‘살아있는 역사’ 집필 선수금으로 810만달러를 받았으며 책은 나오자마자 한달만에 100만부 이상 팔리는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한편,민주당은 클린턴의 책이 언론의 초점이 되면서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반(反)클린턴 유권자들이 후임자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15년만의 답장 ‘그리운 어머니’

    “(…)두번 편지 잘 바다보앗다.너의 두 내위(내외)도 잘 잇고 우리 귀여운 다해(다혜),경재(아들의 이름은 성재였다)도 잘 논다니 뭇어(무엇)보다도 깁뿐이리로다(기쁜 일이다).(…)” 비록 언문체라 암호처럼 읽기가 난해하고 맞춤법도 틀리지만,그래서 어쩌면 더 정겹고 눈물겹게 읽히는 이 편지는 중견 작가 최인호(59)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1년전 미국에 머물던 때 한국의 며느리에게 보낸 것.그 속에는 손자와 아들 내외에 대한 걱정,집안 일에 대한 생각,답장을 기다리는 마음 등 어머니의 심정이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작가는 어머니의 부탁대로 살기는 커녕 답장조차 못했다.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는 갈수록 깊고 넓었다.최씨는 자신을 휘감는 후회와 그리움에 못이겨 십오 년 만에 답장을 썼다.“그리운 어머니.십오 년 만에 답장을 씁니다.(…)제 답장을 참으로 많이 기다리셨지요(…)저는 눈 뜬 장님이었습니다.(…)늘 아들인 저와 함께 계셔 주십시오.제가 아플 때 펄펄 끓던 이마에 어머니의 손이 닿기만 해도 신열이 내리던 그 기적의 손 그대로,어머니…”(147쪽). 절절한 심정을 못이긴 작가는 내친 김에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여백 펴냄)라는 사모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정치·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시대에 작가로서 가족과 어머니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던지고 싶었습니다.어머니가 삶의 절박함을 담은 ‘모르스 부호의 SOS’ 편지를 30년 만에 ‘내 마음의 우체통’에서 열어 본 심정입니다.어머님 나이가 되니까 그 마음의 결이 하나하나 다가와 교정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수필 형식의 가족 소설인 이 책은 작가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예순 여덟 살 때부터의 운명하실 때까지의 모습과 그 뒤 묵주·흑백사진 등 어머니의 숨결이 배어있는 물건 등을 징검다리로 추억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이뤄졌다.그 속에는 홀로 3남3녀를 키우느라 두툼한 빵처럼 커진 손,아들을 6학년 때까지 여탕에 데리고 다닌 억척스러움 등이 등장한다.학창시절 젊고 아름답지 못한 어머니를 창피하고 부끄럽게 생각했던 일과 노인성 히스테리에 걸리신 어머니를 짐스러워한 데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도 토로한다. 그리움과 회한 등이 공존하고 어릴 적부터 자신의 원형질이 담긴 그 공간을 작가는 ‘치마 냄새’로 압축한다.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뛰어들던 그 푸근함 속엔 김치 냄새와 반찬 냄새,화장품 냄새 등이 어우러져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던 혼합된 냄새가 담겨 있다.작가는 그 냄새 속에 잠기며 피어나는 다양한 추억들을 떠올린다.마술사처럼 뒤집으며 구워주던 밀전병 먹던 일,해질 무렵 기상대 앞 골목길을 따라 함께 시장가던 황금빛 추억(192∼194쪽) 등이 아늑하게 등장한다. 이 회한의 감정은 작가에게 우표도 붙이지 않은 ‘받을 수 없는 편지’를 자주 쓰게 만들었다.그 때마다 작가는 어머니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추억에 잠겨 편지를 쓰기도 하고,“이제라도 전화를 걸어 오실 것 같은”(198쪽) 생생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시도 때도 없이 뻗치던 작가의 사모곡은 마침내 어머니만이 아니라 소중한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넓어지고 끝없이 메아리친다.“아아,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을까.살아 있을 때,함께 어울려 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146쪽).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유능한 에이전트는

    인터넷으로 메이저리그 뉴스 검색을 하다가 이상한 제목의 기사 하나가 눈에 스쳤다.에이전트가 젊은 선수의 광고 출연을 제한시켰다는 제목인데,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아무리 젊다고 해도 일단 돈이 되는 일이고 선수나 부모에게 에이전트가 생색을 내기에는 좋은 건수일 텐데.세인트폴 파이어니어 프레스라는 작은 신문에 실린 아주 짧은 기사였는데,에이전트의 이름이 론 샤피로였다. 샤피로는 칼 립켄 주니어가 신인이었을 때부터 에이전트를 맡아 립켄이 1995년 루 게릭의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을 깨고 2001년 은퇴한 이후에도 에이전트 역할을 해주고 있다.샤피로와 립켄은 선수와 에이전트가 서로 어떤 사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줬다.선수는 에이전트에게 무리한 주문을 절대 하지 않았고,에이전트도 한번에 대박을 터뜨려 큰 몫을 챙기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컨설팅을 해주었다. 궁금증은 자연히 샤피로가 광고 출연을 막은 선수가 누구냐로 옮겨졌다.선수 이름은 조 마우어.마우어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처음 데뷔했고 지난 4월18일로 겨우 21세가 된 신인 포수다.지금까지 단 2경기만 뛰고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그러나 그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장차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가능성이 100%라고 평가할 정도의 초특급 유망주다. 키 190㎝에 몸무게 100㎏이라는 체격이지만 왼손 타자에 발도 빠르다.더구나 시속 150㎞로 던지는 달걀도 깨뜨리지 않고 받을 수 있을 정도라는 부드러운 손,상대편 도루의 50% 이상을 잡아내는 강한 어깨는 포수로서도 최상급의 조건이다. 막대한 적자로 존폐까지 거론되던 마우어의 고향 팀 미네소타 트윈스는 2001년 고교를 졸업한 그를 가난한 팀으로서는 천문학적인 계약금인 500만달러를 주고 스카우트했다.그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 보면 선수 하나를 제대로 키우는 데 메이저리그 야구가 들이는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프로 입단 후 3년이나 마이너리그에서 수련을 쌓았고 최우수선수로 여러 차례 뽑힐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그를 메이저리그에 올린 것이 너무 빠르다는 비난이 많았다.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 때문에 어린 선수에게는 부담이 큰데,팀이 싼 연봉에 선수를 쓰기 위해 무리하게 주전 포수를 맡겼다는 것이다. 다만 에이전트는 제대로 만난 것 같다.에이전트 샤피로는 마우어가 현재 할 일은 선수로서 기량을 키우는 것이지 광고 모델로 돈벌이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거액을 챙겨주는 스콧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가 유능하다고 믿고 하루빨리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게 선수에게 좋은 줄만 아는 우리에게는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스포츠투아이 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전쟁의 역사/버나드 로 몽고메리 지음

    ●전쟁으로 점철되어 온 인간의 역사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살면서부터 늘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다.전쟁과 화해의 되풀이는 지금까지 이어진다.그런 면에서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2차대전 때 독일의 로멜군대를 패퇴시키고 영국의 육군원수를 지낸 버나드 로 몽고메리(1877∼1976)의 ‘전쟁의 역사’(책세상 펴냄)도 “인간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79쪽)는 관점에서 서술한 전쟁사다. 사실 전쟁사를 쓰기란 쉽지 않다.전쟁을 알면 역사를 모르기 십상이고 역사가는 전쟁이 낯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런 면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과 전쟁의 이론과 역사에 대한 책을 여러 차례 집필한 몽고메리가 전쟁사를 기술한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더욱이 단순한 전쟁사 서술에 그치지 않고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남녀 인간들이 발휘한 각고의 노력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하면서 연구한 것이 돋보인다. ●전쟁은 경쟁집단간의 장기 무장충돌 저자는 먼저 전쟁의 본질에 대해 설명한다.그는 전쟁을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 집단 간의 장기 무장 충돌”(47쪽)이라고 정의한 뒤 항상 그 판결 형태가 정의보다 힘에 기초한 것이라고 규정한다.이어 전쟁의 역사에서 해군력의 중요성과 제너널십 즉,‘지휘의 과학’의 비중을 강조한다. 이후 고대-중세전쟁-유럽전쟁-동양전쟁-1·2차 세계대전 등 9000년 동안 이어진 세계 전쟁의 역사를 개괄한다.그 과정에서 풍부한 사례를 동원하여 고대 부족사회에서부터 현대,서양에서 동양의 전쟁까지 시공간을 넘나든다. 저자의 풍부한 실전 경험은 책의 곳곳에서 힘을 발휘한다.나토(NATO)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의 성격을 분석하는가 하면 2차대전 당시 동유럽 전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히틀러의 치명적 실수가 러시아 공격에 있음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기도 한다.또 로멜과의 전투는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게 풀어낸다. ●英 육군원수 경험 바탕 생생하게 분석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전략과 전술,무기의 발달과 전쟁 방법,전쟁의 정치·사회적 요인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특히 지도를 곁들인 출정·침입경로,전투 배치도,무기 그림,전투장면 사진과 컬러도판 등 350여장의 시각자료를 곁들여 박제된 여러 전쟁의 모습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저자가 서양인이라 그런지 서양 전쟁사 중심으로 서술한 게 아쉽다.그래서 5부 동양전쟁에서 두 장만 배당해 몽골-중국-일본과 인도 등의 전쟁을 간략히 정리한다.물론 저자는 “아시아 민족에 대한 이 짧은 연구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서구인들은 아시아의 힘을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순신·도요토미 비교 눈길 비록 지면은 적지만 그 속에는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비교하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일본은 뭍에서 성공을 거둔 반면,바다에서는 일대 타격을 받았다.(…)조선에는 이순신이라는 탁월한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이순신 장군은 전략가,전술가,탁월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기계 제작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며 거북선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661∼662쪽). 마지막 7부에서는 핵 시대의 전쟁에 대해 살펴보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다.특히 저자는 ‘에필로그-평화라는 이상’에서 문명은 진보했지만 인류는 20세기에 가장 잔혹하고 혼란스러움을 경험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투는 안전과 평화를 안겨주지 못했다 “언제나 전투는 우리가 싸워 얻고자 한 안전이나 영구적인 평화를 안겨주지 않고 끝났다.”는 저자의 말을 입증하듯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그런 현실에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진다.“진정한 군인은 타인을 적으로 삼지 않고 인간 내면의 야수를 적으로 삼는다.”.문학평론가 승용조씨가 번역,95년에 출간한 것을 개정증보해 새로 내놓았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베르베르-현각스님 파리대담

    ‘벽안의 구도자’ 현각(40) 스님과 소설 ‘개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왼쪽·43)가 만났다. 선수끼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본다는 말이 꼭 맞았다.22일 저녁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가 31번지에 있는 베르베르의 아파트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약 2시간여 동안 인생과 종교,그리고 과학과 물질문명에 대해 격의없이,그러나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도반’이 됐다. |파리 함혜리특파원|베르베르는 “평소 느끼고는 있었지만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현재’의 개념과 그 중요성을 스님이 일깨워 주었다.”고 말했고 현각 스님은 그에게 “당신도 아마 전생에 승려였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영어·프랑스어 통역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이들은 줄곧 영어로 대화했다. 이들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베르베르의 아파트를 나와 근처의 한국식당으로 걸어 가는 동안에는 도(道)에 대한 이야기를,식당에 마주 앉아서는 음식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화제가 옮겨지기도 했다. 오직 ‘현재’에 충실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파리의 서쪽 하늘에 붉게 물들었던 노을은 점차 어둠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뉴스 들을 때면 최후의 순간 맞는 느낌 베르베르 현실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매일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스럽기만 합니다.마치 인류 최후의 순간을 맞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양심이 없는 과학은 이렇듯 인류에게 위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물질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새로운 영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스님’(베르베르는 ‘스님’이라는 발음을 한국어로 하려고 노력했다.)께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각 나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희망은 없다.”는 것입니다.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모든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귀로 듣고,코로 냄새를 맡고 있는 지금에서 출발합니다.현재에 충실하면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는 것입니다.미래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베르베르 내 작업은 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합니다.글을 쓰기 위해 뇌를 움직이는 동안은 지금 이 순간이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가 무엇인지,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의식도,양심도 없는 물질문명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은 같은 것… ‘현재’에 충실해야 현각 예수님께 누군가 물었지요.“마지막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예수님께서는 “그럼 당신은 시작은 어땠는지 이해하고 있나요?”라고 되물으셨습니다.마찬가지입니다.시작과 끝은 같은 것입니다.과거,현재,미래는 결국 ‘현재’라는 시간의 다른 모습입니다.따라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베르베르 현재는 그럼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현각 (대답 대신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베르베르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세요. 현각 (다시 탁자를 손으로 탁 친 뒤)과거,현재,미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베르베르 그렇다면 수백년 전에 그려진 ‘모나리자’를 현재의 우리가 바라보며 감명을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현각 좋은 지적이에요.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과거의 현재를 보는 느낌을 받습니다.바로 그것입니다.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완벽하게 ‘현재’에 충실했기 때문에 우리가 감명을 받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스님께서 말씀하시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듯합니다.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할 때 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글 속에 빠져 듭니다.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지요.명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현각 그게 바로 명상입니다.당신은 컴퓨터로 일하는 승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나는 그냥 보통 승려이고요. 베르베르 스님은 전생에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각 신부이거나,승려이거나 그런 영적인 일을 했을 것입니다.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나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자였고 지금은 머리깎고 승려가 됐지만 내 자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베르 가톨릭 신자였던 당신이 불교를 접하고,문화와 관습이 다른 나라 한국에서 승려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현각 어려움도 물론 있었지요.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나의 스승이신 숭산 스님으로부터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습니다.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런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았거든요.결국 그 ‘엄청난’ 질문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고 내 종교생활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베르베르 바보 같은 질문을 한가지 하고 싶습니다.불교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아닌지요? 현각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이렇게 있습니다.불교에서는 세상에 있되 집착을 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나가는 것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베르베르 무저항과 비폭력,명상으로 어떻게 세상의 악을 물리칠 수 있을지요. 현각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앉아서 차를 마시는 이것이 바로 평화입니다.창 밖의 새 소리를 듣고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현재를 느끼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티베트의 많은 승려들은 중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결국 종교가 그들을 죽인 셈인데…. 현각 그들은 종교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이 생에서 몸이 사라진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가장 중요한 가치는 물질(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참 나(眞我)’에 있는 것입니다. ●관조하는 자세가 바로 불교 베르베르 스님께선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현각 순간적으로 위험이 닥쳤을 때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적인 두려움은 없습니다.어떠한 두려움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어 있거든요.아무것도 없어요.멀리서 보면 구름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그냥 물방울인 것과 같습니다.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달라이 라마도 두려움이나 욕망을 느낀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인식하지 않을 뿐이지요. 베르베르 감정을 다스리시나요? 현각 아니요.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얘기합니다.고통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나도 명상을 처음 할 때 가부좌를 하느라 다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그런데 그 고통도 ‘아프다.’는 사고(思考)에 의해 생긴 것이거든요.(펜을 집어들면서)이 펜을 이렇게 보면 길게 보이지만 돌려서 보면 둥근 점이잖아요.마찬가지입니다.다르게 보면 고통은 고통이 아닙니다.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Pain is not pain,but pain is pain).관조하는 자세,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lotus@seoul.co.kr ■현각이 유럽으로 간 까닭은… 현각(玄覺) 스님은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 초청으로 한국 불교를 알리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이다. 지난 19일 프랑스의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에서 ‘선(禪)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데 이어 21일에는 프랑스 공영방송인 2TV에서 ‘부처의 음성’이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2TV측은 ‘한국 선 불교의 전통’과 ‘현각 스님의 인생 행로’를 주제로 15분짜리 방송프로그램 2회 분량을 제작해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프랑스 전역에 방영할 예정이다. 현각 스님은 베르베르와의 만남을 끝으로 프랑스 일정을 마치고 30일까지 영국에 머물면서 공영방송 BBC에 출연하고 옥스퍼드대학 등에서 강연한다. 현각 스님은 1964년 미국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예일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다.하버드대학원 재학 중인 1990년 5월 숭산(崇山) 대선사의 설법에 크게 감명받고 2년 뒤 출가,선 불교의 전통이 가장 잘 이어지고 있는 한국으로 건너왔다.그는 현재 화계사의 국제선원 원장을 맡아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 베르베르, 가을 ‘신들의 왕국’ 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태어났다.7살에 첫 소설 ‘벼룩의 모험’을 지어 주위를 놀라게 한 그는 만화와 시나리오,소설과 과학에 탐닉하면서 고교시절인 1978년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만화신문 ‘유포리(Euphorie)’를 창간하기도 했다.툴루즈대학에서 법학을,국립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그는 83년부터 90년까지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과학담당 기자로도 활동했다. 12살 때부터 개미의 생태를 관찰했다는 그는 200여차례의 개작을 거친 끝에 1991년 소설 ‘개미’를 발표,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과학적 근거와 관찰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경이롭고 환상적인 필치로 펼쳐나가는 그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나간다.‘개미’ 외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1993년),‘타나토노트’(1994년),‘여행의 책’(1997년),‘천사들의 제국’(2000년),‘뇌’(2001년),‘나무’(2002년) 등을 발표했으며 올 가을 ‘신들의 왕국’ 탈고를 앞두고 있다. ˝
  •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이오덕 지음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 열기는 전무후무한 사회현상이었다.많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역사학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용암처럼 분출된 이 집단 신명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는 이론들을 내놓았지만 표면적인 현상 진단을 넘어 그 근원까지 파고드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말 지킴이로,어린이 문학가로 한평생을 살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오덕씨는 그 역사의 현장에서 터져나온 국민의 함성을 ‘해방’의 소리로 보았다.오랜 기간 억눌려 있던 사람들이 비로소 신명나는 자기 표현의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같은 기쁨의 소리를 다시 찾고,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이 책은 이씨가 그해 여름 ‘붉은악마’의 함성을 계기로 쓴 1200장 분량의 글 26편을 묶어 펴낸 미발표 유고집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억압 구조의 뿌리를 ‘그릇된 교육’에서 찾는다.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구조와 무한경쟁체제를 부채질하는 학벌위주의 입시제도야말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억눌러온 틀이라고 지적한다.또 글쓰기나 말하기,듣기 등 모든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대신 주입식 교육을 강조하는 실태에 대해서도 개탄을 금치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을 바꿔야 할까.그는 학벌위주의 망국풍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학벌이 깨지면 입시경쟁이 무너지고,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문제도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그러면서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아이들이 게으르다고? 세상에 게으른 아이가 어디 있었던가? 만약 게으른 아이가 있다면 병이 든 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믿고,아이들에게서 배우려는 자세를 지닐 때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음을 마지막 유언으로 전해주고 있다.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
  • [北 용천역 폭발] “역주변 각종건물 다닥다닥” 용천 의사출신 김재원씨

    평북 용천역에서 4㎞ 떨어진 낙원역 부근에 살다 지난 1999년 탈북한 김재원(67)씨는 23일 용천역 폭발사고와 관련,“설마설마 하던 사고가 났다.”면서 “용천역 앞에는 인구가 밀집된 데다 유동인구도 많아 끔찍한 피해가 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용천역 인근 낙원병원 의사로 일했던 김씨는 “용천역에서 500m도 되지 않는 곳에 용천군 공산당 위원회,김일성 혁명 사적관,5층짜리 아파트,군 안전부,군 병원,용천읍 중학교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용천역에서 2㎞ 정도 떨어진 북중기계공장까지 피해가 났다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씨는 특히 “용천읍 주변 건물들은 속도전을 강조하던 시기에 부실하게 지어져 약간의 폭발 충격만 가해져도 쉽게 주저앉아 버린다.”면서 “여기에 5∼8량짜리 열차 객차 한 대에 200∼300명 탔다고 가정하면 피해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의 철도가 매우 노후돼 탈선 사고가 자주 났었다고 전했다.김씨는 “용천역에서 10여㎞ 떨어진 백마역 주변에 중국에서 지하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와 1차 가공하는 백마 원유가공 공장이 있다.”면서 “매일 이곳에서 중국에 다시 보내거나 북한 내수용으로 쓰기 위해 실어나오는 가스가 이번 사고에 연관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가족과 함께 탈북,서울에서 살고 있는 김씨는 “용천에 남아 있는 친척들은 없지만,용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친구들이 화를 입었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피해가 되도록 작았으면 하고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TV 안보기 운동’ 펼치는 숙명여대 서영숙 교수

    “TV를 끄면 집안이 확 달라집니다.아파트 베란다가 깨끗해지고 화초가 더욱 향기롭게 느껴집니다.남성은 밀린 집안 일을 도와주게 되고 여성은 잊었던 뜨개질을 하게 됩니다.” 10년째 ‘TV안보기 운동’을 펼치는 숙명여대 서영숙(52·아동복지학과)교수는 다가올 가정의 달에는 눈딱 감고 최소 3일동안만 TV를 꺼보라고 권유한다.가정과 집안의 소중함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뀐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문득 TV를 끄면 늘 바쁘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짐을 느껴 베란다 청소도 하고 화초에 물도 주게 된다.”면서 “여성은 멀리 떨어진 시아버지나 친정에도 편지를 쓰게 돼 집안의 화목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집안 식구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대화가 많아져 부부간의 애정도 더욱 생겨난다고 했다.아이들 숙제도 도와주며 못느꼈던 부모 자식간에 새로운 정도 생겨난다고 서 교수는 강조한다. “요즘 TV는 더욱 선정적이고 폭력성이 짙습니다.아이들이 봐서는 안될 내용이 더욱 많아지고 있지요.정보가 필요하면 컴퓨터를 켜고 원하는 것을 찾으면 되고 뉴스는 신문을 통해 접하면 충분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19∼25일)를 ‘TV 끄기 주간’(TV-Turn off week)으로 정해 1만9000개 단체에서 760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TV 안보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미국보다 1년 먼저인 1994년 숙명유아원 원장 재임 때 ‘TV 안보기 주간’을 처음 시작해 유아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교와 교회 등지로 ‘TV 안보기 운동’을 꾸준히 전도해오고 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상담해본 결과 젊은 부모들은 ‘부부와 자녀의 대화가 살아났다.’,‘초인종을 누르고 집안에 들어설 때 아이들이 더욱 반갑게 맞이해 뿌듯했다.’ 등의 경험을 알 수 있었다.”면서 “TV는 부모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고 TV가 없으면 자녀는 부모에게서 재미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가 TV만 보고 자랄 경우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특히 TV는 세대간 갈등과 왕따 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주말에는 TV끄기가 어렵기 때문에 월∼금요일까지 일단 꺼보고 성공할 경우 주말에도 한번 시도해 보라고 한다.이때 집안 식구는 산책을 나가거나 주말농장에서 씨앗을 키우는 재미를 만끽할 것이라고 했다.동참하는 아이들에겐 칭찬이 절대적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서 교수가 소개하는 TV 끄기 훈련법.△꺼야 할 이유를 꼭 만든다.△TV화면에 까만 테이프로 붙여 이별식을 한다.장송곡을 트는 미니행사를 하면 더욱 좋다.△TV 안보기 주간 포스터를 만들어 집안 식구들이 손도장을 각자 찍는다.△TV 안보는 동안 할 일을 의논한다.청소,운동,편지 쓰기,씨앗 심기 등도 좋다.△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칭찬을 해준다.△마지막 날 식구끼리 근사한 만찬을 한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사설] ‘좌편향’ 불안심리부터 해소하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은 “경제정책의 기조가 ‘좌회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17대 총선 결과를 놓고 일부 해외 언론들이 분배를 중시하는 친노동자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해된다.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의사당에 진출함에 따라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부총리 등의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평가된다. 총선 결과 나타난 민심은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회생에 주력해 달라는 것이다.산업간 불균형 시정,물가 안정,성장잠재력 확충,신용불량자 및 가계 부실 해소 등에 전력집중하라는 뜻이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지금까지 말로는 시장경제를 외치면서 시장을 옥죄는 정책들도 적지 않았다.그 결과 기업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면서 돈 주머니를 굳게 잠그고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소비자들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돈 쓰기를 주저했다. 우리는 정부 당국자뿐 아니라 정치권 지도자들도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그리고 기업인들을 만나 이러한 믿음을 분명히 심어줄 것을 제안한다.23일부터 예정된 정부의 해외 국가설명회(IR)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권의 경제 설명회가 더 중요한 것이다.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서민과 농민,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은 권장할 일이지만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해선 곤란하다.전략적 사고와 유연성을 촉구한다.˝
  • 한승원 새 단편집 ‘잠수 거미’

    “원고를 수정하다가 소설 속에서 제 자신을 더 확실하게 점검하려는 노력을 느꼈습니다.제 삶 자체가 소설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거죠.” 중견 작가 한승원(65)이 10여년 만에 창작집 ‘잠수 거미’(문이당 펴냄)를 냈다.96년 고향 부근인 전남 장흥으로 내려가 토굴을 짓고 1년에 한 편꼴로 장편을 발표해온 작가가 틈틈이 쓴 단편 12편을 모았다.작가는 자신의 분신인 듯한 주인공의 눈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율산마을 주민들의 애환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작품 속 농촌은 목가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그 곳은 야만의 삶이 횡행하는 폐허로 변하고 있다.구조조정 뒤 퇴직금을 주식투자로 날린 아들이 소를 팔아 만회하려다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치자 밤에 몰래 소를 처분한 이야기를 다룬 ‘수방청의 소’‘저 길로 가면 율산이지라우’는 신산한 풍경을 잘 드러낸다. 또 할머니와 둘이 사는 여중생이 동네 총각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몸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다가 아예 골프장 캐디로 나선 사연을 담은 ‘홀’의 풍경도 엇비슷하다. “농촌사회는 갈수록 무너지고 혼탁스러워지고 있습니다.9년 동안 살다 보니 그 비극성과 인간성 파괴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와닿습니다.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순리 혹은 우주의 시원에 맞닿을 수 있는 힘을 회복하고픈 염원을 담았습니다.” 작가가 ‘혼탁한 어둠의 공간’에 빛을 쪼이는 형태는 작품 속에서 ‘빛’ 혹은 ‘별’,예술을 향한 구도적 몸짓으로 나타난다.표제작은 먹이가 풍부한 육지를 마다하고 굳이 물 속에서 잠자리 애벌레 등의 먹이를 사냥하면서 호흡이 가쁘면 공기주머니에 머리를 박아 숨을 쉬는 고통을 감수하는 잠수 거미의 삶을 소설가에 비유한다. 예술 세계에 대한 형상화는 또 아름다운 궁극의 세계를 꿈꾸는 사진작가 이장환의 이야기를 다룬 ‘그러나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에도 이어진다.렌즈로 시간을 찍어낼 궁리를 하는 그가 꿈꾸는 예술의 의미는 동창 요나에게 모욕감을 받고 돌아오는 길주가 네온 불빛 저쪽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이를 악무는 행위(‘별’)에 연결된다. “글쓰기는 우주 읽기”라고 믿는 작가의 우주 시원에 대한 갈망은 ‘그 벌이 왜 나를 쏘았을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벌에 쏘여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이 “좋은 일 있을 거라고 미리 알려준 것”이라는 노모의 말을 들은 뒤 미녀의 방문을 받고 머릿속에서 펼치는 다양한 도발적 상상을 그리면서 작가는 ‘행운과 불행 사이의 거리’를 들려준다.그리고 “세상의 모든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쓰는 한편 한편의 시나 소설들은 우주 시원의 시공에 뿌리하고 있는 신화가 낳은 진리라는 알을 은유하고 있다.”(307쪽)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흑산도 이야기를 다룬 장편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작가는 “단편은 보석 같아 나름대로 즐거움을 준다.”며 “힘 있는 장편을 주로 쓰면서 단편도 병행하겠다.”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선택 4·15] “한표를…” 5당 대국민 호소문

    제1당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4·15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각각 ‘거여(巨與) 견제론’과 ‘거야(巨野) 부활론’을 펴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출사표를 던졌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각각 대국민선언문을 통해 지지표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나섰다.선거결과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앞날은 물론 박 대표와 정 의장의 정치운명과도 직결돼 있다. 민주당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를 감안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막판 지지표 훑기에 나섰으며,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은 두 자릿수 의석 확보에 목표를 두고 지지층 결속을 시도했다.주요 정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전 마지막날인 이날 특히 부동층이 많고 접전 양상이 치열한 서울 등 수도권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근혜 한나라대표 “이번이 저희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4일 출사표에서 이같은 절박함을 피력한 뒤 “이번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각별한 각오로 하루하루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며 선거운동기간 13일 동안을 회고했다.그리고 “여의도 벌판의 천막으로 당사를 옮겼을 때,저희들 마음은 한강 너머 텅빈 하늘처럼 막막하기만 했다.새로운 각오로 신발 끈을 동여매면서도 허물이 많은 저희가 국민 여러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담하고 두려운 심정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간절한 몸짓과 호소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시는 국민 여러분을 보면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심경을 밝혔다.그는 “선거에서 비방하지 않고,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렸는데,힘들었지만 끝까지 지켰다.”면서 “앞으로도 싸우지 않는 정치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면서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살리기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싸우지 않는 정치로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역사는 말 많은 소수가 아니라 조용한 다수의 땀으로 이끌어 왔고,말은 없지만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보여줄 때”라면서 “15일은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날이다.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서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표는 이날로 이틀째 서울과 수도권 유세에 집중했다.한 유세장에서 10분쯤 얼굴을 내비친 뒤 곧바로 다른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릴레이식 유세를 펼쳤다.그러나 “부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고를 접한 뒤 오후 늦게 예정에 없던 부산으로 급히 향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추미애 선대위원장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14일 D-1 막판 유세를 모두 서울에서 소화했다.서남 벨트를 출발,강북으로 갔다가 밤 늦게 종로에서 마무리짓는 초강행군. 추 위원장은 오전에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주시면 평화와 번영,정치 개혁,당내 개혁,경제 회생,청년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고 해 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김종인·손봉숙 공동 선대위원장과 박준영 선대본부장,김강자 전 총경 등과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필승을 다짐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거대 야당과 무책임한 정신적 여당이 서로 견제하겠다는 투전판식 선거에 민생과 외교 등 정책이 실종됐다.”면서 특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겨냥해 “어른 세대에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져 놓고 다시 탄핵 정국으로 막판 세몰이를 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떼쓰기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추 위원장은 이어 서울 지역 14개 선거구를 돌며 민주당의 50년 전통을 지켜달라는 읍소로 유세장을 뜨겁게 달구었다.그는 “내일은 민주당의 부활절이 될 것”이라며 “실업자를 양산한 노무현 정부와 1당이 아니면 경제를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단식하는 열린우리당을 심판해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추 위원장은 자기 지역구인 광진을도 안정권이 아닌 탓에 오후 늦게 찾았다.TV에서만 얼굴을 보여 섭섭해 하던 지역민들이 거리로 대거 나와 선대위 일행을 환대했다.그는 이날 종횡무진 일정에도 불구,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3보1배 할 때 나지막한 단화에서 출발해 엊그제 3㎝ 높이의 굽으로 갈아 신더니 급기야 7㎝까지 올라갔다. 당 관계자는 “지지도가 그만큼 오른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경기자 olive@ ■정동영 우리당의장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4일 “긴 절망의 터널을 벗어나 희망의 정치로 전진할 수 있는 선택의 날이 다가왔다.”면서 “국민의 위대한 힘으로 역사를 변화시켜 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아침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단식농성중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 탄핵세력이 원내 제1당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정 의장은 “대통령을 탄핵한 193명이 또다시 국회를 장악한다면 그들은 탄핵소추가 정당했다고 강변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대통령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탄핵을 무효화시키고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우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싸움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을 믿고 국민에 의지하며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4·15총선에서 ‘3·12 의회쿠데타’로부터 한국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전진시키기 위한 참여의 폭발을 기대한다.국민의 참여가 이뤄지면 탄핵세력이 물러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뒤 정 의장은 바로 중앙선관위를 방문,본인의 비례대표후보 사퇴서를 직접 제출했다.정 의장은 제출 후 기자들에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야3당이 과반수를 넘을지 모를 위기상황을 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원내국회 중심의 17대에서 의원직 포기가 갖는 의미를 잘 알지만,한국 민주주의 부활에서 명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저녁 7시에는 인파가 많이 몰리는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마지막 지원유세를 갖고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서울·경기 지역을 돌며 부동표 흡수에 주력했다.김 대표는 “신(新)지역주의가 대구에서 일어나서 부산으로,서울로 올라오고 있다.지역주의에 의해 한나라당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렵다.”면서 “지역주의와 차떼기 부패정당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상연 박지윤기자 carlos@ ■김종필 자민련총재 자민련 김종필(JP) 총재는 14일 서울에서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다. 오전 마포 중앙당사에서 17대 총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곧바로 서울 도봉을·노원을·중랑갑·동대문을 지역을 돌아 다니며 지지를 거듭 요청했다. 김 총재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자민련은 우리나라 정통 보수정당으로,계승해야 할 옛 것은 지키고 새로움을 계속 추구하면서 내일을 개척하는 정당”이라며 “오로지 국가와 후손의 내일을 생각하는 자민련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이어 서울지역 릴레이 유세에서 “차떼기 부패정당인 한나라당과 정체불명의 열린우리당,잡다한 요인이 혼재된 민주당을 또 다시 지지하겠느냐.”며 “이제 그런 정당은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여서는 안된다.”고 자민련 지지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원내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지구촌이 우경화되고 있는데 반대로 왼쪽에 서서 우리 조국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만큼 절대 힘을 줘서는 안된다.”며 “그렇다면 남은 정당은 자민련뿐”이라고 주장했다.자민련은 JP의 충청권 집중유세로 24개 선거구 가운데 15곳 이상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권영길 민노당대표 민주노동당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4일 꾸준히 치솟는 당 지지율을 실제 득표로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서울·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후보들을 전원 가동해 ‘진보야당론’을 내세우며 ‘2004년 원내교섭단체 구성,2008년 제1야당,2012년 집권’이라는 야심찬 중장기 계획을 쏟아냈다. 권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여당의 실정과 무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부패하지 않은 야당이 있어야 한다.”며 “그 역할을 진보야당인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지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권 대표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으로 마감한 16대 국회 4년의 부패와 노무현 정부의 지난 1년의 실정을 심판하는 장”이라고 전제,“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 15석에서 최대 20석 이상의 의석을 얻어 교섭단체를 구성해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한나라당과 더불어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기존 보수 정당들의 부패와 무능을 감시하고 질책하는 강력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의 선거구인 창원으로 내려갔고,천영세 선대위원장,노회찬 선대본부장,심상정 비례대표 후보(1번) 등은 서울·수도권의 표몰이에 나섰다.이영순·강기갑 비례대표 후보 등은 울산·거제 등 영남권에서 ‘진보야당론’ 전파에 힘을 쏟았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2년 대선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 지지 철회 쇼크’로 인해 지지표가 빠지는 등 톡톡히 혼이 났던 ‘악몽’을 떠올리며,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민주노동당 후보 투표는 사표’ 발언의 파장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면 ‘민주노동당 집권’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사진 오정식 최해국 남상인기자 ˝
  • [여성단신]

    한국여성민우회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방송모니터링 교육 ‘여성의 눈으로 방송보기! 방송쓰기!’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연다.회비 5만∼10만원.(02)734-1046 서울여성의 전화는 24∼25일 1박2일 일정으로 싱글여성캠프 ‘싱글로 당당하게!’를 연다. 싱글로 사는 여성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높이는 자리다.참가비 4만5000원,(02)2272-2161,swhline@kornet.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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